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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원전과 죽음의 상인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화학이니 전기니 하는 것은 필요 없어. 돈더미에 올라앉고 싶으면 유럽놈들이 서로 작살낼 수 있는, 그런 물건을 만들어야지." 발명가 하이럼 맥심(1840~1916)은 1882년 미국 친구에게서 삶의 지표를 바꿀 만한 충고를 들었다.

전구의 발명 특허를 두고 에디슨과 싸웠던 맥심은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데 가장 효율적인 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탄생한 '맥심기관총'으로 인해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을 죽이는 대량살상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 대가로 맥심은 '죽음의 상인' '학살의 발명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장 잘 알려진 '죽음의 상인'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거부가 된 노벨은 1888년 프랑스 한 신문에 잘못 보도된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보게 됐다. '죽음의 상인이 죽다, 사람을 더 많이 더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인물….' 이 신문은 그의 형 죽음을 착각해 오보를 냈지만, 노벨이 이 기사에 충격받아 노벨상을 제정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죽음의 상인'은 전쟁을 부추겨 무기를 제조·판매하는 장사꾼은 물론이고, 공해산업을 후진국에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사업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 최대의 산업재해는 '원진레이온 사건'이다. 신경독가스의 원료인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2012년까지 940명이 직업병 판정받고 150명이 사망했다. 1960년대 초 일본에서 건너온 이 기계설비는 1993년 한국 공장 폐업 후에는 중국에 수출돼 가동되고 있으니 끔찍하다. 미국·독일의 석면공장이 1970, 80년대 한국에서 가동됐다가 최근 동남아에 다시 수출된 것도 비슷한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에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벌인 것은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원전 축소 정책을 펴왔고, 체코에서는 '한국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관리 경험을 보유했다'고 홍보했다. 우린 싫지만, 버리기는 아까우니 남에게 팔겠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한국은 공해산업 혹은 위험산업을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국가가 될 판이다. 생명을 담보로 이득을 챙기는 '죽음의 상인'은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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