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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크레디트 사회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크레디트 카드'로 불리는 플라스틱 화폐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외환은행이 비자카드를 처음 발급한 때가 1978년이니 꼭 40년이다. 백화점 직원·고객카드까지 쳐도 50년이 채 안 된다. 국내 최초의 신용카드는 1969년 신세계백화점 카드다.

크레디트 카드는 현금 대신 신용(Credit)으로 결제하는 수단이다. 쉽게 말해 지불 기한을 정한 외상 거래다. 사용 금액을 한 달 내에 갚아야 하는 '차지'(Charge) 카드도 있으나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할부나 리볼빙을 통해 외상 거래를 유지한다. 믿고(entrust) '빚'을 남겨 두는 이런 장점이 크레디트 카드 확산을 부추겼다.

미국 최초의 은행계 신용카드인 비자카드 출범이 1958년, 일본 6개 은행이 설립한 저팬크레디트뷰로(JCB) 카드가 1961년이다. 우리보다 신용카드 거래가 더 일찍 시작됐지만 이용률은 한국이 한참 앞선다. 2016년 한국 신용카드 이용률이 54%, 미국 41%,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운 일본은 겨우 17%다.

재미있는 통계는 인구 1억2천만 명이 넘는 일본의 국민 1인당 평균 카드 보유 수는 21장이다. 단순 셈으로도 26억 장의 카드가 일본인의 지갑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카드는 상점마다 발행하는 '포인트(마일리지) 카드'다. 현금 선호도가 높은 일본에서 포인트를 고객을 끄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 통계는 한국이 신용카드가 지배하는 크레디트 사회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무분별한 발행과 절제되지 않은 사용, 높은 수수료는 사회 문제로 직결된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은 그 사례 중 하나다.

정부가 연매출 5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24만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인하를 발표했다. 이로써 중소 규모 가게의 카드 수수료율은 1.6%(신용), 1.3%(체크)로 내려갔다. 따지고 보면 일본의 포인트 할인율은 대략 물건값의 1~2%다. 우리의 카드 수수료율과 큰 차이가 없다. 깎아주느냐, 떼이느냐 차이다. 하지만 포인트카드를 두툼하게 넣어다니는 일본과 달랑 신용카드를 챙기는 한국이 마주하는 사회현상은 다르다. 어느 쪽이 더 크레디트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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