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TK 우상(偶像)의 파괴

이춘수 편집부국장 이춘수 편집부국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6일 정치적 파산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인생 역정은 참 굴곡 많고 파란만장했다. 부모님을 흉탄에 잃고 청와대를 나온 그는 18년 동안 칩거하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마감하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대구경북(TK)에서 아성을 쌓았고, 열혈 지지층을 만들며 정치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아버지에 버금가는 '역사적 사명'을 기대한 TK민들은 아낌없는 애정을 주었다. 어느 순간 박 전 대통령은 TK의 우상이 됐다.

지역민들은 그가 누구인지, 어떤 모습인지는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좌파나 진보 진영이 싫어, 또 대안 인물이 없어 그를 지지하고 우상을 만들었다.

이런 배경에는 TK민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환생을 기대한 측면도 있었다. 딸에게서 박정희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좌우 진영을 떠나 역대 대통령 중 경제 치적만큼은 단연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에 가면 일본을 제치고 남녀 공히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고 한다. 특히 여성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평균수명이 90세를 넘는다고 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시행한 의료보험 덕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도 신속한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의료보험제도가 없었으면 우리는 최장수국의 꿈을 꿀 수 없었다.

박정희 정부가 1970년대 양성한 100만 명이 넘는 기능공은 1980년대에 중화학공업을 꽃피우고 오늘날 세계 7대 공업국의 기관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이뿐이랴. 박정희 정부는 구미에 내륙공단을 세워 현재의 300억달러 수출도시를 만드는 기초를 세웠다. 이것은 북한 수출의 10배에 가깝다. 포항에는 중국이 부러워한 포스코를 세워 포항을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만들었다. 박정희 정부는 나라의 명운을 걸고 과학기술 인재를 키웠으며 자주국방의 토대를 세워 오늘의 한국을 있게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처럼 우리 민족의 앞길을 열어준 선각자이기도 했다.

TK민들은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느라 가슴 졸이며, 국익을 위해 온몸을 불사를 줄 알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철학과 통치력을 계승하지도, 실천하지도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실패 요인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을 꼽자면 '진실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데 있다. 직언 잘하는 진실한 참모는 내치고, 아첨 잘하는 배신의 부하만 곁에 두었다. 박 전 대통령 주변엔 그를 어디로 내몰고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헌신하는 눈먼 충성파들만 득실거렸다. 권력기관도, 각 부처도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시대 변화를 읽지 못했다. 아버지 박정희와 35년여의 터울을 두고 맞이한 박근혜 시대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급변했다. 국민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졌고 눈과 귀가 열려 있었다. 국가적 고비마다 보여준 국민의 힘은 지도자들에게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정치적 형틀이 됐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다수 국민들이 TK의 우상을 허물었다. 이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불쌍하다고 눈물만 흘리는 TK의 모습, 특정인'특정 세력에 대한 맹목적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라면 TK발 보수혁명의 마중물을 더욱 세차게 퍼 올려야 한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좌우 양 날개가 있어야 새가 잘 날 수 있듯 정통 보수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보수를 키워야 한다.

민생과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패권적 정치 세력을 만들고, 부패와 부정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 보수를 표방하든, 진보를 표방하든 불의·불공정·부도덕한 정치인은 시도민의 혜안으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새로운 대구경북을 열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놓아줄 때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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