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잔혹한 봄을 맞지 않으려면

이춘수 편집부국장 이춘수 편집부국장

인간승리와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평창올림픽 폐회와 함께 어느덧 봄기운도 우리 곁에서 살랑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봄은 마냥 따사로운 날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이 읊조린 것처럼 어쩌면 가장 잔인한 4월이 될지도 모르겠다. 평창의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북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은 3월 중순까지 열리는 평창패럴림픽 이후 4월에 합동군사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한 평양의 선택에 따라 4월은 한반도에 드리운 전운이 걷히느냐, 아니면 잔혹한 사태를 맞느냐가 판가름나는 시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사상 최대의 대북 제재안을 발표했다. 장녀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가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한 날 최대의 대북 제재를 발표함으로써 남북 해빙, 북미 탐색 대화 기류와 상관없이 최고의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효과가 없으면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고 2단계는 매우 거칠며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선택은 세 갈래로 짚어볼 수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선택은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이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한미 입장에선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사실상 백기 투항인 셈이다. 두 번째는 김정은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결의에 반해 핵실험 재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반발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북 핵시설과 지휘부 선제타격을 위한 코피작전(Bloody Nose Strike)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세 번째 선택은 북의 태도 변화가 없고, 선제타격도 한국의 반대로 실행할 수 없을 경우 대북 제재와는 별도로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대(對)한국 경제 제재를 결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안보'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미국은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반도를 관리하려 들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한미 동맹의 파기이자 한국 포기와 다름없다.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가장 고통받는 쪽은 한국이다. 한국이 잔인한 4월을 보내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현재 문 정부는 북한 정권의 계산된 행동에 맞춰주기에 급급하고, 미중의 경쟁구도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문 정부는 북에 무조건적인 대화를 구걸해서는 안 된다. 대화를 요구하더라도 핵 포기만이 김정은 체제가 살길이라는 인식을 갖게끔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시간벌기를 통해 핵 무력을 완성하고 남한을 지렛대로 미국의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김정은의 잔꾀를 차단해야 한다. 김정은의 속내는 다 드러났다. 돈줄과 생명줄이 말라가자 동생 김여정을 보내 남한에 도움을 읍소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냉전시대인 1962년 10월,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핵미사일 위기 때 결단을 내려야 했다. 대통령은 안보전문가들로 사태 해결을 위한 집행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 일부는 미국의 압도적인 전략적 우세가 쿠바 핵미사일 설치 후에도 유지되므로 별다른 대응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러나 다수는 쿠바의 미사일 기지를 비롯한 군사적 목표에 500대의 폭격기로 기습공습을 하고 또 미사일 관련 장비를 실은 소련 상선이 쿠바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상을 봉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각한 논쟁 끝에 대통령은 안보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상 봉쇄와 소련에 대한 압박으로 위기를 성공적으로 해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케네디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신념만을 절대가치에 두지 말아야 한다. 자기 진영 인사들만이 아닌 진정으로 한국의 안위를 걱정하는 안보'외교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북핵 해법을 제시받아 실행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잔인한 4월을 맞지 않기 위한 문 대통령의 결단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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