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최병고 디지털뉴스부장

[데스크칼럼] 수험생 모두 수고했어요

92학번인 기자는 1991년 12월에 대학 입시를 치렀다. '학력고사' 시절이었다. 4지선다형 지식암기형 문제가 너무 많다는 비판에 밀려 학력고사 대신 수능이 처음 치러진 건 2년 후인 1993년.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이자, 수능 1세대인 응사 학번이 그렇게 탄생했다.말하자면 기자는 학력고사 끝물 세대다. 당시는 '선지원 후시험' 방식이었다. 먼저 원하는 대학에 입학원서를 쓰고, 이후 시험 점수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전국 100만 명 수험생을 일렬로 줄을 세웠다. 1년에 한 번, 오직 학력고사 성적만 반영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같은 복수 지원도 없었다. 지원한 대학에 떨어지면 '묻고 더블'(재수)로 가는 수밖에. 아니면 후기 대학이나 전문대를 가야 했다. 눈치 경쟁도 극심했다. 대입 원서 마감 날, TV에선 선거 개표 방송처럼 전국 각 대학 학과 경쟁률을 자막으로 밤늦도록 내보내곤 했다.91년 그 겨울, 학력고사 시험장은 경북대의 어느 단과대학이었다. 이른 아침의 대학 교정은 낯설고 안개로 자욱했다. 키 큰 가로수 길을 주눅 든 채로 한참 걸었다. 그날 시험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교문을 나서며 후련했던 느낌만이 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를 몰라 도청교 근방을 헤매다 캄캄해서야 집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은 시험을 어떻게 쳤는지에 대해선 묻지도 않으셨다.오늘은 2020학년도 수능일이다. '합격 기원' '수능 대박' 응원으로 시험장 교문 앞마다 떠들썩할 테다. 이제 겨우 중학생 아이를 둔 기자도 마음이 콩닥콩닥한다.올해 수능 응시생은 54만8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4만6천여 명이 줄었다. 재수생을 뺀 재학생은 39만4천여 명으로 수능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졸업생 응시생은 14만2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6천700여 명이 늘었다. 지난해 불수능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재도전에 많이 나선 것 같다고 한다. 그렇든 말든 고3도, N수생도 오롯이 자신에만 집중하길 바랄 뿐이다.오늘 저녁 아이들은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못할 것이다.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자신의 예상 등급을 맞춰 봐야 하기 때문이다. 논술과 면접 응시 여부를 따지면서 수시 일정을 맞추고 대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입시 업체들은 '진짜 입시는 이제부터'라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학원 앞에 아이를 내려줄 때마다, 무거워 축 처진 가방을 멘 또래 아이들을 본다.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짐을 이고 줄지어 가는 개미 군단 같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엄마 찬스, 아빠 찬스로 불신받고, 그래서 입시 정책이 또 요동쳐도 아이들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수능일 아침 배웅하는 학부모와 수험생의 마음이 어떨지, 기자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인생의 큰 통과의례 앞에 선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라고, 그리고 수고했다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점수보다는 아이의 수고를 먼저 인정해 주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성적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녀들이 매사에 완벽해지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완벽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윤일현 '밥상과 책상 사이' 중)

2019-11-13 19:02:01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선상 반란

작가 박종윤의 중편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는 선상 폭동을 다룬 해양소설이다. 물질주의에 매몰된 현대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이기심이 부추기는 적나라한 현실을 선상을 배경으로 생동감 있게 그렸다. 1789년 남태평양에서 일어난 '바운티호 선상 반란'은 세계 해양사상 유명한 사건이다. 반란을 일으킨 동기의 특이성과 드라마틱한 과정 그리고 최후의 비극성 때문에 문학 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선장의 독선적인 항해 방침과 지상낙원 같은 타히티 섬에 안주하고 싶은 선원들의 불만, 망망대해에 구명 보트로 내쫓긴 선장 일행의 40여일만의 구사일생, 반란자 추적 색출과 난파, 남은자들의 도피와 수난 행각이 마치 소설 속의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항해 중 선상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부딪히는 극도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 또한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우리에게 최악의 선상 반란은 '페스카마호' 사건일 것이다. 1996년 여름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 있던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선족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 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해 한국인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무참히 살해한 것이었다. 흉기로 찔러 바다에 버렸는가 하면 냉동창고에 가둬버리기도 했다.반란자들은 배를 탈취해 일본으로 밀입국하려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에게 제압되면서 국내로 끌려와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페스카마-고기잡이배'라는 이름의 연극으로도 제작돼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최근 동해상의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선장과 동료 선원 16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남쪽으로 쫓기던 북한 선원 2명이 우리 해군에 붙잡혔다는 것이다.그런데 그 오징어잡이배에서 정녕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자마자 북한 선원들은 왜 또 그렇게 전격적으로 북으로 추방되었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따름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와관련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를 맡았던 페스카마호 사건 범인들에 대한 입장과 너무도 상반된다는 것이다. 그저 쉬쉬하기만 하니 모든게 의문투성이다.

2019-11-13 06:30:00

[관풍루] 문 정부 출범후 대구 경북 고용률, 일자리 질, 생산성 갈수록 악화하는등 경기 둔화 뚜렷.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대구에 와 각각 '기자간담회'와 '북 콘서트' 열어. 기존 TK 다선 의원도 험지로 가라는 판에 새로 안방 찾아들려는 뜻은.○…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경북 고용률, 일자리 질, 생산성 갈수록 악화하는 등 경기 둔화 뚜렷. 그래도 고용상황 개선됐고, 일자리 질도 높아졌다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경북도공무원노조가 강력히 반발했던 경북도의원 정책보좌관제, 결국 20명에서 12명으로 축소하는 선에서 신설키로. 시작이 어렵지 늘리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일 터.

2019-11-13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수능 샤프

프로야구 선발 투수에게 등판을 앞둔 하루 이틀은 매우 예민해지는 시기다. 평소의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하는데 동료가 말을 거는 것도 조심스러울 만큼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 쓰는 선수가 많다.류현진 선수도 등판이 다가올수록 말수가 점점 더 적어지고 주변에서 일으키는 작은 소음에도 신경 쓸 정도로 예민해진다고 한다. 얼마 전 시즌 도중에 동료 클레이튼 커쇼가 류현진의 등판 날 로커룸에서 의자 끄는 소리를 냈다가 바짝 긴장했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다행히 류현진이 승리해 커쇼도 한시름을 덜었다고 한다.14일 수능 시험장에서 배부될 샤프 펜슬 교체에 대한 소문으로 일부 수험생들이 술렁댄 것도 같은 경우다. '수능 당일 어떤 샤프를 쓰느냐'는 수험생에게는 민감한 문제여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국은 부정행위 가능성을 염려해 샤프 제조사나 종류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수능 수험생에게 소위 '수능 샤프'가 처음 배부된 것은 2006년 수능이다. 2005학년도 수능 때 발생한 '수능폰' 사건의 여파다. 휴대폰을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간 광주의 일부 수험생들이 외부에서 정답을 중계하다 적발된 사건으로 314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되고, 일부는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이후 수능 시험장 반입 금지 품목에 모든 전자기기와 개인 필기구가 포함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CI 디자인이 박힌 샤프만 쓰도록 했다.수능 샤프는 2011학년도 수능만 빼고 13년간 한 업체가 납품해왔다. 자연히 수험생들은 모의고사 등에서 동일한 샤프를 미리 사용해보고 손에 잡히는 감각이나 소리 등에 익숙해지게 된다. 수능만 되면 갑작스레 추워지는 '수능 추위'와 마찬가지로 필기구 하나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평가원의 입장대로 수능 샤프 공개에 따른 부정행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소한 부분도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수긍하는 자세다. 아무리 큰 시험이라 하더라도 환경 변화를 이겨내는 것 또한 시험의 한 부분이다. 모두 최선을 다한 수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11-12 06:30:00

[관풍루] 대구 산업단지의 노동자 1인당 평균 생산액 2억3천여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47% 머물며 꼴찌 기록.

○…정부가 흉악범으로 규정한 탈북인 2명의 비밀'강제 북송 두고 인도주의 위배라는 비난 여론 비등. 국민 눈 가리고 귀 막으며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낸 진정한 이유가 뭐요.○…지역 3선 이상 현역의원 물갈이론 비등한 가운데 전략공천 지역과 폭 두고 설왕설래. 경선하자니 신인이 이기기 어렵고, 전략공천하자니 특혜 시비가 두렵고.○…대구 산업단지의 노동자 1인당 평균 생산액 2억3천여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47% 머물며 꼴찌 기록. 대구 1인당 GRDP가 만년 꼴찌인 이유가 거기 있었군.

2019-11-12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대통령이 앞장서 사슴을 말이라고 하니

참으로 못 볼 꼬라지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 발사대(TEL)로 쏠 수 있는가를 두고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이 보여준 '봉숭아 학당' 수준의 입씨름 말이다. 문 정권이 연출하는 못 볼 꼬라지가 한둘이랴만 이는 특히 심했다.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은 그런 능력이 없다고 했다. 곧바로 서훈 국정원장은 그 반대로 말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뱅뱅 돌았다. 북한이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입이라도 맞추지 이게 무슨 민망한 '시추에이션'인가.더 못 볼 꼬라지는 청와대의 '종합'이다. 정 실장의 말과 서 원장의 말은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대척(對蹠)이다. 둘 중 한 사람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다. 변증법 용어를 빌리면 정 실장의 말은 정(正), 서 원장의 말은 반(反), 아니면 반대로 서 원장의 말은 정, 정 실장의 말은 반이다. 청와대는 이를 '해석상의 차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은 같은 분석을 하고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는 합(合)을 만들어냈다.뱉어낸다고 다 말이 아니다. 북한이 ICBM을 TEL로 발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해석'이 아니라 '팩트'의 문제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거다. '해석상의 차이'라는 '해석의 요술'을 아무리 부린들 있는 게 없는 게 되고 없는 게 있는 게 되지 않는다.그 '같은 입장'이란 것도 같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북한은 TEL로 ICBM을 쏠 수 없다'로, 정 실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솥밥을 먹는 청와대 식구라서 그랬나? 서 원장만 딱하게 됐다.그 논리 전개는 이렇다. 'ICBM을 운반하고 세우고 발사까지 해야 이동식 발사인데 북한은 2017년 ICBM인 화성-14, 15형을 TEL로 운반만 하고 바로 세워 쏘지 않았으니 TEL 발사가 아니다. 증명 끝.' '형식논리'의 극치다. TEL로 옮겨 내려서 쏘든 TEL에서 바로 쏘든 모두 이동식 발사다. 미사일을 신속하게 이동해 언제 어디서든 기습발사할 능력을 지녔느냐가 본질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청와대의 '합'이 나오자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이란 인사가 희대의 코미디-이를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면-를 연출했다. 그는 8월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ICBM은 현재 TEL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된 상태"라고 했으나 6일 정보본부 국감에서는 반대로 말했다. 북한의 '능력'이 몇 달 만에 연기처럼 사라진 건가, 아니면 8월에는 심각한 오판을 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똥별'의 생존 본능 발동인가.이런 못 볼 꼬라지의 연원은 알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해 9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약속대로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이 폐기되면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문재인판 지록위마(指鹿爲馬)이다. 동창리 실험장은 말 그대로 실험장이지 발사대가 아니다. 북한이 ICBM을 동창리 실험장에서 쏜 적은 없다. 그러나 정 실장, 청와대, 국방정보본부장은 문의 '어록'을 그대로 따랐다. 진실과 양심과 상식에 대한 모독이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정 실장의 발언을 "입이 떡 벌어지는 거짓말" "완벽한 헛소리"라고 한다.문 대통령의 지록위마는 전방위적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대북 정책, 검찰 개혁 등이 모두 그렇다. 아닌 것을 맞다고 하고 맞는 것을 아니라고 한다. 이에 그 수하(手下)들은 '지당하십니다'라고 '떼창'을 한다. 그 풍경이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망해가던 진(秦)의 꼬라지가 이랬다.

2019-11-1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사과 120년

"네 녀석 고향이 어디지?" "경북 대구입니다." "대구란 게 어느 구석에 있냐 말야!" "부산에서 열차로 서너 시간가량 달리면 대구인데, 사과 생산지로 유명합니다."대구 동촌면 입석동의 독립운동가 이갑상이 일본군 징병 제1기생으로 만삭의 아내와 헤어져 북지(北支·중국 만주)로 끌려가며 50명이 짐짝처럼 탄 4등 군용열차에서 일본인 하사관의 물음에 대답했다. 대륜중학교에 다니던 20세 외아들로 1944년 9월 20일 대구역을 떠나 용산역에 내려 '황군'(皇軍)이 되어 다시 열차로 사지(死地)로 가던 중이었다.그는 세 차례 실패 뒤 1945년 2월 1일 탈출하나 3월 30일 잡혀 4월 28일 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을 받아 서대문형무소 옥살이 중 광복으로 풀려났고, 1975년 회고록 '백의(白衣)의 향가(鄕歌)'에 대구 사과 사연을 남겼다. 이처럼 옛 대구는 사과로 통했는데 대구의 서양 사과 역사는 1899년 외국인 선교사가 남산동 동산병원 사택에 심은 때부터다. 우리 능금(林檎) 역사는 더 오래지만.사과 재배에 적합한 대구는 좋은 돈벌이 터였음은 일본인 기록이 증명한다. 미와 조테츠는 1910년 '조선대구일반'이란 책에서 "대구에 와서(1903년 9월)…땅을 사자마자 곧바로 사과나무 5그루를 심었다. 나와 같은 해 혹은 그 이듬해부터 사과를 심는 일본인이 늘어나 지금은 대구의 대표적 산물이 됐다"고 했다. 가와이 아사오는 특히 1930년 '대구물어'에서 1904년부터 상업적 사과 재배에 나선 일본인 소개 뒤 일본인이 "대구 사과의 성가(聲價)를 올리는데 앞장섰음은 저명한 사실"이라 자찬했다. 1943년 대구부는 '대구부사'에서 "대구의 과수 재배는…능금의 산출액이 가장 많고, 대구 능금은 한국 내는 물론 일본 및 중국 쪽의 시장까지 진출했다"고 밝혔다.대구 사과가 이랬으니 이갑상 대답은 그럴 만하다. 이런 대구 사과의 명성과 역사를 기리기 위해 지난 2일 대구 평광초등학교에서 '대구 사과 120주년 기념 역사 문화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연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 회장은 "대구에 '사과 역사문화체험관'을 만들기 위해 건립 추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혀 관심이다. 옛날과 다르지만 대구 사과 명성을 이어가려는 평광동 사람의 활동이 부디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9-11-11 06:30:00

[관풍루] 대구지법, 수성구청 투자 손실 10억원 사비로 갚은 전 대구은행장 3명 등 유죄 판결.

○…문희상 국회의장, 한국전 참전 미국 용사에 "여러분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 오늘의 번영이 없었다"고 감사. 순국선열, 옛날 미·일 밀약 없었으면 한국전과 분단도 없었을지도.○…여야 정치권, 내년 4·15 총선 5개월 앞에도 선거구 획정 작업은 시작도 못해 제자리걸음. 국민, 늦을수록 현역 의원이 신인보다 유리하니 북한처럼 벼랑 끝 작전이겠지.○…대구지법, 수성구청 투자 손실 10억원 사비로 갚은 전 대구은행장 3명 등 유죄 판결. 개미들, 소액 투자자 줬으면 '의인'(義人)도 됐을 텐데 '큰손'만 챙긴 자업자득일세.

2019-11-11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지방 분권 한다더니 수도권 세상을 만들었다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비수도권에 사는 인구수를 추월했다. '수도권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국민의 50% 이상이 산다. 수도권 인구는 매월 9천500명씩 불어나고 비수도권 인구는 3천500명씩 줄어든다. 지난해 대구에서 1만 명이, 경북은 더 많은 1만1천 명이 수도권으로 갔다.인구가 늘면 소리도 커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수도권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지방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지역균형발전은 더 멀어졌다. 2013년 75곳이던 30년 내 소멸 위험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89곳으로 늘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꿰뚫고 있다. 재빨리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8년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했던 말이다.문제는 실천이다. 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에 공을 들였고 또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집권을 우리나라 지역불균형발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이 노 정부였다. 그 결과 세종 행정수도가 나왔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53개를 비수도권 11개 지역에 이전하는 가시적 성과도 냈다. 노 정부를 거치며 수도권에 몰리던 인구가 2011년과 2013~2016년 지방으로 순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문재인 정부가 9일 반환점을 돌았다. 노 정부를 계승해 그보다 더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선언했으니 기대가 컸던 정부다. 하지만 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노 정부와 달리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달콤한 약속에 걸었던 지방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물론 문 정부가 그동안 고사 위기에 몰린 지방을 살리기 위한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한다며 취임 초 지방분권 개헌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자치분권의 근간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정부의 571개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지방이양 일괄법 개정안,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안 등 소위 '자치분권 3법'을 국회에 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법안만 올리고선 야당 탓만 할 뿐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30%가 안 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중앙집권은 더 강화됐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해졌다. 지방재정은 중앙정부에 더 예속됐다. 선심성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지방이 떠안는다. 복지확대 정책 사업 예산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가 해마다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보조 사업에 의무적으로 매칭하는데 쓰인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극히 제한됐다. 최저임금에 대해 지역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구마저 묵살됐다.반면 수도권 집중 기반을 다지는데는 거리낌이 없다. 지난달 말 대도시권 광역교통비전 2030계획을 발표했다. 대도시권이란 이름을 갖다 붙였지만 실상은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 수도권 도시의 광역거점 간 통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안이다. 수도권에 30만 호의 3기 신도시를 만들 계획도 나와 있다. 역시 수도권에 120조원을 쏟아부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허용한 것도 문 정부가 한 일이다.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즐겨 말하지만 실천은 않고 있다. 추진 의지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이러고도 지방분권을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2019-11-10 22:26:3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장관 패싱'

북한 주민 2명이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된 데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JSA 대대장이 장관 등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청와대에 직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장관 패싱'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임기 반환점을 맞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부정적 단어들이 숱하지만 그중 하나가 '장관 패싱'이다. 문 정부 장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패싱(passing)을 당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북한이나 미국, 심지어 자기 부처 안에서조차 열외(列外) 취급을 당하고 있다.경제·사회부총리부터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또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40% 선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자 "40%는 불변의 기준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은 며칠 만에 당·정·청 협의에서 없던 일이 됐다.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와 관련, 정시 확대를 강조하자 교육부 패싱 의혹이 쏟아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정시 확대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교육정책의 핵심인 대입제도를 뒤엎는데도 장관이 까맣게 몰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장관은 청와대와 미국 정부로부터, 통일부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툭하면 패싱을 당하고 있다.'장관 구인난'으로 개각을 못한다는 말까지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가 정쟁화돼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 실제로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핵심을 정확히 짚지 못했다. '청와대 정부' 국정 운영으로 '장관 패싱'이 만연해 장관을 하려는 사람이 사라진 탓이 더 크다.

2019-11-0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멧돼지 수난 계절

10년 전 여름 '차우'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고즈넉한 마을을 낀 깊은 산속에서 벌어지는 괴물 멧돼지와 전문 사냥꾼들의 한판 승부를 담은 코믹 공포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로 야생 멧돼지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가을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전파의 주범으로 멧돼지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이 가까운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멧돼지 포획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남방한계선과 민통선 안에서는 군 병력과 민간 엽사를 동원한 포획 작전이 벌어지면서 하루에 수백 마리의 멧돼지가 사살되기도 한다. 남북 접경지역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간첩보다 더한 '공공의 적'으로 규정된 탓이다. 북한군에 대한 주적 개념이 사라진 비무장지대(DMZ)에는 멧돼지의 월남을 경계하는 눈빛이 더 날카롭다. 하기는 자연 생태계를 고려해서도 멧돼지 개체수는 적합한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멧돼지를 죄다 몰살하고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숙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조류독감 전파의 범인이 철새라고 하여 새를 다 박멸할 수는 없지 않은가.따지고 보면 모든 게 인간의 탐욕과 생태계 파괴 때문에 생긴 일이다. 맷돼지의 천적인 맹수들을 멸종시킨 것도 사람들이다.그러지 않았으면 멧돼지가 생태계의 최상위층을 점거하며 이렇게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개발의 이름으로 서식지를 파괴하고 도토리 등 먹잇감마저 빼앗아가버리니 생존을 위해 농촌 마을은 물론 도심에까지 멧돼지가 출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멧돼지의 무단 침입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퇴치 작전을 벌인다.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멧돼지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지는 계절이다. 감염 멧돼지가 남쪽으로 내려오기라도 한다면 돼지열병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효력을 발휘하는 방역 소독제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ASF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멧돼지는 더욱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무장공비 소탕 같은 군사작전이라도 펼쳐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애꿎은 멧돼지와의 전쟁이다. 이래저래 멧돼지 수난의 계절이다.

2019-11-08 06:30:00

[관풍루] 3성 장군 김영환, '북, ICBM 이동식 발사대서 발사할 능력 없다'며 정의용 청 국가안보실장 편들기.

○…한국당 텃밭 지역 다선 의원들, 용퇴나 험지 출마요구 봇물 이루자 '한국당이 또 텃밭만 파헤친다'며 불쾌감, 역경 뚫고 거목 안 돼도 꽃길이 좋은 것을 어쩌라고.○…3성 장군 김영환, '북, ICBM 이동식 발사대서 발사할 능력 없다'며 정의용 청 국가안보실장 편들기. 직속상관인 국방부장관보다 안보실장이 더 쎄긴 쎈 모양.○…국회서 고함지른 강기정 수석, '제가 백 번 잘못' 사과에도 국회 파행. 엎질러진 물이니 공직자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나 새기셔.

2019-11-08 06:30:00

장성현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펭하! 넌 커서 펭수가 되고 싶니?

"아빠, 난 커서 '키즈 크레이터'가 될 거야." "응? 뭐라고?" 잠시 귀를 의심했다. 여섯 살 딸이 되고 싶다는 게 아직 본인이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키즈 크리에이터'를 말하는 건가? 한 달 전까지 딸아이의 첫 번째 꿈은 '집에서 책 보며 일하는 사람'이었다. 작가나 시인을 말하는 것 같진 않다. 일은 한다니 그러려니 했다.그런데, 갑자기 '크리에이터'란다. 연간 수십억원을 번다는 유튜버 '보람튜브'를 말하는 건 아닐 테다. 딸아이는 보람튜브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때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다. 요즘 그야말로 '힙'하다는 크리에이터, 남극에서 온 '펭수'다.아이는 유튜브를 자주 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대신 IPTV를 통해 유튜브를 본다. 한참 즐겨보던 '개구쟁이 뽀로로'나 '엉뚱발랄 콩순이'를 거쳐 '헤이지니'와 캐리TV '엘리가 간다'에 빠져 있다가 '허팝TV' '흔한 남매' '아리키친' 등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채널로 넘어갔다.펭수가 나오는 '자이언트 펭TV'는 사실 필자가 찾아준 채널이었다. 아이에게 유튜브를 틀어줄 땐 같이 보는 편이다. 어떤 내용의 유튜브 채널을 보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채널들이라도 유아가 보기엔 위험한 실험이 많았고, 거친 표현이나 몰래카메라 등 따라하기 십상인 내용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EBS에 제대로 속았다. 착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줄 것 같던 EBS에서 'B급 펭귄'이라니. 펭수가 랩을 쏟아내며 등장하는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았다. 열 살짜리 펭귄이라더니 군필자스러운 행동이라니. 이상한데, 정말 이상한데. 아이와 함께 보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이란. 아이보다 더 펭수를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딸아이의 꿈이 돼버린 '키즈 크리에이터'는 사실 펭수의 꿈이다. 남극 '펭'에 빼어날 '수', 남극 출신의 펭수의 나이는 열 살. 키는 210㎝다. 큰 키와 독특한 눈 모양 때문에 남극에서는 따돌림을 당했지만, 뽀로로와 BTS의 나라 한국에서 우주대스타로 성장하고 싶어 남극에서 왔다. 현재 EBS 연습생 신분으로 EBS 소품실에서 산다. 벌써 구독자가 41만3천 명을 넘어선 대세 중의 대세다.어설프게 보였던 펭수가 스위스에서 배워왔다는 요들송을 기막히게 부르고, 흥겨운 비트박스를 쏟아내니 이런 반전이 없다. 열 살짜리 펭귄이 즐겨 먹는 차는 뜨거운 녹차이고, 비타민과 영양제를 빼먹지 않는다. 아파서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하려고 먹는단다. 좋아하는 소설은 '삼국지', 좋아하는 과자는 '빠다코코넛'이라니 남극의 시간은 한국과 다르게 가는가 싶다.펭수의 매력은 자신만만하면서도 현실적이고 거침 없는 입담에 있다. 스트레스 받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 대신 '응원'을 건넨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꼰대들이나 하는 말이다."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며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도 스스럼 없이 부른다. "갈팡질팡하는 게 고민"이라는 20대 시청자에게 "주변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 눈치 아껴"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MBC에 가선 '최승호 사장님, 밥 한 끼 합시다'라고 제안한다. 그게 펭수 스타일이다.착하면서도 거침없고, 시니컬하면서도 따뜻한 펭수,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당돌한 모습. 다시 딸을 돌아본다. 네가 되고 싶다는 크리에이터가 펭수처럼 '갇힌 틀을 깨는 창조자'라면 무조건 OK다.

2019-11-07 10:27:42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박찬주 역풍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한나라를 개국한 유방을 깡패나 불한당쯤으로 평가했다. 유방과 사마천은 출생년 기준으로 불과 100년의 시간 차이밖에 없으니 사마천의 이런 평가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후세 역사가들의 평가도 사마천과 별반 다름없다. 유방은 소싯적부터 품행이 바르지 못하고 게으르며 일도 없이 허송세월한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저잣거리에서나 볼 법한 형편 없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다.그런 그가 항우를 밀어내고 황제 자리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유방은 전략과 전술에 서툴렀으나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재주가 있었다. 또 그의 주위에는 인재가 많았다. 개고기 장수로 미천한 신분이었으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개국한 번쾌를 위시해 장량과 한신, 소하, 육가 등이 유방의 천하를 열어주었다.그런데 왜 이들은 '불한당' 유방을 도와 대업을 이루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유방은 초나라 병사들이 추격하자 제 자식들을 수레 밖으로 밀쳐내고 달아난 사람이다. 물론 이 같은 단점도 분명 있지만 유방은 주위 사람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이고 인재를 관리하는 능력이 있었다. 말하자면 인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 1호'를 둘러싸고 난리통이다.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빚은 박찬주 예비역 대장을 영입하려다 민심의 역풍을 맞은 때문이다. 그를 "귀한 인재"라며 치켜세웠던 황교안 대표마저 정치적 안목을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다 박 씨의 '사령관이 감 따랴' '삼청교육대'에 이어 '우리공화당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발언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갑질'과 '공정'은 지금 한국 사회의 흐름과 여론의 저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다. '조국 사태'에 이어 '박찬주 역풍'으로 여야가 번갈아가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이런 사회적 화두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엇나간 때문이다.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재를 얻지 못하면 천하를 얻기도 경영하기도 어렵다. 인재를 알아보고 잘 써야 길이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 의지가 무색하게 인재 영입에서부터 헛발질을 해대는 자유한국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2019-11-07 06:30:00

[관풍루] 서울중앙지검, 포항지진 수사한다며 포항지열발전소 운영 기초 정보 제공한 한국지질연구원 뒤늦게 압수수색

○…월성원전 맥스터 포화하면 원전 가동 중단 불가피해 지는데도 정부의 시설 확장 공사는 오리무중. 일부러 안하는 건지, 못해서 안하는 건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인근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7명 사망 실종된 독도 경비대에 구조장비라곤 8인승 고무보트 한 대가 고작. 그야말로 10대 경제대국 소리 듣는 한국 안전의 현주소.○…서울중앙지검, 포항지진 수사한다며 포항지열발전소 운영 기초 정보 제공한 한국지질연구원 뒤늦게 압수수색. 직무유기로 고발당할까 두려워 그러진 않았을 테고.

2019-11-07 06:30:00

황교안(1957~), 원소(?~202).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시사 삼국지] 황교안의 보수통합, 원소의 반동탁연합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정치권에 통합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2020년 4월 15일, 그러니까 5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바른미래당부터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까지 보수 야당은 물론, 최근 바른미래당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 유승민 의원, 그리고 세계를 돌며 마라톤에 탐닉하고 있는 안철수 전 의원에게까지도 향한 메시지였다.◆반문반조연대와 뭐가 다르나?그런데 황교안 대표는 비슷한 얘기를 2개월쯤 전에도 한 바 있다. 조국 정국을 한창 지나고 있던 지난 9월 10일 보수정치권에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연대'(이하 반문반조(반 문재인, 반 조국)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다만 당시 반문반조연대 구성은 흐지부지된 바 있다. 그러니까 반문반조연대는 실은 만들어지지 않은 단어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특히 조국 장관이 예상 밖으로 빨리 사퇴하면서 연대의 동력이 약해졌다. 이어 이번에 황교안 대표가 '긴급'이라는 수식을 붙인 기자회견을 열면서 다시 한번 '보수 빅텐트'를 제안한 것이다. 불과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번엔 제대로 이뤄질까?'그때는 틀린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왠지 맞는 것 같다'는 썰이 가능하다. 불과 두 달 차이지만, 당시엔 총선이 꽤 멀었는데 이젠 꽤 가깝다. 그땐 '조국 찬성 대 조국 반대'라는 강렬한 프레임을 이용해 평범한 보수는 물론 극우와 부동층의 지지까지 그러모을 수 있었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고 만 지금은 그때만큼 선명한 틀은 없으나, 대신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인들의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다.◆황교안발 '보수통합' 격문 향방은?이게 삼국지연의 초반에 결성된 반동탁연합군을 떠올리게 만든다.서량의 군벌이었던 동탁은 후한의 수도 낙양에 입성한 후 정권을 잡고 폭정을 일삼는다. 그러자 1년여 뒤 각지 군벌들이 모여 동탁을 치는 반동탁연합군을 조직했는데, 총대장을 가리키는 맹주가 바로 원소였다.원소는 동탁을 친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거병해 각지 군벌들에게 동탁을 토벌하자는 격문을 보냈다. '선빵'이었다. 황교안 대표도 보수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보수통합을 제안하며 선빵을 날린 셈이다. 원소는 그랬던 덕분에 맹주로 추대돼 명망을 높였다. 황교안 대표 역시 향후 보수통합이 이뤄질 경우 맹주 역할을 노릴만하고, 이게 잘 안 되더라도 적어도 총선에서 국회의원 첫 당선 도전을 할 때 이런저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당장은 최근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등 인재 영입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봉착한 '리더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재차 보수통합을 외칠만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노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이런 것들이 좀 닮았는데, 향후 같을 지 다를 지 예단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황교안 대표가 제안한 보수통합이 총선 즈음까지만 유효할 지, 아니면 하나의 정당 내지는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수 정치권이 뭉치는 결과까지 만들어낼 지이다.우선 반동탁연합군은 결성될 때 해체될 운명도 동반했다. 후한 말기 혼란기가 이어지자 각지에서 실력을 기른 군벌들은 가장 큰 적 동탁을 없애고자 힘을 모았을 뿐이고, 실은 이런저런 갈등 탓에 동탁이 괴멸되기도 전에 재빨리 흩어져 경쟁했다.역사가 반복된다면, 황교안 대표가 주도해 보수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이는 총선용일뿐, 지금처럼 여러 보수 정당이 각개로 활동하는 구도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민국 보수는 과거와 달리 참 꼬여있다. 가장 최근 보수 정권의 수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는 이른바 '탄핵의 강 건너기'에 대한 입장 차이가 핵심이다. 이에 대한 입장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보수통합이 이뤄진다면, 모래성처럼 이합집산한 역사 속 반동탁연합군과 다를 게 없어진다.◆일단 '판' 깔리면 해 볼만하다?그러면서 반동탁연합군에 참가한 군벌들의 목표가 동탁 제거가 아니라 동탁과의 전쟁 자체에 향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그러니까, 사실 역사에선 동탁을 없애고 말고보다는, 반동탁연합군이라는, 기회를 잘만 얻으면 천하도 노릴 수 있는 '판'에 끼는 것 자체가 더 중요했다는 얘기다. 예컨대 유비, 조조, 손견(손권의 아버지)은 반동탁연합군 참가를 계기로 세력을 키워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따라서 유승민과 안철수 등 과거 대선 후보로까지 나섰지만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인물들이 보수통합이라는 판 위에서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 판이 꽤 커지면 요즘 자유한국당에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조차도 솔깃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보수 정치권의 '잠룡' 내지는 '잡룡'들이 모여들어 공천 시즌부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기대효과들 때문에 보수통합은 사상누각이라 하더라도 해 볼만한 시도라는 분석도 가능해진다.물론 황교안 대표의 이번 보수통합 제안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꽤 있다. 앞서 반문반조연대 구성에 실패한 선례가 있다. 만일 이번에 보수 정치권 각지에 보낸 격문이 또 다시 반송된다면, 황교안 대표는 지금보다 더 큰 리더십 위기에 몰릴 수 있다.

2019-11-06 21:06:35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시장님과 친하세요?

프로야구도 끝나고 프로축구도 막바지 몇 게임만 남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아쉽고 허전해지는 계절이다. 이맘때면 체육계는 사실상 동면기에 접어든다. 일부 겨울 스포츠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종목들이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선수 영입과 동계훈련에 나서기 때문이다.그런데 올해만큼은 체육계가 때 아닌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체육회 곳곳에서는 민간체육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대구·경북 체육회를 비롯해 구·군 체육회도 이달 내로 회장선거관리 규정 공고, 회장 입후보자 등록,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선거일 확정·공고 등 주요 일정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그동안 지역체육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취임해 예산 지원과 행정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겸직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당선된 단체장이 체육회장직을 맡아 주요 직책에 선거 캠프 인사를 임명하는 등 체육회를 선거 조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체육계는 각종 선거 때마다 소위 '표밭'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왔다. 대구에만 53개 종목 단체가 있는 데다 생활체육계에 속한 유권자까지 포함, 무시못할 규모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막강한 조직력으로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 심지어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해왔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민간체육회장 선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을 위한 취지에서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인수 결정 및 배정 등을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색 짙은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선거 과열과 불·탈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추대나 경쟁 등 선출 방식을 두고서도 지역체육계가 갈리고 있다.지난 1일 열린 대구시체육회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는 "예산을 따기 위해서는 현 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인사를 회장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시·도체육회장은 한 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으로 수십 개의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지원을 관장하며 시·군 체육회 업무를 조율하는 매우 주요한 자리다. 그럼에도 지역체육 발전을 이끌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보다는 단체장과의 친분이 회장 선출의 중요한 잣대로 평가받는 게 체육계의 현실인 셈이다.민간회장 선거는 태생부터 '딜레마'를 안고 태어났다. 단체장과 코드가 맞는 회장이 당선되면 예산 확보에는 용이하겠지만 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체육의 탈정치와 독립성 확보라는 취지에는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예산 축소 등으로 지역체육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년 체육 관련 예산이 증가해왔고 올 들어 처음으로 200억원을 돌파한 대구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이 같은 딜레마에 빠지는 근본 원인은 체육회 예산의 많은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 탓이다. 체육회가 자치단체로부터 체육 관련 예산과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등 안전 장치가 절실하다. 아울러 확보된 예산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원칙도 만들고 감시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두 달 후면 첫 민간체육회장이 선출된다. 체육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회장 선출이 단체장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지역체육에 대한 이해와 발전 의지에 달려 있음을 체육인 스스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2019-11-06 17:32:44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독립운동가의 편지

"부주(父主) 전상서(前上書)…조국이 해방되었으므로…불구(不久)에 귀국하겠습니다…자식(子息)은 금년 정월 7일에 안공근 씨의 차녀 안금생과 결혼하였습니다. 안은 조선의 의사(義士) 안중근 씨의 질녀이옵니다…이만 그치고 부주의 강일(康日)을 요축(遙祝)하옵나이다. 자식 한재수(韓再洙) 상(上). 중국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한지성이라 하고 있습니다. 11월 5일 중국 중경."올해는 한국 독립을 위해 중국에서 '조선의용대통신'(朝鮮義勇隊通訊·뒷날 '조선의용대'로 개칭)이란 홍보 잡지를 발간한 지 80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인 첫 무장 군사조직인 조선의용대(대장 김원봉)가 1938년 10월 10일 중국 무한에서 조직되자 기관지로 이듬해 1월 15일(추정) 창간돼 1942년 4월까지 나왔으니 3년 넘는 역사인 셈이다.조선의용대의 대적(對敵) 선전공작 목적으로 펴낸 유가 잡지로, 첫해는 매달 1~3회, 1940년에는 모두 8회, 1941~1942년 겨우 두 차례씩 펴냈으니 42회에 걸쳐 발간됐다. 모든 게 힘든 때라 발행 주기와 지면 수(8~32면)도 고르지 못했다.조선의용대가 주로 대적 선전과 정보 수집, 포로 교육과 공작 활동을 벌이다 1942년 한국광복군에 흡수되자 기관지도 1942년 4월 1일 42기로 끝났지만 업적은 빛났다. 특히 대구경북인의 활약은 평가할 만하다. 필진이 그렇다. 창간~종간호까지 등장한 글쓴이 112명이 372편을 썼는데, 경북 성주 출신 한지성(13차례)과 대구 달성 인물인 이정호(12차례)와 그 부친 이두산(8차례)은 주요 필진이었다. 특히 대구공립상업학교 졸업 뒤 망명한 한지성은 중국어판 주편(主編)을 맡았다.112명 필진 가운데 세 번째 많은 글을 쓴 만큼 한지성은 고향에도 숱한 글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 남은 편지는 한 통뿐이다. 귀국 이후와 한국전쟁 당시 북한 활동 행적으로 보관하던 한 상자 분량의 편지와 자료를 없애야만 했던 지난 정부 시절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었다.최근 그가 태어난 고향 조카(한창동) 집에서 본 유일한 편지 한 통을 '조선의용대통신' 발간 80주년에 읽으니 남다르다. 달리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글로나마 남겨 대구경북인이 한지성과 이두산·정호 부자는 물론, 이들이 참여한 잡지를 한 번쯤 되새기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2019-11-06 06:30:00

[관풍루]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수색에서 조사까지 비공개 브리핑 등 '깜깜이'에 유가족 등 거센 비판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수색에서 조사까지 비공개 브리핑 등 '깜깜이'에 유가족 등 거센 비판. 국민 눈 가리고 귀 막아 무엇을 얻으려고.○…'전기요금 한시 할인 제도 폐지하겠다'던 김종갑 한전사장, '일괄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말 바꿔. 인사권 쥔 정부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할 때 알아봤지.○…유승민의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반말과 손가락질 등으로 논란 빚은 강기정 청 수석 해임요구. 청와대 갑질 버릇이 국회까지 도졌다면 책임 묻는 것이 마땅한 일.

2019-11-06 06:30:00

채원영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복마전 대구염색공단, 방관하는 대구시

'복마전'(伏魔殿). 소설 수호지에 등장하는 '복마지전'에서 유래한 말로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란 뜻이다.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근거지란 해석으로 언론 지상에 단골로 등장하는 수식어다.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염색공단)을 보고 있자면 복마전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1980년 조성돼 대구를 먹여 살렸던 섬유업의 핵심 기반으로 기능했던 과거는 퇴색된 지 오래다. 섬유업의 쇠퇴와 더불어 염색공단에는 구성원들의 갈등과 반목, 그로 인한 고소·고발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염색공단중앙로 담벼락에 걸린 빛바랜 현수막이 이를 증명한다. 현수막에는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시뻘건 글씨로 서로를 공격하는 문구를 적어놨다. 경기 침체와 섬유산업의 쇠퇴 속에 염색공단이 앞장서 120여 개 입주업체를 결집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바닥을 치는 섬유 경기를 헤쳐나가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약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염색공단을 취재하며 염색산업단지 종사자들에게 종종 들은 말은 "살기 어렵다"였다. 업체를 꾸려 가기도 바쁜데 염색공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깊은 관심을 두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잡음에 완전히 귀를 닫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 업체 관계자들은 한숨을 푹 쉬며 "염색산단에서 계속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할지 고민된다"는 푸념을 내뱉었다.그도 그럴 것이 그간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해 제기된 '유연탄 채굴비 횡령'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환경설비 부실 논란' 등을 접하고 있노라면 입주업체 입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현타'(현자 타임·현실 자각의 시간)가 오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열심히 일해 내일을 도모하기도 모자란데 관리 주체의 각종 비리 소식을 듣고 있자면 힘이 쭉 빠지는 것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현재 염색공단 입주업체의 대표 중에는 부모로부터 공장을 물려받은 이들도 꽤 된다. 문제는 더 이상 이들의 자녀가 공장 물려받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수익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가 염색산단이 지역 발전, 특히 대구 서구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자면 쉽사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긴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젊은 경영인이 유입되지 않으면 염색산단 유지가 힘들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구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제기된 여러 의혹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바라만 보고 있다. 대구시 섬유패션과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염색공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는 않지만, 양측이 맺은 양도·양수협약상 시는 염색공단의 이사장과 상임 임원 등의 승인권을 가지고 총회의 의결 사항과 산단 현황을 보고받는다.아울러 시는 염색공단 지도·감독을 위한 감사와 개선 명령 등의 조치 권한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어지는 의혹과 고소·고발전에도 몇 차례 사실관계를 조사할 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염색공단의 문제가 견제 장치의 부재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대구시가 최소한의 견제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이대로라면 대구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표 산단이었던 염색산단의 미래는 없다. 대구가 '섬유 도시'라는 이미지가 점점 옅어지는 만큼 염색산단의 미래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염색산단의 재부흥을 위해서는 어찌 됐든 염색공단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염색공단은 더는 복마전이란 단어가 들려오지 않도록 분골쇄신의 자세로 지난 잘못을 털어내고, 대구시는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2019-11-05 16:03:23

조향래 위원

[야고부] 마음은 콩밭에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가수 주병선의 노래 '칠갑산'은 딸을 부잣집 민며느리로 보내는 화전민 과부 아낙네의 애절한 사연을 대변하고 있다. 산중 비탈진 콩밭에 홀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딸아이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콩밭 골마다 이랑마다 그렁그렁 맺혔을 모녀의 눈물이 눈에 선하다. 콩밭과 관련한 우리 속담과 이야기는 다양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일제강점기 '개벽'지에 발표했던 김유정의 소설 '금 따는 콩밭'도 그중의 하나이다. 우직한 농사꾼이 남의 꾐에 빠져 자신의 콩밭에서 금줄을 찾으려다 멀쩡한 밭을 다 헤집어 놓은 채 한 해 농사마저 망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절박한 현실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무모한 탐욕이 파멸의 지름길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표현은 '비둘기는 하늘을 날아도 마음은 콩밭을 못 잊는다'는 속담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먹이를 주워 먹거나 키 작은 식물의 열매를 따먹고 사는 비둘기에게 콩밭은 식량 창고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숲속 나뭇가지에 앉아 있든 하늘을 날든 관심은 온통 밭두렁의 콩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다.과거 농토를 갖지 못했던 가난한 농민의 애틋한 마음을 대변한다는 속설도 있다. 소작을 하거나 품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은 부잣집 논두렁이나 자투리 땅에 콩을 심었는데 추수 때가 되면 마음이 온통 내가 심은 콩밭에 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 속담의 뜻은 좀 더 악의적이다. 지금 하는 일에는 그저 건성이고 정작 이득이 될 만한 다른 것에만 마음이 쏠려 있다는 뜻이다.국민연금 김성주 이사장이 최근 이 속담의 표적이 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기금운용본부에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데도 국회의원 출마 예정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재임 기간 중 행보가 늘 선거를 의식한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국 사태의 와중에서 드러난 당사자를 포함한 주변 정치인들의 행태 또한 다를 게 없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2019-11-05 06:30:00

[관풍루] 문 정부 임기 반환점 도는데 당초 약속했던 지방분권은 '추상적이고 공허했다'며 F학점

○…문 정부 임기 반환점 도는데 당초 약속했던 지방분권은 '추상적이고 공허했다'며 F학점. 경제 외교 안보 모든 것이 그러했거늘 지방 분권이라 예외일 리가.○…조국 사태로 주어진 절호의 기회에도 이렇다 할 지지율 반등 끌어내지 못한 황교안 리더십에 의문부호. '거물'보다 '한 알의 밀알'이 아쉬운 것이 지금 한국당.○…최근 2년간 OECD국가 중 미국 프랑스 등 18개국 잠재성장률 올랐는데 한국은 3.1%에서 2.7%로 급격히 하락. 경제성장률 떨어지자 해외 여건 탓하던 분 머쓱하겠네.

2019-11-05 06:30:00

정인열 위원

[세풍] 금주령에도 술 마신 까닭은

조선시대 대구 사람인 서거정은 1486년 67세 삶의 완숙기에 조정 안팎 이야기 등을 모아 엮은 수필집 같은 '필원잡기'(筆苑雜記)에서 나라의 금주령에 얽힌 흥미로운 글을 남겼다. 지금의 감찰 업무와 언론 역할을 했던 대간(臺諫·사헌부와 사간원)의 관원 즉 대관(臺官)이 이를 어기고 예사로 술을 마셔도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간 사례로, 오늘날에도 회자된다."정절공(정갑손·1396~1451)이 대사헌이 되자…조정 기강을 크게 떨쳤다…금주령이 있을 적에는 대관들은 법을 철저히 지켜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간원(諫院)에서는 술 마시기를 예사로 하였다. 하루는 간관(諫官)이 술을 잔에 가득히 부어 가지고 장난으로 장막 틈으로 대장(臺長·사헌부 장령과 지평)에게 보이니, 대장도 장난삼아 소매로 뿌리쳤는데 술잔이 장막 틈으로 떨어져 대사헌 정절공 책상 앞에 굴러갔다. 여러 대장들은 두려워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대리(臺吏)들도 서로 바라만 볼 뿐 감히 그 술잔을 치우지 못하여 이 술잔이 종일 대사헌 앞에 있었다…정절공이 이르기를 '굴러 나온 틈으로 던져주라' 하니 자리에 있는 사람이 모두 그 아량에 탄복하였다…."이 일화는 아래 위 눈치 보지 않고 맡은 바 할 일과 할 말을 하는 언론(대간)의 역할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되곤 한다. 조선은 금주령 위반자에게 최고 사형도 내리며 엄히 다스렸다. 이런 엄한 금주령도 대간에게만 너그러웠다. 이는 늘 목숨을 사선(死線)에 내놓고 왕과 고관에게 서슴없이 제 할 일과 할 말을 하는 이들을 배려했음을 드러낸 사례가 됨직하다. 조선은 그랬다.사정이 이러니 이들 존재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연산군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가 왕의 견제를 위해 만든 사간원을 폐지해 언관(言官)의 입을 없앴다. 자신의 잘못을 직언하고 달려드는 신하가 거슬렸을 터이다. 언관의 입을 막고 멋대로 정치를 한 독재로 그는 결국 왕의 자리를 잃었고 죽어서도 왕(王)이 되지 못하고 군(君)에 그친 재앙을 자초한 셈이다.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언로(言路)를 막으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9일로 문 정부 출범 절반을 넘어서지만 언론 정책은 뒷걸음질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그렇다. 이는 기소(공소) 전 형사사건의 혐의 사실과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 공소 제기 뒤에도 제한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오보 기자의 법무부 출입도 제한케 했다. 한마디로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정부 입맛대로 할 모양이다.12월부터 시행될 법무부 조치는 반정(反正)으로 연산군이 폐위되고 곧바로 사간원이 복구된 사례처럼 아마도 성공보다 실패한, 민주주의 자유 언론의 흐름을 거스르는 문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언로를 막는다고 될 일도 있겠지만, 알지 못하게 국민의 눈을 가린다고 해도 저절로 알게 되는 수도 또한 있게 마련이다. 진실은 그런 것이고, 하물며 지금은 조선의 왕조와도 다른 때임에랴.무엇보다도 정부가 법의 잣대로 숨기려는 진실을 파헤쳐 언로를 트는 일에 정열과 시간과 땀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금주령을 어기고 술은 마셨지만 할 일과 할 말을 했던 옛 그들처럼 말이다. 게다가 우리 언론은 자유당 시절 대낮 괴한들의 신문사 윤전기 파괴 사건과 1970, 80년대 군사정권 아래의 프레스카드제·기자실 통폐합, 언론사 통폐합 같은 언론 통제의 암흑도 헤쳐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진실을 갈구하는 언론에게 이번 법무부 조치는 자칫 옛 금주령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2019-11-04 20:47:35

이강래(1953~), 미방(생몰년 미상).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시사 삼국지] 文의 이강래, 유비의 'X맨' 미방

삼국지에서 잘 나가던 유비의 발목을 잡은 인물이 있다. 바로 미방이다.유비의 방랑 시절부터 따르며 동고동락해 훗날 유비가 세우는 촉나라의 개국공신이 '될 뻔한' 인물이다.유비는 적벽대전 승리를 발판 삼아 요충지 형주를 차지했다. 이를 기반으로 서쪽 익주까지 점령했다. 익주에 머물게 된 유비는 형주는 의형제 관우를 동독형주사로 임명해 맡겼는데, 미방을 관우 바로 아래 남군태수에 임명했다. 남군은 형주의 중심에 위치한데다 장강이 흐르는 교통의 요지였다.그런데 형주는 북쪽으로는 조조의 위나라, 동쪽으로는 손권의 오나라와 접한 지역이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 나가서 싸우는 역할은 관우가, 남아서 수비를 하며 지원하는 역할은 미방이 맡았다.그랬던 미방은 오나라와 내통하다 투항하고 만다. 앞서 군수물자를 실수로 불태운 일이 있었고, 이 때문에 관우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으며, 그 밖의 어떤 이유가 있었건 어쨌건, 미방의 항복은 관우를 죽게 만들었고 형주는 손권에게 넘어갔으며 유비의 천하삼분지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만일 미방이 남군태수로 임명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형주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유비 사후 제갈량의 북벌은 실제 역사보다 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진행됐을 것이다.아니, 어쩌면 유비가 죽기 전에 대업을 이루는 성과를 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미방의 항복 때문에 관우가 죽지 않았다면, 관우의 복수를 한다며 유비가 성급히 오나라에 쳐들어갔다가 패배한 이릉대전이 발생치도 않아 유비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지 않았을 수 있고, 유비의 오나라 정벌 때 준비를 너무 과하게 시키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부하들로부터 칼을 맞은 장비의 '개죽음' 역시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니까, 유비·관우·장비 모두 살아서 익주와 형주라는 만만찮은 근거지를 기반으로 천하를 뒤흔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미방이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유비가 미방을 형주의 요직에 앉힌 것은, 향후 읍참마속의 주인공이 되는 마속을 제갈량이 기용한 것보다 어쩌면 더 큰 인사 실패였다.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요즘 언론에서 '핫'하다.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대량해고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최근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강래 게이트'라는 용어도 나왔을 정도이다.물론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대량해고 논란은 법원 판결 및 그 적용 등의 사항이 아직 남아있고,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최근 제기된 것이라 사실 확인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어쨌든 이강래 사장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여기에 따라붙는 게 바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라는 점이 중요하다. 가령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대량해고 논란은 장기간 지속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고착시키고 있다.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강래 사장 본인을 넘어 총선을 곧 앞둔 정부 및 여권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강래 사장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및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과 인연을 맺어 당 원내대표도 지냈다. 이어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는데,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의 대표격이 됐다.문제는 이강래 사장이 임명된 후부터 한국도로공사가 여느 때와 달리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저 출신 성분 3가지를 가리키는 조어일 뿐인 캠코더가 꽤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게 된 데 상당한 지분을 이강래 사장이 보유하게 됐다는 평가다. 즉, '조국 정국' 전부터 이강래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는 얘기이고, 조국 장관의 사퇴 직후이자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나온 최근에는 그 존재감(?)이 다소 커진 모습이다.유비를 도와 삼국지의 영웅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미방은 정작 마지막에 가서는 유비가 저승에서 만나면 원수라며 염라대왕에게 부탁해 찢어 한 번 더 죽일만한 'X맨'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이강래 사장 역시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앞길을 방해하는 신세가 된 것은 아닌지.꼭 적에게 돌아서는 것만 배신은 아니다. 이런 '팀킬'도 일종의 배신이 아닐까.

2019-11-04 08:34:14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국가 실패'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에 '실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정책 실패, 정부 실패를 넘어 '국가 실패'라는 따가운 비판마저 쏟아진다. '국정 농단'은 '적폐 청산'으로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가 실패는 나라의 근간(根幹)을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국가 실패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로 가는 것을 일컫는다. 문 대통령이 어쩌다 2년 반 만에 국가 실패란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국가 실패로 간주하는 이유들이 많겠지만 두 가지를 꼽고 싶다. 국민 통합을 무너뜨린 것과 포용을 망가뜨린 것이다.'아사비야'(asabiya)라는 게 있다. 14세기 아랍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븐 할둔이 저서 '무깟디마'(역사서설)에서 정립한 개념이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 협력하는 능력을 지칭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 통합이라 할 수 있다.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개인적 이익을 제쳐두고 공동의 선을 위해 결속하고 연대하는 역량인 아사비야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국민 통합은커녕 좌파와 우파가 사실상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다.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그를 비호하면서 아사비야를 시궁창에 던져 버렸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특정 진영 수장을 자처한 대통령 탓에 국론은 분열됐고 국민은 둘로 갈라졌다. 국민 통합 실패는 국가 실패로 귀착되기 마련이다.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번영을 다지는 열쇠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을 앞세웠지만 실제 언행은 정반대였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기업 옥죄기 등 경제정책은 포용과 거리가 멀었다. 오만·독선적인 인사와 국정 운영, 공수처 설치 강행 등 정치에서도 포용과는 동떨어졌다.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 대통령 자리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전반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면 국가 실패는 확정될 수밖에 없다. 놓쳐 버린 국민 통합과 포용을 되찾아야만 문 대통령은 국가 실패로 가는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다.

2019-11-04 06:30:00

[관풍루] 권영진 시장, 적자 이유로 철수한 항공사 두고 "의리없는 기업과 상종 말라" 정례조회때 강조

○…권영진 시장, 적자 이유로 철수한 항공사 두고 "의리없는 기업과 상종 말라" 정례조회때 강조. 화장실 급할때는 난리치고 나오면 나몰라라 하는 기업에 대한 경고.○…KBS, 독도경비대의 헬기사고 영상 제공 요청에도 촬영 사실 숨기고 특종 보도해 논란. 입으로는 공영방송, 하는 짓은 황색언론이니 TV수신료가 아깝네.○…대기오염 심각한 OECD 100개 도시 중 한국의 도시가 무려 44개로 거의 절반. 특단의 미세먼지 대책 없이 이대로 간다면 100개 도시 독차지도 시간문제.

2019-11-04 06:30:00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매일칼럼] 박정희 추도식 초헌관(初獻官), 장세용 시장

장세용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첫 잔을 올렸다. 장 시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는 추도식에 참석조차 않았다.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 시장의 바뀐 모습이다.장 시장은 추도식에서 "올해는 구미공단 50주년이다. 공단 역사 등을 볼 때,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수의 상징 같은 느낌으로만 봐선 안 된다. 실용주의적, 혁신가적인 면도 있었다 본다"고 했다.또 "지난 50년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온 구미의 오늘은 고인의 선구자적 결단, 구미와 상생해 온 기업들, 노동자들의 헌신 및 시민들의 봉사·노력의 결과"라며 "이는 국가 발전을 최우선에 둔 국가주의적 실용주의자이자 국토 개발과 산업화를 이끌며 세상을 끊임없이 바꿔나간 혁신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향에 베푼 큰 선물이었다"고 덧붙였다.고심과 성찰이 벼린 말이다. 의미는 복합적이다.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업적을 치켜세웠다. 또 기업의 노력, 노동자·시민의 피와 땀을 빼놓지 않았다. 산업화에 대한 장세용식 정의다.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굳은 의지가 읽힌다.장 시장은 취임 후 민감한 언행으로 보수층의 반발을 자주 샀다. 이는 보수-진보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구미시 새마을과 폐지 및 새마을테마공원 명칭 변경 추진, 그리고 구미공단 50주년 행사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빠진 홍보 영상 상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많은 구미시민과 보수층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애착이 깊다. 장 시장은 이를 가볍게 여긴 것 같다. 물론 민주화운동을 한 역사학자로서의 소신이 있을 것이고,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구미시장이며,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도 구미시민이다.5년 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는 깜짝 놀랄 공약을 내놨다.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겠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산업화의 교육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를 통해 지역주의를 깨는 역할도 염두에 뒀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 공약 때문에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가 호된 후폭풍을 무릅쓰고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외친 이유는 뭘까? 당시 김 후보는 매일신문·대구평화방송 주최 '대구시장 여야 유력 후보 토론회'에서 "저는 맞아 죽을 각오로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화해 같은 역사적인 과제를 풀어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정치인은 유연하고,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이런 조언을 자주 했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 훌륭하게 성공하려면 서생(書生)의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의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 서생의 문제의식은 원칙과 철학을 강조한 것이며, 상인의 현실감각은 타협을 해서라도 일이 되게 하라는 의미다.장세용 시장은 대구경북의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단체장이다. 그 이유만으로도 외롭고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집권여당 시장으로서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지층만의 '반쪽 시장'이 돼서는 안 된다. 구미와 구미시민 모두의 시장이어야 한다. 초헌관(初獻官)의 마음으로 구미 경제의 영광을 되찾는데 힘써주길 바란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2019-11-03 14:31:36

이진숙(1961~), 황호(생몰년 미상).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시사 삼국지] 김재철의 이진숙, 유선의 황호

유비의 아들이자 촉나라의 마지막 군주 유선과 신하 황호는 삼국지연의에서 세트로 언급된다. 유선은 촉나라를 망하게 만든 암군이고, 황호는 지근거리에서 유선의 입 역할을 한 환관이다.유선의 총애를 받아 점차 권력이 커진 황호는 마음에 안 드는 인물들을 좌천시켰다. 훗날 삼국지정사를 쓴 진수와 촉나라의 마지막 명장이었던 나헌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황호에게 붙은 이들도 많았다. 이는 촉나라의 망조 가운데 하나였다.황호는 위나라가 촉나라에 쳐들어오기 전 무당으로부터 '위는 촉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괘를 받아 유선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반대로 제갈량의 후계자 강유는 위나라 침공 첩보를 바탕으로 유선에게 방비책을 건넸는데, 이를 황호가 묵살시켜버렸다. 앞서 황호는 강유를 촉나라 대장군 자리에서 쫓아내고 자기 사람 염우를 앉히려 했는데 이게 흐지부지된 바 있다. 결국 촉나라는 위나라에게 멸망당한다.이후 황호는 어찌 됐을까? 그는 유선에게만은 충신이었다. 유선을 모시고 위나라에 항복했다. 그 다음 촉나라를 점령한 위나라의 등애에게 죽임을 당할뻔 했지만, 등애의 측근들에게 많은 뇌물을 줘 풀려났다고 한다.이게 삼국지정사의 얘기이고, 현실에서 권선징악이 구현되지 못한 게 못마땅했던지 소설인 삼국지연의에서는 사마소(사마의의 아들, 당시 위나라의 권력자)에게 사지가 찢겨 죽은 것으로 나온다.황호는 제갈량, 장완, 비의, 동윤 등 촉나라의 명재상들이 살아있었을 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저들이 차례로 죽자 유선과 콤비가 돼 촉나라를 '해먹었다'.이때의 촉나라를 보면 과거의 MBC가 떠오른다.정확히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 시기의 MBC이다. 특히 도드라진 시기가 2010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3년 동안의 김재철 사장 때이다.김재철 전 MBC 사장이 MBC의 망조를 만든 책임은 논란의 여지 없이 현재 법의 심판 대상에 있다. 재판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혐의까지는 밝혀진 상황이다. 김재철 전 사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함께 'MBC 장악' 실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있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다.두 사람은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을 받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막은 혐의, 또 2011년 MBC 'PD수첩'의 PD들을 제작에 관여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조치하는 등 방송 제작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두 사람에 대한 재판은 아직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은 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그런데 김재철 전 사장과 세트로 언급되는 인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다. 김재철 사장 시기에 MBC 홍보국장, 대변인, 기획조정본부장 등을 맡았다. 맡은 직함 및 당시 일으킨 논란들을 살펴보면, 김재철 사장의 입이었다. 유선의 입 황호를 떠올리게 만든다.이진숙 전 사장은 최근 자유한국당에 영입돼 주목 받고 있다. 그러면서 김재철 사장 시기의 행적 및 그에 대한 평가가 여러 언론 보도에서 재차 다뤄지고 있다.지난 11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진숙 전 사장에게 "왜 갑자기 MB 시절, 낙하산 김재철 사장 시절에 홍보국장으로 가서 사측 편에 서고 김재철 사장을 그렇게도 지키고 후배들은 탄압했는가, 유배 보냈는가. 왜 노조를 못살게 했는가"라는 MBC 구성원들의 질문이 전달됐다. 이에 대해 이진숙 전 사장은 "편을 갈라서 하는 질문"이라고 지적하며 "그런 정치를 가장 바꾸고 싶다"고 화제를 돌렸다. 이어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 어떤 코멘트를 하면 또 거기에 대해 뭔가 반응이 나오고. 그러면 결국 싸움을 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이어진 해명 요구에 이진숙 전 사장은 "해명할 문제가 아니라 회사 일을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하루 앞서 지난 10월 31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에서도 이진숙 전 사장은 비슷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취재진이 그가 김재철 다음 김장겸 사장 시절 보도본부장을 맡았을 때의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은폐 및 축소 책임, 이후 세월호 특조위 출석 요구 불응 및 임의동행명령 거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오늘 자리는 그런 쪽 이슈가 부각되는 게 맞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이어 MBC 재직 당시 노조 탄압 논란에 대해서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논란이란 서 있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과거에 대해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상식이 더 살아 있는 사회가 될 지 고민도 많이 듣고, 어떻게 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더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이런 달변(?)은 앞서 김재철 사장 시절에도 구사된 바 있어 익숙하다.아울러 황호와 닮은 점은 주변 동료들을 내쫓은 것이다. 이진숙 전 사장은 최근 암으로 투병하다 사망한 이용마 기자와 최승호 PD(현 MBC 사장)를 비롯한 동료들의 김재철 사장 시절 해고에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대전MBC 사장 시절에도 일부 '껄끄러운' 기자들을 편성, 사업 등 비취재 부서로 보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나라가 망하자 위나라(또는 위나라가 망한 다음 진나라)에 안착한(연의가 아닌 정사 기준) 유선·황호와 닮은 모습도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지난 여름 김재철 전 사장이 언론특보로 임명됐고, 가을에는 이진숙 전 사장이 내년 총선용으로 영입됐다.지금까지야 촉나라의 유선과 황호처럼 MBC의 망조를 만든 콤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다만 촉나라와 달리 MBC는 망하진 않았다),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는 사람이란 때론 용케도 변하기도 하는 것이고, 그래서 두 사람이 향후 자유한국당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 최근 언론에 했던 말대로 '어떻게 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 줄' 일이다.

2019-11-02 11:46:52

이춘수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야, 너 문재인이냐"

중‧고생들 사이에 떠도는 유행어 한 토막. "야, 너 문재인이냐."중‧고생들은 소통이 다소 부족하거나 이른바 왕따인 동료 학생들에게 "니, 문재인이냐"고 쏘아붙인다. 덧붙여 "A4용지에 적어 주랴"며 문재인 대통령을 빗댄 조롱을 날린다.조국 사태와 몰상식한 좌파들의 망나니 같은 행태를 본 미래 주역인 중‧고생들에게조차 대통령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정치 풍향에는 관심이 적을 것 같은 중‧고생들이 들고일어날 만큼 현 시국은 비정상이다."학생들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며 좌파 교사들의 편향된 의식 주입 교육을 고발할 만큼 '건국 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때묻지 않은 중‧고생들의 눈에도 조국 사태로 초래된 현 상황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문재인 정부와 좌파들은 기본적인 법률과 질서조차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개혁 대상으로 옭아맨다. 대검찰청이나 법원, 국회 앞을 가리지 않고 홍위병을 동원하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면서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문 정부의 국정은 정치 성향이 강한 카페, 팟캐스트, 민노총과 전교조, 문 정부에 부역하는 가짜 지식인 등 '친문 네트워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문 정부에겐 이들만이 국민이요, 여론이다.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친문 좌파 중심의 권력층은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대는 공권력과 사법 권력에 대한 사유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국 집안 수사에서 응당 발부되어야 할 휴대폰과 계좌 압수수색이 어쩐 일인지 계속 거부되고 있다. 인적 물갈이를 통한 좌파 사법 권력 장악이 시스템적 효과를 발하고 있는 셈이다.청와대와 집권 여당, 문재인 정권 나팔수들이 조국 집안 검찰 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법원마저 여기에 장단 맞추는 것을 보면 조국 사태에 대응하는 범여권의 컨트롤타워가 전방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치주의가 가동되지 않고 '네 편, 내 편' 따로 공권력과 사법 권력이 적용된다면 건달‧조폭 집단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이쯤 되면 문 정부는 '건달‧조폭 정부'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문 정권이 거슬리는 언론을 통제하거나 어용 언론을 동원하여 국민들이 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 역시 건달 집단과 닮았다. 또 운동권 정실 관계로 연결된 패거리들이 사회 각 분야의 권력을 장악하고 예산 등 국가의 제반 가치를 사익 극대화에 동원하고 있다. 태양광 복마전이 대표적이다.국민들은 먹고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문 정부와 좌파그룹은 광장의 독점, 여론 조작, 이견에 대한 무관용, 그리고 일부 부패 기업들과의 유착을 통해 자기들만이 배를 불리고 있다.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상식이 깨지고, 양식이 무너지는데 분노하고 있다. 문 정권 지지자 사이에서도 "왜 조국이냐, 인재가 조국밖에 없냐?" "조국은 이미 무능을 드러낸 것 아니냐? 조국과 검찰 개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대다수 국민들은 조국을 임명까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문 정부는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장기 집권과 남북관계,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와 관련된 거대한 그림 속의 도구로 조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정 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거짓과 기만으로 일순간 국민들을 호도할 수는 있어도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상식과 양심, 진실과 공정의 아노미(Anomie) 상태를 빨리 끝내야 한다. 상식, 정의, 진실로의 복귀만이 현 집권 세력의 불행을 막는 길이다.

2019-11-01 23:11:42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모터사이클 불가론

지난 47년간 아홉 차례나 헌법소원을 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일부 '평등권 침해'라는 소수의견에도 헌법재판관 대다수가 안전 문제와 공공 복리를 이유로 '합헌' 결정을 유지 중이다.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한 도로교통법 63조에 대한 이야기다.OECD 국가 중 속칭 '오토바이'로 불리는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몇몇 나라만 빼고 50㏄ 이상이나 125㏄, 350㏄ 이상의 조건에 맞으면 대부분 통행을 허용한다. 우리도 1968년 12월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 250㏄ 이상 오토바이는 고속도로를 달렸다.하지만 1972년 6월부터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이 전면 금지됐다. 이후 1985년부터 6년 반 정도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은 허용됐으나 사고가 급증하자 1992년 이마저도 금지했다. 만약 이를 어기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처분이 뒤따른다.국내 이륜차 등록 대수는 약 220만 대에 이른다. 이 중 85%는 출퇴근이나 업무용, 배달용 소형 이륜차다. 특히 배달용으로 주로 쓰이는 스쿠터나 퀵서비스용 바이크는 공적(公敵)이 된 지 오래다. 갈수록 그 난폭도가 더해 간다. 상당수 바이크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마저 무시하고 도로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도 마구 내달리고 인도까지 점령해 시민들이 치를 떨 정도다. 비싼 보험료 탓에 전체의 43.5%만 보험에 들어 있다.그제부터 대구경찰청이 이륜차 불법운행 합동단속을 시작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30% 줄이기 캠페인으로 11월까지 신호위반과 난폭운전, 불법개조 등을 집중 단속한다. 하지만 단속의 실효성은 늘 의문이다. 단속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도로는 무법천지로 변하기 일쑤다. 이처럼 오토바이의 위험한 활극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매너 있는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의 고속도로 진출도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교통법규를 밥 먹듯 위반하고 '난폭 오토바이'가 계속 날뛰는 한 국민감정이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9-11-01 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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