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노인성 질환 시리즈①-골반저질환

나이 들면 흔한 밑 빠짐? 방치한다면 일상이 흔들
임신, 출산 겪은 여성 근육과 인대 약해져
직장·자궁 등 장기가 몸 밖으로 나오기도
50세 이상 중년 여성 10명 중 3명이 경험
초기 발견 땐 식이요법 등으로 해결 가능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나이가 들면서 인간은 다양한 노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관절이 닳으면서 활동 범위가 좁아지기도 하고, 강하게 조이고 있어야 할 여러가지 근육들의 힘이 약해지면서 느슨하게 풀어지는 등 갖가지 문제들이 몸에서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을 '늙으면 다 그래'라고 방치했다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골반저질환이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다양한 몸의 변화를 겪게 되고, 그 중 일부는 몸에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겨놓기도 한다. 아이를 낳은 뒤 골반 내 장기를 받치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질 수 밖에 없게 되는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그 힘이 더욱 약해져 직장·자궁·질 등의 장기가 원래의 위치보다 아래로 처지다못해 아예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드러내놓고 말하기조차 힘든 부위다보니 흔히 '밑이 빠진다'고 표현하는 골반 아래쪽 질환을 앓으면서도 혼자서만 끙끙 앓는 중년 이후의 여성도 부지기수다.

국내 최초로 골반저클리닉 협진진료팀을 구성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있는 구자일 구병원장은 "딸이나 친구에게조차 말 못하고 고민하다 신문을 보고 홀로 찾아오는 할머니들이 꽤 많다"면서 "병은 부끄러운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0세 이상 30%가량이 경험할만큼 흔한 병

골반저 질환은 50세 이상 여성 10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병이다. 이들 중 12% 정도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일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증상 부위와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질 부분에 덩어리가 만져진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봐도 시원하지 않다 ▷배변이 어렵고 배변 후에도 개운하지 않고 불쾌감이 든다 ▷손가락으로 질 후벽을 눌러야 대변이 나온다 ▷웃거나 재채기할 때 또는 운동 중에 소변이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래쪽 허리가 아프고, 골반 통증이 느껴진다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면 골반저 질환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골반저 질환의 치료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골반 내 장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하나의 장기나 신경조직, 근육 등이 손상되면 다른 장기의 신경, 근육 조직까지 악영향을 끼칠수 있기 때문이다. 증세를 오래 방치할수록 장기 하나뿐 아니라 여러 장기가 복합적으로 탈출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배변할 때 항문으로 직장이 들락날락하거나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경우에는 조직이 괴사하는 경우도 있다.

골반저질환 중에서도 직장류와 탈직장, 자궁탈은 비만이거나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직장류는 직장과 질 벽 사이가 약해져 직장 벽의 일부분이 질쪽으로 밀고 들어가 항아리처럼 주머니가 만들어진다. 이곳에 변이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굳어져 변비가 된다. 손으로 항문 주위를 눌러 짜야 겨우 변 배출이 가능하다. 고령으로 인해서 항문 주위의 근육이 극도로 느슨해져서 직장 일부가 항문 밖으로 나오는 상태가 탈직장이다.

비슷한 현상으로 자궁탈은 자궁이 질을 통해 빠져나오는 것으로 고령에 의한 회음부 지지조직의 취약화, 불량한 배변습관이 원인으로 꼽힌다.

◆말 못할 고민 해결하면 삶의 질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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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항문 전문병원인 구병원이 골반저 질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말못한 고민을 가진 환자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점이었다. 구 병원장은 "처음 골반저 질환 치료를 시작했을 때 연간 환자수가 고작 몇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연간 100여 명에 달하는 환자들의 수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반저 질환은 단순히 부인과나 비뇨기과뿐 아니라 해부학·생리학적으로 접근이 어렵고, 대장항문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영상의학과 등이 협진을 해야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초기의 경우에는 식이요법과 배변 완화제, 바이오피드백치료 등을 통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탈직장과 자궁탈은 배에 힘주는 것을 막거나 완하제, 관장 등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가 완전히 빠져나오면 수술이 필요하다.

구 병원장은 "장기가 밖으로 돌출돼 환자가 느끼는 불편과 통증이 심할 경우 외과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복강경 전방직장고정술과 경항문 직장절제술 등 직장류와 자궁 탈출 치료 수술을 개발해 고통은 줄이고 회복은 빠르게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했다.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역동적 골반 자기공명영상(MRI)'을 개발한 것도 구병원이다. '역동적 골반 MRI'는 골반의 장기와 근육, 인대 등을 상세히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MRI 검사 시 배변 기능과 장기의 움직임 등을 동영상처럼 실시간, 역동적으로 볼 수 있다.

수술은 복강경이 주로 사용된다. 복강경을 통해 인공장막을 척추 천골에 고정시켜 골반저근육을 대신하는 '인공장막 고정술'을 실시함으로써 처진 직장이나 자궁을 항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구자일 구병원 병원장 구자일 구병원 병원장

구 병원장은 "빠지는 장기의 위치나 정도, 환자의 연령, 전신 건강 상태에 따라 시행가능한 복강경 수술법은 다양하다"면서 "수술 치료를 통해 골반 내 장기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실금이나 변실금 같은 동반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음으로 말 못하는 고민으로 고생하지 않는지 부모님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살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골반저 질환이 발생하기 전 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배변 시간을 5분 내외로 짧게 하고, 좌욕으로 항문 부위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올바른 배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채소나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구자일 구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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