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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김대영의 새論새評] 북미회담과 '책임윤리'

남북미 3자 종전 선언에 집착하면文대통령 협상력 약화시킬 수 있어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떠맡겨질 듯책임윤리 입각 구체 협상 준비해야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과정에서 정치인의 '책임윤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막스 베버(Max Weber)에 따르면 정치인에게 필요한 윤리는 사상이나 가치관에 따른 도덕윤리가 아니라 결과를 내놓는 '책임윤리'인데, 북미 정상에게는 선한 의지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결과를 획득하기 위한 집요한 노력이 돋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사건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디테일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회담 자체의 무산을 우려할 정도로 벌어져 있는 북미 간 상황 인식의 간극을 넘어 협상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3개국에서 동시 협상이라는 특별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까지 미국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협상이 진행되었다. 뉴욕과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의 열렸고, 판문점에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의제와 관련해 협상했고, 동시에 싱가포르에서는 북한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미국의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경호와 의전 문제를 협의했다. 이로써 3개국에서 동시에 사전 협상을 진행하는 진기한 일이 벌어졌는데 이것이 회담에 크게 기여했다. 사전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정상회담의 방식과 일정도 구체화하였고 그 내용에도 진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야당 민주당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 이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함으로써 미국의 협상력을 강화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빠른 속도로 북한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도 자국의 기술과 재원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남북미 3자 종전 선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미 판문점 선언을 공표한 마당에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 선언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금은 평화협정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협상 대책을 강구할 때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협상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에는 우리에게 북미 회담을 방해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었기 때문에 대북 협상이 수월했던 반면에 북미 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는 표변할 것이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주변국과의 협조 없이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미국과의 협상은 더 어려울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듯이 우리에게는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 떠맡겨질 것이다. 과거 북미 간에 체결된 제네바 협정이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한 일차적 원인도 비용 문제에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비용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을 끌어들여 4자 종전 선언을 하고 비용도 분담하는 방안이 나쁘지 않다.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는 러시아와 일본을 참여시키는 대책도 나올 것이다. 협상의 과정은 어렵겠지만 예상치 못한 성과도 나올 수 있다. 과거 고려 성종 때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30만 대군을 이끌고 침공했을 때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협상을 통해 화친을 맺고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 장군을 본받아야만 한다. 국민들이 평화무드 속에서 행복해 할 때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면 '책임윤리'에 입각해 구체적인 협상 준비를 해야겠다.

2018-06-06 13:53:57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새평]북한 'CVID'에 동의하라

1994년 北 사기극 이번엔 안 통해 트럼프 또 김정은 테스트할 수도 비핵화 로드맵 나와야 회담 성사 남은 12일 金의 이성적 판단 기대 지난주 전 지구인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북한의 막말, 정상회담 못 한다, 꼬리 내린 북한, 할 수도 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인류지대사(人類之大事)를 놓고 장난치는 자들 때문에 전 지구가 몇 번씩 놀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북한과 미국은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가졌고,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6월 12일 추진된단다. 북한 핵문제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까? 미안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리지는 말자. 북미 정상회담은 절대 쉽지 않다.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고, 체제 보장을 받고, 한미일 3국의 거대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게 북한의 시나리오였다. 북한 김일성 3대는, 핵만 개발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밥도 빵도, 의료도 복지도 모두 해결된다고 20년 동안 주민들에게 거짓말해 왔다. 이제 핵은 완성됐으니 북한 땅에는 젖과 꿀이 흘러야 한다. 그렇게는 잘 안 될 것이다. 북한의 원죄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어수룩해서 지난 1994년 북한에 속았다. 이 과정을 태영호 전 공사는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북한의 시간 끌기 기만극'이라고 단정했다. 북한은 애초에 합의를 지킬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핵을 놓을 생각이 없다. 내놓는 척 실리만 챙길 작정이다. 역으로, 만일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한다고 치자. 무력해진 북한이 떼쓴다고 들어줄 바보 천치가 있을까? 미국 사람들도 두 번은 안 속는다고 다짐 또 다짐한다. 살라미 전술이니 단계적 해법이니 북한의 기만전술은 이번엔 안 통할 것이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와 인터뷰한 미국 내 전문가 30명도 한 명 예외 없이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미국은 1994년 당한 만큼, 아니 더 철저히 북한의 말과 행동을 검증할 것이다. 북한의 핵탄두를 모두 미국으로 옮겨 놓는 리비아식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할 것이다.일각에서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는 자체로 성공이라고 주장한다. 천만에. 두 정상이 마주 앉은 자체가 성공일 수 없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먼저 동의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체제 보장이고 경제 지원이고, CVID 이후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손자(孫子)는 말했다.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안보는 나라의 중대사다. 백성의 삶과 죽음을 나누는 마당이며, 나라 존망의 갈림길이니, 신중하게 살펴야만 한다.' 20년 전에는 북한의 장난에 미국이 속았다. 이번에는 미국의 장난에 북한이 속았다. 장사꾼 트럼프는 앞으로도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김정은을 테스트할 것이다. 트럼프는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되기 전에는 회담장에 들어서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결정적인 카드를 하나 잃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미국과의 군사적 완충지대로 북한의 존재를 중시하는 중국은 계속 틈새를 노릴 것이다. 북미 대화가 타결될 경우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일본도 자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북한은 미완의 핵으로 50억달러짜리 경수로를 지원받았고, 당시 일본이 30억달러 이상 부담했다. 북한은 이번엔 그 20배쯤인 1천억달러쯤 부르지 않을까? 앞으로 꼭 12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김정은의 이성적 판단을 기다린다.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2018-05-31 05:00:00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민주주의다

아테네 군비 확대 다수결로 부결 마케도니아 침공 손 못 쓰고 항복 獨, 히틀러 나치당 사상 자유 관용 대중 선동으로 민주주의 전복돼 세계 정치사를 보면 민주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를 잘 실천한 탓에 와해된 사례를 적잖이 발견하게 된다.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민주주의를 실천했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아테네가 쇠퇴기에 접어든 기원전 300년대 중반 아테네 북방의 후진국 마케도니아가 군사 강국으로 부상했다. 아테네의 정치가 데모스테네스는 마케도니아가 머지않아 아테네를 침공할 것이므로 그에 맞서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며, 과다 비축된 복지 기금을 군사력 강화에 전용할 것을 제안했다. 평화와 복지를 선호하던 아테네 시민들은 민회에서 다수결로 데모스테네스의 제안을 부결시켰다. 아테네는 군사비가 부족하여 군사력을 제대로 강화하지 못했다. 아테네 시민들이 군사비로 전용되는 것을 반대하며 지켜낸 복지 기금 속에는 시민들의 연극 관람 지원금도 있었다. 기원전 338년 마케도니아가 아테네를 침공했을 때, 아테네는 전투다운 전투 한 번 못 해보고 항복했다. #2 1930년대 중반 나치 독일이 군사력을 강화하며 주변 국가들에 대한 침공 의지를 나타내고 있을 때 인접한 민주국가 네덜란드에서는 나치 독일에 대한 대응 방법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었다. 한쪽은 군비를 증강하고 민주국가들과 동맹을 체결하여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다른 쪽은 무력으로는 평화를 실현할 수 없으므로 군비를 증강하는 대신 국제평화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동맹 체결 대신 중립을 선언하여 독일의 침공을 피하자고 주장했다. 후자가 다수의 지지를 받아 국책으로 채택되었다. 1939년 9월 나치 독일이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을 때 네덜란드는 중립을 천명했고 독일은 네덜란드의 중립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은 이듬해 5월 중립 존중 약속을 깔아뭉개고 네덜란드를 침공했다. 네덜란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손들고 항복하는 것뿐이었다. #3 1917년 2월 혁명 직후 러시아 임시정부의 주도권을 장악한 사람들은 입헌민주주의 세력이었다. 임시정부는 임시정부 타도를 천명한 볼셰비키 지도자 레닌을 비롯한 해외 망명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귀국을 지원하고 볼셰비키의 임정 전복 활동에 유화적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레닌을 중형으로 처벌하고 볼셰비키를 궤멸시킬 수 있는 레닌의 반역죄(적국 독일로부터 공작금을 받아 전쟁 반대 운동을 전개한 죄) 증거까지 포착해 놓고도 그에 대한 수사를 뭉그적거렸다. 그 통에 레닌은 국외로 도주했다. 레닌과 볼셰비키는 임정의 관용을 이용하여 쿠데타 준비를 진행했다. 1917년 10월 24일 볼셰비키가 쿠데타(10월 혁명)를 일으켰을 때 임정 지도자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전광석화처럼 정권을 장악한 볼셰비키는 임정 지도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4 1923년 11월 독일의 나치당은 바이에른주 정부 전복을 위한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은 실패했고 지도자 히틀러는 반역죄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우익 성향의 바이에른주 법원은 히틀러에게 금고 5년의 가벼운 형벌을 선고했고, 그마저도 선고 후 9개월 만에 보석으로 석방시켜 주었다. 히틀러의 나치당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강령을 내걸고 활동했으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주의 체제는 사상의 자유 보장 원칙에 따라 나치당을 관용했다. 그 관용을 이용하여 나치당은 대중의 현실 불만에 편승하는 선동 수법으로 당세를 급속하게 확장, 1932년 7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침내 제1당이 되었다. 히틀러는 1933년 총리에 임명되었고, 1934년에는 독재권을 가진 총통이 되어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불태워 재로 만들었다. 앞의 두 사례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을 잘 준수한 탓에 민주주의가 망한 예이고, 뒤의 두 사례는 민주주의의 사상 자유 보장 원칙을 잘 준수한 탓에 민주주의가 망한 예이다. 민주주의가 이처럼 민주주의로 인해 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필자는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인해 망하는 것을 피하려면 민주주의의 자기부정(自己否定) 속성을 적절히 보완하는 장치를 갖추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2018-05-26 23:39:21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 새評] 국민의 사상적 분포와 국가의 운명

자유민주주의 국가 사상 편 갈려져 국민은 단결된 공동체가 될 수 없어 위험 수위 육박한 국민 사상적 분포 한국 6·25전쟁 때와 뭐 달라졌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민을 단결되어 있는 공동체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이 나라 국민을 사상적 경향에 따라 분류하면 '국민을 편 가르지 말라'고 비판한다. 국민은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는 단결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런 국가에서는 반체제'반국가적 인구를 대량 학살하거나 수용시설에 집단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체제'반국가적 인구를 대량 학살하거나 집단 수용할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단결된 공동체가 될 수 없다. 자유민주국가의 국민은 항상 사상적으로 편 갈라져 있다. 사상적 경향에 따라 국민이 편 갈라져 있는 양상을 국민의 사상적 분포라 한다. 자유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의 사상적 분포가 국가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유민주국가의 운명은 국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 좌우되며, 국가의 운명은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사상에 의해 안내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국가가 약소국일 때는 국민의 사상적 분포 외에 외세도 그 나라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국가의 운명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민의 사상적 분포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우리나라 국민의 사상적 분포는 어떤 양상일까? 필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사상적 분포를 파악하는 알기 쉬운 감각적 지표로 북한 공산군이 침략해오거나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났을 때 국민 각자가 나타내게 될 반응을 이용한다. 그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민 각자가 나타낼 반응은 ①반대하여 싸운다, ②반대하여 도망간다, ③마땅치 않지만 수용한다, ④지지하여 환영한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6'25전쟁 때는 ①의 반응을 보인 국민은 극소수였다. 북한 공산군에 반대하는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도망갔다. 군대가 후퇴하기에 바쁜 판이라 무기도 없는 민간인들이 공산군에 맞서 싸울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전체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③의 반응을 보였지만, ④의 반응을 보인 국민도 상당히 많았다. 군대의 전쟁 대비 태세가 부족한데다가 국민의 사상적 분포가 이 모양이었으니 개전 1개월여 만에 영토의 9할을 북한 공산군에 내주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국의 구원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사상적 분포는 6'25전쟁 때와 비교하여 얼마나 달라졌을까? 1980년대 중반 대학가와 노동자사회에서 남한의 사회주의화와 공산화 통일을 궁극 목표로 하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 국민의 사상적 분포는 6'25전쟁 때와는 판이했었다. 그러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전향하지 않고 추종자들을 양성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혁명운동을 전개해왔으며, 남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그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침투되어 있고 대중이 암암리에 그런 사람들의 의식화 영향을 받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오늘의 이 나라 국민의 사상적 분포가 6'25전쟁 때와는 판이하다고 큰소리치기 어려울 것 같다. 필자의 이러한 추론을 피해망상증으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6'25전쟁 전에도 그랬다. 남한사회 지하에서 활동하는 공산당원들이 북한군의 남침 시 그에 부역할 것임을 걱정하면 비웃음을 샀다. 필자의 추론이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고, 재수 없는 헛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1개월 동안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보면 필자의 추론을 피해망상증에서 비롯된 황당무계한 것으로 도외시하기에는 찜찜한 대목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필자의 이러한 추론이 과하다고 느껴지더라도 '보험 든다' 셈치고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봐 주기 바란다. 아울러 위험수위에 육박한 이 나라 국민의 사상적 분포를 걱정되지 않은 수준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도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 나라가 공산화되어서는 절대 안 되니까.

2018-05-26 23:38:54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반미(反美)는 이적(利敵)이다

한미동맹 없다면 한국은 존립 위협 미국은 동맹 깨져도 피해 많지 않아 트럼프 방한 앞두고 반미운동 확대 정부 방관 땐 美서 '동맹 무용론' 고조 동맹은 동맹 참여 목적 및 동맹이 동맹 참여국의 존립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치명적 동맹과 전략적 동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맹 참여의 목적이 국가의 군사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동맹이 국가의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 그 동맹은 치명적 동맹이다. 반면에 동맹 참여의 목적이 국가의 대외 전략을 원활하게 실천하기 위한 것이며, 동맹이 국가의 존립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 경우, 그 동맹은 전략적 동맹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에는 치명적 동맹이다. 한국은 북한의 공격을 독자적 역량만으로는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힘을 빌려 군사적 안전을 보장할 목적으로 미국과 동맹을 체결했으며, 한미동맹은 한국의 존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군사적 안전에 이바지해 왔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적 번영에도 중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군사적 안전도 경제 번영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는 한미동맹이 전략적 동맹이다. 미국이 한국과 동맹을 체결한 목적은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이며, 한미동맹은 미국의 존립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미국이 입게 되는 군사·경제적 피해는 많지 않다.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실천에 차질이 있겠지만 그러한 차질은 대아시아 전략을 수정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 가지는 상이한 성격 때문에 한국은 한미동맹의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크게 노력해야 하는 데 반해 미국은 한미동맹의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태도는 그러한 객관적 사리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의 유지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한운동 같은 것도 없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1년 전 촛불집회의 시작과 더불어 확대되기 시작한 반미운동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왔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미운동의 확대와 과격화를 방치하고 있으며, 북한 핵무기 제거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안보특별보좌관이란 인사는 미국이 북한 핵무기 도발 저지를 위해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실행,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깰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객관적 사리에 맞지 않는 이런 상황이 오래갈 리 없다. 한국에서 반미운동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미국 언론매체들이 한국에서의 반미운동 확대와 그에 대한 정부의 방관을 많이 보도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배은망덕한 한국'에 분노한 미국 조야에서 갑자기 한미동맹 무용론이 고조될 것이고, 머지않아 미국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겨주면서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고 한미방위조약을 휴지처럼 취급할 수 있다. 일본이 개헌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되고 군사력을 증강한다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저하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의 이별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니 미국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조짐만 보여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곤두박질칠 것이고, 국민 심리 불안과 사회 혼란도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조만간 북한군의 군사 공격과 남한 종북 세력의 폭동이 내외 호응하여 대한민국을 사경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그래도 미국은 6·25전쟁 때와는 달리 대한민국을 구하는 일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에서의 반미운동은 대한민국을 멸망시키려고 노력하는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가 분명하다.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반미운동을 단호하게 진압해야 하고, 국민은 반미운동의 비판·저지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18-05-26 23:38:19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 새評] 文정권의 위험천만한 평화 지상주의

전쟁 위기 국가 평화 지상주의 유행 멸망 초래한다는 것이 역사적 진리 북한 공격에 단독 방어 능력 없는데 전쟁 방지 빌미 한·미동맹 깨질 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면책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 의무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우리에게 평화보다 더 귀중한 가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보다 1주일 전 유엔 연설에서 "전쟁을 겪은 지구 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입니다… 나에게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는 평화를 누릴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는 지난달 27일 한 토론회에서 "한'미 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작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했던 "가장 정의롭지 못한 평화라도 가장 정의로운 전쟁보다 낫다"는 말과 더불어 문 정권이 평화 지상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알려준다. 우리나라 국민은 전쟁공포증이 심한 탓에 '평화'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향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이 문 정권의 평화 지상주의에 내포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문 정권의 평화 지상주의는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위험천만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우선, 문 정권의 평화 지상주의는 헌법에 위배되는 반헌법적인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책무(따라서 정권의 책무)를 규정한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어느 조문에도 평화를 대통령의 책무로 규정한 구절은 없다. 헌법 66조 2항에 열거된 사항들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용어는 국가 보위이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국가 보위의 책무만을 부과하고 평화의 책무를 부과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해서, 대통령에게 부과한 국가 보위의 책무는 국가 보위를 위해 필요하다면 평화를 깨고 전쟁을 할 의무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평화를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절대 의무'라고 하거나, '평화보다 더 귀중한 가치는 없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평화보다 국가 보위를 상위에 둔 헌법에 위배되는 반헌법적인 것임이 분명하다. 문 정권의 평화 지상주의는 반헌법성보다 훨씬 심각한 또 하나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 문제점은 문 정권의 평화 지상주의가 자칫하면 대한민국의 소멸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쟁 위기에 처해 있거나 전쟁 중인 국가에서의 평화 지상주의의 유행은 국가의 멸망을 초래한다는 것은 세계 역사가 입증해 주는 진리이다. 평화 지상주의는 전쟁 위기에 노출된 국가의 전쟁 대비 노력을 방해하고, 전쟁 중인 국가의 전쟁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성국가 또는 적국에 평화 지상주의를 전파'확산시키는 것은 고전적인 심리전 전술의 하나로 인정되어 왔다. 평화 지상주의가 일반 국민 사이에서만 유행해도 국가 보위가 어려워지는데, 이 나라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평화 지상주의를 확산시키고 있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미국이라는 막강한 동맹국이 있어서 아직은 그 문제점이 현실화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문 정권의 평화 지상주의가 초래할 재난을 방지하는 한·미 동맹의 효과도 머지않아 약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게 만든다. 문 특보의 발언은 한국이 전쟁 방지를 명분으로 한·미 동맹을 깰 수 있다는 함의를 갖는다. 또한, 북한의 군사공격에 대한 단독 방어 능력이 없는 한국이 한'미 동맹을 깬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북한에 전쟁 없이 굴복하거나 단독으로 전쟁에 패하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함의를 갖는다. 한국의 집권 세력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열을 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2018-05-26 23:37:57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운동권 정권의 사상적 정체

운동권 출신, 청와대 비서진의 35% 민주당 의원 절반 가까운 57명 포진 정권의 분위기·주요 의사 결정 주도 사상적 정체 놓고 국민 불안하게 해 지난주 한 일간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에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5%이며, 순수 비서실에 소속된 비서관급 이상 직원 중 운동권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57%나 된다고 보도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3명 중 운동권 출신은 절반에 가까운 57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 참모진이나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권의 분위기와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문재인 정권이 운동권 정권임을 말해준다. 운동권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민중혁명운동에 참여해온 인사들을 지칭하는 집단적 명칭이다. 민중혁명세력은 1980년대 중반 자기들이 실현하려는 혁명을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NLPDR)으로 설정했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은 무엇을 하자는 혁명인가? 아래 인용문은 NLPDR에 관한 운동권 자신들의 설명이다. "현재 남한 사회가 가진 가장 중요한 네 개의 모순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의 모순 ▷독점 大(대)부르주아지와 그 외 계급들 곧 민중 간의 모순 ▷남한과 미제 간의 모순 ▷남한과 북한 간의 모순이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 모순의 해결은 사회주의혁명이며, 독점 大부르주아지와 민중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민중민주주의혁명이며, 남한과 미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민족해방혁명이고, 남한과 북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통일이다. 남한 혁명에는 독점 大부르주아지와 민중 간의 모순 및 남한과 미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과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의 모순과 남한과 북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통일'사회주의혁명이라는 두 단계가 나타나게 된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이라는 우리의 당면 목표는 사회주의 실현과 통일이라는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요 수단이 되는 것이다."-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의 기관지 『노동자의 길』 제33호(1988년 8월) 60~63쪽에서 요약인용- 이러한 설명에 비춰볼 때, NLPDR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곧 운동권은 한반도의 사회주의화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추구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통상적 용어로는 공산주의자들이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공산주의자들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국가적 재난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이 전향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청와대 참모진이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들어가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 가운데 명백하게 전향한 인사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 또 자료 찾는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임종석 씨를 비롯한 집권세력 내 주요 운동권 인사들의 행적에서 전향에 해당한 언행의 자료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NLPDR운동에 참여한 경력을 거론하며 그들의 사상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사람에게 '왜 사상을 검증하려 하는가?' '시대착오적인 색깔 논쟁을 전개하지 말라' '과거의 일이다' '나는 민주화를 위해서 싸워 왔다' '그런 질문에 분노를 느낀다'는 등 엉뚱한 답변만 하고 질문의 핵심에 대한 답변을 회피해온 기록만 남기고 있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을 위해 투쟁할 때 가진 사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전향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워서 답변을 회피하는 것일까? 집권세력 내에 포진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사상문제에 대한 분명치 못한 태도는 그들이 주도하고 있는 현 정권의 사상적 정체가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권의 사상적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버스에 탄 승객들이 운전기사의 정신상태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집권세력 내 운동권 출신 인사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제발, 사상적으로 전향했음을 명료하게 말해달라고.

2018-05-26 23:37:31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고문현의 새論새評] 다원화된 사회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다양한 요구 반영할 선거개혁 필요 국민소환제 중'대선거구제 바람직 원내교섭단체 정족수 요건 줄이고 비례대표의원 명부 바꿀 수 있어야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 개정이 우리 시대의 뜨거운 화두이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이 31년이 되었으니 시대정신과 헌법 가치를 반영하기 위하여 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으로 공은 국회로 넘어가서 현재 국회 헌법 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헌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가 이제는 6월 13일 지방선거로 개점휴업 상태이다. 헌법 개정 못지않게 선거제도의 개혁, 특히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이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 개혁 논의의 핵심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다수당에 유리한 현행 소선구제 다수대표제의 개혁과 원내교섭단체의 정족수 요건 완화,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의 개선방안 등이다. 먼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기만 하면 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최소한 임기 개시 1년 후에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여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가 되도록 압박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행 소선구제 다수대표제를 개혁하여 중대선거구제 소수대표제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영호남을 각각 기반으로 하는 양대 다수당에 유리한 현행 소선구제 다수대표제를 개혁하여 사표(死票)를 줄이고 소수자도 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소수대표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하여 가칭 녹색당, 농민당 등과 같은 정당이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다원화된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 동일정당 소속 국회의원 20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원내교섭단체의 정족수 요건을 대폭 완화하여 5인으로 완화하여야 한다. 현행 국회의원 20인 요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제3의 소수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이 용이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는 정치체제가 되기 어렵다. 넷째, 현행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에 기초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를 가변명부식 정당명부제로 변화하여야 한다.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란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명부를 작성할 때 각 정당의 수뇌부에서 정한 정당명부에 유권자가 단지 찬성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각 정당에서 작성한 비례대표명부의 순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맹점을 악용하여 각 정당의 수뇌부에서 비례대표 후보의 순위를 정할 때 후보의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당에 공천헌금을 많이 납부한 후보를 정당명부의 상위순위에 배치하여 왔다. 그리하여 정당이 전국적으로 얻은 득표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는 비례대표의원에 대하여 전국구(全國區)의원이라는 용어대신 전국구(錢國區)의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따라다니곤 했다. 이제는 이러한 폐단을 과감히 시정하여 독일처럼 유권자가 정당에서 제시한 비례대표명부의 순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가변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게 된다면 각 정당에서 설령 1순위에 배치한 후보라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공천헌금을 많이 납부하여 상위순위에 배치된 후보라는 이유로 비례대표명부의 최하위로 밀어낼 수가 있다. 이렇게 된다면 처음 정당 명부상에서 상위순위에 배치된 후보이더라도 최종 선거결과 동일한 순위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게 되어 공천헌금의 액수를 적게 납부하거나 공천 헌금을 납부하기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공천 헌금의 폐해를 깨끗이 청산하여 선거혁명을 이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여야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 다원화된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에 임해 주기 바란다.

2018-05-24 00:05:00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대한민국의 변질

교과서 지침 자유민주주의 '자유' 빼 집권당 개헌안 자유민주를 '민주'로 文정부, 국가적 특징 흐리게 만들어 국민들 대한민국의 변질 인지할까 인간이 각자 고유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듯이 국가도 나라마다 고유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국가의 고유한 특징들은 그 나라가 건국 시점부터 지향해온 가치들, 그리고 그 나라가 유지'발전하면서 축적되어 온 중요한 경험들에 입각하여 형성된다. 대한민국의 고유한 특징들 가운데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반공 국가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소련과 좌익세력이 추구하는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한반도를 자유민주적 질서로 통일하기 위해 건국된 국가이다. 6'25전쟁에서는 군사력으로 공산화 통일을 하기 위해 침략해온 북한 공산군을 무찌르고 수호한 국가이다. 이러한 건국 목적과 국가수호 경험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불가피하게 반공 국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두 번째 특징은 친미 국가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6'25전쟁 때는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은 존속할 수 없었다. 6'25전쟁 휴전 후에도 미국은 대한민국의 군사적 안전과 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제공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연스럽게 친미 국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세 번째 특징은 전투적 국가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북한으로부터 군사공격과 공격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으며, 그에 대항하기 위해 항상 전투준비 태세를 갖춰왔다. 이러한 경험과 생존의 필요성 때문에 대한민국은 전투적 국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네 번째 특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시점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해왔고, 1987년 6월 이후부터는 자유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실천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이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들 가운데는 대한민국의 고유한 국가적 특징들을 뭉개는 작용을 한 것들이 적지 않았다. 전향이 불분명한 공산주의투쟁 경력자들이 행정부와 집권당의 고위직에 다수 진출했고, 국정원의 반공부서는 폐지되었고,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들인 윤이상 정율성 신영복 등을 공개적으로 칭송했고, 베트남 공산주의 지도자 호찌민을 '전 인류의 위대한 인물'이라고 찬양했다. 이런 일들은 대한민국의 반공 국가 특징을 뭉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과 한국이 공동운명체라고 천명하는가 하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려고 해왔다.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한미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친미 국가 특징을 탈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지상주의적 발언을 해왔다. 집권당 출신의 정세균 국회의장은 "가장 정의롭지 못한 평화라도 가장 정의로운 전쟁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은 대한민국의 전투적 국가의 특징을 회칠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정치발전 관련 서술에서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탈한 역사교과서 집필 지침을 마련했고, 집권당은 헌법 조문들에서 '자유민주'를 '민주'로 고치는 개헌안을 준비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국가적 특징을 흐리게 만든 것이다. 인간이건 국가이건 고유의 특징을 상실하면 변질된다. 고유의 특징을 가진 인간과 그것을 상실한 인간은 성명은 동일해도 사람 됨됨이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고유의 특징을 유지한 대한민국과 고유의 특징을 상실한 대한민국은 국호는 동일해도 질적으로 다른 국가이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대한민국의 이러한 변질을 인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변질은 다수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일까?

2018-05-17 00:05:04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대영의 새論새評] 북미협상과 '광자진취'

北美 협상 분명한 건 '단언할 수 없다'양측 정상 예측불허 인물이기 때문고착된 상황 돌파구 마련될 가능성북미 행보 섣부른 판단 하지 말아야지금 청와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북미 협상의 과정에서 이상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일시와 장소에 대해 혼란스러운 언급을 하고 있고 백악관에서는 강경 메시지와 더불어 대량살상무기 등 추가 의제가 제기되었다. 한편 북한은 미국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2차 정상회담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북미 협상에서 운전수 역할을 자임한 우리 정부로서는 머쓱한 일이 아닐 수 없다.애초부터 '운전수'론은 무모한 것이었다. 북미 사이에 대한민국이 낄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행보를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분분하지만 공통된 점은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미 협상의 두 주역은 예측불허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친 사람 취급을 받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의 미래를 규정하는 북미 협상이 맡겨져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불안해한다. 그렇지만 거꾸로 그들의 럭비공 행보로 말미암아 한반도에 고착화된 냉전의 마지막 장이 찢겨나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공자는 '논어'에서 "중용을 실천하는 사람이 없다면 광자(狂者), 즉 미친 사람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광자진취'(狂者進取), 즉 미친 사람은 과감하게 나아가 얻어내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전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감한 실천 능력이 필요했다.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동시에 자기 이익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좌고우면하면서 상황에 얽매이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민의를 모아 실천하는 사람을 동양에서는 '성인'이라고 부르지만 성인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온갖 문제가 쌓였는데도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제멋대로 행동하는 광자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다행히도 한반도의 운명을 거머쥐고 있는 이 시대의 광자들에게는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주어진 것 같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수를 쓰든지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켜 낼 것이고 김 위원장도 어떻게든 북한 체제를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무자비하고 난폭한 선택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고착된 상황이 타개될 수도 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광자의 방식으로라도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이달 22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광자진취'의 희망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에 대해 속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광자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이나 선입견은 오류로 귀결된다. 특히나 이견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광자를 신뢰하거나 존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오직 내 할 바와 내 할 말만을 담담하게 개진하는 것이 '광자진취'를 기대하는 사람의 태도이다.

2018-05-10 00:05:00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김구철의 새論새評] 물벼락 갑질과 노동자의 인권

과거에는 상사 손찌검도 예사반드시 마음 푸는 자리 마련해물벼락 갑질 초기에 사과 거부진정성 담긴 소통이 인간 본질대한항공 일가가 열흘 사이 세 번째 압수수색을 당했다. 둘째 딸 조현민 씨의 물벼락 갑질이 발단이다. 경찰은 현민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갑질 파문 직후 대한항공은 고위 대책회의를 열어 현민 씨를 퇴진시키고 빨리 대국민사과를 하자고 정리했단다. 그런데 언니 조현아 씨가, '땅콩 회항' 사건 때 사과하고 퇴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법적 대응'을 고집했다는 것이다.나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고 믿는다. 4년 전에도 고위 임원들이 '낮은 자세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사과문까지 작성했다가, 현아 씨가 '진노'해 접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든 언론이 '이 정도 사안으로 설마 구속까지?' '설마 실형까지?' 낙관적으로 보도할 때, 필자는 방송을 통해 '여론이 매우 나쁘다'며 '구속' '실형 선고'를 예측했다.이번에도 필자는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이야기가 언급되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고, 사태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상습 폭행'특수 폭행에 관세 포탈 혐의, 회사의 공정거래법, 노동법, 항공운영법 위반 혐의 등이 당면 이슈다. 앞으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 정부 전 부처가 '공공의 적' 대한항공을 해부할 것이다.거대한 쓰나미의 발단은 어쩌면 '사소'하다. 50대 이상이라면, 상사의 폭언이나 손찌검 한두 번 안 당해본 사람 별로 없을 게다. 그때마다 그 상사가 계급장 떼고 감옥 갔다면 고위 공직자, 고위 임원 몇이나 살아남을까? 그런데도 왜 그들은 살아남아 장'차관이 되고 CEO가 될 수 있었던가? 과거 용인된 행위가 21세기 경제 민주화, SNS 시대에는 용인되지 않는다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더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다. 폭언과 손찌검 뒤에 마음을 푸는 자리가 꼭 있었다. 술기운을 빌려 상사는 사과하고, 부하도 상사에게 호통치며 화해한다. 만일 땅콩 회항 당시 현아 씨가 서울에 돌아와 바로 사무장과 스튜어디스를 불렀다면? 차 한 잔 마시며 부드러운 말로 사과하고 휴가비 몇백 만원 줘서 내보냈다면?조현아 씨는 "사과해 봤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에 끌려가며 억지로 꺼낸 말이 사과일까? 허공에 뱉은 말이 사과인가? 진정성이 담긴 사과와 용서 그리고 화해, 이것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인간성의 본질이다.이명희 씨가 폭언 음성 파일을 폭로한 운전 기사에게 거액을 주어 매수를 시도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인간으로 대우했다면 녹음하고 녹화할 생각을 했을까? 사고가 터져야 사람으로 보인다면, 누구든 SNS에 띄우려 할 것이다. 음성 파일이 몇천 만원이면 동영상은 억원대인가? 대한항공 일가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녹음되고 녹화된다는 전제에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상습폭행, 관세법 위반, 횡령의 증거가 될 수 있으니….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경험에서 배운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많은 기업은 두 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검증 안 된 3세에게 조직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되며, 노동자를 대등한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는.(대한항공처럼 자신의 경험으로부터도 배우지 못한 기업도 있지만) 그게 상생의 길이다. 마침 어제가 노동절이었다.부시 대통령과 콜 총리는 서로를 "나의 친구"로 불렀다. 두 정상 간의 신뢰는 독일 통일을 이루어냈다. 반세기 넘게 역사와 가치를 공유해온 한국과 미국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어 나의 친구, 나의 민족이 한자리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래서 한반도가 더 이상 전쟁이 없는 땅, 또다시 하나 되는 공동 번영의 발원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2018-05-03 00:05:00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고문현의 새論새評] 소비자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자

헌법 124조 소비자보호운동 보장 개발 시기 만들어져 현실에 안 맞아 개헌 때 기본권 부분에 명문화 필요 소비자주권 의식 행사할 수 있도록 인류는 고대시대부터 오랫동안 자급자족을 하다가 산업혁명을 계기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대변화를 겪었다. 이른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도래해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이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 코너에서 소비자를 강하게 유혹하여 소비자는 당장 필요한 상품이 아님에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휴대전화 발화 사고, 의료과실에 의한 의료사고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를 주는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상품이 전문화'복잡화되고 피해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 등이 필요하다. 1962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의회에 보낸 '소비자의 이익 보호에 관한 특별교서'에서 언급된 소비자의 4대 권리인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할 권리 등으로부터 소비자의 권리에 대하여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헌법 차원에서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멕시코,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헌법과 유럽헌법조약과 리스본조약 등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포르투갈 헌법 제60조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를 소비할 권리, 교육 및 정보에 대한 권리, 건강'안전 및 경제적 이익의 보호를 받을 권리,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권리 외에 모든 형태의 비밀광고, 간접광고 또는 허위광고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보호 규정의 헌법에의 수용은 제8차 개헌이 이루어진 1980년 헌법에서 처음이다. 1980년 헌법은 제125조에서 소비자보호운동을 명시하였고, 현행 헌법 제124조는 1980년 헌법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124조에서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 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그 구체적인 보장 내용은 법률에 위임하였다. 헌법 제124조에 명시된 소비자보호운동은 결국 소비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전제로 한다거나, 기본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기본권에 관한 장에서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자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에 대한 규정의 위치가 제2장 기본권의 장이 아니라 제9장 경제의 장에 있어서 경제질서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며, 헌법 제124조가 소비자보호운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정은 기본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객관적 법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보장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해석을 통해 도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현행 헌법 124조는 개발 시기에 건전한 소비 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 향상 촉구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경제 분야에서 경제민주화 등 사회정의의 요청이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의 권리 규정 필요성이 증대되는 현시점에 부합되지 아니한다. 안전하고 질 좋은 상품을 필요한 시기에 자신의 선호와 선택에 따라 구매하고 소비할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번 제10차 개헌에서 헌법의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기본권) 부분이 아닌 제9장 경제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도출할 것이 아니라 기본권 부분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00조 ①모든 사람은 소비자의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소비자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한다. 소비자의 권리는 소비자가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는 권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왕'으로 불리는 랄프 네이더(Ralph Nader) 변호사가 GM과 자동차의 안전에 대하여 치열하게 다투어 자동차에 안전벨트를 장착하게 한 것처럼 소비자가 주권 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행사할 때에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제2의 랄프 네이더가 되어 소비자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행사해 소비자가 진정한 왕인 시대를 앞당기도록 노력하자.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2018-04-26 00:05:00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판문점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회담 합의문 모두에 이익 어려워 6·15, 10·4 공동성명 남한은 실패 김정은 두 성명 이행 압박 가능성 文대통령 이전 과오 반복 말아야 27일 판문점에서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극적인 회담을 갖는다. 얼마 전 남한 예술단이 평양에 갔을 때 나타난 남한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과 북한 삼지연악단 현송월 단장의 친밀한 관계가 상징적으로 말해주듯이 남한의 문재인 정부와 북한의 김정은 정권 간에는 봄날의 훈풍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 판문점 정상회담 준비 작업은 양측의 손발이 척척 맞으며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판문점 회담의 개최와 합의문 채택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다.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고 합의문이 채택되었다면 그 회담은 성공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외형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어떤 회담의 실질적 성공 여부는 회담에서 채택된 합의문의 내용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 합의문의 내용은 모든 회담 참여자들에게 완전한 균형을 유지할 수는 없다. 어느 참여자에게는 크건 작건 이익을 주고 다른 참여자에게는 손해를 줄 수밖에 없다. 합의문의 내용에서 이익을 본 참여자에게는 성공한 회담이 되는 것이고, 손해를 본 참여자에게는 실패한 회담이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남북한 간에는 두 번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2000년 6월 15일에 개최된 김대중·김정일 회담과 2007년 10월 4일에 개최된 노무현·김정일 회담이다. 이 두 회담은 모두 북한에는 성공적인 회담이었고 남한에는 실패한 회담이었다. 두 회담에서 채택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공동성명의 내용이 모두 북한에는 많은 이익을 주고 남한에는 손해를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6·15 선언은 ▷남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남북한 간의 평화공존에 보탬이 되는 내용은 전무하고 북한이 우선시하는 통일과 교류 협력에 관한 내용만 있으며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장차 통일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당연시할 빌미를 제공했고 ▷남북 간의 현안인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한의 핵무장 기도 포기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남한에 손해를 주고 북한에 이익을 주었다. 10·4 성명은 ▷남한에 손해를 주고 북한에 이익을 주는 6·15 선언을 고수 실천할 것을 약속했으며 ▷서해에서의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해군의 북방한계선을 양보하는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기로 했으며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남한이 막대한 경제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남한에 손해를 주고 북한에 이익을 주었다. 6·15 선언과 10·4 성명이 이처럼 북한에 이롭고 남한에 손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기회만 있으면 남한을 향해 6·15 선언과 10·4 성명을 이행하라고 공박한다. 아마도 문재인·김정은 회담의 준비 과정이나 본 회담에서도 북한은 6·15 선언과 10·4 성명을 고수 이행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정상회담을 남한이 성공한 회담으로 되게 하려면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6·15 선언과 10·4 성명을 고수 이행하자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두 합의문의 불균형한 내용을 상호주의적 균형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자고 맞서고, 남북 사이의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를 하자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만일 6·15 선언과 10·4 성명을 고수 이행하자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 회담의 합의문에 그런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허용한다거나,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관한 실질적 진전을 초래할 내용을 합의문에 담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손해를 끼치고 북한을 이롭게 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보다 더욱 강하게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노 두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선배들의 실수를 보고 교훈을 얻을 기회가 없어 그런 과오를 범한 것으로 관용될 수 있지만, 후배인 문 대통령의 경우는 선배들의 실수를 보고 교훈을 얻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의 과오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2018-04-19 00:05:04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대영의 새論새評] 독불장군의 말로

오로지 자신 의지로 상황 돌파하다독선과 아집에 빠져 권력 토대 약화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회담허심탄회하게 공영의 길을 찾아야지난주 1심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4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모습이 전 국민에게 중계되었다. 환호와 비탄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독불장군(獨不將軍)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심정이 착잡하다. 타인과 더불어 상의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판단과 의지만으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독불장군은 끝내 외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자업자득일 따름이다.그런데 독불장군이 되는데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크다. 진시황이 부하 장군들과 소원해지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아들 부소와도 관계가 멀어진 데에는 간신 조고의 역할이 컸고, 항우가 뛰어난 책사 범증과 결별하고 멸망의 길로 치달은 것은 진평의 이간책 때문이었다. 범증은 유방의 책사였던 장량이나 진평에 못지않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지만 항우의 잘못된 의심을 풀지 못한 채 귀향길에 병사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항우의 몰락은 시작되었다.박 전 대통령이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당대표와 반목하고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을 찍어 공천에서 배제한 것이 국회의 탄핵 의결 과정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누군가 그 과정을 소상히 밝힌다면 귀중한 역사적 교훈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독불장군의 길을 선택했고 결국은 고립되어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고립되지 않았다고 해서 범죄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군이 많은 상태에서는 방어력이 높아지기 마련이다.이런 맥락에서 서양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친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독불장군 주변에도 이익을 탐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우정은 찾아볼 수 없다. 진정한 우정은 친구가 잘되기를 바라는 선의를 가질 때에만 형성되는 반면 대부분의 조직 관계는 이익 관계일 따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항우는 범증을 누구보다 존경하고 예우했지만 그를 단지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에 그 틈새를 진평이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홀로 권력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독불장군이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폭군이나 독재자는 대개 유능한 사람들이다. 동양의 대표적 폭군인 걸왕과 주왕 모두가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고, 고대 로마에서 공화주의 혁명을 초래한 폭군 타르퀴니우스도 백전백승의 전략가인 동시에 뛰어난 외교 수완을 발휘한 인물이었다. 그들은 자기 능력을 과신하여 진정한 친구를 만들 필요를 못 느꼈고 마침내 독불장군으로서 몰락하고 말았다.이달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독불장군이 되지 말아야겠다. 국제관계에서도 독불장군의 말로는 비참하다. 히틀러의 막강 독일군도, 죽음을 불사했던 일본군도 연합군에 패배했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유럽연합이 충돌하고, 아세안을 두고 중국과 일본이 각축하는 것도 협력 관계를 넓히기 위한 필사적 노력의 소산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만난 것도,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의 진척이 없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남북 관계에서도 독불장군은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나 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할 경우 지속적인 협력 관계는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나는 예외'라는 망상에 빠지는데, 냉혹한 현실 속에서 예외란 없다. 누구나 독불장군이 되면 그 말로는 비참해진다. 유능한 사람일수록, 또 지위가 높아갈수록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는 데 소홀하기 마련인데, 그 결과 독선과 아집에 빠져 스스로 자기 권력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만다. 민족 번영의 탄탄대로가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과 더불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선의를 갖고 모두를 위한 길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 우정이 싹트고, 그 속에서 공생과 공영의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2018-04-12 00:05:00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김구철의 새論새評] 밋밋하고 재미없는 자유한국당 공천

여당 서울시장 경선 결선투표현역은 배지 던지고 단체장 출마야당은 검증 끝난 인물들 행진이대로라면 영남권마저 불안공공기관 대변인으로 근무하는 언론계 후배 한 명과 오랜만에 경기도 수원의 유서 깊은 식당에서 점심을 하면서 최근의 미투와 6월 지방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김 선배, 이번 선거 여권이 쓸겠죠?" 내가 선뜻 대답을 않자 후배가 재촉한다."자유한국당이 김문수 지사와 이인제 의원을 후보로 낸다는데, 어떻게 보세요?""올해 러시아 월드컵이 있지?" 뜬금없는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자 그 후배는 당황했다. "예?""월드컵이 올 6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거 몰라?" "그거야 알죠."월드컵 예선 탈락하면 은퇴 선수 재소집하나?아니면 젊은 유망주 모아 경험 쌓게 하나?"이번에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축구 관계자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이야기지만 만일 작년에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그것도 1차 예선에서 우리가 탈락했다고 가정해 보자고. 그런데 코앞에, 올 8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려요. 김 대변인이 대표팀 구성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축구협회 고위 임원이건 기술위원장이건 감독이건 직함이 뭐든….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박지성, 홍명보 등등 은퇴한 노장을 다시 복귀시켜 대표팀 꾸릴래? 아니면 손흥민 정도를 최고참으로 황희찬, 권창훈, 김정민 심지어 16살짜리 이강인까지 모아 경험 쌓고 4년 뒤 아니면 멀리 10년 뒤를 기약할래?""저는 후자 같은데요." 아마 그럴 것이다. 한 독설가의 말마따나 '계륵리스트'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는 판이니…."답이 됐는지 몰라." "명쾌한데요."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출마함으로써 서울시장 선거는 3자 구도로 확정됐다. 김빠진 느낌을 주던 서울시장 선거가 조금은 흥미로워졌다. 맞대결보다 3파전이 변수가 많고, 어마어마한 대스타가 아닌 다음에야 출전 선수가 많을수록 재미있을 것은 불문가지. 게다가 6년 전 2012년, '안철수 현상'은 2012년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판을 크게 흔들기도 했다.그러나 흥미로워질 거라는 예상은 본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본선 3파전이니 보수 성향, 영남 출신의 야당 후보들끼리 보수 표, 영남 표를 갈라먹겠지. 대충 4대 3대 2의 황금 분할, 여당 입장에서는 거저먹기 선거가 될 개연성이 크다. 누구를 내보내도 이긴다. 그렇다면 여당 대의원들이 진부한 박원순 현 시장보다는 조금은 더 신선하고 조금은 더 진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결선투표제까지 채택돼 박영선, 우상호 의원에게 기회가 생겼다.그뿐만이 아니다. 여당은 대통령의 전도양양한 측근 김경수 의원이 과감하게 배지를 던지고 불리한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모름지기 선거는 과거의 행적,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축제다. 여당 공천은 경선은 경선대로 흥미롭고 핵심 실세가 험지에 도전하는데, 야당 공천은 경선이고 전략 공천이고 도무지 재미가 없다. 이미 오래전 검증이 끝나고(부정적인 의미로) 차기를 기약하기 어려운 인사들의 행진이다.다시 축구 대표팀으로 돌아가보자. 당장을 위해 다시 노장을 소집할까? 젊은 유망주로 팀워크를 다지고 경험을 쌓을까? 전자를 선택했다가 실패하면 미래는 없다. 후자를 선택하면 이번에 실패해도 미래가 기다린다. 축구 관계자와 축구 선수, 축구 팬 모두에게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후배의 말대로 분명한 이야기다. 이런 식의 지방선거 전략이고 공천이라면 자유한국당은 부산 울산 경남마저 송두리째 넘겨줄지도 모른다. 대구경북 TK인들 보수의 본진이란 허명에 집착해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으려 할까?

2018-04-05 00:05:00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고문현의 새論새評] 개헌의 진정성

대통령제 폐해 권한 축소 불가피 개헌안에 담긴 내용 너무 미흡해 여야 합의안 도출 물 건너갈 수도 31년 만의 골든타임 적극 살려야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인 대한민국 헌법은 개정의 정족수가 가중된 경성(硬性)헌법인 관계로 1987년 개정된 후 31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아니하였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 상황과 정신(헌법 현실)을 반영하기 위하여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올해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헌법개정안을 마련하여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발표했었는데 현재까지도 그 공약을 지키려고 하는 측은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를 병행하면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연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여당인 민주당은 개헌 카드가 자기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하에 개헌을 공약대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셈법 아래 국회에서 1987년 개헌 이래 31년 만에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여 제10차 헌법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여야끼리, 더 나아가 야야끼리 동상이몽이므로 개헌 작업에 진척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2018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헌법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헌법개정 작업에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하 '안')은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안 제2장), 산업혁명 4.0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정보통제권을 신설하고(안 제22조 제2항)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인하하는(안 제25조) 등 기본권을 대폭적으로 신장하고, 지방분권국가 지향성을 명시하여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안 제1조 제3항),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안 제45조 제2항),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안 제71조), 감사원의 독립기관화(안 제114조)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헌법개정의 근본적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하여 대통령의 권한 축소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하여 감사원의 독립기관화나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라는 표현의 삭제(안 제70조 제1항) 정도로는 매우 미흡하여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대통령안에 대한 야당의 강력한 반대가 예견되므로 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여야 합의의 개헌안 도출이 물 건너가게 된다. 헌법의 존재론적 분류에 의하여 이승만 대통령 당시의 헌법을 불명예스럽게 신대통령제로 분류했던 칼 뢰벤슈타인(K. Loewenstein)이 "미국 외의 국가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하면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역설했듯이 대한민국에서 '죽음의 키스'를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헌법학회 산하 헌법개정연구위원회에서 마련한 헌법개정안을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위 헌법개정안에 의하면 정부 형태는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임명하되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에 관한 권한, 국무총리는 그 밖의 국정에 관한 권한을 각각 행사하도록 하여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학회의 헌법개정안과 유사한 수준의 대통령 권한 축소가 있어야 대통령의 헌법개정에의 진정성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당도 더 이상 각 당의 헌법개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개헌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외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여야가 정부 형태와 같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되어 결정하기 힘든 사항에 대하여는 가칭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지혜일 수 있다. 31년 만에 모처럼 찾아온 개헌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허비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현 세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2018-03-29 00:05:00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대한민국 건국일은?

아직도 건국일 논쟁 한심한 노릇 국가 4요소 영토·인구·정부·주권 상해임시정부 어느 것도 못 갖춰 48년 남한 의원선거가 건국 출발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나라의 생일, 곧 건국일을 잘 모른다. 어떤 이는 1948년 8월 15일(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 말하고, 어떤 이는 1919년 4월 13일(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인 대통령들마저 건국일을 달리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한민국이 1919년에 건국되었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이번 3·1절 기념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시정의 보통 사람이라도 자기의 생일을 모른다면, '근본을 알 수 없는 인간'으로 간주된다. 요즈음엔 심지어 자기 집 강아지의 생일까지 챙겨서 파티를 열어준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구 상에 출현한 지 올해로 70년이 된다. 70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국가가 아직도 자기의 생일, 즉 건국일이 언제인지를 놓고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원수들마저 헤매고 있다는 것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쟁점을 놓고 사회적 논쟁을 전개할 때 거쳐야 할 기초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기초적인 절차를 거치면 단번에 해소될 논쟁이 해소되지 않고 몇 년씩 지속된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가를 놓고 전개되는 논쟁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규명하려면 국가·건국·건국일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초적인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국가란 특정 영토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면서,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특정한 공적 질서를 강제하는 포괄적인 정치결사이다. 국가라는 정치적 결사가 수행하는 주요 기능은 ▷외부의 물리적 및 문화적 침략으로부터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 ▷영토 내부 질서의 유지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 규제 ▷영토 내에서의 정보 전파 및 규제 ▷외국과의 자주적 관계 형성 등이다. 어떤 정치적 결사가 국가가 되려면 국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그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 몇 가지 요소들을 국가 구성의 필수적 요소들이라 한다. 국가로서의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요소는 ①명확한 영토 ②상주하는 인구 ③실효적인 정부 ④대외적 주권 등 네 가지이다. 어떤 결사가 그 명칭을 무엇이라 하건 이 네 가지 요소를 다 갖추었으면 국가인 것이고 그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했으면 국가가 아닌 것이다. 건국, 즉 국가를 건립한다는 것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완비한 정치결사를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명확한 영토, 상주하는 인구, 실효적 정부, 대외적 주권 등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갖춘 정치결사를 형성하는 것이 건국이다. 건국일이란 특정 정치적 결사가 국가 구성의 네 가지 필수 요소를 완전히 갖춘 날짜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어느 날인가를 알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진 결사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 네 가지를 완전히 갖춘 날이 언제인가를 찾아보아야 한다. 1919년 4월 13일 중국의 상해에서 수립이 공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가 구성의 4개 필수 요소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영토가 없어서 외국에서 조직되었고, 임시정부가 자기의 영토와 국민으로 상정한 한반도와 그 위에 거주하는 인구는 일본의 강점하에 있었다. 임시정부는 한반도 거주 인구를 통치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대외적 주권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결사였다. 따라서 1919년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은 국가의 건립, 즉 건국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립은 1948년 5월 10일에 실시된 남한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출발했다. 5·10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구성하여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따라 정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경축식을 개최했다. 그날 밤 자정을 기해 주한 미군정청은 남한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했다. 이로써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인 영토·인구·정부·주권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건립된 것이며, 이 일이 일어난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다.

2018-03-22 00:05:00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대영의 새論새評] 북미대화와 '외천명'

北 ICBM 도발 노림수 불분명 상황美 정상회담 수용 이유도 불투명文대통령 옆 친미 정의용 있어 성사시대적 대전환 앞 天命 두려워해야4월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일촉즉발의 살얼음판 같았던 한반도 정세에도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만세라도 부르며 춤을 추고 싶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직은 축배를 들 때도 아니고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상황은 거꾸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럴 때 공자는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라는 '외천명'(畏天命)의 자세를 제자들에게 당부했다.민족이나 국가의 흥망에는 예외 없이 천명이 작동한다. 당시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대적 대전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함부로 속단하거나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천명을 두려워하면서 조심스럽게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와 같은 때이다. 왜냐하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단순한 논리로는 해석할 수 없는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범주에서 해석할 수 없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것이다.일차적으로 가장 큰 미스터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있다. 아직도 왜 북한이 작년 7월에 '화성-14호'를 발사하여 미국을 도발했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고려한 큰 계획이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도박이었다. 400년간의 전쟁을 연구한 미국의 정치학자 라이트(Quincy Wright)는 국제적 세력 균형이 깨지면 전쟁이 발발한다고 했는데, 미국 본토를 향한 핵미사일 도발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세력 균형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례없는 고강도 국제 제재와 선제 타격론으로 응수했다. 이는 단순한 엄포로 볼 수 없는 심각한 것이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뒤늦게 이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두 번째 미스터리는 미국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흔쾌히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이란과의 핵협상을 무원칙한 양보라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그가 내놓을 비타협적인 핵폐기 방식을 북한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고, 설사 그가 북한과 합의점을 찾더라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1994년 제네바 협정을 미국 의회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북미 핵협상에 스스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또 지난주에 급작스럽게 북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이고, 이번 주에 돌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대북강경론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한 이유는 무엇인가?끝으로 대북특사단장을 맡았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존재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친미론자이다. 그런데 그의 존재로 인해 남북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김 위원장과 북미대화를 논의할 수 있었다. 그를 특사단장으로 북한에 보냈고 또 귀국 즉시 미국에 파견한 문 대통령의 판단도 훌륭했지만, 이 중요한 시점에 그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전율을 일게 한다.그러나 문 대통령이나 정 실장은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의 뜻을 예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천명이 작동할 때에는 매사 신중한 것이 최고이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마치 과거 나폴레옹이 전쟁을 통해 자신이 유럽 전역에 자유사상을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마키아벨리도 그의 명저 '군주론'의 말미에서 천명을 논한다. 다만 공자와 달리 그는 숙명론을 비판하면서 천명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천명에 적대할 경우 망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북미대화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돌출 행동이 아니라 천명을 두려워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모색하는 일이겠다.

2018-03-15 00:05:00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김구철의 새論새評] 미투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라

피해자가 거부 못하는 권력세계성희롱·추행·폭행 구분 이유 없어저열한 도덕성 확인한 사회 '괴물'특별법 통해 '욕망 트러스트' 파괴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수행 비서의 미투(Me too) 폭로로 지사직을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시간 만에 심야회의를 열어 출당과 제명 방침을 정했다. 바로 수사가 시작되고,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중단했다. 대부분의 미투는 이렇듯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는다.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로 촉발된 En 시인 사태를 살펴보자. 요지는 En 시인이 자신의 시적 '영감'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여성 문인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침묵하고 주변에서 최 시인을 역공하다가, 마침내 거물답게 En 시인이 외국 언론을 통해 반격했다. '나는 부끄러울 일을 하지 않았다.' 일련의 과정에서, '역사 앞에 당당했던' 박정희, 12·12와 5·18의 책임자 전두환이 떠오른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질서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부득이했다.'혹자는 어디 감히 독재자, 광주 학살 책임자와 세계적 민족 시인을 비교하느냐고 소리 높일 것이다. 다른 혹자는 잡문이나 쓰는 글쟁이와 위대한 영도자, 구국의 결단을 같은 반열에 두느냐고 반박할 것이다. 양자는 본질이 같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성과 제일주의, 대를 위해 소는 희생돼야 한다는 전체주의, 부패한 권력을 누리려는 더러운 욕망. 여전히 가해자는 뻔뻔하고 해결은 요원하다.En에게 묻는다. 군국주의 일본군이 조선 처녀를 다룬 방식과, 여성 문인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성노예의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죄의식 없는 당신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진보는 개인의 자유와 약자의 인권에 주목하기에 보수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그 진보가 원로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인권을 외면한다. 노벨상 후보를 보호하려고, 부당하게 최영미 시인을 비난한다. 그런데도 진보가 도덕적으로 우월한가? 전체주의와 차이가 있는가? '국민을 먹여 살리려고' '소수 방해꾼의 입을 막은' 박정희와 다른가?미투는 '사회적 약자가 성적인 의사결정권을 침해받은 경험을 공유하고 바로잡으려는 운동'이다. '약자의 침해받은 성적 의사결정권'이 핵심이다. 사회생활하는 대다수 남성은 '희롱' '추행'에 관한 한 자신도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하고 동질감을 갖는다. '희롱' '추행'은 '가벼운 범죄'라는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폭력'은 다르다. 상종 못 할 인간이다.현실에서는 '희롱'이 '추행'으로, '추행'이 '폭행'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피해자가 단호하게 자르면 '희롱'에서 끝나겠지만,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 폭력'의 특성상 피해자는 절대로 단호하게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희롱'과 '추행' '폭행'을 구별할 이유가 없다. '성적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성폭력'으로 호칭하자. '성폭력'을 성기의 접촉만으로 좁게 해석할 필요 없다. 손목이든 입술이든 허벅지든 허리든 엉덩이든, 성적인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기는 마찬가지다.En은 우리 사회의 양심을 대변한다는 두 세력, 민주화 세력과 문화예술인 집단의 지지를 받아왔다. 우리는 '괴물'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 문단의 의식과 도덕성 수준이 정치권보다 훨씬 저열하고 퇴행적임을 확인했다.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이라 말하지만, 훨씬 음습하고 끈끈한 '트러스트'다. 석유왕 록펠러의 '악의 제국' 같은.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 튼 이 더러운 욕망의 트러스트를 어떻게 깨부술 것인가?미국은 반(反)독점법(Anti-Trust Act)을 제정해 록펠러 제국을 해체했다. 우리도 '미투특별법'을 제정해 더러운 욕망의 트러스트를 무너뜨리자. 특별법에는 가해자의 즉각적 직위 배제, 가해자가 권력에서 내려갈 때까지 공소시효 중단, 입증책임의 전환, 집단소송제, 징벌적 배상, 광범위한 방조죄 인정, 형량 합산제 등 다양한 민·형사상 특례 조처가 포함돼야 한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2018-03-08 00:05:01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감사,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고문현의 새論 새評] 헌법 전문의 의의와 개헌에 임하는 자세

국회 30여 년 만에 개헌위원회 文대통령도 나설 가능성 높아 5·18, 6·10 포함 여부로 이견 지속 가능한 발전 공감대 고대 우리 헌법은 헌법 전문(前文'Preamble),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 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 개정 등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본문 앞에 위치한 문장으로서 헌법전의 일부를 구성하는 헌법 서문이다. 헌법 전문에는 헌법 제정의 역사적 의미와 제'개정 과정, 헌법 제정의 목적과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이념과 기본적 가치질서 등이 기술되어 있다. 헌법 전문에서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대한국민은…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라고 하여 국민주권의 원리와 헌법 제'개정 권력의 소재를 명시하고 있다. 둘째,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의 법통… 을 계승하고"라고 하여 광복 후에 수립된 대한민국정부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이념과 성격을 계승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3'1운동은 조선왕조에 종언을 고하고 공화국 시대의 문을 열었던 역사의 분수령으로 시민혁명에 해당하기에 헌법 전문에 포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유진오 헌법의 초안에서 '3'1혁명'으로 되어 있었던 것을 축조 심의하면서 공식 문서로서의 헌법에서 용어의 적합성 여부에 관한 논의 끝에 3'1운동으로 결정되었다. 셋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하여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념과 기본적 정치질서는 자유민주주의적 질서의 확립임을 전제로 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단지 현상 유지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하여, 불의에 항거함으로써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한 국민적 저항권 행사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4'19혁명은 이승만의 장기 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한 반독재 학생'시민혁명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범국민적 저항권 행사였다. 그뿐만 아니라 "조국의 민주개혁… 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함으로써 제9차 개헌이 10월 유신의 비민주적인 체제와 제도 등을 배격하고 진정한 민주화를 구현하려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섯째,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하여 근대화 추진'기회 균등의 보장'능력 발휘 그리고 자유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정의로운 사회국가의 실현을 지향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여섯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하여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자각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하여, 대한민국이 평화 애호 국가라는 것을 표방함과 동시에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나 분쟁 해결의 방법으로서 전쟁에 호소하지 않을 것과 평화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 질서 형성에 노력한다는 적극적인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금 국회에서 1987년 제9차 개헌 이래 30여 년 만에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여 제10차 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3월 13일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보고할 예정이고 이를 토대로 3월 20일 안으로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할 예정이어서 헌법 개정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현재 헌법 전문(前文)의 개정과 관련하여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을 포함할 것인가 여부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의 포함 여부에 대하여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설령 이번 10차 개헌에서 위 두 개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현행 헌법 전문에 있는 '4'19 민주이념'에 포함되는 것으로 새길 수 있다. 역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려와 미래 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꼭 개헌을 이루어 낼 수 있기를 고대한다.

2018-03-01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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