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김해신공항 재검토는 악마의 이간질

역사 발전의 주체는 대중이라고 하지만, 주요 역사적 사건에는 항상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유능한 지도자를 뽑으려 고민하는 것이다.오랫동안 지켜본 정치 지도자의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갈등 지향형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형 리더십이다. 갈등 지향형은 끊임없이 대중을 갈라치기 하고, 통합형은 대중의 힘을 모으는 데 고민한다. 갈등 지향형은 현재보다 미래를 강조하고, 현재의 고통은 '불가피한 통과의례'라며 갈등을 증폭시킨다. 우리 역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갈등 지향형으로 보인다. 그나마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통합 지향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3년 전인 2016년 6월 21일 김해신공항 결정이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중의 한 명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잘 내렸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이뤄진 가장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극찬했다.한국인들은 결정 장애를 갖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인이 대타로 투입돼 내린 결정이었는지 모른다. 결정을 주도했던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용과 안전을 따져 오류 없이 결정했다.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그때 결정은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푸는 것 같은 짜릿함이 있었다. 가덕도와 밀양이 첨예하게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예상치 못한 제3의 대안이 나온 것이다. 당시 정부에서 일하고 있었던 필자는 김해신공항 결정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예의주시했지만, 심상정 대표의 말대로 여론이 대체로 칭찬하는 분위기여서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적어도 국가를 망치게 하는 갈등 지향형 결정은 아니었다.두 달 전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당시 차관으로 있으면서 슈발리에의 결정을 뒷받침한 김해신공항 전도사였다. 그는 정치권과 각종 단체를 뛰어다니며 김해신공항 결정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그가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어도, 김해신공항 결정을 번복했을지 궁금하다. 그랬다면 대한민국 공무원은 쓰레기 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장관에 오르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는 정치인 장관 아래에서 김해신공항을 번복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이 정부가 김해신공항 논란을 다시 끌어낸 것은 정치적 득실 셈법의 결과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PK(부산경남) 표를 얻기 위해 TK(대구경북)를 버리는 게 정치적으로 득이라고 결론 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부는 최후의 한 가지 명분도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여전히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일이라고. 적폐 청산으로 여론을 몰아가면 된다. 그래서 대구는 이 정부가 짜놓은 프레임 전쟁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정부가 갈등 지향형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TK 사람이 이기적인 것으로 둔갑할지 모른다. 그런 전쟁에 TK 사람들이 내몰리고 있다.여차하면 국민 일부도 버리고 갈 수 있다는 정치적 결정은 갈등형 리더십의 최절정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평양 사람만 끌어안고 함경도 사람을 방치하듯이, 이 정부는 TK 사람을 버리는 것인가. 적의 침입을 받아 국토와 국민의 일부라도 떼 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인가. 역사상 유례없이 국민 일부의 희생을 강요하는 비겁한 결정이다.신공항과 관련한 투쟁은 시작부터 정신 무장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는 TK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이 나라 분열을 막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TK가 희생양이 되면 다음은 충청도로 강원도로 넘어갈 것이다. 국민 일부는 언제든지 정권의 셈법에 희생양이 될 것이다. '분열의 대한민국'에 맞서는 '완전한 대한민국'의 싸움이다. 당당하고 강하게, 분열을 혐오하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한다. 정치권의 버림받은 대한민국 불쌍한 국민을 구하는 일이다.천영식 KBS이사

2019-06-26 11:33:22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대북 인도적 지원의 非인도성

11일 문재인 정부는 대북한 인도적 지원 사업에 쓰일 800만달러를 해당 국제기구에 송금했다. 문 정부가 지원한 자금은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영양 지원 사업'과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 보건 사업'에 투입된다. 이 조치는 명분만 확보되면 북한에 돈과 물자를 제공하려고 애써 온 문 정부의 의지가 관철된 최초의 대북 지원이다. 이제 대북 지원의 물꼬가 터졌으니 문 정부는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대북 지원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문 정부와 여당 사람들은 자기들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에 열을 내는 이유는 그것이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의 취약 계층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남북한 간의 평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이 전체주의적 독재국가이고 대한민국 국민을 몰살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는 현실을 외면한 잘못된 것이다.외부에서 제공된 돈과 물자가 그것들을 수납한 국가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는 그것들을 제공하는 측의 공여 의도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수납한 측의 사용 의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칼을 제공한 사람은 주방에서 요리하는 데 사용하라는 인도적 취지에서 칼을 제공했지만, 칼을 받은 사람은 그 칼로 사람을 죽이는 비인도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도주의적 동기에서 돈과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더라도 북한에서 그 돈과 물자가 인도적인 사업에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북한과 같은 폐쇄되고 잔인한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는 외부에서 제공되는 모든 물자가 독재세력의 수중으로 들어간 다음 그들의 마음대로 처리된다. 우리가 북한 취약 계층의 생활 개선을 돕기 위해 돈과 물자를 제공하면 북한의 독재세력은 그것들을 취약 계층에 분배해 주지 않고 북한 독재세력과 그 주변의 충성 분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한다. 정작 취약 계층에는 독재세력과 그 주변의 충성 분자들에게 분배하고 난 나머지가 분배된다.대한민국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북한 취약 계층의 건강과 생활 개선을 지원한다는 인도주의적 동기에서 북한에 보낸 돈과 물자는 북한 취약 계층에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 훨씬 심각한 비인도적 결과를 초래한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낸 돈과 물자가 북한에서 초래할 심각한 비인도적 결과는 두 가지이다.첫째, 북한에서 주민들의 인권을 무지막지하게 탄압하는 김정은 독재정권으로 하여금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악행을 계속하도록 도와주는 비인도적 결과를 초래한다.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려면 주민들을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감시와 처벌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비용이 든다. 남한에서 인도적 목적으로 넘어온 돈과 물자가 없다면 비용 부족으로 인해 주민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터인데, 남한에서 넘어온 돈과 물자가 감시와 처벌을 수행할 수 있는 비용을 충당해 주는 것이다.둘째, 김정은 독재정권으로 하여금 남한 국민을 몰살시킬 핵무기를 개발하는 비인도적이고 반평화적인 악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적 독재국가에서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보냈건 일단 자기들의 영토에 들어온 돈과 물자는 독재정권의 마음대로 처분된다. 김정은의 수중에 들어간 돈과 물자는 김정은의 의도에 따라 핵무기 제조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데 투입될 것이다.남한에서 인도적 목적으로 제공되는 돈과 물자가 이처럼 북한 정권의 비인도적 악행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북한이 전체주의적 독재국가이고 그 통치자가 비인도적 악행을 자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고 싶다면 김정은 정권이 자행하는 북한 주민의 인권 탄압을 중단시키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2019-06-12 11:47:22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수돗물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수도 급수계통인 취수-도수-정수-송수-배수-급수 단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천이나 댐 등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해서 도수관로를 통해 정수장으로 이송하고, 정수 후 송수관로를 이용하여 배수지로 보낸다. 배수지에서는 급배수관망을 통해 각 급수구역으로 공급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위해서는 상수원수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급배수관망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현실적으로 개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그러나 급배수관망 관리에는 지속적인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규모가 크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특별·광역시와 경기도는 이미 지속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일선 시군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실정이다. 수돗물 품질과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급배수관망에 상수관망 최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블록 시스템 구축이 핵심인데, 복잡한 급수 체계를 대중소 블록으로 분할하여 유량과 수압에 대한 관망 감시 시스템으로, 효과는 수량의 효율적 관리, 안정적인 용수 공급 및 유수율 제고이다.여기서 유수율은 총공급량 대비 요금으로 징수한 사용량인데,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전국 평균 85.2%이다. 그러나 환경부 통계는 단지 지자체의 보고 자료에 의한 것으로 모두 신뢰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블록 시스템을 모두 구축하고,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가 운영을 하고 있는 서울시는 95.8%, 대구시는 92.2%인 반면, 제주는 45.9%, 경북은 약 70%로 열악한데, 실제 일선 시군 지자체는 환경부 통계보다 열악하여 30~40% 정도인 경우가 많다.유수율이 낮은 것은 상수관망에 재정 투입을 못해, 블록 시스템 구축은커녕 노후 수도관을 그대로 방치한 경우이며, 대부분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21년 이상 경과한 노후 수도관은 약 68만㎞로 총연장 대비 32.4%이다. 이로 인한 누수량은 연간 약 7억t으로 팔당댐 저수용량의 3배 정도이고,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6천억원에 이른다.지방상수도의 재정이 열악한 이유는 낮은 상수도요금이 원인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 161개 지방상수도의 평균 수도요금은 t당 약 723원 정도인데, 원가는 약 898원으로 요금 현실화율은 80.5%이다. 서울은 80.9%, 대구는 91.7%, 경북은 62.3%이고, 울산과 광주는 100%를 넘어 지자체마다 다른데, 특히 군 단위는 지방상수도 전체 평균에 비해 생산원가가 약 2배 이상 높아 재정이 열악한데도 수도요금은 대도시에 비해 훨씬 높다. 강원도 평창군은 생산원가 t당 4천832원, 요금 1천467원으로 생산원가가 가장 높으며, 요금 현실화율은 30.3%이고, 경상북도 봉화군은 생산원가 3천193원, 요금 496원으로 현실화율이 15.5%로 전국 최하위이며, 군위군은 생산원가가 1천190원인데, 요금은 376원으로 전국 최하위이다.이렇게 부족한 재원은 일반회계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국민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열악하고 제한된 상수도 재정으로는 노후한 정수장과 상수관망 투자에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지역 간의 상수도 서비스질과 재정의 격차를 줄여 평등한 대국민 물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동일한 전기요금처럼 수도요금에도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일 요금제도를 도입한 제주도와 같이 최소한 도단위 요금 단일화는 시도해 볼만하다. 또한 상수도 통합운영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충청남도는 도단위 통합운영을 추진하기 위한 용역을 수행하였는데, 일부 지자체에서 요금과 수도시설 격차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지자체의 양보와 협력이 절실하다. 현재의 열악한 지방상수도를 계속 방치할 것인가,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비록 늦었지만 환경부는 지방상수도 통합운영을 위해 2019년도에 '지방상수도 사업운영 효율성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완료하였다. 환경부는 경영과 조직·인력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적극 협력하여 합리적인 통합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대국민 설득과 홍보는 물론 제도 보완뿐만 아니라, 적극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

2019-06-05 11:36:03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함께하는 남북협력과 통일교육

지난 20~26일 통일부에서 주관하는 통일교육주간이 마무리되었다. 국민들로 하여금 평화통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올해 7회 행사를 종료하였다니 매우 좋은 발상이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을 보니 콘퍼런스, 공모전, 체험 학습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0여 년간 북한과 통일문제를 다룬 교육자로서 볼 때 이러한 프로그램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앞으로 한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의 지방 확산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지만 서울 못지않게 통일문제에 대한 지방의 관심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남북 교류와 협력의 주체로 올라섰다.그간 지자체의 남북 교류는 중앙부처 차원의 교류의 부차적인 의미로서 기능하였고 규모와 기간 등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지자체는 남북 교류와 관련된 예산과 조직을 대폭 확대하였고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의 대북 교류가 체계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남북 관계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체계가 잡히면 향후 남북 관계 발전과 통일 대비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한다면 지방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남북 관계,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은 필요성이 더욱 커 보인다.우리와 같은 분단을 겪었던 독일은 전형적인 연방제 국가로 지방자치의 역사가 깊다. 통일 이전에도 주정부의 자치가 확고히 보장되었고 자매결연 등 지자체들이 동서독 교류에 직접 나서기도 하였다. 동독 탈주민들의 수용에 있어서 주정부는 연방정부와 협력해 나갔고 통일 이후 재원 분담에서도 주정부는 고통을 분담하였다. 이러한 일들은 주정부가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적시성 있게 설명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한국에도 잘 알려진 독일의 '정치교육센터'는 연방센터도 있지만 각 주마다 지역센터가 있어 지방 특색에 맞는 이슈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해왔다. 분단 시기 정치교육센터는 자유 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확고한 전파 역할을 하였고 기본권, 시장경제 등에 대한 교육 홍보활동도 수행하였다. 통일 이후에는 통일에 따른 통합의 가치를 설파하였고 현재는 올바른 정치 체제와 선거제도 등에 대한 정보를 적실성 있게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필자는 수년 전 지방정치교육센터를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실로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또 한 가지 특색 있는 통일교육에의 합의는 서독에서 추진된 '보이텔스바흐 합의'이다. 냉전이 한창 중인 1970년대 중반 서독의 보수와 진보 진영은 치열한 논의 끝에 이념과 정권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정치교육 지침을 마련하였다. 한 번 합의한 원칙은 대체로 지키는 독일의 특성에 따라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교육은 강제할 수 없으며 토론과 논쟁을 통해 독립적인 관점과 사고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체적인 인식의 형성을 위해 다양한 가치와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편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합의를 이뤄나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통일이라는 민족의 명운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절차가 더욱 긴요하다고 하겠다.지자체는 북한과의 교류 협력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남북 교류에 따른 평화적 효과와 지역경제에의 이득, 나아가 통일 과정에의 기여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잘 설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가 부족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참여형 방식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중앙정부도 그들만의 사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와 적극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배가해야 할 것이다. 지방에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민주평통, 민간단체, 지역통일관 등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산재되어 있다. 이들이 각기 따로 수행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들을 하나로 엮는다면 더 효과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통일교육주간은 통일문제에 대한 범국민적인 사회적 합의의 장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9-05-30 11:49:59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화이트칼라는 왜 한국당을 여전히 외면하나

최근 사석에서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 때 어느 정도 선방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기대어 약진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이와 관련, 화이트칼라층에선 여전히 한국당 지지율에 별 반응이 없다고 했더니, 참석자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한국당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올랐으니, 화이트칼라층도 조금은 올랐을 것이라는 상식과 배치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화이트칼라는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독특한 중도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집단이다. 넥타이 부대로 통칭되는 화이트칼라는 사무직 노동자를 포괄한다. 화이트칼라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미래 담론을 주도할 엘리트 계층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든 명분적으로든, 여야가 미래 정당으로 뿌리내리려면 화이트칼라층 없이는 불가능하다.황교안 체제가 들어선 이후 석 달 동안 한국당이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화이트칼라 지지층의 무덤덤한 반응은 내부적으로 논란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화이트칼라층이 정치 변화에 가장 늦게 반응하는 집단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거꾸로 화이트칼라층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으면, 한국당이 내년 총선과 그 이후의 대선까지도 희망을 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화이트칼라층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58%이다. 이들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5%이며, 한국당 지지율은 정의당과 같은 12%에 머물고 있다. 화이트칼라층은 한국당에 범접할 수 없는 섬처럼 존재하고 있다. 석 달 전 거의 그대로다.화이트칼라층은 연령적으로는 30대와 40대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조사에서 30, 40대 지지율과 연동돼서 나타난다.보수층 내부에서는 화이트칼라에 대해 두 가지 극단적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하나는 화이트칼라층이 이미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으로 굳어진 만큼, 호남처럼 버겁게 느끼는 흐름이다. 다른 하나는 화이트칼라층 비중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바른미래당식 방식이다. 둘 다 극단이다.화이트칼라는 이념적으로 진보성을 갖고 있어 보수의 공략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머리가 진보이더라도 몸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이중적 특성을 갖고 있다. 사무직 노동자인 만큼 가장(家長) 및 생활인으로서 각종 경제 이슈에 민감한 층이다. 가령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공제가 되느냐 하는 문제는 화이트칼라층의 여론을 흔드는 이슈이다. '호주머니 지상주의자'들이다. 지금 이 정부는 화이트칼라층을 화나게 하는 정책적 실수를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문제도 그중의 하나다.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화이트칼라층에 대한 대응 부재 현상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실점은 보수당이 뒤집어쓰고 있다는 점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저출산도 화이트칼라층에는 아주 민감한 이슈"라며 "자녀 인적공제 확대나 교육세 환급 등 화이트칼라층이 관심을 가질 이슈가 많은데도 한국당조차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화이트칼라층은 막말에 거부감을 갖고, 기득권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념적 틀로 접근하는 것은 닫힌 문을 굳게 잠글 뿐이며, 경제 이슈로 접근하는 게 최선이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각종 경제지표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화이트칼라층의 여론이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 무언가 잘못돼 있는 셈이다. 한국당이 경제 이슈에 민감해 하는 화이트칼라층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까지 무슨 투쟁을 했다는 것일까. 대중의 경제적 불만을 정확히 집어내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핀셋 투쟁'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다못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의원 세비라도 갹출하든지, 민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주변의 화이트칼라는 문재인 정부를 독재라기보다 무능으로 느낀다.천영식 KBS 이사,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초빙교수.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

2019-05-29 10:23:52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임을 위한 행진곡'은 반체제 가요

문재인 정권이 출범 후에 취한 제1호 조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틀 후에 거행될 금년 5·18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더욱 당당하게 제창될 것이다.문재인 정권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관철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로 한 조치는 타당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문제를 진지하게 따져볼수록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조치로 판단된다.왜 그런가? 그 노래의 가사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산문체로 정리하면 "새날(새로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먼저 죽은 동지의 뜻을 받들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자"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새날', 즉 새로운 세상의 의미이다.'임을 위한 행진곡'을 독재시대인 1980년대에 불렀을 때의 새날은 좌익운동권에게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이 성공한 세상'(사실상 사회주의 세상)이고 대중에게는 '자유민주화된 세상'을 의미했다.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에서 말하는 '새날'은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세상'을 의미하게 된다.'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대한민국의 현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상이한 체제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세상의 구체적인 그림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사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기존 국가 상황과 다르고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른 체제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점에서는 공통될 것이다.'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에 내포된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는 그 가사를 빌려온 모시(母詩) '묏비나리'를 분석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 중의 일부를 떼어온 것이다. '묏비나리'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①남한의 청년 운동가들은 처음부터 목숨을 던질 각오를 하고 운동에 나서서 살인마 구조인 남한 사회구조를 뒤엎어야 한다. ②혁명투쟁을 하다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더라도 부활하여 민중의 혁명의지를 격발시켜 분단의 벽과 미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죽어야 한다. ③투쟁하다가 죽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라는 호소가 된다. ④혁명이 일어나면 민중과 힘을 합쳐 가진 자들과 이 세상의 껍질을 깨버리고 해방 세상을 이루어내야 한다.'묏비나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③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혁명투쟁을 하다가 먼저 죽은 선배 투사의 영혼이 후배 투사에게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라"고 촉구하는 대목이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이다.'임을 위한 행진곡'과 '묏비나리'가 전달하려는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메시지는 작사가인 백기완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 한층 더 분명해진다.백기완은 그의 저서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에서 대한민국을 '온갖 나쁜 짓을 해서라도 돈만 거머쥐면 왕이 되는 사회'요, '남의 나라 군대가 지배하는 창피하고 더러운 식민지'라고 주장하고, 자본가들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존재로 비난했다. 통일에 관해서는 '우리들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는 주한미군이다. 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주한미군부터 몰아내야 한다' '우리의 통일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5-15 18:30:00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정책은 바뀌어야

하천 수질을 개선하고 국민 위생을 위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보급했는데 도시 지역에 우선했고 농어촌 읍면 단위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농어촌 지역에서도 하수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처음으로 행정안전부가 농어촌 마을의 하수도정비사업을 진행했다.이후 농림축산식품부 및 환경부에서도 부처 간 협업 없이 무분별하게 마을 하수도를 설치해 전국적으로 처리시설이 난립하게 되었다.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 부처에서 추진하던 마을 하수도 사업인 행안부의 '농어촌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농식품부의 '농어촌 정부 생활권개발사업'을 모두 2007년도에 환경부로 이관하였다.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전국에 가동 중인 500㎥/일 이상 공공하수처리시설은 661개소이며, 500㎥/일 미만의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전국에 3천375개소이다.소규모 시설은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고 정확한 운영 현황과 방류 소하천의 수질 개선 효과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지금까지 파악한 주요 문제점으로는 하수 관로 불량으로 인한 불명수 유입, 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오작동, 처리 공법의 난립으로 인한 운영 관리의 어려움, 운영비 과다, 사업의 낮은 효과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비록 늦었지만 환경부는 2018년도에 전국적으로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실태 정밀조사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10년 이상 된 시설은 전체의 약 55%로 시설 노후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수도법 규정에 따라 공공하수도 시설은 5년마다 기술 진단을 한다. 50㎥/일 미만 시설은 소규모 시설의 약 45%를 차지하지만 기술 진단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문제점 파악과 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수 관로의 기술 진단 시행률도 약 5%에 불과하다.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하수 관로와 처리 시설을 포함한 전체 시설에 대한 전문 기술 진단이 절실하다.전체 평균 운영 비용은 개소당 연간 약 1천800만원으로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상당한 부담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하수도요금 현실화를 통한 재정 확보와 같은 지자체 자구 노력에 따라 선별 지원하는 정책으로의 전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농어촌 지역 특성상 축산 분뇨의 유입, 인구 감소로 인한 하수 발생량 감소, 강우 시 유입량 증가, 주말 및 관광객에 의한 일시 유입량 증가 등의 원인으로 유입 유량과 수질 변화가 크므로 이에 맞는 적정 기술을 적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소규모 시설에는 환경 신기술인 60여 가지의 다양한 처리 공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지자체마다 적용한 공법이 난립해 전문가라 하더라도 운영 기술이 제각각인 시설을 적정하게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또한 지금까지는 정부 지원 아래 지자체별로 개별사업으로 추진했는데 공법의 난립으로 운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재해 있어 하천의 수질 개선 효과도 미미하며 투자 대비 사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웠다.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유역별 통합 물관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중 통합오염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유역별 통합오염원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특히 소규모 시설은 개별사업이 아닌 유역별 통합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전국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유역 단위의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인근 시설의 통·폐합 및 연계 처리 검토, 노후화 시설과 관로 개선, 원격제어 시스템 구축, 정기적인 순회 점검 계획, 적정 운영 인원 관리 계획 등 관리 체계의 제도적 수립도 시급하다.

2019-05-09 03:30:00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쾌락과 미혹에 빠져 허덕이는 나라

오래전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로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연달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도시에 도착한 이튿날 우리 일행은 국립대학의 여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한류를 사랑하는 모임의 구성원들이었다.그들은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 그곳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 일행은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에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물론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들이 너무나 절실했으므로 한국을 방문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예상 못 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피부 관리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외국의 유명 사립대학 졸업을 앞두고 유학생이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했다. 서울에 도착한 바로 그날, 여행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부랴부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렸다.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다. 그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자정을 넘긴 새벽 3시쯤이었다. 어디 갔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홍대 앞을 다녀왔다고 했다. 거긴 왜 갔느냐고 다그쳤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재미있잖아요."서울에 있는 올림픽공원에 가보면 거의 끊임없이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열린다. 공연이 있는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동남아를 비롯해 먼 나라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고 긴 대열을 만들며 삼삼오오 노숙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여행용 가방은 물론이고 간이 침대와 가벼운 이부자리, 몇 끼니를 때울 식품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나면 옆도 돌아보지 않고 귀국길에 오른다.탈북한 여성들이 출연하는 좌담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탈북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남한의 젊은 연기자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함이었다는 고백이었다.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참말인지 웃자고 하는 흰소린지는 모르겠으나 그 여성은 남한의 인기 연예인 아무개의 실물을 보기 위해서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한 것이었다. 나이 먹은 사람으로선 도저히 이해 못 할 일에 요즘 젊은이들은 목숨조차 걸 수 있구나 싶었다.그 눈부신 성과에 대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류는,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란 어둠 속에서 우박처럼 쏟아진 행운이었다. 싸이나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아이돌 가수들이 획득한 대중적 성과는 세탁기에 들어간 봉제 인형처럼 방향감각을 잃고 곤두박질치던 우리 경제에 눈부신 활로를 열어주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는 찌그러진 동냥 그릇을 손에 들고 좌왕우왕했을지도 모른다.이처럼 한류의 성과에 힘입어 우린 희망의 경이를 목격하게 되었고, 국민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다. 이집트 인구의 95프로가 나일강가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한류가 이루어 놓은 산업적 성과에 기대어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탈북 여성의 발언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그런데 이런 성과를 거둔 K팝 스타들이 저지른 스캔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이 크다. 그들은 심지어 공직자와 결탁해서 뇌물 혹은 탈세와 같이 노회한 범죄자들을 뺨치는 지저분한 비리를 저질렀다. 똑같이 생긴 칼이라 하더라도 어머니가 들고 있을 때와 도둑이 들고 있을 때가 확연히 다른 것처럼, 연예인들이 인기에 도취되어 방만한 일탈에 젖다 보면 그때까지 거둔 성과는 바람 부는 날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사람이 시대가 낳은 미혹과 풍기를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쾌락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악령의 손짓에만 무분별하게 쫓아가다 보면, 양녕대군처럼 따 놓은 왕의 자리를 제 발로 걷어차는 치명적인 불상사를 저지르게 된다.한국인의 애환을 달래 온 국민 가수 이미자 씨가 자신의 노래 인생 60년을 회고하면서 악보대로 노래하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젊은 연예인들이 오늘날과 같이 절제력을 잃게 되면, 필경 오만해지며 나아가서는 범죄 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교훈으로 기억해야 할 말이다.

2019-04-25 01:30:0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리셋 필요한 문재인표 대북 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등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설득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을 앞에 두고,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하고 그 결심을 실천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속할 것이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현 시점에서는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비슷한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윽박질렀다.워싱턴과 평양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들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진행되어온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려는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확인해준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발언은 두 사람이 모두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려는 문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그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대한민국 또는 문 대통령이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사람들 사이에서나 국가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중재에 나선 주체가 최소한 다음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중재 대상들에 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처지에 있어야 한다. 둘째, 중재 대상들로부터 신뢰 내지 존경을 받아야 한다. 셋째, 현안 문제에 관한 정확한 정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실상은 어떠한가? 대한민국과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독립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처지에 놓여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북한은 대한민국의 적이고 미국은 대한민국의 존립에 필수적인 동맹국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우정이 아무리 돈독해진다 해도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대해 반역을 자행하지 않는 한, 이러한 3국 간의 객관적 관계는 변할 수 없다.대한민국은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존경은 고사하고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가지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납치해 놓은 상태이다. 북한은 납치범이고, 대한민국과 국민은 인질이며, 미국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납치 상태로부터 구해내려고 노력하는 구조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질인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부가 납치범과 구조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일이다.문 대통령은 지금 트럼프와 김정은으로부터 자기의 처지를 깨닫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당신은 나의 인질이니 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강요하고,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납치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구조대의 구출 노력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김정은의 의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들에 관한 정보가 빈약한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북한 및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이 대학생들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은 웃기는 일이다.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뭔가 기여하고 싶으면, 이제부터라도 중재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갖추거나 아니면 중재자 역할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고 자신의 대북한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새로이 판을 짜야 할 것이다.

2019-04-17 14:41:15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에너지 자립화

환경부 국가하수도정보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말 기준 전국에 가동 중인 500㎥/일 이상 공공하수처리시설은 661개소이며, 시설 용량은 2천552만3천㎥/일이다. 대구시에는 7개소가 있으며 전국 대비 7.3%인 1천874㎥/일로, 지역별로는 경기, 서울, 부산에 이어 네 번째 규모이다.공공하수처리시설은 환경기초시설 중에서도 에너지 다소비 시설의 하나로, 전체 500㎥/일 이상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으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75만 TOE(Ton of Oil Equivalent·석유 발열량으로 환산 톤)에 달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우 큰 데 비해, 에너지 회수율은 낮다. 2006년 기준 미국 환경청 자료에 의하면, 미국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의 전기에너지 사용량은 미국 전체 전기에너지 사용량의 약 3% 정도에 달하며, 우리나라 경우는 약 1% 내외로 에너지 소비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수처리시설에서의 에너지 자립률은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자체 생산량 비율인데,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량은 75만TOE이며, 에너지 생산량은 10만5천TOE로 에너지 자립률은 약 14% 정도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시가 26.8%로 가장 높았고, 울산시 24.9%, 부산시 20.7%, 인천시 0.1%, 광주시 19.8%, 대전시 11.9%, 경기도 9%인데, 대구시는 23.4%로 평균 대비 비교적 높은 에너지 자립률을 나타내고 있다. 선진국 경우 에너지 자립률이 100%를 상회하는 처리시설이 많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에너지 생산량은 주로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혐기성 발효 미생물을 이용하는 소화조에서 생산하는 바이오 메탄가스에 의한 전기 생산이다. 혐기성 소화조는 규모가 큰 처리장에서 주로 도입하는데, 전국 68개 처리장에 설치하였으며, 61개가 운영 중에 있다. 따라서 에너지 생산량은 소화조 설치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규모가 큰 대도시가 크다. 국내 소화조 운영 효율은 하수관로 정비 부실로 인한 불명수 유입으로 낮은 유입 하수 수질, 소화조 운영관리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선진국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이다.대구시 달서천하수처리장의 경우 염색공단에서 배출하는 색도를 제거하기 위해 에너지 소모가 큰 오존처리시설을 도입하였는데, 이것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약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처리 비용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최신의 혁신적인 하수고도처리 공법을 적용하여 재구축할 필요성이 크다.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효율 기기 도입과 혁신적인 처리 공정으로의 개선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서는 유입 펌프 인버터 제어 운전, 공기 공급 최적화 시설 도입, 고효율 탈수기 도입 등 고효율 기기 도입에 국한하고 있다. 대구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슬러지펌프 인버터 설치, 소화조 교반기 개체, 총인처리시설 펌프장 수위 운전 방식 개선 등 16건(3천786㎿h)의 운영 방법 개선으로 에너지 절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하수처리장은 2009년에 생물반응조 공기 공급을 위한 초미세 포기장치 교체사업으로 소요 에너지양의 약 절반 정도를 절감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일부 시설은 장기 노후화로 인해 에너지가 과다하게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재구축 시기가 도래하였다.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바이오가스 생산 혐기성 소화조의 고효율화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도입인데, 하수처리시설의 침전지, 반응조, 각종 시설물 지붕 등의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 풍력, 소수력, 냉난방 열원 이용 등이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부지 면적에 대한 생산 효율이 매우 낮아 한계가 있다.서대구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계획과 맞물려 달서천 및 북부 하수처리장·염색공단폐수처리장의 통합 지하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를 위한 기술개발과 사업화는 대구에 조성하고 있는 물산업클러스터와 함께 해야 한다. 더불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효율 기기 및 저에너지 생물처리공정 개발 등 이와 연관된 에너지 자립화 프로젝트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곧 국내외 물산업 경쟁력 제고이다.

2019-04-11 02:30:00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초식동물로 살아가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은 물러났지만, 그가 남긴 말의 여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가 한겨레신문 기자이던 2011년 썼다는 이 칼럼은 묘하게 문재인 정부의 본성과 잘 버무려지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고 외친 촛불 시위로 생겨난 문재인 정부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진 김의겸. 이들의 국가관은 데칼코마니다.그래서 김의겸 사태는 이 정부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청와대에 와 보니 국가란 믿을 수 없고, 결국 내가 알아서 부동산 투기하고 노후 대책을 꾸려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본 것이다. 운동권 세력은 국가가 언제나 돈을 뿌려줄 것이라는 환상을 유포해왔다. 김의겸은 그런 환상으로 가득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몸으로 말하고 있다.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속지 말라고. '이게 나라다'가 아니라 '이게 나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환상의 국가는 없었고, 김의겸을 기득권으로 만들어주는 정부만 있었던 것이다. 알았으면 털어먹어야 한다.이 정부가 이대로 끝나게 된다면 우리 국민은 집단 패닉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이게 나라냐'라고 외친 한 무리가 나타나 '이게 나라다'를 보여주기는커녕, 입술에 핏자국도 닦지 않은 채 한탕 해 먹고 사라지는 최악의 육식동물임을 목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국민 사기극 말이다.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오만과 부도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것만 지켰어도 악성 종양은 더 번지지 않았다. 김의겸은 떠날 때까지 고개를 바짝 세웠고, 장관 후보자 낙마를 설명하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끝까지 '무슨 문제냐'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대구 칠성시장에서 경호원이 총기를 노출해도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고 변명했다. 불리하면 전 정부가 했다고 한다. 한미동맹을 흔들어대는 이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자식을 미국에 유학 보내는 기득권의 이중인격을 유행시키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적폐의 무덤 위에서 탄생한 정부라면 도덕 기준을 더 높여야 할 텐데 온통 전임 정부 탓이거나 세상 탓이다. 청년대표는 청년 정책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면서 대통령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절벽 정부다.오만의 배후에는 비뚤어진 운동권적 선민의식이 있다. 이들이 과도하게 도덕적 우월주의를 내세울 때 크게 불안했었다. 김의겸은 문재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의 DNA가 없다든가, 블랙리스트의 딱지를 갖다 붙이지 말라는 등의 극단적 도덕주의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남과 다르다는 우월주의에서 나타난 차별적이고 선민적 용어 선택이다. 스스로 잘못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말이다. 운동권 꼰대다. 그러니 자신들이 한 잘못된 행위는 온통 이유가 있고 변명이 있다. 구질구질하다. 겸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잘못된 국가관이다. 역사는 통치자의 전지전능을 전제로 하는 플라톤-홉스 전통의 국가주의가 유토피아일 뿐이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보여줬다.'(민경국, 국가란 무엇인가. 14쪽)국가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목 잡지 말고 격려하는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주면 좋겠다. 진짜 초식동물들은 절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음 달이면 어느덧 3년 차로 접어든다. 역대 정부는 대체로 3년 차에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왔다. 2년 동안 내세웠던 어젠다가 약발을 다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임기 후반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 차에도 새 어젠다 없이 배짱 좋게 그냥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희망이 없다.이들은 이미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경영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말했다. 그래서 묻고 싶다. 2년간 보여준 이 나라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나라냐?천영식 KBS 이사·계명대 언론광고학부 초빙교수·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

2019-04-03 13:28:48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말의 품격이 시궁으로 떨어지다

정치인·지식인의 막말·욕설·거짓말사회 흐름 흩트려 끝없는 갈등 촉발내뱉은 말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어말의 품위, 일생 동안 지켜야 할 금도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된 병리 현상들은 그 사례를 모두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현상 중의 하나는 정치인들과 지식인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밤과 낮을 막론하고 쏟아내는 천박한 막말, 헐뜯기와 비꼬기, 마구잡이식 욕설, 비루한 거짓말들이다. 이처럼 경솔하고 더럽혀진 언어들이 하루가 멀다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우리들 머리 위에서 춤추고 있다.정의가 무엇인지 사려 깊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걸핏하면 표독스러운 말로 상대를 공격하고, 몰래 녹음하고, 촬영해서 자기 주변의 인물들을 함정으로 빠트리는 것을 오락처럼 즐기며 뽐내고 으스댄다. 그러나 이런 경박한 언행과 행위들은 상대방의 가슴 속에 화살처럼 박혀 오랫동안 아픔의 흔적으로 남아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분노와 원망이 쌓이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값어치 있는 언어가 갖는 화해와 포용의 모습은 어느새 오염되거나 궤멸되고 갈등과 대결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우리 사회가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을 만큼 춥고 어두워지자, 우리들의 언행 역시 피가 튈 것처럼 엽기적이거나 거칠어졌다. 자신과 생각이나 이념을 달리한다고 해서 나라의 정치 지도자를 거리낌 없이 천박한 말로 폄훼한다는 것은 지도층에 있다는 사람이 구사할 언어는 결코 아니다. 언행이 경솔하면 설혹 그가 재상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천한 종이나 다름없다는 옛말도 있다.말버릇은 대개 어린 시절에 배운다. 성인이 되어서야 터득한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거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런 저질스러운 언어를 쓰느냐고 질문하면 사려 깊지 못했던 과거에 저지른 말실수였다고 둘러댄다. 혹은 사석에서 무심코 흘린 말이라고 말끝을 흐리는 사람도 있다. 비겁한 일이다.이런 막말을 공공연하게 저지른 사람이 한 나라의 정치 일선을 휘젓고 다닌다면 그 당사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장래가 절망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자기 집에서 기르는 짐승에게도 정제하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서는 안 된다. 그런 마구잡이식 욕설은 한 나라의 사회적 혹은 정치적 흐름을 왜곡해 끝없는 갈등을 촉발시킨다. 나아가서 사회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의심을 끝없이 갖게 만든다. 그래서 막말을 일상적으로 내뱉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생물학적 차이를 가진 사람은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런 경솔한 막말과 욕설을 내뱉고 있는 장본인은 그것이야말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었다고 의기양양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영혼이 얼마나 피폐되어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게 개탄스러울 뿐이다.언어의 품위에는 그 바탕에 사람의 영혼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그래서 말이라 해서 모두 말이 아니라는 핀잔이 가능하다.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만 골라서 지껄이는 사람도 있다.우리의 삶이 아무리 황폐화되었다 하더라도 모욕적이고 충동적인 막말로 내던져버려도 좋을 만큼 가볍지 않다. 세상을 자기 혼자 살아간다면 막말을 하든 곤두박질을 치든 욕설하든 비꼬든 상관 없으리라. 그러나 이 세상은 혼자 살기엔 너무나 버겁고 또 그렇게 살지 못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말의 품위는 어려서든 늙어서든 일생 동안 지켜나가야 할 금도와 같은 것이다.앞에 둔 희망보다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은 나이가 되면, 필경 지나간 시간에 남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몇 마디 말이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 험담을 지금 와서 후회하고 가슴을 친다 해도 만회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 쏘아버린 화살이 스스로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 왔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어린 손자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전쟁 영웅이었다지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니다. 나는 그들 영웅들과 같이 싸웠을 뿐이다." 말의 품위와 겸허함이 어디에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대화다.

2019-03-28 02:30:0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 '북·미' 거명관행의 문제점

'미·북' 아닌 '북·미' 호칭 일반화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 초래국가의 존립에 도움을 주는 동맹더 중요시하고 존중해줘야 마땅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은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거명할 때 '북·미'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북·미 관계'니 '북·미 회담'이니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북·미' 거명 관행의 일반화는 더욱 심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집권당의 전체 당원과 행정부의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북미'라고 말하고 있다. '북·미' 거명 관행의 일반화는 미국이 그것의 함의를 파악하게 되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는 복수의 인간이나 집단을 동시에 언급하게 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존중해야 할 대상을 먼저 언급하고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덜 존중해도 될 대상을 뒤에 언급한다.이러한 관행은 복수의 국가를 동시에 언급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반드시 '남·북'이라 말하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반드시 '한일'이라 말하며, 한국과 미국을 언급할 때는 반드시 '한·미'라고 말한다. 만일 한국인 가운데 '일·한'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친일파로 매도당할 것이다.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정부와 주민은 남북 회담을 언급할 때 언제나 '북·남 회담'이라고 말하고, 북한과 중국을 말할 때 '조·중'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과 중국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중국과 남조선'이라고 말한다. 결코 '남·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북한 주민이 '남·북 회담'이라고 말하게 되면 그는 반혁명분자로 처벌될 것이다.이러한 한국인의 어법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민이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언급할 경우 '미·북 관계'니 '미·북 회담'이라고 말하지 않고 '북·미 관계'니 '북·미 회담'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북한을 미국보다 더 중요하고 더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뜻한다.북한은 대한민국을 공격하려는 적이고,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을 도와주는 동맹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미·북'이라 말하지 않고 '북·미'라고 말하는 것은 적을 동맹보다 더 중요하고 더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고 선전하는 것과 같다.그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적의 공격을 도와주고 대한민국에 대한 동맹의 지원을 약화시키는 행동이다. 나아가서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과의 동맹을 파기하도록 충동하는 행동이다.'북·미' 거명 관행을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오늘날과 같은 남북 화해 시대에 북한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주장은 화해 추구 과정과 화해 성공을 구분할 줄 모르는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가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는 동안에도 북한은 여전히 우리의 적이다. 화해 추구 과정에서 진전이 없으면 다시 싸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의 적이 아니게 되는 것은 남북 화해가 실질적으로(말이나 문서를 통한 선언으로서가 아니라 실효적 행동을 통해) 성공한 시점부터이다.'북·미' 거명 관행을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 국가이므로 이민족 국가인 미국보다 더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러한 주장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잘못된 주장이다.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개인·집단·국가를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하며, 국가의 존립에 피해를 주는 개인·집단·국가를 배격해야 한다. 그 대상이 동족이냐 이민족이냐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 이러한 이치는 6·25전쟁 때 동족 국가인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하여 멸망시키려 했고, 이민족 국가인 미국이 멸망의 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구원해 준 사실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9-03-21 02:30:00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 대구시 하수관로 시스템 선진화

유역별 일괄적 대대적인 관로정비오염 빗물 처리 '분산형 LID' 도입안전사고 선제 대응 유지 관리 체계자구노력 함께 정부 재정지원 필요달서천 하수처리장은 30여 년이 지나, 시설이 노후화되어 수처리 및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데, 처리비용과 에너지 소요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최신의 혁신적인 하수고도처리 공법을 적용하여 재구축할 시기가 도래하였다. 또한 대구시의 서대구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계획에 맞물려서, 역세권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달서천 및 북부 하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하수처리장 재구축 사업은 반드시 하수관로 정비 사업과 함께 추진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통합 하수처리시설 규모 결정을 위한 선행 조건은 하수를 이송차집하는 하수관로 정비가 매우 중요한 결정 요소이다. 달서천 하수처리 구역의 경우는 낙후된 산업단지, 노후된 시가지와 도시 재생 사업, 복개하천 등 복잡한 시가지이므로 하수관로 정비 사업은 소요 경비와 사업 효과 등을 고려하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국가적인 재정과 기술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하수도 시설은 크게 하수처리장과 하수관로로 나누어진다. 하수도 사업은 선진국의 경우처럼 이 두 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시급히 하천의 수질오염을 개선해야 했고, 하수관로 사업에는 많은 경비가 소요되기에 하수처리장 건설 사업을 우선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건설한 하수처리장에는 하수관로 불량으로 불명수(不明水)가 많이 유입하여 본래의 하수 수질보다 농도가 크게 낮아져서 고도처리 기능을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수와 토양 오염을 가중시켰다.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하수관로 정비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하수도 재정을 고려하여 국고 지원 사업으로 수행했어야 했는데, BTL(민간투자 시설 위탁관리 사업) 사업으로 수행하여,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환경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큰 부담으로 남고 있다. 환경부는 지자체의 규모에 따라 차등 보조를 하고 있는데, 광역시는 보조 규모가 크게 낮아, 대구시는 지금까지 규모 있는 하수관로 정비 사업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대구시의 하수관로 총연장은 2016년을 기준으로 약 6천㎞로 이 중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관로가 약 70% 이상이다. 대구시 하수관로는 지산, 현풍, 칠곡 처리분구 등의 일부 지역과 신규로 조성되는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합류식 하수 배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우수 토실과 차집 관로를 통해 공공하수처리시설로 하수가 유입하고 있는데, 우천 시에는 관로 내 침전물이 일시에 유출하고, 강우 시 오염된 빗물과 함께 하수가 우수 토실로부터 그대로 공공수역으로 방류되는 등 수질 보전상 불합리한 문제점이 많다.대구시 물사용량을 고려한 하수 발생량은 약 80만t/일 정도인데, 하수처리장 유입량은 약 130만t/일으로 불명수가 약 50만t/일 정도인 것이 대구시 하수관로의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신설되는 택지개발지구 등에는 분류식 관로를 도입하고 있으나, 합류식 관로인 기존 도시는 침수 및 악취 민원에 따른 부분적인 정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역시 중에는 울산시가 모범적으로 하수관로 정비 사업에 크게 투자하여, 분류식화율이 약 90% 이상이며, 태화강이 생태하천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은 시사점이 크다.대구시는 100년 미래 하수관로 선진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하수관로 전체에 대한 노후도 조사를 시행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하수처리구역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유역별로 일괄적인 대대적 관로 정비가 필요하다. 하수처리구역에서는 강우 유출수를 줄이고, 오염된 초기 빗물을 차집·처리할 수 있는 분산형 LID(저영향개발) 시설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 또한 최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하수관로 시스템 구축과 안전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인 하수관로의 운영 및 유지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대구시의 하수관로 정비는 시 재정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므로 대구시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2019-03-14 04:30:00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 광주가 하면 '전략적 선택'이고, 대구는 '꼴통'인가?

갈라치기 어법 구사하는 文대통령TK를 남북관계 발목잡는 사람 취급정권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힌 TK좀 더 자신있게 행동하고 당당해야문재인 대통령의 레토릭이 최근 표독스러워졌다. 그 레토릭 가운데 특히 문제는 갈라치기 어법이다.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색안경을 던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는 데 전력을 다하자는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길지 않은 모두 발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발목 잡는 사람'을 비난하는 데 있었다.하노이 회담은 예기치 않게 결렬됐다. 문 대통령의 어법대로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 한 명이 발목 잡은 사람이다. 색안경을 끼고 다가온 기회를 던져 버린 사람이다. 누구일까?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다음 날 3·1절 기념사에서 '발목 잡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따끔한 충고를 할 줄 알았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 정작 그날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느닷없이 '빨갱이 타령하는 사람'을 적으로 몰았다.문 대통령의 레토릭에는 분명한 목적과 타깃이 있다. 발목 잡는 사람이나 빨갱이 타령하는 사람이나 모두 문 대통령에 대한 반대파를 의미하는 것으로 들렸다. 대통령 연설이라는 소중한 레토릭이 항상 갈라치기 어법을 통해 반대파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더 문제는 인식의 오류이다. 남북관계의 과속을 걱정하는 사람을 발목 잡는 사람들로 매도할 수 없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도 나타났듯, 미덥지 않으면 판을 깨야 하는 게 정상이다.정치적 경쟁 세력을 빨갱이로 표현하는 사람은 더더욱 지금 없다. 그 대신에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과 과도한 유착을 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즐비하다. 그들을 겨냥한 건가.지난해 9월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 유독 대구경북(TK) 사람들만 반대 여론이 높았다. 용감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골고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걱정하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그렇지 않았다.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서 TK 민심은 지난해 8월과 9월부터 문 대통령 지지 여론보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데드크로스(dead-cross)가 벌어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TK는 유일하게 냉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지금의 하노이 회담 결렬을 내다봤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상황을 홀로 차분히 바라본 '앞서간 TK 민심'이 문 대통령에게 발목 잡는 사람들이고 빨갱이 타령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당시 광주·전라 지역은 문 대통령에 대해 82%의 긍정 지지로 뜨거운 신뢰를 유지했다. 광주가 하면 서울이 따라가고 전국적 현상이 된다고 보는 게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의 세계관이다. 이것이 이른바 광주의 여론을 '전략적 선택'으로 미화하는 일로 발현되는 것이다. 호남의 찰떡 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게 TK 고립화 전략이다.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선출을 마치 태극기부대의 선택이나 극우 정당, 박근혜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뿌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하면서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누른 곳은 호남지역 경선이었다. 호남에서 노무현이 승리하자, 전략적 선택 운운하며 치켜세웠고, 이 힘이 경선 승리로 이어졌다.TK 민심은 왜 호남과 같은 취급을 받지 못할까. 황교안의 한계는 앞으로 본인이 풀어야 할 과제일 뿐이며, TK의 선택은 정당한 권리 실현이다. 나는 매사에 TK도 전략적 선택이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신 있게 행동하고 당당해야 한다.정치권에서 TK는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짜놓은 프레임의 밥이다. 그리고 갈라치기의 대상이다. 이런 기울어진 분위기하에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질 뿐 '대구형 일자리' '구미형 일자리'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9-03-06 11:38:34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누가 염소가 가는 길을 두려워하는 가

지자체 갖가지 명분 현금복지 혈안곳간 바닥나 이도저도 못하게 될 때국민이 겪을 금단 현상에 가슴 답답어떤 핑계대며 책임 회피하려는가상거래의 패턴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위한 거래에도 카드를 쓰거나 모바일로 처리하는 것이 생활화되었다. 이런 시대에 지난날과 같이 현금 거래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첫째는 도박판이고, 그다음은 오일장의 쇠전마당이다. 이들 두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현금 박치기'란 거래 관행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원매인(願買人)이 점퍼 안주머니에서 현금다발을 꺼내 들고 흔들어대면, 멱살잡이까지 하며 살벌하게 다투던 흥정은 순식간에 결판난다. 도박판 역시 묵직한 현금다발을 호기 있게 판돈으로 던지는 순간, 밑천이 쪼들려 전전긍긍하던 상대는 기가 팍 죽어 판세는 금방 뒤집힌다. 시쳇말로 현금 박치기란 그처럼 머리 없는 닭처럼 우왕좌왕하던 흥정에 치명적인 결정력을 안긴다. 흥정 과정에서 치닫기만 하던 갈등을 단숨에 무력화하는 살상력을 갖는다. 결말은 언제나 돈다발을 손에 쥔 사람의 기선잡기로 끝난다.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갖가지 명분을 만들어 도박판처럼 현금 복지를 펌프질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혹은 자기 과시욕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일수록 이런저런 명분을 내건 현금 복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몇 해 전 중국 이웃에 있는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나라는 광산 채굴권을 외국 회사에 넘겨주고 받은 거액의 보상금을 그대로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때 만났던 그 나라의 한 교수는 위정자를 가리켜 한심하고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상스러운 말로 폄훼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위정자가 당장은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칭송을 들을 만하다. 그러나 한 잔의 우유를 마시기 위해 소를 잡는 실수를 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절하로부터 비켜나지 못했다. 그것처럼 무분별하게 현금을 뿌려대다가 나중에 곳간이 바닥나서 이도저도 못하게 되었을 때, 국민들이 겪는 금단 현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때는 또 무엇을 핑계하며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것인가. 누가 그건 내 탓이오 하고 나설 것인가. 쏟아지는 질책과 비난에도 필경 시치미를 떼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남의 등 뒤에 숨어 먼산바라기를 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빈약한 재원 때문에 현금 복지의 생색을 낼 수 없는 대다수 지자체의 책임자는 가만히 앉아서 무능력한 행정가라는 지탄을 받게 되었다.사막에서 양떼를 기르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터득한 지혜를 기억하자.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수백 마리의 양떼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 가운데 몇 마리의 염소들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양떼는 그냥 두면 한자리에서만 맴돌며 풀을 뜯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염소는 새로운 식량원이 기다리는 싱싱한 목초지를 찾아 계속 자리를 옮겨 다니는 습성을 가졌다. 양떼는 습관적으로 염소의 뒤를 따라다닌다. 결국 양떼들을 좋은 목초지로 데려가는 것은 뒤를 따르는 목동이 아닌 앞장선 염소들이다.그냥 두면 목초지는 얼마 가지 않아 황폐화되어 목초지로서의 역할을 끝장내고 말 것이다. 뿌려대고 있는 지자체들의 현금 재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금임이 분명하다. 양떼들처럼 손쉬운 세금만을 파먹다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곳간은 거덜나고 말 것이다. 물고기가 먹고 싶으면 냇가로 가지 말고 집으로 달려가 그물을 짜라는 말이 있다. 현금 복지에 앞서 그 재원이 고갈되지 않는 방도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세금은 어디서 발생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체에 성장 동력을 실어줌으로써 재원의 지속성이 유지되리라 믿는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현금 살포만 계속할 것이 아니다.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내는 염소의 지혜에 주목할 일이다. 쌓여 있는 돈 바가지로 퍼 나르기는 삼척동자나 철부지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범람하는 강물은 빠르고 거칠다. 그래서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2019-02-28 03:30:0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5.18 논란, 이성적으로 풀어라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 주장은진상을 진실하게 밝히려는 목적개입 여부 정밀한 조사는 않은 채망언 규정·처벌한다면 반민주적지난 8일 개최된 한 토론회에서 광주 5·18민주화운동은 순수한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거나 그 토론회 개최를 지원한 3명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정계와 언론계의 히스테리컬한 공격이 2주째 계속되고 있다. 공격자들은 그러한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그런 망언을 하는 것은 5·18을 폄훼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죄적 언동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들을 정치·사회적으로 생매장하려 하고 있다.필자가 그러한 공격을 히스테리컬한 공격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현시점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는 것이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발언이 망언이 되려면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진지하게 조사하여 북한군의 개입이 없었음이 확인되어야 한다. 그런 확인 작업 없이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말하는 것을 망언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일에 앞장서 온 지만원 씨가 제시하는 논거들 가운데 설득력이 없는 사항도 있지만 진지하게 검토, 확인해 봐야 할 사항들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은 5·18을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5·18 때 광주에 침투했었다고 자처하는 남한 거주 탈북민이 2명이나 있다.둘째,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 주장은 5·18의 진상을 왜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5·18의 진상을 진실하게 밝히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5·18에 북한 사람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정밀 조사한 결과 5·18에 북한 사람들이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5·18의 진상은 더욱 진실되게 정리될 것이다.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 여부를 진지하게 조사해 보지도 않은 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역사 왜곡자로 매도하고 처벌하려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행태이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은 대체로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남한 주민은 역사 왜곡자로 격렬하게 비판하고 적대시하면서, 동일한 주장을 하는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역사 왜곡자라고 비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을 해주려고 안달한다. 자가당착적이다.셋째,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무시하기 힘든 논거들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이것을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죄로 규정하여 봉쇄하는 것이야말로 반민주적이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며, 다수가 지지하는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봉쇄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다수파의 독재이다.우리나라 정계와 언론계에는 5·18은 숭고한 광주 시민의 민주화운동이며,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들이 다수파임을 이용하여 5·18에 대한 자기들의 입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봉쇄하려 한다. 그러한 발언 봉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다수파의 독재인데 그 다수파의 독재를 민주주의라고 강변하고 있다.국가의 중요한 쟁점을 히스테리컬한 심리 상태로 결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이루어지고 국가에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쪽이나 그것을 부정하는 쪽 모두 히스테리컬한 심리 상태로 서로를 대하게 되면 그 문제로 인해 나라가 큰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양측 모두 히스테리를 진정시키고, 객관적이며 열린 마음으로 5·18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자세로 그 문제를 조사·해결해 주기 바란다.

2019-02-21 03:30:00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 유역별 통합 오염원 관리

수질 개선 첫 과제는 하수관거 정비저비용 집적화 시스템 도입 필수적생태복원·경제·문화·관광 분야까지환경부 중심 효율적 물관리 일원화하천은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수생태 및 하수도는 환경부, 농업용 저수지 등 관개시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함에 따라 하천 및 물관리가 유기적이지 못했다. 그 결과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중복 투자와 비효율적인 요소도 많았다.이에 환경부를 중심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정부 조직을 개편했다. 아직 하천 관련 사항은 국토부에 남겨두었지만, 환경부는 유역별 통합 물관리를 지향하는 효율적인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는 기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효율적인 물관리 및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량 및 수질의 통합 관리뿐만 아니라, 생태복원, 상수원, 토지이용, 경제, 역사, 문화, 관광 등의 분야까지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이행하여야 한다.우선적으로 환경부는 유역 내 홍수 피해 저감, 가뭄 대비 수량 확보, 수질과 수생태 건강성 유지를 모두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고, 기후변화 등 물관리 여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며, 수자원 변화와 상·하류 간의 효율적인 물 수요와 공급을 위한 실질적인 유역 물관리 방안으로의 통합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지금까지의 개별 단위 오염원 제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물 오염 관리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물관리 체계 속에서 유역별 통합 오염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낙동강의 물 문제는 크게 유해 화학물질 유출과 녹조로 요약된다. 두 가지 모두 사전 예방대책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생원에서의 오염원 관리가 필수인데, 녹조 문제는 발생 원인 물질인 질소와 인이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유출된다. 따라서 비록 많은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체계적인 유역별 통합 오염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도시로부터 수계에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저감하고,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바로 하수관거 정비이다. 하수관거 정비는 발생된 오염 물질의 차집 및 처리를 위한 기본요소이다. 강우 시 발생하는 하수관거월류수, 하수처리장 초과 유입수 등의 처리를 위한 그레이 인프라(gray infrastructure)와 강우 유출을 근본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빗물 정원, 옥상 녹화 등의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그레이 인프라에 속하는 하수관거 정비가 되면, 하수처리장의 유입량이 감소해 처리 비용을 감소시키고, 처리 효율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오염 물질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직투입할 수 있으며, 악취 민원을 해소할 수 있다.하수관거 정비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시설의 저에너지, 저비용 구조를 달성하기 위하여 처리공법 개선 및 시설 개선도 필수이다. 지금까지 건설된 하수도시설은 인프라 구축 위주의 정책으로 대규모로 건설되었으며, 과다한 용량 산정으로 가동률이 낮은 시설이 많다. 현재의 하수도시설은 다이어트를 통해 군살을 제거하고 신기술을 적용하여 집적화된 시스템으로 혁신하여야 한다. 집적화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소요 부지 및 유지 관리비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처리하기 위한 환경기초시설의 확충이 필요하고, 수계에 영향을 주는 오염원 중에서 가축분뇨의 경우, 발생량이 적은 반면 고농도의 유기물, 고형물, 질소, 인 등을 포함하고 있어, 수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가축분뇨는 개별농가에서 직접 퇴·액비로 자원화하는 것보다는 모두 수거하여 공공처리시설에서 자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고, 발생하는 찌거기를 퇴비화하여 이용함으로써 자원 순환형이면서도 저비용, 저에너지 소비 가축분뇨 처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질오염을 저감할 수 있다.환경부는 유역 내 통합 오염원 관리 체계 구축과 유역별 통합 물관리 계획의 수립을 우선하여야 하며, 국토부의 하천, 농식품부의 농업용수 등 부처별로 수행하는 정책들과 협업하여야 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2019-02-13 11:27:27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 '샌님 황교안'이 '무적황대'로 거듭 나려면

데뷔 오디션 무난하게 치렀지만꽃가마 원하는 샌님 이미지 여전한국당 넘어 우파의 희망 되려면국민과 황교안의 비전 공유해야설 연휴 주요 화제 중 하나는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였다. 정확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이하 호칭 생략)의 정치적 생존에 대한 관심이다.황교안이냐, 아니냐? 선거가 이렇게 전개되면 여타 후보들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선거 이슈의 각종 프레이밍을 황교안이 선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선두에게 가산점을 주게 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역시 황교안에게 흘러가고 있다. 지나고 보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불출마를 압박한 게 황교안에게는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 짜고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펙터클한 안착을 도와주었다. 황교안이 슬쩍 입당해 출마선언을 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자격 시비에 휩싸일 수 있었고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정치 신인 황교안은 데뷔 오디션도 비교적 무난하게 치렀다. 입당의 타이밍이 적절했고, 출마선언문의 내용도 보수 유권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불과 한 달 전 황교안이 출마할 것이냐를 두고 호사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좌고우면하다가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전망이 꽤 있었다. 이런 전망은 대부분 황교안의 고급스러운 이력에서 출발했다. 고물상집 아들이라고 하지만, 엘리트 공안검사 출신에다 무거운 중저음의 목소리만 보면, 바늘 하나 들어갈 게 없는 샌님 스타일이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기가 막히게 좋은 관운은 정치에서도 '꽃가마'를 원할 것이라는 예상을 만들고 있었다.김영삼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유명세를 탔던 이회창 전 총리도 정치 입문만큼은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돼 이듬해 대표로 추대됐다. 이게 꽃가마 정치인의 원조가 된 셈이다. 이회창 개인 이미지에 기득권이라는 딱지가 따라붙은 원인도 되었다. 황교안은 적어도 이와는 달랐다.한국당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컨벤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좀처럼 꿈쩍 않던 당 지지율이 3%포인트 이상 올랐다. 조만간 30%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황교안 굳히기가 진행될수록 흔들기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다. 후발 주자의 반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울어진 언론 환경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황교안이 가진 내재적 결점이 튀어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그 모든 것을 떠나, 황교안의 비전에 대한 공유가 절실하다. 왜 정치를 하려고 하며,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상태다. 이건 황교안뿐 아니라 우파의 희망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풀어내야 할 시급한 과제다.미국 정치사에서 우파가 폭망했다가 빠르게 되살아난 두 번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레이건 혁명과 깅리치 혁명을 들 수 있다. 1974년 리처드 닉슨의 하야로 공화당은 적어도 한 세대 이상 집권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6년 뒤 지미 카터라는 미숙한 약체 정치인을 만난 덕도 있지만 탄핵 이후 공화당 지지층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태에서 로널드 레이건의 집권은 혁명적인 일이었다. 강한 미국을 내건 레이건은 우파의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우파의 가치를 잘 구현할 인물이 아니라, 그 가치를 잘 전달할 사람이 필요했고, 위대한 커뮤니케이터(great communicator)가 된 것이다. 이미 보수층의 지원을 업은 만큼, 황교안을 거부하는 중도층에도 적극 어필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황교안이 꿈꾸는 미래가 공동체의 비전과 다르지 않음을, 더 나아가 훨씬 더 정상적인 일임을 입증해야 한다. 한국당의 대표는 당이 아니라 공동체의 수호자이다.깅리치 혁명은 한국에서 우파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과 같은 기적적(?)인 일과 관계돼 있지만, 당 대표가 된 이후의 과제이다. 이 역시 공감이 원칙이다.샌님 황교안이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무적황대'가 되고 싶다면, 당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서 국민들에게 비전이 공유되어야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황교안이 꿈꾸는 세상을 잘 알지 못한다.

2019-02-06 13:38:47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고국 눈부신 경제 발전에 놀란 교포여기저기 쏟아지는 불만에 더 놀라'지옥'은 마음속에 있는 건 아닌지…저마다 삶에서 보람과 기쁨 찾기를그는 재미 교포다. 미국 생활 십수 년 끝에 최근 고국을 방문했다. 무엇보다 고국의 눈부신 발전에 무척 놀라고 감동 받는다.우뚝우뚝 바라보이는 고층 브랜드 아파트. 미국에선 부잣집에서만 있는 비데가 한국에선 공중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고, 골목마다 중형차들이 가득가득 들어섰고, 아파트 입구마다 차량번호 자동 인식 주차장이 있고, 어디서나 빠른 인터넷, 뛰어난 교통카드, 버스 도착 알림판, 거미줄 같은 지하철에 안전 스크린도어, 수많은 TV 채널, 저렴하고 편리한 택시, 밤낮없이 열려 있는 편의점, 빠르고 정확한 대리운전 서비스, 전화 한 통이면 득달같이 도착하는 배달음식, 거리마다 널려 있는 원두커피 카페들, 손바닥마다 들려 있는 비싼 휴대폰들, 순식간인 배송 서비스, 열쇠는 옛말 비번과 카드키, 해외 여행객들로 붐비는 공항.미국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건강검진과 치과 치료를 마친 후 냉장고가 두 개나 있는 친구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다가 너무나 매끄럽게 열리고 닫히는 것이 신기해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미국 촌놈이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 나는야 가슴 뿌듯한 해외 동포. 그러나 진짜 그를 놀라게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죽겠어, 힘들어, 정치가 개판, 나라가 썩었어,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 푸념하고 성토하는 모습들,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등골이 빠진다.전셋값 올라서 살 수가 없어, 여자라서 밤길 나가기가 무서워, 정리해고당하는 나라에 살고 있어, 55인치 대형 TV 속 수많은 사람들도 다들 힘들어 죽겠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미국 대학 등록금은 놀랄 정도로 더 비싸고, 나는 전세는커녕 월세가 3천달러, 미국은 남자도 밤길이 무서워 외출을 삼가야 한다. 보험 병원비도 훨씬 더 비싸고, 밥 한 번 먹어도 팁에 세금 25% 추가. 내 주변의 인텔 등 IT 회사들도 수천 명씩 정리해고된다.치안, 위생, 수질, 기술 도시 인프라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나라에서 저렇게 죽는소리들을 하는 게 신기하단다. 그래서 진짜 지옥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건 아닌지…….옛날에는 조국이 잘 살게 되기를 기도했었는데, 이제는 조국 국민들 마음에 평안이 깃들기를 기도해야겠다는 것으로 그이 글은 끝을 맺는다. 그는 고대했었던 고국의 발전된 모습을 목격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부터 진정한 위로와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선진국에서도 엄두를 못 내는 경제적 사회적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어쩐 셈인지 끊임없이 구차한 삶을 호소하는 고국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시 미국으로 떠나는 그의 등 뒤에 드리워진 어둡고 긴 그림자를 바라본다.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으로 일컫는 미국과 중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면, 그들 나라에서 겪는 불편과 불합리는 열거하기가 차고 넘칠 만큼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회사원들의 연봉이 우리보다 적은 기업체들도 그들 나라에는 널려 있고, 공무원들의 근무 태도 역시 역겨울 정도다. 민원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의 업무처리는 불친절을 넘어 위압적이다.썩은 통나무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가 대초원을 쏜살같이 달려가는 노루를 부러워한다면, 그 달팽이는 가슴을 쥐어짜는 좌절감과 수치심으로 평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마다 가지는 정체성과 특징적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터득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사숙고 끝에 정중히 제안했던 국무총리 자리를 한마디로 거절했다는 구상 선생의 '꽃자리'라는 시구가 이 순간 뇌리를 스친다.(중략)/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내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 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2019-01-29 16:23:47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