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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대홍코스텍(주) 대표

[경제칼럼] 중소기업 노마드

앞선 기술로 개발도상국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목초지 찾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중소기업도 새 해외시장 도전을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점점 선진국처럼 정보통신(IT), 첨단산업, 문화산업,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면 섬유, 자동차, 기계, 가전 등 제조업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이 제조업 분야에서 더 이상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거의 없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에 발맞춰 함께 성장해온 중소 제조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물론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고수익 제품을 생산하거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업종 변경을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 제조기업 또는 과거에는 앞선 기술이었지만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없어진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는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해외로 진출해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가축의 먹이인 목초지를 찾아 자유롭게 떠나는 유목민을 '노마드'라고 부른다. 우리 중소기업도 노마드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 노마드'가 되어보면 어떨까?비근한 예로 섬유산업을 보면 과거 영국에서 시작해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그것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생산거점을 옮겨 다녔다. 이처럼 지금 우리 제조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최적화 된 곳을 찾아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것이 생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사업장은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해외 사업장은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해외에 나가 보면 많은 선진국 중소 제조기업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소기업 노마드가 해외 진출을 할 때 어떤 부분들을 생각해봐야 할까?첫째, 새로운 기회가 있고 우리 회사의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자. 비즈니스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사양산업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유망 산업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이 그곳으로 진출해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이익을 국내 연구개발에 투자해 현지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내에도 고급 인력의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둘째, 해외 진출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 지역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무슨 일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분이 해준 말씀이 있다.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대기업처럼 초기부터 물량 공세와 과감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의 자본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큰 실패는 곧 그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처음 1년은 남들이 보기에 노는 것처럼 보여도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비즈니스 환경과 문화를 충분히 이해한 후 투자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다.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해외로 진출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공장을 짓고 생산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중소 제조기업이 대기업과 동반 진출을 하거나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중소 제조기업들은 조급함으로 인해 해외 진출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방에 진출하기보다 하나씩 실행해 가며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통해 그 나라를 배워나가면서 현지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셋째, 개발도상국으로의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다. 이 말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중소 제조기업 관계자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대한민국 중소 제조기업은 개발도상국이 가지고 있지 못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다.그래서 그분들은 해외로 진출한 한국 기업을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물론 그 나라가 문화, 환경 등의 차이로 우리의 예측과 다르게 발전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분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그곳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과 불편한 생활 여건만을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보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2020-03-24 11:43:10

홍순만(연세대 교수)

[경제칼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기본소득

재난 소득 도입 대중적 어젠다 부상나라 곳간 바닥나 재정 마련 비상등고용 감소 현실적 대안될 수 있지만 포퓰리즘의 좋은 먹잇감 될 우려도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3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사흘 연속 폭락해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불안감은 세계 여러 나라의 주가지수에도 반영된 듯하다. 지난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9.99% 폭락하며 거래를 마쳤고, 이는 1987년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당시 22% 추락한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었다.이러한 위기 상황이 지속되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일부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달 말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등 1천만 명에게 5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지방자치단체들도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3일 중앙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 기본소득 52만여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유사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난 기본소득이 타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비상시국에 대응한 특단의 경제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재난기본소득 도입은 불가피할 수 있다. 나라 곳간은 이럴 때 쓰기 위해서 비축해 놓은 것 아니겠는가? 다만 문제는 정부가 최근 수년간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려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올해 정부 예산은 513조5천억원으로 불과 3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이 300조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빨리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역대 4번째 규모의 추경예산까지 고려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국가채무비율 40% 선이 곧 무너지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의 논의를 통하여 기본소득제가 대중적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 대선에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이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첫째, 그 재원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겠다. 세금 인상 또는 다른 정책 분야의 지출 삭감이 불가피한데 둘 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는 이상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둘째, 기본소득제가 한번 도입되면 포퓰리즘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매 선거 때마다 기본소득의 상향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더 쉽게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또 무엇이겠는가? 마지막으로 기본소득 도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제는 세계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고용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어 왔다.그러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고용의 감소는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고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기업들은 높아진 노동비용으로 인하여 고용을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결국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어 더 높은 수준의 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기본소득제가 현실성 있는 정책적 대안으로 고려되기 위해서는 따뜻한 감성보다는 차가운 이성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2020-03-17 13:38:54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경제칼럼]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자

마스크 대란 '공적 판매·5부제' 도입면 마스크·3일 재사용으로 말 바꿔민간 수요 공급 개입 장기적 후유증미래 전망 안정적일 때 정상 수요로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기본'에 있다. 기본에 충실하며 문제를 바라볼 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본을 거스른 사람은 성공할 수 없으며 성공한다 해도 단기간에 그치게 될 것이다.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본으로 돌아가야 정확한 답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어렵고 힘들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경제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이다. 이에 충실해야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고 그 성과가 지속할 수 있다. 원칙에 충실한 상황 판단과 결정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이 될 것이다.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을 바라보면 정부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 저녁과 주말에 전 가족들이 마스크 구입을 위하여 줄 서기와 각자 핸드폰으로 홈쇼핑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도로를 지나가면 줄 서 있는 곳은 약국뿐이다. 최근 대화의 주제는 마스크 구입 무용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보건 당국은 최초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고했다. 인증을 받은 KF94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며 재사용은 금한다고 했고, 천이나 면 마스크의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담당자, 정치인들은 미디어에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 주었다. 국민들은 충실하게 이를 따랐고,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여기에 불안한 심리로 인한 가수요까지 더해져 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결국 폭발했다.수요 측면에서의 정부 대응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수요까지 늘려 보건용 마스크가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의료진과 방역 담당자에게까지 부족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공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고려했어야 한다. 충분한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정부는 생산 능력이 충분하다고 안심하라고 했지만 2019년 12월 60만달러였던 대중국 마스크 수출액이 2월엔 1억2천만달러로 200배 이상 늘었다. 결국 정부는 2월 26일에야 수출을 금지했다.더하여 마스크 제조업체가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마스크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해 주겠다는 통보와 함께 하루 생산량의 10배에 이르는 수량 계약을 요구했다며 마스크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고 한다. 정부의 주문 수량에 '0'을 더 붙인 실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중요한 순간에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대만의 경우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있었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불필요한 가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려 마스크 부족을 원만하게 해결했다.1월 말 마스크 대외 수출을 금지하며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했고, 2월 초 약국을 통한 실명제 구매 정책으로 가수요를 잠재웠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결국 정부는 마스크 '공적 판매'를 도입했고, '마스크 5부제'도 발표했다. 대란이 발생하자 '면 마스크도 효과가 있다' '3일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입장이 바뀌었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기본에 충실하지 아니한 발표와 대응으로 가수요를 창출하고서도 적시에 맞는 공급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수급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하며, 신속해야 한다.다만 정부 개입은 부작용을 막는 수준으로 단기적 제한적으로 그쳐야 하며 민간의 수요와 공급에 개입한 지금 장기적인 후유증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시장이 스스로 치유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위기임을 인식하고 기본에 충실한 판단과 협조를 해야 할 것이며, 정치적인 고려로 신속한 결정을 늦추거나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사람들은 앞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안정적이고 희망적이면 정상적인 수요로 구매를 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개방된 작은 시장이다. 작은 시장일수록 심리적 요소는 경제 각 요소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심리 불안에서 시작되는 가수요 등 불필요한 수요를 막고, 공급 문제도 충실한 경제 기본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2020-03-10 14:56:26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경제칼럼] 영화 기생충과 포스트 봉준호법

상영·배급 한 회사가 겸업하는 구조 영화산업 독과점 더 심화시킬 우려 창작자·기업간 실질적인 공존이 답 논의와 고민 구호로 그치지 않기를4개 부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화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세간의 관심이 잦아들었으나 시대적 담론인 불평등을 소재로 계급 간 투쟁을 비극적으로 그려낸 영화는 화려한 수상 내역만큼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다.필자에게 영화 기생충은 관람 내내 불편함에 지배되어 고생스럽게 감상한 영화로 기억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영화 기생충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CiltyLab의 공동 창업자이며 편집자인 Richard Florida의 2019년 3월 기고문 'The Power of American Arts and Culture'에 의하면 미국 내 문화예술(Arts and culture)분야의 경제적 파급력은 캐나다 총 GDP의 절반 수준으로 약 8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는 미국 내 산업별 생산량 대비 시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와 소매업에 이어 산업별 3위에 해당되는 수치이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문화예술 산업이 수출 기반 산업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은 영화,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등의 수출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25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10년 전인 2006년보다 10배 이상 증가된 수치이다.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축제 분위기일 것 같은 국내 영화계 종사자들이 최근 '포스트 봉준호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포스트 봉준호법은 영화산업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법안이라고 한다.시장 독점 이슈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은 영화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상영과 배급을 한 회사가 겸업하는 현 영화산업 구조는 독과점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구조이다. 흥행 순위 상위 영화는 다수의 관객이 선택한 영화이므로 상영관과 상영 횟수를 늘린 것이라는 논리가 그들의 주장이다.그러나 그와 같은 주장은 좌석 점유율 집중도의 변화 추이를 분석한 한 연구 결과와 비교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흥행 상위 10% 영화들의 좌석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감소한 반면, 하위 50%는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결국 상영관과 상영 횟수의 집중은 시장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영화 외의 다른 문화예술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 발의의 단초가 된 출판업계의 매절계약 관행(매절계약 자체가 불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은 출판사와 저자 간 불평등을 초래하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음악 감상의 보편적 수단이 되어 버린 스트리밍 음원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공급 사업자 또는 제작자와 창작자 사이의 수익 배분 구조 관련 불평등 사안이 여전히 기사화되고 있다. 시대 조류와 함께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안된 스트리밍 음원시장이 오히려 창작자와 사업자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주장이다.자본력을 갖춘 제작자가 없었다면 아카데미상 수여의 영광도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주장 또한 십분 수긍되는 의견이다. 특히나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러하다.그러나 자본이 투입될 다양하고 마땅한 창작물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심지어 자본이 창작물을 애초부터 선별 또는 선택해 대중에게 전시하는 구조라면 이는 상당히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저작권법상 보호기간은 지속적으로 연장되어 왔다. 보호기간 연장이 창작자 보호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보호기간의 연장은 작가 생애의 먼 미래 혹은 사후에나 있을 보상에 불과해 창작자의 창작 기여에 별반 기여하는 바 없고, 창작물로 이윤을 추구하는 거대 기업의 지대 추구에 불과하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도 현존한다.결국 핵심은 창작자와 기업 간의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공존이다. 다른 현실적 이유로 공존을 위한 논의와 고민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기생충은 숙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의 마지막 비극도 박 사장을 상대로 한 기택(또는 근세)과의 다툼이 아닌 기택의 가족과 근세 가족의 다툼에서 시작된다. 계층 간 다툼보다 살아남기 위한 동일 계층 간의 다툼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영화 관람 내내 지배하던 불편함도 이 때문이었던 듯싶다.

2020-03-03 14:57:25

[경제칼럼] 중소기업 장기근속자에게 혜택을

사회적 복지와 주택청약 우선권 등장기근속자에 보다 많이 지원하면청년 구직자들도 미래 희망 가지고중소기업 근무에 더 큰 매력 느낄 것중소기업 구인난이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구인난을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직원 뽑을 때 내가 면접을 보는 건지 지원자가 회사를 면접 보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곤 한다.또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난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고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구직자들은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 근무를 희망하며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찾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가 대기업 대비 낮은 임금, 공공기관 대비 불안한 미래, 그리고 공통적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소기업과 구직자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이 있고 해결 방안 또한 다양할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중소기업 스스로 많은 노력과 변신을 통해 구직자들에게 중소기업이 매력 있는 일자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우리는 보통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자신의 미래를 앞서간 선배들의 모습에서 예측하고 그들을 롤 모델 삼아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초기에 좀 힘들고 그 보상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앞서간 이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고 성공하는 모습을 본다면 희망을 가지고 견뎌내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앞선 선배들의 현재 모습이 지금 자신의 현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면 도전할 의욕을 상실한다.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중소기업 채용 정책의 초점을 신규 청년 입사자에서 오랫동안 중소기업에서 일해 온 근로자에게 맞추어 보면 어떨까?정부와 사회가 중소기업 장기근속자에게 정부의 지원금, 사회적 복지 및 주택청약 우선권, 세제 혜택 등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지원을 한다면 청년 구직자들도 중소기업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고 동시에 중소기업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취업난 해결을 위해 청년을 채용한 기업과 취직한 청년에게 다양한 정책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되어 준다.그러나 그중 일부 정책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효과에 대한 의문과 이견들이 존재한다. 그 정책 중 하나는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촉진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며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자 정부가 시행하는 공제 제도이다.이 지원 정책을 간략히 설명하면 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 청년이 적금처럼 매달 얼마씩 적립하고 2년 또는 3년 뒤 만기가 되면 근로자가 적립한 금액의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정부가 청년에게 무상 지급해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기업인들로부터 이 제도를 활용하면 기업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종종 듣곤 한다.그분들이 우려하는 첫 번째 난감한 상황은 이 지원 제도로 정부지원금을 받는 신입 사원의 3년간 총소득이 기존 사원보다 높거나 비슷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장기간 성실히 근무한 기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회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 직원들의 급여를 인상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또 다른 난감한 상황은 2, 3년 뒤 만기가 되어 정부 지원금을 수령한 청년들이 경제적 메리트가 사라진 중소기업에서 얼마나 더 오랜 근무를 이어 갈지에 대한 우려였다. 만약 이 지원금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사이의 임금 격차를 완화하는 데 사용되었더라면 중소기업 구인난 해결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망설이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 할수록 더 벌어지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이기 때문이다.중소기업과 정부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주는 것을 고민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취업이 대기업, 공공기관만큼 괜찮은 제3의 취업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2020-02-25 13:35:07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경제칼럼]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총생산

국가 번영 척도는 재화'용역 생산량 많이 누릴수록 경제적 수준 높아져최근 가속화되는 탈기업 현상 우려 기업 없으면 포용적 복지도 불가능한 개인의 경제적 수준은 그 사람의 소득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연간 소득수준은 우리의 연간 지출 규모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입을 통해서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입금은 언제가 상환되어야 하며, 그 상환 시점에는 소득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출하게 될 것이다.혹자는 본인이 구입한 주택의 시장가치가 연간 소득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부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이유도 사실은 그 주택을 매각해 소득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한 개인의 경제적 번영은 그 사람의 소득수준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그렇다면 한 국가의 경제적 수준은 어떤 지표를 통해서 판단할 수 있을까? 국가의 경제 수준은 궁극적으로 그 국가의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따라서 한 국가의 경제 수준은 그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 및 용역 가치의 총합, 즉 총생산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물론 개인처럼 국가도 총생산을 초과해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해외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면 된다.그러나 해외 수입을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차입을 할 수밖에 없고 언젠가 그 차입금을 상환하는 시점에는 총생산보다 더 적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개인의 경제적 번영은 소득 증대를 통해서 가능하고, 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총생산 증대를 통해서 가능하다.여러분 중 누군가는 총생산보다 화폐 보유량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반문할 수 있다. 만약 한 국가의 경제적 번영이 화폐 보유량에 의해 결정된다면, 정부는 어마어마한 양의 현금을 찍어 국민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억만장자가 될 수 있겠지만 그 국가의 총생산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화폐가치는 곧 곤두박질칠 것이다.또한 총생산보다 주가지수 등 금융자산의 가치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가치라는 것도 그 해당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에 대한 기대에 의해 형성된다. 주가도 결국 해당 기업의 생산 역량에 의해 제약받는 것이다.국가 간의 상대적 화폐가치를 의미하는 환율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원화를 보유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에 대한 구입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생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원화 수요는 감소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물론 수출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기 어렵게 된다. 국민들의 경제적 수준이 하락하는 것이다.결국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많은 재화와 용역이 생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탈(脫)한국 현상은 크게 우려할 만하다.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직접투자액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선진국으로 설비를 이전하거나, 원가경쟁력 때문에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고 한국 경제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다만 정부의 주 52시간 제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원가경쟁력 약화와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기업의 탈한국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최선의 정책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 땅에서 보다 많은 생산활동이 일어나도록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특히 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 수요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에 유리한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국적 기업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도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에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갖고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결국 생산은 기업이 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업이 없으면 현 정부가 꿈꾸는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2020-02-18 14:38:43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경제칼럼] 다시 현장에 집중하고 소통해야 할 때

막힌 곳 뚫을 뛰어난 아이디어는 점원과 창고 직원들로부터 나와경제 위기 해결책 안 보이는 요즘 어려울수록 현장과 소통이 중요현장이란 사전적 의미는 '일이 생긴 장소나 실제 진행하거나 작업하는 곳'을 의미한다. 경영진이나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현장경영이라고 한다.경영진이 현장을 방문해 직원과 의사소통을 늘리고, 빠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경영 기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톰 피터스 교수는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는 점원과 창고 직원들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이다.문제 해결 방법도 동일하다. 기업 현장을 돌아다니며 막힌 곳을 찾는다. 원활한 흐름이 멈추는 지점에서 장애를 직접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점이 발생한 곳을 떠나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한 기업에서 새로운 생산 방식 문제로 많은 노력을 했으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외 논문을 검색하고,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그때 임원과 식사 자리에서 생산 직원이 "전에 있었던 작은 공장에서 그 방식으로 생산했던 적이 있어요"라고 한 말 한마디에 기술을 이전받아 해결했다고 한다.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두려움으로 직원과 소통하지 않았다면 해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또한 법조에서 현장이란 사건이 발생한 곳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법정도 그 대상이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경험이 변론의 방향을 결정하고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법정에서 상대방 측 증인을 신문하다 반전이 필요하던 중, 확인서 이름 옆 한자(漢字)에 대해 묻자, 당황하며 답변을 전혀 못하는 게 아닌가. "한글은 아세요"라고 질문하자, 한글도 모르며 사실 내용도 모르고 그냥 서류에 도장만 찍었다는 증언과 함께 극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경우가 있었다. 법정에서 해결 방법을 찾은 것이다.요즘 많은 회사와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위기라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비용과 세금은 늘고 있어 경영하기 두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일단 버티고 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미국 중국 일본과의 무역 분쟁,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등 경험하지 못한 복수의 상황이 겹치며 다가오고 있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현장과 소통이다.중국 우한의 젊은 의사가 신종코로나 발생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환자들의 증세가 사스와 유사하다는 경고를 하였으나 이를 무시하고 은폐한 것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소통 부재가 현재의 위기를 발생하게 한 시작점이 된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이러한 경우는 없는지, 현장과 소통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위기가 닥칠 때마다 '임자 해보기나 해봤어'라고 꼬집은 모 회장님의 말처럼, 우리 기업과 국민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그 저력은 아직도 건재하다. IMF 외환위기 때 금을 모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과거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수입될 때 국내 회사들은 다 망할 것이라고 했으나, 현재 반도체, TV, 세탁기 등 세계 시장은 일본이 아닌 우리가 장악하고 있다.어려움이 있을 때 소극적으로 버틴다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때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거친 풍랑을 만나듯 어려운 위기가 올 때도 있는 법이다. 광야에서 혼자 걸어가는 위기를 도전과 용기로 맞서 싸워야 한다.문제가 발생한 현장에 나가 그곳에서 소통해야 한다. 막힌 곳이 어디이고 왜 발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소비자와 만나 문제점을 찾는 순간 해결 방법도 함께 다가온다.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우리들의 힘을 믿고 희망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장을 다시 둘러보자. 그곳에 해결책이 있다.

2020-02-11 14:15:48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경제칼럼]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제학

수익 공유 통한 자본 확산에 기초전체 파이 키우는 방식으로 운영매년 시즌 우승팀 예측 흥미진진가장 인기있는 빅마켓 자리매김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18세기 이후 눈부신 기술 향상이 이루어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술 자체의 발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태동 또한 괄목할 만하다.신체 활동을 통한 건강 증진이 일차 목적인 운동(스포츠)도 엄연히 하나의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스포츠산업은 스포츠 활동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그 정점에는 스포츠 활동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 구단을 비롯해 스포츠 활동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나 단체가 스포츠산업의 핵심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시장규모에 기초한 스포츠산업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각종 경제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howmuch.net에 의하면 연간 130억달러 매출인 미식축구(NFL)가 가장 큰 시장규모다. 이어서 95억달러 규모의 미국 프로야구리그(MLB), 48억달러의 미국 프로농구리그(NBA)와 37억달러 규모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있다. 유일하게 영국 프로축구리그(Premier League)가 53억달러 규모로 5위권 내 3위에 위치한다.박지성, 손흥민 선수로 인해 국내에도 익숙한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그 역사가 생각보다 짧다. 1888년부터 운영된 세계 최초의 축구리그인 풋볼리그로부터 1992년 독립(?)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 독립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프로 구단의 주된 수입원은 예나 지금이나 중계권료이다. 프리미어리그 탄생 이전 중계권료의 배분은 1부 리그와 4부 리그 전체를 대상으로 균등 배분이었다. 그런데 당시 런던위캔드 텔레비전을 운영하던 그렉 다이크가 1부 리그의 상위 5개 팀에 독점 중계권을 전제로 차등적 수익 배분을 제안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22개 팀이 새로운 독립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주목할 사안은 리그 순위와 무관하게 중계권료를 균등 배분하는 제도에 반대하며 창설된 프리미어리그가 여전히 수익의 균등 배분을 근간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50/25/25모델로 리그 전체 중계권을 50은 공동 분배, 25는 순위에 따라, 25는 방송 횟수 등에 따라 지급하는 식이다.특히 해외 중계권료는 전액 균등 지급이다. 이는 1위 팀과 최하위 팀의 수입 차이가 크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2018/19 시즌 수입 기준 1위와 20위 팀의 차이는 1.57배에 불과하다. 원년인 1992년의 2.7배 대비 더 균등 배분이 이루어진 셈이다.반면에 유럽 5대 리그를 이루고 있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우승 팀과 최하위 팀의 연간 수입은 각각 12.5배와 10.0배의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구단별 운영비와 우수 선수 스카우트를 위한 투자액의 큰 차이를 낳게 된다. 상대적 부익부 빈익빈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결국 유럽 축구 빅5 중 프리미어리그를 제외한 4개 리그의 우승팀은 매년 쉽게 예측이 되고 실제 하나 또는 두 팀 정도가 우승을 독점하고 있다. 반면에 프리미어리그는 매 시즌 우승팀의 예측이 어려운 흥미진진한 리그가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빅마켓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영국 축구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으로 새롭게 탄생한 프리미어리그. 그러나 그들은 수익의 공유를 통한 자본 확산에 기초해 전체 파이를 키우는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를 소유하게 된다.그렉 다이크에게 선택받은 빅5 클럽들이 성적에 따른 중계권의 차등 지급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성공한 프리미어리그가 존재했을지 궁금하다. 소위 가진 자인 빅5 클럽들이 규제일 수 있는 차등 지급을 원칙으로 승화시킨 덕분이라 해도 결과적으로 과언이 아니다.만년 우승 후보인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설립 이후 한 번도 우승을 못 했다. 그런 리버풀이 금년 시즌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 구장 내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층마다 한 구절의 글귀가 적혀 있다.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새겨진 그 글귀는 그들의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의 가사이다. 비록 먼 나라 프로축구팀의 응원가이지만 한 걸음이어도 함께 나아간다는 그들의 외침이 유난히도 큰 울림으로 다가서는 요즘이다.

2020-02-04 14:19:33

김기환 (주)대홍코스텍 대표이사

[경제칼럼] 중소기업엔 희망이 필요하다

경영 힘들다는 많은 중소기업인 사업 그만두는 것도 심각히 고려인기 위주의 단기적 정책이 아닌 기업 환경 개선에 장기적 투자를요즘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어떤 분이 기업인들이 언제 안 힘들다고 한 적이 있냐면서 비판을 하셨다.맞는 말이다. 기업인들은 매년 힘들다고 말한다. 그만큼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오늘 조금 좋다고 내일 기업이 좋으리라는 장담을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기업인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고 두렵다.IMF,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중소기업이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왔다. 그것은 기업인으로서 나라 경제에 일조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미래에는 나의 기업과 경제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사업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업인의 노력에 대해 폄하하면서 기업인으로서 자괴감마저 들기 때문이다.중소기업 정책은 이렇게 힘이 빠진 중소기업인들에게 다시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하는 분들을 만나 보면 중소기업과 경제에 대하여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뛰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노력에도 중소기업들은 희망을 점점 잃어 가고 있는 걸까?먼저 정부가 중소기업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을 중소기업 시각이 아닌 정책 담당자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아서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중소기업 입장이 되어 선입견 없이 들어봐 주기를 바란다. 그저 앓는 소리, 불만 불평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말로 중소기업의 입장이 되어 봐 주셨으면 한다.밤잠을 설쳐가며 회사의 생사를 고민하고, 회사가 어려울 때 월급날이 다가오는 두려움을 알며, 대기업만큼 충분한 급여와 복지를 해 주지 못해 직원들에게 미안해해 봤던 중소기업 경영자분들이 함께 의견을 내고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또 지금까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해 온 다수의 보통 중소기업인들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얼마 전 정부가 주 4일 근무에 신입 사원 연봉이 4천만원인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언론을 통해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소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를 접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한 번쯤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기업은 정당한 경제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로 세금과 고용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기업의 사회 환원, 직원들의 복지 혜택 증진 등은 근본 목적이 달성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한 가정에서 부모님이 열심히 일하여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기르는 것 자체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부모님이 번 돈으로 사회에 기부하지 않거나 가족들에게 부유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업이 근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해 존경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정부는 진정 중소기업과 함께 가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이 빠른 시간 내에 일시적으로 고용, 성장, 수출 등의 결과 지표를 좋게 하는 인기 위주의 단기 정책에 비중을 너무 많이 두면 정부의 의도를 오해할 수도 있다.한 예로 청년 취업, 신규 고용을 얼마 하면 얼마 지원해 주는 정책은 필요는 하지만 이것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신규 채용률과 실업률 감소라는 보여주기 위한 지표를 만드는 것에 더 치중하는 것처럼 비친다.기업의 고용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정책은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아 인기가 없더라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기업 환경 개선에 더 많은 투자와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01-28 13:09:25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경제칼럼] 저출산·고령화와 정부의 재정정책

연금·복지 지출 빠르게 늘어나는데근로 인구 줄어들며 세수입은 감소정부는 저금리 시기 재정투자 확대중장기 성장 견인할 유망 사업 발굴한국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고령화는 한국 경제의 활력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재정건전성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연금과 복지지출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그러한 지출을 감당할 세수입은 근로인구 감소로 인하여 줄어들 것이다.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상반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금 및 복지지출 증가를 감당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재정여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이 관점에 따르면 정부는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을 적정선에서 관리해야 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여 정부가 부채 증가를 두려워하지 말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지출을 통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선진국 수준의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이 두 주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나라살림을 가계 살림에 비유해 보자.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에 자녀 교육비 등으로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들은 은퇴 이후 예상되는 지출증가에 대비하여 현재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한 가지 대안은 지금부터 지출을 줄이고 절약한 돈으로 적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현재 아끼고 저축한 돈으로 은퇴 이후의 지출을 감당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대안은 은행에서 과감히 빚을 내서 은퇴 이후 고정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위 사례에서 보듯이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느 대안이 꼭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두 대안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금리 수준이다.금리가 낮을수록 적금에 가입하는 대안은 불리해지고, 은행 대출을 받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대안은 유리해진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이다. 금리가 낮을 경우, 정부가 적은 비용에 부채를 늘리고 재정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정부의 투자가 결실을 맺게 되는 시점에는 경제소득 증가로 큰 폭의 증세 없이도 불어난 국가채무의 상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대안 중 후자, 즉 재정투자 확대가 유리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가 한국을 지목하며 정부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이러한 주장도 저금리 상황의 경제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다만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첫째, 정부 지출이 국가의 중장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되어야 한다. 가계 살림 사례에서는 유망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정부라고 다를 리가 없다. 정부예산의 규모에 대한 논쟁보다는 과연 정부가 미래 성장을 견인해줄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국가예산이 현금 살포성 복지지출에 집중된 것은 아닌지, 정부가 최소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공공인프라 구축,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양성에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둘째, 정부의 재정투자는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시장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시장에 낙관적 기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있어야만 기업은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 감소와 '탈(脫)한국'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관련된 정부기능도 정비되어야 한다. 우선 재정지출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 정보에 근거한 지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5년 단위로 편성하고 있는 중기재정계획과 실제 예산편성간의 연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0-01-21 15:20:00

장현우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경제칼럼] 인공지능(AI)은 공정한가

인간이 쌓아온 수많은 데이터를 선택과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AI 축적 데이터가 공정하지 못하면 AI 판사'변호사도 공정하지 않아"인간 판사, 변호사보다 인공지능(AI)이 빠르고 공정할 것 같다." 최근 주위에서 자주 듣곤 하는 말이다.실제 유럽 에스토니아에서는 소액재판(소송가액이 적은 민사재판)에서 AI 판사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하며, AI 작가가 그린 그림이 5억원에 낙찰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우리 정부도 작년 말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 경쟁력 세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디지털 혁명은 정부, 개인과 기업들에 더 나은 효율성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를 던지고 있다.이미 인간과 AI 간에는 대결이 진행 중이다. 바둑의 이세돌 9단이 대표적이다. 알파고에 이어 작년 12월 바둑 AI 한돌과 은퇴 대국을 했고, 변호사가 법률 자문 대결을 해 AI 변호사에게 우승을 넘겼다는 소식도 들린다.인간계 대표 선수들이 AI와 대결을 펼쳤지만 승전보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AI는 강력하고 빠르다.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스피드 있게 계산하고 처리한다.제조·유통업계는 AI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자율주행차 관련 소식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드론이 집 문 앞까지 택배를 하는 세상이고, 스마트폰으로 쇼핑과 구매를 하면 로봇이 소비 성향을 파악하고 추천 상품을 제시한다. 손안에서 해외 송금, 환전도 가능한 세상이다.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차를 운전하면 불법이 되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인간은 난폭·졸음·음주운전 등을 하여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양산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최근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의 처벌 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것을 보면 그런 예상을 부인할 수도 없다. 실제 서울의 신분당선은 운전석이 없는 무인전동차이다. 이렇게 운전까지 넘겨줄 정도로 인간은 AI에 패배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AI가 인간보다 신속하며 공정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기업의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한 결과, 기존 남성 중심적 데이터를 학습해 여성에게 부당한 감점을 주었고, 미국 범죄 예상 시스템에서는 백인보다 흑인에게 2배 이상 부정적인 범죄 발생 결과를 예측했다고 한다.AI가 인간의 차별적인 데이터를 학습해 성차별 및 인종차별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AI도 살아온 인간을 닮는 것이다. 그럼 AI도 공정하지 못한 것인가.결국 인간이 쌓아온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AI이다. 우리의 살아온 모습이 데이터로 AI에 반영되는 것이다. AI 판사와 변호사가 공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우리의 사법 관련 데이터는 공정한지, 전관예우는 없었는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상 데이터는 공정한지, 소위 말하는 갑질은 없는지, 학연·혈연·지연이 없는 판단과 결정을 하였는지, 우리가 살아가며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렸는지, 내가 속한 지역·기업과 가족 속에서 공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공정한 소비와 생산을 하며 공정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공정하지 아니하고 차별이 많은 사회에선 이를 학습한 AI도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AI의 신속함과 공정함은 우리의 미래 세계를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끌어 주는 도구이다.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고, 경제적 번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고 어떤 모양새로 사용할 것인가 하는 숙제는 결국 인간의 책임이다. AI는 우리를 꼭 닮은 모습이기에 그러하다.새해에는 차 운전을 하면서 과속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횡단보도 정지, 신호등 지키기 등 기본에 충실하려 이전보다 더 노력해 본다.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하고, 가족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며, 스마트폰 검색어에 신중을 기하고, 기사 보기도, 투표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2020-01-14 11:23:49

[경제칼럼] 전통시장과 데이터주의(Dataism)

맛집 검색 대부분 포털 사이트 의존추천해주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선택전통시장도 못 피해가는 데이터주의정보 독점 플랫폼 기업 영향력 씁쓸전통시장은 자연 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 신뢰에 기초해 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의된다.포털사이트에 '전통시장'을 입력하면 찾아지는 글귀이다. 명확한 듯하나 왠지 전통시장 고유의 맛깔스러움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건조한 느낌이다. 원래는 재래시장이었으나 법명으로 일컫게 된 전통시장이 현재 전국에 101개가 있다고 하니 제법 그 숫자가 만만치 않다.전통시장에는 특유의 흥정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초로의 아낙들이 주인장이기에 가격 흥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그 자체가 다툼인데 시장에서의 흥정은 오히려 살갑게 다가온다. 다툼의 끝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흥정 끝에는 한 움큼 덤으로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기에 오히려 다툼을 즐길 수도 있겠다. 은퇴 후 전국의 전통시장을 모두 방문해 그 소감을 글로 남기는 것이 꿈인 가까운 동갑내기 지인이 있다. 넌지시 동행을 요청했는데 거절치 아니하여 훗날 불편하지 않은 다툼을 양껏 즐겨볼 요량이다.근자에 제주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여행이 아닌 업무차 출장이어도 제주 가는 길은 언제나 묘한 설렘이 있다. 당연히 제주에도 전통시장이 있는데 제주시에 22개, 서귀포시에 8개를 합하여 총 30개의 전통시장이 있다고 한다. 숫자가 많은 것은 상가를 포함하기 때문인 듯하니 전통시장에 걸맞은 대표적인 상설시장은 제주동문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다. 두 곳 모두 방문 때마다 주차의 어려움이 있으니 가히 성업 중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마침 저녁 식사를 위해 전통시장 내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소위 소문난 맛집이다. 대기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동일 업종 식당이 다수이다. 심지어 더 넓고 깨끗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식당을 택한다면 쉽게 선택받을 수 있는 식당일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를 위해 기다림과 불편함을 감내한다. 맛집을 찾는 대다수는 정보에 의존한다. 핸드폰을 이용하여 대상 맛집을 찾아 다소 멀어도 애써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공유에 기반한 것이다.2013년 뉴욕타임스 기자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데이터주의(Dataism)라는 용어를 정의한 바 있다. 데이터주의는 실제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를 예시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가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인용해 널리 알려진 용어이다.유발 하라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보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결국 사람들은 데이터를 마치 종교처럼 신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유려한 문체와 논리에 비해 구체적인 해결책의 제시가 없다는 비판도 있으나, 불평등의 심화를 구체적으로 예견한 논거는 눈여겨볼 만하다. 맛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데이터주의의 전형적 예시로 제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그러나 데이터에 의존하는 선택의 빈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주의가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지식의 확산을 전제로 하는 맛집 후기와 같은 공유 행위가 의도치 않은 소비 집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자체로서 꽤나 아이러니하다.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는 하나 경제적 진보는 경쟁의 산물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독점과 경쟁은 나름 사회적 가치가 있음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점은 경쟁의 비효율을 수반하여 결과적으로 다수의 경제 주체에 피해와 사회적 불공정을 유발한다. 구글로 대표되는 정보공유를 위한 정보독점의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 지배력에 관한 문제는 이미 낯선 이슈가 아니다.다만 일회성의 편리함보다 나누고 소통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전통적 거래 방식의 장터인 전통시장조차 데이터주의를 피해갈 수 없다는 현실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맛집 정보를 제공해 새로운 형태의 독점을 잉태하게 하는 주체가 독점의 피해자일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이 더 불편하다. 넉넉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우리 일행을 맞은편 식당 주인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애써 그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는 몹시 어색한 시간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2020-01-07 15:41:10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규제 완화보다 적극행정이 더 중요하다

최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미중, 한일 무역 갈등이라는 환경적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를 보낸 듯하다. 총선 일정까지 기다리는 새해를 목전에 두니, 정부는 신년의 경제정책 자료들도 때맞춰 배포하고 있다.각 부처별 정책 방향에서 역시 눈에 띄는 것은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 상공인이나 미진한 산업 분야의 진흥을 위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려는 것이다.그런데 이에 관한 세간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정책이나 개선안이 미흡한 탓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 철폐나 완화에 관한 제도나 정책보다 이를 실행하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대한 불신이 큰 탓이리라.사실 정책 당국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폐해는 관료주의와 보신주의에 입각하여 법에서 위임한 재량조차도 충실히 행사하지 않으려는 자세에 있다. 기업 활동에서 인허가라는 거대한 장벽에 좌절해 본 기업가라면 그 문제점을 절감해 보았을 것이다.해당 기업의 관점뿐만 아니라 공공 측면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행정처분이 오로지 처분 후 생겨날 반대 당사자들의 민원 때문에 폐기되고 만다.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을 들지만 더 결정적 동기는 민원 후 발생할 담당자의 부정적 인사고과 때문이라는 건 알 사람은 다 안다.따라서 법령과 제도를 구비해 놓고서도 현장의 담당자가 걸쇠를 잠그고 복지부동한다면 전부 무용지물이다. 신기술이나 신산업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신기술 등의 초기 실현이 가능하도록 해 놓고서도 정작 산업에 편입된 뒤 종전처럼 감독의 장벽을 쳐 버리면 아예 나서지 않은 것보다 못한 지점에 봉착할 수 있다. 지자체의 소극적 인허가 판단 원칙 때문에 2000년 이전에 시작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무려 20년이 넘도록 방치되는 수도권 내 사례도 있다.결국 규제 완화의 원론적 대책이 경제성장의 실질 동력으로 기능하려면 일선 공무원이 규제 관련 법령의 집행 단계에서 소신껏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른바 적극행정을 지원하고 배려할 수 있는 장치가 보완되어야 하는 것이다.감사원에서 적극행정 면책 제도를 도입한 지는 꽤 되었으나 정작 공무원의 소신 행정을 충실히 뒷받침하고 규제 완화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별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적극행정의 면책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경우도 생겨나고는 있으나 징계 면책을 위한 형식적 기준을 정한 수준에 불과하다.적극행정은 단순히 공무원의 업무 충실도와 적극성을 높여주고 쌓인 민원을 해소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작금과 같이 경제성장의 정체 구간에서는 기업가에게 활로를 열어주고 실질적 규제 완화 장치가 된다. 적극행정을 실행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 면책이나 포상 판단을 위하여 다방면의 전문가를 포함시킨 국민배심제 같은 기구의 설치도 고려할 만하다.행정의 과오는 해악이나, 더 나은 행정을 시도조차 안 하는 것은 더 큰 해악이다. 적극행정은 행정의 질을 높이고 기업가의 활동을 윤택하게 하는 행정의 기본 방편이라 할 수 있다. 차원은 다르지만, 사법부가 무죄 선고에 다소 소극적이고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제도를 과하게 적용하여 재판의 진입 장벽을 치는 태도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마침 한·중·일 3국 정상의 만남의 장이 열렸다. 월나라 구천을 보필한 범려와 같이 지혜로운 자가 정상을 지원하게 되고, 세 정상 간 현명한 대화로 지난해 쌓였던 갈등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동시에 밝은 새해 경제 청사진이 그려지길 희망한다.

2019-12-24 18:15:27

이장우 경북대 교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

[경제 칼럼]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가 갖는 경제적 의미

애플 성공 신화 뒤에 iTunes 서비스21세기 비틀스 평가받는 BTS의 성공음악이 갖는 경제적 파급력 상상 초월혁신도시 대구 거듭나는 계기로 연결 대구시는 2017년 11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었다. 그 이유는 "전통음악을 전승·발전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 근대음악의 태동지임은 물론 다양한 음악축제들이 열리면서 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매우 높은 도시"라는 데 있다고 한다. 대구는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음악도시를 꿈꿀 수 있게 됐다.그러나 이와 함께 반드시 생각할 것은 음악에 기반한 창의적 스마트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즉 음악이 갖는 경제적 효과와 역할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무릇 음악이란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함께하며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대표적 문화예술 장르이지만 우리 생활도구이면서 최근에는 그 산업적 기능과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음악은 21세기 기술 변화에 따른 경제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형적인 산업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경제 요인들이 음악 산업을 형성하면서 그 영향력은 문화 영역을 넘어서 전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최근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알랜 크루거(Alan B. Krueger) 교수는 'Rockonomics'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경제 자문을 맡으면서 국민들에게 미래 경제 흐름을 쉽게 이해시키려는 의도로 집필을 시작했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음악을 듣는 미국 국민들에게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음악 산업은 새로운 기술 변화가 막대한 시장을 창출하고, 1인자가 이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Winner Takes All'의 경제논리가 작동하는 대표적 영역이다.사실 음악 시장이 전체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나라든 매우 낮은 편이다. 세계 음악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보적 1위 미국 시장도 183억달러 규모(2017년 기준)로 전체 GDP의 0.1%에도 못 미친다. 고용을 따져봐도 전체 노동력의 0.2% 정도다. 한국 음악 시장은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7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하지만 음악이 갖는 파급효과는 그 경제적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 수많은 분야에서 촉매 역할을 하며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iPod, iPad, iPhone으로 세계 일등 기업이 된 애플의 성공에 iTunes라는 음악 서비스가 핵심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세계 음악 시장에 몇 년 전부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동안 서구에 종속돼 왔던 아시아의 음악, 그것도 한국이 만든 대중음악 K-POP이 영미권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21세기 비틀스로 평가받는 BTS의 성공이 대변하듯 K-POP은 '기존에 없는 개성과 새로움'으로 독특한 초국적 콘텐츠가 됐다.이것은 고유의 전통문화에서 직접 비롯된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댄스뮤직의 변종으로 일시적 유행도 아니다. K-POP은 새로운 생산-유통-소비 시스템 구축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다. 즉 반도체 개발에 이은 디지털 시대의 대표 혁신인 것이다.이러한 혁신 덕분에 우리나라는 작은 규모의 국내 시장을 극복하고 작년 한 해에만 1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음악 강국으로 등극했다. BTS보다 1년 먼저 데뷔한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인 찬열이 SNS 폴로어 1천800만여 명을 보유한 사례에서 보듯 세계적 아티스트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이 음악 시장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음악은 경제 규모 측면에서는 작다. 그러나 사람들과 강력한 감성적 연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음악이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파워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만 있다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세계적 보컬그룹 U2의 보노(Bono)는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 이유는 음악이 사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음악으로 도시를 변화시키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선정이 대구를 혁신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9-09-23 16:25:46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KAIST 공학박사)

[경제 칼럼] 전기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미래 자동차의 중심에 있는 전기차의 역사는 놀랍게도 가솔린 자동차 역사보다 길다. 독일의 칼 벤츠가 2인승 3륜 가솔린차를 발명한 것은 1886년이지만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전기차를 발명한 것은 1834년으로 전기차 발명이 52년이나 앞섰다. 1900년 뉴욕에는 2천여 대의 전기차가 운행됐고, 한때 미국 전역에서 3만3천842대의 전기차가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전기차는 1908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한 T형 포드를 내놓자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거운 배터리 중량, 긴 충전 시간, 일반 자동차의 두 배가 넘는 가격 등도 대중화의 발목을 잡았다. 더구나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면서 전기차는 가솔린차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무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1996년 GM이 EV1을 개발하면서 다시 세상에 나타난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던 2003년, GM 회장은 EV1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수백 대의 EV1을 압착하여 폐차시키고 도로에서 주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박물관, 학교 등에 기증해 버렸다. GM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었다. 왜 GM은 갑자기 EV1 프로젝트를 중단했을까?2006년 크리스 페인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전기자동차를 누가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에 답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구 환경을 구할 획기적 발명품인 전기차를 누가 죽였는지 추적하는 내용이다.미국 석유업체, 자동차업체, 석유업체와 자동차업체의 로비를 받은 미국 정부 모두가 주요 용의자로 지목됐다. 전기차 판매가 증가할수록 손해를 보는 석유업체를 비롯한 이들이 전기차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심지어 EV1을 만든 GM도 내심 전기차에 부정적이었음이 당시 GM의 EV1 TV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황폐한 벌판에서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하게 서 있는 남루한 걸인이 멀리서 주행하는 조그만 EV1을 쳐다보는 어두운 분위기의 영상에서 EV1을 소비자에게 팔고 싶지 않다는 GM의 메시지가 느껴진다.이유야 어떻든 15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는 다시 지구 환경을 구할 미래차의 중심이 됐다. GM 경영층이 EV1을 포기하지 않고 전기차 개발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의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전기차는 지금도 자동차업체에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다. 전기차 부품수는 1만8천여 개로 내연기관차의 60%에 불과하다. 6천900개 엔진 부품은 모두 사라지고 구동, 전달 및 제동 부품은 5천700개에서 3천600개로 줄어든다.주요 제품이 엔진과 변속기에서 배터리, 인버터, 컨버터, 모터, 감속기 등으로 바뀌어 자동차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테슬라 같은 신생업체도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완성차 업체가 헤게모니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GM에서 생산하는 볼트(Bolt) 전기차는 차량 부품 가격의 56%에 해당하는 제품이 LG 제품이다. LG전자에서 구동모터, 인버터, 디스플레이 및 오디오, 냉난방기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한다. 또 LG화학이 배터리·전력관리시스템, LG이노텍이 조향장치 모터, ABS 모터, 후방 카메라, 센서 등을 공급하고 있다.고성능 전기차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길며, 배터리 제조단가가 낮아야 한다. 1996년에 비해 전기차 제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관계 있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wh/㎏)는 1997년 EV1 31에서 2016년 GM 볼트 138, 2018년 재규어 I-Pace 150으로 5배나 증가했다.주행거리는 EV1 112㎞에서 GM 볼트 383㎞, 재규어 I-Pace 470㎞로 늘어났다. 배터리 제조 원가(달러/㎾h)는 2012년 1000에서 2019년에는 150 이하로 15% 수준에 불과하다.전기차 제조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지구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즈음 다시 전기차를 죽일 일은 없을 것이다. 자동차 부품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 경제의 미래는 전기차의 미래에 달려 있다.

2019-09-17 16:11:49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저출산 문제 해소 방안에 관한 단상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점차 감소해 2067년에는 4천만 명이 채 되지 않고, 평균 연령은 2019년 현재 40세 초반에서 2067년에는 57세가 된다고 한다. 노령화지수 또한 119.4에서 2067년에는 574.5가 될 것이라 한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숫자로 깨달을 수 있는 지표이다.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저출산 전담기구 설치, 결혼과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 일 가정 양립 지원 등 일련의 저출산 문제에 대응할 해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양한 정책 방안을 수립하기도 했다. 정책 근간은 곧 출산 지원, 근로시간 단축, 신혼부부나 청년 주거지원책 등으로 이뤄져 있다.대공황기를 겪은 경제학자 케인즈는 '투자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이뤄진다'고 봤다. 오늘날 여러 경제학자들도 경제 주체의 심리를 중요 요소로 삼아 거시경제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결혼이나 자녀 출산 문제 역시 결혼이나 출산 적령기에 처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기대감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야 각자의 분신을 세상에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해법 역시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대심리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구체적으로 보자면, 무엇보다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경제 성장기에는 기술 발전을 토대로 산업의 탄생과 성장 등 구세대가 겪지 못한 분야에서의 다양한 경제 참여 기회가 예상된다. 부모는 노동자로 한 세대를 보내더라도 자식은 창업을 통해 일가를 이루고, 기업 오너가 될 가망이 있어 보인다. 부모는 블루칼라로 고생하지만 자식은 화이트칼라로 안정된 일자리에서 고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할 때 미래 희망이 보인다.국내 경제의 성장 속도나 탄력이 힘을 내기가 버거워 보이지만 자식의 경제활동 기회나 여건이 부모보다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는 출산의 유인이 될 것이다. 경제의 질적 성장을 통해 부모가 겪은 취업이나 창업보다 개선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위하여 경제 정책과 법 제도의 꾸준한 정비와 개선이 필요하다.다음은 안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국가가 제공하는 국방이나 치안서비스 질이 향상돼야 하고, 타인과의 어울림 속에서도 기본적인 생명, 신체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이런 측면에서 남북관계 갈등 해소나 평화 무드는 저출산 해법으로도 역시나 중요하다. 자식을 나보다 더 안전한 환경 속에서 키우고 싶은 것은 부모의 본능이다. 흉악범이나 강력범죄에 대한 선정적 언론 보도와 범국민적 관심은 자칫 범죄가 사회에 만연한 듯한 과다한 불안감을 조장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보도는 안전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자살 모방효과를 줄이기 위해 보도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는 '파파게노 효과'에 대해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복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출산 지원, 워라밸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한부모 아동 지원, 비혼 출산과 양육 지원, 주거 지원 등은 모두 복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자는 방향으로 구성돼 있다.그런데 출산이나 양육 지원 정책들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양육과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 절감이다. 진학, 취업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교육 정책과 철학의 빈곤 속에서 가성비가 너무나 떨어지는 구조를 갖게 됐다. 각 가정이 자녀 교육에 투입하는 과한 시간과 노력은 사회를 견인할 수 있는 청소년의 잠재역량을 저하시키는 어마어마한 기회비용을 발생시켰다.결국 저출산 해법의 궁극은 사람들에게 미래 행복에 대한 기대감을 채워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남은 그저 생로병사를 거치는 출발점이 아니라 삶의 행복과 가치를 끊임없이 찾아나서는 여정의 시작이어야 한다.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법 역시 다양할 것이지만, 국가가 출산의 가치를 정책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이상 출산 이후 삶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애프터서비스 역시 어느 정도는 국가의 몫이다. 다양한 저출산 정책이 근원적 효과를 내어 통계청의 2067년도 인구 예측이 오류로 판명 나길 희망한다.

2019-09-03 18:06:07

이장우 경북대 교수

[경제 칼럼] 아시아 뮤지컬 메카로서 DIMF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글로벌 뮤지컬 축제'를 표방하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잘나가는 국제행사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음악의 힘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이끌어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DIMF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분야들을 융합하는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DIMF는 13번째를 맞아 지난 6월, 7월에 걸쳐 18일간 뮤지컬 작품 23개를 98회 공연으로 이어갔고 다양한 부대행사를 도심 곳곳에서 개최했다. 이를 통해 총 26만여 명이 DIMF를 즐긴 것으로 공식집계 됐다.그러나 DIMF가 "지금까지 뮤지컬 대중화, 활성화에 앞장서며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브랜딩해왔고 아시아 뮤지컬 메카(Mecca)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럼에도 DIMF가 시도한 새로운 도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관광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노력이다. 국내 최대 여행사이트 '인터파크 투어'와의 협력을 통해 '올여름 대구로 가자!'라는 테마의 DIMF 기획전을 운영했다. 대구시티투어와 연계한 티켓패키지 신설, 한국관광공사 후원으로 진행된 외국인 투어 및 기념품 제공 등으로 관광객 유치를 시도했다.둘째, 모바일 마케팅을 통한 청년과 수도권 수요층 확대 전략이다. 특히 가수이자 뮤지컬배우로 활약하는 글로벌 스타 '수호'(EXO)를 홍보대사로 위촉, 인지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적극적인 SNS 마케팅으로 전년 대비 키워드 검색량이 4배 이상 증가했다.셋째, 프로듀서와 전문가 등 핵심인사 교류 및 마케팅 기능 확대로, 소위 축제의 '인텔리전스'(Intelligence) 기능 강화이다. 올해는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해 DIMF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참관했다. 특히 미국 뉴욕, 슬로바키아 등에서 온 해외 뮤지컬 관계자가 대구의 뮤지컬 열기를 확인하고 벤치마킹하는 등 글로벌 축제로서 DIMF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넷째, 문화와 산업 연계를 통해 신(新)성장동력 마련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최초로 문화와 기술이 융합하는 청년문화 창업페스티벌인 '드림메이커스 어워즈'를 개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또한 국내 한류 문화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DIMF 설립에도 영향을 미쳤던 '한국문화산업포럼'이 15년 만에 DIMF 기간 중 개최돼 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문화관광산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이런 시도는 한류 발신지와의 접목을 통해 세계문화산업포럼 같은 행사를 대구가 주도함으로써 중앙에 치우친 문화산업의 균형을 이룰 기대를 갖게 한다.하지만 산적한 과제가 아직 많다. 첫째, 뮤지컬전용극장 건립이다. DIMF는 타 도시에 비해 잘 갖춰진 공연장 인프라를 바탕으로 올해 11개 공연장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뮤지컬 공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용극장 없는 세계적인 뮤지컬 도시'가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둘째, 역시 공간 문제다. 뮤지컬 인재 발굴·육성을 위해 전액 무료인 뮤지컬 전문 교육프로그램 'DIMF뮤지컬아카데미', 국내 최대 글로벌 청소년 뮤지컬 오디션 'DIMF 뮤지컬스타' 등이 해를 거듭할수록 주목받고 사업이 확장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매년 어려움을 겪고 있다.셋째, 글로벌 축제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참가를 희망하는 외국 공연단체의 러브콜이 잇따르지만 이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DIMF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 사이에 간격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지금껏 DIMF가 맺어온 결실과 성과를 기반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엔 인프라와 예산 측면에서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인프라 핑계' '예산 타령'만 할 수는 없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지혜로 돌파구를 찾는 혁신적 도전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 DIMF가 새로운 도전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대구 문화산업을 이끌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서 빛을 발하기를 소망한다.

2019-08-27 14:08:39

이장우 경북대 교수

[경제칼럼] 세계화4.0과 지역발전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화두는 세계화(globalization) 4.0이었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온 세계화 흐름이 또다시 우리의 생활양식을 바꿀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네 번째 세계화 흐름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디지털화와 함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며 지역 발전의 형태도 달라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한마디로 제품이, 그리고 최근에는 공장이 국경 사이를 이동했던 것과는 달리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자유로이 국경을 이동하는 시대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서비스가 싸고 좋더라도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국경 이동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모바일 통신 인프라와 함께 AI, 로봇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사람의 물리적 이동 없이도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사실 주위를 돌아보면 세계화된 서비스들이 이미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음을 알 수 있다. 국제 항공 관련 콜센터 서비스는 상냥한 필리핀이나 인도 사람들로부터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어 교습도 인터넷 무료 전화를 이용해 캐나다나 미국 현지인에게 받는다. 명함같이 간단한 디자인을 이스라엘이나 유럽 디자이너에게 맡길 수 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인도나 베트남 개발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의뢰할 수도 있다.이러한 세계화 흐름은 소위 '원격이민'(telemigration)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몸은 지역에 있지만 일은 다른 나라에서 하는 현상을 증폭시킨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서비스 인력을 보유한 집단이나 지역이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즉 '경쟁력 있는 시민'(competitive citizen)을 많이 보유한 지역이 성공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의 성공 방식을 보면 핵심 인재를 중앙에 보내고, 그 중앙의 핵심 정책을 잘 따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를 따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 경쟁력'과 같은 내부 자원을 키우고 활용하는 정책에는 취약하다.앞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이란 대규모 공단이 있고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가 많고, 정치인과 관료를 많이 배출한 곳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생태적으로 쾌적한 주거 환경과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성장한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전 세계를 향해 스스로 꿈을 키우고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이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첫째, 정치·행정·교육·문화예술·사회복지 등에서 활동하는 리더들이 먼저 각성해 세계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제는 닫혀 있는 지역이 아니라 모든 개인들이 전 세계로 개방된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스스로 해야 한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바로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둘째, 교육 도시로서 어느 곳에서도 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구 15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국가'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초등학교 수학도 로봇 프로그래밍을 통해 교육시킨다. 초등학교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한 차별화된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셋째, 주거 환경과 문화적 요소를 기반으로 도시를 브랜딩해야 한다. '살고 싶다'는 생각은 결국 주거생태 환경과 문화적 자부심으로부터 나온다. 지역에 젊은 인재들이 머물러야 경쟁력도 창출될 수 있다. 앞으로는 지역에 머문 인재가 세계화 4.0의 물결을 타고 지역 발전의 동력을 창출할 것이다.넷째, 시민들은 보다 능동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계화 4.0과 같은 큰 변화는 기존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기도 하지만 수많은 기회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이 기회는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의 몫이다.지금까지 제품뿐만 아니라 공장까지 국경을 이동시킴으로써 세계화에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의 '차익거래'(arbitrage)가 세계화의 동력이다. 이때 핵심 주체는 지역과 시민이 될 것이다.지금까지 제품뿐만 아니라 공장까지 국경을 이동시킴으로써 세계화에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의 '차익거래(arbitrage)'가 세계화의 동력이다. 이때 핵심 주체는 지역과 시민이 될 것이다.

2019-07-31 06:30:00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경제칼럼] 경제는 창의에서, 창의는 관심에서 시작된다

영국의 해리 브리얼리는 철강회사 연구원이었다. 1912년 점심을 먹고 공장을 산책하다가 고철 더미에서 반짝거리는 물건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오래전에 자신이 실험하다가 버린 쇳조각이었다.순간 실망했지만 버린 지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녹슬지 않고 여전히 반짝거리는 쇳조각이 신기해 연구실로 가져갔다.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은 이렇게 발명되었다.그가 반짝거리는 쇳조각을 재수 없다고 걷어찼더라면 우리는 오늘도 숟가락의 녹을 닦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작은 관심에 열정과 기술이 합해져 스테인리스강이라는 보석이 탄생된 것이다.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기욤에 관한 얘기다. 그는 철에 36%의 니켈을 첨가했더니 온도가 올라가도 열팽창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 공로로 19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이 합금은 '열팽창이 없는 강'(Invariable Steel)의 의미로 '인바'(Invar)라고 불린다. 흥미로운 사실은 니켈양이 36%보다 많거나 적으면 열팽창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36% 니켈이 첨가된 합금에서만 갑자기 열팽창이 없어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다.석·박사 과정 학생이 이런 실험 결과를 가져오면 대개 지도 교수는 실험을 잘못한 것 아니냐고 혼을 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기욤의 관심이 인바 탄생의 시작이었다.인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바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인바가 스마트폰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우리가 인바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소형 OLED는 삼성, OLED TV는 LG가 세계 1등이지만 필수 부품인 인바는 100%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히타치금속의 인바 제조 기술과 다이니폰프린팅(DNP)의 에칭(Etching) 기술이 합해져 만든 섀도우 마스크(Shadow Mask)를 우리가 고가에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요즈음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때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일본을 굴복시켰듯이 일본이 인바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삼성 휴대폰도, LG OLED TV도 생산이 불가능하다. 전쟁보다 무서운 게 자원 전쟁이고 소재 전쟁이다.필자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 거의 10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라운관 컬러 TV의 섀도우 마스크를 국산화시켰다. 개발 과정이 힘들었지만 가격이 수입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보람도 컸다. 개발 효과가 엄청난 OLED 인바 섀도우 마스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라도 듣고 싶다.일본은 1949년 교토대 유가와 히데키 교수가 첫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이래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까지 27명(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이명박 정부가 노벨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만들었는데, 일주일 전 방송 뉴스에 이틀 연속으로 보도됐다. '비즈니스 타고 1년 중 100일 출장' '나랏돈 선심' 'IBS에 퇴직 공무원들 요직 차지'가 뉴스 헤드라인이었다. GDP 대비 우리의 기초연구 투자는 0.69%로 주요국들 중 압도적인 1위다. 이스라엘이 0.49%, 미국이 0.46%, 일본은 0.39%, 중국은 0.11%이다. 무엇이 문제일까?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에 '자원은 유한(Resources are limited), 창의는 무한(Creativity is unlimited)'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관심은 창의를 부르고, 창의는 경제를 살린다. 인적 자원이 유한한 대한민국은 브리얼리, 기욤의 탄생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2019-06-26 16:30:00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음원 등 지적 자산 거래의 공정성

얼마 전 음원시장 1위 업체인 모 음원 플랫폼 업체가 유령 음반사를 만들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저작료 상당 부분을 편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저작료 징수와 배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플랫폼 업체가 저작료를 편취한 것은 지적 재산권 시장의 기본적 신뢰를 깨뜨리는 중차대한 일이다.음원이나 프로그램과 같은 지적 자산 시장의 공정성 보장은 관련 기술이나 권리의 보호 이상의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지적 자산은 어느 영역보다 올바른 가격이 형성돼야 하고, 그 거래 대가는 적정하게 권리자들에게 귀속돼야 한다. 이러한 시장의 공정을 위한 몇 가지 전제가 있다.무엇보다 저작료 등 대가의 책정이 적정해야 한다. 저작물은 음반이나 서적 등의 유형물로 발간되기도 하지만 최근 추세는 대부분 음원이나 전자책 등으로 디지털화되고 전송이 용이하게 만들어진다. 전자적 신호 내지 프로그램화된 저작물은 보관이나 전송이 용이하고 무한한 복제나 보관이 가능하다.그렇다면 그 이용 대가는 저작물 소유자나 공급자가 갖는 이점이나 경비 절감을 반영해 산정돼야 한다. 특히 음악 저작물의 경우 저작권의 위탁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저작권자 전체가 마치 하나의 단일 공급자처럼 기술적으로 독점화된 상태이다.프로그램 시장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 중에는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의 업무용 프로그램 복제판을 우연히 입수, 사용했다가 형사고소를 당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일이 잦아졌다.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지적 자산 시장에 특수한 불공정 요소가 반영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일반적으로는 복제 저작물을 일회적으로 취득하거나 이용했다는 점만으로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 타인이 만든 복제물을 취득하는 행위 자체로는 저작권자 권리를 당장 침해한 게 아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저작물같이 업무에 사용하는 저작물은 복제물을 취득, 업무에 이용하게 되므로 그 순간 저작권 침해로 간주된다.사실 그에 앞서 복제물을 제작하거나 유통시킨 자들을 적발해 그 유통 수량에 상당한 배상책임을 물리면 될 것인데도 프로그램 업체의 주된 타깃은 복제품을 우연히 입수했다가 몇 차례 사용한 영세 업체들이다. 복제 프로그램이 웹하드 업체 사이트에 게재되지 못하도록 필터링 시스템을 적용, 사전 규제하는 게 불가능할 리 없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문제는 적발된 업체들은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현실적 대가 이상의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다. A/S나 프로그램 교육도 받을 수 없는 복제 프로그램임에도 시장에서 적용되는 각종 할인이 배상책임 산정의 기준이 될 정상가격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복제품은 각종 모듈들이 총망라된 패키지들만 돌고 있어서 배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모듈을 강제 구매하는 효과까지 생긴다.지적 재산의 대가가 적정하게 형성됐다면 그다음으로는 이용 대가가 권리자들에게 적정하게 배분되도록 모니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저작물은 저작자를 판정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저작료 배정을 할 수 없어 분배되지 못한 저작료, 이른바 미분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 관련 단체에서 내홍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권 위탁 기구들의 위탁 업무 처리의 기술적 정확성, 저작료 징수와 분배 절차 공정성 등도 플랫폼 업체들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감사나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최근 LP판으로 노이즈 섞인 음악을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단순히 날카로운 디지털 음향에 지쳐서가 아니라 대량 음원 소비 구조에 숨어 있는 시장의 모순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지적 자산 소비에 있어 소비자들의 주권이 내실 있게 보장되고, 올바르게 그 대가가 권리자에게 분배돼 시장 신뢰가 높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2019-06-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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