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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I have a dream!

'I have a dream!'1963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침례교 목사이자 미국 내 비폭력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연설로 인종차별의 철폐와 인종 간의 공존을 호소했던 유명한 말이다.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공감의 능력이 강조되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에게도 꿈이 있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음악은 개인마다 각기 다르게 다가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어떤이에게는 한 음악이 기쁨을 더하게 하는 역할을 또 어떤이에게는 한 음악이 슬펐던 때를 떠오르게도하는데 결국 그 음악은 어느새 슬픔을 견디고 이겨내게 했던 힘이 되어 시간이 지나면 한 켠의 추억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자 존재의 이유이며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큰 동기이기도하다. 필자는 가끔씩 찾아오는 매너리즘과 슬럼프를 겪을때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을 떠올리며 음악을 하게 됐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시간이 지나면서 꿈은 변질되기 쉽다. 남다른 가치를 가지고 그 꿈이 변질되지 않도록 잘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이겐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정신도 필요하다. 初(처음 초)志(뜻 지)一(한 일)貫(꿸 관)자로 처음 먹은 마음을 한결같이 꿰뚫어 나간다는 뜻이다.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마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초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비록 자신의 디즈니월드 완공식을 직접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디즈니월드를 제일 먼저 보았고 꿈 꾼 사람이었던 월트디즈니처럼, 217명의 투자자들에게 투자거절당했지만 물러서지 않은 결과 성공을 이룬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처럼, NBA시절 무려 9천번의 슛을 실패했고 3천회의 경기에 패배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여 위대한 농구스타가 된 마이클 조던도 초지일관의 정신이 그런 위대한 일을 해 낼 수 있게 했던 것이 아닐까.꿈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을 이끌어 간다. 꿈은 한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다. 꿈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꿈은 어떤 장애물도 뚫고 나갈 수 있게 한다. 꿈은 결국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오늘도 'I have a dream!'을 외치며 나에게 주어진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할 때 그것이 바로 위대한 꿈을 이루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현동헌 테너

2019-06-26 11:38:28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 커튼콜

배우로서 연극에 참여하거나 또는 관객으로서 공연을 관람할 때 작품의 열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커튼콜(Curtain call)이다. 커튼콜은 연극이나 무용, 음악회 등의 공연작품에서 막이 내린 후 공연의 모든 참여자가 무대 앞쪽으로 나와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커튼콜은 작품의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만 볼 수 있으며 작품의 일루전(illusion)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극적 장치라 볼 수 있다.공연의 마지막 장치인 커튼콜을 진행하는 동안 관객은 작품에 대해 느꼈던 감흥에 답하고자 감격에 겨운 박수를 보내거나 작품이 좋지 못한 경험으로 남을 때는 냉소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한편 배우의 입장에서 커튼콜을 맞이할 때는 귀한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며 이 시간 이후 배역으로서의 인물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별의 인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커튼콜의 경험은 반성과 자책, 배우라는 자긍심을 동시에 가져다주며 무엇보다 무대에서의 연기를 종종 그리워하게 한다.커튼콜은 작품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존재한다. 기약 없는 만남을 서로 약속하듯이, 혹은 무운을 빌어주기라도 하듯이……. 무대 위의 연극배우가 아닌 팬을 쥐고 책상 앞에 앉은 연극배우는 또 다른 커튼콜을 맞이하고 있다. 말은 발화되어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글은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이란 밤잠을 설쳐도 닿기 어려운 것이었다. 때때로 글에 대한 중압감은 나를 날카롭게 하였지만 오늘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지면에서의 커튼콜을 맞이한다.한 젊은 연극배우의 사색을 읽어보는 독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호흡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연극이었다면 커튼콜을 통해 관객들의 눈을 직접 마주보며 작품의 열기를 체험할 수 있겠지만 지면을 통한 커튼콜은 달리 확인할 길이 없어 이 점은 아쉽다. 독자여러분들 중 일부는 나의 글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연극배우의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 하셨을 수도 있고,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독자의 반응은 하나하나 소중하고 귀한 관객이다.글을 쓰는 데에 있어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을 느꼈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글이 아닌 작품에서의 배역으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그때는 커튼콜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힘찬 박수와 호응을 부탁드린다. 오늘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커튼콜을 향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독자 여러분의 축복과 평안을 빈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25 11:21:07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인생을 낭비한 죄

어느새 1년 중 반이 찼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다더니 한 주가, 한 달이, 일 년이 금방이다. 가끔은 시간 가는 걸 몰라 내 나이 앞자리수가 바뀐 것도 의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2인 딸이 진로결정을 두고 조바심이 생기는지 중학교 때 허송세월한 게 후회된다고 자책했다. 나도 후회가 됐다. 그때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할 걸.예전에 설날 특집 영화로 TV에서 본 빠삐용이 떠오른다. 누명을 쓴 빠삐용이 꿈 속에서 무죄를 주장하자 재판관이 "네 인생을 낭비한 죄"라며 죽음을 선고했다. 소파붙박이로 주말을 보낸 밤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명대사다.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도전'만한 게 없다. 도전은 인생을 쫀쫀하게 만들고 도전으로 인한 극복은 삶의 깊이를 더해 준다. 이 원고를 쓴 것도 나에겐 도전이었다. A4의 하얀 여백은 언제나 압박감을 준다.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며 줄줄줄 써내려 갈 수 있는 필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고만고만한 문장력으로는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참 잘 썼다는 소리를 듣고자 했던 야망을 내려놓으니 글쓰기가 한결 편해지긴 했다. 매주 인증샷까지 찍어가며 피드백을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의 격려에 새로운 인생 목표도 생겼다.도전할 것이 있다는 것은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시작하는데 있다.여차저차 미루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자신의 갈 길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모자란 재능은 뛰어넘을 수 있다. 천재적 능력자라는 사실에 비해 덜 화려할 수는 있겠지만 몹시 훌륭하다. 뉴스에 보도된 75세 보디빌더 할머니도, 취미활동이 직업이 된 내 친구도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실천에 옮겼으니 박수받아 마땅하다.오랜 직장을 퇴사하고 인생 2모작, 3모작을 개척하려는 지인들을 자주 본다. 나이를 먹으니 나의 미래가 걱정되고 그들의 미래가 염려되는 오지랖이 생긴다. 100세 시대가 되니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 다시 시작할 때에는 생계만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도 높일 수 있는 일이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동안 쌓아 온 지혜와 인생 경험이 2부, 3부의 인생을 디자인하는데 내공이 되어 줄 것이다.'부작위 편향'이라고 무언가를 함으로써 생기는 피해보다 하지 않고 받는 피해가 낫다는 심리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무기력한 사회가 될 게 뻔하다. 나 또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내 인생을 낭비한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선물같은 오늘부터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인생 팔홉이라고 하니 너무 욕심은 부리지 말자. 100세 더 이상을 살지 어떻게 알겠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24 11:12:04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더불어 사는 길

출근길에 탈북의사가 라디오 앵커와 나누는 대담을 들은 적이 있다. 대담 중에 북한의 의료체계가 양⋅한방 협진 시스템이며 북한의 의사들은 양방과 한방 모두를 공부하고 진료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가? 아직 길이 먼 듯하다. 의료인들은 생명의 질병을 치료해서 그들을 고통으로부터 건져내는 사람을 말한다면 서로 도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내는 게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일 것이니 반목질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양⋅한방을 전공한 나의 아들내외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인류 4대문명 중 3대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고, 서양이 중세 암흑시대 1,500년을 어둠 속에서 신음할 때 동양은 종이와 화약과 나침반을 만들어 서양에 전했다. 이와 같은 발명품이 있었기에 서양과학이 발달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고 서양의 산업혁명이 자릴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서양이 이루어놓은 근⋅현대 찬란한 과학문명이 동양으로 돌아와서 동양의 사회를 비롯해 경제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인류문명은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동서양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의 세계로 봐서 문명을 읽어내고 발전시켜야할 것이다. 의술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동서양 의술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불치의 병을 함께 고민해야할 때라고 본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미국 내 대다수의 의과대학이 침술과 지압요법, 약초학과 같은 동양의 대체의학과정을 개설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선물인 전기를 만들어냈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발전기, 변압기, 모터를 발명했지만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인류에게 기부했다. 과학의 산물은 인류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과학자로서 양⋅한방 의료인들께 한마디 드리고 싶다. 진단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초음파, X-ray, MRI, LASER 등등은 과학자가 발명해서 질병치료를 위한 의료기기로 응용한 것들이니 이것들을 두루 활용해서 고통 받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 주시기 바란다. 사욕에 눈이 멀기보다 난치병에 도전하고 신음하는 환자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주는 의료인이 되어주시기 바란다.더불어 사는 길이 시급한 것은 비단 이들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사업주와 노동자, 검찰과 경찰, 여당과 야당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진정한 상생은 '사람이라는 삶이 힘든 존재와 더불어 산다'는 마음에서 나온다. 좁은 땅에서 서로 헐뜯고 죽이려 든다면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 제발 좀 더불어 살자.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6-20 11:19:23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진화와 퇴화

몇 주 전 '지금의 이유와 의미' 라는 제목의 원고에 '생각이 방향이 되고 방향대로 생각한다' 는 글귀를 적었었다. 아이와 가정에 집중하며 환경을 바꾸고자 마음먹었고 그렇게 변화하는 시기를 겪으며 주된 관심이나 일상,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 대부분 역시 그 환경에 맞추어 지는 것을 보며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는다. 여유도 있어지고 아이가 차차 커나가면서 필요할 것들에 대해 찾아보고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한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렇게 늘어가는 새로운 스킬만큼 어쩐 일인지 무대에 대한 용기는 줄어들고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공연과 복귀를 신경 쓸 여유가 많지 않음을 느낀다. 그렇게 어느 한 부분은 진해지고 다른 부분은 옅어지고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끼며 씁쓸함이 밀려오다가 아이의 웃음 한번에 싹 하고 사라지고 만다.나의 이런 마음을 읽은 지인이 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람이 자주 쓰는 근육이 발달하고 쓰지 않는 부위가 둔화하듯이 감정이나 사고방식도 그런 류의 진화와 퇴화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계속해서 자주 사용하고 진화시켜야 할 마음가짐이나 감정은 어떤 것 이여야 하며 퇴화되어야 할 감정 같은 것은 어떤 것 이여야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억지로라도 건강한 마음의 근육을 움직여 보자.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인 진화와 뒤로 물러선다는 의미인 퇴화의 공통된 점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지인의 이야기 속 진화와 퇴화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었다. 몸의 저항을 활용한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듯 의도치 않게 옅어져가는 마음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바라고 원하는 방향으로 사고하며 마음먹을 수 있도록 튼튼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자는 것이다.나에게 퇴화가 필요한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위축되고 조급한 마음, 확신 없는 마음. 이따금 나를 흔드는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퇴화를 위한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인지하는 것, 알고 있기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진화는 도전이다. 도전하지 않는다면 낮선 환경을 만날 일도 적어질 것이고 낮선 환경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발전의 기회와 변화의 계기를 만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나에게 육아뿐만 아니라 글쓰기는 도전을 요하는 새로운 환경과 같았다. 주제를 정하게 위해 매사에 매모하고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글을 다듬고, 새로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껏 미처 보지 못했던 남다른 시각 갖기, 보다 깊은 사고하기를 실천하기도 한다.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진화와 퇴화를 인지하고 잃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라지는 것에는 응원과 단련을, 반대의 것에는 잘 정돈하여 두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6-20 10:23:06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플라시보효과

우린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플라시보(placebo)'라는 단어는 원래 '좋아지게 하다, 만족스럽게 하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가 의학적인 관련을 가지게 된 것은 1785년 발간된 '신의학사전(New Medical Dictionary)'의 기타 의료행위 항목에 수록되면서였다.1794년 게르비(Gerbi)라는 이탈리아 의사는 이상한 사실을 발견한다. 치통환자 이의 통증에 벌레의 분비물을 발랐더니 환자의 68퍼센트가 1년 동안 치통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별히 그 벌레의 분비물이 치통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었지만, 게르비나 환자 모두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결과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플라시보'란 단어는 180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오늘날의 의미와 매우 흡사한 뜻을 갖게 되었다.'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도 이런 원리일 것이다. 어릴 때 이 말을 들으면서 엄마가 배를 쓸어주면 서서히 복통이 가라앉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든 다음에도 배를 쓸어주었을 때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일 것이다. 플라시보효과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반응할때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오페라에서도 이런 플라시보효과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 있다. 그것이 바로 가에타노 도니젯티(Gaetano Donizetti)의 작품 '사랑의 묘약'이다.한 시골에 수줍음 많고 자존감 낮은 젊은 농부 네모리노는 아름다운 지주의 딸 아디나를 짝사랑한다. 어느 날 아디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책을 읽어주게되고 트리스탄이 이졸데에게 사랑의 묘약을 먹이는 장면이 나오자 진짜 그런 묘약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그 마을에 찾아온 돌팔이 약장수인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으로 속아 싸구려 포도주를 사게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술기운에 자신감도 생기게되고 마을 여자들이 자신에게 실제로 관심을 가지고 서로 다가온다. 사실은 네모리노의 삼촌이 죽으면서 막대한 유산을 그에게 남겼다는 내용의 유언소식 때문에 여자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자신이 둘카마라에게서 산 묘약의 약효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이것은 생각과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처럼 자신의 선택에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집중할 때 플라시보의 뜻처럼 우리의 상황들이 점점 좋아지고 만족스운 결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오늘 스스로에게 사랑의 묘약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현동헌 테너

2019-06-19 11:36:12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 극장이 지니는 의미

연극배우로서 활동하다보면 국내에서 유명한 희곡작품을 바탕으로 저명한 연출자들과 작업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좋은 희곡은 창작의 욕구를 샘솟게 하고, 실력 있는 창작자와의 만남은 예술적 가치관을 확장시켜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 이름 있는 연출자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관객과 어떤 공간, 즉 어떤 극장에서 만나는가이다. 극장이 주는 공간은 배우의 연기를 달라지게 한다. 대극장은 많은 관객에게 극의 내용과 인물의 상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소리와 움직임을 크게 요구하기도 하며, 소극장은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밀접하기에 세밀한 표정과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여 연기한다. 작품의 유형에 따라 본다면 가볍게 즐기는 대중극은 클래식하고 전통 있는 대극장에서 찾아볼 수 없고, 어둡고 심오한 작품은 아동극을 하는 소극장에서 볼 수 없다. 이처럼 극장은 예술작품과의 관계와 작품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배우의 입장에서 극장이 지니는 공간은 예술에 임하는 자신의 존재를 정립할 수 있게 한다.뿐만 아니라 극장이라는 공간은 연극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만 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야외극장이 주를 이루었고, 큰 극장은 국가권력과 종교에 관한 거대담론을 주로 다루었다. 르네상스에는 국가와 종교에 대한 관심이 인간으로 집중하면서 극장의 크기는 감소하고 이로 인한 원근법의 발견과 실내극장이 서서히 생겨났다. 이후 19세기말 현대 연극에서는 인간의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심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는 사실주의 연극이 발전하였고, 세밀한 감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극장이 발달하였다.오늘날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극장이 존재한다. 명동예술극장(558석)은 주로 고전과 긴 서사를 다루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100석이하의 소극장은 적은 인원으로 진행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소극장이라고 하여 희랍극을 하지 못하거나 셰익스피어 극을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장의 크기와 작품의 탄생 시기를 짚어봤을 때 희곡이 지닌 에너지는 소극장과 결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희곡작품이 지닌 에너지를 극장의 크기에 따라 적절히 운용하는 것도 창작자에 요구되는 역량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관객의 입장에서도 장소가 지닌 의미는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극장, 소극장이라는 다양한 크기의 극장이 있지만 크기에 따른 공간과 여기서 탄생하는 작품의 힘은 다를 수밖에 없다. 주로 대극장은 볼거리가 많고 긴 서사를 다루기에 적합하며 소극장은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세밀하고 디테일한 연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극장이 지닌 성격을 토대로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18 11:03:16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폰을 든 유목민

월요병을 견디며 출근하니 '어디일까요'라며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비오는 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커피 한 잔이 놓여있는 감성 사진이었다. 친구가 딸이랑 둘이 무작정 떠난 첫 여행의 기록물이었다. 전업주부로 '나'보다는 '가정'을 위해 살아 온 친구가 얼마나 행복했을지 느껴졌다.여행이라는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지난 주에는 징검다리 연휴에 맞춰 사무처 직원들과 사진작가 두 분과의 번개여행이 이뤄졌다. '어디로'보다는 '누구와'가 더 중요한 조건이라면 감사한 4일간이었다. 서로가 배려해 누구하나 투덜대는 일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좋은 곳에서 자고 인증샷을 찍고 알뜰소비라는 위안으로 꽉꽉 가방을 채웠던 나의 여행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지난 달 도용복 오지탐험가의 강연을 들은 이후 여행에 대한 정의를 다시 갖게 됐다. 130여 개국을 다니며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수첩과 카메라, 여벌 옷 하나만으로 단촐한 가방을 꾸린다는 말씀에 뜨끔했었다. 비록 이번에도 큰 가방은 포기하지 못했지만 낯선 길을 걷고 이동하며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증명해댔다.여행은 폐쇄적인 나를 열어 준다. 필자는 겁쟁이 쫄보라 혼자 잘 다니지도 못한다. 게다가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서 왔던 곳도 잘 못 찾는 길치다. 하지만 튼튼한 다리와 구글 지도가 있으니 '까이꺼' 못 할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길이 내 길인가. 아니면 돌아가면 된다는 너그러움과 용기도 마법처럼 생겨난다.잘 짜여진 일정대로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도 나쁘지는 않지만 불확실하고 낯선 환경 속에서 점점 적응해 가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더 큰 매력이다. 집 떠나면 고생을 체험하는 게 여행이라지 않았나. 나는 왜 살며 어떻게, 어디로 향해 가는가하는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덤으로.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누워 폰을 보는 걸로 휴식을 취한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라며. 대부분은 정작 시간과 돈이 있어도 안 할 확률이 많다. 그때는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며 다른 데 또 돈 쓸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든 국외든, 기간이 길든 짧든지를 떠나서 일단은 떠나보라고 부추기고 싶다.일찍이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도시를 이동하며 자유를 누리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라는 단어로 신 인류의 출현을 예고했었다. 디지털 노마드는 기존의 유목민처럼 도시를 이동해가며 일과 레저를 함께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행으로 자신을 리셋해 보자. 무릎연골이 다 할 때까지. 나 또한 양 떼 대신 폰을 들고 계속해서 낯선 길을 걸을 참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17 10:50:39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대한민국의 교육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때 초등학교 과목을, 초등학교 때 중학교 과목을, 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목을 다 뗀다고 한다.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그래서 그렇게 배우게 된단다. 이래서야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저절로 학교수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도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공부를 하고 가르치는 재미가 없고 저절로 의욕이 떨어진다. 천직으로 알고 교직에 들어선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쟁사회에 살다보니 학원비는 해마다 늘어나고 그래서 아이 낳기도 두렵고 하니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진다. 출산율 올리려고 세금을 수십조씩 쏟아 부어도 효과가 없다. 출산율을 올리려면 세금을 풀어 유인해서는 별무소득이고 교육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적성과 능력에 맞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모른 채 경쟁에만 내몰려 허덕이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능력과 적성을 모르고 졸업하니 취업도 안 되고 대학시절 등록금만 날린 꼴이 된다.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선행 학습으로 누적된 지식과 그걸 위해 낮밤 가리지 않고 쌓인 스트레스가 엄청나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청소년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심신이 약한 학생들이 성장해서 어떻게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겠는가.얼마 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관·재계의 엘리트를 배출해온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1945년 설립 이후 4명의 대통령과 7명의 총리를 배출시킨 명문 학교다. 마크롱 자신도 정작 이 학교 출신이면서 동문들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이 학교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유인즉, 프랑스 정·관계의 상층부를 지탱하며 국가의 재건과 발전에 기여했지만, 사회의 권력과 자본을 소수의 졸업생이 독식하면서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프랑스는 엄청난 저항에도 불구하고 교육 개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우리도 나라의 미래를 열어줄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하여 일관성 있게 펼쳐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자녀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있는 프로그램을 국내외에서 찾아내어 공영 방송을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구문제와 맞물려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라도 나라를 구할 교육정책을 펼쳐야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교육 담당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는 교육만이 담보한다. 교육개혁, 절체절명의 과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6-13 11:16:06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순간이 만드는 평범한 기적

몇 주 전 옮긴 집 창문을 열면 앞으로 뒤로 온통 논이며 밭이다. 그리고 사방으로 둘러싼 굽이굽이 산은 이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무척 기대하도록 만든다. 하루하루 다른 해와 바람이 보여주는 주옥같은 창밖 하늘 캔버스,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땅을 일구는 사람들의 모습, 하루에도 몇 번씩 창밖을 내다보며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든 것을 신기해하기도 했고 크게 심호흡하며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지금의 시간과 나의 삶에 마음 놓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어느새 뜨거운 여름에 접어든다. 온도가 바뀌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층을 지어 가지런히 정리된 마른 농경지에 몇 날을 살피며 물이 채워지고 하루 이틀은 하늘이 도와 비가 쏟아지고 나더니 그렇게 마른 땅은 얕은 물로 찰랑이며 하늘을 담는 그릇으로 변해있었다. 땅에 물이 차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고 한 곳 한 곳 가지런히 줄 지은 초록의 모로 채워지는 변화를 보며 그저 곱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빽빽하게 자라 싱그러운 물결로 일렁일 모습을 그리고 샛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풍성하고 풍요로운 금빛으로 춤출 땅의 새 모습을 기다리며 자연이 만드는 시간의 마법, 순간의 기적들을 가슴 설레며 지켜볼 것이다. 너무나 기대가 된다.그러다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생명 중에 영원히 같은 모습인 것은 없구나. 순간순간, 찰나의 짧은 시간동안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찰나의 순간을 살고 다음 찰나에 의해, 그 다음 찰나를 위해 계속 바뀌어가며 살아가고 혹은 죽어가고 또다시 살아가고 있구나하고 말이다. 그 속에 수도 없이 많은 움직임이 존재하여 마른 땅이 비옥한 논이 되고 그 결실을 맺은 뒤 다시 겨울을 맞아 다음 봄의 기지개를 기다리는 것을 보자면 아무리 짧은 시간도 무의미하지만 않고 결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키가 지라고 뽀얀 첫니가 올라오고 잘자고 잘먹고 엎드리는 법, 앉는 법을 깨우치며 1분 1초가 다르게 자라는 딸이 보여주는 기적 역시 이 순간들이 모여 만드는 기적일 것이다. 어찌 무의미하고 소중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나 역시도 그러할 것이다. 대지의 흐름에 충실한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생명의 이클에 맞추어 무한 성장 중인 딸처럼 나 역시 지금에 집중하여 일도 휴식도 온전한 결실을 맺기를, 그렇게 미련 없이 새롭게 만나게 될 순간에도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오늘은 어떤 순간들이 만드는 하루가 될까. 크건 작건 사소하건 대단하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닐 것 이다. 그저 순간순간이 선사하는 기쁨을 만날 수 있기를. 그 평범한 기적으로 하여금 보다 유쾌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못난 미련과 후회로 낭비하지 않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6-13 11:04:40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선택과 집중의 원리

탈무드의 한 예화이다. 한 부자가 중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해졌다. 멀리 있는 아들을 보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아 그는 다급함에 다음과 같이 유서를 남겼다. "내 모든 재산은 노예에게 물려준다. 내 아들은 내 재산 중 한 가지만 그가 원하는 것으로 가질 수 있다." 아버지는 유서를 공증받고 결국 아들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노예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멀리 있는 아들을 찾아가 사실을 알렸고 아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아들은 모든 재산을 노예에게 준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랍비를 찾아가 물었고 랍비는 "자네 아버지는 돌아가면서 혹 노예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자네에게 알리지 않고 재산을 가지고 도망치지는 않을지 몹시 염려하신거야. 그래서 재산을 모두 노예에게 상속한다고 유서를 남긴 것이네. 그 결과 노예는 자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지금 모든 재산을 차지한 것이네. 단 자네 아버지는 재산 중 한 가지를 자네에게 주었네. 그게 과연 무엇이겠나." 그 질문에 아들은 바로 깨닫고 아버지의 재산 중 하나인 그 노예를 택했다는 이야기다.이 예화에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들어있다. 아들에게 재산을 상속해야하는 아버지의 집념과 지혜로 노예를 선택해서 모든 재산을 집중시킴으로써 아들에게 유산을 물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필자가 인생에 가장 중요하게 선택의 요소는 바로 가치와 행복이다. 나를 가장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일이 무엇인지 행복할 수 있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고 그것이 그 때에는 성악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내 모든 재정과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이 직업에 대한 후회없이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연주활동 뿐만아니라 지트리아트컴퍼니 대표로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필자는 공연을 기획하는 일에 있어서 생각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바로 관객이다.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석하고 그 가운데서도 의도한 작품의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을 찾으려는 집념이 있다.집중할 때 탈무드의 예화처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지혜가 생기게 된다. 무슨 일을 하다가 막혔을때 다시한 번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택이 맞다면 그것에 집중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들이 없는지 검토하고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걸러내게 되면 비로서 방법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선택은 책임을 동반하고 집중은 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옳은 가치에 대한 분별력을 갖출 때 높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되고 나 뿐만아니라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동헌 테너

2019-06-12 11:16:11

김동훈 연극배우

[매일춘추] 배우의 논문

대학원에 진학한 목적은 세 가지였다. 첫째. 연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둘째. 훌륭한 스승에 대한 갈증, 마지막 세 번째로는 같은 길을 걷는 동지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고 싶었다. 학교생활을 되짚어보면 이러한 목적들을 일부 이루었으나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석사과정의 졸업을 위한 피날레, 논문이었다.대학원의 꽃은 학위 논문이다. 논문은 전문성을 갖춘 논리적 근거와 객관성을 통한 주장과 설득의 글이기에 독자의 초점은 그 분야의 종사자나 학문적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문 단어를 구사하여 구체적으로 저자의 견해를 개념화한다. 특히 예술에서의 개념화는 작품 감상과 체험에 머무는 감각적 사유를 글이라는 수단으로 전문화시켜 나가기에 더욱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작품을 감상하는 수용자의 입장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신만의 경험을 "좋았다." "아름답다." 등의 비교적 간략한 단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이와 같은 성격의 논문은 현장에서 배우로 활동을 하는 나에게 현실적 괴리감을 느끼게 하였다. 현장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다양하게 수용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하나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논문을 통해 현장에서의 예술과 이론의 영역을 융합하여 제작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였으므로 이러한 괴리는 논문작성에 있어 큰 어려움이었다.비록 논문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였다. 논문을 만나기 전에는 연극 전공에만 국한된 학습을 해왔다면, 논문을 통해서는 연극 이외의 인문, 철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가 예술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모든 예술세계는 당대의 사회와 환경 등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예술작품을 다각도에서 수용하는 방법을 배웠다.더구나 창작자의 관점에서도 저변을 높일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전에는 배우의 역할에만 집중했다면, 논문 이후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그에 따라 장면들을 어떻게 구성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도 알게 되었다.한 작품의 연출방식을 면밀히 연구하며 동시대의 관객과 소통하는 형식들, 고전작품의 현대적 해석을 논문에 담는 작업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또한 배우로서 관객과 어떤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지 이를 위해 연출자를 포함한 다른 창작자들은 각자 자리에서 무엇을 창조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또 다른 연극제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는 한국연극예술 발전에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11 12:53:41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유튜브에 빠지다

딸아이의 행동 중 도통 이해 안되는 게 있다. 먹방 동영상 시청이다. 그것도 살과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는. 딸아이의 대답은 대리만족이란다. 이제껏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결과 결코 참을성이 뛰어나다 할 수 없는데. 솔직히 짜장면 먹는 장면만 봐도 동공이 확장되고 침이 분비되지 않는가.요즘 보이는 매체는 거의 먹방이다. 옛날엔 남 먹는 거 쳐다보고 있으면 없어 보인다고 나무랐었다. 삼겹살을 썰지 않고 통으로 뜯질 않나, 한 자리에서 단체회식을 해도 족할 분량을 혼자서 해치우고 별풍선이라든가 좋아요, 하트를 받는다. 나 또한 볶음밥을 디저트로 먹는 식성이나 식도락이라고 하기엔 과한 먹방이다. 가장 멍청한 내기가 먹는 내기라는데 빨리 먹기에 도전한 푸드 파이터들의 속이 어떨지 걱정이 된다. 실제로 살아있는 문어를 먹다가 물려 피를 보고 주먹밥을 먹던 일본 유튜버가 질식사하는 뉴스도 보도된 바 있다.방송도, 홍보도, 정치도 온라인 영상 시대다. 책과 같은 종이 매체보다 영상 반응이 빠른 시대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직접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유튜브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의 월활성이용자 수는 올해 4월 3천271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유튜브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어린이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사용하는데 큰 장벽이 없다.영상은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한 것을 보완해 전달해 준다. 1인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영상 제작도 척척이다. 필자도 방송제작 쪽 직업을 가졌던지라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보겠다고 끙끙댔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초보자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이 지원되는 영상편집 프로그램이 많이 출시되어 1인 미디어들의 수고를 덜어 준다.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가 늘어나니 자극적인 콘텐츠도 증가했다. 어린 연령의 시청자가 따라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병폐가 문제다. 어떤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없이 성형 수술 후기를 알려주는 영상을 보고 부모를 조르는 청소년들, 교복을 입은 채 흡연하는 영상, 심지어 마약을 은어로 숨긴 광고까지도 있다. 유튜브의 자동 맞춤형 추천 기능은 진실과 상관없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소비하게 만든다.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온 국민이 애용하는 유튜브가 불법적인 정보의 바다로 빨간 불이 켜졌다.순기능에 반해 악용되는 역기능에 대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동시에 어린 학생들에게는 과다한 시청을 조절하는 능력과 그에 맞는 윤리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잘 쓰면 득, 잘못 쓰면 독. 결과는 사용자 본인의 몫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10 11:03:11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마녀의 가시

마술을 부리는 못된 여자를 '마녀'라고 하고 유명한 작품 속에도 종종 마녀가 등장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어느 마녀의 부엌에서 약을 마시고 난 후 처음 만난 순진무구한 그레첸의 순결을 빼앗고 방탕을 즐기게 된다.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에는 마녀가 여럿 나온다. 자기가 지배하는 동쪽 마을에서 깽판 부리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도로시네 판잣집에 깔려죽는 마녀, 도로시에게 오즈의 마법사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소상하게 알려주는 착한 마녀, 도로시가 동쪽마녀의 마법구두를 가진 걸 알고 뺏으려고 공격하다가 물을 뒤집어쓰고 죽는 마녀, 도로시가 캔자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은구두 뒤축을 세 번 땅에 부딪치고 소원을 말하면 된다고 가르쳐 주는 마녀. 소설 속에서 마녀는 곤경에 빠진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가 사악하거나 불길한 존재로 나타난다.마녀는 본래 사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공동체 내에서 출산이나 질병치료 같은 일을 하거나 점을 치고 묘약을 만드는 주술적인 일을 수행하는 신비로운 존재였으나, 교회의 이단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혹은 십자군 전쟁의 실패로 교회의 위상이 추락한데다 흑사병이 창궐하여 민심이 불안과 공포에 싸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모든 일을 악마의 소행이라고 떠넘기고자 한다. 이른바 마녀를 잡아다 화형시키는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예는 잔 다르크다. 영국과의 '백년전쟁' 중 잔 다르크는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작 그녀가 영국의 포로가 되자 프랑스 왕은 그녀를 버렸고 영국은 잔 다르크가 악마의 힘을 빌려 전투에서 이겼다며 마녀 혐의를 씌우고 19살 처녀를 화형에 처했다.마녀 사냥을 돌아보며 인간의 우매함을 부끄러워하면서 마녀에 대해 들은 이야기 하나를 하고자 한다. 마녀가 정말 사악하다면 그럼 왜 마녀가 나쁜 짓만 골라 할까? 궁금해서 몰래 마녀의 집에 숨어 마녀가 하는 행동을 살펴봤더니 마녀의 등에는 마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가시가 박혀 있었고 마녀는 어떻게든 그 가시를 뽑아내려고 발버둥이었지만 매번 허사였다. 가시가 박혀 등은 쑤시고 뽑아야하는 가시는 손에 닿지 않더니 마녀의 등 뒤에 박힌 가시를 뽑아주자 마녀는 천사의 행동을 하더라는 것이다. 당신의 등 손닿지 않는 곳에 가시가 박혀 있다면 그리고 아무도 그 가시를 뽑아주지 않는다면 당신도 신경질을 부릴 것이고 결국은 마녀처럼 심술을 부리게 될 것이다. 한번쯤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고 그들의 등에 가시가 박혀있지나 않는지 살펴보시라. 마녀가 따로 없다. 당신도 마녀가 될 수 있고 당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박혀 있는 가시가 마녀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6-06 13:41:46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나도 미니멀

지난 달 이사 준비를 하며 마음 먹은 것이 있었다. 최소 두 달 이상 꺼낸 적 없는 물건들, 살 빼면 입으려고 간직해두었던 부질없는 옷들, 쓸데없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짐을 싸고 정리하는 동안 미련 없이 덜어내 버리자. 5년, 10년이 된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잡동사니들을 나의 주변에서 걷어내어 보자. 청소와 버리기를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짐 정리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낀 계기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이다. 집안 곳곳 눈에 띄게 늘어가는 아기용품들을 보며 그리고 여러모로 주변 환경에 취약한 아기를 키우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 지낸 다섯 살 골든리트리버 다듬이와 고양이 타미와 같이 살 앞날을 생각했을 때에도 나의 짐을 줄이고 치우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매번 느꼈던 청소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어지러운 구석구석을 보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몇 일 전엔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최근 생활의 변화와 이런저런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멀리 이사를 오게 되면서 대구에서의 활동과 벌여놓은 일들이 걱정이다. 어느 것 하나 해결은 짓지 못하고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미니멀라이프'를 알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인 '미니멀리즘' 도 알 것이다. 단순히 입지 않는 옷을 버리고 짐을 줄이는 차원을 떠나서 삶 전반에 있어 미니멀리즘을 실천해 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해 볼 만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생활 속 여러 선택 중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천천히 간소화하여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그렇게 신경 쓸 부분을 줄여나가면서 정말 집중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들으며 너무 일리가 있어 무릎을 탁 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은 버리지도 입지도 못하는 옷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정리해버리면 좋을 일을 우물쭈물하다보면 손톱 밑 가사처럼 때때마다 거슬리고 중요한 집중을 흩트리게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사회적기업 교육을 받을 때 '선택과 집중' 에 대해 배운 것이 기억났다. 여러 보기 중 가장 탁월한 보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집중하여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서 더욱이 전략적 포기와 단호한 선택이 불가피한 때인 듯도 하다. 지금에 몰입하기 위한 첫 단추를 현명한 포기로 꿰어 보아야 겠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6-05 15:55:59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내면의 면역력

요즘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게 생기게되면서 자칫 자기 관리가 소홀하면 신체의 체온 불균형으로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감기에 걸리기 쉬워진다. 자연적인 치료는 스스로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면역력을 키워 회복시키는 것이다.여러 자연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자아와 삶에 대한 고찰이 가능하다. 일교차는 자연의 현상일 뿐만 아니라 우리내면에서도 일교차는 늘 존재한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은 모두 나를 자극한다. 그리고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은 나의 내면의 면연력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내면에도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의 상황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외부의 일교차에 대한 내면의 면역력이라면 바로 평정심일 것이다. 외부의 자극에 감정의 기복이 없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예체능계는 몸의 컨디션도 최상으로 지켜야 하지만 마음의 평정심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좋은 연주자가 되는 일도, 시합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배가 바람이나 거친 파도에 많이 흔들리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배 밑에 실어두는 짐을 밑짐이라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균형을 잡아주는 밑짐의 무게감과 같은 평정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겠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덕은 곧 행복이다'라고도 강조한 바 있다.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마음을 잘 다스려서 지나치지 않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되게 하라고 했다. 중용은 큰 일교차처럼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성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조화롭게 발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용의 덕은 꾸준한 노력에 의해 습관이 될 때까지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는 가운데 갖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자신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 자신이 밑짐의 중심을 잃지않고 탄력성을 가진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내면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 일것이다.몸의 면역력의 높이기 위해 우린 주기적으로 충분한 휴식과 영양분을 공급해주듯이 내면의 면역력을 높이기위해서도 이러한 공급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과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 것 그리고 바쁠수록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것은 또 하나의 내면에 영양공급이 될 것이다. 현동헌 테너

2019-06-05 11:24:10

김동훈 연극배우

[매일춘추] 고전작품에 대한 새로운 고찰

배우로서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저마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그 중 국립극단 '겨울이야기'(셰익스피어 作)는 배우 혹은 관객의 입장으로서 연극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배움의 과정 속에는 작품을 임할 당시의 개인적 상황과 배역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출자와 함께 작업한 모든 시간들이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배우로서 연극적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흔치 않기에 '겨울이야기'가 가진 의미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겨울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익숙한 작품들(햄릿,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곡이다. 또한 희극과 비극이 섞여있는 희비극의 형식과 갑작스레 극의 논리를 초월하는 진행방식으로 인해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다보니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비현실적 장면들을 무대화하는 작업은 공연 참여자 누구에게도 쉽지 않았다.이에 연출자 로버트 알폴디는 고전 작품이 지닌 일종의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체화하였다. 즉, 셰익스피어의 400년 전 세계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지닌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관객의 수용력을 높였다. 예를 들어 원작 속 왕족을 부유한 가정으로 바꾸고, 셰익스피어의 반복되는 긴 대사를 간략히 압축하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으며 대사 없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활용하여 장면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하였다. 이러한 그의 접근방식으로 셰익스피어가 지닌 작품의 특징들을 잃지 않으면서 극의 템포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조할 수 있었다. 그가 작품을 만들어가며 중시하는 가치는 그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관객들은 400년 전의 삶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만약 그 시대가 궁금하다면 박물관에 가면 된다. 하지만 연극은 박물관에 전시될 수 없으며 지금 태어나 존재하는 이 순간이 예술이다."그의 관점은 고전작품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온전한 텍스트의 재현이 원작에 대한 올바른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면 알폴디와 작업한 이후 오늘날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의 작업방식을 통해서 고전작품의 현대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전작품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작품에 빗대어 스스로 답을 얻고자 함일 것이다. 이에 따라 연극 또한 과거의 방식을 온전히 재현하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동시대적으로 삶의 이야기를 밀접하게 제시한다면 고전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03 18:54:54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조물주 위 건물주

떠나보내는 5월을 핑계삼아 술자리를 가졌다. 안주는 경제였다. 건물주인 지인 한 명이 앓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깎아주겠다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한 명은 빈 건물에 대한 대출금만 갚고 있다며 침통해했다. 우리 동네만 해도 대문짝만하게 임대라고 붙여놓은 상가들이 한둘이 아니니 이해는 됐다. 하지만 뭐라 해도 가진 자의 푸념 같아서 달래 줄 마음은 덜했다.한 때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에 '건물주'가 순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애써 일하지 않고도 통장에 매달 찍히는 임대수입을 상상해서일 테다. 슬프지만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인 꿈의 변화다. 건물주가 당당한 직업군이 될 수 있다니. 하긴 '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겠다. 나 조차도 몫 좋은 곳에 지워진 상가건물들을 보면 해당 건물주의 월 수입을 합산해주는 수고로움을 대신해보곤 한다. 노후의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채.만인의 부러움을 받는 건물주는 동시에 '있는 놈이 더 하네'라는 말로 손가락질도 받는다.오르는 땅값의 혜택을 오롯이 건물주만 가져간다는 견해에서다. 김광석거리의 사례처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거리를 망쳐놓은 욕심많은 건물주들도 있다. 건물주의 횡포로 억울하게 쫓겨나는 세입자의 하소연 글 또한 포털 사이트에 허다하다. 입주자가 돈 좀 번다 싶으면 바로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도 있을 테다.필자의 세대주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내게 세상물정 모른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세대주는 땅값 상승만큼 세금이나 관리수리비도 비례한다며 핫플레이스에서 싼 임대료로 장사하겠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건물주를 대변해댄다. 세금이나 기타 비용으로 공실도 엄청나다는 주장이다. 하긴 세입자한테 임대료를 팍팍 올리며 갑질을 하는 장본인으로 모든 건물주를 싸잡아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자영업을 하는 지인은 임대료 보다는 권리금이, 권리금보다는 인건비가 더 공포라고도 했다.창업이나 자영업 시장이 급속도로 나빠진 요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최근 '건물주 상생협약 체결'같은 제도는 바람직하지만 상생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세금 안내고 불로취득하는 사람에게서는 반드시 세금을 받아내길 바란다. 미성년자들이 건물을 증여받는 힘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탈세없이 적정하게 세금을 낸다면야 나무랄 일은 아니다.도시의 건물들은 화려하다. 이 건물의 주인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다. 건물주를 꿈꾸는 초등학생들도 정작 건물을 사기까지의 방법은 잘 모르고 어쩌면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귀동냥으로 들은 임대업에 막연한 환상만 갖고 선망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건물주가 꿈이라고 답한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03 11:01:35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망각만이 능사는 아니다

'망각이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이 때 인간이란, 아마도 고통이나 불행속에 갇혀있는 사람을 말할 것이다.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히스클리프라든지,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라든지, 안나까레니나에 나오는 안나라든지 하는 인물들처럼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람 아닐까. 아니면 사기나 폭행 등의 억울한 경험으로 커다란 상처를 지니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상심에 빠져 살아가는 의욕마저 잃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나도 젊었을 때는 연인과 이유도 모른 채 이별하고, 나이가 든 지금은 긴 세월을 사랑해오던 가족들을 잃고 너무 힘들 때가 있었다. 산 사람과의 이별도 죽은 사람과의 이별도 힘들었다. 존재를 지우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힘들었다. 오죽하면 돈키호테가 한 말, '시간이 지울 수 없는 기억은 없고, 죽음이 희석할 수 없는 고통도 없다'는 말을 의지하려 했을까? 견디기 어려운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이런 고통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나를 내려놓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각이 신의 선물이라는 니체의 말이 더욱더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망각만 믿고 세월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나(我)라는 존재는 까닭도 없이 우주에 던져진 존재, 즉 피투체라 하고 그런 피투체이지만 그러나 우주(세상)를 향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투체라고도 한다. 즉 본질은 무의미하고 나약하고 고독한 피투체이지만 실존은 의미를 향해 행동하고 그래서 결코 외롭지가 않은 기투체라는 것이다. 억울하기 짝이 없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실망하거나 두려워 할 수 있지만 그런 세상을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 따뜻한 곳으로 만들 수도 있다.까뮈의 소설에 나오는 '시시포스'처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할 수도 있고 '타루'처럼 자신이 옳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내(我)'가 세상의 중심이고 우주의 중심이 아닌가. 그러니 나와 세상 모두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제나 우리의 삶은 어렵고 우리의 존재도 어려울 뿐이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시키기도 어려운 존재, 그것이 인간이지만 사랑하는 동안은 모두 숭고한 가치적 존재로 남는다.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이나 타인의 많은 것을 이해하고 삶의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내어한다. 우리는 아는 만큼만 인식하고 인식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우리의 인식을 앞서기 때문이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30 11:23:45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긍정의 스트레스

잊지 않고 약을 챙겨먹는 일, 공과금을 내는 일, 버스를 놓치는 일, 작업하던 파일이 저장되지 않은 채 날아가 버리는 일, 가까운 주변인과의 마찰 등 우리는 일상에서 사소하고 끊임없이 이것의 영향을 받는다. 또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일이라던지 고대하던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하며 준비하는 일이라던지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서 엄청난 심적 압박을 받으며 어김없이 이것을 받기도 한다.크게도 작게도 우리의 시간, 우리의 활동영역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이것. 바로 스트레스이다.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린다. 언젠가 필자도 스트레스성 탈모를 겪었고 위궤양이 오기 직전까지 건강이 악화되며 정신도 마음도 괴로운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저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생기는 이유를 회피하고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뒤로 미룬 채 다른 처지에 있는 남과 나를 비교하고 부러워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럴수록 스트레스의 몸집은 더 커져만 갔고 나는 괴로웠다.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고 잘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언제나 스트레스와 함께였다.그러다 알게 되었다. 내 눈 앞에 있는 이 일들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을. 그랬던 것 같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스트레스가 되지 못하더라는 것. 그리고 무사히 상황이 종료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희열과 보람만 남더란 것이다. 무언가를 지키거나 관철 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인가에 집중하게 되도 또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것 아닐까.마감시간이 정해진 서류, 가사와 동선이 뒤죽박죽인 채로 공연 날짜가 다가오는 무대. 예술가로 단체의 대표로 활발히 활동을 하며 지낼 때를 돌아보면 일의 압박, 무대 위의 심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겨낸 경험이 엄청난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돌아왔었다. 몇 날 몇 일을 두근대며 견디고 극복해낸 시간을 모두 보상받았던 것 같다. 현재 아기와 보내는 시간과 엄마로서의 결정이 가지는 무게 역시 그렇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기에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감내하며 나의 것을 지켜 낼 수 있는 성장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필자의 논리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받지 않을 수 없다면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가 아닌 되게 하는 에너지, 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면 문득 찾아오는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누구나 겪어내는 과정' '성장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계기' 로 바라보며 스트레스 덜 받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30 1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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