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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취중진담

사물에 난 상처가 아픈 건 듬뿍 정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동차를 긁고 가버렸다. 낡은 차가 더 처연하다. 상한 마음은 상처 난 곳의 면적에 비례한다. 실수를 은폐하고 사라진 그가 야속했다. 소리 없이 원망도 자라난다. 그 모습이 안타깝던 지인이 일침을 놓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면 툴툴 털어버리소. 자꾸 쌓이면 독이 됩니다!"'정신 차리다'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살짝 술기운에 기댄 말이 삶의 태도를 바르게 방향을 잡아준다. 고마움에 농담을 반반 섞은 별칭으로 취중 진담에 대한 답례를 했다. 애주가여서일까. '술의 신'이란 별칭을 흔쾌히 수락한다. 고백하건대 술의 신은 신화에서 차용한 말이다.그리스 신화에는 술의 신이 나온다. 로마의 바쿠스(Bacchus)에 해당하는 그리스의 신은 디오니소스(Dionysos)이다. 디오니소스는 부활의 신이자 쾌락의 신이다. 독수리나 번개가 제우스를 상징한다면 포도는 디오니소스를 상징한다. 포도는 술의 전 단계이다. 광란의 술잔치란 의미의 배케넬리언도 바쿠스에서 유래한 형용사이다. 하여 미술작품에서 디오니소스는 머리나 허리, 전차에 어김없이 포도덩굴을 둘렀다.이를 증명하듯 카라바조의 작품도 머리에 포도 덩굴을 둘렀다. 비교적 점잖은 자세로 보아 광란의 축제 현장은 아닌 듯하다. 취한 듯 적을 제압하던 영화 '취권'(1978년)의 주인공처럼 유연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자세야말로 고수의 취기이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인간의 유한성 그 너머를 산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마저 용인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인간은 사정이 다르다.혹자는 술에 취하면 한없이 너그럽다. 과하면 진상의 표적이 된다. 판단의 근육도 느슨해진다. 하여 술이 아니어도 취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시각의 방향을 살짝 틀면 된다. 이를테면 사색에 취하기 같은 것이다. 단순함에 취하기도 있다. 진솔한 눈빛에도 취해보고 친절이나 양보에 취해보기도 있다. 미술 작품 감상이나 운동영화 관람과 피아노 선율에 취하기는 어떨까. 이해와 용서가 중심인 일상에 취하면 너와 나라는 이분법의 경계는 무색해질 것 같다.일상의 소중함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술의 취기로 맺은 특별한 관계 이상의 가치이다. 매사에 진심이 깃들면 가면(persona) 없는 세상도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주관에 함몰되지 않은 진담에 취하기야말로 살만한 세상의 밑바탕이지 않을까. 필자는 살짝 술의 신이 해준 충고에 취해볼까 한다. 모나고 뾰족한 감정들 툴툴 털어내기에 취해보는 것이다.

2018-04-18 00:05:00

[매일춘추] 팬암 스마일과 뒤쎈느 스마일

교육연극을 하면서 매년 새로운 사람들을 새 마음으로 만난다. 매일 사람들과 만나서 하는 강의지만, 처음이라는 단어는 늘 긴장과 기대, 낯선 설렘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아마 눈 마주치기,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가 될 것이다. 웃는 얼굴에 복이 들어온다고 한다. 웃음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웃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상황에 의해 억지로라도 웃으라면 행복해질까. 독일 만하임 대학의 스트랙 교수팀은 1988년 연구를 통해 검증하게 된다. 92명의 남녀 대학생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만화를 차례로 보여주고 재미있는지에 0~9점 척도로 평가하라고 했다. 첫 번째 집단은 펜을 입술로만 물게 했고, 두 번째 집단은 펜을 입술은 닿지 않고 앞니로만 물게 했다. 세 번째 집단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손으로 잡고 있으라고 했다.첫 번째 집단은 웃음이 억제된 상태, 두 번째는 강제로 웃음을 짓고, 세 번째는 평소에 만화를 보는 일상적인 상태다. 연구결과 전반적으로 펜을 이로 문 상태에서 만화를 읽은 집단이 느끼는 재미가 다른 두 집단보다 높았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일하는 동안 어떤 얼굴 표정을 짓고 있느냐에 따라 그 활동을 어떻게 느끼게 되는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웃음은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웃는 얼굴로 무엇인가를 하게 되면, 우리의 뇌는 즐거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즉 얼굴 표정이 뇌에 피드백을 주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웃음이 이런 효과를 준다면 진정한 웃음이 좋지 않을까. 진정한 웃음으로 자신감과 자기 만족감,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켜 유대친화적인 관계에 좋을 것이다.진짜와 가짜 웃음의 구별은 프랑스 외과의사인 뒤쎈느의 얼굴 표정에 관한 생리현상 연구를 통해 양쪽 입꼬리만 살짝 올리면 가식적 웃음으로 '팬암 스마일' 이라고 부르고, 양쪽 뺨이 위로 올라가고 눈가에 잔주름이 많이 지면서 웃는 진정한 웃음은 '뒤쎈느 스마일'이라고 부른다. 교육연극 과정을 통해, 또는 실제 연극무대를 통해 웃음은 늘 존재한다.연극 속에서 필요한 배우의 웃음이 시나리오로 움직여지는 가식적인 웃음이기도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그 상황과 스토리를 실제로 몰입하여 이루기 때문에 진정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연극을 통해 사람들은 마음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진정한 웃음인 '뒤쎈느 스마일'을 쉽게 가질 수 있다. 교육연극은 살아가면서 진정성을 통한 웃음으로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원동력이라고 느낀다.

2018-04-17 00:05:00

[매일춘추] 잃어버리고 놓아버린 마음

아지랑이 한 자락 눈에 담은 계춘(季春)의 첫날이다. 늦봄이 시작되는 첫날이니 일찍 핀 꽃은 거름에 이롭고, 만개한 꽃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살다보면 소중한 것까지 놓칠 때도 있는 이때, 스스로의 삶이 통배추 속의 벌레로 살지는 않았는지를 반성하며 연초에 마음먹은 뜻을 밝히는 기회가 아직 남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하는 일마다 극복할 단련의 재료들인 무수한 고민불안시련아픔역경슬픔고난두려움 등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곳곳에서 솜털처럼 가벼이 유혹하고 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느림의 미학으로 인생을 바라보면,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으뜸이다. 그중에서 가급적 마음이 주인이 되고, 육체가 노예됨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물장구치며 놀던 시절 들었던 '얼빠졌다'와 '골 비었다'라는 말은 모두 정신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맹자는 '학문 즉, 배움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다'(學問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己矣)라고 했다.사람은 자기가 가진 물건을 잃어버리면 찾으려고 하면서도, 마음을 놓아버리고는 찾을 줄 모른다는 비유이다. 그런 까닭으로 아무리 일상이 바쁘더라도 잃어버린 마음과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방편으로 보고 듣고 먹는 즐거움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사람은 마음이 없으면 어디를 가나 이치를 얻을 수 없기에, 반드시 이런 이치를 살펴서 공경으로 바르게 한 뒤에야, 몸과 마음을 닦는 수업을 해야 한다. 마음이 내 몸의 주인이 되면, 맑은 마음으로 일상을 맞이할 것이며, 눈은 늘 좋은 것을 보게 될 것이고, 귀는 늘 좋은 것을 듣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입은 늘 좋은 것을 말하게 될 것이며, 손은 늘 좋은 일을 하게 될 것이며, 발은 늘 좋은 곳을 찾게 될 것이다.그로 인한 동적인 효과로는 얼굴은 늘 부드럽고 온화한 밝은 표정을 보여 줄 것이며, 그런 아름다운 얼굴을 한 사람, 또 다른 한 사람이 모인 '인향'(人香)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아름다운 웃음꽃을 활짝 피우는 소화강산(笑花江山)을 만들 것이다. 밝은 미소로 아름다운 삼천리 미소천국(微笑天國)을 이루는 데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정적인 효과로는 자신을 수양하는 도로 평상심, 항상심 그리고 아침에 눈떴을 때의 그 마음으로 종일토록 나아가면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마땅하고도 마땅할 것이며 일생을 꽃다운 삶을 사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이로써 나날이 발전하고 나아가면 스스로 만족함을 아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의 묘(妙)에 이르러 개인적으로는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 가정적으로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국가적으로는 국가신인도(國家信認度)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다. 나아가 국격향상(國格向上)에도 반드시 이로울 것이다.

2018-04-16 00:05:00

[매일춘추] 안녕하십니까

나는 누군가로부터 안녕하냐는 인사를 받으면 "앗, 내가 그동안 무탈했나? 편안했나?"라고 나 자신에게 되물으며 순간, 티 나지 않는 머뭇거림 속에 찰나의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진짜 안녕해서일 때는 기쁜 마음으로 답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씁쓸한 마음을 다스리며 이후의 안녕을 다짐하는 의미로 "네, 안녕하세요"라고 답한다."안녕(安寧)하십니까?"누군가와 마주치거나 안부를 물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 아는 사람이나 또 처음 보는 사람을 마주치게 될 때 나오는 가장 흔한 인사말이지만 아무 탈이나 걱정 없이 편안하다는 의미를 생각하며 진심을 담아 건네야 하는 참 소중한 표현이다.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안녕할 수 없는 환경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신만의 기준에 의해 자신이 자기 스스로를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바라는 삶의 기준에 현실이 부합되지 않는다면 절대로 행복하지도 안녕하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플라톤은 완벽을 좇아서 도달하고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사람들이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정도의 말솜씨로 지금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하루,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했다.그렇다면 우리는 나와 우리의 안녕을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픈 데는 없으십니까? 두루두루 평안하십니까? 바라시는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지요? 즐거우십니까? 행복하십니까? 그러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아 여쭈어 봅니다. 안녕하시다고요? 다행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안녕하지 못하시다고요? 많이 힘드셨지요? 부디 기운 내십시오.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극심한 미세먼지로 지난 며칠 동안 고생하셨을지도 모르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당신의 무탈과 건강, 사랑과 행복을 위하여 마음과 미소를 담아 "안녕하셨습니까? 안녕하십시오"를 전하는 주말 되시길.

2018-04-13 00:05:41

[매일춘추]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또 완연한 봄이다. 삼포 세대의 저출산 문제가 대한민국 전체의 근심이 된 지 오래지만, 파릇파릇 봄날에는 결혼식 소식도 잦다. 이번 주는 봄을 맞아 슈만의 교향곡 1번을 소개하고자 한다.클래식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를 언급하라면, 역시 '슈만과 클라라' 부부다. 슈만과 클라라 부부는 예술혼으로 통하는 잉꼬부부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이 둘의 결혼은 여러 가지 난관을 거쳐 이루어진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는 슈만의 스승이기도 했는데, 법학을 공부하다가 음악으로 전향해 장래가 불투명한 슈만에게 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클라라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녀로 전 유럽에 명성이 자자했던 피아니스트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사랑은 꺼지지 않고 불타올라 결국 슈만이 30세가 되던 해인 1840년에 결혼 승낙을 받아냈다.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했지만 둘은 신혼을 즐기지 않고, 곧바로 음악공부에 착수했다. 특히 슈만은 그동안 피아노곡 위주의 작품활동에서 다른 분야로 관심을 넓히는데, 가곡을 집중적으로 만든 1840년을 지나 1841년부터는 교향곡 분야에 열정을 쏟는다. 그해, 3월 슈만이 발표한 교향곡 1번의 부제가 '봄'이다. 말 그대로 약동하는 봄의 에너지와 피어나는 생명의 기쁨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 곡은 작곡가 특유의 오묘한 화성 변화와 관현악법으로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는 명곡이다.모두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교향곡은 각기 다른 분위기와 성격으로 구성돼 봄이라는 계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두루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걸작 '봄' 교향곡 구상은 슈만이 아돌프 뵈트거라는 시인의 시를 알게 된 후 시작됐다. 슈만을 자극한 시구는 다음과 같다. "바꾸어라. 당신의 모든 것을 바꿔라. 봄이 가까이 왔다."올 초 각자 나름의 계획과 목표를 세웠다가 작심삼일에 그친 분들은 낙심하지 말고, 새봄과 함께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을 들으며, 해이해진 마음을 다시 다잡을 필요가 있다. 요즘 국민 아이돌 그룹으로 떠오른 워너원의 '에너제틱' '활활'이라는 제목의 노래처럼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자.새봄이 벌써 시작됐고, 2018년 고작 4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봄의 기운은 온 생명의 리듬과 직결돼 있다.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봄은 겨우내 움츠린 몸을 일으켜, 꿈틀거리는 기운이 절로 생겨나는 계절이다. 실패해도 좋다. 뭔가 목표한 바가 있다면 가열하게 매진하자. 우리의 새로운 봄을 위해 슈만의 교향곡 1번을 들어보자. 새봄 큰 응원가가 되어줄 것이다.

2018-04-12 00:05:00

[매일춘추] 서툰 미소 뒤에는

나른한 오후의 천적은 식곤증이다. 다행히 20대 청춘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얼비친다. 스크린 표면에서 웃고 있는 '서툰 미소' 덕분인 듯하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생경한 미소는 웃는 듯한 표정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근육의 움직임이 생략된 그 미소는 바로 '아르카익 미소'(archaic smile)였다. 미소 보고 실소하는 학생들을 보자 묘안이 떠올랐다. 아르카익 미소 따라하기를 제안한 것이다. 순간 처음과는 사뭇 다른 웃음들이 터져 나온다. 식곤증이 엄습했던 공간이 잠시나마 웃음으로 환기됐다. 유쾌한 웃음은 나와 상대를 두루 기분 좋게 만든다.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서 좋다. 누구 하나 크게 웃고 나면 다른 사람들의 잠도 몰아낸다. 더불어 수업 분위기도 살아난다. 하지만 아르카익의 미소를 알고 그렇게 웃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도 살짝 입꼬리 한번 올리는 연습이라도 해보자.그리스 미술은 대략 네 시기로 구분된다. 기하학기, 아르카익기, 고전기, 헬레니즘기. 그중에서 정면성의 법칙에 따른 조각상이 나타난 시기는 아르카익기(B.C. 600~480년)이다. 이 시기의 인체조각상의 표정은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 실소를 자아냈던 바로 그 아르카익 미소이다. 그리스 시대에는 정확한 비례에 조화와 균형이 미의 절대기준이었다. 산술적으로 세계 질서를 이해한 피타고라스학파의 영향이다. 차츰 자연철학이 전개되면서 예술에도 변화가 왔다. 조각은 감정 표현을 시도했지만 한계에 직면했다. 어색한 아르카익 미소가 그랬다. 아르카익 미소는 그리스 시대 초기 창작 의지가 반영된 새로운 표현의 예고였다.설명 중에 끼어든 생뚱맞은 질문 하나가 입안에서 맴돈다. 독백 같은 질문은 "아르카익 미소 뒤에 가려진 것은 뭐죠?" 엉뚱할수록 자답의 폭도 넓지 않을까. 필자는 이렇게 답을 달고 싶다.미술사가 기록한 변화무쌍한 표정들은 모두 서투름이 출발점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매 순간은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숙련된 기술의 체화는 그다음 일이다.끊임없이 되묻고 쉴 틈 없이 탐색하며, 추진할 때 비로소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조금씩 변화하며 성장하는 모습이야말로 미의 최대치가 아닐까. 아마도 어색한 아르카익 미소 뒤에는 그것이 가려져 있을 것이다. 서툰 미소라도 시도할 때 가치를 매길 수 있고, 덤으로 식곤증까지 단박에 몰아낸 박장대소도 기대할 수 있다고.

2018-04-11 00:05:00

[매일춘추] 뮌히하우젠 증후군

개인주의가 점점 강화되고 있지만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로 존재하고,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타인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방법도 아주 다양해졌다.새로운 소식은 모바일을 통해서 오는 경우가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을 모바일이나 SNS를 통해 전체 인사 하나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을 단순하게 정리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때로는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예전에는 낮은 집들로 구성된 동네에서 사람들이 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만남에서 유대관계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개인주의로 인해 공리주의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지금 내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위아래, 앞뒤로 막힌 건물들 사이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애써 서로 모르는 척하고 살아가는 동정심 없는 세상에 두려움마저 들기도 한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SNS를 통해서는 하루 중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사건, 사고까지 내가 모르는 사람들까지 다 볼 수 있도록 글을 올려 알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대한 위로나 축하의 반응을 인터넷으로 확인하며 자기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반응이 악영향을 끼쳐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거나 일어났던 일을 왜곡하여 말하는 경우, 즉 '공상허언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실제 사례로 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주인공이 아이가 투병 중에 있음을 알려 사람들에게 위로받기 위해서 사진과 글로써 자신의 슬픔을 전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위로했고, 이후 아이의 병이 호전되자 주인공은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까 불안함을 가지게 되고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고 거짓을 올린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완쾌되자 주인공은 아이를 살해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된다. 이런 병적허언과 회상착오가 반복되면 공상허언증, 사기병과 연결되면 뮌히하우젠 증후군이 된다.내가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행복을 느낀다. 시계역방향연구(counter clockwise study)는 노인들을 모집해 어느 집으로 데리고 간다. 집의 문을 열면 젊은 시절 살았던 무대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서 한 달 정도 살고 나와 신체검사를 한 결과 체력이 향상되어 삶의 지표가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노인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붙인 실험 집단과 스스로 하게 한 실험 집단 간 결과, 도움을 받은 노인들은 더 쇠퇴하고 스스로 통제력을 가진 집단은 굉장히 행복하고 건강해졌다.예전에 이 연구를 토대로 노인들의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시절의 이야기와 공간을 두고 진행했는데, 강의 내내 함께 웃으며 행복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2018-04-10 00:05:00

[매일춘추] 날마다 좋은 날을 위한 실천 덕목

청명·한식을 뒤로하니 촉촉한 봄비가 똑똑하게 내려, 100가지 곡식을 윤택하게 하는 곡우가 기대되는 것은 내린 비로 인하여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까닭이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낳아 모유를 먹여 성장발육을 이롭게 하는 이치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희망적인 새로움이 가득한 하루하루는 신이 인간에게 주는 감사한 24시간의 선물이다. 그런 까닭으로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나는 '오늘'이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항상 생각한다.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중국의 고대 유학자 순자는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라는 염원이 담긴 유일호(有日好)를 담으셨다.전기와 자동차로 인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버린 21세기에 나의 실천덕목인 삼사(세 가지 일)를 새겨본다.첫째,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새기며 따뜻하게 인사하는 날이다.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로는 으뜸인 까닭으로 다정한 눈빛이 있는 부드러운 얼굴로 사랑스러운 언어와 함께 두 손으로 공손하게 악수하는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혹여 상대가 인사를 받지 않을 때는 내 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여기며, 모든 문제를 상대방 탓으로 여기지 않고 내 탓으로 여겨 자신을 더욱 수행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둘째, 사소한 일상에 고맙고 감사하는 날이다. 오늘이 있음에 스스로 뜻을 세우는 의지(意志)가 있어 감사하고, 좋은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맑은 눈이 있어 고맙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공감하며 들을 수 있는 경청(傾聽)의 귀에도 신세를 지고 있다. '촌철살인'(寸鐵殺人)과는 정반대로 말 한마디로 남에게 용기와 힘이 되는 촌철활인(寸鐵活人)의 말을 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머리는 서늘하게, 발은 따뜻하게, 먹는 것은 최대 소화량의 80% 정도만 먹는 '두량족난팔복분'(頭凉足煖八腹分)으로 건강을 유지하자. 타인을 정의롭고도 이롭게 할 수 있는 이타심(利他心)의 손, 주인인 손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순종하는 발이 있어 '세답족백'(洗踏足白)을 실행할 수 있음에 더 고개를 숙인다. 이 모든 것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일상생활에서 감사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가지고, 늘 감사를 표현할 것이다.셋째, '우리 함께 더불어 사는'이라는 공존의 덕목을 중시하며, 봉사하는 날이다. 스스로 잘했을 때는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좀 못했을 때도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의 역할을 충실히 하자. 타인을 더욱 존중하여 스스로 함께하는 자원봉사의 행위를 통하여 창조도 하고, 자원봉사의 경험을 통하여 타인과의 공감능력도 얻게 된다. 자원봉사는 그 선택과 결정을 통해 인간적인 자세와 태도를 배우고 익히게 하며, 나아가 사회적 나눔 자본을 확충하는 데 솔선수범할 것이다.대구시 행복민원과 팀장

2018-04-09 00:05:03

[매일춘추] 시간의 뒤와 앞

길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무심코 돌아봤는데, 지나오면서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저것이 있었었구나. 난 왜 몰랐을까? 아 그거였구나." 이렇듯 지나쳐 버린 것들은 새로움으로 다가오고, 우리는 그 안에 있는 소중함과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우리에게는 주어졌던 시간들과 주어질 시간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우리는 그 가운데의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고, 늘 그래 왔듯이 지난 시간들은 어느새 우리의 뒤가 되어 있다. '앞'을 향하여 나아가느라 급급하여 미처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뒤에 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다가올 미래를 그리면서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또 그래야만 하는 우리의 삶에서 '뒤'는 어떤 의미일까.봄의 문턱을 넘어 4월을 맞이하면서 이미 뒤가 되어 버린 2018년의 3개월여 동안의 시간들을 더듬어 보자.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쁜 일도 있었고, 힘들기도 했다. 우리는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고 고대하면서 혹독한 추위를 참고 견뎌 냈다. 3월의 어느 날, 때아닌 폭설로 함박눈을 맞으며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찬란함의 기운을 실감한다. 그러면서 어느새 2018년의 4분의 1 시간을 보내고 4월에 이르렀다.추워서 움츠렸고 어려운 일도 많았던 지난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시 찾아온 봄이 더욱 반갑고 예쁘다.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각박한 삶이지만, 우리의 '뒤'가 되어 버린 시간들은 우리를 지금 4월의 시간 한가운데 존재하게 했다.과거가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또 미래를 만들어 간다고 한다. 실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만들어 놓은 흔적 속 실존일지 모른다. 내일 또한 오늘의 내가 흩뿌려 놓은 다가올 현실일 것이다불현듯 노래 한 곡이 떠오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노래의 가사가 말해 주듯이, 우리의 뒤가 되어 있는 올해 4분의 1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의식적 여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뒤돌아보고, 뒤집어 보자. 쓰기도 했고 달기도 했던 우리의 흔적들은 '앞'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과 힘이 되어, 오늘의 우리를 다독거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당당한 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중에서-

2018-04-06 00:05:00

[매일춘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나

2006년 1월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 당시 쇼팽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형 임동민과 나란히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당시 나도 우연찮게 그 옆에 앉았다. 아담한 체격임에도 당찼던 임동혁의 첫인상을 보고, '어떻게 이런 친구가 천재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우연 같은 그 만남 이후 대구와 연고 하나 없는 임동혁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나는 임동혁의 대구 방문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안부전화를 했다. 임동혁은 대구에 오면 반드시 나를 찾았고, 술과 차를 같이 마시는 사이로 됐다. 2006년 10월 대구에서 열린 '야마하 그랜드페어' 초청 때는 나흘 동안 동고동락했다. 임동혁과의 12년 우정은 이제 스타와 열렬한 팬의 관계임과 동시에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몇 년 전에는 임동혁이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도 봤다. 그는 음악인의 여러 고충을 토로하며, 최고의 반열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을 호소했다. 참 고마웠다. 그토록 나를 가까운 사이로 생각했기 때문에 속마음까지 토로했으리라 생각한다. 올해 3월 10일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독주회가 열렸다. 세계 3대 콩쿠르라고 불리는 '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모두 입상한 천재 피아니스트가 바로 자랑스러운 내 동생 임동혁이다. 그가 힘들어했던 모습까지 봤기 때문에 이 독주회를 보는 내내 스스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대구 독주회에서 그가 선보인 레퍼토리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작품들이었다. 피아노 음악 역사에서 등장하는 주요 작곡가들 모두를 섭렵한 임동혁이지만 지금껏 쇼팽을 비롯한 정통 낭만파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고전적인 절제가 필요한 슈베르트의 작품들을 선택해 차분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서정성을 표현했다.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 으로 알려져 있지만 31년이란 짧은 삶을 살면서 소나타를 포함한 방대한 피아노 작품들도 남겼다. 슈베르트의 음악세계는 그의 가여웠던 인생 만큼이나 가득한 고독함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날 임동혁의 연주는 피아니스트가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무대 위 고독감'을 매력적인 독백으로 만들었다. 스타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무대였지만, 이날 음악회는 그를 잘 아는 나에게 한층 성숙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옆에 앉아서 보던 아내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니 확실하다. 아내는 연주가 끝난 후 로비에서 임동혁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나를 보며 경의로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나의 개인사를 얘기하면, 젊은 시절에 아쉽게도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음악 관련 사업을 하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절친이 되면서, 이 봄 대구콘서트하우스 로비에서 아내에게 새삼스러운 점수도 땄다. 이후 한동안 아내가 차려준 나의 식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8-04-05 00:05:00

[매일춘추] '점'으로부터

지난겨울이다. 거울이 불청객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불청객은 다름 아닌 목덜미에 난 점들이다. 몰라보게 늘어난 숫자에 흠칫 놀라 피부과로 갔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이 없었다면 거짓이다.명실공히 미용이 주목적은 아니다. 사마귀 점이라서 번질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방지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통증을 막아줄 마취 연고를 너무 믿었던 것은 잘못이다. 기계가 살갗에 닿자 통증의 강도가 이를 꽉 깨물 만큼이다. 10개라고 예상했던 점이 무려 스무남은 개나 제거됐기 때문이다. 인심 후한 의사선생님에게는 항의를 접고 아픈 내색도 삼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처가 아물면 말끔히 사라질 거라 기대했던 자국이 3개월이 지난 후에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작고 하찮은 점도 흔적으로 제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킨다.미술에서 점은 조형 요소의 최소 단위이다. 하여 함부로 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한다. 바우하우스의 교수였던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는 그의 저서 '점선면'에서 '점'은 비물질적인 '본질'이라고 했다. 물질 개념으로 보면 제로(Null, Zero, Empty)와 같다. 이때, 제로는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이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을 때 사용된다. 점이 명사가 될 때는 '소수의 소수점을 이르는 말'이다. 그 외에도 용례는 더 있다. 의존명사로서의 점은 각종 단위의 이름이 되고, 수학에서는 '가장 단순한 도형으로 위치만 있고 크기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또한 이야기가 지속되는 동안에 점은 중단, 부재의 상징이다. 동시에 점은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에 이르는 교량 역할을 한다.모순된 듯해도 시선을 돌리면 전혀 엉뚱한 의미와 가치인 것이 세상에는 많다. 동음이의어인 점이 그렇다. 점은 있으면서도 없고, 출발임과 동시에 끝을 알린다. 광대한 우주에서 보면 지구도 미미한 점에 불과할 것이다. 하물며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은 오죽할까.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애초부터 점이었고, 현재도 점 같은 존재이다. 귀하면서도 아무것도 아니고 핵심이면서 주변부다. 점 같은 존재들이 한데 모여 서로 돕고 때론 다투며 사는 것이다.모 가수가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된다'고 한 노래처럼 점은 심각한 인생사와도 맞닿는다. 필자는 지난겨울에 점을 뺐으니, '남'이 아닌 '님'이 되는 셈이다. '매일춘추'와의 인연이 그랬으면 한다. 부족한 글 솜씨이지만 귀한 지면인 만큼 차곡차곡 삶의 흔적을 담고 싶다. 음과 양이 고루 버무려진 소통의 방점을 찍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2018-04-04 00:05:00

[매일춘추] 느낀 것을 실천하는 일

완연한 봄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같은 봄의 소리를 느끼고 들으면서 소통한다. 이렇게 포괄적인 의미에서 사람들은 따뜻한 봄을 함께 공감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봄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 따뜻함은 오감이나 이성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려면 먼저 마음부터 따뜻함을 담아야 한다.이러한 편향적인 사고들은 사람들의 공감 능력에 많은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현대인들은 인터넷, SNS 등의 온라인 소통에만 갇혀 혼자만의 공간에서 타인과 살아가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은 현저하게 부족하다.공감은 인지적정서적표현적 공감 3가지 하위 부분으로 나눠진다. 쉽게 말해 공감은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며,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표현에 익숙하지 않다. 반대로 외국인은 생각하고 느끼기 전에 먼저 표현을 하거나 생각과 표현을 동시에 하는 편이다. 한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표현의 제약이 고착됐으며,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가슴 속에 담아두는 데 익숙해져 있다.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인지적으로 생각한다.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리고 느낀다. '무거우실 텐데…몸도 약하신데…뛰어가야 하는데….' 하지만 이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인지와 정서적 공감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엔딩(Ending)을 맞이할 때가 많다. 그것은 우리가 공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습관화되지 않아, 달려가서 짐을 드는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공감은 굉장히 중요하다. 적극적인 표현으로 경청과 배려, 인간다운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주저하지 말았으면 한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 또는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가는 노인들을 보면 얼른 달려가 도와주고, "힘드시죠?" 한마디 건네면 된다. 그 속에서 인간과 인간의 따뜻한 감정인 '휴머니티'가 생성되는 것이다.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이 공감 능력이다.봄의 공간에서 함께 많은 사람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게도 부족한 면이 많이 있다. 이번 칼럼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봄의 기운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봄은 우리 몸과 마음의 표현 능력을 깨운다. 봄 기운을 그대로 받아, 겨우내 잠든 공감 능력을 끄집어내자.

2018-04-03 00:05:04

[매일춘추] 건강한 봄날

동지의 얼음 아래에서부터 시작한 춘삼월 봄은 정월, 2월, 3월의 겨우내 묵은 자연의 정기와 땅의 화기가 서로 어우러져 만물이 성장하는 맹춘, 중춘, 계춘의 결실을 얻는다. 봄철의 양기는 하늘의 천기와 땅의 지기가 서로 호응하여, 나뭇가지에 연녹색 새순으로 결실로 화답하니 꽃 피고 열매 맺음에 이롭기만 하다.이 아름다운 봄날이 있음은 신의 선물이요 삶의 축복인 것이다. 더불어 온화한 봄날과 인사 나누는 즐거움이 있어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지 모른다. 이런 따뜻한 봄날! 건강과 행복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사계절의 기후변화 특징에 서로 순응하는 생활습관으로 계절의 섭리에 잘 따르고, 식생활의 습관에 절도가 있고, 정신을 조절하여 예방이 치료보다 좋음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1년을 잘 살려면 봄 3개월을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그러기 위해서는 9계명을 잘 지키기를 당부한다. 첫째, 입춘날에는 입춘축을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서 붙여, 새 기운 새봄을 축복하듯이 내 마음을 창문 열듯 활짝 열어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과 미소로 인사 나눈다. 둘째, 자고 먹고 하는 등의 일상생활도 절도 있게 행동하며, 성장 호르몬이 흐르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 가까운 산책길을 큰 보폭으로 걷는다. 셋째, 신체도 느슨하게 하여 머리카락도 꽉 묵지 말고 풀어 헤쳐 놓을 것이며, 허리띠와 내복도 쪼이게는 입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넷째, 참신한 생각과 이미지로 꿈과 희망을 가져 날이면 날마다 새롭고도 새롭게 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닌 까닭이다. 다섯째, 벌레 따위의 하찮은 동물조차도 살려주고, 살생을 금지하는 신사적인 행동으로 타인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의롭고도 이로운 행동으로 함께 나누면서 베풀고 도와주며 빼앗지를 말아야 할 것이며 아무리 미천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일곱째, 상벌 역시 표창과 상을 주되 처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했을 때 칭찬하고 못했을 때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다. 여덟째, 면역력 향상을 위하여 간에 좋은 팥, 참깨, 자두, 부추 등 오미식을 자주 드시라. 아홉째, '하늘 아래 감기약이 없다' 했다. 봄철의 따뜻한 햇볕인 '춘휘'(春暉)는 비타민D가 풍부하여 천연 감기약으로 으뜸이다. 지구촌 어디서나 무료이니 마음껏 드시고 만병의 근원인 감기 없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처방들은 봄기운에 순응하여 성장하는 기를 양성하는 도라 이름하니, 이를 거스르면 간을 나쁘게 하고 여름에 한기가 드는 한변이 발생하여 자기 신체에 해로움이 있다. 이 봄에 건강한 신체를 유지함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2018-04-02 00:05:00

[매일춘추] 역사서서 발견한 지역 연극계 대안

기록의 힘은 위대하다. 인간을 바꾸기도 하며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인류가 출현한 역사 이래, 어쩌면 인간의 존재 증명은 언어로 인해 변모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대의 현재를 남기려는 행위는 어떤 굴곡의 시간을 막론하고 늘 진행되어 왔다. 최초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원시인들의 수렵화, 최초의 광로로 인정하는 이집트의 '로제타석'은 인간이 진실을 알리길 원하는 동물임을 알려준다.인류 최초의 책은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된 '사자의 서'. 일종의 망자를 위한 저승 여행 안내서로 보는데, 죽은 자들이 무사히 다음 세상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열거한 가이드북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집트인들은 죽음을 맞으면 총 7개의 문을 지나게 되는데, 각 문을 지키는 파수꾼과 마귀들의 위협에서 살아남아야 다음 생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자의 서에 적힌 주문들을 외워 신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관문을 지날 때마다 금언들을 말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 새로운 생에 다가갈 수 있다 본다. 이 책은 영생을 원하는 인간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바람이 담겨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덤 속 망자의 생전 직업, 가족 관계, 사회적 지위나 평가 등을 상세히 적기도 했다.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 언어의 본질은 무언가를 남긴다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언론은 사실을 기조로 현재를 반추하게 만들고,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반영된 허구로 독자를 위로하거나 자의식을 열린 상태로 인도한다. 글을 쓰는 작가는 무엇을 남기기 위해서 펜을 드는가. 우리는 이 문제의식에서 타인의 관점과 만난다. 모든 것은 주관적 시선이 전제가 된다. 현재 우리가 발견하는 역사는 모두 '오래된 오늘'로 태어난 산물이다. 기억의 재편집은 인류사의 위대한 업적이자 성취다. 하물며 예술에서의 기록은 거룩한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허구와 상상의 힘을 빌려 시간을 공유하는 놀이는 보다 엄격한 객관성과 중립성을 띠어야 한다. 다수라는 관객을 개인이라는 작가가 구축한 시간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연극계에서의 극작은 절대적으로 부재한 현실을 맞고 있다.필자는 이집트인들의 책에서 대안을 발견한다.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상상으로 연장되는 판타지는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하는 언어다. 현대 연극은 희곡에서 출발한다. 언어의 세계를 만나 연출과 배우가 공동 제작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준수하기 위해선 극작가들의 필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럴싸한 소재와 자극적인 인물만 구조한 채 뚜렷한 주제 의식 없이 모호한 수사체만 남기고 막을 내리는 작품을 쉽게 본다. 언어의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이상, 극을 지켜보는 관객은 결코 무지하지 않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적 우월주의나 감상주의가 아닌 단순하지만 깊은 공감이며 의식의 공유이다. 내용과 형식을 포기하지 않고 건실한 허구를 창조하는 작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작은 소극장들도 관객들로 붐빌 것이다.

2018-03-30 00:05:04

[매일춘추] 생존전략 '압도적인 도전'

내가 매니지먼트하는 '비아트리오'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5번의 유럽투어를 했다. 2009년 처음 유럽투어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공연할 곳을 정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유럽 유명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것이었다.초대받는 건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신청했다. 다음은 유럽의 한국 대사관, 영사관, 문화원, 한인교회, 한인신문 등에 연락해서 초대를 받아보는 것이었다. 이메일 주소를 정말 어렵게 알아내, 100통 이상의 메일을 보냈다. 2월에 메일을 보내고 7월 출발할 때까지 단 한 하나의 답신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에 도착했을 때 한국에서 보낸 메일들이 효력을 발휘했다. 영국 런던의 한인회에서 8·15 광복절 기념식 공연에 초대해 주었다. 그때 만난 공연기획자가 비아트리오를 현재 우리의 가장 큰 자랑이 되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소개해주고 오디션의 기회를 만들어줬다.첫 유럽투어를 어렵게 마치고 돌아와 그 이력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팀 프로필을 만들었다. 이후 전국의 국립, 사설극장, 소극장, 백화점, 마트 전용극장, 방송사, 공연기획사, 이벤트사 등에 프로필을 보냈다. 해가 가기 전 인천의 아울렛, 창원의 이벤트사, 마산의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인천 아울렛 공연의 좋은 반응으로 전국 체인과 계약을 맺어 다음 해 25번의 공연을 했다.대구문화재단 지원을 해본 이후 공연 관련 지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에게 해당이 될 것 같은 국내 지원사업 항목 모두에 서류를 만들어 넣었다. 그중의 몇 곳은 서울까지 면접을 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열심히 준비해서 면접도 봤다. 결론은 13곳 모두 떨어졌다. 이후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보충해 다음 해 7곳에 지원해 3곳에서 지원을 받았다.지방대 음대를 나온 11년차 여성 4인조 월드뮤직 앙상블은 여전히 생존을 생각한다. 매번의 공연은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오디션이 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지방팀이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는 선입견이다. 그 선입견은 다른 지역에서보다 내가 태어나 자라고 음악을 시작한 바로 이곳 대구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어느덧 이 일을 시작할 때 경쟁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던 많은 팀들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은 뒤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는 것과 같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퇴보하게 된다. 그 위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압도적인 도전을 해야 한다. 언제나 그랬듯 여전히 우리의 생존전략은 압도적인 도전이다.

2018-03-29 00:05:00

[매일춘추] 처음과 마지막

지난 3년간 매년 근무지를 이동했다. 그런데 환자 중에 제가 이동할 때마다 제 진료실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은 분이 있었다. 사실 그는 당뇨에 고혈압과 양성종양까지 가지고 있는 분이라 상급병원에서 진료받길 권유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며 매월 나에게 처방을 받아가 결국 3년간 보게 됐다. 그에게 이번 달이 마지막 처방이 될 것 같다고 이별을 고하자 서운한 듯 '그동안 고마웠고, 이제는 큰 병원에서 관리받겠다'고 하는 그 환자의 말을 들으니 정말 내 업무가 마무리되어가는구나 싶었다.이번 달을 끝으로 공중보건의의 임무를 마치게 된다. 3년이라는 대체 복무기간이 처음 시작할 때는 막막함뿐이었는데 어느새 끝에 와있다. 정확히 3년 전 4월부터 대구 인근 도시에 배치된 후 지금까지, 지역 보건사업에 이바지하며 참 많은 일이 있었다. 3년 동안 어림잡아 3만여 명의 환자를 대면했다. 그중에는 폐 방사선 사진검사에서 비정상 부위가 보여 인근 대학병원으로 진료 의뢰를 했더니 폐암이었다는 환자도 있었고, 팔에 힘이 빠진다 하여 얼른 인근 병원 응급실로 전원시켜 뇌졸중을 막을 수 있었던 환자도 있었다. 또 지역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여러 차례 강의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전국을 강타했을 때는 특별근무 등의 의료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공중보건의 생활을 한 지 2년째가 되어갈 때쯤, 나의 생활에는 큰 활력이 없었다. 파고 없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왠지 나의 인생을 갉아먹는 듯한 기분마저 들면서 지연된 인생 과제들이 큰 무게로 다가왔다. 나의 유유자적한 태도와 안이한 삶의 방식에 다시 채찍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작은 목표들을 세워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농아 환자들을 위해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병원일로 자주 방문하게 된 중국에서 좀 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그렇게 싫어하던 한자 공부도 시작했다. 어느 학자가 그랬던가, 생의 마지막까지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목표'라고. 그렇게 나의 생활에는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두달 여 전 '매일춘추' 연재를 시작하며 '처음'이라는 주제로 글을 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덧 석 달째가 되어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연재를 끝내면서 공중보건의 복무도 마무리 되어간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소중한 경험과 인연들이 많았으니 어찌 이 기간을 부족하다고 말하랴. 이 기간의 기억들은 앞으로 펼쳐질 의사로서의 내 삶에 편히 기댈 수 있는 정원처럼 될 것 같다. 보건소로 출근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마지막 퍼즐을 무엇으로 마무리 지을지 고뇌하는 하루하루가 되지 않을까. 봄 햇살이 따스하다. 오늘은 근무를 마치고 동네 한 바퀴 걸으며 어르신들께 인사라도 해 볼 참이다.

2018-03-28 09:21:01

[매일춘추] 한(恨)과 흥(興) 그리고 축제

역사상 한반도는 최소한 400차례 이상 침략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恨)이라는 응축된 분노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한'이 많았으면 '마음이 운다', '하늘이 운다' 등의'운다'라는 표현이 특히 많다. '한' 때문에 생긴 병을 흔히 '화병'이라고 부르는데, 화병의 주요 원인을 분노가 충분히 발산되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로 본다. 권위주의와 유교문화 등의 문화적 잔재에 기인한 문화연계증후군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민족에게는'한'안에 '흥'이 있는 듯하다. 애절함이 넘치는 민요를 통해 '한'을 치유하는 법을 배웠고, 꽹가리 하나면 있으면 바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한'을 '흥'으로 치환하는 법을 알았다.과거 우리 조상들이 민요를 부르면서 한을 풀었다면, 오늘날 우리들은 노래방을 찾아 한풀이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전노래방은 전체 노래방의 70%를 넘어설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최소한 노래를 통해 '한'을 풀고 '흥'을 돋우는 문화에 있어서는 세대차이나 세대갈등은 없는 듯하다.민족성의 분출이 하나의 사회문화를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공연 콘텐츠인 '난타'의 성공은 너무나 당연한 듯하다. 난타가 '마구 때린다'는 의미의 한자어 '난타'(亂打)에서 유래했듯이 물건이나 북을 두드리는 행위는 정제된 분노인 '한'을 치유하고 간단한 박자만으로도 리듬을 표현할 수 있어 '흥'을 불러들이기에는 제격이다.우리 안에 내재된 한을 풀고, 억제된 흥을 돋우려면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즐거워야 하고 '한 번의 인생'이 '한 편의 축제'가 되어 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류가 그의 책을 통해 말한 것처럼 '삶은 곧 축제이고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이기 때문이다. 축제의 어원은 '빌 축(祝)'과 '제사 제(祭)'로서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의식을 의미 한다. 영어 '페스티벌'(Festival)도 '성스러운 날'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을 보면 축제의 뿌리가 공동체 결속을 위한 종교적 의례와 밀접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축제의 주인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공동체는 그 지역의 '한'과'흥'을 알고, 공감할 수 있는 자들이어야 한다. 공동체의 주인을 단순한 구경꾼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우리 민족의 '한'을 뚫고 나온'흥'은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세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멈출 수 없는 세계문화의 주류(主流) 중 하나가 되었다.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삶은 곧 축제이기에 우리의 본성을 유희적으로 표현해 보자. 그리고 우리들의 축제를 즐겨보자. 컬러풀 축제(5월5~6일)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6월22일~7월9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2018-03-27 00:05:00

[매일춘추] 최후에 아름다운 할머니

내 나이 서른을 넘어서자 젊음에 대한 아쉬운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강을 바라보며 강의 길이와 내 나이를 견주어 보고는 다와 버린 인생은 아닐까 하며 늦은 후회를 했던 날이 있었다.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좋은 것과 싫은 것, 있어야 할 것과 없어야 할 것에 얼마나 많이 참다움을 알면서 살았는지도 반성하였다.흐르는 강을 역류시키고 싶을 만큼,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 용광로처럼 자신을 불태우고 싶었다. 영원까지 달릴 수 있는 고독한 마라토너가 아름다웠기에 나도 그렇게 살며 달리고팠던 것이다. 동녘을 용솟음치는 정열적인 아침 해보다, 서녘을 물들이며 분신처럼 자신의 전부를 불태우고 사라지는 석양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나도 그렇게 서녘을 붉게 물들이며 사라져 가는 할머니가 되어야겠다고 소망했었다. 그 열망은 아직도 미루어 본 적 없이 지금도 달려가고 있다.내 삶이 그윽하게 밸 그날을 위해, 내가 살아오며 잘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바라는 마음으로 삶을 배워 나아가겠다고 결심했던 일, 그래서 자주 나를 되돌아보기도 하였고, 내 마지막 인생의 빛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도록 내 인생의 작은 배를 힘껏 노 저어 왔던 것이다. 내 삶의 힘든 고개를 얼마나 많이 더 넘고 넘어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어느 강기슭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내 인생의 절정을 위해 빛나는 보석도, 화려한 옷차림도, 나에게는 아름다움의 표적이 될 수 없었고. 진정으로 나 자신이 아름다울 수 있는 그 순간을 위해 많은 것들을 더 준비하여 마련하고 싶은 욕심으로 모든 것을 미루고만 싶었던 때도 있었다.사람과 꽃을 사랑하였지만 사람에게 마음 다친 적도 있었고, 시든 꽃을 만지며 작별을 경험했던 시간들 속에서 언젠가 나도 사람들에게 무심히 버려지는 꽃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하기에 더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다가 시들어 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했었다. 마지막 노을이 되어 사라져 가도 그 너머에서 나를 맞이해 주실 하느님이 계시기에 참으로 마음 든든할 뿐이다. 그분의 뜻대로 다 살지 못했어도 사느라고 애썼다며 반갑게 맞이해 주실 그분에게 안길 수 있다는 믿음은 내게 큰 행복인 것이다. 세상을 살며 다 체득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고백해 보리라. 그때 내가 못 견뎌 울었던 일들을 다 털어놓으리라. 아마도 그분께서는 서툰 내 삶을 보시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더 많이 애타하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먼 훗날, 최후에 아름다운 할머니의 모습으로 서녘을 물들이는 노을이 되고 싶다. 그 강 끝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이 끝나는 날, 미약하나마 한순간이라도, 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홀연히 사라지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것이다.

2018-03-26 00:05:04

[매일춘추] 예술과 사회에서의 부조리

미국의 유명한 연극학자 마틴 에슬린이 최초로 명명한 미학적 용어, 부조리를 발표하면서 현대연극은 새로운 길로 진입했다. 이는 인간의 권리가 수직적 체제를 고수해오던 시간을 정지시키는 인류사의 획일점을 낳는 순간이었다. 사람의 가치를 계급과 지위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 자체로서의 존엄을 인정해야 보다 가치 있는 삶이 완성된다는 사상이 세계 곳곳에 도착했다.그러나 시대의 이데올로기는 경제공황도 함께 맞물려 제힘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예술보다 생존이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삶의 실리는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했고, 자연스레 자본의 개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낳은 두 갈림길이 바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다. 불평등주의가 만연한 과거로부터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한 저항운동으로서 선택한 세계. 이러한 이유로 동시대는 두 개의 국가가 공존하는 현재를 맞게 되었다.예술 또한 자기-존재를 발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태동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서사 중심의 내용과 형식은 사라지고 현실에의 능동적 참여를 주장하는 흐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환상보다는 현재를,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는 시대적 고찰을 안은 채 당시의 예술은 약 천 년을 입어왔던 옷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이때 태동한 극작가 헨리 입센, 사무엘 베케트, 외젠 이오네스코로 이어져 비로소 예술의 이데올로기를 맞게 되었다. 여성은 아내이기 전에 여자임을 선언했고(인형의 집), 언제 올지 모르는 그날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막이 내렸으며(고도를 기다리며),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으며 코미디하는 배우(대머리 여가수)를 보며 관객은 극장을 나갔다. 그들은 어떤 관념적 언어로 주장하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고, 단지 제시에 그치는 연극이 되어 관객의 의식을 관통했다.우리 사회는 여전히 연극적이며 또한 반연극적(Anti-)이다. 행동과 반응이 명확해 보이면서도 그저 그런 행위가 난무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뉴스와 신문은 늘 상식을 벗어난 사건으로 가득차 있고, 부유층이 있는 지역에서 불과 몇㎞만 떨어져도 빈민촌이 밀집한 곳을 쉽게 찾는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산재해 있는 부조리의 조각은 예술가에게는 소재이며 의식이고 주제이자 사상이 된다. 있는 그대로를 비추어 세상을 보게 만든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거울은 와장창 깨진 채로 인간을 비추거나 거울 밖을 뛰쳐나와 시대를 맞았다. 무엇이 정답인지를 강요하던 지난날은 오래된 종이에 불과하다.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것은 익숙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낯설게 보는 눈, 그로 인해 다시 태어나는 산물이다. 이렇게 해서 부조리는 이념이 아닌 또 하나의 현실주의로서 이곳에 존재한다.

2018-03-23 00:05:03

[매일춘추] 유럽보다 진출하기 힘든 서울

내가 매니지먼트 하는 '비아트리오'는 11년 동안 유럽투어를 5번 했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이자 최다로 세계 최고 권위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2011, 2013, 2017년 3번 공식 초청받았고,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영국 에든버러와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공연을 했다. 특히 지난해 유럽투어에서는 프랑스 유니버설 레코드에서 비아트리오를 초청 단독 쇼케이스도 열어줬다. 그 자리에는 프랑스의 저명인사들이 초대됐다.공식적으로 5번의 유럽투어로 230일 동안 25개국 60개 지역에서 200회 이상의 공연을 했다. 거기에 더해 내년에도 4번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초대도 받았다. 평균 2년마다 가는 유럽투어에서 놀라운 성과를 얻었고, 그 성과들로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런데 이런 비아트리오에게 유럽보다 더 가기 힘든 곳이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 서울이다.비아트리오의 서울 진출 노력은 사실 유럽투어보다 먼저 시작됐다. 2008년 첫 음반을 내고 서울 클래식 시장을 두드려 봤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손이 떨릴 만큼 지방 음대 출신의 비애를 톡톡히 맛보고 낙향했다. 두 번째 서울 진출 노력은 2011년 두 번째 유럽투어, 첫 번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갔다 온 직후였다. 공연들 중 출연료가 많은 공연이 국제회의 공연이다. 비아트리오도 대구에서 하는 국제회의 공연은 하고 있었지만, 서울이 압도적으로 국제회의 공연이 많기 때문에 수소문 후에 서울 국제회의 전문업체에 팀 프로필을 들고 찾아갔다. 업체 직원분이 우리 팀 프로필을 보더니 지금 국제회의 공연을 하고 있는 팀들의 프로필을 몇 개 보여줬다. 우리 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한 학력과 경력 등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채워야 할 부분을 깨닫고 또다시 낙향했다. 세 번째 서울 진출은 2013년 세 번째 유럽투어 후, 두 번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갔다 온 이후였다. 이때는 놀랍게도 홍대 클럽에서 비아트리오를 초대했다. 한국 최초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진출한 팀으로 인정해서 초대해준 것이었다. 홍대 클럽에서의 공연은 한마디로 최고였다. 하지만 그 한 번이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의 초대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도 더 이상 서울 진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대구와 유럽에서의 공연들로도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또 불러 주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5년이 지났다.며칠 전, 서울로 출장을 갔다 왔다. 간 김에 홍대의 유명 공연장을 모두 돌아다녔다. 몇몇 공연장에선 우리를 알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용기가 났다. 다시 서울 진출을 준비한다. 예전보다는 여건은 훨씬 좋아졌다. 우리에겐 유럽보다 가기 힘든 그럼에도 포기 할 수 없는 서울.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또다시 도전한다.

2018-03-22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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