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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매너는 사람을 만든다

무대막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 객석의 불이 켜질 때까지는 잠시 일상을 떠난 시간이라고 생각해왔다.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하고, 퇴근길 교통난을 감내하며 극장을 찾아가는 것은 평소의 생활에서 가질 수 없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가 구하는 무엇일까. 힘든 하루하루를 사느라 거칠고 건조해진 감성을 촉촉하게 감싸주는 깊은 감동이 아닐까.하지만 상황은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 않아, 감동은 커녕 공연을 다 보기도 전에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무심코 어긴 작은 예의 때문이다. 다중 이용시설 중에서도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특히 지켜야 할 예의가 몇가지 있다. 먼저, 공연 중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녹음은 할 수 없다.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또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함부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안 된다. 휴대전화는 당연히 꺼야 하며,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대체로 삼가야한다. 다른 이들의 관람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꽃은 물품보관소에 맡겨두며, 공연에 따른 관람연령 제한도 따라야 한다. 지각했을 경우에는 안내에 따라 입장해야 한다. 누군가 무신경하게 이를 어길 때,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모처럼 찾은 극장에서 실망과 피곤함마저 느끼게 된다.영화관에서는 자유롭게 팝콘도 먹고 콜라도 마신다. 그러나 공연은 라이브이며 일회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영화와 다르다. 동일한 캐스팅이라도 출연자나 공연환경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지 않던가. 마치 생물과 같다. '사느냐, 죽느냐' 공연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에는 예술가들과 함께 관객이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해외 유수극장에서 활동해 온 지휘자나 연출자, 성악가들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함께 할 때, 한목소리로 칭찬하는 부분은 사실 관객의 반응이다. 오페라 공연 중 주역 아리아를 앙코르 연주하게 할 만큼 객석의 반응이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경우가 어디 흔하던가. 오페라를 좋아하는 숙련된 관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며, 이는 곧 우리의 수준을 보여준다. 이렇게 공연을 잘 살려온 만큼, 조금만 더 배려하는 마음을 내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감동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행복하게 거니는데, 난데없는 소음이 판을 깨는 것만큼 속상한 일이 또 있을까.'매너는 사람을 만든다'(Manner makes a man). 킹스맨에 나오는 유명한 영화대사다. 공연 중 훌륭한 매너는 잊지 못할 '감동'을 만들어준다.

2018-11-05 11:52:11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채식도 채식 나름

세상의 모든 동식물은 주위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동물은 위험이 닥치면 심한 냄새를 풍기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가거나, 거꾸로 공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가시를 가지거나 껍질을 아주 딱딱하고 맛없게 만들어 버린다. 약한 풀이나 채소들은 독소를 내는 방법 밖에 없다.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란 'phyto'=식물이 'chemical'=화학물질을 낸다는 뜻이다. 파이토케미컬은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암세포 성장을 늦추고, 세포 노화를 지연시키는 등 획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졌다. 그래서 채식 전문가들은 다양한 색깔이 있는 식물마다 각자 다른 물질들을 내기 때문에 5가지 색의 채소를 즐기라는 권고한다.파이토케미컬은 1천 종류가 넘게 있고, 대표적으로는 빨간 토마토에 있는 라이코펜, 흰 마늘에 있는 알라신, 노란 당근에 있는 베타카로틴, 보라색 아로니아에 있는 안토시아닌 등이 있다. 우리들이 벌레먹은 채소나 과일을 보면 주위가 딱딱하고 먹어보면 싸한 느낌이 난다. 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방어작용으로 나온 파이토케미컬이다. 황 성분이 함유되어서 그런 맛이 난다.우리가 매일 가게에서 접하는 채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려움이 없이 키운 것들이다.때 맞추어 물주고 비료도 듬뿍 뿌리고,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를 가진 온실에서 자란다. 아주 싱싱하다. 크고 부드럽다. 제철도 없다. 겨울에도 딸기가 나오고, 이른 봄에도 수박이 나온다. 귀하게 키운 자식같이 덩치도 크고 잘 생겼다. 하지만 이런 온실 채소들은 부실하다. 영양분도 적다.동·식물은 자연에서 살아남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식물들은 다른 나무들과 햇빛을 두고 자라는 경쟁을 하고, 수정을 위해 벌과 나비를 두고 유혹해야 한다. 철마다 피는 꽃들이 다른 이유는 자손을 퍼뜨리기에 가장 좋은 계절을 택하기 위해서이다. 겨울이 채 가시기 전에 눈을 뚫고 작은 꽃을 피우는 종류도 있고, 다른 꽃들이 전부 시들어가는 늦은 가을에 피는 꽃들도 있다. 자기한테 맞는 시기를 선택해서 그러는 것이다.채소도 마찬가지다. 봄에 올라오는 부추만이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고, 가을 무만이 제대로 자체의 그 맛을 낸다. 키워서 파는 깻잎과 향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기 특색을 가지고 자란 채소만이 강한 파이토케미컬을 가진다. 그렇다면 소비자로서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정답은 뻔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재배하고 제철에 나오는 벌레먹고 비틀어진 채소만 골라도 절반은 성공이다.

2018-11-01 13:37:29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지난 밤, 스쳐가는 가을의 아쉬움 속에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가져와 '별헤는 밤'을 가슴에 담고 눈을 감았다. 붉은 가을빛 사이로 토요일 아침부터 이월드를 찾는 고객들이 몰려온다. 삼삼오오 학생들끼리 짝을 져 오기도 하고, 팔짱을 낀 다정한 연인들도 있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족들이 오기도 한다. 어젯밤 별 속에 문득 보였던 어머니가 생각나서인지 오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방문한 단란한 3대 가정이 눈에 들어왔다. 손주들을 데리고 놀이기구를 타러 나서는 자녀들에게 '재미있게 타고 오라'고 하시곤 벤치에 앉으신다."여보 즐겁지? 우리가 애들은 잘키웠어". 놀이동산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해맑은 웃음이 즐거우신지 두 분이 나누시는 대화가 정겨웠다. 한 동안 손녀를 돌보기 위해 지금은 70세가 넘으신 어머님이 서울집에 와 계셨고, 아버님은 시골에 계시며 주말부부로 10여 년을 사셨다. 자식이 되어서 뭐가 그리 바쁜지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 구경 한번 시켜드리지도 못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무릎 아프셔서 주말마다 다니시던 병원을 한번도 모시고 가지 않았다."바빠요. 잘 다녀오시고 가까운 곳이니 혼자 가셔도 되시지요". 마치 당연한 것처럼 행동했다. 현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자녀들이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요즘도 여전히 자식이 그리운 어머니는 주말이면 으레 '밥해 줄테니 다녀가'라며 전화를 하시곤 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생활세계는 몇 십년 일로만 가득 차 가족들은 별처럼 아스라이 멀리 있었다.오랜 서울 생활 뒤 대구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부모님에 대한 효도(孝道)일 것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모 본부장은 아흔이 넘으신 부친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걱정한다. 휴무일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드리며, 농사일도 하고, 병원도 모시고 가고, 식사거리도 준비하고, 여행도 준비한다. 그래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더 많이 못해드려서 안타깝죠 뭐! 부족하죠"라며 못내 아쉬워한다.직원들에게 듣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극진하다'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자식이 해야 하는 도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 많이 깨닫고 배운다. 전통이 넘치는 대구문화 때문일까. 제가 만나는 대구 사람들은 대체로 효심이 깊다.효도는 도리이고, 예의이지만, 자식사랑은 대가와 조건이 없는 무한대의 내리사랑이란 것을 생각하며 불효하고 있는 나를 또 반성한다. 멀리 북간도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윤동주 시인처럼 이곳 멀리서 부모에게 받았던 유년시절의 사랑이 가을 들녘에 부는 바람처럼 스쳐간다.

2018-11-01 11:31:20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가을에 떠올린 우리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 늘 내 걱정하시던 할머니인데,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뵌 후 아직 꿈속에서도 뵌 적이 없다. 이렇게 많이 그리워하는 것을 알면 꿈에라도 한번쯤은 나타나셨을텐데.하늘나라로 가기 전, 할머니는 루게릭병을 앓고 계셨다. 병세가 중증이지는 않아, 가벼운 일상생활은 가능했으나 걷는 것이 힘드셨다. 내게는 부모님과 같은 분이라 떨어져 살았지만, 특정 요일을 기억하고 매주 찾아뵜다. 물론 지키지 못할 때도 많았다.돌아가신 그날도 뉴스를 보고 내 걱정에 평소와 같이 전화를 하셨다. 저녁을 먹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시계를 보니 퇴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힐 것 같아 내일 간다고 하고 끊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돌아가신 할머니 전화기를 보니 그렇게 나에게 마지막 전화를 하시고 저녁도 드시지 않은채, 평소 늘 말씀하시던 대로 품위있게 주무시며 하늘나라로 가셨다.'인간은 태어나면 죽는다'는 누구나 아는 사실을 태어나면서부터, 40년 동안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가 없어졌을 때 비로소 머리로 아는 지식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인간은 늙는다. 희귀병이 진행되면 죽음에 이른다. 이런 일반적인 지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것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춤을 배우고 있는 고등학생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선생님! 인생은 두루마리 휴지 같아서, 뒤로 갈수록 더 빨리 풀린다고 하던데 맞나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그 때, 선뜻 답을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할머니와의 인연 끝에 서서 돌아보니, 40년이 이렇게 짧은데, 88년 할머니 삶 끝에서 돌아보면 그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흘러갔으리라 생각해봤다. 개인적인 일상은 그대로지만, 어떤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삶의 질감은 전혀 다른 것 같다.대구시립무용단에 근무했었던 10년 동안 할머니는 나의 모든 공연을 대부분 보러 오셨고, 무용단 소식이 신문에 나면 오려두었다고 주시곤 했다. 고운 단풍과 야외공연이 많은 이 계절에 공연을 하다가 관객으로 오시는 할머니들을 볼 때, 문득 문득 날 사랑했던 우리 할머니 생각이 더 났다.벌써 11월이다. 달력도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존재하지만 항상 옆에 있어서 때론 소중함을 잊고 있는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지는 않은지 돌아봤으면 한다. 그들과의 인연이 과거 함께 했던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조금은 적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련해진다.

2018-10-31 12:02:43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차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나의 첫 해외여행 때의 일이다. 나와 동행한 지인은 예전에 알았던 프랑스 청년을 우연히 외국의 낯선 거리에서 만났다. 지인은 프랑스 청년에게 나를 소개했고, 청년은 갑자기 나의 양 볼에 입을 맞추었다.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아주 태연한 척 인사를 나누었다. 이처럼 우리는 외국문화를 접할 때 문화적 차이를 뚜렷하게 경험한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도 문화적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데, 바로 개인의 고유한 문화가 있기에 가능하다.개인의 문화적 차이는 바로 부부상담할 때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별의 사유가 다양하지만 자세히 일상을 들여다보면 부부의 문화적 충돌에서 해결점을 못찾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남편은 혼자 있기보다 함께 어울려 살아온 문화에 익숙하다. 하지만 아내는 소수의 친밀한 지인들과 관계 맺는 문화가 편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부부로서 함께 경험해야 할 수많은 순간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가 만드는 낯섦과 당혹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은 커진다. 작은 균열로 시작된 서로의 차이는 결국 삶을 불행하게 만들 만큼 무시 못할 요인이 된다.좀 더 명확하게 말하면 '차이', 그 자체보다 '차이를 어떻게 대하는가'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일방적인 문화적 우월감은 비난과 거부적 태도를 갖게 하고, 상대방을 방어적으로 만들 뿐이다. 또 차이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서로 적응하고 변화할 수 없다. 이러한 태도는 이별을 예정한 부부에게 많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얼마 전 나는 '선택적 함묵증'을 가진 여학생을 만났다. 언어적 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족 외 타인과는 대화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녀는 처음 보는 나를 아무 말 없이 아주 빤히 쳐다봤다. 마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그 때, 나는 직감했다. '이것이 너와 나의 악수구나', 그녀의 삶에서 인사는 그런 것이었다. 그녀의 인사법에 따라 얼굴을 내밀며 마주봤다. 그리고 몇 개월 뒤 그녀는 친구 집에 놀러가는 수다쟁이 여학생이 됐다. 그녀는 분명 친구의 새로운 인사법을 배운 게 틀림없다.이렇게 문화적 차이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배울 기회로 연결된다. 이뿐 만이 아니다. 차이는 서로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 자원이 되기도 한다. 결혼한 부부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열등감과 우월감의 함정에 빠뜨리지 않고, 새로운 그들만의 부부문화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부부문화가 완성될 때, 자녀출생으로 인한 가족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그렇다. 차이를 이별로 향하는 균열로 보기보다 변화의 기회나 창조의 자원으로 볼 때, 우리는 풍성한 삶과 새로운 삶으로의 적응이 가능하다.

2018-10-30 10:07:50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꽃과 보석  

일반적으로 여자라면, 누구나 꽃과 보석을 좋아한다는 게 통념이다. 비유적으로 여성을 가리킬 때도 장미꽃 같다거나 진흙 속의 보석 같다거나 하면서 손쉽게 꽃이나 보석을 끌어다 붙이지 않던가. 막상 보석과 꽃을 두고 하나를 선택하라면 물을 필요도 없겠지만.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평소 상류사회를 동경하던 말단관리의 아내가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아 부유한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로 치장하고, 그 밤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기분이 다락같이 고무됐는데, 그만 보석목걸이를 잃어버린다. 엄청난 빚을 내서 똑같은 목걸이를 구해 돌려주고, 이후 십년간 온갖 궂은일을 다하며 빚을 갚아나간다. 쓰라린 세월이 흘렀고, 미모는 간데없어졌다. 우연히 만난 옛 친구가 못 알아볼 만큼. 그런데 사연을 들은 그 친구가 안타까이 말하길, 그때 빌려줬던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는 것이 아닌가. 분에 넘치는 보석을 탐낸 여인의 허영심, 어리석음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결말로 막을 내린 것이다.보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사실이든 소설이든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오페라에도 있다. 프랑스 대표 작곡가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는 보석에 홀렸다가 비극으로 내몰린 여인이 등장한다. 그 이름 마르그리트. 작품 속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산 파우스트가 아름다운 마르그리트에 반해서 그녀를 꾈 때 악마의 조언대로 보석을 이용한다. 얄궂게도 보석 옆에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청년이 먼저 두고 간 꽃다발도 함께 놓여있었는데, 여인은 보석에만 눈길이 간다. 떨리는 손으로 화려한 보석들을 귀에 걸고 목에 두르며 스스로를 마치 공주 같다고 감탄하는 여인의 노래가 귀에 쏙 들어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보석의 노래'이다.악마는 알고 있다. 여인은 꽃보다 보석을 선택한다는 것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보석보다 꽃을 선택해야한다고 일러준다 해도 눈앞에 꽃과 보석이라는 선택지가 놓인다면 갈등하지 않을까. 어느 날, 이렇게 하나마나한 공상에 잠시 잠겼다가 서둘러 빠져나왔다. 보석은커녕 꽃 한 송이 받아본 적이 언제이던가. 차라리 오페라 '파우스트'를 다시 보며 작품 속 '보석의 노래'가 좋은가, 청년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꽃의 노래'가 더 좋은가 재는 것이 알차겠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이번 주말, 구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준비한 렉처오페라 '파우스트'를 기다려본다.

2018-10-29 11:28:51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대구는 맛있다"

지난 밤 내린 비에 뿌연 하늘이 말끔히 씻겼다.비가 내린 뒤 '이 월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구 야경은 맑은 물속을 들여다 보듯 선명해지고 멋들어지게 보인다. 그런 날 저녁 83타워 회전레스토랑에서 지인과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게 된다면 음식과 마음은 저절로 풍미(風味)로 채워질 것이다.처음 대구에 둥지를 틀면서 맛집부터 수소문했다. 일의 특성상 푸드 얼리어답터를 자처하고 살아야 하기에 지역 핫플레이스라는 곳은 바로 달려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주변 분들에게 대구의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다른 곳에 비하면 대구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어요"라며 제대로 된 맛집을 소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대구 사람 특유의 무뚝뚝한 겸손함에서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5년 간, 나의 맛집 탐구생활을 살펴보면 대구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식당과 예쁜 카페가 정말 많다. 대구의 맛집은 대구 음식 특유의 중독성 있는 맛뿐만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인테리어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서울 강남의 이름난 식당과 비교해도 뒤 떨어지지 않을 만큼 예쁘고 감성을 자극한다. 맛은 멋과 어울려질 때 그 진가를 발휘하고 미각은 시각을 배경으로 완성되는데 그 정점에 대구가 있지 않을까?대구하면 동인동 찜갈비만 있는 줄 알았다. 회사 가까운 곳에 있는 24시간 짬뽕집과 곱창전골 전문점은 적당히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나에게 대구의 맛을 느끼게 하는 첫 계기가 되었고, 동성로, 삼덕동등에서 만나는 베이커리는 빵의 메카는 대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훌륭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치킨도 메이저급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가 대구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도 있다.얼마 전 라디오에서 '아메리카노'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아시나요? 인구수 대비 카페가 가장 많은 곳이 대구예요.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십센치'도 대구출신이구요"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귀에 들렸다. 한옥 까페, 갤러리 까페등 귀와 입을 즐겁게 하는 멋진 곳이 정말 많은 곳도 대구인 것 같다.발 닿는 곳마다 늘어서 있는 자랑할 만한 맛집들과 멋진 카페들로 '대구의 밥상' 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대구의 풍미를 즐기고 싶은 손님들을 전국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 수 있도록, 대구의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를 하나의 문화로 엮어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 오늘 하루도 분주하게 나의 탐구생활은 계속된다.

2018-10-25 13:05:34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그래서 또 중요한 채식

먹고, 마시고, 숨쉬고, 사용하는 일상용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노력은 필요하다. '태평양 한가운데 8,000m 심해에서도 환경호르몬 발견', '북극 빙하에도 환경호르몬 발견' 등의 외신기사들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건강을 위해서 청정지역에서 나는 유기농, 수산물을 먹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고 있었는데 이런 기사들이 올라오면 우리는 당황한다. 도대체 무얼 먹어야 하는가.'햄에서 발암 물질 발견', '모짜렐라 치즈에서 유해물질이 나와서 수입 판매금지', '플라스틱 용기에서 유해 물질 나옴' 등의 소식도 어떤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 지 고민하게 만든다. 표지에 기록된 함유물을 확인하고, 유해물질 허용량 이하라고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이런 보도들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절망한다. 생활용품을 전부 포기할 수도 없고, 지금은 괜찮다고 얘기한 물품이 내일은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우리들이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노력은 해야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우리 몸에 들어 온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키는데 신경을 쓰야 한다. 우리 몸에 들어온 환경호르몬은 몸의 지방에 붙어있다가, 혈관을 통해서 돌아다니면서 각종 병을 유발하고 있다.그런데 어떻게 배출시켜야 할까. 우리가 먹는 음식은 소화되고 영양분이 된다. 음식 중 탄수화물, 단백질은 물에 녹으므로 흡수가 쉽게 된다. 하지만 지방은 쓸개에서 나오는 담즙이 중개 역할을 해야 물에 녹고 영양분은 흡수된다. 담즙에는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서 같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작은 창자에서 영양분을 다 소화시키고 나면, 담즙 안의 콜레스테롤은 몸 속에서 재흡수가 일어난다.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관에 나쁘다는 것이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콜레스테롤은 소화를 시키고나면 작은 창자 끝에서 재흡수가 일어나는데, 이 때 담즙에 붙어있는 환경호르몬도 같이 몸 속으로 재흡수된다. 그런데 식물 속의 식이섬유가 있으면 콜레스테롤은 재흡수되지만, 환경호르몬은 식이섬유에 흡착되어 대변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다시 말하면 환경호르몬 배출에도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채식이 답이다.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데도 채식이 중요하고 배출에도 채식이 중요하다. 채소의 이런 신비로운 작용을 하면서,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 고기를 먹더라도,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외과 전문의

2018-10-25 11:43:34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스페인 '말루말루가 무용단'처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중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및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문화 향유권 신장과 양극화 해소에 기여를 목적으로 한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이 프로그램에 안무와 무용수로 참여하게 되어 대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돌아다녔다. 장소도 기차역, 아파트 단지, 사회복지관, 공단, 폐수처리장, 일반 도로 등 제각각이었다. 무용은 춤출 수 있는 공간과 무대바닥이 중요한데, 무대가 아니다보니 넘어지기도 했다. 때로는 신발 밑창이 떨어지기도 했고, 얇은 옷에 무대가 아닌 곳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돈을 주고 가시는 분도 계셨다. 공연이 끝나면 연신 손을 잡고 좋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 음료수나 간식을 챙겨주시며 고마워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관객이 떠나질 않아 난감하기도 했던 적도 있다. 8회차 공연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됐다. 때 마침 그 동네에 잘 아는 무용하는 언니가 있어, 공연을 보러 오라고 청했다. 그 언니는 10여 년 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지가 4~5년 정도 됐다. '어떤 공연을 하냐'고 묻길래,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공연"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동네에 소외지역이 있는가?" 반문하는 그녀에게 "언니! 좋은 아파트에 살아도 애기 때문에 공연 못보러 가는 언니 같은 사람이 문화소외 계층이야"라고 대꾸했다.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아이를 맡겨두고 공연을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극장 공연이 대부분 8세 이상이고, 어린이 공연도 36개월 이상이다. 36개월 이하는 무료인 공연도 꽤 있다. 아이는 안기거나 업혀서 봐야 하기 대문에 무료지만, 공연장을 가게 되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지쳐 오기가 일쑤다.스페인의 '말루말루가'라는 무용단이 있다. 그 무용단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 '내 아이는 여왕' 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오직 36개월 이하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관람하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무대에서 함께 움직이기도 하고 춤도 춘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거주하는 위치로 많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 대한민국이지만, 문화소외는 거주위치와 관계가 없을 때가 많다. 돌봐야 할 누군가가 있어서, 생활패턴과 공연시간이 맞지 않아서, 공연계에 종사하지만 자신의 연습과 공연들로 다른 공연을 보러갈 수 없는 사람들 또한 문화소외자일 수 있다. 장소로 구분되는 소외지역이 아니라 특정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의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스페인 '말루말루가 무용단'처럼 엄마와 아이를 위한 멋진 무용공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10-24 14:12:46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가을 타기

아침의 선선한 공기를 느끼면서도 가을이 한동안 실감 나지 않았다. 그만큼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더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것처럼 시간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같은가 보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그러나 가을은 어떤 이에게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은 '가을 탄다'라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 보았을 법한 '가을 탄다'는 증상은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모를 쓸쓸함이나 울적함이 든다. 혼자서 낙엽 지는 거리를 거닐고 싶거나,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흘러나오는 노랫말에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다소 우울하게 보이는 '가을 탄다'라는 말은 참 재미있다. 이동수단도 아닌데 '탄다'라는 표현을 쓴다. 마치 어디론가 우리를 데리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곳은 붉은 단풍의 화려한 가을 풍경과 달리 바로 우리의 내면이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잊었던 일들을 다시 곰곰이 생각하고, 또 놓친 일들에 대해 반성과 후회를 한다. 때론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자문을 하기도 한다.몇 해 전의 일이다. 대구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어느 공무원의 이야기이다. 그는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공무원이 되었다. 자신의 하찮아 보이는 행정 일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명감으로 자녀들과 외식 한 번 제대로 못 했다. 그랬던 그가 한 달 뒤에는 퇴임한다고 하였다. 그에게 남은 건 빛나는 업적도 훈장도 아닌 허전한 이별이었다. 그리고 몇 번의 상담 이후 그는 "내가 시청을 짝사랑했었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에게 청춘은 조직의 소모품이 아닌 사랑으로 보낸 열정이었다. 그의 삶이 반짝반짝 다시 빛난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었던 뜨거운 가슴을 안고 그는 못다 한 가족과의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그의 여생은 또 다른 빛깔로 반짝일 것이다.어쩌면 어느 공무원의 이야기처럼 가을 타는 울렁거림은 봄부터 지내온 삶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매기고, 앞으로 남은 두 달을 잘 마무리할 기회를 주는 증상일지도 모르겠다.나도 이번 가을에는 가을을 제대로 타봐야겠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될지라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터이니

2018-10-23 13:17:11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선 긋기, 선 지우기

지난 일요일 저녁, 극장이 떠나갈 듯 우레와 같은 박수와 열렬한 환호 속에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막을 내렸다. 38일간의 대장정 가운데 축제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이를 시상하고, 최고의 성악가들과 함께 마지막 축하의 콘서트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그 축하의 무대는 수상자들만의 것도, 예술인들만의 것도 아니었다. 정작 즐거운 시간을 누린 이들은 객석을 가득 메운 일반 관객들이었던 것이다.흔히 오페라를 대표적인 고급 예술로 치부하며, 일반 시민들과 경계를 짓기 십상이다. 오페라를 즐기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오페라극장은 그들만의 세상 아니냐는 것이다. 냉소적인 느낌마저 밴 전형적인 '선 긋기'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대중화', '저변 확대'라는 숙제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표현을 수긍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주인처럼 든든하게 객석에 앉은 저들은 대중 또는 일반 시민이 아니면 누구인가.이번 축제의 주요 오페라 작품을 아울러 집계했을 때 평균 객석점유율 93%를 기록했다. 공연예술계의 꿈이라는 '전석 매진' 역시 여러 차례였다. 미처 공연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혹시 환불표가 있는지 문의가 빗발쳤다. 소수의 애호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성과일까. 미처 알지 못한 사이에 오페라는 시민의 일상으로 성큼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우리 대구에서는 그렇다.물론 시간이 걸렸으며, 노력도 적지 않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아리아를 배우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을 편성하고, 공원이나 기차역, 학교에 찾아가서 연주하며, 백스테이지투어를 열어 극장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수시로 강의도 개최하였다. 올해는 시민들이 특히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야외오페라도 선보였다. 오페라 '라 보엠' 중 2막 부분을 광장에서 펼쳐보였는데, 오페라에 반한 시민들은 극장에서 전체 '라 보엠'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것이 '선 긋기'였다면, 이렇듯 시민들에게 오페라를 알리는 모든 일들은 '선 지우기'였다.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한다. 그러나 띄엄띄엄 지어진 경계를 찾아보자. 당장 내일 저녁에 대구오페라하우스 소극장에서는 오페라와 함께하는 문화 회식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오페라 회식 한번 거나하게 즐겨보면, 오페라란 뜻밖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 다음에는 극장을 찾아 공연을 즐기면 그만이다. 이제 내년도 오페라축제는 나를 위해 준비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2018-10-22 11:30:22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편리한 제품 사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거의 모든 것에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제품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줄이는 노력은 해야 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샴푸나 세안제를 쓰지 않는다. 얼굴에 화장품도 바르지 않는다.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도 사용하지 않는다. 조금 불편한 생활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깥 활동을 할 때는 미세먼지 흡입을 가능한 줄여야 한다.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고,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사용한다.음식물에 들어가는 첨가물에도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다. 혹자는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권유하는 허용량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허용량에는 2가지 헛점이 있다. 많은 연구결과, 지금은 괜찮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괜찮다는 것이지 또다른 연구결과에는 위험성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오늘까지 괜찮다고 얘기한 것들이 내일은 위험하다는 발표도 나온다. 한가지 물질에 대해 괜찮다는 것이지, 여러 가지 물질이 섞일 경우까지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접촉하는 물질이 하루에 수백 종류가 넘는다.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하고 우리가 쉽게 조절 가능한 부분은 음식이다.지구상의 환경호르몬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흙에 쌓이고 가축이나 생선의 지방에 쌓인다. 그런데 이런 지방의 최종 소비자는 인간이다. 인간이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방법은 지방을 먹지 않으면 된다. 이것이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다.'채식이 좋으냐, 육식이 좋으냐'의 영양학적인 논쟁은 더이상 불필요하다. 내 경험상 살아가는데 영양학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중요한 것도 아니다. 가축을 키우기 위해 몇배나 되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굶어서 죽어가는 다른 인간들을 생각할 때, 피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농산물이 남아돌고 값이 폭락하면, 밭을 갈아 엎어버리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는 않는다. 영양학적으로나 관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채식은 단지 환경호르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줄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들이다. 이제까지는 선택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필연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환경호르몬 속에는 우리가 깨닫지 못한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2018-10-18 13:10:38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 두류공원의 단풍진 낙엽길

무라카미 하루키의 행복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가을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에서 찾아온다 했다.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을을 느끼는 쉼이야말로 이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가을은 삶의 쉼표 같은 역할을 한다.10월 중순의 쌀쌀하면서 청량한 느낌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완연한 가을'은 지친 마음을 풀어주는 바람과 신선한 날씨를 제공한다.푸른 가을 하늘이 그리워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오랜만에 느끼는 맑고 청명한 가을의 상쾌함은 눈 안에 들어온 대구 83타워를 따라 하늘을 뚫어버릴 듯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가을은 이월드와 대구 83타워가 있는 두류공원으로 대구 사람들을 이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공원은 멀리 단풍놀이를 떠나지 못한 도시민들로 북적거린다. 돗자리를 깔고 와인잔에 젊음을 이야기 하는 청춘들이 머물다간 자리는 이내 또 다른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대구의 가을은 공원을 품고 공원은 사람들을 살포시 안아준다. 낭만적인 단풍과 낙엽이 휘날리는 두류공원의 가을이 뉴욕 센트럴파크의 가을 못지 않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유일까?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10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가을의 쉼을 만끽하기 위한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 젊은이들의 열기가 가득한 대학교 축제부터 가을 가을한 꽃축제까지 하루도 쉴 날이없다.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10만평 핑크빛 물결 '하중도 코스모스 축제', 83타워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티벌', 산 전체 오색빛깔 물결 '팔공산 단풍축제' 등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들이 가을을 수놓는다. 축제라는 일상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 속에서 사람들은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한다.행복은 여유에서 나오고 여유는 삶의 쉼표다.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뭇가지 사이로 곱게 물든 가을빛을 눈에 담는다. 대구 도심 전체에 따스하게 내리쬐는 가을 햇살이 금세 사라질세라 연신 눈도장을 찍으며 가을을 예찬해본다.날씨도 하루 하루 사뭇 다르다. 어느새 시월 중순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에 나오는 뉴욕의 가을 센트럴파크 산책 장면을 떠올리며 대구의 가을 두류공원 단풍진 낙엽길을 걸어봐야겠다.

2018-10-18 11:59:25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무용, 대구의 자존심

10년 만에 대구에서 무용교류전이 있었다. 6대 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 7개 도시가 참여한 가운데 대전, 광주, 인천, 울산, 부산, 제주, 대구의 춤을 16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해마다 지역을 돌아가며 주최하는 교류전은 무용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공감대를 만드는 행사다. 공연을 통하여 지역적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통해 지역적인 문화가 가지는 또다른 힘을 확인했다.대구는 공연문화 중심도시다. 전국적으로 무용학과가 없어지는 상황 속에서 대구지역은 4개 대학교 무용학과에서 매년 배출되는 인재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공립 무용단 최초의 대구시립현대무용단이 있으며, 올해 20주년을 넘긴 대구국제무용제가 열리고 있다. 대구시내 큰 극장마다 무용공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지난달에는 청주에서 열린 제27회 전국무용제에서 대구 대표팀이 대통령상인 대상과 최우수 지회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전국무용제란 지역 무용의 활성화를 위해 매년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무용단체가 참가하며, 그 해 행사가 개최된 지역에서 경연을 통해 우수 단체 및 개인를 선발하는 전국 단위의 큰 행사다.전국무용제가 열리는 기간 내내 극장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폐막 공연, 해외 초청공연, 시·도별 야외 축하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전국무용제에 출전하기 위해서 지역에서는 매년 경합이 벌어지는데, 대구지역의 예선전인 대구무용제는 다른 어느 시·도와 견줄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2019년에는 제28회 전국무용제가 대구에서 열린다. 1995년 대구에서 개최된 이후 24년 만이다. 물론 유치까지는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구무용협회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내년 9월에 전국 단위의 수준높은 무용팀들이 대구를 방문할 것이다. 전국무용제 준비위원회는 남은 1년 동안 잘 준비해서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어, 대구 무용의 저력을 다시 한번 전국의 모든 무용인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구시민 역시 전국무용제를 통해 무용과 더욱 친해지며 나아가 대구무용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국무용제에 나오는 각 지역의 팀들은 적게 잡아도 6~7개월은 연습을 하고 출전한다.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 땀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무대를 대구에서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보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대구는 문화예술로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 최고라 자부할 만하다. 제2의 도시 부산에도 밀리지 않는다. 무용 역시 대구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2018-10-17 10:04:41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뷰티 인사이드(Beauty inside)

여고시절 어느 날, 친구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만약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마법같은 일이 생겨서 그의 영혼과 육체가 다른 사람과 바뀌어 버렸어. 그 때 너는 그 사람의 영혼이지만 다른 육체를 가진 남자랑 살아야 하거나, 외모는 같지만 영혼이 다른 사람이랑 살아야 해. 어느 쪽을 선택할거야?"참 엉뚱한 질문이다. 마흔이 넘은 이 나이에 그 때의 질문이 생각나는 것은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의 방영소식 때문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육체로 태어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미 같은 제목의 영화로 상영된 바 있다. 그 때도 주인공의 사연이 흥미로웠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무엇과 사랑하고 있는 걸까'라는 다소 진지한 자문을 해보았던 기억이 있다. 정말 인간에 대한 관심은 심장의 두근거림과 같은 육체일까. 육체의 움직임을 관할하는 내면일까. 시원한 답은 없다.개운치 못한 이러한 질문은 최근 생명존중 강의를 의뢰받은 후, 더욱 진지하게 다가왔다. 생명존중 강의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율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자살에 대한 이해와 예방 등의 정보공유 외에 뚜렷한 성과를 못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생명존중이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존중의 대상인 '생명'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육체인지 내면인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어쩌면 존중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다. 마치 영어단어나 문법을 정확히 모른 채, 문장을 해석을 하려는 오류처럼 말이다.존중의 대상인 '생명'의 사전적 정의는 '목숨'을 가진 존재를 뜻하기도 하고, 생명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뜻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남자는 의리가 생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의리가 목숨을 가진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의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생명은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한 번 끊어지면 재생이 불가하고, 누구나 한 번밖에 가질 수 없는 목숨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있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생명력으로 보는 것이다. 험한 세상을 꿋꿋히 살아갈 수 있는 저력, 그것이 바로 생명의 또 다른 의미다. 풍선은 공기가 빠진 상태보다 풍선 가득 공기를 갖고 있을 때, 두둥실 하늘로 떠오를 수 있다.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단순히 코로 숨 쉴 때가 아닌, 숨이 턱에 차 오르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강렬한 내안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때다. 앞으로의 생명존중은 목숨을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생명력을 갖는다는 관점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이제서야 내 친구에게 말할 수 있다. 매일 변해가는 외모보다 늘 변화시킬 수 있는 내면을 택하겠다고 말이다. 하늘에 떠 있는 풍선의 풍만한 아름다움은 풍선 안에 가득 고인 공기가 만들어 낸다는 '뷰티 인사이드'의 대답처럼.

2018-10-16 11:29:41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축적의 시간, 70년

지난 여름, 국립창극단의 '흥보씨'를 보기 위해서 서울 명동예술극장을 찾았다. 우리말, 중국말, 일본말이 뒤섞여 와글와글 정신없는 명동 한복판에서 침착하게 존재를 드러냈던 그 공간이 새삼 기억난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시공관, 국립극장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되다가 수십년 공백기를 거친 후 몇 년 전 명동예술극장으로 재탄생한 역사적 장소다. 한때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심장이었던 그곳에서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무슨 일이 있었을까.때는 1948년 1월 중순. 기세등등했던 추위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동안 명동 시공관 일대에 멋쟁이들이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몰랐던, 음악인도 잘 모르고 관객은 전혀 몰랐던 오페라 때문이었다. 조선오페라협회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椿姬, 라 트라비아타)'를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는데, 닷새동안 10회 공연 전석매진이라는 진기록이 만들어졌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이 펼쳐졌던 것이다.7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오페라 관객수는 한 해 42만 명 정도로 집계될만큼 외연이 커졌다. 국제콩쿠르에서, 해외극장에서 한국 성악가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이제는 번듯한 오페라하우스도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성남아트센터에 각각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단일건축물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있다. 그 중 실제로 일년 내내 오페라공연을 선보이며, 16년째 국제오페라축제를 펼쳐오고있는 오페라하우스다운 오페라하우스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유일하다는 평이다.일찍이 한국서양음악이 뿌리를 내린 곳, 박태준과 현제명 같은 걸출한 작곡가들을 키웠으며 1952년 이후 각 대학에 신설된 음악과에서 전문음악인들을 배출한 도시가 우리 대구다. 대구시립오페라단 창단,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관심과 열정을 보탠 결과라고하겠다. 결국 7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오페라를 중심으로 축적된 시간의 힘이다.다가올 19일과 20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으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을 올린다. 물론,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 기념작이다. 명실상부 오페라의 메카답게 일찌감치 전석매진을 알렸다. 훗날 대한민국 오페라 100주년의 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함께 축적해나갈 또다른 시간들이 자못 기대된다.

2018-10-15 10:25:38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 83타워에서 본 대구 근대유산

대구83타워는 불국사의 다보탑 모양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거기에는 찬란했던 신라 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대구라는 지명이 처음 역사 속에 등장한 것은 신라 757년(경덕왕 16)때다. 꽤 오래전 일이다. 그럼에도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이 아직도 익숙한 것은 달구벌이란 이름이 주는 친근함 때문일 것이다.오래된 도시는 오래된 이야기를 품기 마련이다. 경상감영은 옛 대구를 이야기 할 때면 자연스러운 소재로 등장하고, 대구 근대골목은 개항을 시작한 조선의 시대상과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동산 병원에서 시작되는 근대화 골목과 건물들을 거닐다 보면 최근 화제 속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주인공이 된 듯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구한말 우리 민족의삶 속으로 빠져든다.내가 가끔 찾는 곳은 청라언덕이다. 중학교 시절 합창부를 하면서 배웠던 동무생각의 가사에 나오는 청라언덕. 묘비에 적혀 있는 이은상 선생님이 지으신 노래 가사가 정겹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맘에 백합 같은 내동무야~~" 유년 시절의 기억이 활동 사진처럼 대구 몽마르트르 언덕 너머로 어렴풋이 떠오르고,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선교사 묘역과 러시아 선교사였던 블레어 주택을 지나 3.1만세운동길에서 만나는 태극기는 3·1운동의 모태가 되었던 국채보상운동과 2.28학생의거를 떠올리게 한다. 역동적인 대한민국 근대화의 한 출발점이 대구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타워에서 바라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계산성당이다. 주황색의 천정과 고딕 양식의 성곽은 저곳이 근대골목의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하다. 1960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계산성당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고 한다. 육영수 여사와 팔짱을 낀 채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젊은 시절의 박정희 대통령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매일신문 건물 뒤 약령시장은 대구를 처음 찾았던 2014년 혼자 길을 걸으며 한방 문화체험도 하고 향 짙은 쌍화차를 혼자 마시며 대구의 문화에 익숙해져 가야 한다고 마음 먹었던 곳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고택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꿋꿋하게 헤쳐나간 시인의 단단한 마음을 엿보며 나 역시 마음을 다잡던 기억이 있다.'대구에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 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김광석거리와 근대골목은 타도시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성공적인 지자체 관광 콘텐츠가 되었으며,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각종 축제들의 질과 양은 타 도시들보다 월등하기에 대구에 갈만한 곳이 없다는 말은 틀렸거나 겸손의 표현인 것 같다. 다만 도시 관광 콘텐츠들이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방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스토리 개발과 관광시설 간의 상호 연계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 힘을 모으고 더 많은 생각들을 나누어야 한다.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2018-10-11 13:50:12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온갖 화학물질이 든 '환경호르몬'

현재 많은 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얘기하면 단연 환경호르몬이다.환경호르몬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모든 편리한 제품에 들어있다. 일회용 컵, 플라스틱, 기능성 그릇, 샴퓨를 포함한 세제, 장난감, 옷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지금까지 10만 여종이 나왔고, 매년 1,000종 씩 쏟아져 나온다. 이런 제품없이 현재의 일상 생활은 불가능하다.음식물의 첨가물도 600여종이 허가되어 있고 아무리 조심해도 하루 한사람이 100여종의 첨가물은 먹고 있다. 상업화된 음식에 첨가물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미세 먼지는 또 다른 도전이다. 온갖 화학 물질이 들어있는데 갈수록 상태는 나빠지고 있다.환경호르몬이란 가짜 호르몬을 말한다.인간의 주위 환경은 춥고, 덥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인간은 항상 균형을 유지한다. 이런 항상성 유지에 호르몬이 작용하고 있다. 인간의 생존에 호르몬은 필수적이다.음식을 소화시키고(인슐린), 흡수된 영양분으로 활동하도록 만들며(갑상선 호르몬), 어린이가 몸집을 키우고(성장호르몬), 결혼해서 후손을 낳도록 한다(성호르몬). 위기가 오면 몸을 긴장시키고(스테로이드), 긴장이 지나치면 편안히 쉬고 잠을 자도록 해준다(세로토닌, 멜라토닌).우리 몸에는 호르몬이 붙는 수용체가 있다. 호르몬이 자기한테 맞는 수용체에 붙으면 기능을 시작한다. 그런데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의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수용체는 진짜 호르몬과 환경호르몬을 구분하지 못한다. 환경호르몬이 붙으면 우리 몸은 환경호르몬의 작용을 받아서 이상한 병을 일으키게 된다.분명 몸이 쉬도록 명령을 받았는데 환경호르몬 방해로 쉬어도 계속 피곤하기도 하고, 몸의 수분이 많아서 배출하도록 명령을 받았는데 잘못된 정보로 수분 배출이 안되어 몸이 자주 붓기도 하고, 잠을 자라고 명령을 받아서 잤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피곤하고 잠이 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모두 환경호르몬의 영향일 가능성이 많다.38년간 의사생활을 하면서 인간 몸의 자정 능력에 놀랄 때가 많다. 나쁜 것을 먹거나 주위 환경이 나빠도 시간만 지나면 전부 극복 해 낸 것이 인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인간에게 이상한 병들이 증가하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다. 우리 몸의 뛰어난 자정 능력을 넘어서 환경호르몬이 몸을 휘젓고 있거나 들어 온 환경호르몬 배출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임재양 외과 전문의

2018-10-11 11:49:41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배움으로 어두움을 이기자

지난 여름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호치민에서 진행되는 'From I to others '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베트남의 고아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그들 스스로 불안정한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예술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외에도 베트남, 대만, 일본의 안무가, 음악가,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참여했다.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재능과 지식, 경험을 함께 공유했다. 진행된 모든 수업과 일정은 영상으로 촬영해, 다큐멘터리로 남겨졌다.한국의 그 또래 아이들보다 더 순수한 듯한 호치민 아이들과의 수업은 그들의 좋지 못한 상황과 문화에 대한 이해에 시간이 다소 걸릴 뿐이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각장애인들과의 수업시간. 한두 번 시각장애인을 만나본 것이 전부인 나는 20명이 넘는 장애인들과의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을 지도 스스로에게 의문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청각이 더 발달한 그들에게는 움직임 수업보다는 음악 수업이 더 적합한 것 같아보였다.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아티스트들은 움직임 수업이야말로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을 잘 볼 수 없는 그들은 넘어지는 일도 많고, 사물과 부딪치는 일도 빈번하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 수업을 통해서 근육의 이완법, 바닥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무용의 움직임과 유사하게 다치지 않게 넘어지기, 넘어졌을 때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 지에 대한 수업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며칠 뒤, 호치민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그들이 모여 사는 센터 앞에 첫 수업을 하기 위해 서 있었다. 반갑게 맞아 주는 원장님이 오늘은 참여인원이 좀 많아 30명이 넘는다고 말씀했다. 워크숍실에 들어선 나는 그들과 인사도 하기 전에 굳어버렸다. 시각장애인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들 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눈이 없는 사람, 눈알이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는 사람, 검은 눈동자가 없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다는 걸 그 순간 알게 됐다.터치가 많은 무용수업의 특성상 처음에 그들을 만지는 것이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다.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했고,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익숙한 듯이 한쪽 눈이 있거나 조금 보이는 이들이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이들을 돕고 또 그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이들을 도우며 수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시각장애인들은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이고, 행복한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무용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도 해봤다. 워크숍을 마치고 나오는 계단에 붙어 있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배움으로 어두움을 이기자'. 어두움은 단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2018-10-10 14:49:19

[매일춘추]자란다고 아프다

흔히 어르신들은 심한 감기같은 질병으로 아픈 아기를 보며 두발 동동거리는 어린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란다고 아프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께 여러 차례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정말 신기하게 맞았다. 심한 감기를 앓고나면 기어다니던 내 딸은 두발에 힘을 주며 일어섰고, 또 아들은 생애 첫 걸음을 떼었다. 정말 자란다고 아픈거구나!또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다. 뜨거운 사랑 끝에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아픈 가슴이 있다는 건 그 만큼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는 증거야"라고 첫 사랑의 아픔을 겪는 후배에게 토닥이며 해준 말이다. 정말 자란다고 아픈 거였다!그런데 나도 내 아이들처럼, 내 후배처럼 최근 들어 이곳 저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젊은 날 놀면서도 밤을 지새운 적이 없는 내가 어느날 갑자기 별일도 없는데 잠 못 이루기도 하고, 감기가 걸리면 한달씩 간다는 부모님 말씀처럼 여러 날 병원에 다녀도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 나도 자란다고 아픈걸까?나보다 두 서너 살 많은 지인은 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예쁘게 화장하고 공식석상에 가지만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 때문이다. 더군다나 추운 겨울이라면 그 민망함은 최고조가 된다. 많은 중년 여성들이 우울증과 관련하여 약물복용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런 변화는 단지 여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상담실에 찾아온 중년 남성들은 요즘 자신들이 이상하다고 토로한다. 왕년에 잘 나가던 그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지금의 중년남자는 드라마 시청에 갑자기 눈물이 나고, 후배들에게 저하된 업무능력을 들키지 않으려 노심초사하며 지낸다. 갑자기 나는 왜 이럴까? 남들이 흔히 말하는 여성 호르몬이 많이 생겨서 그럴까? 예전에는 거뜬이 해낸 일들이 자신이 없어지고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않아 긴장까지 한다. 그리고 아무일 없는 듯 또 아침이면 묵묵히 출근한다.갑작스레 체감하는 노화현상은 성인이 된 지 20년이 지난 중년기에게 적지않은 당혹감으로 다가온다.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느날 낯설어지는 느낌 그게 바로 중년기이다. 정말이지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가 동시에 찾아와 격동하는 '제 2의 사춘기'란 표현이 확 와닿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중년기의 힘든 상황에 대한 위로와 격려는 대학입시 속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하고, 사춘기 자녀만큼 당혹스런 경험은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듯 상담실에 와서 겨우 하소연할 뿐이다. 왜 이들은 아픔을 숨겨야만 할까?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처럼 당당히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지시라도 받은 걸까? 내 생각에 그건 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노화는 자라는 성장이 아니라 퇴화되는 소멸로 보기 때문이다.'반백년을 살아온 어느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어느날 자궁에 병이 생겨 자궁적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전날 밤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모여 내일이면 사라질 자궁과 이별의식을 치렀다. 딸 둘! 아들 하나! 열 달동안 잘 품고 튼튼히 나아줌으로써 이제 자궁의 역할을 다 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그녀의 늘어진 배 위에 가족들은 따스한 손을 얹고 고별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내일이면 임무를 완결하고 떠나는 자궁에게 말이다.이처럼 노화는 소멸이 아니라 완성되기 위한 자람이다. 소멸되고 퇴화하는 아픔으로 참고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서 완성되려 아픈 것이다. 우리 모두는 예외없이 자신의 생명을 완성하는 그날까지 모두 자란다고 아프다. 중년기도 자란다고 아프다!.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2018-10-09 10: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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