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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매일춘추]건강한 의사소통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역기능적 의사소통을 하는 부모-자녀관계를 살펴보면 두 가지 공통적 특성을 지닌다. 첫째는 부모가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있지만, 막상 자녀는 전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 둘째는 부모의 말치고 틀린 말이 없는데 전달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왜 다 자녀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인데 전달이 안될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 원래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정체감이 발달하는 시기이면서, 자신의 성장과 성숙에 혼란과 궁금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공감받길 원하는 때이다.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인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외 목소리, 음조, 억양, 크기 등의 표현같은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한다. 즉 의사소통에는 실제적인 음성 이외에 많은 것이 오고 가며,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서로 눈을 맞추고,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이 일치할 때, 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무엇보다 대화 시의 눈 맞춤은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첫 걸음이며,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 자크 루빈 교수의 실험에서는 오랫동안 눈을 쳐다보는 커플일수록 애정 설문에서 높은 수치가 나와 눈 맞춤은 호감도와 비례한다고도 보고한다. 자녀의 뒷통수에 대고 하는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다음으로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점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이럴 것이다!'라는 착각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인 경청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공감적 반응이다. 적극적인 경청이 이루어질 때에서야 비로소 상대로 하여금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게 되고 감정의 표출이 가능해진다. 즉, 그제서야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대화의 기본은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된다. 자녀가 자라면서 점점 멀어지는 부모-자녀관계를 좁히길 원한다면 부모의 옳은 말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자녀의 말을 편견 없이 듣고, 충분히 공감하여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때 대화는 시작된다. 나아가 존중과 신뢰를 보여주는 부모의 모습은 거울뉴런효과에 따라 자녀가 사회에 적응하고 문화를 배워나가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아는 공감의 힘을 키우고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 능력을 키워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할 것이다.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27 11:17:56

[매일춘추]자유의 음악, 재즈(Jazz)

'클래식' 음악처럼 '재즈(Jazz)'음악의 감상을 위해서는 약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는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좋다/싫다의 판단이 가능한 대중음악과는 크게 구분되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재즈는 친숙해지기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이유를 찾아보면 '스윙(Swing)'이라는 재즈의 초창기 모습, 춤추기 좋은 '빅밴드(금관악기 위주의 재즈 오케스트라)'음악의 경쾌함과 리듬의 박력이 여러 경로를 통해 매우 빠르고 기교적인 양상으로 변모하면서 결코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출수 없는, 그리고 감상하기에는 까다로운 음악으로 발전하면서 부터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재즈의 양상은 1950, 60년대를 주름잡던 '싸이키델릭'한 전위적인 음악의 영향을 받게 되고, 드디어 '프리재즈'라는 형태가 등장하면서부터 도저히 재즈연주자의 입장이 아니고서는 음악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70년대에 그 정점을 이룬다.현재의 재즈 뮤지션들은 이런 모든 시도들의 결과를 물려받아, 음악적인 실험과 난해함을 벗고 청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고민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브레드 멜다우'나 '히로미 우에하라'처럼 즉흥연주가 강조된 재즈이면서 클래식을 듣는 듯한 고도의 기교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준다던지, 색소폰 연주자 브렌포드 마샬리스처럼 다른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하거나, 트럼펫 연주자 윈턴 마샬리스와 같이 과거 스윙재즈의 영광으로 회귀할 것을 선언하기도 한다.이렇게 재즈는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사실 재즈를 즐긴다고 말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재즈는 이해하며 감상할 때 더 많은 심미적인 만족감을 전달하는 음악으로 다른 장르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그 매력중 하나를 들면, 재즈는 연주자들의 음악적 깊이가 즉흥이라는 테크닉으로 음악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리드시트(Leed Sheet : 멜로디와 코드만 적혀져 있는 재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악보)는 시대를 거쳐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으며, 또한 각각 연주자들의 고유한 색채와 깊이를 들려주는 음악으로 완성된다. 이처럼 하나의 악보가 시대를 가로질러 연주되기 위해서는 모든 연주자들이 지켜야 하는 공통된 최소한의 음악적인 틀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 틀이 바로 '코드진행(거기에 따르는 스케일)'과 '리듬'이다. 즉 코드진행과 마디의 수, 그리고 리듬만 지켜진다면 그 이외의 모든 음악적인 선택은 연주자의 자유로 맡겨진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의 연주를 비교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으로 서로에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이것은 작곡가에 의해 모든 것이 악보로 완성된 후 연주자에게 전달되는 클래식과 비교되는 점으로 작곡가 보다는 연주자에게 보다 많은 음악적 자유와 가능성을 열어주는 재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서영완 작곡가

2019-02-26 11:15:05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공포의 그림 한 폭 

하늘에선 붉은 핏빛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고 그 아래 난간에 홀로 서 있는 남성이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공포에 질린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 미술 애호가라면 누구나 이 처절한 그림을 기억할 것이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걸작 '절규(The Scream, The Cry)'다.'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다. 나는 한 줄기 우울을 느꼈고 공포에 떨며 홀로 서 있었다. 마치 강력하고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질러가는 것 같았다.' 그의 템페라화(Temperare)로 그려진 작품에 덧붙인 글이다.지난해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서 화산 폭발에 이은 해저 산사태 충격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해안가 주민 400명 이상 숨지고 1천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근 화산섬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au)'의 화산 분출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크라카타우 화산은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다. 136년 전인 1883년에도 화산 대폭발로 3만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이 화산재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노을빛처럼 하늘이 붉게 물드는 이상현상이 발생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1893년 뭉크의 걸작 '절규'가 탄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뭉크가 화산 폭발 당시 겪었던 경험이 '절규'의 배경이 되었다는 설이 새삼 힘을 얻고 있다. 미 텍사스주립대 천문학과 도널드 올슨 교수는 당시 뭉크의 행적과 기상기록 등을 분석해 '절규'에 그려진 붉은 빛깔의 기괴한 하늘은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 때 북유럽까지 날아온 공포의 현상을 나타낸 것이라는 논문을 2004년 발표했었다.그러나 당시 학계에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만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세계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걸작으로 알려져 왔던 공포의 그림 '절규'가 이제 와서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새삼 주목받는 것이다. 자연의 공격을 경고할 또 다른 공포의 걸작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2-24 15:53:02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패거리 문화

패거리 문화라는 말이 있다. 패거리 문화는 네 편 내 편으로 나누어 내 편에 속한 사람은 잘 챙기고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은 배척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판단의 기준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누구 편에 속해 있는가이다.'형제는 용감했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에 형이나 아우가 이웃의 누구와 싸우면 덮어놓고 형제 편을 들어 편싸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형제가 없는 쪽이 무조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형제는 용감했다'의 어른 버전이 '형님'문화이다. 외지에서 대구로 살러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구에서는 이 '형님'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나더라고 한다. 형님, 아우 하면서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세력을 형성하고 외부 세력을 배척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대구가 유독 보수적이고 외지인을 배척한다고 오해받는 이유가 바로 이 패거리 문화 탓이다.대구에 산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형님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지인은 대구에서는 영원히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니 은퇴하면 과연 대구에서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로 떠나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만큼이나 살았으면서 왜 대구에 적응하지 못했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외지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에게 과연 마음의 문을 모두 열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어떤 사안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비판적인 사유 없이 무조건 편드는 문화는 아주 위험하다. 그들은 그들만의 집단 안에서는 생존할지 모르나 더 큰 집단에서는 생존의 동력을 상실한다. 그들은 사태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내 편을 들어주는 누군가만 찾고, 문제 해결 또한 그런 식으로 한다.살면서 내 편은 필요한데 그것은 삶에 지치고 위로받고 싶을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나에게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이다. 그렇다고 내 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내가 잘못했을 때 무조건 편을 들어주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나를 편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편 나누기를 하는 사람의 특징은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맹목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사태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통해서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인간이 처한 실존적 조건이 될 것이다. 천영애 시인

2019-02-21 11:59:18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모리화(茉莉花)를 아시나요?

오페라, 참으로 어려운 예술 장르이다.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소설이나 그것을 각색한 대본에 작곡가의 음악을 더하여 만들어지는 장르이다.오페라 작곡가의 입장에서도 음악적 완성 못지않게, 곡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장면과 내용을 표현하고 또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숙제였을 것이다.그러한 여러 노력 중, 내용이나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암시하는 방식을 위해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법이 라이트모티브(Litemotiv)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라이트모티브(유도동기)란 극 중의 특정한 등장인물이나 특정한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짧은 주제선율로, 특정된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주제선율을 반복함으로써 극의 진행 중 등장인물 성격의 제시와 상황의 암시를 하는 방식이다. 어떤 주제음악이 먼저 제시되면 그 주제음악을 사용하는 등장인물이 등장할 것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어떠한 장면에서 어떠한 주제음악이 제시되면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음악적 암시와 복선의 역할을 하도록 음악으로 묘사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에서 탄호이저를 유혹하는 베누스베르크의 등장에 '유혹의 동기'가 음악에 제시되며, 환락의 유혹에 탄호이저가 갈등하는 부분에는 '고뇌의 동기'를 음악에 제시하는 식이다.오늘날 가장 사랑을 받는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의 작품 중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오페라 투란도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19, 20세기의 전환기에서 당시 음악적 기법을 극적인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는 그만의 독특하고 탁월한 그러한 표현방식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여주인공 투란도트 공주의 주제음악이 그 대표적 부분이라 하겠다. 흔히 우리나라 국민들도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민요 모리화(茉莉花) 노래를 바로 그 주제음악으로 사용한 것이다.극의 1막에서 어린이들의 합창에 이 멜로디가 도입되는데, 동쪽 산에서 4월이 와도 꽃이 피지 않고 얼음이 녹지 않으니 공주여 나와서 꽃을 피우시고 모든 것을 빛나게 하라는 내용으로 공포정치를 그만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가사의 음악이다. 그 후 투란도트 공주가 등장할 때마다 이 주제음악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중국민요 모리화의 가사 내용도 이와 유사한 것을 볼 때 이탈리아 사람인 푸치니가 중국민요의 내용을 잘 알고,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부분에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러한 작곡가들의 숨은 노력을 조금씩 살펴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오페라감상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2-21 11:01:34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스펙

'다둥이 아빠'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 가수가 얼마 전 TV에서 '다둥이 자녀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는가?'란 질문에 '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스펙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말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내어 방송이 나간 후 여러 기사들로 회자되었다. 사실 그 한 문장은 이 시대의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양육신념의 진정한 방향성이자, 자녀에게 물질적인 것들을 물려주는데 집중하는 현 시대에, '진정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경종을 울릴만한 메시지였다.랜드리스는 아동은 그 누구보다 애정, 소속감, 존중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여러 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부모와 상담실에 올 때, 아동 상담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질적인 시간'이다. '질적인 시간'은 부모와 아이가 규칙적으로 함께 나누는 특별한 시간으로 매우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자녀를 격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가족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대개 이 시간의 가치를 축소하고, 물질적으로 채워줄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높고, 더 좋은 학교와 학원을 찾고 더 좋은 먹을 것, 입을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기 때문에 질적인 시간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아이들의 방학과 같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긴 시기에 부모-자녀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빈번히 본다. 중요한 것은 단 1시간, 10분을 같이 있더라도 질적으로 서로에게 집중하는 진정한 교감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부모와 규칙적으로 질적인 시간을 갖는 아이는 사랑과 관심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실제 보고되는 연구들에 따르면 '질적인 시간'을 잘 갖는 아이는 자존감과 IQ, 집중력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나아가 이것은 많이 가지지 못한 부모들도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한 아나운서가 매스컴에서 한 고백이 생각난다. "부모님은 가난과 무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직하게 노동하고 열심히 삶을 일궈낸 그 분들을 보며 체득된 삶에 대한 경이와, 물질적 지원보다 그 분들의 심적인 사랑과 응원이 나의 인생에 큰 뒷받침이 되었고, 그것을 나의 삶을 통해 증명해내고 싶다." 그녀의 고백은 갈수록 성취위주의 비인간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큰 울림이 되는 고백이었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20 11:27:32

작곡가 서영완

[매일춘추]현대음악의 신선함

음악역사에서 '클래식(Classic-고전시대)'은 18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이 활동했던 시대로, 완벽한 형식·음악자체 구조적인 미를 추구하는 것이 이 시대 작곡가들의 주된 고민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나타(Sonata)'가 바로 이 시대에 발전하고 완성된 완벽한 음악구조·형식으로 받아들여졌다.클래식은 또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악기를 연주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을 통칭하기도 한다. 우리가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나 현악4중주와 같은 음악을 감상한다면 그 음악이 바로크시대의 것인지 낭만시대의 것인지 아니면 고전시대의 것인지에 상관없이 그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한다'라고 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클래식은 '일류의, 혹은 최고 수준의 어떤 것'이라는 뜻으로 유행을 거스르는, 즉 모든 시대를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아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들을 말한다. 클래식은 이렇게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공통점을 들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라는 점이다.우리는 자주, 듣기에 불편함이 없는 익숙한 음악을 '클래식'으로, 익숙하지 않은 표현기법으로 무섭고 파격적인 음악을 '현대음악'으로 크게 구분한다. 20세기 이후로부터 만들어진, 그리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을 '현대음악(Contemporary Music)'라고 하는데 클래식이 듣기 편안한 이유는 '공통관습시대'라 일컫는 일종의 약속된 음악적 언어를 사용하던 시대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음악은 공통관습을 거부하고 작곡가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법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모던시대' 이후의 음악, 즉 음악에서 통용되던 음악적 약속이 깨어지기 시작했던 시기 이후의 음악들을 말한다. 마치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각각 자신만의 언어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비교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시도들은 현대음악을 하나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감상에서의 불편함을 초래했고 이는 '현대음악은 난해해', 혹은 '어려워'라는 선입견을 만들어 냈다.사실 현대음악은 전혀 어렵지 않다. 현대음악은 새롭고 신선하고 흥미롭고 자유롭다. 오히려 모든 음악적 제약을 걷어낸 음악이기 때문에 더욱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어떠한 의미에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는 순간, 마음은 답을 찾은 듯 편안해지지만 창작음악으로 다가서려는 스텝은 꼬이게 된다. 음악에서 정답은 없고 그냥 소리를 듣고 느끼고 솔직하게 반응하면 된다. 그것이 생소하고 어색하다면 생소하고 어색함을 작곡가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음악은 작곡가의 '의도'대로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작곡가 서영완

2019-02-19 11:28:53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양심(良心)과 양심(兩心), 그리고 양심(養心)

흔히들 '양심(良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걸핏하면 양심이 있다, 없다를 가리고 양심에 호소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거나 양심에 맡긴다는 말을 별 깊은 생각 없이 남발하기 일쑤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도덕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意識)이다. 하지만 세상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가지의 양심(兩心)이 판을 치고 있다. 도덕적 가치 기준인 순수한 양심이 실종된 탓이다.정의와 선을 가장한 정치권력은 순수한 양심을 '역사악(歷史惡)'으로 남용해 윤리적, 도덕적 규범까지 무너뜨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파시즘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군사독재 시절 유행했던 '양심선언'과 '양심수'가 재등장해 내부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감옥에 갇혀 있는 이 나라에서 새삼 '양심'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아직도 한가닥 '양심'이 살아 있기 때문일까.양심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비양심 세력에 맞서 옥중투쟁 중인 전직 여성 대통령을 안타까워하며 비슷한 생애를 살아온 남의 나라 여성 지도자가 생각난다. 한때 살아 있는 '세계의 양심'으로 불렸던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나 15년 간의 가택연금과 탄압을 받으며 군사독재권력에 꿋꿋이 맞서 마침내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내고 국가최고지도자가 되었다.그러나 여전히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는 소수민족 로힝야족(族) 70여만 명을 국경밖으로 쫓아내고 학살, 방화, 집단강간 등 조직적인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해 처벌은커녕 "달콤한 행동"이라며 치켜세웠다고 한다. 자비를 구하며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친 그가 놀랄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굳이 군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했다.유엔은 즉각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예"라고 규탄했고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그에게 수여했던 인권분야 최고상인 '양심의 대사' 상을 철회했다. 자신의 '양심'을 팔고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집단과 타협한 것은 천사에서 악마로 변해버린 그의 가장 큰 죄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살아남아 권력을 누리고 싶은 욕망 탓인지도 모른다. 그에겐 '양심(兩心)'이 아닌 본래의 심성을 되찾아 수양하는 양심(養心)이 필요할 때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2-18 11:10:57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

인간의 불행은 만족을 모르는데서 온다.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비교하기가 쉽기 때문에 만족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 여건에 비해 낮은 이유 중의 하나가 비교하고 비교당하기 좋은 환경이 아닐까 싶다.일본 교토의 용안사에 가면 백사정원인 석정이 있다. 백사정원은 물과 나무가 없이 하얀 모래가 깔려 있는 마른 정원인데 이 용안사 석정에는 열다섯 개의 돌이 놓여 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어느 위치에 서도 열다섯 개의 돌이 한꺼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탐욕을 경계하는 의미로 자주 해석된다. 또한 있으되 없고, 없으되 있는 묘한 삶의 진리를 보여 주기도 한다. 여기서 보면 있었던 돌이 저기서는 안보이고, 여기서는 보이지 않던 돌이 저기서는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그리고 정원을 뒤로 돌아가면 다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거나 입을 축이는 용도로 쓰이는 물확이 있는데 영락통보처럼 생긴 물확에 '오유지족(吾唯知足)'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해석하자면 '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라는 뜻이다. 석정의 담도 그렇지만 이끼가 가득 낀 뒤뜰 모서리에서 발견한 이 물확은 석정의 하얀 모래의 고요함과 어울려 순식간에 선정에 들게 했다.있다 한들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삶의 진리는 석정의 작은 돌에서 드러난다. 보이지 않으니 가질 수 없고, 없다고 하려니 없는 것이 아니다. 결국 마음을 비우는 도리밖에 별 수가 없다. 그리고 손을 씻기 위해 허리를 숙이면 보이는 이 '吾唯知足'네 글자가 만족할 줄 모르던 마음에 채찍을 가한다.인간의 불행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는데서 시작된다. 상상하는 능력을 타고 난 인간은 현실의 한계를 가볍게 넘어 상상의 세계에서 탐욕을 부풀린다. 밤새 기와집을 몇 채나 짓는다는 말은 바로 이 상상과 탐욕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밤새 지었던 기와집은 아침이 되면 허무하게 허물어진다. 우리에게 보이는 현실은 밤새 지었던 기와집이 아니라 내가 거처하는 좁은 집이기 때문이다.나는 이 '吾唯知足'네 글자를 서재 방문에 걸어두고 드나들며 본다. 더 큰 탐욕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현실에 족함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불행하지 않게 사는 방법이다. 천영애 시인

2019-02-14 12:44:52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장벽 허물기

내가 막 대학에 입학한 때의 일인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와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를 관람하러 영화관에 갔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자리에 앉은 4, 5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옆자리의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계속 영화에 대해 뭐라 뭐라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말겠지'하며 참았는데,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계속해서 쉬지 않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헛기침으로 가볍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고, 여자아이는 눈치채고 말을 멈추었다. 그것도 잠시, 한참 영화가 재밌는 상황이 되자 다시 여자아이의 귓속말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번엔 여자아이의 어깨를 톡톡 쳐서 고개를 돌리게 한 후 "쉿 다른 사람도 같이 보는데, 조용하게 봐야지"라며 타이르듯 얘기를 했다. 영화가 끝난 후 불이 밝아지고, 아이들이 일어나 객석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여자아이가 먼저 계단 쪽으로 나가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자아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뭔가에 크게 머리를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너무도 두꺼운 안경에 좌석을 손으로 더듬으며, 겨우 누나가 부르는 쪽으로 다가가는 7세 정도 아이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랬다. 어린 누나가 앞을 잘 볼 수 없는 동생에게 영화의 자막과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었다.얼마 전부터 고령자나 장애인 등이 그들이 생활함에 불편한 요소인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으로 베리어 프리(barrier free)운동이 사회적, 제도적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에서도 그러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베리어 프리 활동으로는 뉴스를 볼 때, 옆에 조그마하게 수화통역사가 나와서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해 수화로 통역을 해주는 것부터, 드라마 등의 자막방송과 시각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등이다. 또 최근에는 영화 분야에도 이러한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하지만 아직 공연의 분야에서는 그러한 부분의 활동이 조금은 미흡한 것으로 생각이 든다.아무래도 영상 등과는 다르게 공연 분야는 사전에 녹음작업을 할 수 없고 녹음을 한다고 하더라도 단락으로 끊어야 하며 또 그런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불편함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을 허물어 생애 처음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러한 불편함을 오히려 보람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청각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을 위해 조금은 세세한 무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첨부된 자막을 제공하고, 시각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을 위해 공연 해설사의 친절한 무대 상황의 설명을 수신기를 통해 전달한다면, 나는 지난 시절 그 어린 남매에게 저지른 실수를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2-14 12:43:11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잘 쉬어가기

작년 가을, 필자에게 여러 상황적 여건이 되어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시기 전력질주하며 달리는 가운데 문득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방향성에 의문이 들었던 때라 더욱 쉼이 간절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쉬면서 시작되었다. 쉴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지만, 매일 할 일과 챙겨야 할 것들로 정신없던 생활을 뒤로 하고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나만 홀로 멈춰있다는 생각으로 서서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긴장이 풀리면서 몸 이곳저곳도 아프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안과 어지러움이 다시 안정을 찾고 쉬기를 잘 선택하였다고 깨닫는 데는 다소 얼마간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때 '쉰다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잘 쉬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 이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 머물렀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데 길들여져 잘 쉬는 것에 무디어져있었던 것이다.사실 잘 쉰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대부분이 쉼의 기회를 가질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TV, 핸드폰 앞에서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쉼을 갈망하지만 제대로 잘 쉬어내지 못하기에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에너지를 방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와 같은 쉼에 대한 도서들은 계속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본다.인간은 하루살이가 아니라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 긴 여정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때로 쉬면서 지친 마음과 몸을 돌볼 필요가 있다. 지친 나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속도와 방향을 재정비해나가는 것도 요구된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처럼 가만히 있거나 쉬는 것이 불안하여 앞만 보고 계속 달려 나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이러한 내달림이 결국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한번 뿐인 인생, 살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내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늘 필요하다. 진정한 쉼 가운데 없으면 절대로 안 될 것 같았지만 그 속에서 버릴 것이 보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찾아야 한다. 제 아무리 열심히 전력질주해도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늘 무언가 굉장히 꼬여가는 것 같고 잘 안 풀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요히 나를 들여다 보며 위로를 건네면서 단 몇 분이라도 잘 쉼을 누기기를 권해본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13 11:27:57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음악감상의 사이드 효과

음악은 청각에 의존한 예술이지만 상상력을 통해 소리를 시각화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음악 감상은 소리를 이미지화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와 같은 영상의학의 발달로 외부작극에 대한 두뇌의 복잡한 반응을 실시간 화면으로 관찰, 분석 할 수 있게 되면서 두뇌과학과 인지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물론 이러한 연구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획일적으로 판단하게 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인지과학자인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보통의 사람은 눈과 귀를 통해서 70% 이상의 외부정보를 분석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시각에 의한 정보판단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음악 감상에 있어 시각은 청각의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음악 감상을 많은 부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시각이 청각에 미치는 영향으로 반대의 경우인 청각이 시각을 자극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청각에 의해 반응하는 나머지 4개의 감각중 시각의 반응이 매우 긴밀하다.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할 때에 실제 보이지 않는 풍경이나 사물을 연상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음악 감상은 청각에 의존하지만 시각 또한 자극하기 때문에 소리로 이루어진 음악정보를 눈에 보이는 것처럼 시각화 할 수 있게 되고 이로서 음악은 우리를 상상이라는 영역으로 이끌게 된다.일반적으로 음악은 완벽한 수학적 신호와 같다. 듣기에도 아름답지만 구조적으로 완벽한 바하의 음악은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그 구조와 울림이 계산가능하다. 해서 음악을 감상할 때 우리는 우뇌의 심미적인 부분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좌뇌의 수리적인 영역도 자극하게 된다. 잘 알고 있듯이 좌뇌와 우뇌는 서로 다른 영역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 두 부분은 서로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뇌 사이에 있는 뇌량이라는 부분을 통해 서로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 따라서 뇌량이 발달하게 되면 양쪽의 두뇌를 골고루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위의 두 가지 측면은 음악 감상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교육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은 상상을 자극한다는 것, 음악을 통해 양쪽 뇌를 고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 두뇌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 되도록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외부의 자극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우리는 음악이 들려주는 소리를 깊이 있게 향유하고 또한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된 음악 감상을 통해 우리는 선율과 화성, 그리고 리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며 그러한 단계에서 우리의 양쪽 두뇌는 서로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에 심미적, 수리적 학습능력이 고르게 발달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서영완 작곡가

2019-02-12 11:08:32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설 명절의 화두(話頭)는 '토정비결'  

설 연휴가 끝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설 명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집안 어른들의 얘기다. 흔히 '설'이라면 음력 정월 초하루를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24절기(節氣)로 따져 초승에서 보름(음력 1월 15일)까지 내내 설 명절이라는 것이다. 이 기간 제기차기, 윷놀이, 지신밟기 등 각종 민속놀이를 즐기다 보름을 맞이하면 오곡밥에 부럼을 먹고 액땜을 한다. 그리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맞이로 새해의 소원성취를 비는 것이 설 명절의 대미(大尾)라고 했다.하지만 이 같은 고유의 민속놀이는 대부분 사라지고 이젠 육갑(六甲)을 짚고 운세풀이 하는 토정비결만 전한다. 한 해의 운세풀이는 예부터 민초들이 즐겨온 세시풍속 중의 하나다. 그래서인지 설날 차례상 앞에서 나누는 덕담도 으레 토정비결이 화두가 된다고 했다. 조선조 중엽의 학자 토정(土亭) 이지함(李之䓿․1517~1578)이 지은 예언서로 길흉화복을 점쳐온 신수풀이를 말한다. 새해가 밝으면 으레 토정비결의 신통력을 믿고 한 해를 점치며 살아갈 만큼 우리 삶의 도참(圖讖)으로 정착돼 왔다.우리 국민의 93.5%가 토정비결을 본다는 반세기 전(1969년) 정부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DNA(유전자)에 기복(祈福)문화가 깊숙이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엔 새마을운동이 확산되면서 토정비결이 한때 민심을 현혹하는 샤머니즘으로 매도되기도 했으나 2000년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자 누구나 손쉽게 검색에 들어가 토정비결을 즐겨 보고 있다.올해엔 각 이동통신사와 금융기관에서도 새해 이벤트로 토정비결 온라인을 개설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유명 역술인들의 주역풀이 결과 올해 우리나라 국운엔 어두움이 깔려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운세 역시 정책수행의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어쩌면 끊임없이 수난의 역사를 겪어온 한국인 특유의 징크스에서 비롯된 역술풀이인지도 모른다.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한국 점술시장 규모가 연간 37억 달러(약 4조원)에 이르고 역술인만도 줄잡아 30만 명 이상이라며 한국의 샤머니즘 경제학을 보도한 일도 있다. 국내 각 일간지에서도 '오늘의 운세'란을 개설해 매일 지면을 할애할 만큼 한국의 유별난 운세 경제학에 외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2-11 10:59:41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상처를 대하는 방식

키우던 개가 심하게 다쳤다. 한쪽 갈비뼈가 모두 부러진걸 보니 누군가 발로 찼나 보다. 그런데 개는 그냥 가만히 누웠을 뿐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평소에도 몸이 아프면 먹는 것도 중지하고 가만히 견디던 것을 보았던지라 그런 줄 알았다. 아프다고 하지 않으니 아픈 줄도 몰랐다. 오랜 시간이 가도 일어서지를 않아 병원에 가보니 그제서야 아픈 몸이 드러났다.그러고도 개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부르면 눈만 떠 볼뿐 더 이상의 아픈 표시는 내지 않았다. 야생의 짐승은 아프면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아픈 표시를 내지 않는다는데 아마도 야생의 습성이 있어서 통증을 가만히 견디는 모양이었다. 몇 번 동물들 스스로의 치유 능력을 본지라 이번에도 스스로 치유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아픈 개를 돌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조그마한 상처가 있어도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주변에서 내 아픔을 알아주기를 바라던 것을 생각하니 한갓 저 짐승보다 더 못했구나 싶다. 사람은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에 아픔도 말한다고 하겠지만 개는 말까지는 못해도 신음소리까지야 못 내겠는가. 그렇게 상처를 치유한 개는 자기를 아프게 한 대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회피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를 아프게 한 대상을 그만큼 회피하지는 않는다. 용서와 화해라는 이름으로 다시 어울리고 그것이 옳은 삶이라고 생각한다.주변사람들과 상처를 견디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정도로 아픔을 표시해야 하는지, 짐승처럼 아예 가만히 견디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였다. 대체적인 결론은 아픔은 표시하되 너무 심하지는 않게였다. 결국 중도를 찾자는 것이다. 아픔을 표시하자는 것은 그럼으로써 내 아픔을 타인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인데 짐승은 자신의 아픔을 다른 짐승이 알아주기보다 몰라주기를 원한다. 살기 위해서이다. 가만히 웅크리고 누운 개를 보면서 그 치열한 고통의 견딤에 자꾸 마음이 간다.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사람을 더 만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점점 회피하게 되는데 아마도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짐승의 생존방식과 사람의 생존방식이 무어 그리 크게 다를까 싶기도 하고, 어느 것이 더 나은 방식이라고도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를 대하는 방식에서 오히려 짐승에게서 배운다. 천영애 시인

2019-02-07 11:20:57

이현석

[매일춘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요즘 IT기술 등의 급속한 발전으로 일상 생활이 놀라울 만큼 편리해지고 간편해 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게 됨으로써 우리는 편히 집에서나 직장에서든 어느 곳에서나 대부분의 일들을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영화나 공연을 선택하는 일에서도 어떤 제작진과 출연진이 참여하고 출연하는지 등의 사전 정보를 검색을 통해 알 수 있고, 그 공연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이나 직접 관람을 한 관람객들의 생생한 공연 후기 등을 접하게되고 나아가 어떤 자리에서 관람하는 것이 좋은지 등의 세세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편리하고 신속, 간편하게 원공연을 선택하고 좌석을 예약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하지만 혹시 그러한 내면에 다른 역작용을 없는 것일까. 이번 설연휴에 장모님을 위해 열차승차권을 예매하게 되었다. 물론, 미리 예매를 못한 탓에 원하는 열차는 이미 좌석이 다 매진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편히 앉아 스마트폰의 어플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반환되는 표의 좌석을 찾아 낸 것이다. 이게 왠일인가. 예매한 표를 장모님께 전달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어플로 예매한 승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승차권을 전달 받을 사람의 스마트폰에 해당 어플이 설치되어 있어야하고 또 사전에 회원 가입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요사이 기차역에 가보면 매표소에는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노령층분들만 예전처럼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명절, 연휴, 주말 등 열차 이용객이 많아 좌석을 구하기 힘든 시기에는 더욱 노령층들만의 표를 구하기 위한 줄은 길어진다. 장시간 줄을 서서 좌석이 나기만을 힘겹게 기다리고 있는 노령층들의 좌석을 편히 앉아 문명의 이기(利器)를 적극 활용하여 쏙쏙 먼저 채가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과연 이러한 편의성은 누구를 위한 발전인 것일까. 한정된 재화(財貨)에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부분적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特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 편의성의 사각(死角)에서 의도치 않게 자신의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피해자가 만들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현상을 막기위해 우리는 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개선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요즘 영화, 연극, 드라마 등의 예술장르에서 신체적 장애에 기인하여 관람을 가로 막았던 장르적 장벽을 허물어 원하는 장르의 공연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베리어프리(barrier-free)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장애물을 없애는 활동이 신체적 장애에 의한 장애물의 허물기 차원을 넘어 더욱 확대된 영역에의 장애물을 없애는 의미로 발전 되어야 할 것이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2-07 11:08:27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진로에 대한 걱정을 많이 늘어놓는다. 그들의 고민 중 공통되는 하나는 우리 아이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림을 월등하게 잘 그리거나, 운동을 특출나게 잘 하거나 음악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으면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그 길을 지원해주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무엇이든 하다가 중간에 멈추게 될 것 같아서 결국은 가장 안전한 방법인 공부를 잘하도록 만들기 위해 더욱 더 사교육과 공부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런데 세상에 잘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문제는 비교하는 순간 잘 하는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잘하는 것이 있어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보다 그것을 더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즉, 비교의 잣대를 '어제의 나'가 아니라 '남'이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무능한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타고나기를 위인처럼 태어난 사람도 없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극소수일 뿐 아니라, 심지어 그들조차도 첫 시작 때는 가능성이 보였던 것이 후에 꽃을 피운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을 때가 많다.종종 능력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결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이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인데, 사실은 성실함, 끈기, 책임감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능력이다. 천재 화가 고흐도 살아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고 늘 가난에 시달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2천 점이 넘는 그림을 그려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오늘은 내가 훨씬 남보다 뒤쳐지지만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갈 길을 쉬지 않고 걸어가면 그 언젠가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에서 최고는 아니더라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특별하지 않아보여도 그들이 원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꽃을 피우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따라서 떡잎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 자르기부터 하지 말고, 격려라는 양분을 채워주어 멈추지 않고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무한한 신뢰가 요구된다. 처음부터 뛰어난 사람은 잘 없다. 쉬지 않고 시도해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얻을 때,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의 괴리를 마침내 줄여나갈 것이다. 또 설령 그 길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양한 길을 거쳐 간 여정은 한 길만 통과한 것 보다 그 어떤 시련에도 강해지게 만들어 인생을 더욱 깊어지고 풍성하고, 성숙하게 해줄 것이다.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06 13:08:49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추운 겨울철에는 역시 귤이 제맛이라, TV 등에서 본대로 난로에 구워도 먹어 보고, 껍질을 잘 말려 차로도 먹어 보고, 요즘 귤이 참 맛있는 계절이다.학창시절 배웠던 말들 중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 말의 유래는 제나라의 안영이 초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초나라 왕이 제나라 출신의 도둑을 안영의 앞에 끌고 와 제나라 출신은 순 도둑놈뿐이라며 비아냥거리며 안영의 기를 죽이려 했다. 안영은 이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을 하며, 본디 귤이 물과 토질이 다른 곳에 오면 귤과는 다른 탱자로 변한다고 얘기했다. 본래 선한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물들어 살게 되어 도둑이 된 것이라며 오히려 초나라의 왕의 코를 납작하게 하였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어린 시절이지만 참으로 재밌기도 하고 뜻깊은 말이라 여겼던 것으로 기억한다.하물며, 귤도 토양이나 그 지역의 기후 등의 요소에 의해 그 모양과 성질이 달라지는데, 우리의 문화예술은 어떠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일반적으로 문화예술 공연이나 축제 등을 기획할 때,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모방하거나 아예 통째로 그 콘텐츠나 공연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물론,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으니 손쉽게 성공이 보장된 것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분명, 각 지역 마다의 특성이 있고 지역성 등이 다르다는 부분을 간과(看過)한 콘텐츠가 무조건 우리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어느 지역의 축제를 가더라도 그 지역의 특색이나 그 축제만의 차별성이 없이 다 비슷한 형태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국내에 지역축제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만 해도 1년에 20만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고 있고, 인구 1천600만 명의 네덜란드의 경우만 보더라도 약 5천여 개의 축제가 개최될 정도이니 계량적 숫자만으로의 지적은 아니라, 고유의 개성을 갖고 지역의 차별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주제나 형식이 중복되는 지역축제가 많은 것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당장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발굴 기획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을 통해 축제 자체가 지역의 특산물 등을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서 만의 역할을 넘어, 그 자체가 지역의 관광, 산업의 중추적 자산이 된 유럽 등 다른 지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지역의 특성과 차별성, 그 지역만의 노력과 연구를 통해 귤이 회수를 건너 더욱 그 가치를 높이는 천혜향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신중함이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2019-01-31 11:22:37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 전문가

[매일춘추]관계로부터의 자유

우리는 매일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부모자녀, 부부, 친구, 연인, 동료 등 수 도 없이 많은 관계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이 관계라는 것은 우리에게 위안도 주지만, 스트레스의 주원인이 될 만큼 어렵기도 하다.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이 늘 서점 베스트셀러 10위안에 드는 것도 우리가 늘 관계에 목말라하거나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물론 서로 다른 인간이 만나 관계를 맺는데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해도, 관계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보기 싫은 사람을 계속 보거나, 관계가 끝나는 것이 두려워 관계를 위한 관계를 맺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이러한 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알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서로에게 집착하거나 소유하려 할 때 그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힘이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자녀를,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을, 연인 간, 친구 간에 내 마음대로 하려 들 때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사실 '너를 위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깊은 곳에는 나의 만족과 욕심이 있다.인간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사회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에밀 뒤르켐은 이러한 이중적인 존재를 '호모 두플렉스'라고 명명하여 사회적인 존재에 의해 개인적인 존재가 길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근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자유로운 '개인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먼저임을 더 강조해왔고, 실로 인간은 나면서부터 독립된 인격체이다. 어린 아이를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객체이기 때문에 소유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소유하려 들 때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따라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소유와 집착의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삶을 존중하여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줄 때 그 사람은 내 곁에 머무르게 된다. 또한, 소유의 마음을 내려놓으면 나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관계를 내 곁에 묶어두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어,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원래의 '나' 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 결국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아예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서로에 대한 소유와 집착을 내려놓은 채 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잘'싸우고 맞춰가는 시간을 가질 때, 관계의 질은 보다 높아지고 스트레스는 좀 더 낮아지지 않을까.

2019-01-30 13:08:50

[매일춘추]과학기술의 발전과 예술

4차산업혁명의 길은 그 과정으로만 본다면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그 단어가 명명되는 그 순간 마치 이 명제에 모든 인류가 맞추어져야 할 것처럼 여기어 졌고 매스컴은 이 변화의 속도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 시키고 있으며 그 변화에 맞추어지지 못하는 인간은 영원한 낙오자가 될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활동을 표준화하는 두뇌연구, 그 표준화된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기술, 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우리의 선택을 대신해주는 무인시스템, 생산의 틀을 바꾸어놓을 3D인쇄기술, 사람을 도와 많은 일들을 감당해낼 로봇공학, 스스로의 신경망을 만들어 자신의 오류를 보고 없이 수정해 나가게 될 인공신경망 등등의 단어들을 대면 할 때면 우리의 내면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무력함과 개별성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이렇게 우리의 생각의 속도를 훨씬 앞서는 과학/인터넷기술의 발전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음악의 아버지 바하는 '완벽한 예술은 기술을 숨긴다.' 라고 했다. 작곡에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창작자의 작품을 보거나 들으면서 그것으로부터 감동이라는 것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이유를 단순히 기술의 완성도가 좋았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 작곡가의 음악을 판단함에 있어 그가 남긴 어느 단 하나의 작품으로 그 작곡가 전체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작곡가의 작가로서 가지는 방향성이다. 우리는 이것을 작가정신이라고 한다. 어떠한 작품을 지향하고 추구하는가, 어떠한 인생의 무게를 이 작품을 통해 남기고자 하는가, 왜 이런 작품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종합적인 물음을 전재로 작품과 작가 또한 평가 되어져야 한다. 여기서 기술은 그저 작가의 의도를 담아내는 빵틀에 불과하다. 물론 먼 미래에는 우리와 똑같은 인격체를 가진 A.I.가 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키고 더 키워나가야 할 부분은 인간으로서 느껴야 하는 것들을 온전히 지켜나가려는 의지가 아닐까 한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고유영역인 창작성,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기만족, 예술가로서의 의무와 책임, 인류에 대한 사랑,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예술로의 방향성, 개별적인 음악적 색채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등을 생각한다면 문화라는 거대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나 평균적인 수치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서영완 작곡가

2019-01-29 13:25:07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말로써 말 많은 나전칠기

고려조 500년의 전통미술품으로 알려진 나전칠기(螺鈿漆器)가 최근 설화(舌禍)의 중심에 놓여 수난을 당하고 있다. 나전칠기란 칠공예의 장식기법으로 얇게 간 전복이나 소라 등 형광 형태의 조개류 껍데기를 오려 내어 옻칠 기물(器物)의 표면에 입히는 '자개박이'를 말한다. 대구․경북의 유명 가구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값비싼 자개농이나 화장대, 문갑 등에 많이 쓰이는 공예기법이기도 하다.그런 나전칠기가 정치권력의 입김에 따라 문화재로 둔갑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비로 사들이라는 구매 압력까지 받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게다가 전통미술의 대표성을 자랑해온 나전칠기가 부동산 투기의혹에 휩쓸리고 대통령의 휘장이나 선물용 시계와 영부인의 손지갑에도 장식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떠올리는 얘기까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물론 나전장인(螺鈿匠人)의 반열이나 제조기법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전칠기가 마치 자신의 전유물인 것처럼 정치권력이 내뱉는 '말'의 성찬(盛饌)이 문제를 더 키운 게 아닐까? '말'이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인 언어의 체계이다.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지 않고 잠시도 살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말도 가려서 해야 한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자칫 말꼬리를 물고 설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말에도 맛이 있다고 한다. 쓴맛, 단맛, 쓴소리, 단소리… 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도 있지만 툭, 한마디씩 던져도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있다. 말이 많지만 조리정연하게 물 흐르듯 청산유수(靑山流水) 같은 말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남의 말을 무시하고 듣는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막말까지 쏟아내는 것은 탁수난류(濁水亂流)다.새삼 조선조 영조 때의 선비 김천택의 가집(歌集)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린 글이 생각난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말이란 덧붙일수록 여러 해석과 오해를 낳아 문제를 더 키울 수 있으니 아예 입을 닫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남없이 말조심하며 살아야겠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1-28 11: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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