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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양 외과전문의

[매일춘추]친환경적 생활의 제도적 뒷받침

개인이 건강을 위해 조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회적·제도적으로 환경호르몬을 줄이고 건강을 챙기도록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우리가 시작할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나는 15년 전 그렇게 걷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걷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즘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 너무 많아 걷기는 아예 포기했다.쾌적하게 걷고 싶도록 도심 차량진입을 통제해야 한다. 차선을 줄이고 주차료를 올리면서 차를 모는 것이 불편하도록 해야, 걷는 것을 장려할 수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인도로 다니면 불법이고, 도로에 다니다 사고가 나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크게 다치기 일쑤다. 자전거 도로는 많지도 않지만, 안전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안전운전을 강조하는 것도 맞지만 자전거만 규제를 점점 강화시키고 있다. 편리하게 자전거를 타도록 만들지도 않으면서, 올해부터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면 처벌하고 헬멧을 사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규제 위주로 나간다. 급증하는 자전거 사고는 안전수칙 위반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도시 농업은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제안한다. 현재 아파트 단지에는 꽃밭, 놀이터가 기본으로 되어 있다. 꽃밭의 일부는 공동 텃밭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소로 활용하자. 놀이터와 더불어 주민들 소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노인은 아이들을 돌보고, 무료하거나 치매에 걸린 노인은 꽃이나 채소를 가꾸는 일을 하도록 주선하자. 건강한 흙과 농산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환경보호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된다.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든 흙은 각 가정 베란다에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를 키워서 먹도록 안내를 해준다. 독일의 가정 텃밭(Klein garten)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단독 주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작은 텃밭이라도 가지도록 권장한다.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서 처리하는 방법과, 쉽고 건강하게 채소를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다.좀 더 확장하면 각 동네마다 빈터를 주차장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꽃밭이나 텃밭을 만들면 세금 혜택을 줘야 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자기들끼리 문제점을 발견하고, 직접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해 나간다.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농사를 살려야 한다. 현재와 같이 유통업자가 중간에 끼는 경우, 미끈하고 깨끗한 모양 위주의 농산물을 비싸게 사먹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원칙을 지키는 농부는 마음 놓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건강한 농산물을 믿고 사먹을 수 있도록 직거래를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흐름을 각 지자체가 나서야 조정할 수 있다.

2018-12-27 12:00:47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무술년, 참 멋지게 잘 살았다"

이제 몇장 남지 않아 앙상해진 달력을 한장 더 뜯어내며, 숨차게 달려온 한 해를 뒤돌아본다. 매년 12월 이맘 때면, 직원들과 모여 조촐하게 김밥 한 줄 싸먹고, 미리 준비해온 편지를 공개하는 감사 송년회를 정기적으로 해왔다. 함께 수고하고 고생했던 직원들이 모여서 한해 동안의 감사를 이야기하고 나눈다.서로를 향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기도 하고, 업무상 서로 힘들게 하고 마음 상하게 했던 것을 솔직히 고백하며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한 감정을 회복하는 감사송년회는 그 어떤 업무시간보다도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지난주 직원들과 감사 편지를 서로 읽으며, 2018년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심에 감사합니다." 20여명이 넘는 중간관리자들이 사뭇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처음부터 완전한 누군가는 없다. 한 직원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성장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작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내 지식이 온전하지 않고 부족한 상태에서 직원들에게 결과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나'라는 반성을 해 본다.'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함께 즐길 수 있는 2019년을 만들고 싶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 든 생각이다. 경영은 리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협력 없이는 되는 일은 없다.올해도 직원들과 함께 웃고 때로는 힘든 일을 헤쳐나가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많은 일들도 많이 겪었다. 그 일들을 극복해가는 시간 속에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간다.삶이라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다. 모든 일들이 예상한대로 움직이고, 계획대로 정확하게 돌아간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기에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며 극복해 가는 것이다.인생을 여행에 자주 비교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부푼 꿈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막상 여행하는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이어서 힘들고 지쳐버린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그런 어려운 일들이 최고의 추억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2018년 올 한해도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음을 고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지 못할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라는 것을 마음 속에 새기며, 멋지게 하루 하루 채워갈 기해년을 기다려본다. 무술년도 참 멋지게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2018-12-27 10:18:03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슬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도움들

또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슬픈 일이 많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가 떠났고, 어제까지 함께 했던 친구가 떠났고, 사랑했던 고모와 고모부가 한꺼번에 떠나셨다. 슬픔에 젖어 별 생각없이 명복공원이라는 화장터에 처음으로 갔었는데, 몇 달 후 다시 그곳을 찾게 되었다. 내 감정과 관계없이, 이곳을 방문할 일은 앞으로도 많이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간들은 온 몸으로 서서 버티며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 또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디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 대단하게 보였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있어 그 사람의 존재가 가지는 무게가 얼마인지를 몰랐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이들 같이 웃고 떠들며 그 순간이 즐거워 그렇게 행복이 지속되길 바랬던 그날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은 친구가 떠난 후에 더 깊이 느꼈다.갑작스런 사고로 고모와 고모부가 떠났을 때는 차원이 다른 슬픔이었다.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육체가 곁에 있고 머릿속 가득한 생각으로 함께 있는데, 어디까지가 죽음이고 어디까지가 삶인가. 무척이나 슬펐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았다. 누구는 심장이 멈춘 사람 때문에 울고, 누구는 남겨진 이들 때문에 울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어줬다. 많은 이들이 위로해 주셨다. 도움이 되고, 힘이 되었다. 감사했다. 그 많은 도움을 받고나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평소 감사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고 상당부분 비판적이었다. 많은 도움들이란 사고현장에서 도와준 이웃들, 불길 속을 뛰어들어 진화한 소방관들, 구급차가 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사람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들, 먼 길을 달려와 손을 잡고 위로해준 많은 사람들, 슬퍼하고 걱정해준 분들, 사고 지원팀과 사회지원 부서에서 받았던 도움들 등. 나는 하루하루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유치원 때 배웠던 것이 떠올랐다. '벼 한 톨, 한 톨에 농부 아저씨의 땀과 수고가 담겨 있으므로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어야 한다.'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력, 희생과 투자로 많은 이들이 잘 살아간다.다가오는 2019년 돼지해에는 올해보다 더 따뜻하고 더 나은 대구 나아가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도한다.

2018-12-26 12:04:07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한 항해

다양한 사람들이 상담실을 방문한다. 사람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그들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자신만이 갖는 고유한 어려움을 누구나 가질법한 보편성에 포함되기를 바란다.사람이 살면서 크고 작든 간에 고민은 늘 있다. 그렇지만 상담 경험은 극소수이다. 심각한 문제를 가졌거나 나약한 인간의 경험이라는 편견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기쁜 일로 상담실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기 성장을 위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라는 질문은 개인의 고통을 타인에게 이해받고, 스스로 변화하고 싶다는 용기있는 자의 또다른 표현이다. 설령 편견이 사실이라고 할 지라도, 즉 상담이 불행하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주홍글씨'를 의미한다고 할 지라도, 가장 진정한 인간의 징표일 것이다.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솔직하고 겸허한 자기이해와 수용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편견에 맞서는 용기와 편견을 수용하는 태도는 삶에 대한 책임과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 때, 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한 출항은 시작된다.다행스럽게도, 심리적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재해석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외부의 시선으로 삶을 평가하기보다 자기 내부의 평가로 삶을 성장시키고자 한다. 고유한 개인적 특성을 중요시하기에,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고 나아가기를 원한다. 이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책임지는 태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는데 도움이 된다.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칫 자기 성장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 공동체의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시되다보니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된다면 성숙한 인간다움을 갖기 위한 항해는 위태로워진다. 순항을 위한, 아니 이 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기꺼운 마음'이다. 기꺼운 마음이란 불완전한 우리가 서로의 삶에 관여됨을 수용하고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실천적 행위로 표현되는 것이다. 실천적 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을만큼, 타인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주고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말과 행동을 포함한다.우리는 이렇게 모두가 연결되어 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해 오늘도 항해 중이다. 이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인간다울 때 가장 반짝인다. 그것도 성숙한 인간다움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오늘도 나는 상담실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이들을 기다린다.

2018-12-25 14:37:59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반성 2018

오래전 어느 날 우연히, 참 재미있는 시를 한 편 읽고는 아예 통째로 외어 두었다. '술에 취하여 수첩에다가 뭐라고 썼는데, 술이 깨니까 알아볼 수가 없었고(괴발개발 필체), 술 몇 병을 마신 다음에(취기 충만하여) 봤더니,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었다'는 내용의 시다. 이 시를 외우고 보니 제법 요긴했다. 어쩌다 가진 술자리에서 은근히 암송해주면, 누구든 자기 얘기인양 공감하고 즐거워했기 때문이다.시의 제목은 '반성 16'이다. 1980년대, 김영승 시인이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낸 첫 시집에 수록돼 있었는데, 이후로도 '반성' 연작은 이어졌다. 최근에는 '반성 827'도 읽은 적이 있다. 앞으로도 그의 반성은 계속될지 모르겠다.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박한 이웃들의 모습에서, 심지어 키우는 개의 행동을 통해서 끊임없이 삶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의 시가 사랑받는 것은 '공감'의 힘이라고 느낀다. 눈꼽 만큼도 반성할 게 없는 사람, 한번도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는 누가 읽어도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가릴 것도 꾸밀 것도 없이 진솔하게 말이다.오랫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을 통해서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반성에 이르기도 한다.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수십년 동안 썼던 낡은 지갑을 잃어버리고 그 지갑과 함께 한 긴 시간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했다. 마치 '고해'처럼 들렸다. 지금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푸치니 걸작 오페라 '라보엠'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4막에서 철학자 콜리네가 죽어가는 미미를 위해 한 벌 뿐인 외투를 팔러가면서 부르는 '외투의 노래'라는 아리아.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외투를 벗으며, "낡은 외투야, 그동안 감사했다. 부자와 권력자에게 등을 굽히지 않았고, 동굴 같은 주머니에 수많은 철학자와 시인의 책을 넣게 해주었던 너에게 작별을 알린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내용을 울림이 깊은 베이스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사람은 누구나 반성을 하며 산다. 필자 역시 감히 시(詩)를 운운할 수는 없지만, 빈 종이에 메모도 하고, 때로는 반성문 같은 일기도 쓴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새해가 시작된다. 책상 위에는 받아둔 새 달력과 다이어리가 있는데, '2019'라는 숫자가 영 어색하다. 남은 며칠이 쏜살처럼 사라지기 전에, 만사 제쳐놓고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반성 2018'이다.

2018-12-24 12:01:40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연말, 포트락 파티를 즐기자

현재 많은 이상한 병들이 생겨나고 있다. 누군가는 이미 편리하게 적응해 버린 현대화로 인해 환경호르몬 피해에서 늦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뛰어난 인간의 현실적응 능력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 상황을 극복하리라고 속단한다. 미래야 어찌되었던지 현재 우리들이 힘들고 아프다. 포기할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다. 원인은 복합적이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렵다. 하지만 우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하면 한가지씩 해결책이 보인다.우선 개인적으로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불편한 생활습관을 익혀야 한다. 제일 큰 문제는 플라스틱과 비닐. 조그만 에코백을 항상 들고 다니자. 의외로 쓰임새가 많다. 컵, 젓가락을 비롯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자. 에코백에는 자기가 사용할 유리컵을 들고 다니자. 더불어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계단이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올라가자. 높은 계단일수록 더욱 반기자.건강한 음식의 첫 출발은 집밥이다.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고기를 먹어도 되고, 꼭 채식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가져야 한다. 맛이 아니라 건강 위주로 메뉴를 짜야 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조리과정이 쉽도록 해야 한다. 식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도록 입맛을 훈련시켜야 한다. 기본은 파이토케미컬이 많은 식이섬유를 먹는 조리법을 점차 익혀 나가자. 그러면 재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된다. 성가신 일이 아니라 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투자로 생각하면 재미가 있다.늘 집밥을 강조하지만 밖에서 모임이 많아 외식을 하기 일쑤다. 기존의 모임 형태를 조금 바꾸었으면 한다. 현재는 식당 밥을 모두 부담스러운 메뉴로 생각하면서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이제는 음식 위주가 아니라 만남, 얘기에 초점을 맞추자. 간단하고 건강한 샐러드 접시와 차 한잔을 두고, 대중 교통이용이 쉬운 장소에서 만나자. 주차가 쉬운 곳인지, 음식이 맛있는 곳인지가 만나는 장소의 중요 요인이 아니라 건강하고 간단한 음식이 고려대상이 되도록 우리들 인식을 바꾸자.저녁 만찬의 만남 역시 거나하게 한상을 차려주는 장소가 아니라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모임으로 바꾸자. 역시 음식이 모임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 만남과 대화가 주제가 되도록 하자. 더 나아가면 모임은 각자 집에서 만나면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만난다. 간단한 몇가지 음식에 같이 준비도 하고, 설거지도 같이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내가 준비하는 음식만 보면 실망할 수가 있지만, 음식보다 모임이 주가 된다. 더 나아가면 간단한 음식을 1,2개씩 준비해오고, 쓰레기는 각자 가져가는 포트락 파티를 꿈꾼다.

2018-12-20 11:42:30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추울수록 '얘들아, 나가 놀아라'

스마트폰에 있는 '전화걸기' 아이콘이 왜 수화기 모양일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아주 어린 친구들은 옛날 전화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모양이 사용되는 것을 이해 못한다고 한다. 그들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선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수화기는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다고 나름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한다.세대 간에는 문화적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나 너무 올드하고 촌스럽다고 느끼는 것들을, 요즘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뉴트로'(New+Retro) 문화가 회자되고 있다. 아래로는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연령대가 어려지는 반면 위로는 문화를 향유하는 연령대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문화향유 세대의 간격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증조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옛날 시골다방을 그 아들은 촌스럽다고 이야기 할지라도, 증손자가 보기에는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여길 수 도 있다는 것이다.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한다. 유년시절 강가에서 얼음배도 타고, 스케이트도 제치고, 눈사람도 만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아주 재미있던 얼음썰매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경주하며 일일랭킹을 매기며, '내일은 이겨보리라' 다짐하며 집에 돌아와서 지팡이 끝에 박아놓은 쇠못을 열심히 갈기도 했다.직원들에게 겨울철 추억에 대해 물어보니, 대부분 얼음썰매나 눈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촌유원지나 화원유원지의 꽁꽁 얼어붙은 강바닥 위에서 아빠와 함께 얼음썰매를 타던 기억들. 눈이 많이 온 날, 온 가족이 밖에 나가서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나뭇가지를 잘라서 눈도 붙이고 코도 만들어 붙였던 추억들.모닥불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눈에 젖은 장갑을 말리면서, 불량식품이라 불리던 국민간식 '쫀디기'를 구워먹던 기억 등등. 이렇듯 추워서 밖에 나가기 꺼려지는 날씨지만, 겨울철 추억의 대부분은 오히려 밖에서 뛰어놀던 기억들이 많은 것 같다.'뉴트로' 시대의 주인공 격인 요즘 어린세대들은 어떤 추억으로 겨울을 보내게 될까. 요즘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들이 많아져서,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도 사실이다. 실내 놀이터에서 컴퓨터 게임과 씨름하거나 휴대폰 SNS의 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겨울'이라는 계절에는 엄동설한에 밖에서 땀나도록 뛰어 놀아본 사람들만이 겨울철 놀이의 참맛을 알고, 제대로 된 추억도 만들게 될 것이다.너무 올드하다고 생각했던 얼음썰매나 눈썰매의 즐거움에 빠져서 땀방울 송글송글 맺히며, 얼음을 제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겨울 풍경이 상상만해도 따뜻하게 느껴진다."얘들아! 날씨가 추워질수록 나가 놀아라."

2018-12-20 11:11:31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선물같은 축제 '탄츠메세'

대구국제무용제 업무차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탄츠메세'(Tanz Messe)에 참여한 적이 있다. 격년제로 열리는 탄츠메세는 25개국 이상 50개의 무용컴퍼니와 2천여명의 공연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품의 홍보와 교류, 거래를 돕고 있는 세계 최대의 댄스마켓 중 하나이다. 참여한 공연 관계자들과의 만남, 새롭게 알게 된 무용단 정보 등도 중요했지만, 이 기간동안 하루에 6-7편의 작품을 봐야 하는 일정에 허리가 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감동적인 작품 하나를 마주할 때, 이전의 수고를 모두 잊을 수 있게 해줬다.그런데 이런 좋은 작품보다 내게 더 감동적이었던 것이 있었다. 그 해, 탄츠메세가 열리기 3일 전부터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주(州) 성립 70주년 기념축제가 있다하니, 비행기를 며칠 일찍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윌리엄 왕세손과 메르켈 총리도 참여한다하니, '우연히 마주치지나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뒤셀도르프에 도착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청한 8월의 말의 하늘아래 라인강변을 따라 수없이 길게 늘어선 부스들과 번잡해 보이는 축제 현장에서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은 축제가 아니라 체험식 휴양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보통 축제라고 하면 많은 인파들과 몇몇 볼거리의 공연들, 함께 간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돈을 쓰며 체험을 하고 맛난 음식들을 먹었던 기억들로 가득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간 NRW 70주년 축제는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및 프로그램들은 거의 무료였고, 비싼 재료가 쓰이고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고 시간과 정성이 오래 걸리는 데도 돈을 받지 않았다.곳곳에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그것 또한 무료.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범버카와 회전목마, 꼬마 바이킹, 기차까지. 대관람차를 타고 반대편을 보면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을 비롯해 거장들의 예술품과 같은 건물들과 뒤셀도르프의 아름다운 미디어 하버가 함께 한눈에 들어왔다. 놀이동산도 아닌데 강 주변에 놀이기구가 있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었는데, 며칠간의 축제를 위하여 모든 놀이기구들을 설치하고,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무척 놀랐다. 3일간 축제 현장 곳곳을 돌아보며 많은 것들에 놀라고 감동했다. 더불어 이것들을 만들고 계획한 사람들이 궁금해지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문득, 지난 가을 안동의 한 축제장에 가서 겪었던 나쁜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독일의 축제와 대조된다. 열심히 참여해 만든 도자기가 택배비까지 지불했는데,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부스 주인의 연락처도 모르지만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적어놓은 연락처로 소식이 오려나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내년에는 대구에서도 선물같은 축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해 본다.

2018-12-19 11:16:05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부모 됨은 홀로서기의 과정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이 있다.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말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속담을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왔다. 그러나 속담의 진정한 뜻은 부모가 되고 나서야 깨닫기에, 준비되지 않은 부모는 오늘도 전쟁을 치른다.양육전쟁의 패잔병이 된 부모는 상담실에 와서 백과사전을 찾는다. 자녀 행동에 대한 갖가지 대처방법이 적혀있는 백과사전 말이다. 안타깝게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지침서는 없다. 내 아이는 이 세상에 딱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우연히 적절한 훈육을 발견해도 다시 찾아 헤맨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양육 행동으로 키우고자 할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양육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등대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당신은 홀로 서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답하고 싶다.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으로서 책임있는 삶을 살아가는 독립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머릿속의 다짐일 뿐 실제 생활은 다르다. 이는 양육에 대한 걱정과 조바심으로 나타나는 부모의 불안이 하나의 요인이다. 마치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부모의 불안은 자녀에 대한 이해를 늦춘다.예를 들어보자. 자녀의 등교 거부는 부모의 걱정거리이다. 학교생활은 긍정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대변하기에 걱정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등교 거부에 대한 자녀의 마음을 살피기보다 부모의 커져 버린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의 온갖 당근과 채찍으로 자녀는 등교할지 모르지만, 등교 거부의 진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자녀를 이해할 기회는 부모의 불안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또한, 부모의 불안은 자녀가 성장하는 기회를 뺏는다. 문제행동을 자녀가 거쳐야 할 과업으로 보지 않고, 부모의 불안 감소를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모가 문제행동을 먼저 제거함으로 인해 자녀는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거나, 문제 해결력 부족으로 적응이 힘들어질 뿐이다.이와 달리 문제행동을 자녀가 살아가야 할 삶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 자녀는 문제행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부모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요청하고 의논할 수 있다. 이 때, 문제행동은 자녀를 성장시키고 독립된 인격체로 나아갈 기회가 된다.이처럼 양육은 자녀의 삶과 구분할 수 있는 지혜와 안정되고 독립된 마음이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분리하지 못하면 자녀를 독립시킬 수 없다. 어쩌면 부모 됨은 끊임없이 단련하는 홀로서기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홀로 서 있는 부모만이 새로운 인격체의 탄생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2018-12-18 11:50:00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오페라의 생생한 현장감

오페라는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다. 물론 음악이 중심에 놓이지만 문학적인 부분, 연극적 요소, 미술과 건축, 의상과 분장까지 어느 것 하나 뒤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부분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예술장르라고 할 수 있다.하나의 작품을 무대화할 때는 극장이라는 공간적 조건과 공연 시기별 특성을 감안한다. 더불어 제작주체의 재정적 상황까지 고려하여 작품을 선정하고, 연출자와 지휘자를 정하고 배역별 캐스팅을 진행시킨다. 똑같은 작품을 정하더라도 연출자와 지휘자 또는 출연진에 따라 매 공연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심지어 같은 캐스팅으로 공연한다고 해도 각각의 공연은 결국 다르다.오페라는 '순간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대의 막이 열리고, 내릴 때까지 바로 그 시간 동안 무대와 객석에 함께 하는 사람들만이 오롯이 누리는 예술이다. 공연에는 대단히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흔한 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출연자들의 컨디션이 달라지고, 공간의 외적 환경이 달라지며 관객 역시 매번 달라진다. 관객 또한 공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오페라를 생물처럼 여긴다. 오페라는 박제된 무엇이 아니라 생생하게 현장에 살아있는 것이다.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4회에 걸쳐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리게 될 푸치니 걸작 '라보엠'을 준비하면서, 오페라는 살아있음을 또 한번 실감한다. 당초 로돌포 역으로 참여하게 된 베를린 도이체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테너 강요셉의 건강에 갑작스런 적신호가 켜졌다. 대단히 비중이 큰 배역인 만큼 제작진은 일순 당황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경험이 풍부한 극장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커버'(Cover)를 배치한다. '커버'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후보가수다. 꼬박꼬박 연습에 참여하며 준비하고 있다가, 주역가수의 컨디션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그 자리에 투입된다. 후보선수가 주전으로 입장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며,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번 '라보엠'에서 바로 그 기회를 잡게 된 사람은 테너 조규석이다.전설적인 테너 파바로티가 1963년 런던 로열오페라의 '라보엠'에서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커버로 데뷔해 마침내 세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것처럼, 테너 조규석은 오랜 시간 연마한 실력과 자신만의 매력을 '라보엠'에서 아낌없이 보여줄 기회가 올 것인지 기대된다.오페라는 틀림없이 매 순간 살아숨쉰다. 바로 그 순간의 생생한 감동을 더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2018-12-17 12:06:01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소설 "The Gift of the Magi"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잘 알려져 있다.가난한 남편은 집안의 가보 시계를, 아내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팔아 서로에게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감사와 사랑을 가르쳐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그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어떤 선물을 가져다 줄지 설레어 하며 양말을 걸어놓고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양말이 너무 작아서 선물이 안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말이다.크리스마스 선물이 부모님이 사다 주는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성장 통과의례 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 설렘이 학습되어서인지 몰라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행복 가득한 웃음이 입가에 머문다.12월의 크리스마스는 11월에 시작이 된다. 11월 첫날 크리스마스 시즌을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눈이 아프도록 찬란한 불빛들이 켜진다.한해가 언제 이렇게 지났냐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잠시 품으면 12월이다.'월화수목금금금'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족들과 중요한 날에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는 것이 다반사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카드를 준비한다.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낄 겸 동성로를 돌며 예쁜 카드를 가족 수만큼 샀다. 카드 앞에 가족의 이름을 쓰고 빈 카드 용지를 내민다. 이른바 롤링페이퍼다.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카드를 같이 쓰는 것이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 행사다. 조용히 숨기고 싶은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서로의 기쁜 마음을 내놓고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크리스마스가 설레는 이유는 이 날을 빌려 누군가에게 그동안의 감사를 표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뜻하지 않은 기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 것 같다. 평소 일하느라 가족을 제대로 못 챙겼을 아빠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 가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사랑고백을 미처 하지 못했던 커플들은 이날을 빌려 야경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에 취해 마음속의 고백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축복받은 날이다.꼭 비싼 선물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이 선물을 하기 위해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배려해 왔는지에 더 감동할 것이다.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쁜 크리스마스카드에 정성 들인 손편지를 함께 줄 수 있다면 더욱 멋진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2018-12-13 14:01:16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음식물쓰레기 처리의 심각성

내가 채식을 시작하자 음식물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무엇이 음식물쓰레기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공부해보니, 음식물쓰레기를 나누는 기준은 나라마다 달랐다.선진국은 퇴비로 만들 수 있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우리는 동물사료로 사용하는 것만이 음식물 쓰레기이다. 그러니까 같은 채소라도 딱딱한 물질이나 옥수수껍데기, 달걀껍질은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다. 당연히 생선이나 고기도 아니다.각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는 매립하거나 동물사료로 쓰거나, 2가지 방법으로 처리한다. 땅에 매립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문제가 많다. 매립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 계약이 안되면 한번씩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침출수가 나오고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현재 많은 음식물쓰레기는 가축 사료용으로 활용한다. 주민들이 정확하게 분류한 것도 아닌데 재분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냥 큰 기계에 들어가서 섞고 갈면 동물사료로 나오게 된다. 고기가 섞인 것이 동물사료로 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무엇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처리비용만 1년에 500만t, 9천억 원이다.정부에서도 음식물쓰레기의 심각성을 알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년 전부터 분리수거를 하고 줄이자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생활쓰레기의 20%를 넘고있다.(선진국은 10%). 몇 년전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고 음식점에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해서 27%나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 된다.나는 마당이 있으므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있다. 부패가 아니고 발효를 시켜야하므로 조금의 수고는 해야 한다. 미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25℃ 내외), 수분(한번씩 물을 줘야 한다), 공기(가끔씩 뒤집어야 한다), 영양분(질소·탄소 비율이 3:1)이 맞아야 한다. 이런 방법이 개인차원을 넘어서 동네차원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현재 도심에서는 주차장이 부족하므로 노는 땅을 주차장으로 내놓으면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차장은 더 많은 차를 가져오도록 만들고, 환경오염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악순환이다. 이런 땅을 동네에서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는 땅으로 만들고 세금혜택을 주자. 아마 음식물쓰레기 5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관리하는 방법을 상의하고 운영을 하면 음식물 쓰레기 활용도 할 뿐더러,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점차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도 할 것이다.

2018-12-13 11:59:10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새로운 공연장에 대한 상상

올해는 유난히 야외공연이 많았던 것 같다.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라 정식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많은 공연이 있었다. 야외공연장이라고 정식 명칭된 곳에서의 공연 외에도 가무대 형식의 장소, 미술관, 체육관, 병원, 주민센터, 시장, 철도역, 잔디밭 등.10년 전 학교에서 환경연극과 장소 특정적 공연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그 새로움에 대해 참으로 신선했는데 현재 공연이라는 것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러 형태의 공연이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된 듯하다. 과거 '버스킹'이라고 불리던 야외공연들도 이제는 그 정의와 경계조차 모호한 듯하다.수원에 '고색뉴지엄'이라는 곳이 있다. 수원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이었던 폐수처리장을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한 곳이다. 전시는 물론 도서대여, 문화교육 프로그램 진행 및 공연까지 이뤄진다. 나 또한 공연을 계기로 그곳을 알게 되었다.대구에도 이와 같은 곳이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션 그리고 자갈마당 성매매업소가 있던 곳을 개조해 작은 미술관으로 만든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한국 최초의 담배 생산공장이었던 대구 KT&G 연초제조창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해 2013년에 개관한 곳이다. 지금은 대구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대구예술발전소 옆에 또 하나의 건물이 있다. 대구시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자, 그 지원사업으로 창의적 문화예술기반 구축 및 청년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지원을 내걸고 KT&G 옛 사택, 아파트 2동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수창청춘맨숀'이 그것이다. 이달 3일 개관을 하고, 현재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이렇게 예를 들 정도로 다양한 장소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공연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빠르게 변화하며 지금은 또다른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이런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연령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연장은 8세 이상 관람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공연은 유모차를 타고 지나가던 아이도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자연스레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훗날 공연이라는 것이 공연장에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공연장도 장소적 측면에서는 공연의 한 형태다. 그와 함께 10년 쯤 뒤에는 현재의 공연장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까. 어떤 형태의 또다른 공연장소가 생겨날까.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공연을 하는 장소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기상천외한 공연장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18-12-12 11:45:17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사랑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1년 전 그와의 만남은 유난히도 아픈 만남이었다. 내 곁을 떠난 사촌동생의 미소와 닮아서인지,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기 전에 상담이 중단되어서인지 모르지만, 지금도 마음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소리없는 눈물과 붉어진 콧망울 그리고 가끔 짓는 억지웃음이다. 그 웃음이 자신을 달래는 자기 위안이었는지, 듣는 이가 걱정할까봐 애써 웃어주는 것 인지 알 수 없으나, 미소짓는 모습에 내 마음마저 애잔했다. 아픈 사연을 아무도 모를 만큼 해맑은 얼굴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녔다. 모든 결과가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며, 자기개발서를 교본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말이다. 아무도 없는 곳이나 모두가 잠든 밤이 되어서야, 자신의 힘듦과 외로움을 들여다봤다. 무엇이 이토록 혹독하게, 무엇이 이토록 그를 외롭게 하는 걸까.그를 생각하면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떠오른다. 영화의 주인공은 여자 복싱선수. 복싱을 하겠다며 체육관에 들어선 그녀는 푸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여느 영화처럼 혹독한 자기관리와 함께 훌륭한 코치를 만나면서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장과 행복한 결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의 성공은 자기 성장이 아니라 가족의 희생양으로 살아온 결과이기 때문이다.가족애로 시작한 주인공의 자발적인 노력은 성공이라는 문을 통과하면서, 파렴치한 가족을 위한 과도한 자기희생으로 변한다. 어쩌면 영화의 제목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가족의 소중한 아기가 아닌, 경제적 가치의 존재일 뿐이라는 씁쓸한 메시지를 전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아침드라마 제목인 '큰언니'와 같은 느낌이랄까.이처럼 왜곡된 가족애는 자신과 가족을 아프게 한다. 예를 들면 부부애가 모성애보다 강할 때, 든든한 보호자의 부재로 자녀는 사회적응이 어려워지고 높은 불안을 갖게 된다. 가족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젊은 부부 사이에서 볼 수 있다. 또 효도가 모성애보다 강할 때,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자녀상으로 강화되면서 어느 순간 부모와 자녀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나약한 부모를 보살피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말이다.억지웃음의 그는 어머니의 희생과 보살핌에 대해, 사회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 효도하고자 애쓰는 경우이다. 폭군 아버지로부터 생존한 동지애를 가진 두 모자는 자신을 돌보기보다 서로를 위해 살아왔다. 그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청춘을 다 받쳤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효도하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자기 돌보기가 없는 이타적인 사랑은 겉으로 억지웃음을 보일 뿐, 남모르는 외로움과 힘듦을 숨기게 되는 불균형을 만든다.사랑에도 질서와 균형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짝사랑은 때론 낭만적이고 애틋하지만 완전한 사랑일 수 없다. 건강한 가족 만들기는 가족간의 위계질서 속에서 자신과 가족 돌보기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처럼.

2018-12-11 14:19:01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오페라 '라보엠'의 첫사랑 이야기

#1. 주머니는 텅텅 비었지만 열정 가득한 청년예술가들이 한 칸짜리 옥탑방에 모여 산다. 시인과 화가, 음악가 그리고 철학자. 때는 칼바람 부는 겨울이지만 언감생심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었던지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벌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당장 카페로 가자며 의기투합한다. 오늘은 멋진 크리스마스 이브니까.#2.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곧 뒤따라 가려던 시인은 뜻밖의 방문객을 맞는다. 마찬가지로 춥고 배고픈 처지지만, 어딘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한 미모의 옆방 아가씨가 뭔가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다. 한 눈에 서로 반한 시인과 아가씨는 곧장 커플이 되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시인은 아가씨의 찬손을 따뜻한 마음으로 녹여주고 싶었다. 거리에는 하얀 눈이 축복처럼 내리고, 불빛 가득한 카페는 파라다이스처럼 아름답다.#3. 시인과 아가씨는 그 해 겨울을 함께 지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가씨는 병색이 짙었으며, 시인은 여전히 가난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웬일인지 자꾸 부딪치게 된다. 어느 날 크게 다툰 두 사람은 이제 헤어지자며 맘에 없는 소리를 한다. 아가씨는 시인에게 부담을 주는 자신이 미웠고, 시인은 아픈 그녀를 돌보지 못하는 스스로가 못내 괴로웠던 것이다.#4. 아가씨와 헤어진 시인은 하루도 그녀를 잊은 날이 없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항상 서글픈 마음이다. 그녀도 마찬가지였을까.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를 이끌고 시인을 찾아온 아가씨는 숨겨뒀던 진심을 전하고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도 없게 된 두 사람. 아픈 첫사랑의 추억만 시인의 몫으로 남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첫사랑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것이다. 젊었고, 그래서 가진 것이 없었고, 매사에 서툴렀고, 늘 뒤돌아서서 후회했던 시간들이지만, 먼 훗날 되짚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는다.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사랑받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은 이렇게 아련한 첫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로 각색돼 또 그만큼 사랑받은 걸 보면, 어느 시대에나 어떤 영화 혹은 TV드라마로 꾸며진다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인 것 같다. 다가올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역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게 되는 오페라 '라보엠'. 가장 낭만적이며 품격 있는 연말을 보내는 데 이보다 멋진 순간이 있을까.

2018-12-10 11:22:36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도시농업<2>,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시민들이 농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우리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들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농업기술센터. 농사를 원하는 시민이 각 지역의 센터로 흙을 보내면, 성분분석을 해 준다. 인, 질소, 칼륨, 마그네슘 등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성분들을 분석해 주고, 모자라는 성분을 어떻게 보충하라는 친절한 처방까지 무료로 내려준다.그리고 각 도시마다 대규모로 도시농업박람회를 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정보를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구도 6년 전부터 하고 있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엄청 많다. 그만큼 도시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참가하는 인원수로만 보면 대성공이다.하지만 땅 성분을 분석하고 부족한 것을 처방내리는 방법이나 현재와 같은 도시농업박람회에 대한 아쉬움은 많다.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은 농산물 수확량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농산물을 바란다. 식물이 잘 자라도록 성분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농산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정보를 줘야 한다.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한 농산물은 미생물이 많고 다양한 영양분이 있는 땅에서, 자기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물과 영양분을 찾아가면서 자란다. 그렇다면 부족한 영양분을 간단하게 비료로서 해결하라고 알려줄 것이 아니라 좋은 흙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가르쳐야 한다.도시농업박람회조차 수경재배에 대한 정보가 있고, 실내에서 LED조명으로 키우는 방법을 신기술이라고 선전하고 세미나까지 열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하게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아예 없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손으로 뽑는 것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비닐 멀칭으로 해결하라고 말하면 안된다. 비닐 멀칭은 손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습기가 항상 뿌리 주위에 있어서 식물 스스로 물을 찾아 깊게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다양한 미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은 흙을 만들 뿐이다.정부는 장기적으로 시민을 교육시켜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줘야 한다. 그래야 농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망가진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더불어 궁금한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줘야 한다. 도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도심 농사가 안전한가이다. 공기가 나쁜 도심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상추를 키워도 안전한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얼마나 떨어져야 배기가스 영향은 없는지 등 이런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자체에서 지역에 따라 이런 부분의 안전성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2018-12-06 12:17:37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 대구

얼마 전 모임이 있어서 대구 삼성 창조 캠퍼스에 갔었다. 넝쿨이 멋들어지게 감싸고 있는 옛스러운 건물들과 그곳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 그리고 대학 캠퍼스가 연상되는 널찍한 공간과 건물들이 매우 근사해 보였다.'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건물들에 눈길을 주고 있는데, 마침 같이 동행한 대구 토박이 직원이 말을 건넨다. "여기는 예전에 제일모직이 있던 자리이고, 저 넝쿨이 있는 건물이 그 당시 직원 기숙사 건물이예요." 반세기전 청년 기업가였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서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하고 사업을 일궈갔을까. 역사가 깃든 넝쿨을 올려다보며 기업경영이란 '고난과 극복의 이중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새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면, 제임스 앨런의 책 '창업자 정신'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위기들을 이겨내는 기업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항상 내게 각인시켜 준다.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반역적 사명의식, 현장중시, 주인의식, 이 3가지를 가지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만들어간다.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성장에 도취되어 한눈을 파는 순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한다. 사명의식이 사라지거나, 현장의 소리를 무시하거나, 관료주의가 고착화되기 시작하면 기업을 성장 가능하게 했던 유연성이 사라지고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속도저하'가 나타나며 어느 순간 끓는 물에 담긴 개구리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낙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기업은 기업 자체가 아니다. 직원과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해가 함께 걸려있다. 지속가능 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내년 사업 계획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코오롱, 효성 등도 대구경북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이런 큰 기업들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잘 노출되지 않은 대구의 중견기업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들은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삼성 창조 캠퍼스의 넝쿨처럼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4차 산업의 중심에 있는 전기자동차, 로봇산업, 첨단의료산업 등에 대구시의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처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창업자 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버티고 있다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척박한 환경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시시각각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구에서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믿는다. 대구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2018-12-06 12:13:08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티켓값과 그 공연의 가치

대구에서 열리는 무용축제 중에서 매년 대구시가 지원하는 대구국제무용제라는 것이 있다. 올해가 20주년이니 가장 오래되었고, 매년 7개국 이상 수십 개의 단체가 참여하니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외향적인 것 외에도 대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작품 여러 편을 그것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대구국제무용제 총괄매니저를 맡은 지 올해가 9년째인데, 매년 우리 지역에서 세계 곳곳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관객의 한 사람으로 늘 기대되고 설레인다.해외에 있는 많은 팀들이 지원을 해, 어떤 작품을 선정할 지 항상 고민이다. 그런데 전통무용을 초청하는 경우는 드물고, 창작 발레는 작품이 드물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현대무용이라고 불리어지는 장르의 작품을 주로 초청한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해서, 선정한 작품이라 할 지라도 관객 또한 좋은 작품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도 있다. 어두운 조명에 친숙하지 않은 음악, 스토리 없는 몸으로의 표현이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세금으로 운영되는 페스티벌은 관객이 선호하는 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 뿐만 아니라 때로는 어렵고 생소하지만 새롭고 실험적인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시에서 지원하는 이런 축제들을 통해서 장르나 작품에 대한 편식을 막고 다양한 공연예술을 소개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전공생들이 좋아하는 수준높은 단체가 공연을 하게 되면 으레 티켓 값이 비싸다. 비싼 티켓 값을 주고 전문적인 공연을 보는 일반 시민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수준 높은 팀이 오면 전공자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대구국제무용제는 무용과 관련이 없는 일반시민들도 페스티벌을 통해서 쉽게 전문적인 공연을 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9년 동안 모든 공연을 전석초대로 진행하고 있다. 나 또한 많은 일반인들이 우연히 공연장에 들러 공연을 보고 "무용도 재미있다", "감동적이었다" 등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좋은 후기를 접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그런데 홍보기간 내내 걸려오는 많은 문의전화 중 이런 경우가 많다. '전석 초대인데 괜찮은 공연 맞냐'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분들도 계신다. '공짜인데 볼만은 하냐'는 것이다. 일일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지만, 기획의도가 달리 비춰질 때의 씁쓸함도 있다. 티켓 값이 비싸야 괜찮은 공연이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티켓 값을 비싸게 책정했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티켓 값만으로 공연의 질을 예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티켓 값과 공연, 양쪽 모두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 더 값진 공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티켓 값만으로 공연작품의 가치를 매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2018-12-05 11:51:43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미역, 세대를 연결시켜주는 인연의 끈

딸 아이가 미역국을 찾는 걸 보니, 보양식이 필요한가 보다. 맛있는 것을 먹고 힘내고 싶을 때, 딸은 친정엄마가 만드신 미역국을 찾는다. 다행히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는 나의 음식 솜씨에 안도하면서, 찬물에 미역을 불려본다. 미역은 참 재미나게 생겼다. 물 속에서 자란다는 점도 신기한데, 긴 지느러미를 닮은 모양마저 특이하다. 이런 미역을 왜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출산하거나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생일날 끓여 먹었을까.나도 여느 산모와 마찬가지로 첫 딸을 낳았을 때, 미역국을 먹었다. 한 여름에 태어난 우리 딸 덕분에 광어를 넣은 시원한 미역국을 맛봤다.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친정엄마의 특별한 메뉴였다. 딸 아이는 마치 그 때 맛본 친정엄마의 미역국 맛을 기억하듯, 격려와 지지가 필요할 때 이렇게 미역국을 찾는다.나 또한 엄마의 첫 딸이다. 엄마도 나를 낳고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한 그릇을 비웠을 것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젖을 내게 물렸을 엄마의 모습은 마치 나의 육체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성모 마리아와 닮았을까. 딸 아이와 달리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사랑이 엄마를 통해 전달되었던 그 탄생의 순간을 생각하면, 탯줄을 통해 전달된 그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미역은 긴 모양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일지도 모른다. 마치 탯줄처럼 말이다. 또 그 인연의 끈은 매년 다가오는 생일날을 기점으로 다시 연결된다. 운동장의 길게 널려진 만국기처럼 한 해의 추억이 깃든 사진을 남기면서 말이다.미역국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온 나는 지인이 초대한 가요제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가요제에 참석한 대부분이 60대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40대 초반인 뭔가 모를 부적절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짧은 영상이 소개되면서 가요제는 시작됐다. 영상의 내용은 우리 부모세대가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이 끝난 직후, 가요제의 분위기는 다소 경건함이 맴돌았다.불과 몇분 전의 부적절함 대신 감사와 존경심이 가득 차올랐다. 너무나 당연해서 가끔은 잊고 있었던 마음이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살았을 엄마의 삶은, 어쩌면 한순간 한순간 지탱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힘겨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순간의 고비를 넘기며 나를 낳아준 엄마가 없었다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그 때였다. 미역국을 보면서 느꼈던, 내 안에 전달된 그 무언가가 다시 느껴졌다. 나와 엄마가 다시 연결되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이제는 안다. 추운 겨울에 인력거를 끌면서 살아가는 노인에게도 삶의 빈곤함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그도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도 사랑과 생명력, 삶의 지혜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삶의 고비마다 그들은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지혜를 듣는다. 맛있는 미역국을 먹으면서 말이다.

2018-12-04 11:44:55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판타지를 좋아하세요?

사람은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든 조금씩 양면성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항상 일탈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을 도외시하지 못하고 삶에 천착한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말이다. 두 마음이 늘 함께 있으면서 다만 밀물썰물처럼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점점 더 현실적 감각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어느 날 매사에 유불리를 따지면서, 셈법에 익숙해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면 누가 뭐래도 어엿한 생활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그런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꿈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를 만나면 그에게 몽상가라는 라벨을 붙이게 된다. 이 때, 몽상가라는 표현에 웬일인지 크게 호의가 느껴지지는 않는다.하지만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대단히 현실적인 사람도 때때로 몽상가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1년 중 11개월을 현실이라는 건조한 전쟁터에서 먼지 일으키며 치열하게 살았다면, 12월 한 달 만이라도 판타지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이자 양식 또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예술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다름없다. 특히 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예술은 완벽하게 현실과 단절되는 판타지의 세계이다. 객석의 조명이 꺼지며 무대의 막이 열리는 그 순간, 우리는 현실을 떠나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겠지만 그 때는 마음이 훨씬 말랑말랑해져 있을 것 같다.오늘(4일)과 내일(5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립발레단을 초청해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며, 달콤한 선율의 음악도 좋지만 그 내용은 판타지 그 자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펼치는 환상의 세계. 왕자는 장난감 병정들을 이끌고 생쥐들과 전쟁을 벌이며, 소녀와 왕자는 마침내 승리해서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다. 스페인과 인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 인형들이 춤추는 환상적인 무대를 누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일까.12월의 초입, 어느 저녁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여러분에게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을 보낸다. 두 시간 남짓 몽상가가 되어 판타지에 빠져있는 동안 누구라도 마음에 물기가 돌고 마침내 꽃 한 송이 피우기를 기대하면서.

2018-12-03 11: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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