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매일칼럼] 위안부 할머니와 불나방

[매일칼럼] 위안부 할머니와 불나방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이른바 위안부 논란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관심이 75~76년 전 일제 침탈기에 희생된 위안부 문제 해결과 향후 한일 관계 정립과는 한참 비껴나 있다는 점이다.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은 위안부 단체를 이끌었던 윤미향 국회의원 개인과 그 단체의 도덕성, 부패 의혹에 집중돼 있다.이 할머니와 윤 의원이 주고받은 기자회견은 30년 잘 지내오다 완전히 틀어진 고부 사이를 연상케 했다. 그 사이가 왜 틀어졌는지 두 당사자들은 잘 알겠지만, 제3자로선 정확하게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고부 사이는 남편이나 자식들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만큼.이번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와 희망이 서로 교차한다.우려되는 점은 이번 논란이 두 당사자 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나 욕심에서 비롯됐을 경우다. 개인적인 권력욕이나 섭섭함 등 사적인 갈등으로 인해 빚어졌다면 주변에서 개입해 해결할 수도, 개입할 필요도 없겠다. 더욱이 이번 일로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의 수십 년 활동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들의 활동이 과대평가돼서도 안 되겠지만, 자기희생적인 오랜 활동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서는 더더욱 곤란하다.반면 희망적인 측면은 두 당사자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투쟁 방식이나 해결 방안에 대한 견해 차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경우다. 이럴 경우 우리 사회가 이를 공론화해 민간과 정부가 함께 논의해 볼 여지가 높다.하지만 이 할머니의 첫 번째 기자회견 이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불나방처럼 무작정 덤벼들고 있는 모양새다. 엄청난 양의 의혹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할머니와 윤 의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까지 난무하고 있다. 개인과 시민단체에 대한 온갖 의혹과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위안부 문제 자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이 할머니가 강조했던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죄와 배상, 한일 학생 간 교류를 통한 역사 재인식,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재정립 등은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지는 듯하다.위안부 문제를 꺼내면서 온갖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정치권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실제 해결 의지는 있는지 되묻고 싶다.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총선이 끝난 마당에 특정 세력이나 상대 진영에 화풀이식 공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특정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공격이나 다른 진영이나 정치집단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으로 카타르시스를 얻으려고 한다면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서로 생채기만 낼 뿐이다.어떤 진영이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양 호도해 마구잡이식 공격을 일삼는다면 그야말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음모론의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윤 의원과 해당 시민단체에 제기된 의혹은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에 맡기면 될 일이다.언론과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의혹 재생산과 정치 공방을 자제하고 80년 가까이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더 깊고 폭넓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불나방처럼 덤벼들다 불빛이 약해지면 다른 불빛을 찾아 흩어지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정부도 뒷짐 지듯 방관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2020-06-01 00:05:00

[매일칼럼]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이나 보라니

[매일칼럼]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이나 보라니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일 교섭을 맡았던 천영우의 언급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그가 밝힌 당시 한·일 교섭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이던 윤미향 당선인(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의 반응은 이렇다."(2012년 봄) 일본 특사가 위안부 문제 해법을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 거기엔 주한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를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일본 총리의 사과 친서와 일본 정부 보상금을 전달한다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천 전 수석은 윤미향 당시 정대협 대표를 만나 설명했다 "정대협이 지지는 못하더라도 극렬한 반대는 하지 말아 달라. 위안부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이보다 나은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때 "윤 대표 얼굴에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보고서야 '정대협과 할머니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1990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단체들이 모여 만든 것이 정대협이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문제 해결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특사가 해법을 들고 왔는데 이를 전해 들은 윤 대표가 곤혹스러워 했다는 것이다."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내부고발은 충격이었다. 윤 당선인을 둘러싼 온갖 의혹은 이후 불거졌다. 천 전 수석의 발언에 현재의 상황들을 오버랩하면 의문을 풀기가 어렵지 않다.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은 일찍부터 윤 당선인 가족의 자금줄이자, 놀이터였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1992년부터 정대협 간사, 사무총장을 거쳐 2005년부터 상임대표를 지냈다.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이 이런 놀이터의 소멸로 다가왔을 수 있다.무엇보다 윤 당선인은 법인이 아닌 개인 계좌로 수시로 모금을 했다. 모금액이 얼마이고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 말한 피해 할머니도 있다.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들이 국세청 공시에 빠뜨린 국민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이 37억여원에 이른다고 했다. 7억5천만원을 들여 '위안부 쉼터'라며 마련한 집에서 정작 할머니들은 쉰 적이 없다. 대신 6년간 7천500만원이 그 집 관리비 명목으로 윤 당선인 아버지에게 건너갔다. 7년 후 그 집은 4억2천만원에 팔렸다. 제값에 샀고 제값에 팔았다고 한다.정의연엔 정부 보조금, 기업 후원금, 시민 기부금이 쏟아졌다. 이 돈이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모두가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제 국민들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그런데 윤 당선인이나 민주당은 이를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덮으려 든다. 윤 당선인은 의혹을 캐는 언론에 "일제에 빌붙었던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한 친일 언론"이라 쏘아붙였다. 반면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에 대해선 "세상 어느 시민단체가 기부금 내역을 샅샅이 공개하느냐"며 거부했다.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을 두고 "위안부 피해자 모독이며 인권 침해"라는 반발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공세"로 몰아간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쳐다보라고 우기는 꼴이다.윤 당선인은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고 했다. 궁금한 점은 조국 전 장관이 소식을 접하고 화를 냈을까 동병상련을 느꼈을까다.

2020-05-24 20:08:10

[매일칼럼]  TK,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혔다

[매일칼럼] TK,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혔다

대구경북(TK)이 위기에 놓였다. 감염병 쇼크, 경제 쇼크, 정치적 쇼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삶은 피폐하고 생산과 고용은 곤두박질하고 있다. 여당 당선인 한 명도 없는 21대 총선 결과는 앞날을 불안하게 한다. TK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21대 총선 결과는 'TK 차별' 우려를 낳고 있다. 기우(杞憂)라면 다행이다. TK 지자체들은 내년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통합신공항 건설 등 주요 현안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총선이 끝난 뒤 부산·울산·경남 여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부울경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기업인들의 시름도 깊다. "'대구 주소'를 들고서는 다른 지역 공사를 따내기 힘들다. 계약 직전에 수주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총선 후 분위기가 더 좋지 않다. 원래 건설업이 정권 바람을 많이 타지만, 지금은 심하다." 건설업을 하는 지인의 푸념이다.시도민들은 일상에서 차별과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두 지역의 산불을 보자. 정부와 서울 소재 언론은 경북 안동의 산불보다 피해가 적은 강원 고성 산불에 더 관심을 쏟았다. 4월 24일 발생한 안동 산불은 산림 800㏊를 태우고 40여 시간 만에 진화됐다. 5월 1일 고성 산불은 발생 12시간 후 불길이 잡혔고, 산림 피해는 안동의 10%인 85㏊였다. 이틀 동안 사력을 다해 안동 산불 진화에 나섰던 공무원들은 "힘이 빠진다"고 했다.TK는 코로나 확진자 폭증 속에서 악전고투했다. 'K-방역'의 시발점은 대구다. 병실이 없어 대기 중인 환자들이 죽어갈 때 대구시와 의료진이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 생겨난 것이 '생활치료센터'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처음 시행한 곳도 지역 병원이다.그러나 '코로나 모범 방역국'의 찬사는 '처절한 전쟁터인 TK'가 아니라 정부의 몫이 됐다. SNS에는 정부에 도와달라고 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읍소를 '징징거린다'고 조롱하는 글들이 많았다. 대구 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당시 대구는 확진자 폭증으로 인적·물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대구 시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지적은 적절했다. 그는 4월 28일 페이스북에 "(코로나) 사태 수습에서 가장 수고한 것도 통합당 소속 지자체장이었다. 그런데 정작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것은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이라면서 "누구는 신천지 본부로 쳐들어가는 활극을 벌여 일약 코로나 극복의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했다.총선 결과를 놓고 TK를 모욕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4월 16일 김정란 시인은 페이스북에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 거느리고. 귀하들의 주인 나라 일본, 다카키 마사오의 조국 일본이 팔 벌려 환영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지지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지역을 혐오·차별하는 언행은 반(反)민주적이다. TK는 미래통합당 지지자들만 사는 곳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구 28.5%·경북 25%의 득표율(지역구)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의 민주당 득표율(지역구)은 ▷19대 총선 20.9% ▷20대 24.4%에 이어 상승세를 보였다.'진보는 옳고, 보수는 그르다. 따라서 보수의 심장인 TK는 옳지 않다'는 인식은 낡은 이념과 지역주의 망령에서 비롯된 것이다. TK는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혔다.

2020-05-17 15:00:00

[매일칼럼] 기우에 그쳐야 할 국가 채무 걱정

[매일칼럼] 기우에 그쳐야 할 국가 채무 걱정

예정된 결과였다. 나라 곳간이 빠르게 비어간다. 곳간에 재정을 쌓아두면 썩어버린다는 발상을 했던 청와대 대변인은 21대 국회서 금배지를 달았다. 이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100% 국민 모두에게 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던 여당 원내대표는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이젠 '재난지원금이 너무 적다'며 '몇 차례 더 해야 한다'는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가 나왔다. 대통령은 "1, 2차 추경에 이어 3차 추경도 준비하고 있다"고 자랑처럼 말한다.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GDP 대비 부채 비율 40%'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국채 비율이 40%를 넘어 60%에 이르는 것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가 채무에 관한 우려는 기우'라는 여당 간부의 주장을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하다. 국가 채무를 걱정하는 것이 우국(憂國)도, 애국(愛國)도 아닌, 기우(杞憂)가 됐다.국민 관심도 국가 재정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에 있지 않다. 당장 나에게 돌아올 돈이 얼마인가, 언제나 받을 수 있는가에 쏠려 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긴급재난지원금, 아동수당, 각종 소비 쿠폰 등 공짜 천지인 세상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랏빚보다 나라에서 더 받아낼 것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카산드라를 떠올린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했던 트로이의 공주다. 예언의 능력은 얻었지만 아무도 그 예언을 믿지 않도록 설계된 저주받은 인물이었다. 그녀는 그리스가 선물이라며 보낸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고 절규했다. 목마는 선물이 아니라 트로이의 멸망을 재촉하는 예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트로이는 성곽을 허물면서까지 거대한 목마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망했다.2015년 국가 부도를 경험한 그리스에 카산드라에 비유된 인물이 있었다. 2001년 노동부장관이던 타소스 지아닛시스였다. 그는 일찌감치 그리스의 비극적 상황을 예견, 과감한 개혁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좋은데 왜 10년 뒤의 일로 귀찮게 하느냐"는 푸념만 들었다. '정부와 당을 망치려 한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빚을 내 연금을 주고, 공무원 수도 팍팍 늘리는 일이 이어졌다.10여 년 후 경제 위기가 닥쳤다. 평소 1천 명 미만이 찾던 아테네시 운영 무료급식소는 하루 2만 명을 맞아야 했다. 길게 늘어선 줄이 외신을 탔다. 포퓰리즘의 종말은 그렇게 시간을 두고 찾아온다. 그리스는 공무원 23만 명을 줄이고 연금은 최대 44% 깎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포퓰리즘은 짧은 기간 선물처럼 다가오지만 장기간 불행의 예고편이다. 국민 일부나 모두에게 단기적으로 선물로 보이지만 그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통합재정수지는 거의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10년 누적 흑자액이 115조원에 이른다. 그렇던 통합재정수지가 불과 2년 만에 91조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만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45조원 적자를 냈다.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면 국채는 빠른 속도로 는다. 나라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건전재정의 축은 소리 없이 무너진다.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같이 포퓰리즘으로 무너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왕의 의자에 앉은 거지'로 불린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졌으면서도 나라가 휘청대니 '천연자원의 저주'라는 말 그대로다.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국가도, 국민도 포퓰리즘에 취해 빚잔치를 벌이면서도 지도자에게 열광했다는 사실이다.

2020-05-11 06:30:00

[매일칼럼] 미스터트롯과 TK 정치

[매일칼럼] 미스터트롯과 TK 정치

평소 관심을 두지 않던 한 종편 채널을 요즘엔 종종 찾는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때문이다. 우승자를 가린 뒤 결승 진출자들로 꾸린 후속 프로그램도 인기다. 코로나로 찌든 일상을 잠시나마 씻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트로트 열풍은 미스트롯에서 시동을 걸어 미스터트롯을 통해 쾌속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연령층에 머물던 장르가 세대를 아우르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비결이 뭘까.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유독 여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삼성SDI는 최근 미스터트롯의 성공 비결을 5가지로 꼽고 벤치마킹에 나섰다. ▷숨은 인재의 재발견 ▷관성에서 벗어난 변화 추구 ▷창조적 복제 ▷기본과 본질 ▷실패의 경험과 실패 후의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 등이다. 모두 그럴듯하다.하지만 미스터트롯이 필자를 끌어당긴 것은 무엇보다 '흥미와 감동'이다.흥미는 경연의 다양성과 공정성에서 비롯됐다. 출연자들은 지역, 연령, 분야 모든 면에서 다채로웠다. 출신 지역, 나이, 전공이나 직업이 경연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련한 꺾기 기술, 춤과 끼, 구수하거나 청아한 목소리, 성악이나 판소리 자질 등 저마다 뚜렷한 개성으로 재미를 더했다. 이들이 팀을 꾸려 만들어낸 퍼포먼스나 일대일 미션 등도 눈길을 모았다. 출연자도, 경연 방식도 다양했다. 이로써 우승자 임영웅과 대구경북 출신 이찬원, 영탁뿐 아니라 김희재, 정동원, 김호중 등 대다수가 짧은 시간에 상당한 팬덤층을 형성했다.공정한 평가 방식도 흥미 유발에 한몫했다.몇몇 전문가(?)의 독단적인 평가나, 관객의 인기투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았다. 기성 가수, 관객, 시청자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함으로써 경연의 한계와 허점을 보완했다. 공정한 과정은 누구나 수긍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이를 통해 숨은 인재가 발탁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다른 오디션에서의 실패, 무명의 설움을 딛고 선 패자의 부활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미스터트롯의 경연과 달리 지난달 막을 내린 대구경북(TK) 21대 총선은 흥미도 감동도 없는 경연이었다. 미래통합당은 막장 공천으로, 상당수 지역민들은 '묻지마 투표'로 외딴섬을 자초했다.TK 총선은 다양성도, 공정성도 담보하지 못했다. 흥미와 감동은커녕 명분과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통합당의 공천 과정은 불공정의 정점을 찍었다.황교안 전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는 TK에서 내 사람 심기, 내리꽂기, 돌려막기, 유력 인사 경선 배제 등 온갖 불공정을 자행했다.전국적으로는 탈북민 2명을 각각 통합당 지역구,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내세워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들은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으로 북한 김정은의 건재함이 드러나기 하루 전까지 "스스로 못 일어나"거나 "99% 사망"이라는 웃지 못 할 허언을 고집하면서 유포시켰다.공정하지 못한 공천 과정이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 리 없다. 더욱이 그런 과정을 통해 숨은 인재나 신선한 인물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감 홍시가 입안으로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과 매한가지일 뿐이다.상당수 유권자들이 이처럼 흥미를 잃은 선거판에서 묻지마 정당투표로 일관하면서 김부겸·홍의락으로 대변되는 지역의 정치적 다양성의 싹도 무참히 짓밟아버렸다.TK 정치 토양에서 선거가 다양성과 공정성을 통해 흥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엔 여전히 시기상조인 것 같다.

2020-05-03 19:38:37

[매일칼럼] 경제 살리기, 탈(脫)‘탈원전’에서 시작해야

[매일칼럼] 경제 살리기, 탈(脫)‘탈원전’에서 시작해야

코로나19 사태가 망가뜨린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안타까운 것이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준공식이 무산된 점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국내에선 '탈원전', 해외엔 '원전 수출'이라는 일견 모순된 정책을 펼쳤기에 '수출 원전 1호' 준공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심사였다. 그 메시지를 들을 기회를 날린 것이다.UAE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산유국이다. 석유 부국이 중동 첫 원전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미래지향의 결과였다. 이는 원전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쌓아 온 우리나라엔 더없는 기회를 줬다. 한전과 두산중공업 등 '원전 팀코리아'가 프랑스를 꺾고 186억달러(22조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방사능 외부 누출사고 확률 0%에 도전한 한국표준형원자로(APR-1400)가 효자 노릇을 했다.이번에는 한국이 약속한 가격에 원전을 지어 가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은 보란 듯 공사를 마쳐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우리나라가 활발하게 원전을 짓고 운영하며 인력과 기술력, '부품 공급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바야흐로 세계 원전시장은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발주가 시작된 신규 원전이 158기에 이른다. 대부분 중국, 러시아, 프랑스 같은 원전 강국 몫이다. 그래도 아직 사업자를 정하지 못한 23기가 남아 있다. 최소 1천억달러(120조원)에서 1천200억달러(144조원) 시장이 주인을 기다린다.한국은 경수로형 원전 건설에 관한 한 세계 최고다. 그런 한국이 주춤하고 있다. 매년 수조원씩 흑자를 내던 한전이 전기료 인상을 고민하고 원자로 주기기를 공급하던 두산중공업은 수백 명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할 정도다. 협력사들은 일감의 60%를 잃었다. 수십 년 원자력 산업을 일으켜 온 주역들이 휘청거린다. 그 사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원전 안전성이 떨어지는 나라들이 세계 원전을 싹쓸이하듯 한다. 한국 원전이 외면받는 사이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있다.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가동 중인 우리나라 원전 안전도 위태로워진다. 그야말로 탈원전의 역설이다.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정부는 1, 2차에 이어 3차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이야기된다.섣부른 탈원전으로 수천~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부터 살펴야 한다. 원전 1기 건설 여부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멸한다. 신한울 3·4호기 중단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두산중공업 노조가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것은 원전산업 생태계를 되살려 놓으라는 뜻이다.UAE가 원전 건설을 발표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산유국이 왜?"였다. 답은 '빈 사에드 알 막툼' 현 국왕의 말을 듣고 풀렸다."나의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다. 나의 아버지도 낙타를 탔다. 나는 벤츠를 몬다. 나의 아들은 랜드로버를 타고, 그의 아들도 랜드로버를 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의 아들은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오일 머니'의 유한함을 깨닫고 대책을 세우려는 지도자의 통찰이 담겼다. 따지고 보면 원전으로 우리 세대는 산유국에 다름없는 부를 일궜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IT 강국은 값싸고 질 좋은 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우리가 그랬듯 후세대도 그래야 한다. 경제 살리기, 탈(脫)'탈원전'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2020-04-26 19:44:45

[매일칼럼] 코로나 환란, 우리 삶을 바꿀까?

[매일칼럼] 코로나 환란, 우리 삶을 바꿀까?

소나기가 그치면 해를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비가 소나기가 아니라면, 기후변화에 따라 연중 내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불행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이렇게 인식해야 할지 모른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촌이 신음하고 있다. 210여 국가에서 수백만 명이 확진되고, 십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감염 확산은 실물경제 위축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다. 기계가 멈추고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한국의 경우 큰 불길은 잡혔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해외 감염자 유입과 산발적인 지역사회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백신 개발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희망고문'일지 모른다. 백신이 개발돼 2~3년 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그땐 다른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5~6년 주기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에는 170만 가지 이상의 바이러스들이 야생동물을 숙주로 생존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생태계를 훼손하는 순간, 바이러스는 인간을 역습한다. 메르스, 코로나19가 그런 사례다.코로나19 팬데믹은 값진 교훈을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욕망의 전차'를 잠시 세웠다. 그 멈춤에서 우리는 '질주의 삶'을 되돌아본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지향하는 사회구조, 경쟁과 효율만을 좇는 사회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가져본다. 우리 이대로 살아가도 될까?코로나 사태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와 이타심이 작동하는 사회가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지켜봤다. 어쩌면 인간은 이기적 존재가 아닐지 모른다.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발현된 책임과 배려, 의료진의 눈물겨운 사투, 공무원의 투철한 사명감, 마스크 한 개라도 나눠 쓰려는 빛나는 시민의식은 심장을 뜨겁게 했다.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는 설파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 모든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이타주의를 통해서 21세기 유토피아가 가능하다"고.코로나 사태는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시장자유주의에서도 정부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재난상황에서 공공의료, 사회보험, 공적부조의 가치는 빛났다. 이념의 틀에 갇힌 기본소득은 공론의 장에 올랐다.총선은 끝났다. 다시 코로나 국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정부와 21대 국회는 시민사회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감염병 시대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뉴 노멀의 핵심은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회구조와 노동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드라이브 스루 검사'라는 '새로운 표준'을 만든 것처럼 지금은 담대함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경제활동, 학교생활, 종교생활, 정치집회 등 모든 일상이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학교 수업 혁신(온·오프라인 수업 병행, 2부제 수업), 노동환경 혁신(재택근무 및 유연근로제 확대, 사무실 및 작업장 구조 개선) 등을 통해 밀집도와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환경, 어떤 집단이 감염병에 취약한지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바이러스는 만인에게 평등하지만, 사회적 환경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 2020 봄은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2020-04-19 15:30:00

[매일칼럼] 코로나 총선 이후

[매일칼럼] 코로나 총선 이후

이번 총선은 코로나19가 블랙홀이었다. 야당의 '경제 실정 심판'은 여당의 '코로나 극복 먼저'라는 말에 묻혔다.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넘쳐 나도 '코로나 탓'이면 그만이다. 북한이 최신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선진국의 유례없는 호황기에 우리 경제만 바닥을 기게 한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같은 경제정책은 더 이상 시빗거리도 아니었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도를 넘긴 윤석열 검찰 흔들기 같은 여당엔 악재, 야당엔 호재도 코로나가 삼켰다.집권 3년간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력은 형편없다.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3년 연속 하락해 0.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은 10% 이상 감소했다. 5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43%다. 2%까지 추락한 경제성장률은 이제 마이너스 성장 말이 나온다. 한전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2조2천635억원에 달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기업인, 실업자 등 현장 경제 주체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아우성을 쳤다. 하는 일마다 손해를 보이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지적이 따라다녔다.그래도 포장 기술은 일품이다. '마이너스의 손'도 좋은 결과만 나오는 '마이다스의 손'처럼 보이게 했다. 경제 실력이 한계를 드러낼 때쯤 터진 코로나 사태가 그 진면목을 보게 해줬다.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면서 해외에서 진단 키트, 방호복 등 의료 장비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잇따르자 그 공은 정부가 챙겼다. 첫 사망자가 나오던 날 짜파구리 파티를 열며 파안대소하던 장면은 쉽게 잊혔다.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이라며 일상으로 돌아가라 했던 것도 옛말이 됐다.경제 실정은 코로나 탓으로 돌렸다. 국민들이 경기가 거지 같다고 아우성쳐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희망고문을 하더니 막상 코로나 팬데믹이 퍼지자 기다렸다는 듯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는 기미가 보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다는 식이다. 경제위기론을 부각하면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던 정부가 이젠 "금융위기보다 더하다", "코로나 이겨도 경제위기가 온다"며 경제위기를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돈 풀 이유가 생겼고, 이후 경제위기가 닥쳐도 정부 책임이 아니라며 발뺌할 궁리도 챙겼다. 포장에 능한 여당은 코로나 위기를 찬스로 썼고 실력 없는 야당은 찬스를 위기로 만들었다.그사이 정책 대결은 사라졌다. 빈자리는 돈 선거가 차지했다. 집권하기 전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국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던 국채 비율 40% 선은 헌신짝이 됐다. 재정건전성에 집착하지 말고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그사이 국가채무는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다.한국은 현대화 이후 어떤 위기에도 굴한 적이 없다. IMF 위기도 이겨냈고, 금융위기도 돌파했다. 사스,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면서는 성숙해졌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결국 이겨낼 것이다. 문제는 후유증을 줄이는 것이다.총선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 분위기로는 선거 이후에도 경제는 코로나를 탓하며 돈을 풀어 해결하고, '조국 복권' '공수처 설치'가 문 정부 후반 국정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절망적인 시나리오다. 총선 이후 경제 문제부터 새판을 짜야 할 것이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경제 실험은 지난 3년으로 족하다. 선거가 끝나도 국가는 계속 융성해야 한다.

2020-04-13 06:30:00

[매일칼럼] TK, 뺄셈의 정치는 그만

[매일칼럼] TK, 뺄셈의 정치는 그만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김부겸 국회의원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같은 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주호영 의원도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크게 환영할 일이다.대구경북(TK)은 그동안 대통령을 다수 배출했지만, 모두 군 출신이거나 서울 TK였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정치인을 한 번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돌이켜 보면 대구경북에서 광역단체장이나 다선 국회의원으로 대권을 노려볼 만한 인물은 어김없이 폄하하거나 끄집어 내렸다.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거나 경력이나 정당, 깜냥을 핑계로 평가절하하기 일쑤였다. 강점은 외면하고 약점만 부각시키니 지역민들이 모두 응원하는 지도자가 나올 리 만무했다.다른 지역에선 경력이나 깜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인물도 해당 지역민들이 전략적으로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치 성향을 떠나 될성부른 인물에 대해 함께 힘을 모아주고 있는 타지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호남은 물론 부산경남, 심지어 인구가 적은 강원에서조차 이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지방은 죽고, 서민들은 생계에 짓눌려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은 숨쉬기가 쉽지 않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할 지경이다. 이런 시기에 지방과 서민의 실정을 몸으로 경험했거나 잘 아는 지도자가 절실하다. 이번 총선에서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TK에서도 이런 자격을 갖춘 자원은 풍부하다.앞서 언급한 세 인물을 비롯해 유승민, 권영진, 이철우, 유시민 등도 총선 이후 대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자원들이다. 물론 허물이나 약점 없는 인물은 없다. 또 일부는 특정 정치 진영에서 극도로 기피하는 인물이기도 하다.하지만 지방과 서민을 위해서는 좌파나 우파, 정당은 큰 의미가 없다.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 서민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 등이 대한민국 지도자에게 훨씬 더 요구되는 덕목이다.특유의 친근감과 통합의 리더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해박한 경제적 안목은 각각 김부겸, 유승민 의원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원칙주의에다 일에 대한 집념과 성실성, 뛰어난 정세 판단력과 대중 친밀도가 각각 강점이다.풍부한 정치적 경험과 뚜렷한 소신은 홍준표 전 대표, 부드러운 리더십과 논리 정연한 화술은 주호영 의원이 주 무기로 내세울 만한 지도자적 자질이다.유시민 전 장관도 명쾌한 논리와 정치적 일관성으로 특정 팬덤층을 확보하고 있다.TK는 그동안 뺄셈의 정치를 해왔다.정치적 지향과 소속 정당 등을 이유로 중량감 있는 인물을 서로 내치다 보니 대권 후보로 끝까지 살아남는 인물이 거의 없었다. 지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지도자가 어떻게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겠나.뺄셈의 정치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매몰된 이들로만 충분하다.지역민들에겐 풍부한 인적 자원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덧셈의 정치가 요구된다.이들이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구경북 시도민의 몫이다. 그다음, 대권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몫이다.정당이나 이념에 발목 잡힐 때 지역 발전과 서민의 더 나은 삶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지역에 기반을 둔 인물이 대권을 잡아야 지방을 챙기고, 서민을 보듬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2020-04-05 18:16:07

[매일칼럼]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정부, 그러나 나라는

[매일칼럼]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정부, 그러나 나라는

문재인 정부가 다시 호기를 잡았다. 경제 실정에다 조국 사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지뢰밭을 지나던 중 터진 코로나19 사태가 기회를 줬다. 원래 코로나는 악재였다. 초기 중국 봉쇄 실패로 우리나라가 제2의 코로나 발생국이 된 탓이다. 거기에 마스크 대란까지 겹쳤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한다고 생고생을 했다. 정부·여당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그런데 '탓'하고, 발뺌하고, 미루는 사이 악재는 호재가 됐다. 나락으로 떨어진 경제에 대한 우려는 "메르스·사스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는 말로 덮었다. 중국 봉쇄 실패로 들끓던 여론은 '대구', '신천지'를 희생양 삼아 기사회생했다. 마스크 대란은 '매점매석' 탓으로 돌렸다. 선견지명을 갖고 진단키트를 개발한 기업, 한없이 희생한 의료진, 스스로 격리하고 수백m 마스크 줄을 서면서도 인내한 성숙한 국민 의식은 "세계가 우리 방역을 평가한다"는 한마디에 정부의 공이 됐다. 여기에 쏟아지는 악재를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정권 심판론'을 코로나에 묻어버린 야당 복이 더해졌다.운도 따른다. 마스크를 쓰는 대신 화장지나 사재기하던 미국이나 유럽이 한국보다 더한 화약고로 떠올랐다. 이들이 앞서 홍역을 치른 한국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확진자가 1만 명 가깝고 애꿎게 목숨을 잃은 이가 150명이 넘는 한국은 이렇게 방역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경제 말아먹고 국민 편 가르는 재주도 일품이지만,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기술은 추종 불허다.정부는 이제 돈 풀기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위기 대응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말이 위기 대응이지 뜯어보면 세금으로 민심을 얻겠다는 것이다. 11조7천억원 추경 잉크도 마르기 전에 긴급재정지원 50조원이 나오고, 이것이 또 자고 나면 100조원이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줄곧 주장해 온 재난기본소득도 이번 주 가시화될 것이다.코로나보다 굶어 죽게 생겼다는 국민이 많으니 반대할 이도 없다. 돈은 흥청망청 풀릴 것이다. 그렇지만 이럴 때 일수록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돈 풀기만으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정책 전환을 함께 해야 한다. 쓰는 이상으로 벌어들일 정책 변화가 따라야 한다. 탈원전으로 골병 든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원전 공사 중단으로 2조5천억원을 날렸다. 1조원 긴급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신한울 3·4호기 원전 재개를 더 갈망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탈원전은 그대로 두고 수혈만 하겠다는 것은 물이 새는 배를 고칠 생각은 않고 들어오는 물을 퍼낼 궁리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정부가 지금껏 자랑해 온 것이 국가채무 GDP 대비 40% 이하라는 재무 건전성이다. 그러나 코로나 돈 풀기에 과거 정부서 불문율처럼 지켜온 이 비율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올해 코로나 추경만으로도 이 비율은 41.2%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100조원 유동성이 급증하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진다. 벌어들일 방안은 내놓지 않고 쓸 궁리만 하면 당장은 약으로 보이지만 두고두고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족보에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코로나 이전 전 세계 호황기에도 우리나라 경제를 갉아먹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런데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코로나 탓으로 돌리고 세금으로 연명하려 든다면 코로나 이후에도 경제를 되살리기 어렵다.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기술은 정권을 구하는데 쓸 것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는데 써야 한다.

2020-03-30 06:30:00

[매일칼럼] TK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매일칼럼] TK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감염병 대유행과 경제 대환란이 닥쳤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경제대란'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비상체제로 전환됐다. 19일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50조원의 비상 금융조치를 발표했다.코로나 경제대란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은 대구경북(TK)이다. 다른 지역보다 환부가 더 깊고 넓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 경산시·봉화군·청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추경을 통해 대구경북에 2조4천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소상공인들과 취약계층의 몫은 턱없이 부족하다.'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 서넛이 모이면 '우리는 부도 확진자'라는 슬픈 농담이 오간다. '코로나 보릿고개'란 표현은 차라리 낭만적이다.대구에서 실내건축업을 하는 K씨. 그는 10년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두 달 동안 매출이 0원이다. 정기예금과 보험을 깨서 직원 월급과 사무실 월세를 내고 있다. 대출받으려고 특례보증을 신청했다. 신청자가 많아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집안 살림은 엉망이 됐다. 최소 생계비로 버티고 있다. 학원이 문을 닫아 아이들 교육비 지출이 준 것이 다행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나만 힘들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어제 의성의 부모님 댁에 갔다. 창업 후 처음으로 부모님께 돈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상가와 전통시장은 암울하다. '임시휴업'이 수두룩하다. 문 열어도 마수걸이가 힘들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금붙이를 급히 처분하는 금은방 주인들도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영안정자금 신청자는 하루 1천 명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10배 늘었다. 상담장은 '벼랑 끝 사연'들로 넘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올 5월까지 대구경북 지역내총생산(GRDP)이 9조원 이상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해 대구경북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 외환위기 후 처음이다.코로나 감염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확진자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 집단시설 감염이 터져나오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월 28일까지 2주간 더 고통을 감내하자"고 호소했다. 이 와중에 TK를 혐오·차별하거나 연대를 갉아먹는 언어가 끊이지 않는다. TK는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봉쇄 상태다.TK는 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정치권에 농락되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비례) 공천에서 TK는 패싱됐다. 미래통합당은 당의 텃밭인 TK에 '서울 TK 내리꽂기' 공천을 했다. 코로나로 숨을 헐떡이는 TK에 손을 내밀기는커녕,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는 재심 요구와 일부 지역 공천 취소·번복·재조정 등으로 너덜너덜해졌다. 공천에 떨어진 상당수 인사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모든 게 뒤통수 맞으면서도 지지했던 TK의 자충수다.TK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전대미문의 감염병과 경제 대환란, 혼돈의 총선이 겹쳤다. TK의 현실은 두렵고 어둡다. '위기 극복 DNA'를 일깨워야 할 때다. 우리는 항일독립운동,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금모으기운동에서 그 DNA를 확인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를 잠재워야 한다. 냉철한 유권자 의식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정권 심판', '야당 심판'의 정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 'TK 실익'이 우선이다. 코로나 경제난 극복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TK 미래를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TK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2020-03-22 15:00:00

[매일칼럼] 국민을 빚더미에 앉힌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매일칼럼] 국민을 빚더미에 앉힌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이번 추경은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그리고 경제 실패로 세수 손실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추가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2015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메르스 추경 편성을 요청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었다. 이젠 문 정부가 11조7천억원+α의 대규모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최소 10조3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적자 추경이다. 문 대통령이 던졌던 말이 4년여 만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향하고 있다.문 대통령은 나랏빚을 내는 데 거침이 없다. 지난해 정부 예산을 9.5% 증액했고 올해 또 이보다 9.3% 늘렸다. 2017년 401조원이던 예산이 올해 512조원까지 치솟았다. 예산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4~5배 웃돈다. '일자리' '보편적 복지' 같은 정책 실패를 세금을 풀어 해결하려 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쓸 데는 많으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올 예산 중 빚이 60조2천억원이다. 지난해 연말엔 불용 예산을 남기지 말라고 각 부처를 닦달하기까지 했다.예산을 허투루 쓰면 정작 필요할 때 돈이 없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금이 그렇다. 진작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해 지금 같은 때 쓰면 됐을 터인데 대규모 적자 추경이 불가피하다. 또 빚으로 때워야 한다. 메르스 추경을 편성했던 2015년 591조원이던 국채가 추경을 더하면 815조원으로 늘어난다. 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660조원이던 나랏빚이 3년 만에 150조원 더 늘었다.국채가 급격히 늘면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는 불문율처럼 지켜온 마지노선이다. 이를 언급했던 이 역시 문 대통령 자신이다. 4년 전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며 "국가채무비율 40%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라 했다. 2017년 34.2%던 이 비율은 추경을 반영하면 올해 41.2%로 치솟는다. 대통령은 이를 허물면서도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다.세금이라도 잘 걷히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다. 3년을 지속한 경제 추락은 세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해 세수는 정부 목표보다 1조3천억원 줄었다. 올해는 더하다. 1월 세수만 지난해보다 6천억원이 줄었다. 코로나 영향을 받기도 전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년 래 최악이었다. 올해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0.4%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경제성장이 반토막, 반의 반토막 나면 세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문 대통령은 '빚을 내서라도 추경' 효과를 기대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비관론이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내리 4년째 추경을 했지만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이번 추경도 나랏빚만 늘리고 기대는 접으려는 분위기다. 오히려 선거 후 증세를 통한 경기 악순환을 걱정하는 전문가가 많다.세금을 덜 풀어 경제가 나빠진 것이 아니다. 정책 실패로 인해 경제가 어렵게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설상가상이다. 건전재정을 자랑하던 나라가 이제 빚으로 버티는 나라가 됐다. 나랏빚은 국민들이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현세대가 당겨 쓰는 과도한 빚은 미래세대엔 폭탄이다. 물론 그 폭탄이 터지는 것은 문 대통령 퇴임 이후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랏빚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문 대통령을 미래세대를 빚더미에 앉힌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다.

2020-03-16 06:30:00

[매일칼럼] 우리가 영웅이다

[매일칼럼] 우리가 영웅이다

#친구 L이 저녁 약속을 못 지키겠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며칠간 좀 바쁘다고 했다. L은 작사 작곡까지 겸해 기타를 치면서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친다. '코로나 사태로 일거리도 없을 텐데, 뭘 그리 바쁠까'라고 생각했다. 혹 바이러스 감염이 겁나 만남을 꺼리는 건 아닌지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중구 동산동에서 한복 짓는 부인과 마스크를 만들고 있었다. 부인이 재봉틀 바느질로 모양을 내면 L이 귀 줄을 붙였다. 재료는 서문시장에서 사온 알록달록한 천과 유기농 면이었다. 밤낮으로 꼬박 3일을 매달렸다고 한다. L은 "마스크 살 돈도, 구할 방법도 없는 쪽방촌 노인들과 어린이집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잘 아는 K법무사의 전화를 받았다. 숙박업 하는 지인이 방을 좀 내주고 싶어 하는데, 관공서와 연결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뭔 말인지 헛갈렸다. 한참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지인은 코로나로 힘겨운 의료진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깊이 고민했다고 했다. 처음엔 마스크를 대량 구입해 전하려다 여의치 않자 결국 자신이 운영하는 숙소를 제공하기로 한 것. 마침 숙소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경북대병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구역 곁에 있었다.지인은 이후 타지에서 대구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의료진들을 위해 숙소 한 동을 통째로 내놓았다고 K법무사가 전했다.#자활을 준비하는 노숙인과 쪽방 주민 7, 8명이 2년 전 만든 모임 '나눔과 베풂'. 이들은 요즘 대구역과 동대구역, 도시철 반월당역을 누빈다. 회원들이 준비한 도시락, 후원받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들고서.이들은 방역은커녕 무료급식소 끼니조차 끊긴 노숙자들에게 코로나를 이겨낼 나눔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우리 주변엔 이처럼 '작은 전사(戰士)'들이 움직이고 있다.의료 현장에는 방호복 대신 비닐로 몸을 감싼 '의병'(醫兵)들까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컵라면과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이마와 어깨, 발이 쑤시고 상처가 나도 완치 퇴원자가 나올 때면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가쁜 숨과 구슬땀, 쪽잠으로 심신을 달래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있다.지원군들도 대구경북을 외롭지 않게 하고 있다."진료 의사가 부족하다"는 대구시의사회장의 간절한 호소에 약 300명이 응답했고, 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간호장교 75명이 대구로 왔다. 환자 이송에 손이 달리자, 강릉·익산·용인의 구급 전사들도 동참했다. 심지어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부모님 몰래 한걸음에 달려온 전사도 있다.달빛동맹 광주의 남구의사회장은 직접 동산병원으로 달려왔고, 광주시와 광주은행, 광주경실련은 물품 등으로 달구벌을 응원했다.코로나 초기 대구에서 마스크 등을 지원받았던 중국 상하이 현지 교민들은 이번엔 대구를 위해 물품 지원과 함께 성금 모금에 나섰다. 40대 핀란드 교민의 마스크까지 바다 건너 도착하는 등 해외 지원군의 응원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병상 부족에 허둥거릴 때 천주교대구대교구는 한티 피정의 집을, 대구은행은 칠곡연수원을 선뜻 내놓았다. 정부가 마스크 구입을 위해 우체국과 마트 앞에 시민들을 줄 세울 때 작은 전사들은 미싱을 돌렸다.관(官)은 우왕좌왕했고, 민(民)은 차분했다.의병과 작은 전사들, 지원군으로 대구경북은 외롭지 않다. 이들이 있는 한 코로나를 딛고 봄은 기어코 올 것이다.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2020-03-08 19:24:29

[매일칼럼]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

[매일칼럼]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

'코리아 포비아' 확산세가 매섭다. 세계가 앞을 다퉈 한국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한국인들이 이젠 '코로나 원조' 중국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다. 미국조차 한국에 빗장을 걸기 시작했다.그럴 만하다. 한국에서 하루 확진되는 환자 수가 중국을 추월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환자 수가 폭증하며 병상을 구하지 못한 환자가 1천600명을 넘었다. 환자가 병원 밖에서 숨진 일도 잇따랐다. 중국 우한에서 벌어지던 일이 불과 한 달여 만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허언이 됐다.지금의 수모는 '국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결과다. 대한의사협회는 일찌감치 "감염병 관리의 핵심은 해외 유입 환자 차단"이라 했다. 지난 1월 26일을 시작으로 무려 7차례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촉구했던 이유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입국 금지가 당연히 좋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대한감염학회가 "입국자 제한 지역을 중국 후베이성 이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 지난달 2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모두를 무시했다. 대신 중국 시진핑에게 전화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가 속출하며 전문가 집단의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대만, 러시아, 몽골, 북한 등 일찌감치 중국을 봉쇄했던 나라들은 아직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앞에서 '국민 안전 우선'을 말하고 뒤에선 '정치 우선'을 한 결과는 아는 대로다. 대통령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무시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대통령은 긴장의 끈까지 놓게 만들었다. 기껏 재벌 총수들을 불러모아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변곡점을 맞거나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할 때였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정세균 국무총리)", "우리 방역과 의료체계, 시민의식은 세계 수준(이해찬 민주당 대표)", "미국은 완전히 입국 차단하는데 우리는 실효적인 차단을 하니, (중국이) 아주 감사해했다(추미애 법무부 장관)" 같은 정치권의 자화자찬이 쏟아졌다. 후회 막심한 오판이었다. 믿었던 국민들만 속절없이 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대가가 큰 실수'라고 제목 활자를 뽑아 꼬집었다. 대통령의 입은 진중해야 하고 판단은 정확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 오판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그래도 남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제는 더 없이 나빴다. '거지 같다'는 시장 상인의 말이 이를 함축한다. 국민들은 '살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추경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낡은 경제 대응 방식이다. 집권 후 내리 4년째 경제를 살린다며 추경을 했지만 집권 후 경제성장률은 3.7%에서 2.0%로 곤두박질쳤다. 슈퍼 예산에다 계속된 추경까지 지속된 확장 재정 여파로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경제 체력만 급격히 떨어졌다. 이번 추경도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나라 곳간을 거덜내고 국채 추경을 요구하려면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억울할 수도 있다. 취임 1천 일이 넘도록 '일, 일, 일, 또 일만 했는데'라며 '내가 왜'란 말이 나올 법하다. 숨겨 병을 터뜨린 신천지를 탓할 수도 있다. 그래도 대통령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을 이 지경으로 내몰고도 사과하지 않는다면 온 나라를 환자 천지로 만들어 놓고도 반성 않는 신천지보다 더 무섭다.

2020-03-01 19:06:21

[매일칼럼] 코로나 사태, 우리 함께 이겨내리라!

[매일칼럼] 코로나 사태, 우리 함께 이겨내리라!

코로나19 사태가 위기 국면이다. 특히 대구경북은 초비상이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발생지는 확대되고 있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제는 내 집 앞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된 것이다.대구 도심 거리는 한산하다. 환자가 다녀간 곳곳이 휴점에 들어갔다. 문을 연 곳도 손님이 없다. 임시 휴업을 한 놀이공원과 전통시장도 있다. 결혼식은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대구의 각급 학교 개학이 1주일 연기됐다. 미사와 예배, 법회도 중단됐다. 감염병에 오염된 인구 250만 명 대도시의 모습이다.이번 사태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능력을 벗어났다. 정부는 대구·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서는 공동체 전체가 총력을 쏟아야 한다. 방역당국의 힘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지역사회 감염은 일상생활 속 감염을 뜻한다. 따라서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확진자 숫자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높다. 환자를 조기 발견하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현재로선 확산 방지가 최대 과제다. 입국자 검역과 접촉자 격리 등 '봉쇄 전략'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감염 차단 전략'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민들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방역당국의 권고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손 씻기, 마스크 쓰기, 기침 예절은 필수다. 외출은 삼가야 한다. 직장에서도 밀접 접촉을 줄여야 한다. 재택근무와 근무시간 유연제가 대안이다.지역사회에 공포와 고립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구는 여행은 물론 출장 기피 지역이 됐다. '대구 코로나', '대구는 한국의 우한' 같은 지역 혐오도 나오고 있다.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가짜 정보 유포, 개인 신상 털기, 낙인 찍기 등도 성행하고 있다. 박멸돼야 할 행동이다. 유언비어는 바이러스보다 무섭다. 과도한 공포는 사태를 악화시킨다.좋은 소식들도 있다. SNS에는 응원 글이 많다. "대구경북의 저력을 믿고 있다. 잘 이겨내리라 생각한다", "단합된 힘을 발휘해 전화위복이 되길 기원한다", "시민들이 개인위생을 잘 지키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는 우수한 의료기관이 있어 믿음이 간다" 등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힘내라 대구경북'이란 해시태그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또 "격려 전화와 함께 마스크를 보내주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마스크를 지원하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서문시장에는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착한 건물주도 있다. '연대와 배려'라는 공동체의식이 발휘되고 있다.남모르는 희생과 노력도 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공무원들, 불편을 견디며 자가격리 중인 시민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금을 모아 외환위기 극복에 앞장선 곳, 담배 끊고 패물 모아 국권회복운동을 펼친 자랑스러운 곳, 바로 대구경북이다. 대구경북은 이 고난을 잘 극복할 것이다. '상록수' 노랫말이 위로와 힘이 됐으면 한다.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2020-02-23 15:42:24

[매일칼럼] 탓할 거리가 더 필요한가

[매일칼럼] 탓할 거리가 더 필요한가

어느 정부치고 그렇지 않을까만 문재인 정권의 남 탓은 유별나다.'내 잘못 아닌 네 잘못'의 시작은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때는 2017년 8월로 거슬러 오른다. 추 장관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여 만에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다. 정부의 대처는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를 두고 혼선을 빚더니 검사 항목이 누락돼 또 혼란을 더했다. 그동안 살충제 검출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오리무중이었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자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폭발 지경이었다. 그때 추 대표가 등장한다.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들의 직무유기가 바로 이번 사태의 근본 문제"다. 국민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문제 삼는데 여당 대표는 사실상 전 정권 탓, 공무원 탓을 한 셈이다.'잘하면 내 덕, 못하면 남 탓'은 정권의 오랜 특성이다. 어지간해서는 '내 덕'과 '남 탓'이 팽팽하다. 그런데 최근 내 덕이라 자랑할 일을 선뜻 떠올리기 어렵게 됐다. 정치는 내로남불로 요약된다. 이념 대립은 격화하고 국론은 분열됐다. 경제는 고용 참사에 자영업자 몰락, 저성장 고착화, 적자 재정, 빈부 격차 확대, 수출 급감, 부동산 폭등, 건강보험 재정 고갈, 공기업 적자 행진 등 부정적 요인투성이다. 외교적으로는 북 비핵화 달성은커녕 국제적 고립무원의 처지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내 덕'이 사라지니 남은 것은 '남 탓'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청년취업률이 곤두박질치자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라거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산업 전반의 구조 개선에는 소홀한 채 사회간접자본에만 집중해서"라며 전 정권, 전전 정권 탓이 나왔다. 지난해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었을 때는 "성장률이 2%를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은 특히 자유한국당이 져야 한다"며 야당을 탓했다.이젠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급락해 1%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을 2.5%에서 1.5%로 낮췄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2.4%)와 거리가 멀다.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 바이러스 탓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경기가 살아나는 듯해서 기대가 컸었는데, 뜻밖의 상황을 맞게 됐다"며 코로나 탓에 가세했다. 그러잖아도 문 정부 출범 후 경제는 기저효과를 기대해야 할 정도로 더 없이 나빠진 상태다. 2017년 3.2%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0%까지 곤두박질쳤다. 가뜩이나 나쁜 경제에 코로나19라는 악재가 하나 보태졌을 뿐이다. 코로나 탓으로 악화된 경제를 덮을 수는 없다.정부의 남 탓이 두려운 것은 정책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어서다. 대통령이 자꾸 탓할 거리를 찾고 있다면 왜 그런지 스스로 둘러보는 것이 먼저다. 반구저기(反求諸己)라 했다. 맹자 공손추에 나오는 말이다. 활을 쏘아 적중하지 않으면 다른 탓을 하기보다 '돌이켜서 자기에게서 찾는다'는 뜻이다. 기분 좋게 여행을 떠났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흠뻑 젖었다고 하늘을 탓할 것인가.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고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 한다.시장 상인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친다면 코로나가 아닌 자신부터 둘러볼 일이다. 그래야 문제 해결책이 나온다.그러고 보니 어제는 '내 탓이오' 운동으로 세상에 큰 울림을 남긴 김수환 추기경의 11주기였다.

2020-02-16 20:50:08

[매일칼럼] 눈뜬 자들의 나라

[매일칼럼] 눈뜬 자들의 나라

대낮 도시에서 한 남자가 신호를 기다리며 차 안에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이 멀게 된다. 눈이 멀게 되는 전염병은 급속히 확산되어 도시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든다. 당국은 전염병 차단을 위해 눈먼 사람들을 치료하는 대신 낡고 더러운 한 병동으로 강제 격리시킨다. 병동에는 눈먼 이들이 수십, 수백 명으로 급속히 늘어난다. 눈먼 사람들의 수용소 격리, 이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 전염병 억제를 명분으로 대책 없는 조치만 내리는 정치인. 추악한 인간 본성이 낱낱이 드러난다.1998년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 도시에서 발생한 실명이라는 전염병을 통해 인간 본성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후베이성 우한시를 필두로 이 전염병은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9일 0시 현재 누적 확진자가 전국 31개 성에서 3만7천198명, 사망자는 81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중증 환자만 6천여 명에 달해 사망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날 오후 5시 현재 확진자가 27명으로, 이 중 2명은 퇴원했다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밝혔다. 25명이 격리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대다수 상태는 안정적이고, 중증 환자는 없다고 한다.우리나라는 일본 89명, 싱가포르 40명, 태국 32명에 비해 확진자 수도 적고 관리도 비교적 잘 되고 있는 편이다.신종코로나를 가볍게 여기거나 방치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특정인이나 국가를 탓하거나 감염자를 외면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바이러스는 바이러스로 물리쳐야 한다. 신종코로나에 대응할 바이러스는 '나눔과 살핌의 바이러스'다.그 나눔과 살핌은 국내 자가 및 병원 격리자,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의 격리자, 일본 크루즈선, 중국 현지 교민 등을 향해야 하겠다.나아가 후베이성을 비롯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노력에 우리도 일조해야 할 때다.중국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신종코로나의 중국 전역 확산이 한반도로의 전이와 무관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비롯해 생필품과 의료 장비 등 한국이 통 큰 도움과 나눔의 바이러스를 전파할 적기다.중국에 불어닥친 신종코로나 위기는 수개월은 몰라도 수년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렁에 빠진 중국에 손 내밀어 줄 때 그 손은 더 큰 손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는 중국의 '꽌시(관계)문화'와도 무관치 않다.주제 사라마구도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인간성 상실과 절망만을 드러내 보이지는 않았다.처음 눈이 멀어 수용소에 들어가게 된 집단이 함께 고통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도와가는 인간관계의 회복을 역설했다. 특히 그 도시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를 통해 눈먼 자들의 도시를 따뜻한 인간사회로 만들어가는 연대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대구 미르치과와 대구의료관광진흥원 등이 중국 상하이에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등 대구와 경북이 앞장서 나눔과 살핌에 적극 나서고 있다.우리 정부와 민간이 국내외에 나눔 바이러스의 적극적 전파를 통해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한국이 눈먼 자들의 나라가 아니라 '눈뜬 자들의 나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20-02-09 21:00:42

[매일칼럼] 이 판국에 공수처 속도 내라 한 대통령

[매일칼럼] 이 판국에 공수처 속도 내라 한 대통령

'우한폐렴' 사태가 엄중하다. 세계보건기구가 신종코로나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으로 오가는 하늘길이 하나둘 막히고 있다. 중국 현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가동 중단은 마냥 길어지고 있다. 사스나 메르스의 전파 속도를 훨씬 능가한다는 바이러스의 확산은 그 자체로 공포다.그럼에도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이 하루 1만 명을 넘는다. 미국은 중국을 방문한 외국 국적자에 대한 입국을 일찌감치 금지했다. 일본은 2주 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북한조차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과 열차 노선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국내적으로도 심각하다. 15명째 확진자가 나왔다. 의심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공연은 연기됐다. 영화관은 텅 비었다. 주식시장은 요동치고 내수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뜩이나 뚝 떨어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코로나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두 번 했다. 2003년 발병한 사스는 우리나라 GDP 연성장률을 0.25%포인트 낮췄다. 또 2015년 국내에서만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도 GDP를 0.2%포인트 감소시켰다. 내수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를 제때 다스리지 못할 경우 또 국민 삶이 얼마나 더 피폐해질지 가늠조차 어려운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당연히 신종코로나 대응을 국정 제1순위에 두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메르스 사태 때 '정부 무능이 빚은 참사'라며 전 정부를 공격했던 이들이 지금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도대체 어디가 컨트롤타워냐는 말이 또 나온다. 우한 교민을 실어 나를 전세기 운항과 수용 지역을 두고 혼선을 빚더니 잠재적 의심 환자에 대한 관리도 허점을 드러내기 일쑤다. 2차, 3차 감염자까지 나온 상황도 판박이다. 일본에서 감염된 중국인 환자가 국내에 들어와 2주간이나 버젓이 활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누가 봐도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정부가 뒤늦게 중국 후베이성 방문·체류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조치를 내놓았지만 후회막급이다. 정부가 선제적 조치들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발 빠르게 시행하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공허해졌다.엄중한 시기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주말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공수처 설치를 독려했다. 최강욱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을 기소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향후 공수처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던 그 공수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를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다.국민은 지금 경제난에 이어 덮친 신종코로나 때문에 겹고통을 겪고 있다. 공수처니 검찰 개혁이니 하는 말은 사치다. 오히려 '권력형 비리 수사'에 칼을 들이댄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수사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며 검찰 인사와 공수처 설치에 분노하는 쪽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위하는 국민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국민인가. 대통령은 공수처를 들먹일 것이 아니라 경제 부처 장관들을 불러 모아 신종코로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했다.

2020-02-02 19:32:35

[매일칼럼] 어설픈 경제 낙관론이 나라를 망친다

[매일칼럼] 어설픈 경제 낙관론이 나라를 망친다

국민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거리마다 빈 점포를 보기가 어렵지 않다. 텅 빈 가게엔 어김없이 임대를 알리는 쪽지나 현수막이 붙어 있다. 그 빛이 바래도록 가게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한다. 영업하는 가게들도 손님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한때 잘나가던 상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수 부진에다 높은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매일매일 폐업을 고민한다. 이들의 몰락은 수치로 확인된다.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소득 상위 20%)에서 자영업자는 지난해 5만700가구가 줄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는 6만6천400가구가 늘었다. 소득이 한두 단계씩 내려앉으면서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청년들은 '일자리 정부'가 만들어 낸 고용절벽에 허우적대고 있다. 직업도 없는데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어쩌다 결혼해도 아이 낳기가 겁난다.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다. 청년 4, 5명 중 한 명꼴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2016년 이후 내리 4년째 실업자 수는 100만 명 이상이다. 경제 활동의 허리인 40대는 민간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은퇴한 60대를 세금으로 유혹해 일자리 머릿수를 채우고 있다. 경제는 어렵고 국민은 걱정이 많다.거시경제라고 다를 바 없다.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긴다. 한국은행은 지난 한 해 동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네 번이나 낮췄다. 그렇게 낮춘 목표가 2%다. 정부는 이나마 달성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 한다. 그래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2.5%에는 한참을 못 미친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이의 하락은 경제성장의 둔화를 뜻한다. 한국은 2년 연속 성장률도 떨어지고 잠재성장률도 하락했다. 반면 미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잠재성장률이 올랐다. 최근 2년간 한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나라는 OECD 국가 중 터키와 아일랜드뿐이다.수출로 일으킨 나라에서 수출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018년 6천억달러를 달성했던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세계와 함께'라면 좋겠지만 지난해 전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국이 경제 대국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지금 한국은 절벽에 서 있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지표가 브이(V)자 반등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매달 발행하는 'KDI 경제 동향'에서 '경기 부진'이란 표현을 '낮은 성장세'로 바꿨다. 대통령과 관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제 낙관론을 펼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늘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고 시간이 흐르면 하향 조정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고성장을 말하고 저성장에 그치는 정부는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낙관론의 근거 역시 지난해 고용이건, 수출이건 워낙 부진했던 데 대한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크다.어설픈 경제 낙관론은 나라를 망친다. 여기에 기대다 보면 대책을 내놓을 수 없고, 대책을 내놓아도 현실과 동떨어지기 쉽다. 핑크빛 경제 전망에 민심이 차가운 이유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 그 주변 관료들의 부창부수는 계속된다. 아! 그러고 보니 4월 선거가 코앞이다.

2020-01-19 19:57:52

[매일칼럼] 퍼져라, 공동체 바이러스

[매일칼럼] 퍼져라, 공동체 바이러스

겨울에 씨게토(썰매) 타고, 여름엔 멱을 감았다. 동네 배꾸마당(바깥마당)에 아이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마때치기(자치기)나 오징어가생 진용을 꾸렸다. (나무)칼싸움, 솔방울 던지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다. 엄마가 저녁에 "밥 무러(먹으러) 안 오나"라고 할 때가 제일 싫었다.1970년대 중반까지 대다수 시골 아이들은 학원을 몰랐다. 하루 종일 심심하거나 따분할 겨를이 없었다.어른들은 설날 차례 지낸 뒤 배꾸마당에 모여 새끼줄 쳐놓고 윷을 놀았다. 정월대보름, 어른들은 달집을 태우고 아이들은 쥐불놀이를 즐겼다. 모내기와 벼 베기 철에는 품앗이가 대세였다.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며 시끌벅적했다. 조상 제사를 지낸 뒤에도 음식은 이웃과 나눴다. 어느 집 묘사든 동네 아이들에겐 잔치나 다름없었다.마을 공동체는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고독이나 외로움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배고팠던 시절 마음의 풍요를 잉태했다.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는 공동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배꾸마당이나 놀이터 대신 학원으로 향했다. 청년들은 산업현장을 찾아 도시로 뿔뿔이 흩어졌다. 옛 공동체 놀이문화는 그렇게 사라졌다.시골에는 노인들만, 도시에는 그 아들 딸, 손주들이 둥지를 틀면서 '대가족'이란 단어는 생소해졌다.산업화에 이어 1980년대부터 번진 공동주택(아파트, 다세대주택·오피스텔), 특히 아파트는 공동체의 분화를 더 가속했다.대구 남구 대명동 공무원아파트(1966년), 공·시영아파트(1970년대 초반)를 거쳐 1980년대부터 아파트는 단독주택을 넘보기 시작했다. 2005년 대구 모든 주거 건물의 60%를 아파트가 차지했다.산업화와 공동주택의 성행은 마을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웃 단절과 고독사(死)를 부르기도 했다.2018년 경북 구미 한 원룸의 30대 아버지와 2살 아들의 죽음은 월세 체납 쪽지, 단전 통지서와 함께 1주일 뒤에 알려졌다. 2015년 2월 대구 대명동 한 빌라에서는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살던 이모(61) 씨가 숨진 지 20여 일 만에 발견됐다. 같은 해 11월 대구 한 원룸의 68세 할아버지의 주검이 발견된 것은 두 달여나 지난 뒤였다.마을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했던 시절이라면 이 같은 죽음과 단절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공동체의 부활이 다시 얘기되고 있다. 의식(衣食)이 아니라 삶의 풍요를 위해 더 절실해지고 있다.희망도 있다. 마을 공동체의 부활, 아파트 공동체의 활성화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대구 만촌동 주민들로 뭉친 '만촌백인회'."앞으로 주민 백 명을 모으면서 동네 이웃을 돕는 좋은 일을 하자"고 2007년 10명이 첫 모임을 가졌다. 그늘진 이웃을 찾아 십시일반 모은 돈을 전하고 노력봉사를 했다. 13년이 흐른 2020년 현재 70여 명이 돈과 몸을 보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이혼한 할아버지와 손주 3남매, 홀몸할머니, 소년소녀가장, 장애가정 등이 모두 만촌백인회가 살피는 이웃이다.대구 봉덕동 '할벤져스'.봉덕동 효성백년가약아파트 경로당 회원들이다. 이들 할벤져스는 눈비를 개의치 않고 8년 동안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1천만원)을 지난해 7월 아동시설에 오롯이 내놓았다. 서영자(79) 경로당 총무는 "회원들이 폐지를 계속 모은다. 언젠가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또 좋은 일에 써야지"라고 했다.이 같은 공동체·나눔 바이러스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2020-01-12 22:45:25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