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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한반도 신경제, 포항 신경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 자료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회담에 임한 태도와 전후의 발언들을 볼 때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이 이뤄지면 경제 발전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중국의 덩샤오핑처럼 되고 싶어 하는 김 위원장은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구체화한 자료로 남북 간 경제 협력 방안을 담았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펴낸 백서에도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 제시됐는데 3대 경제 벨트를 이어 H 형태로 개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부산~포항~원산~단천~청진~나선을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목포~수도권~개성공단~평양~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 'DMZ 환경·관광벨트' 등 총 3대 경제 벨트를 잇는 남북 공동 경제 개발 구상이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운영 정도에 머물렀던 남북 경제 협력 수준을 고도화하는 사업으로 북미 간 비핵화 합의와 평화 협정에 따라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릴 때에야 성사될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 사업은 남북한의 경제를 연합화함으로써 동북아 전체를 평화와 경제 공동체로 묶어 전쟁 위협을 사라지게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특히 성장 에너지가 떨어져 가는 남한이 북한의 경제 발전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원을 찾을 수 있고 이는 경북과 포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시장은 남한 경제에 30년 이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특히 SOC 사업 시장만 봐도 북한의 도로를 남한 도로율의 70%까지 올리는데 1천52조원이 들어간다고 분석한다. 1천52조원은 1980년대 초반 중동 특수의 100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 러시아산 가스를 직접 들여오면 현재 가스비의 25%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고, 철광석 등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져올 수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경북과 포항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개된다면 러시아산 유연탄을 나진항을 통해 포스코 등으로 운송, 물류비의 10~15%를 절감할 수 있다. 포항∼나진·선봉∼러시아를 잇는 해상 운송로를 구축해 포항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환동해 해양 물류 벨트의 구축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영일만항은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동해안 물류 핵심 항만으로 특화·육성되어야 하며 남과 북, 러시아를 잇는 크루즈 관광 사업의 거점 항구로도 필요성이 커진다. 또 올해 초 개통한 포항∼영덕 동해선 철도는 삼척을 거쳐 북한뿐만 아니라 시베리아까지 연결될 수 있다. 현재 공사 중인 포항∼영덕 고속도로도 강원도를 지나 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 사업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으며 경북도와 포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북도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비해 도 차원의 사업 계획들을 점검하고 특히 포항시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영일만항 발전 계획을 좀 더 빨리 앞당길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2020년 개통 예정인 동해선 철도 영덕~삼척 구간, 2023년 완공 예정인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차질없이 해나가면서 동해고속도로 영덕~삼척 117㎞ 연장 사업도 당위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2018-05-09 00:05:01

[시각과 전망] 포스코그룹 회장의 조건

포스코의 본사 주소는 포항이다. 서울 테헤란로에 번듯한 사옥이 있는데 정식 명칭은 서울사무소다. 하지만 포스코의 모든 결정은 서울사무소에서 이뤄진다. 당연히 회장과 주요 임원들은 서울에 상주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뿐만 아니라 포스코인들도 본사는 서울에 있다고 여긴다. 이러다 보니 역대 회장들은 포항을 '공장이 있으니 어쩌다 한번 들르는 곳'으로 인식했다. 권오준 현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다시 새 임기를 시작했지만 포항은 단순히 공장이 있는 곳으로 여겼다. 그런 그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의 언론인들을 대거 대동하고 지난 3월 30일 포항을 방문했다. 공장을 돌면서 자신의 업적을 세세히 설명한 그는 다음 날 열린 기념식에서 성대한 포부를 밝혔다. 사람들은 그가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킨 채 남은 임기동안 포스코를 의욕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포스코 태생지 포항에서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불과 18일 만에 회장직 사의를 밝혔다. 당연히 정치권과 기업 안팎에선 정권 외압설이 난무한다. 정권이 바뀌면 수장이 쫓겨난 포스코의 흑역사가 어김없이 재현됐다고 본다. 포스코를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정권이 문제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포스코는 창립 이후 지난 50년 동안 박태준,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에 이어 현 권오준 회장까지 8명의 회장을 배출했고, 이들은 모두 정권 교체를 전후해 불명예 퇴진했다. 권오준 현 회장 역시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퇴진설을 달고 다녔다. 그런데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자. 과연 역대 포스코 회장들의 진퇴에 대한 책임이 정부나 정권에만 있을까. 포스코는 떳떳하고, 포스코 경영진은 당당했는데 정권이 무리하게 칼자루를 휘두른 탓일까. 기자가 포항에서 2년, 서울에서 3년을 근무하면서 직접 포스코인들을 만나거나 전해 들은 바를 종합하면 정치권력만큼이나 포스코 경영진에도 문제가 많았다. 핵심 임원들이 먼저 정치권력에 손을 내밀었거나 권력 뒤에 줄 선 정황은 너무 많다. 정기인사철이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원들이 정치권 인사 사무실을 드나든다는 얘기는 내부 구성원이면 다 안다. 주요 보직자 선임에도 정치인들의 결재 아닌 결재를 받는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유력 정치인과 약간의 친분만 있다고 소문나면 속된 말로 포스코가 '알아서 기는' 일은 다반사다. 협력업체 경영진 선정 때도 내부 구성원들의 의사가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과 먼저 의논하는 것을 관행처럼 여겼다. '지역협력'을 명분으로 국회의원이 추천한 사람을 협력업체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포항 유지들 중 포스코에서 뭔가 이권사업 하나 챙기지 않으면 그 사람이 이상할 정도라는 냉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의원이나 정치인 중에도 포스코 협력업체를 소유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회삿돈 빼먹는 정치인보다 돈과 이권을 자진 상납하는 임원들이 더 나쁘다"는 직원들의 자조에 포스코 고위층은 어떤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까. 현재 서울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된 'CEO 승계 카운슬'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빠르면 이달 중에 CEO가 결정될 수 있다. 새로 선임된 CEO의 사명은 막중하다. 정권의 압력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임원들의 정치권 줄서기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포스코는 특정 세력이나 정권의 소유물이 아닌 국민기업이다. 새 CEO가 국민 여망을 등에 업고서 서울사무소가 아닌 포항 본사에서 정치권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2018-05-02 00:05:00

[시각과 전망] 한국 좌파의 끝없는 위선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오해 중 하나가 보수 우파는 부패하고, 진보 좌파는 청렴하다는 말이다. 이는 좌파의 선전일 뿐 사실이 아니다. 진보=좌파, 보수=우파라는 인식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우파=보수' '좌파=진보'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진보 좌파라는 사람들은 정의, 선, 따뜻한 공동체를 입에 달고 살지만 행동은 대체로 그 반대다. 그들이 말하는 정의, 선, 배려는 거의 언제나 타인을 향한 요구일 뿐 정작 본인들은 실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파로 간주되는 사람들이 봉사와 성금, 선행으로 이웃을 보살핀다. 주변 20, 30명을 살펴보시라. 최근 논란이 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창립 멤버이자 사무국장, 정책실장, 사무처장,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평소 타인의 잘못을 추상같이 비판했다. 국회의원이던 2014년 10월 그는 국정감사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게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 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것, 정당합니까?"라고 따졌다. 그래놓고 자신은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 우리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돈을 받아 중국, 인도,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로 출장 다니며 먹고 자고 썼다. 김 전 원장은 '청렴성'을 강조하는 시민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 '김영란법'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수감되던 날 그는 손에 백합꽃을 들고 나타나 진실 운운했다. 백합의 꽃말은 '순결'이다. 이번 김기식 논란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위법해석'을 내리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선거법을 손보겠다'고 겁박했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당의 저질공세'로 몰아세웠다. 진보 좌파의 위선과 남 탓은 끝이 없다. 자기는 집 여러 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왜 그리 탐욕스럽나'고 하고, 상대가 댓글 조작한다고 비난하더니 정작 자기네들이 엄청나게 댓글 조작한 것이 드러나고, 제 자식은 특목고 보내면서 다른 사람 자식은 못 가게 한다. 교육감 후보로 나와 거액을 주고 후보 단일화를 했다가 발각되자 "선의로 줬는데, 편파 수사"라고 하고, 재판 중에 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지사직을 상실하자 "강원도를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강원도가 무슨 상관인가? 며칠 전 '드루킹 여론조작 특검 도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한 정당의 설문에 2천162명(전체 응답자의 91.3%)이 특검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작으로 이 난리를 치는 와중에도 거리낌 없이 여론을 왜곡, 조작하는 것이 한국 좌파다. 진보 좌파란 자들은 죄가 명백히 드러나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인 양 굴거나 남 탓으로 돌린다. 실체와 다른 이름, 다른 얼굴, 그럴듯한 명분으로 사회를 망치고 잇속을 탐하는 것이다. 하도 그럴듯해서 상당수 사람들은 막연히 '진실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믿거나, '그들이 박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들의 위선과 선전에 현혹되어 맹렬히 지지까지 한다. 오늘의 한국은 '자유와 책임, 노력과 성취, 선의와 자기희생을 우선하는 우파가 주류인 나라'가 아니다. 한국 우파는 '이념의 무임승차'가 끝났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 거의 공짜로 사유재산과 평화, 노력과 성취,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파의 가치가 무엇이며, 왜 한국 사회의 주류이어야 하는지 공부하고 또 전파해야 한다. 한국 우파는 그 일에 소홀했고 그 사이 좌파들은 집요하게 선전전을 펼쳤다. 그 결과가 작금의 한국이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파의 가치와 실체를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꽃 같은 우리 젊은이들이 진창을 울면서 걸어야 한다.

2018-04-25 00:05:00

[시각과 전망] 왜 자연인을 꿈꾸나

인간은 아주 넉넉잡아도 100년을 살기 어렵다. 다른 세상을 가보지 않아 모르고, 뚜렷한 종교관도 없어 내세의 의미도 모른다. 다만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행복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뭘 해도 불행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다. 행복의 순간은 짧고 불행의 시간은 길어 보인다. 훌륭한 삶을 산 성현들도 불행의 고통에 번민했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방황하던 고교 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절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다. 어머니로부터 가톨릭의 영향을 받았지만 성당보다는 불교와 절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때 스님이 되었다면 나의 삶은 어떠했을까. 속세에서 벗어난 구도자의 길을 가고 있을까. 아니면 세상과 더불어 사는 대중적이거나 정치적인 종교인으로 살고 있을까. 사이비 교주가 돼 비난받고 있지는 않을까. 기자로 밥벌이하면서도 사회에서 헌신하거나 구도자의 삶을 사는 종교인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보통 사람보다 더 세상에 찌든 종교인들을 알게 되면서 순수했던 바람은 오래전에 깨어졌다. 사람들은 왜 그들을 존경하고 대접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는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기 때문이다. 결혼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성(性)에 대한 욕구를 자연스럽게 없애는 수단이다. 또 동물의 본성인 종족 번식, 즉 자식을 낳아 대를 잇는 방법으로 중요시했다. 이런 욕망을 단절하고 살아간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기에 사제와 스님을 경외하는 게 아닐까. 아들, 딸이 다 자란 요즘 머리 안에는 어떻게 '자연인'이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인은 일부 중장년 남성들의 꿈이다. 주위에는 자연인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년에서 노년을 향해 달리는 50대 중반의 또래들이다. 이들은 직장 생활을 마무리한 뒤 제2의 삶을 자연인으로 보내고 싶어한다. 애초 자연인을 다룬 프로그램은 세상과 단절하고 홀로 사는 사람들에 집중했지만 요즘은 성공한 삶을 보내고 자연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그리고 있다. 왜 자연인이 되려고 하는가. 종교인의 삶에 가장 근접한 점을 그 이유로 꼽고 싶다. TV 속 자연인들은 하나같이 개인 욕망과 사회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자유인으로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속에는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여성으로부터의 도피도 포함돼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듯 여성이 좌우하는 삶에서 탈피하려는 남성도 많다. 나이 들어 저지를 수 있는 세상의 추잡함에서 탈출하는 수단으로도 자연인은 훌륭한 선택이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미투 운동'으로 비난받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노욕이 꿈틀대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남성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말부부라 안동에서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주로 거주하는 젊은 여성들과 마주칠 때는 먼저 피한다. 따라가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좁은 복도에서 부딪힐 수도 있기에 근본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업무로 여성들을 상대할 때는 스스로 말조심할 것을 다짐한다. 그나마 기자 세대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 여성 위에 군림하고 살았기에 덜 억울할 수도 있다. 세상이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요즘 결혼한 젊은 남성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부인을 하늘 같이 떠받드는 모습이 어색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도 없고 아예 결혼할 수도 없는 세상인 것 같다. 그렇지만 혼자 사는 자연인이 되기는 쉽지 않다. 종교인이 되려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엄청난 용기가 뒤따라야 한다. 자연인의 삶을 꿈꾸면 좀 더 일찍 자연에 뛰어드는 게 좋다고 하는데…. 언제쯤 욕망과 욕심을 내려놓을까?

2018-04-18 00:05:00

[시각과 전망] 왜곡된 정보 유통, 바로잡을 때 됐다

신문업 종사자 이외는 잘 알지 못하지만, 1896년에 독립신문이 창간된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기념한다. 신문업계 내외부에서 충분히 축하할 날이지만, 위기에 빠진 신문산업의 현실이 예전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문산업은 IT의 발전으로 부침이 심했던 다른 업종들처럼 지난 20여 년간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과거에 종이 신문을 보던 많은 독자가 이제는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신문산업이 위축되는 동안 네이버 등 포털업체가 정보 유통 시장을 장악,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했다. 신문사들은 독자층이 줄어들어 주로 고령층 위주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종이 신문을 발행하면서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는데 뉴스 사용료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보 유통의 거대 공룡이 된 포털 업체들은 뉴스의 90% 이상을 신문사에서 받으면서 이익의 10%도 안 되는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에 1조1천79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언론사에 보전해 준 금액은 1천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를 공급하는 신문사들이 어려움에 빠지는 아이러니가 생겨났고 포털에 사로잡혀 종속된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나 성공의 찬란한 햇살 뒤에 독점과 문제점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포털업체 스스로는 언론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뉴스 편집을 하며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포털을 언론으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포털업체들이 뉴스 편집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언론이 아니도록 자리매김하는 게 맞다고 본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은 특정 기사를 클릭하면 자사가 편집한 기사를 포털상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인링크와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아웃링크 방식을 모두 사용 중인데 인링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적 포털인 구글이나 중국 1위 포털 바이두 등은 아웃링크 방식만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포털의 뉴스 배치나 댓글 운영 방식으로 포털 뉴스가 매우 비대하며 포털은 언론사들의 갑이 돼 버렸다. 포털업체들이 클릭 수 증대를 위해 인위적인 편집을 하며 그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게 되므로 인링크 방식은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에서 인링크 원천 차단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드시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가짜 뉴스와 댓글의 폐해도 심각하다. 선동적인 가짜 뉴스와 댓글에 누리꾼들이 많이 몰릴수록 광고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에 포털은 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댓글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은 오히려 포털 규제가 필요하다는 일련의 논의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가짜 뉴스나 인권을 침해하는 댓글이 사회와 구성원에 끼치는 해악을 생각한다면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포털이 가짜 뉴스와 댓글을 방치할 게 아니라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문제가 된 댓글들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를 하는 등 더 적극적인 자정 작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올해 신문의 날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신문산업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신문산업을 사기업의 영역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이를 위해 포털 수익의 일정 부분을 미디어기금으로 출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내용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오래 누적된 정보 유통의 왜곡된 독과점 질서를 바로잡는 데 나서야 한다. 나아가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방 여론을 살리기 위한 지방 언론 육성과 지원에 관한 법'제도적 지원, 신문 시장에서 중앙 전국지의 독과점 여부를 살피고 규제하는 작업도 검토할 때가 됐다.

2018-04-11 00:05:00

[시각과 전망] DGB금융그룹 수장의 조건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겸 DGB 금융그룹 회장이 여론의 반발을 수용, 회장직에서도 전격 사퇴하면서 대구은행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만신창이가 됐던 은행이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은 다행이다. 대구은행의 환골탈태를 바랐던 은행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과 후임자 선출에 따른 파장이 얼마나 클지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거창한 것 같지만 결국 후임자 선출 방식으로 귀결된다. CEO에게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동시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분리할 것인지의 문제다. 금융지주사 체제를 운용하는 곳 중 회장과 은행장이 통합된 곳은 DGB금융지주뿐이다. 금융당국도 분리를 선호한다. 거기다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이 제왕적 회장 체제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사람들은 회장'은행장 분리론에 동조한다. 그러나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DGB는 은행의 비중이 90% 이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내 은행권 운영체제를 볼 때 금융지주제에서는 회장의 권한이 절대적이고 은행장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과거 단일 은행으로 치면 행장과 수석부행장 정도의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면 규모가 작은 DGB의 경우 두 사람 간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조직을 화합시키려고 만든 구도가 자칫 더 큰 분쟁을 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은 회장에 어떤 인물을 앉힐 것인가다. 일부에선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뒤 은행장은 내부를 잘 아는 DGB 출신이 맡되, 회장은 현 정권과 교감하는 인물을 서울에서 모셔오자는 주장을 한다. 낙하산을 자청하는 구조다. 부산의 BNK가 그렇게 했으니 DGB라고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BNK 회장 경우 지난해 9월, 선임을 앞두고 부산은행은 물론 부산 경제계,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서 반대했던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현 정권과 교감할 수 있는 부산 출신의 대표적 금융인이라는 점 때문에 결국 반발이 무마됐다. 은행은 물론 부산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DGB는 상황이 다르다. 대체 재경 대구경북 출신 어느 금융인이 현 정권 핵심과 연결돼 있다는 말인가. 서울에서 파악한 바로는 핵심은커녕 주변인이라도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 있지도 않은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서 모셔오자는 주장인지 모르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특정 조직이나 지역의 순혈주의가 동종교배를 초래해서 결국 둥지를 망치고 만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대구은행의 경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전'현직 임원들이 있다. 회장 권한대행과 은행장 권한대행을 맡은 김경룡'박명흠 등기임원, 차기 유력주자로 부상했다가 지난 연말 부당하게 내쳐진 노성석'성무용'임환오 전 등기임원,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생명'캐피탈'신용정보'유페이 등 자회사 사장단의 면면에서 은행의 미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은행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니 이들을 제쳐두고 외부 인사를 모셔 와서 역할을 맡겨보자는 발상은 지나치게 유아적이다. 은행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들의 이해득실로만 판단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DGB금융지주 사외이사 5명의 역할은 엄중하다. 조해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전 대구시장), 하종화 세무법인두리회장(전 대구국세청장), 이담 대구변호사회 회장, 서인덕 영남대 명예교수, 전경태 계명대 명예교수 등인데, 이들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된다. 임원추천위원회는 회장뿐만 아니라 은행장도 사실상 결정하는 기구다. 심정지 상태였던 은행에 심폐소생과 수술을 하는 역할이 동시에 맡겨졌다. 지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에 대구은행과 지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

2018-04-04 00:05:00

[시각과 전망] 대통령 개헌안 한참 부족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거의 전부가 하야, 피살, 수감, 자살, 탄핵 혹은 가족과 측근 비리로 엉망이 됐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다수 국민들이 '개헌'을 원했던 것은 '권력을 분산해 제왕적 대통령의 비극을 끝내자'는 공감에서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 개헌안에서 권력 분산 의지를 찾기는 어렵다. 청와대는 개헌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을 상당히 내려놓았다'고 자평한다.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 1회 연임'이 가능토록 했고,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하는 부분을 삭제했다. 총리에 대해서는 헌법 제86조 2항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는 조항 중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해 책임총리 구현에 힘을 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 사면권 축소, 감사원 독립기관화, 국회 예산 심의 강화,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 삭제 등을 권한 내려놓기로 든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제왕적 대통령은 안 된다'는 국민 요구와 거리가 멀다. 검찰총장, 경찰청장, 감사원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과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 사법부와 행정부 수장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은 문 대통령 개헌안에 그대로 있다. 9인의 감사위원을 국회, 대통령, 대법관 회의가 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대법관 회의 몫 위원이 6명(과반)이라는 점에서 별로 달라진 것도 없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한 것은 '수식어'(修飾語)를 줄인 것일 뿐 권한 내려놓기라고 할 수 없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이 '국무총리 권한 강화'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총리와 장관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는데, 총리가 어떻게 자기 소신대로 한단 말인가. 소신대로 하다가 대통령과 갈등이 생기면 바로 잘린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회창 책임총리'는 소신대로 하다가 4개월 만에 사퇴했다.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존재 자체가 기형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임기와 권한을 보장하는 부통령이 옳다.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국무총리에게 임기 보장과 국무위원 제청 권한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개헌안에 그런 조항은 없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장관)을 겸직하는 것 역시 그대로다. 국민이 선출한 '입법부 대표자'가 '대통령의 참모'가 되어 행정부 업무에 매달리는 게 말이나 되나.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제왕'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국회의 국무총리 선출'이 삼권분립에 위배되듯이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장관)을 겸직하는 것 역시 삼권분립 위반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은 인사권, 검찰권 등에서 거의 왕 같은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들이 퇴임 후 수난을 겪는 것은 재임 시절 인사권과 검찰권을 독점한 탓에 견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개헌안은 '제왕적 권력 내려놓기'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일반 법률안과 달리 국회에서 수정할 수 없다. 그대로 수용하거나 부결해야 한다. 개헌안이 가결되려면 현 재적의원(293명)의 3분의 2인 196명이 동의해야 하니 국회 통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결국 여야가 국회 개헌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바람에 여당은 난처하게 됐지만, 도리 없다. 여야는 적어도 대통령 개헌안보다는 권력 분산이 훨씬 크게 이루어지는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 비극의 반복을 막을 길이 없다. 더불어 국회가 사사건건 행정부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인사권과 검찰권에서 제왕 같은 권력을 누리는 반면 정책에 있어서는 국회가 거의 제왕 같은 힘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칼만 휘두르고, 국회는 발목만 잡으면 누가 일을 하나.

2018-03-28 00:05:00

[시각과 전망] 비운의 은메달리스트 김보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낳은 최대 비운의 주인공은 김보름일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영광스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온몸으로 떠안았다. 여자 팀추월 예선 경기에서 빚어진 '노선영 왕따 주행 논란'은 그의 창창한 삶 전체를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25세 젊은 여성이 안고 가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와 뒷바라지한 어머니가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논란이 된 경기 당일 TV 중계가 끝난 뒤 기자는 20대 후반의 아들과 김보름의 플레이를 놓고 때아닌 설전을 했다. 김보름의 페어플레이 실종을 지적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스포츠 논리로 김보름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꽤 오래 언쟁을 했다. 당시 TV 카메라에 담긴 경기 장면과 노선영의 골인 후 울먹이는(?) 모습, 중계 캐스트와 해설위원의 격앙된 질타,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는 경기 전후의 사정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쳤다. 언론 뉴스와 짧게 편집돼 SNS로 퍼진 영상은 국민적인 공분으로 이어졌고 역대 최고인 6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낳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사태 초기 단계부터 김보름을 두둔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에 문제가 있었지만, 전후 사정을 들여다보면 억울한 점이 많다는 반론이었다. 소신을 밝힌 기자들은 기사 댓글 등을 통해 김보름 못지않게 엄청난 욕을 먹었다. 스포츠 현장을 오랜 기간 누빈 기자의 경험상 김보름의 처지를 반영한 이들은 올림픽이란 스포츠 자체로 경기를 봤다. 인터뷰는 개인적인 행동으로 보고 판단의 비중을 낮췄다. 김보름은 세계 최고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올림픽의 0.1초를 다투는 종목에서 최선을 다해 질주했다. 3명으로 짜인 팀의 맨 앞에서 홈그라운드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 속에 온 힘을 다해 스케이팅했다. 골인 지점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를 했고, 막내 박지우는 처지지 않고 따라붙었다. 다만 언니 노선영은 훈련 부족 등으로 뒤처졌다. 노선영이 후배들을 제대로 따라왔다면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이게 경기 상황이다. 팀추월이란 경기의 특성을 들며 왜 함께 들어오지 않았느냐는 게 논란의 근거 중 하나인데 이는 해석의 차이이다. 정확한 해석도 아니다. 앞선 대회에서 노선영이 먼저 들어온 일도 있었고, 다른 팀의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은 있었다. 무엇보다 3명이 사이좋게 나란히 골인한 팀추월 순위 결정전의 기록은 왕따 주행 논란을 일으킨 예선 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 메달을 따려고 4년을 준비한 올림픽에서 전력 질주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김보름이 일방적으로 비난받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김보름이 매스스타트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은메달을 획득하고, 일부 언론을 통한 노선영의 여론몰이 등 전후 과정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확 달라졌다. 김보름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스포츠를 보는 우리 국민의 수준에 문제가 있다. 엘리트나 프로 스포츠는 경쟁과 돈이란 도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기에 관객들은 대리 만족을 추구한다. 또한 기록과 결과를 점치며 자신과 싸움을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가 간 경쟁을 하는 메이저대회에선 애국심이란 요소가 추가된다. 이 때문에 스포츠를 냉정히 보기는 쉽지 않다. 전문 기자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춤을 추곤 한다. 김보름 논란은 TV 중계와 영상을 본 관객의 순간적인 감각에 의해 빚어진 사태다. 이를 유발한 언론의 잘못이 크다. 막무가내식 언론 보도와 마녀사냥 같은 철부지 국민청원, 냄비 근성은 익명의 온라인시대를 맞아 악화일로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국민성으로 대변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허탈하다.

2018-03-21 00:05:00

[시각과 전망] 미투와 지방선거

6·13 지방선거를 3개월가량 앞두고 '미투 운동'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충격적인 '안희정 추문'에 이어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 등도 '미투 바람'에 휩쓸렸다. 해당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메가톤급 악재가 됐고 자유한국당에는 그만한 반사이익을 안길 수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좌파가 더 많이 걸리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그 발언의 저열성을 제쳐놓고라도 그러한 속셈을 드러낸 것일게다. 미투 운동의 가시권 내에 여야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이를 두고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일은 정치의 본질을 외면하는 얄팍한 처사일 뿐이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감싸 안고 더는 '권력형 성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 전체의 의무이다. '미투 운동'은 거대한 해일처럼 휘몰아치고 있으며 혁명적 단계에 이르고 있다. 사회 각 분야 권력 구조 속에서 어둡고 상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으며 친근감 있고 존경받았던 유명인들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냈다. 평범한 사람들도 권력형 성범죄의 덫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의 지위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실상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현실이 버젓이 존재한다. '미투 운동'은 이처럼 일그러진 사회 구조를 뒤엎으려는 여성들의 거센 저항이다. 당황한 남성들이 여성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해법을 찾고 있다는데 이는 조직 내에서 여성들을 따돌리는 또 다른 성차별임을 알아야 한다. '미투 운동'은 '촛불 혁명'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촛불 혁명은 최고 권력의 불법에 대항해 떨쳐 일어났으며 공평과 공정, 정의를 지향했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두고 여론이 들끓었던 것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며 그러한 사회의식은 언제든 살아 숨 쉰다는 점을 보여줬다. 권력형 성범죄 역시 부당한 갑을 관계에서 빚어지는 불평등과 불의 속에서 일어난 불법으로 '미투 운동'은 여성들이 이에 더는 숨죽이고 지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촛불 혁명을 통해 새 시대를 연 우리 모두는 '위드 유'로 연대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어머니, 아내, 누이, 딸들이 양성평등, 성차별 철폐의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한다. '안희정 추문'이 터졌지만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도 않는다. 상대 악재에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자신의 가치가 빛을 발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의 연루자가 어느 정당 소속인지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미투 운동'에 대해 어떤 자세로 대처하는지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이 홍 대표의 발언에서 보듯 이를 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악재에 대한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국정 농단 사태 이전의 총선에서 얻은 의석 수로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후 국정 농단에 대한 반성 없이 쪼그라든 지지층에 연연해 극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투 운동'처럼 더 나은 국가를 갈망하는 흐름을 읽고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 쇄신해야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은 보수 정당들의 앞날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터인데 한국당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암울한 결과를 받아들 수 있다. 민주당은 미투 악재에 부딪혔지만, 북핵 위기를 헤쳐나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에 힘입어 지지도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전에 없이 후보들이 많이 나오고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좁혀지는 등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대구경북에서 더 좋은 인재들을 발굴하는 등 공을 들여야 제대로 된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18-03-14 00:05:00

[시각과 전망] 안희정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그의 평생 은인이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안희정 당시 국정상황실장이 저녁 자리를 같이했다. 그때 대통령이 안 실장에게 "정치하지 말고 농사를 지으라"고 했다. 안 실장은 대답없이 눈만 껌뻑거렸다. 다음 모임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대통령의 말과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2013년 출간된 '강금원이라는 사람'에 나오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복역을 했던 안희정은 출소 이후 모시던 주군의 진정 어린 권유에도 불구하고 정치 행보에 나섰고, 재선의 충남도지사가 됐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국민 화합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고 성공한 정치인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런 그가 하룻밤 사이 성폭행범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그를 출당'제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예견했던 것일까. 5일 밤 뉴스를 시청했거나 소식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를 지지했건, 싫어했건 국민들은 믿고 싶어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는 진영 논리를 떠나 국민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따뜻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래서 그의 추문을 전해 들은 사람들 다수의 반응은 처음엔 "정말이냐"는 것이었다. 사실임을 확인하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환멸로 분노하고 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이제 막을 내렸다. 6일 도지사를 사퇴한 그가 재기할 가능성은 단언컨대 제로다. 충남경찰청이 성폭행범으로 수사를 시작했으니 그는 어쩌면 차가운 감방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다. 진보가 외견상 내세우는 가장 큰 덕목은 정직과 도덕성이다. 진보 진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수 쪽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안희정은 진보가 더 깨끗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에 난도질을 해버렸다. 차라리 극좌나 극우 진영 인사였다면 '사회의 일탈자니까'라며 일말의 이해라도 했겠지만 그는 좌우를 보듬을 수 있는 포용적 인물이어서 상실감이 더 크다. 안희정이라는 대형 재료로 인해 3개월 뒤 지방선거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됐다. '자유한국당 필패' 분위기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안희정을 내세우며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충남도지사 선거운동을 하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6일 선거운동 잠정 중단을 선언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5일까지도 '안희정의 친구'가 당선의 바로미터였는데, 불과 몇 시간 뒤 '분노'로 바뀔 조짐을 감지한 것이다. 이는 비단 충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 사안으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지지율에도 엄청난 악영향이 예상된다. 홍준표 대표가 대학 시절 '돼지 발정제' 얘기를 했다고 해서 그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성추문정당이라고 매도했고, 그로 인한 반사이익을 지지율로 보상받은 게 민주당이다. 그런 정당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 현직 도지사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해왔다. 행사장에서 미투운동 지지 발언을 한 당일 저녁에도 거부하는 비서에게 몹쓸 짓을 했단다. 최고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의 정점에서,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을의 항거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서 저지르는 갑의 성폭력은 가중처벌돼야 한다. 이제 미투운동은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여의도에는 안희정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프로들이 많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국회의원을 지낸 작가 전여옥은 "그들은 아마 쉴새 없이 머리를 돌리며 '성폭력이 아니라 성매매였다'는 대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시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줄 자들이 얼마나 나올 것인가. 안희정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이렇게 나락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2018-03-07 00:05:00

[시각과 전망] 세계 최고 텃밭도시를 꿈꾸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집에는 마당이 있었다. 마당은 평소에는 비어 있고, 딱히 기능이 규정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기능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마당에서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손님이 많을 땐 멍석을 깔고 밥상을 내놓으면 식당이 되고, 무더운 여름밤에 멍석을 깔고 홑이불을 덮으면 침실이 되었다. 비어 있기에 언제든,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주택의 '정원'과는 다르다. 도시 주택의 정원이 대체로 관상수(觀賞樹), 관상초, 관상석을 채운 '관상공간'이라면, 마당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일터이자 놀이터였다. 닭들은 마당에서 모이를 쪼았고, 아이들은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어른들은 빨래를 널어 말리거나 새끼를 꼬고, 고장 난 농기구를 고쳤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햇볕에 까슬까슬 마른빨래, 철 따라 새끼를 꼬고 이엉을 엮는 손놀림에서 이웃들은 그 집안의 무탈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당은 집주인의 사적 공간인 동시에 공적 공간이었다. 괭이를 들고 밭으로 나가던 이웃이 불쑥 들어와도 내 공간을 침입당했다는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장소, 방물장수가 예고 없이 들어와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펴놓고 집주인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집집마다 마당이 있었기에 동네 사람들은 이웃에 어떤 손님이, 무슨 일로 왔는지, 그 집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까닭에 마당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는 동시에, 지켜주는 안전장치였다. 아파트는 물리적으로 옆집과 붙어 있지만, 이웃을 철저히 차단한다. 옆집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노인이 홀로 세상을 떠나도 모른다. 아픈 일이든, 기쁜 일이든 아무도 모른다. 도시 주택도 마찬가지다. 비록 그 집에 마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높은 담과 철조망, 철 대문에 둘러싸인 마당은 이미 '마당'이 아니다. 안전을 위해 높은 담과 철 대문을 둘렀는데, 안전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위태로워 진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 한국의 도시인들이 집집마다 마당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낯모르는 방물장수가 우리 집에 불쑥 들어오게 허락할 수도 없다.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해서 온갖 편리와 사생활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이웃이 우리 집 밥숟가락 개수까지 꿰고 있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도시 텃밭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마당'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농약을 치지 않은 건강하고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고, 푸드 마일리지와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음식물 쓰레기는 좋은 퇴비가 된다) 아파트라면, 주차면적 확보하듯 텃밭을 확보해보자. 전체 주차면적의 10분의 1 정도만 할애해도 상당수 입주가구가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텃밭에 들르기만 해도 신선한 야채를 듬뿍 얻을 수 있고,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웬만큼 몸을 움직여도 좀처럼 땀이 나지 않는 노인들도 햇볕 쏟아지는 텃밭에서는 쉽게 땀을 흘릴 수 있고, 가족 외에는 이웃을 모르는 아이들은 마을과 공동체를 알게 된다. 단독주택이라면 이웃집과 우리 집을 가르는 담을 허물면 된다. 폭 30, 40㎝쯤 되는 담을 허물어 생기는 공간을 이웃과 반씩 나눠 텃밭을 가꿔 보시라. 이웃의 얼굴을 마주 보며 멀뚱하게 있자면 불편하지만, 각자 텃밭을 가꾸면 불편함 없이 마당을 회복할 수 있다. 담이 막고 있을 땐 바로 옆집조차 알 수 없지만, 담을 허물고 텃밭을 가꾸면 서너 집 건너까지 인사를 나누게 된다. 봄에 내가 이웃에 상추와 근대를 건네면, 이웃은 가을에 내게 들기름을 건넬지도 모른다. 주택의 담을 허물어 텃밭을 가꾸면 집집마다 작은 마당이 생기고, 마당 있는 집들이 모이면 마을이 된다. 넘기만 하면 몸을 숨길 수 있는 담이 없으니 도둑은 설 자리를 잃는다. 텃밭으로 마을을 형성하면 노인은 덜 외롭고, 아이들은 더 안전해진다.

2018-02-28 00:05:00

[시각과 전망] 누가 컬링을 즐기나

스포츠가 지닌 최대 무기는 열정과 감동이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전해지고 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한 대다수 종목이 우리에겐 어색하지만 현장 관람과 TV 중계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묘미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생소한 종목이었던 컬링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신 등을 통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의성을 본거지로 한 경북체육회 팀이 컬링 세 종목의 태극마크를 독차지하고 있기에 지역민들의 시선은 더 뜨겁다. 지난 19일 월요일 오전 9시 경기로 펼쳐진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경기를 휴대전화로 시청했다. 같은 시간 인터넷 접속 건수가 3만이나 됐다. 프로야구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다. 국내 프로축구 경기의 접속자 수가 많아야 수천 명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관심이다. 올림픽 이전 인터넷으로 컬링 경기 중계를 찾아본 사람은 100명을 넘지 않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경기를 관람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컬링 팬이 됐다"고 할 정도로 컬링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런 열기는 한국 컬링대표팀의 선전 덕분이다. 대표팀은 이미 가진 것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다. 믹스더블팀은 2승 5패를 기록, 6위로 경기를 마쳤다. 남자팀은 올림픽 첫 출전에 종주국 영국을 상대로 첫 승리를 맛보는 등 3승을 챙겼다. 여자팀은 목표한 메달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컬링의 도입, 발전 과정과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컬링을 즐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비인기 종목인 컬링을 국내에 보급하고 평창올림픽 대표팀을 발굴·육성한 데에는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전 회장의 희생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가족과 친구를 앞세워 처절한 홀로서기로 지금의 영광을 일궈냈다. 김 전 회장의 아들(김민찬)·딸(김민정)·사위(장반석)는 선수와 감독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친구인 오세정 현 경북컬링협회장은 아들(오은수)을 국가대표로 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컬링을 개척했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컬링의 미래를 점치고 보급에 나섰다. 영어 원서 번역으로 컬링을 공부한 뒤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기술과 인프라를 연구했다. 이렇게 해서 국내 첫 컬링전용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이 2006년 탄생했고, 이를 기반으로 현 국가대표팀이 성장했다. 그 과정은 험난했고, 지금도 가시밭길이다. 컬링이 가족 스포츠란 점은 명확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가족 팀은 비난거리였다. 선수가 없어 아내와 아들·딸, 친구와 그 가족을 동원했는데, 컬링이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 되는 등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혼자 다해 먹는다"는 말이 돌아왔다. 지난해 대한컬링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올림픽 준비에 나섰으나 거센 방해에 시달렸다. 다른 종목과 달리 단일팀으로 선정되는 국가대표 세 자리를 경북체육회가 싹쓸이한 게 화근이었다. 회장 선거를 기한 내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맹은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가 됐고, 그는 징계받을 상황까지 몰렸다. 방해 세력과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준비보다 회장 선거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표팀에 돌아갔다. 올림픽 경기장인 강릉컬링센터의 개보수로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는 사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국가대표 훈련장도 시설 미비로 사용할 수 없었다. 관리단체이다 보니 다른 종목 대표팀이 누리는 올림픽 지원 프로그램은 그림의 떡이었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컬링 발전의 훼방꾼 역할을 했다. 경상북도와 의성군은 의성컬링장 건립을 도왔지만 방관자로 머물러왔다. 대구시는 1990년대 컬링 개척자들의 대구 정착을 외면했다. '컬링 팬' 이낙연 총리는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시기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컬링장을 건립하고 컬링국제투어를 유치, 스포츠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18-02-21 00:05:00

[시각과 전망] '미투' 바람의 끝은?

포항시가 직장 여성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원더마마 서비스'는 긍정적이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시간당 5천원의 비용으로 2시간에서 최대 4시간까지 아동보호사가 자녀 하굣길을 동행하거나 일시적으로 돌봐준다. 제대로 운영한다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느라 고달픈 직장 여성들의 고충을 덜어줘 여성의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여성 행복도시' '여성 친화도시' 등을 내세우며 밤늦은 귀갓길 동행 서비스, 출산'육아 지원 서비스 등의 정책을 시행 중이다. 여성 친화 정책은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행복해진다'는 모토를 담고 있다. '아내가 행복해야 남편과 자녀도 행복해진다'는 '가정의 법칙'을 사회 전체로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적인 행복도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과중한 스트레스, 심한 빈부 격차 등으로 '피로 사회'라 할 만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데 또 다른 고충을 안고 사는 여성들의 행복지수가 높을 수는 없다고 본다. 최근 여성 검사 성추행 피해 폭로로부터 촉발된 '미투' 바람에서 보듯 적지 않은 여성들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그늘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단은 피해 사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혐의가 드러난 현직 부장검사를 긴급 체포했다. 문단에서는 원로 시인이 오랫동안 여성 시인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한 항공사 여승무원들은 회장의 성추행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해 미국 거물 영화 제작자의 성추행과 성폭행을 폭로한 할리우드의 '미투' 바람이 전 세계로 확산했고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퍼져가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수년 전부터 일종의 '미투' 운동이 제기됐으나 불씨가 살아나지 못하다 이번에 재점화됐다. 많은 사람이 '미투'에 동참했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군에서도 성추행 등 피해 실태 조사에 나섰다.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조직일수록 '미투'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군과 경찰에서는 이전부터 남성 상관의 성폭행에 시달리던 여성 하급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일어났다.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야만적 행위들이다. 군사 문화 잔재가 남아 있는 기업에서도, 영향력 큰 인물이 좌우하는 문화계에서도 이처럼 추잡한 행위가 만연했음이 드러났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거나 그 정도일 줄은 몰라서 놀라운 일들이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갑질' 중에서도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는 악질적인 범죄 행위이다. 가해자 스스로 크게 부끄러운 줄 알고 무거운 죄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많이 높아졌다. 과거의 남존여비식 문화는 많이 사라졌으며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발언권이 강화됐다. 법적으로도 동등한 상속권을 보장받으며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여성의 고위직 상승은 미약한 '유리천장' 현상이 뚜렷하며 조직 내의 성추행, 성폭행 피해가 끊이지 않는 등 이중적 현실이 여전하다. 언제부턴가 그릇된 '여성 혐오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미투' 운동은 단순히 가해자를 적발해서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처절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공공 조직이든 사기업이든 스스로 돌아보고 여성을, 인간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딸 바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딸과 누이, 엄마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여성에 대한 위압적 갑질을 없애고 양성 평등사회로 나아갈 때 사회는 더 행복해지고 국가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018-02-14 00:05:00

[시각과 전망] 여의도의 대구식당, 호남식당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순복음교회 쪽에 '진미파라곤'이라는 대형 오피스텔이 있다. 그 빌딩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남도음식 전문점 '대방골' 식당. 점포 면적만 300㎡에 이를 정도의 대형 음식점이다. 전라도 대표 음식인 보리굴비 정식이 주메뉴인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몰린다. 이 집이 번창하게 된 데는 호남 국회의원과 관료들의 뒷받침이 컸다. 남도음식 자체가 흡인력을 갖는데다가 힘이 있는 정치인, 공직자들이 모여드니 장사가 되지 않을 리 만무하다. 호남 출향민들과 기업인들도 자연스럽게 이 집을 찾으면서 예약이 필수인 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집 바로 맞은편에 지난해 4월 대구 음식 전문점이 생겼다. 대구 특미인 뭉티기와 육회, 대창 및 양지머리 구이를 판다. 식사 메뉴로 육회비빔밥과 소고기국밥이 일품이다. 고기는 경북 고령공판장에서 도축한 소를 매일 공수해 쓰며 음식 재료도 국산만 고집하는 집이다. 대구 범어동 한 방송국 부근에서 아주 잘되는 생고기집을 하는 식당 주인이 생고기를 서울에서도 맛보고 싶다는 몇몇 손님들 성화에 힘입어 불쑥 개업을 했다. 상호는 '대구생고기 전문점 소나무'. 당시는 대선이 코앞에 닥쳤고, 정권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게 기정사실화돼 있던 상황이었다. '박근혜'와 '보수도시 대구'가 싸잡아 매도당하던 시기였다. 이를 걱정한 지인들이 '대구' 이름만은 빼자는 제안을 했지만 주인의 의지는 확고했다. 대구생고기를 서울에 확산시키기 위해 왔는데 '대구'를 왜 없애느냐는 것. 대구생고기를 브랜드화시켜서 서울서도 팔릴 수 있다는 확신을 대구에 심어주겠다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설득했다. 나아가 생고기와 육회에 어울리는 소주도 금복주의 '참소주'만 고집했다. 대구생고기집이니 참소주를 팔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런 식당이 이제 서울에서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장사가 안돼서다. 서울 사람들에게 생고기가 여전히 생소한 음식이란 점이 약점. 하지만 생고기를 좋아하는 대구 사람들조차도 잘 찾지 않는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음식점은 맛과 서비스로 승부를 해야 한다. 이 집은 이 두 분야만큼은 확실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위의 대방골 식당처럼 변신하지 못한 것은 지역출신 인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이 크다. 대구경북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도 이 식당보다는 대방골을 자주 찾는다. "대구가 잘되려면 대구음식점을 살려야 한다"는 극렬 애향인들의 권유에 못 이겨 한두 번 왔던 국회의원과 보좌진들 중 꾸준히 찾는 사람은 조원진 국회의원과 몇몇 보좌관에 불과하다. 이 집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이 그 많은 식사 모임 중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찾아와도 대구음식점 입소문이 쫙 퍼질 텐데…"라며 안타까워한다. 서울을 주무대로 하는 대구 출신 공무원들도 "대구 식당을 대구 연고 인사들이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국회 업무특성상 여의도 주변에서 숱하게 손님을 모셔도 "대구시 지정 특미가 여의도에 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에는 인색했다. 그게 대구사랑과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정치인'관료뿐만 아니다. 서울에서 참소주와 경주법주 쌀막걸리를 가장 많이 팔아주는 집인데도 금복주는 본사 차원에서 그 흔한 점포장 회의 한 번 한 적이 없다. 대구에서 팔리는 참소주와 서울에서 팔리는 참소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 우리 제품 팔아주는 것'과 '우리가 그 집 이용하는 것은 별개'로 생각한다. 그러는 사이 호남 사람들이 키운 대방골은 날로 번성하고 대구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대구음식점은 결국 문을 닫을 운명에 처했다. 몇 년 전 여의도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동인동 찜갈비'도 그렇게 해서 1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대구 음식은 맛이 없다', '대구 사람은 뭉칠 줄 모른다'는 인식으로 연결될까 두렵다.

2018-02-07 00:05:03

[시각과 전망] 평창올림픽과 한반도 기류 변화

한국 사회에는 성향이 다른 3개 세력이 존재하고, 각 세력의 한국 사회에 대한 시각과 평가는 매우 다르다. 첫째는 산업화 지지 세력으로,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피폐했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선진국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지구상에 생겨난 140여 개 신생국 중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이자,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국가'다. 그런 까닭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나가야 할 위대한 나라다. 산업화 지지층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흠결보다는 장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흠결은 극복의 대상이지, 흠결을 이유로 한국 사회의 성공을 폄훼하거나 한국 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는다. 흔히 이들을 우파 또는 보수로 지칭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은 보수의 가치나 우파의 이념을 공유하지 않는다. 둘째는 민주화 지지 세력으로 모든 행위의 목적은 '사람답게 살자'는 데 있으므로, 경제 발전을 이유로 '사람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다. 1950년대 자유당 정권에 항거하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에 대항하거나 선별적으로 지지를 보내온 세력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조국'이며, 또 한편으로는 부정부패와 독재로 얼룩진 '부끄러운 조국'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이 독재정권 주도로 이루어졌으므로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부패와 탐욕을 그 정권의 본질로 인식한다. 또한 탐욕과 부패가 자본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표출되었으므로 자본주의는 탐욕적이고, 사회주의는 청렴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이들을 진보 혹은 좌파로 칭하지만, 우파로 간주되는 한국인이 우파가 아니듯 이들 역시 좌파도 진보도 아니다. 셋째는 친북 공산 세력이다. 산업화 지지층과 민주화 지지층은 무게 중심이 다르지만, 한국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그러나 친북 공산 세력은 애초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가'로 간주한다. 까닭에 이들에게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이 아니라 분단주의자, 박정희는 근대화를 이끈 지도자가 아니라 친일 독재자, 자본주의는 경제 발전 원동력이 된 시스템이 아니라 '불평등'의 근원이다. 이들의 염원은 한국의 실패와 북한의 성공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 달리 미국·일본과 손을 잡은 한국은 성공했고, 중국·소련과 손을 잡은 북한은 실패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일본에 적대적이고 중국에 우호적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여 사망한 사고를 미군 고의로 몰고, 세월호 침몰을 미군 잠수함 충돌로, 광우병 사태를 반미와 반정부 시위로,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에는 입 다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는 결사반대하는 것도 모두 한국인이 미국을 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산업화 지지층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미 반일 운동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반한(反韓)과 일본의 혐한(嫌韓)을 초래하고, 한-미 불신과 한-일 반목은 한국을 위태롭게 한다. 이는 친북 세력이 염원하는 바다. 친북 공산 세력은 한국 사회의 주류 세력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 사회의 단점 개선에 관심이 많은 민주화 세력 뒤에 숨어 반정부 투쟁을 펼친다. 덕분에 그들의 목소리는 종종 민주화 세력의 목청을 통해 증폭된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친북 공산 세력은 올림픽 분위기와 동포애를 내세워 문재인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태도 변화를 시도하고, 배신감을 느낀 미국이 한국에 거칠게 나오기를, 그리고 그런 미국의 태도에 한국인이 분노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한국 내 반미 감정이 증폭되면 친북 공산 세력의 목표대로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과 북-미 평화협정, 미군 철수는 현실이 된다. 압도적 무력 격차 속 평화협정은 공염불에 불과하지만 그 길을 가자는 자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2018-01-31 00:05:01

[시각과 전망] 스포츠 앞세운 정치 쇼

잊지 못할 취재 현장 중 하나는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다.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대구시를 비롯해 경상북도 7개 시'군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527명의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했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전 국민의 관심을 끈 미녀응원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적의 팀'으로 불리며 금메달을 목에 건 북한 여자 축구팀의 우승 소감(김정일 위원장님께 승리의 보고를 한 것 같아 기쁘다. 우리 선수들은 단고기를 많이 먹어 체력이 좋다)과 북한 선수단을 이끈 전극만 총단장(조선대학체육협회 위원장)의 모습도 머리에 남아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세계 3대 스포츠 종합대회의 하나인 유니버시아드인데, 대학생들의 열기 넘친 스포츠 현장 대신 북한 참가자들의 모습만 떠오르는 건 서글픈 일이다.당시 대회 폐회식을 앞두고 인터불고호텔에서 전극만 총단장을 인터뷰했다. 이른바 단독 취재였다. 공식적인 이별에 앞서 전 총단장 일행 4명과 박상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집행위원장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자리로, 밀실 회의였다. 대구 영진전문대와 평양 김철주사범대학 간의 여자 축구 교류를 하자는 박 집행위원장의 제의에 전 총단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유대가 깊어진 만큼 돌아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실무진을 통한 구체적인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고 했다. 이후 대구 조직위원회와 북한 사이에는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는데, 걸림돌이 있었다. 컴퓨터와 버스 등을 지원해 달라는 북측의 요청을 대구시가 거부, 추가 협의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3년은 노무현 정권 첫해로 남북 간에 해빙 무드였지만 대구시는 보수적인 지역 정서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추억이 된 북한과의 교류가 내달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계올림픽을 매개로 한 이번 남북 교류는 역대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선수와 임원으로 구성한 선수단, 기존의 미녀응원단뿐만 아니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관현악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이 포함돼 있다. 선수단은 20명 안팎 소규모로 구성하겠지만 관현악단은 140여 명, 응원단은 230명이라고 한다.피맺힌 분단국가의 국민으로, 아들을 최전방 GP에 둔 부모로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더없이 반갑다. 그런데 가슴속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오랜 기간 스포츠 현장을 취재하면서 스포츠가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되면서 상처받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축구'탁구 등 구기 종목의 남북한 단일팀 구성, 부산아시안게임과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의 미녀응원단 파견 등을 통해 남북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깜짝 쇼'나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교류였지만 냉정히 보면 뚜렷한 결과물은 없다. 당시 정권의 이념적인 성향과 코드에 따라 남북이 정치적으로 스포츠를 잠시 이용했을 따름이다.이번에도 남북의 정치적인 셈법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UN의 경제 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은 돌파구로 평창동계올림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앞선 김대중'노무현 진보 정권과 마찬가지로 남북 대화와 교류를 통한 안정적인 정권 유지를 꾀하고 있다.달라진 점은 이전과는 달리 국민 다수가 정부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퍼주기)을 견제하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스포츠로 조성한 화해 분위기 속에 '퍼주기'를 한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뒤 다양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조성한 화해의 판은 깨질 것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창대회 후 의연히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8-01-24 00:05:00

[시각과 전망] 지방분권, 워라밸로 가는 길

60대 중반의 택시 기사가 아들과 며느리 자랑을 시작했다. 명문대학 재학 중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고 경기도 동탄의 대기업에 나란히 근무하며 중견 간부의 지위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일이 너무 많아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회사에 있어야 하는 생활이 이어진다고 했다. 육아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하는 수 없이 조부모인 택시 기사 내외가 손자를 어릴 때부터 키워 포항에서 자랐으며 지금은 중학생이라고 했다.아들 내외가 잘 된 건 좋지만, 자식과 어릴 때부터 떨어져 지내는 처지가 안쓰럽다고 대꾸했더니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사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택시 기사의 아들 부부 이야기는 육아가 힘겨운 현실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근처에 사는 부모나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과 함께 서둘러 찾아오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아예 멀리 떨어진 부모에게 맡기고 주말이나 휴가 때 만나며 그러한 상황이 자녀의 중요한 성장기 내내 이어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사례이다. 맞벌이 부모가 평일 내내 밤늦게까지 회사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 삶, 부모와 자녀가 성장기 내내 떨어져 지냄으로써 애착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리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오늘날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고단한 직장 생활, 육아의 힘겨움, 손자녀 양육 등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결혼 기피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요즘 유행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단어는 일과 삶의 균형을 바라는 사람들의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이 한때의 유행어처럼 비치고 거창한 의제는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시대의 절박한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한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주창했고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삶의 개선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우면서 일자리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다시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와 적정한 임금, 충분한 여가가 보장되는 삶이 행복의 전제조건이라면 아직 많은 국민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들이 나왔을 게다. 정부 정책들이 부정적 여파를 일으키고 이로 말미암아 사회적 파열음이 생겨나지만, 이해관계의 정교한 조정이나 노사정 대타협 등 슬기로운 해법을 통해 성공해야 한다.'워라밸'은 지역적 편차가 크다.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대체로 일자리가 많은 대신 경쟁이 치열하며 일에 치여 여가를 누릴 시간이 적다. 지방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지만, 서울 등에 비해 경쟁이 덜하며 여가도 적지 않다. 또,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공연장, 전시장 등 문화시설이 풍부한데 여가가 충분치 않다. 지방 사람들은 여가를 더 많이 갖고 있지만, 문화시설 등은 부족하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심각한 불균형 현상은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 앞에서도 이율배반적인 현실의 장애물에 막혀 있다. 이에 비추어 지방분권은 지방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기반이면서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부족한 단점을 나눠 채움으로써 '워라밸'의 해법이 되는 묘안일 수 있다.지방정부가 지금보다 더 풍부한 재정과 권한을 갖고 좋은 일자리와 문화시설 확충에 힘쓴다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수도권 주민들을 고향으로 더 많이 돌아오게 할 수 있다. 지방분권개헌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자유한국당이 불확실한 정략적 의도로 개헌에 소극적이라면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시대의 요청을 외면한 불량 정치집단으로 낙인 찍힐 수 있음을 준엄하게 되새겨야 한다. 경북도지사 후보들은 지방분권을 염두에 둔 공약과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이면서도 여가를 누릴 문화적 여건이 부족한 포항, 안동, 구미, 경주 등은 물론 다른 시군지역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18-01-17 00:05:33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시장 선거와 김부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구가 낳은 인물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지역주의 타파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안정적인 수도권을 버리고 더불어민주당 불모지 대구로 와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문재인 정권 창출에 기여해 행안부 장관이 되더니 예상보다 더 잘한다는 칭찬이 쏟아진다. 경찰 수뇌부 갈등 국면, 포항 지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에 대한 대처와 현장 지휘 능력을 보이면서 정치력에 행정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도 받았다.그가 대구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매일신문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어 여권 내부에서도 김 장관 차출설이 끊이질 않는다. 보수의 심장 대구. 이런 곳의 수장 자리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으니 청와대와 여권이 흥분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대로만 간다면 한두 곳을 제외한 전 시'도를 석권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그런데 정작 김 장관 본인은 극히 부정적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명분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 출마한다면 장관직, 국회의원직, 여권 내부에서의 임무 등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 지방선거 주무장관으로 출마가 부적합하다는 게 두 번째다. 선거관리와 지방분권개헌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선거 90일 전 사퇴는 무책임하다는 것. 세 번째로는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주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현재로선 그가 대구시장 후보로 차출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거의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이는데다 국정지지도가 70% 안팎인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여권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유력 당권주자인 김부겸을 대구시장으로 하향 안정화시켜 차기 대권 구도에서 멀어지게 하겠다는 권부 일각의 기획도 분명 작용할 것이다.지금 보수의 위상으로만 따진다면 차기 정권도 보수에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진보나 중도를 지향하는 정치세력 가운데서 차기 지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민주당 내 영남세력의 희망이다. 부산과 경남에서 비중 있는 민주당 인사들이 있긴 하지만 김부겸에 필적하지 못한다.그런 면에서 생각해보자. 김부겸이 대구시장이 되는 것이 나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은가. 김 장관은 이제 대통령이 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가 갈 길은 대구시장이 아닌 당 대표다. 일각에선 김 장관이 대구시장이 되는 순간 확고한 대선 후보가 된다고 말한다. 이는 틀린 말이다. 대구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다고 했지만 당 대선 후보 최종 3인의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대권은 그리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갖 정치적인 악재를 극복해야 하고, 국회의원을 내 편으로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광역단체장이 이 일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대선 때 박원순, 남경필, 안희정, 원희룡 등이 입증했다.그런데 만약 떨어진다면? 천신만고 끝에 얻은 국회의원직도 잃고, 당권의 꿈은 날아가 버린다. 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버려두겠느냐고 하지만 그래 봐야 장관급 자리 하나 받는 '개털'로 전락한다. 김부겸이 후보로 나선다면 이번 선거는 여권이 전혀 기대하지 않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된다. 보수의 총결집과 부활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김부겸을 지지하는 대구 사람들도 결국은 인물보다는 정당을 선택하는 쪽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은 내심 김부겸 등장을 바라고 있다.여기다 대구시장이 되면 대구의 프레임에 갇혀 살아야 한다. 이는 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김부겸은 본인을 위해서나 고향 발전을 위해서도 큰 정치를 해야 한다. 대구시장 김부겸과 당 대표 김부겸은 무게감부터 완전히 다르다. 전국 광역단체장을 석권하고 싶은 청와대나 민주당으로선 포기하기 어렵겠지만 김부겸을 놓아주는 것이 국정운영을 잘하는 길이다. 정작 대구까지 먹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2018-01-10 00:05: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헬 조선과 썩은 사과

'곡식의 신 후직(后稷)이라도 한겨울에 농사를 짓는다면 흉년을 면할 길이 없고, 풍년이 들면 노비에게 맡겨도 수확을 얻을 수 있다.' 한비자(韓非子) 유로편(喩老篇)에 나오는 이야기다.기운(勢)이 형성되면 평범한 사람이라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전체 분위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리더 한 사람의 특별한 역량보다 전체적인 기운, 즉 평범한 사람의 역량 총화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한국 사회를 '헬 조선'이라고들 한다. 그 예로 'OECD 세계 최고 자살률'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등을 든다. 정말 한국은 '헬 조선'일까?통계로 보면 자살자의 약 80%는 우울증 환자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항우울증 처방 비율은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2013년 기준, 28개 조사국 중 끝에서 두 번째) 적절한 처방을 받으면 죽음을 택하지 않을 사람들이 치료를 외면하기에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살률'이라는 수치를 구성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우리 사회를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살의 원인이 경제적 빈곤에 있다고 규정해버린다.'개천에서 용(龍) 안 나는 사회'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용이 나자면 물이 깊어야 한다. 한국의 현대사는 개천을 넓혀 강과 호수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개천에서 용이 안 나는 것은 '강과 호수가 늘어나면서 개천이 줄었기 때문'이다. 개천에서는 용이 덜 나지만, 넓은 강과 깊은 호수에서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용이 나오는 것이 오늘의 한국이다. '개천에서 나오는 용 숫자'만 보고 우리 사회가 합심해 길러낸 더 많은 용을 무(無)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다.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개천 수준에 머무는 가정'은 많다. 개천밖에 가진 것이 없는 부모라면 남들보다 더 알뜰하게 자식을 보살펴야 한다. 개천에서 용 안 나온다고 원망할 게 아니라, 자식들에게 강과 호수를 구경이라도 시켜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OECD는 우리나라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2.7%, 76세 이상은 60.2%로 노인 빈곤율 세계 1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수입(收入) 빈곤율일 뿐이다. 우리나라 국가연금제도는 1988년에 시작돼 1950년대 출생자 상당수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OECD 통계는 한국의 효 문화, 즉 노인 절반 이상이 자식으로부터 일정한 정도의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게다가 평범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산목록 1호로 생각하는 주택 역시 '노인 수입'에 포함하지 않는다. OECD 발표 수치는 우리 사회의 정확한 모습이 아니다.대한민국 사회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양극화, 저출산, 청년실업, 노후 불안, 원 트랙(one track) 일변도의 학업 경쟁 등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난관은 수두룩하다. 그 많은 문제에 눈 감고 귀 막자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잘해 왔고, 앞으로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점이다.고래로 우리는 국민 개인이 스스로 돕기보다는 훌륭한 지도자가 이끌고, 대중은 따르는 방식에 익숙했다.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도자만 바라보고, 지도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21세기 대한민국은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다단하다.개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스스로 주인이 될 때 대한민국은 순풍을 탈 수 있다. 비록 어렵더라도 오늘을 긍정하고, 선의를 갖고 서로 협력하면 우리는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다. 아름다운 여인 테스(영국 소설가 토마스 하디 작 '테스'의 주인공)를 그토록 불행한 운명으로 이끈 것은 자신의 미래를 '썩은 사과'에 비유했던 그녀의 성격이었다. 한국을 '헬 조선'으로 규정한다면 '헬 조선'과 만나게 될 뿐이다.

2018-01-03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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