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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포스코와 박태준 정신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1970년 포항1기 건설 때 고가 설비 구입 과정에서 보험회사 리베이트 6천만원을 받았다. 박 전 회장은 임원들과 상의한 뒤 박정희 대통령에게 통치 자금으로 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박 대통령은 "포철은 절대 정치 자금 안 낸다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래?" 하며 돈을 돌려주었다.박 전 회장은 청와대를 나서면서 '장학재단'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포항으로 돌아온 즉시 임원회의를 소집, 6천만원을 종잣돈 삼아 '재단법인 제철장학회'를 설립했다. 이를 모태로 1971년 포항주택단지 안에 유치원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초·중·고교와 포항공대(포스텍)를 차례차례 설립했다.박 전 회장은 당시 "사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욕으로 포스코의 학교들에 '교육보국'(敎育報國)을 건학 이념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박 전 회장의 혼이 서린 포스코교육재단(이하 재단) 소속 학교 공립화 추진을 두고 포항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재단이 지원하는 학교는 포항과 광양의 유치원, 초·중·고 등 14개 학교다.포스코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은 최근 자사고인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과 인력 구조 조정, 야구부·체조부를 비롯한 운동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최 회장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재단은 소속 학교의 공립화를 위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해마다 재단 출연금을 줄여가고 있고, 2021년엔 '0'으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시와 시의회는 물론 시민사회 단체와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포스코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 데는 일부 재단 이사진의 "왜 포스코 돈으로 포스코 가족이 아닌 일반 시민의 자녀를 교육시키느냐?"는 비판적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포스코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또 다른 배경으로는 재무통으로 알려진 최정우 회장 등 포스코 수뇌부가 경비 절감만을 앞세워 '포항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포철고 등의 공립화를 추진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자사고 폐지를 지향하는 현 정부에 발을 맞추기 위해 공립화를 추진한다는 의구심마저 보내고 있다.포철고 등 재단 소속 학교는 포스텍, 방사광가속기 등 대학과 연구시설에서 일하는 교수, 연구진,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고급 인력들이 그들의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학교가 없다면 과연 포항에 정주하려 하겠는가.이런 이유로 재단 소속 학교는 포스코와 포항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또 포스코가 포항 경제의 근간으로 기여하고 있지만 환경오염 등 온갖 고충을 견뎌 온 포항 시민에 대한 사회 공헌 측면에서도 재고되어야 한다.작년 기준 200억원이 넘었던 포스코의 재단 출연금이 중지되고, 소속 학교가 공립화된다면 기존 공립학교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어 현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역(逆) 사회 공헌 의미도 있다.포스코는 그동안 강원도 고성 산불 등 큰 재해나 사고 땐 100억원, 150억원씩 큰돈을 성금으로 내놨다. 하물며 인재 양성과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투자에는 무엇이 아까우랴.최정우 회장은 '박태준 정신'에 입각한 포스코 리더십을 곧추 세워야 한다. 작년 8월 대비 1년 만에 시가총액이 10조원 줄어든 포스코의 위기도 근본에 충실하지 않은 무소신과 눈치 보기 리더십에 기인한다면 기우인가?

2019-08-14 06:30:00

[시각과 전망] 8·15 경축사에 담겨야 할 내용

매일신문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 전계완 씨가 5년 전 출간한 '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가 다시 관심을 끈다고 한다. 사료 연구 및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일본이 다시 한국을 경제적으로 침략한다고 했는데 작금의 상황과 맞아떨어져서란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일본은 끊임없이 준비하며 기회를 노린다. 기회가 오면 범처럼 달려든다. 조선 침략,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 등이 그랬다. 미국을 상대로 한 태평양전쟁도 그랬다. 그러나 준비가 됐음에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을 막으려면 우리가 강해져서 공격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책에서 보듯 일본은 이번 경제 전쟁에 돌입하면서 세밀히 준비했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대비하지 못했다.여기서 오버랩 되는 일화 한 토막. 지난 7월 4일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며칠 뒤.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의 최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일본이 그럴 줄 알았냐고 물었다. '미리 대처하고 있었다'는 대답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런데 솔직히 이리 빨리 행동할 줄 몰랐다고 했다.이게 경제 전쟁 국면에 들어가 있는 우리의 현주소다. 일본이 교활한 게 아니라 우리가 무지하고 무능력한 것이다. 아베의 경제 전쟁 시나리오는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의 위안부 합의를 백지화하면서 시작됐다. 아무리 적폐로 낙인찍혀 탄핵당한 정권이지만 협상에 고민이 없었을까. 타결은 적폐 정권의 산물로 넘기고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가야 했지만 국가 간 합의를 깨버렸다. 국가 간 합의 폐기는 한미 FTA 사례에서 보듯 미국 같은 패권 국가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이다.이 정부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외교적 해결 노력도 등한시했다. 아베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보복을 준비했는데, 강하지 못한 우리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선전포고를 받았다.이제야 내놓는 대책이 '5년 내 주요 부품 국산화', '남북경협' 같은 먼 산 불구경하는 것들이다. 더욱이 남북경협은 우리 힘으로 할 수도 없다.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때부터 적폐 수사와는 별개로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상소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한다는 결기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면 국민들은 불안해진다. 지금은 준비된 수만 척의 군함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정부는 이달 내 독도상륙훈련을 한다고 한다. 경찰이 아닌 해병대에 독도 경비를 맡기는 것도 검토한단다. 악수의 연속이 될 공산이 크다. 다시 경제외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한일 관계 복원은 요원해지고 우리 경제는 더욱 힘들어진다.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일본도 그걸 인정하고 있다. 망언망발을 하는 건 그들의 입장이고, 우리는 우리 땅 독도를 지금처럼 지켜내면 된다.극일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면서 집권 여당과 지지 세력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우리가 강해져야만 극일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때론 수모도 견뎌내야 한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면 지지 세력이 아닌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다음 주가 광복절이다. 대통령 경축사가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분명 삼가야 한다. 흥분한 지지자들을 위한 메시지가 아닌 다수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기기를 기대한다.

2019-08-07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쓰레기 산'은 다시 생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의성'을 검색하면 연관 단어로 '의성 쓰레기'가 나온다. 빙계계곡, 자두, 마늘 등 청정자연과 특산물로 이름 높은 경북 의성이 언제부터인가 '쓰레기 산'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CNN까지 보도한 10m 높이의 거대한 폐기물 더미 때문이다. 환경 당국이 이달 초부터 처리에 나섰지만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수년째 방치한 쓰레기 산은 좀처럼 모습이 바뀌지 않고 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인근 주민들은 숨 쉬기조차 힘든 고통 속에 살고 있다.환경부 실태 조사 결과 전국 235곳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가 120만t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 버려진 분량까지 합치면 200만t이 넘는다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민간 업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1t당 10만~30만원 정도. 120만t을 전량 소각 처리하려면 최대 3천600억원이 필요한데, 환경부가 확보한 추경은 313억원에 불과하다.전국에 쓰레기 산이 넘쳐나는 이유는 많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고,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등 처리 시설들이 여러 이유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41만t 수준으로 5년 전보다 3만t가량 늘었다. 한국의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61.9㎏)은 벨기에(85.1㎏)에 이어 세계 2위로, 미국(48.7㎏)이나 중국(24.0㎏)보다 많다.특히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음식, 간편식, 온라인 배송 이용 등이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대구경북의 경우 2015~2017년 3년 새 인구는 5% 줄었지만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5% 늘었다. 2017년 대구경북에선 가구당 5.88㎏의 쓰레기를 매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게다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악성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악성 쓰레기는 재활용도 안 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쓰레기가 없어진다고,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면 어떻게든 처리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는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음식물이 묻어 있는 스티로폼 용기, 라벨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비닐 봉지, 접착용 테이프로 온통 둘러싸인 포장재 등 도무지 분리수거가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포장재와 용기가 넘쳐난다. 이것들을 일일이 자르고 뜯어내서 올바른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최소한의 죄책감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바로 종량제봉투에 마구 넣어서 버린다. 그것도 아니면 '분리수거 업체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막연한 책임 떠넘기기 심리로 상태가 어떻든 플라스틱, 비닐, 종이로 나눠서 그저 시늉만 내는 분리수거를 하기도 한다.현재의 소비패턴을 감안할 때 개인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기업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고, 실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악취를 뿜어대는 쓰레기 산이 어느 순간 우리 집 옆에 생겨날 수도 있다.

2019-07-30 16:01:34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라

우리나라 산림 자원의 보고(寶庫)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울진과 봉화, 영양 등 경상북도 북부 지역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 몇 군데에 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 최고 심장부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자리한다.남부지방산림청은 소광리 일대의 보석 같은 금강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사람의 접근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금강소나무의 가치를 알리려고 7개 구간의 숲길 탐방로를 설정해 개방하고 있다. 탐방 인원은 구간별로 하루 80명으로 제한하며 시기도 4~11월에 한정하고 있다.소광리를 품은 울진군과 경북도는 금강소나무 알리기에 좀 더 적극적이다. 2015년 울진군 서면을 아예 금강송면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지난달 17일 소광리에 테마 전시관과 숙박시설을 갖춘 '금강송 에코리움'을 개관했다.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다.울진군은 금강소나무 군락지 접근 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이 개방하는 탐방로로 가는 길(임도)을 포장하기 위해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소광리를 가려면 일단 봉화~울진을 연결하는 36번 국도를 타야 한다. 이어 917번 지방도와 임도를 따라 12㎞ 이상 더 가야 한다. 이 가운데 500년 소나무와 미인송 등을 볼 수 있는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7㎞ 이상이 비포장길이다.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비포장길은 산림청 탐방객이나 관광객들에게 불편하지만 금강소나무 보존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계곡을 따라 굽이치는 비포장길은 산림 훼손의 주범인 인간과 기계 장비의 접근을 줄이고 있다. 소광리 금강소나무가 일제강점기에 마구 베기와 송진 채취 등 수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쉬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광리보다 접근이 편한 울진 덕구온천 계곡만 해도 많은 금강소나무가 송진 채취로 훼손돼 있다.기자가 최근 두 차례 참가한 금강소나무 숲길 탐방에서 남부지방산림청 직원들과 소광리 주민, 탐방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를 얘기했다."불편해도 옛날 보부상들이 다닌 십이령로는 흙길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포장을 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그럼에도 도로 공사가 이미 시작된 만큼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진입로는 말끔하게 단장될 것으로 보인다. 황토 등 친환경 재료로 포장될 것으로 여겼으나 계곡으로 이어지는 지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스팔트로 포장된다고 한다.더불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펜션 등 숙박시설도 여기저기 생겨날 것이다. 부동산업자의 눈에는 좋은 투자처로 보일 수도 있다.관광 활성화 등 경제 관점이 아닌 금강소나무를 눈과 공기로 즐기려는 탐방객 입장에서 보면 지금처럼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금강소나무 숲길 탐방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광리 주민의 민박과 점심 제공이면 충분하다. 금강소나무를 지키는 남부지방산림청과 주민들의 공존이 빛을 내고 있다.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소광리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자연을 보존하는 원리는 자명하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 된다.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2019-07-23 19:33:4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토착왜구(倭寇)와 토착종북(從北)

토착왜구는 한국 사람이면서 일본 편을 들거나 일본에 부역하는 자생적 친일파를 가리킨다.필자도 토착왜구인 것 같다. 한·일 역사 문제는 제쳐두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촉발과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먼저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일본과 관련해 역사 문제이든, 경제 문제든 정부·여당의 잘못을 비판하면 '토착왜구'로 낙인찍고 일본 총리 아베 편을 들려면 도쿄에서 살라한다.이들의 주장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토착왜구'가 되는 셈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전문가나 학계 인사, 언론, 야당도 모두 토착왜구다.토착왜구들의 요구는 일본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또 상황을 이렇게까지 끌고 온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서 왜 이러한 사태가 터졌는지 최소한의 '되돌아 봄'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에 있다.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파기한 이면에는 무슨 대단한 복안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말짱 맹탕이었다. 결과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었다. 일본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그렇다면 토착왜구로 낙인찍는 그들은 누구인가?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 세습 독재를 하는 북한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요, 범죄인 인권 보호는 그토록 떠들면서도 수백만 명을 아사시킨 북에 대해선 성명서 한 장 못 내는 비겁한 자들이다. 핵으로 동족을 위협해도 평화가 도래했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우리 군인들을 무참히 살육하는데도 북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 우기는 자들이다.국민들은 그들을 토착종북, 주사파라 부른다. 이들은 김일성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부류다.토착종북의 토착왜구 공격은 결코 우연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북한 대남모략 선전선동기구 조평통 인터넷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3월 28일 "토착왜구는 한마디로 얼굴은 조선 사람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란 뜻"이라고 정의했다. 토착종북 세력에 정치 투쟁 프레임을 교시한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집권 여당을 비롯한 종북 좌파 진영에서는 내년 총선을 '토착왜구 프레임'으로 치르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에, 우리 국민들에게 과연 누가 더 해로운 존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이런 정부가 과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외교·안보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지켜줄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원초적인 의문이 든다.국운과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국가 과제를 풀어갈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토착종북 외엔 없을 것이다.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는 걸 보면 마치 선조 임금이 명량대첩 후 "이순신으로 하여금 열두 척의 배로 일본을 물리치게 한 건 나의 결단력 때문"이라면서 전란을 초래한 근원적인 사태를 외면한 것과 다를 바 없다.12척의 거북선만 남기까지 수많은 거북선과 판옥선이 다 깨부심을 당한 건 선조 자신의 과오이다. 시대를 넘어 지금 12척의 배로 유일하게 분투하고 있는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우리 기업인들이다.

2019-07-16 19:03:04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서울 언론과 중앙 관료에 비친 지방

최근 서울에서 중견 언론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화제가 5월 있었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삭발식으로 옮겨갔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이란 중간지주회사를 만들고, 본사 기능을 서울에 두는 것에 반대해 송 시장이 삭발 투쟁에 들어갔던 사건이다.갈등을 해결해야 할 광역자치단체장이 앞장서서 삭발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현대중공업은 그대로 울산에 남고 새로 만드는 지주회사만 경영 효율을 위해 서울에 두는 것인데 지역 경제 피폐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란 주장이었다. 지역 언론인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시장의 삭발이란 행위엔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서울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동안 거대 기업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기여한 건 상상을 초월한다. 본사가 울산에 있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령탑이 울산에 있어서다. 울산시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현대중공업 수뇌부와 만날 수 있었다. 지주회사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중공업 사장이 개발과 생산에 관해선 결정권이 있겠지만 이제부터 지역 상생에 관한 결정은 '서울의 지주'가 한다. 울산이 걱정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도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냉랭했다.조금 더 덧붙였다.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에 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의 모든 결정권은 서울사무소가 행사한다. 회장이 서울에 머물기 때문이다.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스코의 대(對)포항 투자 확대 요청을 위해 서울에 왔다. 짧은 면담에서 성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포항제철소장은 포항의 문제를 제철소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높으신 회장님'을 일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나게 했다고 상당한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본사가 지방에 있어도 이럴진대 지주회사가 서울에 있다면 아무리 특정 지역에 주력 기업이 있다고 해도 그 기업은 서울 기업이 된다. 자회사가 독립법인일지언정 사실상 생산공장화 되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생산공장의 대표가 해당 지자체와의 협력체계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조금 더 나갔다. 중앙 부처 관료들은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이라는데 동의해도 서울 집중의 부작용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대부분 '그게 뭐 어때서?'이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정부의 투자와 SOC가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경영 여건이 좋은 곳에 자리해야 우수 인력을 확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수도권이 비대해지면 재원을 또 투입, 불편을 없애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사고다. 객관적일 것 같은 서울 언론인들도 관료들과 다르지 않다. 지방분권, 균형 발전에 대한 시각은 경직돼 있다. 서울 언론에서 분권과 균형 발전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예타면제를 통해 지역 SOC를 확충하는 것도 이들에겐 불만이다. 필요도 없는 곳에 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냐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부가 지자체의 건의를 받아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도별 예타면제 사업을 발표하자 서울 언론 대부분은 '내년 총선용 선심행정'이라고 비판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지방이 몰락하면 결국 국가의 재앙으로 이어지는데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주회사가 어디 있건, 대기업 본사가 어디에 있건 관심 밖이다. 이들에겐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지역민들이 갈등 유발 인자처럼 보일 뿐이다. 눈치 없이 열변을 토해 봤지만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방은 서울 사람들에게 떼쓰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019-07-10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인구는 늘지 않는다

성장만을 경험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정체된 것을 두려워하고, 유지에 익숙해지면 감소나 하락을 실패와 파국으로 인식하게 된다. 세상만사가 다 이러하겠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선 더욱 잘 적용되는 말이다. 인류는 최근 몇 세기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인구와 자본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로 접어들 무렵부터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일부 국가에서 멈춰서기 시작했다.통계청이 지난달 27일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를 내놓았다. 시도별 장래인구추계는 5년 주기로 작성돼 2022년 공표 예정이었으나, 최근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반영해 특별추계를 발표한 것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국내순이동을 중간 정도로 예측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7년 총인구는 5천136만 명에서 2028년 5천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7년 4천891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영남권의 인구 감소폭은 더 크다. 2047년 중부권 인구는 27만 명(3.8%) 증가하는데 반해 영남권은 무려 199만 명, 즉 현재 인구 1천306만 명보다 15.2%나 줄어든다. 호남권도 감소하지만 그 폭은 51만 명(-8.9%)으로 훨씬 적다. 대구는 246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경북은 268만 명에서 23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과 기대수명을 더 낮게 본, 즉 더 나쁜 시나리오로 가정한 저위 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진 188만 명에 그친다.생산연령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든다. 30년 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0% 넘게 감소한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명이 사라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뿐 아니라 인구 이동까지 감안해 발생한 결과다.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명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정부는 인구 폭발을 우려하면서 아이를 더 낳는 것을 무지몽매한 범죄처럼 치부했다. 그런데 5천만 명을 훌쩍 넘어 5천20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선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마치 저 혼자만 잘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감소가 곧 파국이자 재앙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이 손가락질 받도록 만들고 있다.극적인 반전 없이는 장래 인구 추이는 유지될 것이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부양 부담의 증가, 내수시장 위축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가 줄면 위험하다고 겁만 잔뜩 줘서 해결될 문제인가. 1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돈이 130조원이 넘지만 신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 36개월 연속 최소 기록을 경신 중이다.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줄어든 몸집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고,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할 정년 연장 등의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하며, 이에 따른 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할 혜안도 필요하다. 보채거나 윽박지른다고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2019-07-02 17:18:38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내 고장부터 알자

취재와 여행은 다른 듯 같다. 어디를 간다는 의미에서 기자의 취재 행위는 여행 범주에 포함된다.기자를 하면 취재를 위해 여행을 많이 다닌다. 체육 담당을 오래 했기에 다른 분야 기자들보단 국내외를 더 많이 다녔다. 노트북을 들고 가는 스포츠 현장 취재는 여러모로 힘들기에 여행 기분을 반감시키지만 그래도 새로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여행이다.나이를 먹고 있다는 표시일까. 여행과 관광에 대한 생각도 조금 변했다. 유명한 곳이나 멀리 떨어진 곳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가 높아졌다.해외여행을 하자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우리 주변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며 가끔 안내를 자처한다.주중 근무지인 안동은 타지보다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은 안동의 산수는 빼어나다. 조선시대 500년을 이끈 이념인 성리학의 터전이었기에 유교문화 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대중 교통망이 없는 불편은 있지만 승용차나 관광버스로 이동하는 가족이나 단체 여행객에겐 도로 사정이 나쁜 편은 아니다.경상북도가 도청을 안동·예천으로 옮기면서 기대한 인구 유입이나 산업 발전 등 신도시 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행객은 확실히 늘어난 편이다. 신도시 인근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안동댐 상류의 도산서원, 안동시내 임청각 등 어딜 가더라도 전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관광객 활성화는 경상북도와 북부지역 시·군의 생존 과제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경제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문화유산은 잘 관리만 하면 영원하다.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 덕분에 먹고사는 관광은 최고의 경제 수익 상품이다.지방자치단체나 산하 기관·단체의 관광객 유치 노력은 더 활성화해야 한다. 부가적인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경상북도교육청이 올해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안동에서 시행 중인 '청소년 유교문화 탐방'은 꽤 교육적인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단순히 보는 관광에 머물지 않고 교육을 접목한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의 인문정신 함양에 초점을 뒀다.유교문화탐방은 경북 지역 6개 학교 410명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데 참가하려는 학교가 넘쳐 나 선착순 모집했다고 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외국 여행이나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이 앞서야 한다.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 고취는 안동시가 대구 등의 출향인 가족을 대상으로 올해 3차례 시행하는 '안동인 뿌리 찾기 운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안동시는 뿌리 찾기 운동이 지역을 바로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올해 취임한 김성조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내 고장부터 알자'고 강조한다. 우리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 바로 알고 자주 찾자는 것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최근 조직 개편으로 안동 소재 북부지사에 마케팅과를 신설하고 내 고장 알리기를 강화하기로 했다.안동댐 옆 도산서원 가는 길에 자리한 한국국학진흥원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출향인과 관광객·교육생 등을 유치, 안동의 유교문화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내가 살고 있는 곳의 가볼 만한 곳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가까이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나.

2019-06-26 06:30:00

이춘수 동부본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험한 충성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년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 왔다.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윤 후보자는 그해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이때 윤 후보자는 저는 (검찰) 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윤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유착 의혹 등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인터뷰에서도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윤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 기저에는 '적어도 검찰 조직에 대한 충성은 하지만 힘 있는 검찰 상사나 인사권자를 보고 충성은 하지 않는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그러나 윤 후보자가 주도한 적폐청산 수사 결과를 보면 그가 향한 충성의 끝이 어디인지 반문케 한다. 적폐청산 수사의 30%가량은 무혐의로 판결났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국정원 내 현안 태스크포스(TF)에서 일했던 정모 변호사가 자살했다.'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정작 그 기업에서 방산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명예살인을 하고, 별건수사를 통한 압박으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쯤 되면 형식은 자살이지만 검찰의 타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윤 후보자가 진정 '특정인을 향한 충성'을 하지 않는다면 검찰총장이 된 후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고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그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충성론에 대한 진실성을 입증하는 것이다.충성은 그 자체로 목적인 덕목은 아니다. 이 때문에 '눈먼 충성'으로 변질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리고 충성을 받는 자 또한 '맹목적 충성'을 요구할 때 그 충성은 길을 잃고 '위험한 충성'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에릭 펠턴이 자신의 저서 '위험한 충성(Loyalty)'에서 환기시키고 있듯이, 충성의 본질은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그저 느끼고 발동되는 감정적 반응에 더 가깝다. 바로 이 때문에 충성은 눈멀기 쉽다.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윤 후보자에게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한 야권의 공격과 개혁 의지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취임 후 권력의 눈치를 보는 눈먼 충성을 청산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궁극적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검찰총장은 오로지 국민을 향한, 국민에 대한 충성으로 일관해야 한다. 검찰총장은 윤 후보자 자신이 강조했듯이 수사권을 가지고 정치 보복을 하거나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하는 '깡패'가 되지 않기를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2019-06-18 17:01:36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정년 연장 논의와 국가의 책무

최근 읽은 책이 '나는 120세까지 살기로 했다'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120년까지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현재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79세. 의학 발달 속도로 볼 때 평균수명이 매년 1년씩 늘어난다니 사고나 특정 질환만 없다면 생물학적으로 100세를 넘어 120세도 불가능한 게 아닐 것이다.이게 축복일까. 60세가 되면 싫든 좋든 대부분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살아온 기간만큼 앞으로 살아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우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 2025년에는 전체의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반면 생산가능인구는 10년간 연평균 32만5천 명씩 감소하고, 2030년부터는 감소 폭이 50만 명대로 커진다. 이 속도면 2050년에는 취업자가 전체 인구의 36%에 불과하게 된다.바꿔 말하면 신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60대 젊은 노인'은 일할 곳이 없는데도, 생산활동가능인구는 급속히 줄어든다는 얘기다.해결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활용하는 것. 두 번째는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효용성이 높고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젊은 노인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처한 장년 퇴직자들은 퇴직 전 업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 노동자들이다.우리나라에서 정년퇴직은 생활 수준의 급락을 의미한다.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 근로소득이 월등하게 높은 공공기관 및 금융권, 대기업 종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퇴직으로 인해 여생이 엉망이 돼버린다.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기한 정년 연장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정년을 늘리면 국민연금 지급 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복지비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는데 무슨 정년 연장이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업의 부담도 급증한다. 정년 60세를 지키는 사업장도 20%에 불과한데 다시 정년 연장을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선다는 지적도 당연하다.그렇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다시 70세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법적 의무 정년제도가 아예 없다.기업 부담의 최소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력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다만 정년 연장의 혜택을 가장 먼저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등이 고스란히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정년 연장 반대 진영 상당수는 가진 자들이 더 혜택을 받을까 우려한다. 월급도 많이 받고, 보장도 엄청난 데 정년까지 늘려주는 것에 결사반대다.정년 연장 목표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와 사회복지 강화에 있다. 정년 연장 없이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직종보다는 정년 연장이 생존에 필수적인 중소사업장에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 정부나 학계보다 기업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2019-06-12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자동차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이유

'우회전하던 차량이 직진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났다.' 이 한 문장으로 교통사고는 정리된다. 우회전 차량 과실 80%, 직진 차량 과실 20%. 보험사를 불러서 사고 처리하면 딱 이렇게 나온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거의 틀림없다.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보험사 직원은 사고 동영상을 보거나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8대 2'라고 얘기했고, 항의 끝에 경찰서를 찾아가고 현장을 답사한 뒤에도 '8대 2'라고 했다.사고 당시 우회전 차량이 직진 차로에 완전히 진입했다거나, 직진 차량이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고 해명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무슨 노래 제목도 아니고, 보험사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무조건 8대 2야'를 외쳤다. '많이 억울하시겠지만 8대 2', '도로교통법상 어쩔 수 없이 8대 2', '조금 애매하지만 8대 2'.사고 직후 직진 차량 탑승자들은 병원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양팔에 문신을 가득 새긴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이었다. 우회전 차량은 시속 5㎞로 주행 중이었고, 차량 피해도 범퍼가 긁힌 정도였다. 나중에 보험사가 알려준 사고처리내역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직진 차량의 대물 피해액은 렌트비까지 포함해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객 3명이 받아간 합의금은 한 사람당 220만~250만원씩 700만원 정도였다.사실 사고 직후 보험사기가 의심스러워 경찰에 사고를 접수했다.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사고 '가해자'가 돼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벌점에다 범칙금까지 물었다.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경찰관은 "알아보고 신고하지 그랬어요? 아는 경찰도 없어요?"라고 했다.손해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최고 1.6% 인상한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인상이고, 올해 안에 세 번째 인상이 있을 수 있다. 장사도 이런 편한 장사가 없다. 손해 난다 싶으면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 이런 배짱 장사의 배경에는 여러 조력자들이 있다. 우선 번거롭고 귀찮다며 교통사고 신고 안 하는 운전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누군가 보험사기 수십 건을 저질러도 경찰 사고 기록이 깨끗하다. 게다가 철저한 공무원 정신에 입각해 해당 사고만 법대로 처리한다는 경찰관, 교통사고 환자라면 봉이라도 잡은 듯 지극정성을 다 해서 온갖 치료를 제공하는 일부 얌체 의사와 한의사들도 있다.2018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7천983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고, 이 중 자동차 보험사기는 41.6%(3천321억원)를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 최초로 공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동차 사고 진료 환자는 204만 명, 진료비는 1조6천586억원에 달한다.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천722억원에서 2016년 4천598억원으로 69% 증가했고, 의·치과 진료비는 1조1천512억원에서 1조1천988억원으로 4% 증가했다.모두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해마다 물가인상률 반영하듯 보험료를 올려도 아무 소리 못하는 순진하고 선량한 운전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2019-06-04 18:30:00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 축구의 봄날

2019 시즌 프로축구 무대에서 대구FC가 대세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인기 구단으로 주목받았던 시절을 보는 듯하다.올 시즌 개장한 축구 전용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대구 북구 고성동). 경기 때마다 축구 팬으로 관람석이 가득 찬다.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직접 관전해야 만족하는 '축구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원정 경기에서도 대구FC를 응원하는 타지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대구 축구의 봄날이다.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된 대구FC 돌풍은 올 시즌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구FC는 2018년 정규 시즌 K리그1(총 12개 팀)에서 전반기까지만 해도 하위권을 전전하다 후반기 반전에 성공한 뒤 7위로 시즌을 마쳤다.지난해 대구FC는 프로, 아마를 망라해 챔피언을 뽑는 대한축구협회 FA컵 우승으로 반전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3년 프로축구 무대에 뛰어든 후 16시즌 만에 수집한 첫 우승 트로피다. FA컵 우승 자격으로 대구FC는 2019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주목받았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조성된 국내 축구 열기에 편승해 창단했지만 이렇다 할 조명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주식 공모에 따른 국내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창단 당시 한·일 월드컵으로 정점에 오른 우리나라 축구 열기는 비정상적이었다. 프로축구 흥행을 통해 조성된 열기가 아니라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에 대한 민족주의적 관심에서 비롯한 열기였다.허술한 바탕에서 출발했기에 대구FC는 금세 시민과 축구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대다수 홈 경기 관람객은 수백~수천 명에 머물렀다. 100여 명의 관람객을 두고 치른 경기도 있었다.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구단 운영의 두 축인 단장과 감독의 잦은 교체로 살림살이는 뒤죽박죽이었다. 홈그라운드인 대구스타디움은 육상 트랙을 둔 7만 명 수용 가능한 종합경기장이라 관람 편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팬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그런데 홈에서 7경기를 치른 대구의 2019 시즌 평균 관중은 1만704명이다. 4경기는 만원사례를 빚었다. ACL 홈 3경기 평균 관중도 9천831명이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순히 운 좋게 이뤄진 일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된 덕분이다.전·현직 김범일·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체육 인프라를 크게 개선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축구를 좋아하는 권 시장의 작품이다. '축구 장인(匠人)' 조광래 단장이 2014년부터 권 시장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구단을 이끄는 점도 성공 요인이다.앞서 초대 이대섭 단장, 제3대 김재하 단장의 숨은 노력은 오늘의 대구FC를 있게 했다. 김재하 단장은 부단히 시민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큰 자산인 후원 모임 '엔젤클럽'의 탄생을 이끌었다.하지만 지금 대구FC의 인기에는 거품이 포함돼 있다. 거품이 빠진 대구FC 모습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구단주인 대구시는 비전을 제시하고 선수단과 프런트에 더 투자해야 한다. 대구FC를 앞세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도 없어져야 한다.

2019-05-29 06:30:0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적폐 없애려 적폐만 쌓는 문 정부

'취업은 알바레오, 통계는 바꿀레오, 경제는 망칠레오, 북한은 퍼줄레오, 세금은 올릴레오, 자영업자는 울릴레오'.유시민의 유튜브 '알릴레오' 등장에 맞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빗댄 인터넷 댓글이다. 민심은 정치적 적폐, 사회 구조적 적폐 청산도 필요하지만 적폐 청산을 빌미로 국민의 삶이 고단해지거나, 궁핍해져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이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악질적이고 근본적인 적폐는 '국민의 삶을 곤궁하게 만들고 정치적 혐오를 갖게 하는 정치적 행위'임을 보여준다.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반대 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과 처벌 위주의 적폐 청산, 무리하고 졸속적인 탈원전 정책, 현실을 도외시한 소득주도성장 등을 밀어붙임으로써 그의 약속은 대부분 공염불이 됐다.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적폐 청산 작업으로 수사받은 전(前) 정권 인사만 110명이 넘는다. 징역형 합계가 130년을 넘겼다. 4명이 자살했고, 1명은 국가기관의 공격을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대통령이 지시한 박찬주 전 대장 수사,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 등은 용두사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고(誣告)에 가까운 것이었다."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 대원칙으로 삼겠다"는 약속도 허언에 그쳤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는 '코드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사실상 '내 편이냐, 아니냐' 뿐이었다. 내 편이면 헌법재판관조차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문 대통령 친구들은 쉽사리 한 자리씩 맡고 법무법인의 동료는 법제처장, 심지어 사무장까지 공기업 이사가 됐다. 이러면서 취임사에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어떤가. 현 집권 세력은 자기네들은 위장 전입하면서 남은 징역형 때리고, 자기네들은 편법 증여를 일삼으면서 다른 사람은 못 하게 하는 법 만들고, 제 자식은 외고 보내면서 남의 자식은 자사고도 못 가게 하고, 자기 세력은 집 두 채, 세 채 갖고 임대업자들에겐 집 팔라고 한다.자기들은 체크리스트이지만 다른 정부가 하면 블랙리스트이고, 자기들 댓글 조작은 괜찮고 남은 불법이라 한다. 자기들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가면서, 다른 이들은 1만2천700원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아 쫓아냈다. 이러면서 공정과 정의를 약속했고 실천한다고 선전한다.현 정부 좌파 권력 실세들에겐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폐였다. 적폐 청산은 집권 세력 자신의 살을 먼저 도려내는 솔선수범과 그 주체의 높은 도덕성이 담보됐을 때만 가능하다. 적폐로 적폐를 청산할 수는 없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롭게 비쳐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적폐 청산은 또 다른 적폐를 쌓는 일이다.

2019-05-21 19:07:49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문재인 정권

10년 후쯤 서울과 수도권(인천, 경기)에 본격 등장할 GTX(Great Train Express). 서울 도심‧여의도‧강남‧수도권을 아무리 멀어도 30분 이내 생활권으로 엮어주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수도권 사람들에게만 엄청난 혜택을 주는 KTX라고 생각하면 된다. GTX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A, B, C 3개 노선으로 건설된다.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에 조성 계획을 확정한 2, 3기(1차) 신도시도 모두 GTX 노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지난주 발표된 수도권 3기 2차 신도시 2곳(경기 고양시 창릉동, 부천시 대장동)도 GTX-A, GTX-B 노선이 중심이다.특급 교통망과 신도시를 토대로 서울 부동산, 특히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삼척동자도 서울 내에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서울 집값을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서울 집값은 수도권에 공급 물량이 모자라 급등한 게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도권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GTX, 복선전철, 지하철 연장, 신도시 조성을 해나가고 있다. 심지어 예타 방식까지 바꾸는 꼼수도 등장한다. 신도시나 대규모 공공택지 분양 때 부담시키는 '광역 교통 개선 부담금'을 사업 비용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건설 비용이 엄청 낮아진다. ▷안양 인덕원~화성 동탄 복선전철(2조7천190억원) ▷신분당선 연장(7천981억원) ▷인천 계양~경기 김포~강화 고속도로(1조5천465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창릉지구 일대를 관통할 경전철 '고양선'은 아예 예타 없이 추진한다.문제는 이런 것들이 결국 '수도권 비대화, 지방 황폐화'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서울‧수도권 중심 정책이 강화되는 현 정권의 정책 기조대로라면 지방은 어려운 지역부터 황폐화된다.기업들이 지방 투자를 꺼리고 수도권에 집중하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반도체 신규 투자지로 부지를 무상 사용하게 해준다는 구미 등을 제쳐두고 용인을 찍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폭탄은 경제성장 동력이 가장 떨어지는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 투자를 적극 장려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수도권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노무현 정권을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권. 노 정권의 분신과도 같은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적임자라고 자랑하는 문 정권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주택 물량과 각종 교통망을 쏟아부으면 지방민들의 '박탈감'은 갈수록 커진다.이 정권은 2022년까지 인구와 일자리의 50% 이상을 지역에 배치하겠다며 '국가균형발전 비전'까지 선포했다. 그런데도 수도권 집중 투자와 신도시들의 잇단 등장은 뭐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말을 안 하면 밉지라도 않지.현 집권 세력이 말로만 외치는 균형발전은 이제 들을 가치도 없다. 정책과 행동을 보여달라.

2019-05-14 17:52:33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어버이날의 씁쓸한 단상

얼마 전 한 택시기사가 들려준 얘기다. 취업 준비생 아들과 밥상머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황망한 경험을 했단다. 한때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승객들만 타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아들인데, 공무원 시험에 번번이 낙방해 3년째 백수다. 속이 상해 한소리 했더니 따지듯이 일장 연설을 늘어놓더란다. "대학 졸업만 하면 취직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직장 구해봐야 결혼도 못 하고 애도 못 낳습니다. 집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합니까. 요즘 양육비, 교육비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아버지 세대가 단물 다 빼먹고 우리는 설거지나 할 판입니다." 아버지가 뭐라고 답할 새도 없이 아들은 밖으로 나가버렸다.명예퇴직 후 택시를 몬다는 기사는 현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이야기를 맺었다. "정부가 무능해 경제를 파탄 냈어요. 경제가 이 꼴이니 부모 세대가 원망을 뒤집어쓰는 겁니다." 하기야 명문대 졸업한 아들이 못나서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청년 3명 중 1명은 '기성세대가 노력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리고, 다른 세대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5세 이상 노인세대에 대한 인식은 더 나빴다. 절반가량(47.7%)이 '노인은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3명 중 1명(34.1%)은 '존경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5~39세 청년 3천133명에게 물어본 결과다.왜 이처럼 청년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고, 그 대상이 기성세대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쉽게 성취했던 것들을 청년층은 더 많이 노력해도 얻기 어려워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고도성장기에 자라난 기성세대는 가난했지만 취업 걱정은 없었다. 40년 전인 1979년 대학 진학률은 남성이 29%, 여성이 20%였다. 취직해서 부지런히 저축하면 집 장만이 가능했고, 교육비 탓에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하소연할 정도도 아니었다.일자리도, 내 집 마련도 남 얘기처럼 들리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고도성장의 수혜자이자 미래세대의 부담일 뿐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즉 노년 부양비는 2017년 18.8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치솟을 전망이다.미래세대의 부양 부담은 세대 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다.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을 유지하고 꾸준히 세금을 거둬서 국가 재정을 운용하려면 청년층 1명이 내야 할 보험료와 세금이 더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세대 차이와 갈등은 늘 존재했다. 그런 불협화음이 발전과 혁신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그런 경험을 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디딤돌이며 이정표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원망의 대상이자 부담스럽기만 한 짐짝이 되고 말았다.문제의 해결은 기성세대들이 '꿈꾸는 것조차 사치'라며 좌절하는 청년들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남 탓만 하는 무책임한 젊은이'가 아니라 '두터워진 계층의 벽에 갇혀 신음하는 젊은이'로 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 고도성장의 수혜자인 기성세대가 저성장의 피해자인 젊은 세대를 보듬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9-05-07 19: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네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냐

손혜원 국회의원(무소속) 부친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유공자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손 의원의 부친은 독립유공자(애국지사), 이해찬 의원은 5·18 민주유공자다.국가유공자 심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은 이들이 국가유공자가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손혜원 의원은 부친의 독립유공자 신청을 7차례나 하지 않아야 했고, 이해찬 의원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5·18 민주유공자에 이름을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예전 기자는 국가보훈처 대구지방보훈청을 통해 고인이 된 아버지의 국가유공자(상이군경) 신청을 한 적이 있다. 6·25 참전용사로 가장 먼저 압록강에 도착한 6사단 소속이었던 선친은 인해전술로 남하한 중공군에 밀려 후퇴하다 폭격에 군용 트럭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고 후송된 후 의병제대했다.선친이 후송된 병원은 울산에 있었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는 수시로 울산에서 병원차가 아직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병원에서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왜 오지 않느냐며 밖에 나가보라고 했다.이런 이유로 우리 가족은 부친이 숨진 뒤 장지를 조상들이 묻힌 선산 대신 영천호국원으로 바꿔 모신 사연이 있다.의병제대했지만 먹고살기에 바빴고 배운 게 없었기에 부친은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지 못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기자는 서류를 갖춰 '명예를 찾아드리겠다'는 자부심으로 부친의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그러나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는 까다로웠다. 국가유공자 등록이 쉽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았기에 그래도 한번 신청한 것에 가족들은 위안 삼았다.손혜원 의원도 이러했을 것이다. 그런데 손 의원은 6차례 탈락한 부친의 재심사를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다시 요청했고, 마침내 뜻을 이뤘다. 선정 기준이 완화된 덕분이라고 한다.그런데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6차례나 바뀌지 않은 기준이 왜 완화됐을까. 진보 정권의 코드 때문일까. 국회의원이란 벼슬과 영부인 친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재심사 과정에서 국가보훈처가 베푼 특혜 의혹까지 일반 시민의 눈에는 문제가 너무 많아 보인다.이해찬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다. 1980년 광주에 가본 적이 없다고 밝힌 이 의원은 5·18 유공자 관련 법에 따라 기타 항목으로 광주 민주화운동 구속자에 해당한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으로 보았던 신군부의 재판에 따라 감옥살이를 한 이유로 유공자가 됐다.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은 국가유공자로 넘쳐날 것이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입과 일제강점기, 6·25전쟁, 월남전 참전 등을 겪으며 희생한 우리 국민 상당수가 국가유공자다.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고 군복무한 사람과 민주화운동 때 치안 유지에 나선 이들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한다.손혜원 의원과 이해찬 의원은 명예롭지 못하다. 국회의원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있는데 더 큰 명예가 필요할까. 그건 자만이자 권력욕이다.지금도 늦지 않다. 두 국회의원은 스스로 국가유공자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더불어 5·18 민주유공자를 비롯한 모든 국가유공자의 신상은 공개되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재검증받아야 한다.

2019-04-30 18:29:04

이춘수 편집부국장

[시각과 전망] 文정부가 집도하는 문화(文禍)혁명의 끝은

구한말 매천야록(梅泉野錄)을 쓴 황현(黃玹)은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보고 "조선은 미친 사람들이 날뛰는 귀신의 나라"라고 했다. 요즘 한국의 돌아가는 꼴도 구한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부 얼치기 좌파들의 국정 농단을 보면 그렇다.문재인 정권은 5월 임기 3년 차를 맞는다. 국민적 환호와 함께 호기롭게 시작한 2년 전의 도전과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우리 사회엔 긍정과 통합보다는 부정과 적대의 기운이 가득하다. 정권 차원의 역사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온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문 정부는 중앙 권력과 지방 권력을 독식하고 사법부와 언론을 재편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20년 집권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만큼 민심은 차갑다. 이른바 촛불 민심으로 타오른 정치 동력과 명분을 2년도 안 돼 소진한 것은 정권 자체의 무능과 무정견 외엔 설명이 불가능하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집권 후 시간이 갈수록 다수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선택적 편향이 오히려 더 심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국격에 흠집을 남길 정도로 형식과 내용에서 총체적 부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 정부는 자화자찬이다.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서도 문 정부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애써 강변한다. 국민을 속이는 궤변이다.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의 근본적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났는데도 아전인수식 진단으로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마치 고장 난 시계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젠가는 시간이 맞을 것이라 우기는 것과 똑같다.세금으로 급여를 주는 가짜 일자리만 급증하고, 소득세를 내는 진짜 일자리는 급감하고 있는데도 문 정부는 '고용 개선'이라고 우기고 있다. 미세먼지, 산불 등 문제만 생기면 추가경정예산을 퍼붓는 빌미로 삼고 있다.사법부 코드화와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더 노골적이고 국민의 소리에는 귀닫고 있다.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무상복지를 남발하면서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떠들어대고 있다.지난 세기가 특권과 반칙의 100년이라는 황당한 역사관, 자신들만 정의라는 독선으로 문 정부가 펼치는 정책마다 재앙을 잉태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재인 그룹에 의한 문화(文禍)를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다. 마치 중국 마오쩌둥 시절에 있었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처럼 말이다.과거에는 특정인에 의한 국정 농단과 장막이어서 일거에 제거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상 변화를 지각하지 못하고 편향된 특정 성향 그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권력 핵심에서 독선과 편향이 심해지면서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주장하고 있다. 권력자의 독선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경제가 어려우면 이것은 더 가속화된다. 민심의 바다는 변덕스럽다. 권력의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금방 뒤집기도 한다.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주식 난장판'을 벌여도 '문제 없다'는 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우기는 짓거리나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몰아가면서도 여당 대표란 자가 국회 의석 300석 중 240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국민 무시 발언을 쏟아내는 걸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한 '문화(文禍)혁명'이 그 끝을 보이는 것 같다.

2019-04-23 17:16:12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상주는 좌절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경상북도 신도청 이전지 선정 작업 때 최종 후보지에서 안동·예천에 고배를 마신 곳은 상주, 영천이다.세월이 흘러 도청 신도시 조성이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흘러나오는 얘기 중 하나는 상주의 탈락 아픔이다. 도청 이전지 선정 작업 당시 실무진들을 비롯해 도청 공무원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신도시가 여전히 외딴 교통섬처럼 여겨지면서 고속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린 상주의 장점은 더 부각되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안동·예천처럼 상주·의성이 공동 유치에 뛰어들었다면 신도청 위치도 달라졌을 것이다.상주는 신도청뿐만 아니라 혁신도시(김천), 경마장(영천) 유치전 때도 고배를 마셨다. '2등 징크스'란 말이 나올 만했다.때아닌 상주 타령은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추락한 도시 위상에 안타까움이 들어서다.상주시 인구는 지난 2월 54년 만에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가장 많았을 때 상주시 인구가 26만5천 명(1965년)이었기에 시민이 느끼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상주는 그러나 이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이다. 1천여 시 직원들이 근조 넥타이를 매고 문상객 차림으로 근무하는 등 눈물겨운 인구 늘리기 노력에 나섰고 구체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북대 상주 캠퍼스와 고교 기숙사 학생 전입, 상주상공회의소 등 기관·단체 동참으로 지난 3월 다시 인구 10만 명을 회복했다.앞서 상주시는 2017년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을 사벌면에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조성 중인 경북농업기술원은 곶감, 양봉, 육계, 한우 생산량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농업 도시' 상주의 가치를 엄청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청사와 연구시설, 도시민 체험시설, 산학 연구기관 이전·설립을 통해 인구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이달 중 최종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축구종합센터는 상주의 새로운 희망이다. 축구종합센터는 파주에 이은 '제2의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상주시는 경주시·예천군을 비롯해 김포·여주·용인시(이상 경기), 천안시(충남), 장수군(전북) 등과 경쟁하고 있다.국토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교통 장점과 프로축구 K리그1 상주 상무를 두고 있기에 상주시의 축구종합센터 유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상주가 더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지만, 축구종합센터 후보지에서 탈락하더라도 상주시는 경상북도체육회를 유치해 스포츠 인프라를 통한 도시 발전을 꾀했으면 한다.앞으로 스포츠는 레저를 겸한 건강 지키기, 스포츠맨십을 앞세운 경쟁을 통한 욕망 분출, 타 지역과 국제 교류를 통한 문화 욕구 충족, 재활을 겸한 휴양 등 특화 산업으로 발전한다. 이런 관점에서 상주가 접근하면 스포츠 도시로 주목받을 것이다.지난 2008년 상주가 '2010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중국 하얼빈에 대규모 사절단을 보내는 등 안간힘을 쏟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현장 취재를 하면서 비인기 종목의 작은 규모 대회에 많은 시민과 기관·단체가 나서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지역 발전을 바라는 상주시민의 간절함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황천모 시장, 김성환 체육회장 등 상주시민의 의지가 매섭게 느껴진다.

2019-04-03 06:30:0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포항을 볼모로 한 신기술시도

포항 시민들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은 의심할 나위 없이 천재(天災)인 줄 알았다.지열발전소가 유발한 '촉발지진'이었다는 정부연구조사단의 최근 발표 내용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2016년 9월 규모 5.8 경주지진 이후 우리나라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컸던 포항지진이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정부조사단이 지난 20일 1년간 조사 끝에 내놓은 포항지진 원인조사 결과에 대해 포항 시민들은 충격과 함께 울분을 금할 수 없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은 발생 초기부터 국내 학계 일각에서 제기됐고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도 실렸다.지열발전소는 2010년 정부가 공모한 메가와트급 지열발전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정부와 기관은 지진이나 안전, 환경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는 국가기관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범죄행위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자는 지열발전소 물 주입 후 소규모 지진이 수십 차례 있었다는 보고를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가 지진 우려에 따른 특별한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고 시인했다.이미 4년 전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가 지진으로 중단됐고, 2010년엔 이 사실이 국내에도 알려진 뒤였다.포항지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시킬 만큼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냈다. 주택, 공공건물, 학교 등이 피해를 입어 62명이 부상당하고 1천5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집계된 잠정 피해액이 522억원에 달한다. 아직 대피소를 떠나지 못한 이재민도 200여 명이다.포항지진의 원인이 밝혀진 만큼 이제 포항의 분노를 진정시킬 후속 대책에 집중할 때다. 가동 중단 상태인 포항 지열발전소는 신속하게 폐쇄하고 부지를 정리해야 한다. 특히, 정부 및 지열발전 상용화 사업 참여 기관은 손해배상 논의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이미 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 국가를 상대로 유발지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진 위험지역이라는 오명을 쓴 포항지역의 경기 활성화 대책도 필요하다.정치권의 '네 탓 공방'은 포항 시민을 모욕하는 처사다.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사업이지만 포항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한 후 지진 발생 전까지 2년간 소규모 지진이 63차례나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향후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사업의 졸속 추진을 방지하는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목민심서 '애민'(愛民) 편엔 '구재'(救災: 재난 구제)가 있다. "환난을 생각하여 예방하는 것이 이미 재난이 발생한 후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思患而預防 又愈於旣災而施恩)" 다산 정약용은 다양한 사례를 예시하면서 위정자와 목민관은 재난의 조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현대사회는 위험사회다. 편익에 따른 어느 정도의 위험은 받아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위험이 편익보다 훨씬 크거나 편익을 받는 자와 위험에 처한 자가 다르다면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사실을 감춘다면 범죄다.재해를 입은 사람은 생업과 일상이 파괴되어 버린다. 책임 규명과 적절한 보상, 그리고 확실한 재발 대책만이 포항지진의 피해자를 위무할 수 있다. 정치권의 네 탓 공방, 희생양 찾기, 이념 덧칠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2019-03-26 18:56:55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시니어 안전운전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

#이달 초 광주에서 73세 할머니가 몰던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동승한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비슷한 시기, 같은 도시에서 75세 할아버지가 운전하던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했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기 때문.#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96세 할아버지가 몰던 차에 30대 여성이 치여 숨졌다. 할아버지는 기둥을 들이받은 뒤 후진하다가 이 행인을 치었다.#최근 남해고속도로에서는 저속으로 운행하던 72세 운전자의 트럭을 뒤따르던 차량이 미처 피하지 못해 뒤차 운전자가 사망했다.최근 우리가 접한 대표적인 시니어 교통사고 사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7천590건에서 지난해 2만6천651건, 5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다.시니어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급증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75세 이상의 경우 면허 갱신 때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고, 적성검사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그러나 단순히 검사 기간을 단축하고 일회성 교육만 추가한다고 고령 운전자 사고가 감소할까.시니어 교통사고 줄이기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답답해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묘안 짜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서울시는 15일부터 면허증을 반납하는 만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1천 명을 선발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한다.부산시는 지난해 7월부터 면허증 반납자에게 10만원 교통카드와 대중목욕탕, 음식점 할인카드를 제공, 반납 인원이 5천 명을 넘었다. 경기도도 면허증 반납 시니어에게 하반기부터 10만원대 교통카드 지급을 검토 중이다.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부산 서울 경기 등과는 달리 대구경북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그래서 대구시와 경북도에 제안해본다. 이미 일본이 시행해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들이니 의심은 거두시라.먼저 고령 운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장애우·임산부·초보 운전자를 배려하듯이 시니어 운전자도 보호받아야 한다. '시니어 운전 스티커'를 달게 하고 일반 운전자들이 이 차를 배려하도록 하자. 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사업을 펼치면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나아가 관공서, 공공기관, 대형마트 등에 시니어 주차 구역도 설치하자. 시내버스를 타면 노약자 좌석이 있듯이 스티커를 단 시니어 운전 차량들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 성과를 봐가면서 점차 아파트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이런 배려를 한 뒤에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면 훨씬 많은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면허증 반납도 타 시·도가 하고 있는 10만원 대중교통권 이외에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안전교육이 강화되고 적성검사 주기가 단축된다고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는 없다. 시니어 운전자를 보호하고, 이를 토대로 고령 운전 인구를 줄여나갈 때만이 시니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지자체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정부도 지금처럼 마냥 책상 앞의 정책만 내놓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2019-03-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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