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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성 본사장

[시각과 전망] '컬링 대부'에 대한 탄원

동계 종목 컬링을 우리나라에 안착시킨 사나이가 있다.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교편을 잡다 1990년대 초반 컬링에 꽂혀 보급에 나선 경북컬링협회 김경두 전 회장이다.그는 2006년 고향 의성에 국내 최초 전용경기장인 의성컬링센터를 건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킴'(경북체육회)을 탄생시켰다.한국 컬링의 대부로 불린 그는 지금 영광을 함께 일궈낸, 자식처럼 여긴 '팀킴'의 호소문 파문에 휩쓸려 사위인 장반석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감독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장 감독의 아내인 김민정 '팀킴' 감독은 소속 팀 경북체육회를 상대로 직권면직처분 소송을 벌였다.이들 가족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영광과 치욕을 맛보며 수난을 겪고 있다.2018년 2월 8일 이들 가족이 이끈 한국 컬링 남자·여자·믹스더블은 전 국민을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팀킴'이 일본 팀과의 준결승 리턴매치에서 이기고 2월 25일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들 가족도 큰 조명을 받았다.그러나 그해 11월 6일 '팀킴'이 지도자의 폭언, 특정 선수 배제, 상금 유용 의혹 등을 담은 호소문을 대한체육회 등에 내면서 이들 가족은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대한체육회 합동 감사와 경찰·검찰 수사로 만신창이가 됐다.삶의 터전이었던 의성컬링센터를 빼앗기다시피 내줬고 주위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김민정 전 감독은 고개를 들고 길을 다니지 못할 지경이 됐다. 김 전 감독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한다.애초 장 전 감독은 대구 수성구에서 벌이가 좋은 학원 사업을 했으나 장인 부탁에 영어 통·번역 등 사무 지원을 위해 경북체육회 일원이 됐다.여론몰이식 칭송과 비난이 가라앉은 현 시점에서 보면 이들 가족은 가혹한 벌을 받는 듯하다. 기자는 20여 년에 걸친 이들 가족의 컬링 개척사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봤다.합동 감사와 경찰 수사를 통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팀킴'의 호소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호소문은 인권을 포함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을 담고 있지만 이들 가족은 감사·수사에 따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을 상황에 놓여 있다.검찰 기소 내용을 보면 김 전 회장은 경북체육회 지원금(5년간 동·하계 훈련비)과 민간기업 후원금 등 9천여만원을 컬링장 사용료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원금·후원금 전용은 운영비가 따로 없는 자생력 없는 대다수 체육단체의 오랜 관행이다.현재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장 전 감독은 회계 처리가 제대로 안 된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김 전 회장은 "경북체육회와 경북컬링협회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운영비로 사용했다. 재판을 통해 순수한 우리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이들 가족에 대한 죄의 유무는 사법부 판단에 달려 있다. 이 상황에 처한 것도 전적으로 소통이 부족했던 김 전 회장 가족의 잘못이다.그렇지만 김 전 회장이 컬링에 대한 외곬의 삶을 살지 않았다면 한국 체육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팀킴'은 출범할 수 없었다. 김 전 회장이 범죄자가 된다면 평창대회 때 소리 높여 '팀킴'을 응원한 우리 국민의 보람도 사라질 것이다.

2019-12-10 19:11:04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이 레드카드와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퇴장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시각과 전망] 탄핵 평행이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문서 47건을 유출하고, 최서원(최순실)이 추천한 4명의 공직자(김종덕 문화부 장관 등)를 임명하고, 대기업을 동원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설립했으며, 일부 기업에 특정인 채용을 요구하는 등 사기업 경영에 관여했다"는 것을 탄핵 사유로 삼았다.정유라, 최서원을 위해 문화부 공무원들에게 문책성 인사를 했다거나 한 신문사 사장 해임에 관여하고,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사유는 인정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탄핵 사유였던 '미르재단을 통한 뇌물죄'는 이후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돌이켜 보면 일국의 대통령을 탄핵시키기에는 정말 소박한 사유들이다.자칭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권은 탄핵 사태 이후 대한민국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한민국 헌법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계속성을 침해하고, 국가안보를 약화시켰다. 또 사법권 독립 침해, 여론조작 및 언론 자유 침해, 반자유주의 경제정책,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행위 등 헌법과 법치를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있다.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와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자기들만의 이념에 따라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수호 의지 자체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정원 해체를 주장했으며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과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국가보안법과 국정원 대공 수사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기무사를 해체했으며, 6·25 남침의 주역 김원봉에 대한 보훈 추서를 추진했다.'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전 정권 인사 탄압,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코드 인사, 최근 '조국 사태'에서 절정에 이른 인사 참사, 차기 선거를 노린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마저 추락하면서 대한민국호는 목적지 없이 표류하고 있다. 경제·환경을 다 망친 탈원전과 4대강 보 해체 시도, 반기업 정책과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 간섭 등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를 노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특히 문 정권은 2018년 초 불과 집권 10개월도 안 돼 울산, 창원 등 야당 시장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정치공작을 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때는 문 정권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광풍을 일으키고 있던 시기였다. 역대 어느 정권도 저지르지 못한 국정농단이다.박근혜 탄핵 사태의 주역들인 현 집권 세력은 정권을 잃으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하다. 영구집권과 좌파 연립정권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을 덮기 위한 공수처 설치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두려움의 산물이지 결코 국가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다.2016년 겨울 왜 국민들은 그렇게 분노했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나?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된다는 평행이론(Parallel Life)이 동시대를 사는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에게도 적용될 개연성이 높게 됐다.권력의 사유화와 국정농단을 되풀이하고 있는 문 정권이 이전 정부에서 반면교사를 않는다면 탄핵이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19-12-03 18:26:55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에 스포츠영화제가 필요한 이유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린 지난 8~14일. 강릉시 공무원 및 강릉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부 우려 속에서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기 때문이다.일주일 동안 8만245명의 유료 관객이 찾았고 131회 상영 가운데 27회가 매진되면서 좌석 점유율이 83.75%에 이르렀다.고무된 강릉시는 사업비를 올해 18억원에서 내년 28억원으로 늘리고, 국·도비 확보 등을 통해 40억원 규모로 만들기로 했다. 추진 주체도 독립법인으로 만들어 세계 10대 영화제로 키우기로 했다.다수 도시가 영화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릉시가 국제영화제를 추진한 것은 특화된 영화제로 만들 수만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울산시도 2021년부터 국제영화제를 만들기로 했다. 울산시 산하 울주군이 국제산악영화제를 하고 있지만 울산시가 자체 영화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영화제를 통해 산업도시 울산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것이 울산시의 구상이다.울주군은 영남알프스가 있는 지역에서 '울주 국제산악영화제'를 연다. 순수 군비만 23억원을 투입할 정도다.우리나라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주. 통상 행사가 열리는 4월 말~5월 초 전주는 영화 열기로 가득 찬다. 올해 유료 관객 수는 전년보다 5천 명이 늘어난 8만5천 명. 이 기간 한옥마을에는 20만 명이 더 찾아왔다. 전주시는 전주 인구가 65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대부분 외지인들로 추산하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매년 10월 첫째 주 목요일부터 열흘간) 서울서 부산가는 KTX는 빈자리 찾기가 어렵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2017년부터 전국 영화제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지 않고 있지만 부산의 연구기관들은 부산국제영화제(예산 145억원) 파급효과가 6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영화제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장의 손익보다는 도시 이미지와 브랜드 때문에 영화제를 하고 있다.대구에서도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의미있는 영화제가 열렸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2019 대구스포츠영화제'가 그것. 대구스포츠영화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모두 9편의 스포츠 영화를 상영했다.첫해 민간이 주도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두어 편을 제외하곤 관객이 70% 이상 차는 열기가 있었다. 스포츠는 감동, 환희, 용기, 화합, 영광을 상징한다. 그 스포츠가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전해질 때 주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한다.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9편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009년 고 김수철 감독과 13명뿐인 삼례여중 축구부 소녀들이 일궈낸 눈물 겨운 전국대회 우승의 감동 실화를 그린 '슈팅걸스'는 온통 눈물과 감동의 바다였다.테니스 스타인 이형택 감독은 스포츠영화제를 찾아 영화 관람을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한 후 "내년에는 '뭉쳐야 찬다' 팀을 초청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그만큼 스포츠영화제는 여타 영화제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번 스포츠영화제도 '또 하나의 영화제'가 아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제'였다.스포츠도시 대구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스포츠영화제에 대구시와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한다.

2019-11-26 19:26:08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82년생 김지영'과 4차 산업혁명

성(性) 역할과 차별에 대한 논란은 사회적 파장과 영향력에서 크고 작은 차이가 있었을 뿐 늘 존재해 왔다. 역사 속에서 대륙과 국가에 따라 적잖은 편차가 있었지만 약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아울러 그 속도도 암흑의 중세를 거쳐 근대로, 다시 현대로 넘어오면서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물론 '빨라지고 있다'는 표현조차도 여전히 사회의 약자로 남아 있는 편에선 '강자적 시각'으로 여겨진다.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아울러 그 논쟁과 갈등이 기성세대보다 10대, 20대에서 더 격하다는 사실은 젠더 갈등, 나아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 확대가 속도의 문제에서 기울기의 문제로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충분히 (여성 쪽으로) 기울었다'와 '여전히 (남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시각 사이의 접점은 보이지 않는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10, 20대는 이를 기득권 유지와 박탈의 문제로 본다.그런데 이런 논쟁이 한 세대를 지났을 때에도 여전히 의미있을지 의심스럽다. 일자리, 사회적 지위, 경제력 등을 두고 벌이는 성별 간, 세대 간, 국가 간 경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국경이 사라지고 경제 블록으로 묶이나싶더니 브렉시트가 등장했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국경은 다시 높아지고, 자국 이기주의는 한때의 우방조차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릴 정도다. 공유경제와 블록체인이 가져올 경제의 변화는 자본주의의 격변, 심지어 붕괴를 예언할 정도지만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여기에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이 힘을 합친 '4차 산업혁명'이 닥쳐왔다. '4차'와 '산업혁명'이 주는 문자적 모호함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이전 산업혁명처럼 급진적 변화인 동시에 훨씬 파괴적이고 무자비하며,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 '알파고'로 널리 알려진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가져올 변혁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무엇보다 일자리가 사라진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거나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을 '무용(無用) 계급'으로 전락시킨다. 단순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뿐 아니라 가수, 화가, 작가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 일자리는 평생교육, 재교육 따위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도의 전문적 영역일 것이다.일자리가 없는 인간은 경제력을 잃게 된다.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의 역할조차 상실한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에게서 인간과 일자리를 지키려고 힘겹게 버티며 싸우는 정부도 조만간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인류는 자본주의를 대체할 이데올로기를 얻지 못했고,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가로막거나 늦출 명분을 갖지 못했다.생산자 기능을 잃은 인간에게 소비자 역할만이라도 남겨두기 위해 정부가 나설 수 있다. 다양한 명목의 소득을 주는 것이다. 청년수당, 노인수당 등은 이미 시작됐고, 나중엔 임신과 가사노동 수당이 주어질 수도 있다. 가사와 육아는 당연히 여성 몫이고, 그에 대한 보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졌던 시대가 있었음을 기억하며 '그때는 참 순진하고 무지했지'라며 쓴웃음을 지을 때가 올 것이다.'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쟁이 얼마나 감정적이었고, 대입의 정시 확대와 수시 유지를 둘러싼 다툼이 얼마나 유치했으며, 좌우 편가르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돌이켜볼 때가 오리라. 30년 뒤에 얼마나 많은 직업이 인간의 몫으로 남겨져 있을까. 무지막지한 변화의 속도를 볼 때 '30년 뒤'라는 가정조차 순진하게만 느껴진다.

2019-11-19 20:10:56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민간인 체육회장의 자격

2020년 1월 16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체육회장 자리가 민간인에게 돌아간다.이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 내 체육회가 체육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체육회 등 시·도·구·군 체육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늦어도 내년 1월 15일까지 민간인 회장을 뽑는다.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오랜 기간 관에 의해 운영된 체육회를 민간체제로 되돌리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지역 체육회는 두 차례 민간체제로 운영됐으나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경상북도체육회(전신 영남체육회 포함)는 발족 당시인 1935년 6월~1945년 10월, 1955년 2월~1961년 5월 두 차례 16년간 민간인 회장 체제를 유지했다. 대구시체육회는 1981년 출범 후 줄곧 대구시의 임의단체로 운영됐다.이 기간을 제외한 58년간 체육회는 관 주도로 운영되면서 부정적 의미로 '행동대장'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1995년 민선 지방정부 출범 후에는 지자체장의 선거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를 들어왔다.이런 연유로 체육회장 자리는 국회의원들의 견제를 받았고,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 체육진흥법'의 제정·시행을 가져왔다.오랜 체육담당 기자 경험을 살려 민선 체육회장에 대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해본다.민선 체육회장은 무엇보다 선거 도입 취지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정치 조직으로 활용되는 폐단을 없애려면 잠재적인 정치인은 배제되어야 한다.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의 대항마를 체육회장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경북체육회 전신인 영남체육회는 발족 후 지역 경제인이 회장을 맡아 살림을 꾸렸다. 민간인 체제였던 1955~1961년에도 당시 재력가 김성곤이 제13~18대 회장을 맡았다.따라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체육회 특성을 고려하면 민선 회장은 경제인이 맡아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의 경제인이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과 봉사 차원에서 체육회를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경제인 중심의 회장단이 구성되면 자연스레 체육인이 주도하는 실무 운영진이 짜일 것이고 탈정치화로 선거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지금까지 지역 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 중심의 성적내기를 위한 국가 체육을 해왔다. 지자체장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성적내기에 골몰, 예산을 집중하면서 시민 건강과 체육 교류를 통한 욕구 충족 등 체육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했다.민선 체육회장은 또 일정 기간 체육단체에 공헌한 사람이어야 한다. 체육회 생리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과도기의 체육회를 무리 없이 이끌 수 있다. 체육회나 경기단체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필요하다.더불어 민선 초대 회장만은 추대할 필요성도 있다. 오랜 기간 양분됐던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된 지 2년째인 만큼 양측이 경쟁하면 정치인 선거처럼 혼탁해질 우려가 높다. 선거 후유증 또한 체육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현재 회장인 지자체장이 체육인들의 뜻을 수렴해 지역의 신망 높은 경제인을 추대하는 게 좋을 듯하다. 내부적인 선거 절차는 새로 마련된 규정에 따르면 된다.지자체장이 내 사람 심기를 배제하고,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하면 민간체제 체육회는 큰 갈등 없이 자리 잡을 수 있다.

2019-11-12 18:13:26

이춘수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야, 너 문재인이냐"

중‧고생들 사이에 떠도는 유행어 한 토막. "야, 너 문재인이냐."중‧고생들은 소통이 다소 부족하거나 이른바 왕따인 동료 학생들에게 "니, 문재인이냐"고 쏘아붙인다. 덧붙여 "A4용지에 적어 주랴"며 문재인 대통령을 빗댄 조롱을 날린다.조국 사태와 몰상식한 좌파들의 망나니 같은 행태를 본 미래 주역인 중‧고생들에게조차 대통령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정치 풍향에는 관심이 적을 것 같은 중‧고생들이 들고일어날 만큼 현 시국은 비정상이다."학생들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며 좌파 교사들의 편향된 의식 주입 교육을 고발할 만큼 '건국 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때묻지 않은 중‧고생들의 눈에도 조국 사태로 초래된 현 상황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문재인 정부와 좌파들은 기본적인 법률과 질서조차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개혁 대상으로 옭아맨다. 대검찰청이나 법원, 국회 앞을 가리지 않고 홍위병을 동원하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면서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문 정부의 국정은 정치 성향이 강한 카페, 팟캐스트, 민노총과 전교조, 문 정부에 부역하는 가짜 지식인 등 '친문 네트워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문 정부에겐 이들만이 국민이요, 여론이다.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친문 좌파 중심의 권력층은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대는 공권력과 사법 권력에 대한 사유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국 집안 수사에서 응당 발부되어야 할 휴대폰과 계좌 압수수색이 어쩐 일인지 계속 거부되고 있다. 인적 물갈이를 통한 좌파 사법 권력 장악이 시스템적 효과를 발하고 있는 셈이다.청와대와 집권 여당, 문재인 정권 나팔수들이 조국 집안 검찰 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법원마저 여기에 장단 맞추는 것을 보면 조국 사태에 대응하는 범여권의 컨트롤타워가 전방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치주의가 가동되지 않고 '네 편, 내 편' 따로 공권력과 사법 권력이 적용된다면 건달‧조폭 집단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이쯤 되면 문 정부는 '건달‧조폭 정부'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문 정권이 거슬리는 언론을 통제하거나 어용 언론을 동원하여 국민들이 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 역시 건달 집단과 닮았다. 또 운동권 정실 관계로 연결된 패거리들이 사회 각 분야의 권력을 장악하고 예산 등 국가의 제반 가치를 사익 극대화에 동원하고 있다. 태양광 복마전이 대표적이다.국민들은 먹고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문 정부와 좌파그룹은 광장의 독점, 여론 조작, 이견에 대한 무관용, 그리고 일부 부패 기업들과의 유착을 통해 자기들만이 배를 불리고 있다.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상식이 깨지고, 양식이 무너지는데 분노하고 있다. 문 정권 지지자 사이에서도 "왜 조국이냐, 인재가 조국밖에 없냐?" "조국은 이미 무능을 드러낸 것 아니냐? 조국과 검찰 개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대다수 국민들은 조국을 임명까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문 정부는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장기 집권과 남북관계,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와 관련된 거대한 그림 속의 도구로 조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정 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거짓과 기만으로 일순간 국민들을 호도할 수는 있어도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상식과 양심, 진실과 공정의 아노미(Anomie) 상태를 빨리 끝내야 한다. 상식, 정의, 진실로의 복귀만이 현 집권 세력의 불행을 막는 길이다.

2019-11-01 23:11:42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형마트 영업규제 이대로 좋은가

언론의 가장 큰 사명은 공정 보도다. 하지만 가끔씩 뜻을 굽혀야 할 때가 있다. 집단 반발이 예상되는 보도를 할라치면 뒷골이 댕긴다. 특히 사회적 약자 편에 서지 않는 보도를 할 때 더 그렇다.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통시장 영세상인들의 반발이 신경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는 전통시장과 영세상인을 살리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과연 지난 7년 동안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커졌을까. 불행하게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매출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보고서만 즐비하다. 문제의 원인을 다시 분석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대형마트 영업 환경은 말이 아니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매출이 줄어들다가 지난 2분기에 창사(1993년)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수백억원대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홈플러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홈플러스 대표는 최근 전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매출 감소와 가파른 비용 상승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주 '대규모 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 시점에서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매출이 최고 높은 일요일에 쉬게 되면서 가장 덕을 보는 것은 중형마트들이다. 식자재마트를 필두로 동네 목 좋은 곳에 자리한 중형마트들은 동네 슈퍼나 문구점 고객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영세상인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대형마트가 아니라 중형마트인 셈이다.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 확대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데다 의무휴업을 하면서 중형마트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지게 된 것이다.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바로 마트에 입점해 있는 임대점포 상인들이다. 통상 대형마트 매출의 17~20%를 이 임대점포들이 담당한다. 임대점포 점주들의 수입은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고도 한 달 평균 2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그나마 일요일을 포함한 주말에 매출을 높일 수 있는데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그들을 절망하게 만든다.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으로 인해 온라인시장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일요일 휴무로 주문받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제때 배송을 못한다. 시간 싸움에서 뒤지는 것이다. 빈곤의 악순환이다.경쟁력을 만회하려고 만드는 신규사업은 상인단체 등의 반대로 관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에선 이마트가 혁신도시에 출점을 시도한 '노브랜드'(초저가 매장)가 출점 유예 판정을 받았다. 그러던 사이 '다이소' 같은 매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골목 상권을 초토화하고 있다.무엇보다 이제는 소비자의 권리도 반영해야만 한다. 지난 추석 대목에 낀 일요일(9월 8일)에 대형마트 의무휴무를 해제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당국은 불허했다. 이로 인해 전통시장에서 장보기가 힘들었던 많은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쇼핑하고, 싼값에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살 권리가 있다.7년 전과 지금의 유통 환경은 천양지차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해 규제에만 몰두하다가는 우리의 유통산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전통시장 영세상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규제폐지 주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2019-10-02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무너진 코리안 드림

경북 영덕 한 오징어가공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지하 폐기물 탱크에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차례로 쓰러져 숨졌다. 이들은 지난 10일 오후 2시 30분쯤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깊이 3m, 가로·세로 3~4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탱크에서 작업을 하다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해 숨졌다.지하 탱크로 처음 내려간 노동자가 갑자기 쓰러졌고, 다른 3명이 황급히 구하러 들어갔지만 현장에 있던 업체 대표는 이를 막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를 수사 중이다.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영덕 사건을 '예고된 살인'이라고 밝혔다. 지하 3m 수산물 폐기물 탱크를 청소하려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안전보호구를 착용해야 하지만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을 지시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고령 제지공장 원료 탱크 질식 사망사고, 2017년 군위와 경기 여주 양돈 농가 사망사고 등 이주노동자 질식 사망사고와 똑같은 모습이다. 이들 사건 모두 밀폐된 공간에 쌓인 황화수소가 사망 원인이었다.유기물이 썩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황화수소는 썩은 달걀 냄새처럼 악취를 내뿜고, 공기보다 무거워 밀폐된 공간의 바닥에 쌓인다. 하지만 황화수소가 일정 농도 이상 누출되기 전까지는 냄새를 맡을 수 없고, 임계치를 넘어서면 냄새를 잠시 느꼈더라도 바로 후각신경이 마비된다. 황화수소 농도가 100ppm 이상이면 후각신경이 마비되고, 700ppm 이상에 노출되면 노출 즉시 호흡 정지로 숨질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영덕 사고 현장을 감식한 결과 탱크 내부의 황화수소 농도는 3천ppm에 달했다. 갑자기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다가 '집단 참사'가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슬러지가 쌓여 있고 밀폐된 곳에 무방비로 들어가도록 한 자체가 살인행위라고 말한다. 연대회의는 "이주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도 사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인력을 핑계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고용부, 노동자의 생명보다는 기업의 이윤이 우선이라는 사업주의 생각들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의 '비전문취업(E-9)자격자 국내 체류 중 사망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비전문취업 이주노동자 1천137명이 숨졌다.한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독일로 중동으로 꿈을 좇아 떠났다. 비록 모든 것이 낯선 타국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나 하나쯤 고생해도 괜찮다고 그렇게 위로하고 다짐했다. 독가스에 중독돼 외마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짧은 생을 덧없이 마감한 이주노동자들도 대한민국으로 찾아오면서 그렇게 위로하고 다짐했으리라.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딸이었으며, 부모였던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기회의 땅이자 꿈의 발판이었다.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들을 독가스로 가득 찬 돼지분뇨통으로, 폐기물 탱크로 몰아넣어 한 가족의 유일한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잠시 여론이 들끓겠지만 이내 사그라질 터이다.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다툼이 온 나라를 집어삼켜버렸다. 그렇게 젊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 잊혀져가는 사이 누군가 다시 꿈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향할 것이다. 최소한의 생존 장비도 없이 독가스 탱크로 내모는 죽음의 나라로.

2019-09-24 18:42:02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도산대교를 보고 싶다

세계문화유산 도산서원(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을 가 본 사람은 시사단(試士壇)의 모습도 눈에 선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도산서원에서 낙동강 건너 서 있는 시사단(도산면 의촌리)은 주변 풍경과 어울려 운치를 뽐낸다. 시사단은 조선 정조 임금이 1792년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도산별과를 시행한 것을 기념해 1796년 세운 비각이다.도산서원에서 시사단에 한번 올라가 보려고 승용차를 타고 나선 적이 있다. 시사단에 대한 내비게이션 안내가 되지 않아 약간의 지리적 지식으로 나섰지만 퇴계종택~이육사박물관~원천교를 지나 원천리를 헤매다 포기하고 돌아선 적이 있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도산서원에서 눈앞에 보이는 곳을 내비게이션으로도 못 찾아간단 말인가. 속으로 웃음이 나와 모니터가 큰 데스크톱으로 지도 검색을 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안동시내에서 시사단을 가려면 35번 국도를 따라 와룡면 소재지까지 간 뒤 933번 지방도와 예안면 소재지를 거치는 935번 지방도를 따라 돌고 돌아야 한다.역사적으로 한 몸인 도산서원과 시사단은 1974년 안동댐 준공으로 쉬이 오갈 수 없는 이웃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한때는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었지만, 안동~임하댐 도수로 연결로 댐의 수위가 안정되면서 이제 배로만 바로 갈 수 있다.시사단 인근인 예안면 부포리에서 끊긴 935번 지방도를 도산면 분천리까지 연장하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도산대교가 만들어지면 935번 지방도는 강 건너 35번 국도와 연결된다.안동 출신 김명호 경북도의원이 얼마 전 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안동댐 건설로 갈라진 도산면과 예안면을 잇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고 했다.935번 지방도를 연장하는 도산대교 건설 계획은 경상북도가 이미 2003년 확정한 사업이다. 2009년에는 착공 예산까지 배정된 적이 있다고 한다.어떤 이유로 이 사업이 중단된 채 표류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안동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관광객 입장에서 도산대교의 필요성을 느낀다.하물며 안동 시민들의 불편은 오죽할까. 도산면 의촌리 주민들은 지금도 직선거리 2.72㎞밖에 안 되는 면사무소를 43.8㎞나 돌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안동이 지닌 최고의 자산은 문화유산이다. 도산서원 일대에는 유교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한국국학진흥원, 선비문화수련원 등 경북인의 정체성을 배우고 느끼는 현대적인 교육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더불어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관광 시설을 2020년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기자는 1990년대 초반 취미 삼아 낚시를 다니면서 안동댐 일대의 형편없는 도로 사정을 체험했다. 그때 선착장에서 배로 이동하면서 곧 다리가 놓일 것으로 여겼으나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곳에는 다리가 없다.전라남도 목포시와 신안군, 영암군을 교량으로 잇는 바다 위 도로를 떠올려보며 다시금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낙후를 실감한다.안동댐 실향민들의 애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안동의 문화유산이 바다가 아닌 강물에 단절됐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다.

2019-09-18 06:30:00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시각과 전망] 조국(曺國) 방성대곡(放聲大哭)

조국(曺國)의 주군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祖國)을 삼키니 5천만 형제가 어찌 소리치지 않겠소. 조국(曺國)과 문 대통령을 맹종하는 이도 있소만 양식 있고 소리 없는 다수 국민들은 분노하고 짜증스럽게 되었으니, 어찌 곡하며 분노하지 아니하겠소.다수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합법의 탈을 쓰고 사실상 범법자(앞으로 밝혀지겠지만)인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히는 위정자의 뻔뻔함에 아연실색해질 뿐이오.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일부 극렬층의 맹목적인 지지를 받은 이들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을 줄 알았소. '옳지 않소' '이쯤에서 제발 접으시오'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너희들은 떠들어대라며 본체만체하고 지나갔소. 대한의 국민들은 조국(曺國)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의 노리개가 되었소.문과 조국 사단은 경제는 거덜내고, 외교는 고립무원시키고, 나라는 양분시켰소. 안보는 무장해제시키고, 야당을 겁박하고, 국민들에겐 여론조사를 핑계로 공갈몰이를 하고 있소.또 자기편이라 여기던 청년학생들의 꿈도 무참히 짓밟아 버렸소. 후진들이여 이제 공부는 하지 마시오. 다음 생에는 조국 같은 부모를 만나 부모가 만들어주는 스펙을 받아먹으면서 손쉽게 원하는 대학을 가시오.이번 조국 사태를 대하는 문 대통령과 호위무사 그룹,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들의 열성 지지자들이 행한 행동과 말들을 보면서 대한의 국민들은 얼마나 생각 없고, 위험한 집단을 위정자와 국가 운영 패당으로 선택했는지를 뼈저리게 그리고 사무치게 실감해야만 하오.조국에 대한 저들의 '옹호짓거리'를 보노라면 마치 집단 최면에 빠진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기'를 보는 것 같소.꿈에서 깨어보니 불과 2년 반 만에 문과 조국 사단의 왜곡되고 편협한 운동권식 정치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만신창이가 되었소. 경제, 외교, 국방, 교육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소.그러나 대한의 형제들이여 행여 분노를 멈추고 나의 한마디 말을 들어보시오. 대체로 오늘날 나라의 형편이 이와 같이 되었으니 어찌 남 탓만 하겠소.나라가 완전히 거덜나기 전에 저들의 실체가 온 국민에게 알려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오. 백번을 생각하여도 우리의 조국을 살리는 방법은 선량한 다수 국민의 지혜로움밖에 없으니, 두 눈을 부릅떠야 하오.국민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했는데도 말없이 눈을 감으면 희망이 없소. 혹세무민하는 좌파들의 말솜씨에 놀아나지 말고 그들의 민낯에 침을 뱉는 용기를 가져야 하오. 알고만 있어도 안 되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야 하오. 위정자들을 향한 포효와 채찍질이 긴요한 것이오.현란한 화술을 구사하던 좌파 위선자들의 가면(假面)도 이번에 함께 벗겨졌소. 그들을 추종했던 청년 세대는 그들이 얼마나 이중적인 인간인지 알게 됐소. 품성이 바르지 못한 인간에게 지식인이란 한낱 사악한 흉기와 같음을 국민들에게 깨우쳐 주었소. 정치인들은 그렇다 쳐도,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떠들어대던 작가·지식인들이 조국을 편드는 모습은 한 편의 부조리극을 잘 보여주었소. 그것은 국민의 존재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고 모든 소통이 붕괴할 때 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소.통곡하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비분강개하며 돌팔매질을 못해도 좋소.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시오. 후일에 부끄럽지 않게 또 우리 후손들이 고통받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오.그래도 국민들을 믿소. 우리의 양식 있고 현명한 민심은 조국(曺國)은 내팽개쳐도 조국(祖國)을 튼실히 지킬 것이라고.

2019-09-10 18:12:22

매일신문 디지털국 직원들이 네이버 속 매일신문 초기화면을 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21@imaeil.com

[시각과 전망] 네이버 입점 이후 지역 언론의 과제

지역 언론 최초로 매일신문이 2일부터 네이버 모바일 뉴스 채널에 공식 입점했다. 휴대폰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네이버 앱 또는 웹, 본지 홈페이지(www.imaeil.com)를 통해 구독 버튼만 누르면 매일신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됐다. 대구경북민은 물론 우리 지역에 관심 있는 국내외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휴대폰 화면에서 대구경북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뉴스 유통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네이버 모바일에 지역 언론이 불과 3개사(매일신문, 부산일보, 강원일보)만 입점한 것이지만 이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서울 언론사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던 슈퍼갑 네이버가 지역과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도 지역 언론의 기사가 아닌 서울 언론이나 인터넷 언론이 짜깁기 한 기사를 실었다. 그래 놓고 전국 뉴스를 차별없이 실었다며 지역 언론의 입점 요구를 거부해왔다. 이제는 적어도 대구경북, 부산, 강원 지역에서의 뉴스는 지역 언론사 기사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이번 입점은 국가균형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됐다.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이란 단어를 서울 언론에서 찾기란 불가능했다. 설사 있다고 해도 서울 중심적인 사례가 있을 때만 존재했다. 지역 언론이 줄기차게 보도해온 중심 의제들이 이제는 네이버에 입점한 지역 언론을 통해 전달될 길이 열린 것이다.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활동도 더 상세하고 빠르게 전국 뉴스를 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들은 전국적인 지명도가 없으면 네이버에 등장할 기회가 사실상 원천 봉쇄돼 왔다.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 기업들의 우수한 상품이나 기술이 전국의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질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네이버에 입점하고자 하는 지역 언론의 요구를 네이버는 오래도록 매몰차게 거부해왔다. 심지어 대화 창구조차 제대로 열어주지 않았다. 서울 언론사들과는 다양한 사업까지 공동 추진하면서 지역 언론에겐 빗장을 걸었다.그러다가 올해 3월 지역 언론을 대표하는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대신협)가 공동 보조를 통해 네이버를 설득하고, 신문협회, 기자협회가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힘을 보태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이런 노력이 더해지면서 네이버와 양대 포털(네이버, 카카오)의 입점, 퇴출을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결국 기존 PC상에서 제휴를 맺고 있던 3개사에 한해 입점을 결정했다.하지만 지역 언론이 여기에 만족할 순 없다. 반쪽짜리 입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부산, 강원의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는 마련됐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여전히 네이버에서 소외돼 있다.각 시·도를 대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론사가 추가돼야 지역에 균등한 기회가 제공된다. 지역 민방이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이제 네이버 입점 3개 지역 언론사에는 기회와 함께 큰 과제도 주어졌다. 이들 3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언론사들도 입점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가미된다면 네이버와 제평위도 지역 언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다.포털에 대한 지속적 압박과 함께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 필요한 이유다.

2019-09-04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분노 범죄가 잇따르는 사회

물건을 사다가 매장 직원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욕설이 오가는 말다툼으로 이어지고 멱살잡이까지 벌어질 수 있다. 수년간 만남을 이어오던 연인과 헤어질 수도 있고, 아이까지 낳고 잘살던 부부가 이혼할 수도 있다. 문제의식 없이 부하 직원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거나 함부로 대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저지르기도 한다.그렇다고 해서 다퉜던 매장 직원이, 한때의 연인이,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배우자가, 한솥밥을 먹었던 부하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해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일은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상황일 뿐, 현실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엽기적인 영화 소재가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지고 있다.서울 구로구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장대호(39)는 투숙객(32)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대호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살해 동기는 섬뜩하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상대가 '모텔비 얼마야?', '사장 어디 있어?' 같은 반말을 했다.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어 모멸감을 느꼈다." 살해 이유가 모멸감이다. 범행 당일 장대호는 마스터 키로 피해자 방을 열고 들어가 살해했다. 사흘간 시신을 방 안에 방치했다가 새벽에 시신을 토막낸 뒤 한강으로 가서 유기했다.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에선 PC방 아르바이트생이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숨진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김성수는 "자리를 치워달라고 했는데 화장실을 갔다온 사이에도 안 치워져 있어서 화가 났고, 1천원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나만 바보가 됐구나'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5월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조성호는 "열 살 어리다는 이유로 자주 청소를 시키고, 무시했다"며 함께 살던 선배를 살해한 동기를 밝혔다.사람들은 때론 분노하고 때론 모욕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일로 분노를 분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극히 드물다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 됐다.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마음속 화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범죄를 촉발시켰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습관 및 충동장애)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지난 2013년 4천934명에서 2017년 5천986명으로, 4년 만에 20% 넘게 증가했다.인터넷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고민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던 장대호는 괴롭힘을 당한다는 학생의 고민에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영원히 괴롭힘을 당하겠다는 계약'이라며 '먼저 때려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답했다.지독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고, 그래서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그 속에 웅크려 살고 있는데, 그곳마저 침범당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서라도 응징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들이 장대호의 분노 서린 해결책을 보며 '공감'을 누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제2의 장대호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2014년 345명, 2015년 344명, 2016년 373명, 2017년 357명에 달했다. 하루 한 건꼴이다. 경쟁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부작용쯤으로 여겨야 할까.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지만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2019-08-27 21: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30년 일본 가이드의 반성문

일본의 선전포고로 시작한 우리나라와의 경제 전쟁. 걷잡을 수 없는 확전 양상에서 광복절을 지나면서 차분한 장기전 구도로 가고 있다. 스포츠 한·일전이었다면 한바탕 웃거나 울분을 삼키는 것으로 벌써 끝났을 텐데.역사 학습에 따라 무조건 미워해야 할 나라. 하지만 지리적, 생리적으로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나라.일본의 대한민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초부터 국민들은 일본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스럽다. 일본 조치에 맞서 일본 여행을 가지 말고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등 '반일'하는 게 애국인가. 평상시처럼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현실적인 사회, 경제 논리로 일본을 바라볼 것인가.7월 말,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온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패키지여행. 대구 공항에서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으로 향하는 텅 비다시피 한 비행기가 급속히 악화한 한·일 관계를 대변했다.이 와중에 왜 일본 여행을 강행했을까. 패키지 일행은 몇 개 팀에서 20여 명. 기자가 포함된 팀과 마찬가지로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가이드는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30년 경력의 베테랑 여성으로, 일본 역사에 대한 깊이와 배짱이 있었다. 아베 일본 총리의 선거용 벽보 사진을 보고 "아침부터 재수 없다"고 말하는 일행에 대해 그는 "왜 일본에서 아베를 미워하느냐. 아베는 일본인 다수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맞섰다.가이드는 틈날 때마다 일본의 과거 지배 계층이었던 사무라이 역사를 곁들여 일본의 속성에 대해 얘기하며 '반일'이 아니라 '극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쪽발이"라며 일본인들을 미워하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교류를 통해 그들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논리였다.그는 그동안 '극일'하도록 여행객들을 이끌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비난받더라도 여행객들의 '반일' 사고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아베가 트럼프에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때부터 비굴할 정도로 머리를 조아렸는데 이는 위기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아베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아양을 떨었는데, 자존심 버리고 국민을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일본인들은 알고 있다."그는 아베의 야비한 정치 방식이 밉지만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버릴 수 있어야 하고, 현실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이드의 '극일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장에서 먹혀들었다. 공무원, 군인, 의사, 교사, 사업가, 주부 등 다양한 직업으로 짜인 일행은 시의적절하지 않은 여행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었다.정부와 일부 정치권·지방자치단체·언론의 과도한 '반일' 민족주의 조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경제 전쟁으로 시작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우리 생활 속에는 일본이 지나칠 정도로 침투해 있다. 카메라를 제외한 가전제품이야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치약, 감기약, 파스, 위장약, 칼, 각종 식품·음료 등 일본 제품이 집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축구 한·일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번 경제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정치 지도자를 비난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극일'은 무엇인가?몇 차례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경험하면서 한국산 가전, 통신, 생활용품을 본 적이 없다.

2019-08-20 16:32:34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포스코와 박태준 정신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1970년 포항1기 건설 때 고가 설비 구입 과정에서 보험회사 리베이트 6천만원을 받았다. 박 전 회장은 임원들과 상의한 뒤 박정희 대통령에게 통치 자금으로 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박 대통령은 "포철은 절대 정치 자금 안 낸다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래?" 하며 돈을 돌려주었다.박 전 회장은 청와대를 나서면서 '장학재단'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포항으로 돌아온 즉시 임원회의를 소집, 6천만원을 종잣돈 삼아 '재단법인 제철장학회'를 설립했다. 이를 모태로 1971년 포항주택단지 안에 유치원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초·중·고교와 포항공대(포스텍)를 차례차례 설립했다.박 전 회장은 당시 "사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욕으로 포스코의 학교들에 '교육보국'(敎育報國)을 건학 이념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박 전 회장의 혼이 서린 포스코교육재단(이하 재단) 소속 학교 공립화 추진을 두고 포항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재단이 지원하는 학교는 포항과 광양의 유치원, 초·중·고 등 14개 학교다.포스코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은 최근 자사고인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과 인력 구조 조정, 야구부·체조부를 비롯한 운동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최 회장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재단은 소속 학교의 공립화를 위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해마다 재단 출연금을 줄여가고 있고, 2021년엔 '0'으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시와 시의회는 물론 시민사회 단체와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포스코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 데는 일부 재단 이사진의 "왜 포스코 돈으로 포스코 가족이 아닌 일반 시민의 자녀를 교육시키느냐?"는 비판적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포스코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또 다른 배경으로는 재무통으로 알려진 최정우 회장 등 포스코 수뇌부가 경비 절감만을 앞세워 '포항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포철고 등의 공립화를 추진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자사고 폐지를 지향하는 현 정부에 발을 맞추기 위해 공립화를 추진한다는 의구심마저 보내고 있다.포철고 등 재단 소속 학교는 포스텍, 방사광가속기 등 대학과 연구시설에서 일하는 교수, 연구진,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고급 인력들이 그들의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학교가 없다면 과연 포항에 정주하려 하겠는가.이런 이유로 재단 소속 학교는 포스코와 포항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또 포스코가 포항 경제의 근간으로 기여하고 있지만 환경오염 등 온갖 고충을 견뎌 온 포항 시민에 대한 사회 공헌 측면에서도 재고되어야 한다.작년 기준 200억원이 넘었던 포스코의 재단 출연금이 중지되고, 소속 학교가 공립화된다면 기존 공립학교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어 현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역(逆) 사회 공헌 의미도 있다.포스코는 그동안 강원도 고성 산불 등 큰 재해나 사고 땐 100억원, 150억원씩 큰돈을 성금으로 내놨다. 하물며 인재 양성과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투자에는 무엇이 아까우랴.최정우 회장은 '박태준 정신'에 입각한 포스코 리더십을 곧추 세워야 한다. 작년 8월 대비 1년 만에 시가총액이 10조원 줄어든 포스코의 위기도 근본에 충실하지 않은 무소신과 눈치 보기 리더십에 기인한다면 기우인가?

2019-08-14 06:30:00

[시각과 전망] 8·15 경축사에 담겨야 할 내용

매일신문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 전계완 씨가 5년 전 출간한 '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가 다시 관심을 끈다고 한다. 사료 연구 및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일본이 다시 한국을 경제적으로 침략한다고 했는데 작금의 상황과 맞아떨어져서란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일본은 끊임없이 준비하며 기회를 노린다. 기회가 오면 범처럼 달려든다. 조선 침략,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 등이 그랬다. 미국을 상대로 한 태평양전쟁도 그랬다. 그러나 준비가 됐음에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을 막으려면 우리가 강해져서 공격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책에서 보듯 일본은 이번 경제 전쟁에 돌입하면서 세밀히 준비했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대비하지 못했다.여기서 오버랩 되는 일화 한 토막. 지난 7월 4일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며칠 뒤.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의 최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일본이 그럴 줄 알았냐고 물었다. '미리 대처하고 있었다'는 대답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런데 솔직히 이리 빨리 행동할 줄 몰랐다고 했다.이게 경제 전쟁 국면에 들어가 있는 우리의 현주소다. 일본이 교활한 게 아니라 우리가 무지하고 무능력한 것이다. 아베의 경제 전쟁 시나리오는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의 위안부 합의를 백지화하면서 시작됐다. 아무리 적폐로 낙인찍혀 탄핵당한 정권이지만 협상에 고민이 없었을까. 타결은 적폐 정권의 산물로 넘기고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가야 했지만 국가 간 합의를 깨버렸다. 국가 간 합의 폐기는 한미 FTA 사례에서 보듯 미국 같은 패권 국가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이다.이 정부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외교적 해결 노력도 등한시했다. 아베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보복을 준비했는데, 강하지 못한 우리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선전포고를 받았다.이제야 내놓는 대책이 '5년 내 주요 부품 국산화', '남북경협' 같은 먼 산 불구경하는 것들이다. 더욱이 남북경협은 우리 힘으로 할 수도 없다.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때부터 적폐 수사와는 별개로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상소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한다는 결기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면 국민들은 불안해진다. 지금은 준비된 수만 척의 군함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정부는 이달 내 독도상륙훈련을 한다고 한다. 경찰이 아닌 해병대에 독도 경비를 맡기는 것도 검토한단다. 악수의 연속이 될 공산이 크다. 다시 경제외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한일 관계 복원은 요원해지고 우리 경제는 더욱 힘들어진다.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일본도 그걸 인정하고 있다. 망언망발을 하는 건 그들의 입장이고, 우리는 우리 땅 독도를 지금처럼 지켜내면 된다.극일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면서 집권 여당과 지지 세력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우리가 강해져야만 극일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때론 수모도 견뎌내야 한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면 지지 세력이 아닌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다음 주가 광복절이다. 대통령 경축사가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분명 삼가야 한다. 흥분한 지지자들을 위한 메시지가 아닌 다수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기기를 기대한다.

2019-08-07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쓰레기 산'은 다시 생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의성'을 검색하면 연관 단어로 '의성 쓰레기'가 나온다. 빙계계곡, 자두, 마늘 등 청정자연과 특산물로 이름 높은 경북 의성이 언제부터인가 '쓰레기 산'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CNN까지 보도한 10m 높이의 거대한 폐기물 더미 때문이다. 환경 당국이 이달 초부터 처리에 나섰지만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수년째 방치한 쓰레기 산은 좀처럼 모습이 바뀌지 않고 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인근 주민들은 숨 쉬기조차 힘든 고통 속에 살고 있다.환경부 실태 조사 결과 전국 235곳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가 120만t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 버려진 분량까지 합치면 200만t이 넘는다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민간 업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1t당 10만~30만원 정도. 120만t을 전량 소각 처리하려면 최대 3천600억원이 필요한데, 환경부가 확보한 추경은 313억원에 불과하다.전국에 쓰레기 산이 넘쳐나는 이유는 많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고,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등 처리 시설들이 여러 이유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41만t 수준으로 5년 전보다 3만t가량 늘었다. 한국의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61.9㎏)은 벨기에(85.1㎏)에 이어 세계 2위로, 미국(48.7㎏)이나 중국(24.0㎏)보다 많다.특히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음식, 간편식, 온라인 배송 이용 등이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대구경북의 경우 2015~2017년 3년 새 인구는 5% 줄었지만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5% 늘었다. 2017년 대구경북에선 가구당 5.88㎏의 쓰레기를 매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게다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악성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악성 쓰레기는 재활용도 안 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쓰레기가 없어진다고,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면 어떻게든 처리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는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음식물이 묻어 있는 스티로폼 용기, 라벨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비닐 봉지, 접착용 테이프로 온통 둘러싸인 포장재 등 도무지 분리수거가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포장재와 용기가 넘쳐난다. 이것들을 일일이 자르고 뜯어내서 올바른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최소한의 죄책감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바로 종량제봉투에 마구 넣어서 버린다. 그것도 아니면 '분리수거 업체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막연한 책임 떠넘기기 심리로 상태가 어떻든 플라스틱, 비닐, 종이로 나눠서 그저 시늉만 내는 분리수거를 하기도 한다.현재의 소비패턴을 감안할 때 개인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기업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고, 실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악취를 뿜어대는 쓰레기 산이 어느 순간 우리 집 옆에 생겨날 수도 있다.

2019-07-30 16:01:34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라

우리나라 산림 자원의 보고(寶庫)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울진과 봉화, 영양 등 경상북도 북부 지역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 몇 군데에 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 최고 심장부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자리한다.남부지방산림청은 소광리 일대의 보석 같은 금강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사람의 접근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금강소나무의 가치를 알리려고 7개 구간의 숲길 탐방로를 설정해 개방하고 있다. 탐방 인원은 구간별로 하루 80명으로 제한하며 시기도 4~11월에 한정하고 있다.소광리를 품은 울진군과 경북도는 금강소나무 알리기에 좀 더 적극적이다. 2015년 울진군 서면을 아예 금강송면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지난달 17일 소광리에 테마 전시관과 숙박시설을 갖춘 '금강송 에코리움'을 개관했다.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다.울진군은 금강소나무 군락지 접근 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이 개방하는 탐방로로 가는 길(임도)을 포장하기 위해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소광리를 가려면 일단 봉화~울진을 연결하는 36번 국도를 타야 한다. 이어 917번 지방도와 임도를 따라 12㎞ 이상 더 가야 한다. 이 가운데 500년 소나무와 미인송 등을 볼 수 있는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7㎞ 이상이 비포장길이다.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비포장길은 산림청 탐방객이나 관광객들에게 불편하지만 금강소나무 보존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계곡을 따라 굽이치는 비포장길은 산림 훼손의 주범인 인간과 기계 장비의 접근을 줄이고 있다. 소광리 금강소나무가 일제강점기에 마구 베기와 송진 채취 등 수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쉬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광리보다 접근이 편한 울진 덕구온천 계곡만 해도 많은 금강소나무가 송진 채취로 훼손돼 있다.기자가 최근 두 차례 참가한 금강소나무 숲길 탐방에서 남부지방산림청 직원들과 소광리 주민, 탐방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를 얘기했다."불편해도 옛날 보부상들이 다닌 십이령로는 흙길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포장을 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그럼에도 도로 공사가 이미 시작된 만큼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진입로는 말끔하게 단장될 것으로 보인다. 황토 등 친환경 재료로 포장될 것으로 여겼으나 계곡으로 이어지는 지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스팔트로 포장된다고 한다.더불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펜션 등 숙박시설도 여기저기 생겨날 것이다. 부동산업자의 눈에는 좋은 투자처로 보일 수도 있다.관광 활성화 등 경제 관점이 아닌 금강소나무를 눈과 공기로 즐기려는 탐방객 입장에서 보면 지금처럼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금강소나무 숲길 탐방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광리 주민의 민박과 점심 제공이면 충분하다. 금강소나무를 지키는 남부지방산림청과 주민들의 공존이 빛을 내고 있다.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소광리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자연을 보존하는 원리는 자명하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 된다.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2019-07-23 19:33:4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토착왜구(倭寇)와 토착종북(從北)

토착왜구는 한국 사람이면서 일본 편을 들거나 일본에 부역하는 자생적 친일파를 가리킨다.필자도 토착왜구인 것 같다. 한·일 역사 문제는 제쳐두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촉발과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먼저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일본과 관련해 역사 문제이든, 경제 문제든 정부·여당의 잘못을 비판하면 '토착왜구'로 낙인찍고 일본 총리 아베 편을 들려면 도쿄에서 살라한다.이들의 주장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토착왜구'가 되는 셈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전문가나 학계 인사, 언론, 야당도 모두 토착왜구다.토착왜구들의 요구는 일본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또 상황을 이렇게까지 끌고 온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서 왜 이러한 사태가 터졌는지 최소한의 '되돌아 봄'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에 있다.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파기한 이면에는 무슨 대단한 복안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말짱 맹탕이었다. 결과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었다. 일본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그렇다면 토착왜구로 낙인찍는 그들은 누구인가?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 세습 독재를 하는 북한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요, 범죄인 인권 보호는 그토록 떠들면서도 수백만 명을 아사시킨 북에 대해선 성명서 한 장 못 내는 비겁한 자들이다. 핵으로 동족을 위협해도 평화가 도래했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우리 군인들을 무참히 살육하는데도 북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 우기는 자들이다.국민들은 그들을 토착종북, 주사파라 부른다. 이들은 김일성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부류다.토착종북의 토착왜구 공격은 결코 우연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북한 대남모략 선전선동기구 조평통 인터넷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3월 28일 "토착왜구는 한마디로 얼굴은 조선 사람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란 뜻"이라고 정의했다. 토착종북 세력에 정치 투쟁 프레임을 교시한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집권 여당을 비롯한 종북 좌파 진영에서는 내년 총선을 '토착왜구 프레임'으로 치르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에, 우리 국민들에게 과연 누가 더 해로운 존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이런 정부가 과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외교·안보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지켜줄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원초적인 의문이 든다.국운과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국가 과제를 풀어갈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토착종북 외엔 없을 것이다.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는 걸 보면 마치 선조 임금이 명량대첩 후 "이순신으로 하여금 열두 척의 배로 일본을 물리치게 한 건 나의 결단력 때문"이라면서 전란을 초래한 근원적인 사태를 외면한 것과 다를 바 없다.12척의 거북선만 남기까지 수많은 거북선과 판옥선이 다 깨부심을 당한 건 선조 자신의 과오이다. 시대를 넘어 지금 12척의 배로 유일하게 분투하고 있는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우리 기업인들이다.

2019-07-16 19:03:04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서울 언론과 중앙 관료에 비친 지방

최근 서울에서 중견 언론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화제가 5월 있었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삭발식으로 옮겨갔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이란 중간지주회사를 만들고, 본사 기능을 서울에 두는 것에 반대해 송 시장이 삭발 투쟁에 들어갔던 사건이다.갈등을 해결해야 할 광역자치단체장이 앞장서서 삭발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현대중공업은 그대로 울산에 남고 새로 만드는 지주회사만 경영 효율을 위해 서울에 두는 것인데 지역 경제 피폐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란 주장이었다. 지역 언론인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시장의 삭발이란 행위엔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서울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동안 거대 기업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기여한 건 상상을 초월한다. 본사가 울산에 있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령탑이 울산에 있어서다. 울산시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현대중공업 수뇌부와 만날 수 있었다. 지주회사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중공업 사장이 개발과 생산에 관해선 결정권이 있겠지만 이제부터 지역 상생에 관한 결정은 '서울의 지주'가 한다. 울산이 걱정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도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냉랭했다.조금 더 덧붙였다.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에 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의 모든 결정권은 서울사무소가 행사한다. 회장이 서울에 머물기 때문이다.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스코의 대(對)포항 투자 확대 요청을 위해 서울에 왔다. 짧은 면담에서 성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포항제철소장은 포항의 문제를 제철소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높으신 회장님'을 일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나게 했다고 상당한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본사가 지방에 있어도 이럴진대 지주회사가 서울에 있다면 아무리 특정 지역에 주력 기업이 있다고 해도 그 기업은 서울 기업이 된다. 자회사가 독립법인일지언정 사실상 생산공장화 되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생산공장의 대표가 해당 지자체와의 협력체계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조금 더 나갔다. 중앙 부처 관료들은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이라는데 동의해도 서울 집중의 부작용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대부분 '그게 뭐 어때서?'이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정부의 투자와 SOC가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경영 여건이 좋은 곳에 자리해야 우수 인력을 확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수도권이 비대해지면 재원을 또 투입, 불편을 없애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사고다. 객관적일 것 같은 서울 언론인들도 관료들과 다르지 않다. 지방분권, 균형 발전에 대한 시각은 경직돼 있다. 서울 언론에서 분권과 균형 발전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예타면제를 통해 지역 SOC를 확충하는 것도 이들에겐 불만이다. 필요도 없는 곳에 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냐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부가 지자체의 건의를 받아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도별 예타면제 사업을 발표하자 서울 언론 대부분은 '내년 총선용 선심행정'이라고 비판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지방이 몰락하면 결국 국가의 재앙으로 이어지는데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주회사가 어디 있건, 대기업 본사가 어디에 있건 관심 밖이다. 이들에겐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지역민들이 갈등 유발 인자처럼 보일 뿐이다. 눈치 없이 열변을 토해 봤지만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방은 서울 사람들에게 떼쓰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019-07-10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인구는 늘지 않는다

성장만을 경험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정체된 것을 두려워하고, 유지에 익숙해지면 감소나 하락을 실패와 파국으로 인식하게 된다. 세상만사가 다 이러하겠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선 더욱 잘 적용되는 말이다. 인류는 최근 몇 세기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인구와 자본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로 접어들 무렵부터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일부 국가에서 멈춰서기 시작했다.통계청이 지난달 27일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를 내놓았다. 시도별 장래인구추계는 5년 주기로 작성돼 2022년 공표 예정이었으나, 최근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반영해 특별추계를 발표한 것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국내순이동을 중간 정도로 예측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7년 총인구는 5천136만 명에서 2028년 5천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7년 4천891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영남권의 인구 감소폭은 더 크다. 2047년 중부권 인구는 27만 명(3.8%) 증가하는데 반해 영남권은 무려 199만 명, 즉 현재 인구 1천306만 명보다 15.2%나 줄어든다. 호남권도 감소하지만 그 폭은 51만 명(-8.9%)으로 훨씬 적다. 대구는 246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경북은 268만 명에서 23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과 기대수명을 더 낮게 본, 즉 더 나쁜 시나리오로 가정한 저위 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진 188만 명에 그친다.생산연령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든다. 30년 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0% 넘게 감소한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명이 사라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뿐 아니라 인구 이동까지 감안해 발생한 결과다.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명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정부는 인구 폭발을 우려하면서 아이를 더 낳는 것을 무지몽매한 범죄처럼 치부했다. 그런데 5천만 명을 훌쩍 넘어 5천20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선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마치 저 혼자만 잘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감소가 곧 파국이자 재앙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이 손가락질 받도록 만들고 있다.극적인 반전 없이는 장래 인구 추이는 유지될 것이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부양 부담의 증가, 내수시장 위축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가 줄면 위험하다고 겁만 잔뜩 줘서 해결될 문제인가. 1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돈이 130조원이 넘지만 신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 36개월 연속 최소 기록을 경신 중이다.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줄어든 몸집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고,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할 정년 연장 등의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하며, 이에 따른 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할 혜안도 필요하다. 보채거나 윽박지른다고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2019-07-02 17: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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