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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팔불태’(안 팔리면 불태운다)

[데스크칼럼] ‘안팔불태’(안 팔리면 불태운다)

지난달 26일 대구연극제가 열리는 대구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의 한 소극장을 찾았다. 대구연극제는 코로나19로 3개월이나 늦춰 열렸다. 이번 연극제에는 이송희레퍼터리의 '환타스틱 패밀리', 극단 처용의 '떠돌이 소', 극단 한울림의 '맛있는 새, 닭' 등 세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첫날 개막 공연을 한 소극장은 사전 예약과 관람석 띄어 앉기로 관객들을 맞았다. 이날 선보인 '환타스틱 패밀리'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배우들은 오랜만의 무대가 설렌 듯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관객들도 배우들의 연기에 공감을 나타내며 즐거운 표정이었다.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극단 20개가 극장 12개를 운영한다. 대구연극제로 모처럼 활기가 도는 모습이었지만, 연극계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극 단체와 배우들에게 지난 5개월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중단된 탓이다. 배우들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아니어서 정부 초기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 지원도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이 나왔다.다른 예술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시와 공연이 모두 취소돼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해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들이 부지기수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가려 지원 대상에서도 소외돼 이중고에 시달린다. 정부는 공연예술업종을 관광·여행업과 함께 특별고용유지업종으로 분류해 개인당 300만원의 창작준비금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인 활동 증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생활 안정 자금이나 각종 공모 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대구문화재단이 예술인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예술인 활동을 증명하는 게 어렵고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불만이 많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업종 종사자가 7천 명에 이르지만, 지원받은 사람이 적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정부 지원책이 겉도는데도 아랑곳없이 현장에선 활기가 돌고, 예술인들의 투혼이 느껴진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은 2일부터 5일까지 작가미술장터인 '수창아트페어 2020 안팔불태' 행사를 연다. '안팔불태'가 무슨 뜻일까 생각하다가 의미를 알고 나서 헛웃음이 났다. '안 팔리면 불태운다'의 줄임말이었다. 작가의 삶이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불태우겠다는 절박함을 담고 기획됐다고 한다. 설마 안 팔린다고 불태울까 싶지마는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작품을 불태우지 않도록 완판을 하자'는 의지도 담고 있다. 60여 명의 작가가 3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작가들의 자신감과 좌절감, 안타까움, 희망, 의지가 복합적으로 담긴 행사다.그동안 연기되거나 취소됐던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있는 소극장들은 혼신의 힘으로 연극을 준비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 구·군에 있는 문화공간에서도 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예술계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관객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혼자라도 좋다.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연극, 공연, 전시 행사를 찾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장과 전시장의 표를 사는 일은 지역 예술인들을 돕고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작가미술장터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주머니를 털어 구입해 자신의 집 거실에 걸어 두는 것도 의미 있다. 작가 60명의 작품 300여 점이 '안팔불태'가 아니라 '완판'되기를 기원한다.

2020-07-01 17:30:32

[데스크칼럼] 나타난 청중, 돌아온 청중

[데스크칼럼] 나타난 청중, 돌아온 청중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보노라면 안쓰럽다. 힘차게 던지고, 달리는 억대 연봉의 프로야구 선수들 뒤에 텅 빈 관중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프로야구는 다음 달 10일을 목표로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도 관중 없이 치르는 날이 많아지면 위기라는 말이 나오건만, 하물며 관중이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프로경기 스탠드가 비어 있다면 앙꼬 없는 찐빵의 허탈함, 그 이상일 터.프로야구에서도 관중 입장 허용 목소리가 커지고, 공연장·영화관도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빗장이 조금씩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중·청중·관객의 귀환이다.코로나19로 잠시 사라졌던 이들의 재집결 조짐을 보면 막말·독설에다, 우리 쪽으로 삐라 1천200만 장을 날려 보내 '기분 더러운 꼴을 보여 주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북한이 떠오른다. 신문·잡지·라디오·TV는 물론,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신흥 미디어까지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삐라'로 겁을 주겠다니, 그들의 화려한 험담 솜씨를 빌려 본다면 삶은 소대가리도 크게 웃을 노릇이다.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더니, 3대 세습의 수령 체제, 강철대오를 자랑하던 지구상 유일의 무소불위 공포정권도 인민이 배고프면 당할 재간이 없고, 인민의 마음을 되돌려낼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진리를 우리는 요즘 목격하고 있다. 가설을 넘어 이론으로 이미 정립돼 있는 '청중 비용'(audience cost)이다.우상화를 통해 수령을 신격화한 북한은 청중에게 돌려줄 비용을 전혀 계상하지 않는 청중 비용 0의 나라였다. 수령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 주든, 청중인 인민은 묵언수행하는 존재였고 수령의 헛발질에조차 찬사를 보내야 하는 박수 제조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불러온 국경 봉쇄는 자급자족의 지상낙원 지위를 이미 오래전에 잃어 버린 북한을 극심한 위기 상황으로 밀어넣었고, '이밥에 고깃국의 꿈'을 상실한 인민을 각성시켰다. 바야흐로 북한에도 이제 청중이 나타난(emerging) 것이다.청중에게 돌려줘야 할 비용이 생겼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김정은 체제는 24일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매체를 총동원해 우리 쪽으로 계산서를 내미는 중이다. 옥류관 주방장을 보니 이미 오래전에 소화됐을 옥류관 냉면값까지 계산서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를 적으로 돌려세우며 삐라 날리기를 통해 총화단결의 나라로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청중 비용을 0으로 재수렴시키려는 북한의 선전선동 전술이다.문재인 정부 간판이었던 대북 유화 정책의 결과물을 목도(目睹)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 2018년 지방선거 때 '위장 평화 회담'이라고 비판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은 "선거 사흘 전 막말을 했다며 이를 사과하라고 해서 부산까지 가서 시민들에게 사과의 큰절을 했다.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국민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어도 영구히 속일 수는 없다"고 했다.'촛불'을 앞세워 거칠 것이 없었던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여 동안 청중 비용 고지서를 생각이나 했던 것일까? 북한 비핵화는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난 대북 유화 정책에서는 물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 당시는 마치 무관중 경기를 벌이는 듯했다.북한에 청중이 이제야 나타났다면, 촛불 정부 앞에서 형해화(形骸化)했던 우리나라 청중도 대북 유화 정책의 실체를 보면서 이제 돌아오고 있다. 청중 비용을 정산해야 할 결제의 시간도 다가왔는지 모른다.

2020-06-24 14:50:02

[데스크칼럼] ‘초록이’ 치매

[데스크칼럼] ‘초록이’ 치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늘 이렇게 기도하셨다. "주여, 이대로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하소서." 외할머니는 결국 그 소원을 이루셨다. 저녁 식사를 잘 마치고 잠자리에 드신 후 조용히 소천하셨다. 친할머니는 그러지 못하셨다. 치매에 걸려 몇 년간이나 어머니를 힘들게 하다 떠나셨다. 친할머니도 당신이 건강할 땐 입버릇처럼 되뇌셨다. "자는 결에 살모~시 가야 할 낀데…."요즘 어르신들은 이렇게 소원한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느니 차라리 암을 주시어 저를 데려가소서." 그동안 가장 무서운 질병 중의 하나는 암이었다. 암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몸을 덮치고 마지막에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생명을 빼앗아 간다. 그런데 이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다고 한다.누구에게나 한 번은 마지막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그 순간을 맞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복이 아닐 수 없다. 오복의 마지막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이다. 요즘 말로는 '구구팔팔이삼사'라 할까.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하는 것도 '곱고 깨끗하게 죽고 싶은' 소망 때문이리라. 주위에서 치매 환자를 겪었거나 목격한 사람이라면 "정말 이것만은…"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도 기억에서 사라진다. 수년간 이어지는 간병에 가족들도 지쳐 버린다. 승자와 패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싸움인데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그런 죽음이 어르신들은 가장 싫고 무섭다고 한다.노년 세대에 치매 예방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노인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치매 강좌가 열리면 만원을 이룬다고 한다. 유료 강좌도 여기저기 풍년이다. 관련 기관이나 단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그런 곳에 어르신들이 모인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체조를 하고 운동을 한다.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치매는 예방이 현재로서는 최선이기 때문이다.우리 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했다. 전국 지자체마다 치매안심센터를 개설해 조기 진단과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60세 이상이 되면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문제는 치매가 반드시 노인들에게만 오는 건 아니라는 거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 환자도 약 7만 명으로 전체의 10%나 된다고 한다. 40, 50대 젊은 나이에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초로기 치매는 환자 비중이 10%지만 사회적 손실이나 부담은 노년 치매에 못지않다. 사회적 활동이 가장 왕성할 시기에 덮치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아직 어리고, 열심히 일할 나이의 배우자는 환자 간병을 하기 위해 삶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간병 대책이나 사회적 안전망 자체가 노년층에 비해서는 부족하다.이 연령층은 예방을 위한 활동에서도 살짝 비껴나 있다. 우리나라도 치매 예방 활동의 타깃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 무료 검진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 봤으면 한다. 이들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고 관련 지원도 늘려야 한다.치매 공부를 하고 있는 한 지인은 이 초로기 치매를 '초록이 치매'라고 스스로 작명했다고 한다. 한창 푸르름을 자랑해야 할 '초록'의 계절에 찾아온 치매라는 뜻이란다. 40, 50대 젊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면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2020-06-17 18:09:40

[데스크 칼럼] 대구놀이

[데스크 칼럼] 대구놀이

또 대구다. 이번엔 이용수 할머니다. 대구와 연결될 게 없는 거 같은데도 엮였다. 정의기억연대 및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한 기자회견 이후부터다.대구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순간 본질, 핵심은 흐려지고 진영, 이념 싸움으로 변질된다. 대구 비하 발언 등 비난과 비방이 쏟아진다. 그런데 주로 온라인상이라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다. 일일이 맞대응할 수도 없고, 대구 기질상 맞설 전투력도 약하다. 늘 그렇듯 '대구놀이'가 시작되면 게임은 끝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위안부 할머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 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차 없이 대구 프레임이 씌워졌다. "어쩐지 기자회견을 대구에서 하더라" "참 대구스럽다" "대구가 대구했다" "대구 할매" 등 지역 비하·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할머니가 사는 곳이 대구고, 기자회견을 대구에서 했을 뿐인데 말이다. 대구 역시 어김없이 훼손됐다.이 할머니는 힘이 없는 국가 탓에 꽃다운 나이에 일본제국주의의 군홧발에 짓밟힌 우리의 자화상이자 자존심이다. 청춘은 도륙당했고, 평생 치욕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유는 하나. 조국이 지켜주지 못해서다.일제 치하에서 벗어났지만 지금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일본도 아닌 이 땅의 아들 딸, 손자 손녀 같은 이들로부터 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조롱을 당했지만 할머니 개인이 감당해야 했다. 여기에다 지역 프레임까지 더해졌다.일제강점기 때 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던 그 국가는 이번에도 힘이 없었다. 한 달 동안 보고만 있었다. 뭐라고 한마디 할 만한데도 침묵했다. 지난달 7일 이용수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후 할머니에 대한 비방이 시작된 뒤 한 달 만인 지난 8일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라고 했을 뿐이다.이 할머니가 대구에 사신다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단연코 없다. 대구 또한 마찬가지다. 힘없는 나라 탓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고도 위축되지 않고 평생을 위안부 활동가로 당당하게 살아오신 분이 대구에 계신 것은 자랑할 일이다. 대구 역시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 등 항일투쟁에 앞장선 자랑스러운 도시로 이 할머니에게 힘이 되는 곳이지 비아냥의 대상이 아니다.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 시민은 코로나는 물론 '대구 코로나'라는 조롱과도 싸워야 했다. 특정 종교로 인한 감염 확산인데도 욕은 대구가 먹어야 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그냥 맞았다. 지난 총선 직후엔 졸지에 일본의 한 도시가 될 뻔도 했다. 총선 결과를 두고 '독립해 일본 가라'는 말도 안 되는 막말까지 들었다.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인데도 대구에서만 터지면 '고담'이 됐다.과도한 인신공격과 비방을 견디다 못한 할머니 측은 사실과 다른 도 넘은 비난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대구에 대한 근거 없는 명예훼손과 비방이 계속된다면 대구도 지역의 이름으로 집단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대구 비방에는 정치적 이유, 현대사적 이유, 기질적 이유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더 이상도 아니다. '대구놀이', 이젠 그만할 때가 됐다.

2020-06-10 16:32:43

[데스크칼럼] 코로나19와 경제 양극화

[데스크칼럼] 코로나19와 경제 양극화

코로나19 시국에 몇몇 '줄 서기'가 화제가 됐다. 3일 오픈한 신세계 재고 면세품 온라인몰에 15만 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명품들을 백화점 정상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사이트 신규 회원은 이달 들어 10배 이상 증가했다.지난달엔 명품 브랜드 샤넬 재테크를 위한 행렬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이어졌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싸게(?) 샤넬 백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서울 백화점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긴 줄을 이뤘다. '10억 로또'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의 한 아파트 줍줍 현장은 미계약분 3가구 모집에 26만 명이 몰려 8만대 1 이상을 기록했다. 가구당 최소 분양가가 17억원임을 감안하면 수억원대 계약금 마련이 가능한 이들이다.내 돈으로 명품 사는 데 남 눈치 볼 일 없고, 시세 차익을 노린 줍줍 아파트 열기는 지역에서도 낯선 일이 아니다.하지만 씁쓸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대구 남구의 한 주민센터 앞을 지나다 건물 밖 의자에 줄지어 앉은 수십 명의 어르신들을 봤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상품권으로 받으려고 주민센터 문도 열리기 전에 아침부터 저렇게 줄을 섰으리라. 수십만원의 지원금은 생계와 직결되는 돈일 것이다.경제위기가 깊어질수록 경제 격차는 더 표면화하고 박탈감을 자극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자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고 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코로나19 타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통계청의 올해 1분기 소득 10분위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만 작년 같은 분기보다 소득이 3.6% 줄었다. 전체 소득 중 근로소득이 약 30%나 감소했다. 임시직, 비정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 계층은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 하위 10% 저소득층과 상위 10%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는 6배 넘게 벌어졌다.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만4천 명(0.5%)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는 37만9천 명(2.4%) 감소했다. 숙박·음식업 종사자, 도·소매업 등 서비스 업종에서 감원이 대량 발생했다.경제위기 때마다 양극화는 심화됐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최상위 계층 20%의 소득을 최하위 계층 20%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외환위기 전인 1997년에 3.8배였으나, 1998년 4.55배,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88배, 2009년 4.97배로 커졌다고 한다.오늘(3일) 정부가 35조3천억원짜리 3차 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약 23조원의 적자 국채로 마련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배정된 돈은 1조원도 채 안 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책에서마저 지방은 뒷전인가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일례로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또한 수도권 공장 부지를 우선으로 한 현 정부 아닌가.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서 빈부 격차나 양극화 심화 등 국민 삶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양극화는 가계, 기업의 일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수도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지방을 위한 재원 배분이 절실하다. 지방이 빨리 회복해야 우리 경제 전체의 회복 체감도가 높아진다.

2020-06-03 16:26:44

[데스크칼럼] 대구 국제경기 유치에 세금을 낼 용의가 있나요?

[데스크칼럼] 대구 국제경기 유치에 세금을 낼 용의가 있나요?

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축구가 이달 초 개막했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국민에게 답답함을 없애고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물론 삼성라이온즈나 대구FC의 최근 경기를 보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말이다.승패나 순위가 중요한 프로경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올림픽·월드컵·세계선수권도 마찬가지다. 밤잠을 설쳐 응원했는데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지거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오히려 아마추어 경기가 편하고 즐거울 때가 있다. 육상 등 같은 종목의 대회라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많고 노익장을 과시하는 남녀 선수들도 있다.개인적으로 대구시에서 공을 들이는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를 기다리는 이유기도 하다. 대구는 2017년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어 더 그렇다.다행히 대구가 유치신청을 낸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가 지난 2월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국제행사 승인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의뢰에 따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경제성 분석과 국제성·공익성 등 정책적 분석을 위해 타당성조사 용역을 7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타당성조사를 토대로 8월에 개최 예정인 기획재정부의 국제행사심사위원회 심의 의결로 국고 지원 여부가 확정된다. 국제행사로 승인되면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으로 14억여원의 국비 지원은 물론 대회 위상과 지역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본 대회 유치에 도움이 된다. 정부 승인을 얻은 국제대회가 본 대회 유치에 실패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안정적인 재원과 정부 지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구시도 내심 정부 승인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이 같은 대구시의 바람과 달리 최근 지역 체육계에서는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문조사가 전국 1천500~2천 명을 대상으로 내달 말까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시·도별 지역 인구 비례에 따라 대구는 최대 90여 명밖에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긍정 답변이 원천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셈이다.설문조사 내용은 충격적일 정도다. '2024 대회 유치를 위한 세금을 추가로 1회 낼 용의가 있는가?' '추가적인 세금을 내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이란 질문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 지원금까지 받았던 국민 입장에서 대구의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유를 물어 '확인'까지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예 대구 유치를 반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국제행사 난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최근 정부가 '국제행사 타당성조사' 강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불안을 키우고 있다.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서둘러 설문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제도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 먼저 대회 유치를 원하는 '해당 지역'이 설문조사 대상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촉구해야 한다. 또 사업 시행의 필요성·특수성 등 국가 정책적 판단의 반영을 강화하도록 요구해야 한다.아무쪼록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가 정부 승인 국제행사로 대구에서 열려 코로나19에 맞서 세계를 놀라게 한 '대구의 저력'을 다시 한번 펼칠 수 있었으면 한다.

2020-05-27 16:33:22

[데스크칼럼] 슬기로운 야당생활!

[데스크칼럼] 슬기로운 야당생활!

지난 15일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대구경북의 미래통합당, 무소속, 비례대표 당선인 26명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당선을 축하하고 상생과 지역 발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로 귀결된 지난 총선 결과 때문이다.행사 시작부터 당선이라는 샴페인을 터트리기보다 왜 보수 야당이 이렇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쏟아졌다.이를 두고 한 중진 당선인은 "추상같은 꾸짖음으로 들렸다"고 했다. "'이번엔 보수를 위해 울면서 미래통합당을 찍었지만, 이런 식이면 2년 뒤, 4년 뒤엔 떠나겠다'는 유권자를 만났다"며 솔직히 고백하는 당선인들도 있었다.총선 직후 통합당 한 국회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의 보수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나왔다.발제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야당이란 건 이미 심판받은 상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심판 대상은 권력을 가진 여당이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 심판론이란 게 나왔고, 거기에 국민 절반이 공감했다. 이건 야당이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강 교수는 1979년 이후 18년 만에 권력을 잡는 데 성공한 영국 노동당과 통합당을 비교했다. 1979년의 노동당과 지금의 통합당이 비슷하다는 것이다.1900년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며 만들어진 노동당은 1920년대에 자유당을 제치고 양대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70년대까지 보수당과 정권을 주고받던 노동당은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에 패배한 뒤 선거에서 연달아 져서 만년 야당이 됐다.오랜 야당 생활과 내분으로 지쳐 있던 1994년 당권을 장악한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은 '새 노동당'(New Labor)이라는 기치 아래 노동당의 상징이던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를 폐지하는 등 당을 완전히 개조했다. 그리고 3년 뒤 총선에서 '새로운 영국'(New Britain)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압승했다.이런 성공적 변신의 배후에는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주창한 기든스 교수가 있었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서려는 이념적 노력을 통해 노동당은 핵심 지지 세력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영국 중도층'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강 교수는 1900년대 후반 절치부심과 환골탈태를 이뤄냈던 영국 노동당의 경험을 통합당에 제시한 것이다.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한 보수 인사는 "2년 뒤 대선에선 상황이 확 바뀔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정당 득표율만 따지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33.3%,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33.8%로 비슷하다는 근거를 내세웠다.그는 또 "대선 때까지 경제는 더 어려워질 테고, 번듯한 대선 후보를 내세우면 돌아선 20~50세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냥 웃고 넘겼지만, 진보·좌파가 지난 20년간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 어떤 혁신과 몸부림을 쳤는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는 말로 들렸다.통합당 당선인들이 혹여 이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2년 뒤는 물론 4년 뒤 또 '추상같은 꾸짖음'을 들을지도 모른다.지금 보수 우파 정치 세력에 필요한 것은 '세대교체 논란'이나 '지역·정서의 갈등'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가슴속에 뿌리 깊이 박힌 '비호감'을 떨쳐 내느냐이다.

2020-05-20 15:40:56

[데스크칼럼] 코로나19 이후 ‘보수 부활’의 조건

[데스크칼럼] 코로나19 이후 ‘보수 부활’의 조건

지난주 미래통합당 정당 지지도가 26.1%로 창당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의 지지도 역시 그 전주보다 13.2%포인트나 폭락한 30.5%를 나타냈다.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이다. 중요한 것은 추세이다. 4·15 총선 이후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은 그들을 지지해 준 국민들에게조차 엄청난 실망감을 주고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총선 참패의 원흉들이 반성과 자숙은커녕 '진영 논리'와 '패거리 정치'에 기대어 제 살길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에 보수 시민들은 더 큰 절망과 좌절을 느낀다. 문재인 정권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 정당이 제 스스로 폭망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분석이기도 하다.선거 부정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전 투표에 등장한 삼립빵 박스' '중국인 개표인' '중국 화웨이 사전 투표 장비설' '선거 관리 서버 임대 업체에 대한 의혹' 등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주장이 우파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비상식적이고, 그 실체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그러나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은 선거 관리 과정의 문제이지 부정선거의 직접적 증거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선관위와 검찰·법원은 괜히 의혹만 부풀게 하지 말고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조치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근거 있는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외면해 버린다면 부정선거 의혹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2018년 울산시장 부정선거 혐의로 당시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필자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가 보수 폭망의 근본 원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부정선거 의혹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보수는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고 본다. 사실 이제 더 이상 '고도성장을 일군 산업화 시대 패러다임'에 갇힌 시대착오적인 보수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우리의 과거 경험과는 철저히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다시 곧추세우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을 갖추어야만 보수가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지금 좌파는 퍼주기식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으로 기업과 국민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좀먹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는 '탈세계화' '거대 정부 부상' '포퓰리즘'에 잘 편승해 인기를 높이고 장기 집권의 실익도 챙길 수 있는 전략이긴 하지만, 결국 우리 국민과 국가를 그리스·베네수엘라 같은 처참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 명약관화하다.그렇다고 과거의 성장 제일주의, 성장 만능주의가 지금도 유효한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을 지키고 '경제하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는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을 대규모로 양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이 청년, 저연봉, 단순 서비스,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듯하지만, 좌파 정책의 최종 부담과 희생 역시 이들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이다. 너무나 불공평한 세상은 좌파에 의해 더욱 불공평해질 전망이다. 지금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인권'을 소외계층에게까지 확대해 그들을 품어 안을 새로운 국가 비전과 전략이다. 사회 소외계층을 '정부 보조금 노예'가 아니라 '자유시민'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2020-05-13 09:30:25

[데스크칼럼] 지역 공연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데스크칼럼] 지역 공연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지난 1월 30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관람했던 오페라 '리골레토'의 감흥을 잊지 못하고 있다.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브라보'를 외쳤다. 확실히 오페라는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과는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팍팍한 일상을 적시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공연장을 자주 찾아 다양한 공연을 봐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불과 20여 일 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문화 공연 관람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대구지역 공연장이 행사를 취소하고 문을 닫은 뒤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것은 온라인 공연이었다. 위기에 처한 대구 문화계를 포함해 국내와 전 세계 공연계는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 등을 개최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를 시도했다. 지난 3월 유튜브 채널에서 'DAC on Live'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와 함께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지난 5일 아파트 단지에서 '발코니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콘서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전 세계 의료진을 응원하는 한편 시민들이 집에 머물도록 독려하기 위해 지난달 열린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으며, 자선 기금 1천500억원을 모았다. 1985년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톱스타들이 뭉쳤던 '라이브 에이드'를 연상케 했다.온라인 공연은 전 세계와 지역 공연계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온라인 콘서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인들이 관객들과 교감하는 새로운 창구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공연 예술은 무대와 객석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이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공연은 현장에서 직접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독일의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디지털 콘서트홀' 사이트를 만들어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연을 중계한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도 '메트 오페라 온 디맨드'를 통해 고화질 오페라 공연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코로나19로 공연장 찾기가 꺼려진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온라인 공연은 새로운 공연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지역 문화계는 온라인 공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온라인 공연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새로운 공연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나 플랫폼 개발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과거 폐쇄적인 공간에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소비했다면 온라인과 같은 개방적인 공간으로 무대를 옮겨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공연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수도권과 지방 간 문화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같은 공연 인프라가 뛰어나고 굵직한 행사와 이벤트도 양적·질적으로 풍성하다. 세계적인 공연은 대부분 서울에서 열린다. 대구에서는 볼만한 전시와 공연이 부족하다고 푸념하는 시민들이 많다. 대안은 온라인 공연이다.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하면 공연에 대한 지역민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고, 대구경북의 예술인이 국내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지역 문화계가 온라인 공연에서도 도태되면 수도권과의 문화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2020-05-06 17:36:40

[데스크 칼럼] 천수답(天水畓)으로 부농(富農)의 꿈을?

[데스크 칼럼] 천수답(天水畓)으로 부농(富農)의 꿈을?

두 해 전 만났던 경주 최씨 중앙종친회 최염 명예회장은 "경주 최부잣집 300여 년 부(富)의 원천은 혁명적 농업기술 덕분"이라고 했다.그의 11대 조인 국선 할아버지 때부터 큰 부를 일궜는데 모내기를 통해 쌀농사를 짓는 새로운 영농 기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냇가에다 나무를 이용해 차단막을 설치한 뒤 물을 확보, 무논에 직파를 하는 방법이 아닌 모내기 기법을 통해 쌀농사를 지었는데 수확량이 직파 때보다 5, 6배나 늘어났다. 물을 다스리는 농업기술혁명이었다.순식간에 국선 할아버지는 부농이 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 부자 집안이자 경영학 책에도 등장하는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모든 성취 결과에는 의지, 그리고 능력이 합산돼 있다. 천수답(天水畓)으로는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으니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부터 최 부자 마음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물을 다스려 논으로 공급하는 기술적 능력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됐다. 그 결과, 수백 년 전 최 부자는 황무지를 옥토로 바꿔 알곡을 수확해냈다.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보면 천수답이 떠오른다.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농부처럼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가 헛발질하기만 기다렸다. 국가든, 개인이든, 그 역량을 의지와 능력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판단한다면 통합당은 의지도, 능력도, 모두 천수답 농부 수준이었던 것이다.문재인 정부가 헛발질만 한 번 크게 하면 '게임 끝'이라는 피동적이기 그지 없는 통합당의 의지 수준은 선거전이나 그 후나 달라진 게 없다. 야당의 개헌 저지선을 지켜주며 가까스로 여야 권력 균형을 맞춰낸 것은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영남권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었지만 선거가 끝나자 낯빛이 달라졌다. "앞으로는 영남을 탈피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며 지지층에 대한 헌신 의무조차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빈약한 의지력은 지지층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열렬한 지지를 보내준 광주전남과 전북에 대해 큰 고마움을 표시하며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호남으로 달려갔던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을 방문, "여러분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을 용기있게 내놨다. 지지 기반에 대한 감사 언급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표현적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지 기반에 대한 애착은 지지층 결집을 통해 수도권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여당은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의 금자탑을 이뤄냈다.제1야당의 독자적 그림 그리기 능력을 보여주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그림이 틀렸다고 딴지만 걸면 될 것이라는 제1야당의 능력 부재 현상은 또 어떠했나? 문재인 정부는 보수의 전유물이라 불렸던 애국심이라는 가치를 과감히 국정에 반영, 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보훈 강화 정책을 폈다.문 대통령은 미국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최장수 핵심 참모로 두면서 이달 18일 기준으로 9번의 양자회담, 무려 24번의 정상 통화를 갖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미국과의 접촉점을 늘리면서 북한 편만 들고 한미동맹을 무시한다는 통합당의 공세를 돌려세웠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통합당이 그나마 남은 살림마저 모두 부수는 소리를 내며 또다시 집안싸움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한 방에 보낸다"는 호기로움은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았다. 의지도, 능력도 없는 천수답 농부가 나무 그늘에 앉아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다. 식구들 배곯는 소리가 농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2020-04-29 15:37:02

[데스크 칼럼] 함께 살아간다는 것

[데스크 칼럼] 함께 살아간다는 것

#1. 어느 날 갑작스레 할아버지로 '승격'되었다. 당연히 아내는 할머니가 되었고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지 못했던 일이라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자식의 일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2월 말이었나. 서울 사는 딸이 전화를 했다. 제 집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갑자기 돌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와서 '애들'을 좀 데리고 가라는 거다.가긴 가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구가 한창 어수선하던 때라 서울길이 조심스럽기만 했다. 도둑고양이 부뚜막 들어가듯 주말 저녁 어스름에 살며시 '잠입'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남이 볼 새라 도망치듯 돌아왔다.난데없이 '손주'들이 생기게 된 사태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똥오줌은 어찌 처리하며, 밥 시중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양이 털이 온 집 안에 날리게 될 것도 걱정 중의 걱정이었다. 곳곳에 철망을 치고 스크래치 방지 필름을 붙였다.그렇게 시작된 반려묘들과의 동거가 두 달 가까이 되었다. 애들과도 많이 친해져 이젠 녀석들이 슬쩍 다가와 먼저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 잠옷 사이에 박힌 털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그래, 살아 보니 살게 되는가 보다.#2. 시각장애인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당선인이 되자, 그의 안내견이 국회에 들어가는 문제를 둘러싸고 잠시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개가 국회 본회의장이나 다른 회의장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은 눈이나 마찬가지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텐데, 그게 왜 논란거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회는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해왔다고 한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놀라웠다. 출입 허용이 '헌정 사상 최초'라는 말도 부끄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벌이는 '이전투구'를 개가 보고 놀랄까 봐 그랬던 건…?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삶의 방식을 바꾸려니 뭔가 불편할 것 같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함께 살기'가 처음엔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색함, 불편함 때문에 언제까지 '외면'해서야 될 것인가. 살다 보면 살게 된다.#3. 코로나19 사태 속에 대구에서는 학교 비정규직(교육 공무직) 직원들과 교육청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리사 등 6개 직종에 대해 교육청이 강제 휴업 명령을 내리자, 이들이 출근 허용을 요구하며 저항하고 있다.근무한 일수만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직 직원들은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출근을 하지 못하면서 당장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겨울방학 동안 급여가 거의 없었는데, 3, 4월까지 출근을 못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 인원이 3천5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휴업수당으로 70%를 보전해준다고는 하지만, 원래 액수가 많지 않은 급여라 30% 삭감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서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당초 총액 연봉 보장을 약속했던 교육청이 방침을 바꾼 게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도 없는데 출근해도 할 일이 없다는 교육청과의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것 같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함께 살기가 여기선 통하지 않는 걸까, 대구에서만. '먹고사는' 문제인데.

2020-04-22 17:30:37

[데스크칼럼] 코로나와 권영진

[데스크칼럼] 코로나와 권영진

권영진 대구시장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천지교회에 대한 늦은 대응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불렀고, 긴급생계자금 등 지원금 지급 기준 및 시기도 서민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컸다.최근엔 신천지 및 신천지 신도였던 대구 첫번째 확진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입장을 두고 신천지 뒤로 숨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방역 실패 등 대구시의 코로나19 전반적인 대응 실패의 책임을 신천지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때는 권 시장과 신천지와의 유착 의혹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의료진 수당, 소독업체 등 대금, 저소득층 쿠폰 지급 문제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코로나19 사태를 진두지휘해온 대구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심화되는 변곡점이 된 대구시의회 사태도 있었다. 25, 26일 시의회에 참석했던 권 시장의 갑작스런 퇴장과 쓰러짐을 두고 온라인 등에선 '정신 나간 거 아니냐', '쇼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후 시장은 퇴원한 뒤에도 정례브리핑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돌이켜보면 온통 시행착오와 판단미스, 대응 실패 등 잘못한 거 투성이인 거 같다. 신천지에 대한 초기 대응만 좀 더 빠르고 강력했더라면 대구가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좀 더 꼼꼼하게 지원금 지급 기준을 잡았더라면 한 명이라도 더 도움을 받았을 수 있다.그런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했더라면' 확산을 막았을 수도, 더 많은 사람이 더 빨리 지원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처음이었다.정부도, 전세계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확산되는 코로나19 앞에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어찌할 바 몰라 헤매고 있는 건 선진국들이 더 하다.다소 늦었지만 시는 신천지교회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했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 수준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법을 과감히 도입, 코로나19 검사를 선순환구조로 돌렸다. 사태 초기 의료계와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지역의 모든 대형병원들이 일찍부터 코로나19 체제로 돌입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기업과 정부의 협조를 호소, 전국 곳곳에 생활치료센터를 마련, 코로나19 중증과 경증 환자를 분리 격리·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확진자 수치가 급격하게 증가할 게 불 보듯 뻔하지만 신천지 신도,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적극적인 전수조사에도 나섰다. 시 예산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구시민의 생계와 생활을 위해 생계자금, 생존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도 했다.이틀 뒤면 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 발생 후 두 달이 된다. 이달 8일(9명)을 시작으로 대구 신규 확진자 수가 8일 연속 한자릿수(0명 포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달도 안 돼 대구가 거둔 성적표다.대구시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코로나19 수칙 준수가 사태 안정화의 일등공신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의료계의 주체적인 헌신도 단연 수훈갑이다. 그 중심에 지역 의료계 등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언을 적극 받아들이며 코로나 사태와 맞선 대구시와 시장도 있다.달걀을 깨트려 탁자 위에 세운 '콜럼버스의 달걀' 일화가 있다. 세운 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했지만 세우기 전엔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이다. 뒤에 하면 더 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먼저, 처음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설사 좀 깨진 부분이 있더라도 잘한 건 잘한 것이다.

2020-04-15 20:51:08

[데스크 칼럼] 스포츠 실종시대

[데스크 칼럼] 스포츠 실종시대

스포츠팬들에게 요즘처럼 힘들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스포츠가 올스톱인 데다 중계까지 다 사라졌다. 예년 같았다면 지금쯤 야구, 축구 등 정규 리그가 시작돼 골라 즐기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이제는 어디 한 군데 마음 둘 곳이 없다.한두 달 전만해도 이러지 않았다. 굵직굵직한 이벤트와 이야깃거리로 연초부터 팬들은 부푼 기대에 설렜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올 시즌 첫 실험대에 오른 허삼영 체제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고 지난해 축구의 참맛을 알게 해준 대구 FC에 대한 축구팬들의 기대도 남달랐다. 그뿐인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도전하는 김광현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팬들을 설레게 했고 손흥민의 활약을 두고 팬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4년마다 찾아오는 올림픽이 올해는 일본 도쿄에서 열려 시차 없이 제대로 볼 수 있겠다는 기쁨도 컸다.그러나 코로나19가 당연했던 것들을 '블랙홀'처럼 삼켜버렸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답답함만 더해진다. 스포츠 방송은 죄다 옛날 경기들뿐이다. 재탕·삼탕을 하다 보니 이제 외울 정도다. 결과를 미리 알고 보는 경기에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게 쉽지 않다. 화질까지 흐릿한 몇 십 년 전 경기를 보다 보면 시간 속에 갇힌 듯 갑갑하다.답답함에 집 밖으로 나서 보지만 편치 않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던 스포츠센터는 물론 아파트·동네 헬스클럽 출입문까지 굳게 닫혔다. 마라톤,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 어느 하나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게 없다.팬들도 이러한데 선수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것이다. 정규 리그 개막이 미뤄지는 등 꼬여진 일정으로 컨디션 난조와 기다림에 지쳐 있을 것이다. 일생에 단 한 번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에 젊음을 던진 선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참다 못한(?) 프로구단들이 나섰다. 개막이 잠정 연기된 K리그와 프로야구가 자체 연습경기 중계로 팬들의 갈증 해소에 나섰다. 수원 삼성은 지난달 28일 자체 청백전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방영했고 K리그2 제주 유나이티드도 다음 날 경기를 생중계했다. 프로야구도 비록 팀 간 연습경기는 연기됐지만 자체 청백전을 내보내고 있다. 두산과 SK는 자체 청백전 3게임을 모두 생중계해 야구에 목마른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한화와 KIA 역시 홍백전 경기를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비록 연습경기지만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프로 스포츠가 온통 중단된 만큼 중계방송은 조회수 몇 만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다.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 '팬들과 소통하면서 경기를 하고 싶다'. 동병상련 중인 팬들과 구단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그러나 코로나19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대구경북을 연고로 하는 대구 FC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그나마 경기가 끝난 후 하이라이트 영상 정도만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물론 방역 강화와 선수 보호 등의 이유로 중계에 어려움이 있다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섭섭하기 짝이 없다. 속단하기 이르지만 대구경북에서도 진정 기미가 보이고 있는 만큼 팬들을 향한 프로구단들의 배려가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스포츠는 언제나 힘이 된다.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혼란스러울 때 더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FC가 대구경북에 힘이 될 때다.

2020-04-01 18:08:53

[데스크칼럼] 코로나20은 없어야 한다

[데스크칼럼] 코로나20은 없어야 한다

"야야, 나는 개않타. 가래도 없고 기침도 안 한다. 걱정 마래이."선술집 낮은 칸막이 너머로 웬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나처럼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손님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잠시 귀동냥하니 할머니는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인 듯했다.이런저런 '잔소리'가 이어지자 중년 사내는 "가짜 뉴스 믿지 마이소"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는 더 이어졌고, 어느새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어무이요, 아무래도 가게 문은 닫아야 할 것 같심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 드릴께예. 우째끼나 식사는 꼭 챙겨 드이소."집으로 가는 버스 막차에도 코로나19가 남긴 상흔은 깊게 파여 있었다. 교통신호를 기다리던 운전기사는 맞은편 차로의 동료 기사에게 "아이고, 여태 죽지 않고 살아있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 동료 역시 천연덕스럽게 "우린 손님이 없어 청정구역 아이가"라고 되받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생물과 무생물 중간 단계에 불과한 바이러스의 하극상으로 우리 삶은 모든 게 달라졌다. '권커니 자커니' 잔 돌려가며 술 마시던 풍경은 그야말로 옛 추억이다. 악수는커녕 2m 안에 타인이 다가서기만 해도 본능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마스크란 단어에서 더는 짐 캐리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떠올릴 수 없다.'봉쇄'라는 가슴 후벼 파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던 대구경북에선 다행히 바이러스의 사악한 힘이 약해졌다. 25일 0시 기준으로 대구경북 일일 신규 확진자는 19명에 그쳤다. 하루 800명 가까이 감염 판정이 쏟아졌던 때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이제서야 털어놓자면 그간 전국 각지, 심지어 해외에 나가 있는 지인들의 안부전화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진심 어린 위로도 있었으나 '강 건너 불구경' 심보가 은연 중 느껴져서다. 서울에 사는 아들이 갑자기 심장 수술을 받는데도 대구에 산다는 죄로 면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어느 엄마의 절규를 떠올려보라.대한민국이 이 정도 수준에서 전대미문의 역병에 맞설 수 있는 근원에는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의료진의 헌신과 대구경북민의 희생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외국 언론까지 나서서 대구경북을 사회적 거리두기의 모범으로 꼽은 데에는 핏속 기질이 작용했을 게다. 아들에게까지 걱정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그 할머니처럼 말이다.공포심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세계 곳곳이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강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달 '13일의 금요일'부터 생필품 사재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천조국' 미국 지인의 전언처럼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평온한 일상이 언제쯤 다시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명칭 결정 또한 코로나20, 코로나21을 암시하는 듯해 찝찝하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는 대공황이란 거대한 태풍이 곧 불어닥칠 망망대해에 나침반조차 없이 표류하는 쪽배일지도 모른다.그 험난한 항해를 이겨낼 수단은 오로지 신뢰와 끈끈한 유대감이다. 스스로 자숙하며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있는 대구경북이 이번에 얻은 중요한 경험이다. 이 고통을 잊지 말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제2차 세계대전 뒤 옛 소련은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독일군의 봉쇄를 이겨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영웅 도시'(город-герой)란 칭호를 부여했다. 900일 동안 도시 인구 3분의 1이 희생될 만큼 처절한 시간을 겪은 데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영웅 도시가 나와선 안 된다.

2020-03-26 06:30:00

[데스크칼럼] '기원전' 공천

[데스크칼럼] '기원전' 공천

대구경북(TK)이 무소속으로 술렁이고 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인 전·현직 국회의원만 10명가량 된다. 공천 배제(컷오프)된 예비후보들도 무소속 연대를 통한 단일화 선언으로 뒤따르고 있다. 한 원로 지역 정치인은 "TK에서 이렇게 무소속 출마 선언이 많은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이들의 무소속 출마 일성은 모두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무능함과 공천관리위원회의 오만함에 맞춰져 있다. 김형오 공관위가 TK는 안중에도 없이 '막천'을 일삼는 등 4년 전 이한구 공관위보다 더 나쁜 결정을 마구잡이로 했다는 것이다.오죽하면 이번 통합당의 총선 공천을 두고 '기원전(기준은 물론 원칙도 없고, 전횡만 있는) 공천'이라고 하겠나. TK 현역 의원은 "TK가 무조건 공천 혁신, 물갈이 공천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공천을 보면 통합당이 TK를 얼마나 무시하고 업신여기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얼마 전 만난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합당이 대구 수성구에서 후보 '풍차 돌리기'를 한 점, 일부 선거구에 지역민에게 이름도 생소한 '서울 TK'를 내리꽂은 점 등을 보면 TK 시·도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속 정당을 떠나 분통 터지는 일"이라고도 했다.황교안 대표의 무능한 리더십도 문제다. 공관위가 헛발질을 하면 당 지도부가 나서서 민심을 수습하는 등 텃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당 강세 지역의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우유부단한 리더십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그는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대 공천 중 가장 혁신적인 공천이었다"고 밝히는 등 TK 민심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입장을 내놨다.이를 두고 경북의 한 의원은 "지난달 매일신문이 지적한 'TK 식민지론'이 현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돈도 제일 많이 내고 인원 동원도 제일 많이 하고 표도 제일 많이 줬지만, 항상 뒷전이었고 대접은 제대로 받지 못 한다는 얘기다.모(母)회사가 이러니 자(子)회사도 TK 알기를 우습게 안다. 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담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6일 발표한 '40인 비례대표 추천 명단'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40명의 후보 중 TK에 제대로 연고가 있는 인사는 39번에 배정된 한무경 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유일하다. 순번 20번 정도가 당선권이라는 공관위의 전망을 고려하면 텃밭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도 없는 처사다.지역구 공천에서 홀대받고,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아예 무시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무기력하고 허약해진 수준이 아니라 'TK 정치는 죽었다'고 봐야 한다.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광주·전남 18곳 선거구 중 17곳(94%)에서 경선을 치른다. 통합당이 TK 25곳 중 13곳(52%)을 경선 지역으로 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광주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도 광주·전남 알기를 우습게 봤고, 오만했다. 어떤 비판이 나와도 표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4년 전 민주당이 호남 민심에 된통 혼나본 경험이 있어서 민심에 반한 일방통행식 내리꽂기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민주당의 '텃밭' 예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통합당에 묻고 싶다. 언제까지 TK를 무시할 것인가. 이러다 통합당은 지역·지지층 다 잃을 수 있다. 4·15 총선이 이제 27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0-03-18 16:33:16

[데스크칼럼] 대재앙, 우연이 아니다!

[데스크칼럼] 대재앙, 우연이 아니다!

"대구에서 왔습니다."순간,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채 서울○○병원 입구에서 출입자의 체열을 확인하던 직원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어색함은 역력했다. 대구경북인은 중국 등 해외에서 온 사람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한쪽 데스크로 불려가 문진표를 작성했고, 진료 예약 기록, 대구에서의 동선 등을 캐물었다.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구경북의 현주소'는 분명했다.이미 지난 3일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5천 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증가세라면 1만 명 확진자 돌파는 순식간에 닥칠 것이다. 향후 얼마나 더 많은 생목숨들이 죽어나갈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현 상황을 천재지변 같은 재앙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의 발생에 대한민국은 책임이 없다. 오히려 가혹한 피해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를' 현재의 상황을 '중국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불과 2주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중국 우한발 코로나19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하룻밤 사이 34명의 확진자가 늘었을 때,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에 봉준호 감독과 스태프를 초청해 짜파구리 기생충 파티를 열고 파안대소했다. 그 이후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서고 매일 국민들이 죽어나갈 때, 문재인 정권이 보인 행태 역시 '기생충 파티의 파안대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 그들 눈에는 국민이 개·돼지, 붕어·가재, 파충류로 보이는 것일까?방역의 최전방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서 온 한국인'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는 '대구 봉쇄' 발언에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한국인 격리 논란과 관련,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전화했다가 "불필요한 인원의 국경 간 이동을 일찌감치 통제하고 감소시키는 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충고를 들었다. 중국발 입국을 제때 통제하지 않은 한국 정부가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런데도 추미애, 유시민, 공지영 등 친여·친문 성향 인사들의 망언과 망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코로나19 위기는 전 세계적이다. 그럼 '정상적' 나라들은 어떨까. 대만 첸시쳉 보건장관은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눈물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확산 못 막는다, 전략을 바꾸자"며 솔직히 현 상황을 고백하고 사과함으로써 동요하는 국민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정확한 정보 전달, 솔직한 한계 인정, 구체적인 계획 제시, 명확한 행동 수칙, 공감과 격려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어쩌면 코로나19 위기를 대한민국의 대재앙으로 만들어가는 원흉은 문재인 정권의 리더십 부재이다. 코로나19가 대재앙을 몰고 온 것이 아니라, 리더십 부재와 무능이 코로나19 위기를 대재앙으로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대한민국호는 조만간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한다. 세월호의 참상이 오버랩된다.중국 우한발 코로나19가 수습된다 하더라도, 그동안 현 정권이 외교·안보·경제·사회 각 분야에 뿌려 놓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치명적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끝내고 또 어떤 대역병을 불러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복구하지 못한다면, 일상은 위기로, 위기는 대재앙으로 번지는 악순환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무섭고 두렵다!

2020-03-04 14:02:53

[데스크 칼럼] 거꾸로 가는 이니시계

[데스크 칼럼] 거꾸로 가는 이니시계

기자에게 쇄도하던 부탁이 몇 달 전부터 갑자기 사라졌다. 부탁 내용은 "청와대 출입이니 이니시계(문재인 대통령 시계·'이니'는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부르는 별명으로 문재'인이'를 소리대로 적은 것) 좀 구해달라"는 것이었다.부탁이 너무 잦아 친구들이 전화오면 투박스럽게 "내가 시계방 하나? 시계공장 돌리나?"라고 핀잔을 줬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 연락을 해오면 "저도 그 시계 갖고 있지 않고(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전체에게 이 시계를 줄 때 받았다가 문 대통령을 너무 좋아한다는 친구에게 줬다) 구할 방법이 없네요"라는 요지로 말씀을 드렸다.그러나 이니시계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고 시계를 구할 도리가 없는 기자에게 이니시계 '주문'은 오랜 골칫거리였다. 누가 내놨는지는 몰라도 제작비의 몇 배에 이르는 가격이 매겨져 있는 상태로 이니시계 구매자를 찾는 내용도 온라인상에서 자주 보일 만큼 인기는 대단했다.이니시계 인기는 취임 초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던 문 대통령의 '개인기' 덕분이기도 했지만 이 시계의 상징적 의미도 한몫했다.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이니시계는 탈권위를 상징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의 민본주의(民本主義) 정치철학이 이니시계에 녹아 있다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그 전까지 시계의 대통령 표장을 권위적인 색깔이라 받아들여지는 황금색으로 하던 관행에서 탈피, 로즈골드색도 채용했다.하지만 취임 초 이니시계에 새겨 놓은 문재인 정부의 굳센 다짐은 사그라든 이니시계 인기가 보여주듯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취임 초부터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근로시간 단축은 경제인들의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에 불을 지폈다. 결국 지난해 40, 50대 비자발적 퇴직자가 최근 5년 새 최대치인 48만여 명을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일자리정부라 칭해온 정부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문 대통령은 지난해 법무부 장관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앉히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내치지 않았다. 표창장 위조 등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수많은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조 전 장관을 두둔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표적 진보 지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 정부에 대한 강력한 저격수로 전면 등장하는 아이러니까지 만들었다.올 들어서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재가함으로써 취임 이후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임명 기록을 23번째로 늘렸다. 역대급 불통정권, 사상 초유의 야당 무시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문재인 청와대에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일 뿐이었다.문 정부 탄생의 주역인 민주당은 보수정당이 따라오기 힘들었던 그들의 주특기마저 잃어버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본원적 가치인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민주당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야당으로서 맹렬히 싸웠던 정당이었다. 하지만 최근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칼럼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당은 그들을 비판하는 언론 자유를 짓밟으며 국민들 위에 올라서 "그 입 다물라"를 외쳤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상징인 이니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2년 넘게 남았다. "거꾸로 가는 이니시계를 고쳐줄 시계 수리 명장들은 언제쯤 온단 말인가?" "4월 15일인가?" 이니시계를 부탁하던 사람들이 요즘은 이 질문을 기자에게 던지고 있다.

2020-02-18 18:29:41

[데스크 칼럼] '누죽걸산'

[데스크 칼럼] '누죽걸산'

'누죽걸산'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무슨 한자(漢字)로 이루어진 관용구인지, 어떤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당혹스러웠다. 사자성어를 평소 많이 사용한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웬만한 것들을 알아듣기는 하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뜻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르신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말이라고 한다.이 말을 처음 들려주신 분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전직 교수였다. 영남대학교와 포항공대(현 포스텍)에서 교편을 잡으시다 정년퇴직하신 K라는 분이다.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대구시내 이곳저곳에서 열정적으로 강의도 하고 계신다.살아오신 얘기를 하던 중 "사자성어 하나 가르쳐 드릴까요" 하시더니, 당신의 좌우명이기도 하며 어디에서든 꼭 얘기하는 네 글자라며 누죽걸산을 알려주셨다."사자성어가 모두 한자여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옛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하면된다'라는 사자성어도 있잖아요? 이건 한글 사자성어예요. 누죽걸산, 바로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뜻이라오, 하하하."20년 전 강단을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덮친 뇌졸중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 터득하게 된 자신만의 진리라며, 지금은 누죽걸산 전도사가 되었다고 했다. 뇌졸중에 걸려 자리에만 누워 있다가 어떤 계기로 휠체어 대신 지팡이를 잡게 된 것이 누죽걸산의 첫 경험이었다고 한다. 여전히 몸 한쪽이 불편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걷지만, 반신불수가 되어 체념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게 되었으니 누죽걸산이 신앙처럼 되었다는 것도 당연하게 들렸다.누죽걸산은 평범하지만 중년 이후의 어른들이 꼭 새겨야 할 진리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 움직이기가 점점 힘겨워지게 마련이다. 오래도록 사용해온 관절은 점점 닳고, 뼈를 지탱해주던 근육도 갈수록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K교수의 신념이다. 중년 이후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한 사람의 삶을 되살렸고, 이 땅 모든 중·노년층의 좌우명이 되어야 할 그 누죽걸산도 당분간은 접어두어야 할 판이다. 중국에서 날아온 불청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 가뜩이나 움츠러드는데,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떨고 있다. 입춘이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춘래불사춘이 따로 없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나이 든 어르신들은 아예 바깥출입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며칠 전 어르신들의 단골 맛집인 시내 한 식당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그 북적이던 핫 플레이스에 손님이라곤 우리 일행뿐이었다. 누죽걸산이 아니라 '나죽집산'(나가면 죽고 집에 있으면 산다)인가. 요즘은 어떻든 안전이 가장 급선무이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분간은 누죽걸산 대신 복지부동하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감염병이 돌 때 어르신들의 행동거지가 더 조심스러워진다. 공공장소에서 젊은 사람들 대하기가 요즘처럼 조심스러울 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스스로 더욱 조심하고 또 조심했으면 한다. 어른들이 존경 대신 눈총을 받기 십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바깥나들이를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어른들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 빨리 병마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2020-02-12 17:57:49

[데스크칼럼] 정말 공항을 원하는가

[데스크칼럼] 정말 공항을 원하는가

대구공항이 있는 대구 동구 지역은 지난 수십 년간 항공기 소음 피해에 시달렸다. 고도 제한 탓에 재산권 침해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렇다 보니 '피해는 동구가, 득은 수성구가 본다'는 말까지 생겼다. 참다못한 동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군 공항 및 대구공항 이전 운동이 시작됐고, 최종 이전부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공항 유치를 위한 경북 자치단체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과열 양상까지 띤 각축 끝에 군위 우보와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 등 2곳으로 압축됐고, 지난달 21일 주민투표까지 치른 끝에 공동후보지로 판가름 났다.그러나 주민투표로 최종 이전부지를 결정하기로 한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 4개 단체장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군위군수가 우보를 이전지로 유치 신청하면서 공항 이전 사업은 올스톱 됐다. 공동후보지의 경우 군위와 의성에 걸쳐 있는 특성상 두 곳의 군수 모두 각각 유치 신청을 해야 하는데 군위군수가 소보는 하지 않고 우보만 신청했기 때문이다.군위군수는 '군민 뜻이 우보에 있음을 확인했고 이를 받들어 유치 신청도 우보로 했다'며 우보 신청 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물론 군위군수로선 그럴 수 있다. 4개 단체장 간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찬성률 76.27%를 기록한 우보가 아닌 25.79%밖에 안 나온 소보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그런데 군위군수와 군위군의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의아함은 남는다. 정말 원하는 게 공항이 맞는지 궁금해서다. 공항을 원하는 건지, 군의 발전을 위한 지원과 혜택을 원하는 건지 이쯤되니 헷갈린다. 공항이라는 애물단지를 끌어안고서라도 각종 지원과 혜택을 통해 군을 더 발전시키고 인구를 늘리려고 공항 유치에 나섰던 게 아니었던가 해서다.역설적이게도 이는 주민투표 결과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 결과 우보 단독후보지에 대한 찬성률이 투표에 참여한 군위 8개 읍·면 중 우보가 가장 낮았다. 86, 85% 등 80%를 넘은 곳이 3곳이나 있었지만 우보면의 찬성률은 59%에 불과했다.반대로 공동후보지인 소보에 대한 찬성률은 우보가 8개 읍·면 중 1등이었다. 이는 우보 주민 역시 '배후단지도 좋다'는 정서를 깔고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공항의 득은 보되 우리 지역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도 투표에 투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군위와 의성 모두 좀 더 냉정·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오로지 공항 유치에 모든 걸 걸고 달려오느라 간과했던 것을 흥분을 가라앉히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를.공항이 들어서고 난 뒤 어느 지역이 더 득을 볼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공항을 받지 않고도 그만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지원은 최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미선정 지역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도지사는 미선정 지역에 항공 클러스터 330만㎡ 조성과 사업비 8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는 선정 지역의 항공 클러스터 100만㎡ 조성과 사업비 2천500억원보다 더 큰 규모다.도는 미선정 지역에 민항 관계자, 산업 및 연구 종사자 등 2만 명을 수용하고 항공부품소재단지, 항공벤처연구단지, 항공전자부품단지 등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대구의 동구가 될 것인지, 수성구가 될 것인지 차분하게 꼼꼼히 따져 볼 일이다.

2020-02-05 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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