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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청춘, 희망이 먼저다.

얼마 전 후배 기자가 쓴 '취직 대신 취가로 눈 돌리는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다. '취가'는 예전 여성들이 힘든 취업 대신 시집가기를 택하는 것을 지칭한 '취집'을 남성의 사례에 빗댄 신조어란다. 요즘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힘든 취업 준비를 할 게 아니라 살림을 배워 '백마 탄 공주님'을 찾는 게 빠르겠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하는 모양이다.이 얘길 듣고 대학교수 지인 A씨가 최근 강의 중 일화를 소개했다. 2000년생 제자들이 1990년대를 많이 그리워한다는 얘기였다. 한 학생은 하루만이라도 그 시절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대학에 다녔던 터라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느려 터진 PC통신은 고사하고, 휴대전화도 없어 연락 한번 하려면 공중전화 부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으며, 심지어 한 주에 하루 놀았던 그때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A씨는 "1990년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던 시절이었다. 열심히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저성장, 장기 불황에 접어든 현재를 사는 제자들에겐 천국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말을 듣고 보니 이는 20·30대에게만 국한된 얘긴 아닌 듯싶다. 40대인 나도 부럽긴 하니. 그땐 월급쟁이도 재산 불려 잘살 수 있다는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계층 사다리가 끊어져 월급쟁이가 부자 되기는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됐다.최근 한 독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화가 잔뜩 난 표정이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신문 진짜 이렇게 만들 거요? 맨날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가 줄었다, 출산율이 사상 최저다, 아니면 이놈 저놈 욕하는 얘기뿐이고. 애들 교육용으로 신문 받고 있는데, 이럴 거면 당장 끊겠소."다 맞는 말이라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지난주 통계청은 '2019년 4월 고용동향'을 통해 3월 실업자 수가 124만5천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 명대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IMF) 발발 이전의 61만6천 명이던 실업자 수에서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 20대 실업률은 11.7%를 나타내 IMF 직후인 1998년(11.3%) 이후 최악의 지표를 넘어섰다. 왜 20대들이 취직보다 재력 있는 이성과의 결혼을 꿈꾸고,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지 이해가 됐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20대 젊은이들은 취업 문이 막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정부만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5월 가정의 달, 한 가정과 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20대 젊은이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아닌 희망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정부가 제시해줬으면 한다.

2019-05-22 15:27:58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의한방 통합의료와 메디시티

지역 한 의료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한 토막. 전국 단위 의료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병원장까지 지낸 인사가 뇌병변을 앓았다고 한다. 이 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한의원을 찾아 탕약과 침 시술 등을 병행했다. 재활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던 병세는 한방 치료 2달 만에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치료를 맡은 한의사에게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하더라고. 의사가 한의사의 치료 영역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몇몇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한방 통합의료도 이러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는 이상적인 협진(協診)이 아니고, 대개 양방 또는 한방 치료를 고를 수 있도록 환자에게 선택권을 줄 뿐이다. 의사가 한의사의 치료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러 요인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대구에서 설립된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이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물을 도출했음에도, 산업화를 위한 후속 절차가 이어지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통합의료진흥원 한 자문위원이 들려준 사연은 이러하다.통합의료진흥원은 지난해 한방 '자음강화탕'이 유방암 치료제 타목시펜의 부작용을 거의 없애주는 결과를 확인했으며,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신규 건강보조성분(NDI, New Dietary Ingredient)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은 올해 초까지 보중익기탕, 육미지황탕까지 이어져 'NDI 3관왕'을 달성했다.NDI 인증은 새로운 건강식품 원료에 대한 안전성 입증과 엄격한 절차 때문에 매년 수백 건을 신청해도 최종 승인은 2, 3건에 불과하다. 특히 약초에서 추출한 복합제제로 만든 한약이 미국에서 복용 가능하게 됐다.이러한 성과는 미국의 톱 클래스 병원의 책임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들은 '동양의 신비한 약물'이 의료 신약 개발의 새로운 '기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버드 의대 교수, 하버드 암병원 센터장, 미 국립보건의료연구원 보완통합의료센터장 등은 "이제 한국이 주도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길이 열렸다"고 축하해줬다고 했다.이들은 한국을 방문해 양약과 한약의 병용 투여를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관심이 없었다. 의사들은 약도 아닌 기능성 식품에 불과한데 호들갑을 떤다고 했고, 한의사들은 이미 한방에서 쓰이는 보편적인 약이라며 큰 의미를 보태지 않았다.NDI 인증을 받았어도 '한약'이 미국에서 많이 팔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통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통합의료진흥원에 참여한 대구가톨릭대병원만 유일하게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음강화탕 병용 투여 임상을 했지만, 사례 수가 10건에 그쳤다. 다른 대학병원은 어림도 없었다. 환자들에게 한약을 쓰는 것을 꺼릴뿐더러 임상에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면 한약의 우수성만 부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대구에서 의한방 통합의료에 대해 오픈 마인드가 확산되면 어떨까. 미국 FDA라는 큰 산을 넘긴 아이템을 산업화하고, 대구가 주도하는 다국가 임상 연구 기반까지 마련한다면 그야말로 '메디시티' 아닌가. 미국 시장 규모만 42조원이다.

2019-05-15 17:27:47

조두진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도로의 시대, 성벽의 나라

대구 동성로·서성로·남성로·북성로는 1906년까지 대구읍성 성벽이 있던 자리다. 1900년대 초 대구에 거주하면서 크고 작은 사업을 하던 일본 사람들이 1907년 대구부 군수 박중양과 결탁해 성벽을 허물고 도로를 냈다.대구읍성은 조선 선조 23년(1590년) 왜구 침략에 대비해 토성으로 쌓았다가 임진왜란으로 파괴된 후 영조 12년(1736년) 석성으로 다시 축조했다. 성곽 둘레는 2천560m, 폭은 8.7m, 높이는 3.5m 정도로 알려져 있다.1800년대 중반 서구 열강의 동아시아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서구 열강과 동아시아는 충돌했다. 청나라(중국)는 영국과 아편전쟁에 지고 각종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쇄국정책을 펴고 있던 일본 역시 미국의 무력 시위에 굴복해 불평등 조약을 맺고 문호를 열었다. 독일인이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무덤을 도굴하려던 시도에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으면서 조선도 서양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을 불태웠다.세상의 중심이자 세계 최강인 줄 알았던 청나라가 영국에 박살 나자 조선은 전국 각지의 성벽을 개보수했다. 1736년 돌로 쌓았던 대구읍성 또한 1870년 대대적인 보수를 통해 성벽을 높이고, 이전에는 없던 여첩(女堞)까지 만들며 전투에 대비했다.조선은 튼튼한 성벽으로 오랑캐의 총포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대구읍성을 허문 것은 총포가 아니라 일본 상인과 사업가들의 자본이었다. 대구읍성이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총소리나 대포소리는 없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일본인들은 돌로 쌓은 대구읍성을 허물고 그 자리에 쇠로 된 성을 쌓은 게 아니다. 그들은 그 자리에 도로를 내고, 상점을 열고, 기업을 세웠다. 돌담을 두텁게 둘러 나라와 도시를 지키던 시대는 오래전 종말을 고했고, 자유로운 왕래와 무역에 필요한 길(항로)을 열어야 나라와 도시를 지킬 수 있는 시대였기 때문이다.세상의 패러다임이 돌담에서 도로로, 쇄국에서 개방으로, 유학에서 과학으로 변했음에도 조선은 그것을 몰랐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식민지화였다. 18세기와 19세기, 전 지구 차원에서 시대에 끌려가는 자들과 시대를 끌고 가는 자들이 부딪쳤고, 세계 인구의 5분의 4는 식민지인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대구읍성은 전근대적인 왕조국가를 상징하고, 성벽을 허물고 낸 도로는 왕조국가의 멸망과 제국주의 상업국가의 세상을 은유한다고 할 수 있다.대구 중구청과 시민사회가 주축이 돼 대구읍성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읍성이 대구의 중요한 역사적 기반인 데다 중구 근대골목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옛 구조물을 복원하면 관광객 유치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복원 후에는 내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도 기대하는 눈치다.대구읍성을 전체적으로 혹은 일정 구간이라도 복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대구읍성이 규모가 매우 큰 성도, 미적으로 아름다운 성도, 국난에서 나라를 구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도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읍성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가치가 클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오히려 대구읍성이 허물어지는 과정과 허물어질 당시 조선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이 우리 역사나 세계사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대구시민들과 대구를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복원된 대구읍성을 보며 "조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구나"고 되짚어 보는 공간이 되기보다는 "세상의 흐름을 무시하거나 모르면…"이라고 미래를 생각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그다지 아름답지도 웅장하지도, 감동적인 역사도 없는 작은 성을 복원하는 정도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세계인의 5분의 4가 식민지로 전락한, 인류사에 유례없는 '한 시대'를 보여주는 실재 현장(성벽 VS 도로)으로 재현한다면 인류의역사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본다.

2019-05-01 14:12:57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대구를 위한 정치는 누가 하나

요즘 대구시민들의 화제 중 하나는 내년 총선 3선 이상 대구 중진 국회의원의 당선 여부다. 4선 의원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수성갑), 주호영 자유한국당(수성을), 유승민 바른미래당(동을) 의원이며, 3선 의원은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달서병)이다. 이들 네 의원의 당은 모두 다르다. 가히 '4인 4당 4색'이라 부를만하다.지난 19대 총선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대구 12명 국회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옛 한국당) 소속이었다. 대구는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는 오명을 들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새누리당 8명, 민주당 1명, 무소속 3명으로 새누리당 아성이 무너졌다. 이 변화의 중심엔 중진 의원이 있었다. 김부겸 의원은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대구에서 처음 당선된 민주당 의원이 됐다.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으로 주호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현재 대구 국회의원의 정당 구성은 민주당 2명, 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1명, 대한애국당 1명으로 바뀌었다. 일당에서 다당으로 됐다. 대구 정치에 컬러풀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정치 컬러풀 시대'를 맞았지만 시민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들 국회의원의 선수를 높여줬지만 대구를 위해서 한 일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대구를 위해서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의원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크게 키워줬지만 대구는 제쳐두고 중앙정치만 신경쓰다 초선보다 더 일을 안 한 꼴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선수로만 보면 각 당에서 대구의 현안에 대해 원내대표단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 인재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4선이 되어도 이런데 굳이 선수를 하나 더 늘려준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김부겸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마치고 2년여 만에 여의도와 대구로 돌아왔지만 지역에서 커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에 부담을 느낀다. 주호영 의원은 올해 전당대회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정치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도 지역에서의 활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지역 내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3선인 조원진 의원은 3년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만 부르짖고 있다.이들 네 의원은 정파나 개인의 신념에 따라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시민들은 대구를 살리는 데 같이 힘을 모으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고 싶어한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중진들은 정파의 이익을 내려놓고 오롯이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 자기를 키워준 대구시민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국회에 가서 중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내년 총선은 지역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다. 더이상 대구경북(TK) 패싱 당하는 꼴을 지켜볼 대구 시민은 없다. 누가 민주당이냐, 한국당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대구를 위해서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가를 볼 뿐이다. 김부겸, 주호영, 유승민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된다면 5선이 된다. 국회의장 후보감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게 된다. 중진 의원들이 대구 발전을 위해 더 분발해야 한다.

2019-04-24 17:45:42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칼럼] "나는 참 무서웠다"

"그런데 그 군중이 나는 참 무서웠어. 군중이 혼란을 일으키면 결국 무력을 동원해야 진정이 되어요. 내가 4·19 때 부산 계엄사무소장이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았어요. 내가 정복을 입고 군중 앞으로 나아가서 '같이 만세를 부르자'고 하여 진정을 시켰어요."위의 글은 언론인 조갑제 씨가 쓴 '박정희'에 나오는 박정희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의 회고다. 1960년 4·19혁명 당시 부산계엄사무소장으로 있으면서 계엄사무를 총괄했던 그는 4·19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며 '무서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 인권 탄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철권 통치'라는 비판에 휩싸였던 박 대통령조차 군중이 무서웠다고 털어놓은 것이다."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셔왔으나 그처럼 경제에 대해 초조해하고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1970년대 후반, 잇따른 오일 쇼크로 경제가 휘청거렸을 때 김용환 당시 재무부 장관의 증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면서 경제 총사령관을 자처했던 박 대통령은 경제가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자 강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일까?박 대통령을 연구했던 적잖은 학자들의 논문은 그가 실적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영업사원처럼 '국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음을 당시 관료들의 입을 빌려 기술하고 있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깡마른 모습의 5·16 거사 직후 사진으로 각인되는 박 대통령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대목이다.쿠데타 이후 정권을 장악한 직후 박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의 실상을 두고 "마치 도둑맞은 폐가를 인수한 것 같았다"고 실토(1963년에 펴낸 '국가와 혁명과 나'에 나오는 대목)했다. 폐가를 번듯한 양옥집으로 바꿔놓지 못한다면 자신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고 여겼을지 모른다.인권 탄압 등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재야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박 대통령은 더욱 경제 성과 도출에 매진했다.그가 권력을 잡은 직후인 1963년부터 통치 기간이 끝나기 1년 전인 1978년까지 한국 경제는 연평균 9.7%의 기록적 성장을 나타냈고 수출은 연평균 30%이상의 신장률(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면서 진보적 경제학자로 불리는 김대환 전 인하대 교수의 1993년 논문)을 보였다. 김 교수는 여러 문제점도 있지만 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치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재야의 민주화 투쟁이 격화될수록 박 대통령은 더욱 경제에 매달리면서 민주화 투쟁이 그 역할을 한 단계 전이시켜 경제 발전으로까지 선순환했다는 이른바 민주화운동의 '영역 전이' 현상도 많은 정치 학자들이 발견해냈다. 반민주적 독재라는 비판 속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진행, 그 성과 만큼이나 혹독한 비난에 휩싸였던 통치권자조차 실제로는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밤낮없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박 대통령을 느닷없이 호명(呼名)한 이유는 절반 넘는 응답자들이 "안 된다"고 말한 여론조사가 나왔는데도 특정 인사를 거듭 밀어붙이는 요즘 청와대의 '오기'를 보면서다.아무리 힘센 통치 권력이라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무조건 이긴다는 계약서 제목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2019-04-17 18:56:23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디지털 시대 시니어들

흔히 2G폰이라 불리는 피처폰을 잘 사용하시던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불평하기 시작하셨다.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든가, 폰이 자꾸 꺼져버린다고 툴툴대신다. 휴대전화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셨던 거였다. 복지관 친구들이 모두 다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신다는 거였다. 자식들이 사주더라며 자랑하시는데, 당신만 구식 폰이신 게 은근히 부아가 나셨던 모양이다.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아 헐한 걸로 하나를 사드렸다. 고맙다며 들고 다니시지만 전화기 용도 외에는 별로 쓰시는 것 같지 않다. 문자메시지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아들이나 손자에게 보내신다.우리나라 성인들의 9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와 30대, 40대에서 각각 100%, 99%, 99%의 스마트폰 사용률을 보였고 50대 이상이 96%, 60대 이상도 77%나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은행 업무, 영화관 예약, 음식 배달, 호텔 예약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OK다. 웬만한 비즈니스도 손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50,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60대 이상 인구의 77%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이들의 스마트폰은 별로 '스마트'하지가 않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매일신문에 고령자들의 모바일 뱅킹 이용 실태가 보도되었다. 20~40대 이용자가 76~89%인데 반해, 50대는 52%, 60대 이상은 13%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령자의 대다수가 통장을 들고 은행 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업무뿐만이 아니다. 기차표의 경우 코레일 모바일 앱 '코레일톡'을 통해 판매되는 비율이 전체 좌석의 67%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고령자들에게 모바일 예매는 낯설 뿐이다. 그들은 표를 사기 위해 직접 역에 나가야 한다. 출발 한두 시간 전 일찍 나가 보지만 주말에는 매진되었거나 입석밖에 없을 때가 많다.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 기반으로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생활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제공되는 현대에서 고령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이는 고령자들의 삶의 질이 걸린 문제이다.고령자들의 '디지털 사각(死角)'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낯선 용어에 낯선 사용자 환경이 그들을 괴롭힌다. 고령자에겐 뭐니뭐니 해도 현장에서 하는 직접 교육이 가장 효과가 높다. 일대일로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며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게 최고다. 그래서 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우는 강좌의 인기가 높다.하지만 문제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그런 혜택을 받는 고령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복지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령자가 84%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민간단체를 활용한 일대일 방문교육 같은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2019-04-10 16:00:51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뉴스사막 만드는 네이버 제국주의

지난달 19일 오전 7시 11분쯤 대구시 중구 포정동 대보 사우나 4층 남탕에서 불이 났다. 대구의 대표언론 매일신문은 오전 8시 14분 당시 긴박한 상황을 묶어 가장 먼저 인터넷에 속보를 내보냈다. 연합뉴스의 1보(8시 19분)에 비하면 매일신문 기사가 5분 정도 빠른 셈이다. 현장을 누비던 사회부 캡(경찰팀장) 등 취재진의 노력으로 알찬 기사를 신속하게 독자에게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털에서 매일신문 기사는 메인은커녕 검색에서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름도 생소한 온라인 매체와 서울 언론들이 연합뉴스를 거의 베끼다시피 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이후 매일신문 기사(9시 49분 현장 영상, 9시 54분 2보, 9시 56분 현장 영상)는 검색 순위 뒤로 밀리면서 포털에서 사라졌다.지난달 28일 부산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 대형 화물선이 광안대교에 충돌하자 부산의 언론들은 속보와 동영상을 재빨리 입수해 온라인에 올렸다. 하지만 네이버 등 포털의 뉴스 배치는 서울 언론과 인터넷 매체 일색이었다. 현장 상황을 자세히 다룬 부산의 대표적 언론 부산일보나 국제신문의 기사는 포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는 독점적 지배권을 가지는 사업자이다. 네이버 등 포털 업체들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화면에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뉴스 장사'를 해오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포털에서는 지역 기사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역 뉴스는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지역 현안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인 지역 뉴스가 포털에서 보이지 않는 현실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위배된다.한국 뉴스 시장은 포털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유통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은 76.0%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터넷 포털이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62.0%로 '언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 23.4%보다 배로 높았다. 이 같은 뉴스 유통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네이버의 지역 뉴스 배제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조치나 다름없다.요즘 같은 모바일시대에 지역민이 지역 언론의 기사를 쉽게 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지방자치에 대한 위협이다. 이러다가는 미국의 경우처럼 지역신문이 아예 없거나 1개의 신문만 발행되는 '뉴스의 사막지대'(news deserts)가 확산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뉴스 사막의 확산이 가속화되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공동체가 직면한 현안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었던 지역신문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타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이어진다.네이버에 요구한다. 지역 언론들이 현장을 뛰고 취재해 제대로 쓴 지역 기사들이 올바른 평가를 받아 검색 상위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라. 아울러 네이버 뉴스 메인에 지역 뉴스 코너를 신설, 독자들의 지역 뉴스 접근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지역민에게 뺏은 뉴스 선택권을 지역민에 돌려 달라.

2019-03-27 14:45:53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디팍, 대팍, 대파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신천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이런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둘째 애 이름을 지을 때 고생했던 일이 생각난다. 첫째 애는 태어나기도 전 집안 어른들이 미리 이름을 지어 놓았던 터라 둘째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짓고 싶었다. 그러나 다짐과 달리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칫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작명 책을 놓고 며칠을 끙끙거리기도 했고 밤새 이름 수백 개를 만들어 나열하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설문조사까지 하는 소동(?)을 벌였지만, 마음에 딱 드는 이름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작명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처럼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둘째를 볼 때마다 작명소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요즘 대구FC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K리그와 ACL리그에서의 맹활약에다 '새집'까지 마련해 경기 보는 재미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져서다. 그러나 이곳도 이름이 문제다. '새집'의 명칭에 대해 일부 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FC 축구 전용구장의 이름은 'DGB대구은행파크'. 그러나 ACL에서는 '대구포레스트아레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명을 넣을 수 없는 아시아축구연맹 규정 때문이다. 당초 대구시는 '포레스트 아레나'(Forest Arena)로 이름을 붙이려 했다. '도심 속 숲'이라는 테마로 경기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지역명 뒤에 구장, 경기장 등이 붙은 틀에 박힌 이름이 아니라 유럽의 축구 경기장들 명칭처럼 신선해서다. 하지만 그 신선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열악한 예산 탓에 대구은행에 명칭 사용권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DGB는 대구은행의 영어 이니셜이고, 여기에 대구은행을 더해 '확인 사살'까지 했다. 아레나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지만 대구은행 임직원들의 투표 결과,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됐다. 명칭 논란은 창단 때도 있었다. 2002년 창단 당시, '지역명+FC'라는 형식은 대구FC가 최초였다. 처음에는 '대구이글스'라는 이름으로 정해졌으나 시민들이 반대했다. 독수리라고는 달성공원에 있는 두 마리가 전부였던 시대에 '뜬금 없다'는 이유였다.최근에는 '애칭' 문제까지 논란이 될 조짐이다. '전용구장에 애칭을 붙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축구팬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식 명칭이야 DGB대구은행파크이지만 삼성라이온즈 구장을 두 글자로 줄여서 '라팍'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긴 공식 명칭을 대신할 애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팬들 사이에는 '대팍'이나 '디팍' 또는 '대파'라고 부르는 세 부류가 형성돼 있다. 언론 역시 '대팍', '디팍'을 혼용하고 있다. 대팍을 주장하는 팬들은 디팍은 어감이 좋지 않고 대파는 채소 이름 같다는 이유에서, 디팍은 라팍처럼 부르기 쉬워서, 대파는 상대를 대파하자는 소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모두 이유 있는 지지를 받고 있다.이왕이면 축구 팬들과 대구 시민이 하나 되어 부를 수 있는, 발음도 좋고 뜻도 좋고 어감도 좋은 애칭이었으면 좋겠다. 디팍, 대팍, 아니면 대파. 몇 번이고 이름들을 소리내 보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어디 애칭도 잘 짓는 작명소는 없을까.

2019-03-20 16:34:22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물류공항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중국~동남아~유럽까지 철도길이 열리게 된다는 기대감에 한때 전국이 신났다. 누구도 항공로가 있는데 철도까지 필요하겠냐고 초치지 않는다. 물류 통로는 많을수록 좋다는데 이견이 없다. 싼값으로 옮겨줄 철도도, 빨리 옮겨줄 항공도 모두 필요하다.그런데도 유독 지역공항 건설 문제에서는 여론이 인색하다. 작은 땅덩이에 뭐하러 여러 공항을 짓느냐는 말을 논리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정녕 물류에는 눈감고, 공항은 해외여행객만을 위한 시설이라고 믿는 것인가.2004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충청권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한화·SK 등도 이 지역에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 배경은 지난 2010년 청주국제공항에 처음 등장한 대형 화물기 덕분이다. 당시 대한항공이 인천~상해~청주~앵커리지~애틀랜타~시애틀~인천 노선을 주 3회 취항한 것이다. 청주공항이 정기화물 노선 시대를 열면서 청주, 천안, 이천 등 중부권에 집중된 반도체·태양광 등 기존 첨단제품 수출기업의 경쟁력 상승은 물론 대기업들의 새 투자처로 충청지역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대구국제공항도 동남아 몇 개국 노선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흑자가 될 만큼 수요는 충분하다. 대구경북은 미주, 유럽 노선을 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유럽 시장을 방문하려면 인천에서 1박을 해야 하고 귀국 후 또 종일을 달려야 집으로 돌아온다. 가격이 저렴한 경유 노선을 찾으면 편도 2회 경유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1년에 한 번 해외여행하는 이들이야 불편함을 무릅쓰고 살아간다 해도 문제는 물류다.기업들에 '물류'는 핵심 니즈(Needs)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입지일수록 공항과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은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약하며 단기 납기가 요구되는 특성상 항공 운송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첨단 공장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는 결론까지 내렸다.지난달 지역 중견기업 CEO와 저녁 자리를 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지역에 제대로 된 물류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시장·도지사에게 입이 닳도록 건의했는데,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삼성·LG가 왜 구미를 떠났나. 지역에 물류공항이 없어서다"라고 했다. 지역 경제인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이다. 장사를 잘하려면 중국·동남아는 물론 미주·유럽으로 화물기가 뜰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대구경북이 함께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주된 목적도 '물류경제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여객 수송만의 목적이 아니다. 지역 미래 먹을거리를 담보할 물류공항이라는 중요성이 더 크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물류통'이었던 이승호 경제부시장을 지난해 대구시가 스카우트한 이유 중의 하나도 물류공항의 중요성 때문이다.남북 경협의 최대 화두 역시 물류길 확보로 요약된다. 대구경북에 부산~포항~북한~러시아~유럽까지 통하는 '지상 물류길'도 필요하다. 하지만 '하늘 물류길'도 대구경북에는 절실하다. 지역의 발을 묶고 지방자치가 가능하겠는가.

2019-03-06 18:09:06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위기의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7일 막을 내렸다. 전당대회를 지켜본 대구경북(TK) 시도민의 마음은 씁쓸했다. 한국당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떠받드는 TK에서 당대표는 고사하고 대표 후보 한 명 배출하지 못해서다. TK는 한국당 전체 책임당원의 30%가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위원 1명만 당선시키는 데 만족해야 한다. 한국당의 대주주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요즘 TK에는 되는 일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으로 시도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내륙에 위치한 TK에 하늘길은 숙원이었다. 밀양 신공항 유치 실패의 아픔을 딛고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추진하던 시도민에게 대통령의 발언은 청천벽력이었다.SK하이닉스 유치 실패는 쓰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산업도시 구미는 SK하이닉스 유치를 염원했다. 거리마다 내걸린 현수막이 구미 시민의 열망을 대변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용인행을 결정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려면 수도권에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속전속결로 용인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 절차에 들어갔다.곧 발표 예정인 원전해체연구소의 경주 유치도 불안하다. 정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부산과 울산 접경으로 정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경북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방폐장과 전체 원전 24기의 절반이 위치한 경북의 호소에는 귀를 닫겠다는 의미다.이런 암울한 소식에도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공항, SK하이닉스, 원전해체연구소 등 대형 국책사업과 대규모 기업 투자는 무조건 떼를 쓴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가지고 나서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TK 패싱'에 맞설 시점에서 컨트롤 타워는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맡아야 한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행정적인 면보다 정치적인 면이 더 부각된다. 권 시장은 한국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과 관련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시민들은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장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한다. 이 도지사는 SK하이닉스 유치전에서 전략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두 단체장이 상생해야 한다면서 교환 근무를 하는 모습을 보면 보이는 데만 더 집중한다는 인상을 준다.대구경북 현안을 외면한 채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사분오열된 지역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TK의 미래가 더 암울해 보인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오히려 TK는 보수의 이미지만 각인돼 현 정부에 더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른다. 한국당의 본산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탈피도 어렵다. 전국 유일 한국당 광역단체장과 시도의회 의장도 TK다.이제 꽃피는 봄이 오는 3월이지만 대구경북은 아직도 추운 겨울이다. 시장과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구경북에 '봄'을 불러올 수 있도록 분발을 기대한다. 더 이상의 충격과 고통을 감내하기에는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도민이 많다.

2019-02-28 06:30:00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 칼럼] 노인 아닌 시니어다

4년제 대학교에서 1학년은 프레시맨(freshman)이다. 신선하고 풋풋한 매력이 한껏 피어오르는 때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8년 영화 '4월 이야기'에서 마츠 다카코가 보여준 그런 이미지다. 요즘엔 '미숙하지만 새롭다'는 의미로 '새내기'라는 예쁜 우리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예전엔 '고 4'라고도 했다.2학년(sophomore)이 되어서야 진짜 대학생다운 성숙함을 보이기 시작하고, 3학년(junior)이 되면 캠퍼스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4학년은 시니어(senior)이다. '늙음'을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 sen-에다 사람을 뜻하는 -ior이 더해진 단어다. 어른, 연장자, 선배라는 뜻이 되겠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1년을 보내며 그야말로 '큰형'(어른) 대접을 받는 시기이다. 과 대표도 이들에게 자문하고 의견을 경청한다.우리 인생을 대학 생활에 비유해 보자. 인생 대학에서 20대까지를 1학년(freshman)이라, 30대와 40대를 각각 2학년(sophomore), 3학년(junior)이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50대 이후를 4학년(senior)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이들은 한 조직에서 가장 윗부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에선 임원을 제외한 중간 관리자급 중 가장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50대가 되면 상노인 대접을 받았지만 요즘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세대이다.시니어가 캠퍼스에서 졸업을 앞둔 최고 '큰형'이듯, 인생 대학에서는 경험과 연륜을 갖춘 '어른들'이다. 얼굴에 주름이 지고 머리카락만 하얗게 센 '그냥 노인'이 아니다. 삶의 깊은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오고, 경청할 만한 조언이 그들에게는 넘쳐난다.나이가 든 은퇴 이후 세대를 흔히 노인 혹은 실버라 부르기도 한다. 노인은 글자 그대로 늙은 사람이다. 실버도 마찬가지. 나이가 들어가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신체적 특징을 들어 은발, 즉 실버 세대라 한 것이다. (신체적으로) '늙었다'는 의미는 마찬가지다.그래서 어른들은 이런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나이 든 어른을 지칭하는 말로 '시니어'를 선호한다고 한다. 신체적, 연령적 노화를 부각하는 용어가 아닌, 경험과 경륜에 초점을 맞춘 '어른'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어른은 젊은이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해주고 지혜를 빌려줄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들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경험에서 축적된 그들의 지혜는 젊은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시니어들은 사회 참여에 대한 열망 또한 높다. 그들은 사회 참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경륜과 경험, 지혜를 사회에 나눠 주고 싶어 한다. 여전히 에너지도 넘친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노인이라고, 늙은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열정을 가진 시니어들의 사회 참여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시너지가 되리라 믿는다.민간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2026년, 지금으로부터 불과 7년 후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만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2019-02-13 16:41:31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우도할계(牛刀割鷄)

정확한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늘 정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혼란과 불만이라면 막거나 줄여야 한다.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각 지방자치단체(수도권 제외)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선정, 발표했다. 각 시도가 지역 발전과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필요하지만 사업 및 예산 규모가 너무 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쉽지 않은 사업을 2개씩 건의하면 최대한 들어주겠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이었다.경북도는 고심 끝에 동해안 고속도로 건설 사업(7조원)과 동해선 복선 전철화 사업(4조원)을 건의했다. 도는 남북교류협력 시대를 대비하고 동해안 시대 조기 개막을 위해선 이들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그런데 경북도에 주어진 것은 동해안 고속도로도, 동해선 복선 전철도 아닌 4천억원짜리 동해선 단선 전철화(포항~동해) 사업이었다. 7조원, 4조원 기대가 4천억원이 된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이 구간엔 전철이 아닐 뿐 동해선 단선 철도가 운행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의 사업당 평균 사업비 1조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정부가 선정한 사업은 모두 23개 사업에 사업비 24조1천억원이었다.둘 중 하나는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경북도로선 허탈하기 짝이 없는 결과였다. 각 시도에서 올라온 사업들의 규모가 너무 커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경북도는 '1개 사업이라도 선정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동해안 고속도로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시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최종 사업 선정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불안한 분위기를 감지한 경북도는 도지사, 부지사 등 간부와 관련 직원들이 총출동해 연일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관련 정부 부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동해안 고속도로도 힘들면 일부 구간인 영일만 횡단 구간만이라도 해달라고 간청했다.그러나 결과는 동해선 단선 전철. 경북도는 1순위도, 2순위도, 마지막에 대폭 축소해 제시한 3순위도 아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업을 받아들이게 됐다. 정부가 지자체의 희망과 다른, 정부 예산에 맞는 사업을 직접 만들어 발표한 탓이다. 경북도 입장에선 용두사미가 돼 버렸다.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사업비 규모의 범위라도 정해주고 사업 건의를 받는 게 옳았다. 그랬다면 최소한 이러한 혼선과 허탈함은 없었을 것이다. 지자체는 그 범위에 맞는 사업들을 연구하고 결정해 건의했을 테고, 결과에 따른 충격과 섭섭함도 덜했을 게 분명하다. 행정력과 시간, 노력 등의 낭비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정부의 이번 프로젝트 시도와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의 사업 규모 범위 선정, 지자체와의 협의 과정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부 수도권 언론의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에 상당 부분 후퇴한 것도 안타깝다.모든 것이 정확할 수도, 완벽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왕 큰 결심을 하고 큰 칼을 뽑았다면 그에 맞게 좀 더 크게 휘둘렀더라면 좋을 뻔했다. 소 잡는 칼답게 말이다.

2019-02-06 19:00:50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나의 '50년지기' 대구은행

나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절친' 하나가 있다. 친구와 만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다. 당시 학교에서는 30년 후 자화상에 대해 쓰는 글짓기가 유행이었다. 고교 1학년 시절 친구가 쓴 글에는 30년 뒤 친구는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는 장관을 취재하는 기자가 되어 있었다.같은 나이, 같은 동네, 덩치도 비슷했던 친구와 나는 어렴풋한 미래를 그리며 3년 밤낮을 함께 뛰어다녔다. 이후 친구는 서울로 진학, 대학을 마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대구에 남아 신문사에 들어가 어설픈 글을 쓰는 기자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근 30여 년 우정을 키워왔어도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다'고 보이지 않는 친구를 때때로 잊고 산다.최근 안타깝게도 마음이 멀어졌지만, 잃고 싶지 않은 친구가 또 하나 생겼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부터 근 50년, 반백 년을 동고동락하며 친구로 살아온 이다. 1967년생 같은 나이로 내 인생의 전환점마다 등장하는 친구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한 번도 대구를 벗어나지 못한 점도 나와 많이 닮았다. 그 친구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그 친구를 진정한 벗이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다름 아닌 대구은행이다.'동갑내기 절친' 대구은행은 1967년 10월 순수 지방 민간상업은행을 향한 대구 상공업계의 오랜 열망과 노력에 힘입어 국내 최초 지방은행의 역사를 시작했다. 10월 7일 박정희 대통령의 창립 축하 제1호 정기예금증서를 접수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당시 대구은행은 '대구은행은 우리의 은행' '대구의 돈은 대구은행으로'라는 구호 아래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소형 점포 서비스를 갖추며 지역 은행의 위상을 갖춰갔다.몇 년 동안 또래들의 돼지저금통들은 모두들 대구은행으로 몰려들었다. 꼬깃꼬깃 접혀진 세뱃돈들도 어김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어린 손에 쥐어진 대구은행 통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이었다. 인연은 학창 시절에도 쭉 이어졌다. 수업료, 등록금 등 모든 돈은 대구은행으로 납부했다. 대학 시절 학교금고가 서울 시중은행이란 점이 못 마땅할 정도였다. 입사 후 급여통장, 신용카드도 대구은행이었다. 신혼 시절 첫 아파트 대출도 마찬가지이다. 반세기 동안 지역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역 경제와 함께한 대구은행은 대구 토박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이다.하지만 최근 절친에게 좋지 않은 소리가 많이 들린다. 여직원 성추행과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펀드 손실금 특혜 보전 등 각종 악재로 친구의 이미지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50년 넘게 대구은행의 성장을 지켜보며 성원한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에서 참담함마저 느낀다. 새 아버지(김태오 DGB지주 회장)가 왔지만 아직까지는 집안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967년 생일 이후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지난 2년간 친구 앞에는 비바람,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대구은행 창립 50주년 기념 동영상에서 고 김준성 초대 총재는 "대구은행에는 좋은 후배들이 많아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했던 것처럼 올해는 친구가 어린 시절 소풍 가듯 희망을 안고 걸어가길 간절히 빈다."비가 오지 않으면 무지개도 뜨지 않는 법이야. 동갑내기 친구야 힘내라."

2019-01-30 13:59:09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축구 대구

연초부터 중동발(發)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전보가 날아들고 있다.한국대표팀은 22일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2대 1로 이겨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같은 기세라면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 경기 침체·정치 혼란으로 연초부터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사정을 고려할 때 대표팀의 잇따른 승전보는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대구시민들에게도 올 한 해 축구가 큰 위안과 격려가 될 것 같다. 유독 축구 관련 기분 좋은 소식들이 많아서다.대구FC가 지난해 FA(대한축구협회)컵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사상 첫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한다.새집도 생겼다. 경기장은 지난 19일 완공되었고 일부 경기장 주변 조경공사를 마치면 내달 입주한다. 지난 2002년 창단된 이래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시민운동장으로 다시 대구스타디움으로 정처 없이 거처를 옮겨 다니다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그동안 집 없는 설움을 제대로 겪어야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경기가 열릴 때면 집을 비워줘야 했다. 선수들도 전용구장이 없어 대구스타디움 보조구장, 강변축구장 등을 옮겨 다니며 훈련하느라 '동네축구단' 대접을 받아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했고 한여름 뙤약볕도 감수해야 했다. 심지어 야구의 인기에 밀려(?) 어둠 속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광복절날 포항 스틸러스와의 야간경기에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조명을 모두 사용한 탓에 정작 축구장은 전력 부족으로 조명탑을 작동시키지 못한 일까지 있었다.그동안 고생과 불편이 커서였을까. 지난 19일 대구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 내 모습을 드러낸 전용구장은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서부터 숨소리까지 직접 보고 들으면서 실감 나는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경기장에서 마음껏 발을 '동동' 굴러도 된다. 국내 최초로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쾅쾅' 울리도록 해놨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도 있다.문제는 성적이다. 그동안 국내 첫 시민구단이라는 팬들의 자부심은 초라한 성적 앞에 늘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열악한 재정 상황 속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의 재정 사정을 고려하면 FA컵 우승 같은 영광이 언제 재현될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대구FC가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축구 대구(되구)'로 거듭나려면 성적과 경영이란 두 수레바퀴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성공한 경영을 통해 우수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좋은 성적을 내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다행히 올해부터는 구단 재정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홈경기장 명칭사용권, 구단 관련 디자인 통합을 활용한 스포츠용품 판매사업 등 다양한 재정 확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모두 국내 구단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자구 노력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을 거두고 앞으로 대구FC 전용구장이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한다.

2019-01-23 18:49:10

이석수 교육학술부장

[데스크칼럼] '캐슬'과 '모래성'

"아빠도 못 올라간 피라미드 꼭대기를 왜 우리 보고 올라가래."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TV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요즘도 식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20%를 넘어 종편 채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울 태세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라는 소개가 붙는다.입시 문제가 가족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부모의 욕망을 자녀의 목표에 일치시키면서 명예, 권력, 부의 세습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의 무조건적 성공을 위한 과정은 가족의 현실적 행복이라는 포장으로 지배를 이어간다. 드라마 속 한 아버지의 대사처럼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해?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그들만의 강박은 시청 순간순간 작은 소름마저 돋게 만든다.계층적 특권을 대물림해서 위세를 보여야 가족 모두의 성취를 느끼는 강박적 욕망에 지배되는 한 자아실현과 같은 교육 본연의 목표는 그저 수사(修辭)일 뿐이다. 교육부 장관조차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라마를 봤다"면서 "과도한 부분이 있긴 한데 어쨌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명문대 진학에 매몰된 입시 교육의 병폐와 모순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SKY'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 외에 또 다른 의미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견고한 성벽을 오르기 위해 '코디'의 힘을 빌려야 하고 '쌍둥이 아빠'의 지위도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그들만의 리그'가 존속되는 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고들 한다.개천이 말라버린 것일까, 이무기로 퇴화하는 것일까. 드라마의 인기를 틈 타 '여러 종사자'들이 입시와 교육의 현실에 대해 맹공을 쏟아낸다. 아이들이 애써 쓴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학교소설기록부'라고 쉽게 부른다. 한때는 교단에 몸 담았다고 과시하듯 경력으로 내건 사교육 인사들도 가세한다. 학교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불안이 커져야 반사이익을 누리는 잇속도 보인다.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란 애초 불가능하다. 어쩌면 차악(次惡)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예측 가능한 입시,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학교여야 한다. 개혁의 어떤 이유를 붙여도 흔들어서 안 될 곳은 바로 학교라는 사실이다. 입시제도의 정파성을 떠나 교사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학교 교육의 무력감을 해소해야 올바른 개혁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드라마처럼 S대 의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쌓은 '캐슬'이 어쩌면 '모래성'일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결여된 입시 과정은 공허한 결과와 마주쳐야 옳지 않을까. 학부모가 기댈 곳이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사교육이라면 공교육 불신이라는 괴물만 양산할 뿐이다.이제는 학교가 답할 차례다. 교육의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하며, 당당하게 겨루고 노력하는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좌우하는 비정상적인 입시판이 펼쳐지고 있다는 믿음이 화석처럼 굳어지기 전에.

2019-01-16 17:44:22

이상헌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바모스(Vamos) 대구! 파이팅 대구FC!

올해는 스포츠 팬들이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스포츠사(史)에 남을 굵직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그렇다. 적어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챙기느라 밤잠을 설칠 일은 없다.2019년에 눈길을 끌 만한 국제대회는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1월 프리미어 12(야구 국가대항전) 정도다. 7월에 세계수영선수권이 광주에서, 9월에 세계육상선수권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지만 한국 선수 입상 가능성이 크지 않아 아무래도 주목도는 떨어질 전망이다.하지만 대구경북으로 한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2018 대한축구협회(FA)컵 정상에 오른 대구FC의 사상 첫 AFC 챔피언스리그(ACL) 도전이다. 간발의 차이로 티켓을 놓친 포항스틸러스까지 진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역 축구 팬들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무대다.더욱이 ACL 데뷔를 새로 문 여는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만큼 대구의 숨은 매력을 알려 침체한 지역 관광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대구국제공항 운항 노선 확대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공교롭게도 대구FC가 속한 F조 팀들은 모두 대구에서 직항편이 없는 도시들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 슈퍼리그의 광저우 에버그란데, 호주 A리그의 멜버른 빅토리가 그렇다. 다음 달에 열리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합류할 가능성이 큰 일본 J리그의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마찬가지다.오는 3월 12일 대구FC의 역사적인 첫 ACL 홈경기 상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세계 프로축구클럽(풋볼 월드 랭킹·9일 기준) 86위로 대구FC(96위)보다 순위가 높다. 이달 16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맞붙을 중국의 대표 공격수 가오린이 뛰고 있다. 또 멜버른 빅토리는 일본 축구 간판 스타인 혼다 게이스케의 소속 팀이다. 구단과 선수 개개인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해외응원단 특수 대박마저 점쳐진다.그러나 아시안컵에서의 국가대표팀 선전이 ACL 흥행 호조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굴러들어온 복에 감탄만 할 때가 아니다. 애물단지 전락 위기에 놓인 대구스타디움의 향후 활용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시급하다. 무려 3천억원 가까이 들여 지은 지역 명소임에도 대구FC 홈구장 이전 이후에는 공동화가 불가피한 탓이다.활용 방안을 놓고선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의뢰로 대구교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9월 실시한 '대구스타디움 등 공공체육시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중 시민 설문조사(9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다기능·다목적 복합공간으로 운영, 주 경기장 개방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종합생활체육관으로 리모델링한다면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란 스타디움 본연의 목적은 훼손된다. 시민 전체를 위한 공간 대신 인근 주민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강조했다. 대구시가 모처럼 창의성을 발휘해 시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대구스타디움 활성화 묘안을 찾아 스포츠 행정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2019-01-10 06:3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너그러움에 대하여

너그럽게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다양성의 사회가 됐지만 포용성은 줄어버렸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진 탓이라고 치자. 달리 말하자면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달라서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인데, 도무지 이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정의이자 선(善)이고, 그에 반하는 것은 '불의'여서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된다.가치 판단의 기준이 다른 것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도 있다. 물론 그저 이해관계의 차이라는 단순한 이유로만 포용성이 줄어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상대방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현재의 상황, 특정 사건이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쉽사리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자신이 듣고 보고 배워서 옳다고 믿게 된 신념, 종교, 가치관이 하나의 집단의식 속에서 공통분모로 발현됐을 때 그것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지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전쟁, 학살, 인종청소 등 극단적 형태뿐 아니라 착취, 억압, 수탈 그리고 차별 등과 같이 지속적이고 때론 은밀한 형태로 이런 악행들이 벌어져 왔다.너그러움은 흔히 '관용'(寬容)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관용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라고 돼 있다.하지만 관용에 대한 종교적, 철학적, 정치적 의미는 다르다. 우선 '남의 잘못'이라는 전제가 없고, '용서'라는 결론도 없다. '네가 잘못했지만 내가 봐줄게'라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굳이 '잘못'과 '용서'를 고집스레 집어넣어야 한다면 중간에 들어 있는 '너그럽게'가 이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해서 나 자신도 인간으로서 근본적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당신이 저지른 잘못을 폭력적으로 바로잡아 나의 가치관과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뜻이다.지난해 뉴스 지면을 가득 채웠던 최저임금, 주당 근로시간,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 복무, 직장 내 갑질, 미투 운동 등을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관용의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적폐 청산은 당위성과 필요성을 백번 인정하면서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명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폭력적이고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 입시제도 개편을 비롯한 교육개혁, 부동산 문제 해결, 경기 부양 등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희망들이 그다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한 해가 저물었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런 희망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탓도 있겠지만 이른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작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이뤄진 탓이 아닌가에 대한 겸손한 자세의 반성도 필요하다.행여 위정자들이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 봐 염려스럽다. 물론 그 반대도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는 신념의 문제다. 아울러 너그러운 관용의 대상이다.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9-01-02 17:32:12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 칼럼]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보름 전 아들이 같은 반 친구 두 명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발표가 난 다음 날 출발해 6박 7일 일정으로 교토와 오사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부모 동의 체험학습이라는 형식인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학부모 동의를 받아 신청하고 학교장이 허락하면 학기 중에도 자녀들의 단독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들은 이전에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아이들끼리만 이렇게 여러 번 여행을 보냈지만 그리 불안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도 않을뿐더러, 치안이 선진 어느 나라 이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 문제에 관한 한 세계 제일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 아이들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나라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그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주, 우리나라 강릉에서는 고3 학생들 여럿이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 학생도 있다지만 몇몇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양이다. 내 아들 또래일 학생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려왔다.그 학생들도 내 아들처럼 고3 시간의 마지막을 위해 추억 여행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버리지 않았는가. 여행을 허락하고 펜션까지 예약해준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내 나라 안에서 여행을 하던 아이들은 목숨까지 희생당하고 말았다.안전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학생들만은 아니다. 그리 멀리 볼 것도 없다. 12월 한 달 동안에만도 여기저기에서 안전사고가 연이었다.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꿈 많던 24세 청년이 심야에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을 거뒀다. 달리던 KTX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사고도 일어났다. 서울의 한 대형 빌딩에서는 붕괴 위험이 발견돼 입주자들이 한겨울 길바닥으로 쫓겨났고, 뜨거운 온수관이 터져 행인을 덮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독감 치료용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사고 공화국'이란 말을 실감한 한 달이었다.2인 1조 근무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 사고 당시 그 청년의 옆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철로 선로전환기의 신호 설계를 처음부터 꼼꼼히 체크했더라면, 빌딩의 시공이 설계대로 잘 되었는지 안전진단을 제대로 했더라면, 의사와 약사가 약의 부작용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줬더라면, 보일러 배관 연결을 무자격 시공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안전이 무너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만시지탄이다.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여러 가지 사고로 가슴이 많이 아팠던 2018년이었다. 며칠 전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1주년도 지났다. 수십 명의 목숨과 바꾼 교훈이 있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여전히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 인재(人災) 같은 후진적 단어들은 떠나보냈으면 좋겠다. 새해엔 안전 문제에 대해서만은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맞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2018-12-26 18:05:52

김병구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MB의 4대강 사업과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전

기업 이윤과 부유층 소득을 높이면 저소득층에게 자연스럽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그럴듯하지만, 실패했다. 부자의 고소득이 경제성장을 견인해 결국 서민들도 살기가 나아질 수 있다는 논리는 보릿고개를 넘긴 1970년대로 막을 내렸어야 했다.부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낙수효과를 부르짖었던 지난 정권의 정책은 양극화를 더 확대하기만 했고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졌고, 상대적 빈곤은 서민들의 상실감을 키웠다.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이를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분수효과'를 꾀해야 한다는 소득주도성장으로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중산층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하지만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모든 정책은 타이밍과 속도가 적절해야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속도와 강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세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주는 충격도, 반발도 크다. 여기저기서 한숨과 아우성이다.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4대강 사업 자체의 적절성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MB의 조급함은 화를 불렀다. 임기 내에 자신의 '성과(?)'를 완수하려는 지나친 욕심을 내다 보니 수질과 생태환경에 대한 고려는 내팽개친 채 오로지 속도전만 다그쳤다.설계를 모두 마친 뒤 공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설계와 시공 병행) 방식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밤에도 공사를 강행하게 하고, 밤새 공사하는지를 폐쇄회로(CC) TV로 감시했다. 결과는 부실시공에다 특정 건설업자들에 대한 특혜, 여기에 따른 관련 공무원 유착, 무더기 구속으로 이어졌다.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실제 적용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자영업자와 소규모 제조업체,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는 300인 이상 사업주는 이제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강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과도한 노동시간 제한이 외려 자영업자와 중소업체를 옥죄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보다 수입이 적은 고용주가 생겨날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생계형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 고용주는 길거리로 나앉거나 문을 닫게 생겼다고 울상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는 더 줄 수밖에 없다.정부와 청와대는 이 점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책상머리만 지키면서 서민들의 팍팍한 현 실태를 아예 모른 채 '서민을 위한 선의의 정책'으로만 믿고 밀어붙이고 있는 지 답답할 노릇이다.그나마 이제라도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개선책을 검토한다고 하니 다행이다.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오용으로 일부 귀족노조의 배만 불리고 영세 노동자들만 더 팍팍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하겠다.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정부가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018-12-19 17:45:06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신남북시대와 대구경북

2018년 한 해,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지만 그중 주요 뉴스 하나만 꼽으라면 남북 관계 개선을 선택할 것 같다.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더니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이 이뤄졌다. 이후 판문점 JSA 초소·병력·화기가 철거되고 남북철도 연결 사업도 시작됐다. 60여 년간 굳게 잠겨 있던 비무장지대 빗장까지 열려 각종 개발이 추진되는 등 올 한 해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 무드가 숨 가쁘게 진행됐다.지방자치단체들의 남북 교류 준비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지자체들은 일찍이 남북 화해와 교류를 예의주시하며 호시탐탐 출발선을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경기도와 강원도, 서울시, 인천시 등 북한과 가까운 지자체들의 대응이 단연 눈에 띈다. 이들은 일찌감치 추진단이나 담당관 등 국, 과 단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남북 교류 준비에 뛰어들었다.경기도의 경우 평화부지사와 평화협력국까지 두는 등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평화협력국엔 관련 부서와 직원이 3개 과 10개 팀 50명이나 된다. 강원도 역시 평화지역발전본부 아래 5개 과 73명을 두고 남북 교류 준비와 통일에 대비하고 있다.서울시도 남북협력추진단에 2개 과 25명을 뒀고, 인천시는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만들고 3개 부서에 9명을 배치했다.이들 지자체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부산시, 광주시, 충남도, 전남도, 경남도 등도 3, 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남북 협력이나 교류 등 전담팀을 두고 있다. 그런데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큰 타격을 입을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남북 교류 준비는 오히려 이들 지자체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대구시의 경우 남북 교류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이 자치행정과 주민생활지원팀에 한 명뿐이다.경북도도 미래전략기획단에 남북 교류 업무를 보는 직원 한 명만 뒀다가 3명이 근무하는 남북교류팀을 만들었다. 올 9월엔 동해안정책과에 2명의 직원을 둔 남북경협팀을 신설했다.상대적으로 대비가 늦은 만큼 시간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각계각층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찾아내 남북 교류 협력 리딩그룹을 만들어 대구경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선별, 교류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대구경북에 상대적으로 많이 정착한 새터민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와 대안 등을 축적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눈길을 끄는 이벤트나 행사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늦은 출발을 만회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구의 경우 때마침 남북 교류의 시작을 떠들썩하게 알릴 좋은 기회가 생겼다. 대구시민구단인 대구FC의 창단 후 첫 우승과 축구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가칭)의 그랜드오픈을 기회로 북한 축구팀을 초청, 남북 친선 축구로 남북 교류를 붐업하는 것이다.경북 역시 경북의 자랑이자 최대 무기인 새마을운동을 앞세워 북한을 공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한의 농촌을 타깃으로 맞춤형 새마을운동 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해 제공한다면 그 어느 사업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늦은 감은 있지만 대구경북의 강점과 기회를 잘 살리고 특화시켜 위기가 아닌, 대구경북에 희망이 되는 신남북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8-12-12 19: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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