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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리 동네 미술’, ‘우리 동네 흉물’ 될라

[데스크칼럼] ‘우리 동네 미술’, ‘우리 동네 흉물’ 될라

거대 예산이 들어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우리 동네 미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정이 촉박하고 주민 의견 반영이 잘 안 돼 '우리 동네 흉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나온다.'우리 동네 미술'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지역 예술인에게 창작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내 공공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올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에 948억원이 투입된다.대구시에는 예산 32억원이 편성돼 8개 구·군에 각 4억원씩 돌아갔다. 8개 지자체는 사업지를 정한 뒤 공모를 통해 예술인 37명으로 구성된 지역 작가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팀은 12월까지 작업을 끝내고 내년 2월까지 정산을 마무리해야 한다.실질적으로 예술인들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문제다. 예술인과 주민들이 충분한 의견 수렴과 연구, 토론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기가 빠듯해서다. 최종 결과물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예술인도 많다.과거의 예를 보면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의 '강남 스타일' 조형물은 예산 4억원을 들였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논의와 참여의 부재로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한 바 있다. 대구 달서구청이 진천동 선사시대로에 설치한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도 비슷한 사례다.각 지자체에서 사업 추진 방향을 미리 정해 예술인들은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다. 지자체는 공공미술의 내용보다는 보여 주기식 조형물을 선호한다. 이번에 선정된 프로젝트를 보면 달서구는 지역 내 5개 공원에 아트 벤치 조성, 서구는 이현공원 일대 작품 설치, 수성구는 두산폭포와 그 주변 광장의 문화적 공간 조성을 제시했다.부족한 시간은 부실한 기획안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손쉬운 조형물을 세우고, 벽화를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미술의 향유자인 주민과의 소통은 없고 예술인과 지자체가 게릴라식으로 작품을 설치하는 식이다. 지역 예술인 사이에서는 예술작품 제작을 공공근로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이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 제작보다는 예술가들의 단기 일자리 제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도 구성돼 있지만 워낙 시간이 촉박한 탓에 이미 선정된 작품의 변경은 어려운 실정이다.대구 지역에도 조형물을 선정한 지자체가 많다. 이번 프로젝트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주물 업체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디자인한 뒤 주물 업체에 제작을 맡기면 업체는 설치까지 해준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지자체도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공공미술을 환경 미화 또는 관광 인프라 조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대구 지역 지자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미술인들이 대신 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공공의 공간에 미적 가치가 있는 조형물을 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에 주목하고 공공성의 실현에 주목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대구 지역 각 지자체에 살고 있는 주민과 예술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공미술이 실현돼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지만 주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 실현을 위해 대구시와 각 지자체, 예술인들이 자문위원회의 조언을 경청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민들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공미술 작품을 원한다. '우리 동네 미술'이 '우리 동네 흉물'이 되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2020-12-02 17:30:18

[데스크칼럼] 이게 꿈이야? 생시야?

[데스크칼럼] 이게 꿈이야? 생시야?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도 안 된 2017년 5월 19일이었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던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브리핑이 나왔다.윤석열 검사는 검사장도 아니었는데 바로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파격 중의 파격'이라고 썼다.일반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발표는 검찰에서 내놓지만 청와대가 브리핑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임명되지 않았는데 서울중앙지검장부터 뽑은 것 역시 순서가 뒤바뀐 인사라는 목소리를 낳았다.인사 발표가 나오자 여당은 예상대로 반겼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은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한 '족집게 인사'라는 지적이었다.여야 간 의견이 엇갈린 것은 윤 검사장의 '전력'(前歷) 탓이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던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러고는 국감장에서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권력을 향해 호기롭게 '덤벼든' 그는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의 잇따른 좌천 인사까지 당했다.그러나 그는 곧 부활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했고 이때부터 현재의 집권 세력으로부터 '의로운 검사'로 본격 소환되기 시작했다.지난해 6월 17일엔 마침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부정부패를 척결해 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인선 브리핑)여당 의원들의 엄호 속에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 그는 지명 한 달 뒤인 7월 25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윤 총장님은…"이란 말을 꺼내며 다정다감한 수식어까지 윤 총장에게 붙여줬다."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주 엄정하게 처리해서…."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 총장에게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했다.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던 윤 총장은 신망받던 검사에서 반개혁적 검사로 낙인찍혔다. 마침내 직무 정지 조치까지 당했다."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느냐?" 윤 총장은 지난가을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질타하는 한 여당 의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상대편을 향한 적폐 수사 때는 편을 들어주다가,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강하게 주문했던 것처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집권 세력을 향해 수사의 칼끝을 겨누자 집권 세력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취지의 작심 발언이었다.청와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탁월한 지도력' 덕분에 그는 검찰총장까지 왔다. 그런데 지금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총장의 행동까지 법무부는 직무 정지 사유로 삼고 있다.2017년 5월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금의 집권 세력이 만들어 내놨던 '최고 검사 윤석열 파노라마'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요즘 펼쳐지는 장면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럽다. 하긴 꼴찌 공항을 1등 공항으로 동래파전 뒤집듯 엎는 판에 멋진 검사를, 내쳐야 할 검사로 한순간에 뒤집어 판정하는 것도 국민들이 입을 닫고 접수해야 할 일인지 모른다.

2020-11-25 15:24:05

[데스크칼럼] 신공항, 그럼 밀양인가

[데스크칼럼] 신공항, 그럼 밀양인가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근본적인 검토 필요.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 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검증위는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발표만 했을 뿐 김해신공항 백지화나 가덕도 등 제3의 공항 건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해신공항 백지화 선언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집권 여당이 부산에 선물을 안겨 표심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이번 검증 결과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수순을 밟기 위한 정부의 꼼수나 계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줄 생각이었으면 집권 말기가 아닌 현 정부가 더 힘이 있었을 때 진작에 시도됐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정부의 검증 결과 발표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덕도 특별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추진 등이 잇따르는 걸 보면 역시 선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다음 주에 발의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기로 하는 한편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이 이를 선거에 활용할 계획이라면 애당초 그만두라고 권하고 싶다. 대구경북 지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신공항을 미끼로 부산 시민들을 더 이상 속여선 안 된다. 양치기 소년이 돼 배신감과 반감만 살 수도 있다. 지금까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벌써 세 번이나 김해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을 우려먹었다. 물론 세 번 다 선거 후엔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실상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나왔다. 다음은 대선인가.정부와 정치권이 지역 간, 국민 간 화합은 못 시킬지언정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도, 악용해서도 안 된다. 애석하게도 이미 앞선 세 번의 선거에서 대구·경북·부산·경남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제 더는 안 된다. 선거에서 이기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기만하고 분열을 일으키면서까지는 아니다.이번 발표가 김해신공항 백지화, 다른 입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도식으로 이어진다 해도 밀양이지 가덕도는 아니다. 기초 자치단체의 공사 입찰도 낙찰 업체의 결격 사유가 드러나 취소될 경우 차순위 업체에 넘어가는데 국가 백년대계인 신공항을 짓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1순위가 뒤늦게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꼴찌가 그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 투표를 해도 꼴찌는 2차 투표, 결선투표에 올라가지도 못한다. 지난 2016년 공항입지 평가에서 밀양이 2위, 가덕도는 3위를 했다.김해공항 확장안이 부적정하다면 동남권 신공항은 다음 순위인 밀양으로 가는 게 맞다. 설사 백번 이해해 이 순위조차 무시된다 하더라도 동남권 신공항 입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상식이다. 속된 말로 깽판이면 첨부터 다시다. 영남 지역 5개 시도민의 의사를 묻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관련 지자체의 새로운 합의, 전문기관의 입지 선정 용역 등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김해공항 확장안을 보완해 계획대로 추진할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 밀양으로 갈지, 가덕도로 갈지 지켜볼 일이다.

2020-11-18 17:00:26

[데스크칼럼] '범죄자는 못잡고 왜 인질만 잡나'

[데스크칼럼] '범죄자는 못잡고 왜 인질만 잡나'

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는 후대가 평가할 일이지만, 부동산 분야만큼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23번의 정책을 낸 결과는 참담하다. 부동산 안정화는커녕 불안이 점점 가중되는 분위기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는 새 수도권 비규제 지역, 부산, 울산 등 지방 광역시로 풍선효과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전세난은 역대급이다. 일국의 경제부총리도 전세 난민이 된 판국에 서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최근 3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매매가격 상승률의 7배에 달한다고 한다.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새로 계약서를 쓰는 경우의 전셋값 격차가 2배까지 벌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경우 동일한 평형(전용 76.79㎡)에서 보름 새 전셋값이 4억2천만원에서 8억3천만원까지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임대차 3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기존 전세 계약은 5% 인상에 그쳤지만, 새 계약에선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절할 노릇이다.'은마아파트'라는 예외적 사례에 불과한 일일까. 부동산 스트레스는 거의 전 국민이 겪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방' 홈페이지에서 '부동산'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 1만7천300건의 글이 뜬다. 그중에는 읽는 사람도 가슴 절절해지며 공감 가는 사연이 많다.'맞벌이 40대 엄마입니다. 결혼 때만 해도 열심히 살면 10년 후에는 저의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부모님 도움 없이 대출로 전세 생활을 했습니다. 돈을 조금 더 모은 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매매를 하자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꿈이었습니다. 집값은 하늘 높은지 모르게 올랐고 전세는 씨가 말랐습니다.…''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1주택 실거주자입니다. 30년도 더 된 구축 아파트지만 언젠가 더 좋은 곳으로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뉴스에서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더군요. 10년 뒤에는 아파트 재산세가 직장인 월 2, 3개월치가 될 거라는 기사를 보니 은퇴하고도 20~30년은 더 살아 있을 것 같은 제 미래가 그려지더군요.…'이달 초 등록된 윗글들에는 현재 청원 동의가 각각 600개, 1천800개 넘게 붙었다.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먹히니, 갈수록 센 정책이 연일 나온다. 막 쏟아낸다는 표현이 더 맞다 싶을 정도다. 여당에선 최근 3+3년으로 전세 기한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2로도 이 난리인데,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지.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어 개인 금융 정보와 과세 정보를 조회하고 불탈법 거래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그럼 국세청, 수사 당국은 뭐하나. 온라인에 'OO억원 이하 팔지 말자'는 글만 올려도 집값 담합으로 처벌하겠다고 한다. 사는 사람이 결정할 일 아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실인 주택을 직접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매입 임대'를 전세난 대책으로 거론한다. 지금도 적자에 허우적대는 LH에 그만한 돈이 어디 있나.서민들은 코로나 블루(Blue·우울증)도 모자라 '부동산 블루'에 빠져 있다. 어디 아파트가 한두 달 새 1억~2억원이 올랐다고 하더라,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올랐다고 하더라,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범죄자들은 못 잡고 왜 총을 난사해서 인질들만 죽어 나갑니까?'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한 글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2020-11-11 16:36:46

[데스크 칼럼] 이건희가 바꾸지 않은 세가지. 마누라, 자식, 그리고 ?

[데스크 칼럼] 이건희가 바꾸지 않은 세가지. 마누라, 자식, 그리고 ?

"어미 새가 둥지를 떠나면 아기 새가 슬픈 법이지."2005년 나온 영화 전우치에서 화담 역을 맡은 김윤석이 무심히 내뱉은 대사에는 세상 이치가 녹아 있다.부모의 빈자리는 누구도 채울 수 없거니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기 마련이다.초대 구단주를 잃은 삼성라이온즈의 처지도 그럴 것이다. 가을 야구를 지켜만 봐야 하는 것도 괴로운 데다 이건희의 부재와 코로나19 등 대내외 환경마저 녹록지 않아 자칫 '둥지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라이온즈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사랑은 각별했다. 일본 유학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그는 귀국 후 라이온즈의 창단에 깊이 관여, 초대 구단주를 맡아 20년 가까이 사자들을 키워냈다.특히 어린이 등 아마야구 저변 확대에 공을 들였다. 초·중·고 야구대회를 열며 홈런왕 이승엽, 투수 배영수 등 어린 사자들을 길러냈다. 이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경산 라이온즈 볼파크 등 통 큰 선물을 주기도 했다.아기 사자들이 성장해 '삼성 왕조'를 이룩했음은 물론이다. 삼성은 2000년대 들어서 세 번(2002, 2005, 2006년)이나 우승했다. 2002년 우승했을 때는 이 회장이 삼성그룹 직원에게 '삼성야구단에서 경영을 배워라'고 할 정도로 그룹 내 위세도 높았다.2014년에는 사상 첫 4회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삼성 팬이라서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다.라이온즈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2014년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부터다. 물론 병상에서도 라이온즈에 대한 이 회장의 사랑은 여전했다. 보름 후, 넥센전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터뜨리자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 있던 이 회장이 깨어나기도 했다.'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꿔라'며 조직을 다그쳤지만 라이온즈에 대한 사랑과 투자만큼은 한결같았던 이건희다운 모습이었다.그렇지만 사자 가문의 몰락까지는 막지 못했다. 투자가 줄어들면서 '종이 사자'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등 삼성 왕조의 주역들도 팀을 떠났다. 음주운전, 원정 도박 등 선수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라이온즈는 하위권을 전전했고 올해 가을 야구도 무산됐다.삼성은 '왕조 부활'을 외치며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스토브리그에서부터 천하태평이었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거포 타자인 다린 러프의 공백을 메워줄 타자 부재에다 용병 농사도 반타작만 한 상태였다. 지난해보다 약해진 전력으로 순위를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내년이라고 다를까. 15승을 올린 뷰캐넌 등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 믿을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 및 FA 대어를 낚아와야 할 처지다.성적 하락보다 더 비관적인 것은 우승을 위한 어떤 시도도 불사하던 투지와 집요함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평소 스승의 말을 듣지 않고 사고를 치던 전우치는 스승이 죽은 후 정신을 차렸다. '거문고를 쏴라'는 스승의 말을 명심, '악의 화신' 화담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다."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이 없다는 사실이다.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도 노력 없이 승리할 수 없다. 모든 승리는 오랜 세월 선수·코치·감독이 삼위일체가 돼 묵묵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라이온즈는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2020-11-04 17:54:45

[데스크 칼럼] 늑대들과 한 마리 양의 저녁식사

[데스크 칼럼] 늑대들과 한 마리 양의 저녁식사

며칠 전 짧은 외신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다음 달 2일 자 표지에서 창간 이래 처음으로 'TIME'이라는 제호(題號)를 뺐다는 것이다. 타임은 그 자리에 대신 'VOTE'(투표하라)라는 글자를 넣었다.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지가 투표 독려에 나설 만큼 미국 대선 열기는 뜨겁다. 지구촌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4년간 좌충우돌했던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 복귀하느냐, 계속 예측불허 국가로 남느냐가 걸린 선거라서다.북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 역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한과의 협상은 '당나귀'(민주당)와 '코끼리'(공화당) 차이만큼 변화가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무조건 트럼프를 찍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트럼프는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의 첫 포퓰리즘 대통령이다. 일부에선 그런 그라면 패배 불복을 넘어 승리 가로채기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아름다운 패배는커녕 정파별로 갈라진 미국 현실을 활용, 권력을 지키려 할 것이란 얘기다.시나리오는 이렇다. 통상 공화당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현장투표에서 앞선다면 선거 당일 승리 선언에 이어 민주당 표가 많으리라 예상되는 사전투표 불신임을 주장한다. 경합 주(州) 결과에 따라선 재검표 소송을 제기한 뒤 여론전을 펼친다는 수순이다.그는 실제로 유세 현장에서 노골적으로 지지자들을 부추겨왔다. 그래서 선거 뒤 곳곳에서 폭동이 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여서 뉴욕에선 양측 지지자 사이에 집단 난투극까지 벌어졌다.미국 대선과 우리 대선은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16개월 뒤 한국에서 빚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신뢰는 품위 있는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현실 정치에선 이미 사라진 지 오래여서다.이는 민주사회 의사결정 방식인 다수결 제도의 오랜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 다수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만 한다면 공동체에 대한 반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이게 나라냐'고 콧방귀만 뀌게 된다.상호 불신과 증오만 쌓이면 전체주의 또는 독재의 씨앗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1930년대 독일에서 처음부터 히틀러를 지지한 사람은 10%도 되지 않았다. U보트 함장 출신 반나치 성직자였던 마르틴 니묄러는 "나치가 공산주의자, 노조, 유대인을 탄압할 때 그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 또한 표를 조금 더 받았다는 근거로 집권 세력이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을 휘두르는 데에서 비롯됐다. 모순투성이 부동산 관련 법, 부작용이 더 큰 최저임금 인상, 개혁을 빌미로 삼은 인사권 남용 등은 온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여러 마리 늑대와 한 마리 양이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투표하는 것과 결과가 다르지 않다.수적 우위를 앞세워 반대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다수결 제도를 보완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가수 나훈아가 느닷없이 소환한 '테스 형' 소크라테스에게 불똥이 튀었던 고대 그리스의 아르기누사이 해전이 그 사례다. 소크라테스의 반대에도, 생존자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여론만으로 개선장군들의 목을 날린 아테네는 결국 패망했다.

2020-10-29 05:00:00

[데스크칼럼] '야당의 시간'

[데스크칼럼] '야당의 시간'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본 글이다.'법무부는 범죄자엔 찍소리 못하지만, 검사와 싸우고''국토교통부는 청와대 다주택자엔 찍소리 못하지만, 집주인들과 싸우고''보건복지부는 봉하마을 모임은 찍소리 못하지만, 의사들과 싸우고''노동부는 극렬 노조 데모꾼엔 찍소리 못하지만, 자영업자와 싸우고''환경부는 태양광시설 환경파괴엔 찍소리 못하지만, 원전 사업체와 싸우고''기획재정부는 재정 펑펑 쓰는 여당엔 찍소리 못하며 자영업자와 싸우고''국방부는 주적 북한엔 찍소리 못하지만, 피살 국민과 싸우고'그러면서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역대급 정부'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다소 억지와 과장이 묻어났지만, 최근 만난 적잖은 사람들에게서 비슷하게 들었던 내용인지라 실소가 났다. 여권이 조소당하는 현실이라 야권은 신이 났을까? 천만에.현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실정을 비판하는 만큼 많이 듣는 얘기는 무기력한 야당에 대한 조롱이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도 제대로 된 대처나, 이를 지지율 상승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과 우려가 섞인 말들이다.이번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국감 시작 전 '정부 여당을 제대로 파헤쳐 그로기 상태로 몰아보겠다'는 결의는 온데간데없는 상황이 국감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사실 국정감사의 주역은 야당이다. 흔히 국감을 '야당의 시간'이라고도 한다. 특히 제1야당에 국정감사는 판도를 움직여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래서 국감 성적표는 곧 야당의 성적표가 된다.이번 국감을 살펴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사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 등 국정을 뒤흔들 수많은 이슈들이 터져 나왔지만 야당의 존재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이다.대신 당 대표와 중진들 사이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더욱 나락으로 주저앉고 있는 국민의힘만 보일 뿐이다.며칠 전 통화한 여의도 한 정치권 인사는 이를 두고 "당내에선 겉으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중진들의 갈등이 당의 노선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당내 주도권 확보와 당의 차기 대권 주자 옹립을 둘러싼 힘겨루기라고 평가한다"면서 "조만간 두 진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또 "정국 주도권을 잡기도 바쁜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의 대패를 교훈 삼아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내부 분란만 일으키고 있으니 안타깝다"며 "총선 참패 후 절치부심하며 당색과 정강정책을 바꾸는 등 갖은 노력을 하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당장 내년 보궐선거와 후년 대통령선거가 벌써 걱정"이라고도 했다.지역 한 대학교수는 "국가가 강해지려면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가 강해야 하고, 국회가 강하려면 야당이 강해야 한다. 국회의 강한 견제가 없는 정부는 결국 도그마에 빠지고 국민과 유리된다. 야당이 활동하지 못하는 국회는 정부의 들러리만 될 뿐이니 강해질 수가 없다"고 야당의 분발을 조언한다.국감은 이제 끝나지만, 국정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 대패의 원인이었던 '비호감'을 떨쳐내고, '자유·공정·법치'의 보수 가치를 앞세운 수권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추길 기대한다.

2020-10-21 17:03:26

[데스크칼럼] 대구시립·경북도립 예술단이 살 길은

[데스크칼럼] 대구시립·경북도립 예술단이 살 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원 사업 선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너무 힘듭니다. 대구시립예술단 단원들은 근태 불량에, 심지어 연주회 없이도 월급을 따박따박 받아갑니다. 분통 터질 일입니다."대구지역 한 문화계 인사의 하소연이다. 대구시·경북도민의 문화생활 향유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설립된 시립·도립 예술단.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도민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최근에는 이런저런 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우선 시립예술단 단원들의 비정상적인 근무 형태다. 시립예술단 복무 규정에 따르면 '주 5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지만 일부 단원은 오전에 2, 3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출근하지 않고도 출근한 것으로 근무상황부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대구시의회를 통해 확인됐다. 시립예술단원의 외부 겸직 문제도 심각하다. 단원들은 초중고, 백화점 문화센터 강사, 대학의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예산 불균형도 문제다. 예술단원 인건비에 비해 기획예산 비중은 형편없이 부족하다. 양질의 예술작품 창출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시립예술단 운영비 197억원 중 인건비는 무려 90%에 해당하는 176억원이다. 예술단 운영비에서 예술단의 기획에 들어가는 비용은 21억원에 불과하다. 번듯한 작품이 무대 위에 오를 리 만무하다.공연 활동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합창단의 경우 지난해 총 30회 공연 중 12회는 찾아가는 음악회였고, 음악회당 고작 10명 정도가 참여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난 6월 기준 단 5회 공연에 그쳤고, 이 중 정기연주회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보여주기식 운영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여기에 2년마다 실기 평정을 실시하지만 평가는 형식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량이 떨어지거나 수준 미달이라도 평정을 통해 해촉할 수 없으니 자리가 나지 않아 신규 단원을 뽑을 수도 없다.시립예술단의 곪아 터진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혈세가 낭비되고 시민의 문화 향유 증대나 지역 문화 발전은 정체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몇 해 전 경북도립예술단에서도 교향악단 일부 단원들의 겸직 금지 등 복무 규정 위반이 말썽을 빚었다. 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사직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경북도의 관리·감독 책임과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고 외부 활동에 나섰던 단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경북도청이 2016년 도청신도시로 이전했지만 도립예술단은 여전히 대구에 남아 있어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은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시·도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 통합과 광역 경제 공동체 형성 논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사람과 돈, 문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맞서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대항해 살길을 찾자는 것이다.같은 맥락에서 행정 통합과 함께 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도 통합의 필요성을 느낀다. 시립예술단은 교향악단이, 도립예술단은 국악단이 강점이다. 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의 장점과 특화된 부분은 살리면서 통합한다면 시너지 효과 창출은 지당하다.철밥통이라고 비판받는 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은 뼈를 깎는 자성과 통합을 통해 시·도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 두 예술단의 통합은 인건비 절감과 수준 향상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것이 곧 살길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2020-10-14 16:19:25

[데스크 칼럼] 의대생 상대하는 정부 모습이 치졸하다

[데스크 칼럼] 의대생 상대하는 정부 모습이 치졸하다

지난 8월 19일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등이 처음 만난 '의·정 간담회'.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려는 정부와 이에 반발해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의료계가 타협점을 찾고자 마련된 자리였다.의사 출신 복지부 대변인은 "오늘 참을 인(忍)을 세 번 쓰고 나왔다"면서 "의약분업 때도 필수 의료를 뺐는데 전공의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고 강압적 태도로 나섰다. "이 시국에 단체행동이라니…"라며 훈계로 일관했다고 참석한 전공의가 밝힌 바 있다. 의사와 학생을 밖으로 내몰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책임은 전혀 생각지 않는 장면이다.의정 간의 첨예한 대립은 전공의와 전임의까지 파업에 가세했고, 의대생들도 동맹휴학과 의사 국가시험 보이콧으로 선배 의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지난달 4일 의협과 정부·여당 간의 '의료정책 추후 재논의' 합의 이후 우여곡절 끝에 전공의, 의대생들은 병원과 학교로 돌아왔지만, 국시 거부로 저항했던 본과 4학년들만 '오리알' 신세가 됐다. 결국 희망자에 한해 지난달 8일부터 국시가 치러지고 있다.당시 복지부는 "시험을 보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어, 추가적인 국시 응시 기회를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겠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것.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이러한 '시그널'을 바탕으로 제자들을 설득했다. 결국 의대생들은 '국시 응시'로 마음을 돌렸다.하지만 복지부는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 "국민적 동의가 없다면 추가 응시 기회를 주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물밑으론 의대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 공정성에 위반되며, 국민적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권의 한 대선주자는 한술 더 떠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충분한 반성과 사죄로 국민 정서가 용인이 가능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국내서 의사 국시가 정상적으로 치러진 뒤 합격률이 60~70%에 그치자 의사 수급 문제로 추가 시험이 진행된 적이 1984년과 1995년 두 차례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는 올해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의사면허 실기시험을 내년으로 통째 연기했다.학생들은 의료 현안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나섰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한 의대 교수는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은 국민들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사들 파업과는 분리해서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의대생들이 사과를 한다면 학교와 교수들에게 해야지, 정부가 왜 대국민 사과를 종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한다.물론 의대생에게만 추가 시험이 주어지는 '특혜'는 옳지 않다. 성인인 만큼 행동에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그들에게 구제를 할 듯 말 듯 여지를 남기면서 '때리기'를 계속하는 것은 치졸하다. 특혜가 없다는 원칙을 세웠으면 끝까지 유지하면 된다. 결정권을 가진 어른들이 힘을 과시하며 상처를 주려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학생을 굴복시켜야만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계가 반발하는 여러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공공의료 자원 확충이 그만큼 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정부가 2천700여 명의 의사 배출이 없어도 내년 인턴과 공중보건의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도 없다.

2020-10-07 17:15:33

[데스크칼럼] 영원(永遠)에게 덤벼드는 유한(有限)

[데스크칼럼] 영원(永遠)에게 덤벼드는 유한(有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갓 보름여가 지난 시기인 2017년 5월 26일 낮 청와대 본관. 문재인 정부인지, 박근혜 정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현장이 나타났다. 탄핵 정국으로 인수위원회 체제도 없이 '문재인 내각'을 꾸리지 못한 채 같은 달 10일 청와대로 들어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박근혜 정부의 기존 국무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것이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공석 상태였던 법무·문체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지금 대구교육감을 하는 강은희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도 보였다."참여정부 출범 직전의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그때까지 단일 화재 사고로서는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난 사건이었습니다.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사상자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거든요. 그것을 보면서 국방 안보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국방 안보 못지않게 중요하겠다라는 포괄적 안보 관념을 가졌습니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와대에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여러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표(票) 인심이 야박하기 그지없는 대구 얘기를 꺼내들었다. 자신이 청와대 참모로 일했던 노무현 정부 때 대구지하철 참사를 교훈 삼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만들었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니 위기관리센터는 없어지고, 위기관리 매뉴얼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정권 간 불연속성'을 지적한 것이었다.그러고는 "국정 운영의 연속성에 대해 많이 도와달라"고 문 대통령은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청와대에서 거의 4년가량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한 적이 있었는데 궁금할 때마다 앞의 김대중 정부 등 관계자들에게 물어보곤 했다"고 밝혔다. "앞의 정부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들이나 성찰을 다음 정부에 이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도 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 마지막에 "정권은 유한하나, 조국은 영원하다"는 발언도 내놨다. 기자는 그날 헌정 사상 유일하게 국정 핵심 기관을 경험한 뒤 대통령으로 돌아온 문 대통령의 발언을 되뇌어봤다. 그의 '살아있는 경험'이 전임 정권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기자의 예상처럼 문 대통령의 국무위원 오찬 즈음에 발표된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는 문 대통령이 향후 5년 동안 잘할 것이라는 긍정 비율이 88%를 쏘아올렸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3주 차 같은 내용 여론조사 긍정 지지율은 70%에 머물렀었다.요즘 청와대를 보면서 기자는 "전임 정부에 열심히 묻겠다"던 문 대통령의 말이 허언(虛言)이었다는 의심을 한다. '적폐'라는 말 한마디로 전임 정부의 업적은 바닥으로 나뒹굴어야 했다."성찰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다짐은 어디로 갔나?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간판이었던 '정의와 공정'은 형해화(形骸化)됐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에 불과하건만, 적폐 청산을 앞세우며 도덕과 윤리 독점 시대까지 열었던 문재인 정부는 정작 구멍 뚫린 도덕과 윤리가 탄로나면 "법적 하자는 없지 않느냐"며 정의로운 통치자가 아닌 법전을 든 변호인으로 돌변했다.문 대통령은 "정권은 유한하고 조국은 영원하다"고 했다. '군대 휴가? 전화·카톡으로도 가능' 등 추 장관 사태에서 집권 세력이 내놓은 황당 발언을 들어보면 유한이 영원에게 덤벼드는 모양새다. 덤벼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집권 세력만 모른다.

2020-09-23 16:03:08

[데스크칼럼] ‘영끌’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데스크칼럼] ‘영끌’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지인의 얘기다. 몇 달 전 이사 갈 아파트 매매 자금 마련에 고민하던 그는 은행 창구에서 신용대출을 상담받고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고 했다. 담보대출 통로는 막혀 있고 주변에 손을 벌릴 형편도 못 되던 차에 딱 필요한 금액을 신용대출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마이너스 통장을 써본 적은 있지만 신용대출은 받아본 적이 없다'(한도 내냐, 일시불이냐 차이만 있을 뿐 신용으로 돈 빌리는 건 같다)고 할 정도로 '금융 무식자'인 지인을 최근 다시 만났을 때, 결국 그때 신용대출을 받지 않았노라고 했다. '부동산 무식자'이기도 한 그는 너무 급하게 오르는 집값에 상투를 잡는 것 같아 매수를 포기했노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 그 집은, 자신이 빌리려던 신용대출금의 몇 배가 올랐다며 쓴 술잔을 들이켰다.연말 시상식에서 올해의 말을 뽑으라면 '영끌'이 그 한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과 주식에 투자한다는 뜻의 영끌은,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보다 더한 결연함과 절박감을 느끼게 한다.특히 신용대출은 자금 조달의 마지막 수단이란 점에서 영끌의 대표라 하겠다. 지난 8월 국내 은행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251조3천억원으로 5조7천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월간 증가액이다. 또한 이달 10일 기준 시중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125조4천억원으로 8월 말과 비교해 열흘 새 1조1천억원이 급증했다고 한다.이런 사정은 한국뿐 아니다. 각국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돈을 마구 풀고 있다. 일각에선 이제 이런 비정상적인 유동성 폭발이 뉴노멀(새로운 질서)이 됐다고 공언한다.그럼에도 빚으로 지탱하는 사회에 대한 걱정은 높아진다. 20, 30대가 영끌을 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이미 그 시장이 끝물에 왔다는 경고로 해석하기도 한다.세상 모든 재화가 마냥 오를 수는 없다. 영끌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위험은 언제 올까. 평소 즐겨 보는 재테크 유튜버의 얘기를 옮겨서 소개한다.첫째는 일자리 안정성이다. 직장이 보장돼 있고 제때 월급이 나오는 동안 영끌은 할 만한 도전이다. 단기 폭락이 와도 직장만 튼튼하면 당장의 대출 상환이나 생계에 급박한 어려움은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재 고용시장은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지난달 국내 구직 단념자는 68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고, 그중 절반이 20, 30대 청년 세대다.둘째는 대출 규제 강화다. 금융 당국은 신용대출이 폭증하자 결국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출이자 우대 혜택을 낮추거나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들이 엄정한 심사를 통해 생계자금 용도라는 원래 취지와 무관한 신용대출을 막을 경우 투자 시장은 경색될 우려가 크다.마지막은 자산 가격의 하락이다. 대구 수성구 학군 핵심지의 33평형 신축 아파트 매매가가 15억원을 돌파하고, 코스피 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최근 상황을 보면 자산 가격의 하락 예상은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 그러나 신축 아파트를 할인 분양하고 분양권에 마이너스 피(Premium)가 붙고, 깡통 전세, 깡통 주식 계좌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던 몇 년 전을 우리는 분명 기억하고 있다.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영끌의 종착역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지인과 마찬가지로 재테크 무식자인 필자는 이 불장의 다음에 쉼표가 올지, 긴 마침표가 찍힐지 도무지 걱정될 따름이다.

2020-09-16 16:31:04

[데스크 칼럼]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를 기다리며

[데스크 칼럼]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를 기다리며

10년 전 대구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바운스(?)' 한다. 땀과 열정으로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는 참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매일 TV를 통해 소개되는 대구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면 그동안 대구에서 살았던 것이 맞는지 새삼 놀라기도 했다. 아마 대구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소개와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최근 달구벌이 다시 한번 뜨거워질 일이 생겼다. 대구시가 유치 활동을 벌이는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가 얼마 전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 대구로서는 타 외국 도시와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국비 지원과 대회 조직위 구성, 대회 시설 개·보수를 위한 특별교부세 요구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에다 선수 폭행, 성폭행, 갑질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던 지역 스포츠계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이번 정부 승인 과정은 역전과 재역전이 뒤섞인 명승부를 방불케 했다.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서는 유치 의향서 제출 전에 지방의회의 동의,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문화체육관광부 심사, 기획재정부의 국제대회 타당성 조사, 국제행사심사위원회 등 수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대구시는 지난 2018년 1월 국제대회 승인 신청서를 문체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국제행사로 볼 수 없다'며 문체부는 심사 대상에 올리지도 않았다. 재도전 끝에 대상에는 올랐지만,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과정에서 또다시 보류됐다. 기재부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선정 검토 때는 국비 지원 규모를 칼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대외경제연구원에서 수행하는 타당성 조사 때는 국민 1천8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하여 대회 개최 때 대구 방문 의향, 가구당 낼 세금 등을 조사했다. 하필 설문조사 시점이 대구가 코로나 대유행을 겪은 직후여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대구 체육인들이 나섰다. 대구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도 정부 승인이 필요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기재부, 문체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방문한 결과, 마침내 국비 지원 승인을 얻었다.그렇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아직 이르다.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연맹의 현장 실사와 내년 7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선정 절차가 남아 있다. 더구나 대회 개최 단계에 들어서면 조직위원회 구성, 지원본부 설치·운영, 대회 기본계획·실행계획 수립, 인프라 정비, 홍보, 청산 등의 업무가 산적한다.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 또 개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유치 과정은 물론 운영과 청산까지 전 과정에서 체계적 조직 운영이 필수적인 이유다.국제 스포츠 행사 등의 현안은 대구시 체육진흥과 소속 스포츠마케팅팀이 맡고 있다. 이 팀의 인원은 겨우 4명이다. 현재의 조직과 인원으로는 대규모 대회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하루빨리 전문 인력을 보충하고 체계적인 조직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문체부에 조직위원회 신청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정부와 대구시는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10년 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처럼 전 세계에 대구라는 이름을 한 번 더 각인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화합으로 지금의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09-09 18:38:46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페인은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버킷 리스트에 올려둔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영영 못 가볼지도 모르겠다.모두의 일상을 마비시킨 코로나19 탓이다. 특히 스페인의 재확산 기세는 유럽에서 가장 가파르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확진자 5만3천 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가 46만 명, 사망자가 2만4천 명에 이른다.스페인은 예전에도 전염병으로 악명을 떨친 바 있다. 바로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리는 '스페인독감'(1918~1920)이다. 당시 전 세계 5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4만 명이 사망했다.스페인이 간직한 또 다른 흑역사는 '스페인 내전'(1936~1939)이다. 당시 자신의 신념을 좇아 전선으로 떠난 서방 지식인들이 적지 않았다. 민병대로 참전한 영국 출신 소설가 조지 오웰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오웰은 대표작 '1984'에서 전체주의 사회를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하게 그렸다. 뼈대는 러시아 소설가 예브게니 자미아틴의 '우리들'과 닮았다. 전자의 '빅 브라더' '사상경찰' '텔레스크린'은 후자의 '시혜자' '수호자' '유리집'과 같은 역할이다.그런데 케케묵은 책들에서 신기하게도 한국 사회가 오버랩된다. '1984'에서 국민들은 매일 의무적인 '2분 증오'를 통해 가상의 적을 향한 집단 광기를 표출한다. 요즘엔 우파든 좌파든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매일 수천, 수만 개의 댓글로 드러낸다.소설 속 시민들은 정교하게 세뇌되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깊이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정부에 반대하는 사고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능력인 '죄중단', 모순되는 믿음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이중사고', 엉터리 사실을 들이대면서 흑(黑)을 백(白)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습관인 '흑백'을 갖춰야 한다. 어이쿠!소설에서 '당'은 폭력과 기만으로 절대권력을 유지한다. 주인공은 나중에 발표된 수치에 맞게 과거에 만든 기록물을 정정하는 '진리부' 공무원이다. 시쳇말로 '밀어붙이기 입법' '통계 마사지' 논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당'의 슬로건은 더 충격적이다. '과거를 장악하는 자는 미래도 장악한다. 현재를 장악하는 자는 과거도 장악한다'이다. 우리가 현 정부 집권 이후 겪고 있는 '역사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이쯤 되면 권력의 속성은 동서고금 똑같다는 슬픈 결론에 다다른다. 대중은 권력에 굶주린 소수에 이용당할 뿐인, 영원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의 운명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사람이 먼저' 따위 미사여구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독일 학자 로버트 미헬스는 과두제(寡頭制)에는 철칙(Iron Law of Oligarchy)이 있다고 갈파하기도 했다.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몇몇 지도자들이 권력욕으로 인해 개혁이란 원래 목표를 망각한 채 목표 달성의 수단인 지위 유지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계급구조가 변함 없이 이어진다면 누가 권력을 쥐는지는 중요한 게 아닌 셈이다.방역 전문가들은 올가을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경고한다. 더욱이 한반도에는 민주주의인 척하는 전체주의의 망령이 기웃대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20-09-03 06:30:00

[데스크 칼럼]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 정부가 ‘결자해지’하라

[데스크 칼럼]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 정부가 ‘결자해지’하라

이제서야 마각(馬脚)이 드러났다. 당정이 강행하려는 소위 '4대 의료 정책' 중에 의대 정원 확대가 주로 부각된 터라 사실 '공공의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정부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물밑에서 추진 중인 사안이라는 얘기는 들려 왔지만, 학생 선발이며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했다.보건복지부가 25일 팩트 체크 자료를 통해 '공공의대 학생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추천하여 결정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공공의대는 시험 등의 선발 방식이 아닌 추천을 통하여 입학하는 제도라고 설명한 것이다. 더구나 시민단체가 의대생 합격권을 쥐게 되는 정말로 희한한, 결국은 윤미향과 같은 운동권 자식들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가 본질이었던 것이다.국민들은 "복지부는 원래의 '시·도지사 추천'을 '시민단체'로만 바꾸었을 뿐,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입시를 현대판 음서 제도로 만들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의사가 되기 위하여 피땀 어린 노력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것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이 없으면 입학이 좌절되는 방식이 공익의 가면을 쓴 공공의대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복지부는 "시민단체는 예시로 제시한 것"이라며 "학생을 어떻게 선발해야 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봉합에 나섰지만, 그들의 저의는 주워 담을 수 없게 됐다. 공정과 반칙이 자웅동체였던 조국의 딸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젠 공익과 특권을 동의어로 만들려는 저돌적 계획까지 경험할 뻔했다.이러한 공공의대는 여권 내에서 이미 입지가 정해졌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정이 부실로 문을 닫은 옛 서남의대 정원에다 추가로 인원을 늘려 전북 남원으로 결정했고, 이곳 언론은 180석 거대 여당 단독으로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한다. 의사 수 부족을 내세우며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전라권 공공의대를 패키지로 끼워 넣은 듯하다. 답은 정해진 마당에 의료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경북에서 공공의대 유치 특위를 구성하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짠하게 느껴진다.이러한 맥락에서 당정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대 정원 확대도 절차적으로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공공의대 등과 묶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 일방적 통보로 제시했다. '선거용 호재'로 정치적 판단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그 누구도 대화에 낀 적이 없다고 한다.왜곡된 의료 수가와 기피 과를 전공하면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이 의료 불균형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인데, 이 부위에 메스를 들지 않고 의대 정원을 확대해 해결하겠다는 오진(誤診) 처방을 내렸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고 버스 운전사를 늘리는 격이다.의·정은 몇 차례의 대화에서도 물러섬이 없었고, 대통령도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해 최악의 행로로 치닫고 있다. 파업에 나선 전공의·전임의에게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나선 의대생에겐 원칙대로 응시 취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라고 외치다가, 이젠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화살을 돌린다.신뢰를 먼저 차 버린 쪽은 정부다. 의사도 국민인 만큼 그들의 절박함을 살펴 부족함이 있었던 부분은 담대하게 인정하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2020-08-26 16:44:25

[데스크 칼럼] 미스터리 하우스

[데스크 칼럼] 미스터리 하우스

"9명 전원이 1주택자입니다. 8명은 원래 1주택자였고, 한 분은 증여받은 부동산을 한 채 더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6일 처분 완료했습니다."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차관급 인사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다. '부동산을 못 잡으면 끝장'이라고 보는 청와대는 차관급이든 누구든, 문재인 정부 공직자 인선에서는 '1가구 1주택'을 최우선 검증 잣대로 삼는 것 같았다.18일 서울 창덕여중을 방문, 전국의 오래된 학교를 디지털과 친환경 기반 첨단 학교로 전환하는 '그린 스마트' 계획 진전 상황을 둘러본 문 대통령도 이 학교 안영석 교사가 "혹시 대통령님은 미래에 대해서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라고 묻자 "네, 지금 제일 현안인 미래의 부동산에 대해서…"라고 답했다.문 대통령의 답변이 경직된 대통령 현장 방문 행사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언사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이 부동산과 맞닿아 있고, 뭔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그러나 고민의 흔적만 엿보일 뿐 고민의 결과물이 과연 도출되고 있는 것인지, 물음표가 더 많다. 정책의 컨트롤타워 청와대가 "무조건 1가구 1주택"이라는 웅변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지금 경기도에서 전세로 사는데 무리해서라도 서울 시내로 들어와 집을 사야 할 것 같아요. '집값 잡는다'는 정부·여당은 믿을 수 없어요. 임대차 3법이 나왔는데 임대차 시장에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전세 물건이 아예 사라지고,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 건수까지 늘면서 풍선효과마저 생겼어요. 전세 사는 사람들의 불안감은 상상하기 힘든 정도예요." 최근 만난 서울의 언론계 한 후배는 "선배 같으면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물어왔다.대구경북을 비롯해 수도권 이외의 국민들은 또 다른 불만을 터뜨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침체로 내모는 심각한 불균형 정책이라는 것이다.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연거푸 '헛방망이질'을 하면서 '23타수 무안타'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급기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수석비서관 5명이 지난 7일 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 표명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 실장은 유임됐고, 수석비서관들만 바뀌는 선에서 인적 쇄신은 끝났다."노 실장의 유임은 상당히 위험한 신호죠. 국민들에게 이 정부가 잘했다는 것인지, 잘못했으니 이제는 잘하겠다는 것인지,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장이 정부 정책을 '억제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죠. 더욱이 경제를 정말 잘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실물경제까지 잘 안다는 노 실장을 대통령의 1번 참모로 앉힌 것인데 부동산이라는 경제 정책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내지 못한 상황에서 또 유임을 시킨다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금 지지율 하락세는 바로 그 국민적 불신의 증거입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최근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정책에 대한 불신은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잡는 법인데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에서 '인사만사'(人事萬事)를 실천하지 못했고, '심기일전'(心機一轉)도 놓쳤다는 것이다.블루하우스(BH)라는 별칭을 가진 청와대는 역대 정권 모두에서 임기 말로 갈수록 미스터리 하우스가 되어갔다. 하우스(House) 문제에 집중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똑같은 전철을 밟으면서 국민의 신뢰 획득에 실패하고 있다고 이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마저 걱정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미스터리가 계속되고 있다.

2020-08-19 14:57:48

[데스크 칼럼] 고고학자가 꿈인 소녀

[데스크 칼럼] 고고학자가 꿈인 소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옛날이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학교 관계자의 학교 자랑을 들었다. 중국 전역에서 이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도전하지만 입학은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고 했다. 각 성(省)마다 베이징대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의 제한이 있어서, 아무리 성적이 우수해도 지방 학생들의 입학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세월은 흘렀지만 요즘도 비슷할 것이다. 매년 대입 시험을 보는 1천만 명에 가까운 중국 수험생 중 단 4천여 명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베이징대학교이다. 중국 고등학생들에겐 '꿈의 대학'이다.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톱30를 지키는 명문이며, 중국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의 산실이다.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중국의 가오카오(高考) 결과가 지난주 나오면서 갖가지 화제가 만발했다. 그중에서 중팡룽(鍾芳蓉)이라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가 단연 중국인들의 이목을 끌었다.후난(湖南)성 레이양(耒陽)시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팡룽은 가오카오에서 후난성 18만5천 명 수험생 중 문과 4등을 차지했다. 팡룽의 성적이 발표되자 학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집을 찾아가 축제를 벌이는 등 축하 세례를 퍼부었다. 팡룽의 집은 가난했고, 부모님들은 딸의 학비를 벌기 위해 멀리 광둥성까지 가서 일하며 딸을 거의 돌보지도 못했다. 팡룽은 초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했다.팡룽의 이야기가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열심히 공부한 덕에 '개천에서 용 난' 성공담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며 축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팡룽의 다음 선택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팡룽은 베이징대학교 고고학과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고고학과라는 곳이 돈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비인기 학과이기 때문이다. 놀란 네티즌들이 탄식했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베이징대학교에 가면서 왜 그런 전공을…"이라 하는가 하면, "취업할 때는 울게 된다"고도 했다. "졸업 후 돈 많이 벌어 그동안 고생한 부모님을 돕지는 못할망정…"이라고 혀를 찬 어른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팡룽이 자신의 뜻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팡룽의 부모님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며 딸을 옹호했다.이 젊은이에게는 자신의 인생 행로를 맡길 확고부동한 나침판이 있었다. 그의 멘토는 판진스(樊錦時)라는 82세의 여성 고고학자였다. 판진스는 베이징대학교를 나와 둔황연구소에서 40여 년을 근무한 과학자로, 중국 고고학계에서는 '둔황의 딸'로 불린다고 한다. 팡룽은 그의 삶을 좇아 돈 대신 꿈을 선택한 것이었다.그의 당당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땅에도 팡룽처럼 자신만의 꿈과 용기를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의 바람이 아닌 나만의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닌 '나'로 중심을 잡는 청년들이.하지만 현실에선 N포세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꿈도 희망도 잃은 채 절망하는 우리 젊은이들만 보이는 것 같다. 꿈을 향한 용기와 의지 대신 돈과 집값, 취업난에 울어야 하는 젊은이들이다. 중팡룽 같은 건강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8월 12일은 세계청년의날이었다.

2020-08-12 18:23:01

[데스크 칼럼]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

[데스크 칼럼]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

얼마 전 인생 사진 하나 건지려는 욕심에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를 찾았다. 한적한 어촌이 나 같은 아재조차 아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건 해식동굴(海蝕洞窟)인 '용굴' 덕분이다. 날씨 좋은 날에는 촬영 차례를 기다리는 줄까지 늘어서곤 한다.해병대 작전지역이라 일몰 이후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이곳은 2015년 개방됐다. 다행히 산책로가 최근 갖춰져 둘러보기에 불편하지도 않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바닷가 비경인 양남면 주상절리와 함께 둘러보면 여름휴가지로 제격이다.무엇보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문무대왕릉과 마찬가지로 용에 얽힌 전설이 감동이다. 옥황상제가 승천을 허락했는데도 네 마리 용은 굴에 남아 왜구로부터 나라와 마을을 지켰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때는 주민들의 피난처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알다시피 문무대왕은 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호국대룡(護國大龍)을 자처해 바다 가운데 바위에 묻혔다. 또 아들 신문왕이 용을 만났다는 이견대, 용이 드나드는 용혈(龍穴)이 있는 감은사, 용이 줬다는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의 주인공이다.하지만 그가 이룬 삼국 통일은 외세 도움을 받은 데다 만주 영토 상실이라는 한계 탓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적지 않다. 골품제를 유지하고, 수도를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라 전체를 '배타적 보수성'이란 단어로 폄훼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일본인 연구자들이 골품제를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견줘 이해한 까닭에 빚어진 과도한 결론이다.그럼에도 자칫 이번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면 그런 비아냥이 또 나왔을 것이란 생각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신라의 뿌리인 대구경북을 넘어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일을 일부의 이기심으로 그르쳤다는 손가락질이 쏟아졌을 테다. '달팽이 뿔 위에서 영토 싸움을 벌이다 수만 명이 죽었다'는 장자(莊子)의 와각지쟁(蝸角之爭) 고사처럼 부질없는 싸움만 일삼는 동네로 비쳐졌을 게다.천신만고 끝에 첫발은 내디뎠지만 통합신공항이 지역의 모든 근심을 사라지게 할 만파식적은 결코 아니다. 솔직히 일부 지주와 건설업체의 배만 불려 주는 최악의 결정이었다는 후대의 평가가 나올까 봐 두렵기조차 하다. 우여곡절 끝에 개항하더라도 다른 국내외 공항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지금 꿈꾸는 장밋빛 미래는 현실이 될 것이다.오히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지나온 고비보다 훨씬 험한 여정일 수도 있다. 국비 확보, 각종 SOC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숱한 '님비'(Not in my backyard)와 '핌피'(Please in my frontyard) 갈등이 표출될지 모른다. 이미 공항 이전지 일대에는 부동산 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대구경북이 동해의 용처럼 힘차게 비상할 계기가 될 통합신공항은 2028년 개항 예정이다. 현재 대구공항 자리는 그 이후에 개발되니 대구 시민들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하려면 앞으로 10년은 지나야 한다. 하지만 소금밭 영종도에 지은 공항을 기반으로 한 인천의 발전을 보노라면 불평·불만보다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란 라틴어 명구(名句)도 있지 않은가. 로마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의 표현처럼 우리가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 '희망 고문'이란 시쳇말도 유행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백 배 천 배 낫다.

2020-08-06 06:00:00

[데스크칼럼] 부동산 정책 불신, 文 정부 레임덕 분수령 될까

[데스크칼럼] 부동산 정책 불신, 文 정부 레임덕 분수령 될까

베네수엘라는 남아메리카 북부 카리브해에 접한 인구 2천800만 명의 나라다. 세계 5위 석유 산출량을 자랑하며, 2000년 이후 석유 호경기 때 미국에 막대한 석유를 팔아 윤택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안이한 경제정책에 2015년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차베스 전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다 경제 폭망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조사에 따르면 2013~2019년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은 70% 감소했고, 작년 6월 기준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3천500%에 달한다. 하루 3.2달러(약 3천800원) 미만 소득으로 생활하는 가구 비율이 75.8%에 달할 정도의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그런 베네수엘라가 국내 온라인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한-베네수엘라 경제협력센터가 2013년 발행했다고 하는 보고서의 발췌본이 그것이다. 과거 베네수엘라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시장에 가져왔나가 요점이다.간략히 보면 ▷주택 임대료를 9년간 동결하고 ▷주택 분양 시 물가지수 반영을 금지했으며 ▷정부가 직접 주택 개발을 통제하고 ▷세입자 임의 퇴거 금지법을 실시하자, 오히려 임대주택 품귀 현상,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이 글은 우리 정부의 부동산 대책, 특히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추진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며 최근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와 같은 제도는 다른 선진국에서 널리 운용된다는 점, 또 베네수엘라와 우리가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너무도 다르기에 임대차 3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꼭 나쁜 전철을 밟으리란 법은 없다.그러나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실제 임대차 3법이 속도를 내자 서울 등에선 전세 보증금을 큰 폭으로 올리거나,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집권 4년 차를 맞은 정부와 여당은 집값 잡기에 '총력전' '속도전'을 불사하고 있다. 12·16, 6·17, 7·10 등 숨 가쁘게 규제책을 발표하더니, 의석수를 앞세워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집값을 꼭 잡겠다는 외침에도 시장은 엇나가는 모습이다.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초조함에 '패닉 바잉'이 불어닥쳤다. 올 상반기 서울 거주자가 전국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량은 3만1천890건으로 역대 최대치다. 대구의 1~6월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도 2만324건으로 전년 대비 65.3% 늘었다. 6·17 이후 한 달간 수성구 거래 건수는 70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3포인트(p) 오른 125p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가파른 오름세다.한마디로 정부 정책이 신뢰를 못 얻고 있다. 비규제 지역을 찾아 집값 풍선효과가 들불처럼 번졌다. 섣불리 그린벨트 해제 운운했다가 대통령이 나서 번복했고, 여당 인사의 행정수도 이전 방침 말 한마디에 세종시 땅값이 치솟고 있다. '집값이 11% 올랐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대답은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규제에 대한 내성을 키운 건 다름 아닌 정부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부동산 정의'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다만 분명한 점은 시장경제는 '선의'가 아니라 '이기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좌우될 뿐이다.서울에선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2주째 열렸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부동산 대책의 성패가 레임덕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2020-07-29 16:37:55

[데스크칼럼] 만시지탄(晩時之歎)

[데스크칼럼] 만시지탄(晩時之歎)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작은 연못이라는 노래의 1절 가사다. 1970년대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불렀다. 슬프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떠올릴 때마다 경각심을 준다. 이 노래가 나온 당시 배경과 상황은 특정돼 있지만 '서로 싸우다 공멸한다'는 교훈은 섬뜩하리만큼 강력하다.군위와 의성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를 둘러싸고 3년 넘게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2017년 2월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이후 이들의 싸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대구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지난 3일 군위 우보 단독후보지에 대해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의성 비안과 군위 소보 공동후보지에 대해선 결정을 유예했다. 이달 31일까지 군위가 소보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유예기간 내 유치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공동후보지도 자동으로 '부적합'으로 결정된다.통합신공항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대구와 경북, 나아가 일부 시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군위 설득을 위해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가 군위에 살다시피 하는가 하면 대구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제3후보지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대구 시민의 여론도 달라졌다. 군위나 의성보다 더 가까운 경북의 시군이 있음에도, 시간상, 거리상, 이동 수단상 더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절차를 존중하고 공존을 위해 목소리를 자제해 왔지만 더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대구와 인접한 경북의 다른 시군도 통합신공항 유치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군위와 의성의 공동후보지 최종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31일이면 그 결과에 따라 통합신공항은 완전히 새로운 양상과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통합신공항은 군위, 의성의 생존, 나아가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대역사인 만큼 결코 무산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안타깝게도 이제 군위와 의성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한쪽만 이기고 다른 한쪽은 지는 일도 없다. 함께 가느냐 마느냐뿐이다. 오월동주는 아니지만 둘 다 살아남기 위해선 함께 강을 건너야 한다.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군위 설득 방안의 하나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도 거론되고 있다. 분란과 승패의 싹을 잘라 없애고 공동의 생존을 위해 창원과 마산의 사례처럼 군위와 의성을 '공항시(군)' 등의 이름으로 행정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공항 유치에 지난 4년 모든 걸 쏟아붓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눈앞에서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군민들이 받아들일 허탈감과 파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도 사라지게 된다. 혹여라도 이 때문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라도 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책임과 원망이 쏟아질 수도 있다.최근 검찰총장의 수사권·지휘권 논란 때 만시지탄이란 사자성어가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때늦은 한탄이란 뜻이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만시지탄하지 않기를, 슬픈 작은 연못이 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2020-07-22 16:04:58

[데스크 칼럼] 지역 백년대계 보름 남았다

[데스크 칼럼] 지역 백년대계 보름 남았다

예상대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공세가 시작됐다. 약속이나 한 듯 부울경 지역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는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백지화'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부산일보는 최근 국방 당국이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김해신공항안에 대해 탄약고 이전 문제 등을 들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국무총리실 재검증위원회에 전달했다는 기사를 톱뉴스로 내놨다. 총리실의 검증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관계 부처들이 잇달아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비토'(거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해설도 달았다.이 신문은 다음 날에도 공항 기사를 1면에 실었다. 국토부의 최종안에 나타난 김해신공항 확장 사업비가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비를 넘어섰다는 게 골자다. 국토부의 잠정 최종안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의 총사업비는 7조6천600여억원이 들어 가덕도신공항 사업비 7조5천억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얼마 전 만난 부산시 한 고위 공무원도 곧 발표될 총리실의 검증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이 공무원은 수순대로 잘 가고 있고, 방점은 2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찍힐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별개의 문제인데, 굳이 가덕도신공항 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가 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많은 지역민들도 "가덕도신공항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우리 공항만 잘 지으면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군위와 의성이 3년이 넘도록 서로 으르렁대지만 않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판관 포청천' 역할을 기대했던 경상북도와 신공항 이전을 기획한 대구시가 일만 제대로 잘했어도 신경 쓸 필요 없는 남의 얘기였을 것이다.가덕도신공항이 신경 쓰이는 이유는 개항 시기다. 열 보는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멈춰선 반면, 가덕도신공항은 날개를 달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부산에 정통한 한 지역 인사에 따르면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과 김해공항을 고급 노선과 저비용항공사(LCC) '투트랙'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로 생기는 가덕도신공항은 미주, 유럽 노선을 적극 유치하고, 김해공항에 남는 군사공항은 LCC를 통해 동남아 등지에 비행기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전투기가 주력인 대구공항(K2)과 달리 김해공항의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은 수송기가 대부분이다. 1주일에 많아도 활주로를 쓰는 횟수가 서너 번이다. 결국 남는 활주로를 LCC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개항 시기가 가덕도신공항보다 늦어질 경우 통합신공항은 수도권론자들이 주장하는 진짜 '고추 말리는 지방공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국방부가 공동후보지(의성 비안·군위 소보)에 대해서 군위군과 의성군 간 합의를 해오라고 한 데드라인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안에 지역사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통합신공항 건설은 물 건너간다. 일부에선 재선정 절차에 바로 돌입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정권에서 그리 도와줄 것 같지가 않다. 또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만 끌 게 불을 보듯 뻔하다.통합신공항 건설은 대구경북 대전환의 마중물이 될 핵심 현안이다. 국방부와 대구시, 경북도, 의성군은 군위군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당근과 명분을 찾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도 합의안 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통합신공항 이전 시계가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2020-07-15 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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