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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철 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칼럼] 오래 못 간 일류 흉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인데, 정치는 사류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4년 전인 1995년 4월, 국내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건드릴 수 없었던 한국 사회의 치부를 그대로 진단해 등급을 매겨버린 것이다. 이 회장이 정조준한 곳은 바로 정치권이었다. 당시 정치권은 "건방지다"며 발끈했지만 "속 시원하다"는 여론에 밀려 속만 부글부글 끓였다.세월은 흘렀지만 "이 회장의 분류법이 이제는 틀렸다"고 손들고 나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강산이 두 번 넘게 바뀌었지만 정치가 사류에 머물러 있다는 솔직한 평가만은 지속되고 있다.'정치 사류 이론'의 정점에 바로 청와대가 있다. 여당이 청와대만 바라보며 좇아가는 한국 정치의 독특한 특징은 청와대가 변하지 않고는 국회도 바뀔 수 없다는 법칙을 만들어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줬던 모습은 아직도 이 법칙이 한국 현실 정치에서 유효함을 여실히 드러냈다."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이런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2016년 11월 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2차 대국민 사과문 내용 중 일부다. 최서원 씨와 관련해 그에 대해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부분을 뒤늦게 후회하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내가 이러려고…했나"라는 유행어까지 남겼다.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측근으로 인해 참혹한 결과를 맞이한 것을 보면서 '내가 이러려고…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했을 것이다."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가치를 높게, 존중하는 그런 DNA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 청산이고, 그 중심에는 부정부패의 청산, 이것이 놓여 있는데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국정 과업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직후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꺼내 놓은 말이다.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도덕적이고 깨끗한 청와대'임을 구호처럼 내걸고 대놓고 자랑하며 '일류'를 자처했다. 대한민국의 정의와 도덕을 문재인 정부가 모두 소유하고 있는 듯 '정의 독점 시대'를 선언한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조 전 장관 사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까지, 전혀 도덕적이지 않고, 정의롭지도 못한 '시리즈물'을 국민들은 지금 보고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의 사망 소식은 "뭔가 큰일이 났구나"라는 국민적 의구심도 만들었다.의혹을 둘러싸고 문 대통령 측근들 이름까지 잇따라 호명되는 중이다. 비리가 적발됐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에야 검찰에 구속된 유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국민들은 또다시 대통령 측근이 등장하는 '사류 정치'를 목격 중이다. 도덕으로 무장하고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보이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일류 흉내를 냈을 뿐, 그 실체는 사류였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가짜는 진짜가 될 수 없다. 일류 흉내가 오래갈 수 없는 이유다.

2019-12-04 16:56:20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 칼럼] '지공'을 어찌 할꼬

70대 중반인 ㅂ씨는 가급적이면 이른 아침 시간에는 외출하지 않는다. 지인 만날 약속을 잡을 때도 오전 시간은 피하려 한다. ㅂ씨가 아침에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자신처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굳이 복잡한 시간대에 나갈 이유가 뭐 있느냐는 거다. "바쁜 출퇴근 시간 젊은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 아닐까요. 괜히 눈총까지 받아가며-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런 분위기도 느껴진단다-버스 탈 필요는 없으니까요."ㅂ씨처럼 자발적으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을 삼가려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는 한편으로, 어르신들의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한 세대 간의 갈등도 심심찮게 들려온다."바쁜 출근 시간 안 그래도 복잡한데 어르신들이 너무 많아 힘들어요. 나도 좀 앉아서 가보고 싶거든요." "자리 양보를 안 해주면 호통을 치기도 해요.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니 싫죠." "경로(노약자)석이 엄연히 마련되어 있는데 왜 일반석 쪽으로 오셔서 눈치를 주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땐 자리를 양보해드리고 싶지 않아요."이들 불만의 저변에는 "공짜로 타는 주제에…" 하는 의식이 깔려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뜨거운 감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전국 6대 도시의 지난해 도시철도 적자액이 6천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그 적자액의 상당 부분이 무임승차에서 비롯되었다는 목소리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지공거사'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그 적자액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점차 증폭되는 모양이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교통 복지이니 당연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도시철도가 없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며 국비 지원은 어림없다며 버틴다.적자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도 누구 하나 먼저 나서 선뜻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전면 무임승차는 이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이 불가피한 데도 노인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폭탄 돌리기만 계속되고 있다.몇 십 년 내에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 인구로 채워지게 된다고 하니,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는 하루바삐 매듭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복지 비용으로 생각하고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당수는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제시한다. 제도는 유지하면서 수혜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도 한다.무임승차가 노인들의 이동권과 관련한 복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적자 폭을 지자체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정부에서 어느 정도 적자를 보전함과 함께 출퇴근 시간에 한해 무임승차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복지도 지키고 적자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아침저녁 2, 3시간 정도씩 무임승차를 폐지하면 대중교통 이용객 분산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어르신들의 이동권도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운영 적자를 줄이는 데도 조금은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영국이나 프랑스 등 이런 방식으로 무임 혹은 할인을 유지하는 나라들도 있으니 연구해봤으면 좋겠다.

2019-11-27 17:50:25

한국과 미국은 19일 내년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를 열었으나 양측의 입장이 강하게 부딪힌 끝에 다음 회의에 대한 논의도 없이 종료됐다. 사진은 이날 회의 종료 뒤 미국대사관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 와 외교부에서 브리핑하는 정은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데스크칼럼] 양키 고 홈

1980, 90년대 초 대학가 운동권의 대표적인 구호 중 하나는 '양키 고 홈'이었다. 말 그대로 '미군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의미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간섭하지 말고 떠나라'는 메시지였다.30년 가까이 잊고 지내던 이 구호가 최근 불현듯 생각난 건 미국, 일본과 엮인 지소미아 연장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순간 떠올랐다.아마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국회의원, 정권 실세 중 당시 '양키 고 홈'을 앞장서 외쳤던 인사가 적잖게 포진돼 있기 때문에 그러했던 거 같다. 이들이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혹여나 '그럼 그냥 철수하세요'라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지 자못 궁금했던 것이다.미국은 일본을 대변하듯, '북한의 위협 앞에서 한일의 군사 정보는 계속 공유돼야 한다', '지소미아는 종료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우리 측에 분명히 전했다.나아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북한의 위협 등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비를 실질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며 엄청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 분담금은 현재의 5배, 6조원에 달한다.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을 지키는데 왜 미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건 미국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다.그러나 미군 주둔이 한국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전쟁 전후 세계가 냉전시대로 양분돼 맞섰던 당시, 한국은 공산주의에 대한 미국의 태평양 방어선이기도 했다.당시 소련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반도의 북쪽이 공산화된 상황에서 남한까지 공산화가 되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이 정면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미국은 자국을 지키고 공산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혹여 그 땅이 한국이 아니었더라도, 자비를 들여서라도 말이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기지이자 지정학적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의 세계 1인자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는 상황과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미국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미국의 사드 배치 압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긴 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보호하고, 중국의 턱밑에서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장비를 배치,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선 남한에 사드 배치가 필요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물론 주한미군이 그동안 한국을 방어해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와 도움 아래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두고두고 감사해야 하는 것도 맞다.중국과 북한의 위협과 협박 속에서도,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기업과 경제, 관광이 엄청난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사드' 배치 요구에 응했던 것도 이러한 전통의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때문이었다.그런데 수십 년간 이어져온 한미동맹이 최근 몇 년 새 큰 변화에 맞닥뜨렸다. 미국이 변했고, 국제 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들 문제를 두고 한미 관계가 깨지지 않고, 한일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묘수 짜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이 땅에 미군이 없다면? 가정이지만 궁금하다.

2019-11-20 16:23:36

최병고 디지털뉴스부장

[데스크칼럼] 수험생 모두 수고했어요

92학번인 기자는 1991년 12월에 대학 입시를 치렀다. '학력고사' 시절이었다. 4지선다형 지식암기형 문제가 너무 많다는 비판에 밀려 학력고사 대신 수능이 처음 치러진 건 2년 후인 1993년.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이자, 수능 1세대인 응사 학번이 그렇게 탄생했다.말하자면 기자는 학력고사 끝물 세대다. 당시는 '선지원 후시험' 방식이었다. 먼저 원하는 대학에 입학원서를 쓰고, 이후 시험 점수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전국 100만 명 수험생을 일렬로 줄을 세웠다. 1년에 한 번, 오직 학력고사 성적만 반영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같은 복수 지원도 없었다. 지원한 대학에 떨어지면 '묻고 더블'(재수)로 가는 수밖에. 아니면 후기 대학이나 전문대를 가야 했다. 눈치 경쟁도 극심했다. 대입 원서 마감 날, TV에선 선거 개표 방송처럼 전국 각 대학 학과 경쟁률을 자막으로 밤늦도록 내보내곤 했다.91년 그 겨울, 학력고사 시험장은 경북대의 어느 단과대학이었다. 이른 아침의 대학 교정은 낯설고 안개로 자욱했다. 키 큰 가로수 길을 주눅 든 채로 한참 걸었다. 그날 시험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교문을 나서며 후련했던 느낌만이 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를 몰라 도청교 근방을 헤매다 캄캄해서야 집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은 시험을 어떻게 쳤는지에 대해선 묻지도 않으셨다.오늘은 2020학년도 수능일이다. '합격 기원' '수능 대박' 응원으로 시험장 교문 앞마다 떠들썩할 테다. 이제 겨우 중학생 아이를 둔 기자도 마음이 콩닥콩닥한다.올해 수능 응시생은 54만8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4만6천여 명이 줄었다. 재수생을 뺀 재학생은 39만4천여 명으로 수능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졸업생 응시생은 14만2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6천700여 명이 늘었다. 지난해 불수능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재도전에 많이 나선 것 같다고 한다. 그렇든 말든 고3도, N수생도 오롯이 자신에만 집중하길 바랄 뿐이다.오늘 저녁 아이들은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못할 것이다.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자신의 예상 등급을 맞춰 봐야 하기 때문이다. 논술과 면접 응시 여부를 따지면서 수시 일정을 맞추고 대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입시 업체들은 '진짜 입시는 이제부터'라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학원 앞에 아이를 내려줄 때마다, 무거워 축 처진 가방을 멘 또래 아이들을 본다.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짐을 이고 줄지어 가는 개미 군단 같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엄마 찬스, 아빠 찬스로 불신받고, 그래서 입시 정책이 또 요동쳐도 아이들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수능일 아침 배웅하는 학부모와 수험생의 마음이 어떨지, 기자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인생의 큰 통과의례 앞에 선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라고, 그리고 수고했다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점수보다는 아이의 수고를 먼저 인정해 주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성적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녀들이 매사에 완벽해지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완벽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윤일현 '밥상과 책상 사이' 중)

2019-11-13 19:02:01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시장님과 친하세요?

프로야구도 끝나고 프로축구도 막바지 몇 게임만 남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아쉽고 허전해지는 계절이다. 이맘때면 체육계는 사실상 동면기에 접어든다. 일부 겨울 스포츠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종목들이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선수 영입과 동계훈련에 나서기 때문이다.그런데 올해만큼은 체육계가 때 아닌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체육회 곳곳에서는 민간체육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대구·경북 체육회를 비롯해 구·군 체육회도 이달 내로 회장선거관리 규정 공고, 회장 입후보자 등록,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선거일 확정·공고 등 주요 일정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그동안 지역체육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취임해 예산 지원과 행정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겸직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당선된 단체장이 체육회장직을 맡아 주요 직책에 선거 캠프 인사를 임명하는 등 체육회를 선거 조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체육계는 각종 선거 때마다 소위 '표밭'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왔다. 대구에만 53개 종목 단체가 있는 데다 생활체육계에 속한 유권자까지 포함, 무시못할 규모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막강한 조직력으로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 심지어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해왔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민간체육회장 선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을 위한 취지에서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인수 결정 및 배정 등을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색 짙은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선거 과열과 불·탈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추대나 경쟁 등 선출 방식을 두고서도 지역체육계가 갈리고 있다.지난 1일 열린 대구시체육회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는 "예산을 따기 위해서는 현 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인사를 회장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시·도체육회장은 한 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으로 수십 개의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지원을 관장하며 시·군 체육회 업무를 조율하는 매우 주요한 자리다. 그럼에도 지역체육 발전을 이끌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보다는 단체장과의 친분이 회장 선출의 중요한 잣대로 평가받는 게 체육계의 현실인 셈이다.민간회장 선거는 태생부터 '딜레마'를 안고 태어났다. 단체장과 코드가 맞는 회장이 당선되면 예산 확보에는 용이하겠지만 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체육의 탈정치와 독립성 확보라는 취지에는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예산 축소 등으로 지역체육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년 체육 관련 예산이 증가해왔고 올 들어 처음으로 200억원을 돌파한 대구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이 같은 딜레마에 빠지는 근본 원인은 체육회 예산의 많은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 탓이다. 체육회가 자치단체로부터 체육 관련 예산과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등 안전 장치가 절실하다. 아울러 확보된 예산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원칙도 만들고 감시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두 달 후면 첫 민간체육회장이 선출된다. 체육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회장 선출이 단체장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지역체육에 대한 이해와 발전 의지에 달려 있음을 체육인 스스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2019-11-06 17:32:44

조두진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대구 북동 중학교와 고산 도서관

몇 해 전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본 풍경이다. 저학년 아이들 하교 무렵이었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열 명쯤 되는 엄마들이 우산을 들고 학교 안, 교사(校舍) 근처에 모여 자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그 엄마들을 보고 나서야 좀 전에 지나친 외국인 여성이 떠올랐다. 그녀는 우산을 받쳐 든 채 학교 정문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아마 이 여성 역시 하교하는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였을 것이다.매일신문은 10여 년 전부터 매년 '전국다문화가족 생활수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 심사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아이가 (엄마인) 나를 부끄러워해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한다' '선생님 말씀을 못 알아듣는다며 아이가 마구 화를 냈다'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남편이 때렸다'와 같은 사연을 수없이 읽었다. 학교 정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었던 경주의 그 엄마 역시 '아이가 부끄러워할까 봐' 학교 안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우리나라의 다문화가족 정책은 외국인의 한국화에 집중돼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 살기로 작정했으니 한국화가 필요하다.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우리 문화도 알아야 하고, 전통 음식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관습도 익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외국 출신 엄마를 아무리 한국화하더라도 그들은 한국인 엄마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 능력이 떨어지니 아직 어린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못마땅해 할 수 있다.여기에 더해 아버지와 조부모가 가하는 비난은 어린아이로 하여금 엄마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할 것이다. 자신이 아는 사회라고는 가정과 학교밖에 없는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학대받고 무시당하는 엄마를 존경할 가능성은 낮다.엄마를 부끄러워하는 아이가 학업에서 성취를 이룩하고, 반듯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아직 어릴 때는 엄마에게 가하는, 결국은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과 모멸을 어쩔 수 없이 참겠지만, 청년이 되면 그 분노는 가정과 사회로 터져 나올 것이다.'한국인 양성'에만 집중돼 있는 다문화정책을 '국제인 양성'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국어에 약한 엄마가 사실은 '베트남어에 능하다'는 것을, 한국 관습을 모르는 엄마가 모국 전통에 박식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타박할 게 아니라 아내의 모국어를 한마디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자식을 반듯하게 키우고, 아내에게 존중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길이다.대구 북동중학교(달성군 논공읍)의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를 포함해 7개국의 국기가 펄럭인다. 덕분에 이 학교의 다문화가정 아이들, 외국인 아이들은 태극기를 향해, 그리고 어머니 혹은 아버지 나라의 국기를 향해 경례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다.대구 수성구립 고산도서관(수성구 달구벌대로 650길)에서는 다문화가정 엄마가 강사로 나서 모국의 전통 놀이를 한국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가르친다. 어눌한 줄 알았던 아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줄 알았던 엄마가 여러 사람을 가르치고, 이끄는 모습을 보며 남편들과 자식들은 박수를 치고 감동한다. 그런 아이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한다. 더 많은 북동중학교, 더 많은 고산도서관이 생겨나기를 소망한다.

2019-10-02 14:02:54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조국과 총선

'구미국가산단 50주년' 행사가 최근 경북 구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념식장에서 상영된 홍보 영상이 발단이 됐다. 이 홍보 영상에 구미산단을 설립한 공로가 큰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이 빠진 탓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했다. 보수단체들은 구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산단을 설립한 것에 따른 공로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권의 반발도 거셌다. 구미지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구미시장의 행보를 '박정희 지우기'로 간주해 성명서를 내는 등 '박정희 지키기'에 나섰다.수년 전에는 당시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96회 탄신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이라고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세운 업적을 칭송하면서 나온 얘기였다. 오래전부터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 행사 때마다 헌사가 수없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은 끝도 없이 올라가 결국 '반신반인'이라는 말로 정점을 찍었다.이처럼 보수 또는 진보 진영에서 상징이 되어 있는 인물이나 대상을 건드리면 상대편은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한 전현직 의원도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상징화돼 있는 금기를 건드려 비난을 자초했다. 현재 영어의 몸으로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태극기 부대'로부터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한국 사회에서는 중도 세력과 함께 보수, 진보 세력이 존재한다. 갈수록 보수, 진보 진영이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 발표 이후 한국 사회는 '조국 지지' 또는 '조국 반대'를 외치는 양 극단의 사회로 변해버렸다. 조국 장관 임명 이후 보수, 진보 진영의 '이념 전쟁'은 더욱 격화했다.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국 장관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한다. 검찰이 조국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조 장관이 위기에 처하자, 여권에서는 조국 지키기에 올인을 하고 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은 이미 "조국은 촛불 정권의 상징"이라면서 조국 장관을 적극 옹호해왔다.문 대통령도 조국 장관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통성을 국민에 의한 촛불 혁명이었다고 했다. 여당은 촛불 정신을 조국 장관에게 대입시켜 촛불 정권의 상징으로 만드는 듯하다. 시대정신을 상징화한 인물은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시대정신의 상징을 향한 모든 공격은 핍박이고 고난이며 탄압을 받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내년 총선이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양 진영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부 진영이 보기에 조국 장관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받는 검찰의 수사가 촛불 정신이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탄압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 릴레이 투쟁을 하고 있다.조국 사태의 핵심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와 진보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진영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조국 사태에 대한 지역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역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19-09-25 17:38:47

최경철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 칼럼] 대통령의 안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구속·수감된 지 900일 만에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서울 강남의 성모병원으로 들어서는 박 전 대통령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재임 중 안경을 전혀 쓰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된 뒤 법정에 출두할 때 이따금 안경을 착용했고 병원에 입원한 이날도 안경을 썼다.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안경을 쓴 사람은 거의 없다. 짧은 기간 재임했던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비교적 긴 임기를 가졌던 대통령들은 거의 모두가 안경을 쓰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안경을 쓰기도 했지만 원래 모습은 나안(裸眼)이었다.안경 안 쓴 대통령 후보들이 대다수였기에 역대 대선 과정에서는 '안경의 저주'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안경을 착용했던 대선 후보들은 어김없이 패(敗)하는 경우가 많았던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국가 경영의 꿈을 키웠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대표적인 '안경의 저주'에 해당된다. 안경을 쓰지 않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결, 이른바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고배를 마신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도 그 징크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19대 대선에서 승리, 청와대로 들어온 문재인 대통령도 18대 대선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졌다. '안경의 저주'에 한 번 휘말렸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19대 대선에서는 안경 안 쓴 안철수 후보 등을 꺾고 무난히 승리, 안경 징크스를 깼다.대통령의 안경 얘기를 꺼내놓은 것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시각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기자가 봐 온 문 대통령의 '인격과 품성'을 감안할 때 사모펀드 등 숱한 의혹에 휩싸인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의 '눈에 들지 않는' 후보자가 분명하다. 지명 철회 의견이 응답자의 과반을 넘긴 조사 결과가 셀 수 없을 정도였는데도 문 대통령은 여기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의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면서 금융상품 판매 직원이 주식·펀드 투자 경험을 묻자 "일체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평생 예·적금 외에 주식이나 펀드는 아예 쳐다보지를 않았던 것이다.판매 직원이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을 묻자 문 대통령은 '높은 수준'에 체크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숱하게 많은 투자 정보를 들었을 터. 변호사였으니 각종 사건 수임 과정에서 금융 지식도 쌓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금융상품을 모를 리 없다.그러나 문 대통령의 전 생애에 걸친 금융 장바구니에는 주식·펀드가 없었다. 이자가 미리 정해져 있는 예·적금과 달리 시시각각 변하는 수익률에 대해 '맹렬한 집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주식·펀드가 혹여 탐욕의 세상·천민자본주의의 세계로 자신을 오도할 수 있다는 경계심의 발동 때문이 아니었을까?문 대통령은 이런 기준을 세우고 살아왔건만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재직 때 사모펀드에 가입했고 가족 펀드를 만들었다는 의심도 받으면서 위선자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는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왜 이리도 관대한 것일까?야당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대통령의 안경이 혹시 잘못된 것이 아닌지, 지금 바로 고쳐 써야 되는 것이 아닌지?

2019-09-18 19:39:33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칼럼] 잊지 않으려면…

"그X들이 얼매나 독한 놈들인지 몰라. 쇠붙이란 쇠붙이는 숟가락 몽뎅이 하나까지 싹 다 뺏어 가버렸잖아. 우리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어른들은 참말로 기가 막혔을 거라. 집에 솥이 몇 개 있어도 밥 하는 거 하나, 쇠죽 끓이는 거 하나씩만 남겨 놓고 다 떼어 가버렸으니까. 솥뚜껑은 아예 다 뺏어 가버리고. 솥뚜껑을 마당에 내다 놓고 뚜드려서 깨버리니까 환장하는 거지. 그래 놓고 그걸 지들이 실어 가는 것도 아니라. 솥 뺏긴 사람들이 지게에 지고 읍내로 갖다 주기까지 해야 하는 기라. 숟가락이야 나무로 다듬어서 먹었지만 솥뚜껑이 없으니 밥은 우예 하고 쇠죽은 우예 끓이노. 나무로 밥솥 뚜껑을 만들어 덮으니 밥이 끓기만 하면 뚜껑이 휘딱 벗겨져 달아나버리는 거라. 쇠죽 쑤는 솥에는 가마니를 덮어서 안 끓였나."추석 아래 조상님들 산소 벌초를 하고 성묘도 할 겸 숙부님들을 모시고 산으로 가는 길, 두 분이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주거니받거니 옛날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하셨다. 당신들 유년시절 얘기를 하시다가 어느새 일제강점기 후반부 어디쯤으로 빠져버리더니, 한참 동안 그 어름을 맴돌았다."밥솥만 있으면 뭐해. 밥을 해 먹을 쌀이 있어야제. 공출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별로 이미 물량을 다 정해 놓는 거라. 그래 놓고는 가을 되면 싹 들고 가버리니까, 도대체 먹고살 수가 있나. 집 안에 숨겨 놨다가 들키면 경을 치고 쌀은 쌀대로 뺏기거든. 그래서 채소밭에다 막 묻어 놓고는 했어."두 분 뛰놀던 산기슭 가까이를 지날 때쯤엔 할아버지 징용당해 가시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저기 저 산에 나무하러 가셨던 아버지가 멧돼지 새끼 잡아 오신 거 기억나는가. 그때가 아버지 북해도 징용 가시기 닷새 전인가 그랬는데, 저 앞산에 가시더니 멧돼지 새끼 한 마리를 지게에 올려 지고 오셨대. 그거 한 마리 삶아 드시고 징용 가셨지. 북해도에서 정말 죽을 고생을 하셨던가 봐. 해방되고 그 다음 해에 돌아오시대. 3년 만이었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해서 (피해자) 신고도 못했는데, 그걸로 보상(배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하대. 그거 참말인강?"요즘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 사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이야기이다. 잊고 지냈는데 내 할아버지도 생전 언젠가 북해도 '다녀 왔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징용이나 공출이라는 사건들이 내 할아버지와 숙부님들, 그리고 함께 살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거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고, 강제징용 배상이 어떻고, 개인의 청구권이 어떻고 할 때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그 이야기들을 내 집안 내 조상의 일화로 들으니 감회가 달랐다.내 할아버지는 벌써 세상을 뜨셨지만,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숙부님 같은 분들의 시간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일제의 그런 만행에 대해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사라지겠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우리 민족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도 어느새 잊히고 말겠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늘날까지 왜 그렇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게 되겠지.이번 추석 나이 드신 어른들이 계신 집안이라면 그분들께 졸라 이런 얘기도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자식들에게도 전해 주고…. 잊지 않으려면 말이다.

2019-09-11 17:28:12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국방부의 통합신공항 간보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갈수록 태산이다. '대구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정한 최종 이전지 선정 기한이 석 달도 채 안 남았지만 실타래가 풀리기는커녕 더욱 꼬여만 간다.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인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의 합의 도출 기미는 보이지 않고, 대구시와 경북도도 군위와 의성의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이렇다할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국방부와 국회의원마저 '간보기'식 계획을 툭툭 던지는가 하면 헛발질을 하며 군위와 의성의 갈등만 더욱 부추기고 있다.통합신공항 입지 선정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국방부는 '주민투표 찬성률로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지난달 백승주 국회의원에게 전했다. 백 의원을 통해 슬쩍 흘렸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이는, 다른 방식의 입지 선정을 주장하고 있는 의성군의 강한 반발을 샀고, 가뜩이나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며 마뜩잖아 하던 의성군의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의성군은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여차하면 행정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3일 해프닝은 더욱 가관이었다. 백승주 국회의원이 '국방부가 통합신공항 이전 경쟁 탈락지에도 1천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고 밝히면서 이번엔 군위군까지 헤집어놨다.이전지역에 지원하기로 한 이전주변지역 지원금 3천억원 중 절반을 탈락한 지역에 주겠다는 게 백승주 의원 측이 밝힌 이 계획안의 골자다.이는 앞서 '찬성률로 선정한다'는 국방부 계획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군위군으로선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군위군 입장에선 찬성률로 입지를 결정할 경우 지원비 3천억원을 다 받거나 설사 공동유치를 한다 해도 최소 1천500억원을 이미 확보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이렇다 보니 군위군은 강하게 반발하며 '국방부로부터 탈락지 지원금과 관련해선 들은 바도 없고, 관련법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탈락지에 지원금을 주려면 다른 재원에서 지원금을 마련해야지 이전주변지역 지원금을 반 뚝 잘라 선심 쓰듯 갈라 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백승주 의원 측은 한술 더 떠 '국방부가 이미 탈락지 지원금과 관련해 군위군과 의성군에 전달하고 관련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보라고 제안까지 했다'고도 했으나, 확인 결과 이는 백 의원 측이 국방부의 얘기를 듣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해프닝인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나 이미 군위군과 의성군, 나아가 경북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뒤였다.아무리 입지 선정 작업이 어렵다 하더라도 국방부가 마치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간을 보듯' 국회의원을 통해 특정안을 툭툭 던지는 건 옳지 않다.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해당 지자체들과 함께 지원위원회, 선정위원회 등 공식 협의기구를 통해 협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와 공신력을 얻을 수 있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보고, 그렇게 해도 결론이 나지 않거나 도저히 기한 내에 선정하기 힘든 상황이 오면 욕을 먹더라도 결단을 내리면 된다.간을 봐선 안 된다. 국회의원 뒤에 숨어서도 안 된다. 꼼수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럴수록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친구들끼리나 할 법한 '툭 던져 보고 아님 말구'식의 추진 방법은 정말 아니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미래가 걸린 대사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2019-09-04 19:12:49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사할린 동포의 친구, 대구 청년들

'사할린이 좋다고 내 여기 왔나/ 일본 놈을 무서워 내 여기 왔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우리 조선은 따뜻한데/ 그 땅에 못 살고 내 여기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사할린 본조 아리랑'에는 일본 사람들이 무서워, 사할린에 건너온 사연부터 내 땅에 못 살고 타국에서 살아야 하는 외지인의 설움까지 다양한 색깔의 슬픔과 서러움을 담고 있다.러시아 연해주 동쪽, 일본 열도 북쪽에 있는 사할린은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 속에 격변의 역사를 겪은 땅이다. 혼란이 끊이지 않았던 땅에는 모진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간 사람들이 남았다.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대부분 일제 말기에 징용노동자로 잡혀왔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에는 약 4만3천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강제징용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에는 합동추모비가, 8·15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국선을 기다렸던 코르사코프 항구에는 망향탑이 세워져 있다.학살과 포탄을 피해 코르사코프 항구에 도착한 한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배를 기다렸다. 1945년 해방 후 일본은 사할린에서 자국민을 귀환시키면서 조선인은 제외했다. 배가 와도 승선권은 일본인에게만 주어졌고, 언덕에 올라 다음 배를 기다리다 영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사할린 한인들은 일본 측의 일방적인 국적 박탈 조치로 귀환하지 못했고, 러시아도 송환을 외면해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기구한 운명에는 피와 땀과 눈물이 서려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잊은 존재들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해방 후 사할린에 남은 한인1세는 온갖 차별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무국적을 선택했다. 소련 국적을 가질 기회가 충분했지만 조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1994년 한일 정부가 뒤늦게 사할린 동포 시범 송환에 합의하여 약 4천300명만 한국으로 돌아왔다.70여 년 전 '절망'으로 가득했던 사할린. 대구 청년들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더 이상 눈물의 땅이 아닌 희망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사할린과 교류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트기 시작한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는 사할린 동포들이 가장 환영하는 단체로 알려졌다. 대구 청년들은 매년 사할린 동포를 대구로 초청해 '사할린의 밤'을 열 뿐만 아니라 사할린을 찾아 '대구의 밤'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할린을 찾아 동포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왔다.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정부의 사할린 동포에 관한 내용은 잘 찾아보기 어렵다.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사할린 한인 1세대는 현재 전국 4천300여 명에 이르지만, 자녀들은 영주 귀국에서 제외됐다. 사실상의 또 다른 이산가족이 된 셈이다. 함께 고국 땅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정부의 지원 법안은 표류 중이며,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속절 없이 세월만 흐르고 있다. 국회에 표류 중인 '사할린 동포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 가족과 함께 영주 귀국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조국땅 동포들아/ 사할린의 땅 한인을 잊지 마라/ 이국만리에서 조국 사랑하는/ 사할린의 한인들이다.' 사할린 한인문화센터에 걸린 운강 이원술의 시가 가슴 한쪽에 남았다.

2019-08-28 14:34:25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장애인 체육 메카 대구

한때 대구는 장애인 체육의 메카로 명성이 높았다. 지도자 양성, 관련 교육시설 등 풍부한 인프라로 타 시·도의 부러움을 받았었다. 대구시 장애인체육회는 2006년 7월 전국에서 최초로 대한장애인체육회 시·도지부로 출발하기도 했다.그러나 몇 년 새 예산과 훈련 공간 부족 등으로 이 같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우수 장애인 선수들이 타 시·도로 이적했고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그나마 봄, 여름에 열리는 국제대회인 대구오픈 국제휠체어 테니스대회나 대구컵 국제휠체어 농구대회가 장애인 체육 메카로서의 명성을 잇고 있다.매년 봄에 열리는 대구오픈 국제휠체어 테니스대회는 국내에서 개최된 최초의 장애인 국제휠체어 테니스대회로 1997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휠체어 경기의 양대 산맥인 제22회 대구컵 국제휠체어 농구대회가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대구시청 휠체어농구단은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휠체어농구단으로 장애인 체육의 모범 사례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두 대회 모두 우리나라 장애인 대표 선수들의 새로운 등용문은 물론 신인 선수 발굴과 장애인 스포츠 국제교류의 장으로서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스포츠계 전체를 돌아봐도 변변한 국제대회 하나 없는 대구로서는 소중한 자산이자 자랑거리다. 전국 17개 지자체 중 꼴찌 수준(12위)인 예산과 훈련 공간 부족 등 많은 어려움에도 선수들과 협회 임직원 등 관계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조만간 대구에는 장애인 체육계에 새로운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긴다.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장애인국민체육센터가 수성구에 있는 대구체육공원 내에 들어선다. 이 센터는 전체 면적 3천991㎡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이뤄졌다. 1층에는 체력단련실과 보치아 경기장, (시각)탁구장, 의무실이 있고 2층에는 체육관, 당구장 3층에는 다목적체육관, 용기구실, 탈의실 4층에는 탁구장, 휴게실이 조성된다. 장애인 체육의 메카 대구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그러나 기대가 커서일까. 개관(27일)도 하기 전부터 졸속 설계·안전 논란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메인 공간인 3층 다목적체육관은 휠체어 농구 등의 훈련과 시합이 열리는 곳인데 너무 좁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휠체어 농구는 엔드라인과 벽까지 2m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간격이 채 1m도 되지 않는다. 농구단 측이 설계 때부터 경기장 너비를 규정(33m)에 맞게 해달라고 대구시 측에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됐다. 단순한 졸속 설계가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주차장과 화장실 역시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센터와 대구시체육회, 그리고 대구FC 관계자들이 50면의 주차장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층당 3개에 불과한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역시 불편해 보인다.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때 휠체어를 탄 채 대피할 수 있는 경사로가 없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임시방편으로 엘리베이터로 대피를 유도할 수 있겠지만 대피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설계 단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장애인 체육 전문가들이 참여해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대구시의 설명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들이다.장애인국민체육센터는 대구시에 처음 들어서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아무쪼록 이 소중한 공간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장애인 체육의 보금자리가 됐으면 한다.

2019-08-22 06:30:00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신청사 입지, 시민들에게 맡기자

도쿄에 가면 신주쿠 고층빌딩 숲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 도쿄도청사다. 1991년 3월 완공된 이곳이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가 된 것은 남쪽과 북쪽 타워에 각각 들어선 전망대 때문이다. 입장료가 무료인 45층 전망대에서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건물이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까지 보이는 시원한 전경에, 밤에는 도쿄의 낭만적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설계한 도쿄도청사는 부지 4만2천940㎡, 건평 2만7천500㎡, 총면적 38만1천㎡ 등 규모도 압도적이다.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 남단에 있는 런던시청은 2002년에 완공된 현대식 돔으로,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외관이 독특하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런던 고유의 느낌과 달리 시청 건물은 현대식이라 유독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미래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져 과거 도시의 모습과 미래 도시의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느낌을 준다. 타워 브리지, 런던 탑과 더불어 런던 관광 3대 명소다.2012년 새로 지은 서울시청은 도심 한복판 대규모 건물 전면에 파도 치는 형상의 유리를 덮은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고층 만능주의를 떨치고 유려한 디자인을 도입한 점, 세계 최초로 청사 공간 10% 정도를 개방해 시민청으로 조성한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위에 소개한 3곳은 대구 시민이 신청사를 지을 때 벤치마킹해야 할 곳으로 선택한 곳이다. 최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대구시 신청사는 어느 지역의 시청처럼 건립됐으면 좋겠습니까'라는 물음에 1천494명의 대구 시민이 응답한 결과다. 시민들은 또 미래 대구시청 신청사 이미지로 ▷상징·랜드마크·명소 ▷휴식·문화·공원 ▷친근·함께·접근·소통·편안함 등을 꼽았다.시민들이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현재 대구시청은 너무 낡고, 대구의 미래를 상징하기엔 모자라며, 일을 처리하기에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1993년 준공한 대구시청사 연면적은 고작 2만5천㎡다. 전국 8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비좁은 청사로, 대한민국 3대 도시로서의 위상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낡고 좁은 공간 문제 때문에 지난 2004년 이후 15년간 청사를 이원화하면서 업무차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본관, 별관으로 옮겨 다니며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옆 동네 부산만 해도 1998년 이전·신축한 부산시청(지하 3층~지상 26층, 연면적 13만1천590㎡)은 3만9천797㎡ 규모의 시청광장을 마련했다. 시민광장, 동백광장, 녹음광장, 등대광장, 잔디광장을 구성해 사랑받고 있다. 시청사 규모만 대구시청의 5배가 넘는다.이런 까닭에 대구시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입지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다시 한 번 신청사 건립에 나섰지만,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과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적 입김 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신청사를 주제로 한 대구시민원탁회의에 일반 시민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들이 유치를 위해 대거 참석하는 등 빗나간 열정으로 시민원탁회의의 취지를 거슬렀다는 소식에 실소가 나온다.정정당당하게 유치를 홍보하고, 마지막 결과에 승복하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또 대구시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도 모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할 룰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청사 입지는 제발 대구 시민들에게 맡겨두자. 일부 정치인들이 왈가왈부하며 물을 흐리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다.

2019-08-08 06:30:00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다시 고개 드는 '추억의 감염병'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중증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발열과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세를 보인 사스는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며 몇 달 만에 중국 대륙을 넘어 인근 국가로 확산됐다. 중국에선 5천300여 명이 사스에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사스 감염을 두려워한 중국 의료진들이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졌다.세계는 이 낯선 질병 공포에 떨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망자 없이 3명의 감염자만 발생해 국제사회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변국에 비해 한국인의 사스 감염 비율이 낮은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에선 한때 김치 열풍이 일기도 했다.국내는 이듬해인 2004년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라는 감염병이 유행했다. 그러다 2015년 5월 사스의 사촌 격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여럿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추억까지 빼앗았다. 당시 전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며 186명의 확진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다.사스는 세계적으로 8천여 명이 감염돼 그중 770여 명이 사망해 10% 가까운 치사율을 기록했다. 주로 중동지역이 발병 거점인 메르스는 치사율이 사스보다 최대 4배까지 높았다.'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고 한다. 14, 15세기 흑사병 페스트가 휩쓸어 유럽을 중심으로 7천500만 명이 숨졌고, 1918년 처음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2년에 걸쳐 최대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과거 역병이 돌았다하면 기본이 1천만 명 단위였다.현대에 들어서도 1968년 홍콩독감으로 100만 명, 러시아 콜레라 80만 명, 2009년 신종플루가 2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과거 전염병이라 불린 '감염 질환'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웬만한 전쟁보다 많은 희생자를 유발한다.감염 질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생명 복제가 가능한 만큼 과학적 진보를 이뤄내도 사스와 메르스 파동에서 드러나듯 전염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홍역, 백일해, 소아마비 등 1950~80년대 예방백신 도입 이후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줄거나 퇴치 수준까지 갔던 '추억(?)의 감염병'이 국내외에서 재유행하며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국외 유입 감염병은 2010년 이후 해마다 400명 안팎으로 신고되다가 최근 1, 2년 새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퇴치 인증'을 받았던 홍역은 해외여행, 외국인 입국 등을 통한 국외 유입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산발적 홍역 발생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언제든 토착화할 수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게 보건 당국의 입장이다.저개발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는 A형 간염 환자도 올해 벌써 1만 명을 넘겼다. 취약 계층은 20~40대 환자라고 한다. 20대 이하는 A형 간염 예방백신 접종이 1997년부터 의무화되면서 항체를 지니고 있고, 50대 이상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 자연면역이 많다는 것.지난해 말 대구 몇몇 종합병원은 홍역 환자로 홍역(?)을 치렀다.이들 병원에 걸린 '동구 주민 분리 진료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예방 분야 교수가 혀를 끌끌찼다. "동구 주민 떼놓는다고 홍역이 줄어들까요?"깨끗한 환경이 면역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위생의 역설'이 추억의 질병을 소환하는 것이 아닐까? 백신 접종이 근본 예방법이라고 한다.

2019-07-31 10:18:54

석민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하이퍼 글로컬 시대, 청년과 대구경북학

하이퍼 글로컬 시대의 도래는 생소한 듯하지만 현실의 한 단면이다. 각종 SNS는 이미 국경을 허물어 버렸고 직원 3, 4명의 지방 벤처기업조차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기획한다. 로컬(지방)에서 서울(중앙)을 거치지 않고 전 세계와 직접 교류·소통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지방민을 서울·수도권에 뒤이은 3류 시민으로, 지방의 산업을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하청 구조 또는 수도권에 뒤진 열등한 기업군으로만 인식하는 데 익숙한 분들에게는 퍽이나 낯설다. 더군다나 하이퍼 글로컬 시대 지방민은 곧 세계시민이다.그러나 또 다른 지방의 엄혹한 현실은 소외되고 외면받는 3류 시민으로서의 지방민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지금은 혁신성장·포용성장으로 외투를 갈아입었지만) 정책은 그 의도와는 반대로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지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그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대구경북 산업구조의 취약성과 지리적 소외(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경쟁력 약화 요인) 탓이다.사실 현재의 어려움보다 더 큰 고통은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 청년, 특히 대구경북 청년이 겪는 상실감과 암담함·박탈감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복학왕의 사회학(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에서는 지방 대학생의 내면을 '적당주의' '알지 않으려는 의지' '가족만이 최고의 가치' 등으로 분석했다. '어차피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간파했다.3류주의에 빠진 우리의 청년을 어떻게 대구(경북)에 사는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바꿔 갈 수 있을까. 올봄 경북대와 계명대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한 지역학(대구경북학) 강의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세계화와 정체성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했다. 자기 정체성과 세계화가 균형 있게 형성·발전하지 않으면 세계화는 비극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지금 지방 청년은 '국가 중심의 중앙적(서울) 획일화' 함정에 빠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3류 시민이고, 실패한 인생이 된다. 대구경북학 강의는 지역의 역사·경제·사회·문화·행정 등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서울 중심 획일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돕는 셈이다. 대구(경북) 청년이 지역을 자신의 경제·사회·문화 활동의 주요 단위로 인식하고, (공간, 문화 감성, 시대 가치, 생활 실감 등을 통해) 지역과 개인 간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지역에 대한 감각의 다양화가 생겨나게 되고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청년들의 자기활동이 일어난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대구(경북) 청년'은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재탄생한다. 세계가 그들의 무대이고, 지역에서 세계를 보며,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대구(경북)는 마음의 고향이다.이미 가능성의 싹은 틔웠다. "…수강의 가장 큰 성과는 막연함·무지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다는 것과, 내 지역을 온전히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할 때는 안 좋은 것만 보이니 점점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쌓였는데, 정확히 바라보니 비로소 우리 경북·대구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경북대 학생의 후기 중 일부)

2019-07-24 08:17:31

조두진 문화부장

[데스크칼럼] 대구문학관 확장 개관의 전제

대구문학관을 확장 개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간담회가 2차례 열렸고, 9월에는 시민, 대구시, 대구문인들이 참여하는 포럼도 열 예정이다.2014년 10월 개관한 대구문학관은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옛 상업은행 부지 1천302.1㎡(393평)에 지은 연면적 3천348.78㎡(1천14평,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건물의 3, 4층이다.(1, 2층은 향촌문화관) 시내 중심에 있어 접근성은 좋으나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많다.대구문학관 확장 개관을 희망하는 측은 더 깊이 있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규모 확장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1970, 80년대 활동했던 작가들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관련 문학사업을 행하기 위해서라도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대구경북에서 활동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작품 소장, 전시, 낭독 공연, 학술행사, 문학로드 발굴 및 운영, 아카이브 구축 등)을 펼치고 있다.규모는 작지만 대구문학관 운영 성과는 크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200~300명이다. 대구문학관처럼 종합문학관을 표방하고 있는 인천문학관, 대전문학관에 하루 평균 100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는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성과는 더 선명해진다.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구문학관은 종합문학관이다. 특정 작가를 기념하는 문학관도, 특정 주제가 있는 문학관도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체는 '대구근대문학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종합문학관을 표방하지만, 주요 사업 대상이 현진건·이상화·이장희·백기만·백신애 등 일제강점기 혹은 1950, 60년대 활동한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구문학관이 대구 근대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향촌동과 북성로, 경상감영길 등을 인근에 끼고 있다는 점도 근대문학관의 색채를 더한다.대구문학관이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근대문학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건립 당시 논의 끝에 '종합문학관'으로 결정했지만, 순서상 작고한 선배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기에 자연스럽게 '근대문학'이라는 주제가 형성된 것이다.대구문학관 확장 논의는 지금의 성공 배경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일제강점기와 1950, 60년대 주요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으나 앞으로는 1970, 80년대 활동한 작가들에 대한 기념사업과 문학사업을 추진하겠다, 그러자면 규모가 커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구문학관 확장을 추진한다면 낭패에 직면할 수 있다.큰 건물을 짓고 가능한 한 많은 대구 작가들을 세세하게 챙긴다고 문학관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유명한 문학관 중에 자기네 지역에서 활동했던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를 시대별로 다 정리하고 기념하는 문학관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도 없다. '기념 대상 작가들을 엄격하게 선정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봐야 마찬가지다. 1년에 한 명씩만 작가를 추가해도 50년이면 50명이다. 이건 기록관이 할 일이다.목포문학관은 애초 소설가 박화성 문학관으로 추진했으나 극작가 차범석·김우진, 평론가 김현 등 지역과 인연 있는 작가들을 포함해 지역문학관 성격을 띤 '목포문학관'으로 만드는 바람에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말았다.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가 약해서가 아니라 각각의 색깔을 뭉개버렸기 때문이다.대구문학관 확장 개관은 '어떤 성격의 문학관이냐'를 바르게 전제한 바탕에서 논해야 한다.

2019-07-17 14:50:08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비주류'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은 최근 매일신문이 실시한 '대구경북(TK)을 이끌어갈 대표 정치지도자' 여론조사에서 1위로 꼽혔다. 민주당 소속인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TK 정치인으로 시도민에게 각인된 듯하다.김 의원의 대구 입성은 입지전적이었다. 김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2012년 19대 총선 때 수성갑으로 왔다. 김 의원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출마한 것은 불가능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패했고, 2014년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6년 3선 의원과 경기지사를 역임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어 승리를 거뒀다.'험지'에서 승리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에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인물로 첫손에 꼽혔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돼 무난하게 잘 마무리했고,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도 올랐다.하지만 김 의원의 지역구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행안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지역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데다 문 정부에 대한 지역 정서가 좋지 않은 탓이다. 문 정부의 'TK 패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PK·TK 간 10여 년 갈등 끝에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놓고 타당성 조사를 하다가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충하기로 5개 단체장 간에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이 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미 예산 삭감으로 위기감을 느낀 시도민은 김해신공항 재검토로 인해 '이제는 정말 올 게 왔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당연히 시도민의 원망 대상은 대구경북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다. 특히 영향력이 가장 큰 김 의원이 타깃이 됐다. 지역에서는 김 의원이 행안부 장관으로 재직 시 제기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에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지역의 불만이 김 의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당신도 내년(총선)에 어렵지' 하는 질문을 받는다"고 썼다. TK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정부의 김해신공항 재검토로 인해 김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대선주자인 그는 이제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김 의원은 대구시민에 의해 큰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많은 시도민이 김 의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왜 신공항 이슈에 대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왜 명성에 걸맞게 정부·여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일까?'라고 말이다. '4선 국회의원인 데다 행안부 장관까지 했으면 어느 누구보다 현 정부의 이 같은 흐름을 미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도 나온다.김 의원을 보면서 결국 정치적인 힘은 다선이라는 경륜, 행안부 장관이라는 행정 경험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은 권력의 주류가 아니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주류 또는 실세가 아니면 화려한 경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주류 정치'에 의존하는 걸 보면 정권은 바뀌어도 정치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대구에서는 걸출한 비주류 정치인보다 여권 실세 인사 한 명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당 4선인 김 의원은 '비주류'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정치적 생명을 걸고서라도 대구경북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2019-07-10 17:40:11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운전대 놓고 싶지만…

#1. 대구 도심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이제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타던 차는 몇 년 전 손녀에게 물려줘버렸다. 지하철이나 버스, 도보로 시내 어디든 열심히 다니며 재미나게 공부하고 즐기며 지낸다.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이분이 면허증을 아예 반납했는지는 모르겠다. 운전을 그만둔 후 불편하진 않은지 물었다. 처음엔 움직이기가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괜찮아지더라고 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다니니 건강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2. 경북의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사는 B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80세를 넘긴 고령이지만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못한다. 이따금 대구를 오가야 하는 볼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여러 가지 자잘한 일까지 스스로 다 처리해야 하는 그에게 자동차는 손발이나 다름없다. 혼자 사는 그에게 자동차가 없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많지도 않은 조그만 시골 마을에 살자면 자동차는 이동에 필수적인 도구이다. 안전 문제가 늘 마음에 걸리지만 별 도리가 없다. 해 저문 이후에는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고령 운전자 사고 문제에 우리 사회가 한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예 면허를 박탈해버리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고령 운전자들이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하다.운전면허 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한 조치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75세 이상인 운전자의 경우 적성검사 기간이 단축되었고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게 됐다. 면허 반납 혜택을 늘리겠다며 교통카드를 보상으로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왜 그럴까. 고령자들의 이동권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선 두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고령자들이 바깥 나들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가 여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인 것 같다.사통팔달 대중교통 망이 발달한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야 자동차가 없어도 별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게다가 곳곳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는 공짜이기까지 하다. 어쩌면 자동차가 더 불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시골은 어떤가. 읍내나 가까운 도시로 나들이라도 할라치면 하루 몇 번 다니지도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이용객이 줄면서 노선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가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령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면허만 내놓으라는 식의 정책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고령자들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고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병원에도 가야 하고 마트에도, 관공서에도 불편 없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들여 고령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농어촌 지역에서 보다 확대되었으면 하는 정책이다. 고령자들도 '발'이 필요하다. '고령 운전자=잠재적 사고 운전자'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2019-06-26 17:55:43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궁즉통(窮則通)

암중모색(暗中摸索)이다. 자고 나면 말과 입장이 바뀐다. '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 얘기다. 말 그대로 '오락가락'의 연속이다.환경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4월 철강업계의 블리더 개방 관련 회의를 열고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행정처분 의지도 강력해 유권해석 직후 전남도(광양제철소), 충남도(당진제철소), 경북도(포항제철소)는 앞다퉈 조업 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난리가 난 한국철강협회는 이달 6일 '블리더 개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강력 반발하며 처분 철회를 요청했다.환경부는 지난 12일 지자체들과 다시 회의를 열고 '민관환경전문가 거버넌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자리에서 해당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왔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행정처분을 유보해 달라는 언급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경북도도 16일 '행정처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며 환경부에 힘을 실어줬다.그랬던 경북도가 이틀 뒤 보도 자료를 내고 '시간을 두고 행정처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환경부와 지자체의 요지는 제철소가 용광로(고로) 폭발 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용으로 설치해 놓은 블리더를 비상시가 아닌 고로 정비 시 열어 오염물질이 섞인 가스를 무단으로 배출했다는 것이다. 오염물질 저감 장치나 조치 없이 말이다.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정비 중 블리더가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스 대부분이 수증기로 오염물질이 많지도 않고, 이를 저감할 장치나 기술을 가진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이쯤 되면 기본으로 돌아가 쟁점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먼저 '고로 정비를 꼭 해야 하느냐'다. 안 해도 되는 데도 정비를 이유로 오염물질이 든 가스를 배출했다면 환경 사범이다.그런데 고로 정비를 반드시 해야 하고, 폭발 가능성이 있어 블리더를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비상시로 볼 수 있다.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데이터로 확인부터 해야 한다. 업계의 말대로 대부분이 수증기요, 크게 문제될 오염물질이 없다면 호들갑을 떤 것이다.만약 조업 정지 처분을 내릴 정도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면 왜 50년 동안 알고도 묵인했는지 정부와 지자체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물론 확인 결과 오염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면 처분을 내려야 한다.이왕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면 업계에 오염물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와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지금까지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 굳이 이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젠 조업 정지 처분이라는 태산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고로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여과·저감 장치나 기술을 개발해 낼 수도 있고 수출도 가능하다. 정부가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도 좋다.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다. 극단의 상황에 이르면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이다. 최상의 해법과 결과를 기대해본다.

2019-06-19 19:05:04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매일신문은 왜 방송을 시작했나

"영상시대를 맞이해 매일신문이 '신문 읽어주는 미녀와 야수TV'를 개국했습니다. 지면으로 보던 매일신문 뉴스를 영상을 통해 찾아뵙고자 합니다."매일신문은 지난 1월 24일 0시 7분 '매일신문 읽어주는 미녀와 야수(매미야)' 첫 방송을 세상에 내보냈습니다. 첫 시작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핀 마이크, 프롬프터, 조명 등 기본적인 장비 없이 시작한 방송이라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방송 경험이 없는 진행자에다 신문을 직접 오려서 붙인 삐뚤빼뚤한 배경 화면 등 어느 것 하나도 정상적인 방송은 아니었습니다.종이신문을 만들던 매일신문이 왜 방송을 시작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이신문을 보는 독자들이 줄기 때문입니다.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신문산업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젊은 독자층을 빼앗기고,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어렵던 판매, 광고 수입 등이 격감하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의 80~90%를 차지한 유튜브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인 사용률을 보이는 서비스로 발돋움했습니다. 유튜브의 위력은 날로 높아졌고, 이제는 동영상 소비를 위한 창구뿐만 아니라 검색과 소셜 네트워크 등 10대부터 60대이상까지 전 연령이 즐기는 포털 서비스가 되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TV매일신문'(www.youtube.com/user/MaeilShinmun)은 종이신문을 떠난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찌 보면 망망대해 유튜브 시장에서 무모한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첫 방송이 나가자 매일신문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창간 73주년을 맞는 '올드미디어' 매일신문이 미지의 영역인 방송, 특히 젊은 감각의 세계인 유튜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하지만 1월 24일 첫 방송 이후 하루 평균 300~500회의 조회 수를 올렸고, 시청자들의 격려와 협찬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월에는 하루 평균 500~1천 회가 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시작 전 매일신문의 유튜브 구독자는 1만5천 명이었으나 3개월 만에 2만8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 구독자 5만 명, 올 연말까지 10만 명(유튜브 실버버튼)이라는 거창한 목표까지 세웠습니다.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매미야 뉴스만 전달하기에는 프로그램이 너무 단순해 '토크 20분' 프로그램을 신설했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뿐만 아니라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홍준표 TV 홍카콜라 MC 등을 섭외, 조금씩 구독자 수를 늘려나갔습니다. 보수 성향의 인물뿐만 아니라 김부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출연시킬 예정이며, 앞으로 바른미래당, 정의당 의원들도 섭외할 계획입니다.'TV매일신문'은 매일신문이 방송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유튜브 TV매일신문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자체 방송국을 가진 신문사로 나아가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TV매일신문에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디지털 퍼스트' 정신이 날로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어설픈 시작이었지만 독자들의 격려와 성원으로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더 많은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2019-06-12 16: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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