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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교육학술부장

[데스크칼럼] '캐슬'과 '모래성'

"아빠도 못 올라간 피라미드 꼭대기를 왜 우리 보고 올라가래."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TV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요즘도 식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20%를 넘어 종편 채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울 태세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라는 소개가 붙는다.입시 문제가 가족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부모의 욕망을 자녀의 목표에 일치시키면서 명예, 권력, 부의 세습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의 무조건적 성공을 위한 과정은 가족의 현실적 행복이라는 포장으로 지배를 이어간다. 드라마 속 한 아버지의 대사처럼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해?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그들만의 강박은 시청 순간순간 작은 소름마저 돋게 만든다.계층적 특권을 대물림해서 위세를 보여야 가족 모두의 성취를 느끼는 강박적 욕망에 지배되는 한 자아실현과 같은 교육 본연의 목표는 그저 수사(修辭)일 뿐이다. 교육부 장관조차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라마를 봤다"면서 "과도한 부분이 있긴 한데 어쨌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명문대 진학에 매몰된 입시 교육의 병폐와 모순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SKY'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 외에 또 다른 의미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견고한 성벽을 오르기 위해 '코디'의 힘을 빌려야 하고 '쌍둥이 아빠'의 지위도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그들만의 리그'가 존속되는 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고들 한다.개천이 말라버린 것일까, 이무기로 퇴화하는 것일까. 드라마의 인기를 틈 타 '여러 종사자'들이 입시와 교육의 현실에 대해 맹공을 쏟아낸다. 아이들이 애써 쓴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학교소설기록부'라고 쉽게 부른다. 한때는 교단에 몸 담았다고 과시하듯 경력으로 내건 사교육 인사들도 가세한다. 학교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불안이 커져야 반사이익을 누리는 잇속도 보인다.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란 애초 불가능하다. 어쩌면 차악(次惡)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예측 가능한 입시,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학교여야 한다. 개혁의 어떤 이유를 붙여도 흔들어서 안 될 곳은 바로 학교라는 사실이다. 입시제도의 정파성을 떠나 교사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학교 교육의 무력감을 해소해야 올바른 개혁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드라마처럼 S대 의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쌓은 '캐슬'이 어쩌면 '모래성'일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결여된 입시 과정은 공허한 결과와 마주쳐야 옳지 않을까. 학부모가 기댈 곳이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사교육이라면 공교육 불신이라는 괴물만 양산할 뿐이다.이제는 학교가 답할 차례다. 교육의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하며, 당당하게 겨루고 노력하는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좌우하는 비정상적인 입시판이 펼쳐지고 있다는 믿음이 화석처럼 굳어지기 전에.

2019-01-16 17:44:22

이상헌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바모스(Vamos) 대구! 파이팅 대구FC!

올해는 스포츠 팬들이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스포츠사(史)에 남을 굵직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그렇다. 적어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챙기느라 밤잠을 설칠 일은 없다.2019년에 눈길을 끌 만한 국제대회는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1월 프리미어 12(야구 국가대항전) 정도다. 7월에 세계수영선수권이 광주에서, 9월에 세계육상선수권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지만 한국 선수 입상 가능성이 크지 않아 아무래도 주목도는 떨어질 전망이다.하지만 대구경북으로 한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2018 대한축구협회(FA)컵 정상에 오른 대구FC의 사상 첫 AFC 챔피언스리그(ACL) 도전이다. 간발의 차이로 티켓을 놓친 포항스틸러스까지 진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역 축구 팬들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무대다.더욱이 ACL 데뷔를 새로 문 여는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만큼 대구의 숨은 매력을 알려 침체한 지역 관광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대구국제공항 운항 노선 확대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공교롭게도 대구FC가 속한 F조 팀들은 모두 대구에서 직항편이 없는 도시들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 슈퍼리그의 광저우 에버그란데, 호주 A리그의 멜버른 빅토리가 그렇다. 다음 달에 열리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합류할 가능성이 큰 일본 J리그의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마찬가지다.오는 3월 12일 대구FC의 역사적인 첫 ACL 홈경기 상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세계 프로축구클럽(풋볼 월드 랭킹·9일 기준) 86위로 대구FC(96위)보다 순위가 높다. 이달 16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맞붙을 중국의 대표 공격수 가오린이 뛰고 있다. 또 멜버른 빅토리는 일본 축구 간판 스타인 혼다 게이스케의 소속 팀이다. 구단과 선수 개개인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해외응원단 특수 대박마저 점쳐진다.그러나 아시안컵에서의 국가대표팀 선전이 ACL 흥행 호조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굴러들어온 복에 감탄만 할 때가 아니다. 애물단지 전락 위기에 놓인 대구스타디움의 향후 활용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시급하다. 무려 3천억원 가까이 들여 지은 지역 명소임에도 대구FC 홈구장 이전 이후에는 공동화가 불가피한 탓이다.활용 방안을 놓고선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의뢰로 대구교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9월 실시한 '대구스타디움 등 공공체육시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중 시민 설문조사(9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다기능·다목적 복합공간으로 운영, 주 경기장 개방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종합생활체육관으로 리모델링한다면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란 스타디움 본연의 목적은 훼손된다. 시민 전체를 위한 공간 대신 인근 주민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강조했다. 대구시가 모처럼 창의성을 발휘해 시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대구스타디움 활성화 묘안을 찾아 스포츠 행정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2019-01-10 06:3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너그러움에 대하여

너그럽게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다양성의 사회가 됐지만 포용성은 줄어버렸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진 탓이라고 치자. 달리 말하자면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달라서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인데, 도무지 이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정의이자 선(善)이고, 그에 반하는 것은 '불의'여서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된다.가치 판단의 기준이 다른 것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도 있다. 물론 그저 이해관계의 차이라는 단순한 이유로만 포용성이 줄어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상대방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현재의 상황, 특정 사건이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쉽사리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자신이 듣고 보고 배워서 옳다고 믿게 된 신념, 종교, 가치관이 하나의 집단의식 속에서 공통분모로 발현됐을 때 그것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지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전쟁, 학살, 인종청소 등 극단적 형태뿐 아니라 착취, 억압, 수탈 그리고 차별 등과 같이 지속적이고 때론 은밀한 형태로 이런 악행들이 벌어져 왔다.너그러움은 흔히 '관용'(寬容)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관용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라고 돼 있다.하지만 관용에 대한 종교적, 철학적, 정치적 의미는 다르다. 우선 '남의 잘못'이라는 전제가 없고, '용서'라는 결론도 없다. '네가 잘못했지만 내가 봐줄게'라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굳이 '잘못'과 '용서'를 고집스레 집어넣어야 한다면 중간에 들어 있는 '너그럽게'가 이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해서 나 자신도 인간으로서 근본적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당신이 저지른 잘못을 폭력적으로 바로잡아 나의 가치관과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뜻이다.지난해 뉴스 지면을 가득 채웠던 최저임금, 주당 근로시간,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 복무, 직장 내 갑질, 미투 운동 등을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관용의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적폐 청산은 당위성과 필요성을 백번 인정하면서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명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폭력적이고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 입시제도 개편을 비롯한 교육개혁, 부동산 문제 해결, 경기 부양 등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희망들이 그다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한 해가 저물었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런 희망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탓도 있겠지만 이른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작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이뤄진 탓이 아닌가에 대한 겸손한 자세의 반성도 필요하다.행여 위정자들이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 봐 염려스럽다. 물론 그 반대도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는 신념의 문제다. 아울러 너그러운 관용의 대상이다.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9-01-02 17:32:12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 칼럼]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보름 전 아들이 같은 반 친구 두 명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발표가 난 다음 날 출발해 6박 7일 일정으로 교토와 오사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부모 동의 체험학습이라는 형식인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학부모 동의를 받아 신청하고 학교장이 허락하면 학기 중에도 자녀들의 단독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들은 이전에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아이들끼리만 이렇게 여러 번 여행을 보냈지만 그리 불안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도 않을뿐더러, 치안이 선진 어느 나라 이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 문제에 관한 한 세계 제일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 아이들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나라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그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주, 우리나라 강릉에서는 고3 학생들 여럿이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 학생도 있다지만 몇몇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양이다. 내 아들 또래일 학생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려왔다.그 학생들도 내 아들처럼 고3 시간의 마지막을 위해 추억 여행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버리지 않았는가. 여행을 허락하고 펜션까지 예약해준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내 나라 안에서 여행을 하던 아이들은 목숨까지 희생당하고 말았다.안전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학생들만은 아니다. 그리 멀리 볼 것도 없다. 12월 한 달 동안에만도 여기저기에서 안전사고가 연이었다.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꿈 많던 24세 청년이 심야에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을 거뒀다. 달리던 KTX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사고도 일어났다. 서울의 한 대형 빌딩에서는 붕괴 위험이 발견돼 입주자들이 한겨울 길바닥으로 쫓겨났고, 뜨거운 온수관이 터져 행인을 덮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독감 치료용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사고 공화국'이란 말을 실감한 한 달이었다.2인 1조 근무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 사고 당시 그 청년의 옆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철로 선로전환기의 신호 설계를 처음부터 꼼꼼히 체크했더라면, 빌딩의 시공이 설계대로 잘 되었는지 안전진단을 제대로 했더라면, 의사와 약사가 약의 부작용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줬더라면, 보일러 배관 연결을 무자격 시공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안전이 무너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만시지탄이다.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여러 가지 사고로 가슴이 많이 아팠던 2018년이었다. 며칠 전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1주년도 지났다. 수십 명의 목숨과 바꾼 교훈이 있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여전히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 인재(人災) 같은 후진적 단어들은 떠나보냈으면 좋겠다. 새해엔 안전 문제에 대해서만은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맞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2018-12-26 18:05:52

김병구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MB의 4대강 사업과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전

기업 이윤과 부유층 소득을 높이면 저소득층에게 자연스럽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그럴듯하지만, 실패했다. 부자의 고소득이 경제성장을 견인해 결국 서민들도 살기가 나아질 수 있다는 논리는 보릿고개를 넘긴 1970년대로 막을 내렸어야 했다.부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낙수효과를 부르짖었던 지난 정권의 정책은 양극화를 더 확대하기만 했고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졌고, 상대적 빈곤은 서민들의 상실감을 키웠다.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이를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분수효과'를 꾀해야 한다는 소득주도성장으로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중산층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하지만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모든 정책은 타이밍과 속도가 적절해야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속도와 강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세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주는 충격도, 반발도 크다. 여기저기서 한숨과 아우성이다.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4대강 사업 자체의 적절성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MB의 조급함은 화를 불렀다. 임기 내에 자신의 '성과(?)'를 완수하려는 지나친 욕심을 내다 보니 수질과 생태환경에 대한 고려는 내팽개친 채 오로지 속도전만 다그쳤다.설계를 모두 마친 뒤 공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설계와 시공 병행) 방식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밤에도 공사를 강행하게 하고, 밤새 공사하는지를 폐쇄회로(CC) TV로 감시했다. 결과는 부실시공에다 특정 건설업자들에 대한 특혜, 여기에 따른 관련 공무원 유착, 무더기 구속으로 이어졌다.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실제 적용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자영업자와 소규모 제조업체,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는 300인 이상 사업주는 이제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강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과도한 노동시간 제한이 외려 자영업자와 중소업체를 옥죄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보다 수입이 적은 고용주가 생겨날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생계형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 고용주는 길거리로 나앉거나 문을 닫게 생겼다고 울상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는 더 줄 수밖에 없다.정부와 청와대는 이 점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책상머리만 지키면서 서민들의 팍팍한 현 실태를 아예 모른 채 '서민을 위한 선의의 정책'으로만 믿고 밀어붙이고 있는 지 답답할 노릇이다.그나마 이제라도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개선책을 검토한다고 하니 다행이다.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오용으로 일부 귀족노조의 배만 불리고 영세 노동자들만 더 팍팍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하겠다.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정부가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018-12-19 17:45:06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신남북시대와 대구경북

2018년 한 해,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지만 그중 주요 뉴스 하나만 꼽으라면 남북 관계 개선을 선택할 것 같다.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더니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이 이뤄졌다. 이후 판문점 JSA 초소·병력·화기가 철거되고 남북철도 연결 사업도 시작됐다. 60여 년간 굳게 잠겨 있던 비무장지대 빗장까지 열려 각종 개발이 추진되는 등 올 한 해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 무드가 숨 가쁘게 진행됐다.지방자치단체들의 남북 교류 준비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지자체들은 일찍이 남북 화해와 교류를 예의주시하며 호시탐탐 출발선을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경기도와 강원도, 서울시, 인천시 등 북한과 가까운 지자체들의 대응이 단연 눈에 띈다. 이들은 일찌감치 추진단이나 담당관 등 국, 과 단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남북 교류 준비에 뛰어들었다.경기도의 경우 평화부지사와 평화협력국까지 두는 등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평화협력국엔 관련 부서와 직원이 3개 과 10개 팀 50명이나 된다. 강원도 역시 평화지역발전본부 아래 5개 과 73명을 두고 남북 교류 준비와 통일에 대비하고 있다.서울시도 남북협력추진단에 2개 과 25명을 뒀고, 인천시는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만들고 3개 부서에 9명을 배치했다.이들 지자체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부산시, 광주시, 충남도, 전남도, 경남도 등도 3, 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남북 협력이나 교류 등 전담팀을 두고 있다. 그런데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큰 타격을 입을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남북 교류 준비는 오히려 이들 지자체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대구시의 경우 남북 교류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이 자치행정과 주민생활지원팀에 한 명뿐이다.경북도도 미래전략기획단에 남북 교류 업무를 보는 직원 한 명만 뒀다가 3명이 근무하는 남북교류팀을 만들었다. 올 9월엔 동해안정책과에 2명의 직원을 둔 남북경협팀을 신설했다.상대적으로 대비가 늦은 만큼 시간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각계각층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찾아내 남북 교류 협력 리딩그룹을 만들어 대구경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선별, 교류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대구경북에 상대적으로 많이 정착한 새터민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와 대안 등을 축적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눈길을 끄는 이벤트나 행사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늦은 출발을 만회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구의 경우 때마침 남북 교류의 시작을 떠들썩하게 알릴 좋은 기회가 생겼다. 대구시민구단인 대구FC의 창단 후 첫 우승과 축구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가칭)의 그랜드오픈을 기회로 북한 축구팀을 초청, 남북 친선 축구로 남북 교류를 붐업하는 것이다.경북 역시 경북의 자랑이자 최대 무기인 새마을운동을 앞세워 북한을 공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한의 농촌을 타깃으로 맞춤형 새마을운동 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해 제공한다면 그 어느 사업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늦은 감은 있지만 대구경북의 강점과 기회를 잘 살리고 특화시켜 위기가 아닌, 대구경북에 희망이 되는 신남북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8-12-12 19:47:02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

모든 영·유아에게 혜택을 주는 무상 보육은 벌써 실행 중이며 아동 수당도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주겠다"는 구호는 이미 귀에 익은 말이다. 하지만 "애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무섭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현재 국민들이 갈망하는 세상은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아이를 기르고 싶은 나라,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은 나라'이다. 우리 국민의 바람은 매우 소박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나라,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양육·보육·교육시킬 수 있는 나라를 원하는 것이다.더 이상 현장 보육 관계자들의 노력만으로 국민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는 보육 환경을 조성할 수는 없다. 보육의 과제가 보육 관계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적기에 이르렀다고 본다.그동안 보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국가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 의지를 보인 정부가 있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보육 교육 최종 달성 목표는 공보육 40% 완성과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정립이다. 그 어느 정부보다 문 정부의 보육에 대한 공공성 강화 의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문 정부의 보육 공공성 관련 의지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보육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이고, 다른 하나는 보육 교육을 인구절벽 해소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이며, 마지막으로 보육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목표 설정이다. 이 목표 설정 의지는 임기 내에 국공립 보육기관 40% 목표 달성을 제시하면서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완성을 통한 청년실업 극복과 초저출산 극복을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문 정부가 공보육 40% 달성을 위해 국공립 확충을 위한 공공성 강화 정책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보육 공급 주체의 85% 이상은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즉 보육의 공공성 강화가 국공립 확충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현재 공급 주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공공성 강화 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만 국가 책임 보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민간가정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의 핵심 과제는 보육료의 현실화이다. 보육료 현실화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보육료 현실화는 먼저 현재 무상보육 정책의 주요 목표를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운영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인건비 보조, 민간 어린이집 환경개선비, 보육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질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이미 최저임금조차 반영 못하는 비현실적인 보육비의 현실화는 보육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보육에는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의 과제가 공존하며 동시에 국가의 생존 성장 번영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돌보며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굳건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진정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8-12-05 18:17:17

최창희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 소설(小雪)

오늘은 첫눈이 오고 땅이 얼어붙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이다. 한겨울의 꽁꽁 언 날씨는 아니지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추파(秋波)를 던지며 온 산을 붉고 노랗게 물들였던 단풍도 불과 며칠 사이에 낙엽 신세가 돼버렸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단풍잎이 아무리 '만추'(晩秋)라고 우겨대도 눈이 아니라 비가 오더라도 어쨌든 오늘부터는 공식적으로 겨울인 셈이다.이맘때쯤이면 어느 때보다 바빠지는 곳이 국회다. 국회는 매년 11월이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제대로 편성됐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줄일 것은 줄이고 늘릴 것은 늘리는 작업을 한다.하지만 국회는 최근 허송세월만 했다. 서로 잘났다며 '끝까지 해보자'고 각을 세우며 파행을 거듭하다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에 등 떠밀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상임위 활동을 정상화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12월 2일)을 불과 11일 앞두고서 말이다.그나마 다행이지만 왠지 불안하다. 공기업·공공기관 고용세습 채용 비리 의혹 국정조사 등 '정상화 조건'은 곳곳이 지뢰밭이라 언제 또 파행으로 치달을지 몰라서다. 여야가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만큼 헌정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걱정은 덜었으나 약속대로 지켜질지는 가봐야 한다.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국회 정상화란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예산 소위 구성이 지나치게 늦은 편이다. 예산 소위에 참가할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역 안배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예산 관련 전문가도 아닌 인사들이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설령 예산 소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더라도 470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대한 꼼꼼한 심사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야말로 '벼락치기'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이번 '예산 국회'는 다른 해와 비교해 더 각별하다. 올해보다 9.7% 늘어난 '슈퍼 예산'인 데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양극화를 타개할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내년에는 더욱더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재정이라도 온기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대구로서도 중요한 예산들이 많다. 옛 경북도청 매입비(1천억원)를 비롯해 달빛내륙철도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 대구권 광역 철도 김천 연결 용역비 등은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안들이며 국회 상임위에서 어렵게 증액된 대구의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것들이다. 또 내년 준공을 앞둔 대구물산업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체성능시험센터 건립에 필요한 예산 120억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 예산은 정부안에 반영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경북에서도 중앙선 복선전철화, 중부선 철도 등 SOC 예산을 비롯해 스마트팜혁신밸리 조성,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 등 경북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증액해야 할 예산이 15건에 이른다.민생 경제가 최악의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아무쪼록 여야가 힘을 합쳐 지역 간 출혈 경쟁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새해 예산을 마련,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 만들기를 기대한다. 지금껏 큰 실망만 안겨준 정치권이 다가오는 연말연시에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다.

2018-11-21 19:08:15

이석수 교육팀장

[데스크 칼럼] 수능을 치르는 남매에게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다음 날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수능이 불과 12시간 앞두고 일주일 연기되는 결정이 내려졌지. 자연재해로 시험 연기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수험생들의 혼란에 빠진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구나. 많은 학생들이 이미 버린 책더미를 뒤졌고, 서점엔 1주일 단기 정리용 문제집이 불티나게 팔렸지. 그럼에도 우리 수험생들은 날벼락을 맞은 포항의 친구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교육부의 조치가 잘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도 당시 지면을 통해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배운 여러분 모두가 승자'라는 내용의 기사를 썼단다.어쨌든 작년 수능에서 넌 평소의 성적을 얻지 못했고, 연년생인 동생과 함께 수능을 다시 보게 되는구나. 부모의 마음으로는 둘 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길 바라지만, 누구 하나가 그렇지 않을까 봐 더욱 염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 열아홉, 스무 살 꽃 같은 나이에 공부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몰린 너희들을 애처로운 심정으로 지켜봤기에, 이날을 앞두고 더욱 애잔하고 먹먹한 마음이 든다.지난해 초 임대아파트에 살며 홀로 외아들을 키워 서울대에 보낸 지체장애인 어머니를 취재하면서 "내가 해 줄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다"는 말이 무겁게 남았다. 행여 너의 실패가 나의 탓인 양 싶었고, 욕심을 부렸지 않았냐는 반성도 했다. 너희들을 키우면서 이미 많은 기쁨을 얻었는데도 말이다. 나도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 어머니처럼 될 수밖에 없더라.수능이 한 문제의 실수로도 등급 당락이 엇갈리는 냉혹한 '룰'이라는 점에 나도 할 말이 많다. 또 기성세대로서 너희들에게 지옥과 같은 입시 경쟁을 물려줄 수밖에 없어 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누구나 똑같은 조건에서 치르는 시험이라는 생각만 하자. 기계와 같은 입시 생활을 반복하면서 고통 또한 많았겠지만, 그 시간을 성실하게 보내고 최선을 다한 경험은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밑천이 될 것이다. 결과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우리가 지내왔던 시간들, 즉 과정이 있기 때문이야.이제 너희들은 학생에서 어른으로, 학교에서 사회로 나아가는 문을 열고 있다. 수능이나 대학은 그저 네 삶의 작은 과정이자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인생은 너의 친구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임을 알았으면 한다. 남을 만족시키는 삶이 아닌 나를 만족시키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누구처럼 되기 위한 것이 아닌 너희들만의 색깔을 가진 인생이었으면 좋겠다.살다보면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를 만난다. 그때마다 실패를 생각하면서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설사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해도 인생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시도조차 않는 것, 두려워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 패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또 기억해야 할 것은 너희들이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안타까움과 간절한 바람을 지닌 가족들과 여러 선생님이 뒤에 계셨다는 사실이다. 너희들의 성취는 자신의 것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 덕분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간직해라. 묘목에서 굵은 나무로 커나갈 시기에 들어서기까지 잘 견뎌 준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정말 고생 많았다.

2018-11-14 18:13:15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사장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얼마 전 고민 끝에 찾아간 병원에서 썩 달갑지 않은 진단을 받았다. 주먹을 쥐기 어렵고, 손가락을 굽혔다 펼 때 방아쇠가 딸깍거리는 듯한 마찰음이 나는 '방아쇠 수지'란다. 의사는 그냥 두면 잘 낫지 않아 수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병의 원인은 몇 달 전 시작한 골프다. 부부 공통의 취미를 갖자는 아내 잔소리에 평생 인연 없을 듯했던 골프채를 잡은 게 화근이었다. 누가 '목구멍으로 냉면이 넘어갑니까?'라고 깐족거려도 주먹 한 방 날리지 못할 처지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따지고 보면 국내 동호인 600만 명을 헤아리는 골프에 뭔 죄가 있으랴? 중년의 즐길거리로 시작해놓고선 죽기 살기로 덤빈 만용(蠻勇)이 문제다. 그립 잡는 기본도 익히지 않은 채 싱글 골퍼를 꿈꾼 이 철딱서니 없음이란….그런데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청와대의 조급증과 오만도 청맹과니인 나 못지않게 심각한 듯하다.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취업 준비생들은 고용 한파에 이번 생을 포기하고 싶다며 아우성인데 정책을 수정할 기미는 눈 씻고 봐도 없다.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오히려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까지 목청을 높인다.이 정권의 허세인지 신념인지 모르겠지만, 심리학 용어 '더닝 크루거 효과'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능력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오류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미국 코넬대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학생들을 실험했더니 성적 낮은 학생이 되레 자신의 순위를 높게 예상했다는 것이다.'근거 없는 자신감'은 문재인 대통령도 못지 않은 듯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씨를 뿌려 결실을 맺을 때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문 대통령이 느낀다는 책임감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제발 그 대상이 524 대북조치 해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가 아니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며 촛불 들었던 이들의 행복이길 간절히 바란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말한 '웅덩이를 채우고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낙엽 떨어진 거리에 나서면 '임대' '권리금 없음' '폐업 세일' 같은 마지막 비명((悲鳴)을 내건 가게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띈다. 통계청이 7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노동비용 상승 등으로 한계에 이르러 문 닫는 자영업자가 급증, 비임금 근로자가 2013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늦은 시간까지 일 하느라 술집에서 업무추진비로 식사한다는 청와대 사람들은 알 리 없겠지만 '사장님의 나라'에서 사장님들이 사라지고 있다.20년 전인 1998년 박세리는 그 유명한 '맨발 샷'으로 US오픈 골프대회 정상에 올라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아직 트리플 보기만 해도 기쁘고 쿼트러플 보기, 퀸튜플 보기에 무덤덤한 나로선 흉내조차 못 낼 도전이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절대로!

2018-11-08 05:0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책을 읽지 않는 세상

사물과 현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관찰(觀察), 그것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는 고찰(考察), 이를 토대로 사물과 현상을 꿰뚫어보는 통찰(洞察),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省察). 인간은 살아가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른바 '4찰(察)'은 그것을 완성해가는 단계다.하지만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상 한 인간이 이런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가며 깨달음을 얻기는 쉽지 않다. 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 권의 좋은 책에는 저자가 각고의 노력을 쏟아부은 관찰의 결과물과 그것을 고찰해 얻어낸 통찰의 열매가 담겨 있다. 좋은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런 훈련이 반복되면 사람은 충동적인 감정의 배출을 자제하게 된다.그런데 안타깝게도 갈수록 책 읽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20, 30대 청년층 10명 중 1명꼴로 1년 내내 책 한 권 안 읽을 정도라고 한다. 이유로는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43.7%), 만화와 영상 등 다른 매체에 익숙해져서(36.9%)라는 답이 주를 이뤘다. 연간 독서량은 매년 감소세다. 청소년들에게 책은 교과서와 참고서가 전부다.책을 들었던 손에는 어느새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거기서 세상을 본다. 원고지 서너 장 분량의 매우 짧은 뉴스, 길어야 5분 안팎의 동영상, 그것도 길다 해서 몇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카드 뉴스. 책 읽는 시간은 급격히 줄었고, 영상 콘텐츠 소비는 크게 늘었다. 국민 한 사람당 유튜브 사용 시간만 500분을 웃돈다. 한 시장조사 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257억 분이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볼 때 1인당 514분(8시간 34분)씩 시청한 셈이다. 전체 인구로 평균을 냈으니 이 정도다. 청소년만 대상으로 본다면 이보다 몇 갑절은 더 될 것이다.세상을 보는 눈도 매우 좁아져 버렸다. 뉴스에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대구 50대 부부 폭행 사건'도 그렇다. 청년들이 50대 부부를 마구 때렸다고 알려졌던 뉴스는 결국 거짓이었다. 재판부는 쌍방 폭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식 재판이 열리고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여론은 들끓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표현들로 가해자로 지목된 청년들을 욕했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지극히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형성된 편견과 선입견은 이후 상당히 많은 양의 좋은 정보가 유입돼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건에 대한 판단, 인물에 대한 평가, 정치적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도 마찬가지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을 쓰자면, 단세포적인 반응을 보인다. 관찰과 고찰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극과 반응이 있을 뿐이다.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은 그것을 감별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 가짜 뉴스가 뭔지를 두고 싸우는 세상이니 더 할 말이 없다.이념과 정파를 떠나 기득권 세력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우매한 민중이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현명한 민중이다. 갈수록 기득권 세력이 좋아하는 쪽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아 두렵다. 흐름을 바꾸기에 너무 늦은 것 같아 무섭다.

2018-10-31 16:42:10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유치원도 학교다

두 아이를 모두 사립 유치원에 보냈다. 집 앞에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 있었지만 우리한테는 차례가 오지 않았다. 첫아이 때는 애초부터 기회가 없었다. 입학 시기가 끝나고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 때는 추첨까지 갔지만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두 아이를 그렇게 보내면서 불만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교육비가 다소 비싸긴 했지만, 커리큘럼도 좋았고 아이들도 마음에 들어 했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가끔 아침 출근길에 우리 아이들이 타고 다니던 버스들이 동네를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그 만족감이 얼마 전부터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온 나라를 들썩인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들은 어떨까 해서 찾아봤더니, 두 곳 모두 몇 가지 사유로 경고, 주의 여러 건을 받았고 수천만원을 환수당한 모양이었다.사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관련한 비슷한 문제는 이번 감사 결과 공개 이전부터 국민들이 알고 있던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 보도를 통해 익히 읽고 봐온 얘기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경산의 한 사립 유치원을 보자. 이곳은 '오병이어(五餠二魚) 유치원'이란 이름으로도 회자되었다. 오병이어는 예수께서 떡 다섯 덩이와 생선 두 마리로 5천여 명을 먹이고도 남았다는 기적을 이르는 말이다. 매일신문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그 유치원에서는 사과 7개로 90여 명의 원생을 먹였단다. 계란국을 끓이는 데 들어간 계란은 단 3개였다. 이러고도 아이들이 배불리 먹었다면 그야말로 오병이어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남긴 돈이 어디로 갔을지는 불문가지이다.사립 유치원은 국공립과 달리 개인이 자신의 돈을 투자해 설립한 것이라, 수익을 남기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도가 지나쳐 '돈에 눈이 어두운' 정도까지 가서는 곤란하다. 수익을 위해 아이들을 희생하고 교육 당국을 속이면서까지 축재를 해서는 안 된다. 설립자(원장)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라 할 수도 있겠지만, 유아교육도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 '교육'의 영역이다. 유치원도 학교다. 그것이 국민적 공감대이다.교육청의 감사 결과들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그야말로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도둑들이다. 정부 지원금을 다른 데 써버린 뒤 감사에서 재수없이 걸리면 환수당하고, 아니면 그대로 '내 돈'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도 없지 않다고 한다.예전 한 번씩 우리 앞에 나타나셔서 국민들을 즐겁게(?) 해주던 '허본좌' 허경영 씨가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나라는 돈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교육 당국이 오늘쯤 사립 유치원 비리, 운영과 관련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하니 일단 기대를 해본다.철저한 조사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앞으로 생길지 모를 도둑을 막는 대책이 먼저 나왔으면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도 문짝은 고쳐 놓고 볼 일이다. 회계를 투명하게 할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런 연후에 국공립 유치원을 늘린다든지 하는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생각하는 것이 맞다. 몇몇 사람이 아닌 우리 미래를 살찌우라고 투자한 '피 같은 내 돈'이다.

2018-10-24 14:12:36

김병구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삼성과 현대의 민낯

삼성과 현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대구경북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도 막강하다.국내 유일의 삼성전자 모바일사업 법인이 구미에 있고, 스마트폰 부품과 네트워크 장비를 납품하는 2, 3차 협력업체 상당수가 지역에 있다. 삼성전자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사는 근로자와 업체가 많은 만큼 지역에서 삼성의 입김은 클 수밖에 없다.현대도 마찬가지다. 비록 완성차는 아니지만 대구경북 상당수 자동차부품업체가 현대자동차의 수출과 내수실적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형편이다.삼성과 현대가 국가적, 나아가 세계적 기업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자사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의 행태를 보면 치졸하고 비열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상품 생산에 기여하고 소비까지 하는 지역민과 업체에 대한 애정은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삼성은 구미에 절대적 비중을 뒀던 휴대전화와 TV 사업 상당 부분을 수년에 걸쳐 베트남 등 해외나 타지로 돌렸다. 결국 모바일사업 법인 1개만 구미에 남았고, 나머지 법인 7개는 해외로 넘어갔다. TV도 LCD만 제외하고 타 부문은 모두 타지로 옮겼다. 급기야 구미 모바일사업 2개 공장 중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사업부마저 경기도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삼성은 2년 전부터 삼성 라이온즈와의 관계를 절연하다시피 해 지역 야구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삼성이 자회사 노동조합을 대하는 방식도 냉혹하기 그지없다.검찰은 지난달 삼성 전·현직 임직원 16명,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대표 7명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내용을 보면 노조 활동이 활발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4곳의 위장 폐업을 유도하고, '심성 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를 와해고사시키려 한 혐의다. 심지어 무노조 경영에 맞섰던 한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회사 자금으로 유족을 회유해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도록 한 정황도 나오고 있다.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 등에 가하는 횡포도 삼성 못지않다.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현대차가 전기자동차 등 기술 분야 경쟁 중소기업인 에디슨모터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에디슨모터스의 CNG버스를 사면 현대차의 CNG버스나 중형 마을버스 등 다른 차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운수회사에 거래 중단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또 "에디슨모터스와 거래하면 자사의 하청 부품회사에 정비공장 지정 취소와 부품 공급 중단을 하겠다며 위협했다"고도 했다.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0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공정거래 관련 법 위반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현대자동차가 꼽힌 것도 이를 방증한다.삼성과 현대가 자사의 임금 인상분을 떠넘기거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관례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흑자 폭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이나 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협력업체만 쥐어짜는 대기업이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 대우 받을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삼성과 현대가 자사 직원을 대우하고, 지역민의 사랑과 협력업체의 신뢰를 받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일까.

2018-10-17 16:39:53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권영진·이철우의 쇼

대구경북은 원래 하나였다. 대구시가 경북도에 포함돼 있었다.981년 7월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경북도로부터 분리됐다. 이후 경북도와 대구시는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로 쭉 대등한 관계지만 지역에서 종종 큰집(경북도), 작은집(대구시)으로 불리기도 한다.이달 2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일일 교환근무를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시로, 권영진 대구시장은 경북도로 출근했다. 대구와 경북의 상생 협력을 위해서였다. 이를 두고 정치인 출신 시장, 도지사의 '쇼'라는 말도 나왔다. 교환 업무도 각 시도 간부들과의 만남, 시도의회 방문, 기자 간담회 등 주로 정무적인 일정으로 짜였다.이들의 교환근무 이전에도 대구와 경북의 상생 협력 노력은 있었다. 2014년 대구경북 시장'도지사 후보들의 '한뿌리상생선언' 이후 조례가 만들어졌다.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도 구성됐고, 시도가 상생을 위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협력 과제들도 속속 선정됐다.그러나 한계가 뚜렷했다. 시도에 상생 발전 담당자도 정해지고, 관련 부서도 만들어졌지만 큰 틀에서 뭔가를 해 보기엔 '끗발'도 부족했고, 주변의 관심도 적었다. 그렇다 보니 내놓을 만한 상생 협력 활동 내용, 성과라 할 것이 별로 없었다.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한뿌리상생위원회 총회 등 이벤트성 행사 때나 한 번씩 부각되는 정도였다. 그래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별 기대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번 시도지사의 교환근무가 주는 상징적·실질적 의미는 더 크다. 지금까지처럼 '말로만 상생 협력하진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나서, 상생 협력의 선봉에 서겠다는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실제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는 통합 대구공항과 취수원 이전, 그리고 팔공산 국립공원 추진 등 그동안 풀지 못한 난제를 상생 협력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다 놨다. 2일 교환근무 후 9일까지 5번이나 만나기도 했다. 취수원 이전 관련 해법 합의도 여기서 나왔다. 시도지사가 연속적으로 만나 직접 머리를 맞댄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으로 상생 협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구와 경북 두 수장이 직접 보여준 것이다.대구와 경북이 함께 위기를 돌파하고 상생 발전하기 위해선 함께하는 힘, '협력'이 절대적이다. 그 힘의 원천은 역시 한뿌리에서 나온다. 다행히 경북(큰집)과 대구(작은집)는 뿌리가 같다. 그 힘이 모아진다면 그 강도와 규모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어쩌면 경북과 대구는 다시 하나로 합쳐질지도 모른다. 그게 행정 통합이든 경제 통합이든 분야별 통합이든 뭐든 상관없다. 둘이 하나처럼 합쳐야 둘 다 살아남을 수 있고,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권 시장과 이 지사의 의기투합이 대구경북 통합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쇼도 하기 나름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거나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도 있지만 습관화된 일상을 뒤집거나 발상의 전환으로 판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이들이 시작한 쇼가 대구경북 상생과 통합, 나아가 전국 판도를 좌우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쇼가 될 수도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대로 된 한판 쇼를 기대해본다.

2018-10-10 14:57:06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나도 '앉소남'이다

# 아내와 사랑 다툼 중인 영민은 소변을 보려다 좌변기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서서 거사(?)를 마치려던 영민은 이내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며 계획을 바꾼다. 얌전히 앉아서 볼일을 마친 영민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번진다. 조정석이 출연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갓 결혼한 영민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자'(앉소남)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잭 니컬슨이 주연한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서 은퇴한 회사원 슈미트가 아내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아내는 항상 나보고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해. 내가 좌변기 좌석을 올리고 일을 본다고 해도 아내는 안 된대." 그래도 슈미트는 소변을 볼 때면 오만상을 쓰면서도 좌변기에 주저앉는다.# 온 가족이 다 모인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매년 우리 집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화장실 변기 주변에 어지러이 흘린 자국들 때문이다. 평소와 달리 많은 남자 식구들이 다녀간 화장실에는 수천 개의 오줌 방울이 좌변기 주변 바닥에 튀어 있다. 이 모든 방울의 청소는 당연히 나의 몫이다.최근 어느 젊은 문화운동가가 '남자도 앉아서 소변 보기'를 권하는 글을 한 일간지에서 읽었다. 여성이 아닌 남성이 쓴 글이라 더욱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이 운동가는 "더 청결한 삶의 방식이 있는데도 옛 습관을 고수하는 것이 진정 남자다운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앉소남'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일본 남성의 40%가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가 하면 국내 남성의 47%가량은 가끔 혹은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결과도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앉소남'은 확산 추세이다. 독일 유치원에서는 화장실 좌변기 문 앞에 'please sit down to pee!'(앉아서 소변 보세요)라는 교육용 캠페인 문구를 붙이고 남자아이들이 앉아서 소변을 보도록 가르친다. 2012년 대만 환경보호부는 각 지방정부에 '앉소남' 제안이 담긴 공고문을 공공화장실에 게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이렇듯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보는 일이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닌데도 한국 남자들에게는 아직도 상당한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고하게 '서서 소변을 보는 남자'(서소남)들은 자신들이 위생이나 소음에 신경 쓰지 않는 '개 매너남'으로 몰리는 건 억울하다고 한다.하지만 문제는 위생이다. 남성 1명당 하루 변기 밖으로 튀기는 미세한 오줌 방울만 하더라도 2천300방울(2006년 일본 생활용품업체 실험)이나 되고, 이런 오줌 방울은 바닥은 물론 수건과 칫솔 등을 오염시키고 고약한 냄새까지 동반한다.'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공공화장실은 그렇다 쳐도 집 안 화장실 역시 그리 깨끗하지 않다는 의미다. 어머니나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고 화장실 청결을 유지하려면 앉아서 소변 보기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좌변기에 편안히 앉아 일을 봄으로써 위생은 물론 집 안 여자들 일을 돕고, 거기다 사색까지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일석다조'가 아닐까. 오늘 당장 실천하기가 망설여지면 집 안 변기 주변을 한 번 살펴본 후 결정하면 어떨까. 참고로 나는 25년째 '앉소남'이다.

2018-10-03 16:00:00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칼럼] 허례(虛禮)보다 사람이 먼저다

"추석엔 가족이랑 나들이나 갈까 해요."퇴계 이황 17대 종손의 한마디가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포털사이트에는 '퇴계 이황 차례', '이황 제사' 등의 검색어가 인기를 끌었다. '명절노동'에 시달리던 여성들에게는 복음이었다. 차례를 지내는 집안들은 허례허식(虛禮虛飾)을 반성하는 기회가 됐다. 물론 관습을 고집하는 가부장적 사람들은 불편했을 것이다.화제의 인물은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 이치억(42)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이 연구원은 추석 전 한 신문 인터뷰에서 명절 문화에 대해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추석을 어떻게 보내느냐고요? 아버지 모시고 가족들이랑 근교로 나들이나 갈까 해요"라고 했다. 내로라하는 가문의 종손이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놀러 간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교철학을 전공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이 연구원은 '예(禮)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믿는 제사도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정형화된 것인데, 그게 원형이라며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교에서는 원래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 후기 너도나도 양반임을 내세우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것이다.일부 유림들은 "명절 차례는 말 그대로 차(茶)나 술을 올리면서 드리는 간단한 예(禮)를 뜻한다. 이를 기제사상과 혼동해 거나하게 차려내는 관습과 과시욕이 명절의 참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명절노동'을 여성에게만 시키거나 제사에 여성을 참여시키지 않는 세태를 꼬집었다.명절은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 않다. 가부장적 명절 문화 탓이다. 여성들은 불평등한 명절노동과 소외로 상처 입고 있다. 갈등과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명절증후군은 여성 질환으로 의학교과서에 등재될 판이다. '찌짐 굽다가 이혼한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속도는 느리지만 명절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대로 뒀다가는 명절이 외면받을 것이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어른들이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있다. 자식들에게 음식 수를 줄이거나 차례 음식을 주문하자고 한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로 대체하는 집들도 늘고 있다. 추석 전 한 온라인 쇼핑업체가 30, 40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응답이 38.8%였다.추석 연휴 친척·친구 10여 명에게 전화로 명절 안부를 물었다. 대부분 차례 간소화가 추석 화제였다고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형님이 퇴계 종손 관련 기사로 '모두발언'을 했다. 형수님과 아내, 조카들까지 거들었다. '명절에 가족여행을 하는 집들이 많다' '성묘로 차례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갈비찜, 프라이드 치킨 같은 음식들로 차례상을 차렸으면 좋겠다' 등등. 말없이 지켜보시던 32년생 어머니도 '형편에 따라 하면 된다'고 암묵적 동의를 하셨다.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예법은 살아남기 어렵다. 예법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내년 설날이 기대된다.

2018-09-26 14:30:27

전창훈 디지털뉴스부장

[데스크 칼럼] 기울어지는 운동장

기울어진 운동장. 불공정한 경쟁 상황을 비유하는 이 용어가 최근 온라인 분야에서도 화두다. 이를 촉발한 것이 미국 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거세지는 국내 시장 잠식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위협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넷플릭스는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국내 업계의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다.넷플릭스는 미국에서 탄생한 'OTT'(Over The Top) 회사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웬만한 예능·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보여준다. 이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 무한 성장하고 있다. 한때 DVD 대여 회사였던 넷플릭스는 연 매출액 12조원에 가입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돌파한 글로벌 공룡 기업으로 컸다.이미 미국에 이어 유럽의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며 우리나라 시장 장악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 전담팀을 별도로 꾸리면서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6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투자한 것과 올해 초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션샤인'도 300억원을 대고 세계 방영권을 가져간 것이 대표적이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영상 콘텐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는 기세다.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순 사용자 수는 3천93만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는 112억 분을 사용해 2위 카카오톡(25억 분)과 4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유튜브가 국내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는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큰 몫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제도권 내에서 검증과 심사를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은 망 사용료나 방송발전기금 등도 내지 않고 있다.포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 기준 망 비용으로만 734억원, 카카오는 200억~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도 매년 각각 100억원이 넘는 방송발전기금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이런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EU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역대 최다인 43억4천만유로(5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넷플릭스 등 미국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공세 강화로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을 잃자 '콘텐츠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EU 내 제작 비율을 30% 이상으로 하는 게 골자다.해외의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외 기업이 공존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이야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때다.

2018-09-19 17:47:25

최창희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 김병준의 식언(食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거침이 없다. 지난 7월 18일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후 보수와 진보, 동서를 넘나들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의 귀국(15일)을 앞두고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11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와 경북을 오가며 지역에 대해 애정을 한껏 과시했다. 구미를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는가 하면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민생 체험을 했다. 역대 어느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가 이랬나 싶을 정도다. 한국당의 지지율도 최근 반등 중이다.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18%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최근 2%포인트가량 뛰어 20%대로 근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란 해석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광폭 행보가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김병준 모시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경북 방문을 앞두고서는 일정이 세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북지역 의원과 대구지역 의원들이 서로 먼저 와달라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구미에서 대구로 다시 대구에서 구미로, 다시 구미에서 대구로 일정이 바뀌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대표의 방문을 꺼리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선·지방선거 패배로 우왕좌왕하는 지역 정치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해 김 위원장의 변심이다. 김 위원장은 6일 여권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서울에 있을 것은 있고 지방으로 보낼 것은 보내는 식으로 면밀히 해야 하는데 그냥 불쑥 내놓은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1차 지방 이전 때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게 추진한 데다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고 기존 주민과의 화합에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두고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등 추가 이전 준비에 나선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셈이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국토균형발전 등을 명분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주도한 당사자다. 지난 2012년 3월 매일신문 초청 강의에서는 이 같은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그는 "공기업 이전이 쉽지 않다. 중앙정부 의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수도권 편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방이 똘똘 뭉쳐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몇 년 사이 완전히 입장을 바꾼 것이다. 논란이 일자 최근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말 바꾸기야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식언은 도를 넘어선 면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에 표를 구걸하던 한국당의 수장이기에 더욱 괘씸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립적 발전으로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당위다. 숨넘어가는 지역 경제와 소멸해가는 대구경북의 사정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침체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도 시원찮은 마당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

2018-09-12 18:31:27

이석수 교육팀장

[데스크 칼럼] 자율개선대학도 안심해선 안된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는 630만9천700명으로 전년도 646만8천600명보다 15만8천900명 줄었다. 비율로는 2.5%에 해당한다.특히 눈에 띄는 점은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 수가 153만8천576명으로 1년 새 13만1천123명 감소했다는 것이다.고교생 수를 1, 2, 3학년에 맞춰 3등분 하고 대학 진학률 70%로 단순 계산하면 향후 3년간 대학 입학 자원은 35만 명에 불과하다.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이 약 48만 명이니 당장 내년부터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실제로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공한 정책설명서를 보면 2021학년도에 5만6천여 명의 미충원과 대학 38곳의 폐교를 예상했다.'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가 지난 3일 확정됐다. 전국적으로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116곳이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하는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이 중 진단 제외 대학 30곳을 포함해 50곳은 일반재정 지원 등의 제한을 함께 받게 된다.이와 달리 전체 대학의 64%인 207곳은 '자율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당장의 구조조정 태풍에선 비껴가게 됐다.이번 진단 결과에 따른 '페널티'는 원칙적으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용되지만, 이들 대학은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상당수는 퇴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역량 강화 대학들은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고,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줄사퇴하는 후폭풍까지 몰아치고 있다.사실 교육부의 이번 대학 구조조정 작업은 온건 쪽에 가깝다. 획일적 평가와 일방적 진행으로 대학의 반발도 있었지만 정원 감축은 당초 목표였던 5만 명에서 2만 명으로 후퇴했고, 이번 진단으로 예상되는 정원 감축 수는 1만 명대로 더 떨어졌다. 나머지는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즉 학령인구 감소라는 비가역적인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 대신에 대학의 자체 경쟁력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으라는 것이다.앞서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1년여를 허비하고도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권고안으로 결론을 내린 것을 보았다. 우유부단하고 결정 장애를 가진 교육부가 극도로 민감한 대학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이다.따라서 이번에 자율개선에 선정된 대학들도 앞으로 최소 10만 명 이상의 정원 초과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대학은 이번 진단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대학들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당장의 신입생 모집을 위해 장학금을 확대하겠다는 유인책이 얼마나 통할지, 지금처럼 여러 학과를 개설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이 지속 가능할지 말이다. 또 취업이 용이하거나 인기 트렌드에 영합한 학과 베끼기의 효용성도 따져봐야 한다.구조조정의 본질은 축소다. 문을 닫거나 몸집을 줄여야 한다. 생존을 위한 축소의 방향은 대학의 색깔을 나타내는 특성화여야 한다. 그야말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2018-09-05 16:27:16

이상헌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1년에 며칠 안 되는 휴가를 궂은 날씨 탓에 망친다면 무척 당혹스럽다. 그것도 모처럼 나선 외국 여행에서라면 자신의 박복(薄福)을 한탄하는 수밖에 없다. 이달 초 떠났던 아내와의 바캉스가 꼭 그랬다.목적지는 팔라완이었다.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답게 청정자연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하 강'(Subterranean River)이 유혹했다. 하지만 연일 비가 내리면서 일정은 모두 취소됐고 시원한(?) 바다에서 물놀이만 하다 왔다.팔라완이 국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남사군도(南沙群島)에서 가장 가까운 필리핀 최서단 국경이란 점도 내 발길을 이끌었다. 스프래틀리군도(Spratly Islands)라고도 하는 이곳은 중국·필리핀·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한다. 미국 브랜드인 갭(GAP)은 얼마 전 남사군도, 대만 등이 제외된 중국 지도를 그린 티셔츠를 출시했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항의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그런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보다 훨씬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카누 경기에서다. 지난 26일 드래곤보트 500m 여자 결선에서 남북은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단일팀 첫 금메달을 합작했지만 국기 게양대에는 독도가 누락된 한반도기가 걸렸다.물론 앞서 18일 개회식 공동입장 때 남북 기수가 들었던 한반도기에서도 독도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썼다. 이에 드래곤보트 금메달리스트들은 독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흰 테이프를 붙인 한반도기를 들고 시상대에 올라 무언의 항의를 했다.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국력이 약하다는 방증일 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올림픽 당시 '정치적 행위'라며 사용을 금지하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이번에 남북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우겨 전략적으로 국제 분쟁으로 만든 일본의 꼼수가 스포츠 외교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일본 정부는 28일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14년째 반복한 올해 방위백서를 각의에서 채택했다. 백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도쿄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취임 이후 6년 연속으로 공물료를 납부, 공분을 자아냈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일본의 도발에 매번 '깊은 우려'만 표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가가 앞장서 강력한 대응을 하고 민간도 함께 노력해 국제사회에 우리 입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표명한 대로 2030년 월드컵을 남북이 공동 개최하고, 대구경북 체육인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2030년 아시안게임 지역 유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반도기를 국기 게양대 가장 높이 올리고도 찝찝한 기분을 털어낼 수 없을 것이다. 제108주기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을 보내며 가슴이 답답하다.

2018-08-3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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