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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실검 실종 시대

[데스크칼럼] 실검 실종 시대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 서비스가 사라졌다.'독자들의 궁금증과 관심사는 무얼까?' 항상 대중의 관심과 여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펴야 하는 처지(?)라 허전하고 급작스럽다.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수사권을 갖게 된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의 소감과 달리 등산화 한 켤레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일주일 전,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2005년 출시 이후 16년 만이다. 그동안 여론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중단한 적이 있었는데 내달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다.그동안 실검의 위세는 대단했다. '실검에 오르다' '실검 총공(총공격)' 등 관용구까지 만들어내며 늘 국내외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재난이나 속보 등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사안이 무엇인지 보여줘 사회적 이슈를 확산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순기능을 해왔다. 때론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이 사회적 이슈의 결과이자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약자의 편이었다. "실검 1위에 한번 올라 볼래?" 백화점, 마트, 택시, 비행기 내 등 사회 곳곳에서 '갑질'을 일삼던 이들도 이 한마디에 물러서기 일쑤였다. 우리 사회의 '을'들 편에 서서 해결사 노릇을 자처했다.포털 뉴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실검 순위를 확인한 후 뉴스를 볼 정도로 실검 사랑이 각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실검 서비스를 악용·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중의 사랑을 서서히 잃기 시작했다. 어느새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기보다 정치적 목적이나 장삿속에서 의도적으로 관심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변해 버렸다.선거 때나 주요 이슈가 생길 때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에는 지지파와 반대파가 생사를 건 '실검 대결'을 펼치며 극한으로 치달았다. 앞서 국정원 댓글 공작이나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 때도 그랬다.언론까지 덩달아 실검 전쟁에 뛰어들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언론이 실검 상위에 오른 검색어를 이용해 비슷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어뷰징'을 일삼았다. 인기 방송에서 진행자가 특정 주제나 인사를 실검 1위로 만드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걱정스러운 것은 불똥이 엉뚱하게 지역 언론으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매체보다 이슈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포털 뉴스 이용자들의 성향상 실검 폐지는 지역 언론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계는 크게 네이버에 입점한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지역 신문으로는 매일신문, 부산일보, 강원일보만이 입점한 상태다. 많은 언론이 네이버의 간택(?)을 받지 못했다.네이버에 입점한 지역 대표 언론들의 경우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이나 타 지역 사람들이다. 따라서 지역의 목소리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실검도 중요한 기능을 했다. 실검 폐지로 지역 언론이 위축되면 결국 지역의 이슈와 민원들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실검은 악용·남용만 막는다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역기능이 컸지만 주요 현안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장점이 있고,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검의 조속한 귀환을 기대해 본다.

2021-03-03 17:50:13

[데스크칼럼] 특별법 정부? 특별법 당?

[데스크칼럼] 특별법 정부? 특별법 당?

설 연휴를 앞둔 지난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을 방문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매표(買票)용 '특별법 나들이'로 불렀다. 이 대표가 1박 2일 일정으로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찾았는데, 가는 곳마다 '특별법'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마구 풀었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지난 10일 찾은 전남 나주에서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특별법'을, 이튿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전남 순천 여순항쟁위령탑을 방문하고는 각각 지역 현안 법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아특법), '여순사건특별법'의 국회 처리를 약속했다. 지난달 29일 부산 가덕도를 찾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2월 내 국회 통과를 공언한 것까지 치면 이 대표는 2주 새 영호남을 누비며 특별법 남발에 앞장선 셈이다. 민주당은 또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지역의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표는 방문하는 지역마다 해당 지역의 최대 현안을 특별법으로 해결해 주겠다면서 약속을 하고 다녔다"며 "이들 특별법은 주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제주, 4·7 보궐선거를 앞둔 부산 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 표팔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민주당을 '특별법 당'으로 불러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이처럼 특정 사안과 지역 개발이 담긴 특별법이 난무하는 것은 특별법에는 일반법을 초월한 우월적 지위가 있어 현안 해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지난해 여당이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법안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전 절차 면제 및 단축, 건설비용 보조를 위한 재정자금 융자, 사업 시행자에 대한 조세 감면과 자금 지원 등 각종 지원이 망라돼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가덕도 신공항은 다른 관련법의 제지 없이 전액 국비로 일시에 지어질 수 있다.물론 풀리지 않는 지역 현안 해결과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돼 만들어진 특별법을 모두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이 법안의 문제는 어떤 규모로, 얼마를 들여 공항을 지으려는 건지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국회법상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의안을 발의할 때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소요 비용에 관한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가 반드시 첨부돼야 한다. 그런데 '부산 가덕도에 들어서는 24시간 운영 가능한 관문 공항'이라는 선언적 규정만 있을 뿐 사업 규모·사업비 등 주요 사항이 모두 미정인 한마디로 '깜깜이 특별법'이다. 여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급조한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합당한 절차를 건너뛰고, 기본을 생략한 채 추진하는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받기 힘들다. 향후 진행 과정에서 많은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며 "특히 급조된 선거용 특별법은 더욱 그렇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은 "여야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강행은 '국정 농단'"이라고까지 했다.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제헌국회 이후 제정된 특례법·특별조치법·특별법은 모두 309개인데, 그 증가세가 21대 국회 들어 가팔라지고 있다.지역 한 정치 인사는 "문민정부(김영삼), 국민의 정부(김대중), 참여정부(노무현) 등 정권마다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은 정부 명칭을 사용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별칭이 없다. 이런 추세라면 '특별법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1-02-17 17:09:02

[데스크 칼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며

[데스크 칼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연휴가 시작됐지만 시끌벅적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직계가족이라도 주소지가 다를 경우 5명 이상 모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하면 1인당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추석보다 더 엄격한 방역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코로나19가 설날 풍속과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주부들은 설날 차례용품과 음식을 줄이고,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자녀들이 있는 집에선 귀성 자제를 당부한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가정도 있다.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대해 "설날 가족 간 만남까지 막는 것은 자유권 침해"라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해 말부터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방역 조치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의 일상은 멈췄다. 신년 행사와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을 할 수 없고, 떠들썩한 학교 졸업식 풍경도 사라졌다. 유흥업계와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생계난에 직면했다며 아우성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단호한 입장이다.설 연휴가 끝나면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백신 개발은 최소 5년이 걸리는데 1년 만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대구 지역 첫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도 10일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백신'이 아니라 '백신 접종'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코로나19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다.모두가 신속한 백신 개발을 기다렸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개발 기간이 짧은 백신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백신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7%가 "지켜보다 맞겠다"고 응답한 반면 "빨리 맞겠다"는 응답은 28.6%였다."임상시험 과정에서 안면 마비 부작용이 발견됐다" "mRNA 백신 접종 시 유전자 변형이 우려된다" "백신에 들어있는 나노칩 등이 인체를 조종한다"는 등의 가짜 뉴스도 기승을 부린다. 영국과 미국에서 백신을 맞은 뒤 극소수의 사람이 급성으로 심한 알레르기 증세를 보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백신 부작용은 접종하고 난 뒤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으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병원을 떠나지 말라고 권고한다.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망설인다면 일상의 정상화는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과도한 공포와 불신을 떨쳐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적어도 전체 인구의 7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생길 때 유행이 숙질 수 있다. 집단면역이 7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많은 인구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백신의 효능이 100%가 아닌 데다 현재 백신의 대부분은 만 18세 이상에 허가가 나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은 백신을 맞지 못하기 때문이다. 18세 미만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등의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다. 성인 인구의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70%를 넘어설 수 있다.정부는 11월 정도까지 집단면역 확보를 목표로 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서 곧바로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보이는 정도다. '나 하나쯤 안 맞아도 상관없겠지'라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집단면역 형성에 실패한다. 자신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더 길어지게 된다.

2021-02-10 17:25:45

[데스크칼럼] 전지훈련 교훈

[데스크칼럼] 전지훈련 교훈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5년 2월, 삼성라이온즈는 국내 프로야구단 최초로 '미국' 전지훈련을 단행했다. 감독 포함 38명의 선수단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다저스타운에 둥지를 틀고 18일간 훈련하며 선진 야구를 익혔다.그곳에서 김일융은 발렌수엘라의 주무기 포크볼을, 김시진은 제구력을 다듬었고 둘은 그해 각각 25승을 올렸다. 이해창은 메이저리그 도루왕 모리윌스의 개인지도를 통해 진일보한 주루 기술을 습득했다.삼성이 그해 처음 선보인 '전문 마무리 투수제도' 역시 미국 전지훈련에서 보고 배운 것이 토대가 됐다.태평양을 건너가 진행한 전지훈련은 그해 삼성이 프로야구사(史)에 남긴 전무후무한 전·후기 통합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삼성은 홈런 이만수, 타격 장효조, 다승 김시진·김일융 등 각종 개인 타이틀도 휩쓸며 처음으로 '사자군단'의 위용을 발휘했다.삼성의 미국 전지훈련은 프로야구의 새 이정표가 됐다.까마득한 옛이야기를 꺼낸 건 코로나19가 국내 전지훈련이라는 예기치 않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워서만은 아니다. 큰아버지뻘 선배들이 낯선 곳에서 흘린 땀을 후배 선수들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재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전 세계적 코로나 팬데믹에 10개 구단은 지난 1일부터 국내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리고 훈련에 돌입했다. 삼성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경산볼파크를 오가고 있다.따뜻한 해외에서의 몸 만들기가 익숙한 선수들이었기에 아직은 차가운 바깥 바람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 시즌 준비를 방해하나 코로나19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 훈련 공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불평은 거둬들여야 할 판이다.올 시즌만큼은 반등이 필요한 삼성이다. 현존 구단 중 가장 먼저 창단(1982년 2월 3일)했고 이제는 롯데자이언츠(2월 12일)와 함께 둘만 남은 원년 멤버로 숱한 발자취를 남겨온 삼성이 최근 5년간 받아든 성적표(9-9-6-8-8)는 민망스럽기까지 하다.다행히 삼성은 스토브리그서 전력 보강에 나서며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2017년 강민호 이후 3년 만에 지갑을 열며 FA 최대어 오재일을 데려왔고 팀의 주축이 될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도 민첩하게 마무리했다.데이비드 뷰캐넌, 벤 라이블리와의 재동행을 선택했고 2020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호세 피렐라도 새롭게 영입, 어느 구단보다 빨리 외인 투타 조각을 마쳤다.해가 바뀌기 전 내부 FA 이원석과 우규민을 잡는 신속성도 보였다.지난 시즌 최채흥·원태인, 허윤동·이승민, 이승현·최지광·김윤수 등 선발-필승조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외형적으로 마운드도 한층 깊어졌다.전지훈련이 시작된 이제부터는 오롯이 감독, 선수의 시간이다.감독 데뷔 시즌을 미완의 실험으로 끝내며 '파격' 등장의 기대를 '역시'와 '한계'에 가둬버린 허삼영 감독, 가능성에만 머물며 팬들을 '희망 고문'했던 선수들에게 더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2011년, 기자가 삼성의 기록물 '위드 라이온즈, 열정의 30년' 연재를 위해 1985년 전지훈련을 취재했을 때 삼성 창단 멤버이자 주전 유격수였던 오대석 당시 포철공고 감독은 "'호화군단'으로 평가받았지만 '모래알'이었다. 우린 그곳에서 선진 기술뿐 아니라 타격이 부진할 땐 주루에 신경 쓰고, 마운드가 흔들릴 땐 한발 더 움직이는 발 수비로 경기에 집중하는 '팀워크'를 배웠다"고 했다.'왕조 부활'을 준비하는 삼성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새겨야 할 교훈이다.

2021-02-03 15:32:32

[데스크칼럼] '오후 9시'의 역설

[데스크칼럼] '오후 9시'의 역설

정치권이 최근 '오후 9시' 논쟁으로 뜨겁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부의 일률적인 영업규제 기준을 이같이 비꼬았고, 정부와 여당은 해당 기준이 방역에 효과가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오후 9시 논란은 대구경북에서도 발생했다.대구시와 경주시가 지난 16일 음식점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 시간을 18일부터 오후 9시에서 11시로 2시간 늦춘다고 발표했다가 정부의 경고를 받고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두 지자체가 사전 협의 없이 방침을 정했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중앙정부 담당 공무원의 기자회견도 있었다.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참 답답하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째이지만 아직 우리는 바이러스의 마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부터인가 본질은 잊어버리고 지엽적인 일에 집착하는 정부의 행태가 자꾸 목격된다.도대체 오후 9시 기준은 뭘까.담당 기관인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국민들이 일과 후 야간 활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우리가 이렇게 정했어. 너희는 여기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따라야 해"라는 행정편의적인 발상도 담겨 있는 듯하다.일각에선 각종 꼼수와 불법적인 영업으로 이런 조치를 비웃고 있으며, 대구 수성구 노래방이나 포항 죽도시장 인근 목욕탕 등 예기치 못한 '○○발(發)' 감염 확산은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자영업자들은 "더 이상은 힘들다"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대구 자영업자들이 최근 SNS를 통해 "오후 9시와 11시, 단 2시간이지만 우리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시간이다"며 정부를 비판했다.전문가들 또한 시간 제한보다는 만실 기준 허용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실내 환기 등 방역 강화와 함께 실내 밀집도를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문이다.개인적으로 1년간을 반추해 보면 정부의 자만과 안일함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특히 늦어진 백신 확보는 뼈아프다. 선제적으로 나섰다면 충분히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국민의 희생에 의한 'K방역'에 취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묶여 그러지 못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정부는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늦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세계적인 상황을 봤을 때 이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미국이나 영국 등은 물론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대만이나 뉴질랜드 등조차 충분한 백신 확보를 해놨다. 이미 백신 접종이 한창인 나라도 여럿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5일 기준으로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이 30.77%에 이른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빠르면 일부 국가는 올여름쯤엔 집단면역도 기대할 수 있다. 그때가 와도 아직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접종을 하지 못한 상태일 것이고 이래저래 박탈감이 클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최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을 두고 '시설별 제한'에서 '행위별 중심'으로 개편, 다음 달부터 본격 논의하기로 한 점은 늦었지만 분명 다행한 일이다.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보완하려는 모습이다. 그것이 오히려 1년 내내 앵무새처럼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브리핑하는 것보다 국민들로부터 더 공감받는 길이다.

2021-01-27 17:03:38

[데스크 칼럼] 청년을 위한 대통령은 없었다

[데스크 칼럼] 청년을 위한 대통령은 없었다

1997년 11월 21일. 거짓말처럼 나라가 망했다. '국가 부도의 날', IMF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다.모두가 난생처음 겪는 대혼란의 한가운데 IMF 세대(1970년대생)가 있었다. IMF 세대 대학생들은 단군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 여파로, 20대 내내 청년 실업 대란에 내몰리며 '저주받은 학번'으로 불렸다.당시 취업준비생 중에는 어렵사리 대기업에 합격했지만, 첫 출근도 해보지 못한 채 또다시 취업준비생이 돼야 했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IMF 사태와 함께 기업의 합격 보류 또는 취소 결정이 도미노처럼 번졌다.2021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꼭 1년이 됐다. 전 세계를 덮친 미증유의 전염병 여파는 이제 '제2의 IMF 세대'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이른바 '코로나 세대', 1990년대생 청년을 일컫는 신조어다. 우리 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는 유독 청년들에게 가혹했다.코로나 세대에 불어닥친 통계상 고용 쇼크는 이미 IMF 세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20대(20∼29세) 고용률은 54.6%로, 4월 기준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파고에 휩쓸린 대구 역시 청년 고용 쇼크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의 20대 취업자는 15만 명으로 전년보다 1만3천 명 급감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7.7%)이다.(매일신문 1월 14일 자 1면)아이러니한 현실은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게 '청년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 시대에 코로나 세대 청년 실업 대란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불과 3년 7개월 전, 2017년 6월 12일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은 청년으로 시작해 청년으로 끝났다.당시 문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 실업은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면서 "현재 실업 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며 일자리 예산 편성을 호소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실패했다. 지난 한 해 일자리 예산 37조원을 쏟아붓고도, IMF 이래 가장 많은 취업자 감소(22만 명)가 현실화했다.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돌파 14년 만에 3,000 시대를 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딴 세상을 얘기했다 .코스피 3,000 시대의 이면, 실업 대란에 내몰린 20, 30대 청년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 광풍에 편승하는 참담한 현실엔 침묵했다.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 대란은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 비정규직 제로화 등 반(反)시장 정책의 부작용이 맞물린 결과다.문 정부는 반시장 정책과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 코로나19 시대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손을 놓았다. 공공 부문 위주의 단기 청년 일자리 수치에 집착해 코로나 세대 실업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문 정부가 이제라도 청년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꾀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표현 그대로 대한민국은 정말,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2021-01-20 15:39:32

[데스크 칼럼]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을 본다면

[데스크 칼럼]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을 본다면

"노무현 후보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는데 아마 지켜봐, 대통령 될 거야." 20년 전이다. 2002년 12월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대구에서 열린 한나라당 필승결의대회장에서 고인이 된 국회의원이 정치부 기자였던 필자에게 한 말이다."우리 당 이회창 후보는 말이야, 맞는 말만 하는데 머리로만 이해가 가고 가슴엔 반응이 없어, 근데 노 후보 연설을 들으면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어."유명한 경제학자이기도 한 이분의 말을 뚜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뒤지고 있던 노 후보가 드라마 같은 역전을 이루어내며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당시 우리 사회는 에너지가 넘쳤다. 외신이 '한강의 기적은 끝났다'고 했던 IMF 사태를 조기 졸업하고 서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술주들이 잇따라 상장하며 '기술대국 한국'의 신화가 이루어질 것이란 희망이 흐르던 시절이었다.노 대통령 취임 이후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조선조 이후 오직 수도는 서울이라는 '절대 명제'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수도 지방 이전을 내세웠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자 수도권 소재 공기업 지방 이전을 핵심으로 한 지방 혁신도시를 밀어붙였다. 또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안을 내밀었다. 서울은 불변의 수도라는 진리와 사법시험을 거쳐야 법관이 되고 의대를 가야 의사가 된다는 상식을 통째로 깨는 시도였다.압권은 '검사와의 대화'다.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평검사와 방송 생중계를 하며 설전을 벌였다. 파격이었고 좋게 보면 소통이었다. 평가야 다르겠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중 정치를 그리고 기득권이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물론 당시는 여소야대 정국인 영향도 있지만 노 대통령은 그 나름 '사과'와 '협치'의 정치를 추구했다. 재벌 개혁 등 진보 정책 반대 여론이 일자 속도조절론을 내세웠고 측근 금품 수수 비리가 터지자 자신의 책임이라며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노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그리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포퓰리즘 진통'을 겪고 있다.포퓰리즘은 사전적으로 '대중에게 호소해 다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반대는 '대중영합적 정책을 펴며 실제로는 비민주적 행태와 독재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다.현 정부 정책을 보자. 미분양이 넘칠 때 집 사라고 했던 정부가 집값이 폭등하자 공급 정책 변화는 없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몰며 징벌적 과세에만 몰두하고 있다. 기업들이 목 놓아 반대하는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며 경제민주화를 통한 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지난 1년, 국가채무는 100조원이 늘어 850조원에 이르지만 3차 재난지원금 시행도 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꺼내 들고 있다.또 '원전은 경제성이 없다'며 현 정권만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고집하고 있고,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울산시장 선거 비리' 등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현 정권 임기 내 핵심 비리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 개혁에 방해가 된다는 '그들만의 논리'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폐로 몰아 한동안 식물 총장을 만든 데다 남은 임기도 6개월 남짓인 탓이다.노 대통령은 현 정권을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하다. 그리고 두렵다. 미래 세대가 현 세대를 어떻게 평가할지.

2021-01-13 18:07:07

[데스크칼럼] 대통령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데스크칼럼] 대통령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솔로몬의 성전에는 금은 그릇도 필요하지만 부지깽이도 필요하다. 이사 갈 때 연탄집게를 버리고 가면 이사 가서 당장 새로 사야 한다.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 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구속 수사하거나 풀어 주셔서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 달라. 화합 차원에서 풀어주시면 촛불혁명이 어둠을 밝히듯 어두운 사람들도 신뢰의 마음을 밝힐 것이다."(엄기호 한기총 대표목사)"탕평 부분은 정말 바라는 바다. 그러나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석방이냐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다만 국민과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핵심이 통합인데 우리 정치 문화가 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당선 뒤에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지만 정치가 못하고 있으니…."(문재인 대통령)문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6일,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는 이런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 문 대통령은 개신교 대표로 참석한 엄 목사의 탕평책 마련 요청에 대해 동의하면서 정치의 핵심이 '통합'이라고 규정지었다.법률가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권한의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야 하지만 수사나 재판에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가 감옥에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 5일 나온 한 인터뷰에서는 "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해 왔다"고도 말했다. 신중한 성격으로 말을 극도로 아끼는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생각'까지 거론하며 사면은 결국 문 대통령의 생각과 멀지 않다는 설명까지 내놓은 것이다.그동안 청와대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언급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미 확정 판결이 나왔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14일 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특별사면권 집행이 가능해진 것이다.우리나라가 민주정치의 교과서로 삼았던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일찌감치 대통령의 사면권을 헌법에 명기했고, 1970년대 초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파면은 물론 기소 위기에까지 몰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해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파격적인 사면령을 내렸다. 닉슨 대통령의 재임 기간(1969년 1월~1974년 8월) 동안 죄를 범하였거나, 범죄에 가담했을 수 있는 모든 범죄를 사면한 것이다.포드 대통령이 내놓은 사면 이유를 살펴보면 최근 불거진 사면론의 연장선에서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많다. 포드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지 않았고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미국의 안정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시킬 수 있으며 ▷닉슨이 미국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가장 높은 자리를 사임해 이미 충분히 처벌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단언했듯이 수많은 정치학 교과서는 정치의 역할을 통합에 두고 있다. 정치란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강원택 서울대 교수 著 '한국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중 인용)는 것이다.정치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 노무현 정부 때부터 현실 정치에 참여해 온 문 대통령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실행이 남았다.

2021-01-06 16:00:51

[데스크칼럼] 공연장을 내주자

[데스크칼럼] 공연장을 내주자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 공백으로 젊은 부목사 두 분이 주일 예배 설교를 돌아가며 맡고 있다. 한동안 연륜 있으신 외부의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해주셨으나 몇 달 전부터 설교는 부목사 두 분의 몫이 됐다.담임목사의 부재로 교회 전반적인 운영에도 관여해야 하고, 설교를 포함한 예배도 담당해야 하는 터라 경험이 많지 않은 목사님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고, 기대치도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그러나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새로운 모습과 능력을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 어려운 시기를 힘껏 헤쳐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도 있겠지만 전면·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산할 기회가 주어진 것도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얼마 전 한 문화예술공연 관련 세미나에서 기억에 남는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19를 기회로 젊은, 신진 예술공연가들에게 무대에 설 자리를 마련해 주자는 얘기였다.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고, 이를 온라인 공연으로 연결해도 좋다는 게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코로나19로 공연 취소·연기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공연장 문만 닫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 기간이 얼마가 됐든 이 기회에 평소 이런 무대에 서기 어려웠던 초·중·고 공연단 등 학생 팀이나 대학·대학원생, 각종 공연예술의 신진들에게 무대를 빌려주자는 데 찬성의 한 표를 던진다.이 무대에서 온라인 공연을 하거나 녹화를 해도 좋고, 인생 역작 포트폴리오를 제작해도 좋다. 작고 어설픈 연습실이 아닌, 근사한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을 넘어 미래를 위한 유무형의 지원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도 좋고 팀도 좋다. 클래식도 좋고 뮤지컬도, 연극도 좋다. 무대 경험을 하기 힘든 초·중·고 아이들에겐 관객의 유무와 상관없이 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나아가 신생 팀이 공연장의 전문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노하우를 전수받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공연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홈스튜디오를 마련해 제공하거나 프로필 음원 제작까지 지원한다면 금상첨화다.대구의 공연예술 자산인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콘서트하우스, 계명아트센터, 수성아트피아 등 큰 무대도 좋고, 대구시나 각 구·군(문화재단) 소속 공연장도 좋다. 물론 음향 장비나 무대 설치, 조명 등 관련 스태프, 난방, 대관료 등 사업비나 전문 인력 지원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자치단체장이나 관련 기관장의 의지로 풀 수 있다.지역사회 공헌이나 환원 차원에서라도 취소나 연기된 공연에 들어갈 비용 중 일부와 인력을 활용한다면 공연예술가나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 대구를 문화공연예술도시로 깊게 인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을 닫고 비워둬도 어차피 적자라면 무대를 놀리는 대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든, 온라인 공연이든,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나 음원을 근사한 공연장에서 찍을 수 있는 무대를 빌리는 차원이든 모두 뜻깊다. 위기지만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이때, 공연예술과 젊은 공연자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0-12-30 16:37:32

[데스크 칼럼]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데스크 칼럼]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때다. 퇴근 후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행복이 방 안 가득히 채워진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지속될 것 같은 행복도 단박에 사라질 수 있다. 가난이라는 바늘구멍 하나에 방 안 가득했던 행복이 빠져나가고 불행이 그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법이다.얼마 전 여섯 살 난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 서울 목동으로 이사 가고 싶었던 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 버렸다. 새 아파트 구매 문제로 다투던 부부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올 초에는 어느 한의사 부부가 같은 선택을 했다. 이들이 원했던 건 으리으리한 저택이 아니라 따뜻한 보금자리였을 것이다.이 정부 들어 유독 뛰는 집값에 고통받는 가정이 늘고 있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말을 믿고 아파트 구매를 미루었다가 집값과 전세금이 모두 폭등하면서 집도 못 사고 전세 살기마저 어려워진 '어쩌다 벼락 거지', 여기다 전세금까지 오르는 바람에 생긴 '렌트푸어', 이번 생에서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다는 '이생집망'까지…. 모두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다.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서 저축한 이들이다. 잘못이라면 지나치게 정부를 믿었던 것뿐이다.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빈부 격차 해소다. 그러나 오히려 빈부 격차·자산가치 격차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4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불길이 수도권·지방으로 갔다가 다시 격차 메우기에 들어가는 '불의 순환고리'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키고 있다는 원망만 늘고 있다. 정부에 '왜 대책이 없느냐?'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일까. 그동안 국토부 장관 뒤에서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찾아 둘러봤다. 이 모습을 본 무주택자들은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졌다. 4천여만원을 들여 실내 장식을 하고 4억여원을 들여 이를 광고했다. 의도와 달리, 열심히 일해 내 집 갖고 싶고 처자식과 알콩달콩 사는 게 꿈인 이들에게 집 사지 말고 공공임대에 살라는 말로 들렸을 수도 있다. 지난 17일과 18일에는 대구는 물론 전국의 절반을 묶는 조정대상지역·고분양가 관리지역 추가 등 기습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무주택 서민들의 집 사기가 사실상 봉쇄당한 셈이다.하다 하다 22일에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가구 1주택 보유'를 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집값 폭등을 부동산 투기 때문으로 보고 이를 막고자 1가구 1주택을 정책 목표로 삼겠다는 취지다. 처벌 조항 등 강제 규정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뜩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기존 규제를 뛰어넘는 고강도 규제 정책을 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자녀 교육과 직장 등의 문제로 주택을 일시적으로 두 채 보유하는 것도 불법이 될 수 있다.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사유재산을 부정하려는 것이냐' '사회주의·공산주의다'라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사유재산권과 교육 및 직장 이동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법조계 의견도 나오고 있다.코로나19에 집값 폭등까지 견뎌야 할 것이 많아 유난히 더 추운 겨울이다. '시계를 3년 반 전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믿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하는 상회(傷懷)마저 든다. 그럼에도, 희망을 품어본다. '새해에는 달라질 수 있겠지.'

2020-12-23 18:17:28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Ⅱ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Ⅱ

연말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책상 위에 놓아둔 달력 메모칸은 휑하기만 하다. 그나마 뜨문뜨문 있던 약속마저 모진 코로나19 삭풍에 모두 지워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앞에 2020년은 이렇게 을씨년스럽게 저물어 가고 있다.백신 개발 소식을 비웃듯 확산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통계 웹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16일 현재 세계 누적 확진자는 7천400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지 1년 만에 지구촌 100명 중 1명이 감염된 셈이다.전염병이 핵폭탄·기후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 2017년 발언으로 새삼 주목받았던 빌 게이츠는 최근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정상 생활 복귀가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미국의 해외 백신 지원, 높은 접종률을 전제로 했다.그의 말대로 코로나19 종식은 전 세계의 일치된 대응이 있어야 가능하다. 부럽긴 해도, 어느 나라에서 먼저 백신 접종이 시작됐는지는 다음 문제다. 저 먼 이국 어디에서라도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면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그럼에도 정부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선진국 아닌 나라에서조차 접종이 시작됐는데도 '문제 없다'는 정부 변명만 들어야 할 처지라서다. 보건복지부·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을 꾸린 게 벌써 6개월 전이다.그래서인지 시중에는 온갖 유언비어가 떠돈다. 총선 직전 뿌려졌던 재난지원금처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접종이 시작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편 가르기, 이벤트 정치에 특화된 현 정부라면 벌써 1호 접종자 선정은 마쳤을지도 모를 일이다.물론 한국이 대응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봉쇄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여당 지도부의 배려 없는 발언에도 묵묵히 거리두기를 실천한 대구경북의 희생 덕분이다. '배려'는 여기에서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일 것이다.그런데 월드오미터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코로나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좋다"는 전직 총리의 '문비어천가'는 낯 뜨겁기만 하다. 인구 100만 명당 누적 확진자에서 한국이 161위(886명)인 반면 경제 경쟁국이라 할 대만은 209위(130명), 베트남은 214위(118명)이다. 개발도상국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뉴질랜드는 420명으로 180위에 그쳤다.'코로나19 청정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 타격을 무릅쓰고 과감히 내린 확산 초기 국경 폐쇄와 철저한 감염자 추적이다. 대만은 지난 2월 6일, 뉴질랜드는 3월 19일, 베트남은 같은 달 22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이처럼 각국이 자국민 안전과 포스트 코로나 대책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 정부와 의회는 과연 뭘 했나? 온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 검찰 조지기, 집값 폭등만 야기한 임대차 3법 밀어붙이기, '민주주의의 순기능'이란 궤변의 극치를 보여준 합법적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후대의 엄혹한 평가를 피해 가기 어렵다.자신에게 이로운 일에만 기를 쓰고 덤벼드는 부라퀴들이 득시글거리는 정치권을 보면서 세밑에 수피 바야싯의 시 구절만 속절없이 되뇐다.'젊은 시절 나는 혁명가였고, 주님께 드리는 나의 기도는 이와 같았다. 제게 세상을 뒤바꿀 힘을 주소서. ​중년에 이르러 나의 기도는 이렇게 달라졌다. 가족과 친지들만 변한다 해도 저는 만족하겠나이다. ​이제 늙어서야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알게 됐다. 나의 유일한 기도는 이것뿐이다. 저 자신을 변화시킬 은총을 주소서.'

2020-12-17 05:00:00

[데스크칼럼]  "왜 찍었을까?" 늘어나는 후회

[데스크칼럼] "왜 찍었을까?" 늘어나는 후회

"이러라고 표를 몰아준 게 아닌데…." 20여 년 전 서울로 간 대학 동창 A의 말이다. A는 얼마 전 술자리에서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민주당 선거운동을 했던 게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174석이라는 의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의 총선 이후 행보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A의 말을 종합해 보면 경제와 집값 등 민생은 엉망인데 정부 여당은 정치에만 관심이 있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국민들은 몇 차례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거덜 난 살림살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정부 여당은 공수처법이니, 경찰법, 5·18 광주민주화운동 처벌법, 대북전단금지법, 국정원법 등 민생과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법 개정에만 몰두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야당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입법 폭주'에 나선 모습을 보니 정녕 현재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고도 했다.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야당에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줬어야 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최근 주위에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철벽으로 믿었던 40%대 밑으로 떨어지고, 여당 지지도 역시 야당에 뒤집히는 결과가 나온 게 A의 말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A의 말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며 '공룡 여당'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요청한 안건조정위원회를 일사천리로 무력화시킨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7분 만에 단독 처리한 것이다. "도둑질을 해도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야당 법사위원들의 항의는 강력한 여당의 힘 앞에서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까지 썼지만, 이마저도 절대적 수적 우위에 있는 여당에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공수처법뿐만 아니다. 거대 여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을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174석이라는 막강한 의석수로 밀어붙였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면 처벌하는 법도 단독 처리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통째로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 대부분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이른바 '경제 3법'도 경제계와 야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대로 주물러 상임위를 통과시켰다.흥분한 A는 거대 여당의 폭주로 서거 5주년을 맞은 김영삼(YS) 전 대통령까지 소환된 사실을 청와대는 아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이번에 회자된 YS 제명 파동은 1979년 9월 29일 집권당이던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가 신민당 총재였던 YS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빌미로 그의 의원직을 박탈한 사태다. 이 일은 부마항쟁을 불러일으켰고, 10·26 사태로 이어져 유신정권 종식의 촉매제가 됐다.정부 여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힘으로만 밀어붙일 경우 문 정부의 말로(末路)는 유신정권의 퇴보와 같은 결말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오늘 오전 10시 30분 법무부에서 열린다. 징계위가 윤 총장의 해임 또는 면직 등 중징계를 의결하면 문 대통령 재가를 거쳐 실행된다. '역사는 언제나 두 번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라고 했던 독일 사상가 칼 마르크스의 지적처럼 역사는 반복될까.

2020-12-09 16:10:40

[데스크칼럼] ‘우리 동네 미술’, ‘우리 동네 흉물’ 될라

[데스크칼럼] ‘우리 동네 미술’, ‘우리 동네 흉물’ 될라

거대 예산이 들어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우리 동네 미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정이 촉박하고 주민 의견 반영이 잘 안 돼 '우리 동네 흉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나온다.'우리 동네 미술'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지역 예술인에게 창작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내 공공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올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에 948억원이 투입된다.대구시에는 예산 32억원이 편성돼 8개 구·군에 각 4억원씩 돌아갔다. 8개 지자체는 사업지를 정한 뒤 공모를 통해 예술인 37명으로 구성된 지역 작가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팀은 12월까지 작업을 끝내고 내년 2월까지 정산을 마무리해야 한다.실질적으로 예술인들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문제다. 예술인과 주민들이 충분한 의견 수렴과 연구, 토론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기가 빠듯해서다. 최종 결과물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예술인도 많다.과거의 예를 보면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의 '강남 스타일' 조형물은 예산 4억원을 들였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논의와 참여의 부재로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한 바 있다. 대구 달서구청이 진천동 선사시대로에 설치한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도 비슷한 사례다.각 지자체에서 사업 추진 방향을 미리 정해 예술인들은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다. 지자체는 공공미술의 내용보다는 보여 주기식 조형물을 선호한다. 이번에 선정된 프로젝트를 보면 달서구는 지역 내 5개 공원에 아트 벤치 조성, 서구는 이현공원 일대 작품 설치, 수성구는 두산폭포와 그 주변 광장의 문화적 공간 조성을 제시했다.부족한 시간은 부실한 기획안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손쉬운 조형물을 세우고, 벽화를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미술의 향유자인 주민과의 소통은 없고 예술인과 지자체가 게릴라식으로 작품을 설치하는 식이다. 지역 예술인 사이에서는 예술작품 제작을 공공근로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이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 제작보다는 예술가들의 단기 일자리 제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도 구성돼 있지만 워낙 시간이 촉박한 탓에 이미 선정된 작품의 변경은 어려운 실정이다.대구 지역에도 조형물을 선정한 지자체가 많다. 이번 프로젝트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주물 업체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디자인한 뒤 주물 업체에 제작을 맡기면 업체는 설치까지 해준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지자체도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공공미술을 환경 미화 또는 관광 인프라 조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대구 지역 지자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미술인들이 대신 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공공의 공간에 미적 가치가 있는 조형물을 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에 주목하고 공공성의 실현에 주목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대구 지역 각 지자체에 살고 있는 주민과 예술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공미술이 실현돼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지만 주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 실현을 위해 대구시와 각 지자체, 예술인들이 자문위원회의 조언을 경청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민들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공미술 작품을 원한다. '우리 동네 미술'이 '우리 동네 흉물'이 되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2020-12-02 17:30:18

[데스크칼럼] 이게 꿈이야? 생시야?

[데스크칼럼] 이게 꿈이야? 생시야?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도 안 된 2017년 5월 19일이었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던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브리핑이 나왔다.윤석열 검사는 검사장도 아니었는데 바로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파격 중의 파격'이라고 썼다.일반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발표는 검찰에서 내놓지만 청와대가 브리핑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임명되지 않았는데 서울중앙지검장부터 뽑은 것 역시 순서가 뒤바뀐 인사라는 목소리를 낳았다.인사 발표가 나오자 여당은 예상대로 반겼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은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한 '족집게 인사'라는 지적이었다.여야 간 의견이 엇갈린 것은 윤 검사장의 '전력'(前歷) 탓이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던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러고는 국감장에서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권력을 향해 호기롭게 '덤벼든' 그는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의 잇따른 좌천 인사까지 당했다.그러나 그는 곧 부활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했고 이때부터 현재의 집권 세력으로부터 '의로운 검사'로 본격 소환되기 시작했다.지난해 6월 17일엔 마침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부정부패를 척결해 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인선 브리핑)여당 의원들의 엄호 속에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 그는 지명 한 달 뒤인 7월 25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윤 총장님은…"이란 말을 꺼내며 다정다감한 수식어까지 윤 총장에게 붙여줬다."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주 엄정하게 처리해서…."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 총장에게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했다.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던 윤 총장은 신망받던 검사에서 반개혁적 검사로 낙인찍혔다. 마침내 직무 정지 조치까지 당했다."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느냐?" 윤 총장은 지난가을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질타하는 한 여당 의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상대편을 향한 적폐 수사 때는 편을 들어주다가,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강하게 주문했던 것처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집권 세력을 향해 수사의 칼끝을 겨누자 집권 세력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취지의 작심 발언이었다.청와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탁월한 지도력' 덕분에 그는 검찰총장까지 왔다. 그런데 지금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총장의 행동까지 법무부는 직무 정지 사유로 삼고 있다.2017년 5월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금의 집권 세력이 만들어 내놨던 '최고 검사 윤석열 파노라마'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요즘 펼쳐지는 장면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럽다. 하긴 꼴찌 공항을 1등 공항으로 동래파전 뒤집듯 엎는 판에 멋진 검사를, 내쳐야 할 검사로 한순간에 뒤집어 판정하는 것도 국민들이 입을 닫고 접수해야 할 일인지 모른다.

2020-11-25 15:24:05

[데스크칼럼] 신공항, 그럼 밀양인가

[데스크칼럼] 신공항, 그럼 밀양인가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근본적인 검토 필요.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 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검증위는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발표만 했을 뿐 김해신공항 백지화나 가덕도 등 제3의 공항 건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해신공항 백지화 선언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집권 여당이 부산에 선물을 안겨 표심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이번 검증 결과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수순을 밟기 위한 정부의 꼼수나 계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줄 생각이었으면 집권 말기가 아닌 현 정부가 더 힘이 있었을 때 진작에 시도됐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정부의 검증 결과 발표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덕도 특별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추진 등이 잇따르는 걸 보면 역시 선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다음 주에 발의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기로 하는 한편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이 이를 선거에 활용할 계획이라면 애당초 그만두라고 권하고 싶다. 대구경북 지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신공항을 미끼로 부산 시민들을 더 이상 속여선 안 된다. 양치기 소년이 돼 배신감과 반감만 살 수도 있다. 지금까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벌써 세 번이나 김해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을 우려먹었다. 물론 세 번 다 선거 후엔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실상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나왔다. 다음은 대선인가.정부와 정치권이 지역 간, 국민 간 화합은 못 시킬지언정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도, 악용해서도 안 된다. 애석하게도 이미 앞선 세 번의 선거에서 대구·경북·부산·경남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제 더는 안 된다. 선거에서 이기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기만하고 분열을 일으키면서까지는 아니다.이번 발표가 김해신공항 백지화, 다른 입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도식으로 이어진다 해도 밀양이지 가덕도는 아니다. 기초 자치단체의 공사 입찰도 낙찰 업체의 결격 사유가 드러나 취소될 경우 차순위 업체에 넘어가는데 국가 백년대계인 신공항을 짓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1순위가 뒤늦게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꼴찌가 그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 투표를 해도 꼴찌는 2차 투표, 결선투표에 올라가지도 못한다. 지난 2016년 공항입지 평가에서 밀양이 2위, 가덕도는 3위를 했다.김해공항 확장안이 부적정하다면 동남권 신공항은 다음 순위인 밀양으로 가는 게 맞다. 설사 백번 이해해 이 순위조차 무시된다 하더라도 동남권 신공항 입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상식이다. 속된 말로 깽판이면 첨부터 다시다. 영남 지역 5개 시도민의 의사를 묻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관련 지자체의 새로운 합의, 전문기관의 입지 선정 용역 등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김해공항 확장안을 보완해 계획대로 추진할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 밀양으로 갈지, 가덕도로 갈지 지켜볼 일이다.

2020-11-18 17:00:26

[데스크칼럼] '범죄자는 못잡고 왜 인질만 잡나'

[데스크칼럼] '범죄자는 못잡고 왜 인질만 잡나'

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는 후대가 평가할 일이지만, 부동산 분야만큼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23번의 정책을 낸 결과는 참담하다. 부동산 안정화는커녕 불안이 점점 가중되는 분위기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는 새 수도권 비규제 지역, 부산, 울산 등 지방 광역시로 풍선효과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전세난은 역대급이다. 일국의 경제부총리도 전세 난민이 된 판국에 서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최근 3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매매가격 상승률의 7배에 달한다고 한다.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새로 계약서를 쓰는 경우의 전셋값 격차가 2배까지 벌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경우 동일한 평형(전용 76.79㎡)에서 보름 새 전셋값이 4억2천만원에서 8억3천만원까지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임대차 3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기존 전세 계약은 5% 인상에 그쳤지만, 새 계약에선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절할 노릇이다.'은마아파트'라는 예외적 사례에 불과한 일일까. 부동산 스트레스는 거의 전 국민이 겪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방' 홈페이지에서 '부동산'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 1만7천300건의 글이 뜬다. 그중에는 읽는 사람도 가슴 절절해지며 공감 가는 사연이 많다.'맞벌이 40대 엄마입니다. 결혼 때만 해도 열심히 살면 10년 후에는 저의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부모님 도움 없이 대출로 전세 생활을 했습니다. 돈을 조금 더 모은 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매매를 하자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꿈이었습니다. 집값은 하늘 높은지 모르게 올랐고 전세는 씨가 말랐습니다.…''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1주택 실거주자입니다. 30년도 더 된 구축 아파트지만 언젠가 더 좋은 곳으로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뉴스에서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더군요. 10년 뒤에는 아파트 재산세가 직장인 월 2, 3개월치가 될 거라는 기사를 보니 은퇴하고도 20~30년은 더 살아 있을 것 같은 제 미래가 그려지더군요.…'이달 초 등록된 윗글들에는 현재 청원 동의가 각각 600개, 1천800개 넘게 붙었다.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먹히니, 갈수록 센 정책이 연일 나온다. 막 쏟아낸다는 표현이 더 맞다 싶을 정도다. 여당에선 최근 3+3년으로 전세 기한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2로도 이 난리인데,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지.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어 개인 금융 정보와 과세 정보를 조회하고 불탈법 거래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그럼 국세청, 수사 당국은 뭐하나. 온라인에 'OO억원 이하 팔지 말자'는 글만 올려도 집값 담합으로 처벌하겠다고 한다. 사는 사람이 결정할 일 아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실인 주택을 직접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매입 임대'를 전세난 대책으로 거론한다. 지금도 적자에 허우적대는 LH에 그만한 돈이 어디 있나.서민들은 코로나 블루(Blue·우울증)도 모자라 '부동산 블루'에 빠져 있다. 어디 아파트가 한두 달 새 1억~2억원이 올랐다고 하더라,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올랐다고 하더라,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범죄자들은 못 잡고 왜 총을 난사해서 인질들만 죽어 나갑니까?'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한 글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2020-11-11 16:36:46

[데스크 칼럼] 이건희가 바꾸지 않은 세가지. 마누라, 자식, 그리고 ?

[데스크 칼럼] 이건희가 바꾸지 않은 세가지. 마누라, 자식, 그리고 ?

"어미 새가 둥지를 떠나면 아기 새가 슬픈 법이지."2005년 나온 영화 전우치에서 화담 역을 맡은 김윤석이 무심히 내뱉은 대사에는 세상 이치가 녹아 있다.부모의 빈자리는 누구도 채울 수 없거니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기 마련이다.초대 구단주를 잃은 삼성라이온즈의 처지도 그럴 것이다. 가을 야구를 지켜만 봐야 하는 것도 괴로운 데다 이건희의 부재와 코로나19 등 대내외 환경마저 녹록지 않아 자칫 '둥지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라이온즈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사랑은 각별했다. 일본 유학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그는 귀국 후 라이온즈의 창단에 깊이 관여, 초대 구단주를 맡아 20년 가까이 사자들을 키워냈다.특히 어린이 등 아마야구 저변 확대에 공을 들였다. 초·중·고 야구대회를 열며 홈런왕 이승엽, 투수 배영수 등 어린 사자들을 길러냈다. 이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경산 라이온즈 볼파크 등 통 큰 선물을 주기도 했다.아기 사자들이 성장해 '삼성 왕조'를 이룩했음은 물론이다. 삼성은 2000년대 들어서 세 번(2002, 2005, 2006년)이나 우승했다. 2002년 우승했을 때는 이 회장이 삼성그룹 직원에게 '삼성야구단에서 경영을 배워라'고 할 정도로 그룹 내 위세도 높았다.2014년에는 사상 첫 4회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삼성 팬이라서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다.라이온즈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2014년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부터다. 물론 병상에서도 라이온즈에 대한 이 회장의 사랑은 여전했다. 보름 후, 넥센전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터뜨리자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 있던 이 회장이 깨어나기도 했다.'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꿔라'며 조직을 다그쳤지만 라이온즈에 대한 사랑과 투자만큼은 한결같았던 이건희다운 모습이었다.그렇지만 사자 가문의 몰락까지는 막지 못했다. 투자가 줄어들면서 '종이 사자'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등 삼성 왕조의 주역들도 팀을 떠났다. 음주운전, 원정 도박 등 선수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라이온즈는 하위권을 전전했고 올해 가을 야구도 무산됐다.삼성은 '왕조 부활'을 외치며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스토브리그에서부터 천하태평이었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거포 타자인 다린 러프의 공백을 메워줄 타자 부재에다 용병 농사도 반타작만 한 상태였다. 지난해보다 약해진 전력으로 순위를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내년이라고 다를까. 15승을 올린 뷰캐넌 등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 믿을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 및 FA 대어를 낚아와야 할 처지다.성적 하락보다 더 비관적인 것은 우승을 위한 어떤 시도도 불사하던 투지와 집요함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평소 스승의 말을 듣지 않고 사고를 치던 전우치는 스승이 죽은 후 정신을 차렸다. '거문고를 쏴라'는 스승의 말을 명심, '악의 화신' 화담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다."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이 없다는 사실이다.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도 노력 없이 승리할 수 없다. 모든 승리는 오랜 세월 선수·코치·감독이 삼위일체가 돼 묵묵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라이온즈는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2020-11-04 17:54:45

[데스크 칼럼] 늑대들과 한 마리 양의 저녁식사

[데스크 칼럼] 늑대들과 한 마리 양의 저녁식사

며칠 전 짧은 외신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다음 달 2일 자 표지에서 창간 이래 처음으로 'TIME'이라는 제호(題號)를 뺐다는 것이다. 타임은 그 자리에 대신 'VOTE'(투표하라)라는 글자를 넣었다.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지가 투표 독려에 나설 만큼 미국 대선 열기는 뜨겁다. 지구촌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4년간 좌충우돌했던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 복귀하느냐, 계속 예측불허 국가로 남느냐가 걸린 선거라서다.북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 역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한과의 협상은 '당나귀'(민주당)와 '코끼리'(공화당) 차이만큼 변화가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무조건 트럼프를 찍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트럼프는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의 첫 포퓰리즘 대통령이다. 일부에선 그런 그라면 패배 불복을 넘어 승리 가로채기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아름다운 패배는커녕 정파별로 갈라진 미국 현실을 활용, 권력을 지키려 할 것이란 얘기다.시나리오는 이렇다. 통상 공화당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현장투표에서 앞선다면 선거 당일 승리 선언에 이어 민주당 표가 많으리라 예상되는 사전투표 불신임을 주장한다. 경합 주(州) 결과에 따라선 재검표 소송을 제기한 뒤 여론전을 펼친다는 수순이다.그는 실제로 유세 현장에서 노골적으로 지지자들을 부추겨왔다. 그래서 선거 뒤 곳곳에서 폭동이 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여서 뉴욕에선 양측 지지자 사이에 집단 난투극까지 벌어졌다.미국 대선과 우리 대선은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16개월 뒤 한국에서 빚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신뢰는 품위 있는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현실 정치에선 이미 사라진 지 오래여서다.이는 민주사회 의사결정 방식인 다수결 제도의 오랜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 다수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만 한다면 공동체에 대한 반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이게 나라냐'고 콧방귀만 뀌게 된다.상호 불신과 증오만 쌓이면 전체주의 또는 독재의 씨앗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1930년대 독일에서 처음부터 히틀러를 지지한 사람은 10%도 되지 않았다. U보트 함장 출신 반나치 성직자였던 마르틴 니묄러는 "나치가 공산주의자, 노조, 유대인을 탄압할 때 그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 또한 표를 조금 더 받았다는 근거로 집권 세력이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을 휘두르는 데에서 비롯됐다. 모순투성이 부동산 관련 법, 부작용이 더 큰 최저임금 인상, 개혁을 빌미로 삼은 인사권 남용 등은 온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여러 마리 늑대와 한 마리 양이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투표하는 것과 결과가 다르지 않다.수적 우위를 앞세워 반대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다수결 제도를 보완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가수 나훈아가 느닷없이 소환한 '테스 형' 소크라테스에게 불똥이 튀었던 고대 그리스의 아르기누사이 해전이 그 사례다. 소크라테스의 반대에도, 생존자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여론만으로 개선장군들의 목을 날린 아테네는 결국 패망했다.

2020-10-29 05:00:00

[데스크칼럼] '야당의 시간'

[데스크칼럼] '야당의 시간'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본 글이다.'법무부는 범죄자엔 찍소리 못하지만, 검사와 싸우고''국토교통부는 청와대 다주택자엔 찍소리 못하지만, 집주인들과 싸우고''보건복지부는 봉하마을 모임은 찍소리 못하지만, 의사들과 싸우고''노동부는 극렬 노조 데모꾼엔 찍소리 못하지만, 자영업자와 싸우고''환경부는 태양광시설 환경파괴엔 찍소리 못하지만, 원전 사업체와 싸우고''기획재정부는 재정 펑펑 쓰는 여당엔 찍소리 못하며 자영업자와 싸우고''국방부는 주적 북한엔 찍소리 못하지만, 피살 국민과 싸우고'그러면서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역대급 정부'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다소 억지와 과장이 묻어났지만, 최근 만난 적잖은 사람들에게서 비슷하게 들었던 내용인지라 실소가 났다. 여권이 조소당하는 현실이라 야권은 신이 났을까? 천만에.현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실정을 비판하는 만큼 많이 듣는 얘기는 무기력한 야당에 대한 조롱이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도 제대로 된 대처나, 이를 지지율 상승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과 우려가 섞인 말들이다.이번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국감 시작 전 '정부 여당을 제대로 파헤쳐 그로기 상태로 몰아보겠다'는 결의는 온데간데없는 상황이 국감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사실 국정감사의 주역은 야당이다. 흔히 국감을 '야당의 시간'이라고도 한다. 특히 제1야당에 국정감사는 판도를 움직여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래서 국감 성적표는 곧 야당의 성적표가 된다.이번 국감을 살펴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사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 등 국정을 뒤흔들 수많은 이슈들이 터져 나왔지만 야당의 존재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이다.대신 당 대표와 중진들 사이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더욱 나락으로 주저앉고 있는 국민의힘만 보일 뿐이다.며칠 전 통화한 여의도 한 정치권 인사는 이를 두고 "당내에선 겉으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중진들의 갈등이 당의 노선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당내 주도권 확보와 당의 차기 대권 주자 옹립을 둘러싼 힘겨루기라고 평가한다"면서 "조만간 두 진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또 "정국 주도권을 잡기도 바쁜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의 대패를 교훈 삼아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내부 분란만 일으키고 있으니 안타깝다"며 "총선 참패 후 절치부심하며 당색과 정강정책을 바꾸는 등 갖은 노력을 하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당장 내년 보궐선거와 후년 대통령선거가 벌써 걱정"이라고도 했다.지역 한 대학교수는 "국가가 강해지려면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가 강해야 하고, 국회가 강하려면 야당이 강해야 한다. 국회의 강한 견제가 없는 정부는 결국 도그마에 빠지고 국민과 유리된다. 야당이 활동하지 못하는 국회는 정부의 들러리만 될 뿐이니 강해질 수가 없다"고 야당의 분발을 조언한다.국감은 이제 끝나지만, 국정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 대패의 원인이었던 '비호감'을 떨쳐내고, '자유·공정·법치'의 보수 가치를 앞세운 수권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추길 기대한다.

2020-10-21 17:03:26

[데스크칼럼] 대구시립·경북도립 예술단이 살 길은

[데스크칼럼] 대구시립·경북도립 예술단이 살 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원 사업 선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너무 힘듭니다. 대구시립예술단 단원들은 근태 불량에, 심지어 연주회 없이도 월급을 따박따박 받아갑니다. 분통 터질 일입니다."대구지역 한 문화계 인사의 하소연이다. 대구시·경북도민의 문화생활 향유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설립된 시립·도립 예술단.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도민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최근에는 이런저런 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우선 시립예술단 단원들의 비정상적인 근무 형태다. 시립예술단 복무 규정에 따르면 '주 5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지만 일부 단원은 오전에 2, 3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출근하지 않고도 출근한 것으로 근무상황부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대구시의회를 통해 확인됐다. 시립예술단원의 외부 겸직 문제도 심각하다. 단원들은 초중고, 백화점 문화센터 강사, 대학의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예산 불균형도 문제다. 예술단원 인건비에 비해 기획예산 비중은 형편없이 부족하다. 양질의 예술작품 창출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시립예술단 운영비 197억원 중 인건비는 무려 90%에 해당하는 176억원이다. 예술단 운영비에서 예술단의 기획에 들어가는 비용은 21억원에 불과하다. 번듯한 작품이 무대 위에 오를 리 만무하다.공연 활동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합창단의 경우 지난해 총 30회 공연 중 12회는 찾아가는 음악회였고, 음악회당 고작 10명 정도가 참여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난 6월 기준 단 5회 공연에 그쳤고, 이 중 정기연주회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보여주기식 운영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여기에 2년마다 실기 평정을 실시하지만 평가는 형식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량이 떨어지거나 수준 미달이라도 평정을 통해 해촉할 수 없으니 자리가 나지 않아 신규 단원을 뽑을 수도 없다.시립예술단의 곪아 터진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혈세가 낭비되고 시민의 문화 향유 증대나 지역 문화 발전은 정체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몇 해 전 경북도립예술단에서도 교향악단 일부 단원들의 겸직 금지 등 복무 규정 위반이 말썽을 빚었다. 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사직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경북도의 관리·감독 책임과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고 외부 활동에 나섰던 단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경북도청이 2016년 도청신도시로 이전했지만 도립예술단은 여전히 대구에 남아 있어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은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시·도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 통합과 광역 경제 공동체 형성 논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사람과 돈, 문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맞서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대항해 살길을 찾자는 것이다.같은 맥락에서 행정 통합과 함께 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도 통합의 필요성을 느낀다. 시립예술단은 교향악단이, 도립예술단은 국악단이 강점이다. 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의 장점과 특화된 부분은 살리면서 통합한다면 시너지 효과 창출은 지당하다.철밥통이라고 비판받는 시립예술단과 도립예술단은 뼈를 깎는 자성과 통합을 통해 시·도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 두 예술단의 통합은 인건비 절감과 수준 향상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것이 곧 살길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2020-10-14 16: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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