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데스크칼럼] ‘영끌’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데스크칼럼] ‘영끌’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지인의 얘기다. 몇 달 전 이사 갈 아파트 매매 자금 마련에 고민하던 그는 은행 창구에서 신용대출을 상담받고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고 했다. 담보대출 통로는 막혀 있고 주변에 손을 벌릴 형편도 못 되던 차에 딱 필요한 금액을 신용대출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마이너스 통장을 써본 적은 있지만 신용대출은 받아본 적이 없다'(한도 내냐, 일시불이냐 차이만 있을 뿐 신용으로 돈 빌리는 건 같다)고 할 정도로 '금융 무식자'인 지인을 최근 다시 만났을 때, 결국 그때 신용대출을 받지 않았노라고 했다. '부동산 무식자'이기도 한 그는 너무 급하게 오르는 집값에 상투를 잡는 것 같아 매수를 포기했노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 그 집은, 자신이 빌리려던 신용대출금의 몇 배가 올랐다며 쓴 술잔을 들이켰다.연말 시상식에서 올해의 말을 뽑으라면 '영끌'이 그 한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과 주식에 투자한다는 뜻의 영끌은,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보다 더한 결연함과 절박감을 느끼게 한다.특히 신용대출은 자금 조달의 마지막 수단이란 점에서 영끌의 대표라 하겠다. 지난 8월 국내 은행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251조3천억원으로 5조7천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월간 증가액이다. 또한 이달 10일 기준 시중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125조4천억원으로 8월 말과 비교해 열흘 새 1조1천억원이 급증했다고 한다.이런 사정은 한국뿐 아니다. 각국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돈을 마구 풀고 있다. 일각에선 이제 이런 비정상적인 유동성 폭발이 뉴노멀(새로운 질서)이 됐다고 공언한다.그럼에도 빚으로 지탱하는 사회에 대한 걱정은 높아진다. 20, 30대가 영끌을 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이미 그 시장이 끝물에 왔다는 경고로 해석하기도 한다.세상 모든 재화가 마냥 오를 수는 없다. 영끌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위험은 언제 올까. 평소 즐겨 보는 재테크 유튜버의 얘기를 옮겨서 소개한다.첫째는 일자리 안정성이다. 직장이 보장돼 있고 제때 월급이 나오는 동안 영끌은 할 만한 도전이다. 단기 폭락이 와도 직장만 튼튼하면 당장의 대출 상환이나 생계에 급박한 어려움은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재 고용시장은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지난달 국내 구직 단념자는 68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고, 그중 절반이 20, 30대 청년 세대다.둘째는 대출 규제 강화다. 금융 당국은 신용대출이 폭증하자 결국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출이자 우대 혜택을 낮추거나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들이 엄정한 심사를 통해 생계자금 용도라는 원래 취지와 무관한 신용대출을 막을 경우 투자 시장은 경색될 우려가 크다.마지막은 자산 가격의 하락이다. 대구 수성구 학군 핵심지의 33평형 신축 아파트 매매가가 15억원을 돌파하고, 코스피 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최근 상황을 보면 자산 가격의 하락 예상은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 그러나 신축 아파트를 할인 분양하고 분양권에 마이너스 피(Premium)가 붙고, 깡통 전세, 깡통 주식 계좌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던 몇 년 전을 우리는 분명 기억하고 있다.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영끌의 종착역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지인과 마찬가지로 재테크 무식자인 필자는 이 불장의 다음에 쉼표가 올지, 긴 마침표가 찍힐지 도무지 걱정될 따름이다.

2020-09-16 16:31:04

[데스크 칼럼]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를 기다리며

[데스크 칼럼]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를 기다리며

10년 전 대구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바운스(?)' 한다. 땀과 열정으로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는 참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매일 TV를 통해 소개되는 대구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면 그동안 대구에서 살았던 것이 맞는지 새삼 놀라기도 했다. 아마 대구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소개와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최근 달구벌이 다시 한번 뜨거워질 일이 생겼다. 대구시가 유치 활동을 벌이는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가 얼마 전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 대구로서는 타 외국 도시와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국비 지원과 대회 조직위 구성, 대회 시설 개·보수를 위한 특별교부세 요구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에다 선수 폭행, 성폭행, 갑질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던 지역 스포츠계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이번 정부 승인 과정은 역전과 재역전이 뒤섞인 명승부를 방불케 했다.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서는 유치 의향서 제출 전에 지방의회의 동의,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문화체육관광부 심사, 기획재정부의 국제대회 타당성 조사, 국제행사심사위원회 등 수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대구시는 지난 2018년 1월 국제대회 승인 신청서를 문체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국제행사로 볼 수 없다'며 문체부는 심사 대상에 올리지도 않았다. 재도전 끝에 대상에는 올랐지만,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과정에서 또다시 보류됐다. 기재부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선정 검토 때는 국비 지원 규모를 칼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대외경제연구원에서 수행하는 타당성 조사 때는 국민 1천8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하여 대회 개최 때 대구 방문 의향, 가구당 낼 세금 등을 조사했다. 하필 설문조사 시점이 대구가 코로나 대유행을 겪은 직후여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대구 체육인들이 나섰다. 대구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도 정부 승인이 필요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기재부, 문체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방문한 결과, 마침내 국비 지원 승인을 얻었다.그렇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아직 이르다.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연맹의 현장 실사와 내년 7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선정 절차가 남아 있다. 더구나 대회 개최 단계에 들어서면 조직위원회 구성, 지원본부 설치·운영, 대회 기본계획·실행계획 수립, 인프라 정비, 홍보, 청산 등의 업무가 산적한다.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 또 개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유치 과정은 물론 운영과 청산까지 전 과정에서 체계적 조직 운영이 필수적인 이유다.국제 스포츠 행사 등의 현안은 대구시 체육진흥과 소속 스포츠마케팅팀이 맡고 있다. 이 팀의 인원은 겨우 4명이다. 현재의 조직과 인원으로는 대규모 대회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하루빨리 전문 인력을 보충하고 체계적인 조직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문체부에 조직위원회 신청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정부와 대구시는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10년 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처럼 전 세계에 대구라는 이름을 한 번 더 각인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화합으로 지금의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09-09 18:38:46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페인은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버킷 리스트에 올려둔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영영 못 가볼지도 모르겠다.모두의 일상을 마비시킨 코로나19 탓이다. 특히 스페인의 재확산 기세는 유럽에서 가장 가파르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확진자 5만3천 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가 46만 명, 사망자가 2만4천 명에 이른다.스페인은 예전에도 전염병으로 악명을 떨친 바 있다. 바로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리는 '스페인독감'(1918~1920)이다. 당시 전 세계 5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4만 명이 사망했다.스페인이 간직한 또 다른 흑역사는 '스페인 내전'(1936~1939)이다. 당시 자신의 신념을 좇아 전선으로 떠난 서방 지식인들이 적지 않았다. 민병대로 참전한 영국 출신 소설가 조지 오웰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오웰은 대표작 '1984'에서 전체주의 사회를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하게 그렸다. 뼈대는 러시아 소설가 예브게니 자미아틴의 '우리들'과 닮았다. 전자의 '빅 브라더' '사상경찰' '텔레스크린'은 후자의 '시혜자' '수호자' '유리집'과 같은 역할이다.그런데 케케묵은 책들에서 신기하게도 한국 사회가 오버랩된다. '1984'에서 국민들은 매일 의무적인 '2분 증오'를 통해 가상의 적을 향한 집단 광기를 표출한다. 요즘엔 우파든 좌파든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매일 수천, 수만 개의 댓글로 드러낸다.소설 속 시민들은 정교하게 세뇌되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깊이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정부에 반대하는 사고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능력인 '죄중단', 모순되는 믿음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이중사고', 엉터리 사실을 들이대면서 흑(黑)을 백(白)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습관인 '흑백'을 갖춰야 한다. 어이쿠!소설에서 '당'은 폭력과 기만으로 절대권력을 유지한다. 주인공은 나중에 발표된 수치에 맞게 과거에 만든 기록물을 정정하는 '진리부' 공무원이다. 시쳇말로 '밀어붙이기 입법' '통계 마사지' 논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당'의 슬로건은 더 충격적이다. '과거를 장악하는 자는 미래도 장악한다. 현재를 장악하는 자는 과거도 장악한다'이다. 우리가 현 정부 집권 이후 겪고 있는 '역사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이쯤 되면 권력의 속성은 동서고금 똑같다는 슬픈 결론에 다다른다. 대중은 권력에 굶주린 소수에 이용당할 뿐인, 영원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의 운명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사람이 먼저' 따위 미사여구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독일 학자 로버트 미헬스는 과두제(寡頭制)에는 철칙(Iron Law of Oligarchy)이 있다고 갈파하기도 했다.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몇몇 지도자들이 권력욕으로 인해 개혁이란 원래 목표를 망각한 채 목표 달성의 수단인 지위 유지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계급구조가 변함 없이 이어진다면 누가 권력을 쥐는지는 중요한 게 아닌 셈이다.방역 전문가들은 올가을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경고한다. 더욱이 한반도에는 민주주의인 척하는 전체주의의 망령이 기웃대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20-09-03 06:30:00

[데스크 칼럼]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 정부가 ‘결자해지’하라

[데스크 칼럼]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 정부가 ‘결자해지’하라

이제서야 마각(馬脚)이 드러났다. 당정이 강행하려는 소위 '4대 의료 정책' 중에 의대 정원 확대가 주로 부각된 터라 사실 '공공의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정부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물밑에서 추진 중인 사안이라는 얘기는 들려 왔지만, 학생 선발이며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했다.보건복지부가 25일 팩트 체크 자료를 통해 '공공의대 학생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추천하여 결정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공공의대는 시험 등의 선발 방식이 아닌 추천을 통하여 입학하는 제도라고 설명한 것이다. 더구나 시민단체가 의대생 합격권을 쥐게 되는 정말로 희한한, 결국은 윤미향과 같은 운동권 자식들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가 본질이었던 것이다.국민들은 "복지부는 원래의 '시·도지사 추천'을 '시민단체'로만 바꾸었을 뿐,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입시를 현대판 음서 제도로 만들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의사가 되기 위하여 피땀 어린 노력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것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이 없으면 입학이 좌절되는 방식이 공익의 가면을 쓴 공공의대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복지부는 "시민단체는 예시로 제시한 것"이라며 "학생을 어떻게 선발해야 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봉합에 나섰지만, 그들의 저의는 주워 담을 수 없게 됐다. 공정과 반칙이 자웅동체였던 조국의 딸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젠 공익과 특권을 동의어로 만들려는 저돌적 계획까지 경험할 뻔했다.이러한 공공의대는 여권 내에서 이미 입지가 정해졌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정이 부실로 문을 닫은 옛 서남의대 정원에다 추가로 인원을 늘려 전북 남원으로 결정했고, 이곳 언론은 180석 거대 여당 단독으로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한다. 의사 수 부족을 내세우며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전라권 공공의대를 패키지로 끼워 넣은 듯하다. 답은 정해진 마당에 의료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경북에서 공공의대 유치 특위를 구성하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짠하게 느껴진다.이러한 맥락에서 당정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대 정원 확대도 절차적으로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공공의대 등과 묶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 일방적 통보로 제시했다. '선거용 호재'로 정치적 판단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그 누구도 대화에 낀 적이 없다고 한다.왜곡된 의료 수가와 기피 과를 전공하면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이 의료 불균형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인데, 이 부위에 메스를 들지 않고 의대 정원을 확대해 해결하겠다는 오진(誤診) 처방을 내렸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고 버스 운전사를 늘리는 격이다.의·정은 몇 차례의 대화에서도 물러섬이 없었고, 대통령도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해 최악의 행로로 치닫고 있다. 파업에 나선 전공의·전임의에게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나선 의대생에겐 원칙대로 응시 취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라고 외치다가, 이젠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화살을 돌린다.신뢰를 먼저 차 버린 쪽은 정부다. 의사도 국민인 만큼 그들의 절박함을 살펴 부족함이 있었던 부분은 담대하게 인정하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2020-08-26 16:44:25

[데스크 칼럼] 미스터리 하우스

[데스크 칼럼] 미스터리 하우스

"9명 전원이 1주택자입니다. 8명은 원래 1주택자였고, 한 분은 증여받은 부동산을 한 채 더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6일 처분 완료했습니다."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차관급 인사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다. '부동산을 못 잡으면 끝장'이라고 보는 청와대는 차관급이든 누구든, 문재인 정부 공직자 인선에서는 '1가구 1주택'을 최우선 검증 잣대로 삼는 것 같았다.18일 서울 창덕여중을 방문, 전국의 오래된 학교를 디지털과 친환경 기반 첨단 학교로 전환하는 '그린 스마트' 계획 진전 상황을 둘러본 문 대통령도 이 학교 안영석 교사가 "혹시 대통령님은 미래에 대해서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라고 묻자 "네, 지금 제일 현안인 미래의 부동산에 대해서…"라고 답했다.문 대통령의 답변이 경직된 대통령 현장 방문 행사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언사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이 부동산과 맞닿아 있고, 뭔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그러나 고민의 흔적만 엿보일 뿐 고민의 결과물이 과연 도출되고 있는 것인지, 물음표가 더 많다. 정책의 컨트롤타워 청와대가 "무조건 1가구 1주택"이라는 웅변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지금 경기도에서 전세로 사는데 무리해서라도 서울 시내로 들어와 집을 사야 할 것 같아요. '집값 잡는다'는 정부·여당은 믿을 수 없어요. 임대차 3법이 나왔는데 임대차 시장에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전세 물건이 아예 사라지고,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 건수까지 늘면서 풍선효과마저 생겼어요. 전세 사는 사람들의 불안감은 상상하기 힘든 정도예요." 최근 만난 서울의 언론계 한 후배는 "선배 같으면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물어왔다.대구경북을 비롯해 수도권 이외의 국민들은 또 다른 불만을 터뜨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침체로 내모는 심각한 불균형 정책이라는 것이다.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연거푸 '헛방망이질'을 하면서 '23타수 무안타'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급기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수석비서관 5명이 지난 7일 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 표명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 실장은 유임됐고, 수석비서관들만 바뀌는 선에서 인적 쇄신은 끝났다."노 실장의 유임은 상당히 위험한 신호죠. 국민들에게 이 정부가 잘했다는 것인지, 잘못했으니 이제는 잘하겠다는 것인지,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장이 정부 정책을 '억제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죠. 더욱이 경제를 정말 잘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실물경제까지 잘 안다는 노 실장을 대통령의 1번 참모로 앉힌 것인데 부동산이라는 경제 정책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내지 못한 상황에서 또 유임을 시킨다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금 지지율 하락세는 바로 그 국민적 불신의 증거입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최근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정책에 대한 불신은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잡는 법인데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에서 '인사만사'(人事萬事)를 실천하지 못했고, '심기일전'(心機一轉)도 놓쳤다는 것이다.블루하우스(BH)라는 별칭을 가진 청와대는 역대 정권 모두에서 임기 말로 갈수록 미스터리 하우스가 되어갔다. 하우스(House) 문제에 집중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똑같은 전철을 밟으면서 국민의 신뢰 획득에 실패하고 있다고 이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마저 걱정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미스터리가 계속되고 있다.

2020-08-19 14:57:48

[데스크 칼럼] 고고학자가 꿈인 소녀

[데스크 칼럼] 고고학자가 꿈인 소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옛날이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학교 관계자의 학교 자랑을 들었다. 중국 전역에서 이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도전하지만 입학은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고 했다. 각 성(省)마다 베이징대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의 제한이 있어서, 아무리 성적이 우수해도 지방 학생들의 입학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세월은 흘렀지만 요즘도 비슷할 것이다. 매년 대입 시험을 보는 1천만 명에 가까운 중국 수험생 중 단 4천여 명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베이징대학교이다. 중국 고등학생들에겐 '꿈의 대학'이다.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톱30를 지키는 명문이며, 중국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의 산실이다.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중국의 가오카오(高考) 결과가 지난주 나오면서 갖가지 화제가 만발했다. 그중에서 중팡룽(鍾芳蓉)이라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가 단연 중국인들의 이목을 끌었다.후난(湖南)성 레이양(耒陽)시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팡룽은 가오카오에서 후난성 18만5천 명 수험생 중 문과 4등을 차지했다. 팡룽의 성적이 발표되자 학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집을 찾아가 축제를 벌이는 등 축하 세례를 퍼부었다. 팡룽의 집은 가난했고, 부모님들은 딸의 학비를 벌기 위해 멀리 광둥성까지 가서 일하며 딸을 거의 돌보지도 못했다. 팡룽은 초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했다.팡룽의 이야기가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열심히 공부한 덕에 '개천에서 용 난' 성공담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며 축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팡룽의 다음 선택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팡룽은 베이징대학교 고고학과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고고학과라는 곳이 돈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비인기 학과이기 때문이다. 놀란 네티즌들이 탄식했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베이징대학교에 가면서 왜 그런 전공을…"이라 하는가 하면, "취업할 때는 울게 된다"고도 했다. "졸업 후 돈 많이 벌어 그동안 고생한 부모님을 돕지는 못할망정…"이라고 혀를 찬 어른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팡룽이 자신의 뜻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팡룽의 부모님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며 딸을 옹호했다.이 젊은이에게는 자신의 인생 행로를 맡길 확고부동한 나침판이 있었다. 그의 멘토는 판진스(樊錦時)라는 82세의 여성 고고학자였다. 판진스는 베이징대학교를 나와 둔황연구소에서 40여 년을 근무한 과학자로, 중국 고고학계에서는 '둔황의 딸'로 불린다고 한다. 팡룽은 그의 삶을 좇아 돈 대신 꿈을 선택한 것이었다.그의 당당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땅에도 팡룽처럼 자신만의 꿈과 용기를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의 바람이 아닌 나만의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닌 '나'로 중심을 잡는 청년들이.하지만 현실에선 N포세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꿈도 희망도 잃은 채 절망하는 우리 젊은이들만 보이는 것 같다. 꿈을 향한 용기와 의지 대신 돈과 집값, 취업난에 울어야 하는 젊은이들이다. 중팡룽 같은 건강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8월 12일은 세계청년의날이었다.

2020-08-12 18:23:01

[데스크 칼럼]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

[데스크 칼럼]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

얼마 전 인생 사진 하나 건지려는 욕심에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를 찾았다. 한적한 어촌이 나 같은 아재조차 아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건 해식동굴(海蝕洞窟)인 '용굴' 덕분이다. 날씨 좋은 날에는 촬영 차례를 기다리는 줄까지 늘어서곤 한다.해병대 작전지역이라 일몰 이후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이곳은 2015년 개방됐다. 다행히 산책로가 최근 갖춰져 둘러보기에 불편하지도 않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바닷가 비경인 양남면 주상절리와 함께 둘러보면 여름휴가지로 제격이다.무엇보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문무대왕릉과 마찬가지로 용에 얽힌 전설이 감동이다. 옥황상제가 승천을 허락했는데도 네 마리 용은 굴에 남아 왜구로부터 나라와 마을을 지켰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때는 주민들의 피난처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알다시피 문무대왕은 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호국대룡(護國大龍)을 자처해 바다 가운데 바위에 묻혔다. 또 아들 신문왕이 용을 만났다는 이견대, 용이 드나드는 용혈(龍穴)이 있는 감은사, 용이 줬다는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의 주인공이다.하지만 그가 이룬 삼국 통일은 외세 도움을 받은 데다 만주 영토 상실이라는 한계 탓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적지 않다. 골품제를 유지하고, 수도를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라 전체를 '배타적 보수성'이란 단어로 폄훼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일본인 연구자들이 골품제를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견줘 이해한 까닭에 빚어진 과도한 결론이다.그럼에도 자칫 이번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면 그런 비아냥이 또 나왔을 것이란 생각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신라의 뿌리인 대구경북을 넘어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일을 일부의 이기심으로 그르쳤다는 손가락질이 쏟아졌을 테다. '달팽이 뿔 위에서 영토 싸움을 벌이다 수만 명이 죽었다'는 장자(莊子)의 와각지쟁(蝸角之爭) 고사처럼 부질없는 싸움만 일삼는 동네로 비쳐졌을 게다.천신만고 끝에 첫발은 내디뎠지만 통합신공항이 지역의 모든 근심을 사라지게 할 만파식적은 결코 아니다. 솔직히 일부 지주와 건설업체의 배만 불려 주는 최악의 결정이었다는 후대의 평가가 나올까 봐 두렵기조차 하다. 우여곡절 끝에 개항하더라도 다른 국내외 공항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지금 꿈꾸는 장밋빛 미래는 현실이 될 것이다.오히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지나온 고비보다 훨씬 험한 여정일 수도 있다. 국비 확보, 각종 SOC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숱한 '님비'(Not in my backyard)와 '핌피'(Please in my frontyard) 갈등이 표출될지 모른다. 이미 공항 이전지 일대에는 부동산 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대구경북이 동해의 용처럼 힘차게 비상할 계기가 될 통합신공항은 2028년 개항 예정이다. 현재 대구공항 자리는 그 이후에 개발되니 대구 시민들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하려면 앞으로 10년은 지나야 한다. 하지만 소금밭 영종도에 지은 공항을 기반으로 한 인천의 발전을 보노라면 불평·불만보다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란 라틴어 명구(名句)도 있지 않은가. 로마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의 표현처럼 우리가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 '희망 고문'이란 시쳇말도 유행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백 배 천 배 낫다.

2020-08-06 06:00:00

[데스크칼럼] 부동산 정책 불신, 文 정부 레임덕 분수령 될까

[데스크칼럼] 부동산 정책 불신, 文 정부 레임덕 분수령 될까

베네수엘라는 남아메리카 북부 카리브해에 접한 인구 2천800만 명의 나라다. 세계 5위 석유 산출량을 자랑하며, 2000년 이후 석유 호경기 때 미국에 막대한 석유를 팔아 윤택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안이한 경제정책에 2015년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차베스 전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다 경제 폭망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조사에 따르면 2013~2019년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은 70% 감소했고, 작년 6월 기준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3천500%에 달한다. 하루 3.2달러(약 3천800원) 미만 소득으로 생활하는 가구 비율이 75.8%에 달할 정도의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그런 베네수엘라가 국내 온라인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한-베네수엘라 경제협력센터가 2013년 발행했다고 하는 보고서의 발췌본이 그것이다. 과거 베네수엘라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시장에 가져왔나가 요점이다.간략히 보면 ▷주택 임대료를 9년간 동결하고 ▷주택 분양 시 물가지수 반영을 금지했으며 ▷정부가 직접 주택 개발을 통제하고 ▷세입자 임의 퇴거 금지법을 실시하자, 오히려 임대주택 품귀 현상,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이 글은 우리 정부의 부동산 대책, 특히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추진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며 최근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와 같은 제도는 다른 선진국에서 널리 운용된다는 점, 또 베네수엘라와 우리가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너무도 다르기에 임대차 3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꼭 나쁜 전철을 밟으리란 법은 없다.그러나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실제 임대차 3법이 속도를 내자 서울 등에선 전세 보증금을 큰 폭으로 올리거나,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집권 4년 차를 맞은 정부와 여당은 집값 잡기에 '총력전' '속도전'을 불사하고 있다. 12·16, 6·17, 7·10 등 숨 가쁘게 규제책을 발표하더니, 의석수를 앞세워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집값을 꼭 잡겠다는 외침에도 시장은 엇나가는 모습이다.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초조함에 '패닉 바잉'이 불어닥쳤다. 올 상반기 서울 거주자가 전국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량은 3만1천890건으로 역대 최대치다. 대구의 1~6월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도 2만324건으로 전년 대비 65.3% 늘었다. 6·17 이후 한 달간 수성구 거래 건수는 70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3포인트(p) 오른 125p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가파른 오름세다.한마디로 정부 정책이 신뢰를 못 얻고 있다. 비규제 지역을 찾아 집값 풍선효과가 들불처럼 번졌다. 섣불리 그린벨트 해제 운운했다가 대통령이 나서 번복했고, 여당 인사의 행정수도 이전 방침 말 한마디에 세종시 땅값이 치솟고 있다. '집값이 11% 올랐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대답은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규제에 대한 내성을 키운 건 다름 아닌 정부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부동산 정의'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다만 분명한 점은 시장경제는 '선의'가 아니라 '이기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좌우될 뿐이다.서울에선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2주째 열렸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부동산 대책의 성패가 레임덕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2020-07-29 16:37:55

[데스크칼럼] 만시지탄(晩時之歎)

[데스크칼럼] 만시지탄(晩時之歎)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작은 연못이라는 노래의 1절 가사다. 1970년대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불렀다. 슬프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떠올릴 때마다 경각심을 준다. 이 노래가 나온 당시 배경과 상황은 특정돼 있지만 '서로 싸우다 공멸한다'는 교훈은 섬뜩하리만큼 강력하다.군위와 의성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를 둘러싸고 3년 넘게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2017년 2월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이후 이들의 싸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대구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지난 3일 군위 우보 단독후보지에 대해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의성 비안과 군위 소보 공동후보지에 대해선 결정을 유예했다. 이달 31일까지 군위가 소보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유예기간 내 유치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공동후보지도 자동으로 '부적합'으로 결정된다.통합신공항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대구와 경북, 나아가 일부 시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군위 설득을 위해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가 군위에 살다시피 하는가 하면 대구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제3후보지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대구 시민의 여론도 달라졌다. 군위나 의성보다 더 가까운 경북의 시군이 있음에도, 시간상, 거리상, 이동 수단상 더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절차를 존중하고 공존을 위해 목소리를 자제해 왔지만 더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대구와 인접한 경북의 다른 시군도 통합신공항 유치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군위와 의성의 공동후보지 최종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31일이면 그 결과에 따라 통합신공항은 완전히 새로운 양상과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통합신공항은 군위, 의성의 생존, 나아가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대역사인 만큼 결코 무산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안타깝게도 이제 군위와 의성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한쪽만 이기고 다른 한쪽은 지는 일도 없다. 함께 가느냐 마느냐뿐이다. 오월동주는 아니지만 둘 다 살아남기 위해선 함께 강을 건너야 한다.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군위 설득 방안의 하나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도 거론되고 있다. 분란과 승패의 싹을 잘라 없애고 공동의 생존을 위해 창원과 마산의 사례처럼 군위와 의성을 '공항시(군)' 등의 이름으로 행정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공항 유치에 지난 4년 모든 걸 쏟아붓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눈앞에서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군민들이 받아들일 허탈감과 파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도 사라지게 된다. 혹여라도 이 때문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라도 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책임과 원망이 쏟아질 수도 있다.최근 검찰총장의 수사권·지휘권 논란 때 만시지탄이란 사자성어가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때늦은 한탄이란 뜻이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만시지탄하지 않기를, 슬픈 작은 연못이 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2020-07-22 16:04:58

[데스크 칼럼] 지역 백년대계 보름 남았다

[데스크 칼럼] 지역 백년대계 보름 남았다

예상대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공세가 시작됐다. 약속이나 한 듯 부울경 지역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는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백지화'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부산일보는 최근 국방 당국이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김해신공항안에 대해 탄약고 이전 문제 등을 들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국무총리실 재검증위원회에 전달했다는 기사를 톱뉴스로 내놨다. 총리실의 검증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관계 부처들이 잇달아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비토'(거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해설도 달았다.이 신문은 다음 날에도 공항 기사를 1면에 실었다. 국토부의 최종안에 나타난 김해신공항 확장 사업비가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비를 넘어섰다는 게 골자다. 국토부의 잠정 최종안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의 총사업비는 7조6천600여억원이 들어 가덕도신공항 사업비 7조5천억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얼마 전 만난 부산시 한 고위 공무원도 곧 발표될 총리실의 검증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이 공무원은 수순대로 잘 가고 있고, 방점은 2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찍힐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별개의 문제인데, 굳이 가덕도신공항 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가 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많은 지역민들도 "가덕도신공항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우리 공항만 잘 지으면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군위와 의성이 3년이 넘도록 서로 으르렁대지만 않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판관 포청천' 역할을 기대했던 경상북도와 신공항 이전을 기획한 대구시가 일만 제대로 잘했어도 신경 쓸 필요 없는 남의 얘기였을 것이다.가덕도신공항이 신경 쓰이는 이유는 개항 시기다. 열 보는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멈춰선 반면, 가덕도신공항은 날개를 달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부산에 정통한 한 지역 인사에 따르면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과 김해공항을 고급 노선과 저비용항공사(LCC) '투트랙'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로 생기는 가덕도신공항은 미주, 유럽 노선을 적극 유치하고, 김해공항에 남는 군사공항은 LCC를 통해 동남아 등지에 비행기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전투기가 주력인 대구공항(K2)과 달리 김해공항의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은 수송기가 대부분이다. 1주일에 많아도 활주로를 쓰는 횟수가 서너 번이다. 결국 남는 활주로를 LCC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개항 시기가 가덕도신공항보다 늦어질 경우 통합신공항은 수도권론자들이 주장하는 진짜 '고추 말리는 지방공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국방부가 공동후보지(의성 비안·군위 소보)에 대해서 군위군과 의성군 간 합의를 해오라고 한 데드라인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안에 지역사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통합신공항 건설은 물 건너간다. 일부에선 재선정 절차에 바로 돌입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정권에서 그리 도와줄 것 같지가 않다. 또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만 끌 게 불을 보듯 뻔하다.통합신공항 건설은 대구경북 대전환의 마중물이 될 핵심 현안이다. 국방부와 대구시, 경북도, 의성군은 군위군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당근과 명분을 찾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도 합의안 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통합신공항 이전 시계가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2020-07-15 17:11:09

[데스크 칼럼] 박능후 장관은 왜 대구경북 깎아내리나

[데스크 칼럼] 박능후 장관은 왜 대구경북 깎아내리나

경남 김해 대창초등학교를 다니던 노무현 어린이는 어느 날 친구들과 싸우고 무릎을 다쳤다. 억울해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약을 발라 주며 "무현아, 너는 크게 될 아이란다. 싸우지 말고 항상 큰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다독였다. 뒷날 대통령이 되어 은사의 아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당신 아버지 덕분에 내가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드님을 불렀다. 감사하다"고 전했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예전 공동 집필자로 참여한 저서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에서 밝힌 부친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그는 이러한 인연으로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 싱크탱크 멤버로 활동했다.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던 그는 복지 공약을 총괄했고, 2017년 현 정부 1기 내각에 화려하게 입성했다.복지 분야 전문가인 그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의 주무 장관으로서 보여준 언사(言辭)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장관이 맞나 싶었다. 초기 국내 확산에 대해 "중국에서 온 한국인이 더 문제"라고 했고, 마스크 등 의료 물품 부족 사태를 놓고 "자신들이 재고를 넉넉하게 쌓아두고 싶어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는 등 '망언 시리즈'는 국민들을 허탈에 빠트렸다.특히 코로나19 피해 중심지인 대구경북에서 시민들과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면서 극복한 노력과 희생을 깎아내렸다. 밖으로는 'K방역'이라 자랑하면서 대구의 땀과 눈물을 외면했다.지난달 17일 21대 국회 첫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박 장관은 "시설이 잘 갖춰진 (대구의) 상급종합병원들은 협조가 늦었다"면서 "암 환자라든지 다른 중증 환자를 다뤄야 하는 그런 역할도 있지만 보다 시급한 감염병 환자를 받는 데는 주저를 했다"고 주장했다.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빠진 그들끼리의 상임위에서 대구경북을 골칫덩이로 여겼다. 그는 "의원님도 잘 알다시피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환자들 대다수는 다른 지역에서 치료를 했다. 수도권에서 다 치료를 했다"면서 "수도권에서 그 환자를 치료한 의사나 간호사들은 왜 자기 수당을 안 주느냐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편을 갈랐다.장관이 누구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코로나 확진자 6천906명(6월 말 기준) 중 대구 이외 지역 병원으로 이송한 환자는 1천101명이었다. 그중 수도권 병원 치료자는 78명에 그쳤다. 경북의 경우도 확진자 1천347명 중 대구경북을 벗어난 병원에서 치료한 환자는 140명이었다.여기에 한 술 더 얹어 박 장관은 코로나 대응 부실 책임을 물어 교육부장관에게 경북대병원을 감사하라고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부 직원이 경북대병원에 전화를 걸어와 진위를 묻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도맡고 전국 첫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한 병원에 대해 감사할 사안은 물론 아니었다.장관의 다분히 의도적인 '대구 깎아내리기'에 대해서 지역 병원들은 억울하고 속상해도 반박조차 못 한다. 병상 인가, 각종 공모 사업, 예산 등을 쥐고 있는 정부에 감히 대들 생각을 할 수 없다. 겨우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박능후 장관에게 상급종합병원의 협조가 지연됐다고 판단한 근거를 입증하는 정보 공개를 요청했을 뿐이다.코로나19 사태가 숙지지 않고 재확산 불똥이 어디든 튈 수 있다. 자칫 '코로나 재란(再亂)'이 일어난다면 이전처럼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헌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장은 덕망을 잃었다. 상처받은 국민과 의료인이 너무나 많다.

2020-07-08 17:15:19

[데스크칼럼]  ‘안팔불태’(안 팔리면 불태운다)

[데스크칼럼] ‘안팔불태’(안 팔리면 불태운다)

지난달 26일 대구연극제가 열리는 대구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의 한 소극장을 찾았다. 대구연극제는 코로나19로 3개월이나 늦춰 열렸다. 이번 연극제에는 이송희레퍼터리의 '환타스틱 패밀리', 극단 처용의 '떠돌이 소', 극단 한울림의 '맛있는 새, 닭' 등 세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첫날 개막 공연을 한 소극장은 사전 예약과 관람석 띄어 앉기로 관객들을 맞았다. 이날 선보인 '환타스틱 패밀리'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배우들은 오랜만의 무대가 설렌 듯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관객들도 배우들의 연기에 공감을 나타내며 즐거운 표정이었다.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극단 20개가 극장 12개를 운영한다. 대구연극제로 모처럼 활기가 도는 모습이었지만, 연극계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극 단체와 배우들에게 지난 5개월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중단된 탓이다. 배우들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아니어서 정부 초기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 지원도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이 나왔다.다른 예술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시와 공연이 모두 취소돼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해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들이 부지기수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가려 지원 대상에서도 소외돼 이중고에 시달린다. 정부는 공연예술업종을 관광·여행업과 함께 특별고용유지업종으로 분류해 개인당 300만원의 창작준비금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인 활동 증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생활 안정 자금이나 각종 공모 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대구문화재단이 예술인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예술인 활동을 증명하는 게 어렵고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불만이 많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업종 종사자가 7천 명에 이르지만, 지원받은 사람이 적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정부 지원책이 겉도는데도 아랑곳없이 현장에선 활기가 돌고, 예술인들의 투혼이 느껴진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은 2일부터 5일까지 작가미술장터인 '수창아트페어 2020 안팔불태' 행사를 연다. '안팔불태'가 무슨 뜻일까 생각하다가 의미를 알고 나서 헛웃음이 났다. '안 팔리면 불태운다'의 줄임말이었다. 작가의 삶이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불태우겠다는 절박함을 담고 기획됐다고 한다. 설마 안 팔린다고 불태울까 싶지마는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작품을 불태우지 않도록 완판을 하자'는 의지도 담고 있다. 60여 명의 작가가 3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작가들의 자신감과 좌절감, 안타까움, 희망, 의지가 복합적으로 담긴 행사다.그동안 연기되거나 취소됐던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있는 소극장들은 혼신의 힘으로 연극을 준비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 구·군에 있는 문화공간에서도 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예술계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관객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혼자라도 좋다.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연극, 공연, 전시 행사를 찾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장과 전시장의 표를 사는 일은 지역 예술인들을 돕고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작가미술장터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주머니를 털어 구입해 자신의 집 거실에 걸어 두는 것도 의미 있다. 작가 60명의 작품 300여 점이 '안팔불태'가 아니라 '완판'되기를 기원한다.

2020-07-01 17:30:32

[데스크칼럼] 나타난 청중, 돌아온 청중

[데스크칼럼] 나타난 청중, 돌아온 청중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보노라면 안쓰럽다. 힘차게 던지고, 달리는 억대 연봉의 프로야구 선수들 뒤에 텅 빈 관중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프로야구는 다음 달 10일을 목표로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도 관중 없이 치르는 날이 많아지면 위기라는 말이 나오건만, 하물며 관중이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프로경기 스탠드가 비어 있다면 앙꼬 없는 찐빵의 허탈함, 그 이상일 터.프로야구에서도 관중 입장 허용 목소리가 커지고, 공연장·영화관도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빗장이 조금씩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중·청중·관객의 귀환이다.코로나19로 잠시 사라졌던 이들의 재집결 조짐을 보면 막말·독설에다, 우리 쪽으로 삐라 1천200만 장을 날려 보내 '기분 더러운 꼴을 보여 주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북한이 떠오른다. 신문·잡지·라디오·TV는 물론,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신흥 미디어까지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삐라'로 겁을 주겠다니, 그들의 화려한 험담 솜씨를 빌려 본다면 삶은 소대가리도 크게 웃을 노릇이다.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더니, 3대 세습의 수령 체제, 강철대오를 자랑하던 지구상 유일의 무소불위 공포정권도 인민이 배고프면 당할 재간이 없고, 인민의 마음을 되돌려낼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진리를 우리는 요즘 목격하고 있다. 가설을 넘어 이론으로 이미 정립돼 있는 '청중 비용'(audience cost)이다.우상화를 통해 수령을 신격화한 북한은 청중에게 돌려줄 비용을 전혀 계상하지 않는 청중 비용 0의 나라였다. 수령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 주든, 청중인 인민은 묵언수행하는 존재였고 수령의 헛발질에조차 찬사를 보내야 하는 박수 제조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불러온 국경 봉쇄는 자급자족의 지상낙원 지위를 이미 오래전에 잃어 버린 북한을 극심한 위기 상황으로 밀어넣었고, '이밥에 고깃국의 꿈'을 상실한 인민을 각성시켰다. 바야흐로 북한에도 이제 청중이 나타난(emerging) 것이다.청중에게 돌려줘야 할 비용이 생겼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김정은 체제는 24일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매체를 총동원해 우리 쪽으로 계산서를 내미는 중이다. 옥류관 주방장을 보니 이미 오래전에 소화됐을 옥류관 냉면값까지 계산서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를 적으로 돌려세우며 삐라 날리기를 통해 총화단결의 나라로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청중 비용을 0으로 재수렴시키려는 북한의 선전선동 전술이다.문재인 정부 간판이었던 대북 유화 정책의 결과물을 목도(目睹)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 2018년 지방선거 때 '위장 평화 회담'이라고 비판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은 "선거 사흘 전 막말을 했다며 이를 사과하라고 해서 부산까지 가서 시민들에게 사과의 큰절을 했다.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국민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어도 영구히 속일 수는 없다"고 했다.'촛불'을 앞세워 거칠 것이 없었던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여 동안 청중 비용 고지서를 생각이나 했던 것일까? 북한 비핵화는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난 대북 유화 정책에서는 물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 당시는 마치 무관중 경기를 벌이는 듯했다.북한에 청중이 이제야 나타났다면, 촛불 정부 앞에서 형해화(形骸化)했던 우리나라 청중도 대북 유화 정책의 실체를 보면서 이제 돌아오고 있다. 청중 비용을 정산해야 할 결제의 시간도 다가왔는지 모른다.

2020-06-24 14:50:02

[데스크칼럼] ‘초록이’ 치매

[데스크칼럼] ‘초록이’ 치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늘 이렇게 기도하셨다. "주여, 이대로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하소서." 외할머니는 결국 그 소원을 이루셨다. 저녁 식사를 잘 마치고 잠자리에 드신 후 조용히 소천하셨다. 친할머니는 그러지 못하셨다. 치매에 걸려 몇 년간이나 어머니를 힘들게 하다 떠나셨다. 친할머니도 당신이 건강할 땐 입버릇처럼 되뇌셨다. "자는 결에 살모~시 가야 할 낀데…."요즘 어르신들은 이렇게 소원한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느니 차라리 암을 주시어 저를 데려가소서." 그동안 가장 무서운 질병 중의 하나는 암이었다. 암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몸을 덮치고 마지막에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생명을 빼앗아 간다. 그런데 이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다고 한다.누구에게나 한 번은 마지막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그 순간을 맞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복이 아닐 수 없다. 오복의 마지막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이다. 요즘 말로는 '구구팔팔이삼사'라 할까.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하는 것도 '곱고 깨끗하게 죽고 싶은' 소망 때문이리라. 주위에서 치매 환자를 겪었거나 목격한 사람이라면 "정말 이것만은…"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도 기억에서 사라진다. 수년간 이어지는 간병에 가족들도 지쳐 버린다. 승자와 패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싸움인데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그런 죽음이 어르신들은 가장 싫고 무섭다고 한다.노년 세대에 치매 예방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노인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치매 강좌가 열리면 만원을 이룬다고 한다. 유료 강좌도 여기저기 풍년이다. 관련 기관이나 단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그런 곳에 어르신들이 모인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체조를 하고 운동을 한다.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치매는 예방이 현재로서는 최선이기 때문이다.우리 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했다. 전국 지자체마다 치매안심센터를 개설해 조기 진단과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60세 이상이 되면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문제는 치매가 반드시 노인들에게만 오는 건 아니라는 거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 환자도 약 7만 명으로 전체의 10%나 된다고 한다. 40, 50대 젊은 나이에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초로기 치매는 환자 비중이 10%지만 사회적 손실이나 부담은 노년 치매에 못지않다. 사회적 활동이 가장 왕성할 시기에 덮치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아직 어리고, 열심히 일할 나이의 배우자는 환자 간병을 하기 위해 삶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간병 대책이나 사회적 안전망 자체가 노년층에 비해서는 부족하다.이 연령층은 예방을 위한 활동에서도 살짝 비껴나 있다. 우리나라도 치매 예방 활동의 타깃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 무료 검진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 봤으면 한다. 이들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고 관련 지원도 늘려야 한다.치매 공부를 하고 있는 한 지인은 이 초로기 치매를 '초록이 치매'라고 스스로 작명했다고 한다. 한창 푸르름을 자랑해야 할 '초록'의 계절에 찾아온 치매라는 뜻이란다. 40, 50대 젊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면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2020-06-17 18:09:40

[데스크 칼럼] 대구놀이

[데스크 칼럼] 대구놀이

또 대구다. 이번엔 이용수 할머니다. 대구와 연결될 게 없는 거 같은데도 엮였다. 정의기억연대 및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한 기자회견 이후부터다.대구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순간 본질, 핵심은 흐려지고 진영, 이념 싸움으로 변질된다. 대구 비하 발언 등 비난과 비방이 쏟아진다. 그런데 주로 온라인상이라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다. 일일이 맞대응할 수도 없고, 대구 기질상 맞설 전투력도 약하다. 늘 그렇듯 '대구놀이'가 시작되면 게임은 끝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위안부 할머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 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차 없이 대구 프레임이 씌워졌다. "어쩐지 기자회견을 대구에서 하더라" "참 대구스럽다" "대구가 대구했다" "대구 할매" 등 지역 비하·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할머니가 사는 곳이 대구고, 기자회견을 대구에서 했을 뿐인데 말이다. 대구 역시 어김없이 훼손됐다.이 할머니는 힘이 없는 국가 탓에 꽃다운 나이에 일본제국주의의 군홧발에 짓밟힌 우리의 자화상이자 자존심이다. 청춘은 도륙당했고, 평생 치욕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유는 하나. 조국이 지켜주지 못해서다.일제 치하에서 벗어났지만 지금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일본도 아닌 이 땅의 아들 딸, 손자 손녀 같은 이들로부터 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조롱을 당했지만 할머니 개인이 감당해야 했다. 여기에다 지역 프레임까지 더해졌다.일제강점기 때 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던 그 국가는 이번에도 힘이 없었다. 한 달 동안 보고만 있었다. 뭐라고 한마디 할 만한데도 침묵했다. 지난달 7일 이용수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후 할머니에 대한 비방이 시작된 뒤 한 달 만인 지난 8일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라고 했을 뿐이다.이 할머니가 대구에 사신다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단연코 없다. 대구 또한 마찬가지다. 힘없는 나라 탓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고도 위축되지 않고 평생을 위안부 활동가로 당당하게 살아오신 분이 대구에 계신 것은 자랑할 일이다. 대구 역시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 등 항일투쟁에 앞장선 자랑스러운 도시로 이 할머니에게 힘이 되는 곳이지 비아냥의 대상이 아니다.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 시민은 코로나는 물론 '대구 코로나'라는 조롱과도 싸워야 했다. 특정 종교로 인한 감염 확산인데도 욕은 대구가 먹어야 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그냥 맞았다. 지난 총선 직후엔 졸지에 일본의 한 도시가 될 뻔도 했다. 총선 결과를 두고 '독립해 일본 가라'는 말도 안 되는 막말까지 들었다.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인데도 대구에서만 터지면 '고담'이 됐다.과도한 인신공격과 비방을 견디다 못한 할머니 측은 사실과 다른 도 넘은 비난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대구에 대한 근거 없는 명예훼손과 비방이 계속된다면 대구도 지역의 이름으로 집단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대구 비방에는 정치적 이유, 현대사적 이유, 기질적 이유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더 이상도 아니다. '대구놀이', 이젠 그만할 때가 됐다.

2020-06-10 16:32:43

[데스크칼럼] 코로나19와 경제 양극화

[데스크칼럼] 코로나19와 경제 양극화

코로나19 시국에 몇몇 '줄 서기'가 화제가 됐다. 3일 오픈한 신세계 재고 면세품 온라인몰에 15만 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명품들을 백화점 정상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사이트 신규 회원은 이달 들어 10배 이상 증가했다.지난달엔 명품 브랜드 샤넬 재테크를 위한 행렬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이어졌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싸게(?) 샤넬 백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서울 백화점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긴 줄을 이뤘다. '10억 로또'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의 한 아파트 줍줍 현장은 미계약분 3가구 모집에 26만 명이 몰려 8만대 1 이상을 기록했다. 가구당 최소 분양가가 17억원임을 감안하면 수억원대 계약금 마련이 가능한 이들이다.내 돈으로 명품 사는 데 남 눈치 볼 일 없고, 시세 차익을 노린 줍줍 아파트 열기는 지역에서도 낯선 일이 아니다.하지만 씁쓸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대구 남구의 한 주민센터 앞을 지나다 건물 밖 의자에 줄지어 앉은 수십 명의 어르신들을 봤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상품권으로 받으려고 주민센터 문도 열리기 전에 아침부터 저렇게 줄을 섰으리라. 수십만원의 지원금은 생계와 직결되는 돈일 것이다.경제위기가 깊어질수록 경제 격차는 더 표면화하고 박탈감을 자극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자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고 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코로나19 타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통계청의 올해 1분기 소득 10분위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만 작년 같은 분기보다 소득이 3.6% 줄었다. 전체 소득 중 근로소득이 약 30%나 감소했다. 임시직, 비정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 계층은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 하위 10% 저소득층과 상위 10%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는 6배 넘게 벌어졌다.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만4천 명(0.5%)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는 37만9천 명(2.4%) 감소했다. 숙박·음식업 종사자, 도·소매업 등 서비스 업종에서 감원이 대량 발생했다.경제위기 때마다 양극화는 심화됐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최상위 계층 20%의 소득을 최하위 계층 20%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외환위기 전인 1997년에 3.8배였으나, 1998년 4.55배,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88배, 2009년 4.97배로 커졌다고 한다.오늘(3일) 정부가 35조3천억원짜리 3차 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약 23조원의 적자 국채로 마련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배정된 돈은 1조원도 채 안 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책에서마저 지방은 뒷전인가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일례로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또한 수도권 공장 부지를 우선으로 한 현 정부 아닌가.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서 빈부 격차나 양극화 심화 등 국민 삶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양극화는 가계, 기업의 일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수도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지방을 위한 재원 배분이 절실하다. 지방이 빨리 회복해야 우리 경제 전체의 회복 체감도가 높아진다.

2020-06-03 16:26:44

[데스크칼럼] 대구 국제경기 유치에 세금을 낼 용의가 있나요?

[데스크칼럼] 대구 국제경기 유치에 세금을 낼 용의가 있나요?

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축구가 이달 초 개막했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국민에게 답답함을 없애고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물론 삼성라이온즈나 대구FC의 최근 경기를 보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말이다.승패나 순위가 중요한 프로경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올림픽·월드컵·세계선수권도 마찬가지다. 밤잠을 설쳐 응원했는데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지거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오히려 아마추어 경기가 편하고 즐거울 때가 있다. 육상 등 같은 종목의 대회라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많고 노익장을 과시하는 남녀 선수들도 있다.개인적으로 대구시에서 공을 들이는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를 기다리는 이유기도 하다. 대구는 2017년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어 더 그렇다.다행히 대구가 유치신청을 낸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가 지난 2월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국제행사 승인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의뢰에 따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경제성 분석과 국제성·공익성 등 정책적 분석을 위해 타당성조사 용역을 7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타당성조사를 토대로 8월에 개최 예정인 기획재정부의 국제행사심사위원회 심의 의결로 국고 지원 여부가 확정된다. 국제행사로 승인되면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으로 14억여원의 국비 지원은 물론 대회 위상과 지역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본 대회 유치에 도움이 된다. 정부 승인을 얻은 국제대회가 본 대회 유치에 실패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안정적인 재원과 정부 지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구시도 내심 정부 승인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이 같은 대구시의 바람과 달리 최근 지역 체육계에서는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문조사가 전국 1천500~2천 명을 대상으로 내달 말까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시·도별 지역 인구 비례에 따라 대구는 최대 90여 명밖에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긍정 답변이 원천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셈이다.설문조사 내용은 충격적일 정도다. '2024 대회 유치를 위한 세금을 추가로 1회 낼 용의가 있는가?' '추가적인 세금을 내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이란 질문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 지원금까지 받았던 국민 입장에서 대구의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유를 물어 '확인'까지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예 대구 유치를 반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국제행사 난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최근 정부가 '국제행사 타당성조사' 강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불안을 키우고 있다.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서둘러 설문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제도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 먼저 대회 유치를 원하는 '해당 지역'이 설문조사 대상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촉구해야 한다. 또 사업 시행의 필요성·특수성 등 국가 정책적 판단의 반영을 강화하도록 요구해야 한다.아무쪼록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가 정부 승인 국제행사로 대구에서 열려 코로나19에 맞서 세계를 놀라게 한 '대구의 저력'을 다시 한번 펼칠 수 있었으면 한다.

2020-05-27 16:33:22

[데스크칼럼] 슬기로운 야당생활!

[데스크칼럼] 슬기로운 야당생활!

지난 15일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대구경북의 미래통합당, 무소속, 비례대표 당선인 26명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당선을 축하하고 상생과 지역 발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로 귀결된 지난 총선 결과 때문이다.행사 시작부터 당선이라는 샴페인을 터트리기보다 왜 보수 야당이 이렇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쏟아졌다.이를 두고 한 중진 당선인은 "추상같은 꾸짖음으로 들렸다"고 했다. "'이번엔 보수를 위해 울면서 미래통합당을 찍었지만, 이런 식이면 2년 뒤, 4년 뒤엔 떠나겠다'는 유권자를 만났다"며 솔직히 고백하는 당선인들도 있었다.총선 직후 통합당 한 국회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의 보수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나왔다.발제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야당이란 건 이미 심판받은 상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심판 대상은 권력을 가진 여당이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 심판론이란 게 나왔고, 거기에 국민 절반이 공감했다. 이건 야당이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강 교수는 1979년 이후 18년 만에 권력을 잡는 데 성공한 영국 노동당과 통합당을 비교했다. 1979년의 노동당과 지금의 통합당이 비슷하다는 것이다.1900년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며 만들어진 노동당은 1920년대에 자유당을 제치고 양대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70년대까지 보수당과 정권을 주고받던 노동당은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에 패배한 뒤 선거에서 연달아 져서 만년 야당이 됐다.오랜 야당 생활과 내분으로 지쳐 있던 1994년 당권을 장악한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은 '새 노동당'(New Labor)이라는 기치 아래 노동당의 상징이던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를 폐지하는 등 당을 완전히 개조했다. 그리고 3년 뒤 총선에서 '새로운 영국'(New Britain)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압승했다.이런 성공적 변신의 배후에는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주창한 기든스 교수가 있었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서려는 이념적 노력을 통해 노동당은 핵심 지지 세력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영국 중도층'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강 교수는 1900년대 후반 절치부심과 환골탈태를 이뤄냈던 영국 노동당의 경험을 통합당에 제시한 것이다.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한 보수 인사는 "2년 뒤 대선에선 상황이 확 바뀔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정당 득표율만 따지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33.3%,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33.8%로 비슷하다는 근거를 내세웠다.그는 또 "대선 때까지 경제는 더 어려워질 테고, 번듯한 대선 후보를 내세우면 돌아선 20~50세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냥 웃고 넘겼지만, 진보·좌파가 지난 20년간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 어떤 혁신과 몸부림을 쳤는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는 말로 들렸다.통합당 당선인들이 혹여 이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2년 뒤는 물론 4년 뒤 또 '추상같은 꾸짖음'을 들을지도 모른다.지금 보수 우파 정치 세력에 필요한 것은 '세대교체 논란'이나 '지역·정서의 갈등'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가슴속에 뿌리 깊이 박힌 '비호감'을 떨쳐 내느냐이다.

2020-05-20 15:40:56

[데스크칼럼] 코로나19 이후 ‘보수 부활’의 조건

[데스크칼럼] 코로나19 이후 ‘보수 부활’의 조건

지난주 미래통합당 정당 지지도가 26.1%로 창당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의 지지도 역시 그 전주보다 13.2%포인트나 폭락한 30.5%를 나타냈다.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이다. 중요한 것은 추세이다. 4·15 총선 이후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은 그들을 지지해 준 국민들에게조차 엄청난 실망감을 주고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총선 참패의 원흉들이 반성과 자숙은커녕 '진영 논리'와 '패거리 정치'에 기대어 제 살길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에 보수 시민들은 더 큰 절망과 좌절을 느낀다. 문재인 정권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 정당이 제 스스로 폭망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분석이기도 하다.선거 부정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전 투표에 등장한 삼립빵 박스' '중국인 개표인' '중국 화웨이 사전 투표 장비설' '선거 관리 서버 임대 업체에 대한 의혹' 등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주장이 우파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비상식적이고, 그 실체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그러나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은 선거 관리 과정의 문제이지 부정선거의 직접적 증거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선관위와 검찰·법원은 괜히 의혹만 부풀게 하지 말고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조치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근거 있는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외면해 버린다면 부정선거 의혹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2018년 울산시장 부정선거 혐의로 당시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필자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가 보수 폭망의 근본 원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부정선거 의혹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보수는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고 본다. 사실 이제 더 이상 '고도성장을 일군 산업화 시대 패러다임'에 갇힌 시대착오적인 보수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우리의 과거 경험과는 철저히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다시 곧추세우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을 갖추어야만 보수가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지금 좌파는 퍼주기식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으로 기업과 국민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좀먹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는 '탈세계화' '거대 정부 부상' '포퓰리즘'에 잘 편승해 인기를 높이고 장기 집권의 실익도 챙길 수 있는 전략이긴 하지만, 결국 우리 국민과 국가를 그리스·베네수엘라 같은 처참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 명약관화하다.그렇다고 과거의 성장 제일주의, 성장 만능주의가 지금도 유효한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을 지키고 '경제하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는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을 대규모로 양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이 청년, 저연봉, 단순 서비스,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듯하지만, 좌파 정책의 최종 부담과 희생 역시 이들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이다. 너무나 불공평한 세상은 좌파에 의해 더욱 불공평해질 전망이다. 지금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인권'을 소외계층에게까지 확대해 그들을 품어 안을 새로운 국가 비전과 전략이다. 사회 소외계층을 '정부 보조금 노예'가 아니라 '자유시민'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2020-05-13 09:30:25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