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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정권의 표독·집요함

[야고부] 정권의 표독·집요함

"이 정권이 들어서서 지금까지 우리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준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강화하고 사유화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못 할 것이 없다는 표독함과 집요함이다." 전국 377개 대학 전·현직 대학교수 6천여 명이 참여한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발표한 성명서 일부다.코로나 대재앙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국민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확실하게 체험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 재론하는 것은 입만 아프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권의 표독함과 집요함이다.지난주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관련 뉴스 3건은 정권의 표독함과 집요함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민주당은 요식 행위에 불과한 당원 투표를 거쳐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이해찬 대표는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 대폭 확대를 주저하자 경제부총리 해임을 들먹였다. 조국 사태 당시 소신 발언을 했던 금태섭 의원은 경선에서 떨어진 반면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 관련자들은 금배지에 도전하게 됐다. 4월 총선 승리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못 할 것이 없다는 정권의 표독함과 집요함이 표출된 사건들이다.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권이 더 표독해지고 집요해진 것은 위기의식 탓이다.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을 약국·우체국 앞에 줄을 서게 만들고 주가 폭락 등 경제를 망친 정권을 향해 국민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정권 입장에서 보면 총선 승리를 노릴 호재(好材)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국민 사기극' '후안무치' 등 비난을 감수하면서 국회의원 몇 석 더 얻겠다고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것도 정권이 위기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복심(腹心)인 양정철 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이 "원내 1당이 돼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밝힐 정도다.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문빠'를 총동원해 정권은 총선에서 이기려고 표독·집요해지는데 미래통합당은 공천 헛발질만 하고 있다. 총선 다음 날인 4월 16일 이 나라가 어떤 아침을 맞을지 걱정이다.

2020-03-15 20:08:46

[야고부] 의료붕괴론

[야고부] 의료붕괴론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사태에서 '신천지' 문제는 우리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반면 정치적 판단으로 느닷없이 한국·중국에 입국 제한 카드를 꺼낸 일본은 초기 대응 실패와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어떻게든 숨기려는 움직임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아베 정권이 처음부터 부실 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일본의 후진적인 방역 능력도 문제이지만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어차피 치료약도 없고 최소한의 PCR검사로 기존 독감 수준에서 적당히 넘기면 된다는 계산이다. 결국 현실 도피다.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 '의료붕괴론'이다. 한국과 이탈리아처럼 대규모 검사를 진행하다 의료 자원이 소진돼 의료붕괴 상황에 이르면 곤란하다는 것인데 정작 국제사회의 시각은 자칫 일본처럼 사태를 방치하다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데 초점이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아베 정권은 '의료붕괴=지옥'이라는 표현을 동원해가며 상황 관리에 급급하다. 일선 병원에는 검사를 자제하고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키라는 안내문이 등장할 정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그제 100만 명분의 진단키트 무상 제공 의사를 밝혔다가 '의료붕괴론'을 굳게 믿는 국민 여론에 2시간 만에 철회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일본 의료계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의료붕괴 주장이 100% 틀린 말은 아니다. 하루 1만 건이 넘는 PCR검사 능력을 가진 한국과 달리 일본은 법적·제도적 장치는 물론 인력과 장비 모든 면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다. 한국처럼 선별진료소 설치 등 긴급방역시스템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대규모 검사는 애초 불가능하다. 결국 의도적인 조작과 은폐의 문제라기보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그동안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은 "한국의 PCR검사 능력은 뛰어나지만 엉터리"라며 계속 깎아내리는 대신 "일본은 능력이 있어도 하지 않는다"며 '정신 승리'에 빠져 있다. 손정의 회장의 제안을 비판하며 "일본인이 얼마나 총명한 국민인지 다시 깨닫게 됐다"와 같은 댓글이 넘쳐나는 이유다.

2020-03-13 19:09:09

[야고부] 빵과 서커스

[야고부] 빵과 서커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때아닌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증유의 감염병으로 사회, 경제, 복지 등이 거의 멈춰서버린 대구경북 지역을 한정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제도는 재산·소득 유무, 노동 여부나 의사와 관계 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정부가 최소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역사상 최초의 기본소득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서로마제국의 '빵과 서커스'(Bread and Circuses)다. 서로마는 시민권자 모두에게 한 달에 30㎏의 밀을 배급하고 검투·전차경주 경기 티켓, 공중목욕탕 입장권 등을 무상 제공했다. 배급받으려는 줄이 하도 길어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사실, '빵과 서커스'는 휴머니즘의 발로라기보다 선심성 정책에 가까웠다. 서로마 황제는 노예와의 일자리 경쟁에서 밀린 로마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두려워 이 정책을 썼다. 공짜로 주어지는 밀 덕분에 노동에서 해방된 로마인들은 목욕탕과 콜로세움을 오가며 시간을 죽였다.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국가 방위도 게르만 용병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국가 시스템은 활기를 잃어갔다. 결국 서로마는 200년 후에 멸망하고 만다.밀 30㎏의 당시 가격은 요즘 돈으로 50만원 정도다. 역사상 그 어떤 제국도 이만한 재정적 소요를 장기간 감당해낼 수 없다. 당시 세계 최강국 로마는 식민지 수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빵과 서커스'는 오늘날 기본소득제에 대한 비판론의 논거로 인용된다. 실제로, 전 세계 어디에도 기본소득제를 전격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기본소득제가 일자리 전쟁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에 밀리는 21세기 인류를 구원할 묘책이 될지, 나라 재정만 거덜내는 망국의 지름길일지 속단하기 힘들다.다만, 지금 대구경북에 도입하자는 '재난형 기본소득제'는 특수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시행하자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궤를 달리한다. 대구경북으로서는 사정이 다급한데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재난형 기본소득 논의에 '기본소득'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오히려 소모적 논란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 재난형 기본소득제가 정쟁으로 변질되거나 말 부조로 끝나서는 안 된다.

2020-03-13 06:30:00

[야고부] 국민이 불쌍하다

[야고부] 국민이 불쌍하다

"지구를 떠나거라" 등의 유행어를 낳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 김병조 씨가 설화(舌禍)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1987년 6월 여당인 민주정의당 전당대회 사회를 보면서 "민정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당, 통일민주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주최 측에서 준 원고를 그대로 읽은 것이었지만 비난의 화살은 김 씨를 향했다. 한학자로 활동하는 김 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일성지화(一星之火)도 능소만경지신(能燒萬頃之薪)이라, 한 점의 불티도 능히 큰 숲을 태운다"고 했다.국민에게 고통(苦痛)을 주고 싶은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선한 얼굴로 취임사에서 언급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였을 것이다. 코로나 대재앙 속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국민에게 행복, 고통 중 무엇을 더 많이 줬나란 명제(命題)를 떠올렸다.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누리고 있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당하고 있나.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나름 노력하고 있고 일부 성과를 거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들을 보면 고통을 느끼는 국민이 갈수록 늘었고 그 강도가 세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이 먼저 고통의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졌다. 탈원전으로 직장·미래를 잃어 고통을 당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조국 사태와 검찰 탄압으로 국민 대다수가 평등, 공정, 정의가 시궁창에 처박히는 현실에 고통을 겪었다.코로나 사태는 국민 고통지수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신종 플루, 메르스 때도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마스크 하나 구하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경제 활동 마비로 생사기로에 처한 참담한 현실에 국민 고통은 하늘에 닿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인가"란 자괴감에 국민은 더욱 고통스럽다.국민을 더 극심한 고통으로 밀어 넣는 것은 정권의 뻔뻔함이다. 반성은 하지 않고 우기기·덮어씌우기·자랑하기 일색이다. 국민 고통은 외면한 채 총선 승리와 정권 연장에만 목을 맬 뿐이다. '국민이 불쌍하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2020-03-12 06:30:00

[야고부] 누굴 위한 공천(貢薦)인가

[야고부] 누굴 위한 공천(貢薦)인가

"수양대군(세조)은…역적이고…인면수심이다…박팽년 등 육신(六臣)의 가족을 모두 죽였다…박팽년 집의 유모가 유아를 숨겨…그 후손이 대구군 계동에 산다…내가 경상북도 관찰사 재임 때에 박팽년 후손 박해령(朴海齡)을 칠곡군수로 채용…옛 일을 추모 슬퍼하얏다."친일파 박중양의 일기 '술회' 속의 내용이다. 충신의 후손을 챙긴 일은 좋으나 박해령은 마침내 박중양처럼 친일파로 대구에 오점을 남겼다. 대구를 더럽힌 인물이 어디 이들 뿐이랴. 다만 그들은 한국을 '영원히, 완전히' 삼킬 일제의 도구였다.특히 일제는 한국인 재산 증식을 막았고, 교육 기회를 뺏고 말과 글도 앗았다. 대신 친일파, 밀정, 앞잡이를 길렀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견제, 감시, 누르는데 쓸 목적에서다. 결국 한국이 다시 못 일어나게 하는 데는 사람의 싹을 자름이 최고였다.이런 현상은 지금도 여전하다. 미래통합당의 4월 총선 밑 대구경북의 공천 결과도 그렇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영남의 남쪽 사람을 앞세워 영남 북쪽 사람의 싹을 잘라 북쪽 앞날을 막고자 하니 말이다. 그러니 흔히 부정적 뜻의 접두사 '개'자를 붙여도 그럴 만하다.물론 이런 막장 공천 칼춤은 처음이 아니다. 앞선 사례도 있다. 권력자의 친위대, 박수부대, 거수용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리꽂아 '작대기 선거' 소리도 나온 까닭이다. 특정 정파에 몰표였으니 경쟁력 갖춘 지도자도, 미래도 없었고 대구경북은 늘 주머니 속 공깃돌 신세였다.그런 속에 혜택을 누린 인물이 한둘인가. 그러나 그들 중 대구경북이 온갖 욕을 다 먹어도 "내 고향은 그런 곳이 아니다"며 온몸으로 나선 이 있었던가. 대구경북이 초토화되는 코로나19에도 공관위 주변만 맴돌았지 전국을 돌며 "밉더라도 내 고향을 도와달라"고 누가 그랬던가.이번 짓거리에 '공정 경쟁'을 외치며 이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고 결기를 보인 적이 있는가. 그저 표정 관리이고, 운명을 남의 손아귀에 떠밀었으니 주는 대로 먹을 만하다. 마침 칼춤을 춘 위원장도 경상도 말로 '구캐'(진흙) 같은 데서 논 탓에 대구경북의 인물 생리를 잘 아니 말랑하게 볼 수밖에. 당 대표에게 조공처럼 바치는 공천(貢薦) 작태에도 몰표면 4년 뒤 공천 모습은 이미 본 셈이다.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가엾다.

2020-03-11 06:30:00

[야고부] 대구 품격의 딜레마

[야고부] 대구 품격의 딜레마

전염병 공포가 뒤덮고 있는 대구는 황량하지만 혼란스럽지 않다. 아비규환을 예상하며 찾아온 외신 기자의 눈에 비친 대구는 절제된 모습이었다. 지레 겁을 먹고 들른 외지인의 시야에 들어온 대구는 동면하듯 조용히 숨 쉬는 도시였다. 눈에 띄는 일탈도 없고 타인에 대한 민폐도 없다. 일상이 정지된 듯, 휴업 상태인 듯하지만 모든 게 평소의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줄서기는 있어도 사재기는 없었다. 이기적인 불평과 불만보다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위로가 많다. 전염병 대란 속에서도 의연한 대구를 들여다보고 바깥 사람들은 '대구의 품격'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그런 평가에 관심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은인자중하며 살아갈 뿐이다. 옛 선비들은 경상도인의 이런 인품과 기개를 두고 태산교악(泰山喬嶽)이라 표현하기도 했다.대구는 일제의 경제 침탈에 맞서 국채보상운동의 첫 횃불을 들어올린 곳이다. 반세기에 걸친 항일투쟁에서 가장 격정적으로 저항하고 가장 오랫동안 항거하며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곳이 대구경북이다. 1950년대 고립무원의 분지에서 낙동강 전선을 온몸으로 사수하며, 전쟁이 헤집어 놓은 폐허의 언저리에서도 수많은 피란민들을 껴안았다. 전란의 여파와 가난의 질곡 속에서도 낭만과 인정을 저버리지 않았다. 2·28민주운동의 산실이요, 한국 경제 성장의 전진기지였다.그런 대구가 지금 홍역을 앓고 있다. 미증유의 전염병에 쓰러지고 악랄한 중상모략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 코로나' '대구 봉쇄' '대구 신천지' '대구 사태' '투표 업보' '미통당 손절' 등등 방역 실패보다 더 쓰라린 염장 지르기가 횡행하고 있다.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폄하와 왜곡, 비하와 모욕의 망언과 망발을 서슴지 않으며 상처 난 가슴을 다시 뒤집는 그들은 누구인가.울분을 드러낼 수도 없다. 속울음만 삼킬 수도 없다. 품격이란 단어에 갇혀 있자니 속에 천불이 난다. 품격이 흩트러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마타도어가 더 난무할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선택마저 딜레마이다. 오만하고 무능한 정권이 초래한 전염병 대란과 정신적 환란을 스스로 위무하고 채찍질하며 유장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2020-03-10 06:30:00

[야고부] 영화 '코로나'

[야고부] 영화 '코로나'

봉준호 감독에게는 유감이 없다는 것을 밝히면서 그의 영화들 제목을 따와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게 되지 싶다. '기생충'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 국민, '괴물'이 된 문재인 정권을 보며 '탄핵(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다.외환 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처럼 코로나 대재앙 역시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질지 모를 일이다. 전염병을 다룬 영화로 '컨테이젼' '감기'가 있지만 코로나 사태 와중에 영화보다 더 기가 막히고 참담한 일들이 벌어진 탓에 후일 영화 '코로나'가 개봉될 개연성이 높다.영화 '코로나'가 만들어지면 두 신(scene)은 꼭 들어갈 게 틀림없다. 하나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하는 모습과 코로나로 환자가 사망하는 모습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마스크를 구하려 장사진을 이룬 사람들의 행렬, 그 속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들을 담은 장면이다.코로나 대재앙을 불러온 지도자들의 어리석고 잘못된 판단, 책임 회피,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언행들도 영화에 담길 것이다.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아 재앙을 불러온 대통령,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긴 장관, 특정지역 봉쇄를 들먹인 국회의원, 코로나로 절망에 빠진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을 공격한 '어용' 작가, "너희가 선거를 잘못해서 겪는 것"이라는 '문프' 지지 작가도 영화에 나올 것이다. 집단 감염 사태를 불러온 특정 종교와 그 수장도 빠질 수 없다.하지만 이들은 영화 '코로나'의 조연이나 단역에 불과할 뿐이다. 주인공은 따로 있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간호사, 혼신을 바쳐 일하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물심양면으로 코로나 극복에 성원을 보낸 사람들, 자발적 자가 격리 등 예방 수칙을 지키며 확산을 막아낸 국민이 주인공이다. '컨테이젼'과 '감기' 두 영화는 치료제 발견을 통한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다.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이 괴롭고 참담하지만 두 영화처럼 하루빨리 해피엔딩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0-03-06 20:07:38

[야고부] 저들보다 모진 그들

[야고부] 저들보다 모진 그들

"마치 세상의 지옥인 듯하다."(1919년 9월 9일, 매일신보)이상하다. 또 너무나 닮은꼴이다. 괴질(怪疾)의 참혹함이. 100년의 간격을 두고 한국을 뒤덮은, 이름만 다른 두 전염병을 두고 펼쳐지는 모양새의 얄궂은 분위기도 그렇다. 1919년과 1920년에 걸쳐 4만1천220명의 환자 발생에 2만2천654명이 숨진 그때는 쥣(鼠)병 또는 호열자(虎列刺)로도 불린 콜레라였고, 2020년 지금은 환자와 희생자가 계속 생기는 코로나19라는 몹쓸 질병이다.무엇보다 책임 전가다. 1919년 콜레라는 동남아를 거친 중국 쪽, 이듬해는 일본에서 흘러들었다. 그러나 일제는 이를 막지 못한 채 한국인의 비위생적 생활과 습관 등을 탓했다. 게다가 일본인 위주인 상하수도 보급, 방역, 의료 혜택 등 식민정책(일본인 환자 436명, 사망 0명)으로 전염병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한국인이 사실상 따르기 힘든 청결 유지, 의사 진단 등 대처를 주문했다.특히 일제는 1920년 급히 영화까지 제작, 위생적 생활을 외쳤으나 또 다른 책임 회피와 전가였다. 영화에서 깨끗한 집과 더러운 가정을 비교, 불결한 집의 전염병은 당연함을 보여주며 은연 중 인구 80%의 가난하고 못 배운 한국인의 비위생적 삶의 호열자 피해는 마땅하다는 논리였다. 한국인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기 딱 알맞은 영화였다. 당시 갓 창간한 동아일보가 비판할 만했다.오늘 나라 꼴을 보자. 제정신인가. 코로나19가 중국발(發)인 데도 대구경북이 진원지처럼 모는 기막힌 현실이. 나라의 전파·확산 방지 실패로 5일 현재 확진 6천88명, 사망 41명에 이르고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확진 5천187명과 사망 40명) 발생에 관료, 유시민 전 장관, 홍익표 전 민주당 수석대변인, 공지영 작가 등이 '대구경북=코로나'로 때리기 나선 행태가 말이다.일제는 한국인을 탓했지만 최대 환자·사망자가 나온 황해도·전남도 등 어느 곳을 매도하지 않았다. 지금은 저들보다 더하니 무슨 까닭인가. 착한 국민 성원과 지원, 격려로 겨우 버티며 맞은 봄이지만 대구경북의 봄은 이미 뺏긴 셈이다. 이러니 그들이 중국 우한 코로나19 전염병보다 어찌 더 겁나고 두렵지 않겠는가. 나라 안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이리도 모질게 헤집는 그들은 누구인가. 슬프고도 참담한 봄이다.

2020-03-06 06:30:00

[야고부] 봄은 오는가

[야고부] 봄은 오는가

노자(老子)는 '대음희성'(大音希聲)이라고 했다.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봄이 오는 소리는 너무도 위대한데 자연에서 멀어진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봄의 소리는 정녕 시구나 노랫말에나 나오는 문학적인 표현에 불과한 것인가. 그래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법도 한데, 올봄은 그 같은 치기(稚氣)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이 판국에 무슨 봄 타령인가.가족이 보름째 칩거 생활 중이다. 인근 마트에 물건 사러 가는 것은 물론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는 것조차 두렵다.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못내 께끄름하다. 기침 소리라도 나면 호흡을 멈추고 저만치 비켜서야 한다. 친한 벗들과 막걸리 한잔 나눌 수 없고, 그럴 만한 대폿집도 모두 문을 닫아버렸다. 유학생인 아들은 방학을 맞아 일찌감치 북경(北京)을 잘 벗어났다고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개학을 하더라도 중국에서 대구 출신을 받아줄지 걱정이 태산이다. 아예 재택근무에 돌입한 채 삼시 세 끼 음식해대느라 손에 물이 마를 겨를이 없는 아내의 남은 관심사는 오로지 마스크 구입이다. 비록 오후 한나절이지만, 마감을 위해 신문사를 오가며 콧바람을 쐬는 내가 어쩌면 집안에서 가장 요주의 인물이다. 드나들 때마다 마스크를 끼고 손을 씻지만 불안감은 숙지지 않는다.출퇴근길 바깥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인적이 드문 썰렁한 거리와 문 닫힌 가게들을 보면 가슴이 황량해진다. 창궐하는 전염병 바이러스와 나날이 늘어나는 확진자들, 방역 현장에서 감염이나 과로로 쓰러지는 의료진과 공무원들, 혹세무민으로 감염 확산을 부추겨온 종교집단, 시종일관 뒷북 정책과 영혼 없는 언행도 모자라 시민들 가슴에 생채기나 덧내는 집권 세력과 그 주변 무리들….이 황망한 시절에 산기슭마다 피어나는 화사한 꽃망울인들 눈에 들어오겠는가. 육십 평생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봄이다. 오늘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대구 시민들은 아직도 겨울 속에 갇혀 있다. 이 어두운 터널에도 출구가 있을까. 마스크를 벗을 날이 올까. 다시 봄비가 내리고 서러운 풀빛이 짙어올 것이다. 오는 봄조차 빼앗겼는데 가는 봄은 또 얼마나 느꺼울지….

2020-03-05 06:30:00

[야고부] 대통령의 '희망고문'

[야고부] 대통령의 '희망고문'

영화 '타짜'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화투판에서 사람 바보로 만드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희망. 그 안에 인생이 있죠. 일장춘몽." 지금은 계속 잃고 있지만 '다음 판에는 꼭 터질 거야'라는 '희망 고문'의 심리를 표현한 대사다. '희망 고문'은 한때는 가수 겸 기획자 박진영이 1999년 수필집 '미안해'에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원조는 19세기 프랑스 작가 빌리에 드 릴아당의 단편소설 '희망이란 이름의 고문'이다.고리대금업을 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힌 유대교 랍비가 탈출구를 찾아내고 마침내 탈옥에 성공했으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종교재판소 소장에게 잡히고 만다는 내용이다. 그 순간을 릴아당은 이렇게 묘사한다. "이 운명적인 저녁의 매 순간이 다 예정된 고문이었다. '희망이란 이름의 고문'."희망 고문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죽음으로 이끌기도 한다. 베트남 전쟁 때 포로가 돼 8년간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었으나 끝내 살아남은 미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의 경험은 이를 잘 말해준다.포로수용소 동료 중 쉽게 풀려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꼭 살아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사람은 살아남은 반면 '크리스마스 때는 풀려날 거야' '이번 부활절에는 풀려날 거야' '추수감사절에는 꼭 그럴 거야'라며 근거 없는 희망에 매달린 사람이 가장 먼저 죽었다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막연한 희망에만 기대를 걸었다가 더 큰 실패를 초래한다'는 의미의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의 유래다.우한 코로나 국내 확산이 통제 불능 상황인 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對)국민 희망 고문은 멈출 줄 모른다. 문 대통령은 2일 국군대전병원을 방문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 비하면 투명하게 모든 정보가 국민에게 공개되고 있는 것은 좋아진 점"이라며 "감염병 대응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했다.행간을 읽자면 그 의미는 '우한 코로나는 곧 잡힐 것'쯤 될 듯하다. 논리적으로 그렇다. 굉장히 높아진 전염병 대응 수준의 논리적 귀결은 우한 코로나 퇴치일 것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지난달 13일 발언과 다르지 않다. 국민은 우한 코로나에 시달리고 대통령의 희망 고문에도 시달리고 있다.

2020-03-04 06:30:00

[야고부] '사회적 거리' 두기

[야고부] '사회적 거리' 두기

미국 경찰아카데미 범죄심리학 교재에 범행을 자백 받으려면 용의자와 최대한 가까이 앉으라는 내용이 있다. 심문자와 피심문자 사이에 테이블이 놓일 경우 자백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상대에게 편안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 자기 방어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통상 사람이 낯선 상대와 대면할 때 유지하는 간격은 1m 20㎝ 안팎이다. 이를 '중간(개인적) 거리'라고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좁은 '밀접 거리' 즉 45㎝ 이내에서 서로의 무릎이 닿을 정도가 되면 용의자는 그만큼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진실을 말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1959년 저서 '침묵의 언어'에서 '인간의 역사는 타인으로부터 공간을 탈취하고 외부인으로부터 그것을 방어하려는 노력의 기록이다'고 주장했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근접학'(Proxemics) 이론을 처음 제시했는데 미국 중산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개인 간 거리 의식을 토대로 각 나라·문화권마다 거리 의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관찰해 평균 모델을 제시했다.그는 후속 저서 '숨겨진 차원'(1966년)에서는 사람이 대화할 때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45㎝ 이내의 아주 가까운 거리를 '친근(밀접) 거리', 45~120㎝ 안팎의 일반적 대화 간격을 '개인적 거리'로 불렀다. 또 회의나 낯선 사람과의 대화 시 유지하는 1.2~4m 간격을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연설과 강의 등에서의 4m 이상 거리를 '공적 거리'로 분류했다.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정부가 재택근무나 근무시간 유연제, 모임 제한 등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이 코로나19 유행의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부득이 사람을 만나더라도 2m 이상 거리를 둘 것을 당부했다.그제 서로 마주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식사하는 대구시교육청 구내식당 상황을 담은 보도 사진도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다. 손 씻기·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도 중요하지만 밀접 접촉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발적 격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행동 요령이다.

2020-03-02 19:44:58

[야고부] 고장난 문 타령, 어쩌나

[야고부] 고장난 문 타령, 어쩌나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대구 남산동 도심에 천주교대구대교구 성직자 묘역이 있다. 천주교 순례자 발길이 이어지는 이곳을 드나들 때 입구 출입문 두 벽돌 기둥에 새겨진 'HODIE MIHI', 'CRAS TIBI'라는 낯선 라틴어 글씨의 뜻을 알면 옷깃을 여미곤 한다.낯선 글귀가 새겨진 이곳 문의 안팎은 다른 세계이다. 안과 밖이 이처럼 구분된 쇠문도 있지만 다른 문도 있다. 절집 특유의 일주문(一柱門) 또는 불이문(不二門)이란 문이다. 뜻하는 바처럼 승속(僧俗)이 따로 없고, 하나이다 보니 문짝 역시도 없어 드나듦이 자유롭다.세상은 이런 문으로 가득하다. 특히 세속의 문은 실용적 목적으로 짠 장치다. 오를 수 없는 높은 성벽도 작은 문 하나면 성 안과 밖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 문의 안이냐, 밖이냐에 따라 '나'와 '남'이 되고, 유행가 가사처럼 '님'과 '남'이 되기도 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도 다르지 않다. 국경이란 문이 생긴 까닭이고, 지금껏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리라.지금 중국발 '코로나19' 괴질(怪疾)로, 특히 대구경북은 잇따라 아까운 목숨을 잃는 참담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문을 한결 연 우리에게 되레 다른 나라는 앞다퉈 문을 걸어 잠그니 '문 타령'은 저절로다. 그 수도 갈수록 늘지만 우리는 요지부동이니 속내를 알 수 없다.1일 현재 20명의 사망자 중 19명이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지금도 죽음과의 싸움이니 또 나올 헛된 희생자가 두렵다. 이번 괴질로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기 바란 내일'인 오늘을 사는 우리는 혹 '내일은 나에게'라는 재앙이 닥칠까 두려워 문 타령은 더욱 그럴 만하다.게다가 대구경북에선 쏟아진 환자로 미처 병실을 구하지 못해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바람에 산 목숨까지 잃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지경인데 대구경북 환자를 받기는커녕 나라 안의 문은 더 굳게 닫히는, 한 번도 없던 사태마저 겪는 나라 꼴이 그저 암담하다.이러니 3·1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위로가 공허할 뿐이다. 닫히지 않는 창문을 둔 채 무더운 여름과 찬바람 부는 겨울, 아무리 모기를 잡고 이불을 덮는들 무슨 소용이랴. 고장 난 문부터 제때 고치거나 바꿔야 할 터인데 말이다.

2020-03-02 06:30:00

[야고부] 낭만닥터

[야고부] 낭만닥터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TV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공간적인 배경부터가 도시의 거대병원이 아닌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이었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이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의사로서 그리고 한 인격체로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을 가슴 뭉클하게 그렸다. 드라마의 주요 성공 비결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닥터 김사부의 낭만적 캐릭터이다.괴짜이면서도 천재적인 외과의사 김사부를 중심으로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의사들이 '진짜 닥터'가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자본과 권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오직 환자의 생명을 중시하는 의사로서의 소명의식 그리고 사람다움의 가치를 존중하는 인간미가 시청자들이 가슴에 와닿은 것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낭만닥터'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증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조선시대 대표적인 낭만닥터는 '동의보감'을 집필한 명의 허준이 아닐까. 드라마 속의 허준은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위로해주는 의원이었다. 혼란한 시대를 살면서 의원으로서의 소신과 사명감을 버리지 않았던 허준의 파란만장한 역정에 '낭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허준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의녀(醫女) 대장금 이름 앞에도 '낭만'이라는 형용사를 붙여볼 만하다. 초기 한류의 대명사였던 드라마 '대장금'에서 주인공은 수라간 궁녀에서 왕의 주치의가 되기까지 영욕의 삶을 살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았다. "'코로나19로부터 시민들을 구하자"는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의 호소와 솔선수범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수백 명의 의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여러 개의 조를 나눠 지역거점병원에서 야간 당직을 맡는가 하면, 각 병원과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검사소를 찾아 바이러스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 역할을 하고 있다. 연령층도 다양하고, 여성 의사도 상당수이다. 경북도의사회 자원봉사단도 자신의 병원 문을 닫은 채 23개 시·군 현장으로 달려갔다. 코로나 현장을 누비는 대구경북의 '히포크라테스'. 그대들 또한 자랑스러운 낭만닥터들이다.

2020-02-28 19:48:11

[야고부] '이런 나라는 없었다'

[야고부] '이런 나라는 없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선사할 것을 약속했다. 그 이후 33개월 동안 문 대통령이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바람에 국가는 만신창이가 되고, 국민은 생명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코로나19 대재앙과 관련 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한 사람이 100만 명을 넘었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를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는 청원자 글에 공감한 사람들이 많아서다. 중국에 활짝 문을 열어줘 코로나 창궐을 가져오고, 중국에 마스크를 '진상'한 탓에 우리 국민이 마스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을 초래한 문 대통령을 두고 '중국 대통령'이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우리 대통령이 '중국 대통령'이란 소리를 듣는 것을 국민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리 국민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입국을 배척당하고, '코리아 포비아'란 말을 들은 적도 없었다.국민이 역병(疫病)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오찬을 하고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모습도 국민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등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국민 가슴을 후벼 파는 언사를 하는 장관들, 여당 국회의원들을 문책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국민 생명 보호를 이렇게 안중에 두지 않는 지도자를 국민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조국 사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검찰 대학살,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한·미 동맹 균열, 북한에 대한 굴종, 국정 독주, 세금 퍼주기, 경제성장률 추락, 부동산값 폭등…. 그를 이은 코로나 대재앙까지. 문 대통령은 끝 간데없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안겨줘 국민이 비명을 지르게 했다.더 기가 막힌 것은 국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도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성과라며 자랑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장기 집권과 잘못된 이념에 계속 목을 맬 게 뻔해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더 숱하게 감당해야 할 처지다. 모골이 송연하다.

2020-02-28 06:30:00

[야고부] '코로나의 추억'

[야고부] '코로나의 추억'

봉준호의 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은 오래 여운을 남긴 명장면이다.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 시골의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의 표정과 시선을 클로즈업한 이 장면은 감독의 제작 의도를 압축한 상징 프레임이라는 점에서 압권이다.대체로 중의적 해석으로 이 장면에 접근한다. 하나는 감정적이고 비과학적 수사로 일관하다 좌절하고 경찰 옷을 벗은 두만의 애환을 한 화면에 각인시킨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지적 감독 시점에서 '너'(범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다.'봉 테일'(봉준호 디테일) 별명답게 감독이 영화에 엮어 놓은 극적 장치와 상징 고리 중 두만과 서태윤(김상경)의 성격 대립과 갈등 또한 스토리 전개의 큰 줄기다. 자청해 수사본부에 참여한 서 형사는 육감과 자백 강요 등 폭력적인 수사 방식이 몸에 익은 두만과는 다르다. 작은 단서에서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풀려는 태윤의 캐릭터는 과학과 논리, 사회 변화 등 시대성을 암시한다.그렇지만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이 둘은 그렇게 욕하고 경멸하던 서로의 스타일을 향해 바뀌어나간다. 좌충우돌하던 두만은 차분해지고, 냉정하던 태윤은 반대로 감정적으로 변한다. 이런 변화는 살인사건이라는 극단적 환경과 절박한 상황이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영화 문법이다.코로나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두만과 태윤이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주었듯 한국 사회가 대립하고 갈등 중이다. 확진자가 열흘 가까이 매일 세 자릿수로 늘면서 사태가 미궁인 데도 여야가 갈리고 국민은 패를 이루며 진영 논리가 판을 친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만 바이러스와의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도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논객, 유튜버, 댓글꾼 등 제각각 상황을 해석하고 비판하며 제 생각을 보태느라 여념이 없다. 바이러스나 국가 위기는 뒷전이고 특정 지역을 향해 거칠고 저급한 언어폭력을 동원해 헐뜯고 공격해댄다. 사스·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시간이 흐르면 코로나도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 엔딩처럼 막이 내릴 때 과연 어떤 우리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또 어떤 메시지가 남을지 궁금하다. 가히 '코로나의 추억'이다.

2020-02-27 06:30:00

[야고부] '문재인 폐렴'

[야고부] '문재인 폐렴'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은 21번 염색체가 1개 더 많아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1866년 영국 의사 존 랭던 하이든 다운이 처음으로 그 존재를 발표하면서 '몽골리즘'(Mongolism)이라고 명명했다. 얼굴 모습이 동부 아시아인(Mongolian)을 닮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운은 이 질병이 퇴보한 격세유전의 결과 우수한 백인종이 열등한 동양 인종으로 퇴화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는 가설까지 제시했다.어이없는 인종차별적 병명이었지만, 거의 100년을 버텼다. 1965년 몽골 정부의 요구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명칭을 다운의 이름을 딴 '다운증후군'으로 정하고서야 의학계에서 사라졌다.반대로 당사자의 강력한 요구에도 바뀌지 않는 병명이 있다. '냉방병'으로 불리는 레지오넬라증이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 221명이 감염돼 34명이 사망한 것이 그 유래다. 사망자 대부분이 재향군인(Legionella)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에 재향군인회는 항의했지만,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특정 국가나 인종, 집단을 매도하지 않는 중립적 병명이 창조되는 경우도 있다. Syphilis(매독)가 그렇다.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시인인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가 1530년에 발표한 라틴어 시 '매독 또는 프랑스병'(Syphilis sive morbus gallicus)에서 이 단어를 처음 썼다. syphilis는 그리스어 'sys'(돼지)와 'philos'(사랑)의 합성어로 시의 주인공 이름이다.그러나 매독보다는 '프랑스병'이 더 파급력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매독은 유럽에서 '이탈리아병' '스페인병' '폴란드병' 등 앙숙인 국가들이 서로 매도하는 병명을 갖게 됐다.일부 온라인 매체와 SNS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문재인 코로나' 또는 '문재인 폐렴'으로 부르거나 부르고 싶다며 문재인 정권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수하(手下)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중국 시진핑의 눈치를 보며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것이 국내 감염 확산의 도화선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댕겨진 감염의 불길은 이제 통제 불능 상태이다. '문재인 폐렴' '문재인 코로나'라는 소리가 맹목적 비난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2020-02-26 06:30:00

[야고부] 스파게티 괴물교

[야고부] 스파게티 괴물교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Flying Spaghetti Monster, FSM)교'라는 종교가 있다. 이 종교 신자들은 돌출된 눈 2개 달린 스파게티 뭉치 모양의 신을 믿는다. FSM은 과음 상태에서 의도치 않게 천지를 창조했다. FSM이 4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3일은 숙취로 몸져 누웠기 때문에 이 종교에서는 금요일이 안식일이다. FSM이 '신성한 면발'을 움직여 사람들을 인도하기에 신자들에겐 '면식의 생활화'가 필수다. '그분'에 대한 기도의 마무리는 '아멘'이 아니라 '라멘'(r'Amen)이다.FSM은 미국 오리건주립대 물리학 석사인 바비 헨더슨이 2005년에 창시했다. FSM은 수만 년간 비밀에 감춰져 있었다가 '위대한 예언자' 헨더슨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고 너스레를 떤다. 신자들은 율법이나 종교적 규제에 구속되지 않으며 의식을 지킬 의무가 없다. FSM교는 풍자로 시작했지만 유명세를 타면서 신자들이 늘어나 미국, 네덜란드, 호주, 러시아 등에서 종교로 인정받았으며 한국을 포함해 10여 개 나라에 지부를 두고 있다.FSM 같은 패러디 종교로 '보이지 않는 분홍 유니콘' '서브지니어스교회' '자본주의교'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방송인 유재석을 신으로 받드는(?) '무한재석교' 등이 있다. 이들 패러디 종교들은 허무맹랑하고 황당하지만 논리구조상 기성종교를 코스프레한다. 유머스러울 뿐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다. 교주 신격화, 신도 착취, 재산 헌납 강요, 종말론 같은 특징을 띠며 사회 규범과 곳곳에서 충돌하는 여느 신흥종교들과 구별되는 대목이다.우리나라의 신흥종교단체 중 하나인 신천지교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와중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안 그래도 특유의 폐쇄성과 기성종교에 대한 잠입형 포교 때문에 논란이 많은 단체다. 그런데 이만희 신천지교회 총회장은 21일 내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금번 병마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 '우리는 세상에 속하지 않고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라는 주장을 폈다. 코로나19 집단 전파로 나라를 대혼란에 빠트려 놓고 사과는커녕 대한민국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대놓고 선언한 격 아닌가. 그 억지에 말문이 막힌다.

2020-02-25 06:30:00

[야고부] 코호트 격리

[야고부] 코호트 격리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가 이번 사태 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려졌다.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다. 이는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특정 질환에 함께 노출된 사람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동일 집단' '지지자'의 뜻을 가진 코호트는 사회학에서 같은 특색이나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그룹을 의미한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 군대의 기본 편제인 라틴어 '코호스'(Cohors)에서 파생됐는데 360~800명(통상 500명)으로 구성된 코호스는 오늘날 대대(Battalion) 규모다. 의학에서 코호트는 특정 공간에 있는 특정 질병 감염자나 의료진 모두를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시키고 질병 확산을 막는 것을 말한다.중세 유럽에서는 전염병이 돌면 발병 도시나 지역을 봉쇄하는 방역 전략을 썼다. 특히 14세기 중엽 페스트가 창궐하자 베니스와 제노아, 라구사 등 이태리 항구마다 페스트 유행 지역에서 온 모든 선박의 입항과 하선을 한 달간 금지하고 선상 격리했다. 이 기간이 점차 40일로 늘었는데 영어에서 검역이라는 뜻의 '쿼런틴'(Quarantine)이 된 것이다. 라틴어로 '40'을 뜻하는 '콰드라긴타'(Quadraginta)가 어원이다.보건복지부는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청도 대남병원을 코호트 격리했다. 환자는 물론 병원 내외부 의료진도 함께 병동에 격리됐다. 대구에 왔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 육군 사병의 확진 결과가 나오자 국방부도 22일 소속 부대 전체를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앞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감염자가 대량 발생한 대전 을지대병원과 대청병원 등이 코호트 격리된 사례가 있다.우리 속담에 '병은 알려야 낫는다'고 했다. 주변 사람에게서 유익한 정보를 모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감염병에서도 발병 사실을 외부에 널리 알리면 그만큼 경계의 강도가 커진다. 그런데 병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누구 때문에 병이 커졌느니 입만 살아있다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병은 보지 않고 근거없이 대구경북을 헐뜯는 일부 미디어와 타 지역민의 행태는 몹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나은 게 없다.

2020-02-24 06:30:00

[야고부] 느리게 살기

[야고부] 느리게 살기

지구상에서 한국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나 나라도 없을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한국인은 늘 시간에 쫓기듯 마음이 급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억척스레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기술과 시스템의 빠른 변화는 '앞서가는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이런 현상은 불과 반세기 만에 압축성장한 우리 현대사와 국민 기질 변화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르다 보면 정확성이 떨어지고 느리면 그만큼 뒤처지는 게 이치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드나 명암이 함께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재(財)테크나 시(時)테크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다. 이는 많은 돈과 생산적인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이르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풍요로운 삶을 뒷받침하는 수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동시에 다른 방식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뜻하는데 채우는 것에 쏠려 그 반대의 경우는 눈이 어둡다는 말이다.코로나19 사태가 급반전했다. 지역 감염이 확산하면서 활기차던 인구 250만 명 대도시가 마치 정지화면을 보듯 멈춰서고 정적마저 감돈다. 평소 많은 사람이 오가던 곳은 인적이 거의 끊겼고 붐비던 거리도 한산하다.지난 5일 이후 거의 변동이 없던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자 수가 18일 39명으로 뛰어오르더니 76명, 104명, 156명, 204명으로 계속 치솟고 있다. 발생 지역도 대구경북의 경계를 넘어 경남 제주 전주 충북 등으로 번졌다. 이는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일부 확진자의 동선이 말해주듯 현대인의 분주한 활동과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의 자유를 증명한다. 2014년 1천608만 명이던 한국인 해외여행자 수가 2018년 2천869만 명으로 급증한 것은 실로 놀랍다.바이러스 확산은 인명과 경제적 피해 등 큰 손실을 낳는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서막이자 변화의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울삼아 현재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조금 더 절제하고 조금 더 느릿한 삶, 바이러스에 발이 묶인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2020-02-21 20:28:01

[야고부] 흑사병, 체르노빌, 우한

[야고부] 흑사병, 체르노빌, 우한

대재앙은 사회를 뒤흔들어 놓는다. 종국에는 그 사회를 붕괴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가져온 천연두로 인구가 몰살되면서 멸망한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재앙은 의외의 발전적 변화를 낳기도 한다.유럽 인구 2천500만~3천500만 명이 희생된 흑사병이 그렇다. 중세 장원경제를 붕괴시키고 근대의 문을 연 것이다. 페스트는 농노(農奴)를 격감시켰다. 이에 따라 노동자 임금이 크게 뛰었다. 흑사병이 유행하는 동안 평균임금은 2배 상승한 반면 땅값(지대)은 50% 이상 하락했다.그 결과는 영주들의 줄파산이었다. 이를 막아보려고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흑사병 발생 이전으로 동결하는 법까지 만들었으나 소용없었다. 임금 상승은 이후로도 100년간 더 지속됐다.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도 마찬가지다. 이 사고로 엄청난 인명이 희생됐지만, 강대국 소련의 실체도 함께 폭로됐다. 미국과 함께 2대 슈퍼 파워라는데 알고 보니 비도덕적이고 허약한 국가임이 드러난 것이다.국가보안위원회(KGB)는 1982년과 1984년 3호기와 폭발한 4호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는 기밀에 부쳐진 채 아무런 개선 조치도 없었다. 사고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소련 당국은 4일간이나 '보안'을 유지했다. 그러다 대기 중 방사능 물질 증가에 놀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진상 공개를 촉구하자 마지못해 시인했다. 그런데 그게 기가 막혔다.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결코 위험하지 않다." 그 끝은 소련 붕괴였다. 사고 뒤 '개혁'과 '개방'을 들고 나온 고르바초프는 훗날 "체르노빌이 소련 붕괴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회고했다.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의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흔들릴 조짐이다. 폐렴 확산 초기부터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실상을 은폐·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이에 지식인들이 시진핑 체제의 무능과 비도덕성을 비판하자 이들을 모두 체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이들의 행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SNS상에는 우한 사태를 체르노빌 사고에 빗대며 정부와 공산당에 대한 노골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우한 사태가 공산독재 중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2020-02-2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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