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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달(月)

[야고부] 달(月)

달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은 천체가 또 있을까. 달은 태양과 더불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천체다. 신기하게도 지구에서 바라보는 둘의 크기가 똑같다. 해의 지름이 달보다 400배 크지만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400배 멀어서 생기는 우주적 쇼다.사실, 달은 매년 3~4㎝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먼 옛날 달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으며 앞으로 15억 년 동안 계속 멀어질 것이라고 한다. 해와 달의 크기가 같아 보이는 것은 수십억 년 역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극히 짧은 기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인류는 그 짧은 시간대의 호사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달에는 '바다'도 있다. 물론 진짜 바다가 아니라 달의 평원 지대를 일컫는 용어다. '달의 바다'라는 이름을 지은 인물은 17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다. 케플러는 망원경으로 관측한 달의 어두운 음영을 물이 가득한 바다라고 생각했다. 훗날 달에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바다라는 낭만적 이름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신기하기로는 달 뒷면을 지구에서 볼 수 없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달은 항상 한쪽 얼굴만을 지구에 보여준다.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동주기자전'(同週期自轉)이라고 하는데 태양계 다른 행성 중에도 동주기자전을 하는 위성들이 있다고 하니 불가사의한 일만은 아닌 듯하다.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은 온갖 음모론과 '떡밥'의 산실이 됐다. 달의 뒷면에 나치의 비밀 기지 또는 외계인 기지가 있다느니 하는 따위의 허황된 말들이 인터넷에 넘쳐 난다. 그런 가운데 루나 3호 등 탐사선이 찍은 사진에 의해 달의 뒷모습 실체가 드러났다. 거기에는 운석 및 소행성의 충돌 흔적인 크레이터가 가득했다. 왜 달의 바다 대부분이 앞면에 있으며 뒷면이 크레이터 투성인지는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하기야 모든 비밀이 낱낱이 밝혀지면 재미가 없다. 사실로 파헤쳐진 달보다는 상상력 자극하는 달이 더 매력적이다. 하루 뒤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기상예보에 의하면 올 추석에는 달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예전 같지 않은 추석이지만 휘영청 뜬 보름달을 가족과 함께 보면서 팬데믹 조기 종식을 기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2020-09-30 05:00:00

[야고부] 문민 우위는 절대적?

[야고부] 문민 우위는 절대적?

유틀란트반도 남쪽에 있는 슐레스비히 공국(公國)의 소유권을 놓고 덴마크와 프로이센-오스트리아가 벌인 '제2차 슐레스비히 전쟁'(1864년)은 프로이센에서 최초로 문민(文民) 정치인이 통제권을 행사한 전쟁이었다. 그 정치인은 당시 총리였던 비스마르크로, 자신의 대외정책에 군을 종속시켰다. 군사적 견지가 아닌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어떤 때는 진격 속도를 늦추거나 어떤 때는 무리한 공격을 결정했다.후자의 예가 프로이센의 승리를 결정지었지만, 프로이센군 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뒤펠 요새 공격이었다. 지휘관들은 엄청난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반대했지만, 비스마르크는 듣지 않았다. 덴마크 영토에 대한 침공을 의미하는 이 공격으로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열강이 반발하겠지만 승리하면 이런 외교적 문제는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런 군에 대한 비스마르크의 우위에 군은 반발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단호했다. "군대는 정치 행위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군도 지지 않았다. 전쟁 장관 알브레히트 폰 론은 이렇게 반박했다."어떤 군대도 스스로를 '순수하게' 정치 도구나 외교적인 수술을 위한 의료 도구로 간주하거나 이해한 적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정부가 특히 국민의 무장병력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지금이 그런 상황인데) 정부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군대의 견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하찮은 것이 아니다."('강철왕국 프로이센' 크리스토퍼 클라크)현대 용어로 말하면 '문민 우위' 원칙은 절대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미국 역사학자 새뮤얼 헌팅턴도 인정한다. 저서 '군인과 국가'에서 정치인이 군사 전문능력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 군사적 효율성을 고려한 군의 불복종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군사 전문능력에는 자국민 보호 의지와 이를 실행할 전투력도 포함된다. 당연한 소리다. 그런 의지와 능력이 없는 군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지켜보기만 했던 우리 군의 한심한 모습은 문민 우위 원칙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자아낸다. 군이 '정치 불간섭'을 핑계로 정치 도구로 자진 격하해 국민 보호 의무를 저버린 정치집단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20-09-29 05:00:00

[야고부] ‘김정은 계몽군주?’

[야고부] ‘김정은 계몽군주?’

'계몽군주'는 계몽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정치를 추구하는 군주(君主)를 뜻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꼽힌다. '프리드리히 대왕'으로 칭송받는 그는 '감자대왕'으로도 불린다. 당시 유럽인들은 감자 먹기를 꺼렸다. 감자의 흉한 모습 탓에 먹으면 독이 퍼져 죽는다는 미신이 퍼져 있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국민 앞에서 시식회를 여는 등 감자 보급에 힘을 쏟았다. 그 덕분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프로이센은 흉년 위기를 넘겼다. 그의 묘엔 요즘도 참배객들이 감자를 놓고 간다.프리드리히 대왕이 즉위하고 나서 첫 번째 취한 조치는 가난한 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었다. 혹독한 겨울에 가격이 치솟아 백성이 곤란을 겪자 왕실 곡물창고를 열어 가난한 백성에게 싸게 판매토록 했다. 두 번째 조치는 민간인에 대한 고문 폐지였다. 고문 제도 철폐는 유럽 군주 중 그가 처음이었다.북한군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한 데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로 치켜세워 논란이다. 그는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했다. '계몽군주'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유 이사장의 말도 안 되는 발언에 누리꾼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유가족 앞에서도 그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당신 가족이 이런 죽음을 맞이했어도 계몽군주라 말할 텐가" "21세기에 계몽군주 나왔다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저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건가?"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렇게 김정은을 칭송하고 싶으면 계몽군주 밑에 가서 사시라"는 비아냥도 나왔다.'거꾸로 읽는 세계사' 책을 쓴 유 이사장이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비유한 것은 한참이나 거꾸로 간 망언이다.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고, 굶주림 등 주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람은 계몽군주가 아니라 폭군일 뿐이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땅을 칠 일이다. 유 이사장을 비롯한 정권 인사들이 김 위원장 사과에 감읍(感泣)하는 행태에 국민은 나쁜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또 절감하고 있다.

2020-09-28 05:00:00

[야고부] ‘문재인의 33시간’

[야고부] ‘문재인의 33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16년 11월 24일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의 '단원고 4·16 기억 교실'을 방문해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을, 진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탄핵 사유라고 생각한다"며 "그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사고를 챙기지 않고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런 논리에 따라 민주당은 '박근혜 7시간'을 탄핵 사유로 몰아갔다.괴담도 넘쳐났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와 호텔에서 밀회를 가졌다' '청와대 관저에서 기(氣) 치료를 받았다' '성형 시술을 받은 뒤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잠들었다'는 것은 물론 한술 더 떠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국회의원까지 있었다.민주당은 이를 자양분 삼아 '박근혜 7시간'을 대통령 선거에서 있는 대로 우려먹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의 24시간은 공공재"라며 대통령의 일정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박근혜 7시간'과 자신을 대비시켜 표를 얻으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7시간'은 실체가 없는 정치 공작이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박근혜 7시간'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2018년 3월 28일 발표된 검찰의 결론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후 줄곧 관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순실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의 출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문 대표는 대통령이 되고 난 뒤였다. 문 대표와 민주당은 말 그대로 '박근혜 7시간'으로 재미를 본 것이다.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이제 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사건을 대면 보고를 받은 후 북한 규탄 입장 발표까지 33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행적을 초 단위로 밝히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밝히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논리에 따르면 그 자체로 탄핵 사유다.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imaeil.com

2020-09-26 05:00:00

[야고부] 그 자녀의 그 부모

[야고부] 그 자녀의 그 부모

"나는 재산이 필요 없으니 여기서 끝냅시다!" "내가 뭐 모자라 팔려 가야 하나요? 이제 그만 만나요."앞은 대구 태생에 서울의 대학을 나와 소위 '사'의 직업을 가진 젊은이가 부동산을 앞세운 대구의 예비 신부 어머니가 제시한 '집 선물' 등 발언과 돈 자랑에 실망해 만나던 여성과 헤어진 사연이다. 뒤는 대구 출신으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여성이 역시 '사' 직업인 서울의 예비 신랑 어머니가 내건 '집 한 채' 등 조건에 사귀던 남성과 결별한 까닭이다.대구에서 평범한 부모 밑에서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며 부모가 지난 길을 걷던 두 젊은 남녀는 부(富)와 재산을 중시한 미래의 두 어머니(장모, 시어머니)가 내건 조건이 자칫 결혼 생활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한 끝에 예비 배우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대구의 두 남녀 부모는 자녀의 당찬 결정을 존중하고 그들이 다시 만난 배우자를 맞아들였다.대구에서 삶터를 일군 두 남녀 아버지는 최근 그들 자녀의 결혼에 얽힌 아픈 사연을 털어놓았다. 재산 제공을 미련 없이 마다하고 스스로 일어설 것을 선언한 아들과, 돈을 내세운 집안에는 결코 '팔려 갈 수 없다'면서 혼수 요구를 거절한 딸이 겪은 씁쓸한 경험에 속이 상했지만 자녀의 결정을 당당함으로 받아들이며 기꺼이 반긴 대구의 두 부모.행복한 결혼의 삶을 이어가는 두 남녀의 행동과 부모의 자세는 자식과 부모의 처신에 대한 한 사례가 될 만하다. 특히 부모와 자식의 그릇된 사고와 행동으로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서로 부담이 되고 집안조차 어둡게 하는 일들이 흔한 오늘 세태에 비추면 대구의 두 남녀와 부모 이야기는 돋보인다.최근 재산 문제로 형제 간 분쟁을 벌인 전직 대통령 아들 사례나, 자녀 문제로 곤욕인 어느 장관과 사법 처리된 전직 장관의 경우에 비춰 대구 두 남녀의 떳떳한 몸짓은 빛날 만하다. 논란의 두 전·현직 장관은 관료로서 성공을 거뒀겠지만 그들 부모에게는 되레 누를 끼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안타깝기도 하다.전직 대통령과 두 전·현직 장관 집안의 분란이 한창인 즈음에 들은 대구 두 남녀가 쓴 당당한 인생 이력서가 아름답다. 두 자녀로 인해 부모까지 당당하니 이는 자신의 출세로 부모를 드러낸다는 옛날 효(孝)의 가치보다 차라리 낫다면 지나칠까.

2020-09-25 05:00:00

[야고부] 소셜미디어 ‘빅 브러더’

[야고부] 소셜미디어 ‘빅 브러더’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빅 브러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2005년 미국에서 있었던 사례를 보자. 대형마트가 여고생 앞으로 아기 옷과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보냈다. 여고생 엄마가 대형마트에 따지다가 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도 모르는 딸의 비밀을 대형마트는 어떻게 알았을까.내막은 소셜미디어였다. 여고생이 검색하고 열람한 콘텐츠를 소셜미디어 인공지능이 분석해 대형마트에 제공한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들은 우리가 온라인 세상에서 한 행동을 빠짐없이 서버에 기록한다. 소셜미디어의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소득 수준, 취향 등을 유추하고 앞으로 어떤 상품을 살지도 예측해낸다.소셜미디어들은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헌납한 데이터를 수집해 막대한 부를 일군다. 유저의 관심과 데이터는 돈이고 권력이다. 이와 관련한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이다. 실리콘밸리에 몸담았던 전문가들이 출연해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실토하는데 내용이 흥미롭다.〈고객을 '이용자'(User)라고 부르는 두 부류 산업이 있다. 하나는 마약이고 하나는 소프트웨어다. 구글이 추구하는 진실은 '클릭'이 전부다.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더 빨리 퍼진다. 정보의 유통이 '돈'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가십과 풍문을 확대 재생산해 우리가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든다.〉유튜브 등의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보다 보면 누구나 '확증 편향'에 빠지기 십상이다. 현대인들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채널들만 보면서 상대편에 대한 증오를 키운다. 사회적 갈등과 분극화는 날로 심해진다. 이대로 20년쯤 지나면 문명도 망가뜨리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이라는 '소셜 딜레마'의 경고는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TV가 바보 상자라면 소셜미디어는 '악마의 상자'일 수 있다. 이제라도 다음 것들을 실천해보자. ▷콘텐츠 추천 알림 끄기 ▷SNS 이용 최소화하기 ▷보고 싶은 뉴스만 보지 않기 ▷공유 전 팩트 확인하기 ▷다른 관점을 가진 채널 팔로잉(following) 하기 등등. 이런 작은 행동이 우리를 소셜미디어 지옥으로부터 구원할 것이다.

2020-09-24 05:00:00

[야고부] 루이싱과 니콜라

[야고부] 루이싱과 니콜라

'루이싱 커피'는 2017년 10월 베이징에 1호점을 개설한 이후 중국 전역에 근 2천 개의 점포와 나스닥 상장 등 스타벅스의 아성에 도전한 기업이다. 한때 '대륙의 커피'로 불렸던 루이싱은 올해 6월 상장 폐지돼 말 그대로 쪽박을 차고 말았다. 회계 비리의 꼬리가 밟혀서다.루이싱 커피는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인 3천800억원의 매출을 뻥튀기하고 회원 수도 60%나 부풀렸다. 이런 낌새를 눈치채고 추적한 장본인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라는 미국 헤지펀드다. 1천500명의 인력을 투입해 981일 동안 루이싱 점포를 관찰했고 2만5천843건의 영수증과 1만 시간 분량의 매장 폐쇄회로 영상, 포장 봉투량 등을 낱낱이 파헤쳐 회계 조작을 밝혀낸 것이다.지난 2010년 머디 워터스를 창업한 카슨 블록은 중국 최대 벌목업체인 시노포레스트에 대한 투자자문을 위해 미국·캐나다에 상장된 중국 회사들을 조사하다 회계 비리를 알아채고 주식을 공매도하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들춰냈다. 주로 중국 기업의 회계 부정을 추적해 주가 폭락에 베팅하고 큰돈을 벌면서 '중국 기업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다.이와 비슷한 사례가 미국에서도 터졌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린 미국 스타트업 니콜라(Nikola)가 최근 사기 논란에 휩싸여 주가가 폭락하자 트레버 밀턴 회장이 그제 전격 사임했다고 내외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공매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의 사기 의혹을 폭로한 지 열흘 만이다. 수소트럭 기술과 설비도 없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으다 탈이 난 니콜라의 현실은 루이싱 커피와 판박이다.21일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를 통해 니콜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LG화학 주가가 5% 이상 폭락했다. 반면 이미 수소트럭을 양산 중인 현대차 주가는 2% 이상 오르는 등 희비가 갈렸다. 니콜라는 실물도 없이 그럴듯한 미래 비전이나 말재주, 부정한 수법으로 기업을 키우려다 몰락한 기업의 생생한 본보기다.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기업 사기는 투자자를 속이고 국가경제를 멍들게 한다는 점에서 당국이 철저히 감시하고 엄하게 징벌해야 한다. 건전한 기업과 자본만이 결실을 가져가는 게 세상 이치이고 순리이기 때문이다.

2020-09-23 05:00:00

[야고부] 쓰레기섬의 경고

[야고부] 쓰레기섬의 경고

북태평양에는 영토가 프랑스만 한데도 지도에 안 보이는 나라가 있다. 영국 배우 주디 덴치가 이 나라의 여왕이고 미국 프로 레슬러 출신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이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다. 국민들로는 1호 명예시민권자인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영화배우 크리스 햄스워스, 마크 러팔로 등 유명 인사들이 즐비하다. 공식 화폐도 있고 국민이 되면 여권도 발급해준다.이 나라의 이름은 'The Trash Isle'(쓰레기섬)이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된 각종 쓰레기들이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곳에 모여 형성된 쓰레기 부유 지대다. 1조8천억 개, 8만7천t에 이르는 부유성 쓰레기들이 떠 있다고 한다. 바다 쓰레기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생물을 거쳐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의 몸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문제가 심각한데도 각국 정부가 이를 외면하자 2018년 한 환경단체 주도로 이곳을 공식 국가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쓰레기섬이 UN 회원국이 되면 이곳에 대한 지구적 관심을 더 환기시킬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78억 인류가 지금처럼 흥청망청 써대고 마구 버린다면 2050년 바다에는 해양생물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쓰레기섬 공식 사이트의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요즘 지구촌은 기후 재앙과 전염병으로 연일 경보음을 내고 있다. 태풍,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하면 역대급이다. 환경 파괴가 낳은 불청객일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자원 순환 소비형 삶의 시급성을 일깨우고 있지만 정작 인간의 대처는 환경 파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특히 언택트형 소비 문화로 일회용 쓰레기 사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느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마저 예고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마스크가 바다로 유입돼 해파리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지금과 같은 일회용품 남용은 문제가 있다. 이러다가는 태평양의 쓰레기섬 면적이 웬만한 대륙 크기만 해질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 아닌가.

2020-09-22 05:00:00

[야고부] 억지로 군대 간 아들

[야고부] 억지로 군대 간 아들

기자는 1981년 8월 입대해 논산훈련소에서 4주간 신병훈련을 받았다. 훈련 첫 번째 과정은 제식훈련이었다. 제식훈련은 발목 위까지 오는 운동화(이를 '통일화'라고 했다)와 일반 전투복의 엉덩이와 팔꿈치, 무릎 등 상반부에 두꺼운 천을 덧댄 유격복(그때는 '침투복'이라고 했다)을 착용하는 각개전투 등 다른 훈련과 달리 훈련소 입소 첫날 지급받은 'A급' 전투복과 길이 안 들어 빳빳한 가죽 전투화를 착용했다.그래서 훈련병 대부분이 발뒤꿈치 피부가 벗겨지는데 저녁 점호 후 훈련 조교를 따라 의무대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이 밖에도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훈련조교의 주요한 업무였다. 기자도 훈련 사흘째쯤 발뒤꿈치가 벗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때 기자와 같이 의무대에 간 동기 한 명이 있었는데 치질이 매우 심했다.군의관이 동기의 환부(患部)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너 이 X X, 이런 데 군대 어떻게 왔어?"라고 물었다. 동기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치질 때문에 입소 후 두 번이나 집으로 되돌아가 가족 보기도 민망하고 동네 사람들도 '너 군대 갔다더니 왜 왔냐?'며 놀려서 그랬습니다." 교묘히 치질이 없는 것처럼 감춰 다시 입대했다는 것이다.그러자 군의관은 벌컥 화를 내며 동기를 야단쳤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랬던 것 같다. "이런 이기적인 X을 봤나? 이 XX아! 너 하나 X 팔리지 않자고 군대를 속여? 진단서 써줄 테니 내일 당장 집으로 가서 다시는 오지 마! 너처럼 이기적인 X은 군대에 필요 없어."39년 전 일이 생각나는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변호' 때문이다. 추 장관은 아들의 '황제 휴가' 의혹을 부인하며 일관되게 "아들은 아파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도 갔다"고 한다. '정치인 엄마'가 구설에 오를까 기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고, 딱 한마디만 하겠다. 아파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됐다면 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병사는 전투력만 좀먹을 뿐이다. 안 가도 되는데 억지로 가서 무엇을 했나? 동료 병사보다 훨씬 더 많은 휴가를 쓰면서 동료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았나?

2020-09-19 06:24:26

[야고부] 전쟁에 빛난 대구 판결

[야고부] 전쟁에 빛난 대구 판결

대구는 짧은 한때 나라의 수도였다. 1950년 6·25전쟁 시기 34일간 그랬다. 대통령이 머물렀고, 대통령이 부산으로 떠난 뒤에도 전쟁 관련 여러 기관과 단체들은 대구에 있었다. 그러니 공공시설은 물론 계산성당 안에 육군본부 정훈감실이 마련되었고, 동산병원에는 국립 경찰병원 대구분원이 들어서는 등 여러 건물이 그렇게 쓰였다.학교도 같았다. 계성학교에는 2군사령부가 자리 잡았고, 대구초등학교에는 육군병참실이, 수창학교와 효성초교에는 각각 육군헌병학교와 포로수용소가 마련되기도 했다. 학교 가운데 무엇보다도 대구동인초교는 한국 근대사 특히 군대와 사법 역사에 길이(?) 남을 국민방위군사령부 비리의 역사적 '명재판'이 열린 곳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전쟁에서 밀리자 정부는 1950년 12월에 법을 마련, 17~40세 장정으로 국민방위군을 꾸렸는데 그 수가 50만 명에 이르렀다. 비리, 부패가 휩쓴 이승만 정부인지라 50만 장정에 쓸 돈은 정치권과 관료 뒷돈, 술값 등으로 흥청망청이었다. 결국 애꿎은 장정만 굶고 병들거나 얼어 죽었으나 숫자조차 알 수 없었다.이승만 정권의 비호를 받던 방위군 비리로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어쩔 수 없이 재판이 열렸는데 바로 대구동인초교 강당에서였다. 온 국민의 분노를 산 방위군 비리 사건 재판에서 간부 5명이 정권 비호의 온갖 풍문 속에 사형을 선고받고 1951년 8월 13일 대구 달서구의 앞산 자락 사형장에서 공개 총살로 삶을 마쳤다. 자신들이 자리했던 곳에서 받은 죄의 판결로 형장의 이슬이 된 셈이다.당시 검찰관으로 엄히 죄를 따져 사형을 구형한 김태청 전 변협회장은 2003년 회고록에서 "법관의 양심을 걸고 법과 정의에 따라 소신껏 처리할 것을 다짐했다"며 "대한민국에는 법도 없느냐고 개탄했던 국민들도 그때서야 '그래도 법과 정의가 살아 있구나' 하고 안심했다"고 썼다.이런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대구동인초교를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1935년 4월 문을 연 만큼 건축적 가치 등도 따졌겠지만 대구로서는 한국 군대와 법원 역사에 남긴 오욕(汚辱)과 공정 판결의 역사 현장으로 새길 만하다. 갈수록 정부와 사법, 입법부의 공정성 파괴와 편파성의 우려가 큰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그렇다.

2020-09-18 06:30:00

[야고부] 백야(白冶)를 기리며

[야고부] 백야(白冶)를 기리며

올해 100주년 행사가 하나 있다. 1920년 10월의 청산리대첩이다. 청산리대첩의 주인공으로, 1930년 1월 만 40세에 짧은 삶을 마친 백야(白冶) 김좌진 장군의 서거 90주년을 기리는 행사도 있다. 둘 모두 마땅히 기릴 만하고, 그래도 좋을 일이다.백야의 고향인 충남 홍성 등 여러 곳에서 이미 그런 일들을 선보였고 또 준비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기업은 지난 7월 기념 메달을 만들고, 이달 12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청소년 교재로 만든 '청산리의 영웅 김좌진'도 발간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은 지난 8월부터 전시회도 열었으나 코로나로 당분간 중단하고 있다. 대구는 독립운동사에서 어느 곳과 달리 백야와 남다른 인연이 많아 그를 한번 떠올릴 만하다.백야. 일찍 개화에 눈을 떠 어머니와 집안의 반대에도 집안의 30명 넘는 종의 노비 문서를 불사르고 2천 석(石)을 거두던 토지를 소작인에게 나눠준 일을 실천했던 그였다. 그러나 그가 바랐던 새로운 개화 세상은 오지 않았다. 나라가 망하자 조국을 되찾겠다며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지만 되레 그의 삶은 한 동포 암살범의 흉탄으로 끝났다.백야는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출발한, 1910년대 최대 항일무장단체 대한광복회의 만주사령관으로 독립자금을 받았고, 망명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청산리전투와 같은 독립전쟁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런데 바로 그런 그가 이념과 사상의 차이로, 공산주의 단체 소속 청년 동포가 쏜 흉탄에 쓰러졌으니 어찌 한스럽지 않은가.대한광복회가 추구한 공화주의에 민족주의 사상을 믿은 그를 옛 러시아에서 시작된 공산당의 주의 주장을 따르는 세력은 그냥 두지 않았다. 독립운동의 같은 배를 탔으나 광복의 순간까지 함께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사상과 이념 갈등에 독립전쟁의 영웅마저 없애야만 했던, 당시의 사상과 진영의 대결은 우리 역사의 악몽이었다.청산리대첩 100년과 백야 서거 90주년을 맞아 이런 악몽의 어두운 역사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혹시 우리는 서로 자기들만 믿고 따르는 사상과 이념을 좇느라 다른 진영의 큰 인물을 잃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았는가. 청산리대첩 100년과 백야 서거 90년을 대구에서 한번 되돌아보는 까닭이다.

2020-09-17 06:30:00

[야고부] 중국이 터뜨린 샴페인

[야고부] 중국이 터뜨린 샴페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든 고통의 터널 끝이 안 보이는데 중국이 느닷없이 '코로나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우리 당은 8개월여간 전국 각 민족과 인민을 단결시켜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주의 제도와 통치 체계의 성과라며 체제 우수성 선전도 빼놓지 않았다.이날 중국 정부는 방역에 공훈을 세운 인물 4명에게 공화국 훈장과 인민 영웅 메달을 수여했다. 하지만 '우한의 영웅' 고(故) 리원량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신종 감염병 발생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으며 환자 진료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34세 나이로 숨진 안과의사다. 하기야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리원량을 처벌하려 했던 중국 정부가 그를 추켜세울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다.이 시국에 쏘아 올린 중국의 축포를 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가리지는 않지만, 중국 우한이 코로나19 감염병의 최초 발생지이며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아 결과적으로 세계적 팬데믹을 더 키웠다고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게다가 최근에는 중국 출신의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면서 과학적 증거를 곧 공개하겠다고 밝힌 마당이다. 너무나 폭발력이 큰 주장이라 판단을 유보해야겠지만 만일 옌리멍이 누구도 반박 못 할 증거를 제시한다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 주장을 인정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고 여기에 서구 나라들이 동참할 경우 향후 국제 정세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단하기조차 어렵다.안 그래도 세계 곳곳에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는 등 반감이 확산되는 요즘이다. 소송을 이미 냈거나 검토 중인 배상액이 우리 돈으로 수백조원, 심지어 2경원대인 사례도 있다. 내부 단속 및 체제 선전용이겠지만 명색이 G2 국가인 중국이 방역 승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도의적으로 결례(缺禮)다.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자중(自重)이다.

2020-09-16 06:30:00

[야고부] ‘대깨문’의 ‘群吠聲’(군폐성)

[야고부] ‘대깨문’의 ‘群吠聲’(군폐성)

"나는 쉰 전에는 한 마리 개였다. 앞에 있는 개가 뭔가를 보고 짖으면 따라 짖었다. 누가 그 까닭을 물으면 벙어리처럼 실실 웃을 뿐이었다."(是余五十以前眞一犬也, 因前犬吠形, 亦隨而吠之, 若問以吠聲之故, 正好啞然自笑也已) 중국 명대(明代)의 반항적 사상가 이탁오(李卓吾)가 한 말이다. 이런 '묻지 마' 추종을 개가 떼로 짖는 것에 비유한 경우는 여럿 있다. 원조(元祖)는 초(楚)의 굴원(屈原)으로 '읍견군폐'(邑犬群吠·마을의 개가 떼로 짖는다)이다. 소인배가 남을 떼로 비방한다는 뜻이다.후한(後漢)의 은둔 사상가 왕부(王符)는 이를 모티브로 차용해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자 여러 마리가 덩달아 짖는다. 한 사람이 거짓을 퍼트리면 여러 사람이 진실처럼 떠들어댄다."(一犬吠形, 百犬吠聲, 一人傳虛, 萬人傳實)라는 경구(警口)를 남겼다.조선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문신 여대로(呂大老)의 '문견폐'(聞犬吠·개 짖는 소리를 들음)가 그중 하나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한꺼번에 천 마리 백 마리가 짖네. 무엇 때문에 떼로 짖나? 듣기만 하고 보지 않았는데도."(一犬吠 二犬吠 一時吠千百 群吠爲何物 徒耳勿以目)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金得臣)도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문밖에 나가 달을 봄)에 비슷한 글을 적어 넣었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만 마리가 한 마리를 따라 짖는다. 아이더러 문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다 하네."(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掛梧桐第一枝)이에 앞서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李山海)의 아들 이경전(李經全) 역시 비슷한 시를 남겼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세 마리도 따라 짖는다. 사람인가? 범인가? 바람 소리인가? 아이 하는 말이 산 위 달은 정말 등불 같은데 뜰 저편에 언 오동 잎만 버석댄다고 하네."(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人乎虎乎風聲乎 童言山外月正如燭 半庭唯有鳴寒悟)민주당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처음 제보한 당시 당직병 현모 씨를 '범죄자'로 지목하자 '대깨문'들이 현 씨에 대한 '언어 테러'에 나섰다. 헛것을 보고 짖고, 이를 따라 짖고, 달을 보고 짖는 개, 딱 그 꼴이다.

2020-09-15 06:30:00

[야고부] ‘추미애와 그 적(敵)들’

[야고부] ‘추미애와 그 적(敵)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위하여 주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해(害)하고 헐뜯는 사람이 더 밉다는 뜻이다. 말도 안 되는 언사들을 쏟아내 아들의 병역 의혹 사태에 더 불을 지르는 여당 인사들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 말을 던지고 싶을 것 같다.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페이스북에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未)복귀 의혹'을 공익 제보한 당직사병의 실명(實名)을 무단으로 공개하면서 별다른 근거 없이 '범죄자'로 규정했다. 황 의원은 "사건을 키워온 현○○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犯)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황 의원은 실명 언급 부분을 '현 병장'으로 수정하고 '단독범' 표현을 삭제했다.추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27세 청년의 실명을 공개하고 범죄자로 낙인찍은 황 의원의 행태는 매우 잘못됐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정신인가"라며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범죄자 프레임 만들어 한바탕 여론 조작 캠페인을 할 모양"이라고 비난했다.민주당 의원들이 추 장관과 아들을 두둔하려고 한마디씩 거들다가 여론의 역풍(逆風)을 초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상호 의원은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남국 의원은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군 미필자는 민주당이 더 많았다. 정청래 의원은 청탁 의혹을 '김치찌개 빨리 달란 것'에 비유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추 장관과 아들에 대한 민주당 비호가 점입가경이 아니라 점입추경(漸入醜境)이다. 적절치 못한 비유·해명에다 급기야 국민을 범죄자 취급까지 했다.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이는 지경이다. 이번 사태가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짐작 못 할 바 아니지만 금도(襟度)를 한참 넘었다. 궁지에 몰린 추 장관에게 아군(我軍)이 아닌 적군(敵軍) 같은 모습을 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주는 형국이다.

2020-09-14 06:30:00

[야고부] 文정권의 엑스맨들

[야고부] 文정권의 엑스맨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탓에 조국 전 장관이 '소환'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 장관의 '엄마 찬스'는 조 전 장관 사태 때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아빠 찬스'의 데자뷔로 느껴진다"고 했다. 두 명의 법무부 장관이 잇따라 문재인 정권의 '엑스맨'이 됐다.조 전 장관과 추 장관은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자녀 문제로 뉴스 메이커가 됐다는 게 닮았다. 교육과 병역이란 국민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도 흡사하다. 고위층 자녀의 교육·병역 의혹은 여론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민감한 사안이다. 20대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분노를 사 대통령·여당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도 빼닮았다.감자 캐듯이 의혹들이 꼬리를 무는 것도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을 받는 것도 닮았다. '조국흑서' 공저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조국의 내로남불은 가히 신급이다"고 했다. 추 장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을 앞장서 제기한 사실이 회자되면서 내로남불 전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1년 시차를 두고 터져 나온 법무부 장관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국민은 자존심이 상했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느냐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쁜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게 됐다.두 사태 모두 근본 책임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추 장관을 임명했지만 추 장관이 지금껏 보여준 것은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날려버린 게 고작이었다.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갔고,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들만 쏟아지고 있다. 조국 사태처럼 정권이 휘청거리는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조 전 장관과 달리 추 장관에게 문 대통령은 '마음의 빚'도 없지 않은가. 장관 퇴진 과정마저 추 장관이 조 전 장관과 똑같은 길을 걷는다면 조국 사태 때보다 정권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게 분명하다.

2020-09-12 06:30:00

[야고부] 판단 내려놓기

[야고부] 판단 내려놓기

앞날이 창창한 두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전해졌다. 한 명은 여행 미디어 공유 플랫폼인 '여행에 미치다'의 조준기(30) 대표이고, 다른 한 명은 대학생 A(21) 씨다. 조 씨는 '여행에 미치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A씨는 소위 '디지털 교도소'에 악성 범죄자로 자신의 신상이 공개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여기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통제받지 않는 온라인 심판의 부작용이다. 둘 다 견디기 힘든 악플에 시달렸다. 음란 동영상을 SNS에 올린 조 씨의 행위 및 극단적 선택을 두둔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가 저질렀다는 잘못이 고귀한 목숨과 맞바꿀 만큼 악질적이거나 반인륜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학생 A씨의 경우는 문명사회에 있어서 안 될 린치(lynch·사적 처벌)를 당한 셈이다. 악성 범죄자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 방침이 위태로웠는데 결국 생사람을 잡고 말았다. 단 한 명으로부터도 면전에서 비난을 받으면 분노와 모멸감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인데 온라인 공간에서 공개 망신을 당하고도 정신줄 온전히 붙들어 맬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부처(佛)다.게다가 폭로된 내용이 허위라면 억울함에 멘탈이 붕괴되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음란 동영상 구매자로 잘못 지목돼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올라간 한 대학교수는 협박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시달린 나머지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 디지털 교도소가 올린 내용이 허위로 드러났지만 그가 받은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오로지 인간만이 '판단'을 한다. 하지만 판단은 양날의 칼이다. 섣부른 판단은 타인을 해친다. 그런데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남의 일에 쉽게 격분하고 공격성을 드러낸다. 타인의 생각에 유독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의 기질이 온라인 환경을 만나 증폭된 탓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자기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다양성의 꽃이 피어날 수 없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성급한 판단을 내려놓는 연습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

2020-09-11 06:30:00

[야고부] 코로나 버티기

[야고부] 코로나 버티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두 자릿수로 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8일이다. 이날 12명을 시작으로 8월 13일까지 근 3개월간 두 자릿수의 확진자가 이어졌다. 그러다 8월 14일 103명이 추가되면서 재확산의 서막이 열렸다. 2주 뒤인 8월 2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441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코로나와의 싸움은 새로운 변곡점에 도달했다.7월 한 달간 확진자 수는 모두 1천506명, 사망자는 19명을 기록했다. 8월에는 확진자 5천642명, 사망자 23명으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 9일 기준 이미 1천641명이 확진됐고, 사망자 수도 20명으로 집계돼 코로나의 기세가 여전하다. 3일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200명 선 아래로 떨어진 점은 그나마 위안 거리다. 8월 중순 이후 전국 확진자 수의 70~80%를 차지하는 수도권은 2.5단계로 불리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13일까지 연장했다. 전국적으로도 20일까지 거리두기 2단계가 계속 적용되는 상태다.5월 이전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은 코로나 사태의 격전지였다. 누적 확진자 7천88명, 1천478명이 현실을 말해준다. 이후 코로나가 잠잠하자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의식도 무뎌진 것으로 나타났다. 6~8월 노래방이나 유흥·단란주점, 실내체육시설, 뷔페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다녀간 이가 100만 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받은 전자 출입 명부 현황에 따르면 QR코드로 수집된 대구시민 개인정보는 중복자를 포함해 모두 232만여 건이었다.문제는 이번 추석 연휴다. 최근의 재확산세를 감안하면 가급적 귀성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방역수칙 준수에 대한 국민의 자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독감 바이러스처럼 코로나도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바이러스 입장에서 팬데믹은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다. 반면 코로나를 상대하는 인간에게는 새로운 생존 실험이자 변화의 시작점이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는 변이하는 바이러스와 그에 맞게 진화하는 인간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최상의 대응책을 찾아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0-09-10 06:30:00

[야고부] 이 또한 조짐(兆朕)일까

[야고부] 이 또한 조짐(兆朕)일까

"몇 번씩이나 배를 놓친 후에야 겨우 우리 가족도 배에 오를 수 있었다…배가 막 떠나려 할 때쯤이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어지러워 안 되겠다며 도로 내리라는 것이었다…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걸어 나와야 했다…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왔다…배가 강 한가운데서 뒤집혀 버린 것이다…그날 알 수 없는 어머니의 불길한 그 예감이 우리를 살렸던 것이다…."(김대원)"쥐가 우글거리던 1970년 12월 중순…제주와 부산을 운항하는 정기여객선 남영호 침몰 사고가 있었다…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320여 명이나 되었다…옆집 아저씨는 쥐가 선체 밖으로 나오는 걸 이상히 여기고 승선하지 않았다고 한다…이야기는…소문으로 나돌았다…아버지는 쥐 덕분에 살아난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어른들의 충고를 가슴에 새겨두라고 했다…."(이정자)월간지 '수필과 비평' 9월 호에 실린 글인데, 공교롭게 일부 서로 통한다. 앞은 6·25 피난 때 어머니의 불길한 느낌에 겨우 탄 배에서 내려 목숨을 건진 기억이다. 뒤는 꼭 50년 전 326명이 숨진 남영호 침몰 때, 승선 전 쥐가 배에서 나오자 이상히 여겨 타지 않아 살았다는 한 제주도민의 소문을 옮긴 글이다.흔히 역사 기록에 이런 사례의 이야기가 전한다. 주로 나라와 큰 인물의 앞날에 일어날 일에 대한 전조(前兆)로 기록돼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신이(神異)한 내용이나 경험의 형태를 띠는 데다 뒷날 결과를 두고 맞춘 듯한 탓에 전적인 신뢰는 어려워 비과학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낮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세상에 사람이 알 수 없는 현상은 수두룩하다. 뭇 사회·자연 재난이 그렇지만 간혹 미리 경계할 어떤 낌새도 없지 않다. 사람이 남다른 감각의 동물과 변덕의 자연현상, 되풀이되는 사건과 사고를 유심히 살피는 까닭이다. 이는 한 번뿐인 이승의 삶을 헛되이 마무리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니 마땅하다.그런데 재발된 코로나19 속 요즘 겪는 일상이 심상치 않다. 비는 나라 곳간의 살림과 나빠지는 경제지표 숫자, 국민을 패로 짜 끼리끼리 벽에 가두는 정치 습성, 고위 관료와 권력층의 불탈법적 시비의 내로남불 경쟁…. 마음 붙일 곳 잃은 사람들. 이들 또한 뒷날 펼쳐질 나라 운명의 어떤 조짐일까. 두렵고도 겁난다.

2020-09-09 06:30:00

[야고부] 文대통령의 언어

[야고부] 文대통령의 언어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어둠의 시간). 윈스턴 처칠은 영국에 닥친 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프랑스마저 나치에 무너지고 유럽에서 외톨이가 된 영국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했다. 처칠은 "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밖에 없다"는 명연설로 국민을 통합해 전쟁에서 승리했다. 지도자의 역량이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옥포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에게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가볍게 움직이지 마라. 태산같이 침착하고 무겁게 행동하라)이라고 했다. 위기에 처할수록 더 진중해져야 한다는 뜻이다.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언어(言語)는 천금(千金)의 무게를 갖는 법이다. 시의적절한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해 위기를 돌파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집단을 공격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자의 언어는 위기를 더 키우는 것을 넘어 국가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재확산 와중에 SNS에 올린 의사·간호사 갈라치기 글로 말미암은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다 하다 의사와 간호사까지 편 가른다" "대통령이 (국민) 이간질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등의 댓글이 폭주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는 문제의 글을 쓴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비서관이라며 책임을 돌렸다.'대통령 의중을 잘못 읽은 참모의 잘못'이란 식의 청와대 해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반대로 비서관이 문 대통령 의중을 정확히 읽어 문제의 글을 올린 것으로 보는 게 맞다. 문 대통령은 집단 휴진한 의사들을 전장을 이탈한 군인에 빗대며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서관이 올렸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글이 문 대통령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것을 고려하면 열 번을 자르고도 모자랄 비서관을 청와대가 그냥 두는 것 역시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조국 사태, 부동산 대란, 한·일 무역 분쟁 등 위기마다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를 워낙 많이 한 정권이어서 의사·간호사 갈라치기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국민을 사분오열시켜 이 나라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걱정일 뿐이다.

2020-09-08 06:30:00

[야고부] 식탐과 지구

[야고부] 식탐과 지구

지하로 뚫린 수직 감옥이 있다. 각 레벨에는 2명의 죄수가 수용돼 있다. 하루 한 번 내려오는 식판 위의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 먹어야 살 수 있다. 음식은 아래층을 배려해 조금씩 절제하면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기심이 문제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아귀 다툼이 벌어지고 식판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문제는 죄수들이 30일마다 다른 레벨에 무작위로 재배치된다는 점이다. 다음엔 어느 레벨에서 깨어날지 알 수 없다. 모두가 공존을 꾀하면 아래층에 배치되더라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층 죄수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고, 먹고 나서 음식에 오물을 뿌리는 야만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래층에서는 사람이 굶어 죽고 인육을 먹는 참상마저 빚어진다.'더 플랫폼'(2020)이라는 스페인 영화의 줄거리이다. 내용이 사뭇 충격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수직 버전이라 할 만한데 수직 감옥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갇힌 죄수들의 뒤틀린 행동을 통해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사회심리학 용어인 '죄수의 딜레마'를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도 잘 없을 것 같다.누군가가 적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으면 누군가는 굶을 수밖에 없다. 인류는 집단적 기근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식에 욕심을 낸다. 많이 먹는 것을 넘어서 남이 많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마저도 오락으로 삼는다. '먹는 방송'의 약자인 '먹방'의 알파벳 단어 'mukbang'은 외국에서도 통용될 정도다.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처럼 고기와 야채를 먹으면 30년 후에는 지구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노르웨이 비영리 단체 EAT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붉은 고기 소비량은 80g으로 적정량(28g)의 3배에 육박한다. 세계인들이 미국·브라질 사람들처럼 먹어대면 2050년 지구가 각각 5.6개, 5.2개가 필요하다고 하니 인류의 식탐이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다.어찌 보면 지금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인간의 식탐에 대해 지구가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톨릭에서도 식탐(Gula)은 7대 죄악 중의 하나라고 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개개인의 건강을 위해 과식 습관은 버려야 한다.

2020-09-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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