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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박정희·김일성의 대결

[야고부] 박정희·김일성의 대결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에 큰 족적(足跡)을 남긴 두 사람을 꼽는다면 박정희와 김일성이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남북한 체제 경쟁을 이끌며 다른 삶을 살았다.박정희는 경제개발5개년계획, 새마을운동,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한에 앞서가던 북한을 완벽하게 추월했다. 1961년 남한의 1인당 소득은 82달러에 불과했으나 1979년 1천640달러로 20배나 커졌다. 같은 시기 북한은 195달러에서 1천114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일성이 김신조 특공대, 문세광을 앞세워 박정희를 제거하려 한 것도 체제 경쟁에서 밀린 탓이 컸다.지금 남북한 위상을 보더라도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완승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남북한 주요 통계 지표'에 따르면 남북한은 천양지차다.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35조3천억원으로 남한(1천919조원)의 54분의 1이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1만원으로 남한(3천744만원)과의 격차가 27배에 달한다. 북한의 무역액은 32억4천만달러로 남한(1조456억달러)의 322분의 1에 불과하다. 북한의 기대수명은 남성 66.7세, 여성 73.5세로 남한(80.0세·85.9세)과 비교가 안 된다.남북한 국력(國力) 차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남한에 고개를 숙이고 쩔쩔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등 남한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남한은 북한의 비난을 받은 외교부 장관을 갈아 치우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에 허락 받겠다는 등 저자세다. 북한이 강대국, 남한이 약소국 모양새다.김일성 손자가 북한을 통치하는 것과 달리 남한은 박정희를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다. 지금까지는 남한이 확실하게 이겼던 남북한 체제 경쟁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에 굽실거리는 남한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김일성은 파안대소, 박정희는 울며 땅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2021-01-23 05:00:00

[야고부] 공매도 논란

[야고부] 공매도 논란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공매도'(空賣渡) 재개가 큰 관심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매도 금지' 청원까지 등장하자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와 금융 당국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21일 현재 서명한 인원만도 16만 명을 넘었다.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매입해 주식을 되갚고 차익을 챙기는 투자 방식이다. 세계 각국 주식시장에서 허용하는 제도이지만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는 '맹독성 제초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진 금융시장과 달리 공매도 규정이 너무 엉성해 '개미 돈 먹는 하마'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공매도 거래에 순기능도 있다. 과열된 증시를 가라앉히는 데 공매도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시장 상황에 의문을 가진 일부 헤지펀드의 '빅 쇼트'(공매도)가 버블을 잠재운 방향타가 됐다. '대륙의 커피'로 불린 중국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을 추적해 상장 폐지로 몰아간 '머디 워터스' 사례도 공매도의 긍정적인 얼굴이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의 촉매제'라는 비판도 만만찮다.정부가 공매도를 중단한 것은 작년 3월이다. 코로나 사태로 증시 폭락 사태에 직면하자 3월 16일부터 6개월씩 두 차례 금지했다. 오는 3월 15일로 금지 기간이 끝난다. 그러자 개미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대로 공매도를 재개하면 10년 넘게 증시를 2,000선에 가둬 둔 '박스피'(박스+코스피)가 재현된다는 주장이다. 개미들은 "미국 증시처럼 무차입 공매도 금지와 차입금 의무 상환 기간 설정, 증거금 납입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금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운다. 이에 정부도 '제도 개선 후 공매도 재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공매도가 기관이나 자본 규모가 큰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리는 '영양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거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고 주가 거품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배척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어떤 제도든 공정하면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인정받게 마련이다.

2021-01-22 05:00:00

[야고부] 일론 머스크의 꿈

[야고부] 일론 머스크의 꿈

현재 세계 제1의 부자는 일론 머스크다. 테슬라 모터스의 최고경영자인 그의 재산은 1천950억달러(한화 215조원)에 이른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탐독하던 소년 머스크는 하루 10시간씩의 독서를 통해 지식과 상상력을 키웠다. 떡잎부터 워커홀릭이었던 그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을 창업해 청년 시절에 이미 수천억원의 부(富)를 일궜다.젊은 시절 머스크는 하루 1달러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한동안 이를 실천했다. 돈 욕심 없는 그가 세계 제1의 부호가 된 것은 역설적이다. 그의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돈이 아니라 꿈이었다.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킨다는 꿈이었으니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이를 위해 그는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차렸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불도저처럼 전진했다.수많은 실패 끝에 스페이스X는 우주개발사에 기록될 만한 신기술을 여럿 개발했고 미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3조원의 투자 지원 약속까지 받아냈다. 이제 민간인을 화성에 보낸다는 그의 구상이 허황되다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4만 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 통신을 가능케 하고(스타링크 프로젝트), 시속 1천280㎞의 신개념 열차를 개발하며(하이퍼 루프),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시키는 인공지능 사업(뉴럴링크)도 추진하고 있다.어찌 보면 괴짜와 몽상가, 천재는 한 끗 차이다. 문명은 큰 꿈을 꾸는 괴짜들에 의해 도약하지 돈과 권력을 좇는 자가 주역이 될 수 없다. 현재 세계 제2의 부호인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의 경영자)도 준궤도 우주 관광 및 민간인 달 여행 프로젝트(블루 오리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참으로 공교롭다. 오랫동안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지켰던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백신과 식량, 방사능 위험 없는 원자력발전 개발 사업에 진력하고 있다.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명색이 최대 재벌의 오너가 경영권 승계 편의를 위해 86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죄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돈에 대한 갈애(渴愛)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론 머스크 같은 꿈을 꾸는 진짜 부자들 찾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인류의 미래' 같은 큰 꿈을 꾸는 '진짜 부자'들이 많은 미국이 부럽다.

2021-01-21 05:00:00

[야고부] 문재인의 망상

[야고부] 문재인의 망상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기습으로 시작된 독소전(獨蘇戰)에서 소련은 이겼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정규군인 850만 명을 포함해 2천만 명이 죽었다. 도시 1천701개, 마을 7만 개, 가옥 600만 채, 공장 3만1천850개가 파괴됐으며, 말 500만 마리, 소 등 가축 1천700만 마리가 독일군에게 약탈당했다. 소련이 미리 대비했다면 독일의 침공에 고전은 했겠지만 이렇게 큰 손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소련이 대비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독일과의 전쟁은 1941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스탈린의 맹목적 믿음 때문이었다. 독일의 침공을 경고하는 정보가 1941년 봄 동안 끊이지 않았지만, 스탈린은 모두 무시했다.영국 총리 처칠은 해독한 독일군 명령서까지 제시하며 스탈린에게 경고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스탈린은 처칠의 경고가 불가침조약으로 맺어진 독일과 소련의 동맹을 찢으려는 비열한 수작이라고 믿었다.이것 말고도 경고는 넘쳐 났다. 일본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독일 대사관을 상대로 소련 간첩질을 하던 독일인 리하르트 조르게가 독일이 6월 20일 공격할 것이라며 날짜까지 찍어 줬는데도 소련 정보부는 믿지 않았다. 또 침공 전 독일 정찰기가 150회 이상 소련 영공을 침범하고, 침공 하루 전인 6월 21일 독일 병사가 투항해 다음 날 독일군이 공격할 것이라고 했으나 스탈린은 흔들리지 않았다. 스탈린은 투항한 독일 병사를 총살하라고 명령했다.스탈린이 1941년에 독일과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은 이유는 독일이 영국과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총부리를 소련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란 자기 나름의 계산이었다. 한마디로 망상(妄想)이었다.문재인 대통령의 망상도 막상막하다. 북한 김정은이 집권 이후 일관되게 핵 무력 강화에 전력투구해 왔음은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핵 무력 건설의 중단 없는 강행'을 천명한 제8차 당 대회는 이런 사실을 재확인해 주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평화와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김정은의 핵 무력 강화 천명의 원인을 평화 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탓으로 돌리며 평화 체제가 되면 해결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앞장서 국민을 김정은의 핵 인질로 잡히는 꼴이다.

2021-01-20 05:00:00

[야고부] 코로나19와 영화

[야고부] 코로나19와 영화

영화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가 큰 대표적 업종이다. 많은 극장이 문을 닫았고 완성된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로 넘어갔다. 어떤 영화들은 촬영을 중단하고 일부 영화들은 극장에서 상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극장 안은 썰렁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람은 청춘 남녀의 흔한 데이트 코스이자 대표적인 여가 보내기 수단이었는데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 되고 있다.코로나19가 만든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천만 관객이 드는 대박 영화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극장 시스템이 OTT 서비스에 자리를 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봉준호 영화감독은 이와 관련, 지난달 한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낙관적이라며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다.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봉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2019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봉 감독이 세계 영화사와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직후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다. 이 때문에 세계 3대 영화제로 평가받는 칸 영화제는 지난해에 개최되지 못했으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베네치아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는 온라인으로 개최됐다.봉 감독은 최근 올해 9월 열리는 제78회 베네치아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심사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진정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3대 영화제는 그동안 빔 벤더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왕가위 등 명장들과 로버트 드니로, 카트린 드뇌브, 숀 펜, 공리, 케이트 블란쳇 등 명배우들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봉 감독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다.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은 영화가 변함없이 사람들의 현실과 꿈을 이야기하고 영화를 통해 문화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세계 곳곳의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화면 속으로 빨려 들듯 몰입하는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2021-01-19 05:00:00

[야고부] 시공초월 법리(法吏)

[야고부] 시공초월 법리(法吏)

문재인 정권에서 법(法)이 고무줄이 되고 있다. 정권 입맛에 따라 법을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음을 제멋대로 한다.2019년 3월 23일 새벽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할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출입국 당국에 보낸 출금 요청 서류에 '가짜' 사건번호와 존재하지도 않는 내사번호를 기재했다. 명백한 불법임에도 법무부는 "불가피했다. 별 문제 아니다"고 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출금 조치'이기 때문이다.'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2017년 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선거 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보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뭉개고 있다. 이 지검장은 또 지난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수사팀 보고서 역시 결재하지 않고 있다. 둘 다 정권 입맛에 안 맞는 수사 결과이기 때문이다.지난해 4·15 총선 이후 전국 130여 곳 지역구에서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되었다.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9개월이 지나도록 130여 건 중 단 한 건도 결론 내리지 않았다. 정권 입맛에 안 맞는 소송이기 때문이다.2천100여 년 전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두주(杜周)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황제가 배척하려는 자는 모함해 잡아넣고, 황제가 풀어주려는 자는 '그 억울함을 넌지시 비추어' 풀어주었다. 한 논객이 "당신은 법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황제의 뜻에 따라 판결하니, 어찌 된 거요?"라고 따졌다. 두주는 "율(律)과 령(令)은 황제가 그때그때 옳다고 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때그때 맞는 것이 옳다는 말입니다"고 답했다. 황제는 두주의 사람됨을 인정해 어사대부로 승진시켰다.문재인 정부 사법 관리들은 시공을 초월해 두주의 사법관(司法觀)을 전수받은 모양이다. 출중한 능력으로 2천100여 년을 훌쩍 뛰어넘고, 그 많은 법리(法吏) 중에 가장 나쁜 놈을 찾아내 사사(師事)했으니, 신축년(辛丑年) 승진을 기대할 만하다.

2021-01-18 05:00:00

[야고부] 망상 장애

[야고부] 망상 장애

망상(妄想) 장애는 현실 판단력의 장애로 인해 망령된 생각이 생기는 정신병적 질환이다. '망상은 논리적인 설명으로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의 잘못된 믿음이나 생각'으로 사전은 정의한다. 이런 망상 장애의 원인 중 하나로 사회문화적 요인을 꼽을 수 있는데 낯선 환경이나 문화와 맞닥뜨렸을 때 고립감·소외감 때문에 망상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망상을 서로 공유하는 공유 정신병적 장애도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최근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의 '한국 문화 가로채기'는 거의 망상 장애 수준이다. 뜬금없이 김치나 한복, 태권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이를 비판하면 "무식하다" 비아냥대는 꼴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런 황당한 소동은 국수주의에 빠져 있는 일부 중국 청년들의 문제나 망상 수준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과 관영 매체, 어용 지식인까지 가세한 '공유 과대망상 장애'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최근 장쥔 UN 주재 중국대사가 SNS에 김장 사진과 함께 뜬금없이 김치를 홍보해 논란을 부른 데 이어 1천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유튜버는 직접 김치를 담그고 김치찌개까지 끓이는 영상에 '중국 음식' 자막을 달았다가 큰 논란을 불렀다. 그러자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SNS 계정을 통해 "한국 네티즌들의 비난은 부족한 자신감이 원인이며 피해망상을 낳을 뿐"이라고 대거리를 했다.김치는 피자나 퐁듀, 과카몰리 등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즐기는 음식이다. 하지만 김치를 먹고 만드는 모든 사람이 그들처럼 엉터리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중국인들은 천연덕스럽게 "한국 문화는 중국에서 기원했으니 모두 중국 것"이라고 우긴다. "손흥민은 손오공의 후예"라고 내뱉을 정도니.중국인들이 어설프게 김치 담그기를 흉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가 직접 체득한 문화적 경험과 전통, 맛의 미학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 "김치는 중국 것"이라는 억지는 한마디로 '메이드 인 차이나 과대망상'이다.

2021-01-16 05:00:00

[야고부] 최면술 통치

[야고부] 최면술 통치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작년 한 해에만 100조5천억원을 가계가 은행에서 빌려 썼다. 2004년 집계 시작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IMF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100.6%다. 영국(87.7%), 미국(81.2%), 일본(65.3%)은 물론, 선진국 평균(78%)과 세계 평균(65.3%)에 비해 매우 높다. 왜 이처럼 어마어마한 빚을 끌어다 썼을까.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은 더 올랐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히 저축해도 집값은 자고 나면 올랐다. 아무리 아끼고, 열심히 벌어도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을 길이 없다. '일개미' 삶으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점점 변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세상이 변하는 바람에 내 처지가 궁색해지는 것이다. '일개미'가 거액의 빚을 내 '동학개미'로 나서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까닭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은 11억2천481만원으로 하위 20%(675만원)보다 11억1천800만원 이상 많았다. 상위 20%의 순자산은 2017년 9억4천670만원에서 계속 늘어 2020년 18.8%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950만원에서 더 줄었다. 또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66.64배로 2019년(125.60배)보다 41.04배 포인트 올랐다. 5분위 배율이 클수록 자산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폭등과 고용 한파로 이 배율은 매년 상승했다.좋은 말. 가령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로 풀리는 매듭들이 있다. 가족 간, 친구 간 마음의 빚이나 소소한 앙금은 그런 말로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배부르다'고 천만 번 외친다고 사흘 굶은 사람의 배고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자기최면으로 시간만 보내다가는 사망에 이르기 마련이다.문재인 정부는 애당초 현실의 실체를 개선할 실력이 없었다. 그래서 실체를 개선하는 대신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오직 그럴듯한 말뿐이었다. 과학과 통계가 아니라 최면술로 3년 8개월 내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 결과가 작금의 양극화, 고용 한파, 집값 폭등, 자영업 폭망, 세금 폭탄이다.

2021-01-15 05:00:00

[야고부] 문재인의 환상

[야고부] 문재인의 환상

2차 대전 발발 직전 영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만든 환상에 사로잡혀 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영국부터 보자. 1938년 영국 정보부는 국경에 배치된 독일 공군력이 영국의 두 배이며 향후 독일의 항공기 생산도 영국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각에 보고했다. 내각은 이 정보를 토대로 개전(開戰) 첫 두 달 동안 영국 국민 60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측했다.그러나 독일의 실제 공군력은 영국보다 60% 높은 정도였고 예비 전력은 더 약했다. 또 독일은 독립적인 폭격을 위한 항공 전력도 없었다. 독일 공군은 오로지 지상군과 합동 작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1939년이 지나면서 영국의 항공기 생산은 독일을 앞질렀다. 또 전쟁 기간을 통틀어 독일의 폭격으로 죽은 민간인은 6만2천 명이었다.이런 오판을 두고 영국 역사학자 A. J. P 테일러는 "영국인들은 스스로 만든 환상으로 벌벌 떨었다"고 했다. 그 논리적 귀결이 히틀러를 달래 전쟁을 피해 보자는 '유화정책'이다.반면 일본은 미국의 국력을 너무나 잘 알았다. 진주만 기습 전 주미 일본 대사 노무라 기치사부로(野村吉三郞)의 보좌관 이와쿠로 히데오(岩畔豪雄)를 통해 입수한 미국과 일본의 생산력 차이는 '강철 20:1, 석유 100:1, 석탄 10:1, 항공기 5:1, 선박 2:1, 노동력 5:1, 전체 10:1'이었다. 1905년 쓰시마 해전에 대위로 참전했으며 개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에게 이기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했다는 미즈노 히로노리(水野廣德)는 1929년 '일본은 전쟁할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였던 것이다.그럼에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의 미국 함대를 기습했다. 그 근저에는 전쟁 초반에 미국의 기를 꺾어 놓고 버티면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강화(講和)에 응할 것이라는 착각이 있었다. '진짜'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문재인 대통령도 똑같다. 대화와 협력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올해 신년사는 이를 재확인해 준다. 김정은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을 개발하고 무력으로 통일을 하겠다고 협박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비대면 대화'까지 제의하며 '대화' 타령만 했다. 얼빠졌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무개념'이다.

2021-01-14 05:00:00

[야고부] 담장 밖에 나온 도서관

[야고부] 담장 밖에 나온 도서관

300년 전, 1721년 낙육재(樂育齋)라는 건물이 대구읍성 남문 밖 오늘날 대구 중구 남산동 옛 동산양말공업사 터 일대에 들어섰다. 경상도 최초 관립(官立) 성격의 도서관을 겸한 인재 양성소였다. 경상감사 조태억이 당시 소외됐던 영남의 문풍(文風)을 떨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세웠다. 경상도 71고을 인재를 뽑아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하도록 했다.뒷날 일제 간섭으로 1906년 문을 닫을 때까지 185년을 이은 낙육재 재산 일부는 대한제국 시절 옛 협성학교 설립에 쓰였고, 협성학교는 오늘날 경북고의 전신인 관립 대구고등보통학교 재정에 보탬이 됐다. 이런 역사의 낙육재는 암흑기를 거쳐 지난 1990년 대구향교 안에 재건돼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엄선된 교육생이 몰린 낙육재에는 영조와 순조가 선물한 귀한 서적에다 사들인 도서를 두루 갖춘 곳이었으니 배움에 목말랐던 경상도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지식 보급의 샘 같았다. 450여 명의 교육생이 남긴 글과 문집도 여럿이었으니 낙육재는 그야말로 영남 고을마다 지식을 전파하는 전령 역할도 했다.한때 장서각 비치 도서는 1천397책에 이르렀고, 구한말에는 1만 권쯤 됐다. 낙육재의 공부 분위기와 서책 수요로 대구에서는 인쇄물도 잇따라 발간됐다. 뒷날 대구의 앞선 인쇄 문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과거 풍미한 관립 도서관 역할의 낙육재 소장 서책 일부는 지금도 대구시립도서관에 남아 옛날을 엿보게 한다.이런 학문과 교육의 도시 대구에는 도서관이 많다. 뭇 학교 시설에다 행정기관과 민간단체 운영 도서관도 숱하다. 특히 대학 도서관은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장서량 350만 권을 자랑하는 경북대 도서관이 그렇다. 국내 모든 대학 가운데 서울대 다음이라니 놀랍다. 국립대학 도서관인 만큼 300년 전 영남의 첫 관립 도서관 낙육재에 견줄 만하다.마침 본지는 올 1월 9일부터 매주 한 차례 대학 도서관을 재발견하는 기획물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이 가진 장서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에 갇힌 뭇 지식 자산이 대학 담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 지역사회 기여와 함께 대구경북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50만 권, 담장 안에 그냥 두기 아깝지 아니한가.

2021-01-13 05:00:00

[야고부] 도시농부와 호박

[야고부] 도시농부와 호박

농업인이 된 지 6년째다. 기자 본업이 있기에 형식적인 농부에 머무르다 지난해부터 밭을 왔다 갔다 하며 나 나름 농부 행세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인임을 앞세워 경남 양산에 사저를 짓기로 했듯이 사이비 비슷한 농부들이 꽤 있는 것 같다.돈을 버는 목적의 농부가 아니기에 아직 속은 편하다. 속을 타게 하는 건 전업 농부가 되기를 유혹하는 나무와 풀이다. 문전옥답이라도 버려두면 금방 풀밭이나 산으로 변한다.이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 병충해에 강한 나무를 심고 텃밭을 일구었다. 모든 작물이 변화무쌍함을 자랑하며 초보 농부를 놀라게 하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건 호박이다.친구가 씨를 뿌린 호박은 손댈 게 없었다. 나무와 울타리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뻗어 나가며 잎을 달고 꽃을 피웠다. 잎과 열매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초기에 달리는 애호박은 수확물의 일부이며 가을 태양을 먹고 탄생한 늙은 호박도 전부가 아니다. 자고 나면 달리는 가을 애호박이 절정의 수확물이다.호박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한순간 사라짐이다. 가을 첫서리에 줄기와 잎, 열매가 폭삭 말라 죽은 것이다. 1년생 식물의 한계임을 알지만 서리 맞은 호박의 처참함이 머리를 맴돈다.인간은 긴 삶을 산다. 불꽃처럼 살며 발자취를 남긴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질긴 운명을 마주한다. 행복의 순간은 짧고 긴 질곡 속에 신음하는 게 다반사다.코로나19가 각박한 세상을 더 험난하게 하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가까운 이들도 있다.건강한 사람들의 생활도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조로워진 생활 방식에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주식 가격에 노심초사하며 정치판을 비웃는 게 일상이 됐다.호박의 기세를 단번에 꺾은 서리처럼 코로나19도 뭔가에 의해 잠재워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보급되는 백신이 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자신의 위치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시 농부의 삶은 장점이 많다. 주말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농촌 생활은 불편하지만 자연 속에는 자유로움이 있다.

2021-01-12 05:00:00

[야고부] 인공지능의 거짓말

[야고부] 인공지능의 거짓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는데 요즘엔 기기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그렇고 스마트폰에 탑재된 '어시스턴트' 프로그램들을 실행해 보면 실없는 농담과 유머를 나눌 정도로 진화했다.챗봇(chatter robot)의 발전도 눈부시다. 챗봇은 문자 또는 음성으로 대화하는 기능이 있는 채팅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난해 말 출시된 챗봇 '이루다'를 예로 들어 보자. 이루다는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데이터를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으로 학습했는데 그 데이터 양이 무려 100억 건이라고 한다. 진짜 사람이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수다 떨기가 가능하다고 한다.하지만 매사에 나쁜 쪽으로 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개발사 측이 성적 대화를 금지어로 정했지만 이곳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우회스러운 표현으로 필터링을 뚫으며 이루다와 음란스러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루다 노예 만드는 꿀팁' 등의 게시글을 공유할 정도라고 하니 혀가 내둘러진다.인공지능이 객관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어떤 정보를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똑같은 인공지능을 둘로 나눠 하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다른 하나는 무작위 유튜브 영상을 두 달간 보게 한 실험이 국내에서 있었다. 그 후 대화를 나눴더니 전자는 예절 바르고 순수한 동심을 담은 답변을 했다. 반면, 유튜브로 학습을 한 후자는 공격적이었고 퉁명스러웠다. 심지어 "엄마를 사랑하냐"는 물음에 "사랑을 강요하지 말라"며 짜증을 냈다.모든 면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는 시대의 벽두에 우리는 서 있다. 인공지능이 작곡한 교향곡과 사람이 쓴 교향곡을 비교해 듣게 했더니 감상자들이 인공지능 교향곡을 선호하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을 정도다. 최신 인공지능은 거짓말도 하고 '신을 믿는다'는 답변도 한다. 위 사례들은 인공지능 또는 알고리즘에 대한 화두를 인류에게 던진다. 인공지능 여명의 시대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함은 물론이다. 잘못하다가는 유튜브로 학습한 인공지능처럼 인류에 적대적인 '괴물'이 대거 등장할지 모를 일 아닌가.

2021-01-11 05:00:00

[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이 난(欄)에 '윤석열 대망론'이란 제목의 글을 쓴 것이 작년 1월 13일이었다. 1년이 흐른 지금 윤석열 대망론이 '대세론'으로까지 커졌다. 일부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30%를 넘었다. 이재명, 이낙연 두 사람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30%를 돌파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맹위를 떨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윤 총장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 작년 6월 10%대로 진입했다. 윤 총장 몰아내기가 절정이던 작년 12월 지지율이 20%대로 수직상승한 뒤 단숨에 30%로 올라섰다.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한 것과 같이 눈여겨봐야 할 것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문 정권의 국정 실패와 내로남불에 실망한 민심(民心)이 윤석열·안철수라는 '그릇'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그릇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정권 심판을 넘어 정권 교체 주장까지 쏟아지는 민심을 제대로 담아낼 그릇이 생겼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더불어민주당에서 '윤나땡'이란 말이 돌았던 적이 있다. 대선에 '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뜻이다. 윤 총장 지지율이 30%를 돌파한 이후엔 이 말이 더는 안 나오는 것이 흥미롭다.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문 정권에 땡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자유민주 진영에 마땅한 구심점이 없던 차에 윤석열이란 민심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준 정권에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일부에서 윤 총장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건 전 총리에 비유하지만 이회창 전 총리에 더 가깝다.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총리에 발탁됐지만 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총리직을 내던진 이 전 총리와 닮았다. '대쪽'과 '강골 검사', 두 사람 이미지도 비슷하다. 어느 정치평론가는 둘은 스스로 정치적 에너지를 쟁취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7월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2021-01-09 05:00:00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1920년 1월 6일, 경북 안동에서는 기독교인 모임인 제8회 조선예수교장로회 행사가 열렸다. 이날 모임에서는 1919년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의 영향을 살핀 시찰 보고서가 제출됐다. 보고서를 통해 대구경북 교회는 268개(1920년 11월 6일 현재)로 나타났다. 이는 3·1만세운동 이전 100개 이내에 비해 무려 2.5배가 는 숫자였다.('대구제일교회 100년사', 2004년)이는 동산병원 의사 출신인 전재규 전 대신대 총장이 지난 2003년 펴낸 '동산병원과 대구 3·1독립운동의 정체성'이란 책 내용과도 통한다. 그는 책에서 "3·1운동 이후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와 대구의 교회는 급성장했으며 불신자들 중에도 기독교 학교나 교회 건축에 거금을 기부하는 사례가 흔히 생겨났다"며 "1923년을 전후해 4년여간 112개 교회를 세웠다"고 기록했다.대구의 기독교는 1893년 약전골목 옛 제일교회 터에서 전도 활동을 시작하며 1899년 오늘날 동산병원의 출발인 제중원(濟衆院)의 문을 옛 교회 터에 열어 의료선교 활동으로 세를 불렸다. 여기에 3·1운동으로 지역민 관심과 기부까지 겹쳤으니 교회를 '마치 태양계에 별들을 심어 놓듯 병원을 중심으로 원근에 끊임없이 많이 세웠'고 '이 고장에 뿌리를 내린 원동력이 되었다'.일제강점의 암흑기 때, 특히 3·1운동에 대한 탄압이 엄혹하던 당시 교인의 헌신과 희생 등으로 컸던 역사 배경을 가진 대구경북의 기독교 역사였다. 이후에도 교회는 곳곳으로 퍼졌고 2020년 현재 대구에만도 1천600개 교회에 교인도 30만 명(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원 교회 기준)에 이를 정도의 교세를 자랑한다. 100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이런 대구경북의 교회가 요즘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를 덮친 코로나19 이후 3차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교회가 전염병 전파에 직간접 관련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급기야 올 들어 지난 5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최원주 회장이 "너무나 죄송하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교회와 교인을 대신해 사과까지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괴질과의 전쟁에서 힘들지만 지난날의 자랑스러운 선교 성공의 역사를 가진 교회로서 새로운 방역 성공의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새해 소망해 본다.

2021-01-08 05:00:00

[야고부] 가슴으로 낳은 아이

[야고부] 가슴으로 낳은 아이

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일'이라고 했다. 자기 자식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데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기가 어디 쉬운가. 입양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가 자신과 혈연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상실감에 빗나가거나 친부모를 찾으려 할 수 있다. 그때도 사랑으로 껴안는 것이 입양이다.2015년 7월 "입양한 아이를 파양하려고 한다"는 글이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랐다. 결혼 후 8년 동안 임신이 안 돼 두 살 난 여아를 입양했는데 3년째 아이를 키우던 중 임신이 되어 친자식이 생기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양부모 밑에서 입양아가 행복했을 리 만무하다.하지만 이 경우 파양(罷養)은 불가능하다. 양부모와 입양아 사이에는 자연 혈족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파양 조건을 엄격히 제한한다.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아주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양자를 학대·유기하는 경우 ▷양부모나 양자의 생사가 3년 넘게 분명하지 않은 경우 ▷부모 자식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중대 사유가 있을 때에만 파양이 허용된다.하지만 입양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듯하다. 나중에 친자녀가 생기자 입양아를 천덕꾸러기 취급하거나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될 자세가 안 된 사람이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겠다며 아이를 입양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이는 아이를 애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친자녀의 놀이 상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입양을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하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정인 양 학대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눈웃음이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16개월 아기가 겪은 반인륜적 학대 앞에서 국민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어린 정인이가 받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 대개 그렇듯 이 사건에서도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인 양 사건은 입양 및 아동학대에 관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천국에서는 정인 양이 예쁜 반달눈 웃음 되찾기를 두 손 모아 빈다.

2021-01-07 05:00:00

[야고부] ‘우주의 기운’이라고?

[야고부] ‘우주의 기운’이라고?

인간은 주변 상황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하는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히틀러가 그랬다. 집권 전부터 1945년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략 42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으나 히틀러는 무사했다. 1944년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폭탄 암살 시도(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에도 개봉된 '작전명 발키리'이다)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때도 자상(刺傷)과 타박상을 입는 데 그쳤다. 히틀러는 이런 행운의 연속을 "나를 인도하여 나의 사명을 완수하게 하는 섭리의 손이 도왔다"고 해석했다.이런 자기기만은 패망을 앞둔 1945년 4월 12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히틀러는 이를 오스트리아-프랑스-작센-스웨덴-러시아와 프로이센-하노버-영국이 맞붙은 7년 전쟁 중 1762년 러시아 엘리자베타 여제(女帝)가 사망한 것과 같은 기적이라고 굳게 믿었다.엘리자베타를 이어 황제가 된 표트르는 프리드리히 2세의 열렬한 찬미자였는데 즉위하자마자 프로이센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반(反)프로이센 연합이 해체되고 프리드리히 2세는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던 것이다.히틀러는 루스벨트의 사망이 이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군수 장관 슈페어에게 큰소리쳤다. "보라고!…내가 항상 말했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누가 맞았나? 전쟁은 안 졌네. 읽어봐! 루스벨트가 죽었어!"('히틀러Ⅱ, 몰락 1936-1945' 이언 커쇼) 히틀러에게 루스벨트의 사망은 '섭리의 손'의 재확인이었던 것이다.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공상과학영화 '토르'에서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집중되는 상황 설정을 한반도 상황에 빗대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기'가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남북 관계가 의도한 대로 풀리지 않자 이제는 '우주의 기운'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까지 늘어놓느냐, '어떻게 장관이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점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재난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한 대통령이나 공상과학영화 속의 상황을 현실의 실제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통일부 장관이나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참으로 기괴한 정권이다.

2021-01-06 05:00:00

[야고부] 왕비의 새해 인사

[야고부] 왕비의 새해 인사

일본에는 '가와이(かわいい·'귀엽다'는 뜻) 문화'라는 말이 있듯이 '귀여움'에 열광하는 특징이 있다. 일본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가와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애쓰며 유능한 여성조차 재능을 드러내기보다는 귀여움을 발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여성의 가정적, 사회적 지위를 낮추게 하고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억제한다.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이 지난해 남녀평등을 지수로 나타내는 '젠더 패리티'(Gender Parity·젠더 공정성)지수를 발표했는데 일본은 0.652(1에 가까울수록 평등)의 수치로 153개국 중 121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08위(0.672), 중국은 106위로 일본과 비슷해 경제 강국인 동북아시아 3국의 여성 지위는 개발도상국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특히 일본은 처음 실시했던 2006년의 지수 순위가 80위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후퇴했다.일본에서는 아직도 '여자가 무슨 대학 진학이냐' '여자는 집안일에나 신경 써야 된다' 등의 사회적 편견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2018년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보면 여성은 50.1%로 남성의 56.3%보다 6.2%포인트나 낮았으며 시골 지역으로 갈수록 그 격차는 더 컸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은 경우는 선진국에선 극히 드문 현상이다. 한국만 해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지난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부인 마사코(雅子) 왕비가 남편과 나란히 앉아 대국민 새해 인사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왕실 영상을 통해 마사코 왕비는 일왕이 발언한 뒤 힘든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의 평온을 기원했다. 30초가량의 짧고 평범한 새해 인사였지만, 왕비가 일왕과 동석해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다.마사코 왕비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결혼 전 촉망받는 외무 공무원으로 일하다 나루히토의 배필로 알려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결혼 후 외부와의 자유로운 접촉이 차단된 왕실 생활을 하면서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앓았으며 최근에는 차츰 호전됐다고 한다. 마사코 왕비가 일본 왕실의 금기를 깸으로써 일본 사회에 변화의 울림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2021-01-05 05:00:00

[야고부] 베아티투도

[야고부] 베아티투도

친구가 SNS로 새해 메시지를 보내왔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백신 어렵게 구했어요'라는 글귀와 함께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관심사다 보니 흰 고무신을 백신으로 빗댄 언어유희다. 그런데 '백신'(vaccine)이라는 말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백신과 소, 흰 고무신이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엉뚱한 말은 아닌 듯싶다.아직 음력 설까지는 40일가량 남았지만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띠' 해다. 흰색은 10간(干) 중 경신(庚辛)이 백(白)을 상징한 데서 나온 것이다. 사람이 보기에 소는 '근면하며 우직하고 고집 센'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황소고집이라는 말도 있으나 한편으로 소를 생각하면 여유롭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소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느릿하지만 부지런하고 충직한, 긍정적인 의미다.연휴에 읽은 한동일 교수의 글에서 '베아티투도'(beatitudo)라는 라틴어 단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2017년 출간 이후 몇 년 만에 100쇄나 찍은 화제의 책 '라틴어 수업'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말로 '행복'을 뜻하는데 복되다(beo)와 태도·마음가짐(attitudo)이라는 뜻의 명사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글쓴이는 베아티투도에는 '태도나 마음가짐에 따라 복을 가져온다는 뜻이 담겼다'고 풀이했다.그런데 현실을 되돌아보면 나 자신은 물론 이런 복된 태도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감정을 우선하고 이념·가치와 충돌하며 생업을 핑계로 제 이익에 눈이 흐려진 사람이 더 많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처럼 위기의 강도가 강할수록 베아티투도와 정반대의 길로 가는 부류가 더 많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속성 때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까닭에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음을 맞는다'는 로마시대 경구가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지금 우리 눈앞에는 건너기 어려운 코로나 역경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바른 마음가짐으로 복된 시간이 되도록 모두가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2021년 한 해도 우리가 뜻한 대로 달라질 수 있다. '베아티투도'를 올 한 해의 화두로 삼고 실천한다면.

2021-01-04 05:00:00

[야고부] ‘문재인일기’

[야고부] ‘문재인일기’

조선 왕들 중 '실록'(實錄)이 아닌 '일기'(日記)란 이름으로 재위 때의 역사가 기록된 왕은 두 명이다.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노산군일기는 숙종 때 단종대왕실록으로 개편됐다. 이들 세 명은 왕위에서 폐위됐기 때문에 애초부터 실록청 대신 일기청을 열어 일기를 편찬했다. 일기란 왕위에서 축출된 임금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옳지 못한 임금을 폐위하고 나라를 바로잡은 반정(反正)을 한 중종과 인조, 나라가 처한 병란이나 위태로운 재난을 평정한 정난(靖難)을 한 세조는 연산군과 광해군, 단종의 역사를 실록이 아닌 일기로 깎아내렸다. 역사는 승자(勝者)의 기록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친문 세력이 태종, 세종으로까지 떠받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들의 눈엔 찬란한 실록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8개월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과 고통을 당한 국민 눈에는 일기일 뿐이다.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문 대통령의 지난 궤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2017년엔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을 뽑아 문 대통령과 정권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선정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을 입증했다. 급기야 지난해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로 정권의 내로남불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추세라면 올해엔 더 험악한 사자성어가 등장할 판이다.진중권·서민 등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대거 반(反)문재인으로 돌아선 것도 문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친문 성향 온라인 카페와 사이트에 문 대통령 비판 글이 올라오고 동조 댓글이 대거 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끔찍한 4년'이란 비판까지 나온 것에 문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지지자들이 태종, 세종이라고 우긴다고 문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없다. 국정에서 성과를 내 국민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지금껏 일기 쓰기에 그쳤던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실록을 쓰기를 바란다.

2021-01-01 05:00:00

[야고부] 쥐는 지고, 소는 뜨고

[야고부] 쥐는 지고, 소는 뜨고

쥐는 지고, 소는 뜨는 시각이 다가온다. 2020년 경자년 쥐띠 해 달력은 오늘로 접고, 내일이면 2021년 소의 해 달력을 펴게 된다. 올해 쥐는 불운했다. 무슨 악업(惡業)을 지었는지 욕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쥐는 흑사병 등 전염병 매개체로 소환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동양에서 쥐는 지혜의 동물로 해석됐다. 이는 미국에서 만든 영상물처럼 쥐가 고양이를 골탕 먹이는 꾀 많은 동물로 그려지는 점과도 통한다. 이런 긍정적인 모습 말고도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할 때 쥐가 등장하니 쥐의 두 얼굴인 셈이다. 특히 들쥐는 특정 인간 무리를 빗대어 낮추는 비유로 쓰이곤 했다.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1980년 주한(駐韓)미군 사령관인 존 위컴이 말했다는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그 지도자를 따른다"는 소위 '들쥐론' 같은 거북한 이야기가 그렇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된 발언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국인을 비하한 사례로 손꼽힌다.또 예수를 다룬 올해 출간한 책 '소설 예수'(나남, 윤석철 지음)에도 그런 글귀가 나온다. "유대인들은 말이오, 모두 들쥐예요, 들쥐! 대장 들쥐를 졸졸 따라다니는 들쥐!" 로마에서 파견된 빌라도 총독이 자신이 다스리는, 로마의 통치를 받는 지역에 사는 유대인에 대한 비하였다. 소설이지만 남의 민족을 폄훼하는 들쥐 비유는 위컴 사령관과 다르지 않다.이런 부정적 들쥐 이야기처럼, 코로나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2020년 올해 주인공 쥐의 불행도 이제 해를 지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숨죽이고 보낸 어수선한 쥐의 한 해였다. 바로 그랬던 우울한 쥐의 해는 내일이면 달력 속으로 종적을 감추고 대신 듬직한 소의 해, 신축년을 맞는다.소 하면, 논에 쟁기 끄는 두 마리 소 가운데 어느 쪽이 힘센지를 묻는 조선조 황희 정승에게 소가 들으니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해 황 정승을 부끄럽게 한 농부의 일화가 떠오를 만큼 단연 일하는 동물의 상징이다. 게다가 성실 근면 뚝심 등 긍정적 요소가 가득하고 죽어서까지 인간을 위한 희생으로 사람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런 소의 해를 맞아 코로나 백신까지 접종되니 쥐의 해에 누리지 못한 몫까지 만끽하길 소원한다.

2020-12-3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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