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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의 수신제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명제는 공직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도덕률로 과거는 물론 지금도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개인의 도덕적 정진은 정치·사회적 가치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전자가 완성되면 후자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자(朱子)의 해석이다. 주자학을 종교의 반열에 올렸던 조선 유학자들은 이를 맹종했다.그러나 일본 에도(江戶)시대 유학자들은 이에 반기를 들면서 조선 같으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단죄됐을 '혁명적' 해석을 내놓았다. 야마가 소오코(山鹿素行) 같은 학자는 "몸을 닦는 것 한가지로써 천하의 일을 논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단지 몸을 닦는 것은 근본이고 기틀이며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자동 연결을 끊어버린 것이다.정약용도 감탄한 오규 소라이(荻生徂徠)는 이런 해석을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존경하고 믿지 않으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으며 또 백성을 편안케 하는 공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몸을 닦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닦는 것을 밀고 나가면서 그 나머지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수신제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안민(安民)이라는 정치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도구적 합리성은 마침내 안민(安民)을 위해서는 '더러운 일'도 해야 한다는 데에까지 이른다. "군주(君主)된 이는 설령 도리(道理)에 벗어나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라 하더라도 백성을 편안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레닌도 같은 말을 했다. "혁명은 궂은 사업이다. 흰 장갑을 끼고 혁명을 할 수는 없다."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 추진에 검찰 내부에서 "누가 누구를 개혁하나"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수신제가도 못한 주제에 무슨 치국평천하란 말인가'쯤 되겠다. 오규 소라이의 말처럼 수신제가를 잘하면 곧바로 치국평천하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치국평천하의 '도구'로써 수신제가의 가치는 현대에도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조국은 자격이 없다.

2019-09-18 19:24:43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약속 지킨(?) 文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1 야당 대표가 삭발한 것은 황 대표가 처음이다. 국민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야당 대표의 삭발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황 대표를 삭발하게 한 장본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가 처음으로 삭발하게 하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對)국민 약속을 지켰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약속을 문 대통령이 가장 잘 지킨 분야는 경제다.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악화한 경제지표들을 줄줄이 쏟아내더니 급기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년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겨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더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달나라에 산다'는 지적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했다.서울 한복판에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초상화와 인공기를 외벽에 그려 넣은 '북한식 주점'이 개업을 준비하는 것도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이를 본 주민이 관할 구청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넣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도한 '남북 평화 쇼' 탓에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압권(壓卷)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이다. 결격 사유가 차고도 넘치는 사람을 문 대통령이 장관에 임명한 바람에 한 달 넘게 온 나라가 파탄 지경이다. 장관 한 명 때문에 이렇게 국민이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나. 부인은 기소, 5촌 조카는 구속, 딸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도 자리를 지킨 장관이 있었던가.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힘을 합쳐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확실하게 선사하고 있다.국민은 어느 정권 때보다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이런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기 바란다.

2019-09-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검찰청 앞 꽃은 시들고

'정의를 위해 싸워주세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이런 검찰 응원의 문구와 함께 여러 색의 장미를 비롯한 색색의 꽃들과 수갑이 놓여 지나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끈 모양이다. 아마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쏟아진 뭇 의혹을 시원스레 밝혀주길 바라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보낸 꽃이리라.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8·9 개각에 따른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과 국회 청문회 이후 지난 9일 취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조 장관은 사람들 입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놓인 꽃이니 검찰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또 과연 꽃에 담긴 마음처럼 정의를 위해 검찰이 싸울지도 관심이다.검찰은 일찍 검찰 깃발의 다섯 막대의 한 가운데에 정의를 뜻하는 가장 긴 뾰족 칼을 세웠다. 누굴 위한 정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경험상 그 칼은 주로 가진 자, 힘 있는 소수를 위한 요술 방망이다. 반대편에 버려진 다수의 아픔을 달래려 휘둔 일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나 영상물에서 주로 나올 뿐이다.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올 7월 분석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20주년 누적 판매량 최고의 책'에서 9위에 오른 사실은 한국인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정의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조차 한국의 많은 판매량에 놀랐다니 우리 현실이 정의와는 거리가 먼지를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삼권분립의 역사 속 나라 권력자의 검찰 길들이기와 검찰의 정치화는 익히 보고 배운 터라 이번 윤 총장의 검찰 역시 비록 정의롭지 못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껏 제기된 여러 의혹과 지난날의 오욕의 역사를 보면 조 장관과 검찰이 서로 통하는 바가 여럿인 만큼 때가 되면 길들이고 길들여질 듯하다.늘 지지를 보내는 대통령과 그를 등에 업은 조 장관이나 이에 맞선 검찰의 힘겨루기 모양새는 국민에게 영화나 영상에서처럼 숱한 의혹의 진실 규명과 정의의 환상을 갖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되지 않는 선에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꽃으로 응원한 사람들이 이를 잊을까 걱정이다. 꽃은 시들지만 현실의 더 큰 권력은 힘을 가진 동안은 시들지도 않고 더욱 냉혹하다는 사실을 알면 덜 실망할 텐데.

2019-09-17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최부잣집 정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자가 서민들의 존경을 받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나마 선진국의 상류층들은 재산과 권력만 누리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도덕적인 의식이나 수준 또한 높다. 그러나 한국의 가진 자들은 부귀(富貴)에만 목숨을 걸고 그 대물림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도덕성은 일반 국민보다도 못하다. 그렇지만 우리 역사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전 재산을 기부해 제주도의 기근을 해소한 거상 김만덕, 모든 가산을 정리해 만주로 집단 망명했던 안동의 독립운동가들이 그 좋은 본보기이다. 특히 만석꾼의 재산을 자랑했던 영남 제일의 부자 '경주 최부잣집'처럼 한 가계가 수백 년에 걸쳐 부를 유지하면서도 존경과 칭송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는 가훈을 대를 이어 실천해 온 집안이다.때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졌고, 더러는 사회봉사와 구휼을 위해 많은 재산을 아낌없이 썼으며, 마지막으로 조국의 광복과 후학 양성 및 문화 창달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았다. 그래서 탐관오리와 부자들이 타도의 대상이던 동학 농민 봉기의 거센 물결에도, 6·25 전쟁 전후 빨치산의 부잣집 습격에서도 최부잣집은 아무 탈이 없었다.'경주 최부자 500년의 신화'라는 책을 쓴 저자는 "최부잣집의 숭고한 정신과 그 후손들의 조상에 대한 자긍심은 새로운 씨앗이 되고 뿌리와 줄기와 잎이 되어 언젠가는 다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최부잣집은 막을 내렸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 후손인 최성해 동양대 총장님에게 경의를 표한다.최 총장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외아들을 퇴사시키고 해병대에 보낸 사람이다. 그는 자신과 대학에 닥칠 커다란 불이익을 예상하면서도 살아 있는 권력자들의 회유와 협박에 저항했다. 부귀를 대물림하기 위해 특권과 반칙, 편법과 꼼수, 탈법과 위법을 총동원한 것도 모자라 거짓과 위선으로 일관해온 사람들과는 격이 다르다. 최부잣집 정신을 훼손하지 말라.

2019-09-16 06:30:00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으로부터 '희망사다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야고부] 국민을 새로 뽑으세요

2차 대전 후 동독을 손에 넣은 스탈린과 동독 권력자 발터 울브리히트의 목표는 '동독의 소비에트화'였다. 이를 위해 1945년 토지개혁을 단행했고 1946년 중반까지 동독 내 주요 공장의 사적 소유를 완전히 철폐했다. 구 독일국방군(Wehmacht)의 '전격전' 같은 속도였으나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 왔다.토지개혁은 수확기와 작물 파종기인 9월에 단행돼 수확량 격감을 불러왔다. 국유화는 소련이 전쟁 배상금으로 가동 중인 공장의 절반인 400개를 소련으로 빼돌린 것과 맞물려 많은 노동자들을 '백수'로 만들었다. 인민은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울브리히트는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1961년까지 서독의 생활 수준을 따라잡겠다면서 더 많은 노동을 강요했다.그러나 동독의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고 인민의 생활도 더 비참해졌다. 그러자 인민이 폭발했다. 1953년 6월 17일 울브리히트 등 동독 지도부의 총사퇴, 자유선거 등을 요구하는 인민 봉기가 동베를린과 동독 400개 도시를 휩쓸었다. 이에 대한 동독 정부의 반응이 기가 막혔다. "인민들에 실망했다." 이에 동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분기탱천해 '인민을 다시 뽑으라'는 시를 썼다. 제목은 '해결 방법'(Solution)."6월 17일 인민봉기 뒤/ 작가연맹 서기장은 스탈린가(街)에서/ 전단을 나눠주도록 했다/ 거기에는 인민들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그것은 오직 더 많은 노동으로만 되찾을 수 있다고 씌어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해 버리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여권과 지지 세력이 환호성을 지른다. "조 장관은 대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 "개인적 모욕과 모멸을 견뎌낸 것은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감당하기 위해서" "검찰이 쏜 네이팜탄을 뚫고 법무장관 취임한 조국 위해 폭탄주 한잔 말겠다" 등등. 구 동독 정권의 "인민들에 실망했다"보다 더한 국민 조롱이다. 하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부터 국민 조롱이니 놀랍지도 않다.그래서 '강추'한다. 브레히트의 제안대로 국민을 다시 뽑으라고 말이다. 그러면 조롱하느라 입 아플 일도 없을 것이다. 조롱할 대상이 없어 심심한 게 아쉽긴 하지만.

2019-09-1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억지 편 가르기

나라를 구한 서애 류성룡은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숨진 날 관직에서 쫓겨났다. 류성룡이 천거한 이순신과 선조가 믿고 나라를 맡긴 류성룡은 임진왜란에서 선조를 도와 전쟁 승리를 이끌었다.임란 승리의 두 영웅이 받든 선조는 과연 왕다웠나. 아무래도 '아니다'이다. 그는 나라나 백성보다 권력 유지를 위한 '치사한 짓'을 더 저질렀다. 재임(1567~1608) 42년에 24차례의 정치 술수로 신하를 시험했으니 말이다. 그가 애용한 정치 술수는 형식의 차이는 있으나 내용은 비슷하다. 바로 왕 자리를 내놓고 세자 광해군에게 물려주겠다는 뻔한, 너무나 속이 보이는 명령이다. 선위(禪位), 섭정(攝政), 전위(傳位) 등 표현만 달랐을 뿐이다.1.7년에 한 번꼴 소동은 불안한 정치적 입지나 전쟁 책임 추궁 등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신하의 충성 시험을 위한 꼼수였다. 소동이 임란 때만 22차례여서 전쟁에도 오직 권력에만 관심이던 선조의 민낯을 보게 된다. 전쟁도 버거운데 신하는 끊임없이 왕의 편에 서야 했고 충성심을 강요당해야만 했다.정권을 지키기 위한 이런 술수는 광복 이후에도 흔했다. 특히 군사 정부에서 잦았던 간첩단 조작 사건, 북한을 끌어들여 선거 등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북풍'(北風)도 민심의 억지 편 가르기 사례였다.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보면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의 순수성과 과연 대통령다운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적잖다. 남북 문제를 비롯해 한일 및 한미 관계, 부처 장관 임명 등이 그렇다.남북 관계는 처음엔 국민이 반길 만했지만 이젠 나머지 사례처럼 되레 민심의 분열을 부추기는 꼴이다. 이런 민심 분열의 편 가르기는 마치 뒷 파도가 앞 파도를 덮치듯 잇따라 멈추지 않으니 정권 유지용 지지층 결집 전략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국민은 혼란스러움에 정신이 없다.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면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더욱 분명하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거스른 데 따른 어수선함을 덮을 또 다른 편 가르기의 큰일을 터뜨릴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과 여당, 조 장관 입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터질 일이 연극 속이라면 재미라도 있겠지만 실제 상황이라 마음은 벌써 답답하다.

2019-09-11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막 하자는' 文대통령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민심(民心)을 거스른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고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떠올랐다. 여론은 물론 객관적으로도 장관 자격을 잃은 사람을, 더욱이 부인이 검찰에 의해 기소된 마당에 그것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 장관에 앉힌 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宣戰布告)와 다름없기 때문이다.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장관 임명을 두고 장고(長考)했다고 청와대는 포장했지만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이 문 대통령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의혹들과 검찰 수사는 물론 국민의 거센 반대 여론도 문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조국 임명을 통해 '한 번 입력되면 변하지 않는' 문 대통령 스타일이 다시 드러났다. 일단 생각을 굳히면 바꾸지 않고, 어떤 사안이든 결정하면 끝까지 가는 문 대통령의 고집은 반일(反日), 북한,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인사까지 국정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무리 결격 논란이 있고 야당은 물론 국민이 반대해도 '내 사람'은 무조건 임명한 탓에 5년 임기 반환점이 돌기도 전에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2명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 노무현 정부(3명)를 훨씬 넘어 '독선적 코드 인사'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한 지인은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을 '잘된 일'이라고 했다. 국민이 문재인 정권의 실체를 확실하게 알게 된 것과 함께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완전히 접을 수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검찰 수사를 통해 조국을, 국민 저항을 통해 정권까지 '똘똘말이'로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통령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고, 이 에너지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다. 내년 총선 승리와 차기 집권 도모 차원에서 지지 진영만을 끌어안으려 '조국 장관 카드'를 밀어붙인 문 대통령의 처사는 대통령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다. 장관 임명으로 '조국 사태'가 끝나기는커녕 국민 반발로 '문재인 사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갈수록 혼돈으로 치닫는 이 나라가 걱정이다.

2019-09-1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믿는 도끼'의 배신

미국 연방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다. 지명 때 최우선 고려 사항은 '코드' 즉 이념적 성향이다. 사법부를 최대한 대통령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게 대통령의 의중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명으로 1953년 대법원장이 된 얼 워런이다.아이젠하워는 그를 지명하면서 "오늘날 연방대법원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검사 출신인 데다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3번이나 역임한 정통 '공화당 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믿는 도끼'로 알았던 것이다.그러나 워런은 대법원장이 된 후 아이젠하워의 '발등'을 찍었다. 피의자를 체포할 때 묵비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告知)해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 돈 없는 형사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기드온 판결', 공립학교에서의 흑백분리는 위헌이라는 '브라운 판결' 등 진보적인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아이젠하워는 퇴임 후 "그를 지명한 것은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고 후회했는데 그럴 만했다.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해리 블랙먼 대법관도 그랬다. '절친'인 당시 워런 버거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지명을 받은 그는 '무난한 보수파'로 평가받았다. 이런 평가대로 임기 초반에는 역시 보수파였던 버거 대법원장과 의견 일치 비율이 87.5%에 이를 정도로 '궁합'을 잘 맞췄다.그러나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블랙먼은 지명자의 희망과 반대로 갔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여성의 낙태권 제한은 위헌이라는 1973년 판결이다. 이를 보면서 닉슨도 아이젠하워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윤석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혐의로 6일 밤 기소했다. 공소시효(7년) 만료 시한이 이날 밤 12시임을 감안해도 '전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치라고 했으니. 지금쯤 문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와 같은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9-09-0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벌초 단상

성석제의 소설 '처삼촌 묘 벌초하기'는 처가 문중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을 속담과 관련된 일화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형상화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문중 어른들과 선산을 둘러보겠다는 처남의 전화를 받고 처가 직계 자손인 처삼촌 묘를 구슬땀을 흘려가며 벌초를 했다. 하지만 선산 방문을 뒤로 미룬다는 처남의 전화에 허탈감에 빠진 채 몸살로 드러눕는다.'처삼촌 묘 벌초하듯'이란 속담이 있다. '일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마지못해 건성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처가는커녕 자기 집안 조상들의 산소 벌초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세태가 되었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마뜩잖아서가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우선 우거진 산림을 헤치고 산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농사일에 문외한인 젊은 세대들은 풀베기조차 낯설다. 예초기가 보급되었지만 조작이 서툴고 사고 위험성도 높다. 벌에 쏘이기 쉽고, 뱀에 물릴 수도 있다. 이래저래 다치거나 풀숲에서 얻은 감염성 질환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번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기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절기상 처서가 지나 풀의 성장이 멈추는 추석 전 보름간은 벌초의 적기이다. 추석 성묘를 위해서도 벌초는 필요하다. 하지만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이 국민적 풍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산야가 변했고, 장례문화가 변했고, 후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세상만사 주변 환경과 시절 인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짙은 산림에서 풍수지리를 논하기도 곤란하고, 도로변 전답을 죄다 무덤으로 만들 수도 없다. 조상들도 귀한 후손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낫질도 못하는 신세대에게 산중 벌초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벌초는 물론 제사와 전래의 풍습에도 그다지 호감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교적인 이유도 없지 않다. 이제는 매장보다 화장이 대세이다. 인생의 육체적인 결말은 한 줌의 흙이다.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상의 묘소 또한 예외가 아닐 듯하다.

2019-09-07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가을 태풍

지구 곳곳의 열대저기압은 발생 지역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매년 수차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타이푼(태풍)은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이다. 인도양과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것을 사이클론, 카리브해에서 발생해 미국 동부지역에 큰 피해를 내는 열대저기압을 허리케인이라고 부른다.태풍은 북서태평양 서쪽 북위 5~25도, 동경 120~160도의 열대 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1981년 이후 지난 30년간 연평균 25.6개가 발생해 동남·동북아시아에 큰 피해를 내고 있다. 발생 빈도로 보면 8월(평균 5.9개)이 가장 높고 9월과 10월, 7월, 6월 순이다.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평균 3.1개다. 태풍은 필리핀과 대만 또는 남중국해로 곧장 진행하거나 도중에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진로를 바꾸는데 이럴 때는 우리나라가 그 영향권에 든다. 6~7월에 발생하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의 경우 5호 태풍 '다나스'가 7월 20일 전남 진도 서쪽 해상에 접근했고, 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8월 6일 부산을 통과해 2개의 여름 태풍이 닥쳐 크고 작은 피해를 냈다.올해 발생한 태풍은 6일 현재 모두 14개다. 14호 태풍 '가지키'는 3일 베트남 다낭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이미 소멸했다. 하지만 제13호 태풍 '링링'은 세력을 계속 키우며 우리나라로 접근 중이다. 7일 오전 목포 서쪽 해상에 접근해 서해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북상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2010년 9월 곤파스의 경로와 비슷해 기상청은 강풍 피해에 대한 주의와 함께 "기록적인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그동안 한반도를 강타한 여러 태풍 가운데 초가을에 닥친 '가을 태풍'은 매섭다 못해 공포심을 주었다. 1959년 9월 17일 849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사라를 비롯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가 대표적이다. 9월 필리핀·대만 인근 해수 온도가 27℃ 이상으로 태풍 발달에 최적의 조건인 데다 북태평양 기단의 힘이 약해지면서 태풍 이동 경로에 한반도가 놓여 큰 피해를 낸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철저한 대비와 주의가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9-09-06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부울경, 그리 초조한가

'정이 많다. 급하고 다혈질, 직설적이다. 속정이 있다.'부산 토박이의 성격 특성을 다룬 부산 옛 자료에 나오는 일부 내용이다. 앞은 서울 토박이에 대한 부산 토박이의 특징이고, 가운데와 뒤는 각각 경북 토박이와 호남 토박이와 비교된 부산 토박이의 특징을 나타냈다.부산 토박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닌 만큼, 부산 시민 모두에 미뤄 일반화하기 어렵겠지만 부산 사람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참조 자료는 될 만하다. 특히 부산의 정치인이나 지도자의 행태를 짐작하는 나름 잣대도 될 터이다.최근 언론에 보도된 김해신공항 재검증 작업을 둘러싼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총리실 압박 행태는 한마디로 할 말을 잊게 하고도 남는다. 이들은 이미 총리실이 거듭 밝힌 재검증 기준 외 '경제'와 '정책' 측면의 판단도 잣대로 제시했다.이미 부울경은 지난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김해신공항 재검증 요구안을 꺼내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마저 무시했다. 억지로 총리실에 이를 떠안기더니 '정무적 판단'을 배제하고 '기술적 쟁점'만 맡을 것을 천명한 총리실을 또 흔드는 꼴이다.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 움직였던 부울경의 지난날을 새기면 이들은 '급하다' 못해 아예 속도계를 떼고 달리는, 제동장치 없는 차와 같다. 그러나 부산 주축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옹호 세력의 거침 없는 행보에는 초조함이 엿보인다.이런 돌발의 비정상적 행태는 대통령의 지지도 변화, 심상찮은 민심의 흐름 등을 따진 초조함의 결과를 방증하는 역설이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바라는 결론을 내려 결국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서고 싶을 것이다. 총리실 압박 공세는 그런 배경을 감안하면 이해되지만 불공정하고 오만한 발상이다.이들 지도자의 행보는 같은 부울경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바랐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나 지금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그리고 '정의로운 결과'의 사회와 동떨어지고 어울리지 않는다.부울경의 총리실 압박은 그들이 기댄 문 정부에 되레 짐일 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논란으로 힘겨운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부울경은 비록 초조하겠지만 자중에 급할 때다.

2019-09-0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구역질 난' 조국 간담회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씨를 둘러싼 논란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지 싶다. 숱한 의혹들과 야권 반발, 검찰 수사는 물론 임명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과 상관없이 조 씨를 장관으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애초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우롱한 조 씨의 허무맹랑한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이 같은 확신은 더 굳어졌다.형식과 장소, 내용과 시기 등 문제투성이 기자간담회는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판은 문 대통령이 깔았다. 조 씨와 가족 관련 의혹이 쏟아졌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한마디도 않다가 뜬금없이 대입제도·청문회를 걸고넘어졌다. '조국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물타기를 했다. 이에 발맞춰 조 씨는 기자간담회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나팔수 역할을 했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국민 반발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조 씨와 문 대통령·여당이 꼼수를 부린 것이다.의혹들에 대해 조 씨는 부인하고 일방적 주장을 폈다. 대답의 9할이 '모른다' '관여한 적 없다'였고 교수답게 박학다식을 자랑했다. 딸과 관련해 울컥한 것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국민은 역겨움을 느낀다"는 한 야당의 평가에 공감이 갔다. 조 씨가 책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한 문구에 빗댄다면 '구역질 난' 기자간담회였다.문 대통령과 청와대·여당 등 집권 세력이 총동원돼 '조국 구하기'에 나선 까닭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조 씨를 지키면 중도세력 지지율 5~10%를 잃지만 조 씨를 버리면 결집층 20~25%가 공중분해된다는 셈법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온다. '조국이 곧 문재인'이고,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반일(反日) 주역인 조 씨가 꼭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조 씨가 단숨에 전국구 인사로 무게감을 키워 대권주자가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국민 반대에도 문 대통령은 조 씨의 장관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조국 하나 지키자고 노무현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팽개치고, 고작 조국 하나 지키자고 촛불 국민을 버릴 셈이냐"는 야당의 고언(苦言)은 땅바닥에 처박힐 것이다. 나폴레옹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 사전(辭典)엔 '국민'이 없는 모양이다.

2019-09-04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야마모토 다로

그제 우리 국회의원 6명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일본의 한 국회의원이 "전쟁을 해서 독도를 찾아야 한다"고 막말을 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망언 주인공은 마루야마 호타카로 군소 정당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의 중의원이다.앞뒤도 모른 채 마구 내뱉는 그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러시아 쿠릴열도 4개 섬과의 교류 차 쿠나시르 섬을 찾았다가 술에 취해 "전쟁을 해서라도 북방 영토를 탈환해야 한다"고 실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망언으로 그는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돼 소속 정당을 옮겼다. 아무리 경험없고 미숙한 30대 청년임을 감안해도 아소 전 총리처럼 막말로 버티는 것은 스스로 '얼간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다.드물지만 일본 정치판에도 성숙한 의식을 가진 정치인도 있다.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郎)가 대표적이다. 올해 만 44세의 배우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 영화에도 여러 편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한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청년 자살을 조장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일본을 개조해야 한다" 등 개념 발언으로 '일본의 노무현'으로도 불린다.유튜브에는 야마모토 의원의 거리 유세와 논리정연한 국회 대정부 질문 영상도 많다. 극우 세력을 등에 업고 일본을 망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 일본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신파 이미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그는 '국민이 정치를 바꿔야 일본이 되살아난다'고 강조하는 정치인이다. 올해 4월 레이와 신센구미(令和 新選組)라는 정당을 창당했고, 7월 참의원 선거에서 2명의 중증 장애인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고 자신은 최다 득표 낙선자가 됐는데 제1야당 입헌민주당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아베 총리는 한국인에게 거의 '동네 개'나 다름없다. '아베야 고맙다'에서부터 '영화 도쿄재판, 아베도 봐라'는 일간지 칼럼 제목까지,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그런 아베 총리에게 야마모토 의원은 늘 "초등학교 수준의 정치외교를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국회 연단에서 염주를 손에 들고 합장하며 아베에게 추모의 예를 올리기도 했다. 조상의 후광을 업은 3류 세습 정치가보다 야마모토가 훨씬 유익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일본 국민은 알까.

2019-09-0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다시 본 대통령 취임사

지난달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광복회 대구시지부 주최로 열린 경술국치일 추념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해 국치일을 맞아 글을 쓰면서 스스로 다짐한 '조기(弔旗) 달기'와 '추념식 참석' 그리고 '찬 죽 먹기'를 올해만큼은 온전히 지켜보자는 마음에서다.광복회는 2011년 이후 국치일 행사를 갖고, 조기 달고, 찬 죽을 먹지만 늘 제대로 따르지 못했는데, 올해도 실패였다. 조기 달기와 행사 참석은 했지만 찬 죽만큼은 '운'(運)이 돕지 않았다. 마침 이날 참석자가 넘친 탓인지 준비한 죽이 모자랐다.이날 자신과의 약속조차 잘 지키기 힘듦을 절감하며, 2017년 5월 10일 국회의사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취임사를 찾아봤다.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며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은 그때도 그랬지만, 2년 지난 지금 읽어도 새길 만하다.'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약속은 더 와 닿았다. 그래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한 다짐도 이루길 바랐다.2년 전, 국민 마음은 한결 그랬다. 그러나 지금, 나라는 그 약속과 다짐을 담았던 대국민 말씀과 다른 꼴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선지 대통령에게 되레 실망하는 사람도 적잖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진영도 상당한 탓에 갈수록 편이 갈리는 모양새다.그러나 '찬 죽 먹는 일'조차 '운'이 따르지 않으면 힘든 게 삶인데, 하물며 나라 걱정을 도맡은 대통령은 오죽할까. 문 대통령은 취임사의 숱한 약속과 다짐을 지키고 싶었겠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과 '운'까지 돕지 않으니 어쩌랴. 여당을 보면 그렇다.요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존재하는가. 여당은 정부가 제대로 구르도록 도움과 힘을 주는(與) 무리(黨)가 아닌가. 정부가 잘 굴러가지 않으면 매와 채찍도 아끼지 말고 적절히 줘야 되는 무리가 아닌가. 그런데 과연 지금의 민주당은 그런가.문 정부와 청와대가 그릇된 일을 저질러도 그냥 그들과 같은 길을 걸으며 결속할 뿐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당의 편들기는 점입가경이다. 이러다가 정부, 여당이 공멸을 자초하는 수렁에 빠지는 것은 알 바 아니지만 자칫 나라만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09-02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총신(寵臣) 조국'

'역사는 반복된다'는 논거를 잘 보여주는 본보기가 하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권의 몰락을 가져오거나 치명상을 입힌 사람은 권력자가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대통령이 가장 아끼고 애지중지한 이들이 정권을 쓰러뜨리거나 기울게 했다. '정권의 적(敵)은 대통령 지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것은 최순실 씨였다. 이명박·노무현 대통령은 형이 문제였다. 이상득 의원과 노건평 씨가 아우인 대통령에게 짐이 됐다. 경쟁자이자 동지인 김대중·김영삼 대통령은 나란히 아들 때문에 정권이 기울었다. '홍삼 트리오'와 김현철 씨가 아버지에게 그림자를 안겨줬다. 박정희 대통령은 심복인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권력 다툼 와중에 총탄을 맞아 서거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2인자인 이기붕 의장으로 인해 하야(下野)하고 말았다.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을 꼽는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첫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2년 넘게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긴 데 이어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인사 검증 실패 등 숱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총애는 굳건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려 한다는 진단마저 나왔다.인사청문회·검찰 수사로 조 후보자가 갈림길에 선 것처럼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로 말미암아 갈림길에 섰다. 의혹들과 검찰 수사에도 문 대통령이 청문회 후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느냐,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통해 조 후보자 카드를 접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문 대통령과 정권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정권에 치명상을 입힌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다.사족(蛇足)을 달면 총애의 총(寵) 자와 농단의 농(壟) 자가 매우 닮았다. 용이 갓을 쓰면 총 자가 되고 용이 땅을 딛고 서면 농 자가 된다. 총애하는 사람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사실을 선인(先人)들은 일찍이 간파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19-08-31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을 꺾어야 한다는 욕망'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공산주의의 비인간성에는 눈을 감고 자본주의의 문제는 무섭게 비판한 위선자였다. 그는 불소친선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된 1954년 초청을 받아 소련을 방문한 뒤 '리베라시옹' 신문과 인터뷰에서 소련의 현실을 정반대로 전했다. 그는 "소련 시민은 우리보다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그들의 정부를 비판한다"며 "소련에는 완전한 비판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이를 두고 영국 역사가 폴 존슨은 1930년대 초 조지 버나드 쇼의 '소련 찬양' 이후 서구 주요 지식인의 입에서 나온 소련에 대한 가장 굴욕적인 설명이라고 비판했다.훗날 자기 말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자 사르트르는 1976년 출간된 저서 '상황Ⅹ'에서 이렇게 자신을 비호했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내가 믿지 않은 소련에 대한 우호적인 사실들을 몇 가지 말했다…그렇게 한 이유는 고국에 돌아오기 무섭게 나를 초청해준 나라를 모욕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부분적으로는 소련과 내 사상 사이의 관계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이런 말장난은 그의 전매특허다. 서구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왜 소련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전형이다. 그는 "자신의 실천 원칙은 '지금 여기'(now and here)이고, 자신의 삶의 현장이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지 않아도 소련에 대한 비판은 넘쳐나는데다가 자신까지 소련을 비판할 경우 그것이 '현재의 자본주의가 그래도 나은 것'이란 식으로 현실을 정당화하고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데 악용될 것"이라고도 했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에 침묵하다 29일 입을 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막상막하다. 그는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조국을 꺾어야 한다는 욕망이 지배하고 있다"고 했으며,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일부 참가자가 마스크를 한 것을 들어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이 어른어른하는 그런 거라고 본다"고 했다. 우리 편은 무조건 선이라는 진영 논리에 갇혀 '상식'과 '균형 감각'을 상실한 궤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눈을 씻고 귀를 씻어야겠다.

2019-08-30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왕의 남자

역사와 인간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한국사 속의 간신(奸臣)을 책으로 펴낸 역사학자 함규진은 그 유형을 3가지로 나눴다. 왕의 신임을 믿고 권력을 농단했던 유형, 왕보다 더한 권력을 추구했던 유형, 시류에 영합하며 일신의 영달만을 꾀했던 유형이다. 그는 첫 번째 유형을 '왕의 남자'라 부르며 삼국시대의 도림, 고려시대의 묘청 그리고 조선시대의 홍국영 등을 대표로 꼽았다.고구려 장수왕의 밀명을 받고 백제로 잠입한 승려 도림은 개로왕의 환심을 산 후 국사(國師)가 되었다. 그는 각종 토목공사를 건의해 백제의 국력을 낭비하며 백성을 곤궁에 빠트렸다. 그때 장수왕이 백제를 침공해 수도 한성을 함락시키고 개로왕과 일가족을 붙잡아 죽였다. 어느 역사가는 도림 같은 인물을 일컬어 '역사를 훔친 첩자'라고 했다.고려 인종 때 묘청은 서경(평양) 천도와 함께 황제국을 자처하고 금(金)을 정벌하자고 주창했다. 당시 고려 사회는 외척의 반란에다 문벌 귀족과 신진 관료의 대립으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져 있었다. 더구나 대륙에는 여진족의 나라가 흥기하며 고려를 핍박했다. 개경 귀족에게 환멸을 느낀 나머지 허황된 정치적 수사에 현혹된 왕은 결국 '묘청의 난'을 초래했고, 머잖아 무신정변과 함께 왕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조선 정조시대 초반의 정국은 홍국영이 전부였다. 모든 정사가 그에게서 나와 그를 통해 시행되었다. 외모가 준수하고 정무 감각이 뛰어난 그가 일찍이 정조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조정 중신들 사이에 '홍국영과 갈라서는 자는 역적'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될 정도였다. 재야 선비들의 환심을 사고 누이를 정조의 후궁으로 들인 홍국영의 독단적 권세는 그러나 정점에서 꺾이고 말았다. 도성에서 쫓겨나 폭음과 통곡으로 밤낮을 보내던 그는 30대 초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일개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둘러싸고 이렇게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은 그가 곧 권력의 실세이자 '왕의 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의혹과 표리부동의 행각에 '조로남불' '조국캐슬'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고로 간신이란 어리석은 권력자를 숙주로 삼는다. 역사상 충신과 간신을 구별할 줄 모르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과 국가의 말로는 비참했다.

2019-08-29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점(點)과 점(点)

에드윈 허블은 조지 헤일의 영향으로 시카고대에서 수학과 천문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아버지 뜻에 따라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데 사실 법률에는 흥미가 없었다. 귀국 후 교단에 서거나 법률회사에서 일하며 다른 길을 걸었다.다시 방향을 틀어 1917년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가장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이 있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트 윌슨 천문대에 도착한 때가 1919년 8월, 꼭 100년 전의 일이다.당시 윌슨 천문대에는 헤일이 설계한 구경 2.5m, 무게 100t의 후커(Hooker) 망원경이 있었다. 허블은 이 망원경으로 은하 관측에 매달렸는데 중노동이었다. 관측 포인트와 노출 시간을 일일이 수정해가며 유리 건판에 촬영했는데 각도가 조금만 틀어지거나 초점이 흐려도 자료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1923년 10월 4일, 안드로메다 성운 사진을 찍었다. 이를 현상하자 점 하나가 발견됐다. 재촬영해 확인한 결과 두 개의 점이 더 발견됐다. 그중 하나가 유명한 세페이드형 변광성이다. 이를 이용해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쟀는데 약 90만 광년이었다. 우리 은하의 지름인 10만 광년보다 더 멀었다. 허블이 안드로메다 성운을 통해 외부은하 존재를 처음 증명한 것이다. 이후 우주팽창론까지 증명해낸 그의 이름이 최초의 우주망원경에 붙은 것은 자연스럽다.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정보 강국'이라는 일본의 황당한 정보력 수준을 공개했다. 국회 국방위원이자 군사통인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7년 북한 미사일 정보를 얻으러 온 일본이 우리에게 건넨 정보는 위성 영상도 아닌 구글 맵 위에 발사 추정 지점을 표기한 도표가 전부였다"고 꼬집었다. 또 "지소미아 체결 이후 30차례 정보 교류에서 유용한 일본 정보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허탈해했다.빗대자면 스케치 한 장 주고는 우리의 알짜 정보를 받아간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에 당황하며 극구 난색을 표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위대한 발견의 서막인 허블의 '점'(點)과 구글 맵에 달랑 찍은 점(点)은 같은 글자이지만 정자와 속자의 관계만큼 차이가 크다. 이로써 지소미아 논란은 이미 판가름이 난 셈이다.

2019-08-28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장닭 없이 굵은 놈'

지금도 그런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으나 과거 경북 북부지방에는 '장닭(수탉) 없이 굵은 놈'이란 말이 있었다. '아버지 없이 자라 예의범절을 모르고 언행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비하(卑下)하는 말이다.기자의 선친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성장기에 타인의 무례한 말이나 행동에 화를 내면 그런 소릴 들었고, 사회 상규(常規)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도 상대방이 음해할 목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기자의 선친은 "장닭 없이 굵은 놈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했다"고 했다.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 중에는 '장닭 없이 굵은 놈'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인간 승리'를 일군 사람도 숱하다. 바로 공자(孔子)가 그렇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叔粱紇)은 자식 복이 없었다. 60세가 넘도록 본처에게서 딸만 9명을 얻었고, 첩이 낳은 아들도 불구였다. 그래서 66세에 무녀(巫女)인 16세의 안징재(顔徵在)를 아내로 맞아 공자를 낳았다.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이를 '야합이생'(野合而生)이라고 기록했다.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결합, 요즘으로 치면 '사실혼'이나 '동거'라는 것이다. 그만큼 공자의 '출신 성분'은 미천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숙량흘은 공자가 3세 때 죽었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의 무덤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공자가 17세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공자는 '장닭 없이 굵은 놈'이 아니라 유교의 비조(鼻祖)가 됐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황제 입시'를 겨냥해 "조국 같은 아버지를 두지 못했다. 그래서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비판한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에게 YTN 변상욱 앵커가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수구꼴통)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수도"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했다.백 대표는 대학 때 아버지를 여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앵커가 이를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알았든 몰랐든 '반듯한 아버지'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백 대표와 그 아버지, 그 가족 모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기 때문이다. '반듯한 아버지'는 도대체 어떤 아버지인가? 조 후보자 같은 아버지여야 반듯한 아버지라는 건가? 변 앵커는 부끄러워해야 한다.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imaeil.com

2019-08-27 06:30:00

이대현

[야고부] '조국아 고맙다'

지인이 SNS에 '아베야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아베 신조가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을 계기로 한·일 역사, 경제 등 지금껏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고 깨달음을 얻어 역설적으로 아베에게 고마워한다는 내용이었다.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씨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조 씨에게도 고마워할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학 필기시험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고교, 대학, 의학전문대학원까지 들어간 조 씨 딸 '덕분에' 입학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게 드러났다. 고교 재학 중 단 2주간 인턴에 의한 논문 제1저자 등재, '황제 장학금' 논란 역시 이들 분야에 대한 점검 기회를 안겨줬다. 부동산 차명 보유, 웅동학원 채무 면탈 및 교사 부정 채용, 사모펀드 투자 등 다른 의혹들도 '가족이 뭉치면 뭣이든 할 수 있다'는 가족애(?)를 일깨워준 것과 함께 관련 제도들의 미비점을 손질할 계기를 제공했다.'우파 못지않게 좌파도 부패하다'는 논거를 조 씨와 가족이 입증한 것도 고마워할 이유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도 '조국 사태'는 일깨워줬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문 대통령 취임사가 빈말이란 것도 보여줬다. 외모나 언변에 속지 말고 거짓·위선을 판별할 수 있도록 국민을 경각시킨 것도 의미를 둘 만하다. 청년들에게 불공정의 장벽이 어둠 속에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무엇이 정의인가를 숙고하게 하고 분노·행동하게 한 것도 조 씨가 이바지한 바다.집권 세력의 참모습도 '조국 사태'는 국민에게 알려줬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조 씨를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는 야당 비판에 청와대는 '갖다 붙이기'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직접증거가 없을 뿐 정황증거와 심증은 차고 넘친다. '조국 구하기' 나아가 내년 총선 프레임을 '한·일전'으로 몰고 가려고 지소미아를 파기했다면 어느 국민이 용서할 수 있을까.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로 비화한 '조국 사태'에 대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도 넘은 비호도 집권 세력 실체를 국민에게 일깨워줬다. 장외 집회에 10만 명이나 모이게 해준 조 씨에게 자유한국당은 '조국아 고맙다'라며 청문회 준비에 바쁜 그에게 김칫국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2019-08-2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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