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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투쟁 낳는 정권

[야고부] 투쟁 낳는 정권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두 사람이 대한민국을 지켜본다면 이구동성으로 혀를 차지 싶다. 이들이 설파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홉스), '아노미'(뒤르켐) 상태를 이 나라가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문재인 정권 3년 내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상화됐다. 조국·윤미향 사태, 한·일 갈등, 부동산 폭등,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관련된 의혹과 비리 등 진영 간 투쟁을 야기(惹起)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워낙 싸움이 격렬해 내전(內戰) 상태란 말까지 나왔다. 이 와중에 공통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혼돈 상태를 뜻하는 아노미(anomie)에 이 나라가 빠졌다.나라를 투쟁·혼돈으로 몰고 간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첫째는 실력 부족 탓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인국공 사태가 대표적이다.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21차례에 걸쳐 규제 위주의 땜질 대책을 남발했다. 문 대통령의 '1호 현장공약'이란 데에만 꽂혀 인국공 정규직 전환을 강행했다. 전후좌우를 두루 살펴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둘째는 아군과 적군을 갈라치는 행태에 따른 투쟁·혼돈 속출이다. 만약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의원이 상대편이었다면, 윤 총장이 정권 관련 비리들을 파헤치지 않고 덮어 '우리 윤 총장님'에 머물렀다면 문 대통령과 정권은 전혀 다른 언행을 보였을 것이다. 한·일 갈등에서 보여준 정권의 반일 프레임 활용처럼 정권 유지에서 촉발된 투쟁도 있다.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극복하려면 '국가'라는 괴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땅에선 국가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부르는 괴물이 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가 이를 일찍이 예견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지속적이고 영원한 투쟁 상태에 있다. 그리고 사회를 가르는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다. 전선은 우리를 어느 한 진영에 속하게 만든다. 중립이란 없다.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에서 얼마나 더 많은 투쟁·혼돈이 이어질 것인가.

2020-07-06 06:30:00

[야고부] 대구경북 문인의 흰 손

[야고부] 대구경북 문인의 흰 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내 혈육이 역병에 걸려들 줄은/…/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릎 꿇고 비는 일/…/기적처럼 언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나는 나의 기도가 통한 것이라 생각했다/…/그 사람들 참 고맙다/…/나 치료해준 사람들/…/언니가 내 곁에 돌아온 건 나의 기도가 아니라/그분들의 공력(功力)이었다/…/언니를 살려서 보내준 대구의료원이 있는/이 도시의 서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김은령, '무릎을 꿇었다'에서)중국 우한 발(發) 괴질로 올 2월부터 대구는 초토화됐다. 코로나19라는 보이지도 않는 병원균이 보이는 모든 것을 삼켰다. 어느 순간부터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손을 씻거나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거리두기에 나서는 한편 기도로 무사하기를 비는 일이다.3일 현재 대구는 코로나19 확진자 6천923명에 사망자 189명, 경북은 1천390명 확진자에 54명이 숨졌다. 전국은 1만2천967명 확진에 28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대구경북은 참담해 사망자만 243명으로, 전국의 86%이다. 얼마나 많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조마조마한 날들을 지샜으며, 저마다 어떤 심정으로 기도를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확진자로 완치돼 격리 해제된 1만1천759명은 자신과 가족의 간절한 기도로 새 삶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바로 김은령 시인이 읊은 것처럼 누군가의 공력이다. 흰 옷과 흰 손으로 무장한 대구 의료진과 봉사자들, 전국의 따뜻한 이웃들이다. 이들이 24시간 쉼없이 움직이고 보이지 않는 세균과 싸운 결과이다.이런 코로나 사연이 대구경북작가회의 문인 52명이 쓴 책 '마스크의 시간'에 묶여 나왔다. '문학으로 치유하는 코로나19'란 부제처럼 이들은 시 42편과 동시 3편, 산문 8편을 모아 지치고 힘든 대구경북 사람의 상흔을 위로하고 있다. 최근 펴낸 대구시인협회 95명 시인의 시집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에 이은 또다른 코로나 증언록이다. 붓으로 무장한 대구경북 문인의 글 역시 의료진의 흰 손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2020-07-04 15:05:41

[야고부] 욕하면서 빼닮은 독재

[야고부] 욕하면서 빼닮은 독재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중략)//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중략)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중략)/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쳐다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 (중략)/ 그 거울 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 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신경림의 시 '아버지의 그늘' 중 일부다. 이 시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평생을 살았지만 어느 날 거울을 통해 아버지를 빼닮은 자신을 만나게 된다.'욕(辱)하면서 닮아간다'는 정치권의 법칙을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獨食)하고 3차 추경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에게서 박정희 유신·전두환 군부 독재(獨裁)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반(反)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민주당이 왜 그렇게도 욕했던 유신·군부 독재를 닮아가는지 정말 아이러니하다.문재인 정권은 앞선 보수 정권들을 적폐·농단·독재 굴레를 씌워 단죄(斷罪)했다. 그랬던 문 정권 자신이 새로운 적폐·농단·독재의 주범(主犯)이 되고 말았다. 조국·윤미향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청와대 감찰 무마, 역사 왜곡 금지법, 대북 전단 처벌법 등에 이어 일당 독재의 문을 연 것까지 신(新)적폐·농단·독재 3종 세트를 국민에게 선물(?)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176석이란 절대 의석을 무기로 문 정권은 더 폭주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찍어내기', '한명숙 구하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숱한 정권 비리 덮기 등에 광분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북한, 중국에서 나란히 독재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유대가 돈독한 세 나라 지도자들이 닮은 점 하나를 분명하게 공유하게 된 셈이다.

2020-07-03 06:30:00

[야고부] 양도 소득세

[야고부] 양도 소득세

한국에서는 양을 안 키운다. 이유인즉슨 '양도 소득세' 때문이란다. 양에게도 세금을 물리니 키울 이유가 없다는 거다. 물론 웃자고 하는 '아재 개그'다. 공교롭게도, 사람보다 양이 열 배 많은 뉴질랜드에서는 양도소득세가 없다. 양에게 세금을 안 매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양도소득세라는 세금 항목 자체가 없다.우리나라 재정 관료만큼 양도소득세를 쉽게 생각하는 나라도 잘 없는 듯하다. 전가의 보도인 양 양도소득세 카드를 꺼내 든다.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단순화해 보면 결국 세금을 왕창 매기거나 대출을 옥죄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무려 21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은 이를 비웃듯 뛰고 있다.최근에는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연간 2천만원 이상의 투자 소득에 대해 20~25% 세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개인투자자 가운데 5%만 양도소득세 대상일 뿐 증권거래세가 0.25%에서 0.15%로 낮아지니 대다수에게는 이득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데다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떼내 간다면 주식은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결과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해외 증시나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매우 높다. 대만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신설했다가 증시 40% 폭락을 경험하면서 철회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거래세 인하라는 선심을 쓰는 것 같지만 개인들의 단타(단기 매매)가 늘어날 것이기에 거래세 세수 총액은 줄지 않거나 도리어 늘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양도소득세 세입이 새로 생기니 정부로서는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격이다.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들이 결국 증세와 관련돼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재정 지출과 국가 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세금 쓸 데는 많은데 낼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니 정부는 어디서든 짜내 재정 곳간을 채우고 싶어 한다. 그러니 재난지원금 40만원 받았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세금 고지서로 돌아오는 것은 필연적이기에 그렇다.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 양두구육(羊頭狗肉) 아닌가.

2020-07-02 06:30:00

[야고부] 마스크 시비

[야고부] 마스크 시비

코로나19 발생 6개월이 지나도록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 조짐이 강해지자 이제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정치적 충돌로 확대되는 등 찬반 논란이 거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마스크가 정치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어 버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거부하고 지지자들이 이를 따르면서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한 국제 여론조사기관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국가별로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비율을 조사해 보니 미국은 71%, 독일 64%, 영국 31%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경우 싱가포르 92%, 말레이시아 88%, 홍콩 86%, 대만 85% 수준이었다. 서울보라매병원 조사 결과 한국은 78.8%로 2015년 메르스 때보다 착용률(15.5%)이 5배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북유럽의 경우 노르웨이 5%, 스웨덴 4%, 덴마크 3% 등으로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다.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마스크 효과가 매우 큰데도 마스크 착용을 '낯설고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때문이다.엊그제 미 CNN방송이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미국과 한국의 코로나 현황을 비교하는 자막을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한 것이다. 요약하면 3월 5일 한국의 사망자는 35명, 미국은 고작 11명이었으나 약 15주 후 6월 27일 한국은 282명인 반면 미국은 무려 12만5천434명이 목숨을 잃었음을 환기시켰다. "마스크가 목숨을 구한다는 게 팩트"임을 강조한 보도다.마스크 없이도 사태를 종식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달 8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뉴질랜드의 경우다. 코로나 확산 시기 뉴질랜드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부는 대규모 검사와 추적, 격리 등 방역에 주력했고, 경찰·군인을 동원해 시민 이동을 차단하는 '록다운'(Lockdown)을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초동 대처가 마스크 없이도 사태를 진정시킨 요인"이라고 분석할 정도다.신속하고 강력한 대응과 철저한 마스크 착용 없이는 코로나 종식은 어렵다는 게 코로나 사태의 교훈이다. 마스크에 대한 심리적 알레르기가 클수록 피해도 비례해 커진다는 점을 '마스크 시비(是非)'가 보여준다.

2020-07-01 06:30:00

[야고부] ‘친문의 나라’

[야고부] ‘친문의 나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친문(親文) 패밀리의 집사(執事) 같다"고 했다. '추다르크'가 어쩌다 '친문 집사'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는지 안타깝다.논란은 추 장관이 자초(自招)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내 지시를 어기고 절반을 잘라 먹었다"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이런 총장 처음"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에서 "인성(人性)의 문제" "꼰대 발언" "해임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조차 "삼십 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광경"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했다.추 장관의 도를 넘은 '윤석열 때리기'는 친문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라는 게 중론(衆論)이다. 차기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친문 지지를 얻으려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전력 때문에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의심'을 받는 처지다. 친문들의 "추느님" "추 장관이 인사권자(문재인 대통령)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윤 총장을) 작살내라" 등의 지지 글을 보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4·15 총선을 통해 민주당은 친문이 장악했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친문 지지가 결정적 요인이 되는 구조가 됐다. 추 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친문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아널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창조적 소수자가 사명감을 잃고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하는 순간 문명은 쇠망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 친문 전신(前身)인 친노는 일정 부분 '창조적 소수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친노에 의해 잘못된 인습이나 가치관이 깨어졌고 과거와는 다른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그러나 지금 친문은 힘에 의해 대중을 통치하는 '지배적 소수자'를 방불케 한다. 여야 합의를 주문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문자·전화 테러를 한 친문에게서 김어준식(式)으로 표현하면 지배적 소수자의 냄새가 물씬 난다.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친문의 '윤석열 찍어내기'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화석(化石)처럼 변한 머리로 권력 지키기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친문이 장악한 '친문의 나라'. 이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2020-06-29 20:57:38

[야고부] 치킨 호크

[야고부] 치킨 호크

대홍수로 세상이 물에 잠기고 5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노아의 방주에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노아가 날려보낸 비둘기였는데 올리브 잎을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노아는 세상에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다시 찾아왔음을 알아차린다. 이처럼 서구권에서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다. 2차대전 직후 연합군이 추축군 처리를 위해 회의를 열면서 공문서 등에 사용한 심벌도 비둘기였다.평화적 수단으로 국가 간 갈등을 해결하자는 사람들을 '비둘기파'(The Doves)라고 부른다. 비둘기파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 즉, 주전파는 '매파'(The Hawks)라고 불린다. 매가 주전파의 상징이 된 것은 1812년 미국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존 랠프가 의회 내 주전파를 '전쟁 매'(War Hawk)라고 부른 것이 연원이 됐다.비둘기도 아니고 매도 아닌, 요상한 생명체도 있다. '치킨 호크'(Chicken hawk)다. 영어권에서 치킨은 겁 많은 사람을 뜻하니 '매 흉내 내는 겁쟁이 닭'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치킨 호크는 군대 복무를 하지 않았거나 전시 상황을 고의로 회피했으면서도, 전쟁을 비롯한 극단적 군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미국의 정치권 용어다. 경상도에서 많이 쓰이는 '구들목 장군'쯤 되겠다.대표적인 치킨 호크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낸 회고록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북한 선제 공격론자로 잘 알려진 그는 UN 회의에서 미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전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의 초강경론자다. 전쟁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정작 그는 전장을 피한 겁쟁이다. 베트남 전쟁을 지지했지만 1969년 베트남 징집 명령이 예상되자 메릴랜드 주방위군에 자원 입대하는 수법을 통해 '안전한' 미국 내에서 복무하는 요령을 피웠다.문제는 미국 내에는 볼턴 같은 치킨 호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공화당 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네오콘'들 중에는 치킨 호크들이 부지기수다. 북한의 위협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노출돼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참혹상을 경험한 이들은 전역 후 평화주의자가 된다. 군대도 안 간 '내로남불형' 치킨 호크들이 앞줄에서 전쟁 운운하는 것 자체가 가당찮다.

2020-06-29 06:30:00

[야고부] 소셜 믹스

[야고부] 소셜 믹스

특정 계층만 모여 사는 주거 문화나 패턴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저소득층의 거주 공간은 슬럼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계층 간 불화와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건축가들의 고민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다.'소셜 믹스'(Social Mix)는 경제적·사회적 수준이 다른 계층을 같은 공간에 배치해 함께 살게 하는 사회적 실험이다. 계층 간 갈등이 심했던 19세기 영국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목적으로 1849년 제임스 버킹엄이 설계한 '빅토리아 모델 타운'이 첫 소셜 믹스 사례다. 버킹엄은 직업과 소득 수준이 다른 1만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타운을 제안했는데 17~18세기 크리스토퍼 렌의 런던 재건축 계획에도 비슷한 개념이 구체화되어 있다.사회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거 문화 개선 노력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3년 서울시는 공공주택 분양에서 소셜 믹스 개념을 도입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하도록 제도화해 계층 혼합을 유도한 것이다.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계층 갈등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임대주택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 등 계층 간 단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의 "임대 거주 아동과 학군을 분리해달라"는 주민 게시글 논란이나 대구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집값 떨어진다"며 장애인 혐오 표현을 담은 벽보 사례는 소셜 믹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심지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사이에 아예 높은 외벽을 쌓아 차단하거나 고층(분양)과 저층(임대)으로 아파트 층수를 달리하고,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하는 등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잠재한 심각한 계층 차별의 현실이다. 소셜 믹스는 단지 개념으로 존재할 뿐 정작 연대의식과 사회통합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다는 방증이다. 교육을 통한 공동체 의식 강화 등 성찰이 없다면 우리 사회 발전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2020-06-26 20:31:23

[야고부] ‘잘린 손가락들’

[야고부] ‘잘린 손가락들’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강(江)에 잘린 손가락들이 둥둥 떠다닌다'는 말이다. 4·15 총선 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176석에 이르는 '공룡 정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오만·폭주 때문이다.민주당이 국회 단독 개원을 밀어붙인 것까지는 '일하는 국회'라는 명분에 그 나름 설득력이 없지 않았다. 야당을 배제하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뽑은 것 역시 조국 사태 때 야당 법사위원장 때문에 워낙 곤욕을 겪어 이해가 가는 면도 있었다.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눈엣가시'인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총공세를 펴고,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뒤집으려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 분노를 사고도 남는다. 정권 관련 의혹들을 엄정 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정당을 민주 정당이라 할 수 있나. '한명숙 구하기'를 위해 사법부를 대놓고 겁박하는 민주당은 법치주의 파괴 집단 아닌가.민주당을 '폭주 기관차'로 만든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대북 문제를 비롯해 안보·외교, 경제와 일자리, 국민 통합 등 국정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는데도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엉망진창 성적표를 받은 자녀에게 부모가 회초리를 들기는커녕 칭찬하고 통닭을 사준 것과 마찬가지다. 정권 심판이 돼야 할 총선이 야당 심판이 됐으니 민주당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할 리가 없다.가정이지만 지금 총선을 한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에서 보듯이 툭하면 평등, 공정, 정의를 짓밟는 문 정권에 유권자들이 표를 줄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처참하게 무너졌는데도 유권자들은 여당에 표를 던질까. 그토록 자랑했던 코로나 방역이 수도권 집단 감염으로 갈림길에 섰는데도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를 찍을까.대통령 선거가 1년 이상 남아 민주당의 오만·폭주는 더 심해질 것이다. 윤 총장은 쫓겨나고, 한 전 총리는 무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 따라 강에 떠다니는 잘린 손가락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다.

2020-06-26 06:30:00

[야고부] 삼국유사면과 홍익면

[야고부] 삼국유사면과 홍익면

'남한산성과 무릉도원 또 삼국유사.'이들의 공통점은? 먼저 네 글자의 한자다. 또 다른 같은 점도 있다. 바로 지방 행정조직의 하나인 면(面) 이름으로도 쓰이는 사실이다. 물론 앞의 둘은 현재 쓰이는 면 이름인 반면, 뒤는 2021년 1월부터 현재 사용 중인 면 이름을 대신해 공식 명칭으로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2018년 12월 31일 행정안전부 기준으로 전국에는 17개 시·도에 226개 시·군·구가 있고, 그 아래에 3천510개의 읍·면·동이 속한다. 면은 모두 1천184개인데, 면 이름은 저마다 다르지만 같은 이름도 많다. 사연과 특징도 여럿이다.우선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처럼 방향과 위치를 뜻하는 한자를 내세운 한 글자의 면 이름이 숱하다. 경주시와 울릉군의 서면(西面), 울진과 울릉의 북면(北面), 강원도 양구와 전남 화순의 동면(東面), 강원 영월과 충남 부여의 남면(南面), 경기도 연천의 중면(中面)이 그렇다.이런 일부 외글자 면 말고는 사람 이름처럼 대부분 두 글자다. 흔히 두 글자는 면이 위치한 지리와 산세의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배경이 바탕이다. 더러는 경북 포항 호미곶면이나 울진 금강송면, 충북 영동의 추풍령면,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면처럼 세 글자로 된 면도 있다.이와 달리 드물게 네 글자 면도 생겼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과 강원도 영월군의 무릉도원면처럼 말이다. 2015년 10월 기존 중부면에서 바뀐 남한산성면은 이름과 같이 남한산성(南漢山城)에서 유래한다. 2016년 11월 종전 수주면에서 달라진 무릉도원면(武陵桃源面)은 무릉리와 도원리에서 나왔다.이와 다른 갈래인 삼국유사면은 경북 군위군 고로면을 대체할 새 이름이다. 고려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땄다. 군위 상징인 삼국유사로 면을 알리려는 뜻이다. 최근 주민 조사에서 83.7% 찬성으로 채택될 만큼 압도적이니 면민의 삼국유사 사랑을 알 만하다.특히 군위는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공원 시설을 지난 10년 세월 동안의 준비를 마치고 다음 달 의흥면에서 개장한다니, 삼국유사 산실인 고로면(삼국유사면) 인각사와 함께 삼국유사를 알릴 호기이다. 바뀔 삼국유사면이 길면, 부르기 좋게 삼국유사에 깃든 홍익(弘益) 정신을 살려 홍익면이라 이칭(異稱)해도 좋으리라.

2020-06-25 06:30:00

[야고부] 황희석의 입방정

[야고부] 황희석의 입방정

일본 패망 후 천황(天皇)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무시, 조소, 조롱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자칭 천황'이 속출했다. 오카야마(岡山)현에서는 '사카모토(坂本) 천황', 가고시마(鹿兒島)현에서는 '나가하마(長浜) 천황', 니가타(新潟)현에서는 '사도(佐渡) 천황', 코지(高知)현에서는 '요코쿠라(橫倉) 천황'이 나왔다. 아이치(愛知)현에서는 '도무라(十村) 천황'과 '미우라(三浦) 천황' 등 둘이나 나왔다. 이런 '자칭 천황'은 한때 17명에 달했다고 한다.이들 중 발군(拔群)은 나고야(名古屋)현에서 잡화상을 하는 구마자와 히로미치(熊澤寬道)였다. 그는 자신이 14세기 무로마치(室町) 막부에게 쫓겨나 남조(南朝)를 연 제96대 고다이고(後醍醐) 천황의 직계 후손으로, '진짜 천황'은 히로히토(裕仁)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천황가의 정통성은 히로히토가 속한 북조(北朝)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남조에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그 근거로 '족보'를 내세웠다. 그의 주장이 대중들의 관심을 사면서 그는 전국 순회에 나서는 등 '유명 인사'가 됐다. 그는 미군정 사령관 맥아더에게 히로히토가 퇴위하고 자신이 즉각 천황으로 즉위하는 데 협력해 달라는 요청도 보냈다. 이는 일본 점령 정책의 중추로 천황 권위 약화를 추진하던 미군정 사령부의 관심을 끌어 시사잡지 '라이프'와 미군 신문 '성조지'에 '히로미치 천황이 진짜 천황'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하지만 '진짜 천황'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1951년 히로히토를 상대로 천황 부적격 확인 소송도 제기했으나 각하(却下)됐다. 그가 정말로 고다이고의 직계 후손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선조라고 했다가 된통 창피를 당했다. 창녕 조씨 족보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조 전 장관을 조식 선생의 후손으로 단정한 탓이다. 가히 '입방정'이라고 하겠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식 선생의 13대 후손인 조영기 씨가 족보를 확인해 보니 조 전 장관과 조식 선생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황 최고위원은 왜 조 전 장관을 조식 선생의 자손으로 만들려 했을까? 조식 선생의 자손이면 평등·공정·정의의 배신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20-06-24 06:30:00

[야고부] 혼수모어(混水摸魚)

[야고부] 혼수모어(混水摸魚)

물고기를 잡을 때 흙탕물을 일으켜 놀래면 잡기가 쉽다. 혼탁한 물에서는 고기가 방향을 잘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혼수모어'(混水摸魚)라고 표현하는데 흐린 물에서 고기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이다. 군사를 위장시켜 원소의 군량 창고를 기습한 조조(曹操)의 계략에서 비롯한 한자성어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려 이익을 취할 때 쓰는 말이다.북측의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흙탕물로 바뀌고 있다. 2018년 4~5월, 9월 등 세 차례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금씩 호전되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최근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북측의 난폭한 행동의 근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압박 등 내부 불만이 커지자 초점을 밖으로 돌려 풀어보려는 우회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최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북측은 연일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응징 보복"을 외치고 있다. 예고한 대로 1천200만 장 규모의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을 조만간 실행할 것이라는 게 국내 언론의 보도다. 대북 전단과 달리 대남 전단 살포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공연히 우리에게 쓰레기만 안기는 짓이다.그럼에도 북측이 큰 비용을 들여 전단을 뿌리려는 것은 안으로 내부 결집의 목적에다 어려운 경제 사정의 원인을 한국 정부에 돌리고 분풀이를 하는 정치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전단 인쇄물 내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사진 위에 담배꽁초를 던져 놓는 등 한마디로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미국과 일본 정부의 최근 움직임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일본 아베 정권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빌미 삼아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불순한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 9천500명 감축 발표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계속 고집하는 것도 전형적인 '혼수모어'다. 상대를 흔들어 제 이익을 챙기는 것은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의도가 뻔히 드러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크다. 본디 빈 깡통이 요란하고, 겁먹은 개가 시끄럽게 짖는 법이기 때문이다.

2020-06-22 18:58:37

[야고부] 차면 기운다는데…

[야고부] 차면 기운다는데…

나눠 먹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동물의 세계는 더욱 그래서 먹이사슬의 서열이 생겼으며 세월의 흐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상이다. 동물보다 좀 낫다는 인간의 삶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더할 수도 있음을 역사의 기록은 증언하며 뒷사람을 경계하고 있다.특히 재산을 갖고 다툰 사례는 인간이 먹이를 갖고 으르렁거리는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통감하게 한다. 그런 다툼의 기록에 이름을 올리는 이는 대통령 아들에서부터 재벌 남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내세우는 이유는 달라도 더 많이 갖겠다고 싸우는 꼴은 마찬가지다.그래서 보통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그런 부류의 사람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삶을 산 인물에 더 가슴을 열고 그들이 남긴 글과 자취를 더듬게 된다. 나라의 지난 역사에서 가장 힘들고 고달팠던 일제 식민 암흑 시기에 말과 행동이 어울린, 그런 삶을 산 인물이 있다.비록 35세로 삶을 마쳤지만 당시로서는 무척 앞선 생각과 행동을 실천한 젊은이 강택진(1892~1926)은 요즘 한세상 만난 것처럼 시대를 주름잡겠노라며, 진보를 입에 올리는 부류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사회주의 활동가였다. 독립운동은 두고라도 민중과 함께하고자 한 삶이 그렇다.자신이 땅을 가진 지주로서, 땅 한 평(3.3㎡) 없는 핍박받는 민중과 소작인을 위해 지주를 상대로 소작운동을 벌인다는 게 모순이기에 먼저 자신의 땅(논) 9천 평(2만9천700㎡)을 '그저 세상에 버렸'으니 말이다. 고향 경북 영주 풍기에서 1923년 4월에 있었던 일이다.세상 일이 그렇듯 시대와 세대가 바뀌고 뒷사람은 그를 잊었지만 그의 말과 행적의 일치된 모습은, 그렇지 않은 쪽으로 '진보라는 옷'을 입은 활동가가 넘치고, 진보 부류가 득세한 요즘 더욱 돋보인다. 100년 뒤, 지금 진보 가치를 외치는 사람은 되레 더 갖겠다는 아우성이다.요즘의 진보 무리는 그들이 위안부 할머니를, 아니면 국민을, 또는 북한 김씨 일가 등 누구를 앞세웠든 간에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이 두드러진다. 겉으로 내세운 말과 기치는 그럴듯하고, 때로는 환상적이지만 그 뒤에 감춰진 진짜 모습은 실망스럽다. 민의와 통합을 외치면서도 힘으로 여의도 자리를 독점하겠다는 여당의 국회 욕심도 그렇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권력은 어떨지.

2020-06-22 06:30:00

[야고부] 文, 불면의 밤

[야고부] 文, 불면의 밤

옛 전남도청 건물 앞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아랫입술이 하얗게 부르튼 것이 화제가 됐다. 친문(親文) 누리꾼들은 "코로나 사태로 대통령 과로가 너무 심한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왜 입술이 부르텄는지는 당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불철주야 국난 극복에 매진하는 건 맞지만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건강하게 계신다"고 했다.집권 4년 차인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아직도' 권력 기반이 공고하다. 대통령 지지율은 60% 안팎을 오가며 고공 행진 중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믿기 어려운' 압승을 거뒀다. 청와대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 대통령과 정권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역대 최초로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이 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문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탄탄한 것과는 별개로 지난 3년 동안 국정에서 거둔 성적표를 보면 문 대통령의 고민·스트레스 지수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웠지만 경제는 추락하고 있고,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만들었던 일자리 문제도 악화 일로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한 국민 반발은 여전하다. 코로나 방역은 수도권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더 이상 자랑하기가 부끄러워졌다. 심혈을 쏟았던 대북 문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불면(不眠)의 밤이 계속됐을 것이고, 입술이 부르텄을 것이다.2018년 4월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동안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나"란 국민 질책에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게 남북 평화 쇼였다. 그러나 2년여 만에 실패로 드러났다.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도발 우려로 문 대통령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더 늘어날 것이다. 대통령 입술이 얼마나 더 부르틀지 걱정이다.

2020-06-19 18:44:04

[야고부] 종이 쪼가리

[야고부] 종이 쪼가리

조약이든 합의든 국가 간의 약속은 지킬 뜻이 없거나 강제하려는 의지가 뒤따르지 않으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1차 대전 종전 체제를 마련한 1919년 베르사유 조약과 영국 역사가 폴 존슨이 '깡패들의 협약'이라고 한 1939년 독소 불가침 조약은 이를 잘 보여준다.베르사유 조약의 목표는 독일이 또다시 침략할 경우를 대비한 안보 제공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치명적인 한계를 품고 있었다. 독일 군비의 철폐든, 전쟁 배상금 지불이든 독일의 실행 의지가 있어야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독일이 거부하면 연합국은 전쟁 재개 위협, 독일 영토 점령이나 봉쇄 등 실력 행사를 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약을 준수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서명뿐이었다. 독일은 지킬 수도 있고 이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더욱이 연합국은 파멸적인 전쟁을 방금 끝낸 마당에 다시 전쟁을 할 생각이 없었다. 독일은 지키는 시늉만 했다.불가침 조약을 맺은 스탈린과 히틀러의 꿍꿍이는 서로 달랐다. 독일과의 국경에 배치된 병력을 극동으로 이동 배치해 일본의 공격에 대비하는 한편 자본주의 진영의 피 튀기는 싸움을 느긋하게 구경하면서 피폐해진 자본주의 진영을 손쉽게 삼킨다는 게 스탈린의 구상이었다. 그 싸움의 최종 승자가 독일이든 영국이든 상관하지 않을 터였다. 반면 히틀러의 속셈은 서유럽을 정복할 때까지 독일 동쪽을 안전지대로 만들고, 그 뒤 소련을 쳐서 독일 식민지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히틀러와 스탈린 모두 애초부터 '조약'을 지킬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그런 점에서 1941년 독일의 소련 침략은 조금 빨랐을 뿐 예정된 것이었다. 히틀러가 스탈린의 생각대로 서유럽을 정복한 만신창이가 됐다면 스탈린이 '선방'을 날렸을 것이다.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판문점 선언'도 박살 났다. 고래(古來)로 지킬 의지가 없는 조약이나 합의는 언제든 종이 쪼가리가 된다는 진실을 외면해서 초래한 처참한 결과다. 문재인 정권은 이 '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거짓 선전을 했다. 국민에게 사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인내하겠다"고 한다. 정말로 '구제 불능'이다.

2020-06-19 06:30:00

[야고부] 매란없는 말본새

[야고부] 매란없는 말본새

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가끔 연세 지긋한 이들에게서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매란없다'는 표현이다. '볼품없다' '형편없다' '모양새가 엉망이다'라는 의미인데 경북 북부 지방이나 제천·단양 등 충북 지방, 강원도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사투리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나오지 않고 방언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대구 등 경북 남부 토박이들은 '매란없다'는 말이 생소하다. 대화 가운데 이 말이 불쑥 나오면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이가 드물다. 그렇지만 화자의 표정이나 듣는 이가 느끼는 어감상 좋은 느낌이나 긍정적인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줄을 이으면서 국민들의 속이 아주 불편하다. 요 며칠 북측이 담화나 매체를 동원해 우리 정부에 보란 듯 험한 말을 쏟아낸 것도 모자라 엊그제 개성지구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쇼'를 벌이자 국민 감정이 매우 격앙돼 있다. 애초 '북한'이라는 집단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고 데면데면한 태도로 지켜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멀쩡한 건물을 무너뜨리는 포악성을 드러내고 우리를 향해 적대적 표현을 쏟아내며 표변하자 실망감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 형국이다.특히 북측의 말본새는 저급하다 못해 욕을 먹어도 쌀 정도로 천박하다. 2018년 5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 일행이 찾았던 평양 옥류관의 주방장이 썼다는 기고는 매란없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오수봉이라는 이름으로 실린 이 기고에는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동원한 단어 하나하나에서 스스로 구제 불능임을 자인하는 말본새다.북측의 거친 입과 망동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 국격과 국민에 대한 무시다. 연락사무소에 들어간 178억원의 예산이야 형편없이 비싼 평양냉면 먹은 값이라고 치더라도 5천만 국민과 대한민국을 모욕하는 언사는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이 또다시 도발을 해올 경우 무자비하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국민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2020-06-18 06:30:00

[야고부] 헌법 무시 전통

[야고부] 헌법 무시 전통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번이나 헌법을 무시했다. 먼저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3일 "국민이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가 중앙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위반' 결정을 받았고 이어 국회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탄핵됐다.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으로 기사회생했으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2007년 6월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그놈의 헌법" 운운하며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비난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다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결정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개인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내는 트릭까지 부렸으나 기각됐다.문재인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새정치연합 대표로 있던 2015년 2월 1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여론조사로 하자고 했다. 여론의 반응은 '황당하네'였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헌법에 나와 있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여론조사로 뽑자고 했으니 당연했다.그 배경은 여론의 흐름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직후 총리로서의 적합 의견은 39%, 부적합은 20%였으나 이후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부적합 의견이 41%로 2주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헌법을 대놓고 뭉갠 것이다.이런 헌법 무시 버릇은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올라간다. 2000년 6월 15일 북한 김정일과의 '남북공동선언'은 명백한 위헌이다. 그 2항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돼 있다.그러나 헌법 제4조는 통일 정책의 전제를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로 규정하고 있다. 즉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선언' 2항은 이와 배치된다.여당이 이런 전통을 이어 가려 한다. 2008년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선언'은 국가 간의 조약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북한은 헌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헌법은 진보 좌파들에 의해 수시로 뭉개지고 있다.

2020-06-16 20:12:19

[야고부] 구글신(神)과 세금

[야고부] 구글신(神)과 세금

현대인들은 늘 스마트 기기와 대화한다.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은밀한 속내마저도 스마트폰 또는 PC 검색창에 입력한다. 이 '디지털 친구'는 입이 무거울 것 같지만 그건 착각이다. 디지털 기기에 입력된 정보는 서비스 제공 사업체 서버에 남김없이 저장된다. 사람들이 열심히 데이터를 갖다 바치다 보니 포털 서비스는 이제 세상사를 다 아는 경지에 이른 듯하다. 오죽했으면 '구글은 모든 것을 안다'는 의미로 '구글신(神)'이라는 말마저 생겼을까.검색 서비스사들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 수도 있다. 믿기지 않는다면 자신의 구글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보라. 놀랍게도 구글은 당신의 연령대와 성별, 관심사, 취미, 소득 수준, 기혼 여부 등 민감한 내용까지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구글에 이런 정보를 제공한 기억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정보들은 구글의 인공지능이 당신의 신상을 추정한 결과물이다. 당신이 평소 했던 검색, 광고 클릭, 유튜브 시청, 구매 기록, 매장 방문, 위치 이동 등 행위를 구글이 맞춤 광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분석해 놓은 것이다.구글은 유저들이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광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수익을 챙긴다. 야후,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톡 등 대부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수익 모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계 굴지의 ICT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쥐 눈곱 수준이다.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면서 본사가 위치한 나라에 세금을 내는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한다. 8조3천억원 규모인 국내 앱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은 지난해에 각각 5조9천억원, 2조3천억원을 벌었지만 서버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앱 매출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이런 조세 불공평을 해소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세(稅) 도입 목소리가 높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에 합당한 세금을 물리자는 요구다. 코로나19사태 여파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 재원 확보 차원에서도 디지털세는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ICT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원천 중 거의 대부분은 유저들이 제공한 데이터들이다. 대동강 물 파는 격일진대 소득이 있는 곳이라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옳다.

2020-06-16 06:30:00

[야고부] 옥류관 냉면

[야고부] 옥류관 냉면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쳐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는 주제에 오늘은 또 우리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으니 이를 어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북한 대남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이 내보낸 북한 평양 옥류관 주방장의 발언이다. 주방장은 또 "이제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그 더러운 똥개 무리들(탈북민 단체)과 그것들의 망나니짓을 묵인하며 한 짝이 되어 돌아친 자들을 몽땅 잡아다가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쳐넣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옥류관은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했던 곳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평양냉면을 먹은 후 '맛의 극대치'라고 칭찬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북한을 방문한 대한민국 대통령 모두가 옥류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오찬을 했다.문 대통령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수위를 한참이나 넘은 옥류관 주방장 발언에 우리 국민은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을 직격한 듯한 원색적 비난에 국민 자존심은 크게 금이 갔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던 재계 총수들에게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면박을 준 것보다 훨씬 모욕감을 안겨준 조롱이다. 옥류관 주방장한테마저 찍소리 못하는 청와대, 정부, 여당, 친문 진영 탓에 국민은 더욱 자존심이 상한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핵무기 완성을 위한 북한의 시간 벌기용 위장 평화 공세에 동원된 옥류관 냉면도 공짜가 아니었다. 북한은 옥류관 주방장을 앞세워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놓고 옥류관에서 먹은 냉면값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다.오늘로 6·15 남북 정상회담을 한 지 20년이 됐고,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지 2년이 넘었다. 남북 정상은 세 차례나 회담을 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고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혹평까지 받았다. 문 정권이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던 '한반도 평화'가 통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20-06-15 06:30:00

[야고부] 격하운동

[야고부] 격하운동

1953년, 스탈린이 죽자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시작됐다. 30년 넘게 이어진 폭압 통치와 정상을 벗어난 스탈린의 행적이 낱낱이 고발된 것이다. 이른바 '스탈린 격하운동' '탈스탈린화'로 불리는 이 움직임은 1956년 소련 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의 스탈린 비판 연설로 정점에 달했다.이후 소련은 스탈린주의를 기치로한 국가 정책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묵은 때를 벗기 시작했다. 방부처리돼 레닌묘에 나란히 안치된 스탈린의 시신은 1961년 크렘린궁 뜰로 옮겨졌고 그의 조각상과 기념물도 모두 철거됐는데 소련권 공산국가 전체에 적용된 의무 사항이었다.소련과 동유럽, 중앙아시아 여러 공산국가가 채택한 '스탈린' 관련 지명이 거의 사라진 것도 탈스탈린화의 단면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스탈린그라드는 볼고그라드, 우크라이나의 스탈리노는 도네츠크로 바뀌었다. 타지키스탄의 수도 스탈리나바드는 32년 만에 옛 이름인 두샨베로 되돌아갔다.얼마 전 미국 미네소타주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인종주의자에 대한 격하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흑인 차별의 불씨를 지핀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격하운동이 함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노예제를 찬성한 미국 남부연합의 로버트 리 장군을 위시해 아메리카 대륙 발견자이자 약탈자로 평가되는 콜럼버스의 동상이 분노한 시위대의 밧줄에 걸려 넘어졌다. 또 '콩고의 학살자'로 불리는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 영국령 남아프리카 제국의 창설자인 정치가 세실 로즈 총독, 처칠 영국 총리의 동상도 표적이다. 인종차별 영화로 지목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격하운동에서 예외가 아니다.이런 격하운동은 과거 인물들이 남긴 역사적 유산을 사실에 기반해 재평가함으로써 그 책임을 되묻는다는 점에서 지체된 정의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강하다. 청산하지 않은 과거사는 늘 대립과 갈등의 불씨가 된다. 재평가를 통한 엄격한 해석과 사회적 합의가 급한 이유다.

2020-06-12 18: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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