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성취와 한계

이혼부부 관찰 찐 리얼리티…콜하지 못한 '재결합' 압력
예능계 판도라의 상자 '관찰카메라'

TV조선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출처: TV조선 TV조선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출처: TV조선

지금 예능가는 관찰카메라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막 열리고 있는 중이다. 가족을 중심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관찰카메라는 이제 이혼부부까지 그 대상으로 삼게 됐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바로 이 흐름 위에서 탄생한 관찰카메라다.

 

◆'우리 이혼했어요', 이혼까지 담게 된 관찰카메라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방영된 '가상 결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실제 결혼이 아닌 '가상 결혼'을 소재로 삼고 연예인들을 매칭해 커플로 세워둔 건, 여러모로 해외에서는 이미 예능의 주요 트렌드가 되어버린 리얼리티쇼를 우리 식으로 소화해보려는 노력이 담겨 있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실제 커플들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가감 없이 카메라로 비춰주는 리얼리티쇼가 일상화되고 있었는데, 그렇게 된 건 스마트폰 같은 카메라의 일상화가 가져온 영향이 컸다. 즉 일상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게 된 대중들은 가짜로 설정된 '쇼'가 아닌 진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그것도 사생활을) 리얼리티쇼를 원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특별한 정서가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그 자극성이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그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우리 결혼했어요'는 실제 커플이 아닌 방송에 섭외된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이라는 안전장치를 달았다. 그건 실제와 허구 사이의 경계에 서게 함으로써 그 순간의 자극을 끌어오면서도 그것은 '가상'이라는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했다.

KBS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출처: KBS KBS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출처: KBS

하지만 이런 경계 사이에서의 '양다리 걸치기'의 아찔함은 점점 진짜 리얼리티를 담는 '관찰카메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시들해졌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MBC '아빠 어디가'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관찰카메라가 익숙해졌고, SBS '짝' 같은 리얼 커플들의 매칭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SBS '동상이몽'이나 JTBC '1호가 될 순 없어' 같은 진짜 부부의 관찰카메라가 일상화됐다. 심지어 부부의 성생활까지 가감 없이 털어놓는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같은 과감한 토크쇼까지 등장하고 있는 지금, 결혼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다지 자극적인 일도 아니게 되었다.

이 즈음 등장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그 제목이 패러디하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우리네 관찰카메라의 영역이 어디까지 열리게 되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한때 가상 결혼이라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하며 시도했던 관찰카메라가 이제는 이혼한 부부까지 등장시켜 그들이 왜 이혼을 하게 됐고, 이혼한 후 그들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재결합을 원하는 전 부부의 이야기까지 담게 됐다.

이제 19금을 아예 내걸고 관찰카메라는 본래부터 담으려 했던 누군가의 내밀한 사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런 리얼리티쇼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정서를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혼을 바라보는 대담한 시선

한때 우리네 드라마의 주요 소재가 '결혼'이었고, 실제로 주인공이 결혼을 하면 그 드라마가 끝나게 될 정도로 결혼은 마치 성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것 같은 '지상과제'로 제시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심지어 멜로드라마에서도 결혼이 목적이 아니라 선택이 되고, 그저 연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게다가 결혼하면 드라마가 끝나던 시절을 훌쩍 넘어서 이제는 아예 이혼으로 시작하는 드라마들도 나왔다. 2006년에 만들어진 SBS '연애시대'가 그랬고 2018년에 제작된 '최고의 이혼'이 그랬다. 이들 드라마에서 이혼한 부부들은 바로 이혼을 계기로 서로를 다시 보게 되고 그래서 새롭게 연애감정을 피워 올린다.

2006년 방송된 SBS 드라마 '연애시대' 포스터. 출처: SBS 2006년 방송된 SBS 드라마 '연애시대' 포스터. 출처: SBS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관찰카메라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 들어간다. 즉 가상결혼 '우리 결혼했어요'의 패러디로서 진짜 이혼 '우리 이혼했어요'를 가져왔지만, 이혼한 부부가 보여주는 건 바로 그 지점(이혼)부터 다시 만나 보여주는 두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다시 만나게 된 가상(설정)의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들을 관찰한다.

이영하와 선우은숙처럼 나이가 지긋한 이혼 부부는 물론 여전히 이혼 당시의 상처들을 끄집어낼 때마다 불편한 감정들이 되새겨지지만, 그래도 살아온 삶의 경륜이 묻어나는 이혼 후의 관계를 보여준다. 부부는 아니지만 자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들어주며 그때 엇나갔던 갈등의 원인이 오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확인한다.

이혼했어도 가족으로서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이 부부는 보여준다. 심지어 선우은숙이 며느리에게 자신들이 이혼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고 여기에 대해 며느리도 거리낌 없이 생각을 꺼내놓는 장면은 이혼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대담함을 드러내준다.

 

TV조선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출처: TV조선 TV조선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출처: TV조선

◆대담함에도 불구하고 재결합으로 회귀하는 한계

이러한 이혼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은 출연하는 이혼 부부의 서로를 대하는 쿨한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담긴다. 11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만 결혼 후 단 몇 년 만에 파경에 이른 이하늘, 박유선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하게 됐다는 박재훈, 박혜영 역시 마치 친구처럼 애인처럼 애틋한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이혼 후에도 여전히 쿨할 수 있는 달라진 세태를 담아낸다.

하지만 이러한 이혼에 대한 대담한 시선을 가져오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결혼'에 집착하는 보수적인 시선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재결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초미의 관심사를 이끌어낸 최고기, 유깻잎의 사례가 그렇다.

너무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가졌지만 양가의 갈등이 결혼 시점부터 불거져 갈수록 커진 데다, 유깻잎이 일(유튜버)을 병행하며 독박육아를 하며 생겨난 부부간의 갈등 때문에 결국 이혼하게 됐다.

그들은 역시 젊은 세대답게 이혼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서로에 대한 감정들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이를 홀로 키우며 느끼게 된 엄마의 빈자리와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 깨닫고 여전히 전 아내에 대한 감정을 최고기가 꺼내면서 '재결합'에 대한 불을 지폈다.

최고기와 달리 완강하게 '재결합'을 거부하는 유깻잎의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 이런 관찰카메라의 시선에 대한 호불호를 만들었다. 물론 이혼은 피해야 하는 어떤 것으로 여기는 보수적인 관점의 시청자들은 이러한 '재결합'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며 환호했지만, 이혼 또한 삶에 있어서의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시청자들은 방송이 은연중에 부여하고 있는 '재결합'에 대한 압력을 불편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TV조선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출처: TV조선 TV조선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출처: TV조선

'재결합'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당사자들의 선택에 놔둬야하는 일이지만, 이를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MC들의 노골적인 '재결합'에 대한 소망 표현은 '이혼'에서 다시 '결혼'으로 회귀하는 이 프로그램의 보수적인 한계를 드러낸 것.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제 관찰카메라의 시선이 이혼한 부부들의 사생활에도 던져지는 시대의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상결혼 같은 인위적 설정(굳이 재회를 시키는)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도 '재결합' 운운하는 보수적인 시선이 드리워져 있다는 건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이혼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깨겠다는 그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우선 방송의 시선 자체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쿨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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