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의 아니면말고!]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한국 코미디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매일신문 | #박나래 #농염주의보 #넷플릭스

안녕하십니까,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요즘 한국 코미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개그콘서트나 코미디 빅리그같은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은 지 꽤 됩니다. 실제로도 개그콘서트와 코미디 빅리그의 시청률은 생각만큼 높지 않습니다.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개그콘서트의 2019년 평균 시청률은 6.04%, 코미디 빅리그의 평균 시청률은 2%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코미디 빅리그가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이슈의 중심은 아니고 그 언저리에 있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한마디로 지금 한국 코미디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쇼 하나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라는 쇼인데요, 넷플릭스가 박나래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단발성으로 하나 만든 건데요, 이 쇼에서 박나래는 정말 수위를 넘나드는 코미디를 선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여성의 성에 관한 내용을 위주로 찐~한, 말 그대로 '농염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첫 에피소드로 나온 이야기가 해변에서 만난 남성과 바닷가를 구르며 키스를 하다가 그가 자신의 속옷에 손을 넣으려고 하면 저지하는 걸 반복하다 보니 결국 속옷 안이 모래사장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제가 그 이야기를 런닝머신 타면서 보는데, 어휴, 제 휴대폰을 누가 보는 거 아닌가 싶어 두리번거리기도 했던, 그러다가 스텝이 엉킬뻔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남자친구가 너무 점잖아서 스킨십에 실패한 이야기라던가, 성형수술을 하긴 했는데 딱 한군데만 했으니 그 곳이 바로 '얼굴'이라는 고전적인 이야기까지 실로 공중파에서는 수위를 넘나들어서 다 편집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박나래는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박나래가 이정도로 수위높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덕분이었습니다. 방송법이나 방송가의 법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수위가 높아도 되고, 성에 관해서는 대중들의 눈높이만 맞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거죠. 넷플릭스는 이미 박나래 이전에도 유병재를 내세운 '유병재의 블랙코미디'같은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만들어 한국 코미디 시장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의 가능성을 점쳐보기도 했었습니다.

박나래의 도전을 '여성 코미디언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관점에서도 볼 수 있지만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공간 마련'이라는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그콘서트와 코미디 빅리그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개콘이나 코빅에서 유행어가 나오지 않은 지 꽤 됐습니다. 10대들은 유튜브나 아프리카 tv의 BJ들을 보고 웃습니다. 최근에 나온 '~띠'나 '버~억'같은 유행어들도 모두 유튜브를 통해 유행한 것들입니다. 이미 코미디 분야에서는 TV의 영향력이 확실히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방송 플랫폼이 지상파에서 허락해주지 않는 허리 아래 이야기를 풀어버린다면 성인들 또한 코미디에 한해서는 TV로 돌아오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한국 코미디는 어찌보면 기로에 서 있습니다. 허리 아래가 어느정도 풀려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두 팔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로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TV 매체에서 버틸 것인지 말이죠. 선택은, 한국 코미디계가 할 몫인 것 같습니다.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이남영 lny010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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