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 푼다지만…중소기업은 '돈맥경화'

국세 체납 이력에 보증 공급 거절, 정책자금은 가수요 몰려 조기소진
대기업 대출 증가세 중소기업 대출 크게 웃돌아… 보증요건 대폭 완화해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대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가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 DB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대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가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부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 금융지원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돈맥경화'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 정책자금은 조기 소진되거나 지급이 늦어져 구경하기 어렵고 금융권 대출 문턱도 여전히 높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성서산단의 중소기업 A사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지난달 신용보증기금에 보증공급을 요청했지만 과거 국세 체납 실적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최근 6개월 내 국세 체납 실적이 있으면 보증이 불가해서다.

이 회사 대표는 "국세 체납은 잘못이지만 완납 이후에도 족쇄가 되는 건 요즘 시국에 너무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코로나로 문닫는 기업이 없게 하겠다면서도 현장에서의 체감은 너무 다르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에 대출문턱은 여전히 높다. 시중은행들은 까다로운 대출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여유 있는 대기업에는 대출이 더 몰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5대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은 88조5천74억원으로 전월(82조7천22억원)에 비해 7.0%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은 463조9천291억원으로 1.8% 느는데 그쳤다. 앞서 3월에도 대기업 대출은 10.8%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은 불과 1.1%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경기 악화에 대비해 현금확보가 우선과제로 떠오른 건 같지만, 결국 신용도가 우수한 대기업에 자금이 먼저 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의 코로나19 경제대책이 가계에 집중된 탓에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지역 기업인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나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 같은 현금성 지원에 쓸 돈을 기업 신용보증 공급에 썼다면 훨씬 근본적인 경제대책이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대출도 도마에 오른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이들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초기 기준 1%대의 초저금리로 가수요가 몰린 탓에 자금이 조기 소진되거나 심사 지연으로 대출 실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지역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진공으로부터 대출 가능 안내를 받아 관련서류를 제출한 후 자금이 조기소진된 걸 알았다. 뒤늦게 은행대출을 알아보느라 진땀을 뺐고, 중진공에 추가 재원이 공급됐지만 대출은 여전히 심사 중"이라고 했다.

결국 은행권에서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나서게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한 금융전문가는 "특히 2개 이상의 주거래은행을 둔 기업은 특정 은행이 다른 곳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이 자금이 결국 다른 은행 상환자금으로 들어가는 셈이라 은행의 선의에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 붙이게끔 유도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자격 요건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3개월은 버텼지만 향후 3개월은 유동성 위기를 예상해야 한다"며 "이를 막으려면 보증 자격 요건을 '전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바꿔야 중소기업 돈맥경화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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