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새 길을 묻다] (1)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

우창록 율촌 명예회장 "자유우파 가치 다시 세워야"
"가치를 잘 지키면 국민의 지지는 언젠가는, 반드시 따라온다"
"때로는 방법론적 변화도 과감히 수용하되 항상 본질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4·15 총선은 보수정당에게 참패를 안겼습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지난 4·15 총선까지, 무려 4연패이기에 패배의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보수정치의 종언'이라는 얘기까지 내놓습니다. 보수정당의 부활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언제나 현명했습니다. 꾸중하며 회초리를 들다가도 결정적 순간이 닥치면 품어주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가 2차대전 이후 독립한 후발 민주주의 국가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인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시 달성입니다.

매일신문은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보수의 새 몸짓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모색하고, 보수의 새길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이정표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새 길 찾기 나침판'을 열어준 이는 경주 출신의 우창록(67)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입니다. 대구경북(TK)이 배출한 존경받는 법조인이자, 탁월한 업적을 이뤄낸 율촌의 설립자인 우 명예회장은 4·15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창록 명예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우창록 명예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지난 22일 오전, 한강 전경에다 잠실운동장·야구장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우 회장을 만났다. 이달 말까지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했지만 우 회장은 시간을 흔쾌히 내줬다. 기자는 공관위원장 얘기부터 꺼냈다.

-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공관위원장 후보에 올랐다. 제안을 언제쯤 받았나?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지난해인 것으로 기억한다. 제안을 받고는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하지말라"고 했다. (복수의 통합당 현역 국회의원들에 따르면 우 회장을 비롯해 김 전 의장, 김 전 위원장 3명이 공관위원장 후보로 올라가서 본인들 동의를 모두 받아냈지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김 전 의장을 선택했다.)

- 모두가 말리는데 공관위원장은 왜 하려고 했나?

▶당연히 욕먹는 일이지만 십자가를 지는 기분으로 하려고 했다. 나라가 걱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얼마나 욕을 많이 먹나? 그런데 부시 대통령 때 법무부장관을 했던 윌리엄 바는 또다시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맡았다. 미국 주류사회는 트럼프에 대해 비난 일색이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엉망 이미지 아닌가? 하지만 윌리엄 바는 욕을 더 많이 먹겠지만 법무부 장관직을 맡겠다고 나섰다. 윌리엄 바는 많은 이들이 "당신 같은 사람이 형편없는 트럼프를 위해 법무장관으로 간다는 말인가?"라고 비난을 쏟아냈지만, 그는 법무 장관직을 수락했다. 윌리엄 바는 "미국을 위해 이 길을 가겠다"고 했다. 욕을 먹더라도 나라를 위해 결단한 것이다. 나도 욕을 먹겠다고 결심했다. 통합당 사람들과 어떤 개인적 친분도 없다. 그러나 윌리엄 바가 그랬듯이 나라를 위해 내가 무엇인가 역할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공관위원장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 '나라를 위해서' 공관위원장을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나라의 현재 상황을 진단해본다면?

▶나는 자유우파다. 자유를 우선시하느냐? 평등을 우선시하느냐? 나는 자유를 우선시하고 그 바탕 위에서 자율과 책임을 핵심 가치로 본다. 그리고 평생을 이 가치 위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평등과 공정을 강조한다. 혼자 가느냐? 같이 가느냐?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모두가 똑같이 가자고 한다. 인간은 그렇지가 않다.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다. 이기심을 무시하고 모두 함께 가자고 한다면 그것은 현실과 맞지 않게 된다. 사회주의가 왜 처참하게 실패했나? 모두 같이 가는 것을 현실에 적용해보니 안 되더라는 것이다.

- 그러나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했고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또다시 참패를 했다. 어떻게 진단하나?

▶나는 이 정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정파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이 다 말리는 공관위원장도 하려고 했다. 야당 중에 가장 큰 야당, 큰집이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각오까지 했는데, 이런 결과를 맞게 됐다. 보수가 무너진 것은 자기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의 핵심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다. 지금 보수는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보수정당 사람들이 자유에 대한 가치를 확신한다면 지금 국민들 앞에서 보여주는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없다.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쫓아다니고 남의 꽁무니만 따라간다. 미래통합당이 하는 행동을 한번 보라. 상대 정당에서 "100만원 주자"고 하면 "아, 그래? 그러면 50만원 주자"고 한다. 상대를 압도하지도 못하고 상대 행동에 따라 질질 끌려다닌다. 자신의 가치,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세우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 그렇다면 보수정당은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미래통합당은 먼저 참패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우파적 사고, 그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세계적 수준의 금융·물류 중심지로 올려놓은 리콴유 총리는 독립 후 2번째 선거에서 참패를 겪는다. 선거 전 판세 분석 결과, 공산당과 연정을 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섰지만, 리콴유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결국 리콴유가 이끄는 정파는 극소수당이 됐다. 공산당과 가치를 공유할 수 없었던 리콴유는 극소수당이 되는 시련에도 불구하고 자유우파적 가치에 충실했다. 멀리 보고 가치를 지킨 그는 다시 집권에 성공하고 26년간 총리로 재직하며 싱가포르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정치인은 정치꾼일 뿐이다. 통합당은 이제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가치를 지킨 사람이 종국에는 승리했다. 지금 고난이 매우 힘들겠지만,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 '지키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수구꼴통이라는 비판도 듣는데?

▶그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농지개혁을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과감히 받아들인 것이다. 자유라는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힘든 사람들에게는 우파적 방법으로 희망을 주는 시도를 해야 한다. 미국 록펠러 가문은 돈을 버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하지만 그들은 과감한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했다. 록펠러 가문의 아들이 그룹 산하 광산기업의 노사분규에 직면하자 직접 나서 분규를 해결한 일화가 있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사택을 요구하며 분규에 돌입했는데 그는 과감히 요구를 수용했다. 돈에 대해 철저한 사람이었지만 노동자들의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보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록펠러 가문은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를 대결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본질을 보려는 시도를 항상 해야 한다. 보수정당의 지도자들이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치열하게 싸운다면 희망은 분명히 있다. 하나 더 얘기한다면 보수는 훈계가 아니라 소통할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 TK는 이번에도 미래통합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이 현상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TK마저 무너졌다면 개헌선이 붕괴했다. 이번 선거에서 TK 역할을 분명히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나 TK도 항상 TK의 다음 세대를 위한 요구를 보수정당에 당당하게 해야 한다. 지지기반에 대한 헌신을 비롯해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을 TK가 만들어야 한다. 자기 이익을 좇는 정치인을 과감히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만 맹목적 지지가 되지 않는다.

 

◆우창록 명예회장은?

국내 로펌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법무법인 율촌의 설립자다. 경주 문화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 판·검사의 길을 걷지 않고 김&장 법률사무소로 간 뒤 당시 신 영역을 개척했다. 우 회장은 조세 사건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나타냈고 1992년 김&장에서 나와 독립했다. 그가 1997년 법인으로 출범시킨 율촌은 연매출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이사장, 대한민국교육봉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공익활동에 앞장서왔고 법률적 지식을 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원하는 공동선 추구 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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