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서울대 수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가장 많이 읽어
독서, 서울대 새내기들이 생각하는 의미는?
진로 선택과 삶의 방향 설정뿐 아니라 입시에도 도움

대구 시내 한 서점에 진열된 분야별 베스트셀러 서적들. 독서는 삶을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이들이 독서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신문 DB 대구 시내 한 서점에 진열된 분야별 베스트셀러 서적들. 독서는 삶을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이들이 독서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신문 DB

정답은 아니다. 꼭 이걸 읽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이른바 '필독 도서'가 아니란 얘기다. 최근 서울대 입학본부가 '웹진 아로리'에 공개한 자료 '2020학년도 서울대 수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을 두고 하는 소리다. 서울대 지원자가 읽었다고 따라 읽으라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을 소개하는 건 이곳이 '진로와 연계한 독서'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평가도 잘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책 소개와 더불어 학생들이 독서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서울대 새내기들이 생각하는 독서와 이곳 수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을 정리해 소개한다.

◆서울대 신입생들이 생각하는 독서는

학창시절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은 진로를 선택하고 진학 목표를 설정하는 데도 유용하다. 학생들의 독서동아리 활동 모습. 매일신문 DB 학창시절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은 진로를 선택하고 진학 목표를 설정하는 데도 유용하다. 학생들의 독서동아리 활동 모습. 매일신문 DB

독서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다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고교 때 입시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책을 읽느냐, 독서가 도대체 입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그런 이들에겐 서울대 새내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근래 경험한 것들이어서 수험생활 중인 학생들에겐 더 생생히 와 닿을 수도 있다.

▶신입생 A=원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우선 독서는 입시에 분명히 도움을 준다. 다양한 책들을 읽다 보면 교과서에서 보는 내용이 눈에 띈다. 내 경우 한국사 같은 과목들에선 책에서 한 번쯤 봤던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어서 복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독서는 국어에서 비교적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틈틈히 책을 읽어 독해력을 키운 덕분에 수능시험에서 문학과 비문학 지문을 읽는 데 효과를 봤다.

그리고 독서는 생각을 키워주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읽으며 정리했던 생각들을 바탕으로 좀 더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었고,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었다.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면접을 실시하는데 면접을 볼 때도 이런 부분은 도움이 됐다.

▶신입생 B=독서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은지 잘 알려주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를 읽는 게 좋은지, 서울대 입학생이 많이 읽는 책을 잡는 게 좋은지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꼬리 물기'로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우선 관심 있는 책을 한 권 골라 읽은 뒤 더 알고 싶은 내용이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식이다. 또는 책을 쓴 작가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쓴 책을 찾아 읽어도 좋다. 이렇게 하면 한 분야에 대해 비교적 깊은 지식을 만들 수 있고, 관심이 있는 분야가 생기기도 한다.

▶신입생 C=독서를 할 때 너무 어려운 책만을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서울대 자기소개서에 적은 책 3권 모두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고전이나 수준이 높은 과학서적과는 아주 거리가 먼 책들이었다. 특히 내가 적은 3권 중 하나는 현직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 쓰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과도 같은 책이었다.

고전과 같은 무거운 책들에 비해 깊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프로그래밍에 대해 나 자신만의 관점과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이 책을 자기소개서에 적어 넣었고, 이 책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해도 자신 있게 대답할 준비가 돼 있었다.

◆2020 서울대 수시 지원자가 많이 읽은 책은

2020학년도 서울대 수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꼽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 지음)' 표지 2020학년도 서울대 수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꼽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 지음)' 표지

서울대는 수시모집에 지원할 경우 제출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에서 독서 이력을 요구한다. 자기소개서 문항 4번으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라는 것이다.

물론 계열별, 모집단위별로 읽어야 하는 책이 별도로 정해진 게 아니다. 합격하기에 확실히 더 유리한 책도 없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대가 중시하는 건 지원자들이 충분한 독서활동으로 연마한, 우수한 독서 능력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라며 "자신의 삶과 학습 활동에 가장 큰 감동이나 변화를 보인 책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지적 성장,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것은 단순히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다른 대학 입학, 나아가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인생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독서는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독서를 강조하는 것이다.

2020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독서 현황을 간략히 소개한다. 이 해 수시모집 지원자는 모두 1만7천988명이었다. 당연히 이 책들을 꼭 읽으라는 게 아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할 경우 참고해볼 수 있는 자료로 삼으라는 의미다.

서울대 수시모집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 지음)'.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지글러가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세계 기아의 실태와 그 원인을 설명한 책이다. 다국적 기업과 강대국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 질서와 그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한다.

'1984(조지 오웰 지음)' 표지 '1984(조지 오웰 지음)' 표지

2위는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2017~2019학년도까지는 가장 많이 읽은 것으로 꼽힌 책이기도 하다.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지음)',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지음)', '데미안(헤르만 헤세 지음)'이 차례로 3~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과대학별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제각각이었다. 진로와 연계한 책이 우선 순위로 많이 꼽혔다. 인문대학은 '1984(조지 오웰 지음)', 경영대학은 '넛지(리처드 탈러 지음)', 공과대학은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지음)'가 1위로 꼽혔다. 의과대학은 '숨결이 바람될 때(폴 칼라니티 지음)', 사범대학은 '죽은 시인의 사회(N.H.클라인바움)', 음악대학은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손열음 지음)'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이었다.

[2020학년도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

2.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3.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4.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5. 데미안(헤르만 헤세)

6. 죽은 시인의 사회(N.H.클라인바움)

7.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8.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9. 부분과 전체(베르너 하이젠베르크)

10. 1984(조지 오웰)

11.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12.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13. 변신(프란츠 카프카)

14.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15.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16.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17.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18.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

19.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20. 코스모스(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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