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정쟁에 폐기 위기 몰린 환자 안전 위한 '재윤이법'

중대한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당국 보고 의무화를 규정한 환자안전법 개정안인 이른바 '재윤이법'이 폐기 위기를 맞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민식이법'과 주차장법 개정안인 '하준이법' 등 3건의 어린이교통안전법의 처리와 달리 재윤이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데다 대치 정국으로 전망도 어두워서다. 선거법 등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극심한 정쟁이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국회 통과 결실을 거둔 어린이교통안전법 3건처럼 재윤이법 역시 지난 2017년 11월 29일 당시 5세의 김재윤 아들을 백혈병 투병 중에 잃은 어머니와 동병상련의 환자 가족·단체의 피맺힌 절규를 담고 있다. 2016년 11월 20일 시행된 환자안전법상 의료사고의 자율적 보고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한 뒤 곡절 끝에 어렵게 지난달 20일 국회 소위를 통과했다.제도적 문제점이 분명 드러났고 입법을 위한 환자 가족·단체의 눈물겨운 투쟁으로 어렵게 마련된 민생 법안이지만 지난 10일 열린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어린이교통안전법 3건과 달리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탓에 또다시 하염없이 기다리며 좌절의 나날을 보낼 판이다. 지금도 가족·단체 회원이 생업을 접고 여의도 국회를 오가며 임시국회 개최를 통한 통과를 눈물로 호소하지만 여야는 모르쇠니 어느 나라 국회인지 의문만 가득하다.불의에 목숨을 잃은 어린이 환자로 비롯된 재윤이법은 하나뿐인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인 만큼 여야는 결코 정쟁의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17일 시작되는 내년 4월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으로 비록 여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콩밭'에 있겠지만 재윤이법은 선거법 등 첨예한 정쟁의 대상과 분리, 반드시 처리하고 국회를 마쳐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의 여야 의원만이라도 어린 희생이 헛되지 않게 20대 국회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

2019-12-17 06:30:00

[사설] 대구 동구청 축제 예산 삭감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구 동구청의 내년도 예산안이 26억원이나 삭감되었다. 구의회가 최근 열린 예비심사에서 11개 사업비 16억9천여만원을 깎은 데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해 10개 사업비 9억3천여만원을 추가로 줄여버린 것이다. 삭감된 예산 대부분은 문화예술 및 축제 관련 사업에 집중됐다.의회가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문화예술·축제 관련 예산을 집중 삭감한 것이 과도했고 다분히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동구청 안팎에서는 이번 예산 삭감이 동구청과 동구의회가 구청 조직개편안을 놓고 벌여온 갈등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집행부와 의회 간 소통 부재와 감정싸움의 여파가 축제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따라서 동구청이 내년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지역 축제 대부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처지이다. 시민들은 구청장과 구의원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크고 작은 축제를 통폐합해 집중화하고 효율화하는 전략적인 과정이 아닌 감정 대립의 귀결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마다 벌어지는 축제의 난립과 중복에 대한 지적이 없지는 않았다.바야흐로 축제의 홍수시대이다. 축제의 백가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만 되면 치르는 축제를 위한 축제는 주민의 짜증을 유발하고 공무원들의 피로를 누적시킬 뿐만 아니라 예산 낭비를 초래하기 일쑤이다. 고만고만한 지역 축제의 범람은 민선 단체장들이 비교적 손쉽게 자신의 치적을 만들고자 한 욕심의 결과이기도 하다.축제의 난립과 폐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부산시의 경우 올 상반기에 축제 구조조정에 나선 적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관광 콘텐츠의 품격을 향상시키려는 결단이었다. 대구경북의 축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내용의 재점검과 비효율성 타파로 지속 가능한 축제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동구의회처럼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예산 삭감 또한 고쳐야 할 폐단 중의 하나일 뿐이다.

2019-12-17 06:30:00

[사설] 전쟁 위험 커지는데 '한반도 운전자' 文대통령은 어디에

문재인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북한과 미국의 초강경 대치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원론적이고 안이한 수준의 언급에 그친 것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했으나 북·미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지금의 모습은 운전자는커녕 차 밖으로 쫓겨난 구경꾼 신세다. 비건 대표를 만난 문 대통령의 달라진 언행이 이를 증명한다. 작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건 대표를 만난 문 대통령은 북·미 간 70년 적대 관계 및 불신 극복을 위한 통 큰 대화가 필요하다며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가능한 모든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선순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1년 3개월 전 한반도 운전자를 자신 있게 천명했던 문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북·미 관계는 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던 시점보다 더 악화한 것을 넘어 "두 번째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북한은 ICBM 발사장에서 중대시험을 계속 하고 있고, 미국은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며 북한을 향해 경고를 날리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우려마저 있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문 대통령을 한반도 운전자에서 멀어지게 한 것은 잘못된 외교·안보 정책 탓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무시하고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잃어 이용 가치가 떨어진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운전자 자리를 되찾으려면 흐트러진 한·미 공조부터 확실히 재건해야 한다. 굳건한 군사 대비 태세와 한·미 동맹을 북한 비핵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문 대통령의 잘못된 외교·안보 전략 대전환, 실패한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

2019-12-17 06:30:00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블랙 아이스(Black Ice)'로 인한 다중 추돌사고가 동시에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사설] '블랙 아이스' 교통사고 가능한 대책부터 서둘러야

지난 주말 새벽녘 상주영천고속도로 위에서 발생한 잇단 교통사고로 39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나면서 각종 차량이 뒤엉키자 고속도로 양방향은 하루 종일 아수라장이 되었다. 14일 오전 4시 43분쯤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행선 영천 방면 서군위 나들목 부근 26.4㎞ 지점에서 교통사고가 나 차량 28대가 추돌했다.그중 차량 8대가 불에 탔다.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 3명이 발견되고, 추돌 사고 여파로 또 3명이 숨졌다. 중·경상자 14명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사고뿐만 아니었다. 사고 발생 5분 후에는 2㎞ 떨어진 반대편 차로에서 또 차량 22대가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여기서도 1명이 목숨을 잃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같은 시간대에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두 사고로 7명이 숨졌다. 피해 차량 수도 50대에 이르렀다. 경북도 내의 단일 교통사고로는 최근 들어 사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였다. 이날 두 곳의 사고 지점은 모두 교량 구간이었다. 도로 위아래에서 바람이 불어 적은 강수량으로도 살얼음이 발생하기 쉬운 곳이었다. 그래서 '블랙 아이스'(Black Ice)를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눈이나 비가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블랙 아이스는 투명한 얼음 아래 아스팔트 등 도로가 그대로 보여서 붙은 이름이다. 운전자가 알아챌 수 없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더 높다. 눈길보다도 더 미끄러운 블랙 아이스는 겨울철 대형 사고의 복병이다. 2016년부터 최근 4년간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블랙 아이스 관련 교통사고로 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블랙 아이스 교통사고 예방에는 서행과 안전거리 확보, 브레이크 사용 자제와 운행 전 도로 상태와 기상 상황 숙지 등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위험을 운전자가 어떻게 감지하고 대처를 하겠는가. 블랙 아이스 빈발 지역의 경고 표지판 설치 및 기상예보, 상습 구간의 열선 구축 등 가능한 위험 방지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2019-12-16 06:30:00

[사설] 원전 종주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한 영국 꼴 된다는 경고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고사(枯死) 중이라는 지적이 또다시 나왔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가 지난주 개최한 '원전 수출 기반 붕괴-현황과 대책' 제8차 토론회에서 탈원전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졌다.탈원전을 추진하는 한국이 영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컸다. 영국은 상업용 원자로를 세계 최초로 만든 '원전 종주국'이었으나 탈원전을 선택하는 바람에 지금은 원전을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영국은 1990년대 원전이 위험하다는 여론이 등장하고서 10여 년 만에 원전 건설 능력을 상실했다. 탈원전을 고집하는 한국이 영국의 전철을 밟을 개연성이 커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탈원전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더 이상의 원전 수주가 불가능하고 경쟁국들에 원전 시장을 내줄 것이란 지적도 공감을 얻었다. 한국은 60여 년에 걸쳐 원전 기술을 축적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설계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가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당 원전 건설 비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3천717달러로 가장 낮아 가격경쟁력도 월등하다. 2030년까지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신규 원전 사업이 전 세계 약 50개로 추정될 만큼 시장도 활짝 열렸다. 그러나 탈원전으로 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전문 인력 이탈이 이어지면서 원전 산업이 무너져 세계 원전 시장에서 구경꾼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외면하고 있지만 원전 산업 붕괴는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 원전 기업의 내년 공장 가동률이 10% 선으로 떨어지고 460여 협력 업체 매출은 7분의 1로 급감할 전망이다. 탈원전으로 3조원이 넘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과실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보수 정권이 한 일이라면 깨고 부수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이 정권의 잘못된 행태 탓에 국민의 먹을거리인 원전 산업이 재기 불능 상태로 몰락하고 있다.

2019-12-16 06:30:00

[사설] 선거법 개정안 통과되면 내년 총선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들은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만든 선거법 개정안을 13일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상정이 불발됐다. 민주당의 계획이 성사된다면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는 선거법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개정안은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별로 의석수를 배정하고, 여기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50%는 현행대로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배정한다.이에 따라 총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를 더 많이 낸 정당은 비례대표를 거의 못 건진다. 20대 총선에 적용하면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득표 대부분이 사표가 된다. 지역구 당선자가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른 총의석수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소수 정당의 사표(死票)를 막는다면서 거대 정당의 사표를 대량 발생시키는 모순이다.이는 비례대표 득표율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전체에 '연동'시키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이에 대해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구 투표를 비례대표에 연동하는 것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연동률을 어떻게 조정하든 개정안은 통과돼도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개정안은 엄청난 정치적 혼란의 싹을 품고 있는 것이다.선거법은 이미 민주주의 발전과 선거제도 선진화라는 근본적 가치와 상관이 없는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했다. 이들의 이견이 어떻게 해소되든 개정안으로는 나라가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무모함이 개탄스럽다.

2019-12-16 06:30:00

[사설] 자영업자 무덤 대구, 반듯한 직장이 필요하다

대구 신생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5년 생존율이 29.6%에 불과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기업생멸행정 통계 결과'다. 개업한 지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기업도 10곳 중 3곳 이상(33.7%)에 달했다. 말이 좋아 기업이지 소멸기업은 대부분 경기에 민감한 도소매, 음식업종이거나 1인 기업, 자영업 같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다. 경기 부진이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소멸기업이란 2017년까지 매출 종업원 기록이 있지만 2018년에는 그 기록이 '0', 즉 사라진 기업이다. 이는 2017년 중 어느 시점인가에 폐업했음을 뜻한다. 이는 물론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나 대구가 유독 심했다. 전국적으로 신생기업 수는 늘었으나 대구에선 줄어든 것도 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전국 신생기업은 전년보다 0.7% 늘어 91만9천854개를 기록했지만 대구는 3.0% 줄어든 3만7천789곳이었다. 이는 대구의 개업 여력이 타 도시에 비해 떨어지고 설혹 개업을 해도 견디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대구가 자영업자의 무덤이 되고 있는 셈이다.이는 대구의 가젤기업 수가 전국 추세와 역행하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가젤기업이란 최근 3년간 매출액과 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를 넘는 성장기업이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이런 성장기업이 2천865곳에서 2천923곳으로 늘었는데, 대구는 95곳에서 88곳으로 줄었다. 인구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절대 비중도 부족한데 그나마 줄어들고 있는 것은 더 문제다.자영업자들이 생존 여부가 지극히 불확실함에도 개업에 나서는 것은 직장에서 밀려났거나 달리 반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제조업과 생계를 책임진 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도 자영업 개업과 폐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기준 25%로 EU의 16%나 일본의 10%보다 훨씬 높다. 과도한 가계부채나 정책 부실로 민간소비가 위축될 경우 그만큼 피해가 커지게 된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은 대구가 심하다.생계를 위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반듯한 직장을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영업이 아니라도 일하고 싶을 때 일하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 대구는 가게가 아닌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

2019-12-14 06:30:00

[사설] '평화경제' 하면 소득 7만달러 된다는 헛소리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의 제1 덕목은 현실을 가감 없이 보고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 그들은 대통령의 판단력을 흐리는 '인의 장막'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 평화경제'로 우리 경제가 한 차원 더 선진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바로 그 꼴이다.정책기획위는 12일 '광복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대한민국,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발표회 자료집을 통해 '남북 평화경제'를 통해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7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추진할 경우 1인당 GDP는 6만달러가 가능해지고 여기에 '평화경제'가 보태지면 7만달러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장률도 최대 3배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뜬구름 잡는 소리다. 그래서 GDP 전망을 7만달러가 아니라 10만달러로 하지 그랬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어차피 뜬구름 잡는 것이니 10만달러라고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는 것이다.정책기획위의 전망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맞춤형 홍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일본이 수출 규제에 돌입하자 "남북이 경제 협력을 해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는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근거에서 그런지는 밝히지 않았다.북한은 세계 최악의 빈곤 국가다. 경제 규모가 라오스와 비슷한데 라오스의 경제 규모는 우리의 1% 수준이다. 이런 국가와 경제 협력은 도움이야 되겠지만, 성장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장영수 한양대 교수의 진단이다. 다만 최소한 10년 이상 고도성장을 한다면 그 후보가 될 수는 있다는 것이 장 교수의 지적인데 북한 경제는 퇴보 일로이다. 북한 GDP는 2017년 -3.5%에 이어 작년에는 -4.1%로 1997년 이후 최저로 내려앉았다.현재 북한은 폐기를 약속했던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복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될지 모를 평화경제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말했을 때도 상황은 같았다. 그다음 날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2019-12-14 06:30:00

[사설] 처벌 형평성 문제 불거진 '민식이법' 보완책 더 고민해야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사망 교통사고 발생 시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한 이른바 '민식이법' 통과와 관련해 형벌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스쿨존 내 교통안전 의식과 주의 의무를 높이는 차원에서 처벌을 강화한 것은 이해하지만 실수에 의한 사고까지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이 그 배경이다.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민식이법'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벌금형 없이 3년 이상 징역형이나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 시 처벌을 한층 높인 '윤창호법'과 같은 수준의 처벌이다.이에서 보듯 음주운전 등 고의(故意) 사고나 중범죄 처벌 규정과 비교할 때 스쿨존 사고 가해자에 대한 높은 처벌 수위가 과연 적정한지를 놓고 여론이 갈린다. 민식이법에 담긴 2개 법안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대로 교통 법규를 어기지 않더라도 스쿨존 어린이 사망사고 시 엄한 처벌을 받게 돼 형평성 문제를 불러온 것이다. 특히 실수에 의한 사고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음주운전 사고 등과 똑같은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따져볼 여지가 있다.10일 국회 '민식이법' 표결에서 강효상·홍철호 의원은 여론의 화살에 맞서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개정안이 '민식이법' 성격과 취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형벌 비례성 등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질적인 어린이 교통안전대책 마련과 민식이법 개정을 바라는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반론이 만만찮다.이런 사회적 쟁점을 풀기 위해서는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 강화와 함께 스쿨존 내 감시 카메라·과속방지턱 등 이중삼중의 사고 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불법주차 단속 등 근본 대책부터 찾아야 한다. 실수에 의한 사고 때문에 또 다른 한 가정이 곤경에 처하는 불행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19-12-13 06:30:00

[사설] '선거 독재' '사정(司正) 독재' 하겠다는 민주당

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편법 통과와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11일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통과의 여세를 몰아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를 선언하고 나섰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내일 본회의가 열리면 단호하게 개혁 법안, 민생 법안, 예산 부수 법안 처리에 나서겠다"며 "이제 우리의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법안도 예산안과 똑같이 '4+1'(민주·바른미래·정의·평화당과 대안신당)만의 합의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이는 의석 수 증가라는 미끼로 범여권 군소 정당을 끌어들여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 독재'와 '사정(司正) 독재'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은 명분은 사표(死票) 방지이지만 숨은 목적은 민주당에 협조하는 대가로 범여권 군소 정당의 몸집을 불려줘 이들을 대(對)한국당 투쟁 전선에 '2중대'로 세우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조국 사태 때 '임명권 존중'이라며 조 씨를 옹호하고 나섰던 사실은 이를 생생하게 증명한다.공수처법 통과 협조는 이런 '선거법 선물'에 대한 '답례'다. 여당은 공수처법이 필요한 이유로 '검찰 개혁'을 내세우지만, 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은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유하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무엇이든 넘겨 받는 막강한 사정기관을 사실상 대통령 산하에 두는 '사정 독재'가 그 목적이다. 그 결과는 검찰의 무력화이다. '윤석열 검찰'처럼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는 검찰은 영원히 사라진다.민주당은 선거법을 통한 '선거 독재'와 공수처법을 통한 '사정 독재'라는 두 기둥을 세워 그 위에 장기 집권이란 구조물을 얹으려 한다. 민주화 투쟁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세력들이 이렇게 민주주의의 사멸을 기도하고 군소 정당은 그런 줄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에 혈안이 돼 민주당에 부화뇌동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2019-12-13 06:30:00

[사설] 총선 겨냥한 文정권의 부산·울산·경남 나랏돈 퍼주기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범여(汎與) 군소 정당들과 함께 강행 처리한 512조2천504억원짜리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문재인 정권 텃밭인 부산·울산·경남에 국비(國費)가 대폭 배정됐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민주당이 부·울·경에 대한 총력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 반면 대구경북에 대한 국비 배정은 이들 지역보다 형편없이 적어 문 정권의 지역 홀대가 여전한 실정이다.올해 6조2천686억원인 부산에 대한 국가 예산은 내년엔 8천69억원 늘어 7조755억원이 됐다. 울산은 3조2천715억원을 배정해 올해 2조5천512억원보다 7천203억원 증가했다. 경남은 올해 5조410억원보다 8천478억원 늘어난 5조8천888억원이 배정됐다. 경남은 국회 심사 단계에서 정부 예산안보다 3천496억원이 늘어났다. 올해 대비 내년 국가 예산 증가율이 부산 12.9%, 울산 28.2%, 경남 16.8%로 정부 예산이 9.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들 지역에 '국비 폭탄'이 쏟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와 달리 대구경북에 대한 국비 배정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대구는 내년 국비 확보가 올해보다 611억원 증가한 3조1천330억원에 그쳤다. 1.9% 증가하는 데 머물러 부·울·경과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경북은 올해보다 7천777억원 증가한 4조4천664억원을 확보했지만 금액 면에서 부산·경남보다 훨씬 적다.문 정권이 내년 총선 승리에 목을 매고 있는 만큼 텃밭인 부·울·경에 국비 폭탄을 쏟아부으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랏돈 퍼주기를 할 줄은 몰랐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국가 예산을 정권 지지 지역이라는 이유로 펑펑 쏟아붓는 것은 또 하나의 '예산 농단'이다. 더욱이 총선 승리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떡 나눠주는 식으로 국가 예산을 퍼주는 것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상식을 초월한 부·울·경에 대한 나랏돈 퍼주기는 다른 지역 반발을 사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2019-12-13 06:30:00

[사설] 시민 건강 위협하는 미세먼지, 강력한 저감 대책에 힘 모아야

10, 11일 이틀 연속 대구경북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대구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울린 것은 지난 3월 이후 8개월여 만으로 11일 오전 한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뿌연 미세먼지가 대구 전역을 뒤덮으면서 시민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에 기온이 오르고 대기가 정체될 경우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미세먼지의 위협이 일상화하자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까지 입에 오르내릴 정도다. 그제 대구시가 내년부터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더는 앉아서 미세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릴 단계가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시민 실생활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많은 예산이 들더라도 첨단 대기측정시스템과 미세먼지 제거 장비를 적극 도입하고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도로와 산업, 수송 등 전 분야에 걸쳐 저감 대책을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로 등에 쌓인 재비산먼지 대책과 함께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조사 및 분석데이터를 계속 축적해나가면서 저감 대책에 효율을 높여야 한다.여기에다 시민들 일상에서의 자율적인 미세먼지 저감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내 집 앞 물뿌리기나 주기적인 세차, 공기청정기 필터 점검, 노후 경유차 운행 단축 등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에 다함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대기배출업소나 건설공사장 비산먼지 줄이기 등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만약 우리 사회가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미세먼지 해결책에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데는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대책이라도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해나가면서 사회 전체가 조금씩 응집력을 키워나가야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9-12-12 06:30:00

[사설] 외국인 근로자 임금 체불 행위 엄벌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 체불 사건이 경북 영천지역에서 발생했다. 그것도 제대로 된 화폐가 아닌 '종이돈' 쿠폰을 지급하는 파렴치한 방법을 사용해서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출산한 딸의 육아를 돕기 위해 온 50대 베트남인 부부에게 임금 대신 황금색 바탕에 금액을 쓴 종이돈을 주고는 '나중에 환전이 가능하다'고 속였다는 것이다.농장에 일하러 온 베트남인이 취직이 불가능한 초청비자를 받아 입국한 사실을 파견 용역업체 운영자가 악용한 것이다. 이른바 '종이돈 임금 체불 사건'이다. 만약 종이돈을 가득 들고 있는 장인·장모의 모습을 본 한국인 사위가 항의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그냥 묻힐뻔 했던 불법·부당한 임금 착취였다. 참으로 비열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실현을 위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자들을 양파·마늘·사과 농장 등에 파견하는 사업을 하는 이 악덕 업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이렇게 임금을 체불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게다가 임금 체불 때문에 이미 출국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시민단체 관계자는 파견 인력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0명에 이르렀으니 적어도 수십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3천만원까지 4억원 상당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떳떳하지 못한 처지 탓에 임금을 받지 못해도 신고를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과 한국이라는 나라를 얼마나 원망했겠는가.먼 고국을 떠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 땅을 밟았던 외국인들이 땀흘려 일하고도 임금을 떼인 채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이 저마다 한국이란 나라를 증오하며 떠난다는 것은 모골이 송연한 일이다. 이런 나라 망신이 어디 있고 이런 국격 훼손이 또 어디 있는가. 이는 노동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인 것은 물론 애써 쌓아 올린 국가 신인도에 먹칠을 하는 매국 행위에 다름 아니다. 엄벌해야 한다.

2019-12-12 06:30:00

[사설] 호남 지역구 지키려 '선거법 야합'하려는 범여 정당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평화당·대안신당 등 범(汎)여권 군소정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의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호남 지역구 의석수를 지키기 위해서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일을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한 달의 말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4·15 총선은 올해 1월 인구가 기준이 된다. 이를 적용하면 호남의 2개 지역구가 최소 인구 기준에 미달해 통폐합 대상이 될 수 있다.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정당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선거법에 부칙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수정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구 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꾸는 '인구 기준 게리맨더링'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그 배경에는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정당 간의 악취 나는 거래가 있다.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의 맞교환이다.민주당은 공수처법 통과에 협조하는 대가로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와 연동률을 어떻게 조정할지 아직 미정이지만 어떻게 하든 군소정당의 의석수는 늘어난다.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사정(司正) 권력을 안기는 동시에 몸집이 불어난 군소정당을 '2중대'로 거느려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속셈이다.문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인구 기준을 수정하지 않으면 호남의 지역구 의석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군소정당은 이것은 안 된다며 민주당에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 '2018년 1월' '2018년 7월' 등으로 수정하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서는 호남에 현역 의원을 둔 바른미래당, 평화당, 대안신당 등의 협조가 필요한 민주당으로서는 이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결국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의 자의적 변경은 공수처법·선거법의 맞교환에 이은 또 하나의 악취 나는 거래이자 한국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폭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

2019-12-12 06:30:00

9일 대구 시내 한 서점에 진열된 분야별 베스트셀러 서적들을 손님들이 살펴보고 있다. 올 한해 출판계에서는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책들과 여행 에세이, 한일 경제전쟁, 아이돌,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설] 출판계의 유튜버셀러 열풍을 경계한다

출판계에도 유튜브 열풍이 후끈하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소개된 책이 독자의 관심을 이끌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움직이고 있다. 먼저 인기 유튜버들의 콘텐츠와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나아가 유튜브 '김미경 TV'에 소개된 '말센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등의 도서는 방송 후 일주일 만에 판매량이 350%에서 최대 5천% 넘게 증가했고, 유튜버 '라이프해커자청'이 소개한 '정리하는 뇌'는 순위 역주행을 거듭하며 종합 베스트셀러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따라서 올해 출판계의 뜨거운 화두는 단연코 '유튜버셀러'(유튜버+베스트셀러)였다.그러니 '미디어셀러' '아이돌셀러'를 넘어 '유튜버셀러'가 당분간 출판계의 빅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서점의 유료 매대나 인터넷 서점 광고보다 효과가 크다 보니 이 같은 추세를 반기는 분위기도 적잖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홍보·협찬 비용의 지속적 상승이 크고 작은 출판사 간 불균형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이 때문에 출판계에서는 유튜버셀러의 시류를 인정하면서도 윤리적인 차원의 규범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낸다. 적어도 협찬 여부를 구독자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출판계가 걱정하는 것은 유튜버셀러로 인한 베스트셀러 왜곡 가능성이다. 어떤 출판사는 자사의 여러 홍보 채널에 일제히 신간을 노출하고 서평을 달면서 금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한다.청년 멘토를 자처하는 독서모임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기 출판사 책을 홍보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도서가 정말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양질의 책이냐는 것이다. 유튜버셀러 또한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마케팅의 산물이라면 이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도서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

2019-12-11 06:30:00

[사설] 한국 진보가 정신적·도덕적으로 파탄 났다는 진보학자의 질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9일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정신적·도덕적 파탄"이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권, 더 구체적으로는 문 정권의 주축인 '386 민주화 운동권 세력'의 정체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리는 노학자의 양심의 소리이다. 최 교수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학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런 '진보 비판'의 울림은 깊고도 넓다. '진영'을 초월해 객관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렇다.최 교수의 비판 하나하나가 귀담아 들어야 할 가치가 있지만, 특히 적확(的確)한 것은 386 운동권 세력이 '스스로 민주주의자로 여기는 민주주의 적대자'가 됐다는 진단이다. 그는 "(민주화를)직접 만들어왔다는 사람들이 정치 계급이 되어 한국 정치를 주도하게 될 때 이런 상황이 왔다"며 "(이들이)스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주역이 됐다는 것은 패러독스"라고 했다.이런 비판을 증명하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조국 일가의 비리와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집요한 공격이 대표적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나온 공수처 설치 기획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의 더 노골적인 행태다. 범(汎)여권에 유리하게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기획도 마찬가지다.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독재'의 제도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최 교수는 진보·좌파의 민주주의관(觀)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진보·좌파는 "다수로 표현된 인민의 의사를 전체 사회의 일반 의사·의지로 이해한다"며 "이런 틀에서 이해되는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체제"라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 조국이 검찰을 겨냥한 대규모 비난 집회에 대해 "검찰 개혁이란 시대적 과제, 역사적 대의를 위해 모이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한 것은 이를 잘 입증한다.최 교수의 비판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관련해 현 집권 세력에 기대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하다.

2019-12-11 06:30:00

[사설] 文정부의 무턱댄 공무원 증원, 그 뒷감당은 국민의 몫

경기 침체로 세수 부족이 뻔한 데도 문재인 정부의 국민 세금 펑펑 쓰기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총선이 있는 내년에 역대 최대인 25조7천여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여기에 내년에도 대대적인 공무원 증원에 나선다. 자기 지갑에서 나온 돈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정부가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내년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 증원 규모가 3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직 공무원 1만6천300명이 늘어나고 지방직 충원 규모도 1만4천4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에도 공무원을 3만3천 명이나 증원했다. 공무원 증원 규모가 2년 연속 3만 명을 돌파하는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1년, 1992년 이후 28년 만이다.정부는 공무원 증원 이유로 청년실업난 해소와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 명목으로 2022년까지 17만4천 명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 활동을 뒷받침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하고 세금으로 공무원 자리를 늘려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전산화가 많이 이뤄진 마당에 공무원 수가 적어 대국민 서비스가 낮다는 논리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들의 환심을 사고 고공비행하는 청년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꼼수로 봐야 한다.무턱댄 공무원 증원은 국민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 증원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 인건비가 26조9천억원이나 된다.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천 명을 증원하면 국가가 2052년부터 지급해야 할 공무원 연금은 9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임기 중 공무원 12만 명 감축을 추진하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공무원 17만 명 증원에 목을 매고 있다. 두 대통령이 나란히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프랑스는 '경제 모범국'으로 거듭난 것과 달리 한국은 경제가 '폭망' 수준이다. 국가 지도자가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라지는 또 하나의 본보기다.

2019-12-11 06:30:00

[사설] 국민 우려 큰 진보·보수 갈등, 文대통령과 정치권이 책임져야

우리 사회의 갈등(葛藤)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첨예화한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을 걱정하는 국민이 90%를 웃돌았다.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7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5천100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4%포인트) 결과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1.8%나 됐다. 이는 2016년 조사 때보다 14.5%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이어 정규직-비정규직(85.3%), 대기업-중소기업(81.1%), 부유층-서민층(78.9%), 기업가-근로자(77.6%) 등의 순서로 갈등이 크다고 답했다.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진보와 보수 간 갈등에 우려를 표한 것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갈등이 치유 불능 수준으로 치달아 국론 분열은 물론 국민 통합을 무너뜨리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조국 사태'와 진보와 보수가 둘로 갈라져 거리에서 세(勢) 대결을 한 것이다. 지금도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통령 퇴진 등 여러 사안을 두고 진보와 보수가 광장에서 맞서고 있다. 총칼만 들지 않았지 내전(內戰)을 방불케 하는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투쟁에 국민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크다.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정권 출범 후 문 대통령은 지지 진영에 경도된 인사와 정책으로 일관했고 민주당은 상식을 내팽개치면서 비호와 책임 떠넘기기에 열을 올렸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 모두의 대통령' 공약은 휴지통에 버려졌다. 대안 제시와 협상은 않고 삭발과 단식 등 장외투쟁에 몰입한 자유한국당도 갈등 증폭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 통합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기보다 갈등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된 데 대한 문 대통령과 여야의 통렬한 자성과 쇄신이 절실하다.

2019-12-10 06:30:00

[사설] '하명 수사' 경찰관의 집단 소환 불응, 나라 꼴이 한심하다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와 관련된 경찰관 10명이 검찰의 소환에 모두 불응했다. 경찰은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이라고 하지만 검찰은 조직적인 수사 거부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명 수사를 지휘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검찰 수사를 "야당과 보수 언론의 청부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 청부 수사"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선거 개입 수사"라고 매도하고 나섰다.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하명 수사가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의혹 단계에서 사실 확인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에 관여했던 경찰관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소환 불응은 진실 규명의 집단적 방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더 큰 문제는 소환 불응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당 경찰관들은 모두 검찰의 소환 통보 사실을 청문감사관실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의 의심대로 조직적 수사 거부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이면 법치의 최일선인 경찰이 법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다.선거공작 수사를 놓고 경찰은 '대든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검찰에 맞서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를 검찰이 압수하자 경찰은 자기들도 조사해야 한다며 2차례나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이런 '대담한' 행동은 여당의 검찰 압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당은 검찰 수사를 '강압 수사' '선택적 수사'라며 수사 대상인 경찰과 합동수사를 하라고 검찰을 을러대고 있다. 경찰이 국민의 경찰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견찰'(犬察)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의 '청부 수사' '선거 개입 수사' 주장은 소가 웃을 일이다. 황 청장이야 말로 '청부 수사' '선거 개입 수사' 의심을 사는 장본인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밀착하는 그의 이런 행태는 검찰이 아니라 경찰 개혁이 더 급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준다.

2019-12-10 06:30:00

[사설] 신천 위협하는 가창 폐광산 중금속 오염수 대책 세워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텅스텐 폐광산에서 흘러나오는 중금속 오염수가 십수 년째 신천에 그대로 유입돼 환경오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광산 유출수를 정화하는 시설이 있지만 연결 관로가 완전히 막혀 구리·납·비소 등 중금속 오염수가 그대로 신천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정화시설 교체를 서두르고 있으나 빨라도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해 인근 주민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1974년 폐광된 가창 광산의 중금속 오염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달성광산 유출수에서 기준치보다 2~5.6배 높은 아연과 망간이 검출됐다는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에서도 달성광산 주변 광물 찌꺼기 적재장 토양에서 다량의 구리와 납, 비소가 검출됐다.사정이 이런데도 시설 관리처인 한국광해관리공단과 대구시가 대책 마련을 늦잡치면서 폐광산 인근의 토양오염과 신천 수질오염이 가속화한 것이다. 본지가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본 결과 신천 지류인 상원천 주변의 암석에는 중금속오염 때문에 누렇게 변하는 '옐로우 보이' 현상이 광범위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무엇보다 납득하기 힘든 대목은 1998년 달성군청이 자연 정화시설을 처음 설치한 이후 광해공단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중금속오염을 키웠다는 점이다. 관로가 막혀 정화시설이 무용지물인 데도 제때 손을 쓰지 않고 방치해온 것이다. "정화시설 설치 초기를 빼면 거의 제 기능을 한 적이 없다"는 전문가 지적대로라면 공단과 대구시가 환경오염의 방조자인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많은 예산을 들인 신천·금호강 종합개발계획은 빛 좋은 개살구와 다를 바 없다. 새 정화시설 교체까지 또 몇 년을 마냥 기다릴 처지가 아니다. 우선 막힌 관로부터 정비하고 주변 오염지역 정화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손을 대야 한다. "유출수가 유입된 신천 약 1.7㎞ 구간은 죽음의 구간"이라는 전문가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2019-12-10 06:30:00

[사설] 청와대, 떳떳하다면 '김기현 문건' 공개 못할 이유 있나

'선거 공작' 의혹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해명은 한마디로 코미디이다. 의혹의 핵심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첩보를 누가 만들었느냐부터 그렇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소셜미디어로 제보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보자로 지목된 송병기 울산 부시장은 "행정관이 물어서 문자로 보냈다"고 했다. 청와대가 '주문'했다는 것이다. 제보자가 청와대의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는 "어떤 것이 사실인지 밝혀낼 부분은 더 이상 아니다"며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국민을 바보로 아는 소리다. 지금 여당은 검찰에 '수사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경찰과 합동수사를 요구하며 특검 카드를 꺼낸 데 이어 '검찰공정수사 촉구 특별위원회'라는 희한한 조직까지 만들었다. 그 위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에 충성하지 않고 검찰 조직에만 충성하고 있다"고 매도했다.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란 말이 진심이라면 검찰 공격부터 그만둬야 하지 않나.청와대가 2017년 말 경찰에 이첩한 문제의 첩보 문건에 대한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해설'도 마찬가지다. 홍 대변인은 이 문건을 한 달 전에 입수했다며 "지역에서 제기된 의혹을 그대로 정리했을 뿐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라 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문건을 공개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나 지금껏 홍 대변인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에게서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니 그 문건이 진본을 '가공'한 것인지 아닌지는 물론 홍 대변인이 정말로 문건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부터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민주당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경찰에 이첩한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백번 맞는 소리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은 단번에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구린 게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2019-12-09 06:30:00

[사설] 독도 헬기 참사 영결식, 고귀한 희생 받들 후속조치 급하다

지난 10월 31일 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헬기 추락 참사로 희생된 중앙119구조본부 소방항공대원 5명의 합동분향소가 6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에 마련됐다. 그리고 10일의 합동영결식을 끝으로 대원들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면 영면하게 된다. 이들 외에 응급 환자와 보호자까지 모두 7명의 사망 실종 참사 이후 계속된 구조 활동에도 대원 2명과 보호자 1명은 찾지 못했지만 공식적인 수색 활동은 안타깝게도 8일로 그치게 된다.이번 분향소 설치와 합동영결식은 무엇보다 유가족들의 고뇌에 찬 결정으로 이뤄지게 됐다. 특히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겠지만, 마냥 수색 결과만을 기다릴 수 없는 현실적인 여러 이유를 고려해 내린 힘든 결정으로 보여 그 고귀한 뜻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영결식을 위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두 소방 대원은 어쩔 수 없이 사망 처리를 해야 하는 겹고통까지 견뎌야만 했기에 더욱 그렇다.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밤중 출동한 이들 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은 이제 정부의 몫이 됐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분명하게 드러난 독도와 울릉도의 긴급 상황 발생에 따른 구조 체계의 난맥상은 반드시 짚고 바르게 고쳐야 할 과제가 됐다. 울릉도를 찾는 발길이 늘고, 매년 20만 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독도나 인근 해상에 응급 환자 발생 같은 긴급 상황이 생겨도 현재의 구조 체계로는 제대로 된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울릉도의 소방서 설치나 경북소방본부 소속으로 현재 1대뿐인 야간 운행이 가능한 소방 헬기의 추가 확보로 야간 동원 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또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경북도가 요청하는 예산조차 책정하지 않아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독도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또한 절실하다. 아울러 이번 참사 초기 불거진 지휘 보고 체계의 문제와 혼선도 바뤄야 한다. 이번 참사 희생의 교훈을 받드는 최소한 도리이기도 하다.

2019-12-09 06:30:00

[사설] 대구 '워킹맘 급감'…사회적 관심과 제도 개선 뒤따라야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워킹맘'의 95%가 퇴사를 고민했으며, 그 갈등의 가장 큰 분수령이 학부모가 되었을 때라는 한 연구소의 설문조사 내용이 최근 발표되었다. 고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서울과 전국의 광역시 거주 워킹맘(만 25~59세 여성 취업자)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였다. 특히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퇴사나 이직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아이들의 학교 수업은 물론 방과 후 일정까지 엄마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이 퇴사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절반 이상이 부모 등 가족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제도나 사회적 노력의 결여를 의미한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직장생활을 지속하길 원하는 이유로 워킹맘 4명 중 3명이 경제적인 문제를 든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대구의 '워킹맘'이 올 들어 크게 줄어들었다. 자녀를 둔 여성의 감소 폭보다 워킹맘이 두 배 이상 줄었고, 워킹맘 고용률도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이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자녀별 여성의 고용지표'에 따르면 대구의 자녀동거 여성 중 취업자는 13만4천 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6.7%) 감소했다.따라서 자녀동거 여성의 고용률은 56.0%로 자난해보다 3%포인트 하락했는데, 전국의 자녀동거 여성 고용률이 전년 대비 0.3% 상승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 특별·광역시 7곳 중에서 대구의 자녀동거 여성 고용률 하락 폭이 가장 큰 것도 지역의 경기침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여성들의 경력단절은 사회의 큰 손실이다. 이 해묵은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관심과 제도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은 물론이요 기업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 유연근무제 활성화와 기업의 여성고용 유지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 직업훈련 강화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재취업정책의 실효성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2019-12-09 06:30:00

[사설] 거리로 내몰리는 철거민, 지원 대책 급하다

쪽방 거주민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올겨울 추위는 유난히 매섭고 혹독하다. 대구 원도심 주택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현 거주지에서 대책도 없이 내쫓기거나 적은 이주보상비만 손에 쥔 채 새 거처를 찾느라 동분서주하는 주거빈곤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 년 새 대구 도심을 중심으로 활발해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빚어낸 결과다.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대구 지역 재건축·재개발로 철거된 쪽방 건물은 모두 22채다. 개별 방 수로 따지면 모두 270여 개 수준으로 쪽방 철거가 진행되면서 어쩔 수 없이 떠난 철거민도 대략 수백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동구 신암동과 중구 북성로·태평로 일대, 서구 원대동 일대 등이 현재 대규모 주택정비사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문제는 갑작스레 이주 통보를 받은 상당수 주거 취약계층이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큰 고통을 받고 살아온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 것이다. 누구 하나 이들을 배려하거나 지원하는 곳도 없다. 무작정 길거리로 내몰리면서 양극화의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며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철거민들의 사정은 매우 딱하다. 새 거처를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대다수 철거민들은 노숙 생활자가 되거나 20만~30만원에 이르는 월세 부담에도 주변의 모텔방을 거처로 정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자리와 소득이 거의 없는 철거민들에게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은 악몽이나 마찬가지다.어렵게 새 거처를 마련하더라도 집 걱정이 끝나는 게 아니다. 쪽방 생활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주거 환경에서 어려운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데다 20만원이 채 안 되는 주거급여로는 월세를 감당하기조차 힘들다. 주거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다른 사람과 좁은 방을 나눠 쓰는 등 이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더는 우리 사회가 이들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주체는 물론 대구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예산 편성 등 철거민의 주거 부담을 낮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리로 내몰리는 주거 빈곤층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대구시가 적극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9-12-07 06:30:00

[사설] 여당은 검찰 압박 대신 민생부터 챙겨라

여당의 검찰에 대한 공격의 강도가 세고 거칠어지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이른바 '하명 수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둘러싼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의 간담회에 강남일 대검 차장과 임호선 경찰청 차장 등을 불렀으나 모두 불참하는 바람에 체면도 구겼으니 여당의 검찰 압박은 그럴 만하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 같다.여당의 험한 목소리는 6일 강병원 의원이 언론을 통해 "한국당하고 검찰의 검은 커넥션, 짬짜미가 우리 국민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 "대통령과 국민을 뒤통수친 검찰총장" 등 발언에서도 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또 이날 여당의 확대간부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도 "민주당은 특검을 해서라도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도록 하겠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 같은 여당의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이나 검찰을 압박하는 정치적 공세는 이어지겠지만 듣는 국민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지난 7월 야당의 공격과 비판 속에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과 그가 이끌 검찰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고, 지난달 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조차도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거듭된 신뢰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검찰이 검찰 개혁을 이끌기를 바라면서 직접 주문에 나서지 않았던가. 윤 총장 또한 평소 소신처럼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과거와는 달라진 검찰 모습을 이미 공언한 터였다.윤 총장이 취임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에서부터 이른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연루된 최근의 의혹 수사에 이르기까지 벌인 일들은 국민 입장에서는 마땅히 밝힐 사안이다. '죽은 권력'의 지난 시절 적폐 청산과 의혹 해소만큼이나 '산 권력' 주변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편하다고 해서 그냥 묻어둘 수는 없다. 자칫 정권 차원의 위기는 될지 모르나 차라리 나라 앞날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인 만큼 여당은 오히려 민생법안 해결에 정력을 쏟는 게 맞다. 의혹 해소는 대통령이 믿고 맡긴 윤 총장의 검찰 몫으로 돌리는 게 순리다.

2019-12-07 06:30:00

[사설] 사상 최대 피해 보이스피싱 범죄, 총력 대응해 뿌리뽑아야

보이스피싱 범죄가 계속 기승을 부리자 대구경찰청이 4일 범인들의 음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선언했다.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시민에게는 최대 1억원의 신고보상금 지급을 약속하는 한편 범인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 제보도 접수한다고 경찰청은 밝혔다.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모두 1천58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43건과 비교해 42%나 늘었다. 피해 금액도 지난해 84억원보다 2배 넘게 급증해 175억여원에 달했다. 이 같은 통계는 보이스피싱이나 SNS·메신저를 이용한 메신저피싱 범죄에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금융감독원이 올 상반기에 발표한 '2018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통계 또한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무려 4천44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017년의 2천431억원보다 2천억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피해자 수도 총 4만8천743명으로 하루 평균 134명이 12억2천만원의 금전 피해를 입었다. 1인당 평균 900만원꼴이다.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피싱 범죄 피해가 모든 연령대로 확산하는 추세인 데다 사기 수법도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에게 저금리 대출을 핑계로 접근해 대출금·수수료를 가로채는 '대출빙자형' 범죄가 70%(3천93억원)에 이르고 검·경찰과 금감원 등 기관을 사칭하거나 SNS에 친척·지인을 가장해 사기를 치는 '사칭형' 범죄도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어 1천346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보이스피싱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추악한 사기 범죄이자 중대한 사회악이다. 사정당국이 총력을 다해 뿌리를 뽑아야 하지만 시민도 경계의 고삐를 절대로 늦춰서는 안 된다. 한 순간의 방심과 실수에 금전 피해 등 큰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늘 조심할 필요가 있다.

2019-12-06 06:30:00

[사설] 대구경북의 고액·상습 체납자 증가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해 전국의 개인 고액 체납자 상위 100명이 내지 않은 세금이 6천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사람당 평균 59억2천만원을 체납한 것이다. 그런데 고액·상습 체납자 개인 공개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대구의 고액 체납액이 315억원을 넘어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는 가장 많았다. 나아가 올해는 대구경북의 고액·상습 국세 체납자와 체납액이 지난해보다도 늘어났다고 한다.특히 대구 개인과 경북 법인의 체납자와 체납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2019년 국세 고액·상습 체납 명단'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개인과 법인 고액·상습 체납자는 516명으로 지난해보다 8.6%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체납액도 3천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7% 증가했다. 지역 최고 체납자는 대구에 사는 40대로 체납액이 113억원을 웃돌았다.국세청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원 이상인 경우 성명(상호)과 체납액 등을 홈페이지와 관할 세무서 게시판에 매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크지 않다. 체납자들이 명단 공개쯤은 우습게 알고 버티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태 또한 가관이다. 자녀 명의로 된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외제차를 굴리는 것은 기본이다.싱크대 수납장에 수억원의 현금이 든 비닐봉지를 넣어 두는가 하면, 세금 징수를 피해 위장 이혼을 하거나 고령의 부모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기도 한다. 체납자들의 재산 은닉 방법도 갈수록 지능화한다. 국세청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을 상습 체납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대구경북에 고액·상습 체납자가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난의 위기 때마다 개인과 가문을 희생해가며 구국의 대열에 앞장섰던 영남인의 혼을 좀먹는 행위이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품격과 희생이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지역에서 보수를 들먹일 염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참된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도 고액·상습 체납은 절대 좌시해서는 안 된다.

2019-12-06 06:30:00

[사설] 법무부 장관 앞세워 靑 향한 검찰 수사 힘 빼겠다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석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추 내정자가 보여준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사법개혁, 법치국가 확립을 들먹였지만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다음 날 문 대통령이 서둘러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속셈은 다른 데 있을 것이다.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다르크'(추 의원 별명)를 내세운 것은 '강성' 장관을 통해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나아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압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 추 의원이 장관이 되면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법무부 감찰, 검찰 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뺄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검찰 수사를 제어하고 싶을 정도로 문 대통령과 정권이 어려운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은 '선거 공작'이란 증거들이 속속 튀어나오고 있다.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생산하고, 이를 문서로 만든 장본인들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측근과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친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편끼리 야당 시장 관련 비위 정보를 주고받으며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인다. 유 씨 감찰 무마 의혹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두 사건에 정권 핵심 실세들이 앞다퉈 연루된 탓에 문 대통령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말만 하면 뒤집히는 청와대 대변인 변명은 집어치우고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있는 그대로를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청와대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은 말장난일 뿐이다.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검찰 힘 빼기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모면하려는 꼼수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19-12-06 06:30:00

[사설] 대통령 지시 못 지킨 의성 쓰레기산, 책임 떠넘길 일 아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의 '쓰레기산'이 지난 3월 외신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사자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연내 전량 처리 특별지시까지 내리면서 정부 차원의 해결에 나섰으나 결국 물거품이 될 모양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6월 현장에 들르는 등 연내 처리를 약속했으나 예산 확보 등 후속 조치 문제로 해를 넘기게 됐다. 기대를 걸었던 지역민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환경부는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돌려 원성을 사고 있다.17만3천t이 쌓인 의성 폐기물 쓰레기산 사태가 터지자 환경부는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 탓에 신속한 행동을 보였다. 조 장관이 의성을 방문해 현장을 확인, 연내 처리를 약속한 데다 8월까지만 해도 같은 입장을 밝히며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함께 경북도와 의성군 역시 연내 처리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이는 경북에서의 쓰레기 처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만큼 마땅한 일이었다.그러나 정부 약속과 달리 처리는 지지부진했고 마침내 환경부는 연내 처리 불가 입장을 밝히고 내년 상반기 중 처리로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까지 전체 17만3천t의 23.1%인 4만t만 처리하는 데 그쳐서다. 이는 전국의 불법 폐기물 120만3천t의 60.3%인 72만6천t을 처리한 것과 비교해도 턱없는 수준이다. 말하자면 정부의 의성 쓰레기산 연내 처리 목소리는 크고 요란했지만 실제 결과는 초라했으니 빈말이 행동을 앞선 셈이다.이런 결과는 결국 환경부의 판단 잘못과 미덥지 못한 행정이 빚은 일로 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무리한 계획을 세운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지자체의 소극 행정과 추경 지연 등을 이유로 들며 책임을 떠넘기니 할 말이 없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처리 계획을 재점검하여 이른 시일 내 약속을 차질 없이 실천해 정부 행정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2019-12-05 06:30:00

[사설] '낙하산 인사' 탓인가, 비리 판치는 공공기관

회계 분식을 통한 성과급 잔치, 친인척 채용 비리 등 공공기관들의 비리가 도를 넘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1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도 잘못된 회계를 통해 3천억원 가까운 흑자를 낸 것으로 속이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채용 비리가 적발된 공공기관들도 줄을 이었다.기획재정부의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 수정안'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8회계연도에 순이익이 2천892억원 발생했다고 결산했으나 실제로는 1천51억원 적자를 봤다. 일부 회계사항을 미반영해 순이익이 실제보다 3천943억원 더 많게 산정한 것이다. 기재부는 코레일 임직원의 성과급 일부를 환수 조치하고 관련 직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또한 기재부는 친인척 부정 채용·비정규직 채용 업무 부당처리 등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국제공항공사, 한전KPS,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해선 문책·주의 처분 등을 통보했다.공공기관에서 비리가 횡행하고 경영이 방만·부실한 데엔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는 낙하산 인사 탓이 크다. 바른미래당의 '문재인 정부 낙하산 인사 현황'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에서 515명이 '정치적 이유'로 고위직에 취업했다. 문 정부에서 임명한 2천799명의 임원 중 18.4%나 된다. 5명 중 1명이 낙하산인 셈이다.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정권 입김 덕분에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경영을 제대로 하고 비리를 차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이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마저 비일비재하다.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낙하산 인사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가 된 코레일 경우 3선 의원 출신인 오영식 사장이 작년 2월 취임해 10개월여 사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그가 사장이 되자 철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사장에 앉혔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권이 공공기관 자리를 전리품처럼 자기편에 나눠주는 한 공공기관 비리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2019-12-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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