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어쩌다 '개집 신세'로

1951년 영국 '더 타임스'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찾는 것과 같다"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밑바닥인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 토대가 됐던 역사를 고려하면 한국의 경제 발전은 요원하고 그에 따라 한국에서 민주주의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예측이기도 했다.하지만 짧은 기간에 한국은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더불어 쟁취했다. 중도에 고꾸라졌던 수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은 경제·민주주의 모두에서 선진국 반열에 등극하는 역사를 썼다. 특히 경제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비약적 발전을 성취했던 한국 경제는 지금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해 출간된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는 네 가지 문제를 꼽았다. 대내적 갈등과 정책 실패에 따른 경제성장률의 하락,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경제·정치·사회에 대한 미증유의 충격, 북한 핵 위협 속에 남북 대치 및 엄청난 통일 비용, 이념·지역·소득계층·세대 간 갈등 심화 등이다. 역사에서 배우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것 외에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견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미국 블룸버그 아시아경제 담당 전문가 슐리 렌이 칼럼에서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이 이제는 개집(doghouse)에 갇힌 신세가 됐다"는 충격적인 비유로 한국 경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로 외부 요인보다 국내 문제에 있고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의 사회주의적 실험으로 인해 한때 활기가 넘쳤던 한국 경제의 야성을 앗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한국 경제가 어쩌다가 개집에 갇힌 신세란 얘기를 듣는 지경이 됐는지 참담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슐리 렌의 진단이 틀렸다고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정책을 재고(re-thinking)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슐리 렌은 조언했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는 고집을 전혀 꺾지 않아 개집에서마저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07-25 06:30:00

[사설] 한·미·일 안보협력 굳건해야 중국·러시아 도발 막는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인 동해 상공에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까지 침범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태세를 시험하기 위한 계획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계가 예전 같지 않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의 눈에는 한국이 가장 만만한 상대로 비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유사한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정부는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현재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는 '협력'이라는 표현이 과연 맞느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매우 느슨해졌다.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문재인 정부가 '선(先) 대북 제재 완화'를 고집하고 미국은 안 된다고 맞서면서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이 생긴 게 사실이다. 문 정부의 요구로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됐다.여기에다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문 정부의 대응이 '이성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갈등을 풀려는 노력은 뒤로한 채 연일 대일 강공(强攻)의 목소리만 높이고, '친일 대 반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급기야는 우리의 대북 감시와 정보 수집에 큰 몫을 차지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재검토 카드까지 꺼냈다. 만약 일본이 예고대로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이에 맞서 문 정부가 GSOMIA 폐기를 실행에 옮긴다면 한일 관계의 파탄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는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쾌재를 부를 일이다. 그렇게 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는 바로 한국임은 부정할 수 없다.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고 한·미·일 안보협력체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다분히 감정적인 경제 외적 대응은 피해야 한다.

2019-07-25 06:30:00

[사설] 일본 보복에 신물산장려운동 외친 전국 단체장, 지금 그럴 땐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23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협의회 공동회장단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신(新)물산장려운동'의 전개를 천명했다. 전국의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향후 대(對)일본 활동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상임위원장인 김두관 국회의원까지 나와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모임 개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발표 내용도 과연 바람직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이날 성명은 정부의 위기 대처에 지방정부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점에서 나라의 한 축을 맡은 지방정부의 수장 입장을 생각하면 그 나름 이해할 수는 있다. 국가적 위기 대처에 여야는 물론, 진영의 구분 또한 있을 수도 없고 적전 분열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시·군·구 지자체라고 다를 까닭이 없다. 이번 일본 규탄 성명 발표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충정(衷情)의 발로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그러나 발표 내용은 따질 부분이 많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이미 민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지방정부까지 나서려는 까닭을 알 수 없다. 과거 군사정부 때처럼 민관(民官)이 하나로 뭉친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 겉보기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방정부가 관제 불매운동을 벌일 만큼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관공서 관련 각종 기관·단체 동원이 뻔한데 과연 마땅한가. 공적 교류 중단 선언도 그렇다.신물산장려운동도 마찬가지다. 물산장려운동은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경제적 침탈에 맞서고 토산품을 써서 우리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항일 독립운동 차원이었다. 당시는 시대 흐름과 산업 규모 등 상황을 살피면 바른 운동이었다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늘날 지구촌은 한마을처럼 이어지는 경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무역에 기대는 한국 경제 구조는 그와 맞물려 있다. 이런 운동이 지금 시대에 적합한 활동인지 여당과 협의회는 고민하고 행동하기 바란다.

2019-07-25 06:30:00

[사설] 먹거리로 장난친 불량 마라탕 업체에 철퇴 내려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마라탕·마라샹궈 음식점과 원료 공급업체를 불시에 위생 점검한 결과 먹거리 안전이 위태로울 정도로 상황이 참혹했다. 전국 63곳의 점검 업소 중 37곳(58.7%)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로 제조·유통하다 적발됐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음식점 23곳과 원료 공급업체 14곳 가운데 대구와 경산의 업소 3곳도 포함돼 지역 소비자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이번 마라탕 사태는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매운맛' 열풍이 불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한탕주의에 빠진 일부 악덕 업자에게 마라탕은 그저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이들에게 소비자 안전이나 식품 위생 규정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두석 달 동안 조리실과 도구를 청소하지 않아 기름때로 찌든 음식점이 수두룩하고, 영업신고도 없이 마라탕을 만들어 팔다 적발된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대구 수성구의 A음식점은 위생 기준 위반, 중구의 B음식점과 경산시의 C음식점은 무표시 제품 사용으로 각각 적발돼 각 지자체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이런 속사정은 조금도 모른 채 마라탕을 찾은 소비자는 사실상 비싼 돈 주고 독을 사 먹은 꼴이다. 적발 업소 중에는 온라인을 통해 마라탕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곳도 있었는데 수성구의 A음식점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마라탕이 대중의 인기를 끌자 국민을 제 주머니나 채워 주는 호구로 여기고 대놓고 먹거리로 장난을 친 것이다.정부는 그동안 불량 식품 제조·유통 행위를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단속의 손길이 느슨해진 사이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 적발 업소에 대해 조치하고, 식약처가 3개월 내 재점검을 통해 개선 여부를 확인한다는데 왜 이런 조치만 계속 되풀이하는지 국민은 납득이 안 된다. 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악덕 업자에게는 얼얼하게 매운맛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두 번 다시 음식업을 못 하도록 당장 철퇴를 내려야 한다.

2019-07-25 06:30:00

[사설] 포항지진 특별법·추경 무산, 여야 모두 책임 있다

2017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5 지진으로 엄청난 물적·정신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특별법 제정과 피해 복구 예산 지원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 포항지진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지진 관련 추경예산은 하릴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상대 탓만 하며 포항시민의 절박한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니 기가 찰 수밖에 없다.포항지진 특별법은 2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률안 상정이 무산됐다. 이유를 알아보니 더불어민주당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민주당 측에서 특별법 상정을 연기시켰다는 것이다.민주당은 특별법안에 무슨 거창한 내용을 담겠다고 시간을 끌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한시가 급한 포항시민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2건의 특별법은 이미 지난 4월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은 5월에 각각 발의돼 있지만, 홍의락 민주당 의원은 8월 초쯤 느림보 발의를 하겠다고 하니 욕을 먹어도 한참 먹어야 할 것 같다. 여야 모두, 다음 달에는 반드시 법안 소위에 특별법을 상정하고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지진 관련 추경은 여야 간 정쟁으로 예산결산위원회 심의가 중단되면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가뜩이나 관련 예산이 1천131억원에 불과해 피해 주민과 포항시에 필요한 사업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만 끌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민주당은 한국당의 방해로 지진 피해 추경을 할 수 없다며 비난했고, 한국당은 민주당의 방해로 지진 특별법을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포항시민 입장에서는 민주당이나 한국당, 둘 다 도긴개긴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포항시민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특별법 제정과 추경 통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19-07-24 06:30:00

[사설] 울릉 교장 강제추행 사건 수사 중 등교 거부까지, 교육청은 뭣하나

경북 울릉군의 한 초교 교장의 강제 추행·뇌물수수 혐의 사건이 엉뚱한 사태로 번져 설상가상이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교장에게 피해를 본 교직원의 전보 조치를 요구하는 일부 학부모가 지난 16일(68명)과 17일(104명) 이틀에 걸쳐 학생의 등교를 막았기 때문이다. 더욱 심상찮은 일은 피해자의 전보 요구와 학생 등교 거부 사태에 대한 학교 교사 등 일부 인사의 개입 의혹이다. 사태가 이렇지만 교육 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으니 악화될 수밖에 없다.이번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학교 교장의 뇌물수수 의혹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피해자인 교직원이 겪는 정신적 고통까지 따지면 배려와 보호가 먼저일 수밖에 없다.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피해자에 대한 전보 조치 요구 같은 부당한 압박은 앞뒤가 바뀐 일이다. 이도 모자라 애꿎은 학생을 앞세워 두 차례나 등교 거부라는 물리력도 서슴지 않으니 우려스럽기만 하다.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움직임이 학교 교사 등 일부 인사의 선동과 유도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이미 피해자의 전보를 요구하는 일부 학부모의 탄원서가 한 교사에 의해 작성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학부모의 생각과 다른 내용의 탄원서가 교육청에 제출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말하자면 피해자 전보 압박을 위해 특정인이 학부모를 선동하거나 탄원서를 악용하고 학생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의심이 자연스러운 끔찍한 상황이다.사건이 이처럼 엉뚱한 사태로 나빠지고 학생의 학습권마저 침해되는 상황이지만 교육 당국은 뭣하는지 손을 놓고 있어 의혹을 키운다. 교육 당국은 이제라도 이번 사태의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 또 사태를 악화시킨 배후를 밝혀 비교육적인 행위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가뜩이나 힘든 피해자에 대한 일부 학부모와 학교 교사의 부당한 압박은 멈춰야 한다. 특히 학생을 동원하거나 앞세워 이용하려 든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다.

2019-07-24 06:30:00

[사설] 한일 군사정보협력 지속 여부, 정부는 큰 틀에서 생각해야

다음 달 24일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재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한일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체계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한국에 급파한 이유다.결론부터 말하면 GSOMIA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 우선 경제와 안보는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그렇다. 일본의 경제 보복을 이유로 GSOMIA를 폐기하는 것은 과거사라는 경제외적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키는 일본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고 철회를 요구할 명분의 우위를 잃게 되는 것이다.더 실질적인 문제는 일본의 정보 수집 자산이 없다면 우리의 대북 감시 및 정보 수집이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한 대도 없는 정찰위성 7대에 이스지함 6척, 1천㎞ 이상 탐지가 가능한 장거리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등 월등한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의 대북 정보 수집은 상당 부분 여기에 기대고 있다. 안타깝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GSOMIA가 폐기되면 더 큰 손해를 보는 쪽은 우리다.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는 GSOMIA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집권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협정 연장을 결정했다. 협정을 통해 양국이 주고받은 정보의 실효성을 보고 받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이런 판단은 앞으로도 유효하다.그런 점에서 정의용 실장이 18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말을 받아 "재검토" 운운한 것은 경솔했다. 국정에 책임이 없는 야당 대표야 아무렇게나 말할 수 있지만 안보 문제 판단의 중심에 있는 정 실장은 신중했어야 했다.

2019-07-24 06:30:00

[사설] 지진 잇따르는 경북, 체계적인 연구 더 늦추지 않아야

21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관현리 마을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해 멀리 서울까지 지진 여파 신고가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 현재 이 같은 지진 유감 신고는 265건에 이르렀으나 다행히 피해 접수는 없었다. 상주에서는 앞서 20일 0시 38분쯤에도 규모 2.0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런데 21일 상주 지진은 1978년 9월 16일의 규모 5.2 이후 가장 컸던 만큼 이에 대한 대비 목소리가 높다.이번 상주 지진은 결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먼저 지진의 규모가 그렇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의 5.8 지진과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5.4의 지진에 이은 세 번째이다. 게다가 올 들어 한반도와 주변 바다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도 4월 동해 해상(4.3)과 2월 포항 해상(4.1)에 이은 규모이다. 특히 21일 발생한 상주 지진 유형이 1978년 당시와 비슷한 형태로 알려졌고, 단층 움직임에 따른 지진으로 분석돼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경북에서 지진 발생 빈도를 보면 걱정스럽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지진은 모두 68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북에서 일어난 지진만 391건(57%)에 이르렀다. 경북에서 발생한 지진은 2015년 44건에 10건(22.7%), 2016년 252건에 185건(73%), 2017년 223건에 127건(57%), 2018년 115건에 52건(45%)이었다. 올해는 50건에 17건(34%)을 차지했다. 전국에서도 경북도의 지진이 잦다는 증거인 셈이다.경북도는 이런 통계를 주시해야 한다. 이번 상주 지진에서 나타난 것처럼 내륙도 결코 안전지대일 수 없어서다. 큰 규모의 지진도 알 수 없다. 철저한 대비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전문적인 지진 연구와 대비를 위한 경북도의 국립지진방재연구원 경주 설립 요청을 정부가 거절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에 방재원 설립을 촉구하고 설득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정부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는 사안이 가볍지 않다. 먼저 경북도라도 나서 지진을 연구해야 한다.

2019-07-23 06:30:00

[사설] '달성습지 복원' 최선의 방안을 찾아라

달성습지 복원 사업이 대구시의 행정 미숙에 따른 환경청과의 마찰로 급기야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고 습지 복원 공사를 밀어붙였다가 대구지방환경청의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대구시가 환경청을 상대로 '원상복구 조치 명령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구시와 환경청의 갈등 속에 습지 복원 공사가 마지막 100m를 남겨두고 1년 6개월째 중단되고 있다는 것이다.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를 품고 있는 청정 지역이다. 이곳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가자 대구시는 2013년부터 국비와 시비 등 230억원을 투입해 생태복원 사업에 나섰다. 3천여m에 달하는 인공 수로를 개설해 습지를 복원하고 생태학습관을 건립해 교육 및 체험의 장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그런데 대구시가 수로형 습지 조성 계획을 수정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수로가 너무 길다는 지적에 따라 구간을 축소했는데, 이때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환경청은 공사 구간이 바뀌었으니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대구시는 애초 전체적인 사업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쳤으니 재평가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대구시는 지난번 맹꽁이 산란지인 달성습지 일부를 모래로 덮었다가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원상복구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행정기관이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벌인 공사에서 되레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환경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습지 복원 사업이 100m를 남겨두고 멈춰 섰다는 것이다. 원상복구를 한다면 엄청난 혈세만 고스란히 낭비하게 생겼다. 이제 환경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이미 진행된 공정을 세심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지만,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를 동시에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9-07-23 06:30:00

[사설] 의사들 떠나고 공공의료기관 위상 위협받는 대구의료원

대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최근 2년 새 줄줄이 병원을 떠나거나 이직을 앞두고 있어 환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사회적 흐름과는 반대로 공공의료기관이 의사 부족으로 그 역할 비중이 계속 축소되는 것은 큰 문제다. 대구시가 의사 충원과 환자 비상 수용 방안 등 대책을 세우고는 있으나 자칫 저소득 서민층 진료에 큰 구멍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대구의료원의 정신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무렵이다. 당시만 해도 5명의 의사가 진료를 맡았으나 먼저 2명이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조만간 남은 2명도 사표를 낼 예정이다. 이에 대구시가 신규 채용을 서두르고 있지만 충원이 늦어질 경우 9월부터 의사 1명이 모든 진료를 맡아야 할 처지다.당장 의사가 없어 진료에 공백이 생기면 병상수 또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180명의 환자를 동시 수용하던 수준에서 9월부터 입원 50명, 내원 10명 등 모두 60명의 환자만 감당할 수 있게 돼 공공의료기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자연히 생활형편이 어려운 서민층 정신건강 서비스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대구의료원 사태는 근래 크게 높아진 정신과 전문의 위상을 공공의료기관이 발 빠르게 쫓아가지 못하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민간 병원에 비해 지방공기업의 근무 여건과 처우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개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고된 일에 비해 처우는 낮아 공공의료기관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대구시는 지역 정신건강 분야의 공공성이 약화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부담할 수 있는 재정 범위 내에서 의료진에 대한 처우를 상향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료원 위상과 역할을 지켜나가는 게 공공의료기관의 존립 이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19-07-23 06:30:00

[사설] 조국 수석, 국민을 선동할 거면 사표 내고 하는 게 옳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연일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3일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올린 뒤 9일간 언론기사·보도자료를 공유하거나 의견을 피력한 글이 무려 39건에 달한다니 공직자인지, 선동가인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국민은 지금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마구 내뱉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언론을 탓하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공직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놀란 입을 다물 수 없다.한국인이라면 일본의 조치에 분개하고 약소국의 설움을 느낀다. 일제 불매운동을 벌이고 항의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렇지만, 공직자는 달라야 한다. 청와대 고위 참모의 발언은 정부의 외교 방침이나 대응책처럼 비치기 때문에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불문율이다.조 수석이 '대일(對日) 항쟁의 선봉장' 행세를 하는 것은 직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행위다. 개인 의견인지, 청와대 정서를 대변하는 행위인지 모르겠으나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공직자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짓이다.더 큰 문제는 조 수석의 글이 야당·일부 언론을 '매국 집단'으로 몰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를 매도하는 야당·언론 개탄' '우파는 국익 최우선 하는데 한국선 반대' '애국이냐 이적이냐' 등의 글을 올리며 일본 못지않게 현 정부 반대 세력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느낌마저 있어 순수하지도 않다.조 수석이 선동을 일삼아도 정부·여당에서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용인돼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조 수석처럼 국민의 피를 끓게 하고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고위 공직자는 나치 선전상 '괴벨스'말고는 본 적이 없다. 조 수석의 선동은 얼핏 달콤해 보이지만, 무책임과 무대책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렇게 '대일 선봉장'을 자처하고 싶다면 공직을 내려놓고 하는 것이 옳다.

2019-07-22 06:30:00

[사설] '대통령·정부 뭘 하느냐' 국민 아우성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올해 들어 4월까지 세계 10대 수출 대국 중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4월 세계 7위 수출국인 한국의 상품 수출액은 1천814억8천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9%나 격감했다.반도체 부진 등으로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3.5% 줄어 3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지속하는 등 악재가 산적한 와중에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수출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수출로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으로서는 수출이 고꾸라지면 경제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IHS마킷과 ING그룹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예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글로벌 무역 분쟁에 국내 경기 부진 등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수출 규제 조치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백색 국가 제외 조치마저 강행할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일 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맞서 공급 체인이 심각하게 망가질 경우 한국의 성장률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조치로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2019∼2020년 평균 성장률이 2.1%에서 0.5%포인트 내린 1.6%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경제 위기를 돌파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정부·여당이 위기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경제정책을 전환하는 게 절실하다. 하지만 위기 극복 구심점이 되기는커녕 사태의 심각성을 수긍조차 안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대처 역시 국익이나 경제 관점에서 보면 하자투성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문제가 드러난 정책들을 폐기하고 친기업 정책을 펴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한·일 분쟁 역시 정치·외교로 풀어 파국적 사태까지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제난에 '대통령·정부는 뭘 하고 있느냐'는 국민 아우성이 빗발치는데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2019-07-22 06:30:00

[사설] 불합리한 법 규정과 무책임 행정이 부른 스크린 골프장 참사

17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발생한 스크린 골프장 방화 사건은 일찌감치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사건은 건축 허가 요건만 따져 소음 등 인근 주민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건축법의 맹점이 발단이다. 또 주거지역 가까이에 스크린 골프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무사안일한 행정이 빚은 불상사라는 점에서 행정기관도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문제의 골프장 건물은 지난 2012년 체육시설(골프연습장)로 건축 허가가 났다.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곳에 4층 규모의 체육시설이 들어서고 소음 문제가 커지자 인근 주민들은 수년간 계속해 민원을 제기했다. 불을 지르다 화상을 입고 숨진 주민의 집과 골프연습장 건물과의 간격은 불과 1m에 불과했다. 하지만 근린상업지역의 체육시설 허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당국과 업주 측이 소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결국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밤 늦은 시간까지 인접한 주택가에 소음과 진동이 지속된다면 그 스트레스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남구청은 이를 방관해오다 불과 사건 발생 한 달 전에 계도에 나서면서 골프장 내부에 소음을 낮추는 천을 덧대도록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초 건축을 허가할 당시 문제점을 예상해 소음방지 시설을 갖추도록 행정력을 쓰지 않고 그냥 넘긴 것이 근본 원인이다. 무엇보다 주민 갈등을 키우다 못해 사람 목숨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당국이 깊이 반성할 일이다.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법 제도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빨리 고쳐야 한다. 행정 당국도 뒷짐만 진 채 갈등과 분쟁을 키우는 행정이 아니라 문제점 해소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문제 해결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주민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소극적인 행정은 무책임한 행정과 마찬가지다.

2019-07-22 06:30:00

[사설] 결혼축하금 지급까지 서두르는 지방의 현실

소멸 위기에 놓인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이 '결혼축하금' 지급을 제도화하는 등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성주군은 이달부터 성주에 주민등록을 두고 1년 이상 살아온 미혼 남녀가 혼인 신고 후 계속 지역에 거주하면 7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이 제도 시행에서 보듯 청년 인구 유입과 정주를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도입하거나 아이디어 수준을 계속 높여가야 할 만큼 작금의 지방 인구 감소 현실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그동안 아이를 낳은 가구에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많았다. 지급액에 차이는 있으나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이를 제도화했다. 여기에다 결혼축하금까지 지급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급격한 인구 감소세에 대한 지방의 우려와 고민을 엿보게 한다. 성주군 이외 의성군과 봉화군이 주민 중 지역 내 결혼식장을 이용할 경우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의 결혼장려금을 지급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지난해 9월 결혼장려금 제도를 도입해 전국 최대 규모의 축하금 지급으로 화제를 모은 전북 장수군의 경우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다. 적격한 신혼 부부에게 결혼축하금 1천만원을 주는 것은 물론 전입 가구 지원, 고교생 학자금 지원, 지역 인구 증가에 공을 세운 기관·기업에도 지원금을 줄 정도다. 어려운 재정 형편에도 저출산과 고령화, 전출, 결혼 기피 등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지역의 존립을 좌우하는 데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지역사회 최대 현안임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례다.성주군이 결혼장려금 제도를 신설한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동안 전국 각 지자체마다 앞다퉈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인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전입 가구에 지급하는 정착수당도 같은 취지다. 아직 결혼장려금을 주는 지자체는 드물다는 점에서 지방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다급한 사정을 능히 짐작하게 한다.더 이상 지방의 인구 감소와 청년 인구 유출을 지방 스스로 해결할 일로 치부하거나 지자체의 손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방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재정 지원 등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 해결 노력에 강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인구가 줄고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도 온전할 수 없다.

2019-07-20 06:30:00

[사설] 추석 전 김해신공항 검증 결론, 흉내만 낼 건가

국무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재검증 작업을 위한 절차를 밟는 가운데 재검증 결론이 추석(9월 13일) 전에 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이런 소문은 3년 전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도 아랑곳없이 정부의 김해신공항 정책을 뒤집고 총리실 재검증을 추진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중심으로 퍼지는 모양이다. 게다가 총리실도 맞장구치듯 "이른 시일 내 신속한 검증"을 약속해 재검증을 둘러싼 의혹은 절로 커질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김해신공항 재검증 의혹의 진원지는 문재인 정부 힘에 기댄 부울경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들의 압박에 김해신공항 불변 입장을 번복, 부처 정체성마저 팽개친 국토부장관이나 재검증에 나선 국무총리도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시·도지사의 합의가 바탕이 된 국가 정책이 짓밟히는 현실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작금의 정부 행보는 그나마 남은 정부 신뢰성마저 갉아먹기에 충분하다.지금 부울경 중심의 '재검증의 추석 전 결론' 소문과 총리실의 '이른 시일 신속 검증' 방침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분명 있다. 국제적인 공인 전문가 집단이 장기간 수행한 용역 결과를 불과 몇개월 만의 조사로 뒤집은 부울경의 불투명하고 졸속적인 일 처리 과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총리실 재검증 시한 방침이 의심을 사는 까닭이다. 지난달 20일 부울경과 국토부의 총리실 재검증 합의부터 따져도 추석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2개월도 채 안 된다.김해신공항의 안전성과 소음, 공항 시설 및 운영, 환경, 법·제도, 항공 수요 등 재검증 분야만도 여럿이다. 이런 분야별 전문가를 관련 학회 추천은 물론, 총리가 말한 외국 전문가까지도 참여하는 '공정하고 믿을 만한' 검증단으로 꾸리는 문제도 만만찮을 터이다. 이런 재검증 작업을 추석 전에 결론을 지으려면 부실한 졸속 작업은 뻔하다. 이는 곧 부울경이 원하고 바라는 쪽으로 결말을 내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정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부산 가덕도를 위한 재검증이라는 소문이나 지금껏 부울경에 끌려간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부울경이 짜놓은 각본대로인 듯하다. 그러나 형식은 최대한 그럴듯한 틀을 갖추는 흉내나 다름없다. 이번 재검증도 그렇다면 자칫 재앙을 부를 일이다.

2019-07-20 06:30:00

[사설] 더 낮아진 성장률 전망에다 금리 인하, 경제 위기관리 급하다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1.50%로 내리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2%로 낮췄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금융시장 안정 등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계속 쪼그라드는 각종 지표와 고조되는 경제 불안감에 대해 정부가 세밀한 정책으로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금융계 안팎에서는 8월 말쯤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런 예상을 뛰어넘어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1.75%)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2016년 6월 이후 3년여 만이다.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낮춘 배경에는 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크게 밑돌고 있고, 짧은 기간 내 각종 지표가 반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과 투자, 소비 부진에다 고용 침체로 1분기에 -0.4% 역성장했고, 2분기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발 앞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지난 1월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2.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4월에 2.5%로 소폭 낮춰 잡은 데 이어 석 달 만에 2.2%로 또 낮췄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와 금융시장 침체 등 불안 요인이 확대된 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인한 하방 리스크까지 겹친 탓이다. 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2.2% 성장에 그칠 경우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0.8% 성장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전망치는 그만큼 한은이 현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비상관리 대책을 세우고 경제 회복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당장 실물경제 하락이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세밀한 위기 대책이 급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의적절한 재정·통화정책으로 적극 공조하는 게 중요하다. 변화하는 경제 여건에 빠르게 대응해 경제 활력을 키우는 유연한 정책 리더십 또한 빼놓을 수 없다.

2019-07-19 06:30:00

[사설] 정부 비판하면 '친일'이고 '매국'이라는 여당의 오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여권의 대응이 갈수록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도리어 악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내에 설치한 '일본경제보복특위'의 명칭을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로 바꾼 것부터 그렇다.'보복'은 상대방의 원인 행위가 있음을 내포하지만 '침략'은 일방적 행동을 의미한다. 결국 민주당의 주장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의 원인 행위 없는 일본의 일방적 조치라는 것이다. 그렇게 믿을 사람이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그렇다고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의 원인 행동이 없는 일방적인 침략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여당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고 우긴들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더 기가 막히는 것은 최재성 위원장의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아베 정부의 경제 침략은 경제를 매개로 한국에 통제 가능한 친일 정권을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굴종적인 친일 정권을 바란다면 그것은 오판이다"라고 했다. '친일'이든 아니든 정권을 세우는 주체는 국민이지 아베 정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심화되면 우리 국민이 친일 정권을 선택할 것'이란 소리밖에 안 된다. 우리 국민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최 위원장의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비판하는 언론과 야당을 항해 "국익을 해치고 일본을 의도적으로 이롭게 하는 세력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를 비판하면 매국이고 일본을 이롭게 하는 것인가?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풀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런 막말을 쏟아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현재 정가에서 나오는 "여당이 내년 총선을 '친일' 대 '반일' 구도로 치르려 할 것"이란 관측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9-07-19 06:30:00

[사설] 신라왕경특별법, 고도 경주의 위상 회복 계기돼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하 신라왕경특별법)이 발의 2년여 만에 국회 통과를 눈앞에 뒀다. 신라왕경특별법 제정은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도약시키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환영할 만한 법안이다. 경주가 지진과 관광객 감소, 낡은 관광 인프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이 특별법은 경주를 활력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법안에는 ▷정부는 5년 단위로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 수립 ▷문화재청에 핵심유적 복원·정비 추진단 설치 ▷연도별 시행 계획의 수립 및 시행 ▷월성, 황룡사 등 8개 복원사업 추진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이 법안 제정으로 현재 진행 중인 왕경복원사업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예산 투입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왕경복원사업은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4년부터 2025년까지 9천450억원을 들여 추진되고 있으나, 이 법안으로 정권 교체로 인한 예산 확보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게 됐다.경주는 2016년 규모 5.8의 유례없는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수학여행단, 관광객 등이 감소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낡고 오래된 관광 인프라와 식상한 문화 유적 중심 관광 등도 경주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었다. 월성원전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한수원 등으로 인해 '고도'(古都)보다는 '원전 도시'라는 오해를 받은 것은 뼈아픈 일이다.이 법안이 경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그간 경주가 역사문화·관광에 집중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신경쓰다가 불거진 각종 부작용을 해소할 필요는 있다. 김석기 의원이 법 제정에 앞장서고 많은 국회의원이 호응한 것은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바람 때문이다. 이 법안으로 경주가 경쟁력 있고 볼거리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19-07-19 06:30:00

''전남·경남 남해안→경북 남부·대구→포항 동해안' 기상청 태풍 다나스 예상경로 오후 10시 업데이트. 날씨누리

'전남·경남 남해안→경북 남부·대구→포항 동해안' 기상청 태풍 다나스 예상진로 오후 10시 업데이트

기상청이 '태풍 다나스' 예상경로를 18일 오후 10시 발표했다.이날 오후 4시 발표에 이어 6시간 만이다.진로 예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전남 서해안을 통해 진입, 전라남도와 지리산, 경상남도 등을 아우르는 남해안 및 그 일대 내륙 지방을 지나고, 이어 북동진하며 대구와 경상북도 남부 일대를 지난 후, 포항을 통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태풍 소멸 시점은 앞당겨졌다. 21일 오후 3시로 예상됐던 것에서, 오전 9시로 6시간 빨라졌다.15분 전 일본기상청이 발표한 예상경로와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일본기상청은 전남 서해안을 통해 태풍 다나스가 진입하는 것은 같지만, 전라도를 관통하는데다 충청도 남쪽 일대 및 경북 북부를 거쳐 강원도 동해안을 통해 태풍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즉, 한국 기상청은 태풍 다나스가 거의 남해안을 따라 가는 것으로, 일본기상청은 태풍 다나스가 현재의 북동진 진로를 내륙에서도 유지하며 관통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차이점이다.이 같은 차이는 태풍이 좀 더 가까워진 내일(19일) 오전 양국 기상청의 예상경로 발표에서 좀 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2019-07-18 22:18:25

[사설] 일제 상징물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 실천 가능한 규정 돼야

16일 개의한 대구시의회가 김병태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을 심의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례안의 목적은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려는 뜻에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공공 장소와 공공 행사)을 제한·조정하기 위한 만큼 나름 의미있고 반길 만한 일로 볼 수 있다.앞으로 남은 조례안 심의 처리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발의된 내용을 보면 지적할 점이 적지 않다. 먼저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에 대해서다. 해당 조항은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 및 이를 연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된 유사 디자인'과 '일제강점하 강제징용, 위안부 등 피해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의도로 사용된 디자인'으로 돼 있다. 규정 내용과 적용 범위가 너무 포괄적인 데다 애매하기도 한 까닭에 객관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흔히 '욱일승천기'(욱일기)로 불리는 옛 제국주의 일본 해군기처럼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에 포함되는 대상을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히 밝히고 그 잣대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과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적잖고, 조례안 제정의 뜻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칫 이런 규정을 남용·악용할 경우 설치될 심의기구(심의위원회)를 통한 해결까지 괜한 갈등과 소모전은 어쩔 수 없다.제대로 손질을 거쳐 이번 조례안이 마련되면, 지난 2016년 대구의 한 축제장에서처럼 욱일기 모양의 도안을 한 깃발을 앞세워 행진한 바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은 아예 처음부터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과거 일제강점기 식민지배 반성은커녕 아픈 과거사를 상품화하려는 불순한 의도의 차단도 가능하다. 나아가 공공 사용을 넘어 민간 영역까지 퍼지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유럽 국가가 과거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2019-07-18 06:30:00

[사설] 황교안 대표, 예산 타령 외에는 내놓을 정책이 없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방문하고 경제토론회도 열었지만, 그리 개운치 만은 않다.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피는 것은 바람직한 행보라고 해도, 발언 내용만 볼 때는 지역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2월 대표 취임 이후 다사다난했음은 잘 알지만, 한국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황 대표가 이날 '대구 경제 살리기 토론회'에 참석해 중점적으로 밝힌 것은 예산 문제였다. 그는 "대구 경제가 홀대받고 후퇴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구경북이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챙기고 또 챙기겠다"고 했다. 대구시·경북도가 보내준 자료를 보고 예산 문제를 강조했겠지만, 국회의원이라면 모를까 당 대표가 중심 주제로 삼기에는 걸맞지 않은 사안이다.황 대표는 지역 경제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구체성마저 없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대구의 경제 체제를 바꾸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 지원 방안도 챙겨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이유로 소득주도성장과 민주노총의 횡포를 들며 정치 공세를 쏟아냈다.아무리 이날 토론회가 학계 전문가, 기업인, 전통시장 상인 등 참석자의 말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자리라고 해도, 지역 경제 해법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피상적인 얘기로 일관한 것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항 이전, 대구-구미 상수원 문제 등 현안을 피해간 것이나, 정책이나 대안을 심층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지역 경제에 대한 몰이해 때문일 것이다.대구경북은 전통적인 한국당 강세 지역이다. 당 대표가 지역 경제 현실과 지역민의 살림살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지역의 '맹주'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지역민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2019-07-18 06:30:00

[사설] '경제 보복'이란 비판까지 나온 文정부의 대구 예산 홀대

'대구 경제 살리기 토론회'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시가 요청한 내년도 예산의 정부 부처 반영액이 5월 말 기준으로 80.9%만 반영됐다. 이러니 대구 패싱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또 "작년에 편성한 올해 대구 예산도 다른 광역단체는 다 늘었는데 대구만 줄었다. 이는 또 다른 경제 보복이다"고 밝혔다.야당 대표가 '경제 보복'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는 정부 예산 편성에서 홀대받고 있다. 내년 정부 예산 편성에서 대구시가 거둔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구시는 내년 예산으로 3조4천418억원을 요청했지만 5월 말까지 80.9%만 반영됐다. 올해에도 정부 예산에 대구시 예산 반영률이 저조했다. 대구시는 올해 국비사업으로 총 543건 3조4천419억원을 요구했지만 정부 예산안에 3조719억원만 편성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예산이 짜였는데도 대구시 예산은 2018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대구와 달리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이 정권의 텃밭 지역은 올해 국비 예산이 크게 늘어 대조를 보였다. 부산시는 7천186억원 늘어난 6조613억원을 확보했고 경남도도 4조8천268억원으로 2천602억원 늘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작년보다 2천346억원, 6천8억원 증가해 2조원, 6조원을 돌파했다. 내년 총선 승리에 집권 세력이 목을 매는 만큼 내년 정부 예산에서도 이들 지역의 예산은 대폭 늘어날 게 분명하다. 그 반면 정권으로부터 패싱을 당하는 대구의 내년 예산은 올해 수준에 머무르거나 줄어들 우려마저 있다.정부 예산이 대폭 늘어나고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의 국비 사업 예산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구 예산 차별은 잘못된 일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역민들의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예산 홀대를 하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방침과도 어긋난다. 올해에 이어 내년 예산마저 대구가 홀대를 당한다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구 시민 마음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경제 보복'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여당이 대구 예산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바란다.

2019-07-18 06:30:00

[사설]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성과는 文대통령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내일 청와대에서 만난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은 지난해 3월 5당 대표 회동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최대 당면 과제인 일본의 경제 보복 대처를 비롯해 안보·외교 문제, 선거법 개정, 검경수사권 조정, 추가경정예산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회동은 그동안의 만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말미암은 경제 위기에서 촉발된 회동인 만큼 국민이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등 국가가 처한 총체적 난국 돌파 방안을 찾기 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번 회동이 갖는 무게와 의미, 중요성부터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어렵게 성사된 회동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려면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껏 문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대한 조언(助言)과 쓴소리를 듣고서도 국정에 반영하지 않거나 정책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탓에 대통령이 얘기를 귓등으로 흘려듣는다거나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서 듣는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하지만 이번 회동만큼은 문 대통령이 귀와 마음을 열고 야당의 얘기를 경청하고 국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나라가 처한 상황이 미증유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 대일특사 파견과 민관 협의체, 국회 방미단 등을 포함한 장단기 해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국방부·외교부장관 등 안보·외교라인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듣기에 거슬리고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성의있게 듣고 자신의 견해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야당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한다면 이번 회동에서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한 국력 결집 실마리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과 야당의 정쟁이 또다시 표출될 것인가. 청와대 회동 결과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명심하기 바란다.

2019-07-17 06:30:00

[사설]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니 국민 뒤에 숨겠다는 것인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국가지도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로)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둔다"며 "국민도 자신감을 갖고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했다.보복 조치가 일본의 자해(自害)가 될 것이라는 소리부터 무책임하다. 일본을 자극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복 조치가 일본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는 일본 내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피해의 총량과 강도에서 우리는 일본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일본이 그런 계산도 하지 않고 보복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일본 자해' 발언은 일본에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더 한심한 것은 국민더러 '힘을 모아달라'는 소리다. 사태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놓고 국민에게 힘을 모아달라니 책임 회피도 이런 책임 회피가 없다. 국민을 전면에서 내세우고 그 뒤에 숨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민이 힘을 어떻게 모으라는 것인가.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말처럼 '국채보상운동'과 'IMF 금 모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더욱이 적폐를 청산한다며 집요한 정치 보복과 편 가르기로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은 장본인이 바로 문 대통령 아닌가. 국민이 하나가 돼 나서기에는 그 골이 너무 크고 깊어졌다. 그래놓고 다급해지자 '국민이 나서달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염치없는 짓이다.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외교적 해결"을 제안하며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한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대응이다. 그러나 '경고'니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느니 쓸데없는 말로 제안의 '진정성'을 스스로 깎아버렸다.

2019-07-17 06:30:00

[사설] 대한항공의 대구공항 화물 사업 중단, 피해 대책 마련 후라야

대구국제공항의 명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대구공항 이용객은 올 상반기만 해도 사상 최대인 247만 명을 돌파하고 연말 500만 명 달성도 넘보게 됐다. 반면 국내선 화물 분야만큼은 반대다. 취급량이 갈수록 줄어 이를 맡은 대한항공이 아예 10월부터 사업 철수를 예고했다. 사업 중단 시 대구~제주 간 화물 수송이 어렵게 돼 신선 수산물 등의 취급 업체를 비롯,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당국의 대책 마련은 발등의 불이 됐다.그러나 대구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손을 쓰지도 못했다. 최근에야 항공사를 찾아 뒤늦게 설득에 나서는 등 허둥대고 있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국내 운송 화물의 대체 수송 수단 다양화 등에 따른 물량 감소와 영업 적자 누적 등 경영 악화의 악순환으로 항공사의 사업 중단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터다. 그렇더라도 대구시로서는 늑장 대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만큼 대책 마련도 시급하게 됐다.이제 남은 과제는 지역 업체나 관련 업소 피해를 줄일 길을 찾는 일이다. 해법을 찾지 못하면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철수로, 지금까지 대한항공이 맡았던 대구공항의 아시아나 항공 이용객 화물 수송조차 중단될 처지다. 이는 곧바로 대구공항 이용객의 불편과 피해로 이어져 결국 대구공항 활성화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대구공항의 활성화를 위해 애쓴 노력이 자칫 헛되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대구시는 쉽지 않겠지만 먼저 대한항공의 기존 화물 분야 사업 폐쇄 기한의 최대한 연장을 위해 협상력을 발휘하는 한편, 대체 수송 수단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 대구~제주 간 하루 평균 5~10t에 이르는 화물에 생존을 건 이해 당사자가 여럿이고, 그 물량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런 만큼, 대구시는 항공 이용 업체와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늑장 대처를 만회할 대구시의 기민한 행정이 절실한 때다.

2019-07-17 06:30:00

[사설] 황교안 대표, 총선 공천권 불행사는 바람직한 방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만간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대표가 공천권 불행사를 천명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한국당에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이 내놓은 수많은 개혁안 중 이보다 참신한 방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한국당 신정치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14일 황 대표에게 공천권 불행사를 건의했다고 한다. 혁신위는 공천권 불행사 이유로 2016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해 총선을 망친 전례를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180석은 무난하다'고 교만을 떨다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진박(眞朴) 논쟁' '김무성 대표 직인 날인 거부' 등 온갖 추태를 연출한 끝에 제2당으로 추락했다. 그 기억이 아직까지 국민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는 만큼 혁신위의 제안은 합당해 보인다.황 대표의 수락 여부는 듣지 못했지만,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이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야당 대표는 공천권을 쥐고 '줄 세우기' '당 장악력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는데, 이를 내려놓겠다니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 이뤄지면 정치 개혁 및 정치 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만약 황 대표가 공천권 불행사를 선언한 후 실제 공천 심사에서 '제3자'를 내세우거나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아니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주변 참모나 지원 세력의 압력과 유혹이 적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공천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모진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중도층이 한국당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웰빙·기득권·불통 이미지 때문이다. 한국당은 변화하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가 있다. 그렇기에 대표의 공천권 불행사는 이미지 변신을 위한 적절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2019-07-16 06:30:00

[사설] 최저임금 공약 이행 어렵다면서 '소주성' 집착할 이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임기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다. 대통령의 공약은 포기하거나 수정할 수 없는 '도그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이 10.9% 인상돼 '2020년 1만원 목표'가 사실상 무산된 작년 7월에도 사과했다.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처음부터 우리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지난 2년간 각각 16.4%와 10.9% 올린 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저소득층의 소득은 도리어 줄고 고용은 최악으로 곤두박질했다. 고용하는 사람의 수입이 더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이 올라가면 고용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적응'이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이렇게 간단하고 자명한 이치를 무시한 상상 속의 '장밋빛' 약속이었다.소득주도성장 정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소주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리는 시나리오는 참으로 희망적인 '선순환' 일변도이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기업 활력을 높여 다시 기업의 지급 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간단하게 말해 소주성은 실패했다.그런데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과'가 소주성의 폐기나 포기가 아니라고 했다. 소주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애착은 이해하지만 그런다고 소주성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사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소주성을 포기하고 경제 활력을 북돋우는 새로운 정책으로 좌표를 이동해야 한다.자존심이 상한다면 명시적으로 '소주성'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설익은 좌파 정책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된다.

2019-07-16 06:30:00

[사설] 직장 내 괴롭힘 막으려면 사회적 관심과 노력 뒤따라야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장 내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나 관계 등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못하도록 강제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지시나 폭언, 인격 모독 등 위법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상하도록 규정한 것이다.그동안 직장 내 자율적 관리나 통제를 벗어난 채 부당한 업무 지시와 차별, 강요 등이 일상화하다시피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직장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런 그릇된 직장 문화와 구조가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인간관계를 왜곡시키고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며 병폐로 굳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이번에 관련 법을 만들고 시행한 것은 이런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 내 갑질 근절과 괴롭힘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대체로 법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조항이 없고, 갑질 행위를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점,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를 직접 조사해야 하는 등 한계도 분명하다. 또 입법 취지와 달리 허위 신고나 음해 등으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도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같은 비인간적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도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다듬고 보다 엄격한 잣대로 위법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 대다수가 신입사원이나 여성 하급자 등 직장 내 약자라는 점에서 광범위하게 사례를 축적하고 시행착오도 최대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책임도 크다. 직장 내 괴롭힘이 없도록 임직원을 철저히 교육하고, 모든 근로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괴롭힘이나 갑질 대신 건전한 인간 관계와 조직 구조가 정착할 수 있다.

2019-07-16 06:30:00

[사설] 이 판국에 '이순신 장군, 12척의 배' 소리가 왜 나오나

일본이 경제 보복을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원고에 없는 발언으로, 문 대통령은 이날 '이순신 장군'을 세 번이나 언급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정면 대응 의지를 밝힌 작심 발언으로 해석된다.한마디로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도대체 지금 시점에 422년 전의 '명량해전' 얘기가 왜 나오는지 참으로 모르겠다. 그런 '민족감정팔이'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대응할 실질적인 수단이 있나? 안타깝지만 별로 없다. 그게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순신 장군'과 '12척의 배'를 아무리 상기한들 이런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최선은 무엇인가. 우리가 처한 현실 내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바로 외교적 해결이다. 그러나 이것도 잘 안 되고 있다.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러 갔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가 푼 보따리는 "미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데 세게 공감했다"는 것뿐이다. 얼마나 할 말이 없으면 '세게'라고 굳이 강조했을까. 수출 규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에 갔던 우리 대표단도 모욕적인 홀대만 당하고 성과 없이 돌아왔다. 예상됐던 결과다.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을 더욱 자극해 그렇지 않아도 좁디좁은 외교적 해결 통로의 폐색(閉塞)을 더 심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현실과 괴리된 강경 발언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주 30대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일본은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발언을 하려면 일본이 '막다른 길'로 갔을 때 내놓을 카드가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그런 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아무 말 않고 조용히 있는 게 낫다.

2019-07-15 06:30:00

[사설] 낙동강 보 양수장 예산 수용 논란, 길게 보고 판단할 때

정부의 낙동강 수계 보(洑)의 양수장 시설 개선 국비 지원 수용 여부를 두고 대구경북지역 달성군 등 6개 시·군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굳이 정부 지원을 달갑지 않게 보는 까닭은 국비 수용이 자칫 보 개방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 탓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정부 예산을 받아 양수장 시설 개선을 주장하는 만큼 시·군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게 됐다.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마친 4대강의 16개 보 공사로 낙동강에는 모두 8개, 특히 대구경북에만 6개로 가장 많다. 그런 만큼 낙동강 물을 퍼서 수면보다 높은 농경지에 물을 대는 양수장도 어느 곳보다 많다. 낙동강 전체 118곳의 양수장 가운데 대구경북 6개 보와 관련, 관리하는 양수장이 79곳이니 말이다. 이는 대구경북 농경지의 낙동강 양수장 의존도가 높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그만큼 대구경북 시·군 양수장 관리의 중요성을 뜻하는 셈이기도 하다.이는 대구경북 농민들이 정부나 환경단체와 달리 보 개방에 반대하고 보에 갇힌 물을 지키려고 지금까지 필사의 노력을 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 행정안전부가 특별교부세 114억원을 배정, 양수장 개선에 나서도록 신청을 독려해도 대구경북의 6개 시·군에서는 이런 농민 사정을 감안해 응하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국비 지원 수용이 정부의 보 개방 정책을 인정한다는 오해를 받기 좋은 데다, 정부의 보 개방 강행의 명분까지 줄 수도 있어서다.이런 시·군의 입장은 나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비 지원 수용의 신중한 검토도 필요하다. 79곳 양수장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45곳이 이미 지난해 560억원가량의 예산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 시설 개선 작업을 하는 이유와 달리, 자연재해 같은 만약의 일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양수 시설 개선과 보 개방을 분리하는 행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담보할 장치를 마련하고 양수 시설 개선으로 혹시 있을 재난까지 대비하는 긴 호흡의 일 처리는 나쁘지 않다.

2019-07-15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