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선거 개입 의혹 '입장을 내지 않는 게 입장'이라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13명을 검찰이 기소한 데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청와대가 마침내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게 기가 막힌다.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 입장'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공소장 내용은 내용일 뿐 검찰과 피고인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청와대에 입장을 내라고 요구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말이 조금 길어졌을 뿐 검찰 기소 이후 일관되게 유지해온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입장의 반복일 뿐이다.무책임하고 오만한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소장은 판결문이 아닌 검찰의 주장이고 법원이 그것의 사실 여부를 결정한다. 공소장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는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일반 국민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청와대는 그럴 권리가 없다. 전방위적인 감시를 받아야 하는 권력의 핵심기관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그런 '감시'를 거부하겠다는 것과 같다.공소장에는 '울산 사건'에 청와대 8개 조직이 관여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청와대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를 수사했던 경찰에게서 21차례나 보고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하명 수사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검찰의 이런 '주장'이 기소된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주장대로 '검찰의 주관적 추측과 예단'은 아닐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눈 공소장을 그런 식으로 '소설'을 썼을 리 없다. 문재인 정권과 일부 극렬 지지자들을 제외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검찰의 '주장'으로 뭉개며 입 닫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문 정권과 같은 진영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 공개 거부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이 사안의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의심을 키워왔다"고 비판했다. '입장을 내지 않는 게 입장'이라는 청와대도 이런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20-02-14 06:30:00

[사설] 대구경북 주요 현안 뭉개는 정부, 지역민 인내심 시험하나

대구경북의 주요 현안과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요즘 태도를 보면 지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 대구 취수원 이전, 성주 사드 국책사업 지원, 김해신공항 재검증 등 초대형 현안들에 대해 정부 부처들은 한결같이 뭉그적대거나 식언을 하고 있다. 여러 부처가 마치 짠 듯이 이러고 있으니 우연이라고 치부하기가 어렵다.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지역 현안들은 대구경북 입장에선 시간이 촉박한 사업들이다. 국방부는 통합신공항의 경우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의성 비안·군위 소보' 공동후보지를 이전 후보지로 결론 내고도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구시가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국방부는 요지부동이다. 통합신공항 이전에 대한 국방부 의지를 또 한번 의심할 수밖에 없는 태도다.지난해 연말로 예정됐던 대구 취수원 이전 관련 환경부 연구용역 발표도 납득 못할 사유로 거듭 연기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여권 단체장이 있는 구미지역 민심을 건드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 항간에 나돌고 있는데 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서는 성주에 약속한 국책사업 지원이 4년째 감감무소식이다. 16개 사업 1조8천억원을 약속해놓고 올해 편성된 지원 규모는 고작 10억원뿐이라니 성주 군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해신공항 재검증 사업도 정부가 빨리 결론을 내줘야 하는데 정치 논리에 휘말리면서 진척 상황이 오리무중이다.보수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라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지역 홀대를 하고 있다는 지역민들의 의구심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최종 확정 발표만 남겨둔 상황에서 총선 표 계산하느라 결론을 미루고 말을 이리저리 바꾸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지역 현안 해결에 속히 나서야 한다.

2020-02-14 06:30:00

[사설] 40대 취업자 51개월째 감소하는데 "고용 회복"이라는 정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6만8천 명 늘었다. 2014년 8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0.0%로 0.8%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고용 회복 흐름이 더 견조해지는 모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취업자 수 증가 등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고용 회복을 들먹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항목들을 살펴보면 허수(虛數)에 불과할 뿐 고용의 질(質)은 나빠지고 있고, 고용시장은 엄동설한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키우는 착시 현상을 낳고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50만7천 명 증가했다. 늘어난 취업자 수의 90%가 60대 이상에서 나온 셈이다. 특히 65세 이상 취업자가 32만7천 명 늘어 198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이에 반해 경제 활동의 중심 연령대인 40대는 취업자가 8만4천 명이나 감소했다.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후 51개월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시간 일자리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주당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취업자는 56만9천 명 늘어난 데 비해 53시간 이상 취업자는 33만7천 명 줄었다.노인·단기 일자리 사업 효과가 없지 않겠지만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만 잔뜩 늘려 놓고 고용 회복이라 호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세금을 투입해 고용지표를 끌어올리는 것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제조업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늘고 경제와 사회, 가정의 중추인 40대의 고용이 늘어나야 진정한 고용 회복이라 할 수 있다. 투자·소비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 혁파, 노동시장 개선, 반기업 정책 폐기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적극 뒷받침해 민간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숫자 놀음을 집어치우고 기업 등 민간의 고용 역량을 극대화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0-02-13 06:30:00

[사설] '봉준호'와 '기생충'이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자

한국에서 만든 영화 '기생충'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반지하'라는 가장 한국적인 공감각이, '봉준호'라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동으로 승화되었다고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대구는 더하다.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의 세계 영화 시장 석권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낸 봉준호 감독이 대구 출신이기 때문이다.그러니 대구의 아들이 만든 영화가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위업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고 안간힘이다. 4·15 총선 예비후보들의 봉준호 관련 공약과 논평도 백화제방이다. 특히 봉 감독이 나고 자란 남구를 지역구로 둔 정치 지망생들이 이를 간과할 리가 만무하다. '봉준호 기념관' '봉준호 공원' '봉준호 거리' '봉준호 동상' 건립 공약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다.'기생충 조형물'과 '봉준호 타운' 조성 제안까지 등장했다. '봉준호'를 팔아서 나올 만한 공약들은 다 나온 셈이다. 이만하면 대구가 '봉준호 백화점'이라도 될 기세이다. 이 영화가 세계인의 공감과 찬사를 끌어내며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자본주의의 승리 실증'과 '자본주의의 병폐 방증'이라는 엇갈리는 논평도 나왔다.이들이 평소 영화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또 앞으로 '봉준호'와 '기생충'을 얼마나 기억할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동상을 만들고 기념관을 세운다고 문화예술이 진흥되는 것도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 출신 유명 문인들의 문학관을 경쟁적으로 설립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문학이 더 성숙해졌는가. 문학은 고단한 시절에 더 꽃을 피웠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꼴이다.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김광석길'의 상업화와 뜬금없이 불거져 나온 '이태원길'의 모호성만으로도 충분하다. 한때의 호들갑만으로 대구를 영화의 메카로 만들 수는 없다. 대구를 영화의 도시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적인 관심과 고민이 어우러져야 한다. 전시행정이나 정치적인 구호가 문학적 감성과 예술적 취향을 발현시키지 않는다.

2020-02-13 06:30:00

[사설] 이번에는 수사·기소 검사 분리하겠다는 추미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법치 파괴가 점입가경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공개 거부에 이어 이번에는 검사의 수사와 기소 분리와 검찰총장의 권한인 수사 지휘·감독권의 지검장(검사장)으로 이관이다. 추 장관은 그 이유로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은 일반적인 것이고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은 검사장의 것"임을 들었다. 모두 궤변이다.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고 수사의 중립성·객관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소 여부 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사건의 실체를 '기소 검사'가 '수사 검사'보다 더 잘 알 수는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편'을 기소 검사로 심는 것이다. 추 장관의 언행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결과는 '네 편'은 기소하고 '내 편'은 기소하지 않는 사태의 일상화일 것이다.무엇보다 현행법 위반이다. 검찰청법은 검사 직무를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도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돼 있다. 수사·기소 주체의 분리는 이에 대한 위반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치된 지적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법률 개정도 하지 않고 '시범 실시'하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무법(無法)부 장관'이다.지검장이 수사를 지휘·감독하도록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검장에게 독립 결재권을 준다는 것인데 "검찰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검찰총장에 있다"는 검찰청법(제12조)의 정면 부인이다. 지휘·감독권을 '검찰총장의 일반적인 것'과 '검사장의 구체적인 것'으로 나누는 발상 자체가 허무맹랑하다. 그런 분리가 불가능한데 분리하려니 그렇다.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려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계속 수사와 공소 유지를 방해하고 이미 기소된 13명에 이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추가 기소를 막기 위함일 것이다. '울산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한 게 확실한 모양이다.

2020-02-13 06:30:00

[사설] 기초의회 제 식구 감싸기 부끄러운 줄 알아야

지방자치의 역사가 20년에 이른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이제는 의정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을 선도하며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선진적인 자세와 품격을 지닐 때도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틈만나면 외유성 해외연수를 나가 주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비위나 일탈행위를 일삼아 지역 망신을 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대구 북구의회는 한 소속 의원이 만취 상태로 교통사고를 일으키자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두 달이 되도록 위원장 선임도 하지 않고 있다. 민간업자를 통해 아들이 속한 학급에만 환기창을 설치해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서구의회의 한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도 마찬가지이다.해당 의원이 공무원에 대한 갑질 논란을 일으켜 공개 사과까지 한 적도 있지만, 의회는 두 사건 모두 윤리특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재판 결과에 따르면 되고, 갑질 논란은 노조의 국민권익위 제소 취하로 마무리된 사안이라는 해명이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달서구의회 의원에 대한 대응도 그렇다.윤리특위의 공식 회의조차 없이 해당 의원의 공개 사과를 명분으로 사안을 눙쳐버린 느낌이다.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동구의회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도 흐지부지하는 모습이다. 이러니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비롯한 민간 차원의 독립적인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윤리특위로는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지방의회 본연의 자세는 행정의 견제와 감시 역할이다. 건전한 의정 활동보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비위에 연루되어 스스로 품격을 저버린다면, 지역의 선량이 아닌 원망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이번 기회에 권위를 앞세워 갑질을 하거나 비윤리적인 언행으로 세비만 낭비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오죽하면 '지방의원이 죽어야 지방의회가 산다'는 역설까지 나돌겠는가.

2020-02-12 06:30:00

[사설] 한 달 넘긴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파괴되는 법치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법원이 발부한 합법적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지 못하는 법치 증발 사태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압수수색에 협조하는 것 자체가 선거 개입·하명 수사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청와대는 4·15 총선까지 무조건 버틸 것이라는 게 여권 내부의 전언이다.청와대는 지난달 10일 자치발전비서관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은 위법 수사"라며 거부했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위법'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청와대가 법원도 겸하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진보 성향 판사들 사이에서도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대상자가 부적법하다고 거부할 수 있다면 어떻게 형사사법 절차가 운용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10일에도 같은 비판이 나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475명은 국회에서 발표한 시국선언에서 "청와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였다"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말살하고 있다"고 했다.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의 압수수색을 청와대가 거부하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문 대통령에게 법치란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 내버릴 수 있는 정략(政略)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현 집권 세력을 향해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를 외치던 세력의 파렴치함이 과거 공안검사를 능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압수수색 거부는 그 말을 한 치의 틀림없이 증명하고 있다.

2020-02-12 06:30:00

[사설] 과도한 신종코로나 공포로 민생 망가져서는 안 된다

소상공인 10명 중 9명 이상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천96명을 대상으로 신종코로나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7.9%가 사태 이후 사업장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44%나 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250곳을 대상으로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세 곳 중 하나꼴로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신종코로나에 대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불안·공포가 확산하면서 경제 활동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북적이던 시장·식당·상가는 한산하고 숙박·관광 등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은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30% 넘게 급등하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은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신종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했다. 이중 삼중 고통에 사업을 접어야 할 지경까지 내몰렸다.마침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과도한 불안감으로 경제가 위축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장관들에게 직원들과 함께 전통시장도 가고 인근 식당, 동네 가게에도 들러 소비 진작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비이성적 공포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 총리의 지적과 대책 마련 주문은 늦었지만 나름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국민의 안전·생명을 지키는 게 최우선인 만큼 신종코로나에 대한 높은 수준의 경계와 철저한 방역은 당연하다. 그와 함께 과도한 불안·공포로 경제가 망가지고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것도 차단해야 한다. 국민이 과도한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사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빈틈없는 방역과 함께 민생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다.

2020-02-12 06:30:00

[사설] 분노조절장애 범죄, 학교까지 안전지대 아니어서야

지난주 대구시내 한 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3학년 학생 두 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 급식실에서 "새치기를 하지 말라"며 자신의 목덜미를 잡은 중3 학생들을 잇따라 칼로 찌르고 달아나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생의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뜻밖이었다.결국은 범행을 저지른 학생이 분노조절장애 등의 병력을 지니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더구나 이 같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을 일반 학생으로 관리해온 것이 사고로 연결되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해당 학교와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4월부터 이 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었다고 한다. 심리정서검사 결과 정상치를 벗어난 수치를 보인 데 따른 것이었다.그러나 학생의 생활기록부와 심리정서검사 및 의료진 소견서를 보고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학교폭력이 아닌 분노조절장애라는 사회 병리현상의 한 측면에서 봐야 한다. 그리고 분노조절장애에 의한 범죄가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그나마 피해 학생들이 보다 심각한 상처를 입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 아닌가. 사회가 점점 복잡다단해지고 자꾸만 각박해지면서 순간적으로 화를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크고 작은 범죄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제는 교실마저 그 예외가 아니게 된 것이다.이 같은 경우는 분노의 상대가 특정되거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고 대응 또한 쉽지 않다. 또한 질환에서 파생된 범죄여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또한 난제이다. 위험성이 있는 분노조절장애자에 대한 능동적인 관리와 함께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범죄의 근본적인 예방법이다. 누구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20-02-11 06:30:00

[사설] 민변 변호사도 탄핵 사유라는데 침묵하는 대통령

[사설] 민변 변호사도 탄핵 사유라는데 침묵하는 대통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동아일보가 공소장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 데 이어 7일 전문을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가 내놓은 반응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것뿐이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소리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연루 사실이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의 반응은 '수사 중인 사안' '공소사실은 재판을 통해 법적인 판단이 내려질 것이란 것'뿐이었다.틀린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하명 수사' 의혹은 이런 원론적인 언급으로 얼버무릴 사안이 아니다. 공소장에는 '울산 사건'에 청와대 민정·정무수석실 등 8개 조직이 동원된 것으로 나와있다. 청와대가 '선거 개입'을 기획·실행했다는 것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또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란 단어가 35번이나 나온다. 그리고 경찰의 21차례 보고 중 여섯 차례는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국정기획상황실로 보고됐다. 문 대통령이 선거 개입을 알았거나 개입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공소장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권 핵심부가 선거부정을 획책한 국기 문란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보다 더한 모욕이 없다. 청와대가 억울하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도 이런 중상모략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수사 중인 사건'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제 발 저린 도둑꼴이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이런 청와대의 자세에 진보 진영에서도 질타가 나온다. 민변 소속이며 참여연대 회원인 권경애 변호사가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이라며 "그 분(문 대통령)은 가타부타 일언반구가 없다. 이곳은 왕정이거나 입헌군주제 국가인가"라고 비판한 것이다.이런 비판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묵한다. '울산 사건'은 그렇게 한다고 덮어지지 않는다. 청와대가 총체적으로 개입했다는 심증만 더욱 굳힐 뿐이다.

2020-02-11 06:30:00

[사설] 봉준호의 '기생충' 아카데미 석권, 세계 영화사 새로 썼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는 대업을 일궜다. '기생충'은 세계 최대의 영화상인 오스카 92년 역사를 새로 썼고 아울러 101년 한국 영화사에도 독보적인 금자탑을 세웠다. K-POP에 이어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 우뚝 선 기념비적 성과다. 또한 어지러운 정치적 상황과 경기 침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등 겹악재로 힘겨워 하는 국민들에게 모처럼 날아든 낭보다.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시장에서 받고 있는 주목과 성공은 경이로울 정도다. 이미 전 세계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100개가 넘는 트로피를 받은 데 이어 드디어 세계 영화계 본산인 미국에서 오스카마저 거머쥐었다.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비영어권 영화로서 첫 수상 사례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다 받은 것도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 이후 64년 만이고 역대 두 번째라고 하니, 수상의 가치가 더 빛난다.'기생충'이 예술영화제의 대표 격인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상업영화제의 간판 격인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음으로써 대한민국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다 갖춘 영화를 배출하는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빈부 격차와 같은 보편적인 소재를 독창적 영화 문법으로 풀어낸 봉준호표 '기생충'의 성공은 '웰 메이드 인 코리아' 문화 콘텐츠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봉준호표 영화뿐만 아니라 가수 BTS, 싸이,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 한국이 만들어내고 있는 문화 콘텐츠는 '한류' '신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난 봉 감독이 세계 영화계 최고봉에 오른 모습을 보는 대구 시민들의 기쁨과 자부심은 더 각별하다. 영화 '기생충'의 세계적 성공을 만들어낸 봉 감독과 출연진·스태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신한류가 세계 무대의 중심에 굳건히 서기를 기대한다.

2020-02-11 06:30:00

[사설] 우한 폐렴 와중에 '문비어천가'와 자화자찬이라니…

[사설] 우한 폐렴 와중에 '문비어천가'와 자화자찬이라니…

중국 우한 폐렴 사태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문비어천가'와 자화자찬이 터져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이 "정부 대책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정부의 늑장 대응, 감시 누락, 부처 간 혼선, 우왕좌왕 대처 등으로 국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고, 사태가 끝날 기미조차 안 보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아부성 발언과 자화자찬은 부적절하기 짝이 없다.문 대통령이 어제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머무르는 충북 진천의 임시생활시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는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세계 최고 수준의 조기 수습 대책을 추진해 나가는 문 대통령에게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지사가 어떤 근거로 정부 대책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불안에 떠는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이 지사의 발언은 문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발언에 다름 아니다.이달 초 문 대통령이 서울 성동구 보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간 자화자찬 대화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박 시장에게 "메르스 사태도 경험했는데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협력이 잘 되고 있나"라고 물었고, 박 시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잘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도 "이번엔 대응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방역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데 잘 대응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9일 기준 27명으로 늘었고 무증상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망자가 812명, 확진자가 3만7천여 명에 달했다. 얼마 전 민주당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 나가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우한 폐렴 사태를 끝내 놓고 해야 할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총선 표를 염두에 둔 탓이다. 지금은 문 대통령을 향한 아부성 발언이나 자화자찬을 할 때가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할 때다.

2020-02-10 06:30:00

[사설] '메디시티' 이름 부끄러운 대구경북의 신종코로나 방역망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전국 확산 국면에서 지역 단위 대응 역량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하지만 지금 대구경북 지역 보건 당국과 지자체 등이 보여주는 대응 능력은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타 시·도에 다 있는 바이러스 신속검사기관이 대구경북에는 유독 없으며 포항항만을 통해서는 검역 절차 안 거친 중국 선원들이 다수 입국하기도 했다.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지역 내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 자체가 천운이라는 생각마저 든다.신종 감염병 확산 차단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신속한 검진이다. 전국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의료기관이 38곳 있고 이곳에 가면 6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대구경북에는 이런 검사 의료기관이 없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감염 의심이 들어도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24시간 격리된 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대구경북 지역 어느 의료기관도 정부에 검사기관 신청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대구경북의 뭇 병원·의료원들이 신종코로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쯤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자 대구경북 거점의료기관인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시·도립 의료원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검사기관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책임 방기에 가깝다. 7일부터 신종코로나 신속검사가 진행된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는데도 대구시도 지역 대학병원들의 참여를 독려하지 않았다. '메디시티 대구'라는 이름이 아까울 지경이다.포항항은 후베이성 출신 등 중국인 선원들이 항만을 통해 국내로 입국하는데도 정부 부처의 매뉴얼만 고집하며 검역 시스템을 늑장 가동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 사이 검역 없이 포항항 정문을 통과한 외국 국적 선원이 98명이며 이 중 39명이 중국 국적이라고 하니 시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대구경북 보건 당국과 지자체들, 긴장 좀 하고 방역 전선에 나서기를 주문한다.

2020-02-10 06:30:00

[사설] 가시화하는 보수 통합, 성공 관건은 기득권 포기이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 명령을 따르겠다"며 "새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신설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지난 7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한 지 이틀 만에 양당의 해산을 통한 신설 합당을 공개 제안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당위론'으로만 운위돼 왔을 뿐 구체적 진전이 없었던 보수 통합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유 위원장의 제안이 결실을 보게 되면 보수 세력이 4월 총선에서 문 정권과 맞붙어 싸울 힘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초 체력'이다. 거여(巨與)를 꺾기 위해서는 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 없이 보수 세력이 4월 총선에서 문 정권 심판이란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결국 '신설 합당'은 범(汎)보수 세력의 총결집으로 확대 발전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결집'에 참여하는 모든 세력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보수 통합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설 합당'이 그렇다.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은 지난달 설 직전부터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비공개 협상을 시작해 의견을 조율해 왔으나 신설 합당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한다.또 다른 변수는 '통합신당'은 박형준 전 의원이 이끄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와 통추위가 구성한 통합신당준비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한국당 내부 의견이다. 황 대표도 같은 의견인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이 됐든 보수 통합의 참여 세력들이 보수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얄팍한 손익 계산에 집착하지 않아야 가능하다.이번 총선에서 문 정권을 심판하지 못하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국민의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를 막을 책임은 보수 야당에 있다. 그 책임 이행을 위해서는 '통합'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참여 세력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2020-02-10 06:30:00

[사설] 포항 '수상한 땅 거래' 의혹 명백히 밝혀야

포항 지역 굴지의 건설업체가 3년 전부터 집중 매입한 땅이 포항시가 고시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 등'에 포함되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게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특정 개인 또한 이 와중에 커다란 시세 차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매입한 땅을 주거용지로 변경하는 포항시의 결정이 뒤따르면서 바로 되팔아도 서너 배 이상의 값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이 같은 의혹들이 결국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세무 당국도 땅 거래 과정에서 납세가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 검토에 나섰다. 부글부글 끓는 시민 정서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부정과 불법이 개입된 '수상한 땅 거래'에 대한 사정 당국의 조사 착수는 헌법이 부여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결정변경의 위법 의혹과 특정 계층의 특혜가 확인된 이상 이를 좌시하는 것은 직무 유기이기도 하다.수사 당국은 도시계획심의위원들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어기면서 땅을 사고팔아 이득을 취한 정황을 들여다볼 것이다. 일부 심의위원이 스스로 자문한 안건에 대해 본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관여할 수 없는 규정을 위반했고, 이들에 대한 위촉과 제척 권한을 가진 포항시도 방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의 반대를 묵살한 내막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이번 사안이 특정 기업에 혜택이 집중됐고, 심의위원 중 일부가 이득을 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사 당국은 공무원과 시의원 등의 개입 여부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기존 주거용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땅을 집중 매입한 것은 미리 정보를 알았을 개연성이 크다. 공무원이나 시의원과 결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상식에 불과하다.포항은 지진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이러한 판국에 포항시가 새로운 주거용지를 만들고, 이 부동산 정보를 악용한 기업과 개인이 돈방석에 앉았다면, 시민들의 박탈감과 분노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는 공직 비리와 토착 비리가 뒤엉켜 있기 마련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은 엄단하고 탈세는 추징을 해서 사회정의가 살아있음을 실증해야 할 것이다.

2020-02-08 06:30:00

[사설] 靑 선거 개입 의혹 공소장, 숨긴 이유 있었다

동아일보가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송병기 한병도 박형철 등 13명의 공소장 전문을 공개했다. A4 용지 71쪽 분량 공소장 기록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대통령 측근 '송철호 울산시장 만들기'를 위해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이를 보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왜 법치주의 훼손 논란까지 무릅쓰며 끝까지 공개를 거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공소장에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청와대가 범죄단체 수준'이라는 비난은 자연스럽다.무엇보다 검찰이 가장 먼저 강조한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한 선언적 지적은 따갑다. 검찰은 '국가 기관이나 공무원이 스스로를 특정 정치세력과 동일시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 편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번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정점이 대통령까지 거슬러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추 장관이 악착같이 비공개를 관철하려 한 이유 또한 분명해진다.검찰의 사건 결론은 명확하다. 정권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표적 수사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로 불리는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같은 해 2월 8일부터 6월 13일 선거 전까지 18차례, 선거 이후 3차례 등 모두 21차례 경찰 수사 상황을 보고받아 챙겼다. 그 결과 그해 2월 3일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김기현(당시 울산시장) 40%, 송철호 19%던 후보자 지지율이 4월 17일(리얼미터) 김기현 29%, 송철호 42%로 뒤집어졌다. 6월 치러진 선거에서 송철호는 당선됐고 김기현은 낙선했다. 검찰은 이를 공소장에 상세히 기록했다. 경찰의 하명 수사가 실제 선거 판세를 뒤집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청와대 권력자들이 무더기로 선거에 개입했다면 이는 분명한 범죄다. 이런 범죄를 밝히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권력자의 인권'보다 일반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돼야 한다. 추 장관은 이를 짓밟았다.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검찰 수사 역시 계속돼야 한다. 이야말로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장관'이 해야 할 일이다.

2020-02-08 06:30:00

[사설] 성서열병합발전소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대구 성서열병합발전소 건립 사업을 백지화한 대구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성서열병합발전소 사업자가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산업단지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신청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대구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재판부는 발전시설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주민들의 건강과 주거·교육환경 등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이는 대구시가 밝혔던 열병합발전소 사업 거부 이유인 '주민 건강권 침해 우려' '부적절한 도심 산업단지 내 입지' 등과도 부합한다. 행정소송이 시작된 것은 대구시의 사업 연장 거부에 사업자 측이 반발하면서다.성서2차산업단지 내에 열병합발전소를 유치한 것은 대구시이다. 지난 2015년 발전소 사업을 허가한 데 이어 이듬해 실시설계 변경까지 인가했다. 달서구청도 대기배출시설 허가를 한 상태였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던 것이다. 특히 발전소 연료 중 폐목재를 쓸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걱정이 적잖았다.그러던 차에 사업자가 사업 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다시 연장 신청을 하자, 대기오염 등 주민 반발을 의식한 대구시가 사업 연장을 거부하면서 행정소송으로 비화한 것이다. 사업자 측의 주장은 대구시의 처분사유가 막연하고 추상적인 우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민 반대 민원 또한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는 점도 들었다.그러나 더 이상의 갈등과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러잖아도 미세먼지의 일상화로 시민생활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분지여서 대기오염에 특히 취약한 대구의 지형을 감안하더라도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는 열병합발전소 사업은 온당치 않다. 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이상 이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열병합발전소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것이 주민 반발과 행정 낭비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2020-02-07 06:30:00

[사설] '우한 폐렴'에 멈춰 선 경제…정책 전환으로 탈출구 찾아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599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8년에 비해 175억달러 감소했고, 2012년 487억9천만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작은 흑자 폭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업황 둔화 등 글로벌 경제 악재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타격을 줬다.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 등 우리 경제 위기를 입증하는 지표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그나마 2020년 들어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난데없는 중국 우한 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사태로 올해 2.3%(한국은행), 2.4%(정부)로 전망한 경제성장률이 2.0%나 그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우한 폐렴 사태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우리 경제는 가늠할 수 없는 충격이 불가피하다.초대형 악재가 덮친 상황에서 위기 돌파의 선봉장인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는 비상 상황 속에 있지만 경제 활력을 지키고 키우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이 끊긴 대기업들은 물론 중국 시장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하는 등 경제가 멈춰 선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우한 폐렴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문제는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발언들이 수사(修辭)에 그쳤을 뿐 경제정책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패로 확인된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집권 이후 줄곧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던 것처럼 정부는 우한 폐렴 대처에서도 나랏돈을 풀어 사태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재정 투입만으로 사태를 수습하기는 어렵다.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정책들을 폐기하고 기업 숨통을 틔우고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 데 진력하기 바란다.

2020-02-07 06:30:00

[사설] 지역 확산 우려 커지는 신종코로나, 방역 대책 재점검해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지역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걱정이 나오는 것은 국내 확진자 가운데 중국 이외 지역 방문자와 국내 2차·3차 감염자가 절반을 넘어서고 있어서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만 모니터링해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매우 우려하던 시나리오인데 이제 국내 방역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6일 현재 신종코로나 감염자 23명 가운데 13명은 최근에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일본 1명, 태국 2명, 싱가포르 2명 등 중국 이외 제3국 방문자가 5명이고 나머지 8명은 국내 2차·3차 감염자다. 중국 이외 지역 방문자들은 보건 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고 중국 방문력을 우선해서 확인하는 현재 기준으로는 신종코로나 검사 대상도 아니다. 중국만 감시하고 있는 사이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감염자 유입이 잇따르고 이들과의 접촉자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어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전면적인 지역 확산 조짐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경보등은 켜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전국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 못지 않게 지방자치단체들의 대응력도 매우 중요해졌다. 지역에서도 싱가포르 방문 17번 확진자가 귀국하자마자 대구를 다녀가 모두 14명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단 결과 다행히 접촉자 14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인 8일까지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중국 이외 환자 발생국을 방문한 사람에 대해서도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중국 방문력에 관계없이 원인불명 폐렴 등 이상 증세를 보일 경우 의사 재량에 따라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방역체계도 조정해야 한다. 17번 확진자의 대구 접촉자들이 감염되지 않은 것은 그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돌아다녔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정부는 정부의 일을 제대로 하고, 개인은 위생 수칙 지키기에 더 철저해야 한다.

2020-02-07 06:30:00

[사설]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 서둘러야 한다

지난 2016년 11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4지구는 철제 안전 펜스에 에워싸인 채 시곗바늘이 멈춰 있다. 노점상들만 그 주변으로 돌아왔을 뿐, 4지구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모두 떠나고 공허한 옛 시장 터에는 화마(火魔)의 상흔만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돌아올 길이 아득한 상인들은 화재로 떠안은 빚을 갚으며 예전의 활기찼던 모습만 떠올릴 뿐이다.3년째 빈 터로 방치된 4지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가슴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체 상가로 지정한 베네시움에 입주한 상인들도 매출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소식이다. 상인들의 바람이었던 4지구 재건축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생긴 일들이다.재건축 추진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첫발도 내딛지 못했다. 화재 발생 1년 후 4지구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노후한 1지구 재건축 문제도 함께 부각된 적이 있다. 대구시가 서문시장 현대화나 안전관리 등을 이유로 1지구 상인회에 4지구와 연계한 재건축 의견을 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벽에 부딪혔다.재건축 기간 영업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와 매장 변동 등을 우려하는 상당수 상인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2018년 단독 재건축 추진위가 구성되었지만, 이마저 다양한 이해충돌이 일어나면서 재건축조합 구성도 못했다.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여러 가지 사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며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서문시장은 상인들의 삶터이자 시민들의 장터이다. 대구의 유서 깊은 경제적 자산인 것이다. 그래서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안전성과 편의성도 중요하다. 시장의 현대화로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안전시스템을 갖춘 재건축이 절실하다. 그런데 1지구 건물과의 연계 재건축은커녕 4지구 단독 재건축마저 지지부진했던 것은 유감이다. 대구시와 상인회가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다.

2020-02-06 06:30:00

[사설] 올 한 해 예산 맞먹는 '탈원전 비용 513조', 숨기려는 정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따른 비용이 올해 정부 예산과 맞먹는 513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가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경우(탈원전),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 수명을 20년 연장해 계속 운전할 경우(탈원전 폐기)의 경제적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탈원전 폐기로 이익이 513조원 더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이런 내용이 담긴 정 교수의 논문 '탈원전 비용과 수정 방향'은 정부 출연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세계 원전 시장 인사이트'에 실렸다. 애초 정 교수에게 기고를 부탁한 것은 에경연이었다. 그러나 에경연은 그동안의 관행과 다르게 정 교수의 논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기로 했고, 결국 일반인들은 논문을 볼 수 없게 됐다. 탈원전에 목을 맨 정부 입장만 따져 에경연이 탈원전을 비판한 학계 목소리에 재갈을 물린 셈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탈원전 비판 여론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원전 경제성을 숨기려는 시도까지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경제성을 축소·왜곡했다. 2018년 한수원 자체 분석에서는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3천7억원 이득, 회계법인의 중간 보고서에서는 1천778억원 이득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한수원·회계법인의 회의를 거친 최종 보고서에는 계속 가동 이득이 224억원으로 대폭 낮아졌다.탈원전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는 데도 정부는 탈원전이 신성불가침인 양 공론화조차 외면하고 있다. 탈원전 비용이 513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이제라도 정부는 탈원전의 득실을 따지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탈원전 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 탈원전 폐해를 인식하고, 정책 폐기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이 돼서야 탈원전을 폐기하는 우매한 짓을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2020-02-06 06:30:00

[사설] 법치 뒤흔든 추미애의 청와대 선거 개입 공소장 공개 거부

[사설] 법치 뒤흔든 추미애의 청와대 선거 개입 공소장 공개 거부

문재인 정권의 범죄를 감추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폭주가 끝이 없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검사들을 좌천하고 직제 개편을 빙자해 수사단을 해체하더니 이젠 '울산 사건' 주요 피의자 13명의 공소장 공개마저 거부했다. 이를 두고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비판이 인다. 추 장관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법치를 파괴하는 범법자(犯法者)라는 소리도 나온다.헌법 제27조는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가 국민의 감시를 받게 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그 시작이 공소장 공개다. 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군사·외교·대북 관계 등의 국가 기밀이 아닌 경우 국회의 자료 요구에 응해야 한다. '울산 사건'은 문 정권의 기밀일지 몰라도 국가 기밀이 아니다.그런데도 추 장관은 공개를 거부했다. 그 근거라는 게 법무부 훈령이다. 하위법으로 상위법을 무시한 사법 원칙의 파괴다. 하위법이 상위법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추 장관이 판사를 하긴 했느냐는 조롱(嘲弄)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국민은 법무부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대놓고 위반하는 혼돈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사생활 보호'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추 장관의 인식도 천박하기 그지없다. 공개 거부 이유로 사생활 보호를 내세웠는데 '울산 사건'이 사생활 영역인가? 국기(國基) 문란이 될 수도 있는 지극히 공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사생활 보호는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일반 국민에 해당하는 것이지 공인(公人)에게는 제한돼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추 장관이 이런 문제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공개를 거부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4월 총선 때까지 국민의 눈을 '울산 사건'에서 떼어 놓으려는 것이다. 지배 권력의 사익(私益)을 위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하는, 독재의 고전적·전형적 증상이다.

2020-02-06 06:30:00

[사설] 대구 남부정류장 이전터 개발에 품격을 더하라

대구 남부시외버스정류장 이전터의 개발이 순풍을 타면서 이 일대 교통과 상권의 지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대구시가 기존의 정류장 용도를 폐지하면서 민간 개발의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대구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최근 남부정류장 이전터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면서 '자동차정류장' 부지를 폐지했다.따라서 1만여㎡가 일반상업용지로 풀렸으며, 기반시설용지도 생겼다. 2016년 12월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가동 이후 사실상 방치되어 있던 이곳 남부정류장 이전터에 대한 개발의 활로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전터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특히 공공기부사업으로 도시철도 만촌역에 새로운 출입구 4곳이 신설됨에 따라 옛 남부정류장 네거리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곳 개발자는 기반시설 분담 계획에 따라 도로와 도시철도 지하연결통로 등을 새로 건설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따라서 수성대와 오성고 방향, 옛 남부정류장, 만촌2동 주민센터 등의 방향으로 새로 출입구가 생기는 것이다.도시철도 만촌역 영남대 방면 입·출구 신규 건설과 지하연결통로 추가 조성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시민 교통문화를 대폭 개선하는 것으로 반가운 일이다. 3년이 넘도록 공터로 남아 있던 남부정류장 이전터가 개발이 되고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도시 미관 개선과 상권 활성화는 물론 주민 편의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더 욕심을 낼 만한 사안이 있다.아직 세부적인 개발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촌역 동편 고산 방면 입·출구 개통이 인근 모명재를 중심으로 중화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거리 조성의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곳은 대구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는 인식도 없지 않다. 초·중·고·대학이 밀집한 지역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문화예술적인 기반 확충으로 더욱 품격 있는 수성구의 관문도로가 되어야 한다.

2020-02-05 06:30:00

[사설] 文대통령의 1000일, 국민에겐 분열·혼란의 시간이었다

[사설] 文대통령의 1000일, 국민에겐 분열·혼란의 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0일을 맞은 3일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출근하니 실장들과 수석들이 취임 1000일이라고 축하와 덕담을 해줬다"며 "'쑥과 마늘'의 1000일이었을까요?"라고 적었다. 이어 "돌아보면 그저 일, 일, 일…또 일이었다"며 "지금은 신종코로나라는 제일 큰일이 앞에 놓여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일들을 늘 함께 감당해주는 국민들이 계셨다"며 "취임 1000일을 맞아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자축(自祝)에 일을 많이 한 것처럼 자화자찬한 문 대통령의 취임 1000일 소감에 국민 대다수는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중국 우한 폐렴에 대한 정부의 우왕좌왕, 오락가락 대책에 국민이 분통을 터뜨리는 와중에 문 대통령의 뜬금없고 낯간지러운 1000일 자기 칭찬에 어안이 벙벙하다.문 대통령은 "그저 일, 일, 일…또 일이었다"며 대통령으로서 심혈을 쏟은 양 지난 1000일을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이 겪은 1000일은 혼란·절망이 숱하게 점철된 시간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을 밀어붙여 경제는 추락하고 서민 고통은 커졌다. 조국 사태에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무력화 등으로 법치를 무너뜨리고 국민 분열을 심화시켰다. 조롱과 멸시에도 북한을 향한 짝사랑은 멈추지 않았고 한·미 동맹 균열 등 외교는 고립무원 신세가 됐다. 대한민국을 만든 가치·자산을 망가뜨린 1000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민을 더욱 절망케 한 것은 문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올 초 긍정적 신호를 보이던 우리 경제와 민생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했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대통령 인식에 동의할 국민이 거의 없는 데도 총선을 의식해 문 대통령은 '경제 낙관론'을 고집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수준으로 추락한 결정적 원인은 1000일 소감에서 보듯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상황 인식과 턱도 없는 자화자찬으로 국민 염장을 지르기 때문이다.

2020-02-05 06:30:00

[사설] 지역 경제 덮치는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쇼크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이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직까지는 심리적 불안에 따른 충격이 더 크지만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실물 경제와 산업 현장에도 불똥이 본격적으로 튀고 있다. 특히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삼고 있는 대구에서도 자동차 부품업체 등을 중심으로 부정적 여파가 나타나는 등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중국의 춘제(春節) 연휴는 원래 1월 말까지였지만 이번 사태로 2월 2일까지 한 차례 연장된 데 이어 여기서 1주일 더 연장하는 기업·기관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 분석에 따르면 이렇게 공장들이 셧다운(shutdown) 조치된 지역이 중국 GDP의 80%, 수출의 90%를 차지한다고 하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경제를 사실상 멈춰 세운 셈이다.대(對)중국 교역량 1위국(수출 25%, 수입 21%)인 우리나라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심리적 충격을 넘어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에서도 1천500여 개 기업이 중국에 품목을 수출하고 있고 현지 진출 기업도 50곳이나 되는데, 특히 중국 내 자동차 부품 생산 라인이 멈춰 서면서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완성차업계에 납품할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 중국 사태가 이달을 넘기면 조립 공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중국의 감염병 사태는 우리로서 관리 불가능한 변수여서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정부는 단기 유동성 지원책으로 4천억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대구시도 4일 상공인들과 함께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경제에 중대한 돌발 악재가 생긴 만큼 민·관이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2020-02-05 06:30:00

[사설] '반품 간장 재유통' 의혹, 속속들이 수사해 진실 밝혀야

'반품 수거된 간장을 재유통했다'는 내부자 고발이 불거진 대구의 한 유명 식품 제조업체에 대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대구 경찰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이물질이 검출돼 반품된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가공해 되팔았다"는 해당업체 직원의 주장과 언론 보도가 사실인지 가리기 위해 곧 진상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식품 안전에 대한 시민 우려가 크고, 지역 식품 제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속하고 명확한 사실 확인이 요구된다.발단은 해당 식품업체의 직원이 2016년 12월쯤 촬영한 반품 제품 처리과정을 담은 영상을 지난달 언론에 공개하면서다. 제보자와 해당 업체 노조는 이를 외부에 알리면서 "재활용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반품된 장류는 전량 폐기 처리하는데 수거통에 간장을 붓는 영상"이라며 제보자가 착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로서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 등 사안이 중대한 만큼 경찰이 전력을 쏟아 시시비비를 신속하고 명확히 가려낼 일이다.제보자 주장대로 폐기 제품을 재유통해 소비자를 속여온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먹거리 안전을 위협한 악덕업체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인체 건강에 해가 되는 비위생 식품에 대한 국민 불신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지역 유수의 식품업체가 의심을 받는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회사 명운이 걸린 일이어서 사실 확인이 급선무다.언론 보도 직후 식약처와 구청이 현장을 점검했지만 규정 위반 등 위법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이런 점을 감안해 영상물의 진위 확인 등 증거 수집에 조금의 허점이 없어야 한다. 2004년 '쓰레기 무 만두소' 허위 제보로 야기된 만두 파동이나 누룩곰팡이로 확인된 '구더기 된장'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소비자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성급한 판단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2020-02-04 06:30:00

[사설] 윤석열을 대권후보 2위에 올린 문 정권의 오만

[사설] 윤석열을 대권후보 2위에 올린 문 정권의 오만

지난달 30일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후보 2위로 조사된 것을 놓고 윤 총장은 "지속적으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에 대해 정치적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 말대로 이번 여론조사는 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하지 않은 것이 나았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권은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 기획'으로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문 정권이 연출하고 있는 참담한 국가적·정치적 현실을 가감 없이 비춰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일각에서 '윤석열 대망론'이 가끔 나오긴 했지만, 현실성을 띠지는 않았다. 윤 총장도 정치할 생각이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일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여론이 윤 총장을 대권후보 2위로 꼽은 것은 1·2차 검찰 대학살과 친문 검사 기용, 검찰 직제 개편을 빙자한 문 정권 범죄 수사단의 해체 등 갖은 방법으로 정권 비리 수사를 막으려는 문 정권의 반(反)민주적 폭주와 오만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이런 오만은 3일에도 재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국민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기에 '선거사범 피의자'에게 선거 대책을 맡기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이에 앞서 역시 '울산 사건' 핵심 피의자인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역시 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민주당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들 모두 기소됐다. 그럼에도 출마 의사를 철회하지도, 부적격으로 수정하지도 않는다.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선거에서 이기면 모두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오만의 절정이다.

2020-02-04 06:30:00

[사설] 중국인 유학생 대거 복귀…방역 구멍 뚫리지 않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신종코로나)' 확산 방지가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학교, 초·중·고교, 유치원의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신종코로나 발생 시기와 잠복 기간을 감안하면 지금이 방역에 가장 중요한 분수령인데, 하필이면 개학 시기와 맞물렸다. 특히 이달 중에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거 복귀가 예정돼 있는 점은 큰 걱정거리다. 정부는 물론이고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 방역 시스템 강화 구축이 다급해졌다.개학을 하면 학생들이 폐쇄된 공간에 모이게 되고 그만큼 방역 난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졸업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학사 일정을 취소하거나 간소화한 곳이 여럿일 정도로 교육기관마다 비상이 걸렸다. 졸업식이나 입학 관련 행사야 취소 내지 간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을 하릴없이 늦추기도 어려운 노릇이다.특히 내달 개학을 앞두고 국내 대학에 복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어학연수생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7만 명이나 된다는 점은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정부가 후베이 지역에 머무른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지만 후베이 지역 외 감염 확진자가 40%나 되는 등 이미 중국에서의 감염자 발생이 전국화된 마당이다. 후베이 지역 이외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몰려들어 올 때 공항과 항만의 검역 시스템이 완벽히 작동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대구경북에서도 대학교들이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연수 과정을 휴강하거나 기숙사 2주간 격리 등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는 있다. 하지만 방역 전문기관이 아닌 이상 구조적으로 많은 한계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보건 당국과 교육청, 지자체의 유기적 지원협조체제가 절실하지만, 대구시의 경우 대구 소재 대학에 복귀하는 중국인 유학생 수가 모두 몇 명인지 아직 파악조차 못한 상태다. 이러면 시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 대학은 개학 시즌과 중국인 유학생 복귀에 따른 방역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0-02-04 06:30:00

[사설] 중국 위험 지역 외국인 입국 제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부가 중국인 위험 지역에서의 외국인 국내 입국 금지 결정을 내렸다.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4일 0시부터 전면 금지하고, 제주도의 무사증(無査證) 입국 제도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감염병을 이유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 해서라도 '빗장'을 잠그지 않으면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인지라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산을 막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이미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우리나라에서도 2차·3차 감염이 시작되는 등 상황이 엄중하다. 이 수준에서 적절한 관리 통제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지역사회로 환자가 급속도로 퍼지고 정부 당국이 감염자를 파악하고 통제하기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특히 중국인의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에서 중국인 50대 여성이 감염 확진자로 밝혀지는 등 대(對)중국 방역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이 같은 우려 때문에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65만 명에 이르고 야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같은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정부는 대중국 외교 관계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정부가 미적대고 있는 사이 미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에 대해 문을 걸어 잠그는 등 강수를 먼저 뒀다.위험 지역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 이후 밀입국을 통해 중국인들이 국내에 유입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과 중국 사이에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과 앙금이 생겨서도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중국 정부에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중국도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인적·물적 교류가 가장 활발해 감염 전파 위험성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가 국민 생존권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을 시비 삼아서는 안 된다.

2020-02-03 06:30:00

[사설] 특별감찰관 폐지, 대통령 측근 비리 은폐 '제도화' 아닌가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비리를 상시 감찰하는 기구로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직제(職制)로만 존재하는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끝내 없어질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통과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특별감찰관이 유명무실해져 공수처가 발족하는 7월 이전에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4월 총선 후 특별감찰관법 폐지에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측근 비리 감시망은 완전히 사라진다.이에 대해 민주당은 부인하지만 특별감찰관법을 폐지하든 안 하든 특별감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임명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특별감찰관법을 폐지하지 않아도 특별감찰관 공석(空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문제는 이것이 위법이라는 점이다. 특별감찰관은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국회의 추천을 받아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 결국 문 정권은 출범 후 지금까지 2년 넘게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감찰관법 폐지는 이런 위법 상태를 해소함으로써 여론의 비판을 모면할 수 있다.더 결정적인 것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완벽히 은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감찰관이 폐지되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 수사는 공수처가 맡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사실상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 임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비리 혐의가 있어도 수사를 하지 않거나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 수사에 그칠 것이란 의심은 합리적이다.게다가 검찰이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해도 공수처가 사건을 넘기라면 넘겨야 한다. 공수처 조직 구성 방식으로 보아 그런 사건 역시 '엄정 처리'는 난망(難望)이다. 결국 특별감찰관 폐지는 대통령 주변 인사의 비리 은폐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얼마나 구리기에 이렇게까지 하려는가.

2020-02-03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