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판결 제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여당의 오만

여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헌법재판소를 '활용'한다는 복안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서 그렇다. 김두관 의원은 "17년 만에 행정수도 특별법안을 다시 제출하려 한다"며 "헌재가 또다시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헌재는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김 의원뿐만 아니다. 박광온 의원은 "2004년 헌재 결정이 지고지순한 절대 가치가 아니다"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2004년의 법적 판단에 구속돼 2020년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이낙연 의원은 "헌재 결정 당시 '관습헌법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런 발언들의 배경에는 다시 수도 이전을 추진해도 2004년 헌재 결정의 요지였던 '관습헌법상 수도'라는 논리를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헌재 재판관 8명 중 6명이 진보 성향으로, 중도(2) 보수(1)보다 훨씬 우세하다.

물론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무조건 문 정권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문 정부 출범 뒤 헌재가 '낙태죄'를 합헌에서 헌법불합치로, 병역법을 대체복무 규정이 없다며 합헌에서 위헌으로 판결하는 등 기존 헌재 판결을 잇달아 뒤집는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그렇다.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정수도 이전이 타당한지와 별개로 헌재를 문 정권이 만든 법률이면 위헌 가능성이 높아도 합헌으로 만들어 주는, 정권의 법률대리인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 정부와 친연성이 있는 헌재 재판관을 방패 삼아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마구 쏟아 낼 가능성이다. 여당이 위헌 소지에도 아파트 전월세액을 시장·도지사가 정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임대차 3법'의 소급 적용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우려를 떨치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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