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흥청망청 쓴 산하기관 공개한 경북도

경상북도가 감사를 통해 산하기관들이 흥청망청 나랏돈을 쓴 사실을 적발하고 이를 공개했다. 그동안 경북 곳곳에 분산된 산하기관들이 느슨한 관리 감독 아래 예산을 남용한다는 지적은 수도 없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 감사 결과 그런 지적들이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취임 후 산하기관에 대한 인사혁신과 구조조정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에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예산 낭비에 대해 강력한 경고장을 던진 셈이다.

감사 결과 산하기관의 민낯이 드러났다. 경북도문화재연구원은 경영이 악화하자 경비 절감 등 경영을 개선할 생각은 않고 '경북도문화재연구원 기금' 70억원 가운데 20억원을 축냈다. 2016년 이후 업무추진비 중 85%인 2천100만원을 축·부의금으로 전용한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학술용역 국외 여행 후 보고서도 내지 않은 연구원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경북신용보증재단은 최근 3년간 인건비를 정부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겨 인상했다가 적발됐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6급 이상 임직원 48명 가운데 10명이 1억원 이상의 급여를 챙겼다. 경북도경제진흥원은 정규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며 직급별로 나눠 먹기도 했다. 이 기관은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 개선과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설립했지만 20년이 지나도록 자체 수익으로 인건비 충당조차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잘못된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다.

새마을세계화재단 역시 세금을 쌈짓돈 쓰듯 썼다. 비상임이사가 해외 출장을 갈 때도 대표이사 기준 1등석 운임을 적용해 2천118만원을 과다 지급했다.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납품이 지연되었음에도 허위로 준공 검사를 내주고 1억원이 넘는 지연 배상금조차 부과하지 않았다.

경북도 산하기관들은 대부분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혈세 투입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런 기관들이 알뜰 경영으로 내실을 다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 몫이다. 예산을 흥청망청 쓰면서도 만성 적자를 당연시하고 다시 혈세 지원을 요구하는 산하기관의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 도민들의 혈세를 한 푼이라도 낭비했다면 마땅히 환수하고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감사 결과를 낱낱이 밝힌 경북도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이에 그칠 일이 아니라 걸맞은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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