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정일·김정은 조화(弔花) 영구 보존이라는 저질 코미디

북한 김정은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보낸 조화(弔花)가 특수 처리를 거쳐 반영구적으로 보존될 것이라고 한다. 김대중평화센터에 따르면 이 조화는 현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내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회의를 열어 생화를 조화(造花)로 만들어 보관할지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 이유에 대해 평화센터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남북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폐기하는 것처럼 폐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정은이 동생 김여정을 판문점으로 보내 자신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만큼 일반적인 폐기 절차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조화는 조의(弔意) 표현의 한 수단이다. 조의가 내용이고 조화는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이 보낸 조화라고 해서 이런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생화는 시들게 마련이고 시들면 폐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폐기한다고 조의가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생화를 조화로 바꿔서까지 반영구 보존하려는 것은 '최고 존엄'이 남긴 흔적은 털끝 하나까지 보존하는 북한식 우상화의 '남한 버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부자 시신을 엄청난 돈을 들여 영구 보존하고 있는 것이나 지난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당시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인근에 김정일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비바람에 노출돼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장군님 사진을 이런 곳에 둘 수 있느냐"며 울고불고 난리를 친 것과 방식만 다를 뿐 그 근저에 깔린 발상은 다르지 않다.

조화 영구 보존이란 저질 코미디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이 타계했을 당시 북한 김정일이 보낸 조화도 원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문가의 특수 처리를 거쳐 현재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그 비굴함에 얼굴이 저절로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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