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거 취약계층 폭염 대책, 인권과 생존이 달린 문제다

매년 혹독한 무더위가 반복되자 지역 시민단체가 저소득 노인가구 등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反)빈곤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등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적극 건의해 근본적인 폭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고 관련 진정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매년 극심한 폭염으로 쪽방촌 등 주거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구호 대책이 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만 해도 창문도 제대로 없는 좁은 방에서 더운 여름을 나야 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무더위에 맞서는 무기라고는 부채나 낡은 선풍기가 전부다. 그 흔한 에어컨도 이들에겐 별천지의 얘기다. 쪽방촌 등에 에어컨 설치를 돕겠다며 손길을 내미는 기업과 단체가 있어도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전력 배선 사정이 좋지 않아 에어컨을 달 수도 없을 만큼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 수두룩한 데다 전기요금 폭탄은 또 다른 장애물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연도별 전국 온열질환자 추이를 보면 2014년 556명에서 작년에 4천526명으로 8배 이상 급증했고 사망자도 48명에 달했다. 지난해 대구 122명, 경북에 3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대구가 2명, 경북에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다 보니 쪽방촌 거주자나 저소득 노인세대에 폭염은 두려운 대상이다. 폭염은 더 이상 계절 현상이 아니라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실질적인 폭염 대책 없이 주거 취약세대를 무더위 쉼터로 유도하거나 일회성 물뿌리기로 그때그때 위기 상황을 넘기는 정부나 지자체의 기존 대응은 인권과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령과 빈곤 등 여러 요인이 겹친 취약계층에게 더위는 질병에다 목숨까지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요구대로 먼저 민관 폭염대책기구를 만들고 주거 취약계층 폭염 실태조사 실시, 임시거주시설 확충 등 근본 대책 마련이 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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