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대구 대보사우나 화재, 다시 확인하는 안전불감증

91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구 대보사우나 화재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징표다. 정부가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 이후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국가안전대진단이니 소방 점검 강화니 하면서 법석을 떨었지만, 과거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낡은 건물임에도,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이 아니었고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등 안전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대보사우나는 1980년에 지은 노후 건물에서 영업했다. 대구시와 중구가 지난해 안전취약지점 1만2천626곳을 대상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벌일 때에도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 노후 건물의 화재 취약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대중목욕탕이라는 이유로 진단조차 받지 못했다.중부소방서가 지난해 초 실시한 지역 내 복합스파시설 합동안전 점검 때에도 역시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제천스포츠 센터와 비슷한 복합스파시설만 점검하고, 대중목욕탕은 제외한 탓이다.대보사우나는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도 아니고, 설치되지도 않았다. 소방법이 새 건축물에 대해서만 의무 설치를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노후 건물이 화재 위험을 높이는데도, 법규는 거꾸로 돼 있어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화재처럼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고시원 화재도 스프링클러가 없는 오래된 건물에서 발생했다. 이번 화재에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보더라도, 소방 점검마저 형식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가 되다 보니 결국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본다.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소방 당국과 행정 기관이 좀 더 꼼꼼하게 점검했거나 소방법의 미비점을 보완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정부는 노후 건물의 소방 안전에 대한 입법 및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이번 화재를 통해 얻는 교훈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9-02-21 06:30:00

[사설] 비등하는 탈원전 폐지 여론, 정부는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이 원자력발전 비중 유지·확대를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이 같은 내용의 '3차 2019 원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에너지 정책 전반에 관한 공론화를 정부에 촉구했다. 향후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원전 비중을 제로(0)로 가져가는데 동의한 사람은 7.3%에 불과했다.원자력학회는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입장을 같이 밝혔다. 학회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지에는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정부에 건설 재개를 청원했다. 또 청와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공론화 때 정리됐으며 재논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일축한 것을 반박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에 국한해 논의하는 것이라고 정부 스스로 강조했고 이는 국무총리 훈령에도 나와 있다는 것이다.탈원전은 전기요금 인상, 전력 공급 불안정성 초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증가, 원전 산업 붕괴 등 국가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국민 의견 수렴과 법제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시행했다. 이 탓에 탈원전 폐해가 끝 간 데 없이 드러나고 있고 그 결과 탈원전 비판·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운동' 서명자가 40만 명을 넘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지로 최소 4천900억원, 최대 1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 사실을 알면서 탈원전을 지지할 국민은 한 명도 없다.신한울 3·4호기도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탈원전에 대한 국민의 뜻을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르는 게 순리다. 하지만 정부는 청원에 답변조차 하지 않거나 얼토당토않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탈원전에 대한 국민의 뜻을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면 될 것을 무엇이 두려운지 고집만 부리고 있다. 민주주의를 내세운 정부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2019-02-21 06:30:00

[사설] 북 비핵화 아랑곳하지 않고 경협 카드부터 꺼내 든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한 발언을 보면 과연 대통령의 대북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철도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는 예의 소망적 사고의 지겨운 반복이다.이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지난해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과 미국 방문 때 국제사회가 보여준 싸늘한 반응이 잘 말해준다. 미국 방문 때는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는 비웃음까지 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남북 경협 확대는 북한 비핵화라는 전제가 충족확인검증된 이후에 검토할 문제이기 때문이다.문 대통령식이라면 북한은 남북 경협의 과실만 따먹고 실제 목표인 핵보유국 인정을 위해 비핵화는 무한정 늦출 것이 뻔하다. 실패한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이 바로 그랬다. 그때도 비핵화 견인을 위해 중유 지원 등 각종 당근을 안겼으나 북한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말은 이런 실패를 고스란히 되풀이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남북 경협에는 엄청난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 철도·도로 연결에만 153조원이 든다(금융위원회, 2014)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남북 경협은 당연히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남북 경협을 떠맡겠다고 했다.북한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실천된 것은 없다. 앞으로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남북 경협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는 북한의 핵개발 지속에 돈을 보태주는 꼴밖에 안 된다. 이런 남북 경협에 국민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2019-02-21 06:30:00

[사설] 작은 나눔 모아 쌓아 올린 100억원, 사랑의 금자탑

매일신문의 나눔 캠페인 '이웃사랑' 누적 성금액이 이번 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2002년 11월 '아름다운 함께 살기'라는 타이틀로 매주 연재를 시작한 지 16년 3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동안 성금 참여자만 10만 명을 넘겼고, 매주 평균 1천253만원의 성금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 798명에게 중단없이 전달해온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흔쾌히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시민·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고개를 숙인다.이 같은 성과는 국내 그 어떤 언론사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내 이웃,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가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절대 실현할 수 없는 성과다. 우리 사회 음지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내 가족처럼 보듬고 매주 온정의 손길을 뻗어준 수백 명의 개인과 단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무엇보다 이 캠페인을 함께 체험하고 오랜 시간 변함없이 그 가치를 공유해온 바탕에는 매일신문을 신뢰하고 매주 성금으로 격려해주신 수많은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본지도 투명하고 세밀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독자들의 기대에 차질없이 부응했다고 자평한다.한발 더 나아가 매주 접수된 크고 작은 성금은 단순히 물질이 아니라 '희망의 불씨'였다는 점에서 '이웃사랑'의 취지와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시민들이 진정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에서 '이웃사랑' 캠페인은 함께 나누는 시민사회와 시대정신의 승리다.때로는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에 가슴이 아리고, 앞으로 그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웃사랑' 대장정이 굴곡을 겪기도 하겠지만 캠페인은 계속되어야 한다. 병마와 싸우는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시민의 깊은 관심과 성원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 대구시민과 독자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다면 '또 다른 기적'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2019-02-20 06:30:00

[사설] 신적폐가 나라 근간 흔들어도 맥 못 추는 한국당

자유한국당의 무기력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 제1야당다운 패기나 근성은 없고 정부 여당의 역공에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에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것도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대형 악재가 줄줄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5·18 망언으로 거꾸로 수세에 몰려 있으니 공당(公黨)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정국 이슈는 한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김태우 수사관 청와대 민간사찰 폭로,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서영교 민주당 의원 재판 거래 파동,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 구속,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은 정부 여당에게는 머리 아픈 악재였고, 한국당으로선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기회였다.한국당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효과적인 공세와 대안 마련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정국 흐름에 벗어난 '5시간 30분 단식' '5·18 망언'을 자초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두고 '환상적인 파트너'라고 안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한국당을 두고 웰빙 국회의원들의 사교장쯤으로 보는 국민이 많다. 더 심하게 말하면 고의로 정부 여당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어용 야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리 구성원이 구태와 무사안일에 젖어 있다고 해도,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이렇게 엉터리로 하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현재도 정국 현안을 내팽개치고 유력 당대표 후보에게 줄 서기 위해 달려가는 한국당 의원들의 모습은 한 편의 희극이다. 이러고도, 한국당의 미래를 말할 수 있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투쟁력이 없는 야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웰빙 정당의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2019-02-20 06:30:00

[사설] 경남엔 돈 보따리 풀면서 경북 현안엔 등 돌린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각종 보따리를 풀었다. 서부경남KTX 조기 착공과 스마트산업단지 조성 등 경남 숙원 사업에 대한 예산·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경남의 올해 5조4천90억원 국비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민주당 지도부가 통상 9월 정기국회 직전 열던 예산정책협의회를 2월로 앞당기고, 첫 회의를 경남에서 연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 경기 침체 여파로 부산·경남의 민심 이반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부산·경남 지지율은 나란히 29%로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첫 동률을 기록했다.경남 민심 잡기에 공을 들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경북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작년 8월 대표 취임 후 구미에서 첫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구경북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 행동과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북 동해안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또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구미에 유치하려고 대구경북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이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이 TK를 배제하고 PK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대구경북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지지와 애정을 보냈다.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을 처음으로 배출했고 광역·기초의회에 민주당이 대거 입성했다.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지역 현안 해결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남에 보여준 관심과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대구경북에 보여주기 바란다.

2019-02-20 06:30:00

[사설]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 보내면 균형발전 포기 선언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경기 용인으로 사실상 정해졌다는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보고했다고 한다. 또 수도권 일부 언론들에 따르면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에 조성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이달 말 관련 부처 장관 회의를 열어 조성안을 확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용인 내정설'에 대해 정부는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 부인하지도 않아 의혹을 키우는 상황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뿐만 아니라 원전해체연구소에서도 정부는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결정하고도 탈락 지역 반발을 우려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결정되지 않았다면 정부가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게 맞다.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에 맞춰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발표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다면 '나쁜 정부'임을 자인하는 꼴이다.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으로 간다면 이는 공장 하나가 수도권에 들어서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 수도권 규제를 푼 것이라고 정부가 강변할지 모르지만 이런 논리로 무차별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지역균형발전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저출산·고령화 해결, 수도권 비대화 방지를 위한 대책이다. 이 방안의 하나로 마련한 것이 수도권의 과도한 공장 증설을 막기 위한 수도권 공장총량제다. 정부가 스스로 이를 허물고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든다면 지역균형발전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수도권 규제 완화 신호탄이 돼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할 것이 분명하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으로 보낸다면 정부가 이를 발표하면서 지역균형발전 포기를 같이 선언해야 할 것이다.

2019-02-19 06:30:00

[사설] 쏟아진 대구 복지재단 의혹, 행정 당국도 나서 밝혀야

대구 한 복지재단의 장애인 폭행과 학대 문제가 보조금 횡령, 부정 채용, 공금 유용 등의 뭇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1990년대 설립된 복지재단의 의혹이 커지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상당한 보조금이 지원되는 만큼 대구경북의 관할 행정 당국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감사 등으로 진상 규명이 절실하다.해당 복지재단은 현재 대구경북에 모두 9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 중이고, 32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올해만도 50여억원의 나랏돈이 지원된다고 하니 상당한 규모의 시설인 것은 틀림없다. 각종 의혹은 앞으로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이런 규모의 복지재단에서 일어난 일로 믿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사실이면 사회복지시설로서의 존립 근거를 허무는 일이 아닐 수 없다.사회복지시설은 보살핌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이런 시설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설립된 곳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설립 목적과 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인사들의 검은 뱃속을 채우는 탐욕의 수단에 그친 사례가 없지 않았다. 대구사회복지사협회가 경찰의 엄정한 수사와 행정 당국의 신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것은 그럴 만하다.문제는 행정 당국이다. 이미 전임 이사장의 횡령이 지난해 드러나고 이사장 교체 뒤 전임 이사장 일가의 복지시설 요직 차지에 따른 여러 비리 의혹에도 마땅한 조치를 소홀히 한 일이다. 상당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도 투명한 집행을 담보하지 못한 재단의 경영 구조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이 복지재단이 가진 시설이 대구경북에 여러 곳인 만큼 경찰 수사와 함께 대구경북 행정 당국도 즉시 감사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지원된 세금의 잘못된 집행이나 목적과 달리 쓰인 돈은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 아울러 밝혀진 불법 및 비리 관련자는 같은 분야에서 앞으로는 아예 발을 붙일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다.

2019-02-19 06:30:00

[사설] 사실로 확인된 문 정부 블랙리스트, 청와대는 무관한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환경부가 전 정권 때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쫓아낼 목적으로 표적 감사를 했다는 문건이 발견된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 현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심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찾아낸 문제의 문건은 그런 심증이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님을 확인해주는 물증 중 극히 일부일 뿐일 것이다. 검찰이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같은 강도로 턴다면 더 확실한 물증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문제의 문건에는 사퇴를 거부한 임원에 대해 업무 추진비 내역 등을 감사했고, 감사 대상자의 대응을 봐가며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영락없는 블랙리스트다. 해당 문건은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보고용 폴더'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김은경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는 뜻이다.문제는 이런 일이 환경부에만 국한된 것이냐 하는 점이다. 작년 말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문건을 공개한 청와대 특감반 소속 김태우 전 수사관의 주장은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그는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시로 330개 공공기관장 및 감사의 재직 유무와 임기 등을 파일로 정리했다"며 "이 반장이 '(현 정부 인사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표적 감사를 지시했다"고 했다.사실이라면 블랙리스트 작성과 표적 감사를 이용한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를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된다. 김 전 수사관의 폭로에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 말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이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용에 청와대는 무관한가라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김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을 포함해 그럴 것이란 정황은 넘쳐난다.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는 문제다.

2019-02-19 06:30:00

[사설]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 여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5·18 유공자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설 의원은 15일 "유공자라 함은 나라에 공을 세운 분들로 자랑스럽고 당당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공개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를 위해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 직접 5·18 특별법 개정안 발의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실현된다면 유공자 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원천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전향적인 제안이다. 독립유공자와 달리 5·18 유공자 명단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법원 판결 등에 따라 공개가 차단돼 왔다. 이 때문에 '야권 정치인을 포함해 무자격자가 부정한 수단으로 유공자 자격을 얻어 특혜를 받고 있다' '유공자 자녀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아 무더기 합격되고 있다' '자녀 수업료 면제, 가스·전기료 감면, 국내선 항공기 요금 반값 등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린다'는 등의 소문이 확산돼 왔다.이에 대해 관련 인물들과 5·18 유공자 측은 분개하지만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소문을 잠재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소문이 근거 없는 '괴담'임을 입증하려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유공자들이 합당한 심사를 거쳐 정당하게 유공자로 인정됐는지를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 유공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그뿐만 아니라 유공자에 대한 각종 예우에는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명단 공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명단 공개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이 납세자의 알 권리를 봉쇄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5·18 유공자를 계속 곤혹스럽게 할 뿐이다.

2019-02-18 06:30:00

[사설] F학점 받고서도 소득주도성장 계속 가겠다는 文대통령

경제학자 1천500여 명이 참석한 국내 최대 경제학 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참석자 대다수가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성토했다. 실증 분석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없다는 논문이 발표됐고 이런 까닭으로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소득주도성장에 경제학자들이 F학점을 준 이유는 분명하다. 문 정부 출범 이전 4년과 출범 이후 1년의 국내총생산(GDP), 투자, 고용 성장률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뒷걸음쳤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경우 정부가 급격하게 올린 탓에 자영업자의 생존을 어렵게 한 것은 물론 수급을 어긋나게 만들어 실업자가 늘어나는 부작용까지 낳고 말았다.경제학자들이 제시한 처방은 두 가지다.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올릴 것을 주문했다. 더 근본적인 사항은 시장 본연의 기능 회복에 주안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다. 극단적 균등 분배를 추구하는 특정 이념과 정책에 계속 갇혀 있으면 성장과 분배 모두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이구동성이다.경제지표와 통계, 현장의 피 터지는 아우성에 이어 경제학자들마저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한 소득주도성장에 낙제 점수를 줬다. 더 늦기 전에 경제 정책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여당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설상가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역주행 경제정책으로 갈수록 커지는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을 넘어 두렵다.

2019-02-17 18:56:50

[사설] 낙동강 보 개방과 물 부족 고통, 관정 파서 해결될 일인가

지난 정부의 낙동강을 비롯한 전국 4대강 물막이 보(洑) 건설을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4대강 보 정책의 전환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보 개방으로 물 부족을 호소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충남 공주보는 해체설(說)까지 나돌자 주민들이 반대 서명으로 반발하는 모양이다.전국 16개 보 가운데 가장 많은 8개 보가 있는 낙동강변 농민들의 우려 속에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보 수문 일부를 개방했다. 대구경북에서는 강정고령보와 달성보에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구미보를 개방했다. 그런데 벌써 주변 상주지역 농민들은 물 부족에 따른 영농 차질과 피해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개방에 앞서 환경부가 마련한 살수차 배치나 관정 개발 등 조치는 임시방편에 그쳐 농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적기에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채소 같은 농작물은 품질 저하로 상품성이 떨어져 시장가격의 하락은 피할 수 없다. 곧 본격 영농철이 다가올수록 물 수요는 늘 터이고 예상할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기상마저 나쁠 경우 그 피해는 자명하다.공주보의 경우 개방 뒤 지하수 고갈로 상류 4개 마을 300여 농가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또 공주보 해체 소문까지 나돌자 공주의 383개 모든 이통 단위 마을에서 공주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반대 서명받기 활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상주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보다 공주보 주변 농가의 고통이 더 절박하다는 증거나 다름없다.환경 당국은 낙동강 상주지역 농민들의 물 부족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몇 개의 관정을 개발하고 더 깊이 파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탁상행정만으로는 농민들의 불안을 덜 수 없다. 필요하면 잠정적인 보의 개방 중단이나 수위 조절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도 미리 검토해야 할 일이다. 이는 빠를수록 좋다.

2019-02-17 18:41:26

[사설] 대구공항 이전 서둘러 지역갈등 불씨 꺼야

문재인 대통령의 신공항 관련 한마디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란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지만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당장 부산은 '대통령이 큰 선물을 줬다'며 반색하고 있다. 대구공항 이전 부지 확정만 기다리던 대구경북민들로서는 뜬금없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란 복병을 만났다. 이미 정리됐던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재연된다면 곤란한 일이다.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불씨는 그대로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불가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김해신공항 정책 추진에 속도를 더 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미 대구 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 등 5개 지자체의 2016년 합의를 근거로 김해신공항 계획을 수립해 왔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2016년 결정을 변경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앞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그런데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대구공항 통합이전 작업이 지지부진해서다. 2016년 영남권 5개 지자체의 합의는 김해신공항 확장과 대구공항 통합이전이었다.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10년 지역 갈등 끝에 맺은 결론이다. 대구경북은 대구공항과 군공항의 통합이전으로 돌파구를 찾기로 했고, 부산은 김해신공항 건설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 가운데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지지부진하고, 김해신공항 계획 역시 겉돌고 있는데 다시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문 정부의 궁극적 의도에 대한 의심은 자연스럽다.지역 갈등의 불씨를 되살리지 않겠다면 대구공항 통합이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김해공항 확장안 재검증' 등 논란과는 별개로 대구공항 이전 계획을 하루빨리 확정 지어야 한다. 그래야 현 정부가 꺼진 가덕도 신공항을 되살려 항공 수요를 몰아주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나서 통합 대구공항 건설부터 속도를 내 줄 것을 주문한다.

2019-02-16 06:30:00

[사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맞아

오늘은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을 남기고 간 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지나간 오늘, 추기경이 더욱 그리운 것은 작금의 우리 사회가 그의 염원과는 다르게만 가고 있기 때문일까. 사랑과 평화, 상생과 화해보다는 적대와 혼란과 갈등과 소외의 그늘진 단어들만 득실거리는 이즈음에 현대사의 큰 어른이었던 '바보 김수환'의 빈자리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김수환 추기경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살펴 준 선한 목자였으면서 시대의 어두움을 온몸으로 밝힌 올곧은 선각자이기도 했다. 신앙과 삶이 다르지 않았던 추기경의 일생은 독선과 도그마에 갇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키거나 혹세무민을 일삼는 종교적 난맥상을 일침하는 죽비에 다름 아니었다.침략의 원흉인 일제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의거 84년 만에 가톨릭 사상에 의거한 평화주의자요 인권운동가로 정체성을 복원한 성직자도 김 추기경이었다. 추기경은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행보 또한 무장무애(無障無礙) 그 자체였다.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서 술을 따르며 유교식 참배를 했는가 하면, 서울 길상사 개원 법요식에 참석하는 큰 걸음을 하기도 했다.유신 체제와 5공 군부독재의 반민주적 철권통치에 양심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인권 보호에 앞장서면서 이 나라 민주화에 분수령을 이루기도 했다. 질박한 동그라미 안에 눈, 코, 입, 귀를 간결하게 터치한 후 '바보야'라고 쓴 자화상은 가여운 사람들을 한없이 따뜻하게 대했으면서도 자신에게는 더없이 엄격했던(待人春風 持己秋霜) 내면적 세계를 상징한다.추기경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도 열린다고 한다.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었으면서도 누구보다도 낮은 곳에 임하며 그늘진 삶에 빛과 희망을 심어줬던 추기경의 고결하고 위대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남긴 말씀과 발자취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영원한 복음이요 삶의 이정표이기 때문이다.매일신문

2019-02-16 06:30:00

[사설] 문 대통령의 신공항 발언…또 지역 갈등 불 지피나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신설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언급해 신설을 추진할 것 같은 뉘앙스를 비췄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구경북과 부산 간에 싸움을 붙이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만큼 위험천만한 내용이다.문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보면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문 대통령은 '부산 시민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돼 있어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 발언을 했다. 원론적인 얘기로 시작했지만, 결론은 '신설 추진' 쪽으로 가겠다는 뜻인 듯하다.문 대통령 발언 뒤에 나온 부산시의 브리핑을 보면 그 발언의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부산시는 '대통령의 선물'이라며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후속 조치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 마치 대통령과 부산시가 미리 공감대를 이룬 뒤 의도적으로 말을 흘린 듯 보이기도 한다.만약 문 대통령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비극적인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10년 세월 동안 세몰이와 시위, 감정싸움으로 얼룩진 지역 간 대결은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 상처와 후유증을 잊은 모양이다.2006년 노무현 정권 때 시작된 영남권 신공항 논쟁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현 정권에 이르러 '부산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되는 것은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극히 편파적이고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에 힘들게 만든 '5개 시도지사 합의안'을 깨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대통령이 여기에 앞장서는 것은 민주주의와 공정사회에 대한 배신임을 잊어선 안 된다.

2019-02-15 06:30:00

[사설] 집권 세력의 부·울·경 챙기기에 찬밥 신세 된 대구경북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 세력의 부산·울산·경남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 지지율이 추락하는 부울경 민심을 잡기 위한 집권 세력 행태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예산·인사 등 동원 가능한 자원을 부울경에 쏟아붓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대구경북이 유치에 공을 들이는 원전해체연구소마저 부산·울산 경계 지역으로 보내기로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부산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큰 선물 주셨다"고 부산시가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을 보면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를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기존 국토교통부 방침과 배치되는 것은 물론 번복하면 대구경북 반발이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문 대통령이 이런 견해를 밝힌 것은 부울경 챙기기로 볼 수밖에 없다.원해연 입지를 부산·울산으로 결정했다는 것도 부울경 민심을 의식한 꼼수다. 객관적 잣대로 보면 경주로 오는 것이 마땅한 데도 부산·울산으로 낙점했다는 것은 정치적 결정이다. 예산 배정에서도 부울경 챙기기가 수위를 넘었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면제를 통해 부울경에 남부내륙철도 등 4개 사업 6조7천억원을 배정했다. 전체 예타 면제 사업 예산의 27.8%나 됐다. 대구경북은 1조5천억원에 그쳤다.시계를 거꾸로 돌려 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뒤집거나 객관적 잣대를 무시하고 특정 지역에 기관을 보내고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일부 지역 여론에 등 떠밀려 정부가 결정한 일을 재논의하는 것은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린다. 내년 총선 등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특정 지역 챙기기라면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친 부울경 챙기기가 지역 민심은 얻을지 몰라도 더 많은 다른 지역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집권 세력은 깨닫기 바란다.

2019-02-15 06:30:00

[사설] 혈세 낭비에 책임지지도, 묻지도 않는 울릉군의 무너진 행정

지난 세월 저질러진 울릉군의 여러 문제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분명하지 못한 군 행정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법행위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았거나 군 스스로 법을 어긴 사례도 드러났다. 이런 행정의 피해는 주민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사례에 미뤄 재발 가능성도 없지 않아 걱정이다.울릉군 북면 천부리 해안 일주도로변에 지난 2017년 지은 주민종합자치센터와 마을회관을 아직도 쓰지 못하는 일은 어처구니없다. 23억원을 들여 짓고도 계획보다 2년 가까이 방치된 까닭은 두 건물이 건축법을 어겨서다. 센터 건물 일부는 도로를 침범했고, 마을회관은 토지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위법을 저질렀다. 과연 현장 행정을 편 것인지조차 의심될 정도이다.또 있다. 울릉군은 지난해 1월 군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따른 민간 업체의 손실로 모두 4억3천만원을 물어줬다. 군 공무원이 지난 2014년의 당초 입찰공고 약정을 지키지 않아 손실을 봤다는 법원 판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은 공무원 징계나 구상권 행사 같은 마땅한 조치를 않고 있다. 군은 주민의 불법 농지 개발 행위를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이런 일로 군 행정의 불신을 낳고 있다.이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엉성한 행정이다. 입찰 공고는 대외 약속인 만큼 신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으니 법원의 판단은 그럴 만하다. 세금으로 지은 두 건물을 짓고도 못 쓰는 일은 군 행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농지 불법행위도 현장 행정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이제라도 울릉군은 책임 행정에 나설 때다. 불법과 허술한 행정으로 군과 주민에 피해를 준 사람의 조치는 미뤄서는 안 된다. 정실로 그냥 두면 화를 키울 나쁜 선례가 되고 악순환의 고리를 방치하는 일이 된다. 필요하면 경찰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2019-02-15 06:30:00

[사설] 새해에도 커지는 고용 참사, 말로만 책임감 느낀다는 정부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올해 처음 받아든 고용성적표 역시 참담한 수준이다. 새해 첫 달인 1월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만4천 명 증가한 122만4천 명을 기록했다. 1월 기준으로 2000년 1월 이후 19년 만에 최대다. 1월 실업률도 4.5%로 2010년 1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문제는 고용 참사가 호전은커녕 갈수록 악화하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고용이 하강 추세에 접어들었다. 작년 연간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취업자 수는 9만7천 명 증가에 그쳤다. 2017년 취업자 수 증가 폭 31만6천 명에 비하면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정부는 올해 신규 취업자 수 15만 명 증가가 목표이지만 국책연구기관들마저 10만~12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분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고용 참사 원인은 두 가지다. 자동차·조선·해운 등 주력 제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기업의 고용 여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시행 등 친노동 일변도 정책이 고용을 더욱 악화시켰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된 것이 실업자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책임감을 느끼며 일자리 여건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경제정책의 큰 전환 없이 참사 수준의 고용 지표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상황이 엄중하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 국민은 이골이 났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악화 일로를 걷는 고용 시장 흐름을 개선하려면 세금을 쏟아부어 만드는 공공 일자리 대신 민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규제를 없애고 신성장산업을 발굴하는 등 친시장·친기업 정책을 펼쳐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활력을 줘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꾸로 정책만 고집하고 있고, 고용 참사로 국민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2019-02-14 06:30:00

[사설] 사람 안 키운 대구경북, 지난 20년 거울삼으면 약 된다

대구 출신 주호영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27일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나설 대구경북 도전자는 없다. 정치권은 지난 2004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06년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이후 당 대표를 내지 못한 만큼 대구경북을 '당권 불임 지역'으로 폄훼하는 모양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마땅한 결과이나 대구경북으로서는 참담하다.대구경북은 우리 정치사에서 보수 진영을 자청한 정당과는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한국당이나 전신인 한나라당도 그랬다. 최근 20년을 넘어 오랜 세월 치른 뭇 선거 때마다 이들 정당이 거둔 압도적인 지지 투표 결실은 분명한 증거다. 오죽했으면 밖에서 대구경북을 일컬어 이들의 텃밭이라거나 '수구' 등 부정적 수식어까지 붙이기조차 서슴지 않았으니 말이다.편향된 단색의 정치 지형도로 여야의 선순환적 경쟁이라는 정치 다양성은 사라지고 지역 활력도 떨어졌다. 쉽게 뽑힌 정치인의 경쟁력은 없어졌다. 특정당 공천만으로 임기가 보장된 꽃자리를 쉽게 차지하는 구도가 빚어낸 괴물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담금질과 체질 변화도 실종돼 활기찬 지역 발전은 더욱 어렵게 된 셈이다.적자생존의 냉혹한 정치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은 활동이 제한적이고 쓸모도 많지 않다. 이런 정치인을 그런 무대에 올렸으니 이번처럼 당권 도전과 같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갈 만한 역량 있는 인물이 나올 수가 없다. 최대 주주라는 대구경북은 안타깝지만 이번 참담한 교훈을 거울삼을 만하다.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삼는 정치인의 진정한 자아비판과 함께 지역 유권자의 통렬한 자기비판 역시 필요하다. 특히 특정당의 틀을 벗고 경계를 넘어 역량 있는 사람을 키우는 의식 혁명이 절실하다. 단조로운 정치 색깔인 대구경북의 지난 세월이 남긴 뼈아픈 가르침을 이제 약으로 삼을 때다.

2019-02-14 06:30:00

[사설] 교통사고 30% 줄이기…교통체계 오류 고치고 완성도 높여야

대구시와 경찰청이 '교통사고 사망자 30% 줄이기' 특별대책을 시행한다. 2016~2018년에 이은 2기 대책으로 2021년까지 3년간 18개 과제에 1천118억원의 예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 및 교통약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우선 시민 교통안전 의식을 대폭 높이는 한편 불합리한 교통 체계와 시설물 개선 등 교통시스템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지난해 마무리한 1기 대책에서 시는 지속적인 교통환경 분석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 사상자 수가 매년 크게 줄어드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이를 기초로 2기에서는 사람 중심 현장밀착형 교통 인프라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교통체계 구축을 중점 과제로 내걸었다.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대구시의 교통정책 방향은 옳다. 차량이 정책의 중심에 서는 한 '교통사고 30% 감소' 목표 완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어린이보호구역 확대, 우회전 구간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회전 교차로 및 감응식 신호체계 확대, 불합리한 교통체계와 교통시설물 개선 등은 그 완성 시기를 앞당겨야 할 핵심 과제다.뒤집어보면 대구 교통 현실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과거와 비교해 대구 교통체계와 시민 교통의식 수준이 크게 높아진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시스템 정밀도가 떨어지고 상식 밖의 교통체계나 시설물이 적지 않아 정책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교통법규 위반과 운전자의 교통규칙에 대한 무지함은 교통사고 증가의 주된 원인임은 분명하다. 또한 불합리한 교통체계도 운전자에게 혼란을 주고 교통 흐름을 방해해 사고 확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대표적인 예로 교통 현실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설치한 유턴 구간이나 좌회전 신호 등이 시내 곳곳에서 확인돼 개선이 급하다. 이런 허점을 빨리 개선해야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고 선진 교통문화 정착도 앞당길 수 있다.

2019-02-14 06:30:00

[사설] 원해연 입지, 정치적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전해체연구소 입지가 경주가 아닌 부산·울산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부산·울산 경계 지역에 설립하기로 가닥이 잡혔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대구경북 패싱' 목록에 원해연이 추가되게 됐다.원해연 입지가 부산·울산으로 정해진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산·울산보다 경주가 가진 장점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경주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 원전 관련 기관·시설이 모여 있어 원해연 입지로 최적 조건을 갖췄다. 전국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경북에 있고 경주 월성원전 1호기가 해체를 앞둔 것도 그렇다. 원해연이 경주로 와야 원전 설계에서부터 건설·운영→제염·해체→저장폐기까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객관적 잣대로 보면 원해연은 경주로 오는 게 마땅한데도 부산·울산이 유력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북 동해안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를 외면하고 부산·울산으로 원해연 입지를 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공사 중단,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백지화 등 경북은 탈원전 직격탄을 맞았다. 9조5천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에 고용 감소 피해가 연인원 1천272만 명에 달한다.처음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는 원해연 입지로 '동남권'을 자주 입에 올렸다. 원해연이 부산·울산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가 정부·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왔고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텃밭인 부산·울산 민심을 잡으려는 정치적 계산이 원해연 입지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의심은 자연스럽다. 경북은 원전으로 수십 년간 피해를 본 데 이어 탈원전으로 또 한 번 피해를 보고 있다. 탈원전 피해 돌파구로 원해연 유치에 힘을 쏟았는데 정치적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대구경북 앞날이 캄캄하다.

2019-02-13 06:30:00

[사설] 정쟁에 4년 날 새는 소방관 국가직화, 당파 떠나 관철해야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지역별 인력·장비 격차, 지휘 통솔 일원화 등을 위해 추진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4년째 아무런 진척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올 1월 처리를 공약했지만 여야 입장 차가 큰 데다 계속되는 정치 싸움에 밀려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이 표류하고 있어서다.2018년 말 현재 총 4만9천72명의 소방공무원 가운데 국가직은 610명(1.2%), 나머지는 지방직인 만큼 소방예산 4조8천219억원의 대부분인 4조4천629억원이 지방비다. 특히 각 시·도 살림 형편에 따라 소방 처우도 달라 개인이 업무 관련 경비를 대거나 장비 차이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인사와 지휘 체계 역시 시·도에 따라 달라 혼선이 빚어지는 형편이다.여야가 지난 2014년 10월 정부조직법 개정 합의안에 '소방 인력 충원과 국가직 전환'을 넣기로 하고, 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삼은 까닭은 그래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출범하고, 대통령의 공약 이행 목표인 1월을 넘기고도 그대로다. 예산과 인사권 등의 입장 차이를 줄일 고민은 외면하고 5·18 갈등 등으로 되레 진영으로 갈라져 대치 정국만 깊어질 뿐이다.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정책은 이미 지난 정부부터 합의한 정책인 만큼 여야와 정파를 떠나 다룰 일이다. 국민 생명과 국가 재난 등 소방공무원들이 하는 업무는 정파 이해에 휘둘려 소홀히 할 사안이 아니다. 이미 각종 화재와 재난 현장을 통해 지금 제도가 지닌 불합리성이나 부작용이 충분히 드러난 터다.일찍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낸 법안 처리를 정파 싸움에 얽매여 미루는 일은 어리석은 소모전이나 다름없다. 지금 여당은 대치 정국 흐름을 즐길 겨를조차 없다. 여당은 국정을 이끌 무한 책무를 가졌다. 그만큼 야당과 협상해 현안을 푸는 정치력 발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다만 무능의 표시일 뿐이다.

2019-02-13 06:30:00

[사설]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키우는 5·18 폄훼 처벌 특별법 제정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날조·비방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12일 오전 국회 사무처에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징계안을 낸 뒤 "일명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부정 처벌법을 마련하기로 4당 간 합의가 됐다"며 "기존 법을 개정할지 제정법으로 할지는 추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11개국에서 시행 중인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 법은 홀로코스트 자체를 부인하거나 나치의 범죄 행위를 옹호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홀로코스트를 '표현의 자유'는 물론 학문적 재조명과 의심조차 금지된 '성역'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특별법'도 같은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여야 4당이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특별법'은 5·18에 대한 어떤 부정적 견해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5·18을 성역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지난 2016년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자·단체를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는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하자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던 이유다.원칙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이후 또 다른 예외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원칙은 더 이상 원칙일 수 없게 된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원칙도 마찬가지다. '5·18'을 예외로 하면 또 다른 '5·18'들이 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특별법'이 없어 5·18 폄훼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형사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특별법'은 과잉이다.

2019-02-13 06:30:00

[사설] 현실이 된 최저임금 과속 인상 충격, 수수방관하는 정부

최저임금 과속 인상 후유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6.4%, 올해 10.9% 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충격파가 경제 현장을 강타하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점포당 월 순수익이 지난해 123만원에서 76만원으로 추락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평균 인건비가 지난해 426만원에서 올해 473만원으로 뛴 탓이다.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은 통계와 조사에서 속속 확인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6천256억원으로 월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고용보험 확대 정책 영향도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악화에 최저임금 과속 인상 영향이 반영된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업소 400개를 뽑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최근 1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125개(31.3%)가 문을 닫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한계 상황에 있는 영세 외식업체를 폐업으로 내몰았다.경제 현장마다 최저임금 충격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처절하다. 편의점 업주들은 인건비를 줄이려 하루 평균 12시간은 기본이고 최대 18시간까지 근무하며 버티고 있다. 점포당 아르바이트생 4명을 쓰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3명으로 줄이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저임금이 2년 새 30% 가까이 올라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사업주들은 고용 축소에 나서고 있다.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실패로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같은 정책 수정은커녕 정책 실패를 인정조차 않고 있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등 엉뚱한 소리만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마당에 최저임금 과속 인상은 갈수록 더 큰 충격을 줄 게 분명하다. 정부가 상황을 직시(直視)하고 후유증 최소화에 전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한다.

2019-02-12 06:30:00

[사설] 사상 첫 생산인구 감소, 제조업 고용 공백 막을 대안 있나

숙련 노동 인력 부족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역 중소 제조기업의 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에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대량 은퇴가 급물살을 타면서 기업마다 경영 위기감이 번지고 있어서다.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현실에서 코앞에 닥친 '고용 공백'을 예방하고 파장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이 급하다.10일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생산가능인구는 3천679만6천 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6만3천 명이 줄었다. 200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총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감소 시점이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전망돼 역대 최저치인 2017년의 1.05명보다 더 낮아 이런 추세라면 5년 내 총인구 감소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총인구 감소나 생산인구 감소는 단순한 수치상의 변화가 절대 아니다. 이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경제 활력 저하 등 그 파장이 실로 크다. 특히 숙련 노동인구의 대량 은퇴는 심각한 문제다. 청년층의 중소 제조업체 기피 세태에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공백을 메울 마땅한 대안이 없어 기업 활동의 최대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섬유, 기계 등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진 지역 제조업계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다.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204개 지역 제조업체를 조사해보니 경력 10년 이상 숙련 인력의 비중이 고작 34.7%였다. 이마저도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가 대다수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정년 후 재취업 등 숙련 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노동 구조 개선 등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무작정 늘리는 것도 무리다. 지금이라도 지방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근본 해결책 마련을 서두를 때다.

2019-02-12 06:30:00

[사설] 한국당의 잇단 자충수…이렇게 정신 못 차려서야 미래 있나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들의 잇단 자충수로 사면초가 상태다. 일부 의원들이 5·18 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당 대표 경선에서 당권 주자 6명이 전당대회 일자 변경을 압박하는 등 비상식적 행태를 보였다. 정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 행위도 아니고, 개인적 신념이나 자기 보신을 위해 추태를 벌이는 꼴이니 국민 눈에 좋게 보일 리 없다.5·18과 관련해 말썽을 빚은 한국당 의원 3명은 개념 없는 정치인의 전형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를 세금 축내는 괴물집단'으로 매도했고, 이종명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고, 북한군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SNS에 '5·18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했다.발언 내용도 문제지만,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한 사안을 두고 공청회를 연 김진태·이종명 의원의 저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당 대표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은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기대하겠지만, 육군 대령 출신인 이종명 의원은 확인도 되지 않은 '북한군 개입설'까지 언급했으니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오죽했으면 보수 세력까지 '자폭' 수준의 발언이라고 한심스러운 눈으로 보겠는가.당 대표 선출을 둘러싼 말썽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권 주자 6명이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사퇴 및 보이콧을 선언했고, 실제로 홍준표 전 대표는 사퇴했다. 경선 과정에서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말싸움도 지긋지긋하다.한국당은 언제쯤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뒤 현 정부의 실정으로 지지율이 제법 올랐는데, 이번에 한국당의 민얼굴을 다시 보여줬다. 한국당은 정당의 존재 이유가 당권이 아니라 정권을 잡는데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19-02-12 06:30:00

[사설] 문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의지, 높이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기초단체장 간담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제도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논란이 많은 예타 면제 사업과 관련해 자신의 소신을 분명하게 밝히는 동시에, 예타 면제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천명한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 정책이 구두선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잖았다. 지금까지 뚜렷하게 진척되거나 성과로 내세울 만한 내용이 거의 없어 이번 정권마저 '수도권 중시, 지방 홀대' 기조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아냥도 많았다.문 대통령은 이번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언론이 연일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을 공격했지만, 청와대는 굳건히 버텼다. 이들 언론은 '경제성이 먼저다' '세금 낭비·선심성 사업'이라고 압박했고, 심지어 '고양이 앞에 생선 맡긴 꼴' '국가의 도덕성 파산 신고'라는 표현까지 썼다.여기에는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진보 언론까지 달려들었고, 경실련 같은 시민단체마저 가세했다. 문 대통령이 진보·보수마저 가리지 않는 수도권 이기주의를 이겨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이제 '한 건' 했다고 기세를 늦추거나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재정분권, 2차 공기업 지방 이전, 광주형 일자리 창출, 2차 예타 면제 사업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본란에서 수없이 강조했듯,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은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대적 과제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는 수도권 이기주의자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지역민들로부터 두고두고 칭송을 받았듯, 문 대통령도 역사에 남을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 정책을 반드시 실현하길 바란다.

2019-02-11 06:30:00

[사설] 생명 나눔의 값진 실천 보여주는 대구 종교인의 장기기증 동참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가 최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장기기증협력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이 운동은 죽은 뒤나 뇌사 때 장기나 인체 조직을 그냥 남에게 주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생명 나눔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일이다. 이미 대구 천주교 역시 같은 활동을 하는 터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대기총은 대구의 1천600여 교회, 29만여 신자의 연합체 대표기관인 만큼 이번 협약식으로 대구 기독교계의 생명 나눔 장기기증 운동 활성화도 기대할 만하다. 대구 천주교의 경우 지난 2009년 4월 대구대교구에 생명나눔운동본부를 두고 대학병원과 연계한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특히 장기기증의 생명 나눔은 2009년 2월 16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두 사람에게 주고 선종한 이후 국민 관심과 동참으로 활발히 퍼졌다. 추기경의 각막 기증은 국내 장기기증 문화의 틀을 바꾸고 그 흐름을 잇는 촉매 역할을 했다. 종교가 외치는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을 온 국민에 퍼뜨린 셈이다.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다. 2009년 설립된, 정부 지정 국내 유일 장기·조직 기증 업무 수행 기관인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료가 그렇다. 간절하게 장기 이식을 바라는 사람은 계속 늘어 2017년 말 3만4천187명이다. 그러나 실제 장기 이식은 2017년 4천326건 등 한 해 겨우 3, 4천여 건뿐이다. 특히 뇌사자 장기기증은 2016년 57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515건, 2018년 449건으로 하락세이다.이런 즈음 대기총의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과 사랑 나눔 실천 움직임은 장기기증을 애타게 바라며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날을 보낼 환자나 가족에겐 한 줄기 빛과 같은 값진 소식이나 다름없다. 대기총의 이번 일이 100년 전 대구 만세운동 때처럼 대구에서 생명 나눔의 사랑을 널리 번지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19-02-11 06:30:00

[사설] 6·25 참전용사와 전사자 모욕하는 김원봉 서훈 계획

국가보훈처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하기 위한 세부이행계획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보훈처 자문기구인 '보훈혁신위원회'는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선정할 것을 권고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보훈처는 "권고안일 뿐이며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다.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지난 8일 "이행계획은 (엄연히) 존재했다"며 그것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원봉에게 직접 서훈해야 한다'는 권고안에 따라 2년 안에 심사가 시급한 대상자(기준 미달자 및 광복 이후 좌익활동) 3천500명을 우선 심사 완료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사실이라면 보훈처 스스로 지난해 개정한 '독립유공자 선정기준'을 위반하는 꼴이다. '기준'은 광복 전 사회주의 활동을 했더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은 독립유공자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원봉은 일제강점기 의열단을 조직해 독립운동에 나섰지만, 광복 이후 월북해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으며 1958년 김일성의 연안파(延安派) 숙청 때 제거됐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김원봉의 서훈은 '보훈처'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원봉은 '독립운동가'이지만 '북한 정권 수립 공신'이기도 하다. 이런 그를 독립유공자로 서훈한다는 것은 뒷부분에는 눈을 감은 채 앞부분만 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6·25전쟁 범죄의 희석이자 참전용사와 전사자에 대한 모욕이다. 김원봉이 독립유공자라면 그가 충성한 북한과 싸워 대한민국을 지켜낸 참전용사와 전사자는 무엇을 위해 싸운 것이 되나?김원봉의 서훈은 지금 당대에서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통일 이후'까지는 아니라도 앞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공론'(公論)을 모아 찬반의 접점을 찾아가야 할 지난한 문제다. 그 누구도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독단으로 결정할 권한을 보훈처에 주지 않았다.

2019-02-11 06:30:00

[사설] 혁신성장,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내놓은 경제 키워드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시큰둥해지자 혁신성장이 더 두드러진다. 혁신 성장을 위한 8대 선도 사업을 내놓은 것이 지난해 8월이다. 7일 청와대서 열린 혁신벤처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문대통령은 다시 한 번 혁신 성장을 강조했다. 문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 청사진을 보면 당장 우리나라 경제가 힘차게 돌아갈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벤처기업 간담회에서 벤처기업인들이 쓴 소리를 쏟아낸 것은 이를 역설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정부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 아닌지' 우려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어 외자 유치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내놓았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가 또 하나의 규제라고 봤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문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 청사진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벤처기업인들이 이토록 쓴 소리를 쏟아낼 이유가 없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말로만 혁신성장을 외치지 말라는 뜻을 담았다.문 대통령은 해당 부처에 잘 살펴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청와대는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을 피드백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큰 용기를 내 주문했던 규제 완화 목소리에 걸 맞는 피드백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취지를 설명한 정도의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훨씬 커 보여서다.문대통령의 혁신성장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가진 기업인들이 창업 초기부터 규제의 칼날 아래 좌절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이 마음껏 창업하고 혁신해, 고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 바탕을 깔아주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정부가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젠 말이 아니라 규제 개혁부터 그에 걸맞은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이 할 일이다.

2019-02-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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