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경제 혈관 막혔는데 세금 들여 '일자리 촉진제'만 놓겠다니

‘고용 쇼크’ 상태가 심각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올 들어 7월까지 30, 40대 취업자 수가 월평균 14만 명씩 빠르게 감소했다. 일자리가 계속 줄면서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월평균 14만4천 명씩 늘고 있고, 취업을 아예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월평균 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악의 고용난을 맞고 있다. 19일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도 어려운 고용 상황을 풀기 위한 해법이 논의됐다. 하지만 일자리난의 근본 원인인 정책 오류 진단 등 고민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또 세금을 들여 땜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일자리 헛발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다. 그동안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쏟아부은 일자리 예산이 37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통계가 말해주듯 고용이 늘기는커녕 급감하고 있어 성적표가 초라하다. 그런데도 연내 4조원을 더 풀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12.6% 증가한 22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겠다니, 이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따로 없다. 일자리난의 근본 원인은 경제구조와 가계소득 상황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비현실적인 진단에서 출발한다. 이에 기초한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효과를 내기란 애초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성급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며 고용시장을 뿌리째 뒤흔들고는 부작용만 계속 키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완전고용 상황에 진입하는 등 호황을 누리는데도 유독 한국만 바닥을 기는 것은 정책 오류 등 우리 내부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재정 확장만으로는 결코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기업이 투자하게끔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자영업자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피가 잘 돌도록 경제 혈관을 넓히는 게 급선무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고치고 방향을 재설정하지 않으면 고용 실타래가 갈수록 더 꼬이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2018-08-21 05:00:00

[사설] 김동연·장하성이 같은 얘기를 한다는 청와대의 억지

최악의 고용 참사 원인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문재인 정부 내의 의견 차이가 심각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견해 차이는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과 장 실장 간의 의견 차이도 이에 못지않게 첨예하다. 청와대 내에서도 같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런 상태에서는 신속하고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의견 대립의 핵심은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이다. 김 부총리와 윤 경제수석은 소득주도성장을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반면 장 실장은 이런 시각을 거부한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소득주도성장을 확신한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대치(對峙)는 상호 양보에 의한 조정이나 절충 가능성을 이미 넘어섰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중 한 사람이 물러나거나, 둘 다 사퇴하고 경제팀을 새로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두 사람 중 누구도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신속해야 한다. 이미 경제 현실은 한계점에 와있다. 장 실장은 정부를 믿고 기다릴 여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서로 같은 얘기를 한다고 우긴다. 김의겸 대변인은 “두 분이 어떻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까지 똑같은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언론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팩트’와 다른, 그래서 국민의 인지력을 우습게 보는 말장난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여러 번 마찰을 빚었다. 이런 식으로 사실을 가리려 해본들 해결되는 것은 없다. 해결책을 지연시키고 국민에게 고통의 시간만 늘려줄 뿐이다.

2018-08-21 05:00:00

[사설] 김문오 군수·추경호 의원 달성군 현안 해결에 힘 모아라

달성군의회가 다음 달 추경에서 ‘100대 피아노 콘서트’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무산 위기에 처했던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열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구에서 성공한 문화 행사가 드물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좋은 평가를 받는 이 행사가 이어지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군비 4억원을 마련해야 국비와 시비와 매칭해 콘서트를 치를 수 있었지만 군의회가 1억원밖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행사 개최가 물 건너갈 처지였다. 달성군은 올해 2, 4, 6월 세 차례 추경에 예산 편성을 상정했지만 군의회는 퇴짜를 놨다. 행사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군민들과 문화예술계가 중심이 된 민간 모금 운동이 일어났고 7월부터 2개월간 성금 9천558만원이 모였다.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예산을 편성키로 한 군의회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보다 더 내실 있는 행사로 만들어 주기를 주최 측에 주문한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 행사가 우여곡절을 겪게 된 것은 김문오 달성군수와 달성을 지역구로 둔 추경호 국회의원 간 이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군의회에 대한 추 의원 영향력이 강했던 지방선거 전에는 100대 피아노라면 말도 꺼내지 말라는 게 군의회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통해 군의원 10명 중 한국당 6명, 민주당 4명으로 의회 구도가 변하면서 추경에 예산 편성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김 군수와 추 의원은 지역 현안을 두고 적지 않은 시각차를 보여왔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비롯해 비슬산케이블카 설치, 한옥마을 및 화석박물관 건립에서도 이견을 나타냈다. 지방선거에서는 한국당 달성군수 공천을 두고 알력을 빚기도 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달성군 현안이 해결될까 말까 한 만큼 계속 다투는 것은 군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김 군수와 추 의원이 앙금을 털고 달성군 현안 해결에 서로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

2018-08-21 05:00:00

[사설] 前정권 탓만 해서야 어떻게 경제 살리겠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악화와 관련,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올바른 진단일 수도 있지만, 이 후보 같은 정권 핵심 인사가 내뱉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친문 좌장’으로 여당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후보의 상황 인식이 ‘책임 떠넘기기’에 기반하고 있다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 것도 부적절했다. 그는 ‘경제가 더 좋아지면’ 전제를 달았지만, “2019년에 8천350원이니까 2년 사이에 1천650원을 더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폐업의 기로에 서 있는 소상공인·영세업자,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청년들을 떠올리면 한가롭고 배부른 소리임이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 인식은 이 후보뿐만 아니라 ‘친문 그룹’ 대부분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정권을 잡은 지 1년 3개월이 지나고도, 모든 잘못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청와대의 인식 수준도 그리 다르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주장과 관련해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각계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얘기다. 당·정·청이 일요일에 부랴부랴 일자리 대책을 논의했지만, 정부 여당 핵심 그룹이 자기 고집과 독단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국정 책임을 맡은 이들이라면 유연하고 열린 사고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이래서는, 소득주도성장이 틀렸는지, 옳은지 판단할 수도 없고, 경기 악화의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자기 반성과 점검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집권세력은 ‘수구화된 진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18-08-20 05:00:00

[사설] DGIST 감사 논란, 당사자도 감사자도 자성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대한 감사가 한 달을 넘기면서 내부 반발은 물론, 감사를 둘러싼 의혹마저 불거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부 제보로 지난달 3일부터 시작된 이후 감사의 장기화로 교수협의회가 비판 성명서를 발표하고 급기야 처장급 등 보직자들이 일괄 보직사퇴서를 내는 등 불만의 강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감사를 둘러싼 논란은 심상찮다. 먼저 내부 구성원의 제보가 발단이란 점이다. 감사 내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가 내부 불만자가 퍼뜨린 내용과 의혹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소문은 내부의 ‘알 수 없는 쌓인’ 문제가 계기였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는 곧 자체 감사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같다. 뼈아픈 부분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불거진 사례를 보면 감사 문제점도 꼽아야 할 만큼 심각하다. 한마디로 엄정한 감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의심할 만한 일들이 숱하다. 기한 없이 계속되는 감사도 그렇고, 총장의 점심시간 단축과 무시(無時) 호출 등 감사에서 드러난 고압적 행태는 마치 옛 사법기관의 낡은 수사 관행을 보는 듯하다. 특히 내부에서 제기되는 ‘총장 표적 감사’라는 비판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즉 총장 교체를 위한 감사라는 내용이다. 이는 곧 정권 교체로 자행되는 공공기관장 물갈이처럼 정권 진영의 자리 마련을 위한 저의가 아닌가. 현 총장이 지난 정부 말쯤인 지난해 2월 임명됐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그렇다면 반드시 경계할 터이다. 감사는 원칙대로 엄정해야 한다. 소문처럼 일탈을 이어간다면 ‘감사 농단’의 사례만 더할 뿐이다. 이는 고급과학기술인재를 키우고 대구경북은 물론, 나라 과학기술발전 담보를 위해 기술원을 세운 지역민의 정성과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기술원 구성원들 역시 사태가 왜 이런 지경인지를 깊이 따질 때다.

2018-08-20 05:00:00

[사설] 이산가족 위한 획기적 방안 내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와야

오늘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된다. 우선 20일부터 2박 3일 동안 남측 이산가족 89명이 북측 가족을 만난다. 24~26일엔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을 상봉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기준으로 보면 65년 만에 재회하는 셈이다. 혈육들이 만나는 금강산은 눈물바다가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것은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남북은 6월 적십자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지금까지 대면 상봉 20회와 화상 상봉 7회가 실시돼 남북 4천677가족, 2만3천519명이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상봉 행사 재개를 환영하면서 지금과 같은 이벤트 상봉으로는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에 100명 내외가 만나는 상봉 방식은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7월 말 기준 이산가족 등록자는 13만2천603명, 이 중 생존자는 5만6천862명에 불과하다. 등록된 이산가족 중 절반이 넘는 7만5천741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수는 지난해 9월 6만 명 밑으로 내려갔고 매달 최대 500여 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90세 이상 생존자 수가 1만2천146명으로 21.4%나 된다. 이산가족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면적인 생사 확인, 서신 교환, 화상 만남, 상봉 정례화, 상설면회소 설치 등을 이산가족은 애타게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북 당국은 이산가족 생사 확인, 상봉 정례화 등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지금이야말로 이산가족 문제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을 위한 더욱더 진전된 방안을 남북 정상이 도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8-08-20 05:00:00

[사설] 악화하는 대구경북 민생지표 바라만 볼 텐가

대구경북의 고용과 물가지수가 악화일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취업자 수는 더욱 줄었고 물가는 많이 올랐다. 전국적으로 고용은 소폭 늘었지만 대구 고용은 감소했다. 대구 물가 인상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탈원전 논란이 유독 대구경북에 더 크고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대구 취업자 수 감소 폭은 가파르다. 2분기 대구 취업자 수는 123만5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6천 명이나 줄었다. 경북도 144만2천 명으로 2만6천 명이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10만 명이 늘어난 전국 고용지표와 대비된다. 대구경북 경기가 그만큼 더 어렵게 됐다는 방증이다. 고용 감소 이유는 더욱 걱정스럽다. 대구는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 1만5천 명이 줄었다. 취업자 수 감소 대부분이 서민 업종에서 나온 셈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포기하며 상가마다 임대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북에선 사업, 개인공공서비스 등에서 2만4천 명이 감소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 가동 및 건설 중단 등도 악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잘나가던 한국수력원자력이 적자로 돌아선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고용은 팍팍한데 물가는 더 올랐다. 대구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2분기보다 1.8% 올랐다. 전국 평균 상승률 1.5%를 훨씬 웃돈다.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물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소매판매액지수는 0.2% 떨어졌다. 토목공사는 무려 63.2% 감소했다. 경제가 돌아가고 고용이 잘돼 물가가 오른다면야 지역민들은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물가만 오른다면 지역민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기업 육성과 유치 등 민간 부문에서 고용 창출 방법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대구공항 이전과 SOC 사업 확보 등 공공 부문에서의 경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는 원전을 죽이려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그 잘못을 짚어야 한다. 대구시나 경북도나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는 민생을 살릴 수 없다.

2018-08-18 05:00:00

[사설] 뇌전증 환자 운전면허 심사 강화해야

뇌전증을 앓아온 30대 중반의 자영업자가 병력을 숨긴 채 불법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10년이 넘도록 운전대를 잡아왔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일이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가해진 전기 자극으로 인해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는 질환이다. 따라서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해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운전면허를 부정 취득한 가운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일삼은 것이다. 갑작스러운 발작과 경련 때문에 ‘달리는 시한폭탄’으로 비유되는 뇌전증 환자의 운전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서울에서 뇌전증을 앓고 있던 사람이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운전을 하다가 발작을 일으켜 사고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그 이듬해에도 부산에서 한 뇌전증 환자가 운전하다가 대형사고를 낸 적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은 뇌전증 병력을 감추고 운전면허 시험을 쉽게 통과했다는 사실을 같은 환자 모임 등에서 털어놓았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대구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이 자동차 운전면허 결격사유인 뇌전증 병력을 숨기고 운전면허를 부정 취득한 25명을 입건하고 면허를 취소했다는 소식이다. 이들 중에는 20년 이상 운전을 해온 경우도 있었는데, 견인차 운전사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니 놀랄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뇌전증 환자들이 허위로 병력을 기재해도 걸러낼 장치가 없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뇌전증 환자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전증 병력 정보를 갖고 있는 병무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정보 공유가 사실상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상보다 공공의 안전이 더 우선이라면 기관 간의 정보 공유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운전면허를 부정 취득한 뇌전증 환자의 현황부터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환자들도 ‘설마’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본인은 물론 타인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범죄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면허 심사와 함께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2018-08-18 05:00:00

[사설] 경북도청 신도시, 정주 여건부터 갖춰라

경북도청 신도시가 도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실은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빽빽하고, 교통·안전 문제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경북도가 공무원 및 관련 기관 직원들에게 안동 예천 신도시로 이주할 것을 그렇게 권유해놓고, 정주 여건조차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주민들이 큰 불만을 갖는 것은 아이들의 교육 문제다. 신도시의 유일한 초교인 풍천풍서초교는 갑작스레 41학급으로 학급 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수용 공간이 태부족하다. 다음 달 대단위 아파트가 입주하면 학생 수가 더 늘어나 임시 교사에서 수업해야 할 처지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일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교통신호 체계 미비로 인한 불법 U턴 차량이 많아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 6개의 공원형 놀이터는 안전관리 검사를 장기간 받지 않는 등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계획된 신도시에서, 그도 아파트 입주가 덜 된 상황에서 교육, 교통, 안전 등 여러 분야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으니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8월 말 5천589명이던 인구가 1년 만에 1만1천59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일시적인 혼란이 생겼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경북도가 당초 2017년 말에 인구 2만5천 명이 될 것이라고 과장 홍보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 인구로도 온갖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신도시가 이전한 지 2년 6개월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정주 여건과 도시 인프라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는 것은 안일하고 무계획적인 행정 탓이다. 신도시 주민들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이전한 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경북도와 안동시 예천군은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2018-08-17 05:00:00

[사설] 북한도 아는데 문 대통령만 모르는 제재와 경협 양립 불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경제공동체’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북한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노동신문은 16일 정세 해설에서 “‘제재 압박’의 간판을 내걸고 북남협력과 교류를 가로막으려는 외세와 공조하고 추종하여서는 북남관계를 우리 민족의 이익에 맞게 전진시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제재 압박과 관계 개선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판단이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폐기돼야 한다. 그 선결 조건은 북한의 비핵화다. 그러나 비핵화에 진전은 아직 없다. 앞으로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대북 제재의 완화 폐기 여부는 북 비핵화 의지에 달려 있다. 그런 북한이 문 대통령의 구상에 제재와 협력은 불가라 하고 있다. 북한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을 문 대통령만 모르고 있다. 의문은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는 ‘주장’에 이르면 더 커진다. 역사적 무지를 드러내는 감성적 접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진보 정권이 남북관계 개선에 과도할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핵무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진보 정권이 남북관계 발전을 명분으로 북한에 건넨 금전적·물적 지원이 핵개발을 도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가 아니라 핵개발의 동력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무엇을 근거로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물론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돼야 ‘구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비핵화를 전제한 듯하지만, 눈가림에 불과하다. 어디까지나 초점은 남북 경협 확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경제공동체’ 구상은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의 노림수에 놀아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2018-08-17 05:00:00

[사설] 행여 사라질까 외국인 유학생 여권부터 챙긴 대학들

경북의 한 전문대학이 외국 유학생 5명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받아 돌려주지 않아 말썽이다. 몇몇 대학의 비슷한 사례도 파악된다. 학교 조치는 유학을 불법 체류 통로로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한 데 따른 학생 관리와 예방 목적이겠지만 인권침해의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먼저 대학에서의 이 같은 행위로 입을 유학생 피해가 걱정이다.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은 유학생이 스스로의 신분을 증명하는 공식 서류이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없어서는 안 될, 나라가 인정한 확인서인 셈이다. 체류 기간 필요한 다양한 서류와 문서의 작성, 금융 거래 등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휴대하는 신분증이다. 이런 활동을 담보할 신분증이 없으면 그 피해는 뻔하다. 다음, 대학의 권한 여부다. 대학 해명처럼 행정절차가 많아 임시 조치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알려진 것처럼 3년 넘게 돌려받지 못한 일부 사례를 볼 때 대학 당국의 행위는 중대한 잘못임이 명백하다. 이렇게 장기간 유학생 활동에 제약을 주고도 남을 신분증의 ‘압수’는 대학이 할 일은 아니다. 이런 조치는 유학생을 불법 체류자로 본 편견의 결과로, 정부 당국이 따져 밝힐 부분이다. 이를 계기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 문제도 짚을 때다. 지금 대학마다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 해소 등을 위해 유학생 유치전이 한창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로 분류되고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도 예외다. 즉 학과별 정원 외에 많은 유학생 모집이 가능해 대학 곳간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마구잡이 유치가 불법 체류 창구로 악용되고 이를 막는 여권 회수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꼴이다. 비록 일부겠지만 대학의 일탈은 용납할 수 없다. 인류의 보편 가치인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나 다름없어 당장 바로잡을 일이다. 학생 피해 구제와 예방을 위해 정부 당국의 조사로 시정돼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나라 품격마저 떨어뜨릴 일이다.

2018-08-17 05:00:00

[사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예산 한 푼 지원 않은 대구시

대구시가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행사에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 맞는 행사인데도, 관심과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기림일의 취지도 바람직하고, 국가기념일이라면 대구시가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방관하고 외면했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됐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기림 행사는 다채롭게 진행되긴 했지만, 규모가 작았다. 행사는 여성가족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민간단체가 마련한 예산으로 치러졌다고 하니 낯뜨거운 일이다. 대구시가 예산 한 푼 내놓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니 더 황당하다. 지난해 11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는 바람에 이미 지난해 8월 예산 편성이 끝나 관련 예산을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행정체계를 잘 모르면 그럴듯한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몇천만원 정도는 지원 가능하다. 대구시는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자에게 이상할 정도로 옹졸하고 인색한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구 서문로 곽병원 뒤쪽에 자리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였다. 시민단체들이 고생 끝에 한 푼 두 푼 모아 2014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대구시는 ‘국가사업’이라며 외면하고 버텼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는 막판에 2억원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돌아보고 민족정기를 세우는 일은 관민은 물론이고, 보수·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구시의 행태는 뭔가 배경이 있지 않나 하고 오해를 받기에 딱 좋을 뿐이다. 대구는 위안부 피해자 모임과 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대구경북에는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 4명이 생존해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지원조례를 제정해 기림행사와 운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

2018-08-16 05:00:00

[사설] 탈원전에 망가진 공기업, 국민 부담만 커진다

경주에 본사를 둔 한국수력원자력이 올 상반기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순이익 6천696억원에서 올 상반기엔 당기순손실 5천482억원으로 추락했다. 한수원은 2015년부터 2년 연속 4조원 가까운 이익을 냈고 작년에도 영업이익 1조4천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한수원 모기업인 한국전력도 2분기 영업손실 6천87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2016년 한전 영업이익은 12조원이나 됐다. 우량 공기업인 한수원과 한전의 적자기업 전락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이다. 한수원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을 내고도 당기순손실을 본 이유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에 따른 비용이 반영된 때문이다. 월성 1호기 손상차손액만 5천652억원이나 됐다. 또 원전 이용률 하락에 따른 전력 판매 감소도 실적 악화를 가져왔다. 한전 적자 원인도 마찬가지다. 원가가 가장 낮은 원전 이용률을 낮추고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 등 고가의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다 보니 적자가 불가피했다. 탈원전 피해를 만회하려고 한수원과 한전이 원전 수출에 매달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원전 수출은 하면서도 국내 원전에 대해서는 폐쇄를 강행하는 우리 정부의 이중성에 고개를 젓는 나라가 많은 실정이다. 탈원전 국가의 원전 수출이라는 모순적 행보가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한수원과 한전이 우량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적자가 쌓이면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공기업이 망가지면 세금으로 메워야 해 온전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특히 원전이 집적된 경북은 탈원전으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탈원전 부작용이 하나둘 불거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 없이 탈원전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멀쩡한 공기업들을 누더기로 만들어놓은 정부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참으로 걱정이다.

2018-08-16 05:00:00

[사설] 낙동강 보 개방, 가뭄과 농사 피해 따져 신중하게

정부가 오는 10월 낙동강 설치 8개 보(洑) 가운데 대규모 취수장이 없는 낙단보와 구미보 개방 방침을 밝히자 농민 반발이 드세다.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 조치겠지만 자칫 농업용수 확보는 물론 영농 차질마저 우려돼서다. 특히 만성적 상시 가뭄과 올해처럼 장기 폭염까지 덮치면 농사 피해는 피할 수 없다. 농민들의 속이 절로 까맣게 타들어 가는 까닭이다. 경북은 지형적으로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다. 내리는 비를 가두지 않으면 빠르게 흘러내리는 구조여서 물 저장시설이 어느 곳보다 긴요하고 경북의 많은 저수시설 보유도 그래서이다. 낙동강 보 역시 설치 이후 홍수 대비는 물론, 안정적인 용수 확보 역할로 주변 농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큰 가뭄 영향에서 벗어나 농사가 가능해지면서 농민들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질 만하다. 4대강 보의 이런 혜택 사례는 금강 공주보에서도 그대로였다. 금강보 물이 14㎞ 도수로를 타고 예산홍성당진의 농경지에 용수를 주는 예당저수지로 흘러가 극심한 가뭄 해결에 큰 몫을 해서다. 1천22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 올 2월 끝난 도수로는 2015년 100년만의 충남지역 가뭄에 당시 도지사가 정부에 요청해 급히 이뤄졌는데 이제 톡톡히 효과를 보는 셈이다. 지금 전국 4대강에 마련된 16곳의 보 가운데 낙동강 및 금강의 보처럼 가뭄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는 곳은 여럿이다. 전체 보의 절반이 몰린 낙동강의 경북경남 농민들은 더욱 그렇다. 이들 낙동강 보에 고인 수자원으로 경북에서 혜택을 받는 농지는 논농사만 따져도 12만5천846㏊의 10%에 이를 만큼 넓다. 보로 인한 수질 악화나 환경생태 문제를 걱정하는 주장도 이해할 수 있다. 보 개방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도 있겠지만 농사 혜택 여부도 따져 결정하는 균형적인 행동 역시 필요하다. 지금은 보를 전제로 한 수질개선 노력과 방법 모색에 더욱 힘쓸 때다.

2018-08-16 05:00:00

[사설] 다시 맞은 광복절, 기념 사업 하나도 흐트러짐 없어야

오늘은 잃은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이다. 또 8월에는 일본이 한국을 ‘완전하게 영구히’ 지배하려 강제병합을 강요해 도장을 찍은 22일과 이를 뒤늦게 세상에 밝힌 경술국치(29일) 등 유난히 기릴 날이 많은 남다른 달이다. 강점 34년 11개월 넘는 식민지배의 흑역사(黑歷史)를 보낸 만큼 아픈 세월을 되돌아보고 되새길 일이 넘치는 8월이고 오늘인 셈이다. 쓰라린 과거를 기억하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8월이면 나라 안팎에서 숱한 행사들이 펼쳐지게 마련이다.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전국으로 확산 전파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나 지자체의 고유한 일제강점 역사 흔적의 관광자원화 등으로 특화하는 사업이 그렇다. 그러함에도 비록 일부의 현상이긴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볼썽사나운 꼴불견도 없지는 않다. 대구에서 최근 빚어진 ‘평화의 소녀상’ 훼손 영상의 유포 행위나 지난해 일어난 경북의 소녀상 얼굴 긁기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지적된 소녀상 관리 문제도 같다. 일제 침략의 상징 깃발인 욱일기를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의상 등에 활용해 논란이 된 사례도 마찬가지다. 대구 달성공원 앞 도로에 지난해 중구청이 2억여원을 들여 세운 순종 황제 동상도 예외는 아니다. 어두운 역사의 관광자원화 뜻과 달리 역사 왜곡 논란만 키워서다. 게다가 대구는 대구경북 독립사적지 187곳 중 가장 많은 27곳이 자리할 만큼 독립 역사 흔적이 숱하고, 특히 달성공원은 독립 비밀 결사 결성지 등으로 조명받는 터다. 시민단체의 철거 주장이 계속되는 까닭이다. 오늘 73주년 광복절을 맞아 기념 조형물, 사적 하나에도 마음가짐을 경건히 하고, 지난날을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 지자체 역시 추진 중인 역사 흔적 찾기와 보존, 관광자원화 사업을 전시성으로 할 게 아니다. 역사에 맞게 사실(史實)을 따져 신중히 접근해야 할 때다.

2018-08-15 05:00:00

[사설] 지방소멸 막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사라질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이 39%인 89곳이나 됐다. 경북 의성은 전국에서 소멸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조사됐고,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19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귀농·귀어 바람이 불어 중장년층이 농어촌으로 이사하고 있지만 젊은 층의 유출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인구 감소를 막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농어촌 지역만이 아니라 지방 대도시, 도청 소재지,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지역까지 소멸위험에 직면한 것은 더욱 충격이다. 대구는 부산과 함께 소멸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대구 경우 2013년 7월엔 소멸위험 읍면동이 2.9%였으나 올 6월엔 18%까지 치솟았다. 안동과 경주, 김천 역시 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됐다. 지방이 소멸위험에 빠진 것은 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해 대구 인구가 9천326명 줄었는데 수도권으로 7천942명이 유출됐다. 제조업 위기로 지방의 산업 기반이 붕괴하자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인구 유출 방아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몰락하는 지방을 살리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 지자체는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역할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혁신도시 조성과 같은 인프라 확충에 치중한 면이 없지 않았다. 앞으로는 교육 주거 교통 문화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지방을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의 제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산업정책을 펴 지방에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정부가 가장 앞세워 추진해야 할 일이다.

2018-08-15 05:00:00

[사설] 비핵화 없이 북한 요구 들어주는 남북정상회담 필요한가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비핵화 문제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도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다. 지금까지 북한이 한 것이라고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서해안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쇄뿐이다. 그것도 전문가들의 참관이 거부돼 정말로 폐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사실들로 미뤄 현재로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교착상태를 풀지 못한다면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는 없다. 상황은 이런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13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의 공동보도문에 ‘핵’이란 단어는 없었다. 이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돼도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합의에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거나, 의제에서 북핵 문제가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것 말고도 있다. 3차 회담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이나 남북경제협력 등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을 수락할 가능성이다.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은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3차 회담 개최에 북한보다 더 적극적인 문 정부의 조바심을 노린 협박이다. 미국은 이런 협박이 먹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국무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남북이 원하는 조기 종전선언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했다. 문 정부도 이와 똑같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북핵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 비핵화 진전없는 종전선언이나 남북경협은 김정은의 계략에 말려드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런 정상회담은 필요 없다.

2018-08-15 05:00:00

[사설] 민주당 대표 후보들 지역 공약 얼마나 지킬지 주목한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지역 발전 공약을 쏟아내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이해찬 후보는 서대구 KTX 역세권 개발과 물 산업 허브도시 등 대통령 공약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송영길 후보는 K2 공항 이전과 낙동강 물 문제 해결과 함께 첨단의료산업단지 등으로 대구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김진표 후보는 미래형 자율 주행차 기반 조성과 부품산업 육성,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등을 역설했다. 25일 선거에서 세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다. 민주당 새 대표가 대구에서 약속한 공약을 얼마나 잘 지킬까를 우리는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사·예산에서 대구경북이 홀대받고 있는 데다 지역 현안들도 진척이 안 되는 상황인 만큼 새 대표가 지역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합동연설회에서 세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듯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많은 표를 줬다. 경북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기초단체장을 배출했고 지방의회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진출했다. 대구경북이 민주당 불모지가 아니라 텃밭이 될 가능성이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다. 새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대구에서 공약한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지역에서 민주당 외연은 더 확장될 수 있다. 이해찬 후보는 대구경북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송영길 후보는 대구경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민주당 최고위원회 의결로 출범한 TK특위는 지금껏 활동이 지지부진해 시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눈총을 받는 실정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새 민주당 대표는 대구경북은 민주당이 책임진다는 인식을 갖고 지역 공약 실현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2018-08-14 05:00:00

[사설] 팔공산 구름다리, 강행하기보다는 시민 의견부터 물어야

대구시가 팔공산에 국내 최장(最長) 구름다리를 건설하기로 하고, 조만간 기본설계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구름다리는 팔공케이블카 정상에서 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폭 2m, 길이 320m의 현수교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에 시민환경단체는 생태계 훼손 위험성을 제기하며 대구시와 일전불사를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대구시와 시민환경단체,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10여년전 앞산터널 공사를 둘러싼 시위·농성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구시는 구름다리를 두고 '명물'이 될 것이라고 했고, 환경단체는 '흉물'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팔공산에 체험시설이나 핵심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구름다리 건설로 관광객 유인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팔공케이블카 정상~구름다리~동봉에 이르는 체험형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환경단체의 반발 강도는 매우 높다. 지난해 3월 '팔공산 막개발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백지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구를 상징하는 명산이자 장차 국립공원이 되어야 할 곳에 대규모 인공 구조물을 짓는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구시와 환경단체의 주장, 둘 다 타당성이 있는 것 같아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다만, 문제는 대구시의 태도다. 환경단체가 극렬 반대한다고 해서 사업 내용을 숨기고, 은근슬쩍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대구시가 실시 설계 때 각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공무원끼리 대강 정해놓고 시민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소리와 같다. 이렇게 논란이 있는 사업이라면 당연히 시민 의견부터 물어야 한다. 공청회를 거치든지, 요즘 유행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든지 여론수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거기에서 나온 결과물을 들고 사업을 포기할 지, 설계를 바꿀 지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

2018-08-14 05:00:00

[사설] 국정조사 논란 부른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 조사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의 진상 규명을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자유한국당은 현 정권의 비호 의혹까지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며 북한산 석탄 반입은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없다(추미애 대표)고 선을 긋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유한국당의 요구는 시의적절하다. 여당의 국정조사 거부는 진실을 덮으려는 역(逆) 정치 공세일 뿐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수사결과는 의문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도리어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민간사업자의 일탈로 규정했다. 그리고 정부는 몰랐다고 한다. 무능의 자인(自認))이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면 북한산 석탄 밀반입과 유사한 사건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때마다 ‘정부는 몰랐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상황은 ‘몰랐다’는 말로 덮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사실 규명에 10개월이나 걸렸다는 사실부터 의혹 투성이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정부는 사전에 관련 정보를 받아 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보고만 있었다. 국민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VOA(미국의 소리)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이후 정부의 행동은 더 이해할 수 없다. 문제의 선박 7척이 97차례나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지만 56차례는 검색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6일에는 포항에 입항한 관련 선박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그대로 보냈다. 국민이 뻔히 보고 있는데도 그랬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의 지휘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무죄 방면이다. 이런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불신을 피할 수 없다. 이제 상황은 감춘다고 감춰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만으로도 국정조사를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2018-08-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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