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부품 전환 대구 선도기업> "그래도 기회는 있다"

a2z·삼보모터스·평화오일씰 등 기술력 갖춘 지역업체 포진한 점은 희망적
관건은 미래차 인재 육성

유병용 a2z 기술이사(경일대 자율주행모빌리티학과장)가 자체 기술을 탑재한 통학용 셔틀버스를 소개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유병용 a2z 기술이사(경일대 자율주행모빌리티학과장)가 자체 기술을 탑재한 통학용 셔틀버스를 소개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대구 자동차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준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각 분야 선도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계명대·경일대 등 자동차융합분야 학과를 둔 지역대학 ▷지능형자동차부품연구원·대구기계부품연구원 등 관련 연구소, ▷지방자치단체의 육성 의지 등 '미래차 인프라 3요소'를 두루 갖춘 대구가 충분히 미래차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a2z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는 모습. a2z 제공 a2z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는 모습. a2z 제공

◆'자율주행 국산화' 선도기업

지난 14일 찾은 경북 경산시 하양읍 경일대 자율주행차 융합기술 연구소. 이곳에는 자율주행차 종합 솔루션 개발업체 '오토노머스(Autonomous) a2z' 본사가 있다. a2z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주요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맡은 경력이 있는 전문 엔지니어 4명이 뜻을 모아 지난 2018년 7월 설립한 회사다.

유병용 a2z 기술이사는 "사람이 눈으로 보고 손과 발의 근육을 움직여 차를 제어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인지-판단-제어 등 운전의 주체가 시스템이 되는 것이 자율주행의 개념"이라며 "a2z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 과정(full stack)을 설계하고 만드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해 국내 첫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 a2z는 대구를 비롯해 수도권과 세종 등지에서 이미 국내 최장인 4만㎞의 실증 누적거리를 확보했다. 올해는 테크노폴리스와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소나타 3대를 시범 운행한다.

유 기술이사는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은 세계 선두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대구경북은 자율주행 인프라와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서 향후 '자율주행차 메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2z가 소프트웨어 개발 선도업체라면 이인텔리전스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율주행의 눈'으로 전방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라이다·Lidar) 기술은 현재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인텔리전스는 자율주행 센서의 국산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인텔리전스 관계자는 "자율주행 상용화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센서 기술"이라며 "a2z와의 협업으로 자율주행 솔루션에 자체 개발한 센서를 달아 진정한 대구발(發) 자율주행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했다.

삼보모터스 관계자가 전기차 핵심부품 감속기 업무를 보는 모습. 삼보모터스 제공 삼보모터스 관계자가 전기차 핵심부품 감속기 업무를 보는 모습. 삼보모터스 제공

◆전기·수소차 선도기업

지역 대표 자동차부품업체 삼보모터스는 전기차 핵심부품인 감속기를 연간 1만대 규모로 생산해 중국 자동차 브랜드 상해기차 등에 납품하고 있다. 감속기는 전기차 모터의 토크를 조절하고 구동력을 바퀴로 전달해 차량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박준영 삼보모터스 연구소장은 "자사가 친환경차 관련 연구에 뛰어든 것이 지난 2010년 겨울로 벌써 10년을 넘었다. 현재는 연구개발 인력도 50명가량 갖춰 본격적으로 기술 레벨업을 하는 단계"라고 했다.

삼보모터스는 전기차에 이어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수소차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부품류도 개발하고 있다.

박 연구소장은 "100년이 넘은 내연기관 위주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미래차로 전환하는 것을 불가능하므로 중장기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며 "단기적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친환경차에 꾸준히 투자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평화오일씰공업은 자회사 PFS를 통해 수소차 연료전지 핵심부품(가스켓)을 생산한다. 지난 한 해에만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인 미래차 전환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0만개 생산을 시작으로 2019년 600만개, 지난해 1천100만개 등 3년간 12배가 넘는 생산량 증가를 이뤄냈다.

강동국 평화오일씰 수석연구원은 "투자 비용을 감안하면 수소차 가스켓은 아직 이윤을 남기는 구조가 아니다"면서도 "결국은 친환경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시장을 개척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오일씰 수소차 가스켓 생산 라인. 평화오일씰공업 제공 평화오일씰 수소차 가스켓 생산 라인. 평화오일씰공업 제공

◆관건은 미래차 인재 확보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성공적인 미래차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하나같이 '미래차 인재 확보'를 들었다.

대구 A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내연기관 부품 생산에 익숙한 기계 전공 위주의 기존 인력으로는 혁신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대학에서 IT와 소프트웨어, 전기전자 등을 공부한 인력풀이 많아져야 미래차 연구도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과 달리 대구 자동차부품업체의 연구개발 투자는 최근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리서치코리아가 대구시·경남도·지능형자동차부품연구원 등의 공동 의뢰로 정리한 '대구 및 경남지역 전기‧자율차 기업실태 및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대구기업(미래차 관심기업) 262곳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2016년 22억6천900만원, 2017년 13억5천500만원, 2018년 12억8천400만원 순으로 줄었다.

특히 조사대상 대구업체의 절반 이상(56%·146개)은 별도의 연구개발 조직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1%(81개)만이 기업부설연구소를 두고 있었고, R&D전담조직을 보유한 업체는 1%(3개)에 불과했다.

이재천 계명대 미래형자동차공학전공 교수는 "정부가 미래차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역기업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연구개발 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부족한 실정"이라며 "1차 벤더 뿐만 아니라 2, 3차 벤더도 투자할 수 있도록 미래차 기술개발 전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래차 시대가 도래하면 내연기관 부품 중 상당수가 사라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구 자동차부품업계가 한동안 과도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동우 계명대 자율주행전기자동차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힘들고 슬픈 얘기지만 선제적인 개발 여력이 없는 협력업체들은 생존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기계 중심 인적 구조를 미래차 중심으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부품업계 내부에서도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 B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수주 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미래차 관련 납품을 주저하는 소극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열린 자세로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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