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는 오늘도 소비자와 연애를 한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사진: pixabay 제공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사진: pixabay 제공

성공하는 광고와 실패하는 광고는 한 마디 차이다. 누군가는 한 마디를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반면 누군가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한다. 이것은 광고뿐 아니라 연애에도 적용된다. 연애가 미숙한 사람은 데이트 내내 자신의 말만 뱉는다. 그리고 실패한다. 하지만 연애의 고수는 다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파악하고 그 말을 해준다. 당연히 좋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부산의 한 안과에서 광고 의뢰를 받았다. 병원은 안과가 많이 밀집된 곳에 있었고 주변 지하철역 역시 광고의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광고판 속 안과 로고를 다른 안과 광고에 바꿔도 모를 만큼 광고는 범람하고 있었다. 메시지의 과잉은 소비자의 소화 불량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기억에 남는 안과 광고는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돈을 받고 광고를 만들어주는 만큼 타 병원 광고도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라식 수술을 하면 정말 좋다'라든지 '노안, 백내장 수술 잘하는 병원'과 같은 카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환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병원은 한곳도 없었다. 서면역을 가득 채운 광고판 중에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안과들이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우리는 환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말이 무엇일까? 그 문장을 찾아 나섰다. 기본적으로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는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내 몸을 생전 처음 보는 의사에게 맡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소비자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수술이 끝난 후 환자가 듣고 싶은 그 한마디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고민해봤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고민해봤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수술 잘 끝났습니다" "이제 잘 보이시지요?"와 바로 그런 문장이었다. 이 카피는 자기편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상대방 편에서 하는 말이다. 수술이 끝나고 결과가 두려운 환자들이 진심으로 듣고 싶은 한 마디다.

배려하니 소비자와의 연애가 쉬워졌다. 가장 가치 있는 문장을 찾으니 다른 병원처럼 라식 라섹 기계를 말할 필요가 없었다. 어떤 대학 원장님 초빙이라든지 원장님의 학력 사항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 문장 하나만 두어도 강력한 광고가 되었다.

환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 한마디가 가장 좋은 카피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환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 한마디가 가장 좋은 카피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다만, 안과 광고인만큼 시각적인 크리에이티브 한 방울이 필요했다. 카피의 앞 단어들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어는 선명하게 디자인했다. 즉, 처음에는 흐릿하던 단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하게 보인다는 아이디어를 담은 것이다.

브랜드는 오늘도 소비자에게 구애한다. 어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 연애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실패하고 만다. 자기중심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소비자와 연애를 하고 싶다면 상대방 편에 서라. 그리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찾아라. 배려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소비자는 마음의 문을 연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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