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대구 개관 15주년 기념 소장 조각품 전
소형 냉장고 위에 플라스틱 변기가 올려 있고, 바람소리와 함께 대형 꽃잎이 아래위로 움직인다. 얼핏 보아 나무로 만든 작품인줄 알았는데 재질이 동(銅)이란다. 얇은 철판을 종이 구기듯 변형을 준 작품은 보라, 붉은 색, 흰색의 광채를 내면서 기하학적 조형미를 한껏 품어낸다.초보자가 조각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은 우선 작품의 재질이 무엇인가를 눈으로 본 후 원래의 물성과 다른 점을 찾아보거나, 혹은 상상 그 이상의 기하학적 조형미를 만들어내기까지 작가가 어떤 방법으로 작품을 제작했는지를 유추해보는 것이다. 특히 추상조각의 경우는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리안갤러리 대구는 개관 15주년을 맞아 지난 5년간 수집해 온 국내외 유명조각가들의 작품 24점을 선보이고 있다.이번 조각 소장품전은 김승주, 최정화, 이광호를 비롯해 사라 루카스, 우르스 피셔, 알도 차파로 등 모두 16명의 작가 작품으로 구성, 일상의 사물을 사용해 만든 팝 아트 조각부터 재료에 내재된 물성을 끄집어내는데 집중한 작품까지 다양한 양식의 조각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특유의 반항적이고 도발적인 작업으로 영국 현대미술의 주역이 된 사라 루카스는 투명한 플라스틱 변기의 재료를 사용해 사적인 영역에 대한 도전과 통념에 대한 거부정신을 드러내고, 현대 조각계의 거장 조엘 사피로는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만을 사용해 리듬감과 생동감을 이끌어낸다. 스위스 출생 우르스 피셔는 은박을 입힌 황동이 기존의 형태로부터 탈형상화 되는 과정을 드러내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닳고 변형되어 소멸될 수 있다는 존재의 숙명을 이야기한다.다양한 매체를 통해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폭로하고 있는 트레이시 에민의 'The Heart Has Its Reasons'는 '마음은 이성이 알지 못하는 마음만의 이유가 있다. 우리는 진실을 이성만으로가 아니라 마음을 통해 안다'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한 작품이다.이번 조각 소장품전은 팝 아트, 미니멀리즘, 표현주의 등 다양한 양식의 명망 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시는 4월 30일(금)까지. 문의 053)424-2203
2021-03-31 11:39:19
대구현대미술가협회 2021 MARCH전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이하 현미협)는 30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관에 걸쳐 연례 기획전 '2021 MARCH'전을 펼친다.3월(March)에 열리는 '행진'(MARCH)이라는 뜻의 이 주제는 봄의 축복과 새로운 시작, 그리고 현재의 암울한 시기를 끝내고 힘차게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98년 창립한 현미협의 단호한 예술 의지와 창작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올해의 전시는 '조화'를 핵심명제로 삼아 작품과 작품이 만들어내는 조화, 예술가와 예술가, 작품과 예술가, 시민과 예술가가 어우러진 조화를 시도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예술, 행동하는 예술을 표방하는 의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참여 작가는 현미협 소속 회원 126명과 프랑스 작가 9명, 다원예술그룹 원네스 42명 등 모두 177명의 국내외 작가다.개막일인 30일 오후 6시 대구예술문화회관 앞마당과 1전시실에선 현미협 회원 42명과 다원예술그룹 원네스 작가 42명이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콜라보 전시무대를 선보인다. 또 현미협 작가 42명이 오케스트라 단원 32명과 무용수 10명과의 1대1 매칭을 통해 음악 또는 동작 이미지에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을 제1, 2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3전시실에는 시민체험관이 꾸며졌다. 현미협 작가가 강사로 나와 직접 작품을 제작하고 벽에 디스플레이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현대미술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이어 4전시실에서는 현미협 44명의 삶과 예술을 담은 옴니버스 영화 '당신은 누구죠?'를 하루 2회 상영하며, 5~12전시실에서는 9명의 코디네이터가 펼치는 'MARCH'에 관한 자유로운 주제의 회화, 입체, 설치, 사진 등 작품을 전시한다. 제13전시실에서는 '대구, 프랑스와 만나다'전을 통해 10명의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이 밖에도 이벤트 행사의 하나로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관에 걸쳐 행사기간 중 '키워드'를 제공해 작품 속 키워드를 찾아내는 관람객들에겐 소정의 행사 사은품도 준다.전시는 4월 4일(일)까지. 053)422-1293
2021-03-30 15:00:00
[내멋대로 그림읽기]이무훈 작 'The Tree'
이무훈 작 'The Tree' 107x122cm 판넬 캔버스에 생석회, 아크릴, 먹(2020)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천년사찰 불굴사 경내에 들자마자 걸음을 오른쪽으로 내디뎌 공양간으로 향한다. 여기서 산길 돌계단과 석굴을 따라 200여m 오르면 높은 바위 중턱에 독성(獨聲) 나반존자를 모신 홍주암이 있다. 바로 그 나반존자 오른쪽에 거대 바위의 틈을 뚫고 깡마르고 뒤틀린 모습으로 몸체를 누인 채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 환경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데 햇살 받은 푸른 솔잎의 광채는 여느 소나무의 그것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그 자태에 반해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하게 예쁜 소나무'란 의미로 '고졸미송'(古拙美松)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적이 있다.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 생존의 양식을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으로 제시했다. 전자가 재산, 지식, 사회적 지위, 권력 등 '소유'에 전념하는 행태라면, 후자는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하는 태도다. 현대 사회에서 '소유'는 기본적 생존방식으로 물욕을 바탕으로 계속되는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을 전제하는 반면 '존재'는 집착이나 속박이 없고 변화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이무훈 작 'The Tree'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다. 판넬에 생석회를 바르고 아크릴과 먹을 사용해 아주 간략하게 조형적 요소들을 배치해 놓았지만 그 속에서 상징성이나 의미를 선뜻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화면 가운데 아크릴로 두 개의 크고 작은 원주꼴 오브제를 그렸고, 왼쪽 상단에 먹으로 점을 찍듯 둥근 형태를 첨가했으며, 오른쪽에는 마치 작업을 하다 우연히 튄 물감의 흔적처럼 다시 세 개의 작은 점을 처리해 놓았다. 수수께끼의 힌트라곤 작가가 붙인 제목 '나무'뿐이다.이럴 때 정작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해석력이다. 모든 예술적 행위는 '인간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대전제를 출발점으로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을 곁들인다면 수수께끼도 풀리리라.작품 속 두 원주꼴을 '나무'로 치환해보자. 인간도 나무도 자연의 일부이면서 전체로는 '군상'(群像)을 이루고 각각은 또한 '개체'(個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나무는 또 수직으로만 성장하지 않는다. 처한바 각자의 환경에 따라 위로, 옆으로, 곡선과 기형으로 자란다. 뿌리는 그것의 폭 만큼 넓은 가지와 그늘을 드리운다. 이 점은 인간의 환경과 성장과의 인과관계를 닮았다.사람도 성장통과 꿈이 클수록 아량과 식견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나무가 지향하는 수직성이 인간 존재양식 중 '소유양식'이라면 넓은 그늘로 휴식처를 제공하는 푸른 잎과 튼튼한 가지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나누고 관심을 함께 가지고 살아가야 할 인간의 '존재양식'에 비유될 수 있다.이무훈은 배경, 가지, 꽃잎, 이파리 등을 최대한 빼내버리고 외양을 가장 단순화한 원주꼴로 '나무'를 표현함으로써, 현대인이 갖고 있는 자아와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 '나무'의 여백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홍주암 '고졸미송'과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2021-03-30 11:33:23
[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12>2차 대전 중 BBC 뉴스 시그널로 사용한 '운명' 교향곡
'딴딴딴 따~ 딴딴딴 따~'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 '운명'은 '승리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있다. 우연이겠지만 세 번 짧고 한 번 긴 박자 셋잇단음 모티브인 '딴딴딴 따~'의 리듬이 '승리'(Victory)의 첫 글자 'V'의 모스 부호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운명 교향곡은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전쟁 시에는 적국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꺼리기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연합국 쪽에서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의 음악 연주가 금지되었다. 독일인 작곡가인 베토벤의 음악도 연합국 측에서는 당연히 내보내지 않았다. 다만 한 곡 예외 음악이 바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었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BBC 방송은 뉴스 시그널로 이 음악을 사용했다. 이는 나치의 통제 아래 있는 유럽 가정에 전파되는 희망의 신호였고, 전쟁 승리를 염원하는 뜻이기도 했다. 전시에 적국(독일) 작곡가의 음악을 방송 시그널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이 있었지만, 영국인들은 비록 적대국 작곡가의 곡이지만 그것을 초월한 보편적인 힘이 이 음악 속에 있었다고 봤다. 전제주의를 부정했던 베토벤을 독일 작곡가만이 아닌 인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인정한 것이다.4개 악장으로 구성된 운명 교향곡은 클라리넷과 현악이 어우러진 제1테마로 1악장을 시작하며 이 테마가 1악장을 지배한다. 2악장에서는 느린 박자의 테마가 조용하고도 명상에 잠긴 듯한 선율로 악장의 중심을 잡고, 여러 형태로 변주된다. 3악장은 빠른 박자의 춤추는 듯한 리듬을 보여주지만 명랑하기보다는 오히려 비통한 소리로 절규하는 듯하다. 신비롭고 경쾌한 선율이 끊기지 않고 다음 악장으로 넘어간다. 4악장에서는 개선가처럼 힘차게 시작되며 지금까지 긴장된 것이 마침내 폭발하는 모습을 그린다.운명 교향곡을 '운명'으로 보느냐, 아니면 '승리'로 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 한다. 어떤 비평가는 1악장에서 시련과 고뇌, 2악장에서는 다시 찾은 평온함, 3악장에서는 쉼 없는 열정, 4악장에서는 운명을 극복한 환희가 느껴진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독일의 한 음악사학자는 각 악장에 '몸부림', '희망', '의심', '승리'의 이름을 달았다.이번 주말, 시간이 나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과 함께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운명 교향곡을 들으면서 삶의 운명, 또는 승리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2021-03-29 11:37:05
고 이명희 명창 추모 공연…영남 판소리 맥 잇는 동료, 제자 출연
영남 판소리의 대가 고 이명희 명창의 추모 공연이 4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모정 고 이명희'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고인이 된 우수 예술인을 기억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작고 예술인 재조명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다.공연은 2019년 타계한 이명희 명창의 2주기를 추모하는 무대로 살아생전 함께했던 동료, 제자들이 '동행', '기억', '전승', '추모' 등 네 가지 의미를 담아 관객들을 만난다. 첫 무대는 '동행'으로 문을 연다. 이 명창과 함께 무대를 누볐던 동료 대구무형문화재 제8호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 주운숙 명창과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 이난초 명창이 무대에 올라 심청가 중 '상여 나가는 대목'과 '흥보가'를 부른다. '기억'의 무대는 지역 국악계 후배들이 이 명창을 기억하는 공연으로 펼쳐진다. 대구시립국악단의 반주로 유수정, 김차경, 주소연, 양은희, 원진주, 장보영 등이 무대에 올라 고인이 평소 즐겨 부르던 민요와 고인을 추모하는 남도민요를 들려준다. 또 백경우는 '살풀이 춤'을 선보인다.'전승' 무대에서는 이명희 선생의 제자 20명이 고인을 기리는 무대를 꾸민다. '추모'의 마지막 무대는 국립남도국악원의 국악연주단이 진도씻김굿을 통해 이명창의 넋을 위로한다.이명희 명창은 대구국악협회 제16, 17, 18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대구 국악인들의 활동무대를 넓히고 권익 보호에 힘썼으며, 대구국악제 전국국악경연대회 최고상을 대통령상으로 격상, 전국신인전통예술경연대회를 신설하는 등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열정을 쏟았다. 또한 영남판소리보존회를 결성해 영남권 판소리의 맥을 잇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전석 1만원. 관람권은 대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artcenter.daegu.go.kr), 티켓링크(1588-7890)를 통해 예매하면 된다. 053)606-6135
2021-03-29 11:36:14
대구오페라하우스, ‘강석우의 보나세라 콘서트’
'강석우의 보나세라 콘서트'(이하 보나세라 콘서트)'가 4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지난 3월 '금난새의 마티네 콘서트–라 보엠'에 이어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마련한 렉처콘서트 시리즈 중 두 번째 공연이다.이번 '보나세라 콘서트'는 배우 강석우가 해설을 맡았고, 대구오페라하우스 피아니스트 김진민의 반주로 진행된다. 이날 공연은 오페라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소프라노 김순영을 비롯해 소프라노 김상은, 테너 오영민, 바리톤 송기창 등이 출연해 '남촌'(김규환 곡), '밀양아리랑'(진규영 곡) 등 귀에 익은 가곡뿐 아니라, '잔향'(윤학준 곡), '목련화'(김동진 곡) 등 봄에 어울리는 잔잔한 선율의 가곡도 들려준다. 특히 가곡 작곡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강석우가 직접 작곡한 '그날의 그 바람은 아닐지라도', '내 마음은 왈츠' 등도 감상할 수 있다.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보나세라'(Buona sera)는 저녁 인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대구시민의 저녁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고자 준비한 기획"이라며 "따뜻한 봄 저녁, 아름다운 가사가 돋보이는 한국 가곡과 함께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전석 2만원. 티켓은 대구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www.daeguoperahouse.org)와 인터파크 홈페이지(ticketpark.com), 콜센터(1544-1555)를 통해 예매하면 된다.한편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번 '보나세라 콘서트'에 이어 5월에는 '금난새의 마티네 콘서트–카니발', 6월에는 '강석우의 보나세라 콘서트–실내악과 아리아' 등 총 2회의 렉처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053)666-6042
2021-03-29 11:3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