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영화 '콜'

영화 '콜' 스틸컷 영화 '콜' 스틸컷

지난주 공개된 스릴러 영화 '콜'(감독 이충현)이 여러 온라인 공간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

'진부한 설정', '욕심이 과한 연출' 등이 불호(不好)이고, '그래도 볼 만한 오락영화'라는 것이 호(好)의 반응이다. 나름 이해되는 해석들이다. 그래도 중간에 껐다는 이들이 거의 없는 걸로 봐서는 관객들의 집중은 이끌어 내는 모양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콜'은 구식 무선전화기를 매개로 한 타임슬립 영화다. 과거와 미래가 연결돼 서로를 작용시킨다는 설정이다. 드라마 '시그널', 영화 '더 폰' 등이 이런 콘텐츠들이다.

'콜'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런 설정 위에 영화를 얹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처럼 과학적 배경과 이해는 관심 밖이다.

오랜만에 집에 온 서연(박신혜)이 구식 전화기를 받는다. 영숙(전종서)이라는 낯선 여자의 전화다. 영숙은 다짜고짜 "선희 있어요?"라고 묻고는 전화를 끊는다. 낡은 전화로 들려오는 낯선 여자의 전화는 계속 이어진다.

영화 '콜' 스틸컷 영화 '콜' 스틸컷

"거기는 몇 년도죠?"

서연은 드디어 영숙이 20년 전 이 집에 살았던, 아니 지금도 살고 있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고민과 아픔을 얘기하는 두 여자가 된다.

이 정도면 '동감'(2000년 개봉작)급 훈훈한 우정의 드라마다. 그러나 서연에게 아픔이 있었으니 일찍 사고로 돌아가신 아빠. 영숙을 통해 아빠를 되살려낸다. 영화는 다시 훈훈한 가족 드라마의 색감을 띤다.

그러나 둘의 폭주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영화도 스릴러로, 호러로 포맷을 바꾸며 치닫는다. 서로의 삶을 쥐고 흔들며 사투를 벌인다.

'콜'은 2011년 푸에르토리코 영화 '더 콜러'(감독 매튜 파크힐)의 설정을 차용한 영화다.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전화기를 통해 낯선 여자와 연결되고, 과거의 여자가 현재 주인공의 삶에 개입하는 공포영화다.

'더 콜러'는 현재 주인공의 혼란과 공포, 처절함에 집중하면서 비교적 깔끔한 구성미를 보여준 영화였다. 이에 비해 '콜'은 작위적인 스토리로 깔끔한 맛을 끝까지 차단하며 에필로그까지 이어지는 과도함을 보여준다.

많은 에피소드에, 단서도 많지만 주워 담는 솜씨가 서툴러 혼란스럽다. 각본의 완성도가 떨어진 채 자극적인 요소들만 부각하다 보니 생기는 결과다. 장르적 특성도 오락가락하면서 종합선물세트가 주는 애매함을 맛보게 한다.

현대에 구식 전화기라니? 설정이 뻔한 것 아냐? 여러 영화의 기시감은 어떻게 할거야? 디테일이 떨어져. 여러 관객들의 반응들이다.

그럼에도 '콜'은 아주 강력한 오락적 흡인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캐릭터의 몫이 크다. '콜'은 서영과 영숙이 시작한 광기가 끝까지 살아 꿈틀댄다.

서연은 여린 이미지다. 휴대폰도 흘리고, 눈물도 많은 2020년대 전형적 젊은 여성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크고, 그러다보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크다. 그에 비해 영숙은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 광녀(狂女)다. 어릴 때부터 갇힌 채 폭력에 노출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없다. 그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비록 다른 시간이지만 그런 둘이 만나고, 연민하며 소통한다. 그러다 둘의 믿음은 깨어지고, 유리 파편은 튄다. 착한 서연은 악해져야 하고, 악한 영숙의 본능은 더욱 사악해지며 광기를 부른다. 그리고 둘의 대립은 평행선을 이루며 결승선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 '콜' 스틸컷 영화 '콜' 스틸컷

박신혜의 연기도 좋지만, 영화를 압도하는 것은 전종서의 신들린 연기다. 무심한 듯 흥얼거리며 살인을 하지만, 서연의 사소한 것에 눈을 희번득거리며 분노 조절을 못하는 영숙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해미 역을 맡으면서, 전종서가 예사롭지 않은 배우라는 것을 느꼈지만, '콜'에서 확실히 진가를 보여준다. 김성령, 이엘, 오정세, 박호산, 이동휘 등 매우들도 자신들의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했다.

혹자는 '콜'이 세대가 다른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여성의 치열한 삶을 빗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해석을 위한 지나친 억지라 할 수 있겠다.

그냥 '콜'은 시간을 소재로 한 흡인력 있는 오락영화다. 클리셰가 난무하지만 적당한 스릴과 잔인함까지 버무려진 킬링타임용이다. 피 냄새가 나기 때문에 비록 15세 이상 자녀들이라도 함께 보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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