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레기 줄이기… 환경과 내 인생을 모두 값지게 만드는 실천

쓰레기 거절하기/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지음/ 박종대 옮김/ 양철북 펴냄

지난해 4월 15일 제주시 추자면 추자도 인근 해상에 남해안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쓰레기가 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5일 제주시 추자면 추자도 인근 해상에 남해안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쓰레기가 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책 '쓰레기 거절하기' 책 '쓰레기 거절하기'

코로나19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의미있는 변화는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과거 우리는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저 교과서로 배웠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세먼지와 코로나19 등 환경 파괴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을 연달아 겪으면서 이제서야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실감하고 있다.

'환경 보호'라는 금과옥조 아래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 기본적으로 실천해야 할 일은 바로 '쓰레기 줄이기'다. 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도 값지게 만드는 실천이 될 것이다.

◆ 쓰레기 거절하기…한 가족의 유쾌한 도전기

신간 '쓰레기 거절하기'의 저자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의 쓰레기 없는 삶은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을 관람한 2009년의 어느 날로부터 시작된다. 평소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지만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며 스스로 위로하며 살았건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는 '한 달만이라도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겠다'고 결심했고 가족들도 동참했다.

처음 플라스틱 제로 실험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드라의 가족은 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맥주(병)과 잼(뚜껑)에도 합성수지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플라스틱 쓰지 않기에 매몰돼 인생의 재미까지 몽땅 잃어버릴 수 없었고, 실험을 할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것'이라는 본질을 깨닫는다. 이렇게 그들의 '플라스틱 제로 실험'은 '쓰레기를 거절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10년의 실험에서 얻은 교훈을 신간 '쓰레기 거절하기'에 담아냈다. 먹고 입고 움직이는 모든 생활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줄여 나가는지, 선택의 상황에서 가족들은 어떻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산드라의 가족은 자동차가 고장 난 뒤 차 없이 몇 달을 지내다 한 이웃을 만나 7년이나 차를 공동 소유하게 된다. 가족들은 그 차를 타고 떠난 여름휴가에서 물건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그들은 식료품 할인행사에 휘둘리지 않고 냉장고를 절반만 채우고,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식품이 생산량의 3분의 1이라는 사실에 마트의 대형 쓰레기장 털기도 시도한다.

산드라 가족의 귀여운 에피소드 속에서 집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물건이 어떻게 버려지고 있고, 우리가 쓰고 있는 물건들이 생산 과정에서 어떤 오염을 일으키는지 새삼 배우게 된다.

지난 1월 설 연휴 쓰레기 수거가 일시 중단되면서 대구시내 주택가와 도로변이 '쓰레기 산더미'로 변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동구 효목동 왕복 4차로 중 1차로가 쓰레기들로 뒤덮여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1월 설 연휴 쓰레기 수거가 일시 중단되면서 대구시내 주택가와 도로변이 '쓰레기 산더미'로 변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동구 효목동 왕복 4차로 중 1차로가 쓰레기들로 뒤덮여 있다. 매일신문 DB

◆혼자가 아니라 함께…사회로 번지는 선한 영향력

지구를 위협하는 플라스틱과 쓰레기는 매 순간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양으로 배출된다. 쓰레기의 무시무시한 존재감(?) 앞에서 한 사람의 개인이란 도무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무력감에 빠질 만도 하건만, 산드라의 가족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하는 게 비결이다. 그들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큰 힘이 된다.

산드라 가족의 유쾌한 도전과 선한 영향력은 친구에서 이웃으로, 지역 사회로 점점 번지고 있다. 헌 옷이나 물건을 공짜로 나눌 수 있는 '공짜 가게'가 생기고, 다 읽은 책을 함께 공유하는 '열린 책꽂이'와 포장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포장 없는 가게'가 지역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다. 작은 걸음 걸음이 모여 사회를 바꾸는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이웃과 차를 공유하는 실험을 하고, 냉장고는 절반만 채우면서 지출은 줄었고, 가족들은 '쓰레기 제로' 삶을 위한 토론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산드라의 자녀들이 이 일에 동참하며 저마다의 방식과 주체적인 태도로 자기의 삶을 꾸려간다. 부모의 도전에 때로는 동의하고 때로는 저항하면서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히는 세 아이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이런 삶이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드라는 '쓰레기 거절하는' 삶을 살면서 가족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가볍게 꾸리면서 행복해진 것이 가장 값지다고 말한다. 적게 가질수록 여유 있고 많이 쉬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물건을 갖게 되면 물건을 보살피는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러니 가진 게 많을수록 가진 것에 매몰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쓰레기 줄이기는 뜻밖의 물건으로부터 해방감까지 이끌어 내고 마침내 우리가 인생에서 몰랐던 맛을 알게 해준다는 점이 산드라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아닐까.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이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살면서 쓰레기 없이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산드라의 가족처럼 작은 목표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일주일간 쓰레기 줄여보기로 시작해 이를 달성해 뿌듯함을 얻으면 그 기간을 한달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달이 일년, 일년이 십년이 된다. 실천은 어려워도 그 시도는 매우 값질 것이다. 25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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