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메이드 인 대구II' 대구 작가 8인 신작 100여점 선보여

대구미술관 '메이드 인 대구Ⅱ'전에 출품한 박철호 작가의 작품 전시장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메이드 인 대구Ⅱ'전에 출품한 박철호 작가의 작품 전시장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이 80년대 이후 대구미술의 다양한 실험정신과 발자취를 비춰보기 위해 '메이드 인 대구Ⅱ'전을 열었다. 2011년 개관전 '메이드 인 대구'의 2020년 버전인 셈이다.

전시 참여 작가는 곽훈(79) 최병소(77) 권정호(76) 김영진(74) 송광익(70) 박두영(62) 박철호(55) 서옥순(55)으로, 특히 이들은 대구 추상미술의 대표 화가 정점식의 에세이 '아트로포스의 가위'(흐름사·1981년 p15)에서 언급된 젊은 세대들이며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거나 출향해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일관된 자세로 현대미술을 화두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대규모 신작 100여점을 통해 대구미술의 실험과 도전 정신을 살펴보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유명진 학예사는 "대구가 만들어낸 작가들의 40여년에 걸친 창작 열정을 끌어내고 싶었다"면서 "개성이 넘치는 작가들의 신작을 통해 치열한 예술혼과 삶을 미루어 짐작해 보는 것 또한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재미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험주의 미술운동을 펼치다가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표현주의적 회화와 실험적 설치작품을 선보인 곽훈은 회화작품 '할라잇'(Halaayt)과 더불어 지난 3년간 드로잉 작품이 대형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품 속 내재된 개념을 중요시하며 예술적 진정성에 중점을 둔 최병소는 그가 1970년대 군부독재시절 언론보도에 대한 분노로 시작한 신문작업을 통해 신문의 기사를 연필과 볼펜으로 지우고 비워나가는 행위의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국 신문과 우리나라 신문을 이용한 작품과 변형된 큰 사이즈의 작품 '무제'(2020년) 7점을 전시장 바닥에 설치해 놓고 있다.

'해골'시리즈로 익숙한 권정호는 희고 붉고 노란색으로 구성한 두개골 3천개를 높이 3m 폭 5m 길이 8m의 공간에 설치, 관객이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작품의 일부가 되어 볼 수 있게끔 꾸며놓았다.

개념미술가이자 설치미술가인 김영진은 불현 듯 닥친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작품 'WORLD-19'를 통해 사회재난과 마주한 인간의 무력함, 삶과 죽음에 대한 경의를 보여준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숨진 이들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작품의 중앙에 재단을 설치해 추모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초기에는 현실 반영의 회화를 제작했으나 최근 한지를 이용한 반입체적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송광익은 대형 신작 '무위지예'(無爲紙藝)를 소개한다.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이 작품은 한지를 붙인 합판과 플라스틱 의자에 고무밧줄을 동여맨 조형물을 벽에 설치, 따뜻한 물성을 지닌 종이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강렬한 보색을 사용한 미니멀 회화를 작업하는 박두영은 이번에 세로 40cm 가로 240cm의 '무제' 두 점을 내놨는데 이 작품들은 몇 년 전 화재로 손실된 1994년 작품들을 올해 재현한 것이다. 더불어 그의 미학적 해석을 알아볼 수 있는 1980년대 개념미술 드로잉과 자료도 소개하고 있다.

판화적 기법을 회화에 도입하고 있는 박철호는 구름의 흐름, 새의 몸짓, 물결, 빛살의 파장, 숲의 떨림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회화 설치작품을 넘나들고 있는 데 이번 전시에서는 실험적 재료인 파라핀을 이용한 연작 '무제' 24점을 보여준다.

주로 실과 재봉틀, 천 등 재료를 이용해 캔버스에 검은 실을 꿰매고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서옥순은 이번에 설치 작품 '…시간이 멈춘 존재의 상상 속을 걷는다'를 통해 올 봄 코로나19로 사람이 없어지고 자동차 사라진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충격적인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소품별로만 치며 무려 3천500점이 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으며 1980년대 전후 시대상황과 작가별 특성을 담은 인터뷰 영상은 대구 현대미술의 주소와 작가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유명진 학예사는 "대구 현대미술의 힘은 집요한 작가로서의 태도와 작품의 다양성에 있다"면서 "이 전시가 대구가 현대미술의 중심이라는 자각과 그 저력에 힘을 보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021년 1월 3일(일)까지. 문의 053)803-7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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