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시와 함께] 드론/백무산(1955~ )

드론 /백무산(1955~ )

 

 

몸을 떠난 눈

 

지평선이 사라졌다

 

키의 시선이 사라졌다

 

풍경의 과잉

 

시공은 분리된다

 

수직으로 꽂히는 지배자의 시선

 

흙냄새가 사라진 풍경

 

저 너머가 사라졌다

 

지구는 다시 평면으로 정의된다

 

길을 가다 보면 '드론 교육'을 해 준다는 곳을 종종 보게 됩니다. 넓은 강가나 공터에서 또 아버지와 아들이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되고요. 이제는 저 시골 논밭의 농약 방제도 드론이 한다네요. 텔레비전을 보면 '도시 어부'에서 대어를 낚은 이덕화, 이경규 씨가 감격에 겨워 울부짖으며 올려다보는 것도 하늘(신)이 아니라 드론입니다. 참 외람되이도, '자연인'이 사는 저 심심산골 외딴 풍경을 찍는 것도 드론이고요. 아이고야, 심지어 고속도로의 과속 차량도 이제 '몸을 떠난 눈' 드론이 잡아낼 거라네요. 쇼핑한 물건을 구매자의 집까지 드론이 배달해 줄 거라고 들은 지도 벌써 몇 해가 흘렀으니 하긴 뭐 별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시인은 이 기계가, 이 문명이, 참 싫은가 봅니다. '나는 높은 꼭대기에 올라 트인 풍경을 갈망했으나/ 그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고 했어요. '새의 비상으로 자유를 설명할 수 있으나 자유를 숨 쉴 수는 없었다'고요. 그래요. 인간을 땅에서 떼어놓을 수는 없어요. 인간은 드론도 새도 아니니 '과잉 풍경'은 필요 없어요. 시인은 멈추라고 말해요. 결국 이대로 가다간 '아이들도 완성된 채 태어'날 거라고요. 멈춰라, '씨앗처럼 정지하라' 이것이 시인의 부탁이고 명령이에요.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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