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하이바이 마마’, 색다른 가족드라마의 가능성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고스트 엄마로 되새기는 가족의 가치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우리 시대에도 가족드라마는 가능한가.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가족보다는 개인이 우선되는 시대, 가족드라마는 어딘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tvN '하이바이 마마'를 보면 가족드라마는 시대에 따라 옷을 갈아입을 뿐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알게 된다.

◆공포보다는 연민의 존재로 그려진 고스트 엄마

보통 귀신은 산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의 존재로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고스트 엄마 차유리(김태희)는 무섭기는커녕 시청자들을 빵 터트리게 만드는 우스운 캐릭터면서 동시에 눈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연민의 캐릭터다. 그는 딸 서우(서우진)를 임신한 채 사고로 사망한다. 그래서 한번 안아보지도 못한 채 귀신이 되어 가족 주변을 맴돈다. 그것도 무려 5년 간이나. 그러니 그 긴 시간동안 가까이서 쳐다보기만 할 뿐 말도 건네지 못하고 안아보지도 못하는 이 고스트 엄마의 절절한 마음에 연민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이 고스트 엄마의 환생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시도한다. 늘 옆에 붙어 다니다 보니 딸이 귀신을 보기 시작한 것. 그렇게 귀신을 보다가는 무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차유리는 절망하며 신에게 대든다. 그리고 그것으로 차유리는 49일간 환생해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강화(이규형)의 아내이자 서우의 엄마인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면 다시 살 수 있다는 조건이 주어진 채.

'하이바이 마마'는 이처럼 환생이라는 사실상 비현실적인 설정을 차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현실적 설정은 그것이 보여주려는 것이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점에서 허용된다. 살아있을 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이나 친구나 그들과의 자잘한 일상들이 죽었다 살아난 자의 시선으로 보자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그것도 49일 후 돌아가야 한다는 그 유한한 시간 속에서 더더욱.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현장포토.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현장포토.

◆망자의 시선으로 본 가족…유족들을 위한 위로

이 가상의 설정을 통해 '하이바이 마마'는 산 자와 망자가 공존하는 세계를 그려낸다. 차유리는 귀신이 되어서 오열하는 가족을 통해, 삶 자체가 망가져 웃음을 잃어버린 남편을 통해, 또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기일을 챙기는 절친을 통해 그들이 살았을 때 얼마나 자신에게 소중했던 사람인가를 깨닫는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 때문에 불행 속에서 허우적대기보다는 행복한 삶을 찾아가기를 기원한다.

강화와 결혼해 서우의 새 엄마가 된 오민정(고보결)을 바라보는 차유리의 시선도 그래서 질투보다는 고마움이다. 웃지 않게 된 강화가 너무나 안쓰러웠던 차유리는 오민정이 나타나 그를 위로하고 조금씩 웃음을 찾게 해주는 걸 보며 기뻐한다. 또 자신의 딸 서우를 위해 일도 포기하고 힘겨운 육아를 하며 친딸처럼 서우를 보듬어준 오민정을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그래서 다시 살 수 있다고 해도 그 곳이 더 이상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환생한 차유리가 오민정과 마치 솔로몬의 선택에 등장하는 엄마들처럼 다투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차유리와 오민정은 마치 자매처럼 친해진다.

한편 차유리가 귀신이었을 때 이웃처럼 지냈던 다른 귀신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소개된다. 그 귀신들은 자신을 잊지 못하고 찾아와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과,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며 매일 같이 1인 시위를 하는 가족을 옆에서 바라보며 눈물 흘리고 손에 닿진 않지만 그들을 꼭 껴안아준다. 이처럼 '하이바이 마마'는 망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더더욱 절절해지는 가족의 소중함을 담는다. 그러면서 망자들이 곁에서 산 자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을 떠나보낸 산 자들을 위로한다.

◆새로운 가족드라마의 가능성

'하이바이 마마'는 귀신의 환생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을 가져왔지만, 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색다른 가족드라마의 변주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가족드라마는 조금씩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가족드라마는 일일드라마를 빼고는 주중에 찾아보는 건 어렵게 됐다.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KBS 주말드라마도 시청률은 나오지만 예전만큼의 호응을 얻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건 우리네 실제 가족의 양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족드라마가 늘 그려내는 대가족 형태는 이제 우리의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니다. 1인 가구가 전체의 4분의 1을 넘긴 지 오래고, 가족들도 대부분 핵가족 형태인 게 지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비혼은 유행처럼 늘고 있고, 출산율도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가족의 화목함을 지상과제처럼 다루는 가족드라마의 틀에 박힌 이야기가 공감가기는 어려울 게다.

하지만 핵가족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해서 가족의 가치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보는 건 편견이다. 오히려 뿔뿔이 흩어진 개인들은 그렇기 때문에 가족을 더더욱 그리워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하이바이 마마'는 이러한 새로운 가족에 대한 욕망을 담아내는 대안적인 가족드라마처럼 보인다. 달라진 삶의 방식 때문에 흩어지게 된 개인들이 가족에 대해 갖게 된 더더욱 큰 그리움은, 그래서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극적인 상황 속에서 분리된 차유리와 그 가족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tvN '하이바이 마마' 방송 캡처 tvN '하이바이 마마' 방송 캡처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 가족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흔한 가족 간의 사사로운 갈등이나 대립도, 뚜렷한 악역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가족드라마의 그 흔한 이야기 틀이 가족 간의 갈등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런 지점은 주목해볼만한 부분이다. 우리가 가족드라마를 시대착오적이라 느끼게 되는 건 늘 등장하는 고부갈등, 출생의 비밀,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식상한 설정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 바라보는 가족이란 그런 자잘한 갈등보다는 살았을 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이 등장한다. 그것은 흔히 계모라고 부르면 느껴지는 부정적인 편견조차 깨버린다. 계모는 모두 나쁜 엄마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오민정이 술에 취해 투덜대자, 차유리는 다음날 어린이집에 있는 백설공주, 콩쥐팥쥐, 심청전, 장화홍련전 같은 동화책들을 꺼내와 이런 애들의 상상력을 가두는 책들은 치워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환생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가져왔지만 그래서 가족드라마의 클리셰들을 벗어나는 대목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것은 가족드라마도 그 형태를 바꿔 상투적인 틀을 벗어날 수 있다면 이 시대에도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제 아무리 1인 가구가 늘고 핵가족화 되어도 가족은 늘 우리에게 소중할 수밖에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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