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술, 나의 삶] 색채 미니멀 화가 윤종주

색채 미니멀 화가를 자처하는 윤종주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중 그녀의 작품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색채 미니멀 화가를 자처하는 윤종주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중 그녀의 작품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종주 작 윤종주 작

최소의 구조와 질서를 갖고 물성과 색채만으로 화면을 구성해나가는 미니멀 미술은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재현에 몰입하는 전통 미술보다 화면 전체가 주는 느낌이 언뜻 차갑고 정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그 까닭은 미니멀 미술이 지닌 단순함과 논리성으로 인해 보는 이의 심상을 쉽게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색채를 다루는 미니멀 화가'임을 자처하는 윤종주(49)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차가운 느낌보다 색과 물성의 온도를 통해 따뜻한 느낌과 감동을 주는 작업에 천착하고 있다. 그 작업은 색을 머금은 물성을 받아들이기 위한 밑 작업을 위한 반복적 행위,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화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층위의 결들을 소중히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소녀 때부터 그림을 그리면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좋았고 늘 행복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구시 서구 국채보상로 도로변 2층 화실(200㎡)은 윤종주가 10년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공간이다. 화실이 좁게 보일 만큼 벽면을 꽉 매우고 있는 잘 포장된 작품들은 작가가 힘든 환경 속에서도 얼마나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결과물이다.

윤종주는 집안의 반대로 미술대학 진학을 포기했지만 '참을 수 없는 미술에의 열정'은 마침내 그녀를 20대 중반에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95학번)에 입학하게 이끈다.

"대학원 입학 후 동기생들에 비해 데생 등 미술 기초에서 차이가 져 늦깎이로 어려움도 없지 않았지만 많은 시간과 에너지들 들여 노력함으로써 점차 벽을 극복하게 됐죠."

작가는 대학원 시절 반추상 계열의 그림과 색감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중 어느 날 지도교수가 "색에 대해선 가르칠 게 없을 정도로 색의 배색에 흠잡을 데가 없다"는 말에 고무되어 '색면 추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2002년 대구 Space129에서 첫 개인전을 연 윤종주는 모노톤의 판넬 화면에 테라코트와 안료를 섞어 헤라(칠을 벗겨 내거나 반죽을 얇게 바르기 위해 사용하는 펼친 주걱 모양의 도구)로 화면을 밀어가며 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들의 조형적 효과는 가루 안료를 위에서 뿌려가며 헤라로 밀면 화면의 여백과 색이 섞이면서 전체 화면의 분위기를 구성해 간다는 데 있다. 이때 화면위로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구름, 바다, 떨어지는 별 등의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화면 전체는 안개나 대기의 공기 흐름처럼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해 나가는 특징을 드러낸다.

이른바 윤종주가 자기만의 화풍을 구축해나가기 시작한 시점이 된다.

"이 시기에 예술가로서 포부도 생겨 2007년 미국 뉴욕으로 미술공부를 하러 가게 됩니다."

작가는 그곳에서 1년 간 어학과 세계에서 가장 핫한 현대미술을 경험하게 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국내에서 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귀국한다.

귀국한 윤종주는 2008년 색의 따뜻함과 고요함 및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물성을 찾던 중 파라핀을 작업에 도입한다. 그런데 엎친데 겹친 격으로 파라핀과 안료를 섞어 작업한 작품들이 추운 겨울 모두 깨져 버리는 아픔도 겪는다. 다시 작업하기엔 정신적 어려움이 많았던 시기로 작가는 잠시 딜레마에 빠지는 시기도 생겨났다.

이후 작가는 대구를 잠시 떠나 2010년에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하제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 6개월을 하던 가운데 파라핀과 유사한 물성을 지닌 미디움(미술 재료)을 알게 되면서 이제까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따뜻함과 감동을 주는 색채 예술에 가장 적합한 소재임을 발견한다.

미디움을 이용한 윤종주의 색면 추상 작품 제작과정은 우선 캔버스 위에 10~15번 정도 아크릴 밑칠을 한 후에 미디움과 안료를 섞은 물성을 화면에 부어 캔버스를 약간 기울이면 조형적 요소가 그라데이션되면서 입체감과 더불어 생명감을 지니게 되는 절차를 갖게 된다. 이때 필요조건 중 하나가 캔버스 위의 물성이 제자리를 잡고 공감각적인 조형언어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2012년 대구 누오보 갤러리에서 이 같은 윤종주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전시제목을 쓴 '시간을 머금다'라는 주제는 작가가 현재까지 쭉 이어온 작품 활동을 명명하는 화두이자 작품의 명칭이 되고 있다. 또 시간의 터널을 지나면서 은은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부여하는 그녀의 색면 추상 작품들은 관람객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윤종주가 풋내기 작가 시절 가졌던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는 이루어진 셈이다.

"사실 미디움은 온도와 습도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미디움과 안료의 배합비율에 따라 색의 농도가 달라지는 데 오랜 작업을 통해 두 물성의 농도에 관한 색감 발현을 예측할 수 있는 게 저의 색면 추상 작품의 남다른 노하우가 됩니다."

온·습도에 민감한 미디움을 적절하게 이용하기 위해 작가의 화실 곳곳에 온도계와 습도계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현대미술은 판매와 컬렉터 어필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 표현방식을 달리 하고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미술과 삶이 하나로 되면서 앞으로 미술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자신감과 원동력도 얻고 있습니다. 천천히 나만의 미술세계를 구축해 나는 게 무엇보다 행복합니다."

미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성을 표현하고 싶다는 윤종주. 그녀가 작품에 시간을 머금다 보면 어느 시기 그녀의 작품 세계에 또 다른 변화가 생길 것이고 우리는 그 변화에 또 감동을 얻으리라. 2019년부터 선보인 '윤종주의 색면 분할' 작업이 올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중견작가전'에서 큰 호평을 얻었듯이 말이다.

글 사진 우문기 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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