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질서 거침없이 뒤엎는 '펭수', 성인이 더 열광…왜?

EBS교육방송 캐릭터로 출발, 사장 '김명중' 부르고 타 방송사와 컬래버레이션 등 권위·경계 허물어
방송 전문가들 "탈권위 시대 대표 현상, 소셜미디어 문법 기성 방송에 결합"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V2에 출연한 펭수와 도티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V2에 출연한 펭수와 도티

EBS 교육방송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탈 쓴 캐릭터지만, 초등학생보다 20대 이상 성인이 더 열광하는 펭귄 '펭수'. 그가 질서 전복과 파격의 미학을 뽐내며 '어른이'(어린이처럼 살고 싶은 어른)들을 매혹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펭수는 EBS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이다. 올해 초 EBS 어린이 예능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속 캐릭터로 등장해 지난 3월 '크리에이터'를 표방하며 자사 단독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 주연까지 꿰찼다.

흰자 한가운데 점 하나 찍힌 초점 없는 눈, 키 210㎝ 자이언트 펭귄으로, 둥글넙적한 얼굴과 다물지 못하는 노란 부리 등이 기묘한 인상을 준다. 썩 귀엽진 않은 펭수가 인기를 얻은 건 기존 EBS에서 보기 힘들던 그의 거침없는 입담이다.

지난 9월 자이언트 펭TV에 업로드된 'EBS 육상대회'(일명 이육대)에서 펭수는 자신이 달리기 낮은 순위를 기록하자 "(펭귄이) 어떻게 인간을 이기냐"며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항의했다. 양궁 번외경기에서 인간팀 번개맨에게 지자 활을 바닥에 집어던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펭수는 자신보다 입사(?)가 이른 고참 캐릭터들과 직장 선후배 관계를 비틀고 담당 PD를 괴롭히는 등 어린이 정서와 동떨어진 블랙코미디를 일삼는다. 콘텐츠 촬영 예산 등 돈이 필요할 때면 김명중 EBS 사장 이름을 친구마냥 부른 결과 김 사장 인지도도 급등했다. 국민 수신료로 방송국을 운영하느라 심의규정이 엄격하던 EBS가 유튜브에 올라타 '고삐'를 푼 것이다.

누리꾼들은 "재밌다"며 난리다. 이육대 1편은 8일 현재 조회수 144만회, 좋아요 3만 건을 기록했고 '자이언트 펭TV' 구독자도 45만7천명에 달했다. 댓글난에는 "의도는 애들 보라고 만든 콘텐츠, 현실은 애들 빼고 다 본다", "이게 수신료의 가치"라며 찬사가 줄을 잇는다.

인간의 사정을 알 리 없는 펭수에게는 기존 방송사가 경쟁상대인 타사에 두던 거리감도 무의미하다. EBS 캐릭터 정체성을 살린 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나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 SBS뉴스 소속 유튜버 '재재', 유튜버 '도티' 등 콘텐츠를 넘나들며 다른 방송사·유튜브와 마음껏 협업한다.

직장인 최미영(31) 씨는 "사회 진출 후 권위주의나 상명하복, 경쟁사와의 견제에 스트레스가 컸다. 비록 예능 방송이지만, 아이처럼 살며 말과 행동에 거리낌이 없는 펭수를 보고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교부를 방문한 펭수가 정부서울청사 '출입절차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외교부를 방문한 펭수가 정부서울청사 '출입절차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불필요한 논란도 생긴다.

최근 펭수는 외교부 청사에 들어가 강경화 장관과 만나는 모습을 촬영했다.

이에 정병국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정부서울청사에는 신분증을 제출하고 출입 승인 여부를 확인해 입장해야 하나, 펭수는 인형탈을 쓴 채로 입장했다"고 펭수의 출입절차 위반 의혹을 내놨다. 외교부는 "사전 협의해 청사 출입 절차를 밟았으며 영상 촬영 때는 촬영 편의를 위해 상황을 연출했다"고 반박했다.

방송·언론 전문가들은 펭수 열풍이 다양성·탈권위주의 시대인 오늘날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풀이한다.

구교태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탈권위 시대, 자율적 콘텐츠 향유의 시대다. 앞서 등장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처럼 소셜 미디어의 문법을 공중파 방송 콘텐츠와 결합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정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혁신과 변화가 어려운 공중파 방송에 유튜브 콘텐츠 특징을 띤 펭수를 도입, '어른스러움'의 격식을 흔들었다. 전통적 매스미디어 시대가 끝나고 개인끼리 이어지는 네트워크 시대가 되니 탈권위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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