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트] 관찰카메라 시대, 유재석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유재석의 변화가 말해주는 것

유재석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재석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을 중심으로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를 이끈 스타 MC였다. 하지만 지금 관찰카메라 시대를 맞아 유재석에게도 어떤 변화가 감지된다. 그에게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길거리로 나온 유재석의 변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처음 방영을 시작했을 때 많은 이들이 떠올린 건 '무한도전'에서 잠깐 시도됐었던 길거리 토크쇼였다.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아무나 만나 토크를 나누는 그런 도전. 물론 그 아이디어는 비슷했다. 하지만 형식은 조금 달랐다. 제목에 담긴 것처럼 그저 토크만 하는 게 아니라 '퀴즈'라는 형식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길거리에 만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퀴즈를 풀었다. 처음에는 다섯 문제를 연거푸 맞춰야 백 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룰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 상금을 받아가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토크에 집중하기보다는 퀴즈에 더 집중되는 면이 생겨났다. 어째서 그저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이 아닌 퀴즈 형식을 넣었는가는 유재석이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왔던 면면들을 생각해보면 이해되는 일이다. 그는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 캐릭터쇼에 MC로서의 진행을 주로 해왔다. 퀴즈 같은 예능적인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처음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잠시 휴지기를 갖고 다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퀴즈에 대한 집착을 상당 부분 내려놓았다. 한 문제만 맞춰도 백 만원을 드리는 룰이 제공되었고, 틀려도 조세호가 메고 다니는 이른바 '자기백'에서 공을 뽑아 선물을 드리는 방식이 추가됐다. 퀴즈는 맞춰도 되고 안 맞춰도 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고, 대신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로 떠나는 '사람 여행'이 프로그램의 중심적인 포인트가 되었다. 프로그램은 유재석과 조세호의 토크나 진행보다 그들의 질문을 통해 나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호평이 쏟아졌다.

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의 변화는 유재석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예능 세계의 변화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보통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유재석과 함께 하게 되면 전적으로 그에게 최적화된 옷을 제공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프로그램들이 지금도 그의 진행이나 캐릭터쇼에 맞춰진 형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에도 예전 같은 반응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이제 유재석도 실감하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변화에 유재석 또한 발을 맞춰나가는 건 그래서다. 그는 조금씩 관찰카메라라는 새로운 시대의 예능 트렌드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릴레이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유재석의 과거와 현재

유재석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 여전히 걸쳐진 채 어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지금의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걸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아마도 김태호 PD의 복귀작인 MBC '놀면 뭐하니?'일 게다. '놀면 뭐하니?'에서 김태호 PD는 유재석을 대뜸 찾아가 카메라 한 대를 주고는 알아서 메모리를 채워오라는 미션을 줬다. 제작진이 없이 1인 미디어가 되어 영상을 찍고, 그 카메라가 다른 인물들에게 전달되면서 일종의 '릴레이'를 통해 다채로워지는 실험은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 시대를 읽어낸 김태호 PD다운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릴레이카메라가 두 대로 늘어나면서 출연자들도 우리가 흔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했던 이동휘, 박병은 같은 인물들까지 확장되며 기대감을 높였을 때, 유재석은 엉뚱한 선택을 했다. 즉 김태호 PD가 득의의 미소를 띠며 건넨 카메라 네 대를 갖고 조세호의 아파트에서 과거 연예인들의 게임쇼였던 '동거동락'을 했던 것. 그간 릴레이카메라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좁은 아파트에 모여 갖가지 게임을 하는 모습은 순간적으로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버렸다. 릴레이카메라가 '확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현재의 예능 실험이었지만, 유재석은 그걸 갖고도 과거로 회귀해 복고적인 아이템을 반복했던 것.

아마도 이런 상황은 김태호 PD도 예상 못한 난감한 일이었을 게다. 대중들의 반응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릴레이카메라의 또 다른 시도로 유재석이 배운 드럼으로 비트를 만들고 거기에 아티스트들이 릴레이식으로 작곡을 하는 이른바 '유플래쉬' 아이템이 소개되면서 반응은 다시 좋아졌다. 영상의 릴레이만이 아닌 음악의 릴레이를 시도한다는 발상이 흥미로웠고, 나아가 릴레이카메라는 새로운 형식으로서 향후 다양한 아이템들이 그 형식 속에 녹여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았다. 실제로 다음 아이템으로 시도된 '대한민국 라이브'는 전국을 이어주는 교통수단을 매개로 동시간대 거기서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릴레이처럼 여러 출연자들이 소개하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카메라를 통해서 보여지듯이 유재석은 지금 현재의 예능 환경에 맞게 변화해가려는 노력을 하면서도 여전히 과거의 예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조금씩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변화를 스스로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관찰카메라 시대에도 유재석이 여전한 에이스로 설 수 있는가는 바로 이 적응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보인다.

tvN '일로 만난 사이' tvN '일로 만난 사이'

 

◆이효리에게 한 수 배운 유재석

최근 tvN에서 새로 시작한 '일로 만난 사이'는 첫 회부터 4.9%(닐슨 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화제가 되었다. 유재석이 메인 출연자라는 것이 관심을 끌게 만든 일차적 요인이지만, 그보다 더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첫 번째 게스트가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제주의 녹차밭에서 말 그대로 일을 하며 나누는 유재석과 이효리의 대화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체험 삶의 현장'과 이 프로그램이 무슨 차이가 있냐며 꼬집는 이효리의 솔직하고 때론 대담한(?) 질문들에 유재석은 진땀을 흘렸다.

여기서 특히 주목됐던 건 이효리가 유재석이 무언가 진행을 하거나 토크를 쉬지 않고 하려는 모습에 대해 그건 "옛날 스타일"이라고 대놓고 지적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떠올려 보면 이효리는 이미 '해피투게더' 시즌1 쟁반노래방 시절부터 잘 나가던 예능 블루칩이었다. 또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는 유재석과 함께 '패밀리가 떴다'로 캐릭터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바 있었다. 그리고 관찰카메라 시대로 들어와 유재석이 주춤하고 있을 때조차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에 이어 '캠핑클럽'으로 다시 예능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되었다. 이효리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그가 이미 예전부터 솔직한 모습을 자신의 예능적 자산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토크쇼에서는 과감한 대화가 되었고, 캐릭터쇼에서는 솔직한 캐릭터가 되었다. 관찰카메라에서 이효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하고 웃음은 물론이고 먹먹함까지 안기는 그런 인물이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 이효리가 유재석과의 티격태격하는 그 특유의 케미를 통해 전해준 건 관찰카메라 시대에 출연자는 훨씬 더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재석의 진정성은 대부분의 대중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는 늘 캐릭터 뒤편에 서려는 면이 있다는 것. 유재석의 진정한 변화는 그래서 바로 이 캐릭터까지 벗어버리는 지점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 많은 프로그램들에 적응해가면서 유재석도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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