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트] '아스달 연대기'에 깃든 글로벌 콘텐츠의 향기

글로벌 콘텐츠 시대가 바꾼 한국드라마의 새 경향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최근 한국드라마가 단단했던 과거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오고 있다. 그 새로운 세계는 다름 아닌 글로벌 시장이다. 넷플릭스와 왓차플레이 같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업체들이 글로벌 콘텐츠들을 우리네 시청자들 앞에 내놓으면서 본격화된 변화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아스달 연대기'에 '왕좌의 게임' 베끼기 논란이 나온 건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방영 이전부터 '왕좌의 게임'과의 비교에 시달렸다. '왕좌의 게임'의 원제인 '불과 얼음의 노래'를 본따 '아스달 연대기'를 '마늘과 쑥의 노래'라고 비교하고, 심하게는 '표절의혹'까지 제기한다. 그 근거로서 '왕좌의 게임'과 '아스달 연대기의 의상, 미술의 유사성과,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북측 얼음장벽과 '아스달 연대기'의 대흑벽이라는 설정이나, '왕좌의 게임'의 7왕조와 '아스달 연대기'의 새녘족, 흰산족, 해족 같은 종족 구분의 유사성이 제시되었다. 의상이나 미술에 있어서 실제로도 유사한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얼음장벽과 대흑벽 설정이나 종족 구분 같은 것들은 두 작품이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 무엇보다 두 작품은 그리려는 세계 자체가 다르다. '왕좌의 게임'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말 그대로의 7왕국의 쟁투와 그 모든 걸 엎어버리는 더 큰 위협을 중요한 메시지로 담고 있다면, '아스달 연대기'는 아스달족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정복전쟁에 맞서 자연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와한족의 전사 은섬(송중기)의 대결이 중요 메시지다. 즉 '아스달 연대기'는 좀 더 문명의 발달과정을 정복과 수탈의 과정으로 보는 문화인류학적 비판의식이 담긴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아스달 연대기'가 '왕좌의 게임'을 베꼈는가 아닌가의 문제보다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대중들의 눈높이다. '왕좌의 게임' 같은 작품들을 이미 본 우리네 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야기고, 그러니 '아스달 연대기'가 비교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이전부터 우리네 대중들은 인터넷을 통해 해외의 드라마들을 보고 있었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그 주인공인 마이클 스코필드를 우리식으로 '석호필'이라 부르는 해프닝은 이미 2006년부터 생겨났던 일이었다. 그렇게 미드나, 일드, 영드를 보던 대중들은 이제 넷플릭스가 본격 국내에 상륙하면서 마음껏 해외의 드라마들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나게 됐다. 이제 이런 해외의 드라마를 보는 일은 일부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청이 됐다. 넷플릭스의 본격 한국 진출과 함께 왓차플레이 같은 국내의 서비스가 생겨났고, 이렇게 다양화된 글로벌 플랫폼 속에서 '왕좌의 게임'을 '몰아보는' 새로운 시청패턴까지 생겨났다. 이러니 비교가 자연스러워진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미스터 션샤인', '킹덤' 그리고 '아스달 연대기'에 담긴 글로벌

마치 구한말에 해외 열강들이 몰려들어와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등 다국적 문화가 혼재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듯이, 지금 인터넷을 타고 열린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들은 국내의 콘텐츠 시장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이제 국내 콘텐츠들은 과거처럼 '우물 안 개구리'로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게 됐다. 이미 열린 세계에 적응하고, 오히려 이를 기회요소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었다. 여기에 마침 해외에서 들어온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현지화' 전략으로서 우리네 콘텐츠에 적극 투자의 손길을 내밀었다. 약 400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미스터 션샤인'에 넷플릭스는 300억원을 들여 판권을 구매했고, '킹덤'은 아예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200억의 제작비를 투자했다. 또 '아스달 연대기' 역시 넷플릭스는 상당한 비용을 치러 선 판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커진 제작비와(물론 미드 등과 비교하면 아직은 적은 수준이지만), 그 제작비에 넷플릭스 같은 해외 자본이 투입되고, 그것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독점 혹은 동시 방영된다는 사실은 당연히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스터 션샤인'과 '킹덤' 그리고 '아스달 연대기'가 이런 글로벌 프로젝트의 향기가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건 그래서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미스터 션샤인'은 과감하게도 일제강점기 의병들의 항일 투쟁을 소재로 하면서도 곳곳에 글로벌한 장르적 색채들이 집어넣었다. 물론 그 구한말이라는 시점 자체가 다국적 문화가 겹쳐진다는 점도 우연적인 선택이라 보긴 어렵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과 프랑스, 미국 등의 문화가 더해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대결을 벌이는 대목에서는 사무라이 무비나 서부극의 장르적 특색까지 엿보인다. 글로벌 콘텐츠로서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이라는 지점을 제대로 배경으로 세우면서 그 위에 보편적인 사랑이야기와 특수한 한일관계의 문제를 균형있게 담아냈다. '킹덤'은 아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 장르를 구현해냈다. 우리네 '아귀'를 좀비로 해석해내면서 그 굶주린 민초들의 형상을 그 안에 투영시켰다.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좀비 장르에 우리네 조선시대의 특수함이 더해져 '킹덤'은 독특한 글로벌 콘텐츠가 되었다. 이런 사정은 '아스달 연대기'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가 역사 이전의 선사시대를 시공간으로 다루고 있다는 건, 민족적 특수성이 나타나기 이전 글로벌한 보편적 세계를 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인류학적 메시지를 가져온 건 '아스달 연대기'가 우리의 고조선 건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글로벌 콘텐츠의 낯설음 혹은 새로움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가 새롭게 추구하기 시작한 이른바 '글로벌 콘텐츠'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들은 어떨까. 사실 국내 드라마라고 하면 그 근간이 주로 멜로드라마, 사극, 가족드라마 그리고 여기에 최근 급성장한 장르드라마 정도를 떠올린다. 제작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따라서 비현실적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주로 소재로 다뤄진다. 멜로드라마가 그토록 많았다는 건 그것이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었다. '겨울연가'나 '미남이시네요'처럼 적은 제작비로도 달달하고 특색 있는 멜로는 의외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류의 문을 두드린 바 있다. '대장금' 같은 사극 또한 그 독특한 세계에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며 글로벌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드라마의 새로운 경향은 장르물로 넘어가고 있다. 미드나 일드 등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콘텐츠들은 이런 장르물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좀 더 독특하거나 큰 스케일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제작규모는 커졌고,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판타지적 소재들도 이제 갈 수 없는 곳은 없어 보인다. '아스달 연대기' 같은 상상의 공간이 드라마의 소재로 시도되고 있는 건 그만큼 한국 드라마의 자신감도 커졌고 꾸는 꿈도 커졌다는 걸 잘 말해준다.

그렇지만 이제 막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 변화는 대중들에 따라 낯설거나 새로운 양극단의 반응으로 나뉘어진다. "도대체 저게 드라마야?"라고 묻는 낯설음이 있는 반면, "우리 드라마도 이런 시도를?"하며 반색하는 새로움이 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보다 글로벌에 일찍 뛰어든 선진화된 해외의 콘텐츠들이 만들어낸 세계의 튼실함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첫걸음은 아직 어설퍼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다 보면 길도 생기고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조금씩 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걷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우리네 글로벌 드라마들이 만나게 해줄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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