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MZ세대 노동시간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현대의 생산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쪽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의 경구(警句)이다. 100년 전 그의 주장은 현재도 유효하다. 위대한 사상가의 시대를 넘어선 통찰인지, 인류가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는 건지, 알기 어렵다. 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그런데도 투잡, 스리잡, 연장근로에 얽매인 우리 삶은 역설적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 논란이 뜨겁다. 지난 6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장에서 연장근로 악용 우려에 대해, "MZ세대들은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적극적인 권리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30 청년층도 다들 좋아한다"며 정부 개편안을 옹호했다.

정작 MZ세대는 반발했다. MZ세대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왔던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윤석열 대통령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며 한발 물러났다.

정부 개편안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국민들이 희망하는 근무시간은 주 40시간 이하이다. MZ세대만이 아니라, 4050세대도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일-생활 균형 실태 조사'(2만2천 명 대상) 결과를 보면, 취업자의 주당 희망 근무시간은 36.70시간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 34.92시간 ▷30대 36.32시간 ▷40대 37.11시간 ▷50대 37.91시간이다.

한국은 장시간 노동 국가이다.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천915시간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천716시간)보다 199시간, 독일보다 566시간 더 길다. MZ세대는 워라밸, 즉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우선한다. 그들은 '노동이 미덕'인 산업화 시대나 후진국에서 태어난 기성세대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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