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혐오·비방·폄하투성이 ‘정당 현수막’, 거리에서 사라져야

전국 대로변과 교차로에 '정당 현수막'이 난립해 비난 여론이 거세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발효돼 정당 현수막이 아무 곳에나 15일간 게시될 수 있게 되어서다. 법 개정 취지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 보장'이지만, 여야가 거리에 쏟아낸 현수막은 정책 홍보는 드물고, 원색의 비방과 폄하가 대부분이다. 일상(日常)의 거리가 여야의 전쟁터, 혐오의 배설구로 오염되고 있다.

현수막 문구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재명은 제대로 수사받으라' '국민 능멸 굴욕 외교' '정순신 학폭, 곽상도 50억 검사 아빠 전성시대' 등 살벌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많다. 진영 양극화로 분열된 우리 사회에 정치 혐오를 더 부추기고 있다. 정당 현수막이 신호등이나 가게 간판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시민들은 정당 현수막을 공해로 여긴다. 구·군청에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불만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일반인은 허가를 받아 지정된 곳에만 현수막을 걸 수 있는데, 정당은 무한 자유를 누린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수막 공해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8월부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유권자의 1인 선거 현수막 게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은 거리에서 사라져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짜증과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 정당이 스스로 자제와 정화를 못 한다면, 법을 다시 고쳐서 마구잡이식 현수막을 금지시켜야 한다. 정당 활동에 현수막이 꼭 필요하다면, 정책 제안이나 홍보로 내용을 제한하고 지정 장소에만 게시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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