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시 SMR국가산단 유치] 관광도시 경주, 원전 산업 품은 과학도시로

“미래 100년 견인할 성장동력” 기대
풍부한 원전 인프라와 시너지…630조 글로벌 시장 선점 역량 총동원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원에 들어설 SMR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원에 들어설 SMR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경주시 제공

신라 천년 고도 경주가 역사관광도시에서 벗어나 과학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중심엔 원전 산업이 있다.

최근 경주시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업단지 최종 후보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경주 문무대왕면 일원엔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150만㎡ 규모의 SMR 국가산단이 들어서게 된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경주시의 구상이다.

◆풍부한 원전 인프라로 수출 시장 선점

현재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일원에선 국내 최대 원자력 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 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다. 경주 문무대왕릉에서 5㎞가량 떨어진 이곳 222만㎡ 부지엔 연구시설 16개 동이 들어선다. 핵심 역할은 SMR 등과 같은 원전 혁신기술 개발이다. 국비 2천700억원을 포함해 총 6천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밖에도 경주엔 월성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다. 여기에다 중수로 원전 해체기술 실증을 위한 '중수로 해체기술원'까지 예정대로 들어서면 경주는 원전의 설계-건설-운영-해체-처분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사이클을 보유하게 된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들어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들어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경주시 제공

이런 기반시설을 토대로 경주시가 관심을 갖고 추진해왔던 분야가 SMR 산업이다.

기존 대형 원전의 출력은 1천~1천400㎿급에 달하는 반면, SMR 발전용량은 300㎿ 이하다. 대신 초기 투자비가 적고 건설 기간이 짧아 자금 회수가 빠르다. 기술 발전에 따라 경량화와 발전용량 증가도 가능하다. 물류와 국방,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이다. 또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뛰어나 원전 선진국들도 기술 선점을 위한 개발 경쟁에 앞다퉈 나서는 차세대 원자로로 꼽힌다.

현재 SMR을 개발하는 나라는 20여 개국에 이르며, 71종의 SMR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SMR 시장은 6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정부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2050 탄소중립의 핵심 전략으로 SMR 개발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나라도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정부에서 채택했던 탈원전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SMR 사업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지난해 5월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국내 기술개발의 토대가 마련됐다. 정부는 2028년까지 SMR 개발사업에 3천99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 SK, 현대, 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도 SMR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지난 15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계자들과 'SMR국가산단' 유치 환영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학 경주시 부시장,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 주낙영 경주시장, 이상걸 경주상의 회장, 강인구 경주시 경제산업국장, 최형대 경주시 농림축산해양국장. 경주시 제공
주낙영 경주시장이 지난 15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계자들과 'SMR국가산단' 유치 환영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학 경주시 부시장,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 주낙영 경주시장, 이상걸 경주상의 회장, 강인구 경주시 경제산업국장, 최형대 경주시 농림축산해양국장. 경주시 제공

◆국내외 225개 기업도 SMR 국가산단 큰 관심

경주시는 정부의 SMR 국가산단 최종 후보지 선정에 따라 문무대왕면 일원 부지에 사업비 3천966억원을 들여 ▷SMR 등 혁신원자로 제조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및 집적화 ▷SMR 수출모델 공급망 구축 등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 산단엔 원자력·전력, 원전해체, 연구개발서비스 등 핵심 23개 업종과 그린에너지, 소재부품, 전기설비 등 29개 연관업종이 입주한다. 이를 통해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경주의 기대만큼 관련 기업들도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다.

경주시가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에 앞서 SMR 연관 기업을 대상으로 한 'SMR 국가산단 경주 지정 시 입주의향' 등을 물은 조사를 보면, 업체를 공개할 순 없지만 대기업을 포함한 225개 기업에서 275만㎡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정 시설용지(97만㎡) 대비 283%에 해당하는 것으로, SMR 국가산단에 기업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는 방증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경북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SMR국가산단 조성 단계에서 유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7천3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천410억원, 취업유발효과 5천399명이다. 산단 조성 후 가동 시엔 생산유발효과 6조7천357억원, 취업유발효과 2만2천779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시는 SMR국가산단이 경주의 미래 100년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관계부처 협의 등 국가산단 지정까지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SMR 국가산단이 경주는 물론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세계 최고의 산업단지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주낙영(오른쪽 여섯 번째) 경주시장을 비롯한 산학연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경주 SMR 국가산단 유치 협력 및 지역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지난해 10월 주낙영(오른쪽 여섯 번째) 경주시장을 비롯한 산학연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경주 SMR 국가산단 유치 협력 및 지역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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