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집 꿈꾸며 160억냈는데…잔고 0원"…경산 지역주택조합 8년째 속앓이

[독자와 함께] 1인 4천만원∼6천만원 분담금…부지 확보·사업 승인 못받아
조합원들 관련자 고소·소송
조합장 "토지매매 계약금과 업무대행비 등으로 사용…일부 조합원들 비협조로 대출 못받아 중단"

경산 한 지역주택조합 일부 조합원들이 12일 경산시립박물관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경산 한 지역주택조합 일부 조합원들이 12일 경산시립박물관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경북 경산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수천만원씩의 분담금을 내 160억원(추정)을 적립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다, 분담금마저 모두 사라져 내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 날 처지에 놓였다.

조합원들 중 일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장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9일 조합원 등에 따르면 A지역주택조합은 2015년부터 경산시 삼남동 일원에 전용면적 59㎡,74㎡, 84㎡ 크기의 아파트 724가구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이후 창립총회와 몇 차례 주택조합설립변경인가를 거쳐 2019년 11월 최종 사업규모는 429가구로 축소됐고, 조합원은 300여명이다.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계약금과 분담금으로 1인당 4천만~6천여만원씩 모두 160억여원을 냈다.

하지만 사업은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했다. 주택조합이 2019년 11월 경산시에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했지만 시는 대지 소유권 확보와 승인에 필요한 설계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이후 사업은 진척이 없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현재 주택조합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된 아파트 건설 예정 부지는 단 한 평도 없고, 조합원들이 낸 계약금과 분담금도 사용되고 잔고가 없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고 앞으로의 진행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 등을 고소했고,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장 등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분담금을 되돌려 받기 위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조합원들은 "추진위가 조합원 모집 당시 '대형건설사 시공 예정' '토지 확보 95%', '청약통장 없이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싸게 내 집 마련' 등을 홍보했다"며 "이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주택조합장은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 중 40억원은 토지매매 계약금으로 사용했고 그 외 견본주택 공사비, 분양광고 대행비, 분양 수수료, 업무대행비 등으로도 쓰여 현재는 남아있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지 확보를 위해 조합원 미납금 완납을 독려했고, 브릿지 대출을 두 차례 시도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의 비협조로 대출이 성사되지 않았다. 일부 사업자와 양도양수는 물론 민간 임대 전환 등을 추진했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잘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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