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청렴, 펜데믹을 넘어 엔데믹으로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TV에서 스웨덴 국민이 존경하는 정치인 타게 엘란데르 총리의 청렴과 관련된 일화를 본 적이 있다. 타게 엘란데르 총리는 1946년부터 23년간 총리를 지냈으며, 재임 중 총선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총리 퇴임 후 부인이 국회를 방문해 "남편이 총리 시절 쓰던 정부 부처 명칭이 기재된 볼펜인데 총리를 그만두었으니 이제는 정부에 돌려준다"며 볼펜을 반납했다고 한다. 총리는 물론이고 배우자까지 이렇게 청렴하니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을 거라 생각된다.

얼마 전 국제투명기구에서 발표하는 국가 청렴도 결과를 살펴보니 스웨덴은 올해도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울러 1월 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청렴도 평가 결과도 언론에 보도됐다. 이런 평가 결과에 따라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까지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청렴은 공직사회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고불변의 진리이며, 조직이나 개인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조직이나 기관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구성 요소가 있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선결 과제가 있다.

먼저 청렴도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관장을 포함한 간부 공무원의 청렴한 공직 문화 정착을 위해 솔선하는 자세다. 여기에 더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구성원의 자율성과 동기부여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공직 문화가 개선된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의 무관심, 비협조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청렴에 대한 피로도만 높아갈 것이다.

다음으로 공무원의 자율적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분야별 청렴도 성과가 좋다 하더라도, 직원 1명의 일탈이나 비위 행위만 있어도 청렴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소수 직원의 이러한 행태가 조직의 목표는 물론이고 전체 구성원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청렴도 평가는 '나룻배를 타고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큼 힘들다'고 생각된다. 물이 흐르는 속도만큼 노를 저어야 제자리이고,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하류로 떠내려간다. 조금이라도 올라가기 위해서는 노를 젓는 사람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유속보다 빨리 저어야 한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여 공직자 각자는 더욱 청렴하면서도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항은 외부 평가다. 이는 인허가 등 민원 신청으로 구청을 방문한 사람들이 하는 평가이다. 기본적으로 민원인과 금전 관계가 없어야 하고, 빠른 시일 내 민원을 처리해 줘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완이 필요하거나 민원 처리가 불가한 사항에 대한 민원 응대이다. 이런 경우에는 민원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민원인은 신청한 민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시 담당 공무원이 사무적이고 불친절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처리 불가한 민원일수록 자세한 설명과 안내가 수반돼야 한다. 다시 말해 친절한 민원 응대와 청렴도평가 결과는 비례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자세로 청렴도 향상을 위해 우리 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분 좋은 상상을 해 보자면, 공직사회에 '청렴'이 만연해 청렴도 평가가 무의미한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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