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학교] 선비 고장 주민들 합심해 설립…의성 점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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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점곡공립보통학교로 개교..2022년 2월까지 졸업생 4천954명 배출
사촌리 가로숲, 만취당 위치한 사촌전통마을에 위치
김광주 류성룡 김종덕 등 숱한 유학자 배출한 집성촌

2022년 10월의 마지막날에 점곡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정 내 은행나무 아래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점곡초 제공
2022년 10월의 마지막날에 점곡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정 내 은행나무 아래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점곡초 제공
제4회 점곡초등학교 졸업사진. 점곡초 제공
제4회 점곡초등학교 졸업사진. 점곡초 제공
제5회 점곡초등학교 졸업사진. 점곡초 제공
제5회 점곡초등학교 졸업사진. 점곡초 제공
점곡초등학교 학생들이 2021년 의성향교에서 선비체험을 하고 있다. 점곡초 제공
점곡초등학교 학생들이 2021년 의성향교에서 선비체험을 하고 있다. 점곡초 제공
1979년 점곡초등학교 권태자 학생이 제8회 전국소년체전 던지기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 학교 여학생들이 악기연주를 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점곡초 제공
1979년 점곡초등학교 권태자 학생이 제8회 전국소년체전 던지기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 학교 여학생들이 악기연주를 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점곡초 제공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초등학교는 천연기념물인 '사촌리 가로숲'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만취당'(유성룡 선생의 외가)이 위치한 사촌전통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사촌마을은 안동 김 씨와 풍산 류 씨, 안동 권 씨의 집성촌으로 송은 김광수, 서애 류성룡, 천사 김종덕 등 숱한 유학자들이 이 마을에서 태어나 선비와 학자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에서 선비정신을 되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점곡면 전체가 나서 설립한 학교가 점곡초다. 1918년 3월 1일 점곡공립보통학교 설립을 위한 기성회가 조직됐고 3년간 학교 설립을 위한 면민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학교 설립에 소요되는 경비(현금, 벼, 보리 등)를 호별로 거출하는가 하면 유지들은 관련 교섭활동에 적극 나섰다.

당시 학교 설립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역사적으로 점곡면은 구한말 의성군 의병활동 대장이 이 고장 출신이었고 의병활동 또한 왕성한 곳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제강점기에 집중적인 탄압을 받았고 학교 설립에 대한 일제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하지만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학교 설립에 총력을 기울인 덕에 1921년 4월 16일 점곡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하게 됐다.

점곡초 역사에서 1979년은 기념비적인 해로 꼽힌다. 그해 열린 제8회 전국소년체전 던지기 부문에서 이 학교 권태자 학생이 동메달을 획득하자 점곡면 전체가 경사가 났다며 기뻐했다. 마을잔치가 벌어졌고 여학생들은 악기연주를 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점곡초라는 존재가 점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점곡초는 주변 풍광이 뛰어나기로도 유명하다. 서쪽에는 사촌리 가로숲이 학교를 감싸고 있고 동쪽에는 만취당 등 문화재와 한옥마을이 자리한다. 사촌리 가로숲은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서애 유성룡이 출생하였다는 전설을 간직한 숲이고, 만취당은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사가(私家)의 목조건물이라 전해진다.

선비정신 등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점곡초지만 농어촌 공동화 흐름에 따라 점곡면 인구도 급속히 감소, 지금은 17명의 학생만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작은 학교가 가지는 장점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에 적합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의성미래교육지구 사업인 마을학교 활동이다. '학습하는 마을, 혁신하는 학교,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의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마을교육공동체 플래너를 양성해 학교 안에 머물러 있던 교육 현장을 지역사회로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을 텃밭 가꾸기, 방학 중 돌봄, 드론 교육, 학부모 교육 등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가 작은 학교인 점곡초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100살이 넘은 점곡초는 개교 당시 2개 학년 2개 반 64명의 학생으로 출발해 2022년 2월 현재 총 4천954명의 누적 졸업생을 배출했다. 교정 내 은행나무가 산역사다. 몇 백 년이 된 은행나무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아이들에게 서사성과 역사성을 전해주는 존재로 점곡초와 함께 세월을 나고 있다.

박정현 점곡초등학교 교장은 "100년의 전통으로 의(義)와 예(禮)를 실천하는 교육, 앎을 삶으로 이어갈 수 있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며 "배움이 있는 즐거운 학교,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는 학교, 모두가 신뢰하는 안전한 배움터가 되도록 정성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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